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목적지는 여행 마지막날 들어간 신치토세 공항이라 할 수 있지만, 신치토세공항은 삿포로 남쪽에 있습니다. 따라서 제목에 맞춰 가장 북쪽 지역을 종착지로 삼는다면 삿포로가 됩니다. 신치토세공항도 목적지로 넣는 것은 마지막 퀘스트를 거기서 두 건 해결했기 때문입니다.
하여간 여행 세 번째 날의 퀘스트 중 가장 중요한 것은 사과쿠키였습니다. 앞서도 적었지만 센다이에서 신하코다테호쿠토까지 한 번에 갈 수 있었음에도 신아오모리에 들린 것은 과자 때문이었습니다. 신아오모리에서의 퀘스트였지요.
(그러나 방문 후에 실책을 깨닫습니다.)
신칸센 하야부사 탑승 승강장에서 찍은 센다이 역 앞. 저기 보이는 길이 다 보도=육교입니다.
열차 시각표를 보고 짐작은 했지만 센다이에서 삿포로까지 올라가는 열차 여행은 만만치 않습니다. 이정도면 열차편은 자주 있지만, 오전 9시 경 센다이에서 출발하면 오후 4시 경에 삿포로에 닿습니다. 7시간 걸리는 셈입니다. 시간으로 따지자면 그냥 항공편 타는 것이 나을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센다이에서 삿포로까지의 열차 비용도 상당합니다. 패스를 갖고 있으니 내키는 대로 내리고 탔지, 여행 출발 전에 패스로 다니는 것과 열차표 개별 구매 비용을 비교하기 위해 사전 확인했을 때 이미 패스 비용을 초과하고 있었으니까요. 무엇보다 도쿄, 센다이, 신아오모리, 삿포로 모두 볼일이 있었으니 이럴 때는 JR패스를 이용하는 것이 가장 효율적입니다.
신칸센이 신아오모리 종점이었던 터라 열차에서 내린 뒤, 바로 게이트를 나와 신아오모리역의 상점가로 들어갑니다. 들어가자마자 보이는 것이 라구노오의 매장이더군요. 출구를 나와 계단을 내려가면 바로 상점가가 보이니 찾기는 어렵지 않습니다.
등불에 간판이 가렸지만 가타카나로 라구노오라고 씁니다. 아오모리의 사과를 쓴 디저트를 주력으로 미는 가게인가봅니다. 목적은 다른 디저트가 아니라 사과과자입니다.
그러니까 이거. 다자이 오사무의 『쓰가루』 문고본 형태를 한 사과쿠키입니다. 문고판 크기의 작은 책과 일반서 크기의 큰 책이 있습니다. 작은 책이 500엔을 조금 넘는 정도입니다. 과자라서 유통기한도 넉넉한데다 아오모리의 사과향이 폴폴 나는 잘 만든 쿠키입니다. 사브레에 가까운 쿠키로, 이런 종류의 쿠키들보다는 덜 단단하고 맛이 좋습니다. 그러니까 단단하고 기름기가 밴 쿠키보다 훨씬 제 취향입니다.'ㅠ'
제몫과 선물용을 구입하고는 다시 승강장으로 올라옵니다. 다음에는 그냥 라쿠텐에서 주문하겠지요.
신아오모리에서 11시에 내려 11시 21분 하야부사를 다시 탑승합니다. 애초에 센다이를 출발해 신하코다테호쿠토까지 가는 열차는 센다이에서 9시 52분에 출발하고, 저는 그 앞의 신아오모리 종착 열차로 왔으니 20분의 시간을 벌어 과자를 살 수 있었습니다.
만.
나중에 확인해보니 라구노오의 쓰가루 쿠키는 라쿠텐에서도 판매합니다.OTL 아마존에는 없지만 라쿠텐과 야후 쇼핑에서 구입 가능하니, 일부러 저기에 들리지 않아도 숙소로 배송받아 챙기는 방법이 있습니다. 하하하하. 뭐, 저야 라구노오에 직접 방문했다는데 의의를 둡니다.
