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이 닭살 돋으십니까? 저는 소름이 돋습니다. 제가 쓴 제목이지만 참 무섭군요.)

역시 더러운 기분을 정화시키는 것으로 가장 좋은 것은 책이 제일 좋군요. 책에 푹 빠져 있는 동안 우울하고 꿀꿀하고 침울하고 더러운 기분이 저절로 흡착되어 날아가고 책을 덮었을 때는 순수하게 즐겁고 행복한 기분만 남습니다. 물론 여기에서 다시 그 우울하고 침울하고 꿀꿀한 것들을 생각한다면 다시 기분이 더러워지겠지만 히로미 파워는 굉장한지라 상당히 오래갈 듯합니다.(일단 오늘 저녁까지는)

하여간 이런 연유로 해서 기분도 가라 앉아 있는데(게다가 내과에 가야할지 말아야 할지 못정했습니다) 어제 사온 GO 히로미 GO가 보입니다. 어제 8권은 대강 훑어서 엔딩 확인은 했지만 7권은 전혀 들여다 보지 않았으니 한 번 봐야지요. 그리고는 신나게, 피식피식 웃음을 흘리며, 제 대학시절을 조금씩 떠올리며 봤습니다.

제 대학시절은 히로미보다도 훨씬 무미 건조했지요. 대개의 경우 학교기숙사-집의 세 군데를 오갔으며 가끔 책사러 동대문이나 종로에 나가는 것이 전부였습니다. 이것저것 관심을 가지고부터는 돌아다니기도 했지만(그 때는 브레드가든이 없어서 유암산업까지 직접 찾아가기도 했습니다) 본격적으로 놀기 시작한 것은 졸업 이후였습니다. 아니, 지금의 제가 그렇게만 생각하고 있는지도 모르지요. 만화책 1천권을 돌파한 것이 대학 시절이었고, PC통신 활동도 그 때부터 시작했으니 말입니다.

아소우 미코토의 책은 라이센스로 나온건 다 가지고 있지만 그 중 가장 마음에 드는 것은 이쪽이 아닐까 합니다. 천연소재는 그 알 수 없는 엔딩에 완결권을 붙들고 한참을 쳐다보았던 기억이 있고, BELL은 아직 엔딩도 나지 않았지요? 엽기발랄이라는 말이 딱 어울릴.. 하지만 하는 짓이 밉지만은 않은 이 천방지축 아가씨를 다시 볼 수 없다는게 조금은 슬픕니다. 뭐, 멋진 여자가 과연 될 수 있을지가 걱정되긴 하지만요. 되면 되는 대로 난감하기도 하고.


그러고 보니 만화책 사면서 뭔가 빼먹은 것 같다 했더니 Blood Alone을 또 빼놓고 안 사왔습니다. 다음에는 절대 잊지 말고 챙겨야지요.

폴 퀸네트, <인생의 어느 순간에는 반드시 낚시를 해야할 때가 온다>, 바다출판사, 2004

지난 글에서 말했던 그 우울증 이야기의 원본을 찾아 올립니다. 다만 대화부분만 따서 올리겠습니다. 다 치자니 좀 길군요.

P. 369
(중략)
"말레이시아에서 우울증은 아주 단순합니다. 우리 동네에 한국인 선승이 있는데, 얼마 전 그가 우울증에 대해 강론을 했어요. 그는 우울증이 문제 때문에 생긴다고 했어요. 문제가 있으면 그것을 해결해야 되며, 그러지 못하면 우울해진다고요. 하지만 문제를 해결하기 전에 두 가지 질문을 자신에게 던져봐야 한다고요."
"두 가지 질문이 뭔가요?"
"첫 번째 질문은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가?' 지요."
"대답이 '그렇다'면 그 때는 모든 방법을 동원해서 문제를 해결하면 됩니다. 문제를 해결하면 우울증은 사라지지요."
"두 번째 질문은 무엇입니까?"
"두 번째 질문은 '이 문제는 해결할 수 있는가?'입니다."
"그건 첫 번째 질문이었던 것 같은데요."
"첫 번째 질문과 두 번째 질문이 같은 질문이거든요. 두 번째 질문의 답이 '아니다'이면 문제는 해결될 수 없고 나는 걱정할 게 없지요.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면, 나는 문제를 갖고 있지 않은 셈이니까요."
"우울증을 유발한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면, 그건 문제가 아닙니다 내 문제가 더 이상 문제가 아니라면 우울할 이유가 없는 거고요."
(중략)

해결할 수 없는 문제는 내가 어떻게 발버둥을 치더라도 도리가 없는 것. 해결할 수 있다면 해결책을 찾아서 해결해야지요. 최종적으로 이 선문답에서 요구하는 것은 발상의 전환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


이 책이 이렇게 심각한 이야기만 있는 책은 아니랍니다. 이야기 전체중에서 가장 심각한 부분이 여기였지요.^^;
낚는다라는 의미가 아니라....

최근에 읽은 책 중에 <인생의 어느 순간에는 반드시 낚시를 해야할 때가 온다>라는 긴 제목의 책이 있습니다. 폴 퀸네트라는 유명(한지 어떤지는 모르지만)한 심리학자가 쓴 책이랍니다. 하도 읽을 것이 없어-최근의 우울모드에는 이것도 일조했습니다. 분명 11월 30일까지 가져다 달라 했는데 전화했더니만 지금 나갈 준비중이다라면서 다음주에 보내주겠다는 것은 무슨 심보인데! 내년부터는 거래 안할겁니다.-_-+-주문해놓고 까맣게 잊고 있던 저 책을 집었습니다. 정말 오랜만에 유쾌하게 웃을 수 있었던 멋진 책입니다.

다만; 이런 저런 문제로 한 번 밖에 못 읽었다는게 아쉽군요. 특히 우울증과 관련된 문제로 선승과 대화한 것이 참 인상 깊었습니다. 인도였던가요, 하여간 어딘가의 선승과 같은 비행기를 타고는 서로 직업 이야기를 하다가 심리상담가(저자는 보통 낚시 저술가라 소개하지만 이경우엔 심리상담가라고 했습니다;)가 무슨 직업이냐라는 질문을 받게 됩니다. 이런 저런 사람들을 상담해주는 일이다라고 하니 자기들의 입장에서는 우울증이란 존재하지 않는다라는 대답을 듣습니다. 왜 그러냐라는 저자의 물음에 "문제자체가 존재하지 않으니까"라는 한국의 선승의 대답을 인용합니다.
(정확한 상황이 기억나지 않는다는게 아쉽군요. 지금 제게 꼭 필요한 책인데 말입니다...)

문제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은, 우울한 기분을 만드는 문제들이 내 힘으로 어떻게 할 수 없는 것이기 때문이라는 겁니다. 이 화두를 들고 폴은 고민을 합니다. 그렇지 않아도 지점장에게 해고 통고를 받고 부당해고에 대한 소송 준비를 하며 심각한 우울증을 앓고 있는 어느 은행의 부지점장을 한창 상담해주고 있던 차였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그 직후 부지점장을 만났을 때 그는 단도직입적으로 묻습니다.

"지점장이 해고의사를 철회할 가능성이 있습니까?"
"한다면 하는 사람이니 철회하지 않을겁니다."

그런 상황이라면 복직은 생각하지 않는 것이 낫고, 문제는 존재하지 않습니다.

"그럼 당신의 고민은 무엇입니까?"

재정적인 고민이 가장 크지요. 재 취직이 어렵기도 하고.... 라며 생각하던 상담자는 급기야 발상을 전환합니다. 직장을 잃는 것을 인정하고 대신 든든한 실업 수당을 얻습니다. 그리고 일손이 필요하다며 자기를 부르던 친구를 도와 이직하기로 결정합니다. 문제가 없어지니 길이 보입니다.




저도 그렇게 문제를 잊고 길을 볼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첫비행님이 읽은 책 목록을 죽 정리하신 걸 보고는 어디까지 정리했는지 포스트를 뒤져보았습니다.

...

태그도 제대로 들어가있지 않고, 제대로 정리되어 있지도 않고. 다시 손 대려면 업무시간을 꼬박 날려야 할 정도의 일이로군요. 책쪽에만 들어가 있는게 아니라 일상생활(無)에도 들어가 있으니 말입니다. 거참. 11월도 마침 끝났으니 시간 날 때 다시 손을 대야겠습니다. 더불어 12월까지 적어두고는 2006년의 독서 현황표라도 작성을...?


모 서점 플래티넘 회원 자격은 이미 넘었고. 슬슬 구입목록 재작성에 들어가야겠군요. 2007년 재무계획표(라 쓰고 가계부라 읽는다)도 대강 정리를.....;

생각의 나무에서 우편물이 도착했습니다.
혹시 도서목록인가 싶어 만져봤는데 그런건 아닌 것 같고, 뭔가 우툴두툴한 것이 있는게 달력인가봅니다. 뜯어보니 역시 안에는 달력이 들어 있군요.

제 이름으로 온 것이 아니라 정확히는 제가 일하는 곳으로 왔지만 저는 혼자서 일을 하니 제가 써도 괜찮은겁니다.(뻔뻔) 뭐, 개인용이 아니라 업무용으로 쓰게 되겠지만 말입니다. 만약 씨네 21에서 올 연말에도 달력을 준다면 그걸 업무용으로 쓰고 생각의 나무 것은 그림 감상용으로 컴퓨터 옆에 올려둬야지요. 훗훗훗. 모니터에 다닥다닥 붙어 있는 포스트잇들을 거기에 옮겨 붙여도 되고요.
2007년 달력의 주제는 Hiertonymus Bosch(히로니뮈스 보쉬, 히에로니무스 보쉬 등 다양하게 읽을 수 있습니다)입니다. 가까이 놓고 보기에는 조금 걸리는 면이 없지 않아 있군요.

맨 뒷장입니다.
생각의 나무에서 나오는 우리가 아직 몰랐던 세계의 교양시리즈가 나와 있습니다. 그렇지 않아도 챙겨야겠다고 생각했는데 있는 책을 제외하고는 다 도서관 신청목록에 올려야겠습니다.

내부는 이처럼 보쉬의 그림이 부분으로 실려 있습니다. 한 그림이 아니라 여러 그림을 실었다는 것도 재미있군요. 사진은 9월의 그림인 <건초수레>입니다. 역시 부분이군요.

일정을 적기 편하게 달력이 큼직큼직합니다. 여기에도 보쉬의 그림 일부분을 따서 캐릭터 처럼 붙여 놓았군요.


생각의 나무도 그렇고 지호도 그렇고. 내년에도 부지런히 도서관 신청목록에 올려야겠습니다.
지난 토요일의 신문 북 섹션을 읽으면서 슬픔의 눈물을 줄줄줄 흘리고 있습니다.(과장법 100% 포함)
수능 끝나고 나면 책이 쏟아져 나와서 이번에 증간했다는 편집자의 말대로 이번에 실린 책들은 보고 싶은 책들이 굉장히 많습니다. 소개된 책들도 그렇고 광고로 실려 있는 책들도 그렇고요.

이렇게 실린 책들은 세 종류로 나눌 수 있습니다. 검토 해야할 것, 사야할 것, 도서관에 신청해야할 것. 하지만 이번엔 이렇게 가르기도 쉽지 않군요. 일단 도서관에 다 신청하거나 검토 목록으로 밀어 넣고 구입 여부를 결정해야할듯합니다. 이 목록들이 제목에서 말한 세 가지 목록입니다.
(실상 지금 구입해야하는 최 상위 목록에 올라 있는 것은 뉴타입 10월호 - 클램프판 플래티넘 버전입니다.-_- 현재 온라인 서점쪽에서는 품절입니다. 중고로라도 구해야하나 고민이로군요.)

- 청소부 밥 : 배려의 작가가 직접 기획하고 감수한 책이라는데 젊은 CEO와 나이든 청소부의 대담(?)이라는 구도는 다른 책들과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이쪽은 검토후 도서관 신청 목록에 올릴 겁니다.

- 시간을 파는 남자 : 이쪽은 사서 보고 싶은 책. 하고 싶은 일은 따로 있지만 현재의 여러 발목 잡는 일 때문에 삶에 허덕이고 있는 보통 남자가 인생의 대차대조표를 만든답니다. 그 대조표에 의하면 35년간의 시간을 빚지고 있다는군요. 지금 최소 3년의 시간을 빚지고 있는 저로서는 한 번 읽어봐야할 책입니다. 업고 가야할 것, 엎고 가야할 것을 나눌 필요를 느끼고 있거든요. 일단은 구입. 하지만 대강 내용을 훑어보고 싶습니다.

