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의 심정.

오늘 엉뚱한 사람-이지만 꼭 관련 없다고는 말할 수 없는 사람에게 화풀이를 했지만, 그래서 그 때문에 더 내 자신에게 화를 내고 있지만, 지금 다시 생각해도 화를 내지 않을 상황이 아니지.


원치 않는 예산과 업무를 받아서 작년 내내 끙끙대고, 그리고 이리저리 움직이며 같이 플젝할 사람을 찾아 잡은 것은 좋은데 그 사람이 엊그제 지난년도 업무 성과 발표를 하면서 그 플젝을 썼다. 즉, 그 플젝의 세부 기획과 실행은 그 사람이 했으니 그 이야기를 성과보고회에서 프리젠테이션 한거지. 그러면서 지나가는 사진에서 내가 등장하자, '**업무에 대해 도와달라고 부탁드리자 흔쾌히 허락해주셨다'는 말로 설명하더군. 그나마도 그 언급이 없었다면 그 자리에서는 더 분노했을 건데 차라리 그게 나았을지도 모른다. 상황 돌아가는 것을 모르는 사람들은 그것만 봐서는 저 사람이 혼자서 다 맡았겠구나라고 생각했겠지요.


행정적 업무-기획안 작성, 결재, 예산 결재, 결제 등의 업무는 제가 맡았습니다. 운영과정에서도 인력 부족하면 제가 들어가서 뛰었고요. 실행 과정에서는 그 사람이 더 고생했지만 그렇다고 제 몫이 아예 없는 건 아닙니다. 그렇게 성과 발표하면서 이름 싹 지워 버릴 정도로요. 물론 포커스 맞춘 부분이 다르긴 하지만 그 보고만 본 사람은 업무를 그 사람 혼자 했을 거라 생각하기 쉽습니다.


예산 받아 놓고, 원래 하던 업무가 아니라 스트레스 받고, 같이 플젝 할 사람 찾아서 비슷한 업무 맡은 사람들 여기저기 찔렀던 때 생각하면 갑자기 혈압이 오르네요. 하하하하하. 하.....




그 보고회는 이번 주 초에 있었는데 생각하면 할수록 혈압이 올라서 결국 오늘은 다른 사람에게 폭발했습니다. 그 플젝 이야기를 꺼내며 고생했다고 하길래 그 성과는 그 사람이 다 가져간 셈이라고 비꼬아 말하자 '그 사람이 그럴 사람이 아냐, 뭔가 오해가-'라고 말해서 제가 더 화를 낼 수밖에 없었지요. 하하하하하.



오늘 몇 가지 글 쓸 것이 더 있었으나 쓰다가는 위가 뒤집어 질 것 같아서 고이 접습니다. 자기 전에 책으로 좀 힐링하고 가렵니다. 안녕히 주무세요.


무거운 일기 내용이니 사진만은 발랄한 것으로. 사실 이거 일기장에 써야하는 건데 블로그에 남기는 건.. 음..




실패했을 때의 반응은 여러가지로 나타날 수 있는데 어제는 그럭저럭 감정을 다스리는데 성공했다. 그게 실패한 것은 술자리에서 누군가 내 스위치를 눌렀기 때문이고. 그 뒤의 주변 사람 반응도 스위치가 눌린 상태로 계속되는데 한 몫했다. 그 상황에서 내가 감정을 폭발시킨 것이 실패가 원인이 아니라는 것을 주변 사람들은 모르더라.

내가 폭발한 말은 딱 하나였다. 내 앞 자리에 앉은, 내 선배이기도 한, 꽤 친한 누님이 그러시더군.

"(다른 사람 신경쓰지 말고) 너나 잘해!"


기획안 프리젠테이션이 결국 실패한 것을 내 모든 잘못으로 끌어 안고 있었던 찰나였다. 지적받은 사항은 모두 정당했고 난 방어하지 못했다. 방어에 실패한 것은 내 잘못이며, 그에 대한 대비를 할 것을 상관은 누차 주문했다. 방어하지 못했으므로 무너지는 것은 당연하다. 새로운 방향을 제시받았으니 그 방향대로 처음부터 다시 쓰면 된다. 마음을 다잡고 당장 내일(지금은 오늘)부터 다시 쓰면 된다. 그 사이에 힐링은 엊그제 도착한 책으로 하자.

그렇게 마음을 가다듬고 울컥하려는 것을 누른 채 술 자리에 갔다. 복장이 정장이다, 평소 그렇게 입고 다녀라, 그렇게 하니 참 좋다라는 말들은 얼핏 내게 지적하는 것으로 들렸지만 넘겼다. 이미 그 때부터 쌓였던 모양이다.

이차저차 이야기가 나오는 와중 그래도 나오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더라. 이렇게 이야기 나누는 것만으로도 기운이 나니까. 그랬는데.. 다른 사람들은 기획안 언제쯤 쓰나 궁금해서 물어보던 와중, 선배가 그걸 듣고는 저 발언을 했다. "너나 잘해!"

그 순간 감정이 폭발했다. 눌러 참고 있었는데 한 번 튀어나오니 어떻게 할 수 없더라. 내가 오늘 프리젠테이션이었다는 걸 알지 못했던 주변 사람들은 얘가 왜 저러나 당황하고, 그 선배도 당황해서는 '괜찮아 보여서 괜찮은 줄 알았는데 아니었나보네'라는 말을 하고는 '야, 들어가면서 뭐 따뜻한 거라도 사먹어'라며 지갑에서 돈을 꺼내 나에게 쥐어주려 했다.


