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티브? 아니면 표절?

어제 세상이 가르쳐준 비밀 11권을 사들고 왔습니다.
평소 취침시간을 넘겨가며 재미있게 읽고 있는데-마스터님의 궁금증을 풀어드리자면, 그 삼촌-조카는 안나옵니다;-맨 마지막 단편에 눈에 딱 걸렸습니다.
제목이 가물가물한데 한여름의 비밀이야기였나요? 대강 그런 제목이었습니다.

주인공 소년은 아는 아주머니의 집에 양자로 들어가 있습니다. 양자로 보내지기 전, 여러 형제 중에서 다섯 째 형으로 거의 결정난 상황이었는데 막판에 자기가 엄청나게 소동을 부렸고 그 뒤에 아주머니가 자신을 양자로 선택합니다. 지금은 학교에 다니고 있고요.
이 소년은 밤마다 정원에 있는 치자나무 위에 한 여자 유령이 있는 것을 봅니다. 여기까지는 우유당 이야기의 그대로인데, 맨 마지막에 유령의 정체가 풀리면서는 덩달아 맥이 풀렸습니다.

아주머니는 20년 전 자신의 언니가 죽은 뒤에 약혼을 파기하고는 혼자서 그 큰 저택을 관리하며 지킵니다. 마지막 부분에서 왜 그런 선택을 했는지를 이야기하는데, 집안에 사람이 하나 없고 혼자서 몸 약한 언니를 돌보겠다고 자원했지만 노는 것에 정신이 팔려 치장하며 놀다가 언니가 발작한 것을 뒤늦게 발견합니다. 서둘러 약을 먹이고 진정되었는데ㅡ 다음날 아침 언니가 죽은채로 누워 있는 것을 보고 자기가 원래 먹여야 하는 약이 아닌 더 독한 약을 먹여 그리 되었다고 생각하고 죄책감에 시달립니다.
자신이 치장에만 정신이 팔려서 언니를 내버려 두었다, 그리해서 언니가 죽었다는거죠. 그 뒤 몸 치장과 관련된 모든 것을 상자에 넣어 치자나무 아래 묻고 약혼도 파기한채 홀로 그 집을 지킵니다.

물론 해피엔딩으로 끝납니다.-_- 일방적으로 약혼을 파기당한 약혼자 앞에서 모든 이야기를 고백하고, 의사인 약혼자는 그 약이 위험한게 아니었다고 이야기를 해주거든요.

자, 그럼 한 번 비교를 해봅시다.
비교 대상은 동서문화사에서 나온 ANNE's Books 9권, 밸런시 로망스에 실려 있는 단편입니다.
제목은 "속죄".

주요 주인공은 셋입니다. 애거서 노스, 크리스틴, 닥터 레녹스.
애거서 노스는 어려서 부모를 잃은 사촌 여동생 크리스틴을 거둬 기릅니다. 가족이 없었던 두 사람은 서로를 유일한 가족으로 하여 꽤 오랜 시간을 지냅니다. 크리스틴은 이제 슬슬 결혼해도 좋을 나이이고 레녹스와 약혼을 발표하기 직전 쯤의 상황입니다. 레녹스는 마을 의사이고요.

애거서가 한참 동안 몸이 좋지 않았다가 회복되었다는 판정을 받은 어느날 밤, 크리스틴은 혼자서 애거서를 간호하다가 레녹스와의 결혼 망상에 빠져 엉뚱한 약을 애거서에게 줍니다. 반쯤 잠에 취한 상태였기 때문에 그 때는 깨닫지 못했고 이튿날 아침 애거서가 숨을 거둔 것을 보고는 알게 된 것이지요.
사랑하는 사람인 레녹스에게는 차마 그 사실을 고백하지 못한채, 레녹스에 의해 애거서는 원래부터 좋지 않았던 심장에 문제가 생겨 심장마비로 숨졌다는 판정을 받습니다.

애거서의 장례를 치룬 뒤, 크리스틴은 결심합니다.
자기의 유일한 가족이며 가장 사랑하는 존재인 애거서를 자신의 부주의로 보냈으니 이제부터 자신은 속죄를 하며 살겠다라고요. 그런 의미에서 레녹스의 구혼도 거절하고 지금까지 같이 놀았던 경박스런 무리들은 면전박대하고, 치장은 전혀 하지 않은채 검은 옷만 입으며 자기가 지금까지 가장 싫어했던 일들만 하며 살아갑니다.
(성경책 읽기라든지, 바느질이라든지, 집안 청소하기라든지, 등등)

그러다가 그런 싫어하는 일들도 자신의 일상이 되어 하지 않으면 허전하게 느껴지는 걸 알게 되자 이번에는 지저분하고 못생긴 남자아이를 하나 데려와 기르기로 합니다. 아버지의 학대로 주눅들어있던 그 아이가 점차 귀엽게 보이고 자신의 삶에서 뗄 수 없는 존재가 되니까, 만약 그 사실이 탄로나서 이 아이를 빼앗기면 나는 도저히 살 수 없다고 생각하고는 레녹스에게 사실을 고백하러 갑니다.
그리고는 "그 약이 이 약이 아니었네~"-_- 라는 레녹스의 말에 단편은 해피엔딩으로 끝납니다.


설명이 제대로 되었는지 모르지만, 따로따로 읽어보고 비교하면 정말 닮았습니다.
이정도로 닮은 것을 보면 하츠 아키코씨가 몽고메리의 단편을 보고 주요 틀을 따다 쓴게 아닌가 싶은데 작가의 말 어디에도 그런 이야기가 없었습니다.(먼산) 잡지 연재시에는 원작 소설이라든지 그런걸 밝히지 않았을까 하는데 단행본에서만 빠진걸까요...

시간 되시면 양쪽 모두 비교해서 읽어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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