- 희망을 찾아서 7 : 읽고 싶지만 사고 싶다는 생각은 아직 들지 않습니다. 도서관 신청목록에 올린 후 들어오면 보렵니다. 혹시라도 도중에 검토하게 된다면 사게 될지도 모르지만 그럴 가능성은 높지 않군요.

- 지혜의 일곱 기둥 : 아라비아의 로렌스 원작이랍니다. 도서관 신청목록 필수.

- 지식인마을 : 쉽게 읽는 인문학이라. 도서관 신청목록 필수입니다.

- 4천만의 국어책 : 일단 검토는 해야겠지만 도서관 신청목록에 올리렵니다.

- 산해경 : 호오. 현암사에서 산해경도 나왔군요. 우리가 정말 알아야 할 동양고전 시리즈입니다. 도서관 신청목록에 필수.

- 말이 먼저, 음악이 먼저 : 검토후 도서관 목록에. 마(이스터)징가라는 필명부터가 범상치 않습니다.+_+

- 웰컴투정글 : 도서관 신청목록에 꼭 올릴겁니다. 희망의 이유의 싱글맘 버전이 아닐까란 기대가 되는데요. 검색하다보니 희망의 이유 외에 희망의 밥상이란 책도 나와 있군요. 같이 신청해야겠습니다.

- 비단 : 검토 후 도서관 신청. 원래 이런 쪽의 소설은 잘 읽지 않는데 불륜이 인생의 우화로 승화한다는 그 반전이 궁금합니다. 거기에 키이라 나이틀리 주연의 영화로 제작중이라니 그 전에 대강이라도 훑어 보고 싶습니다. 영화 제작이 되면 분명 들어오게 될 가능성이 높은데 말이죠.

- 클레피, 희망의 기록 : 도서관 신청 필수입니다. 전쟁과 글쓰기, 그리고 자유와 희망에 대한 이야기로군요. 안네 프랑크의 일기와도 비슷한 경로 덕에 살아 남을 수 있던 "클레피"에 대한 이야기. 읽어보고 싶습니다.

- 물의 아이들 : 필독! ;ㅁ; 하지만 구입해서 볼지 도서관에 신청할지는 결정하지 못했습니다. 사실상 이 포스트를 하게 만든 것은 물의 아이들이었으니.... 예전에 금성출판사에서 나온 60권짜리 전집에 끼어 있어 잠깐 읽었던 이 책을 드디어 다시 만나게 되었습니다. 판타지. 하지만 그 단어 만으로는 표현할 수 없는 무언가가 있습니다. 삽화도 들어갔다니 꼭 챙겨봐야지요.

- 밀리언 달러 티켓 : 이건 읽어볼까?라고 생각하는 정도입니다. 맨 처음에 언급했던 청소부 밥과도 닮은 내용이고, 이전에 읽었던 다른 책과도 비슷한 형식이로군요. 우연히 퍼스트 클래스를 타게 된(좌석 업그레이드로;) 한 남자의 옆자리에 영국의 대부호가 앉습니다. 그리고 날아가는 동안 성공법 8가지에 대한 이야기지요. 실화 바탕이라는게 조금 매력적입니다. 도서관 신청 예정 도서.

- 이기적 유전자 : 도서관 신청 필수 도서. 30주년 기념판이랍니다.+_+

- 몽타이유 : 읽어보고 싶은데 도서관에 신청할지, 어떨지 고민입니다. 요약하자면 검토 후 도서관 신청 정도일까요? 중세 이야기라지만 보통의 중세 이야기가 아니라 이단 농민들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미시사. 일상생활사가 IMF 후에 슬슬 한국에 들어오더니 이 책도 그 물결을 타고 있습니다. 가격이 조금 걸리지만, 거기에 781쪽이나 되지만 신청해볼까요. 들어올 수 있을지 조금 걱정이.-_-a (그보다는 제가 제대로 다 읽을 수 있을지가 더 걱정입니다.)



많군요, 많아요.
다음주에도 이렇게 책이 쏟아지면 이번 겨울 동안 소화해야하는 책 목록이 천장 높은 줄 모르고 쌓여 갈텐데 다 해치울 수 있을까요. 들어갈 비용도 만만치 않을 것이니 정리한 지금도 눈물만 줄줄 흘리고 있습니다.(훌쩍)
무크타르 마이, <무크타르 마이의 고백>, 이룸, 2006


이 책을 처음 본 것은 꽤 오래전의 일입니다. 책이 나온 직후가 아닌가 생각하고 있습니다. 나온 날짜가 8월 24일이니 아마도 연수를 다녀온 뒤에 보았을겁니다.(그렇게 따지면 아주 오래된 것도 아닙니다;) 하지만 내용을 대강 알고 있기 때문에 손이 가지 않았습니다. 무크타르 마이와 관련된 기사들은 이 사건이 발생한 후 여러 외신들이 상황을 전하면서 알고 있었으니까요. 그러다가 어제 이 책을 집어들었습니다.

세계가 100명의 마을이라면을 읽으면서도 생각했던 것이지만 저는 정말로 축복받은 삶을 살고 있습니다. 하루 세 끼를 다 챙겨먹을 수 있고 수도와 전기가 완비된 곳에서 살고 있으며 납치와 폭행에 대한 특별한 두려움 없이(100% 걱정 하지 않는다고 하면 거짓말입니다) 살고 있으며, 여성임에도 불구하고 사회활동을 하고 직업을 가지고 있어 고정적인 수입이 있을뿐더러, 저는 컴퓨터를 사용하고 초고속인터넷을 이용합니다. 이렇게 나열한 것을 종합하면 저는 세계 1%의 상류층(-_-)일겁니다.

무크타르 마이의 고백을 읽고서 여기에 하나 더 덧붙이고 싶어졌습니다. 제가, 대한민국에 태어난 것을 정말 다행으로 생각합니다.(먼산) 제가 파키스탄에 태어났다면 여자로서 저런 대접과 모욕과 비난을 받고 제 정신으로 서 있을 수 없을 겁니다. 아마도 일찌감치 자살의 길을 택했겠지요. 수 많은 파키스탄의 여성들이 그랬던 것처럼 말입니다.

무크타르 마이의 이야기는 2002년부터 시작됩니다. 카스트 제도가 있는 파키스탄에서 무크타르 마이는 소작농 계급의 이혼녀입니다. 아버지와 가족의 뜻에 따라 결혼을 했지만 능력없는 남편 때문에 이혼하고 친정에 돌아와 살고 있었지요. 제대로 된 교육을 받지 못해 글을 읽지도, 쓰지도 못하지만 대신 코란만은 암송하고 있었기에 이혼 후에는 마을 아이들에게 코란을 가르치며 그래도 어느 정도의 지위를 누리며 살고 있었습니다.
그랬던 무크타르 마이의 삶이 송두리채 뽑혀 나간 것은 이웃 때문입니다. 밭 하나를 사이에 두고 저 건너편에는 마이의 계급보다 상위 계급의 사람들이 살고 있습니다. 무장도 가능하고 횡포도 부리고 마이의 계급보다 훨씬 세력있고 권력과 가까운 사람들입니다. 이 사람들이, 마이의 12살(13세로 나오기도 하나 정확한 나이는 아무도 모른답니다. 출생등록 같은 것이 전혀 없으니 어른들이 넌 몇 살이다라고 하면 그런줄 안다 하는군요)난 남동생이 집안의 여성과 말을 했다는 이유로 감금하고 폭행합니다. 그 남동생을 구하기 위해 잘못을 빌러 그 옆마을(이라기엔 그 부족이라는 말이 어울리겠군요)로 간 다음 그 곳에서 부족장이 결정한 대로 네 명의 남자들에게 끌려 집단 강간을 당합니다. 강간 후에 반 나체가 된 몸으로 그곳 부족사람들이 보는 가운데 집으로 돌아옵니다. 그리고 며칠 뒤 강금되었던 남동생도 집으로 돌아옵니다.

이 이야기가 점점 커졌던 것은 언론과 외신들에 의해 외국에까지 보도되고 파키스탄의 여성인권유린과 연계되어 계속적으로 기사가 나갔기 때문입니다. 그렇지 않았다면 마이는 같은 처지에 놓였던 수 많은 다른 파키스탄 여성들처럼 자살을 선택했겠지요. 파키스탄 법률에 의하면 강간당한 여자는 반드시 증인으로 남자 넷을 대동해야하는데 마이의 경우 창고에 끌려가 강간을 당했기 때문에 증인으로 세울 수 있는 남자는 강간범인 카스트 상위 부족의 네 남자 뿐입니다. 이들이 증인으로 설까요? 말도 안되는 이야기지요. 거기에 이들은 경찰과도 연계되어 있고 그 주의 높으신 어르신들과도 잘 아는 사이였으니까요.

마이는 여기서 죽음 대신 경찰에 신고하고 고소하고하는 머나먼 싸움의 길을 떠나갑니다. 그리고 그 와중에 자신같이 "모르기 때문에 당하는" 여자아이들이 없기를 바라며 마을에 학교를 세워 여자아이들과 남자아이들을 가르칩니다. 그리고 여성인권을 위해 여러 여성들과 함께 싸워나갑니다.
이와 관련된 이야기는 직접 책을 읽어보시기를 권합니다.

책 중간에 일자무식 소작농의 딸의 아닌 어느 파키스탄 여 박사의 이야기도 나왔습니다. 여성인권 유린의 한 예로 등장하더군요. 상당히 좋은 집안에서 자라 공부도 열심히 해서 박사학위를 딴, 고위 계급의 여성이 있습니다. 결혼해서 남편과의 사이에 아들도 하나 두었지요. 평소와 다를 바 없는 어느 날, 남편은 일로 집을 비우고 그녀는 혼자 집에 있었습니다. 잠을 자는 사이에 인기척을 느꼈고 누군가 알 수 없는 사람에게 강간을 당합니다. 집을 지키는 사람이 없는 것도 아니었고, 군이 그 집을 지키고 있는데 누가와서 강간을 합니까? 그 사람은 밤새 그녀를 괴롭히고 아침에는 TV를 켜서 영어 방송을 보는 등 느긋한 행동을 하다가 사라집니다. 얼굴도 보지 못해 정확히 알 수는 없지만 추측컨대 고위 군인이겠지요.
경찰에 신고하고 범인을 찾으려는 과정에서 그녀는 협박을 당합니다. 폭행의 충격도 채 가시지 않은 상태에서 협박까지 당하고, 제대로 된 조사도 받지 못하게 되자 결국 그녀는 파키스탄을 떠나 영국으로 갑니다. 남편의 보호 아래에서였지요. 그러나 아들은 출국 허가를 받지 못합니다. 어쩔 수 없이 아들은 파키스탄에 남겨두고 영국으로 가야하는 어머니의 마음. 저는 겪어보지 않은 일이지만 ... 뭐라 할 말이 없습니다.

이슬람에서의 여성 인권이 낮은 것은 아닐겁니다. 이슬람의 율법이라는 이름하에 자행되는 전근대적인 관습법이 문제지요. 유교라고 다릅니까? 같은 유교의 지배하에서였지만 고려와 조선 전기 때, 그리고 조선 후기에서의 여성 지위는 상당한 차이를 보입니다. 그저 어떻게 받아들이냐의 문제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무크타르 마이의 저항은 파키스탄 내에서도 찬반논란을 일으키며(외세를 등에 엎고 날뛰는 여자, 외세에 휘둘리는 여자 / 파키스탄의 여성 인권을 위해 몸바쳐 헌신하고 있는 여자 등) 결국엔 간통법 개정에까지 이르릅니다. 엊그제 나온 기사가 있었기에 저도 이 책을 읽을 생각이 들었지요.


