굉장히... 매우 옛날 옛적에 시작한 십자수 작품이 하나 있습니다.

 

2022년에도 한 번 언급한 적 있고,

https://esendial.tistory.com/9041

 

220213_실 정리: 뭐든 조금씩 시작하자고요

뭐든 만들고 싶다, 만들어서 완성하고 싶다는 생각이 든 건 꽤 오래전부터입니다. 아니.. 그러고 보니 공방 못간지도 어언 몇 년이라, 짐도 빼와야 하는데 아직 못했습니다. 크흑.;ㅂ; 가야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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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 2021년의 기록.

https://esendial.tistory.com/8668

 

210110_자수가 등장하는 웹소설이 있는가?

(1월 4일의 십자수 진도. 거기에 화분들 잔뜩) 질문. "웹소설에 자수가 등장하는 경우가 있나요?" 답변. 넵, 있습니다. 일요일 저녁, 열심히 십자수 바늘을 놀리다가 떠올라 적어봅니다. 십자수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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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그 외에도 2010년대까지 꾸준히 했던 연말계획 결산에도 '십자수와 조각잇기를 꾸준히 한다'는 매번 올라 있습니다. 아래는 2017년 결산입니다.

https://esendial.tistory.com/7500

 

2017 결산, 2016 To do와 주제어: 뭐했어요?

2017년의 한 줄 요약. 그간 네놈 뭐하고 살았어요? 너 이 자식도 아니고 네놈이라고 부를 정도로 방만하게 살았습니다. 허허허허허. 아니, G4에 올인하겠다고 당차게 적은 주제에 그 서브 퀘스트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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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esendial.tistory.com/7156

 

이건 2016년의 상황이고요.

 

https://esendial.tistory.com/6409

 

제작중인 십자수 도안 출력본 전체 사진

...제목은 사실이 아닙니다. 써놓고 보니 이건 대략 2/3정도의 분량이네요. 십자수 도안을 만들 때 썼던 프로그램이 기호가 한정되어 있어, 두 세트로 출력되었습니다. 즉, 위 도안 중 흰색으로 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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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예 2015년에는 십자수 도안 출력본 전체 사진, 이지만 일부 사진에 해당하는 것도 찍어뒀습니다. 왜 이게 일부냐 하면, 본문에 있듯이 십자수 도안이 두 세트 이기 때문입니다. 총 16장의 A4 두 세트란 의미입니다. 그 당시에 돌렸던 프로그램이 DMC의 실 색을 거의 다 사용한 모양인지, 기호가 부족해서 도안을 그렇게 만들어 줬습니다. 그래서 지금 수 놓을 때도 도안 두 개를 동시에 보며 비교하며 빈 칸 도트 찍기를 하고 있지요.

 

https://esendial.tistory.com/6073

 

2011년 5월 22일, 4년 전의 십자수 상황

이랬던 십자수가, 여기까지 왔습니다. 지지난주 상황이라 지금은 이것보다 아주 조금 더 진도가 나갔고요. 참고로 말씀드리자면 저 십자수도안은 십자수 한 칸이 1픽셀로 원본은 사진 크기인 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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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에 올린 글을 보면 2011년의 사진도 나오는데, 2015년에는 10년 안에 완성할 수 있을거라 썼군요. ... 과연. 그 10년이 내년인데?;;

 

시작이 언제인지 밝히기 무서운 작품입니다. 정확히 언제 시작했는지 기억합니다. 왜냐하면 그 당시 활동하던 커뮤니티에서 이 관련 글을 올렸는데, 그 커뮤니티가 폭파된 시점이 정확하거든요. 하하하하하하. T모동 이야기 맞습니다. 그러니 그 이야기 아시는 분은 짐작하시겠죠. 아니, 아니더라도 블로그 상으로 가장 오래된 글이 2011년 글이고, 저 때도 이미 시작한지 좀 되었으니까, 10년은 훨씬 더 묵은 작품인겁니다.

 

저것도 그 당시 돌아다니던 프로그램으로 도안을 만든 것이라, 그 당시 기준의 DMC를 설정해놨습니다. 문제가 뭐냐면, 그 때문에 일부 실들은 현재 구입할 수 없다는 겁니다. 도안 목록에 소개된 실 중에는 실 색 번호가 다섯 자리인 것도 있는데, 검색해보니 해당 실들은 존재하지 않습니다.

 

아트십자수라고, 서울에 매장 있을 때부터 사용했... 아마도 맞을 거예요, 거기. 지금은 니들아트라고 하여 남양주에 매장이 있습니다. 그 니들아트-아트십자수에서 DMC사와 바늘 등을 주로 사거든요. 그리고 2023년 기준 DMC 색차트를 봐도 그런 실들은 없습니다.

https://www.sipjasu.co.kr

 

니들아트

니들아트

www.sipjasu.co.kr

뭐, 그렇지 않아도 어차피 몇 년 전에 왕창 사긴 했습니다. 그거 사다가 뜯어서 실 열심히 정리도 했지요. 하지만 없는 색은 없는 겁니다.

혹시 몰라서 DMC에 직접 가서 색 차트를 확인했지만, 여기에도 도안에 실린 실번호는 없습니다.

https://www.dmc.com/US/en

 

DMC

For a limited time, receive a free Petite Vintage Chest, worth $100, when you buy selected thread assortments.

www.dmc.com

처음 검색해서 확인한 건 DMC 홈페이지 말고, DMC color chart로 찾은 곳인데, 단종된 색의 번호 목록을 따로 모아두었습니다. 이 목록이 매우 소중한게, 단종실 번호뿐만 아니라, 교체 가능한 실번호도 함께 정리했습니다. 그러니 다음에 아트십자수에서 실 주문할 때는 이걸 참조하면 됩니다.

https://lordlibidan.com/full-list-of-discontinued-dmc-threads/

 

Full List of Discontinued DMC Threads | Lord Libidan

A full and updated list of all DMC discontinued threads, with replacements.

lordlibidan.com

게다가 이 사이트, 심지어 DMC 컬러 차트도 올려뒀네요. 오오오오. 감사합니다.-_- 이걸로 색 분위기 파악 좀 해둬야지.

 

 

https://lordlibidan.com/dmc-color-chart/

 

Free DMC Color Chart | Lord Libidan

A full color chart with realistic images for DMC threads.

lordlibidan.com

 

 

앗, 그래서. 검색이 안되는 다섯 자리의 실 번호는 수 놓으면서 비워둘 겁니다. 비워뒀다가, 전체 그림 분위기 봐서 다른 색으로 적당히 맞추려고요. 수놓기를 미루는 셈입니다. 여튼 2011년의 사진을 보면 안한 건 아니니 언젠가는 완성할 수 있을거라 생각하고요. 부디 완성본을 시력 더 떨어지기 전에 볼 수 있었으면 합니다. 하....

 

 

마지막 사진은 어제 찍은 수 놓기 과정. 이걸 도트찍기라 부르는 이유도, 진짜 그렇기 때문입니다.

 

뜨개질과 바느질 중에서는 바느질을 더 좋아합니다. 같은 바느질이라고 해도, 수예 쪽은 영 손이 안갑니다. 십자수도 또 묵혀 놓고 놔두었군요. 다시 붙잡겠다며 이런 저런 물품 사모으더니, 몇 번 바늘 가다 말고 멈췄습니다. 그에 비하면 바느질은, 특히 긴 부분의 길고 긴 바느질은 상당히 좋아합니다.

 

바느질 중에서도 긴 부분이라 명시한 이유는 짧은 바느질은 재미가 덜하기 때문입니다. 조각잇기 초반의 작은 조각들을 잇는 작업은 바느질보다 시침바늘로 묶는 작업에 시간이 더 들어가기 때문에 재미가 없습니다. 재미있는 건 오직, 바늘이 왔다갔다 하며 실을 꿰어 내는 부분이라서요. 시침핀 고정하는 작업은 지루하고요.

 

뜬금없이 바느질을 시작한 건 새로 들인 서가 때문입니다. 이전에 설치한 책장보다 이번에 설치한 책장에 햇볕이 더 닿는 터라, 앞부분을 조금이라도 가려둘까 싶어 서랍장 속에 두었던 테누구이를 꺼냈습니다. 센다이 여행갔을 때 센다이역 근처의 매장에서 구입한 테누구이입니다. 무늬가 있는 큰 보자기로 생각해도 될 건데, 정사각이 많은 한국 보자기와는 달리, 테누구이는 보통 수건이나 노렌처럼 늘어뜨리는 용도의 긴 천이더라고요. 이걸 둘둘 말아서 끈처럼 쓰기도 하고, 한국 보자기처럼 선물포장할 때 쓰기도 하더랍니다. 그림 예쁜 것으로만 몇 장 골라 구입해왔는데, 크기가 애매해서 책장 앞을 완전히 가리는 건 무리지만, 그래도 그럭저럭 가릴 수는 있을 것 같아 꺼내들었습니다.

 

꺼내들고 보니 위 아래 올막음 작업이 안되어 있기에 저렇게 둘둘 말아 박았지요. 감침질 할까 하다가, 감침질보다는 말아 박는 쪽이 제 취향이라 투덜대며 작업을 했습니다. 총 여섯 장이던가. 전체 책장을 가릴 분량은 안되지만 대강 가릴 수는 있을 겁니다. 그래서 박을 용도로 장구핀이라 불리는, 투명 손잡이가 달린 압정도 사왔고요.

다만, 다림질을 해야 걸어둘 수 있다며 다리미까지 구입하고 나니 만사 귀찮아 져서 또 던져뒀습니다. 대신 바느질을 오랜만에 했더니 다른 조각천들도 바느질해볼까 싶은 생각이 들더라고요. 음, 으으음. 조각잇기를 한참 더 해야 사각조각을 이을 수 있을 건데, 가능하려나 싶기도 하고. 그래도 아무런 생각 안하고 멍하니 바늘만 움직이면 되니, 책읽기 보다 더 멍때리기 좋은 작업이긴 합니다. 완성된 무언가가 있으니 보람도 있고요...?

 

 

그래서 오랜만에 바느질을 다시 시작할까 말까 고민중이란 이야기입니다. 정말로 다시 바느질을 할지는, 모바일 게임 세 개를 언제 그만둘지에 달려 있습니다. 최소 하나 이상은 그만두어야 바느질 할 시간이 생기지 않을까요. 하하하하하....

 

 

 

아직도 다림질을 못해서 못 걸어두었으니, 사진은 다음번에 올리겠습니다.'ㅂ'a

최근 손대고 있는 건 색칠하기입니다. 컬러링 아니라 색칠하기. 더 정확히는, 아크릴 색칠하기입니다.

 

 

직장 동료가 저 세트 중 빨강머리 앤 구입한 걸 보고는 호기심이 들었습니다. 그림이 프린트 된 캔버스에, 숫자를 적어둬 해당하는 숫자의 물감을 칠하기만 하면 완성됩니다. 어릴 적 보았던 색칠하기와도 비슷하지만, 이건 색이 지정되어 있어 조금 편합니다. 어떤 색을 칠할지 골머리를 썩힐 필요가 없는 겁니다. 물감도 작은 통에 들어가 밀봉되어 있고, 붓도 함께 들어 있으니 다른 재료 살 필요도 없고요. 저 세트 하나만 구입하면 손쉽게 색칠하기가 가능합니다. 캔버스에 아크릴이다보니 어디 걸어두기도 나쁘지 않고요.

