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것도 선착순입니다.

여기 있는 책 중에서 삼천 세계와 커피 좋아하세요?만 남았군요. 나머지는 몽창 S에게 가기로 했습니다.
S에게는 저희집에서 나가는 책의 40% 이상이 흘러 들어가고 있습니다. 음양사 별전이랑 공의 경계는 친구 Y에게 보내줘야겠습니다. 운송료가 만만치 않겠지만 서가가 포화상태가 되는 것보다는 낫지 않을까요.


본론으로 돌아와서...;

삼천세계 1-4와 한승원씨의 <커피 좋아하세요?> 가져가실 분을 찾습니다. 없으면 이것도 폐지함으로.;;
02로 시작되는 전화번호가 걸려오면 대개는 스팸 전화입니다. 2년 전만해도 모 결혼정보회사에서 전화가 걸려오곤 했지만 나이가 나이이다보니 이제는 걸려오는 전화도 없군요. 가끔 카드회사에서 전화가 오곤 하지만 그도 그리 많지 않습니다. 이런 종류의 전화들은 반갑지 않기 때문에 차갑게 응대를 하는 경우가 많지요.

"죄송합니다, 지금 업무가 바빠서요."

라며 말입니다.

그러나 이 전화만큼은 반갑다고 해야할지 아니면 무섭다고 해야할지 난감합니다. 바로 교보 일서란에서 걸려오는 전화지요.

"고객님이 주문하신 책이 도착했습니다."

라는 말이 흘러 나오면 지갑에 들어 있는 카드를 떠올리고, 지금까지의 카드 결재 내역과, 이번 달의 책 구입 내역을 떠올리며 애써 통장 잔고를 외면합니다.
이건 어제의 실제 상황이었습니다. 하하하...

이런 것이 어제 도착했단 말입니다. 으흐흐흐흑.
가격은 무려 45000원. 물론 회원 할인을 받고 나니 그보다는 싸졌지만 그래도 4만원은 넘었습니다. 그랬던 것을 최근에 질렀던 책들로 인한 포인트로 왕창 깎아서 23000원만 결재했습니다. 아아. 다행이군요. 통장 잔고는 지금 최악의 상황을 달리고 있습니다. 월급날은 2주 남았고요.

DVD와 애장본이 들어가 있다길래 궁금했는데 애장본이라고 말하기도 참 미안한 세트입니다. DVD에서 캡쳐를 한 것이 분명한 찌글찌글한 사진들을 타샤의 짧은 글-수필이라고 할까요. 그러기엔 좀 많이 짧지만-을 곁들였습니다. 보통 DVD가 3500엔 내외란 것을 감안하면 이 얄팍한 애장본-DVD 케이스 두께와 동일합니다-이 1천엔 가량인겁니다. 으음. 이건 좀 아닌걸요.

영상을 돌려보고 싶어서 DVD-ROM에 넣었더니 코드 전환인 네 번 남았다는 문구가 뜹니다. 코드 프리가 필요하군요. 아니면 동생 방 컴퓨터에 DVD-ROM을 장착하는 것도 한 방법일겁니다. 거실에서는 코드 3만 띄우고 이쪽에서는 코드 2만 띄우고. 하하하. 그러는 것보다는 차라리 플스2를 지르는 것이 나을까요? 플스 2는 무조건 코드 2만 돌리게 될 거란 생각인데.
온다 리쿠, <흑과 다의 환상>, 북폴리오, 2006

온다 리쿠 작품 중에서는 굽이치는 강가만 제외하고 다 읽은 셈입니다. 굽이치는~은 엔딩 부분만 훑어보고는 엔딩이 제 취향이 아니었기에 피했습니다. 아무래도 뒤 끝이 남는 느낌이라 말입니다. 깔끔하기로 말하자면 가장 먼저 출판되었던 밤의 피크닉이 가장 깔끔하고, 끈적하기로 말하자면 삼월은 붉은 구렁을이 가장 심합니다. 삼월은~은 비슷한 연작 소설들의 기반이 되기 때문에, 그리고 실험적인 방식으로 진행되기 때문에 더욱더 알기가 어렵다는 것이겠지요.

따지고 보면 흑과 다의 환상도 삼월의 연장선상에 있습니다. 보리의~가 직접적으로 연장선상에 있다면-3장을 떼어서 확대해 썼습니다. 애거서 크리스티의 예고살인과도 비슷할지도요? 하지만 엔딩이 다릅니다-흑과 다는 보리보다는 앞서 나왔으면서 미묘하게 연장선에 있습니다. 출간 순서대로 읽었다면 아마 보리를 읽을 때의 느낌이 굉장히 달랐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흑과 다의 환상은 마흔을 앞둔 네 친구들(남자 둘, 여자 둘)의 여행으로 시작합니다. 보통 남자 둘 여자 둘, 그것도 30대 후반의 사람들이라면 부부동반 여행으로 생각하기 쉽지만 이들은 각자 자신의 배우자들을 놔두고 모였습니다. 참 독특하지요. 한국에서도 이루어지기 힘든 여행이라 생각하지만 일본에서도 쉽지는 않을거라 봅니다. 이들 네 사람이 각각의 장에서 주인공이 되어, 시간의 흐름에 따라 그 시선도 옮겨 갑니다. 순서는 리에코, 아키히코, 마키오, 세쓰코의 순입니다. 그리고 제가 보기엔 이 순서가 약→강으로 밖에 안 보이는군요.OTL
참으로.... 이들의 관계는 재미있습니다. 그리고 부럽습니다.(개작의 소지도 다분합니다. 음하하;)
아직은 책을 막 읽어낸 시점이라 뭐라 정리해아할지 감이 잡히지 않지만, 제 자신에게도 상당히 의미있는 소설이 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뭐랄까, 저 자신을 안에서 들여다 볼 수 있게 한-그리고 제 남성취향을 꽤 재미있는 방향으로 되새길 수 있게 한 소설이지요.


읽으면서 이런 생각을 했습니다. 지금의 저는 리에코에 가깝습니다. 그리고 제가 원하는 것은 마키오의 상태입니다. 그런 제가 친구, 혹은 파트너로 두고 싶은 것은 아키히코나 세쓰코입니다. 읽어보시면 쓴웃음을 지으실지도요.
교고쿠 나츠히코, <광골의 꿈>, 손안의책, 2006

제목만 들어도 뭔가 해골이 덜그럭거리며 춤을 출 것 같지 않습니까? 그렇지 않아도 어제 밤에 본 CSI 뉴욕편이 해골로 시작한바, 의미가 깊군요. ... 진담으로 받아들이시면 안됩니다. 하하하하하;


아침부터 상큼하게 하는 이야기란게 해골. 그래도 이번 책은 교고쿠도 시리즈 중에서 가장 무난하다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우부메의 여름이나 망량의 상자나 읽고 나서 며칠간 끙끙대고 있었는데 이쪽은 그래도 쌈박하게, 가볍게 마무리가 됩니다. 그점에서는 지금 읽고 있는 흑과 다의 환상이 머리아플 여지가 많습니다. 온다 리쿠의 코드도 사람의 가슴에 비수를 푹 찌르는 데는 뭔가 있으니까요. 흑과 다는 다음에 마저 이야기 하도록 하고..

우부메의 여름, 망량의 상자, 광골의 꿈에 이어지는 이야기들은 대개 패턴이 사건이 발생한다 혹은 사건의 피해자, 피의자가 알 수 없는(그러나 본 내용을 다 파악하면 알 수 있는) 이야기를 중얼 거리는 것에서 시작합니다. 그리고 그걸 우울증 환자인 안나가는 환상소설 작가에게 들고온다거나, 아니면 그 외 다른 등장인물들-어디서건 반드시 이 패거리(?)와 연결된-에게 손님이나 누군가가 찾아와 상의를 한다거나 하여 전개됩니다. 그리고 교고쿠도는 책상머리 탐정, 그 외는 탐정의 지시 하에 투덜거리며 움직여서 정보를 캐냅니다. 지시를 받지 않고 본인의 마음대로 움직여도 정보는 어차피 교고쿠도에게 흘러가더군요. 그리고는 해결사 교고쿠도가 출동해 책 반 권 분량에 걸쳐 구구하게 사건을 설명합니다.
책의 10%가 도입, 40%가 교고쿠도를 중심으로 한 만담(이라기보다는 알 수 없는 해설. 심리학부터 의학, 민속학 등의 분야를 망라합니다), 40%가 교고쿠도의 사건 해설, 나머지 10%가 잡다 이야기인고로 ... 물론 그대로 믿지 마시고 어느 정도 깎아 들으시는 것이 좋지만 책을 일단 읽고 나면 저런 분포도가 자동으로 머릿속에 그려집니다.
거기에 이번 권을 읽으면서 교고쿠도 시리즈에 나오는 또하나의 공통점을 깨달았습니다. 이제야 깨달았다는 점이 둔하긴 하지만..; 시리즈마다 의학적인 이야기가 꼭 한 번씩 등장합니다. 우부메에서는 개구리(인지 두꺼비인지)와 관련된 의학적 설명을, 망량에서는 그 기묘한 생명유지장치를, 광골의 꿈에서도 프로이트, 뇌와 관련된 여러 이야기가 등장합니다. 광골의 꿈에서 등장하는 의학코드는 미리 알려드리면 내용폭로가 될 수 있기 때문에 은근슬쩍 넘어갑니다.

아, 광골의 꿈을 읽기 전에 프로이트나 정신분석학 쪽 책을 한 번쯤 읽어보시는 것도 좋겠군요. 앞에서는 그 수염난 할아버지에 대한 반항의식이 줄줄 등장하기 때문에 말입니다.


한 번 더 ... 읽기는 미묘하고. 혹시 전권 대출해 가실 분 없으십니까?;;
이번 책박스는 꽤 큽니다. 평소에는 한 두 권 정도만 주문하고 말았는데, 이 때는 어쩌다보니(...) 주문 폭주를 해서 온다 리쿠의 소설과 사려고 생각하고는 미뤄두고 있던 책들을 한꺼번에 넣었습니다. 지원되는 문화비로 영수증 처리하면 뭐, 제 지갑에서 나가는 부분은 적어지지요.

엎어진 영수증과 함께 보이는 김영갑씨 사진집. 생협 번개 때 리퀘 있으면 들고갑니다. 훗훗훗.

광골의 꿈도 지르는 바람에 총 11만 ****원이 들었습니다. 제일 많이 차지한 것은 물론 사진집. 저게 45000원이었거든요. 가끔 여행가고 싶을 때 들여다보면 카드를 긁게 만드는 주범이 될 거라 추측합니다. 여행에의 환상을 잡아 넣는 것은 사실 이글루스 여행 밸리가 열 몫쯤 담당하고 있지요. 100몫을 맡고 있는 스트레스와는 비교할 바가 아니지만 그래도 상당히 큽니다.

보리의 바다에 가라앉는 열매는 다 읽었습니다. 남녀공학 기숙사물로 보아야 할지, 추리소설로 보아야 할지, 스릴러로 보아야 할지, 방황하는성정체성물(...)로 보아야할지 애매하긴 합니다. 뭐, 거기에 엔딩을 확인하고 읽어서 타격이 적었지만 그렇지 않았다면 아마 뒤통수를 꽤나 얻어맞았을 겁니다. <삼월은 붉은 구렁>의 4번째 장을 확장시켰지만 엔딩이 전혀 다르다고 하더니 이럴 줄은 몰랐습니다.
가장 마음에 들어하는 캐릭터는 요한. 이 녀석은 성공할겁니다. 반대에 서있는 것이 아마도 레이지. 이쪽은 계속 학교에 갇혀 있지 않을까란 생각도 드는군요. 그렇다고 동생이 구해줄 것 같지도 않으니 언젠가는 습지로 걸어들어가지 않을까요. 아니면 그녀의 정체를 알고서는 맹렬하게 돌진한다거나....;

정체를 감추고 있는 학교라는 점에서는 클램프학원과도 닮았군요.(웃음) 이쪽 학교는 나무를 숨기려면 숲에,라는 철칙을 잘 지키고 있으니 그런 점은 또 다르군요. 클램프 학원이 감추려한 것은 나무가 아닌 다른 것이었으니 말입니다. ... 그나저나 X는 언제쯤 완결되려나요.=_=;
기억이 맞다면 Go 히로미 Go는 아마 치즈양에게 주기로 했을테고..
지금 나와 있는 것은,
- 음양사 별전 -나마나리 아가씨
- 프린세스 프린세스 1-4
- 환월루기담
- 다섯상자의 비밀
- 게임
- 천사와 독약 1
- FSS 해적판 1( ...)
- 마 시리즈 다섯 권.(4권은 연속, 한 권은 비연속)
- 마리아님이 보고 계셔 1-2
- 채운국 이야기 1
- 월야환담 창월야 1-2


가져가시는 분 없으면 아마도 폐휴지 통에...?
호시노 미치오, <알래스카 바람 같은 이야기>, 청어람미디어, 2005

오랜만에 반납들어온 책이 마침 얼마전에 읽고 싶다 생각하던 차라 잽싸게 들고 왔습니다. 제목처럼 주제는 알래스카, 주제를 소화하는 방식은 사진과 사람들의 이야기, 그리고 작가는 사망한지 좀 되었습니다. 1999년에 사망했는데 책이 2005년에 나온 것을 보면 참 신기합니다. 죽은 뒤에도 죽은 것이 아니라 그 사람의 사진과 이야기는 살아 있으니까요.

