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이 참 길지요. 박이추는 보헤미안커피의 1대 주인인 할아버지 성함입니다. 원래 이름은 보헤미안커피였지만, 할아버지의 이름이 갖는 상징성 때문에 가게이름에 아예 주인 할아버지의 이름을 넣은 모양입니다.
찾으면 제 블로그에도 주문진에 있는 본점에 커피와 모닝세트 먹으러 다녀온 기록이 몇 번 있을 겁니다. 그 중 한 번은 고양이생협 모임에서 다녀왔고요. 그 때 운전자는 ㄹ이었고, 마티즈인가를 끌고 다녀왔던 걸로 기억합니다. 강릉의 여러 맛집을 둘러보는 코스였지요. 그래요, 그런 적도 있었습니다.
이번 여행도 경차를 끌고 갔습니다. 확실히 경차가 좋습니다. 무엇보다 비용이 적게 듭니다. 기름은 경차사랑카드로 주유하면 할인되고, 톨게이트 비용은 반값입니다. 이번에는 바람이 덜 불어서 차체가 붕 뜨는 느낌(...)도 덜했고, 비가 오락가락한 덕분에 날씨도 흐려서 많이 덥지도 않았습니다. 올라오는 길에는 해가 쨍하게 나는 바람에 서울-양양고속도로를 달리면서 터널의 암순응과 터널 밖의 명순응을 오가느라 고생했지만 말입니다.
여행의 발단은 어제 이야기를 대강 풀어 놓았지만, 여름 휴가 시즌 전에 어디 좀 다녀오고 싶은데, 제주도는 사람이 많아서 싫고, 어차피 제주도에 가도 지난 겨울 여행 때처럼 커피만 신나게 마시러 다닐테니 차라리 커피성지 강릉으로 가자는 대화였습니다. 그 대화가 발단이었고, 물꼬가 되어서 그 다음에는 '파타고니아 양양점에 가자'는 쇼핑 이야기까지 이어졌고요. 쇼핑 이야기는 이 다다음 글에 풀어 놓도록 하고, 여기서는 보헤미안커피까지 가는 이야기를 잠시 풀어 보지요.
차를 끌고 가겠다고, 그것도 경차라고 하니 주변에서는 마뜩찮은 눈으로 바라봅니다. 일단은 작은 차라 사고가 났을 때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하고, 고속도로를 달릴 수 있냐고 묻는 사람도 있었고요. 아니 왜요. 평소 자동차 전용도로나 고속도로도 잘 타고 다닙니다. 그게 한 두 번도 아니었는 걸요. 하기야 유료도로를 거의 타지 않다보니 하이패스가 제대로 작동되는 줄도 모르긴 했지만 말입니다... 다.....
혹시 몰라서 G도 운전 가능하게 만들어 놓느라, 일시적으로 자동차보험을 돌려뒀습니다. 평소에는 성인 1인 운전하는 특약으로 들어두어서 다른 사람들은 운전을 못하지만, 여행 다녀온 어제는 0시부터 24시까지 다른 사람도 운전 가능하도록 걸어두었지요. 1일 5천원이었습니다. 당일치기 여행이라면 해둘만 하더라고요. 4일 여행이라면 2만원 정도 드는 셈이네요. 장기라면 조금 부담되겠지만 안전하게 여행다니기 위해서는 필요합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운전은 저만 했습니다. 원래는 제 차도 G가 몰던 차였지만, 오래 운전대를 놓았더니 다시 운전할 자신이 없다던가요. 넵, 조금 특이한 차이지만 1종대형은 아닙니다. 경차니까 그럴리 없지요.
보험 정리도 해뒀고, 기름도 잘 넣어뒀으니 문제는 없습니다. 경차라서 혹시 중간 주유를 할지도 모르겠다 생각했지만 그럴 일은 없었습니다. 다만 돌아오기 전에 기름을 빵빵하게 넣어두기는 했습니다. 돌아와서는 바로 지방으로 내려올 생각이었으니까요.
덕분에 마음은 편하지만 지금 몸은 좀 불편한 상황이긴 합니다.-ㅁ-a 어제 서울부터 강릉, 양양까지 왕복 운전을 한데다, 10분 남짓 쉬고는 다시 지방까지 운전했으니까요. 덕분에 엊저녁에 꾸벅꾸벅 졸았지만, 오늘은 아예 감기 기운 비슷하게 올라와서 코로나19인가 두려움에 떨었습니다. 인후통이 아니라 재채기 연발인걸 봐서는 감기인가봅니다. 하하하하하. 감기 올만 하죠. 체력이 떨어졌을테니까요. 감기약 먹고 쉬는 중입니다. 미리 내려와서 다행이야...;ㅂ;
그래서 말이지만 체력 안배 잘하셔야 합니다. 저야 당일치기로 무리해서 다녀온 것이지만, 아니면 느긋하게 쉬다 오세요. 운전할 때는 괜찮다 생각했지만 의외로 힘들었나봅니다. 하하하하...
