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라 컬슨, <이탈리안 조이>, 넥서스BOOKS, 2006

지난 달에 도서구입 폭주를 하면서 구입했던 책 중 가장 나중에 들어온 것이 이탈리안 조이입니다. 대개 교보에서 보내오는 책들은 한진택배를 이용하지만 이번은 책 배송이 늦었기 때문에 우체국택배로 오더군요. 같이 온 DVD 중에서 프린스 앤 프린세스가 입고가 늦었는지 주문한지 일주일 넘기고 도착했습니다. 어차피 이탈리안 조이는 두 번 읽었던 책이고 가끔 들여다보면서 유럽 여행에 대한 꿈을 키워볼까해서 구입한 것이니 느긋한 마음으로 기다리고 있었지요.
도서관에서 책을 검증하고 구입하는 경우는 꽤 많습니다. 구입하는 책의 절반 이상은 작가 구입-그 작가 책은 무조건 산다는 식의-이고 나머지의 절반 정도는 도서관에서 읽어보고 마음에 들어서 구입합니다. 후자의 경우에는 다른 책들보다 훨씬 여러 번 읽습니다. 로베르의 행복레시피는 제가 기억하는 것만으로도 다섯 번은 읽었을 겁니다. 그렇다고 거기에 들어 있는 모든 레시피를 통달했다는 것은 아니니 안심하시고, 그저 가볍고 편하게 읽을 수 있는 책이기 때문에 자주 보는 겁니다. 멋진 그대에게나 남자들에게, 침묵하는 소수, 아시아의 라이프 스타일, 녹색의 가르침 등이 여기에 속합니다. ... 적어두고 보니 공통점이 있군요. 이런..;

이탈리안 조이를 읽어보셨다면 위에 언급된 책들과 공통점이 있다는 것을 알아채셨을겁니다. 여행기라기 보다는 정주기에 가까운 이 사진책은 굉장히 느낌이 마음에 듭니다. 잘나가는 회사를 운영하던 30대 초반의 여자가, 여성으로서의 자신이 점점 사라지고 외로워진다고 느끼는 순간 결심을 하고는 회사를 팔고 집을 정리하고 짐을 정리하고 카메라 하나만 들고 유럽으로 날아옵니다. 첫 번째로 머물겠다고 생각한 곳이 피렌체. 몇 년 전에 여행을 왔을 때 좋은 곳이라 생각해서 발을 내딛었는데 잠시만이라고 생각했던 것이 어느 새 몇 년을 머무르게 됩니다. 그리고 그 안에서 이탈리아어를 배우고 이탈리아 사람들과 교류하고 좌충우돌하면서도 사진작가로서의 꿈을 키우고 그걸 실현합니다. 물론 그 사이에 연애담이 없을리 없지요. 정열적이고 솔직한 이탈리아 남자들과 함께 지내면서 죽어있던 여성성도 되살아나고 연애도 하고 사랑고백도 받습니다. 그런 이야기가 담긴 책이니 솔로천국 커플지옥을 외치는 분들께는 권하지 않습니다.(웃음)

이탈리아는 여행지로서의 악명은 높지만 살아가는 곳으로서는 별로 나쁘지 않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물론 어디까지나 이탈리아 예찬자인 컬슨씨의 이야기만 들어서 그렇지, 로마에서 살았던(10년도 더 전이라지만) 하루키의 이야기를 읽으면 고개를 갸웃거리게 되는 점도 많지요. 둘다 이탈리아의 모습 아니겠습니까.

유럽은 비용문제도 그렇고 일정 문제도 그렇고, 아마 몇 년 이내에는 갈 일이 없을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이탈리안 조이, 이글루스의 절세마녀님 이야기, 첫비행님의 여행준비를 보고 있자니 몸이 들썩거리는군요. 허리띠 졸라매서 도전해야겠습니다. 훗훗훗. 그런 의미에서 첫비행님께는 다음 포스팅을 바칩니다.(응?;)


신이현, <알자스>, 랜덤하우스코리아, 2007

이건 신문의 프리뷰를 보고는 덥석 물어버린 경우입니다. 이런 경우는 많지 않지요. 프리뷰를 보고 나면 일단 서점에 가서 책을 검토하고 구입을 결정하는데 반해, 이경우는 주제도 그렇고 내용도 취향일 것이라는 확신이 들어 망설임 없이 구입했습니다. 같이 주문을 넣었던 샤바케나 나는 길고양이에 탐닉한다는 이 책에 휘말려 구입했다는 느낌이 더 강할 정도입니다. 구입할까 말까 망설이고 있던 책을, 망설임 없이 지르는 책과 함께 주문해서 폭주했다고 할까요.
읽고 난 후의 느낌. 좀더 프랑스 적이었다면 좋지 않았을까란 생각이 듭니다. 뭐랄까, 일반인(이쪽 생활을 잘 모르는 한국사람)에게 맞추려고 한 것인지 알자스 생활에 푹 젖어 있는 사람이긴 한데 일부러 한국인에 맞춰 난이도를 조정했더군요. 그걸 확실하게 깨달은 것이 초록색 레몬입니다.
초록색 레몬. 뭔가 떠오르는게 있지 않습니까? 한국에는 거의 들어오지 않지만-가끔 백화점에서 보이기도 합니다-소녀들에게는 아주 익숙한 이름의 그 열매, 라임일겁니다. 작은 아씨들에 등장하는 소금에 절인 라임도 이겁니다. 껍질은 얇고 레몬보다는 좀더 작고 동글거리지만 신맛이 강하며 칵테일 등에 쓰이는 과일이지요. 주로 라임주스로 유명합니다.(이건 제 린스이기도 합니다. 하하하;) 아마 대개의 한국 사람들은 라임이 무엇인지 모를테니 그냥 초록색 레몬이라고 하는 쪽이 낫지 않을까 해서 바꿨을 거란 생각이 드는군요. 하지만 이런 부분이 참 아쉽습니다. 본격적으로 빠지지 못하는 느낌이랄까.
게다가 로베르씨의 행복레시피에서 종종 보았던 프랑스인의 식습관이, 조금은 거북한 느낌이나 나는 잘 이해하지 못하겠다는 솔직한 고백과 함께 등장하는 것을 보면 묘합니다. 행복레시피를 읽고 이 책을 읽는다면 웃음과 한숨이 동시에 나오는 것을 알 수 있을겁니다.