 

알라딘에서 파는 걸 보았으니 언제 가서 봐야겠다 생각하다가 구정 즈음, 생각난 김에 다녀오겠다며 알라딘 중고서점에 다녀왔습니다. 책도 있으면 좀 살까 하다가, 중고 사느니 그냥 새책 사는 쪽이 성미에 맞는다는 점을 다시 깨닫고 알라딘 굿즈 구경만 신나게 했지요. 정말 행복한 공간이었습니다. 아크릴 그림들도 종류 다양하게 여럿 있었고요.

 

http://aladin.kr/p/w4L08

 

D.I.Y. 유화도구 세트 어쩌다 화가

D.I.Y. 유화도구 세트 어쩌다 화가

www.aladin.co.kr

 

가기 전부터 찍어 두었던 제품은 피너츠 스누피 시리즈로, 경주 첨성대와 제주 돌하르방, 그리고 양양 서핑의 세 종류가 있습니다. 취향을 따지면 바다가 보이는 양양이나 돌하르방인데...

 

들어가서 사진 보면 아시겠지만 돌하르방은 미묘합니다. 맨 처음 저 시리즈 검색할 때 보고서 트위터에 끄적인 감상이, '태동을 느끼는 것 같다'였으니, 돌하르방의 체형이 A자형인데다 스누피와 우드스탁이 찰싹 달라붙어서 하트를 남발하고 있어 그랬습니다. 그러니 발랄한 분위기의 양양 해안을 집어 들었지요.

 

 

알라딘 장바구니에 담아 두고 언제 구입할까 고민하다가, 배송받느니 가서 실물 보고 고르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 싶어서 방문했지요. 실물을 보고는 생각보다 많이 작다 생각했지만, 직접 해보니 절대 아닙니다. 들어 있는 색이 10개 남짓인데 그거 하루에 한 색 씩 골라서 질하기만 해도 뻗습니다. 집중력이 떨어져서인지 전체를 한 번에 색칠하기 보다는, 하루에 한 색씩 골라서 칠하고 끝내는 쪽이 좋더군요. 아크릴 물감이라 한 색 칠하고 말리고 하는 걸 반복해야 깔끔하게 나오기도 합니다.

 

숫자는 흰색에 가까운 연한 색부터 시작합니다. 스누피 몸통을 포함한 흰색이 1번, 그리고 그다음의 모래색이 2번, 서핑보드 그림자가 진 부분이 3번 등등. 지금은 서핑 보드의 노란색까지 칠해뒀고요. 다음으로 하늘색 등을 칠할 차례인가봅니다.

 

사두고도 손이 가질 않아서 한참 내두었다가 엊그제부터 시작했는데, 칠하는 재미도 나름 있습니다. 다 칠하고 나면 집에 고이 모셔두던가... 이 다음에는 제주 여행을 기약하며 하루방을 해볼까요. 아니면 우드스탁 소풍가는 첨성대로 해볼까요.

 

엉뚱한데 손대는 건 작작하고 십자수 들어가야하는데 말입니다. 하하하. 언젠가는 분명 할 겁니다아아....

뭐든 만들고 싶다, 만들어서 완성하고 싶다는 생각이 든 건 꽤 오래전부터입니다. 아니.. 그러고 보니 공방 못간지도 어언 몇 년이라, 짐도 빼와야 하는데 아직 못했습니다. 크흑.;ㅂ; 가야하는데.;ㅂ; 언제 연락 드리고 가야하는데.;ㅂ;

 

올해의 목표는 일단 십자수로 잡고 정리중인데 쉽지는 않습니다. 가장 큰 문제는 붙잡고 있는 작품이 대작이라, 실뭉치 정리하는 것만으로도 시간이 한참 걸립니다. 쓰기 편하게 정리하려면 어떻게 해야하나가 항상 문제더라고요.

 

 

https://twitter.com/esendial/status/1491629706138902534?s=20&t=cUoqKk7dC-Ml8px71dA6gg 

 

Kirnan on Twitter

“그리고 K모는 이걸 해보겠다며 야심차게 색색의 털실을 구입한 뒤 처박아 두는데... #예언 https://t.co/8Dbq76SQb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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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잠시 털실 블랭킷에도 눈을 돌렸지만, 저는 코바늘 뜨기 블랭킷은 별로 좋아하지 않습니다. 대바늘뜨기가 좋아요.

 

위의 트윗에도 인용된,

 

https://twitter.com/blxnkxxxspxcx/status/1491372635040923648?s=20&t=cUoqKk7dC-Ml8px71dA6gg 

 

D♡PI on Twitter

“얘들아 이거 봐 너무 귀엽지 않음? Temperature blanket 이라는 건데 그 날의 평균 온도에 따라 털실 색을 다르게 해서 하루에 한 줄/한 사각형을 만들어서 1년 내내 기록하고 만드는 담요래… 나는

twitter.com

 

 

 

이런 담요를 보고서도 망설이는 이유는 다들 코바늘뜨기이기 때문입니다. 두 번째의 줄무늬 블랭킷은 그럼에도 매우 취향이지만, 제 솜씨로는 저렇게 예쁜 무늬가 안 나올 겁니다. 아니, 대바늘뜨기라고 해도 예쁘게 나올리가 없어요. 예전에 시도했던 직조도 망했거든요. 미니로 제작하는 건 시도해볼만 했지만 큰 작품은 장력을 일정하게 맞춰가며 만드는 것이 쉽지 않더군요. 하자면 하는데... 어느 순간 손이 안 가더랍니다. .. 그렇긴 하네요. 직조로 만들면 그럭저럭 괜찮은 태피스트리가 나오지 않을까요. .. 시도해볼까.

 

 

하여간. 지금은 십자수를 해치워야 할 때입니다.

 

 

 

직장 동료가 예전에, 십자수 그만둔다면서 왕창 주었던 실들, 그것도 받은 그대로 두었다가 오늘 드디어 꺼내서 정리를 시작합니다. 원래 건드릴 생각이 없었지만, 십자수를 붙잡고 하려다보니 겹치는 실이 있지 않을까 싶어서 뜯은 실이 있으면 그쪽을 먼저 쓰겠다며 몽땅 꺼내둔 겁니다.

그리고 깨달았습니다.

사진 상으로도 톤 차이가 상당하지요. 같은 DMC 실이지만, 왼쪽에 옹기종기 모여 있는 실들이 제가 사다두고는 꺼내 쓰지 않은 실들. 그리고 아래쪽의 화사한 실들이 넘겨 받고는 한 번도 정리하지 않은 실들입니다. 아래쪽이 훨씬 화사합니다. 당연하죠. 십자수의 그림 톤이 어둑어둑하다보니 사용하는 실들도 그렇습니다.

 

 

십자수 수틀을 붙잡고 있다가 실정리를 시작한 거라, 아래 깔린 도안은 원래의 십자수 도안입니다. 정리하는 실은 쌓아두었던 쪽이고요.

실패에 감아 두면 실이 구겨져서 좋아하지 않는 터라 그냥 걸어두기로 결정합니다. 그러니까, 옷걸이를 분해해서 거기에 실들을 꿰어 걸어두는 거죠. 등 뒤가 조금 많이 지저분해 보이겠지만 볼 사람이 없으니 괜찮습니다. 십자수실 번호 순서대로 죽 걸어두면 필요할 때 찾아쓰기도 편합니다.

 

그래도 두 실은 섞지 않고, 일단 제가 사뒀던 실과 분리해서 정리합니다. 받은 실들은 번호가 이상한 것도 조금 있어서 재확인이 필요하거든요. 꿰어서 걸어두고, 옷걸이에 걸어뒀으니 그대로 옷장에 함께 보관하면 됩니다.

 

 

 

 

그래... 언젠가는 완성할 거예요. 가능하면 올해가 되었으면 하지만 과연?

 

(1월 4일의 십자수 진도. 거기에 화분들 잔뜩)

 

 

질문.

"웹소설에 자수가 등장하는 경우가 있나요?"

 

답변.

넵, 있습니다.

 

 

일요일 저녁, 열심히 십자수 바늘을 놀리다가 떠올라 적어봅니다. 십자수를 하다보니, 소설 속에서 십자수가 등장하는 일이 있었나 싶었던 거죠. 멀리 안가도 미래나비 作 『황후님의 바늘』에서도 자수가 조금 등장합니다. 이 소설은 재겸 作 『여왕 쎄시아의 반바지』와 비슷하게 판타지세계 속 의복혁명을 다룹니다. 다만 양쪽의 방향이 다릅니다. 전자는 주인공이 황후님이니 위에서 아래쪽으로 흐르는 혁명선이고, 후자는 주인공이 평민이니 일상에서의 의복혁명이 한 차례, 그 뒤에는 여왕님께 스카웃되어 다시 위에서부터의 의복혁명을 다룹니다. 빨간맛혁명을 원하신다면 후자가 좋습니다.

 

전자는 초반에 자수와 관련한 이야기가 조오금 나옵니다. 후자는 자수 이야기는 없었다고 기억하고, 양쪽 모두 자수가 메인은 아닙니다. 전자는 천의 재질, 그리고 중세풍에 가까운 박스형 옷들이 어떻게 활동적이고 편한 것으로 바뀌는가를 중심으로 다룬다면 후자는 의복혁명과 함께 가는 사회혁명을 다룹니다. 후자가 빨간맛이라고 한 이유도 그 때문이지요. 더 ... 혁명적입니다.

 

 

그렇지만 자수하면 떠오르는 소설은 아주 옛날 옛적의 소설인 『엘샤 꽃나무 아래에 앉아서』입니다. TS가 주요 소재라 가끔은 이거, BL로 바꿔도 괜찮지 않나라는 망상을 하지만. 작가님께 죄송한 일이므로 얌전히 입다물고 있겠....(읍읍읍)

이 소설은 병약 미소년이 미소녀가 되었다가 소꿉친구와 결혼하는 이야기입니다. 주요 골자는 그렇고, 결혼까지 가는데는 매우 험난한 여러 여정들이 펼쳐집니다. 그 여러 사건들 중에는 자수와 바느질과 관계된 건들이 몇 있습니다. 초반에 주인공인 엘시가 제국의 수도에 이름을 떨치게(..)된 이유도 저 바느질입니다. 원체 영지민들이 바느질을 잘하긴 하지만, 주인공은 영지에서도 손꼽히는 장인입니다. 손이 빠르기도 하거니와 완성품도 매우 훌륭합니다. 수도에서 자리를 잡게 된 사건 중에도 저 자수가 있지요. 옛 풍속이긴 하나, 결혼 예단 중에 신부가 직접 만든 손수건과 이불 등의 일체가 있었던 겁니다. 모 영애는 기사로 자라, 바느질이 매우 서툽니다. 그래도 해가고 싶은 마음이 있었던 터라 시도는 했지만 그 완성도가 매우 떨어집니다. 우연히 손수건을 주운 엘시가 자수 과외를 해주는 내용이 있었지요.

2014년에 전자책으로 나왔다고 뜹니다만, 실제 조아라 연재는 그보다 훨씬 앞이었습니다.

 

 

십자수가 등장하는 다른 소설은, 그 장면에서 헛웃음만 나왔습니다. 조아라 연재소설로, 개인지로만 출간하고 정식 출간은 안되었다고 기억합니다. 『캐릭명 다공일수』였던가요. 저쪽 서가에 책이 있어, 제목을 확인하면 되지만 거기까지 가기가 참 춥습니다. 침실은 보일러를 덜 돌렸거든요. BL이고, 수위가 상당히 높지만 주인공의 직업이 블랙스미스라 매우 즐겁게 보았습니다. 이 소설 때문에 마비노기 하면서 블랙스미스 스킬을 올릴까 진지하게 고민했을 정도로요. 진짜 다시 마비노기를 잡으면 블랙스미스부터 올릴지도 모릅니다. 마비노기를 다시 할 가능성이 한없이 0에 수렴하니 가능성은 낮지요. 다시 마비노기를 붙잡을 날이 오기를 간절히 바라지만, 모바일 마비노기가 나올 때까지도 아마, 붙잡지 않을 겁니다. 절대로.