세상에는 불합리한 일이 많습니다. 고개를 돌리고 싶지만 그러면 안됩니다. 내가 그 일에 관여할 수 없을지라도 똑바로 바라봐야 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참여자가 될 수 없다고 방관자가 되어서는 안 될테니까요. 주시자라도 될 수 있도록 말입니다.
파울로 코엘료, <악마와 미스프랭>, 문학동네, 2000

코엘료의 책 중에서 연금술사 다음으로 좋아하는 것이 악마와 미스프랭입니다. 아침에 갑자기 끝부분만 보고 싶어져서 꺼내 읽었다가 또 가슴에 콱콱 와 박히는 부분이 있었지요.

p. 244 - 245
"맞아요. 하지만 성인이 찾아왔을 때부터, 그리고 그들이 대화하는 내내 아합이 쉴새없이 칼을 갈았다는 것을 염두에 둬야 해요. 그럼에도 사뱅은 편안하게 잠을 잤죠. 세상이 자기 자신의 반영이라고 확신한 아합은 성인에게 도전하기로 마음먹고 이렇게 물었어요.
'만약 여기에 도시에서 가장 아름다운 창녀가 갑자기 들어온다면, 그녀가 아름답지도, 매력적이지도 않다고 생각할 수 있겠소?'
성인은 대답했어요.
'아니오. 하지만 나 자신을 통제할 수는 있을거요.'
'내가 엄청난 양의 금화를 주며 산을 떠나 우리와 함께 지내자고 제의한다 해도 그 금화들을 자갈 보듯 바라볼 수 있겠소?'
'아니오. 하지만 난 나 자신을 통제할 수 있을 거요.'
'두 사람이 당신을 만나러 왔는데, 한 사람은 당신을 경멸하고, 또 한 사람은 당신을 성인으로 우러러 받든다면, 그 둘을 똑같이 대할 수 있겠소?'
'힘들긴 하겠지만, 나 자신을 통제해 그 둘을 똑같이 대할 수있을거요.'"

(중략)
아합은 사뱅이 자기와 똑같은 사람이라는 사실을 깨달았을 때, 자기 역시 사뱅과 똑같은 사람이라는 사실을 깨달은 것이다.
모든 것이 통제의 문제, 그리고 선택의 문제일 뿐 다른 그 무엇도 아니었다.

p.248
"얘야, 너는 결국 내가 전에 권한 대로 하게 될 거야. 난 다른 건 몰라도 이것만은 자신 있게 말해줄 수 있단다. 사람은 짧을 수도 있고 길 수도 있지. 모든 것은 우리가 삶을 살아내는 방식에 달려있어."



모든 것은 선택, 그리고 통제에 달린 것.( ")
모 동에서 어느 분인가가 "소장할 만한 책을 추천해주세요."라는 글을 올렸습니다. 그 글을 보는 순간의 머리 띵함이라니.lllOTL 물론 저런 글을 쉽게 넘어갈 수도 있지만 직업상 그게 안되는군요.

문제1. 현재 소장하고 있는 책을 알려주시겠습니까?
책을 많이 가지고 계시지는 않다 하더라도 가지고 있는 책과는 겹치지 않게 해야하지 않겠습니까.
덧붙여 소장하고 있는 책은 취향을 말합니다. 지금 가지고 있는 책과 잘 어울리는 책으로 골라드리는 것도 추천의 스킬입니다.

문제 2. 최근에 읽으신 책은 어떤 것이 있습니까? 그에 대한 호불호는?
옛날에 산 책이라 하면 지금과는 취향이 다를 수도 있지요. 그러니 최근에 읽어서 좋았다는 책이 있으시다면 가르쳐 주세요. 그와 비슷한 책으로 여러 권, 혹은 여러 작가를 추천해드리겠습니다.

문제 3. 소장하고 싶은 책에 대한 정의가 애매합니다.
제게 있어서 소장하고 싶은 책은 한 번 사두면 여러 번 보는 책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최근 1년간 제 서가에 들어온 책들은 50%가 요리책(잡지), 50%가 추리소설입니다.(만화책은 빼고도 그렇습니다.) 추리소설 같은 것은 사보는게 아니라고 빌려보는 분들도 있을텐데, 저는 오히려 순문학이나 인문서적보다 이런 쪽이 더 좋습니다. 하기야 인문, 과학, 공학 서적은 몽창 도서관을 애용하고 있으니까요. 가격의 문제가 있기도 하고 말입니다.



책 추천이란 참 골치아프답니다. 잘 추천해서 읽는 사람이 기쁘다고 하면 저도 굉장히 기분이 좋지만 그냥 그랬다거나 별로다라고 하면 참 미안해지거든요. 그러니 사전에 협의를 잘하고 의견교환을 해서 추천하는 것이 가장 좋습니다.

엔도 슈사쿠, <회상>, 시아출판사, 2004

원제가 IKI JOZU SHINI JOZU라고 되어 있군요. 잘 살고 잘 죽기 정도의 의미일까요. JOZU=じょうず(能手)일테니 단순하게 "잘"이라고 해석하기는 의미 전달이 확실하게 되지 않습니다. 그냥 마음으로 이해하세요.(먼산)

어제 다시 꺼내 읽으면서 마음에 와 박힌 단어가 선마였습니다.

내가 베푸는 선행이나 사랑이 상대방에게는 매우 무거운 짐이 될 수도 있다. 상대방에게는 달갑지 않은 친절일 경우가 있다는 것이다. 그런데 그 사실을 스스로 알아차리지 못한 채 자신의 사랑이나 선의 감정에 눈멀어 자기만족에 빠지게 된다. 이러한 사람을 일컬어 '선마'라고 한다.
(p. 26)

뒤에는 이런 이야기도 있습니다.
자신이 좋은 일을 하고 있기 때문에 자신의 모든 행위를 상대방이 인정하고 받아들여야 한다는 마음으로 무조건 밀어붙이는 여성을 종종 볼 수 있다고요. 비단 여자뿐만 아닙니다. 스토커는 남자도 있지요. 남자 스토커들도 "내가 당신을 사랑하니까"라며 막무가내로 밀어붙이는 예를 볼 수 있습니다. 주변에 그런 케이스가 하나 있어서요.

악마가 되지 말아야 한다는 것은 당연하지만 선마도 되면 안되겠지요. 당연합니다. 어느 쪽이건간에 민폐에 상대방에 대한 무배려, 피해가 따라 붙으니까요.

장태호, <당신의 아프리카에 펭귄이 방문했습니다>, 종이심장, 2006

여행책(혹은 포스트)에는 세 가지 종류가 있습니다.(키르난 기준)

1. 기행문은 대리만족이다. 책으로 대신 체험하는 것으로 충분하다.
ex> 한비야씨의 책을 포함한 대부분의 기행문들
2. 아무리해도 저런 여행은 가고 싶은 생각이 들지 않는다.
ex> 오지 체험기, 배낭여행기 중 일부, 자전거 여행기 등.
3. 괜히 봤다. 적금을 깨고 싶어진다.
ex> 도쿄 기행 중 일부, 사진만으로도 사람을 흔드는 무서운 책들

최근의 여행책들은 사진 위주, 거기에 약간의 글을 덧붙여 내놓지만 만족할 만한 수준에 오르는 것은 손에 꼽을 정도입니다. 대개는 1번이거나 0.5번쯤 되는 "괜히 읽었다. 돈과 시간이 아깝다"라는 수준입니다.

어쩌다보니 한 달 정도 꾸준히 여행관련 책들을 들여다 보고 있는데, 읽고 싶은 마음이 들지 않아 가장 나중으로 제쳐놓았던 이 책은 이 중 3번에 해당됩니다. 3번에 해당되는 책들이 거의 일본여행이나 관련 포스트들인데 이것은 일반적인 여행지가 아닌 아주 독특한, 아프리카를 무대로 하는 책입니다. 정확히는 남아프리카 공화국이지요.

사진도 멋지지만 글도 아기자기합니다. 에스키모 중에서 종종 발견되는 글타입인데 읽기 편하게 조곤조곤 이야기를 들려주는 듯한 말투입니다.(글쓴이가 한국사람인데 왜 에스키모 언급을 하시냐 하면 웃지요.)
특히 남아공에서 만날 수 있다는 농장체험은 보는 사람의 속을 흔들다 못해 왕복 항공권이 얼마나 되는지 확인하러 달려가게 만듭니다. 생각만 하고 기억의 저편으로 묻어두었던 남아공의 블루트레인조차 지름의 불씨를 살리게 만듭니다. 본문에는 블루트레인이 등장하지 않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런 지름의 충동을 불러 일으킵니다. 거기에 여행 기간도 며칠이 아니라 적어도 한 달, 길게는 몇 년으로 잡게 만드는군요. 지금이라도 당장에 짐 싸들고 (그렇게 영어를 싫어함에도) 남아공으로 어학연수를 떠나고 싶습니다.

저 못지 않게 여행책을 많이 들여다본 가크란도 이 책이 최근 몇 달 간 본 여행문 중에서 가장 마음에 드는 것이라는데 동의했습니다. 그러니 저는 지금부터 적금들러갑니다. 언제쯤 갈 수 있을까요?

포인트가 그렇게 잔뜩 쌓인 이유가 뭔지 궁금해서 찾아봤습니다.

9월 중순 Cafe Sweets, MOE 구입.(오프라인)
같은 날 UGUF의 도쿄탐험, 파리의 보물창고, 캐나다의 보물창고, 두나's 런던놀이, 일능 3급(이건 부탁 받은 것) 수험서 구입.

다음날 김서령의 가(家), 키리하라가의 사람들 1-4, 음양사 별전 구입. 이중에서 키리하라와 음양사 별전은 삽질이었습니다. 그 자세한 내막은 아는 사람만 아는 이야기로 남겨둡니다.

그리고 엊그제 행복한 사람 타샤 튜더, 타샤의 정원, 비밀의 계단, 높은 산의 모험(뒤의 두 권은 찔레꽃 덤불=브렘블리 헷지 시리즈) 구입.

어제 교보문고에 가서 MOE와 Mama's cafe 2를 구입했습니다. 1은 몇 개월 전, 책이 교보에 들어왔을 때 구입했고요. 구입하면서 포인트가 25000점인 것을 확인했습니다.




그렇다면 누적 19권. 20만원은 안 넘었을 것 같은데 ............ 다 계산하니 20만원에서 1150원이 모자랍니다. 하하하; 그리고 어제 그 포인트를 이용, 14000원의 책 한 권을 구입했습니다. 한 달 동안 구입한 책이 총 20권이군요. 읽기는 다 읽었으니 다행입니다.(삐질;)
윌리엄 더프티, 슈거 블루스 - 설탕, 세상에서 가장 달콤한 독, 북라인

한참을 고민하다가 집어든 책입니다. 보고 싶은 마음 반, 보고 나면 설탕 섭취를 못할테니 차라리 안 보는 것이 낫다는 생각 반. 그러다가 결심을 하고 읽기 시작했습니다.

이야기의 시작은 저자의 이야기입니다. 더프티씨가 어떻게 글로리아 스완슨과 만나게 되었고 어떻게 설탕을 끊었으며 그 뒤 어떤 효과가 나타났는가에 대해 나와 있습니다. 보고 있자면 절로 설탕을 멀리하고 싶어집니다. 그리고 그 뒤엔 주르르르르르르르륵 설탕의 해악에 대해 나와 있습니다. 세상 모든 정신병은 설탕이 원인이고, 사람의 몸이 기력을 잃는 것도 설탕 때문이며 여자들이 생리통으로 고생하는 것도 설탕 때문입니다. 그러나 만악의 근원인 설탕이 그 정체가 밝혀지지 않은채 인류 사회에 존재하는 것은 설탕이 가져다주는 돈을 사랑한 국가(19세기 이전)와 농장주(사탕수수농장)와 기업(설탕공장)들의 로비 덕분입니다.

써놓고 보니 음모론이군요. 지금 40% 가량을 남겨 두고 있지만 뒷장에 등장하는 무설탕 음식 만들기는 미리 보았습니다. 도대체 설탕을 빼면 무엇을 먹으란 말인가란 생각이 들어서 말이죠. 하지만 의외로 먹을게 많습니다. 설탕은 모든 미네랄과 영양소를 제외하고 만든 물건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문제가 되는 것이지 미네랄과 비타민이 들어 있는 천연의 사탕수수즙이라든지 꿀 정도는 허용이 됩니다. 문제는 이런 단 것에 익숙해지면 설탕에 손댈 수도 있기 때문에 가능하면 피하라는 것이지요.





이런 이유로 현재 밀가루, 설탕 금식 중입니다. 음하하; 하지만 설탕 금식은 정말 어렵습니다. 아침에 간식으로 어떤 것을 챙겨갈까 생각하며 편의점의 판매대를 떠올렸는데 흰 우유 말고는 먹을게 단 하나도 없었습니다. 결국 내일부터라도 고구마 슬라이스를 싸가지고 다녀야겠다고 결심했습니다.
설탕 금식의 길은 멀고도 험하군요.
추석 연휴 첫날 아침의 잡담입니다.
(어제는 출근했지요.-_-; 대신 플러스 알파가 있긴 하지만.)