이 책도 사실 조심해야하는 책중 하나입니다. 김영갑씨 책 못지 않게 사람을 부추깁니다. 어디론가 멀리 떠나서 그대로의 자연과 조우해야할 것 같은 생각이 들더군요. 알래스카~는 이번이 두 번째로 읽는 것임에도 첫 번째와 두 번째의 느낌이 너무 다릅니다. 최근 매너리즘에 빠진게 아닐까 생각할 정도로 마음이 황량해서 더 그런지도 모르겠습니다. 역마살이 갑자기 자라나는 듯한, 어디론가로 떠나야 할 듯한 느낌을 불러일으키는군요.
지금 발목을 붙들고 있는 모든 것을 다 뿌리치고 티켓 한 장만 끊어서(왕복이 아니라) 알래스카에 들어가 홀로 자신을 마주하고 싶은 생각이 듭니다. 그러고 보니 아침에 읽은 조용헌 칼럼에서도 그랬지요. 사막에 들어가 한 달 정도 있으면 혼자 있어도 외롭거나 두렵지 않은 독존의식(獨存意識)을 기를 수 있다고요. 알래스카에 가서도 가능하지 않을까 살짝 생각해봅니다.( ")

아, 그리고 하나 더. 알래스카의 현 상황에 대한 내셔널 지오그래픽의 기사를 미리 읽고 이 책을 보는 것도 도움이 됩니다. 2006년 후반기 표제 중에 알래스카 관련 이야기가 있었지요. 유전이 발견되면서 점점 국립공원들이 점점 개발되어 가고, 알래스카에서 자연과 더불어 살아가던 원주민들은 개발과 이주민에 밀려 설 곳을 잃어간다는 아주 진부하지만 진부하지 않은 이야기가 있습니다. 알래스카~는 옛날 이야기(10년 전의)에 가깝지만 그래도 상황은 악화되었으면 되었지, 절대 좋은 쪽으로 가고 있다고 말 못하니까요.

그리하여 살까 말까 고민중입니다. 사진은 마음에 들었는데 옆에 놓고 보면 정말 티켓 쥐고 달려나갈까 무서워서 못두겠습니다.


최효찬, <세계 명문가의 자녀교육>, 예담, 2006

읽는 내내 태클이 걸려서 난감했던 책입니다. 주변에서의 태클이 아니라 제 내부의 태클-다시 말해 책이 굉장히 허술했다는 겁니다. 앞 뒤가 안 맞는 두서 없는 책이란 생각도 들고, 책 전체적으로 일관성 없이 하고 싶은 말이 뭔가라고 되묻는 경우도 많았고요.거기에 제가 신문기사라든지 다른 책들을 통해 얻어서 여기 등장한 명문가에 대해 알고 있는 것이 이 책에 등장한 이야기보다 더 많지 않을까 생각할 정도입니다. 주제는 좋지만 엮어내는 방법이 좋지 않았으며 수박 겉핥기의 느낌이 강했습니다. 기왕이면 내용 팍팍 실어서 구체적인 이야기를 담아도 좋았을 건데 말입니다.
소개된 곳은 케네디, 발렌베리, 게이츠, 퀴리, 공자, 로스차일드, 다윈, 타고르, 톨스토이, 러셀의 집안입니다. 게이츠가가 왜 들어가나 했더니 여기도 명문가였군요. 어쩐지, 빌 게이츠의 아버지가 상속세 폐지 반대운동에 나섰다고 할 때 어라라?라고 생각했더니 이런 이유가 있었군요. 다들 명문가라고 잘 골랐다고 할 수 있을지 몰라도 뭔가 미묘하게 핀트가 안 맞는 것들이 많습니다. 그냥 유명인들의 집안 내력 소개 정도에 지나지 않은 이야기도 있고요.

그러다보니 이 책에서 제대로 집중하고 읽었던 이야기는 딱 한 구절입니다.

p.185
"의사 아버지, 아들의 '인생 스승'이 되다"
찰스 다윈이 자란 곳은 런던에서 기차로 약 3시간 정도 걸리는 곳에 위치한 중세풍의 아름다운 도시 슈루즈버리다. 시내에는 다윈의 동상이 중심가를 바라보며 세워져 있고, 그가 살았던 생가도 잘 보존되어 있다. 슈루즈버리는 원탁의 기사를 다스린 아더왕의 전설이 살아 있는 곳이기도 하다.
(중략

!!!!
캐드펠! 휴 버링가! 시루즈베리 수도원! >ㅁ<!!!

그리하여 다음에 혹시 영국여행을 하게 된다면 시루즈베리도 반드시, 꼭 가봐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우후훗~♡

그러니까 어제, 가클과 함께 교보문고에서 책을 둘러보다가 표지 사진이 마음에 드는 책을 발견했습니다.

마음에 들만하지요? 표지에 등장한 사진의 느낌이 취향인데다가 제목도 <영국에서 차를>, 거기에 부제가 스콘, 클로티드 크림, 애프터눈 티입니다. 이쯤되면 가격이고 뭐고 일단 질러놓고 본다는 막무가내의 상황이 연출됩니다. 통장 잔고가 있었다는게 불행이었지요. 진작에 이체시켜둘걸 그랬습니다. 그렇게 되면 일단 책 충동구매지수는 상당히 낮아질텐데요.

지금 찾아보니 Yumi Koseki(小關由美)의 <イギリスでぉ茶を>입니다. 교보에서 검색하면 출판사나 ISBN이 나오니 추가 주문하실 분은 찾아보세요. 교보에도 약간 재고는 있을거니다. 제가 집어든 것 외에 한 권은 더 있었으니까요.

그러나 내용은 제가 기대하던 레시피 북이 아니라 책 상단에 적힌 영문 해설대로 영국에서 애프터눈 티 즐기기(Where to enjoy afternoon tea trail)입니다. 그러니 제가 첫비행님께 이 포스트를 바친다고 앞서 말한 이유를 아시겠지요? 영국 여행가시기 전에 이 책 꼭 빌려가시길 바랍니다. 코츠웰, 데본 & 콘월,허포드(Hereford), 런던의 순으로 소개가 되어 있습니다. 다른건 몰라도 트와이닝의 티샵은 정말로, 정말로, 정말로 가고 싶다고요!


자, 그럼 이런 것은 염장이 아니다라고 생각하실 분들을 위한 사진 한 장.

할아버지 앞에 놓인 저것이 무엇으로 보이십니까? 힌트는 오른쪽 페이지에 있습니다.

칼라 컬슨, <이탈리안 조이>, 넥서스BOOKS, 2006

지난 달에 도서구입 폭주를 하면서 구입했던 책 중 가장 나중에 들어온 것이 이탈리안 조이입니다. 대개 교보에서 보내오는 책들은 한진택배를 이용하지만 이번은 책 배송이 늦었기 때문에 우체국택배로 오더군요. 같이 온 DVD 중에서 프린스 앤 프린세스가 입고가 늦었는지 주문한지 일주일 넘기고 도착했습니다. 어차피 이탈리안 조이는 두 번 읽었던 책이고 가끔 들여다보면서 유럽 여행에 대한 꿈을 키워볼까해서 구입한 것이니 느긋한 마음으로 기다리고 있었지요.
도서관에서 책을 검증하고 구입하는 경우는 꽤 많습니다. 구입하는 책의 절반 이상은 작가 구입-그 작가 책은 무조건 산다는 식의-이고 나머지의 절반 정도는 도서관에서 읽어보고 마음에 들어서 구입합니다. 후자의 경우에는 다른 책들보다 훨씬 여러 번 읽습니다. 로베르의 행복레시피는 제가 기억하는 것만으로도 다섯 번은 읽었을 겁니다. 그렇다고 거기에 들어 있는 모든 레시피를 통달했다는 것은 아니니 안심하시고, 그저 가볍고 편하게 읽을 수 있는 책이기 때문에 자주 보는 겁니다. 멋진 그대에게나 남자들에게, 침묵하는 소수, 아시아의 라이프 스타일, 녹색의 가르침 등이 여기에 속합니다. ... 적어두고 보니 공통점이 있군요. 이런..;

이탈리안 조이를 읽어보셨다면 위에 언급된 책들과 공통점이 있다는 것을 알아채셨을겁니다. 여행기라기 보다는 정주기에 가까운 이 사진책은 굉장히 느낌이 마음에 듭니다. 잘나가는 회사를 운영하던 30대 초반의 여자가, 여성으로서의 자신이 점점 사라지고 외로워진다고 느끼는 순간 결심을 하고는 회사를 팔고 집을 정리하고 짐을 정리하고 카메라 하나만 들고 유럽으로 날아옵니다. 첫 번째로 머물겠다고 생각한 곳이 피렌체. 몇 년 전에 여행을 왔을 때 좋은 곳이라 생각해서 발을 내딛었는데 잠시만이라고 생각했던 것이 어느 새 몇 년을 머무르게 됩니다. 그리고 그 안에서 이탈리아어를 배우고 이탈리아 사람들과 교류하고 좌충우돌하면서도 사진작가로서의 꿈을 키우고 그걸 실현합니다. 물론 그 사이에 연애담이 없을리 없지요. 정열적이고 솔직한 이탈리아 남자들과 함께 지내면서 죽어있던 여성성도 되살아나고 연애도 하고 사랑고백도 받습니다. 그런 이야기가 담긴 책이니 솔로천국 커플지옥을 외치는 분들께는 권하지 않습니다.(웃음)

이탈리아는 여행지로서의 악명은 높지만 살아가는 곳으로서는 별로 나쁘지 않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물론 어디까지나 이탈리아 예찬자인 컬슨씨의 이야기만 들어서 그렇지, 로마에서 살았던(10년도 더 전이라지만) 하루키의 이야기를 읽으면 고개를 갸웃거리게 되는 점도 많지요. 둘다 이탈리아의 모습 아니겠습니까.

유럽은 비용문제도 그렇고 일정 문제도 그렇고, 아마 몇 년 이내에는 갈 일이 없을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이탈리안 조이, 이글루스의 절세마녀님 이야기, 첫비행님의 여행준비를 보고 있자니 몸이 들썩거리는군요. 허리띠 졸라매서 도전해야겠습니다. 훗훗훗. 그런 의미에서 첫비행님께는 다음 포스팅을 바칩니다.(응?;)


신이현, <알자스>, 랜덤하우스코리아, 2007

이건 신문의 프리뷰를 보고는 덥석 물어버린 경우입니다. 이런 경우는 많지 않지요. 프리뷰를 보고 나면 일단 서점에 가서 책을 검토하고 구입을 결정하는데 반해, 이경우는 주제도 그렇고 내용도 취향일 것이라는 확신이 들어 망설임 없이 구입했습니다. 같이 주문을 넣었던 샤바케나 나는 길고양이에 탐닉한다는 이 책에 휘말려 구입했다는 느낌이 더 강할 정도입니다. 구입할까 말까 망설이고 있던 책을, 망설임 없이 지르는 책과 함께 주문해서 폭주했다고 할까요.
읽고 난 후의 느낌. 좀더 프랑스 적이었다면 좋지 않았을까란 생각이 듭니다. 뭐랄까, 일반인(이쪽 생활을 잘 모르는 한국사람)에게 맞추려고 한 것인지 알자스 생활에 푹 젖어 있는 사람이긴 한데 일부러 한국인에 맞춰 난이도를 조정했더군요. 그걸 확실하게 깨달은 것이 초록색 레몬입니다.
초록색 레몬. 뭔가 떠오르는게 있지 않습니까? 한국에는 거의 들어오지 않지만-가끔 백화점에서 보이기도 합니다-소녀들에게는 아주 익숙한 이름의 그 열매, 라임일겁니다. 작은 아씨들에 등장하는 소금에 절인 라임도 이겁니다. 껍질은 얇고 레몬보다는 좀더 작고 동글거리지만 신맛이 강하며 칵테일 등에 쓰이는 과일이지요. 주로 라임주스로 유명합니다.(이건 제 린스이기도 합니다. 하하하;) 아마 대개의 한국 사람들은 라임이 무엇인지 모를테니 그냥 초록색 레몬이라고 하는 쪽이 낫지 않을까 해서 바꿨을 거란 생각이 드는군요. 하지만 이런 부분이 참 아쉽습니다. 본격적으로 빠지지 못하는 느낌이랄까.
게다가 로베르씨의 행복레시피에서 종종 보았던 프랑스인의 식습관이, 조금은 거북한 느낌이나 나는 잘 이해하지 못하겠다는 솔직한 고백과 함께 등장하는 것을 보면 묘합니다. 행복레시피를 읽고 이 책을 읽는다면 웃음과 한숨이 동시에 나오는 것을 알 수 있을겁니다.