다시 본론으로 돌아가.-ㅁ- 저 소설에서 등장한 십자수 관련 에피소드는, 지금까지 읽은 장르소설 중에서 십자수 관련으로는 거의 유일하다고 기억합니다. 아마 로맨스판타지에서는 가끔 십자수하는 이야기가 나올지 모르지만, 구입하거나 읽은 소설 중에는 기억하는 내용이 없습니다. 대개는 십자수보다 일반 자수를 하니까요. 십자수는 생활용품을 위한 가벼운 자수지만, 옷에 사용한다거나 장식품, 예술품으로 쓰는 쪽은 고오급 자수입니다. 그런 자수는 로판의 여주인공 옷 설명할 때 자주 등장합니다. 십자수는 소품 만드는 정도로 언급될까 말까 한데, 그마저도 기억에 없고요.

 

그러니까 옛날 옛적의 매우 대단한 영웅님은, 겉보기와는 다르게 매우 예민한 성격이라 십자수가 취미였답니다. 그래서 큰 전투를 앞둔 어느 날 밤에는 바늘을 놀려 대형 전투화-가 아니라 전투십자수화를 완성했다는 겁니다.

 

 

까지 쓰고 나니 떠올랐습니다. OTL

 

그보다 훨씬 더, 옛날 옛적의 소설이고, 지금 검색해보니 전자책으로도 나오지 않았지만-그리고 나올 가능성도 낮지만, 라그돌ragdoll님의 소설 중에 십자수 공방이 배경인 소설이 하나 있었습니다. 십자수를 비롯해 뜨개질과 같은 수예도 함께 다루는 '오후의 정원'이라는 공방에, 웬 조폭처럼 생긴 남자가 찾아오면서 시작되는 BL소설입니다. 그건 아예 배경이 수예점이고, 선물로 줄 십자수 작품을 직접 제작하는 내용이다보니 십자수 이야기가 메인이 될 수밖에 없지요. 하여간 이 소설에도 등장하지만 십자수 대형 작품은 하룻밤에 완성할 수 있는 수준이 절대 아닙니다. 절대, 절대로요.

아 물론, 그 영웅님께서는 (다크)엘프이기도 하고 물의 정령왕과 계약할 정도로 뛰어난 분이니 정령과 함께 십자수 작품을 완성했을 가능성도 있지만..... 실이 딸려 있기 때문에 도트 찍기보다 더 번거로운 십자수 대작을 하룻밤, 길게 잡아야 12시간 만에 완성하기란 무리입니다. 그래요, 이것 역시 소설적 허용으로 둡시다. 그런 내용까지 일일이 검수할 필요는 없습니다. 그저 즐겁게 읽으면 되는 겁니다.-ㅁ-/

 

 

그런 고로 저는 다시 십자수로 돌아갑니다. 실 잘라서 풀어 놓은 것까지는 해놓고, 올해의 제 생일 선물을 저 십자수 완성작으로 받겠다는 야심이, 야심으로 끝나지 않게 노력해야지요.ㅠ


책들이 많이 밀려 있다는 핑계를 대며 시작부터 완성까지 거의 일직선으로 달린 수궁가입니다. 제본 방식은 요즘 상당히 많이 붙잡았던 콥틱 바인딩이었고요. 보통때면 그정도로 디자인이 확확 떠오르진 않는데, 이번에는 희한하게도 어떤 책을 제출할 건지 생각하니 책 제본방식부터 표지디자인까지 바로 떠오르더군요. 물론 공방 선생님들의 도움을 많이 받았으니 아이디어도 더 잘 나온 것이겠지요. 만드는 내내 조언 많이 받았습니다.



하여간 책의 여러 의도들을 하나 하나 짚고 넘어가지요.'ㅂ'






손댄 책이 『수궁가』였습니다. 그러니까 토끼전, 별주부전이라 부르는 그 토끼 간 빼려다가 실패한 이야기 말입니다. 그리하여 안쪽의 면지는 바다 아니면 토끼로 하려 생각했습니다. 파도를 닮은 파랑 면지를 쓸까 하다가 막판에 토끼 화지(和紙)로 골랐습니다.






맨 왼쪽이 앞표지. 가운데가 뒷표지. 맨 오른쪽은 혹시 몰라서 예비용으로 만들었던 뒷표지 여분입니다. 뒷표지는 동판을 만들어서 찍어왔던 터라, 혹시 제대로 안나올지 모른다는 생각에 하나 여유분도 만들어 갔습니다. 두 판의 색박을 미묘하게 다른 걸로 찍은 터라 두 개를 비교하고 마음에 드는 쪽으로 최종 확정했습니다.



그리고 보시면 아시겠지만, 맨 왼쪽의 토끼는 엠보싱이라고, 표지 겉면에 두꺼운 종이의 그림을 붙여 요철을 만들었습니다. 그리고 그 그림이 매우 익숙하실 건데 말입니다. 플레이보이 로고인 그 토끼입니다. 토끼의 리본만 슬쩍 고름으로 고쳐 넣었지요.


수궁가를 읽어보면 알겠지만, 토끼는 상당히 영리하고 잽쌉니다. 그리고 언변이 좋아 별주부, 자라를 제외한 다른 이들을 홀립니다. 그런 의미에서 플레이보이의 토끼 로고가 잘 어울린다 생각했지요.







표지에는 나중에 저 눈부분을 뭘로 채우는 것이 덜 허전할 것이라고 하여 한참 고민하다가 한자 그림이 들어간 화지가 있어서 꺼내 들었습니다. 거기서 목숨 수(壽)를 골라 오려서는 눈에 채워 넣었지요.


용왕은 토끼의 간을 얻어 자신의 목숨을 늘리려 했지만 결국 실패합니다. 그런 의미를 담아서 壽를 거꾸로 넣었고요. 여러 모로 의미는 많이 담았습니다. 흠흠흠.






콥틱 바인딩이지만 한국 전통제본은 구멍이 다섯 개니까 그것에 맞춰서 여기도 구멍 다섯 개. 오침안정법입니다.






뒤표지에는 수궁가를 여러 언어로 적었습니다. 한글로, 한자로, 그리고 영어와 라틴어와 ... 또 뭐 적었더라? 프랑스어? 맨 마지막의 흰 글씨는 수궁가의 내용을 한 문장으로 압축해 적었습니다.







이쪽은 뒤표지입니다. 눈토끼 문양이 귀엽지요.





후다닥 정신없이 만들었지만 재미있는 작업이었습니다. 자아. 이제 가죽 열심히 가는 고전제본으로 돌아갈 시간이군요. 현대제본들은 한동안 안녕!

오랜만의 공방 사진입니다. 그 전에 찍은 것도 몇 있는데, 고민하다가 다른 사진부터 올립니다. 그렇지 않아도 지난 토요일에 작품 하나를 오랜만에 완성했지만 전시회 출품작이라 망설이다가 살짝 내려 놓았습니다. 공방 출품작은 실명으로 내니까요. 하하하하.; 찔리는 바가 있어서 일단 블로그에 올리는 건 접어 뒀습니다. 전시회 종료되면 슬쩍 올려볼까 합니다.

 

 

 

 

작품 완성이 늦는 것은 다 게으름 덕분입니다. 하지만 공방 사람들이 거의 공통적으로 겪는 게으름이니까 괜찮다고 자위해봅니다.

책 만들 때 가장 번거롭고 지난하며 어려운 과정이 이겁니다. 가죽 갈기. 대체적으로 책 완성이 늦는 것은 가죽 작업이 늦기 때문에 그렇습니다. 다른 사람들은 어떨지 몰라도 저는 그렇습니다. 가죽 가는 것이 번거롭고 귀찮다며 뒤로 미루다가 갈아야 하는 가죽이 서너 장씩 쌓이는 겁니다. 지금도 갈아야 하는 가죽이 어언 몇......

 

가죽을 쓰지 않으면 책 완성은 빠릅니다. 이번에 작업한 책은 전시회 제출용이고, 전시회까지 매우 일정이 빠듯해서, 다른 일정까지 빼어 나간 것도 있지만 그렇게 봐도 작업 속도가 매우 빨랐습니다. 초반에 책 제목 듣고 책 결정을 한 다음에는 책 제본 방식, 제본의 구체적인 형태, 표지디자인까지 결정했기 때문입니다. 이번에는 매우 희한하게도 디자인까지 한 번에 뽑히더군요. 완성작이 마음에 드냐 물으신다면, 애초에 작품 자체도 취향은 아니었고, 딱 적당한 만큼의 노력을 들어 적당한 수준만 뽑아 냈기에 아주 좋지는 않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완성했고 제출했으며 전시회 제출할 수 있다는데 의의를 둡니다. 그 구체적인 내용은 나중에 올려보지요.

 

 

 

 

 

하여간 가죽을 쓰지 않으면 책 제작은 훨씬 빨라집니다. 가죽가는데 시간을 들이지 않으니 빠르지만, 현대적인 제본만 거의 가능하고, 고전제본을 가죽 없이 만드는 건 불가능합니다.

 

사진의 가죽은 볼펜으로 선을 그어 놓았습니다. 제본할 때, 가죽의 전체 크기는 책 크기에 따라 달라집니다. 책 크기보다는 가로로 조금 작게 자르고, 사방 1.5cm 남짓의 여백은 책을 감싸고 안쪽으로 들어갈 여유분입니다. 책을 가죽으로 감싸는 제본이다보니, 감싸는 부분은 않게 얇게 갈아야 합니다. 그렇다고 종이처럼 너무 얇게 갈아 놓으면 가죽 제본의 톡톡한 질감이 살아나질 않습니다. 거기에 턱이 생기면 모양이 보기 좋지도 않고요. 그러니, 접어 들어가는 시접 부분은 얇게, 접히는 부분과 갈리지 않는 부분은 완만한 턱이 생기도록, 그리고 책등도 나중을 위하여 적절히 갈아야 책의 둔탁한 느낌을 없앨 수 있습니다. 가운데의 선 그은 것은 책등의 너비 만큼입니다. 기억이 가물가물하지만 저 가죽은 A4보다 클 겁니다.

 

 

다 갈아 놓은 가죽이 없어 사진은 못 찍었지만 가능하면 이달 안에 한 장은 완성해서 올려보지요. 한창 잘 갈고 있는 것이 두 장이고, 손 더 봐야 하는 것이 한 장이니, 그 중 몇이나 올해 안에 완성할 수 있을지는 두고 봐야 합니다.

 

...

 

사실 가죽 가는 것도 고비지만, 책 표지 디자인하고 그 위에 금박이나 모자이크 하는 것도 작업 품이 큽니다. 그래도 그건 1차 완성 이후의 작업이니, 가죽 가는 것이 완성까지 가는데 가장 큰 고비인 건 맞습니다. 이 작업이 제대로 진행되면 그 다음엔, 내년부터는 망상하던 다른 작업도 시작할 수 있는데, 그러한데..=ㅁ=!


책 사진 찍은 김에 오늘도 책 만드는 이야기.