1. 요즘 평소보다 2시간 정도 더 자고 있는 배경에는 지난 일요일의 삽질이 끼어 있습니다. 평소 취침 시간이 10시 반인데 일요일에는 간신히 12시를 넘기지 않고 잤거든요. 이유는 CSI. CSI 데이라고 해서 그날 종일 TV만 보고 있었습니다. 덕분에 마이애미와 뉴욕의 연결 고리도 볼 수 있었지요.
마이애미와 뉴욕의 공조수사는 두 건이었습니다. 한 건은 이미 알고 있었지만 그 뒷 이야기인 다른 건(연쇄 살인사건)은 못 봤습니다. 뒷 이야기보다는 앞 쪽이 취향이었던 것은 뉴욕 반장님과 마이애미 반장님의 대화 덕분이었습니다. 둘이 서로 소개를 하고 수사 조건을 맞추고 나서 협상 완료라고 말하는 부분, 'got deal'이라 하더군요. 왜 망상을 피웠는지 아시는 분은 ...... (먼산)


2. 이렇게 열심히 소설을 읽은 것은 굉장히 오랜만입니다. 최근에는 소설이 잘 읽히지 않아서 여행기 위주의 가벼운 수필들만 보고 있었지요.(생각난 김에 조금 수준 높은 에세이 두 권도 다시 읽어야겠습니다. 서가에 꽂힌 책들이 저를 유혹하는군요) 인문학 서적도 거의 손을 안대고 있는 상황에서 비록 판타지와 추리소설이지만 분량 많은 것을 한꺼번에 읽어내리니 뿌듯합니다. 게다가 페이지 수도 엄청나다고요!


3. 타샤 튜더 할머니의 책도 지난주-이번주에 걸쳐 읽었습니다. 재미있고, 사진에 홀딱 반하고, 저도 그렇게 정원을 가꾸고 싶어집니다. 그래도 저는 꽃이 많은 정원은 좋아하지 않아요. 정원일에 힘을 다 쏟을 수 없는 상황이니 타샤 할머니처럼은 못하죠. 대신 저는 나무가 많은 정원이 좋습니다. 꽃이 많이 피지는 않아도 녹색이 푸르르고 많이 수확해서 먹을 수 있는-이게 주 목적-정원이 좋습니다. 이점에서는 소노 아야코씨와 닮았는지도요. 대신 수확이 많은 정원은 북쪽보다는 남쪽에서 가능하다는게 조금 문제라면 문제일까요. 저는 남쪽보다 북쪽을 좋아합니다.
(하기야 조만간 한국이 아열대에 들어간다면 북쪽에서도 문제없이 차나무와 대나무와 금귤과 마멀레이드용 귤을 재배할 수 있겠지요.)


4. 윽. 설거지가 제게로 떨어졌습니다. 일하러 갈 시간이네요.
미야베 미유키는 이름만 많이 들어보고 정작 소설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하지만 이 책에 대해서는 그 전부터 알고 있었지요. 바로 그남자 그여자 후기에서 츠다씨가 뒤통수를 맞은 것 같다던 소설이 이겁니다. 그 때문에 책이 들어오기 전부터 두근거리면서 기다리고 있었고요. 정작 책이 온 다음에는 다른 의미로 뒤통수를 맞았지만...

역자는 양억관씨. 대체적으로 읽기 무난한, 편한 편입니다. 하지만 그 분께도 심심한 위로의 말을 드리고 싶습니다. 이 많은 이야기를 어떻게 번역 하셨답니까. 총 3권, 거기에 권당 500페이지가 넘습니다. 총 1600페이지를 넘어갑니다. 분량은 이리 많아서 처음에 손이 안 가니 문제지 읽기 시작하면 속도가 마구 붙어서 시간은 얼마 걸리지 않습니다. 아침 출근 때부터 읽기 시작해서 퇴근하기 전 1권 독파 완료. 그 뒤 2-3권은 마구 속도를 내서 지금 방금 막 읽기를 끝냈습니다. 그러고 보니 집에 들어온 다음에는 샤워하는데 걸린 시간과 홍염 7권을 다시 훑어 보는데 걸린 1시간 남짓한 시간 외엔 내내 이것만 붙들고 있었군요.
(헉.; 진짜 빨리 읽었구나.;;;)


어느 책에선가 작가가 이런 이야기를 했습니다. 맨 마지막의 딱 한 장면, 그 장면을 위해서 자기는 이 소설을 썼다고요.* 그 못지 않게 이 책도 맨 마지막의 그 장면을 위해 썼다라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앞은 다 전주곡, 그리고 클라이막스는 딱 거기입니다. 앞 부분 읽을 때까지는 책 제목에 대해서도 신경쓰고 있지 않다가 클라이막스의 카운트 다운 들어가면서 깨달았습니다. 그래서 이건가라고요.

길지만 길지 않게 느껴지는 멋진 책입니다. 하지만 재미있냐라고 물으시면 고개를 갸웃할겁니다. 등장인물들과 희생자에게 너무 감정 이입이 되어서 그런가봅니다. 특히 쿠도군에게는 심각한 감정 이입이 되어서 말이죠. 그렇다고 책 읽다가 쿠도가 누구지라고 물어보시지는 말아주세요. 은유입니다, 은유.


미제사건으로 남은 여러 살인 사건들. 그 희생자와 희생자 가족들에게 애도를 표하며.....


* 소노 아야코. 천상의 푸르름(헤븐리 블루)을 그렇게 썼다고 녹색의 가르침에 썼습니다.
전체적인 임팩트는 약했지만 소소하게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판타지 소설이었습니다. 전체 임팩트가 강한 소설이라면 보고 나서 일주일 정도는 드러눕기 때문에 제게는 이정도가 딱 적당합니다.

가장 마음에 안들었던 것은 표지. 그리고 현재 이 책이 절판 상태라는 것입니다. 구할 생각은 지금으로선 없지만 이후에 구하고 싶어진다면 이것이 가장 문제로군요. 그래도 아주 사고 싶다고 생각할 정도는 아니라서 다행입니다. 그래도 다져진 글발과 그 만담덕분에 웃음을 터뜨리며 즐겁게 보았습니다. 취향이던 캐릭 몇이 망가지는 것은 슬펐지만 내용 전개상 어쩔 수 없었지요.

몽테 크리스토 백작의 플롯을 따라가고 있었다지만 판타지와 판타지가 아닌 것의 차이가 이쪽에서 드러나지 않나 싶습니다. 거기에 여자 한 명 때문에 인생을 망친 그 누구도 참 안됐군요. 당신이 판타지 주인공인 이상 평범하게 사는 것은 무리 아니었습니까. 하하하; 그래도 덕분에 지루한 삶 속의 활력은 얻지 않았습니까. 비록 그 동안 이를 바득바득 갈 정도로 힘들긴 했지만 말입니다.



연휴 초반에 읽어서 다행입니다. 이제부터는 보고 싶은 부분만 살짝살짝 골라서 보겠습니다. 수업가기 전까지는 그래야겠네요.
열혈모드로 돌변, 열심히 독서중입니다. 이제 홍염의 성좌 5권이니 고지가 머지 않았습니다.




그러니, 다 읽고 돌아오겠습니다.;;
(참고로 어제 저녁부터 읽기 시작해 12시까지 4권 읽고 잤습니다. 오전 중엔 확실히 끝나겠군요.)
정확히는 추석 연휴까지 읽어야할-소화해야할-책들입니다.

- 홍염의 성좌
불꽃님께 빌려온 홍염 전권. 다 보고 추석 연휴 지난 뒤에 QED와 함께 발송됩니다.(웃음) 판타지라서 부담이 없긴 하지만 하루 종일을 읽는데 투자해야할 것 같고 보고 난 뒤의 후유증이 살짝 두렵습니다. 지르고 싶다고 생각하지만 않았으면 한다니까요.

- 타샤 튜더
최근에 나온 타샤 튜더의 책 중 한 권은 이미 독파했습니다. 행복한 사람 타샤 튜더. 타샤의 정원만 읽으면 되는데 앞권 분위기상 진도는 빠를 것으로 예상합니다. 대부분이 사진이지만 보고 있자면 정말 저리 살고 싶다는 생각이 드는군요. 그렇다 해도 미국의 19세기 의상을 입고 생활한다는 것은 왠지 마음에 안들어서.

- 흑색 수배
이것은 현재 읽고 있습니다. ... 실은 30분 전에 꺼내들었지요. 앞 몇 페이지를 읽었는데 일단 분위기는 마음에 듭니다. 아, 스카페타 시리즈 최신간입니다. 1-2권 읽는데 그리 시간은 많이 걸리지 않을겁니다. 다 읽고 나면 탸사의 정원으로 입가심(...)을 해야지요.

- 슈거블루스
설탕을 더 확실히 끊기 위해 보기로 결정한 책입니다. 설탕의 해악에 대해 설명한 책으로 보이는데 읽고 난 뒤에 후기 올리겠습니다.

- 시크릿 하우스
최근 과학쪽 책을 너무 안 읽고 있어서 신간을 하나 꺼내들었습니다. 이쪽도 나름 재미있겠군요.

- 오레오 쿠키를 먹는 사람들
그러고 보니 이것도 읽고 있었습니다. 읽는 도중 새 책이 들어와서 일시정지가 되었지만 이쪽은 좀더 묵혀가며 읽을겁니다. 다 읽고 나면 거의 모든 것의 역사를 읽게 될 가능성도 있군요.

- 생활의 발견, 파리
여행책읽기 붐을 편승해 나왔다고 할까요. 이쪽은 파리의 일상생활을 보여주고 있다길래 들고 왔습니다. 이쪽도 마음 편하게 읽어야지요.

- 모방범
이건 좀 고민입니다. 읽고는 싶은데 3권, 권당 500페이지가 넘고 총 페이지 수가 1640페이지 가량 됩니다. 읽을 수 있을까란 생각이 잠시. 하지만 츠다씨의 후기를 보고 났더니 도전의식이 불타오릅니다. 일단 뒤로 미루고 독서에 불타오르게 된다면 그 여세를 몰아 도전해보렵니다.



그 외에 읽은 책들이라면 오기사, 행복을 찾아 바르셀로나로 떠나다(그저 그랬습니다. 전작이 더 낫더군요). 분명 이것 말고도 더 있었는데 기억이 안납니다.OTL 어제 읽은 책은 이게 아니었는데 뭐였더라?

그래도 정상적인(?) 내용의 글을 하나 올려야 겠다는 생각에 제한 시간을 5분으로 두고 홀라당 씁니다.(먼산)


가클이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을 본다고 하길래 가져다 주었지만, 저는 지난 연수 기간동안의 룸메이트가 이 책을 읽고 펑펑 울었다는 이야기에 손을 대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그러길 잘했다는 생각을 했지요. 어제 가클에게 간략한 내용을 들었거든요.

보통 취향에 맞지 않아서 보지(영화의 경우도 해당) 않는 것들은 가클에게 보지 않겠다, 내용을 가르쳐 달라고 부탁합니다. 그렇게 해서 내용을 들은 영화도 몇 있고 소설도 몇 있습니다. 볼 예정이라면 가클이 이야기 해주겠다 해도 귀를 막고 도망갑니다. 종종 이런 일로 투닥거리기도 합니다만...;
이번 경우엔 영화든 소설이든 둘다 절대 보지 않겠다고 하고는 간략한 내용을 들었습니다. 영화는 주인공 두 사람의 이야기에만 초점을 맞춰서 두 사람의 과거에 대한 이야기는 거의 비추지 않나봅니다. 그래도 볼 생각은 없습니다. 적어도 소설 내용을 알아버린 제겐 그 두 사람이 가진 과거의 무게가 너무 무겁습니다. 소설 속에서만 일어날만한 일이 아니라, 현실에서도 분명 있을 법한, 혹은 분명 존재할 이야기인 겁니다.

