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래 글은 지난 주에 내려오면서 적은 글입니다. 덧붙이는 부분은 그 뒤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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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득 ciez님 덧글에 덧글을 달다가 먼북소리가 읽고 싶어졌습니다. 원래는 지난주에 읽으려고 하다가 미처 챙기지 못하고 넘어갔는데, 장기출장(연수)을 위해 마지막 준비를 하다가 충동적으로 먼북소리를 가방에 집어 넣었습니다.
정말로 오랫만에 (다시) 읽는 책이어선지 낮선 부분도 많더군요. 그리고 이전에는 느끼지 못했던 공감가는 부분도 많았고요.
3년간의(엄밀히 말하면 딱 3년은 아니지만) 장기 외국체류를 하게된 동기에 대해 하루키는 '어느 날 문득 긴 여행을 떠나고 싶어졌던 것이라.'란 머리말에서의 언급이나 '어느 한 시기에 달성해야할 무엇인가를 달성하지 않은 채로 세월을 헛되이 보내는 것'에 대한 이야기로 설명하고 있습니다. 20대 후반을 헛되이 보내는 게 아닌가란 생각을 하는 제게 드라큘라 퇴치용 말뚝을 들고 10kg짜리 나무망치로 두들겨 박는 느낌을 맛보게 해주었지요. 하.하.하.
아껴 읽다가-책을 조달하기가 그 때는 쉽지 않아서-진도는 많이 못나갔지만 그래도 한 글자 한 글자 음미하며 나가고 있으니까요.
이제 20대가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연 수로만 따지면 정말로 조금만 지나면 30대로 들어갑니다. 그 때까지 30대에 하려 했던 일을 마무리 지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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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수 도중 시간 날 때마다 썼더니 중구난방의 글이 나왔습니다. 그참.;
그래도 하고 싶은 말은 다 썼지요. 사실 먼 북소리를 좋아하는 것은 여행이 아니라 외국에서의 장기체류라는 로망(?)을 글로 보여주고 있기 때문입니다. 가장 체류하고 싶은 나라라고 하면 단연 일본일텐데-일단 말도 조금은 통하고 지하철도 탈 수 있고 교통비와 숙박비가 비싸다는 것을 제외하면 그래도 살만하고 가고 싶은 곳도 많고-일본은 아니더라도 그리스나 로마에서의 생활을 보여주는 것도 꽤 마음에 들었습니다.
그래도 읽을 때마다 느낌이 다르군요.
마흔을 앞두고 뭔가를 이루어야 한다는 절박감에 어쩌면 자신을 낯선 곳에 몰아가는 것일텐데, 저 역시 서른을 앞두고 뭔가를 이루어야 한다는 생각이 들고 있기 때문일겁니다. 그것이 결혼이든, 출산이든, 아니면 제 나름의 기술을 개발하는 것이든 말입니다. 결혼이 그나마 가장 빠르고 주변의 파급효과도 클 터인데 1년 12개월 중 결혼하고 싶다-혹은 옆구리가 허전하다-라는 생각이 드는 것은 딱 한 달간이고 나머지 11개월은 싱글이 좋다고 부르짖고 있습니다. 그 1개월을 위해 나머지 11개월을 바친다는 것은 뭔가 좀 아깝지 않습니까.
(그래도 절대 안해를 부르짖던 몇 달 전보다는 좀 나은가요?)

이것저것 손은 대놓고 있지만 진도 나가는 것이 보이지 않아서 몸이 달아 있나봅니다. 가시적인 성과만이 전부는 아닐진대, 그저 정진해야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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