그리고 역시, 유럽여행에의 꿈을 불태우게 만든 책입니다. 훗훗.;


하타케나카 메구미, <샤바케>, 손안의책, 2005

시리즈물이 아닐까 생각하는데 한국에는 이 책 한 권만 나와 있습니다. 역자(김소연씨)와 출판사를 보면 장르를 짐작할 수 있는 멋진 책(...)이지요. 원래는 역자로 검색을 했다가, 손안의책에서 최근에 뭐 재미있는게 안나왔나 검색하면서 덥석 집어든 책입니다. 장바구니에 담아두고 있다가 알자스와 함께 주문을 했습니다.
집지기~와는 다른 느낌으로 재미있게 볼 수 있는 책입니다. 아, 물론 분위기는 확 다릅니다. 집지기 쪽이 풍류적이라면 샤바케는 그보다는 좀더 추리적인 요소가 많이 들어 있기 때문에 긴장감과 함께 읽어나갈 수 있습니다. 다른 것보다 여기도 주인공인 이치타로가 마음에 들었고요.
책 소개를 보면 병약한 소년이라는 말이 나오는데 주인공이 가진 출생의 비밀을 보자면 고개가 절로 끄덕여집니다. 이러니 얘가 이렇게 비실거리지라는 말이 입밖으로 튀어나올 정도입니다. 그런 녀석이 성격은 또 좋다는게 희한합니다. 잘나가는 운송업체의 하나 밖에 없는 아들래미인데, 이 당시의 운송업체에서 한 자리 차지하고 있다는 것을 생각하고 한국판으로 돌려본다면 금호 아시아나의 무녀독남쯤? (....) 대강 그런 아이일진대 어렸을 때부터 몸이 안 좋아서 뭔가 일만 터지면 픽 쓰러지고 하는 허약 체질이라 부모님의 걱정이 이만저만 아닙니다. 이렇게 자라면 버르장머리 없고 막나가는 아이가 나올만도 한데, 다른 체질 때문인지 전혀 그런 것도 없습니다. 어떤 때는 보면 대범하고, 사고뭉치이고, 호기심도 많고, 머리도 굉장히 좋습니다. 분석가 타입이기도 하고요. 몸이 안 좋다는 핸디캡만 없었다면 대성할 인물이라는 느낌입니다. 게다가 묘사된 것을 보면 굉장한 미소년입니다. 아니, 나이가 나이인만큼 미청년이라 불러야 할까요? (병약 미청년이라.... 모 타입이 떠오릅니다;)

다음 권이 제발 나와주기를 빌고 있는데 이 책이 잘 안팔려서 그런지 뒷권 이야기가 없습니다.(훌쩍)


고경원, <나는 길고양이에 탐닉한다>, 갤리온, 2007

이쪽은 만월님 블로그에서 보고 구입을 결정한 책입니다. 라고 하면 거짓말.OTL 부추김 당했지만 구입여부는 두고보자고 했던 것이 어쩌다보니 휘말려서 결재버튼을 누르고 있었다는 겁니다. 역시 책은 몰아서 사는 것이 제맛이야랄까요.(...)
하지만 느낌은 굉장히 좋았습니다. 특히 밀레니엄 고양이-종로타워고양이들의 이야기는 언젠가 나도 찾아가서 한참 바라보고 있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정도였습니다. 더불어 집 근처에 있는 길고양이들에 대한 관심도 높아졌고요. 집 근처에 있는 길고양이는 원래 길고양이가 아니었을겁니다. 집 근처의 미용실에서 지내던 코숏태비가 한 마리 있었고, 그 태비 외에 두 마리의 고양이가 미용실에 상주해 있었습니다. 코숏태비는 확실히 미용실 안에서 지내고 있었으니 여기 고양이 같더군요. 그러던 것이 시간이 지나자 태비가 새끼 고양이 다섯마리를 낳았습니다. 이 다섯마리는 미용실에서 지내는 것같지는 않았고, 이 때부터 어미가 새끼들과 같이 밖을 쏘다니기(...) 시작합니다. 그리고 어느 새 미용실에는 고양이가 한 마리도 남지 않았고 그저 미용실 앞 화단에 놓인 사료와 물을 가끔 먹으러 오는 고양이들이 있다는 상황이 되었습니다. 가끔 아파트 주변이나 집 주변에서 보이는 고양이들은 미용실에 살던 어미 태비와 관련이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그러고 보니 언젠가는 미용실 앞 화분에 정말로 귀여운 턱시도 새끼 냥이가 매달려 있는 것을 본적 있었지요. 시간과 나이를 생각하면 미용실 태비의 손자쯤이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엉뚱한 이야기를 하고 말았는데 이렇게 집 주변의 길고양이에 대해 한 번쯤 돌아보게 만드는 책입니다. 안국동 고양이는 아마 저도 본 적이 있을 것이고(구멍가게 앞에서 뒹굴던 고양이 두 마리를 저도 기억합니다. 아마 거기가 맞을거예요) 그러다 보니 절로 맞장구를 치며 읽게 되는 책입니다.
다만 고양이를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 있지 않은 분께는 추천하지 않습니다. 그런 분들께는 길고양이는 퇴치해야할 대상일 경우가 많으니까요. 그런 분들께는 뻘짓으로 보일 수도 있음을 잘 알고 있습니다.

얼마전 퀄리티 시즌을 갔을 때 발정난 고양이의 울음소리를 들었습니다. QS 대문 옆의 화단으로 고양이들이 지나다니는 것을 보면 그 근방이 길고양이들의 쉼터가 아닐까 합니다. 언젠가 여유가 되고 시간이 된다면 티마스터께 말씀 드려서 이쪽의 길고양이들 생태 파악을 하고 싶다는 것이 제 작은 소망입니다. 신촌 쪽의 고양이들을 파악하는 것은 집근처 고양이 파악보다는 훠~~~얼씬 힘들겠지만 퀄리티 시즌을 자주 드나드는 사람들이 많아진다면 길고양이를 관리하는 것도 가능하지 않을까요? 잠깐 그렇게 생각해봅니다.

ps. 까웅이의 발정은 잦아들었을까요...? =_=;;

일본에서는 26권까지 나온 용기단. 어느 분이 "초회한정판"이라고 말씀하셨듯이 드래곤 피스트, 고스트 카르테와 마찬가지로 1쇄만 찍는, 나와주는 것만으로도 기적이라 부를 수 있는 책입니다. 상당수의 사람들은 "이게 뭐야?"라고 물으실테지만 말입니다.

오카미 미네코의 장기 연재작이자 유일하게 연재중인(월화가인은 연중이지요?) 용기단. 24권은 10권 넘게 끌어 오고 있던 이계편 이야기가 끝나는 부분입니다. 그래서 그런지 슬슬 이야기도 정리가 되어가는 느낌이고요. 설정만 해두고 등장하지 않았던 몇몇 캐러가 정리되면 이제 이 책도 드디어 완결나지 않을까 생각해봅니다.

그러기 위해서 잠시 24권에서의 상황정리가 필요하겠더군요.

용기단 4권에 등장하는 인물 소개에서 용제와 용비 밑에 있는 용관은 아래와 같습니다.

용제(류크레온) / 용비(레이스리네)

백의 용관(알피지) 청의 용관(카이스턴) 황의 용관(루워크) 흑의 용관(테세우스) 적의 용관(?)

이 당시 적의 용관은 존재하지 않았고, 적의 용관 아래에 용기사가 소속되어 있습니다. 용기사는 수룡(룬), 지룡(대츠), 화룡(라스).

그리고 20권이 지난 지금은 꽤 바뀌었습니다. 백의 용관 알피지, 청의 용관 카이스턴이 사망. 적의 용관에게 가야할 구슬은 라스에게 가 있다가 라스가 사망(자살-_-)하면서 본래 주인에게 돌아갑니다. 백의 용관은 현재 룬이, 적의 용관은 비아레스, 길이 화룡의 기사가 됩니다. 그 외 밝혀져서 앞으로 그리 될 것이라 추정하는 것은 ....;

용제(류크레온) / 용비(레이스리네)

백의 용관(룬) 청의 용관(?) 황의 용관(루워크) 흑의 용관(테세우스) 적의 용관(비아레스)

화룡(길) 수룡(서벨) 지룡(대츠) 풍룡(나딜에게 먹힘) 광룡(류크레온이 주인)

풍룡의 경우, 라스가 죽은 뒤 광룡이 돌아온 것을 보면 나딜 사망 후 풍룡 역시 돌아올 가능성이 있지 않을까 합니다. 서벨이 죽은 것 같지는 않으니 수룡은 룬에게서 서벨에게 넘어갈 것이고, 룬은 백의 용관이 될겁니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것. 현재 돌아가는 상황을 보건데 류크레온은 라스에게 몸을 넘기거나 하고 죽을 것으로 추측됩니다. 그에 따라 용제와 용비가 동시에 바뀔 것이고 차기 용제와 용비는 라스+세시아가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류크레온이 키첼에게 준비를 기다려 달라고 한 것도, 준비가 끝난 이후 물건을 건네는 것은 혼자 남은 레이스리네가 할 것이라 추측합니다. 그리되면 아마도....

용제(라스) / 용비(세시아)

백의 용관(룬) 청의 용관(?) 황의 용관(루워크) 흑의 용관(테세우스) 적의 용관(비아레스)

화룡(길) 수룡(서벨) 지룡(대츠) 풍룡(?) 광룡(라스?)

풍룡의 기사나 광룡의 기사가 이후 등장할 가능성도 있습니다. 노히로와 노히로의 친구로 캐릭터 소개만 잠시 되었던 몇몇 캐러들이 있으니 말입니다. 게다가 서벨이 이렇게 중요한 위치가 될거라고는 생각도 하지 않았기 때문에 말입니다. 틴트레트는 정령족의 장을 잇지 않을까란 생각도 하고요.
(설마하니 칼이 청의 용관이 된다는 설정이...?;)

엔딩까지 몇 권이나 남았을까요. 아무래도 26권까지 주문해봐야겠습니다.
지금 주문 들어간 원서가 두 권. 거기에 최근에 주문하지 않았던 용기단 원서들까지 들어가면 몇 권? ... 아무래도 상반기 내에 플래티넘 자격을 넘지 않을까란 생각이 드는군요. 허허허.
(덧. 3년 연속 10만원 이상이라는 기준은 이미 넘었습니다.-_-)
그 분이 오셨습니다. 아래는 최근 제게서 떠나가질 않고 계시는 그 분과 저의 대화를 옮긴 것입니다. 잘 읽고 정답에 해당되는 것을 골라 동그라미를 쳐...............(퍽!)

그 분 : 요즘에도 열심히 내 교지를 받아들어 실천하고 있는듯하여 무척 기쁘다. 그러나,
Kirnan : 뭔가 마음에 걸리는게 있으신지요?
그 : 광골의 꿈이 나온지 꽤 되었는데 왜 아직 지르고 있지 않은가?
K : 광골의 꿈이라 하오면 교고쿠도 시리즈를 말씀하시는 것인지.
그 : 그렇다.
K : 아직 마음의 준비가 되지 않았사옵니다. 전작 우부메의 여름이나 망량의 상자나, 만담의 수준은 CP를 뛰어 넘었다고 사료되오나 전체적인 내용의 수준이 제게는 너무 버겁사옵니다. 너무 무겁습니다.
그 :그렇다고 생각되면 이것을 보아라.



K : 헉!
그 : 호흡곤란은 적당히 일으키고, 어떻게 생각하나?
K : 그, 그것이...
그 : 만약 이 세 사람이 자신들의 작품을 모두 끌어 모아 패러렐 월드를 만들 경우를 대비해야하지 않겠느냐. 그러니 어서 광골의 꿈을 지르도록 하여라.
K : 지르겠사옵니다, 지르겠사옵니다.

그 분이 누구신지는 언급하지 않아도 알고 계시겠지요? -ㅅ-;

이런 이유도 있긴 하지만, 북스피어에서 나온 미야베 미유키 책은 근간들도 다 취향에 맞는 책이라 구입 예정목록에 올릴겁니다. 올해 9월까지 예정이 빡빡하군요. 그렇다 해도 지금까지 내온 책들이 있으니, 수준은 크게 떨어지지 않을겁니다. 그저 열심히 서가 자리만 만들어 두어야 겠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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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부터는 다른 이야기.

마술은 속삭인다를 한 번 완독하고 좋아하는 부분만 골라 읽기를 여러 번 반복하다보니 뭔가 보입니다. 그러니까 이 책이 필터링이 가능한 책이란 거죠.

그리고 묘하게 내추럴의 미카엘과 마술은 속삭인다의 마모루가 겹쳐보입니다. 이름을 보면 마모루의 이름도 護거나 保일 것 같은데(원서를 확인해야..) 이름에서 받은 느낌이 제대로 살아나는 캐릭터입니다. 자기 자신이든, 혹은 자기를 아껴주고 좋아하는 사람을 위해서라면 지키고 나서는 학생이군요. 행동력도 있고 실력도 있고 외모(...)도 되고 말입니다. 외모에 대해서는 책에 등장하는 모 스토커의 입장에서 본 마모루를 참조하세요.
뭐, 미카엘과 겹쳐 보이는 것은 단순히 성격 때문만은 아닙니다. 마모루도 다른 사람을 끌어들이고 조금은 자극하는 타입으로 보이는군요. 주변 사람들이 마모루를 아끼는 것을 보면 그것이 꽤 잘 드러납니다. 양쪽을 비교해가면서 읽는 것도 재미있을 테니 재독하실 때는 시험해보세요. 필터링은 삼독째 하신다면 더욱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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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금 전 주문한 책이 도착했습니다. 이제 마지막 주문분만 도착하면 되는군요. 오늘 도착한 책은 이번주를 넘길 수 있을까요.
미야베 미유키, <마술은 속삭인다>, <누군가>, 북스피어, 각각 2006, 2007

미야베 미유키의 책 라인 중에서 제가 자신있게 뽑아 드는 것은 추리소설쪽입니다. SF(SF&Fantasy) 쪽은 ICO를 비롯해 브레이브 스토리나 드림 버스터나 손을 대지 않았습니다. 거기까지 손을 대기에는 무섭더군요. 그렇지 않아도 추리소설은 풍덩 빠져서 유유자적한-그러나 통장과 카드 결재내역은 그렇지 않은-생활을 하고 있는데 SF까지 손을 대면 그 뒷감당은 누가합니까. 통장이 하죠.(먼산)

교보에서 작가 검색을 하면 대개는 최근 판매순으로 등장합니다. 미야베 미유키는 항상 모방범이 위에 올라있고 그 뒤가 최근 신간 순인데 마술은 속삭인다는 의외로 순위가 낮아서 놀랐습니다. "최근" 판매순이라 그럴까요. 작년 출간책으로 알고 있는데, 그리고 그렇게 마술적인 책인데 말입니다.