읽지 않기로 결정한 가장 큰 이유는 그들 두 사람의 과거에 있는 사건들 때문입니다. 제가 가장 싫어하는 범죄가 그 안에 들어 있더군요. 한 쪽은 간접 피해, 한 쪽은 직접 피해이지만 직접이든 간접이든 간에 그런 내용이 들어간 소설을 읽으면 아마 한 동안 피폐해져 있을겁니다. 어떤 사람에게는 이런 소재가 고름을 터뜨려준다고 할지 모르지만 제게는 고름을 터뜨리면서 기력도 함께 짜버립니다. 그러니 피할 수 밖에 없는 것이지요.



읽지도 않은 소설에 대한 글이라.
어차피 한국 소설은 판타지를 제외하고는 읽지 않습니다. 잘못하면 한국 소설의 그 어두운 그늘에 함께 묻혀 헤어 나오지 못할지도 모르니까요.

이번에 구입한 여행책이 UGUF 시리즈 3권과 두나's 런던놀이입니다. 총 네 권이지요.
앞서 말했듯이 공짜로 책을 구입할 수 있는 건수가 생겨서 돈 아깝더라도 도전해보자고 주문한 것이 위의 네 권인데 진짜 이 중 적어도 두 권은 돈이 아까운 책이었고, 두 권은 공짜로 구입해서 다행인 책입니다. 제 돈 주고 사기는 아까운 책이랄까요. 순위를 매겨보면 아래와 같습니다.

UGUF 도쿄Ver < UGUF 파리Ver < UGUF 캐나다Ver < 두나's 런던놀이

일단 두나의 런던놀이는 UGUF와는 다른 분위기입니다. 사진이 주종을 이루며 글보다는 사진이 훨씬 많고 제목 그대로 런던에서 노는 모습을 찍은 것이 주 내용입니다. UGUF는 그 공간에서 생활하며 주변의 가게 소개를 사진과 함께 곁들인 느낌입니다.

UGUF의 도쿄Ver가 왜 맨 바닥인지는 지난 글에 썼으니 넘어가고, 파리도 그와 비슷한 이유로 점수가 낮았습니다. 차라리 제게는 파리의 스노우캣이 더 재미있더군요. 차분하고 침착한 말투라기보다는 들떠있고 블로그 글을 그대로 옮긴 듯한 사진 편집과 다른 책들과의 차별성 없는, 거기에 어디선가 많이 본 사진 스타일-요즘 여행책자들 대세가 이런 사진이더군요-은 굉장히 많이 거슬렸습니다. 화보를 찍을 때 쓰는 것 같은 두꺼운 종이, 그리고 그 비슷한 느낌의 책. 가격도 높고....

캐나다 쪽이 높은 점수(?)를 얻은 것은 지역이 캐나다이고, 여행 일정을 따라가는 것이 꽤 재미있었기 때문입니다. 실내 사진이 대부분인 파리쪽보다는 풍경이나 개리지 세일 등의 모습이 잘 드러나는 캐나다가 나았다는 것이죠.

두나가 가장 높은 점수를  받은 것은 처음부터 이것이 여행지에서 혼자 놀기의 모습이며, 사진들마다 찍은 카메라의 기종이 있어 그걸 살펴보는 재미가 쏠쏠했기 때문입니다. 거리의 풍경을 그대로 옮긴 듯한 모습, 무작정 카메라를 들고 런던 거리를 돌아다니며 마음에 드는 풍경을 찍어가는 모습이 눈 앞에 선합니다.



그러고 보니 두나가 가장 낫다고 평가한 이유가 따로 있었군요.
다른 세 권을 보고서는 그냥 그렇다고 생각했지만 런던 놀이를 보고서는 이번 도쿄여행 때는 필카를 들고 움직여볼까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마음을 움직이는 책이 가장 높은 점수를 받는 것은 당연하겠지요?

이미 처분이 결정된(가져갈 사람도 결정되었거나 거의 확정된) 책들 목록입니다.

- 월야환담 채월야(완)
- 후르츠 바스켓 1-...?
- 마니(애장판) 1-2
- END 1-...?
- 고대 그리스
-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음악(소장본) 1-4

월야채월은 완결권까지.
END는 나온데까지, 후르바는 12권까지 있는 것으로 기억하지만 정확하지 않습니다.

그나저나 들고 나갈게 문제로군요.
박은희, 공상소년소녀 UGUF의 30일간의 도쿄여행, 한길아트, 2006

UGUF의 다른 책들 두 권은 바이널(VINYL)에서 나왔는데 이 책 한 권 만은 한길아트에서 나왔습니다. 그렇지 않아도 도쿄여행계획을 세우고 있던 참이라 재미있겠다는 생각은 했는데 책 가격이 만만치 않아서 구입할 엄두는 나지 않았습니다. 최근에 책을 살 수 있는 공돈이 생겨서 UGUF의 책 세 권, 두나의 런던일기를 구입했지요. 리뷰는 차례차례 올라갑니다. 현재 읽고 있는 것은 UGUF 시리즈의 첫 번째 책인 파리입니다.

중간중간의 느낌보다는 읽고 난 후의 총체적인 느낌을 적어봅시다.
짧게 말하면 "생돈 주고 샀으면 땅을 치고 후회할 만한" 책입니다. 한 마디로 말하면 돈지랄? 용어가 과격해서 이쪽은 쓰고 싶지 않았는데 공돈으로 샀음에도 집에 두기가 너무도 아까운 책입니다. 책장에 꽂아 놓는 공간조차 아깝습니다. 그리하여 가크란과 함께 이 책은 주변 사람들에게 선물하기로 결정했습니다. 받을 분이 누가 될지 모르지만, 그저 공짜라는데 의의를 두고 읽으시기를 부탁드립니다.

돈이 아깝다고 말하는 것은, 책 편집이나 사진이나 그런 부분도 부족했지만 내용이 없습니다. 차라리 파리 버전은 이들이 원래 해왔던 것을 정리해 추려 냈으니 낫지요. 도쿄여행 버전은 출판사에서 제의하는 바람에 한 달간 일본에 체류하면서 쓴 책이랍니다. 책의 깊이가 다를 수 밖에 없지요. 한 달이란 짧은 시간에 책 한 권을 만들기 위한 사진과 글, 그리고 글거리를 잡아내기란 어렵지 않습니까. 내용도 얕고, 무엇을 말하려하는지도 알 수 없고. 그저 한 달간의 짧은 일기정도에 지나지 않습니다. 남의 일기를(그것도 이글루스에 가면 이보다 훨씬 잘 쓴 일기도 많은데) 이 돈을 주고 사는 것은 돈 아까운 짓이란게 최종 결론입니다.


선물용으로 보관하기로 했으니 외부에 돌려보지는 않으렵니다. 그냥 서점에 서서 대강 훑어 읽으시는게 좋겠군요.

모티브? 아니면 표절?

어제 세상이 가르쳐준 비밀 11권을 사들고 왔습니다.
평소 취침시간을 넘겨가며 재미있게 읽고 있는데-마스터님의 궁금증을 풀어드리자면, 그 삼촌-조카는 안나옵니다;-맨 마지막 단편에 눈에 딱 걸렸습니다.
제목이 가물가물한데 한여름의 비밀이야기였나요? 대강 그런 제목이었습니다.

주인공 소년은 아는 아주머니의 집에 양자로 들어가 있습니다. 양자로 보내지기 전, 여러 형제 중에서 다섯 째 형으로 거의 결정난 상황이었는데 막판에 자기가 엄청나게 소동을 부렸고 그 뒤에 아주머니가 자신을 양자로 선택합니다. 지금은 학교에 다니고 있고요.
이 소년은 밤마다 정원에 있는 치자나무 위에 한 여자 유령이 있는 것을 봅니다. 여기까지는 우유당 이야기의 그대로인데, 맨 마지막에 유령의 정체가 풀리면서는 덩달아 맥이 풀렸습니다.

아주머니는 20년 전 자신의 언니가 죽은 뒤에 약혼을 파기하고는 혼자서 그 큰 저택을 관리하며 지킵니다. 마지막 부분에서 왜 그런 선택을 했는지를 이야기하는데, 집안에 사람이 하나 없고 혼자서 몸 약한 언니를 돌보겠다고 자원했지만 노는 것에 정신이 팔려 치장하며 놀다가 언니가 발작한 것을 뒤늦게 발견합니다. 서둘러 약을 먹이고 진정되었는데ㅡ 다음날 아침 언니가 죽은채로 누워 있는 것을 보고 자기가 원래 먹여야 하는 약이 아닌 더 독한 약을 먹여 그리 되었다고 생각하고 죄책감에 시달립니다.
자신이 치장에만 정신이 팔려서 언니를 내버려 두었다, 그리해서 언니가 죽었다는거죠. 그 뒤 몸 치장과 관련된 모든 것을 상자에 넣어 치자나무 아래 묻고 약혼도 파기한채 홀로 그 집을 지킵니다.

물론 해피엔딩으로 끝납니다.-_- 일방적으로 약혼을 파기당한 약혼자 앞에서 모든 이야기를 고백하고, 의사인 약혼자는 그 약이 위험한게 아니었다고 이야기를 해주거든요.

자, 그럼 한 번 비교를 해봅시다.
비교 대상은 동서문화사에서 나온 ANNE's Books 9권, 밸런시 로망스에 실려 있는 단편입니다.
제목은 "속죄".

주요 주인공은 셋입니다. 애거서 노스, 크리스틴, 닥터 레녹스.
애거서 노스는 어려서 부모를 잃은 사촌 여동생 크리스틴을 거둬 기릅니다. 가족이 없었던 두 사람은 서로를 유일한 가족으로 하여 꽤 오랜 시간을 지냅니다. 크리스틴은 이제 슬슬 결혼해도 좋을 나이이고 레녹스와 약혼을 발표하기 직전 쯤의 상황입니다. 레녹스는 마을 의사이고요.

애거서가 한참 동안 몸이 좋지 않았다가 회복되었다는 판정을 받은 어느날 밤, 크리스틴은 혼자서 애거서를 간호하다가 레녹스와의 결혼 망상에 빠져 엉뚱한 약을 애거서에게 줍니다. 반쯤 잠에 취한 상태였기 때문에 그 때는 깨닫지 못했고 이튿날 아침 애거서가 숨을 거둔 것을 보고는 알게 된 것이지요.
사랑하는 사람인 레녹스에게는 차마 그 사실을 고백하지 못한채, 레녹스에 의해 애거서는 원래부터 좋지 않았던 심장에 문제가 생겨 심장마비로 숨졌다는 판정을 받습니다.

애거서의 장례를 치룬 뒤, 크리스틴은 결심합니다.
자기의 유일한 가족이며 가장 사랑하는 존재인 애거서를 자신의 부주의로 보냈으니 이제부터 자신은 속죄를 하며 살겠다라고요. 그런 의미에서 레녹스의 구혼도 거절하고 지금까지 같이 놀았던 경박스런 무리들은 면전박대하고, 치장은 전혀 하지 않은채 검은 옷만 입으며 자기가 지금까지 가장 싫어했던 일들만 하며 살아갑니다.
(성경책 읽기라든지, 바느질이라든지, 집안 청소하기라든지, 등등)

그러다가 그런 싫어하는 일들도 자신의 일상이 되어 하지 않으면 허전하게 느껴지는 걸 알게 되자 이번에는 지저분하고 못생긴 남자아이를 하나 데려와 기르기로 합니다. 아버지의 학대로 주눅들어있던 그 아이가 점차 귀엽게 보이고 자신의 삶에서 뗄 수 없는 존재가 되니까, 만약 그 사실이 탄로나서 이 아이를 빼앗기면 나는 도저히 살 수 없다고 생각하고는 레녹스에게 사실을 고백하러 갑니다.
그리고는 "그 약이 이 약이 아니었네~"-_- 라는 레녹스의 말에 단편은 해피엔딩으로 끝납니다.


설명이 제대로 되었는지 모르지만, 따로따로 읽어보고 비교하면 정말 닮았습니다.
이정도로 닮은 것을 보면 하츠 아키코씨가 몽고메리의 단편을 보고 주요 틀을 따다 쓴게 아닌가 싶은데 작가의 말 어디에도 그런 이야기가 없었습니다.(먼산) 잡지 연재시에는 원작 소설이라든지 그런걸 밝히지 않았을까 하는데 단행본에서만 빠진걸까요...

시간 되시면 양쪽 모두 비교해서 읽어보세요.