지난 주말은 공방에 책을 잔뜩 들고 갔습니다. 공방 이사 전에 받았던 작업물을 정리하다보니 마감이 안되었던 책이 한 둘이 아니더군요. 한 차례 정리해서 먼저 끝낼 수 있는 책들을 골라 들고 갔습니다. 천천히 해도 되는 것들은 미뤄둘 생각이고요. 공방도 공간의 한계가 있으니 작업 해갈 수 있는 것은 가능한 해가려고 합니다. 그래야 진도도 빨라지지요. 물론 마음만 그렇습니다. 시간도 그렇고 체력도, 예전처럼 100% 가능하지는 않습니다. 주말에는 뻗지 않으면 주중에 견디지 못하니까요.


서론이 길었는데, 위의 책도 그렇게 발굴한 책입니다. 예전에 작업 열심히 해두다가 까맣게 잊었습니다. 가끔 '그 책 어디 있더라?'라며 회상할 때는 떠올랐지만, 딱 거기까지.






이쪽은 앞표치






이쪽은 뒤표지.


이걸 알아볼 사람이 있을까 했는데 아직은 없습니다. 트위터에 올리면서 탐라에서 이걸 제일 잘 알아볼 것 같은 세 분을 찍었는데 음....(먼산)

최소한 그 세 분은 이 책을 읽으셨으니까요. 확신합니다.


이 책은 가죽 가는 것이 조금 더 까다롭기 때문에 완성까지는 시간이 더 걸릴 겁니다. 게다가 엠보싱이라, 작업 후에는 케이스를 만들 가능성도 높군요. .. 그거 잘라 놓은 것 같은데? 일단 확인은 해봐야겠네요.



먼저 작업할 예정인 책은 다른 겁니다. 그건 가죽을 전체로 싸고 그 위에 금박이나 색박을 할 생각입니다. 모자이크 가능성도 있고요. 녹색으로 담쟁이를 그릴까도 생각을. 그것도 나쁘지 않으니 디자인은 미리미리 해둬야 겠습니다. 분명 그것도 스케치북에 그렸을테니, 일단 사무실 짐 정리하면서 도안옹 스케치북도 들고 와야지요.=ㅁ=



그간은 둘 공간이 없다면서 제본 도구들 구입하는 것을 망설였습니다. 하지만 요즘 스트레스 지수가 점점 치솟다보니 공돈 조금 생겼다면서 공간은 둘째치고!를 외치며 구입했습니다. 사진에 보이는 물건들의 총 가격이 얼마인지는 묻지 마세요. 레드썬!

맨 앞에 보이는 것이 수틀입니다. 수틀을 어떻게 쓰는지는 뒤에 사진으로 설명합니다.





충동구매한 다른 물건과 필수 물품이 뒤섞였습니다. 도마뱀 그림의 통에 담긴 것은 린넨실입니다. 지난 번에 한 번 올린 적 있지요. 캅틱 제본할 때 쓰는 실입니다. 새로 작업 중인 책이 셋 더 있어서 겸사 겸사 구입했습니다. 일단 있으면 씁니다. 이거 천 구입할 때도 하는 말인 것 같지만 아마도 쓸 겁니다.(먼산) 아니, 써야해요.


사진 앞에 보이는 A자 모양의 핀 같은 건 닻 혹은 추입니다. 수틀에 실을 걸 때 아래쪽에 매달아 팽팽하게 당기는 역할을 합니다. 그래서 수틀은 어떻게 쓰냐면 말이죠.





앞서도 언급한적 있는 여행 수첩입니다. 수첩은 매우 작아서 책 등에 노끈을 셋만 넣었습니다. 보통 크기의 책은 다섯 개 넣습니다. 당겨진 노끈 아랫부분에는 위에 보였던 저 닻을 매달아 놓았습니다. 책등에 톱질을 해서 홈을 파고, 거기에 노끈을 넣어, 그걸 지지대 삼아 꿰매는 겁니다.


이런식으로 수리할 수 있다면 망가진 책들 다 수리 가능하냐 물으실지도 모르지만 안됩니다. 딱 잘라 말하지만, 정말로 소중한 책이 아니면 새로 사세요. 권당 들어가는 수리비와, 본인이 배워 한다 한들 그 노동력이 엄청나게 들어갑니다. 배워서 이것저것 꼬물꼬물 만드는 저도 책 수리는 안합니다. 원체 책을 얌전하게 보기도 하지만 저 복잡한 과정을 다 넘길 정도로 좋아하는 책은 드무니까요.



어. 하지만 『고양이는 아홉번을 산다』나 『당신의 서정적인 연애를 위하여』 같은 책은 조금 고민됩니다. 손이 많이 가는 것을 알면서도 해볼까 싶지만..... 아뇨, 올해는 일단 지금까지 벌여 놓은 일들 수습하는 것만으로도 바쁩니다. 이달은 열심히 가죽 갈고, 벌여 놓았던 책들 하나씩 다 마감하고, 책 있는 줄 모르고 또 벌여놓은 에도가와 란포 책들도 빨리 작업 들어가렵니다. 벌여 놓은 책들 수습하는 것이 올해의 목표로군요.=ㅁ=



G4를 피하고 싶어서, 아무리 애를 써도♪ G4는 계속 내 안에 있고♬


그런 겁니다. 이 모든 것은 회피. 그러니 레드썬! =ㅁ=!



캡틱 혹은 캅틱 바인딩이라 불리는 제본법입니다. 노출제본법의 일종으로, 등열린제본처럼 책을 180도 펼칠 수 있다는 것이 장점입니다. 만들어 놓고 보니 혹시라도 망가지면 또 수선이 어렵지 않다는 것도 장점이네요. 물론 내구성은 그리 좋지 않습니다.


최근의 기계식 실제본법 중 노출제본이 종종 보이는데, 완성도는 그리 좋지 않습니다. 기계로 하다보니 아직은 실수가 많더군요. 노출제본의 꿰매는 과정 실수는 내구도의 하락으로 나타나니 문제가 될 수 있습니다. 뭐, 나중에는 더 나아지겠지요.






캡틱 바인딩의 표지는 오른쪽 하단처럼 크래프트지로 할 수도 있고, 여기 보이는 것처럼 브라델지를 배접해서 만드는 것도 가능합니다. 조만간 세 개가 더 완성될 것이고, 그러고 나면 손풀기로 대량 생산을 해볼까도 고민중입니다.-ㅁ-


어디까지나 고민인 것은 완성을 위해 손 대야하는 가죽이 세 장이나 있기 때문이고. 거기에 고전 제본도 여럿 손대야 하니 아직은 ... (하략) 일단 돌아오는 주말에 공방 가서 수틀과 기타 부재료 구입할 것 확인하고는 하렵니다. 시간 나면 가죽 열심히 갈아야하는데 왜이리 손이 안갈까요.;ㅁ; 노력은 해보겠습니다.



패치워크 퀼팅을 풀어쓰면 얼추 조각잇기 누빔쯤 될 겁니다. 완전히 같은 것은 아닌게, 한국의 조각잇기와 서양의 패치워크가 같은 것은 아니고, 퀼팅과 누빔도 방식이 상당히 다르기 때문입니다. 한국의 조각잇기는 감침질로 하지만 패치워크는 홈질이지요. 퀼팅도 땀의 정도가 다릅니다. 한국의 누빔은 1cm 안에 세 땀이라더군요. 하하하하하.



조각잇기를 시작한 것은 나리타 미나코의 『CIPHER』에서 보았기 때문입니다. 그 때 한창 이쪽에도 관심을 두고 있었던 때인데, 마침 좋아하는 만화에 패치워크 도안이 나오더군요. 애니스가 사이퍼와 시바에게 만들어 준 이불입니다. 조각잇기는 손으로 했지만 퀼팅은 재봉틀을 썼다고 하던가요. 아마 솜은 얇은 것을 쓰지 않았을까 생각해봅니다. 그 때 패턴을 보고 홀딱 반해서 실제 만들어 보고 싶다 생각하다가, 도안을 그려 비슷하게 나온 것 대로 시도합니다. 그 때 처음으로 동대문 천 상가들을 돌아다녔지요. 조각천도 꽤 있어서, 도움을 받아 가운데의 갈색을 골라 만들었습니다.


양 옆의 파랑과 빨강은 일본 여행 다니면서 마음에 드는 걸로 골라 모았습니다. 초록도 해볼까 생각은 했지만 도중에 마음을 접었습니다. 이렇게 천을 모으다보니 천의 양이 상당히 늘었던 데다, 그 즈음 데일리라이크에서 천을 사기 시작하면서 다른 쪽에 손을 댔던 겁니다. 그렇게 천이 늘어나다가는 감당 못할 수준이 되겠더라고요. 그리하여 조용히 초록색은 마음을 접었습니다.



사실 더 이상 퀼트 작품을 안 만드는 가장 큰 이유는 저 퀼트 소품의 '주인' 때문입니다. 음, 사실 저 것 만들 때 하나씩 다 주인을 두었습니다. 만들고 나서 어디 쓸까 하다가, 구관을 들고 다닐 때 둘둘 말고 다니는 매트 대신으로 썼거든요. 맨 첫 작품인 갈색은 첫째인 운하에게, 그 다음 들어온 진하를 위해서는 바로 파랑색 매트를 만들었습니다. 그리고 빨강은 세 번째로 들어왔던 진영이에게 주었다가, 진영이와 정연이가 둘 다 들어왔다 나가면서 그냥 두었습니다.


지금은 제일 작은 매트인 갈색을 꼬마 휴이에게 주고 파랑은 진하가, 빨강은 운하가 쓰는 셈입니다. 15년에 들어온 막내는 엊그제야 첫 번째 사진을 찍었는데 생각보다 매우 귀여워서 흡족하게 보는 중입니다. 일단 텐션부터 갈아야 하는데 MSD용 텐션은 줄이 더 얇지요. 지난 여행 갈 때 텐스미 들러 올걸 그랬나봅니다.



여튼 꼬마들 사진은 다음에 올려보지요.



이전 사진과 비교하면 땡땡이만 조금 늘은 것 같은 모양. 그래도 처음 시작했을 때보다 많이 늘었습니다. 특히 작년 초반의 사진과 비교하면 상당히 면적이 늘었습니다. 하지만 지난주에는 ...(먼산)





십자수 바늘이 부러졌습니다.

그냥 부러진 것도 아니고, 제 손으로 분질렀습니다. 그러니까 천 뒷면에서 땀을 뜨려고 힘을 주는데 갑자기 뚝......; 힘이 센 편이 아니라고 생각했는데 이 결과를 맞이하고는 잠시 망연자실했습니다. 허허허허허. 그리하여 지난 주말에 잊지 않고 바늘 하나를 챙겨와 이번주는 그럭저럭했다는 이야기입니다.



십자수의 변천사는 역시 두 달쯤 한 번에 모아서 보는 것이 제맛(?)이지요.-ㅁ-


이미 올렸을지도 모르지만, 찍은 날짜가 2015년 6월 11일.






2015년 10월 6일 찍은 사진. 가운데 섬 두 개가 생겼습니다.






2015년 10월 30일 사진. 뭐가 달라졌냐 물으시면, 사진으로는 잘 안보이지만 흰색이 늘었습니다.







이건 11월 6일 사진. 이 즈음에는 격주로 사진을 찍었습니다. 흰색이 늘어서 사진상으로는 티가 안나네요. 왜 흰색이 늘었냐 물으시면, 저 색 짙은 부분의 DMC 844를 다 써서 새로 구입해야하는데 계속 못하고 있는 상황이었습니다. 그리고 지금은 아예 다른 것부터 먼저 하고 844는 나중에.