그 뒤의 상황은 대략, '나도 겪어 봐서 아는데' '나는 기획안 퇴자맞은 것도 여러 번이고 최종 보고서 퇴자 맞은 것도 여러 번이야. 괜찮아. 기획안은 다시 수정하면 되는 거고 그게 잘되면 최종 보고서도 잘 나와' '아니 지적하신 분들이 다 너 잘되라고 하는 거고, 사실 너를 미워하는게 아니라 기획안의 잘못된 부분만 지적하는거야' 등등의 말이 흘러나왔다. 도움이 되는 말이 단 하나도 없더군.

내 스위치가 눌린 것이 저 '너나 잘해'라는 건 생각을 하지 않는 모양이더라. 서러웠던 건, 기획안의 수 많은 지적 사항이 아니라 그런 수준의 기획안밖에 내지 못한 내 능력 부족과, 그에 따른 자기 혐오, 자기 비난, 자기 비판, 자기 검열이었다. 돌아 오는 길에 자신에 대한 끝없는 정서적 학대와 자기 비하를 하면서 정말로 몇 번이고 울컥하는 걸 눌러 삼켰다. 저 두 단어가 누군가의 심장에 도끼를 박아 넣은 것이라는 건 나만 안다. 괜찮을 수 없다. 실패하는 성공의 어머니라지만 그건 성공할 때의 일. 성공할 때까지 도전하지 않으면 실패는 실패로 남는다. 그것이 무형의 자산이 되든 아니든, 실패를 자기 속에 오롯이 끌어 안는 사람들은 실패를 할 때마다 정신적인 데미지가 매우 크다. 자신의 능력 부족에 대한 절감도 더더욱.


앞서 간 사람도 힘들었다는 건 위로가 되지 않는다. 힘들어서 뭐? 그것이 나에게 위로가 되나? 다들 힘들었기 때문에 내가 겪는 지금 이 상황은 힘든 것이 아닌가? 힘든 것은 힘든 것이다. 철골 구조는 남았다고 해도 거기에 벽체를 세우고 콘크리트를 부어 넣는 건 내가 해야 할 일이다. 그것이 힘들지 않은가.

거기에 기획안에 대한 지적을 내가 받아들이지 못한다고 여기는 주변 사람들의 발화도 역으로 칼이 되어 날아왔다. 아니요. 지적은 정당했습니다. 정확했습니다. 거기에 대한 준비를 하지 못하고 대비하지 못한 제 잘못입니다. 그럴진대, 저를 그러한 잘못 지적도 받아들이지 못하는 저열한 인간으로 만들지 마세요. 전 그렇게 수준 낮은 인간은 아닙니다. 상처는 받았을 지언정, 그것이 타당하다는 걸 인정하지 못할 정도의 인간은 아닙니다. 당신들이 하는 말은 제게 다 그렇게 들렸습니다. 차라리 말하지 마세요.



그리하여 그 자리를 그 시간에 뛰쳐나오지 못한 것을 지금까지 후회한다는 이야기. 용돈은 받았지만 받았을 때의 기분은 참으로 형언할 수 없는 것이었다.




세 줄 요약.

-기획안 퇴자맞았다고 화난 것 아닙니다.

-그 정도 기획안밖에 못쓴 제게 화가 났습니다.

-그런데 너나 잘해 소리 하시면 눌러 놓았던 화가 폭발하잖아요.


덧붙임.

-그런 지적도 못 받아들일 정도로 낮은 인간 아닙니다. 긍정적으로, 방향은 다시 잡았으니 처음부터 다시 쓰면 되겠다.^ㅁ^고 그 말 듣기 전까지 생각했습니다. 그 말을 듣고 나니 자기 파괴적 본능이 도로 끓어오르는군요.

<SYSTEM> 세면대 배수관 조립 스킬을 획득했습니다.



그러니까 지난 주말에 집 화장실 세면대에 문제가 생겼습니다. 똑딱식 누름단추로 올라오는 세면대 물막이가 망가졌더군요. 아버지가 분해하시더니 오래되어 배수관 안쪽이 삭아 부서졌다 그러십니다. 그리하여 도로 분해하고 청소했는데 이게 토요일 밤이었습니다. 일요일에는 철물점이 문을 안 열고요. 일단 어머니가 일요일에 부품을 사오면 그걸로 일요일에 조립하겠다고 했는데, 어머니도 일요일에 다른 볼 일이 있었던 터라 못 나가셨습니다.


주중에 사오면 조립하겠다고 약속하고 출근했는데, 어제 퇴근해서 보니 아직 조립을 안하셨고. 아버지도 주말에만 오시니까 조립할 틈이 없었던 것이 당연하죠. 오늘 오시니 아버지가 조립하시겠지 생각했는데 팔이 아프시답니다. 그럼 조립하기 어려울 거라 생각해 어머니가 조립해놓고 나가면 안되냐고 하시는군요. 안될 게 뭐 있나요. 아버지가 조립하는 법 가르쳐 주신 것은 졸려서 거의 제정신이 아니던 상태였지만 조립하기는 그리 어렵지 않아보입니다. 무사히 10분 만에 조립 완료.-ㅁ- 무사히 조립해서 다행입니다.




아버지가 오시면 점검하시겠지만 그거야 저녁에 돌아와서 들으면 되고..'ㅂ';


글은 이미 6천개를 돌파했고, 지금은 총 방문자수 200만을 돌파했습니다. 200만은 캡쳐하는데 실패했지만 그래도 2002002라는 대칭 숫자를 캡쳐했으니 그걸로 만족.




2002001을 확인하고 통계에 들어갔더니 멋지게도 2002002를 잡을 수 있었습니다. 하하핫.



하지만 게을러서, 캡쳐는 한참 전에 했지만 오늘에야 올린다는 것이..=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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