마술적이라고 한 것은 이 책의 트릭, 소재, 내용 모두를 지칭하는 것입니다. 마술은 소근소근 속삭여서 사람들을 죽음으로 몰아갔습니다. 그리고 아무런 연관이 없어보이는 그 사람들의 죽음은 아주 굵은 동앗줄로 연결되어 있습니다. 이런 말을 쓰고 싶지는 않지만 가볍게 본 만큼 그들이 후회를 하고 있었다고 해도 쉽게 핀치에 몰리는 것도 당연했겠지요. 죽음의 무덤은 그 사람들이 스스로 판 것입니다. 그 사람은 여섯 명 분의 짐을 지고 살아야 하는 만큼 쉽지 많은 않은 생을 보낼겁니다. 아니, 그 이상일 수도 있겠군요.
죽음의 이유는 중반부에 등장합니다. 트릭도 생각하기 어렵지 않고요. 하지만 중요한 것은 역시 이야기가 풀려나가는 모습입니다. 원래는 살 생각이 없었는데 번역자(김소연씨) 때문에 지른 만큼 번역은 꽤 깔끔했다고 생각합니다. 손을 뗄 수도 없이 그저 빨려 들어가 읽을 수 밖에 없었으니까요. 진공청소기에 빨려 들어갔다가 전원이 뽑히는 바람에(소설이 끝나는 바람에) 반쯤 기어나온 형국입니다. 그러니 중요한 일이 있으신 분은 잠시 이 책을 떼어두셔도 좋습니다. 스트레이트로 한 입에 털어 넣고 잠시 맛을 음미한 다음 한 잔을 더 주문해 다시 천천히 느긋하게 대사 하나하나, 상황 하나하나를 떠올리며 드세요. 더욱 맛있게 드실 수 있을겁니다.
(... 최근 히로님의 칵테일 레시피에 푹 빠져 있는지라 이런 이야기가.;)
비중은 낮았지만 다카노씨에 대한 호감지수는 상당히 높았습니다. 음훗훗~


누군가는 어땠나.
작가가 의도한 그대로의 소설입니다. 행복한 사람이 탐정이 된다면? 그러고 보면 대부분의 탐정들은 일반적인 기준에서 행복하다고는 볼 수 없었지요. 삶이 무료하다며 마약을 하거나, 아내가 세 번 죽거나(맞나요?), 좋아하던 여자에게 채이고는 다시 검사 친구랑 같이 사건에 파묻히거나, 신에게 귀의하거나(조금 다르지만). 그러니 가정을 가지고 있고, 예쁜 아내와 예쁜 딸이 있으며, 내가 버는 돈은 아니지만 상당히 넉넉한 삶을 살고 있는 스기무라씨는 독특한 사람입니다. 물론 다른 직업을 가지고 있으며 어쩌다보니 조금 조사를 하게 되었을 뿐 탐정과는 관계가 없습니다. 탐정일을 하기에는 본인이 자신에 대해 말한 것처럼 배짱도 없고, 소심합니다.

소소한 만큼 결론도 소소하지만 원래 일상사라는 것은 다 그렇지 않나요. 다른 사람에게는 언뜻 소소하고 작아보이지만 당사자들에게는 그것이 엄청나게 큰 상처가 될 수도 있고, 자신의 삶을 송두리채 바꿔 버릴만한 일이 될 수도 있고요.
하지만 그런 소소함도 미야베 미유키의 손을 거치면 역시 끝날 때까지 놓기가 어려운 이야기가 됩니다. 역시 주의가 필요합니다.

덧붙이자면 言毒에는 아무리 내성이 있는 사람이라도 물리면 아픕니다. 거기에 독을 뱉는 사람들은 고의적으로 그 사람을 상처 입히려고 던지는 것이니까요. 그런 점에서 그 커플은 마른 하늘에 날벼락을 맞기를 두 손 모아 기도합니다. 그래, 딱 너희같은 사람 만나라.-_-


그럼 맛을 음미하러 저는 돌아갑니다~.
그래, 카드란 지르라고 있는 것이야. (...)
목요일 저녁에 도착한 책 두 권. 얌전히 봉인했다 읽어야지라고 생각했던 것은 인과지평의 저 너머로 던져버리고 타샤의 집부터 붙잡고 신나게 읽어내려갔습니다. 집지기~쪽은 그래도 좀 묵혔다가 읽으려 했는데 그 다음날 출근길에 들고 나가서 흐뭇하게 읽어갔지요.

타샤 튜더, <타샤의 집>, 월북, 2007

은근히 기대를 하고 샀는데 생각에는 못미친 책입니다. 저는 좀더 자세한 이야기-그러니까 어떻게 만들고 어떻게 지내는지에 대한 것이 보고 싶었거든요. 하지만 그냥 타샤 튜더가 19세기에 멈춰서서 이런 생활을 하고 있다는 것을 제 기대보다는 수박 겉 핥기로 지나갑니다. 시리즈 책들 중에서는 가장 두껍지만 내용은 오히려 아쉬웠다고 할까요. 사진도 전작들이 더 좋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꽃 사진의 화려함이 덜해서 그렇겠지요.
다만 중간에 등장하는 퀼트 이불은 패턴이 꽤 마음에 들어서 도전해볼까 생각만 하고 있습니다. 화살깃 모양 패턴인데 별모양이 나와서 취향이었다는거죠. 하하하하하;
다른 건 몰라도 아마를 재배해서 그걸 가공해서(아마 처리는 대마처리와 비슷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한국 단편소설 중에 삼 삶아서 실로 만들 때는 온 마을 아낙네들이 다 모여서 작업한다는 식으로 시작하는게 있었는데 뭐였는지 기억이 안나네요) 섬유질 뭉치로 만들어서, 그걸 물레에 돌려 실을 만들고 염색도 해서 체크무니 린넨을 직접 짠다는 데서는 뒷목잡고 쓰러졌습니다. 이런 이야기 하기는 그렇지만 사서 고생.....;;;
아, 옷만들기 스킬도 굉장히 부러웠습니다. 마비노기에서는 1랭일지라도 패턴은 사서 해야하는데(...) 타샤 할머니는 옷을 한번만 보면 패턴 제도할 필요 없이 그냥 슥슥 옷감을 잘라서 스슥 꿰매서 옷 한 벌을 만든다지 않습니까. 아무리 복잡한 옷이라도 그리 만든다는 것을 보면 대단합니다. 덕분에 저도 불붙어서 다시 퀼트 붙잡고 있다니까요.


나시키 가호, <집지기가 들려주는 기이한 이야기>, 손안의책, 2005

귀엽습니다.
첫 감상이 이 한 단어라니 황당하실지도 모르지만 정말 귀엽습니다.
집지기라 해서 나이가 좀 있는-중년에서 노년 사이-집 관리인 할아버지 이야기인가 했더니 20대로 추정되는 젊은 남자가 주인공입니다. 친한 친구가 호수에서 행방불명이 된 이후 그의 아버지에게 부탁을 받아서 친구 집의 집지기로 오게된 남자지요. 원래 글 쓰는 것으로 생계를 근근히 유지했지만 그것도 잘 벌리는 편은 아니라 집도 주고 약간의 돈도 준다는데 어찌 마다하겠습니까. 덥석 가서 집지기를 맡은 것이겠지요.
하지만 기묘한 페로몬이 있는 것인지 이상한 게 잘 꼬이는 체질입니다. 시대가 시대인 만큼(주인공의 후배가 터키 황제가 일본 학자를 특별히 유적발굴하라고 초청해서 터키에 건너 갔다고 하니... 언제쯤인지는 대강 짐작하실 수 있을겁니다) 별로 이상하게 생각하지도 않고 그냥 그런가~라고 생각하며 받아들이는게 귀엽지요.
그러나 그 무엇보다 귀여움의 근간을 이루는 것은 이름입니다.
앞부분에 이름이 나왔길래 그냥 슥 훑어 보고 나가다가 뭔가 걸려서 다시 돌아가 보았다는 그 이름.
와타누키 세이시로입니다.
아무리 보아도 와타누키 기미히로의 고조 할아버지 쯤으로 보이는군요. 하는 짓이나 잘 홀리는 짓이나 이상한 것을 잘 본다는 것이나, 옆에 그런 친구를 하나 두고 있다는 점이나. 거기에 홀려도 저 곳에는 가지 않는다는, 현실에 발을 딛고 있다는 점이 마음에 들었지요.

음양사를 번역한 김소연씨가 미야베 미유키의 책 몇 권을 번역했길래 손안의책에서도 다른 책을 더 번역했나 궁금해서 찾아봤다가 걸린 책입니다. 그렇지 않다면 2005년에 나온 책을 이제야 볼 일은 없었겠지요. 아마 까맣게 잊어버리고 넘어갔을 터.
각 편이 10장 내외로 짤막하다는 점, 각 장의 제목이 식물 이름으로 되어 있고 그게 소재가 된다는 점도 독특합니다. 생각날 때마다 좋아하는 편을 골라 읽어보겠군요. 간만에 슬슬 웃음을 흘리게 만드는 책을 만났습니다.
온다 리쿠는 한국의 첫 번역작인 밤의 피크닉을 보고 홀랑 반한 케이스입니다. 도서관에서 빌려다 보고는 반하다 못해 구입하게 되었지요. 24시간 동안 벌어진 일을 두 주인공(남, 녀)의 시선을 통해 보여주고 있는데 그 한 권이 지루하지 않게 펼쳐져 있습니다. 자칫하면 지루해질 수 있는 이야기임에도 있을 수 있을 법한 관계 설정과 등장인물들의 관계가......................... 너무 길어지는군요.;

하지만 굽이치는 강가에서는 취향에서 조금 벗어났습니다. 읽지는 않았는데 엔딩 부분만 살펴봤을 때는 미묘했거든요. 대신 책을 읽힌 가클은 괜찮았다고 하긴 합니다. 가클의 혀만 고생하는 것이 아니라는게 여기서 들통나는군요. 케세라. 잘못 만난 것을 어쩌리.

지난 1월 초, 여행 가기 직전에 질러둔 책의 목록은 아래와 같습니다.
온다 리쿠, <빛의 제국>, 국일미디어(권영주)
온다 리쿠, <삼월은 붉은 구렁을>, 북폴리오(권영주)
온다 리쿠, <여섯 번째 사요코>, 노블마인(오근영)
온다 리쿠, <네버랜드>, 국일미디어(권영주)
미야베 미유키, <스텝 파더 스텝>, 작가정신(양억관)


미야베 미유키의 스텝 파더 스텝은 예전에 포스팅한 적이 있으니 넘어갑니다. 아, 그래도 이건 잊지 말고 올려야지요.

나머지 네 권은 모두 온다 리쿠 작품입니다. 밤의 피크닉이 나오고 굽이치는 강가에서가 나오더니 이제는 온다 리쿠 책도 마구 쏟아내는군요. 그래도 괜찮다 싶은게 역자가 거의 같습니다. 여섯 번째 사요코만 오근영씨 번역이고 나머지 세 권은 권영주씨가 번역 했습니다. 앞으로도 온다 리쿠 책의 상당수는 권영주씨의 번역으로 나오지 않을까 싶군요. 빛의 제국이나 삼월은 붉은 구렁을이나 연작의 첫 번째 이야기이니 말입니다.

이 네 권 중 가장 무난한 것을 꼽으라 하면 여섯 번째 사요코를 들겠습니다. 네버랜드 역시 사요코와 비슷하게 학교 배경 청소년 소설(이라고 뭉뚱그리기엔 무리가..)이지만 양쪽의 분위기는 사뭇 다릅니다. 사요코는 한 학교의 1년을, 네버랜드는 일본 고등학교의 겨울 방학이 시작된 크리스마스 직전부터 1월 1일까지가 시간상 배경입니다. 공간적 배경도 학교와 학교가 속한 마을이 전체적으로 들어간 느낌의 사요코와는 달리 네버랜드는 주 무대가 기숙사입니다. 학교라기 보다는 기숙사의, 그것도 거실룸이 소설 공간이 되지요. 등장 인물의 남녀 비율도 꽤 차이가 납니다. 하하하;

사요코는 학교 축제와 전설을 소재로 삼은 이야기입니다. 학교의 전설적 존재인 사요코와 동명인 여학생이 학교로 전학을 옵니다. 공부도 잘하고 전에 다녔던 학교도 명문고라 시골의 이 학교로 전학을 오는 것보다는 원래의 학교에 다니는 것이 좋았을 것인데 왜 전학을 왔는지, 거기에 "사요코"라는 존재의 전설도 이야기와 얽혀 있습니다. 하지만 최종 보스를 추리하는 것은 어렵지 않습니다. 뭐, 맨 마지막의 사건 하나는 조금 동떨어진데다가 왜 사요코가 그런 행동을 해야하는가에 대한 이야기가 구체적으로 다뤄져 있지 않아서 아쉽더군요.
분위기는 <차가운 학교의 시간은 멈춘다>(포스팅은 여기)와 닮아 있습니다. 작가도 다르고 출판사도 전혀 다름에도 이상하게 읽는 동안 그 책 생각이 났습니다. 네버랜드도 닮아 있고요.
덧붙여서, 출판사인 노블마인은 웅진출판의 임프린트입니다. 도착한 책들을 목록에 적다보니 노블마인의 ISBN 출판사 코드가 01이더군요. 01은 웅진입니다. 아직 한국에는 한 자릿수 출판사 코드는 없고 두 자릿수 중에서 가장 빠른 것이 웅진입니다. ISBN 코드가 이상하다 생각해서 책 뒷부분을 보니 임프린트라는 이야기가 나옵니다. 자회사보다야 이쪽이 관리하기 좋겠지요, 뭐.