11월 13일. 으아아아아;ㅂ; 티가 안나!





2016년 4월 7일. 그 사이는 워낙 드문드문 해서 말입니다. 하지만 자세히 보시면 섬 위로도 흰색이 나타났습니다.






4월 29일. 새로운 색이 늘었습니다? 티는 거의 안나지만 그래도 몇 군데 손이 더 갔지요. 빨리 844랑 white를 구입해야 하는데 몇 개 사야할지 감이 안옵니다. 언제 신세계 가면 근처 십자수집에서 몇 개 구입해야지요. 조금씩 사도 별 문제는 없겠지만 번거로움이 배가 될 건데...;

관련글: 제작중인 십자수 도안 출력본 전체 사진(http://esendial.tistory.com/6409)


프로그램을 돌려 만든 것이고, 프로그램에서 제공하는 최대 색 수가 아마 150개였던 걸로 기억하는데 그 때문에 DMC 실의 전체를 다 쓰진 않은 것 같습니다. 확신은 없지만 아마 실 색 수 다 쓸 일도 없었을 겁니다. 원래 그림의 색을 생각하면 특정 색이 빠졌을 가능성이 높거든요. 전체 색을 쓸 필요는 없었다는 이야기입니다.


그래도 한 번에 구입해야 했던 실의 수는 상당히 많았습니다. 그 당시 주문서가 아직 남아 있는데 102개를 주문한 것으로 되어 있더군요. 844번은 그 뒤에도 10개 정도 별도로 구입한 것을 떠올리면 색 종류가 102개 이상이라는 것이고 실제 들어가는 실은 그보다 많을 겁니다. 제가 가지고 있어서 구입하지 않은 실도 있었으니까요.



올해였나 작년이었나, G의 친구가 처분한다는 십자수 실을 제게로 왔습니다. 십자수 실 상자로 하나-아래 사진 왼쪽-였는데 받아보고는 이제껏 정리를 미루다가 꺼내들었습니다.





DMC 844 실을 새로 구입해야 하는데 주변에 십자수실 파는 집이 없어 허탕치기를 여러 번. 그래서 아예 844번 말고 새로운 색을 시작할 마음으로 도안에서 몇 가지 색을 뽑았습니다. 얼마나 실이 더 필요할지 감은 안오지만 하다보면 대강 알긴 하겠지요. 실을 꺼내려다 보니 제 실상자와 선물받은 실상자도 한 번에 정리하는 것이 낫고, 거기에 아직 꺼내지 않은 실도 섞어 정리하는 것이 낫겠다 싶었습니다.

근데 선물 받은 상자를 보니 실패에 감아 놓지 않은 실이 왼쪽에 보이는 것처럼 여럿 있습니다. 그러면 아예 제가 구입한 실과 함께 묶어 놓는 것이 낫겠다 싶더라고요. 사진 상으로는 잘 안 보이지만 왼쪽에 있는 두름(...)은 털실로 꿰어 놓은 겁니다. 꿰미가 맞을지 두름이 맞을지는...(먼산)





실 꿰어 놓는데 다시 털실을 쓸까 하다가 마침 운동화끈 남는 것이 보여서 거기에 꿰었습니다. 실 번호대로 꿰어 놓아 섞어 정리하면 끝. 가운데 태공 옆에 있는 실은 들고 갈 실입니다. 지금 하고 있는 것은 흰색이니, 다 끝나면 그 다음에는 위의 회색 실들이 들어가겠네요. 과연 언제쯤 십자수가 완성될까요. 하하하하하.....;



...제목은 사실이 아닙니다. 써놓고 보니 이건 대략 2/3정도의 분량이네요. 십자수 도안을 만들 때 썼던 프로그램이 기호가 한정되어 있어, 두 세트로 출력되었습니다. 즉, 위 도안 중 흰색으로 비어 있는 부분 중 일부는 다른 도안에 표기가 되어 있습니다. 일부라고 한 것은 하단 오른쪽 편에 흰색으로 비어있는 것처럼 보이는 것은 빈 것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이 사진이 작아서 실제 도안의 빈 부분이 어디인지는 판단하기 어렵네요.


하여간 위 종이는 모두 A4이며 전체 도안은 16장입니다. 16장이 두 세트이니 총 32장. 색이 몇 종류인지는 세어보지 않아서 모르겠네요. 상당수가 회색톤입니다. 푸른 회색도 있고 무채색 계열도 있지만 상당수가 회색.






6월 11일 사진.





10월 6일 사진.






10월 30일 사진.






11월 6일 사진.






11월 13일 사진.






..12월 사진이 없어서 반성하고는 아침에 서둘러 찍었습니다. 잘 보시면 그 간 진도가 꽤 나갔다는 걸 아실 수 있을 겁니다. 하지만 그 다음에 찍을 사진은 티가 날지 모르겠네요. 사진 상으로도 하단의 흰색 부분은 누렇게 변색 혹은 때가 타서 보이는 것이지, 흰색 실로 놓은 부분은 거의 안 보입니다. 지금 흰색을 놓고 있는 것은 작업하던 색의 실이 다 떨어졌기 때문이고요.


하도 오래전에 실을 사서 가물가물하지만 저 부분이 아마 실 10개 넘게 들였을 겁니다. 일단 다른 색 실을 더 써보고, 실이 더 필요하면 왕창 사둘 생각으로 대기 중입니다. 하지만 분량을 보아하니 저 색은 추가로 10개쯤 더 사도 문제가 없을 것 같아요.-ㅁ-;

다른 실이 더 필요하게 되면 어쩌나 싶어 멈추고 있는데, 오프라인에서 십자수실 사기가 힘이 듭니다. 매장이 없더라고요. 그나마 가까운 것은 동대문종합상가? 매장이 있긴 한가요. 하여간 다른 지역에서는 매장이 다 빠졌습니다. 명동에 있다던 곳도 없고, 홍대에 있다던 곳도 못 찾았고. 그래서 얌전히 온라인 주문할 생각으로 장바구니에 이것저것 담았습니다.



이제 문제는 집에서 실 찾는 겁니다. 아예 십자수실을 몽창 가져오기에는 짐이 많은데... .. ... 차라리 그럴까요. 하하하;



오랜만에 수첩 하나를 완성했습니다. 시작은 올 여름에 했는데 책등 부분은 다 꿰매 놓고는 지금껏 미루다가 이제야 완성했네요. 홈질로 꿰맸는데 오랜만에 바느질하니 그것도 좋더랍니다. 다시 바느질에 대한 열이 불타오르는 건, 지금 회피모드이기 때문이죠.

오른쪽에 있는 것이 무엇인고 하니,





책갈피입니다. 실리콘으로 된 책갈피인데 A5 크기인 수첩에는 크더라고요. 아쉬운 마음에 최근 읽기 시작한 『총 균 쇠』 양장본에 끼워 넣으니 딱 맞습니다. 그러니 앞으로는 두꺼운 책 읽는데 써야겠네요.






천으로 수첩표지를 만들면 당연히 불편합니다. 흐물거리기 때문에 고정이 안되거든요. 그래서 안쪽에 끼워넣을 판을 사왔습니다. 알파문구에 가서 A4 크기로 적당히 들고 왔는데 ... ... 이거 A5가 아니라 B6인지도 모릅니다. 기억에 이거 A4용지로 만들었던 것 같은데 아닌가.; 하도 오래전에 만들어서 기억이 가물가물합니다.


원래 쓰고 있던 수첩을 거의 빽빽하게 채워가서 새로 하나 살까 하다가, 종이도 잔뜩 있는데 그냥 만들자 싶어 제작했습니다. 앞서 쓰던 수첩도 그렇고 이것까지 이어 쓰고 있다보니 다이어리는 안 만들게 되네요. 이게 가계부랑 그날 그날의 일정과 활동 내용을 적는 것이라 다이어리를 따로 만들 필요가 없어 그렇습니다. 날짜 기록도 수기로 하고 있으니 일기는 아니고 요약본이나 개요라고 하면 얼추 맞겠지요.


표지를 만들어 달기 전부터 이미 수첩으로 쓰고 있었고, 지금도 열심히 쓰고 있는데.. 일단 목표는 이 수첩 다 쓰기 전에 G4 끝내는 것이지만 과연 그럴 수 있을까요. 적어도 이 수첩 세 권까지는 넘어가지 말자고요. 흑흑흑.;ㅂ;

원래 이름은 직조기가 아니라 미니베틀, 루미니(loomini)입니다. 미니베틀이라는 이름처럼 베를 짤 정도의 큰 틀은 아니고 어떻게 보면 화방에서 파는 캔버스 제일 작은 것이 떠오르는 정도의 크기입니다. .. 그러고 보니 캔버스 틀을 직조기 틀로 사용하는 방법도 있긴 하네요. 다만 루미니의 중요 포인트는 날실을 들어올리는 방식이라 집에서 간단히 하기에는 이런 직조기가 훨씬 쓰기 편합니다.




ciiz님이 빌려주신 틀은 개량 전 버전이랍니다. 지금의 개량 버전은 틀을 위 아랫부분에 홈을 파놓아서 거기에 실을 걸면 자연스럽게 날실을 고정할 수 있습니다. 이건 매끈하고 동그랗기 때문에 적절히 묶어 가며 고정해야 하는데 그 과정에서 장력이 일정하지 않게 되더군요. 쓴다면 개량품을 쓰실 것을 추천합니다. 개량품 설명은 Ziium의 loomini 설명을 참조하세요.(네이버 블로그: http://blog.naver.com/ziium_/220218734176)


가운데 있는 부분은 잉아로, 루미니의 핵심이라 해도 틀리지 않습니다. 잉아 몸통에는 5mm 간격의 홈이 있는데, 홈이 두 종류입니다. 얕은 홈과 깊은 홈이 있어서 거기에 맞춰 날실을 끼워 넣습니다. 그러면 실 간격이 일정하게 유지되는데다 잉아 아랫부분은 각이 져서, 돌리는 방향에 따라 실꾸리를 넣기에 용이하게 되어 있습니다. 베를 짤 때도 그렇고, 어렸을 때 평직과 능직 같은 기술가정 용어를 기억하신다면 천이 어떻게 구성되는지 아실 겁니다. 저건 평직 형식으로, 씨실을 걸어 놓으면 그 위에 날실이 1번 씨실 위로, 2번 씨실 아래로, 3번 씨실 위로 하는 식으로 건너 건너 들어갑니다. 그걸 간편하게 하기 위해서는 홀번째의 씨실과 짝번째의 씨실이 따로 움직일 필요가 있습니다. 그걸 잉아에 파놓은 홈과 잉아 아랫면의 평평한 면을 이용해서 하는 거죠.


예전에 보았던 태피스트리 틀에서는 실꾸리를 넣기 위해 건너 건너 날실을 들어올리기 위해서는 특별한 도구를 쓰거나 홀번째 혹은 짝번째 실을 걸어 묶어서 들어 올리라고 하더군요. 이쪽이 훨씬 편합니다.



그리고 결국 저렇게 걸어 놓은 실 중 일부가 장력이 안 맞아 늘어지는 통에 막판에는 조금 고생했습니다.=ㅅ=






날실과 씨실 모두 G가 집에서 보관하고 있던 털실을 썼습니다. G가 목도리 뜨다가 남은 털실이 여럿 있고 색만 다른 같은 실이길래 적당히 섞어서 썼지요. 오른쪽에 보이는 실꾸리에 적당히 감아서 쓰면 됩니다. 처음에는 중간에 끊어서 실을 교체했는데, 그럴 필요 없이 무작위로 실을 감아 놓고 그게 다 떨어지면 새 실을 넣어도 좋겠더라고요. 그래서 저렇게 들쭉날쭉한 배색이 나왔습니다.






