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단은 이 트윗입니다.
twitter.com/februarytea/status/1301510763287281664
한국에는 딱 한 번 슬라브 에픽의 한 장면이 온 적 있지요. 기억이 가물가물하지만 아마 연작 1번일겁니다.
www.muchafoundation.org/gallery/themes/theme/slav-epic
큰 그림 저장이 안되어 미리보기용 작은 그림만 붙여 봅니다. 그래도 그림 아는 분께는 어떤 장면인지 보일 겁니다. 가장 유명한 그림. 이 그림만 한국에 온 적 있을 겁니다, 아마도? 이 그림과 함께 온게 두 점 더 있던가 그랬지요. 그 당시에도 강렬하다 생각했지만, 일본에서 보았을 때의 박력에는 비할바 아닙니다.
그 당시의 감동은...
이전 글에 소소하게 적은 적 있으니 참고하시고요.
저 트윗을 쓰신 분도 이 전시회를 보고는 한탄하신 거죠. 왜 한국에는 포스터류만 오고 이 슬라브 서사시는 오지 않는가.
어, 못옵니다.
단적으로 말해 한국은 일본이 아닙니다. 그 이야기를 차근히 풀어보지요.
지금은 닫혔다는 무하 2017 전시회의 홈페이지. 아오오! 이런 건 좀 기록으로 남기란 말이닷!
0.저 슬라브 서사시 전시회 때 한국에도 무하 전시회가 기획중이었지만 방향이 달랐습니다. 그리고 그 무하전 기획에 참여한 분이 제 탐라에 있어 정보를 여럿 보았지만, 그 전시회에는 슬라브 서사시가 없었습니다. 전시 기획의 방향이 다르기도 했고요.
1.일본은 무하 전시회가 꽤 자주 열립니다. 1년에 한 번은 열리는데, 슬라브 서사시 다음에 열린 전시회는 일본문화에 끼친 무하의 영향을 주제로 하여 만화가들의 원화도 함께 전시한다기에 찾아갔습니다만, 생각보다 재미없어서 실망만 했습니다. 원화가 많지도 않았고, 전시된 무하 작품도 취향이 아니었습니다. 게다가 전시관이 작고 좁고 사람이 많았습니다.
슬라브 서사시 전시회가 열린 롯폰기 신국립미술관은 공간이 매우 넓었습니다.
www.youtube.com/watch?v=wcXpt4ZyYUU
유튜브를 찾아보니 그 당시의 영상이 있네요. 개방감이 엄청나죠. 사람들의 키와 비교하면, 저 공간의 크기가 감이 올겁니다. 한국에서 저런 규모의 그림 20개를 걸 수 있는 미술관. 그리고 그 미술관에서 저 그림을 가져올 기획능력. 음. 국립중앙박물관은 공간이 높은 편이니 잘하면 맞출 수 있을지도 모릅니다.
2.하지만 가장 큰 문제는 기획능력과 자금입니다.
공간이야 만들면 나옵니다. 아니, 한국 어딘가에는 저 그림들을 편안하게 관람할만한 좋은 공간이 있을 겁니다. 그러나 기획능력 혹은 그걸 추진할 수 있는 능력은 별개입니다.
저 전시회는 NHK도 참여했습니다.
다행히 이전에 올렸던 글에 주소를 올려뒀습니다. 과거의 나, 기록 잘해뒀다.
여기도 소개가 나옵니다. 슬라브 서사시 전체 20작품을 다 들고 나와 하는 전시회는 일본이 처음이라고요. 실제 저 그림들이 처음으로 해외 나들이를 한 건 아니랍니다. 저 당시 어디서 봤더라. 1968년인가 1963년인가, 미국에서 전시를 한 적이 있다고요. 하지만 그 당시, 전시 이송 과정 중에서 그림의 훼손 문제가 발생했던 모양입니다. 그래서 그 뒤로는 밖에 나오지를 않았다던가요.