네버랜드는 앞서 이야기 했듯이 겨울방학 때 귀가하지 않고 기숙사에 남게 된 세 학생과 깍두기(...) 한 학생을 포함한 네 학생의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귀가하고 싶지 않은 상황의 학생들인지라 기숙사에서의 생활도 꽤 익숙한(불편하지 않은) 편이더군요. 거기에 그렇게 요리 잘하는 사람이 있다면야, 집에 갈 필요도 없지 않습니까. 다만 깍두기를 포함한 네 학생들이 그 짧은 기간 동안 서로를 자세히 알아가는 과정에서 서로 부딛히고 자신의 비밀과 자신의 진짜(감추지 않은) 모습을 드러내고 하는 것이 굉장히 사실적이었습니다. 다들 문제를 하나 이상 씩 가지고 있더군요. 물론 털어서 먼지(문제) 안나오는 사람이 어디 있겠습니다만...;
순수한(...) 소년들이라 그런지 읽는 맛은 꽤 좋았습니다. 훗훗훗. 특히 요리 잘 하는 그 누군가는 굉장히 탐이 나던걸요. 현실계에 존재하기 어려운 캐릭터라는게 문제지요.

삼월은 붉은 구렁을이란 책은 총 4장으로 이루어져 있고 각각의 장이 전혀 다른 내용으로 톡톡 튀는 기묘한 구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1-2장은 직접적인 관계가 있을 수 있다고 말할 수 있지만 3-4장은 느낌이 다릅니다. 1-2장이 ≪삼월은 붉은 구렁을≫이라는 환상 속의 책(실은 저도 1장을 보고 읽어보고 싶다고 생각했습니다)을 찾아가는 과정이라면 3장은 다른 차원에서 ≪삼월은 붉은 구렁을≫를 다루고 있고 4장은 ≪삼월은 붉은 구렁을≫이 씌어진 과정을 보여주는 듯합니다. 굉장히 기묘해요. 이 책이 온다 리쿠의 첫 작품이라던가요? 이 책을 시작점으로 해서 여기 등장하는 몇몇 이야기들이 장편으로 확장된 것이 <흑과 다의 환상><보리의 바다에 가라앉는 열매>입니다. 이 두(실은 셋) 권은 이번에 주문이 들어갔어야 했지만 리뷰에 걸리는 것들이 상당히 많아서 다음으로 보류했습니다. 그리고 온다 리쿠 근간들 중에 기대하고 있는 것들이 몇 가지 있어서요.

기대하고 있는 것은 도코노 이야기 시리즈의 뒷 권들입니다. 첫 번째 이야기가 빛의 제국, 그리고 그 뒤에 다른 책들이 두 세 권 정도 근간으로 잡혀 있습니다. 도코노라는 것은 역사의 변방(혹은 길 옆 덤불)에서 역사의 흐름을 바라보고 있던 일족입니다. 평범한 일족은 아니고 대대로 독특한 능력들이 전해져 왔다는 군요. 예지능력(먼눈)도 그렇고 무엇인가를 담는 능력, 멀리 듣는 능력(먼귀), 빠른 걸음등이 그렇답니다. 이들이 어떻게 멸족하다시피 사라졌는가에 대해서는 빛의 제국에 잘 나와 있습니다. 근간 중 한 권이 이 이야기에 대해 자세히 다룰 모양이더군요. 멸족 이유가 바로 그들이 가진 특수 능력이라는게 참 아이러니합니다.
태평양 전쟁 중에 엉뚱하게 끌려간 것은 교고쿠도만은 아니었고, 이들 도코노 일족도 특유의 능력 때문에 일본군에 끌려가 전쟁에 협조할 것을 강요당했다고 합니다. 거부했던 이들이 어찌되었는지는 빛의 제국에 나와 있으니 읽어보면 아실겁니다.
원래는 같은 주인공을 둔 짤막짤막한 이야기로 만들려 했다는데 어쩌다보니 주인공도 다 다르고(대신 전작의 주인공이 다른 이야기에 등장합니다) 도코노라는 일족에 대한 소재만 다루게 된 시리즈물이 탄생했다는군요. 일족이 은근히 마음에 들어서 다음 이야기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과연 어떤 이야기가 나올까요.


그전에 넘어야 하는 것은 미야베 미유키. 브레이브 스토리는 주문할까 말까 하다가 넘어갔는데 역자의 유혹이 큽니다. 김소연씨가 아니었다면 그냥 넘어갔을 텐데..;ㅂ;


딴소리 하자면...
이번에 완역되어 나온 겐지 이야기. 볼 마음이 안듭니다. 겐지 이야기는 다니구치 누군가가 번역(일역)한 다니구치겐지가 유명하다고 하던데 다른 사람의 일역본으로 나왔더군요. 거기에 역자가....OTL 도서관에 신청할까 말까 진지하게 고민하고 있습니다. 왠지 도서관에 신청하기도 미안하다는 생각이 들어서요. 혹시 보신 분 있으면 어떤지 가르쳐 주세요.
2006년 서계 결산입니다.
지난 한 해 동안 읽었던 "신간"들 중에서 카페에 기록해두었던 것들만 추려봅니다. 신간들 중 카페에 기록하지 않은 것은 추리기 난감하지요. 일기에도 제대로 써두지 않아서 더합니다.; 거기에 신간말고 읽었던 구간은 .. 사실 신간보다 더 많을지도 모릅니다. 손이 땡겨서 읽은 책들이 꽤 되니..

새뮤얼 스마일즈, <새뮤얼 스마일즈의 자조론>, 비즈니스북스
<괴테의 이탈리아 여행>, 생각의 나무
<도시 - 인류 최후의 고향>, 지호
<서양중세기행>
<경제학 콘서트>
<Coffee>
김남희, <여자 혼자 떠나는 걷기 여행 2>,
<스위스 디자인 여행>
<세계기차여행>
<나는 그곳에서 사랑을 배웠다>
새뮤얼 스마일즈, <검약론>
<고양이는 어디서 명상하는가>
기타무라 가오루, <이야기꾼 여자들>
무라카미 하루키, <도쿄 기담집>
<알래스카의 늙은 곰이 내게 인생을 가르쳐 주었다>
<김서령의 가(家)>
<차가운 학교의 시간은 멈춘다 1-3>
<커피견문록>
<세상은 한 권의 책이었다>
<정원의 역사>
<초콜릿 칩 쿠키 살인사건>
<귀족의 은밀한 사생활>
<스키너의 심리상자 열기>
<아마존의 신비, 분홍돌고래를 만나다>
<수집- 기묘하고 아름다운 강박의 세계>
<이상한 나라의 토토>
<새콤달콤 요리사 비비짱의 초감각 일본 요리 여행>
<카라반 이야기>
<아시아의 라이프 스타일>
<시간이 만든 빛의 유혹 앤티크 쥬얼리>
<사신 치바>
<렉싱턴의 유령>
<아름다운 비지니스>
<너무 일찍 나이들어버린, 너무 늦게 깨달아버린 2>
<어스시의 마법사 3>
<김영갑 : 1957-2005>
<90일간의 자전거 여행 - 두 바퀴로 유럽 지도를 그리다>
<공상 소년 소녀 UGUF의 30일간의 도쿄여행>
<캐나다의 보물창고>
<파리의 보물창고>
<두나's 런던놀이>
<홍염의 성좌 1-7>
<행복한 사람 타샤튜더>
<타샤의 정원>
<흑색수배>
<슈거블루스>
<시크릿 하우스>
<생활의 발견, 파리>
<모방범1-3>
<오기사, 행복을 찾아 바르셀로나로 떠나다>
<당신의 아프리카에 펭귄이 방문했습니다>
<무크타르 마이의 고백>
<인생의 어느 순간에는 반드시 낚시를 해야할 때가 온다>
<스텝파더스텝>
<겨울의 죽음>
<검은 고양이 네로>
<화차>
<9월의 4분의 1>
<세상의 그늘에서 행복을 보다>
<파일럿 피쉬>
<아디안텀 블루>
<나는 침대에서 내 다리를 주웠다>
<당신의 차와 이혼하라>
<세기의 재판>
<관심>
<이유>
<사막에 숲이 있다>
<뱀파이어 걸작선>
<오늘의 행복 레시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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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9권. 100권은 안되는군요.( ")
장르나 기타 자세한 서지사항 정리는 나중으로 미루겠습니다.
여행가기 전에 주문해서 받아둔 책을 다 읽었습니다.(훌쩍)
아껴 읽으려고 생각했는데 몸 상태가 좋지 않다고 투덜대면서 한 권 한 권 읽다보니 어느새 다 읽었군요. 대체적으로 다 만족할만한 수준입니다.

이러다 보니 온다 리쿠의 다음 책을 새로 구입할까 말까 고민하는 것도 당연하지요. 흑과 다의 환상 1-2권을 아직 안샀는데 아직 확실하게 결정을 내리지 못하겠습니다. 거기에 미야베 미유키도. 이 작가는 추리 쪽만 읽었고 eco는 아직 손을 대지 못해서 판타지 쪽의 분위기가 어떤지 모르겠는데 단편 연작인 스텝 파더 스텝의 분위기가 꽤 취향이었다는 것을 감안하면 판타지도 손대면 무시 못할 거란 생각입니다.
온다 리쿠도 그렇지만 미야베 미유키도 여러 출판사에서 여러 역자에 의해 번역되서 나오다 보니 손대기 망설여지는 것도 있고요. 그나마 온다 리쿠의 책 중 이번에 산 것은 대부분이 한 역자(그것도 대체적으로 취향의)에 의해 번역되어 나와서 만족했습니다. 역자가 다른 책들도 크게 차이는 없더군요.
미야베 미유키는 역자가 같은 책이 그리 많지 않다보니 그걸 감수하고서라도 구입해야하는가가 고민인건데, 이번에 나온 책들을 살펴보다가 김소연씨가 번역한 것을 보고 번쩍 했습니다. SF는 손 안대려 했는데 이걸 번역하셨군요. 음양사를 비롯해 손안의책에서 나온 상당수의 (취향) 책들이 김소연씨가 낸 거라 고민하고 있었는데 말입니다. 으흑흑흑;ㅂ;


통장 잔고와 서가 여유는 책을 허락하지 않으나 마음만은 책을 마구마구 허락하고 있습니다.
대학 선배 중에 꽤 마음에 들어하는 선배가 있었습니다. 그 선배를 임의로 K라고 해두지요.
고문(古文)에 관심이 많고 책도 상당히 넓게 다양하게 읽는 편입니다. 물론 인문학계만이었다고 기억합니다. 저처럼 잡식성은 아니었을 겁니다.

K도 책을 사서 보는 타입이었는데 그 당시의 저는 만화책 사기에만 몰두하고 있어서 일반 책들은 살 일이 별로 없었습니다. 그나마 만화책은 다 숨겨두고 있었으니 서가가 부족할 일은 없었지요. 그래서, K가 1년에 몇 번씩 주변 사람들에게 자기가 읽은 책을 선물하는 것을 왜 저러나라고 이해하지 못했습니다. 자기가 읽고 싶어서 산 책을 두고두고 보는 것이 아니라 다시 주변 사람들에게 주는 것이 이상하게 보였지요. 그 때의 저는 책에 대한 소유욕이 굉장히 강해서 더욱 그랬습니다.

여행 전에 책을 여섯 권 정도 주문해놓고는 지금 즐거운 마음으로 한 권씩 독파하고 있습니다. 책이 줄어드는 것이 아쉬울 정도로 말이지요. 하지만 다 읽고 나면 그 다음 처치도 고민이군요. 서가는 포화상태. 있는 책도 여기저기 뿌리는 판에 새 책이라니 말입니다. 거기에 동생은 책에 대한 소유욕이 아직 강한 편이라, 동생 몫으로 사둔 책은 치우지를 못합니다. 그래서 더 고민이고요.


이번에 산 책들은 일단 주변에서 돌려볼 생각입니다. 돌려보고 나서, 그 다음에 처리 방법을 생각하겠지만 K가 그랬듯이 뿌릴 가능성도 없지 않아 있군요.^^;
책 리뷰는 조만간 올라갑니다.
쥘 베른, <신비의 섬>, 열림원, 2006

꽤 오래 전에 보았다고 기억하는 영화가 한 편 있습니다. 흑백영화였는데 남녀 대략 여섯 명 정도가 어느 섬에 난파하게 되는데 그 섬에서 옛날 옛적에 상당한 활동을 벌였던 네모 선장과 노틸러스 호를 만납니다. 섬을 탈출하기 위한 준비가 다 되고 네모 선장 역시 탈출하기로 하였으나 맨 마지막에, 노틸러스 호를 빠져나오는 도중 기계에 걸려 참혹하게 죽습니다. 다른 사람들은 탈출에 성공해서 섬이 화산폭발로 사라져가는 모습을 보며 네모 선장을 추억합니다.