잉아의 홈을 다 썼는데도 짤 수 있는 너비는 생각보다 작더군요. 컵받침을 짜기에는 좋지만 제가 생각하는 티매트를 만들기에는 부족합니다. 그래서 아마 실제 구입은 안할 가능성이 높네요. 대신 잉아의 아이디어가 굉장히 마음에 들어서 비슷한 방식으로 길게 제작해볼까 생각중입니다. 그럴려면 먼저 나무토막이 필요하고 나무를 오각형 형태에 가깝게 깎을 끌이 필요하고, 대패랑 줄톱도 필요한데. 그걸 구입하는 것이 먼저일지, 아니면 만든다는 것 자체를 까맣게 잊는 것이 먼저일지 저도 모릅니다. 아마 그걸 결정하는 것은 G4의 스트레스 강도겠지요.


아버지께 보여드렸더니 딱 한 마디. 이런 걸 잘 짜는 사람은 옆구리가 예쁘게 나온다고요. 음, 그거 저도 알아요, 아버지. 실은 저거 짜면서 매번 맨 바깥쪽 씨실을 챙겼어야 했는데 그러는 걸 잊었더니 저렇게 울룩불룩하게 나왔어요. 하.하.하.

그래도 이정도면 예쁘게 했다는 평을 들었으니 안심입니다. 이런 거 만드는 모양새는 아버지 보는 눈이 더 높습니다. 어렸을 적 친가에서는 이것저것 많이 만들었다 하고, 증조할아버지의 솜씨가 상당히 좋으셨다던가요. 그러고 보니 그 분도 목수셨죠. 제가 이것저것 만드는데 관심이 많은 건 그 분 때문이라고 우겨봅니다.




하여간 ciiz님 덕분에 재미있는 작업을 해볼 수 있었습니다. 처음에 실 거는 것은 조금 복잡하지만 실제 작업하니 진도가 쉭쉭 나가는 것이 재미있더군요. 게다가 배색하기에 따라 체크무늬 만드는 것도 가능하더군요. 거기까지는 해보지 않았지만 씨실 거는 것부터 해서 작업 시간은 대략 2시간 반 정도 걸렸습니다. 중간에 씨실이 늘어지는 것만 아니었다면 훨씬 빨리 끝났을 거고요.


그러니 생각난 김에 집에 있는 나무틀에 씨실 걸기용 못 박는 작업부터라도 시작해야겠네요. 일단 여기 들고 오는 것부터..?



작년이었나 재작년이었나. 데일리라이크의 천에 한참 홀려 있던 때가 있었습니다. 그 때 마음에 든 여러 천들을 샘플만 골라 덥석 구입했습니다. 3개씩 세트로 들어 있는 천들을 십 여 개 구입했으니 종류만 해도 상당하죠. 그 중 몇 종을 골라 라이너스의 이불을 만들기 위해 마름질을 했습니다.


기본은 4×12cm의 직사각형이고 그걸 세 개 이어 12×12cm의 정사각형을 만듭니다. 그걸 적절히 이어서 큰 이불을 만드는 거죠. 크기를 봐서 조금 작다 싶으면 가장자리에 천을 덧댈 거고, 아니면 그 상태로 뒷판만 댈 겁니다. 속에 얇은 솜을 넣고 누빌지는 고민되네요. 두께를 봐서 그냥 뒷면만 댈지, 아니면 솜도 넣을지 결정할 겁니다. 앞판의 조각잇기를 완성하는 것이 먼저이죠.


데일리라이크에서 파는 천은 45×55cm의 직사각형입니다. 그 치수가 정확하게 맞는 것은 아니라, 한쪽 모서리만 맞춰 집게로 집었습니다. 그리고 거기에 분필로 선을 긋고, 거기에 맞춰 길게 잘랐다가 다시 조각 크기로 자르기를 반복합니다.





그래서 이런 천이 세 뭉치가 나왔습니다. 앉힌 태공의 어깨보다도 높다니까요. 이 조각들을 다 이어도 원하는 크기에서 살짝 부족할 거라는 생각이 들지만 말입니다. 대략 계산해보니 그렇게 나오더라고요. 이걸 잇는 건 둘째치고 직조기도 한 번 써봐야 하고, 십자수도 꾸준히 해야 합니다. 그러니 언제나 할 거리는 많아요. 다음 주까지 토론 준비해야하는 책도 두 권이나 있지요. 하.하.하. 어떻게든 될거예요.


지난 주 중에 도착한 택배 상자 안에는 이런 것이 들어 있었습니다. 얼마 전 『행복이가득한집』에 소개된 미니 직조기를 보고는 해보고 싶다 했는데 ciiz님이 보내주셨습니다. 흑흑흑. 덕분에 이전에 만들어 놓았던 나무 틀은 쓰지 않아도 되어요! 아니면 이걸 보고 참고해서 부속을 추가 제작할 생각입니다.

직조기뿐만 아니라 직조할 때 쓸 수 있는 털실이랑 편지도 적어 보내주셨더라고요. 우후후후./ㅅ/



비닐팩 안의 가방을 열어보니 이런게 들어 있습니다.





직조기 틀, 씨실을 걸어 놓을 수 있는 눈금파인 자, 거기에 빗이랑 실꾸러미랑. 적당한 간격으로 씨실을 걸어 놓고 거기에 저 두 종류의 털실을 번갈아 날실로 쓰면서 빗으로 탁탁 아래로 내리친다. 대강 그런 구조인 것 같네요. 그리 어려워 보이진 않지만 실제 해보면 또 다르겠지요. 어떤 디자인으로 할지도 조금 생각해봐야 할 테고요.


그래서 열심히 G의 책장에서 북유럽 패턴을 찾아 보았습니다. 이중 어느 것을 쓸지는 조금 더 두고 보고, G의 털실 상자도 확인하고, 그 다음에 해야지요.



시범작 마치고 그 다음에 계속할지 어떨지는 올해 안에 결정할 예정입니다. 12월은 한창 마감으로 바쁠 테니 그 전에 해야겠지요. 시범작은 이번 주에 상경하면 그 때부터 시작을!

하지만 이럴 시간이 원래는 없는데 말입니다. 이러다가 커튼 만들겠다고 사온 천, 그대로 이불로 쓸지도 모릅니다. 아니, 달랑 두 마만 구입한데다 그것도 반으로 잘라 놓았으니 그럴 크기가 안되긴 하는데.


하여간 목표로 하는 이불은 일단 이런 분위기입니다.(하지만 조각잇기를 하는 시점에서 이미 전혀 다른 물건이 나올 거란 건 확실합니다.;)





사진 출처는 데일리라이크 낮잠이불(링크). 애들용 낮잠이불인데 천 종류가 셋입니다. 저건 Air in Forest이고, Nature와 Botanic Garden이 있습니다. 색 조합은 이쪽이 가장 취향이고요. 보타닉 가든은 이전에 한 번 올린 적 있던 분홍색의 토끼무늬(링크)입니다. Nature는 저도 왕창 사놓은 회색 바탕의 무늬 천(링크)이고요. 개 중 이쪽이 제일 때를 덜 탈 것 같은 생각에 이게 눈에 들어왔는데.


집에는 이 천이 없죠. 최근에 나온 천이라 예전의 구입목록에서는 빠졌습니다. 어쨌건 보고 있노라니 작년 말부터 고심중인 퀼트 이불을 본격적으로 손대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고요. 토요일에 『행복이가득한집』을 보고는 퀼트에 도로 마음이 가는 것도 문제입니다. 이게 문제인게, 후년 2월을 G4 마감 예정일로 잡아 놓은 고로 최소한 이번 9월까지는 1차 기획서를 내야합니다. 완벽한 것은 아니더라도 개요는 잡아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관련 자료를 최소 100건은 읽어서 리뷰를 써야 합니다.

미친거죠.

이런 시기에 조각잇기와 퀼트에 손댄다는 건 미친 겁니다. 그걸 알면서도 눈 앞에 회피할 거리가 있으니 회피하고 싶은 이 심정. 하하하하하.;ㅂ;




그리하여 저는 주말 동안 천을 잘랐습니다.T^T 자른 천에 대한 사진은 나중에. 지금은 조금 한숨 돌릴 타이밍인데, 사실 오늘 정신 없이 움직인 것 생각하면 정말... 하하하하.;ㅂ;



이랬던 십자수가,






여기까지 왔습니다. 지지난주 상황이라 지금은 이것보다 아주 조금 더 진도가 나갔고요.


참고로 말씀드리자면 저 십자수도안은 십자수 한 칸이 1픽셀로 원본은 사진 크기인 걸로 알고 있습니다. 그야말로 도트 찍는 감성으로 작업중인거죠. 그리고 사진 상으로는 잘 안보이지만 저기에는 전체 3종류의 색만 쓰였습니다. 잘 안보이는 옅은 분홍, 그보다 더 안보이는 흰색, 그리고 제일 많이 보이는 짙은 회색. 엄, 짙은 회색 외에는 거의 안 썼다 봐도 얼추 맞습니다?



티이타님의 자수글을 보고 있노라니 문득 생각나서 올려봅니다. 지금 속도라면 얼추 10년 내에 완성할 수 있을 거예요!(...)


그리고 세 건째는 이미 들어갔다는 함정이. 게다가 그 사이 십자수는 손도 안댔다는 또 다른 함정이. 아니, 정말, 저 G4 끝낼 때까지는 십자수 끝내고 싶다고요! ;ㅂ;

(그럴려면 정말로 그냥 십자수 바늘만 놔두고 나머지는 치워야해...)



딴 소리는 적당히 하고. 잘 보시면 아시겠지만 두 개 입니다. 하나는 중간에 턱 하니 놓인 사각형. 그것도 위 아래로 분할이 되어 있지요. 그리고 다른 하나가 바닥의 판입니다.


바닥의 판은 사실 옛날 옛적에 만든 겁니다. 그러니까 5-6년쯤 전이었을까요. 그보다 더 전이었는지도 모릅니다. 나리타 미나코의 『사이퍼Cipher』를 읽고 감명을 받아 거기서 아니스가 만든 퀼트 이불을 만들 생각을 했더랬습니다. 지금 생각하면 험난한 길이지요. 그게 크기가 얼마나 크고, 퀼팅을 하면 얼마나 걸릴지도 생각하지 않고 만들었습니다. 그것도 그 당시에는 설정자료집을 구하지 못해서 집 침대 크기를 참고하고 전체 크기를 재가면서 만들었지요. 나중에 확인해보니 대강 맞긴 하더랍니다.


하여간 위의 패치워크-조각잇기는 그 흔적입니다. 그 모양을 그대로 만들어 보겠노라고 시도한 것이었지요. 자매품으로는 그보다 앞서 만든 퀼트 연작 1-2-3(3번 링크)이 있습니다. 그것도 집에 그대로 남아 있네요. 그러고 보니 그거, 녹색 버전도 한 번 만들어 보겠다고 했는데. 생각만으로 끝났습니다. 천을 새로 사야한다는 것이 가장 큰 걸림돌이었지요. 퀼팅 매트 1과 2는 따로 블로그에 올린 적이 없지만 몇 번 배경으로 사용한 적이 있습니다.