엊그제 주문한 책이 도착했는데도 옆으로 밀쳐놓고 열심히 만화책을 보고 있습니다. 미궁 33권이 나온 기념(?)으로 3권부터 다시 훑어 보았고 거기에 갑자기 눈에 들어온 악마의 레시피와 운상누각기담 9권을 꺼내두었습니다.

운상누각기담은 일단 9권만 사고 돈 없으니 앞권은 나중에라고 생각했는데 그 사이에 완전히 절판이 되어버린 슬픈 뒷이야기가 있습니다. 얼 그레이는 구하긴 했는데 운상누각쪽이 조금 더 취향이더군요. 최근 작품들은 거의 못 보다가 가장 최근에 번역되어 나온 모 만화책을 보고는 책을 붙들고 폭소했지요. 아마 이 작가를 아시고 그 만화책을 보시고 그 만화의 원작을 보신 분들이라면 비슷한 반응을 보이지 않았을까요.

악마의 레시피는 거트루드와 스스기의 귀여운 모습이 마음에 들어 구입한 책입니다. 아마 이 책도 절판되었을 겁니다. 사길 잘했지요. 한 권씩 차근차근 모았는데 내용이나 에피소드나 다 취향이라 만족합니다.

미궁시리즈는 취향이 사람에 따라 많이 갈리더군요.
다만, 이번에 33권 나온 기념으로-조만간 완결될 것 같은 분위기에-다시 앞부터 읽어보니 예전엔 에피소드 위주로만 보이던 것이 쿄우에 중점을 두고 보이기 시작합니다. 야마다라는 캐릭터는 초지일관이지만 쿄우는 맨 앞의 시베리아 한랭전선 분위기에서 귀엽고 토라지길 잘하고 삽질하는 캐릭터로 점점 변화하더군요. 보는 내내 정말 즐거웠습니다. 토끼버전의 쿄우는 인형으로 나온다면 두말않고 살겁니다!
(나올 가능성이 얼마인지는 둘째치고...;)

그나저나 카페 알파 완결권은 언제쯤 나올까요?-_-a
김남용, 90일간의 유럽 자전거 여행 - 두 바퀴로 유럽 지도를 그리다, 이가서, 2006

아무리봐도............................
그 분인 것 같은데 확증이 없군요. 이글루스가 실명제가 아니니 말입니다.
(그래도 이글루스가 실명제로 돌아서면 확 뒤집어 엎을거예요!)

보겠다고 묵힌지 어언 두 달. 잼책을 다 읽어 가기에 슬슬 다른 책을 찾아야겠다고 생각하다가 몇 번이고 내려놓았던 이 책을 집어 들었습니다. 책이 무거워서 들고 다니면서 읽을 엄두가 나질 않더군요. 그래도 책 내용을 훑어 볼 때마다 사진과 글이 마음에 들어 놔두었던 것인데 마음 단단히 먹고 읽기 시작했습니다.
50% 가량의 진행 공정(?)을 보이고 있는 지금, 이 책에 대한 리뷰를 적어두지 않으면 도저히 견디지 못할 것 같아 씁니다. 간만에 여행 가고 싶게 만드는 책을 만났습니다.ㅠ_ㅠ

어떻게 보면 그냥 단순한, 유럽 여행기입니다. 그저 직장을 때려치우고 자전거 초보가 무모하다고도 생각할 수 있는 유럽 여행을 다닌 겁니다. 그런데 왜 이 책이 이렇게 마음에 와 닿을까요. 아마도 자전거 여행의 묘미를 최대한 살렸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자전거 여행의 묘미는 "거쳐감"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기차를 이용하든 비행기를 이용하든 이런 교통수단을 이용하게 되면 대개 큼직큼직한 곳들만 찍게 되고 소소하고 작은 도시들은 건너뛰게 됩니다. 하지만 자전거로 가게 되면 모든 곳을 거칠 수 밖에 없습니다. 이 도시와 저 도시를 둘다 가려면 그 사이에 있는 길을 따라 자전거를 타면서 일정대로 움직이고, 일정이 길 경우엔 그 두 도시 사이에 있는 소도시에서 하루씩 머물러 가며 지내게 됩니다. 이렇게 소도시들을 거치다보면 건너뛰기 여행에서는 맛볼 수 없는 소도시의 매력과 보석들을 발견하게 되는 것이지요.

저는 그런 여행은 못합니다. 아니, 하기 싫습니다.;
느긋하게 쉬는 여행을 더 좋아하기 때문에 자전거든 다리든 버스든 간에 지치는 여행은 못합니다. 몇 년 만 더 어렸어도(...) 가능했을지 모르지만 지금은 안되는군요. 아쉽지만 유럽 배낭여행의 로망은 이제 제게는 없습니다.


책을 읽으면서 마음에 들었던 몇몇 부분을 옮겨봅니다.
(이후 추가 업데이트 가능)


슬슬 남은 부분을 읽으러갑니다~.
김영갑, 김영갑 1957-2005 : Wind... Field... Orum... Cloud, 다빈치, 2006

45000원.
책 값을 보고는 고개를 갸웃거리긴 했지만 제 돈으로 사는 것도 아니고 해서 구입해 펼쳐 보았습니다. 조금 늦게 도착한 책이었지만 그런만큼 더 느긋한 마음으로 책을 볼 수 있었지요.


김영갑이라는 사람을 처음 알게 된 것은 작년인가, 재작년인가. 어느 잡지(그래봐야 행복이 가득한 집, 쿠켄, 지오 셋 중 하나입니다)에 소개된 것을 보고였습니다. 병을 앓고 있으면서도 지독한 사랑에 빠진 그 땅을 떠나지 못한다는 사진 작가. 그 때는 그냥, 사진과 풍경에 취해있는 보통의 사진작가들과 같다고 생각하고 넘어갔습니다.
그리고 작년에 기자 후기를 통해 이 사람의 죽음을 알게 되었지요. 그 때도 그냥 그랬습니다.


사진집에 대한 감상은 적지 않겠습니다.
그냥.................. 보세요.
바람을 찍힌 사진도 처음이거니와, 집에 걸어두고 하염없이 바라보고 싶다고 생각한 사진도 처음이었습니다. 처음의 마음을 가지고 보는 사진집이었습니다. 더불어 누군가에게 감상을 듣고 편견을 가지고 보는 것보다는 그저 사진 그대로를 봐주세요.


정말로, 집에 걸어두고 싶습니다...............
어제 생협(생활협동조합;) 분들과 함께 게드전기를 보러 다녀왔습니다. 개봉한지 3주차인가요? 이미 상당수의 극장에서는 내려갔고 메가박스에서는 14관에서 상영중입니다.
가기 전에 이미 상당한 악평들을 듣고 갔기 때문에 초연한 마음으로 볼 수 있었습니다. 물론 원작 3권을 며칠 전에 읽었으니 원작 필터링이 끼워져 있었던 것은 당연했고, 이가 바득바득 갈리는 장면이 몇 군데 있더군요.(바득바득 갈리는 곳만 몇 군데입니다. 나머지는 스팀올라가며 봤습니다.)
기왕 감상 올리는 김에 길게 올려볼까 합니다.

아래 내용들은 생협 번개에서 이 영화를 같이 본 치즈루, 마스터님, 듀시스님, 불꽃님, 마쟈님과의 이야기를 통해 얻은 것들도 포함하여 함께 정리했습니다.


한국에 들어온 게드전기는 크게 세 가지 종류의 문제점을 가지고 있습니다. 한국에 들어온으로 한정하는 것은 그 중 하나가 번역의 문제이기 때문입니다. 다른 하나는 이미 다른 분들도 지적한 원작 설정의 무시, 다른 하나는 스토리 라인의 개연성 문제입니다. 그럼 가장 앞서 나온 번역문제부터 차근차근 살펴봅시다.
(차근차근 살펴보는 이야기인고로, 내용 전체가 다 드러납니다. 내용을 안보고 영화를 보시겠다는 분은 뒤로 돌아가주십시오.)


1. 번역의 문제부터 살펴봅시다.


1) 왜 게드전기인가?
개봉 당시부터 무척 궁금했습니다. 왜 게드전기입니까?
게드전기라는 제목은 일본에서 어스시의 마법사를 번역하면서 붙인 제목입니다. 한국에서는 어스시의 마법사라는 이름으로 번역되어 있으니 어스시의 마법사라 제목을 바꾸는 쪽이 낫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대원에서 수입할 당시에 "제목은 바꿀 수 없다"라는 단서 조항이라도 달려 있었던 겁니까? 그런 제한은 없었을 것이란 생각이 듭니다만?
기왕 광고 효과를 노리려고 했으면 게드전기가 아니라 어스시의 마법사로 돌려놓고 황금가지 쪽과 함께 홍보를 하는 것도 좋았을겁니다. 아니면 하도 원작을 망쳤다는 소문이 돌아서 일부러 원작과 함께하는 홍보는 뺀겁니까. 허허허...


2) 하이타카란?
くも는 거미라고 해석해서 이름을 붙여 주었으면서, 왜 はいたか가 하이타카로 그냥 두었을까요. 이쪽을 새매라고 번역했다면 이후 테루가 게드를 たか라는 애칭으로 부르는 것도 무난히 넘어갔을 것이란 생각이 듭니다.


3) 殺父코드는 어물쩍 뛰어넘자
자막에서 아렌은 단 한 번도 자기가 찌른 것이 아버지란 이야기를 하지 않습니다. 자막에서만 그렇고 그 동안 아렌이 말하고 있는 단어은 ちち입니다. 父, 아버지지요. 아버지를 찔렀다고 말하는 동안 자막에서는 왕을 찔렀다, 폐하~ 운운하는 이야기가 나옵니다. おとさん을 폐하라고 해석한다면 참...
애들이 본다고 감안했기에 일부러 오디푸스 컴플렉스에 대한 이야기는 어물쩍 넘어가려 했던 모양인데 일본어가 어느 정도 들리는 사람이 보기엔 헛웃음만 나옵니다. 아렌이 자신의 아버지를 찌른 사건이 애니메이션 전체를 흐르는 중요 코드이므로 이것을 왕을 찌른 신하로 해석한다면 답이 나오지 않습니다. DVD 발매 때는 어떻게 할지 모르겠지만 본래대로 돌리는게 적어도 영화의 맥을 살리지 않을까요.


2. 원작 설정은 즈려밟자?

최근에 보게 된 어슐라 K. 르귄 여사의 후일담(?)에서 영화를 보고 난 뒤 굉장히 실망했으며 미야자키 고로에게 "이것은 당신의 영화다"라는 식으로 이야기를 했다는 말이 나옵니다. 고로 자신은 칭찬 받은 것으로 생각하고 무척 기뻐했을지 모르지만 영화보는 내내 르귄 여사의 그 말이 머릿 속에 둥둥 떠다녔습니다.
그렇습니다.
이것은 어스시의 마법사를 원작으로 하여 만든 애니메이션이 아니라 어스시의 마법사를 기본으로 해서 새로 만든 애니메이션입니다. 원작 개정과 설정은 지브리의 전작 하울의 움직이는 성을 뛰어넘는 수준입니다.(그쪽은 원작을 대폭 개정해서 하울과 소피의 러브스토리에만 중점을 두었지요. 주변 국의 동향, 전쟁이 일어나는 원인, 하울의 기본적인 성격 등도 빠졌습니다.)

원작의 기본 설정을 무시하고 나온 신은 크게 잡아낼 것만 네 가지가 있습니다.

1) 여기, 어스시 맞아요?
어스시. Earthsea. 땅보다 바다가 많은 섬들의 무리로 이루어진 세계입니다. 어스시의 지도만 봐도 알 수 있지요. 그렇기 때문에 이번 애니메이션의 기둥 줄거리가 된 머나먼 바닷가에서도 전체 이야기의 절반 정도는 항해이야기로 이루어집니다. 다 배경이 바다라는거죠. 새매와 아렌이 고생하는 곳도 다 바다입니다. 땅이 아닙니다.
그럴진대 왜 게드전기의 이야기는 다 땅 위에서 이루어지는지 모르겠습니다. 농장이 보이질 않나, 보이는 바다라고는 맨 앞부분에 등장하는 용들의 싸움에 등장하는 큰 바다와 해안마을에서 보이는 해변 너머의 바다 정도입니다. 해안 마을이 지브리의 단골 무대라는 것은 이해하지만 어스시라면서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만큼도 바다가 등장하지 않는 것은 심하지 않습니까. 여기가 어스시인지 시어스인지 알 수 없을 정도입니다.