그래서 저는 이 영화를 굉장히 싫어합니다.
물론 나디아에 등장한 네모선장은 망가졌지만 원작 해저 2만리에서의 네모 선장은 굉장히 멋집니다.(반짝반짝반짝~) 카리스마 있으며 음악이나 문학, 기타 여러 분야에 조예가 있는 교양인입니다. 특히 과학 분야에 있어서는 그 당시 지구상의 모든 사람을 넘어서,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수준입니다. 그런 멋진 분이 해저 2만리에서 죽었을 거라고는 생각할 수 없었지요. 거기에 저렇게 참혹한 죽음을 맞이했을 거라는 생각도 하지 않습니다. 그러던 와중에 해저 2만리 뒷 부분에서 신비의 섬이란 책이 언급되는 것을 읽었습니다. 쥘 베른의 다른 이야기에서 등장한다고 짧게 언급되어 있었고, 그 소설이 신비의 섬이었습니다. 언젠가는 꼭 읽어보고 싶었지만 기회가 없었습니다. 번역이 되어 나오기만을 기다리고 있었는데 작년 10월에 열림원에서 쥘베른컬렉션의 한 권(아니 세 권)으로 내주었습니다. 역자는 역시 김석희씨입니다.

신비의 섬은 15소년 표류기의 성인버전입니다. 메인 브레인이 하나 있고 거기에 출력장치만 잘 돌아간다면 아무것도 없는 것 같은 무인도에서도 환상적인 수준의 과학발전을 이룰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이야기입니다. 다시 말해 해저 2만리와 15소년 표류기의 짬뽕인것이지요. 양쪽 이야기를 재미있게 읽은 분이라면 꼭 한 번 읽어보시라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이걸 읽다보면 15소년 표류기가 왠지 소꿉장난이라는 생각이 드는군요.
(파리 대왕 쪽은 오히려 현실.-_-;;)

네모 선장의 정체도 여기서 밝혀지며 왜 그가 전 세계를 누벼야 했는지, 네모 선장과 노틸러스호의 최후도 여기에 등장합니다. 한 번에 죽이기는 아까운 인물이라 뒤에도 등장시킨 건가라는 생각이 들지만 그래도 최후는 .. 아쉽습니다.


그러고 보니 나디아에서 엘렉트라가 네모 선장의 아이를 임신했다고 기억하고 있는데 맞습니까?;
낸시 파머, <전갈의 아이>, 비룡소, 2004
사이먼 베킷, <사체의 증언>, 대교베텔스만, 2006

2006년 마지막 책과 2007년 첫 번째 책.
제목이 둘다 무시무시하지만 흡입력은 상당히 좋았습니다. 양쪽 모두 읽는 동안 책에서 눈을 떼기가 쉽지 않았으니까요.

두 권 모두 책을 골라들면서는 내용이 마음에 들지 어떨지 몰라서 뒷부분의 내용을 먼저 확인했습니다. 끝 부분은 알고 읽은 셈이니 부담은 덜했지요. 물론 약간만.; 제가 골라 읽은 부분이 전체적인 내용이 마무리 되는 부분이라 주인공의 성장기인 전갈의 아이나 추리소설 형식인 사체의 증언에서는 그리 큰 내용을 차지하지는 않았습니다. 그래도 대강 범인이 밝혀지고 해피엔딩으로 끝나고 있으니 안심하고 봤지요. 보는 내내 엔딩을 알았음에도 마음을 졸이고 있었지만 말입니다.

전갈의 아이는 주제가 클론입니다. 주인공과 등장인물 소개를 읽으면 알겠지만 배경이 근미래입니다. 복제인간이 존재하고 그런 유전학 기술이 상당한 수준으로 발달한 세계인 것이지요. 주인공인 마트는 ... 뭐랄까, 마피아의 보스보다 더 암적인 존재라 할 수 있는 알라크란(전갈이란 뜻입니다)의 여덟 번째 클론입니다. 모체는 암소. 그렇기 때문에 더더욱 천대를 받습니다. 본체가 살아 있는 상태에서의 클로닝은 법적으로 금지되어 있지만 알라크란은 그런 것을 다 무시합니다. 그에게 자신의 클론인간은 도너이니까요. 하지만 마트는 자신이 도너라는 사실을 아주 나중에야 확실하게 깨닫습니다.

비룡소에서 나온 책이니 만큼 성장 소설이라는 것은 어느 정도 감안하고 있었는데 이렇게 암울(혹은 진지)한 책인 줄은 미처 몰랐습니다. 클론을 다룬 책들 중에서는 그래도 가장 아이들에게 읽힐 만한 것이로군요. 월광천녀는 이런저런 문제가 많으니 말입니다.;(애들에게 읽히기엔 너무 탐미주의적이랄까요?;;;)


사체의 증언은 제목에서 느껴지는 것처럼 법의학 계통의 책입니다. 하지만 그것이 전부는 아니고 말하고자 하는 것은 폐쇄성이라고 생각합니다. 마을의 폐쇄성, 그리고 집단행동. 아주 작은 마을에서 살인 사건이 일어나고 여러 증거가 모두 그 마을사람 중 하나가 범인이라는 것을 지목하고 있었을 때, 고여서 새로운 물이 거의 흘러들어오지 않는-새로운 물이 들어오면 30년 정도는 묵혀야 조금 섞일까 말까하는-마을에서 어떤 반응을 보일지를 아주 흥미롭게 보여주고 있습니다. 무서울 정도로요. CSI나 스카페타 시리즈를 좋아하는 분께 추천합니다. 아, 배경은 영국입니다.



신비의 섬은 3권이나 되니 읽는데 좀 시간이 걸리겠군요. 그나저나 이것도 곱게 읽히지 않는데.. 필터를 끄는 방법이 없을까요? =_=
로베르 아르보, <오늘의 행복 레시피>, 나비장책, 2006

이 책의 부제는 "프랑스 요리사 로베르가 차려주는 행복한 부엌 이야기"입니다. 제목 그대로 레시피가 살아서 팔팔 뛰는 수필집인거지요.

로베르 아르보는 프랑스 사람입니다. 이런 저런 일들을 거쳐서 홍콩에 갔다가 거기서 지금의 아내인 탕(베트남계 미국인)을 만나서 연애를 하고 결혼을 하고 사이에 아들 둘을 얻었습니다. 결혼하면서부터는 주 활동 무대가 뉴욕이 되었으며 뉴욕에서 프랑스 요리학교를 다닌 다음 여러 경력을 쌓아 르 가맹이라는 프렌치 레스토랑을 엽니다. 뉴욕 소호에 열었던 그 작은 레스토랑이 지금은 아홉 개의 다른 지점을 가질 정도로 커졌지요.

책에서는 자신의 레스토랑 이야기보다는 집에서 어떻게 무엇을 만들어 먹는가에 대한 이야기가 더 많습니다. 뉴욕이 본거지이지만 프랑스에도 집이 있어서 양쪽을 오가며 생활을 하고 있답니다. 그러다 보니 책의 중심은 프랑스 가정식입니다. 거기에 그 가정식들의 레시피가 나와 있고요. 직접 시도하지는 않았지만 레시피가 상세하다보니 이대로 따라하면 제대로 된 음식이 나올 거란 생각이 듭니다. 거기에 재료들도 아주 구하기 어렵다거나 한 것은 없어 보입니다.(허브 드 프로방스가 종종 등장하긴 하지만 이건 뭐.........;) 그런 요리들을 뺀다 해도 다른 레시피들이 충분히 맛있어 보입니다.-ㅠ-

도서관에서 빌려다 읽고는 다 읽은 즉시 서점에 주문을 하게 만든 책입니다. 현재 네 번째 다시 읽고 있고요. 몇몇 음식들이 조만간 과정샷과 함께 올라갈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들긴 하지만.....;

다른 것보다 수많은 조리기구는 필요 없고 간단한 것만 있으면 된다는 로베르 아저씨의 말에 공감합니다. 프랑스야 맛있는 파티세리나 브랑제리가 있으니 집에서 과자나 빵을 구울 필요도 없다고 하고, 그러니 제과제빵 관련 도구들도 필요 없다는 겁니다. 이 말이 가슴에 크게 와 닿은 것은 최근 증식하려는 제과제빵 기구들의 유혹을 물리치는데 엄청난 공로를 세웠기 때문입니다.T-T 그저 버터가 많이 들어간 디저트는 맛있는 곳에서 사다 먹으면 될 것이고, 필요하다면 가끔 비스코티를 만드는데만 신경 쓰렵니다. 이거라면 집에 있는 도구만으로도 충분히 만들 수 있으니까요.



그나저나 책에서 등장하는 카페오레용 사발 말입니다.... 한국에서는 한 번도 본 적이 없는데 일본에서라면 구할 수 있을까요? 사발 한 가득 카페오레를 담아서 거기에 바게트를 찍어 먹는다는데 홀랑 넘어갔습니다. 카페오레용 큰 컵은 많이 봤지만 "반드시 손잡이가 양쪽에 달려야 하는" 카페오레 사발은 처음이라서...
브램 스토커 외, <뱀파이어 걸작선>, 책세상, 2006

사진 정리고 뭐고 다 미뤄두고 포스팅부터 올립니다. 지금 올리지 않으면 몇 주 묵혔다가 까맣게 잊어버리고 올리지 못할 것 같아서 말입니다.

최근 읽은 서양소설(분류기호상 영미문학 이후쪽; ) 중에서 가장 마음에 들었습니다. 단편이라 읽기 편하고 의외로 무섭지 않았으며 탐미주의 계열이지만 분위기가 괜찮은 것들이 많이 있었으니 말입니다. 책 소개를 보면 최초의 뱀파이어 소설을 비롯해 19-20세기의 뱀파이어(혹은 그 비슷한 것)를 주제로 한 소설들이 실려 있습니다. 책 읽기 전에는 가장 관심이 가는 소설로 첫 번째로 실린 카르밀라, 맨 마지막에 실린 고골(고골리)의 비이를 꼽았는데 막상 읽어보니 그런 분류는 생각이 나지 않을 정도로 푹 빠져서 읽었습니다.

제목상 대강 유추할 수 있듯이 카르밀라는 유리가면에서 아유미가 연기했던 그 흡혈귀 카밀라입니다. 읽기 전 작가와 작품 소개에서 간단히 보고 들어갔지만 소개되었던 대로 분위기가 진하더군요. 무슨 분위기가 진하냐고 물으시다면 난감합니다.
흡혈귀로 이름을 떨치고 있는 루드벤 경도 이 책에서 처음 만났습니다. 호오, 이런 이야기였군요. 자동필터가 전개되어 읽으면서도 조금 난처했지만 습작소설 같은 분위기가 오히려 루드벤 경의 이미지를 팍팍 살려주고 있습니다. 그러고 보니 몽테크리스토 백작에서도 이 이름이 등장하지 않았던가요? 홍염의 성좌에서 에드워드의 이미지도 몽테 크리스토 백작에서 따왔다고 하지만 원조는 아마 루드벤 경일 것으로 추측됩니다. 회색조의 무미, 무감의 모습이 절로 그려지니 말입니다. 뭐, 난봉꾼도 이정도가 되면 카사노바 저리가라라는 생각이....;
고골의 비이는 읽으면서 익숙하다 생각했는데 읽다보니 예전에 한 번 보았던 공포소설입니다. 뱀파이어의 이미지보다는 러시아 특유의 민화-바바뭐시기 할멈보다 한층 업그레이드 된-속 마녀 이미지가 강하군요. 초등학교, 중학교 쯤의 일이었다고 기억하는데 그 당시 마구잡이로 읽었던 공포소설 중에 비이가 끼어 있었습니다. 하지만 그 이후엔 단 한 번도 접한 적이 없다는 것을 봐서는 한국에는 제대로 소개되지 않았을 거란 생각이 듭니다.


묘하게도 루드벤 경과 드라큘라를 제외하면 나머지는 전부 여자입니다. 남자들이 신사이자 타락한 무서운 존재라면 여자들은 요염하고 화려하고 퇴폐적이고 관능적인 이미지가 강하네요.
다시 말해 19-20세기의 뱀파이어들은 대개 억울하게 제대로 꽃펴보지 못하고 죽은(요절한) 여자라는 것인데 마녀사냥의 이미지와도 연계가 되어 있지 않을까란 생각이 잠깐 드는군요. 그런 복잡한 생각을 하지 않다고 굉장히 흥미롭게 읽을 수 있는 이야기들이었습니다.

그렇다고는 해도 집에 둘 생각은 전혀 없습니다.; 공포소설은 집에 두고 못본다니까요.
첫비행님을 위한 긴급 포스트! (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듯; )

듀시스님께 부탁해서 같이 받은 돌격 아란티아 고교- 하얀 늑대들 공식 패러디 북입니다. 같이 받아주신 듀시스님께 감사의 키스를! (퍽!!!)
봉투에 있는 쪽이 패러디북, 왼쪽에 있는 것은 새벽달님의 랜덤(...) 회지입니다. 양쪽다 이번 코믹에 나온다는 듯합니다. 코믹은 내일과 모레, 24-25일이라지요.