그리고 저 옆의 말차 과자 두 개를 서비스로 받았으니까요. 저 말차 과자가 이날의 점심이었습니다. 왜 그런지는 아래서 설명하지요.
12시 25분쯤 신하코다테호쿠토에 도착합니다. 제 일정표를 본 M님이 제일 걱정하던 것이 이 신하코다테호쿠토에서의 환승입니다. 시간이 짧아, 만에 하나 열차가 연착되면 환승 시간이 부족할 수 있다고요. 다행히 날씨가 좋아서 정시에 도착하고 환승하기까지 시간도 여유있었습니다. 대형 캐리어와 함께 하는 여행은 에스컬레이터의 위치를 바로 확인할 수 있는 매의 눈을 갖고 있거나, 시간이 부족하면 일단 들고 계단을 오를 수 있는 체력을 필요로 합니다. 둘 다 없다면 여행이 피곤합니다. 하하.;
그리고 이번 여행에서 새삼 깨달았지만 일본 열차 안내방송을 이해할 수 있을 정도의 일본어 실력이 되니 여행의 질이 올라갑니다.(...) 신하코다테호쿠토의 승강장은 1호차, 2호차 식으로 안내한 것이 아니라 알파벳 표기를 해뒀습니다. I호차, A호차 등등. 이게 알파벳 순서도 아니고, 도대체 모르겠습니다. 보시면 아시겠지만 H는 Horse이고 1호차 입니다. 하여간 2호차는 Iris의 I에 서면 된다는 안내방송에 맞춰 섰습니다. 이것도 안내방송을 이해하지 못하거나 역무원에게 물어볼 용기가 없으면 열차가 온 뒤에 이동해야합니다.
사진 오른편에 보이는 열차는 하코다테 방향입니다. 제가 탈 열차는 삿포로 방향의 슈퍼 호쿠토.
열차에 탑승해 가면서 바다와 눈은 원없이 보았습니다. 올해 한국은 눈이 덜왔는데, 홋카이도에서 실컷 보고 와서 그런지 별로 눈이 기대되지 않습니다. 특히 삿포로에서 돌아오던 날에는 눈보라를 만나 더 그렇습니다.
신칸센은 신하코다테호쿠토까지만 연결되었고, 삿포로는 아직입니다. 그러니 신하코다테호쿠토에서 삿포로까지는 재래선으로 움직입니다. 12시 34분에 출발하여 16시 조금 넘어 도착합니다. 대략 3시반 반 걸린다 생각하면 얼추 맞습니다. 중간에 치토세도 경유하지만 공항이 아니라 그 옆의 치토세이며, 공항에 가기 위해서는 치토세역에서 갈아 타야할겁니다.(아마도)
그리고 재래선의 문제.
신칸센은 열차 안에 이동 매점이 있습니다. 거기서 커피를 비롯한 음료와 도시락 등을 구입할 수 있지요. 하지만 슈퍼 호쿠토는 그런게 없습니다. 없다는 걸 뒤늦게 깨닫고는 가방에 처박아 두었던 간식을 주섬주섬 꺼냅니다. 음료도 챙겨오지 않은 상태라 눈물을 머금고 마음에 점을 찍습니다.
왼쪽이 라구노오에서 서비스로 받은 과자입니다. 말차과자로, 폭신폭신한 말차케이크 속에 부드러운 말차크림이 들었습니다. 아주 거칠게 비교하자면 롯데 커스터드의 호화버전이며, 사실 비교가 불가능한 수준입니다. 겉은 폭신한 케이크이고 속은 고오급 말차크림이 들었는데 어찌 커스터드와 비교할 수 있나요. 하지만 이런 종류의 과자는 한국에서 만날 일이 드무니 가장 비슷한 것에 비교해봅니다.