뒤지다보니 저 매트 만들던 흔적을 2007년도 글에서 찾았습니다. 5-6년 전이 아니었군요. 하하하하하.


저 천의 용도는 상 아래 까는 겁니다. 마룻바닥이 상 다리와 닿아 흠집나는 것을 방지하려고 그런 거였지요. 처음에는 그랬는데, B님이 가르쳐 주시더군요. 상 다리에 테니스 공을 끼우면 된다고.OTL

아아. 그 쉬운 걸 왜 생각하지 못했을까요. 그러면 득득 긁히는 소리 내지 않고도 상 움직일 수 있는데! 테니스 공 사러 갈겁니다!


그리하여 매트는 바닥이 아니라 상 위에 놓이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이건 직사각형의 뒷면.  저건 그라데이션 천을 접어 만든 겁니다. 뒤를 보면 그라데이션이지만 뒤집으면 한쪽은 청회색, 다른 쪽은 진한 남색인 거지요. 아이패드 케이스입니다.



아이패드 케이스를 만든 것이 몇 년 전의 일인데, 엊그제 문득 들여다보니 꼬질꼬질한 것도 그렇고 모서리가 해진 것이 보여서 고민하다가 천을 뜯어 내고 속과 심은 재활용한채 다시 천을 댔습니다. 리커버링인셈이지요. 서둘러 바느질 하느라 만듦새는 그리 좋지 않지만 쓰는데 문제 없으니 그냥 만족하렵니다. 이러다가 나중에 바느질 거리 부족하면 뜯어서 다시 만들지도 몰라요.;







뒷면, 아니 속면은 이런 모습. 한창 뒷판 달고 있을 때 찍은 사진이로군요.'ㅂ'


도일리라는 단어를 종종 들어서 무의식 중에 제목에 적었는데, 검색해보니 doily로 장식용 깔개라 번역하면 되는 겁니다. 그러니 그냥 벚꽃 무늬 컵받침이라고 해도 되었네요. 하하;


하여간 G가 만들어준 받침입니다. 어느날 코바늘을 써서 슥슥 뜨더니 벚꽃 무늬 받침 두 개랑, 삼각형 받침을 주네요. 게다가 저 핑크는 그냥 핑크가 아니라 형광핑크입니다. 색이 화사해서 보고 있는 것만으로도 눈이 아플 정도니까요. 덕분에 요긴하게 잘 쓰고 있습니다.

원래 쓰던 작은 깔개는 아는 분께 선물 받은 거였는데, 벌써 5년 넘게 쓰다보니 지저분하기도 하고 살짝 낡았습니다. 그래도 마음에 들어 고이 고이 쓰고 있는데.. 이걸 받으니 두 장을 겹쳐 쓰게 되더군요. 그 사진은 나중에 다시 올리겠습니다.'ㅂ'
다만 실색이 연하다보니, 커피를 흘리면 바로 티가 납니다. 몇 번 빨았는데 빨 때마다 모양을 다시 잡아야 하는 것이 번거롭네요. 아예 커피에 담가서 물들일까..? =ㅁ= 그럼 커피 조금 흘려도 전혀 문제될 것 없잖아요?(....)


연휴 전에 도착한 물건들입니다. 총 11만원 어치. 정확히는 10만 9천원이지만 반올림 해도 되겠지요?

이 중 몇 가지는 사은품입니다. 뒤에 보이는 머그 세 개 중 큰 것 하나, 오른쪽의 천뭉치에 올라간 것도 사은품입니다. 뒤에 보이는 머그는 아마 첫 구입 사은품이었을 거예요. 머그 중 오른쪽에 있는 것은 일정 금액 이상 구입해서 따라온 것이고요. 가운데의 흰색에 패턴 들어간 것은 앞줄 맨 왼쪽에 있는 천과 동일한 패턴이고 구입한 겁니다. 구입하고 보니 사은품으로 온 머그랑 세트로 맞춰도 예쁘겠더군요.+ㅅ+

왼쪽 하단의 천은 1마를 구입했는데 분량이 상당합니다. 꽤 마음에 드는 데 이걸로 뭘 만들어야 하나 싶어서 일단 G에게 넘겼습니다. G도 천이 마음에 들어서 받았는데 뭐에 써야 할지 고민인가봅니다.

다른 것은 다 1/4마 패키지입니다. 천의 질감하고 천 패턴을 확인하기 위해 구입했다고 해도 틀리진 않습니다. 모두 패치워크를 위해 구입했지요. 엊그제 모임 때 들고 나갈 걸, 까맣게 잊고 그냥 나갔습니다. 허허허; 그래도 괜찮아요. 데일리라이크 본사는 대구라고 아는데, 5월 11일까지 목동 현대백화점 지하 1층에서 임시 매장을 연답니다. 이번 주 중에 한 번 다녀오려고 생각중이고요.

다른 것보다 저기 패턴 중에서 선택해 이불 커버를 만들려고 합니다. 제가 커버를 만들 능력은 안되고요, 천만 떼어다가 집 근처 이불집에 부탁할까 하고 있네요. 비용이 더 들더라도 제가 만들기엔 능력이 부족합니다. 불가능한 건 아니지만 완성도의 문제가..OTL


다만 천들이 다 화사한 것이 문제라면 문제입니다. 자주 빨 수 있는 마나 면, 린넨이라는 건 좋은데 때가 잘 탈 것 같아서요. 집에서 쓰는 천은 윗부분 커버가 합성섬유라 매끈합니다. 거기에 색이 채도가 높아 때가 덜 타는 편이고요. 그래도 천 무늬가 취향이라 고민, 또 고민 중입니다. 그래봐야 아직 독립하려면 멀었긴 하지요..^-T;


지난 번에 발굴한 천도 있고 해서 이모저모 한동안은 조각잇기를 할 것 같습니다. 사각 조각 잇기는 만들기는 쉬워도 완성도가 색 배합에 따라 굉장히 갈리는지라 고민되는데.;ㅅ; 잘 할 수 있을라나 몰라요.



덧붙이자면 지금 목동 현대백화점에 데일리라이크 임시 매장이 열렸습니다. 15일까지던가, 그렇던데 홈페이지에서 확인해봐야겠네요. 가보니 주로 인테리어 소품쪽이라, 기대하던 천은 몇 종 없었습니다. 아쉽지만 뭐....;
물론 지어 입힌 건 접니다.'ㅂ'

눈썰미 좋으신 분이라면 앞서 올린 사진에서 태공이 뭔가 입고 있는 걸 눈치채셨을 겁니다.

여행 가기 전에 문득, 겨울인데 태공이 왠지 추워보여 어깨를 덮을 무언가를 만들어 입혀야 겠다 생각했습니다. 어깨를 덮는다니까 가장 먼저 떠오른 것은 케이프죠. 목도리보다 이게 더 먼저 떠오르더랍니다. 다음에는 목도리나 숄을 G에게 부탁해서..(탕!)

하여간 어깨를 덮는 케이프는 그냥 원형 도안을 만들어 270도 부채꼴로 잘라내면 됩니다. 그러고 나서 가운데 부분을 도려내 한쪽 면을 자른 통조림 파인애플 같이 나옵니다. 그리기 어려운 것은 의외로 칼라 부분입니다. 칼라를 만들기가 쉽지 않더군요. 나중에 실제 만드는 과정에서도 약간의 문제가 있었습니다만 적당히 얼버무렸습니다.(...)




270도 원뿔과 거기에 맞춘 칼라. 케이프 코트 패턴으로 구글에서 검색하면 마사 스튜어트의 홈페이지에서 나온 축소 패턴이 있습니다. 부채꼴 도안은 필요 없고 필요한 건 칼라뿐. 대강 둘레를 맞춰 대강 제작합니다. 여기서도 적당히 하는 성격이 들어갑니다. 하하;


원래 천은 태공이 깔고 앉은 저 천으로 하려고 했는데 남은 조각이 너무 작아서 할 수 없었습니다.



적당히 찾은 천이 이거. 그라데이션이라 아래쪽은 옅은 색, 위쪽은 진한색이었다고 기억합니다.;




오늘 아침에 찍은 거라, 반짝반짝하진 않네요. 다리고 찍을 걸 그랬나봅니다.
실제 색은 회색이 감도는 청록색에 가깝습니다. 청회색? 이걸 뭐라 부르는지 조금 헷갈리는군요. 목에 걸어 놓은 것은 지난 크리스마스 시즌에 파리바게트에서 팔았던 쿠키봉지에서 얻은 겁니다. 루돌프 뿔이라고 생각하시면 얼추 맞습니다. 안쪽에 보이는 건 조금 남았다는 위의 천으로 만든 바이어스 테이프입니다. 칼라와 케이프 본체를 이을 때는 바이어스 테이프를 쓰지요.

이 모든 것은 중학교 기술가정 실습시간에 배웠습니다. -ㅁ-;




이런 천입니다. 비슷한 천을 세 종류 구입해왔는데 색이 다 마음에 들어서 한 마씩 밖에 사오지 않은 것을 후회했습니다. 다음 번에 가서 다시 구입하겠다고 생각한 게 몇 번인데, 매번 교토에 바로 직행하는 바람에 오사카에 못갔어요.;




이것이 뒤태.


보시면 아시겠지만 셜록 홈즈의 케이프 코트가 떠오르는 형태입니다. 여행가면서 G에게 보여줬더니 딱 한 마디 하더군요.

"파이프가 필요해."

훗.-_-b 만든 보람이 있었습니다.



혹시라도 푸와 비교하시는 분이 있을까봐.
『선계전 봉신연의』의 태공 보시면 아시겠지만 저게 옷을 입은 상태의 캐리커쳐입니다. 발목까지 오는 답답한 옷을 입고 있는 상태로 생략이 이뤄진 거라 위니 더 푸처럼 바바리맨 형태는 아닙니다.-ㅂ-;;
책 이야기입니다. 구입하는 책 말고 만드는 책 말이지요.

올 상반기는 이래저래 정신 없는 일이 많아서, 공방에 다시 발걸음한 것이 11월 넘어서였습니다. 11월부터 본격적으로 다니기 시작해, 그 전에 손대고 있었던 작업들을 손풀기 겸으로 완료했습니다. 지난 월요일에 작업을 마치고 G에게 넘겼지요.
블로그나 주변에 선물을 뿌릴만도 한데, 그냥 G에게 몽창 넘긴 것은 완성도가 떨어지기 때문입니다. 선물로 뿌리기에도 민망한 수준이라, 그냥 G에게 막 쓰라고 줬는데 공간이 부족해서 도로 제 책장으로 들어왔습니다.



이건 지난 주의 사진. 그 사이에는 사진 찍을 생각을 못했지요.