봉투안의 내용물은 작은 책자와 돌격 아란티아 고교 책입니다. 책갈피도 들어있군요.

우후후후후~
불꽃님이 꺼내신 것을 확인해본 결과 굉장히 귀여운 하얀 늑대들 캐리커처가 들어 있었습니다.+_+ 다만 시간이 늦은 관계로(포스팅을 하는 이 시간, 제 취침시간은 30분 경과입니다.-_-;;) 자세한 사진은 찍어 올리지 못하는군요. 그저 첫비행님이 혹시 모르실까 싶어서 옆구리를 퍽퍽 찌르는 겸 올려봅니다.



오늘 다녀온 퀄리티 시즌 사진들도 지도를 포함해 조만간 올라갑니다. 늦어도 25일까지는 올릴 예정입니다.
그리고 한동안 포스트는 트랙백 금지로 올라갑니다. 최근 스팸트랙백이 늘어서 고육지책으로 선택한 길입니다. 그러니 양해를...;ㅁ;

이미애, <사막에 숲이 있다>, 서해문집, 2006

인간극장 비슷한 느낌의 다큐멘터리를 책 한 권으로 그대로 옮긴 책입니다. 저자인 이미애씨도 다큐멘터리 방송작가라 그런지 책에서 그런 분위기가 물씬 풍기는군요.

인위쩐, 바이완샹 부부. 대개 부부를 부를 때면 남편의 이름이 먼저 나오고 아내의 이름이 뒤에 나오지만 이 부부의 경우는 조금 다릅니다. 인위쩐이 아내, 바이완샹이 남편이지요. 그리고 이 책의 주인공도 인위쩐입니다.
이야기의 시작은 20 여 년 전, 한 아가씨가 사막에 버려지는 사건에서부터 입니다. 여러 남매의 셋째 아들이었던 바이완샹은 아들이 없었던 큰아버지의 양자로 들어가지만 큰아버지는 특별한 직업이 없이 사막화가 한창 진행중인 징베이탕 마을에서 구걸을 하며 살았습니다. 그러니 바이완샹도 같은 길을 걸을 수 밖에요. 큰아버지가 돌아가시고 나이 스물 하나가 되어서도 특별한 직업도 없이, 제대로 된 집도 없이 사막 한 가운데서 살고 있었습니다. 그러던 와중, 정말로 하늘에서 신부가 뚝 떨어집니다. 하늘에서 사막으로 떨어진 신부가 바로 인위쩐. 처음에는 자신이 왜 이곳에 있어야 하나 절망했기도 했지만 오기로 똘똘뭉쳐서 하늘에 대항하기 시작합니다. 그 첫걸음이 나무심기. 이 이야기는 장 지오노의 <나무를 심은 사람>의 재현판입니다. 그것도 황무지가 아닌 사막에서, 여자 혼자의 힘으로 시작되고(물론 남편의 외조가 있었지만) 지금도 진행중인 이야기입니다.

이 책은 사람이 망가뜨린 자연을 사람이 극복하고 살려낸다는 것을 극명하게 보여주고 있습니다. 현실감 있게 다가오는 이야기지만 그래도 저는 나무를 심은 사람이 더 마음에 듭니다. 현실이 아니라 가끔은 동화가 더 좋다라는 생각에서일까요. 그래도 하면 된다라는 그 무엇인가를 깨닫게 해주니 한 해를 마무리하고 새해를 맞이해야하는 시점에서는 더할 나위 없이 좋군요.
몰입도가 좋아서 한 시간 남짓만에 다 읽을 수 있었습니다. 역시 글발이란 이런건가요...;

책 제목입니다.;;

미야베 미유키, <이유>, 청어람미디어, 2005

미야베 미유키의 글은 장르랄까, 하여간 책마다 분위기가 꽤 다른 편입니다. 이유는 화차나 모방범과 비슷한 계통이고, 지금 재독하면서 실실 웃고 있는 스텝 파더 스텝은 같은 작가일까 갸웃거릴 정도니까요. 물론 분량 차이도 있을겁니다.

이유는 제목 그대로 이유를 말하고 있습니다. 어느 고층 아파트에서의 일가족 살해사건을 중심으로 해서 이 사건에 얽힌 여러 사람들의 모습을 차근차근 써나가는 르포형식을 취하고 있고요. 그렇기 때문에 사건과 관련있는 사람들과 인터뷰를 하는 대화체의 글도 자주 등장합니다. 그리고 그런 인터뷰를 통해 사건이 일어난 이유, 그가 그렇게 해야했던 이유, 그 사람들이 거기 있었던 이유도 다루고 있습니다. 한 번 손을 대면 떼기가 쉽지 않다는 점에서는 다른 책들과 닮아 있군요.

그런 그렇고, 살인 현장으로 등장하는 아파트 말인데요, 소설 내내 고층아파트를 질타하는 의견이 끊이질 않습니다. 하지만 23층 아파트의 17층에 살고 있는 저로서는 전혀 이해가 가질 않는 걸요. 중계동이나 분당이나 일산이나. 하여간 아파트가 밀집한 한국에서는 25층은 고층아파트라는 말도 못하지 않습니까. 타워팰리스가 70층이 넘는다고 하는 것을요. 그런 고층아파트라서 문제가 생겼다라고 하는 등장인물들의 말에는 동의하지 않습니다.
다만 최근 부동산 문제에 휘말려 있기 때문에 남의 일만은 아니었지요.;; 조심해야지.



다시 스텝 파더 스텝으로 돌아가렵니다. 구입 여부를 고민하게 만드는 좋은(나쁜) 책이군요.(훌쩍)
어제는 약속이 있어서 독서할 시간이 거의 없었군요. 게다가 RQ(라고 쓰고 알퀘라고 읽는다)랑 노느라 평소 취침시간을 홀짝 넘겼습니다. 그러니 어제 올렸어야 했던 그제 읽은 책 포스트를 올리는 것으로 시작하겠습니다.
지금 읽고 있는 책은 좀 느긋하게 읽을 예정이라 내일쯤에 포스트가 올라가지 않을까 싶군요.^^

마릴린 처치, <세기의 재판>, 다연, 2006

세기의 재판이라지만 어디까지나 미국 내에서의 이야기입니다. 한국에서 세기의 재판이란 책을 출간한다면 전노씨들의 재판이 들어가겠군요.

우리나라도 그렇지만 미국에서도 언론 플레이 때문에 법정내에서 카메라 사용을 금지한답니다. 사진도 찍지 못하고 비디오 카메라도 못들어오니 남는 것은 그림 뿐. 그래서 여러 언론에서는 법정화가와 기자를 짝지어 법정에 들여보내 재판의 주요 장면을 그림으로 남기고 그것을 기사화합니다. 마릴린 처치는 뉴욕타임즈의 법정화가였지요.(지금도 그런지는 제대로 확인을 하지 않았습니다.OTL)
60년대부터 최근까지 유명한 재판들을 골라 그림과 함께 간략한 내용을 싣고 있는데 제 눈길을 끌었던 것은 두 가지 재판입니다. 하나는 통일교 목사인 문선명의 탈세혐의, 다른 하나는 미아 패로우와 우디 앨런간의 양육권 공방입니다. 앞쪽은 문선명의 패소로 끝나서 복역을 했고, 후자는 미아 패로우의 완승으로 끝났습니다. 둘다 한국인이 등장한 이야기라 관심을 끌었는데, 혹시 우디 앨런의 이야기는 기억하고 계시나요? 자기 애인의 양녀였던 순이 패로우와 사랑에 빠져서 미국 전역을 발칵(한국도;) 뒤집었던 사건 말입니다. 저는 단순히 치정사건인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더군요. 상황은 꽤나 복잡했습니다.
그러니까................;
우디 앨런과 미아 패로우는 결혼만 하지 않았다 뿐이지 결혼관계에 가까울 정도였습니다. 둘 사이에 입양아를 포함해 아이들도 있었고요. 그랬는데 미아 패로우의 아이들 중 가장 큰 아이-큰 누나였던 순이 패로우와 우디 앨런이 그렇고 그런 관계가 된 것입니다. 그 아이들의 양육권 분쟁으로 법정 싸움이 벌어졌을 당시 순이 패로우의 나이는 22. 굉장히 어렸지요. 우디 앨런은 57세였습니다. 거기에 우디 앨런과 미아 패로우의 아이들에게는 큰 누나입니다. 큰 누나와 아버지가 바람났다는게 애들에게 좋을리 없지 않습니까. 미아 패로우가 완승(...)한 이유도 그런 부분이 컸을 거라고 봅니다. 양육권은 모두 미아 패로우에게 갔으며, 아버지를 볼 것인지 말 것인지 스스로 결정하게 하라고 했던 열 다섯의 아들래미조차 아버지를 거부했으니까요. 자업자득이란 생각이 듭니다.
(그보다 깊은 이야기도 하나 더 있지만, 이것은 직접 읽어보세요.)

각각의 재판이 짤막하게 소개되어 있지만 읽는데 시간은 꽤 걸렸습니다. 주의 깊게 읽어나가야지 완전한 파악이 가능했으니까요.


척 마틴, <관심>, 대교베텔스만, 2006

느낌상 마시멜로 이야기같은 자아성찰류의 책입니다. 최근 일에 치여 정신없이 돌아가고 있던 제게 나름 소중한 교훈을 주긴 했지만 딱히, 이 가격을 주고 볼만한 책인가?에 대해서는 회의적입니다. 그러기엔 좀 아까워서...;
내용을 간단히 요약하자면 일에 몰두해서 집중하고 파고들 수록 일은 늘어나고 일에 들어가는 시간 또한 늘어납니다. 상급자는 특히 더욱더 일이 많아질 수록 주변을 돌아보고 부하직원들도 배려하고 관심을 가져줘야 한다는 겁니다. 간단하지만 실천은 어려운 일이라 단계 맨 마지막은 실천도 있군요.



계속해서 약속이 있다보니 이번 일요일은 더도말고 덜도말고 집에서 뻗어야겠습니다.( ")
책에 불타오르고 있다는 말이 틀리지 않을 정도로 열심히 읽고 있습니다. 책을 읽을 시간이 된다는 건 잡생각을 덜해도 된다는 것이니 마음은 편하지요.

주말에도 열심히 책들을 다 소화했으니, 미처 적지 못한 것까지 모아 적어봅니다.

소노 아야코, <세상의 그늘에서 행복을 보다>, 리수, 2006

소노 아야코의 수필집은 거의 다 챙겨보고 있는 듯합니다. 그래도 가장 취향에 잘 맞은 것은 녹색의 가르침. 이것은 구입 예정 목록에 올려두고 몇 달째 못사고 있는데 12월 월급 나오면 금액 확인하고 양화소록이나 다른 책들과 함께 구입할 생각입니다.
<세상의 그늘에서 행복을 보다>와 닮은 책을 골라보라면 <이상한 나라의 토토>, <꽃으로도 때리지 말라>, <지도밖으로 행군하라>를 들겠습니다. 하지만 뒤에 언급한 세 책보다 더 절절한 것이 이 책이군요. 불쌍한 아이들의 모습을 다뤄서가 아닙니다. 그저, 제가 행복한 곳에서 태어났고 지금 그것에 감사하며 이들을 도울 방법을 찾아야 하지 않을까 생각하게 만드니 말입니다. 뒤의 세 권이 모습을 다뤘다면 행복을 보다는 생활을 다뤘습니다. 그들이 얽혀 있는 삶의 고리가 얼마나 단단한지, 그래서 그것을 깨려해도 깰 수 없다라는 것을 직접 눈 앞에 보여주는군요.


엘케 하이덴라이히, <검은 고양이 네로>, 보물창고, 2006

내용은 특별한게 없습니다.
이탈리아 작은 농가에서 태어난 네로란 이름의 악마(하는짓이 악마죠...) 고양이가 한 마리 있습니다. 그러다 자기 여동생을 끌고 옆집에 쳐들어가서(...) 그 집 안주인에게 귀여운 짓을 잔뜩해 독일로 가게됩니다. 옆집 주인들은 독일이 본 집이고 여름마다 이탈리아의 별장에 내려왔거든요.
독일에서 잘 지내던 네로도 여동생이 죽고 자기도 늙어가자 다시 이탈리아로 돌아와 자신의 고향에서 생을 마감할 준비를 합니다.

페이지도 짧고 별 내용 없어보이는 이 책을 고른 이유는 단 하나. 일러스트가 크빈트 부츠홀츠랍니다. 고양이 일러스트가 너무 마음에 들어서 홀랑 집어 왔지요. 일러스트 때문에라도 한 번 꼭 읽어볼만한 책입니다.


오사키 요시오, <9월의 4분의 1>, <파일럿 피쉬>, <아디안텀 블루>, 황매, 2006

세 권 모두 올해 나온 책입니다. 비슷한 시기에 한 꺼번에 나왔기에 골라봤는데 상당히 독특한 느낌의 책이었습니다. 하기야 일본 소설 중에 독특하게 느끼지 않았던게 있는가 물으신다면 곤란하지요. 거기에 저는 한국소설도 제대로 안 읽는 처지라...............;

9월의 4분의 1은 단편집, 파일럿 피쉬와 아디안텀 블루는 장편입니다. 그리고 뒤의 두 권은 연작이더군요. 처음엔 모르고 있다가 아디안텀 블루를 읽으며 이 사람이 이사람인가 싶었는데 같은 사람입니다. 시간적으로는 아디안텀 쪽이 앞이고 파일럿 피쉬는 뒤쪽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습니다. 하지만 파일럿 피쉬가 이 이야기를 열어주는 역할을 하고 있기 때문에 나온 순서대로 읽는게 좋겠지요.

