한 줄 요약: 추천하는 마음 반, 아닌 마음 반.
https://twitter.com/earendil330/status/1611616002126774272?s=20&t=DSqVmYd8r3ftjUU7aUA75w
발단은 마스터님이었습니다. 어느 날 갑자기, 마스터님이 제게 이런 멘션을 보내왔습니다. DDP-동대문 디자인 플라자에서 반 클리프 앤 아펠 전시회가 있다고요. 제목은 "사랑의 다리에서 마주하는 시간의 서사시". 제목이랑 메인 사진에서 눈에 들어오듯, 반 클리프 앤 아펠의 시계를 중심으로 한 작품들을 소개하는 전시였습니다.
과거형인 건, 보고 왔기 때문이고요. 원래 목적하던 건 이거였는데 말입니다....
https://twitter.com/theladywitch/status/1612125601229590530?s=20&t=DSqVmYd8r3ftjUU7aUA75w
저보다 먼저 보고 오신 절세마녀님이 소개한 트윗. 발레리나 시리즈 중 발란신 시리즈의 시계 세 개. 하지만 저는 이걸 못찾고 돌아왔습니다. 전시 공간은 크지 않은 편이지만, 그 공간을 30분 둘러본 것만으로도 진이 빠지더군요. 몇 가지 이유가 있긴 합니다.
https://twitter.com/Agate_lo_ve/status/1612703339950768129?s=20&t=DSqVmYd8r3ftjUU7aUA75w
링크에서 보이는 저 환상적인 사진들, 실제 전시회 가서 보면 대단히 잘 찍었다고 감탄하게 됩니다. 제가 찍은 사진들을 보시죠. 사진은 모두 아이폰 SE2로 촬영했습니다. D90을 가져갈 걸 그랬나 후회했지만, 그걸 들고 갔다고 해도 잘 찍었을 거란 보장이 없어요.
중앙의 홀을 중심으로 여러 방들을 돌아다니도록 만들어 두었더군요. 총 공간은 8개입니다. 정장을 차려입은 안내 직원(스태프)이 상당히 많이 배치되어 있었고요. 각 방마다 1명 이상, 홀에도 여러 명 있었습니다. 첫 번째 방부터 사진을 찍기 시작했지만, 곧 사진 찍기를 포기했습니다. 근접 촬영이 쉽지 않았고, 줌을 당겨 찍으면 선명하게 나오질 않습니다. 그래서 한탄하며 D90 이야기를 꺼냈던 거고요.
첫 번째 공간은 반 클리프 앤 아펠이 자체적으로 소장한 예전 작품들입니다. 이 중 몇몇은 교토 전시회에서도 본 기억이 있네요. 아마 여럿 겹칠 것 같지만, 가장 기억에 남는 건 배였습니다. 이건 확실히 본 기억이 있어요.
하지만 곧 사진 촬영을 포기. 이 쪽방에 발란신의 에메랄드, 루비, 다이아몬드 시리즈가 있었답니다. 발레리나 클립과 이 시계들이 있던 공간에요. 눈 높이가 아니라 아래 전시대에 있던 모양이지만, 거치만 되어 있고 시계가 작동은 하지 않았던 모양입니다. 하기야, 전시된 대부분의 시계가 작동하지 않았습니다. ... 아니 그럼, 시계 작동의 묘미가 핵심인 시계들을 보지 말라고?
꼭 그런 건 아닙니다. 다른 리뷰에서도 언급되는 그, 꽃 피는 시계. 그 공간에 들어가면 작동하는 시계가 있습니다. 그리고 그 작동 매커니즘이 어떤 쪽인지 친절하게 설명해주는 분이 있더라고요. 전지 없이 기계식 작동으로만 돌아가는 시계 구조를 보여주는 분이요. 생각 못한 부분인데, 반 클리프 앤 아펠의 시계는 수은 전지가 들어가지 않습니다. 기계식만으로 돌아간다는 건데, 그럼 태엽을 감아두나요. 시계밥을 주는 형태인가?;
이런 시계도 있고,
이런 시계도 있고. 시계 구경은 잘 했습니다. 하지만 음.... 사진이 잘 찍힌 공간과 아닌 곳의 차이가 심한데, 사진을 찍지 않은 공간은 이보다 조명이 심각합니다.
반 클리프 앤 아펠 작품에서 가장 좋아하는 부분은 집착적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의 공예 디테일을 끌어올리는 점입니다. 미스터리 클립은 이번에 거의 못 본 걸로 기억하는데, 미스터리가 아니더라도 발레리나 클립 중 일부는 치마 부분 표현에서 보석의 배치가 매우 중요합니다. 그런데, 조명 때문에 제대로 감상할 수 없었습니다. 지난 노아의 방주 전시에서도 그랬듯 뒤에서 역광 형태로 과하게, 주얼리가 반짝 반짝 빛나도록 뿌리는 조명은 감상을 방해합니다. 제가 난시가 심하고 지금 시력이 많이 떨어져 그럴 수도 있지만, 어떤 팔찌나 목걸이는 와, 빛난다-라는 감상 외에는 뭔가 말 할 수 없더라고요. 보석으로 도트 찍는 것 같다는 느낌의, 그런 그라데이션 보석 색조합을 전혀 감상할 수 없었다는 겁니다.
게다가 공간이 좁죠. 사람은 많고요. 가능한 빨리 둘러보고 탈출해야겠다는 생각밖에 들지 않더랍니다. 그리하여 30분 만에 탈출했고요.
뭔가를 자세히 진득하게 감상하며 의견을 교환할 공간은 아니었습니다.
그래도 같이 간 G는 상당히 만족했습니다. 반 클리프 앤 아펠의 작품을 제대로 보는 건 이번이 처음이었던가요. 예전에 했던 노아의 방주 때는 같이 못갔습니다. 그래서 이번에 제대로 보고는 감탄하더란... 제일 마음에 들어한 건 전시회의 메인 작품이기도 한 두 연인입니다. 그 다음으로 마음에 들어한 건 위에 올린 나비고요. 이런 때 보면 저랑 G의 취향은 사뭇 다릅니다. G가 마음에 들어한 작품들은 자개 느낌의 모자이크 판이 있는 쪽인데, 그럼에도 홍여새는 눈에 안 들어오더랍니다. 나비만 마음에 들어 했으니. 그것도 다르죠.
이 시계 근처에 발란신이 있었는데 음...... 못 봤다면 된거죠 뭐.
여튼 다음의 전시회를 또 기다려봅니다.(먼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