하기야 조합은 비슷하지만 왼쪽의 과자나 오른쪽의 하기노츠키는 먹어보면 전혀 다른 과자라는 생각이 들지요. 하기노츠키도 거칠게 비유하면 롯데 커스터드의 진품(...)쯤 되지만 상상할 수 있는 수준을 넘어서는 고급 과자입니다. 일본여행을 갈 때마다 다양한 과자들을 접하지만 정말, 완성도가 참 높습니다. 그러니 일본에는 커피와 과자를 먹으러 가지요.
가는 도중 발견한 열차역. 다테몬베츠랍니다. 응? 센다이의 그 다테 마사무네? 다테 마사무네의 문장?
다시 확인해도 역명은 다테몬베츠입니다. 노보리베츠는 알지만 다테몬베츠는? 이라 생각하며 B님께 물었더니, 막부 말에 홋카이도 개발에 들어가면서 각 번들로부터 인력을 내놓으라고 한 모양입니다. 이름에서 짐작했듯 이쪽은 센다이번 출신들의 정착지였답니다. 그래서 이름이 다테몬베츠라는군요.
열차는 예정보다 10분 늦게 삿포로에 도착합니다. 체크인 시간을 17시로 잡아두었던가. 넉넉하게 두었으니 걱정은 하지 않습니다. 그보다는 며칠 전부터 폭설과 눈폭풍 예보가 떴던 삿포로 날씨가 어떤가가 문제였지요. 다행히 눈발이 조금 날릴뿐 아직은 괜찮습니다.
뭐, 삿포로역 광장에도 이렇게 눈이 쌓였지만 이정도야........
초점이 바로 앞의 나무에 맞았네요. 하여간 4시는 조금 넘겼습니다.
도착한 날은 길을 잘 몰라서 광장을 건넜는데, 이날 오후부터는 아예 지하도로 다녔습니다. 눈 녹은 것이 질퍽하게 녹아서 길 건너기도 고역이더군요. 날은 그리 춥지 않은데 눈은 잔뜩 내려 더 그렇습니다. 사진은 삿포로 역 근처에 있는 기노쿠니야. 예전에는 상당히 좋아하는 서점이었지만 지금은 교보문고와 같은 급으로 취급합니다.(...) 다시 말해 이용하지 않는다는 의미지요. 기노쿠니야 신주쿠점에서 일어난 어떤 사태를 듣고는 고이 돌아섰습니다.
삿포로역 전경도 다시 한 장. 음. 역시 D90은 이런 사진 찍을 때 좋습니다. 다음에도 역시 가져가야..?
숙소 로비층은 7층입니다. 삿포로역 건너편의 호텔로, 이전 여행 때도 눈여겨 보았다가 자란 평가가 나쁘지 않고 무엇보다 삿포로역 바로 앞이어서 골랐습니다. 생각보다 저렴하더군요.
숙소 입구보다는 안쪽에서 찍은 사진.
책상 아래쪽에 서랍 같은 것이 있어 뭔가 했더니, 키보드 등을 놓고 쓸 수 있는 이동식 받침입니다. 노트북을 올려도 좋으나, 움직이기 때문에 주의가 필요합니다. 자칫하다가는 전자기기가 추락할 수 있으니까요.
사진이 어둡게 찍혔네요. 침대.
침대 머리맡에는 작은 선반이 있어 핸드폰을 올려두면 좋습니다. 그것도 좋지만,
하단에 여러 종류의 충전 단자가 있습니다. 생각도 못했지만 이것도 좋네요. 아이패드 충전할 때 유용하게 썼습니다.
책상 옆의 서랍을 열었더니 안쪽에 커피잔과 유리컵, 그리고 포트가 들어 있습니다. 차도 몇 종 준비되어 있네요.
그리고 그 아래쪽은 냉장고.
이건 그 다음 날의 사진입니다. 숙소 높이를 대강 짐작할 수 있을 정도....? 풍경도 나쁘지 않아요. 사진 가운데 쯤에 보이는 눈 덮인 지붕의 빨간 건물이 홋카이도 구청사입니다.