일본 공영방송국이고 다양한 문화프로그램과 다큐멘터리를 제작하기도 했던, 그 NHK에서 신문사와 함께 시작한 기획이라고 알고 있습니다. 그러니 일종의 권위도 있었지 않았을까 추정만 해봅니다. 뭐, 위에서 '세계 최초'를 노리고 시작한 기획이니 끝까지 밀어붙였을 가능성도 있고요.
어쨌건 한국의 위상은 저기에 대기에는 좀 많이 부족하지 않습니까. 하하하.-ㅁ- 한국이 못난이라는 의미는 아니고, 국제 위상을 두고 일본과 한국을 따져보면 말이죠, 아마도. 거기에 해외에 동원할 수 있는 자금적 압박 등에서도 말입니다.
권위 혹은 위상 이야기 다음은 자금입니다.
저 그림이 나올 시기와 맞물려, 한국에서도 무하 전시회가 있었던 만큼 무하 재단에 있는 알퐁스 무하의 손자도 몇 번 인터뷰를 했던 걸로 기억합니다. 그리고 전시회 열리기 한 달 전인 2월, 무하의 손자가 소송을 겁니다. 저 슬라브 에픽 시리즈는 무하가 시리즈 전체를 국가에 기증했습니다. 따라서 무하 재단의 소유가 아니었던 겁니다. 프라하 미술관을 가도 저 그림들 전체를 한 번에 볼 수는 없고, 따로따로 전시가 되어 있는 모양입니다. 국가 관리니 관리하는 기관이 또 따로 있나보군요.
어쨌건 무하의 손자는 그림의 훼손 가능성을 들어서 슬라브 에픽의 해외전시를 반대하는 소송을 걸었습니다. 반출 금지였나, 관련 기사는 야후 뉴스에 올라온 적이 있습니다. 이미 항공권까지 다 끊었는데 소송 걸렸다는 말에 내적 비명을 질렀더랬지요.
하지만 뭐, 한 달 전이니까요. 그러니 전시회는 열렸습니다. 전시회 시작 두 주 전에 그림들이 미술관으로 실려와 하나하나 그림을 걸었던 트위터 계정 ... 트위터에서 검색이 어렵군요. 찾게되면 나중에 올리겠습니다.
여튼 그 그림들은 캔버스에 유화로 그린거라 그림을 돌돌 말아서, 접지 않고 그대로 항공기에 태워 직송했습니다. 직구가 아니라 직송입니다. 전용기에 태워 보냈으니까요. 하기야 그렇게까지 보냈으니 체코에서 전시를 허락했겠지요. 그리고 그 전시회는 매우 성황리에 마쳤습니다. 이야아. 지금이라면 코로나 때문에 절대 있을 수 없는 그런, 사람 매우 붐비는 전시였습니다. 한국에서도 굉장히 많은 사람들이 슬라브 서사시를 보러 갔다고 기억합니다.
그래서 요약하면.
1.체코와 일본이 그 때 수교 몇 주년 기념으로 추진한 프로젝트인듯. 영상에 그런 언급 있음.
2.체코 내에서도 슬라브 서사시는 전체 그림을 한 번에 보는 것이 어려움.
3.슬라브 서사시 전체 작품이 체코 밖에 나온 일은 2017년이 처음이었음.
그쯤 되는 파워를 가지려면 중국. .. .. .. ..... 하지만 중국은 일본과는 다르죠. 중국이 추진한다 해도 체코가 허락할까요? 그건 알 수 없지만, 한국과 체코가 수교 몇 주년이라 추진한다고 치면, 상당히 어마어마한 비용을 들여야 가능할 것이므로 문화관광부와 기획재정부가 예산 협의를 보지 못할 겁니다.
결론이 이상하지만 제 생각은 그렇습니다. 그러니까 한국에서 저런 전시회가 열리려면
1.기획의 때가 맞아야 하고(수교 *주년 등)
2.비용이 있어야 하며
3.저런 기획을 추진할 수 있는 배짱있는 누군가가 필요함.
의 조건을 맞춰야 합니다. .. 될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