마음에 들기는 아디안텀 블루가 가장 마음에 들었습니다. 아디안텀은 이렇게 생긴 식물이랍니다.
제대로 찾은 건지는 확신 불가. 그도 그런게 책 속에서는 아디안텀을 선인장으로 말하고 있었거든요. 이쪽은 고사리라니 다른 식물이 아닌가 싶기도 한데, 하여간 기르기 까다롭다는 식물인 것은 확실합니다. 조금만 신경써주지 않아도 아디안텀 블루라고 하는 우울증세를 나타내며 한 번 아디안텀 블루가 나타나면 살리기가 굉장히 어렵습니다. 십중 팔구는 죽는다는군요.(아이비도 죽일뻔한 저라면 ..... ;;)
그러나 주인공이 말하는대로 아디안텀 블루를 겪고도 살아남은 아디안텀은, 그 우울을 기반으로 해서 더 튼튼하게 자랍니다. 비온 뒤에 땅이 굳는 것처럼 말입니다. 하지만 그 우울을 견뎌내기가 쉽지 않겠지요. 그래서 조금은 힘을 얻었습니다.


올리버 색스, <나는 침대에서 내 다리를 주웠다>, 소소, 2006
해리엇 아저씨(제임스 헤리엇. 이런 책을 쓴 수의사) 못지 않게 웃긴 의사로 이름을 떨칠만한 분이 등장하셨습니다. 신경외과 의사이나 전작(아내를 모자로 착각한 남자)을 생각하면 신경정신과쪽이 아닌가 싶습니다. 하기야 신경외과로 등장하는 이 책은 1980년대의 이야기이니 지금은 바뀌었다 해도 놀라지는 않을겁니다.
전작을 읽고 보면 더 재미있는 책이지요.

그러니까..............
신경외과 쪽 일을 하면서 항상 의사로서의 입장에서 있었던 모 의사가, 등산을 하는 도중 삐~에게 쫓겨 굴러 떨어져서 탈골이 됩니다. 정확히는 근육 파열. 그리하여 수술을 받고 회복하는 과정에서 "여기 보이는 이 다리가 내 다리가 아니네~"라는 기묘한 상황을 맞게 됩니다. 그렇게 된 과정과 그 이후에 대한 이야기랍니다.

진지하게 읽자면 시간이 좀 걸릴 책이지만 가능한 빨리 읽는 것이 최근의 목적이기 때문에 정신없이 진도를 나갔습니다. 역지사지의 입장에 놓인 의사의 모습도 재미있지만 다리가 왜 사라졌는지, 그리고 어떻게 돌아왔는지 함께 따라가는 맛도 쏠쏠합니다. 다만 의학쪽에 관심이 없다거나 나는 튼튼해서 아픈 사람을 이해 못하겠다는 분들께는 추천하지 않습니다.;


케이티 앨버드, <당신의 차와 이혼하라>, 돌베개, 2004

한 달 전쯤? 한겨레21에 이 책에 대한 기사가 실렸길래 골라보았습니다.
제목 그대로, 차와 이혼하는 방법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물론 이혼하기 전에, 사람들이 어떻게 차와 결혼하게 되었는가에 대한 이야기도 앞에서 상세히 다루고 있고요. 이 결혼은 무효요!라고 외치고 싶을 정도로 뒤쪽에서 로비가 심했군요. 장인어른(혹은 시어른. 정유업계, 자동차 업계)의 로비가 그렇게 심했으니 결혼 상대에게 어떤 문제점이 있는지도 모르고 결혼한 사람이 훨씬 많을 겁니다. 그런 분들을 위한 이혼 지침서입니다.
직접적인 이혼도 있지만 이혼이 어려운 분들을 위해서는 별거나 기타 여러가지 방법도 소개하고 있습니다.

다른 것은 몰라도 자동차 산업과 관련된 이야기는 꼬옥! 읽어보시길 바랍니다.+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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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부터 작성한 포스트가 점심까지 가는군요.
저는 다시 업무로 돌아갑니다. 슈웅~

어느날 저녁, TV를 보며 뒹굴뒹굴 하다가 여행 관련 광고가 나온 것을 보고 나온 이야기.

Kirnan : 다른 곳은 몰라도 터키는 꼭 한 번 가보고 싶더라.
(다른 곳은 그닥 여행가고 싶다는 생각이 안들었지요.
Mother : 어, 나 내년에 터키가는데?
K : lllOTL

지금까지 따져보면 저는 국외여행을 7번 했습니다. 부모님은 대략 6번 정도 하셨습니다. 수로는 제가 앞설지 모르지만 내용을 보자면....

K : 일본-일본-일본-일본-일본-캄보디아-일본
부모님 : 미국-태국-일본-(베트남 : 어머니만)-(캄보디아 : 어머니만)-중국

다양성에서는 제가 현격히 떨어집니다.OTL
그럴진대 저기에 터키까지..T-T;;
뭐, 단 한 번도 부모님 국외여행을 보내드린 적이 없으니 이런 불평할 상황은 아니지만 그래도 부럽지요. 언젠가는 가족이 다 함께 다녀왔으면 좋겠다고 생각은 하는데 비용이 항상 문제네요. 과연 얼마나 모아야 할까나....;

미야베 미유키, <화차>, 시아출판사, 2006

2006년판이긴 하지만 화차라는 제목으로 검색을 하니 같은 출판사에서 2000년에 다른 제목으로 책을 냈습니다. 하지만 이 책을 읽기 전에 앞판의 책을 검색하지는 말아주시길. 그 책은 제목이 내용폭로입니다. 그러니 책의 제목이 무엇을 말하려 하는지 곰곰이 생각해봐야 하는 미야베 미유키의 책 특성상 그 제목은 정말로 어울리지 않는다라는 생각입니다. 모방범이 꽤 인기를 끌자 출판사에서 같은 책을 다른 편집을 거쳐 재 출판했나봅니다. 출판계에서 그런 것은 흔한 일이죠. 대표적이라고 하기는 이상하지만 최근 장 자크 상뻬의 책이 미메시스에서 나오는 것을 봐도 그렇지 않습니까. 미메시스는 예전에 열린책들에서 냈던 번역관련 연간지(라고 하기도 그렇군요. 딱 두 번 나오고 말았으니)의 이름이자, 최근에 생긴 열린책들 자회사입니다.

서론이 너무 길었군요.

어제부터 무시무시한 속도로 책들을 읽어나가기 시작해 지금은 달랑 한 권만 남겨두고 있습니다. 스텝 파더 스텝, CSI 뉴욕 첫번째 이야기인 겨울의 죽음(이 책은 맥스 알란 콜린스의 책이 아니군요. 그래서 분위기가 앞서 이야기들과 꽤 달랐습니다), 9월의 4분의 1, 검은 고양이 네로. 스텝 파더 스텝은 따로 리뷰를 올렸고 다른 세 권은 한 꺼번에 모아서 다음 포스트에 올릴 예정입니다. 이제 세상의 그늘에서 행복을 보다만 남았네요.

화차는 오늘 아침부터 읽기 시작했습니다. 아침에 일찍 일어나서 뒹굴거리다 책을 집어들고 차근 차근 읽어나갔습니다. 2시에 다 읽었다는 것은 평소 제 속도로 보면 굉장히 느린 것이지만 중간에 청소기 돌리고 수프 만들고 기타 등등의 잡다한 일들과 마비노기를 했다는 것을 감안하면 빠릅니다. 책에 집중한 시간은 한 시간 넘는 정도가 아닐까라는 생각이 듭니다. 몰입도는 좋은 편이지만 한번에 읽어내리기가 아까워서 중간에 딴 짓을 많이 한 것이지요.

이야기의 시작은 굉장히 간단합니다.
자동차 사고로 인해 아내가 사망하고 자신도 다리가 불편하게 된 한 형사가 있습니다. 도쿄 경시청에서 근무하고 있지요. 아들과 단 둘이서 살고 있지만 지금은 휴직을 하고 있습니다. 몸의 문제가 아무래도 크다고 할까요. 많이 걷거나 돌아다니거나 하면 굉장히 피곤합니다.
그런 주인공에게 오촌 처조카가 찾아옵니다. 아내 사촌의 조카. 따지자면 굉장히 먼 촌수이기도 하고 아내가 죽었을 때도 찾아오지 않았던 박정한 녀석입니다. 찾아온 이유도 갑자기 사라진 자신의 약혼녀를 찾아달라는 것이었지요. 휴직하느라 경찰수첩도 다 반납한 주인공은 난감했지만 반쯤은 호기심에서, 반쯤은 그 인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조사해주기로 합니다. 하지만 점입이경. 파고 들어가면 들어갈 수록 뭔가 이상한 광경이 눈 앞에 펼쳐집니다.

이 책을 소개하는 글에서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것이 개인파산과 신용카드의 문제입니다. 그 약혼녀가 사라졌던 계기도 그런 것이었고, 이 이야기의 중심부를 흐르고 있는 것은 개인파산제와 그 사회적인 영향, 그리고 신용카드의 문제점 등이지요. 책에서 잠시 등장했던 것처럼 이야기를 읽다보면 사회에 막 발을 들이려는 여러 학생들, 사람들에게 신용카드의 장점과 해악을 동시에 가르쳐야 하지 않을까, 그런 류의 살아 있는 경제 교육을 해야하지 않을까란 생각이 듭니다. 저도 신용카드를 쓰고는 있지만 이 책을 보고는 잠시 바라보면서 "5% 할인 혜택을 포기하고 그냥 잘라버릴까."란 생각이 들었으니까요. 마법의 도구이기 때문에 더더욱 신뢰할 수 없는겁니다. 제가 가진 마력을 모두 고갈시키고도 모자라 제 기력을 뽑아갈지도 모르는 무서운 도구이니까요. 잘 쓰면 좋다라고는 하지만 쓰지 않아도 살아가는 데는 문제가 없습니다. 약간의 불편함을 감수해야하는 정도니까요.
다만 인터넷 서점에서 책을 주문한다든지, 온라인상으로 거래를 할 때 카드는 굉장히 편리합니다. 유용하다라고는 할 수 없지요. 유용이 종종 남용이 되어 통장잔고가 바닥나는 일도 발생할 수 있으니 말입니다. 거기에 카드가 계좌와 직접 연결되어 있는 체크카드가 아닌 이상 통장 잔고를 과신하고 일주일 뒤에 나올 월급을 믿게 만드니까요. 신용카드가 빚이라는 것은 어느 새 머릿 속에서 사라지고 말입니다.

읽고 나서 진지하게 카드를 잘라야 하나에 대해 고민을 하고 있습니다.
결심이 서지 않지만-현금을 들고 다녀야 한다는 것도 무섭기는 하지요-고심하렵니다. 부디 제게 좋은 쪽으로 결론이 났으면 하는군요.


덧. 엔딩이 조금 미묘하지만 독특하고 깔끔하다고 생각합니다. 어디까지나 제 기준.
미야베 미유키, <스텝 파더 스텝>, 작가정신, 2006

미야베 미유키 답다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하기야, 이 작가 책은 모방범 밖에 못 보긴 했지만요. 이 책 덕분에 ECO도 읽을 용기(?)가 났습니다.

분위기는 츠지 히토나리의 편지와 닮아 있습니다. 편지 대필자가 주인공인 나로 자기에게 의뢰를 하는 여러 사람들의 이야기를 짤막하게 담고 있다면 생각보다 짧고 간단하고 빨리 끝난 스텝 파더 스텝도 주인공이 양아들들 덕분에 휘말린 사건을 통해 짭짤한 수익을 얻는 것이 주 내용입니다. 각 에피소드가 따로 움직이지만 또 같이 간다는 점에서는 편지와 조금 다르긴 하군요.

내용 소개를 보면 대개 이렇게 나와 있습니다. 도둑인 나는 어쩌다가 자기를 구해준 쌍둥이 아이들에 의해 강제로 양아버지(step father)가 됩니다. 처음에는 싫다고 빼지만 나중에는 그 아들들에게 버림받을까 노심초사하는 모습이 굉장히 귀엽군요. 거기에 약간의 로맨스 소지도 남아 있고 말입니다. 하지만 이 이야기는 끝까지 달려가지 않습니다. 그저 어느 정도 정착된 이 두... 아니, 세 ... 아니, 네 사람의 모습을 보여주면서 깔끔하게 끝을 맺습니다. 왜 넷인지는 맨 마지막 이야기를 보시면 아실겁니다.

모방범과 달리 이 책의 제목이 왜 step father step인지는 알기 어렵지 않습니다. 읽는 도중에도 충분히 알 수 있으니까요. 하지만 역시 맨 마지막 에피소드에 가서야 확실하게 실감을 하게 됩니다. 그래서 제목이 그렇구나라고요.


가볍고 재미있게, 기분 전환 삼아 읽을만한 책입니다.
덧붙이자면 이런 아들들 있으면 나름 재미있겠군요. 헷갈려서 문제지.


다음 책은 겨울의 죽음? 그 전에 검은 고양이부터 읽어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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