이 미니노트의 시작은 몇 년 전인데, 한참 전에 대량으로 콩코르지(紙)를 구입한 적이 있습니다.(링크) 공방에서 주로 사용하는 종이고 자주 구입을 하기 때문에 그 때 쫓아가서 회색, 하늘색, 연어색(분홍색), 미색을 잔뜩 구입했지요. 기억에 B5인지 A4인지로 잘라서 왔는데, 기본이 4절이었나, 하여간 판형이 맞지 않아 가장자리 부분이 상당히 많이 남았습니다. 그리고 그건 모두 접어서 저렇게 수첩으로 만들었습니다.
(근데 지금 사진 찾으면서 보니 콩코르지 색깔이 미제 군량인 건조 아이스크림 색이네요.ㄱ-)

문제는 그건데, 판지제본은 집에서도 간단히(...) 만들 수 있는 정도의 제본이라 쉽게 할 수 있음에도 계속 미루고 있다가 재작년에 들어서야 본격적으로 손을 대기 시작했습니다. 정확히는 올 초에 일을 그만두면서 그 때 싸들고 온 미완성 수첩들을 도로 공방에 가져 두어 손을 댄 것이었지요. 일을 그만두지 않았다면 아마 그대로 상자 어드메에서 잠들어 있었을 겁니다. 썩지는 않지요. 일단은 건조한 곳에 보관을 하니..ㄱ-;


하여간 11월에 다시 공방을 나가고 보니 저게 눈에 밟힙니다. 다른 작업들도 있긴 하지만 한동안 놀았던 터라 손풀기 겸해서 판지제본 노트를 만들기 시작한 겁니다.
만들면서 "나는 왜 매번 대량생산만 하는 거냐"고 투덜거리긴 했지만 원래 성격이 그런 걸요. 몰아서 하는 일을 즐기나봅니다. 그리고 앞서 만든 대량생산은 월야채월 미니북(링크), 화지로 표지를 씌운 브라델 제본 미니북(링크), 그리고 그 두 번째(링크), 브라델 제본 무지개 파워(링크). 그리고 브라델 제본 이전에 만들었던 몇몇 1/2가죽 제본 책도 동시에 일곱권인지 여섯 권인지를 진행했습니다. 이야아. 지금 적고 보니 진짜 몰아서 만드는 군요. 버스도 아니고 왜이래?;



마지막 작업인 면지 자르기 진행중.




그리고 마무리 작업 완료. 이번에도 화지를 표지로 썼습니다. 왜냐하면 집에 있는 화지를 소비해야하거든요. 오른쪽 상단에 있는 두 수첩의 표지 종이는 포장지 비슷한 종이입니다. 샘플로 온 건데 써도 된다 하셔서 덥석 물었습니다. 살짝 올록볼록한 것이 재미있더군요. 나머지는 대부분 화지, 일본 종이입니다.

근데 워낙 수첩 자체의 마무리가 엉망이라, 11월부터의 뒷작업도 힘들었습니다. 하도 그래서 아예 새로 브라델 제본이든 판지제본이든 꼼꼼하게 마무리 작업할만한 것을 찾아볼까 싶은 정도네요. 성격이 꼼꼼한 편은 아니라, 조금 설렁설렁했던 것도 있고.


하여간 G의 주문대로 책을 만들어주거나 하는 것도 고려해봐야겠습니다. G의 요청은 언제나 같은 내용이지만 제대로 쓰는 걸 별로 못 본 것 같지. 하하하.ㄱ-;



마무리 작업하던 지난 월요일에, 붙여 놓은 면지를 하나하나 자르면서 오늘은 수확하는 날이라 하니 공방 선생님이 웃으시더군요. 수확 맞잖아요.-ㅂ-/
친구 K를 위한 설명.-ㅂ-;

일단 내가 들고 다니는 워머는 지금 도안을 찾을 수 없나봐. 그보다 길게 떠달라고 하니까 아예 최근에 뜬 워머를 내놓던데?
어제 봐서 알겠지만 새로 보여준 것은 어제 끼고 나간 것보다 10cm 이상 길어.


색도 엷은 회색. 이 실은 집에 있어서 바로 쓸 수 있다네. 그리 무겁지 않고 신축성이 좋아서 끼면 팔에 착 달라붙어. 넉넉하게 뜨면 안되냐 했더니 원래 내가 끼고 다니는 것도 원래 이런 것이 늘어났다고.; 난 이전에 어땠는지 기억도 없지만 말야.

가격은 말한 그 가격이면 된대. 그러니까 도안이 달라지고, 실 색이 많이 엷은 회색이 된 정도.




끼어봤음.
안에 입고 있는 회색 옷은 유니클로에서 산 라운드 티. 그 회색보다는 이게 짙다. 내 것도 꽤 진한 회색인데 그보다는 엷은 회색이네. 내가 입고 있는 옷이랑 저 두 워머를 가져다 놓으면 그라데이션...ㄱ-;


하여간 내가 착용해보니 팔꿈치 조금 아래까지 온다. 내가 팔이 긴편이니까 보통사람이라면 팔꿈치 아래쯤? 조금 짧게 떠달라고 해도 되고, 저 엄지손가락 갈라지는데서 몇 센티미터라고 지정하는 방법도 있겠지. 하지만 이 길이도 꽤 괜찮을 듯.'ㅂ'


실에 따라 이런 저런 뜨기 방법을 선보이던데, 지난 추석 연휴 동안에 완성한 목도리 1은 무늬가 독특하더군요. 잘 안보이긴 하는데 태공이 누워 있는 저 면적이 전체의 1/6입니다. 저 길이의 여섯 배라는 이야기지요. 폭도 상당히 넓습니다.

그러나 둘러보고 깨달았으니, 무겁습니다. 이거슨 길고 긴 목도리의 숙명.ㄱ-; 긴 목도리는 털실이 많이 들어가기 때문에 대체적으로 무겁습니다. 길지만 안 무거운 목도리는 폭신한 털을 썼을 테고, 그건 단가가 확 뜁니다. 그리고 높은 확률로 세탁소행 확정. 하하하하;

추석 연휴 기간 동안 뜬 목도리 2는 G의 친구에게로 가는 풀색 + 상아색 조합입니다. 그것도 예쁘더군요. G 친구 E양을 위해 뜬 건데, 털실 받은지 3년 만에 완성한 것 같습니다.-_-; 부디 올 겨울에는 하고 다닐 수 있기를.;
완성도는 ...ㄱ-; 마음에 안 들지만 일단 완성했다는데 의의를 둡니다.;
앞선 글은 호접몽 - 10여 년에 걸친 제책(製冊) 프로젝트를 참조하세요.

저 글은 가죽싸기까지만 해 놓은 상태였고, 지난 여름부터 금박찍기 작업에 들어갔습니다. 그러고 보니 이 책은 금박 찍는 모습을 찍어 놓지 않았네요. 하여간 책등에 제목과 저자명을, 앞표지에는 로고를, 뒷표지에는 문구를 넣었습니다.



앞표지의 로고. 무슨 뜻이냐 물으시면 웃지요.ㄱ-;




금박 찍는데 사실 실패를..ㄱ-;
돌출띠가 없는 경우에는 사이에 -를 넣습니다. 그건 깔끔하게 잘 찍였는데, 저자명이 흐릿하게 나왔습니다. 일단 첫 번째 찍는 과정에서 온도가 너무 높아 눌린 것 같기에, 금박을 찍어도 깨끗하게 나오진 않더라고요. 상대적으로 LOTUS는 잘 나왔습니다.




LOTUS 뒤에는 Nelumbo Nucifera,




EXEDRA 뒤에는 Camelia Sinensis를 찍었습니다. Nelumbo Nucifera가 뭔지는 몰라도 이쪽은 아실 분이 있을지도 모르지요. 차나무의 학명입니다. Nelumbo Nucifera도 아시려나요. LOTUS, 연꽃의 학명입니다.-ㅁ-/ 양쪽 책에 일관되게 등장하는 소재가 차와 연꽃이라 저렇게 찍었습니다.




이런 느낌이군요.-ㅂ-





저거 찍으면서 높이도 제대로 못 맞춰서, 한쪽은 제목이 올라가고 한쪽은 제목이 내려가고.-_-; 다음에는 좀 제대로 만들어야겠네요. 다음에는 손에 쏙 들어오는 작은 책으로 해볼까.




이쪽은 케이스샷. 금박 완성하자마자 사진을 찍어서 어수선한 분위기입니다.



드디어 완성이니 책장에 꽂을 수 있는데, 꽂을 자리가 없다는 건 좀 문제로군요. 이번 주말에 책 좀 빼내어 봐야겠습니다. 그렇지 않으면 정말 서가 포화상태를 견딜 수 없어요.T-T


전 주에 이어 지난 주도 금박찍기. 그리고 이번 주도 금박을 찍습니다.

혼자서 책상을 잔뜩 차지하고 앉아 금박찍기 작업을 하는데, 지난 주에는 상당히 험난했습니다. 이 모든 것은 로이스 맥마스터 부졸드 여사님의 이름과 책 제목이 길어서 그런거예요. 그나마 r님의 소설은, 이름 한 줄에 제목 두 줄이면 족했습니다. 그러니 활자도 제목 한 번, 제목 두 번 하여 도합 세 번 갈아끼우면 됩니다.
지난 글에도 설명했지만 금박 찍기를 위해서는 ① 트레이싱지를 올려 놓고 그냥 눌러 찍기, ② 달구어 눌러 찍기, ③ 습기 주고 달구어 눌러 찍어 태우기의 전 작업이 필요합니다. 그러고 나서 픽서(접착제)를 바르고 말렸다가 금박을 올려 찍지요.
한데 r님 책은 픽서가 부족했는지, 달군 활자의 온도가 낮았는지 금박이 제대로 안 들어갔습니다. 이번 토요일에 다시 픽서 바르고 찍어야지요.

하지만 문제는 부졸드 여사님 책입니다. 스케치북에는 도안을 그려 놓았고, 저기 오른쪽에 보이는 것이 활자들이며, 나무 손잡이가 달린 것이 활자를 넣고 조여 찍을 때 쓰는 겁니다. 뭐라 부르나 찾아보니 컴포스터라고 부르네요. 관련 도구는 바인딩몰(http://www.bindingmall.com/)에 나와 있으니 참고하시고....



토요일에 작업하면서 실패한 흔적이 저 책 네 권입니다. 원래는 두 권인 『마일즈의 전쟁』과 『보르 게임』을 두 권으로 나누어 만들었습니다. 왜 두 권으로 만들었냐면, 행복한책읽기에서 나온 책은 실제본이 아닌 본드제본 책이라 책장을 붙여서 대수를 만들었기 때문입니다. 붙였더니 책이 너무 굵어져서 한 권으로 만들기 어렵더군요. 그래서 두 권으로 나누어 만든겁니다.




나누어 만들었더니 또 책 두께가 상대적으로 얇아, 저자명과 서명을 찍기에는 공간이 부족합니다. 그래서 Lois McMaster Bujold는 Lois, McMaster, Bujold로 한 줄씩 나누어 찍고 책 제목 The Worrior's Appention도 두 줄로 나누었습니다. The Vor Game은 괜찮겠거니 싶어 한 줄에 찍었더니 보기 불편하네요.


찍은 걸 보시면 알겠지만 엉망 진창입니다. 원래는 모든 활자를 동인한 위치에 찍어, 저자명도 한 줄에 보여야 하나 저 가죽이 보기보다 질기더군요. 달구어 찍고 위에 습기를 주어 다시 찍으려 하자 가죽이 도로 올라왔습니다. 그 때문에 같은 위치에 찍는 것에 실패해서 저자명 줄 간격이 일정하지 않고 들쭉날쭉합니다. 흑흑흑.;ㅂ; 아놔, 다음에 저 책등에 찍을 때는 차라리 다른 가죽에 찍었다가 붙일까봐요. 저 상태니 픽서를 바른다 한들 제대로 금박이 찍힐지도 걱정이네요. 그래서 아예 금박을 찍지 않는다는 생각도 하고 있습니다. 그냥 저렇게 제목만 두려고요.
일단 이번 주에 가서 저게 그대로 자리를 잡고 있는지 확인하고, 금박 찍는 여부는 그 뒤에 생각하렵니다. 아직 찍을 책들이 많으니 조금 미루었다 해도 되겠지요.;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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