2) 殺父
맨 처음 등장한 어느 회의장.
나이 지긋한 할아버지들이 열심히 문제점들을 이야기하고 있고 상석에 앉은 어느 중년 남자가 이야기 경청을 하고 있을 때만해도 그 중년남자가 대현자인줄 알았습니다. 머나먼 바닷가에서 이야기가 시작되는 무대는 로크였으니까요. 그러나 자리에서 일어나고 할아버지들이 줄줄 뒤를 따르고 복장이 이게 아닌데라고 생각할 즈음, 그게 아렌의 아버지라는 것을 알았습니다. 시작부터 독특하다 생각하고 있는데 왠 "일에 몰두해 아들에게 전혀 신경쓰지 않는 아버지와 그것을 당연하게 받아들이는 어머니?"의 등장입니까?
거기에 시작한지 10분 만에 아렌이 등장해 단검으로 아버지를 찔렀을 때 원작 재현에 대한 기대감이 와르르 무너졌습니다. 그리고 나머지 1시간 50분 동안은 무너진 기대감에 깔려 삐딱한 시선으로 영화를 바라보게 되더군요.

고로씨.
집안 싸움은 집에서 끝내주세요. 판타지 원작을 잡아먹으면서까지 그런 이야기가 하고 싶었던 겁니까?

원작에서의 아렌은 부모님들께 잘 교육받은 침착하고 어른스럽고 예의바른, 그렇기 때문에 더욱더 전형적인 귀공자타입의 왕자입니다. 그런 아렌은 아버지의 명을 받아 왕국에서 일어난 변고를 로크의 대현자에게 알리기 위해 옵니다. 생애 처음이었을 장기 여행. 거기에 어스시의 중심적인 존재라해도 과언이 아닌 대현자를 직접 만나고는 사춘기 소년다운 치기를 이기지 못하고 자신을 제자로 받아달라고 청하는, 지극히 정상적인 소년이란 말입니다. 자신의 불안을 이기지 못해 마구잡이로 칼을 휘둘러 대는 영화 속의 소년은 그 아렌과는 다릅니다.
영화 한 편에 어스시의 모든 이야기를 녹여내기 위해 1권부터 4권까지(5권은 읽지 못했으니 넘어갑니다)의 이야기를 다 끄집어낸 모양인데, 그림자와의 합체를 이루는 건 아렌이 아니라 1권에서의 게드입니다. 제발 엉뚱한 이야기를 엉뚱한 곳에 붙이지 말아주세요.
이렇게 말하는 것은 이미 늦었지만 말입니다.


3) 마법이 약해진다?
10분 만에 원작을 처절하게 무너뜨린 게드전기는 막무가내로 달려갑니다. 어차피 내용이 망가진 것 그러려니하고 보게 된 것도 그 즈음입니다.
난데없는 농사일이라든지 아렌의 짝으로 설정된 것이 뻔히 보이는 소녀의 등장이라든지, 한참 뒤에나 나와야 할 테나의 등장이라든지. 한국에서의 번역에는 속대로 되어 있는 거미라는 이름의 마법사라든지. 그래도 지브리를 빼고 원작의 줄거리를 약간 뒤로 하고 보면 그럭저럭 볼만합니다.
그러던 도중 또 찬물을 맞습니다.
그렇게도 쓸만한 캐릭터가 없었는지, 아니면 캐릭터를 새로 만들 시간도 없었는지. 나우시카 때부터 등장한 악당이 등장하더니 온갖 지저분한 짓들은 다 하고 다닙니다. 소녀 희롱하기, 남의 집에 무단 칩입해 밭 망쳐놓기, 자신의 주인이 가진 권력을 자신의 것으로 착각하기 등등의 짓을 벌이더니 결국 주인의 명으로 테나를 잡아갑니다. 게드를 끌어들이기 위한 인질이군요. 거기에 아렌이 등장해 게드와 싸우는 것도 어이가 없는데 아렌을 잘 달래서 제정신을 차리게 만들어 놓았더니만 갑자기 게드가 푹 쓰러집니다.

"어? 마법의 힘이 약해지네~"

게드가 쓰러지면서 저도 쓰러졌습니다.
거기에 악당마법사 거미씨가 여기는 내 저택이라 네 힘이 약해지는 것이다라고 악당다운 발언을 했을 때는 정말로 피눈물을 흘렸습니다. 기대감이 무너져서 그 아래 깔린 것만으로도 충분하다 했는데 이번엔 원작 설정의 대대적인 파괴가 일어납니다.

어스시의 마법은 흔히 판타지 세계에 등장하는 마나마법과는 다릅니다. 마나가 고갈되면 마법을 쓰지 못하는 세계가 아닌겁니다. 어스시에서는 모든 사물은 본래의 이름(진짜 이름)을 가지고 있고 그 이름을 불러 사물과 소통하는 식의 진명마법(마스터가 가르쳐 주셨습니다)입니다. 머나먼 바닷가에서 마법이 사라지는 것은 생명연장의 꿈(...)과 관련이 있는 것이고 마나 혹은 마법력의 약화와는 거리가 멉니다. 마법사들이 사물의 진짜 이름을 잊어가면서 생기는 문제였지요. 다시 말해 어느 특정 공간에 들어간다고 해서 마법력이 약화되거나 사라지거나 하지는 않습니다. 먼 바다에 나갔을 때는 그런 일이 일어난다고 하지만 이곳은 엄연히 어스시의 세상 안입니다.

고로씨. 판타지 소설을 너무 많이 보셨군요.


4) 폴리모프!
그러나 원작 파괴의 대미는 용이었습니다.
뜬금없이 소녀가 등장한다 했더니, 여타 지브리 작품에서처럼 남자를 두들겨 깨워 일으킵니다. 보면서 한숨만 푹푹 내쉬고 있는데 여지없이 악당마법사에게 붙잡히는군요. 죽는다 싶었는데 죽었던 아가씨가 일어나더니 머리카락이 마구 날리고 눈에 불꽃이 활활 타오르면서 변합니다. 변신! 다가~안~ X~~~!가 아니라 아주 멋진 용으로 변신하시는군요. 이번엔 1천톤짜리 망치로 얻어맞은 것 같습니다. 헛웃음과 눈물과 피까지 쏟고 회복 불능에 가까운 상태로 빠집니다.

새끼용을 맡는 이야기는 원작 4권에 등장합니다. 예전에 나우누리 환타지아에 올라온 번역본을 가지고 있어서 지금 확인해보니, 악당마법사를 불에 태우는 것은 캘러신(인지 칼레신인지)입니다. 테루양은 그저 아버지를 부르는 일만 담당했군요.

4권을 지금 확인하기 전까지는 어스시에선 폴리모프가 존재하지 않는다고 생각했습니다. 바꿔생각해보니 게드도 매로 변하고, 변신술사도 있고 하는 판에 용이 인간으로 변하지 말라는 법은 없군요. 하지만 저렇게 직접적으로 보여주진 않습니다. 다시 인간 모습으로 돌아왔을 때 모든 옷이 입혀져 있다라는 설정도 묘하군요. 차라리 창룡전에서처럼 용에서 인간으로 돌아올 때마다 사촌여동생이 뛰어다니며 마트에서 사이즈별 옷을 사다주는 것이 현실적이지 않습니까?
거기에 아렌과의 로맨스라니. 아렌과 테루는 원작에선 만난 적도 없습니다. 3권과 4권의 믹스가 이렇게 엄청난 이야기로 전개되는군요. 용과 인간은 별개의 존재일지언대, 이렇게 서로 친밀한 감정을 주고 받고 사랑(?)에 빠지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입니다.

덧붙여 이번에도 소녀는 하늘을 날았습니다. 센과 치히로에서와는 달리 타고 태우는 주객전도 현상이 발생했을 뿐 지브리의 공식은 바뀌지 않는겁니다.
원작에서 하늘을 나는 것은 게드와 레반넨. 칼레신이 로크까지 태워다 줍니다.


3. 스토리 전개의 문제
원작을 제외하고 봤을 때, 어스시의 마법사는 그냥 무난무난한(그보다 약간 아랫단계로 평가해도 무리없는) 영화입니다. 소년의 성장을 그린 로드무비에 가까울까요. 하지만 그 로드무비도 좋은 평가를 받지 못하는 것은 스토리의 개연성 때문입니다. 왜 이런 일이 일어나야 하는지 마땅한 이유가 없다는 겁니다.

가출한 왕자님과 교출(?)한 대현자가 만나는 부분. 두 사람이 만나야 이야기 전개가 되겠지만 원작에는 필연성과 당연성이 있습니다. 왕자(아렌)는 아버지의 명으로 보고를 하러 대현자(게드)를 찾아오고, 대현자는 왕자를 파트너로 택해 여행을 떠납니다.
영화에서는 아버지를 찌르고 보검을 훔쳐 가출한 왕자가 대현자에 의해 구사일생으로 살아납니다. 만나야 하니 어쩔 수 없었다 칩니다. 그러나 그 칼에 대한 설명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습니다. 아마도 대현자가 가출한 왕자의 정체를 알고 있다는 걸, 왕자에게 알리고 싶지 않아 은근슬쩍 넘어간다는 것 같은데 원작을 읽어보지 않은 사람들은 왜 아렌이 칼을 훔쳤는지 이해를 할 수 없습니다. 원작 배경 지식을 가진 저로서는 그저 "저 검이 대대로 내려오는 영웅 모님이 쓰시던 물건이니, 저거라도 들고 나가면 덜 불안할까 싶었겠지"라고 추측했지만 그 속 사정을 모르는 사람은 왜 하필 검을 들고 나갔는지도 이해를 못할겁니다.

의문사항들을 정리해봅시다.

- 아렌은 왜 아버지를 찔렀을까? 뭔가가 뒤쫓아오는 불안감이라면 그저 보검을 훔쳐 도망가는 것만으로도 충분했을 것인데?

- 아렌은 왜 게드를 쫓아갔을까? 왠 낯선 남자가 도와주면서 나랑 같이 갈래?라고 말한다 해도 쫓기는 입장인 소년이 덥석 쫓아가겠다고 한 것도 앞 뒤가 맞지 않지요.

- 무언가 자신의 존재에게 쫓기고 있다고 하고는 그것이 자신의 빛적인 존재라는 것도 이상합니다. 그렇게 무섭게(네가 여고괴담이냐!) 드드드 쫓아오면 도망가지 않을 사람이 몇인데! 1권에서의 이야기는 자신의 그림자(어두운 부분)을 합체하려는 게드의 모험담일진대, 그것이 어두운 부분이 아니라 밝은 부분에게 쫓기고 있다는 것 자체가 이상하지 않습니까.

- 테루가 부모님께 쫓겨났다는 것은 용이 자기 새끼를 버렸다는 것인데, 혹시 얼굴의 화상자국은 아버지께 브레스를 맞아서 생긴 것입니까? 칼레신과 다정하게 대화를 나누는 4권의 장면을 떠올려보면 역시 이상합니다.

- 대현자로서의 게드는 뭔일을 하는겁니까. 앞부분에 멋지게 아렌을 구해줘서 기대하게 만들더니 그저 설교만 늘어놓는 중년아저씨 정도로만 끝나는군요. 피는 섞이지 않은 다정한 가족 분위기를 조성하려 했던겁니까? 게드전기의 주제가 무엇인지 알 수 없군요. 아렌의 자아찾기(삶의 의미 찾기)로 시작된 이야기가 엉뚱하게 화목한 가정으로 바뀌었으니 말입니다.


4. 그리고 또...
그 외의 불만 사항이라면 전체적인 작화 수준이 떨어진다(하울보다 훨씬 못합니다)는 점, 그리고 테루의 목소리가 지나치게 뜬다는 점, 아렌의 목소리도 처음에는 가라앉아 있다가 각성 후에 갑자기 뜬다는 점 등을 들고 싶습니다. 더빙판도 있다고 들었는데 어떤지 궁금합니다.

가능하면 체계적으로 정리하려 했는데 쉽지 않은 일이군요.
그래도 게드전기를 보면서 딱 하나 마음에 든 것이 있습니다. 바로 아렌입니다.

같이 감상한 여자분들이 모두 동의한 사실이지만 역대 지브리 작품 중에서 No.1입니다. 하울이나 하쿠도 이번편의 아렌보다는 한 수 아래입니다.(훗훗훗) 다만 중간중간에 "예의 그 광폭한 속성"이 나올 때의 얼굴 표정은 딱 이런 느낌입니다.