이날도 그럭저럭 맑았지만 돌아오는 날은.....(하략)
돌아오는 날을 이야기할 것도 없이, 도착한 날 저녁부터 눈이 내리더니만 그 다음날 아침에는 노면이 다 눈으로 덮였습니다. 삿포로 역 근처는 시속 40키로미터도 안되는 수준. 차들이 아주 천천히 운행하더군요.
하여간 숙소 체크인을 하면서 우편번호 오기재에도 불구하고 잘 도착한 짐 세 개를 수령했습니다. 추가 우편비용도 함께 지불했고요. 다음에는 절대로 우편번호 잘못 적는 일은 하지 않으리.... 몇 번이고 확인할 겁니다.
아침 먹고 나서는 과자 몇 개 주워 먹은 것이 전부였고, 마지막 목적지에도 잘 도착했으니 고기를 먹으러 갑니다. 그렇지 않아도 점심 때부터 머릿 속에서 고기를 외치고 있었으니, 그 전부터 이리저리 검색해 규탄집을 또 찾아봅니다.
삿포로 역에 이런것이 있던데, 아이누족이 아닌가 추정만 해봅니다. 엊그제 미 서부 개척사에 맞먹는 홋카이도 개척사 이야기를 듣고 나니 괜히 더 찍고 싶어서 말입니다.
그리고 1600엔짜리 규탄 로코모코 정식. 로코모코 정식은 그냥 소스 바른 햄버거를 밥 위에 올렸습니다. 규탄은 기름기가 돌고 조금 질겼으며, 국물은 파채도 별로 마음에 안 들지만 국물도 기름기가 많이 돕니다. 배는 고팠으니 먹긴 했지만 재방문 의사는 없습니다.
저녁을 잘 챙겨먹고는 맛있는 커피가 마시고 싶다는 생각에 카페를 검색해봅니다. 그랬더니만, 스텔라 플레이스에 스트리머 커피 컴퍼니(Streamer Coffee Company)가 있습니다. 만세!
쾌재를 부르며 당장 찾아 나섭니다.
저녁을 잘 챙겨먹었지만 흡족하지는 않았던 터라 여기서도 충동구매를 합니다. 블루베리 치즈케이크와 라떼 테이크아웃. 하지만 이날 오후에 조금 사정이 있어 마시는 것이 늦었습니다.
일단 커피를 사들고 숙소로 돌아옵니다. 그리고 도로 나가서 숙소 바로 옆의 로손에서 우산을 사고, 도착한 아마존 상품 두 개를 수령해서 들고 옵니다. 씻고 느긋하게 커피를 마시려다가, 도로 드럭스토어를 찾아 나섭니다. 여행 다녀온지 열흘이 되어서야 차도를 보이는 오른손 약지의 부상 때문이었지요.
일단 삿포로역 근처에서 가장 큰 드럭스토어는 스텔라 플레이스 동쪽편의 빅 카메라에 있습니다. 스텔라 플레이스 2층에서 바로 연결되더군요. 여기에 찾아가 약사 상담을 받고 약을 구해옵니다. 하지만 손가락 차도가 전혀 없어서 이 다음날에도 한 번 더 찾아가서 스테로이드계 항생제 연고를 찾아 발랐습니다.
구체적인 내용은 수오지심 때문에 공개 못하지만 사실 상처가 병뚜껑에 긁힌 것이라는 것 외에도 감염의 이유가 될만한 사항이 하나 더 있습니다. 아.....(먼산) 여행 다닐 때는 최소한 살색 반창고 테이프나 밴드를 챙겨가도록 합시다.
숙소 맞은편에 다이마루가 있어서 유용하게(?) 잘 썼습니다.
아버지가 부탁한 물품 사진. 이것 외에도 하나가 더 있었습니다만, 다음 여행 때는 이보다 더 사오겠네요.
자아. 이제 다음 날의 이야기로 넘어갑니다. 남은 여행기는 대략 2-3편 정도. 상품 정리 글을 따로 뺄까 말까 고민중이니 한 두 편 더 늘어날 가능성은 있습니다.'ㅂ'