생협 커피기행 때도 그랬지만, 대체적인 제 커피취향은 테라로사보다 보헤미안커피쪽이었습니다. 다만 이번은 조금 달랐군요. 각 테이블마다 있었던 저 안내문을 보면 아시겠지만 머무를 수 있는 시간이 1시간. 그래서 보헤미안커피공장점에서는 모닝세트에 몽블랑만 주문했습니다. 11시까지 주문 가능하다던데, 커피나 홍차 중 선택할 수 있는 모닝세트는 다른 커피로 바꿀 수 없습니다. 아예 따로 한 잔 시켜야 하더군요. 고민하다가 일단 세트를 먹고 생각하자 싶어 넘어갔고, 지금은 조금 후회중입니다. 쿠바 크리스탈을 마셨어야 했어..;ㅠ; 카페인 과다라고 해도 마시는 쪽이 좋았겠더라고요. 주문은 그 때 바로 하고요. 두 잔을 마시더라도 음... 음...
한 시간이 의외로 짧아서 먹고 나서 한 잔 더 주문하기는 쉽지 않겠더라고요. 뭐, 한 시간이 아니라 30분 만에 해치우고는 아버지가 추천한 테라로사로 갔으니까요.
커피그릇은 도자기지만 모닝세트는 아니었던 걸로 기억합니다. 접시를 들면서 생각보다 가볍다고 느꼈거든요. 중요한 건 그릇이 아니라 음식이지만요. 샐러드 소스는 땅콩과 간장을 넣은 소스로 간간하지만 맛있습니다. 잘 어울리더라고요. 달걀은 완숙 삶은 달걀이었고, 버터와 메이플시럽은 오뚜기제품입니다. 잼이 아니라 메이플시럽이 나와서 놀랐지만, 이게 또 달걀이랑 먹으니 맛있더라고요. 버터도 메이플 시럽도 빵에 발라서 싹싹 맛있게 비웠습니다.
먹는 동안 잠시 G는 딴 이야기를 하더군요. 저랑 첫 일본 여행 갔을 때, 호텔 조식으로 나왔던 양식 세트가 기억에 남았다고요. 이렇게 토스트한 빵과 함께 나온 세트가 인상적이었다고. 프린세스 가든이었나? 라고 말했지만 지금 생각하면 첫 일본여행의 숙소는 다른 곳이었습니다. 아사쿠사 스카이코트호텔. 거기도 비즈니스 호텔이라 상당히 괜찮았습니다. 아사쿠사 주변은 가서 놀 곳이 마땅치 않아서 그 뒤에는 한 번도 가질 않았지만요. 프린세스가든호텔은 페루의 모 부패대통령과 관련 있다는 말에 그 다음부터는 안갔고, 신주쿠파크호텔은 여행 한참 다닐 초반에 갔고 그 뒤에는 안 갔더랬......
하여간 보헤미안커피의 모닝세트는 일본여행의 비즈니스 아침 조식을 떠올리게 하는 아련한 추억의 맛입니다. 맛없으면 그런 생각도 안나겠지만, 추억을 불러올리는 그런 맛이네요.
몽블랑은 무난합니다. 주문하니 팥이 들어갔는데 괜찮겠느냐고 물어보더군요. 맨 아래는 파이지, 그 위에 초콜릿코팅한 머랭쿠키, 그 위에 케이크시트-제노아즈를 올리고 팥앙금과 보늬밤과 밤크림섞인 우유크림 등으로 마무리했...을 겁니다. 아마도 그랬을 거고요. 어디서 본 조합인데 그게 어디인지 가물가물하네요. 공급받는 건가 싶기도...? 여튼 커피와도 괜찮은 조합입니다.
2층 창가자리에 앉아도 도로 너머에 있는 바다가 보입니다. 이 도로를 따라 있는 카페들은 거의 바다가 보이지 않을까 싶고요. 보고 있노라면 바다가 보이는 집이나 별장 개념의 두 번째 집도 나쁘지 않겠다 싶은데, 그런 돈이 있을리가요. 하하하하하. 세컨드하우스는 커녕 퍼스트하우스부터 챙깁시다.
아 그러니 테라로사 이야기는 그 다음에. 이쪽 이야기도 그리 길지는 않을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