그 썩소가 지금도 뇌리에 박혀 잊혀지지 않습니다. 하하하;

어쨌건 아렌의 외모감상을 한다 생각하고 2시간 보내는 것도 나쁘지는 않군요. 대신 얼굴은 수준급이지만 삽질도 수준급이라는 점은 알고 가시는게 좋습니다. 거기에 제돈 주고 보기는 아까우니 조조할인과 기타 할인들을 총 동원해서 보시길 권합니다.


덧붙임. 영상물은 단행본은 아니지만 메시지를 담고 있으므로 도서관에서는 비도서자료로 취급하는바, 일단은 책 카테고리에 넣습니다. (실제 이유 : 넣을 만한 곳이 없어서)
게드 전기를 보게 될 가능성이 생겨서 원작을 다시 들춰보았습니다. 마침 1-3권이 고스란이 모셔져 있군요. (그러나 현재 상황에서는 가능성이 도로 낮아졌습니다.; 토요일에 볼 예정이었는데 그 때까지 살아남을 수 없을 것 같습니다.)

어스시의 마법사를 처음으로 접한 것이 언제인지는 정확하게 기억하지 못합니다. 동서문화사의 매는 하늘에서 빛난다...인가 뭐시기인가. 하여간 에이스 88전집(제목은 집에 가서 확인한다음 수정하겠습니다)에 실린 1권 이야기를 먼저 본 것인지, 아니면 옛날 옛적에 웅진에서 나온 파란책을 먼저 본 것인지 기억이 가물가물해서 말입니다.

지금 되살려본 기억으로는 웅진쪽이 먼저가 아닌가 생각합니다. 에이스88이 집에 들어온 것은 고등학교 3학년 때이고 그 전에는 어스시편이 따로 나온 것을 에이스88로 본 기억이 없으니까요. 웅진의 푸른 책을 만난 기억은 어렴풋이 납니다. 아마도 중학교 때에서 고등학교 1-2학년 즈음으로 생각하는데 도서관 서가를 서핑하다가(웹서핑보다 도서관서가 서핑이 더 재미있습니다) 판타지 소설로 판단되어 집어 든 것이 어스시 1권 이었지요.
근간 예정으로 뒷 권의 이야기가 소개되어 있었지만 나온 것은 2편까지로, 이것도 제가 고등학교 다닐 적에 이미 절판되었습니다.(친구가 이 책을 구하려고 애썼기 때문에 기억합니다.)

황금가지에서 어스시를 다시 내준 것은 한참 뒤의 일이고, 그 사이에 뒷 권 이야기를 보긴 했지만 역시 기억이 나질 않았습니다. 3권을 다시 읽은 것도 그 때문이었지요. 나우누리 환타지아에서 전민희님, 키노피오님(닉을 제대로 썼는지 모르겠습니다;)을 비롯해 여러 분들이 어스시를 번역해서 환동 자료실에 올려두었던 것을 받아서 읽었는데 지금까지 기억하고 있던 부분은 딱 3권 뒷부분과 4권으로 추측되는 이야기입니다. 4권 출간이 최근이라 아직 입수를 못했는데 주문을 할지 말지 고민하고 있습니다. 집에 꽂아 놓을 곳도 마땅치 않은데 들여 놓으면 그것도 짐이니까요.
다시 말해 어스시의 무게는 제겐 그 정도라는 것입니다.
외국계 판타지 소설 중에서 그나마 "고민"을 하고 있는 정도라면 상당한 순위이긴 합니다. 해리 포터는 아예 논외가 되어 있으니까요. 뭐, 어스시 구입을 망설이는 것은 황금가지이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한 동안 책 품절 시키더니 4권 내면서-그것도 게드 전기 개봉에 맞춰-책 장정을 홀랑 바꿨더군요.


머나먼 바닷가-어스시 3권-는 읽는데 1시간 남짓 걸렸을 정도로 진행 속도가 굉장히 빨랐습니다. 1-2권보다도 두꺼운 책을 보면서 읽는데 한참 걸리는 것이 아닌가 했는데 의외로군요. 아마 고등학교 때 어스시 시리즈를 보면서 굉장히 어렵게 읽었던 기억이 있어 그랬나봅니다. 어찌보면 반지의 제왕보다도 훨씬 현실적이고 훨씬 생동감 있는 이야기이니 판타지 세계를 많이 접하지 못했던 그 때는 그랬겠지요.(번역 문제도 있을 수 있습니다)
주인공인 새매가 약한 모습을 보이며 여기 휘둘리고 저기 휘둘리며 좌충우돌하는 모습이 일반적인 영웅 판타지와는 달라서 더 그랬을 수도 있습니다. 마음에 그리 들지 않았다는 것도, 반지의 제왕은 사면서 어스시는 사지 않았다는 것도 다 그런 이유가 아니었을까요. 지금 읽은 어스시는 대현자이지만 그것은 단지 대현자의 옷을 입고 있는 것이며 자신의 마지막 임무(책무)를 위해 기다리고 임무가 완성되자 다시 자신의 세계로 돌아가는 "멋진 남자"(웃음)의 이야기입니다.
특히 3권에서 아렌과 새매의 관계는 스승이 제자를 키워내는(혹은 마스터가 견습생을 키워내는) 이야기를 따르고 있다는 점에서 또 독특합니다. 같은 계통의 제자는 아니었지만 그래도 왕은 끝까지 자신을 이끌어준 대현자를 잊지 못하겠지요.


일본에서는 이미 게드전기 본편 5권까지와 외전편인 6권이 세트로 묶여 팔리고 있는데 한국에선 6권까지 무사히 나와줄지 걱정입니다. 구입여부를 망설이는 것도 이런거죠.
(미야자키 할배가 다시 만들어준다면야 6권까지 분명히 나오겠지만 과연?)
아래 글은 지난 주에 내려오면서 적은 글입니다. 덧붙이는 부분은 그 뒤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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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득 ciez님 덧글에 덧글을 달다가 먼북소리가 읽고 싶어졌습니다. 원래는 지난주에 읽으려고 하다가 미처 챙기지 못하고 넘어갔는데, 장기출장(연수)을 위해 마지막 준비를 하다가 충동적으로 먼북소리를 가방에 집어 넣었습니다.
정말로 오랫만에 (다시) 읽는 책이어선지 낮선 부분도 많더군요. 그리고 이전에는 느끼지 못했던 공감가는 부분도 많았고요.
3년간의(엄밀히 말하면 딱 3년은 아니지만) 장기 외국체류를 하게된 동기에 대해 하루키는 '어느 날 문득 긴 여행을 떠나고 싶어졌던 것이라.'란 머리말에서의 언급이나 '어느 한 시기에 달성해야할 무엇인가를 달성하지 않은 채로 세월을 헛되이 보내는 것'에 대한 이야기로 설명하고 있습니다. 20대 후반을 헛되이 보내는 게 아닌가란 생각을 하는 제게 드라큘라 퇴치용 말뚝을 들고 10kg짜리 나무망치로 두들겨 박는 느낌을 맛보게 해주었지요. 하.하.하.
아껴 읽다가-책을 조달하기가 그 때는 쉽지 않아서-진도는 많이 못나갔지만 그래도 한 글자 한 글자 음미하며 나가고 있으니까요.
이제 20대가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연 수로만 따지면 정말로 조금만 지나면 30대로 들어갑니다. 그 때까지 30대에 하려 했던 일을 마무리 지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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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수 도중 시간 날 때마다 썼더니 중구난방의 글이 나왔습니다. 그참.;
그래도 하고 싶은 말은 다 썼지요. 사실 먼 북소리를 좋아하는 것은 여행이 아니라 외국에서의 장기체류라는 로망(?)을 글로 보여주고 있기 때문입니다. 가장 체류하고 싶은 나라라고 하면 단연 일본일텐데-일단 말도 조금은 통하고 지하철도 탈 수 있고 교통비와 숙박비가 비싸다는 것을 제외하면 그래도 살만하고 가고 싶은 곳도 많고-일본은 아니더라도 그리스나 로마에서의 생활을 보여주는 것도 꽤 마음에 들었습니다.
그래도 읽을 때마다 느낌이 다르군요.
마흔을 앞두고 뭔가를 이루어야 한다는 절박감에 어쩌면 자신을 낯선 곳에 몰아가는 것일텐데, 저 역시 서른을 앞두고 뭔가를 이루어야 한다는 생각이 들고 있기 때문일겁니다. 그것이 결혼이든, 출산이든, 아니면 제 나름의 기술을 개발하는 것이든 말입니다. 결혼이 그나마 가장 빠르고 주변의 파급효과도 클 터인데 1년 12개월 중 결혼하고 싶다-혹은 옆구리가 허전하다-라는 생각이 드는 것은 딱 한 달간이고 나머지 11개월은 싱글이 좋다고 부르짖고 있습니다. 그 1개월을 위해 나머지 11개월을 바친다는 것은 뭔가 좀 아깝지 않습니까.
(그래도 절대 안해를 부르짖던 몇 달 전보다는 좀 나은가요?)

이것저것 손은 대놓고 있지만 진도 나가는 것이 보이지 않아서 몸이 달아 있나봅니다. 가시적인 성과만이 전부는 아닐진대, 그저 정진해야겠지요.

폴 뉴먼, <아름다운 비즈니스>, 세종연구원, 2006
사이트에 간략하게 소개된 내용만 보고 책을 선택할 경우 성공 확률은 대략 50%입니다. 그리고 이 책의 경우 그 50% 안에서 아슬아슬하게 성공쪽으로 기울어져 있습니다. 책 내용 자체는 나쁘지 않았지만 껄끄럽다고 할까요.
그러니까 폴 뉴먼이 먼저 하자라고 외치면 허츠너는 할까?하다가 하자!하고, 그 뒤엔 두 사람의 괴팍한 수준을 맞춰줄 사업자를 찾아 헤매다가 발견하고 그리고 사고(?)치고. 그런 상황의 무한 반복입니다. 하지만 이들이 요구하는 수준 자체가 굉장히 높기 때문에 실행에 들어가기 어렵다 해도 일단 시장에 나오면 어떤 식품이건 간에 거의 성공을 하는군요. 이후에 사업 이익금으로 이루어진 갱단 캠프의 경우에도 남들이 보기엔 이상적인 계획이고 실현 가능성이 좊지만 뉴먼의 실행력과 돌파력에 감명(?)을 받은 사람들이 모이다 보면 무사히 진행되던걸요.
어떻게 보면 뉴먼스오운의 자기자랑 같아보이지만 몸을 돌려 바라보면 꿈을 현실로 옮길 능력을 충분히 갖춘 폴 뉴먼과 허츠너가 대단해 보입니다. 즉흥적인 것처럼 보여도 실현했다는 것은 다시 말하면 그에 대한 뒷처리나 계획들도 어느 정도 실현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움직였다는게 아닐까 싶고요.
대단한 계획가들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제 자신의 인생계획에 대해 다시 돌아보는 계기는 되었습니다. 그보다는 뉴먼스오운의 여러 제품들이 먹고 싶어서 수입선을 살펴봐야겠다는 생각을 더 많이 했지만...;
(구할 수 있는 곳 아시는 분?)


고든 리빙스턴, <너무 일찍 나이들어버린, 너무 늦게 깨달아버린 2>, 리더스북, 2006
제목이 함정입니다. 원래 제목이 <And Never Stop Dancing>. 아마 1편과 연계성을 두려고(1편이 꽤 잘 팔렸을겁니다) 2라고 지은 모양인데 내용은 조금.....;
이쪽은 작가 개인의 경험에서 우러나온 이야기가 더 많습니다. 사관학교에 다닐 때의 이야기, 그 뒤 베트남 전에서 일어난 이야기들. 전체적으로 현재 미국의 모습을 비판하는 이야기들이 많습니다. 그래서 이 책이 지난 권보다 더 불편하게 느껴졌지요. 이런 사람들이 있기에 미국이란 나라가 유지되는 것 아닌가란 생각도 들었습니다. 전 편은 심리상태에 대한 이야기, 이번 편은 사회심리에 대한 이야기. 이렇게 생각하시면 좋겠군요. 추천하고 싶은 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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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여름동안 일용할 책들을 모으다보니 어깨가 무너지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정도가 되었습니다. 집까지 어떻게 날라야 할지 걱정이군요.=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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