그리고 역시, 유럽여행에의 꿈을 불태우게 만든 책입니다. 훗훗.;


하타케나카 메구미, <샤바케>, 손안의책, 2005

시리즈물이 아닐까 생각하는데 한국에는 이 책 한 권만 나와 있습니다. 역자(김소연씨)와 출판사를 보면 장르를 짐작할 수 있는 멋진 책(...)이지요. 원래는 역자로 검색을 했다가, 손안의책에서 최근에 뭐 재미있는게 안나왔나 검색하면서 덥석 집어든 책입니다. 장바구니에 담아두고 있다가 알자스와 함께 주문을 했습니다.
집지기~와는 다른 느낌으로 재미있게 볼 수 있는 책입니다. 아, 물론 분위기는 확 다릅니다. 집지기 쪽이 풍류적이라면 샤바케는 그보다는 좀더 추리적인 요소가 많이 들어 있기 때문에 긴장감과 함께 읽어나갈 수 있습니다. 다른 것보다 여기도 주인공인 이치타로가 마음에 들었고요.
책 소개를 보면 병약한 소년이라는 말이 나오는데 주인공이 가진 출생의 비밀을 보자면 고개가 절로 끄덕여집니다. 이러니 얘가 이렇게 비실거리지라는 말이 입밖으로 튀어나올 정도입니다. 그런 녀석이 성격은 또 좋다는게 희한합니다. 잘나가는 운송업체의 하나 밖에 없는 아들래미인데, 이 당시의 운송업체에서 한 자리 차지하고 있다는 것을 생각하고 한국판으로 돌려본다면 금호 아시아나의 무녀독남쯤? (....) 대강 그런 아이일진대 어렸을 때부터 몸이 안 좋아서 뭔가 일만 터지면 픽 쓰러지고 하는 허약 체질이라 부모님의 걱정이 이만저만 아닙니다. 이렇게 자라면 버르장머리 없고 막나가는 아이가 나올만도 한데, 다른 체질 때문인지 전혀 그런 것도 없습니다. 어떤 때는 보면 대범하고, 사고뭉치이고, 호기심도 많고, 머리도 굉장히 좋습니다. 분석가 타입이기도 하고요. 몸이 안 좋다는 핸디캡만 없었다면 대성할 인물이라는 느낌입니다. 게다가 묘사된 것을 보면 굉장한 미소년입니다. 아니, 나이가 나이인만큼 미청년이라 불러야 할까요? (병약 미청년이라.... 모 타입이 떠오릅니다;)

다음 권이 제발 나와주기를 빌고 있는데 이 책이 잘 안팔려서 그런지 뒷권 이야기가 없습니다.(훌쩍)


고경원, <나는 길고양이에 탐닉한다>, 갤리온, 2007

이쪽은 만월님 블로그에서 보고 구입을 결정한 책입니다. 라고 하면 거짓말.OTL 부추김 당했지만 구입여부는 두고보자고 했던 것이 어쩌다보니 휘말려서 결재버튼을 누르고 있었다는 겁니다. 역시 책은 몰아서 사는 것이 제맛이야랄까요.(...)
하지만 느낌은 굉장히 좋았습니다. 특히 밀레니엄 고양이-종로타워고양이들의 이야기는 언젠가 나도 찾아가서 한참 바라보고 있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정도였습니다. 더불어 집 근처에 있는 길고양이들에 대한 관심도 높아졌고요. 집 근처에 있는 길고양이는 원래 길고양이가 아니었을겁니다. 집 근처의 미용실에서 지내던 코숏태비가 한 마리 있었고, 그 태비 외에 두 마리의 고양이가 미용실에 상주해 있었습니다. 코숏태비는 확실히 미용실 안에서 지내고 있었으니 여기 고양이 같더군요. 그러던 것이 시간이 지나자 태비가 새끼 고양이 다섯마리를 낳았습니다. 이 다섯마리는 미용실에서 지내는 것같지는 않았고, 이 때부터 어미가 새끼들과 같이 밖을 쏘다니기(...) 시작합니다. 그리고 어느 새 미용실에는 고양이가 한 마리도 남지 않았고 그저 미용실 앞 화단에 놓인 사료와 물을 가끔 먹으러 오는 고양이들이 있다는 상황이 되었습니다. 가끔 아파트 주변이나 집 주변에서 보이는 고양이들은 미용실에 살던 어미 태비와 관련이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그러고 보니 언젠가는 미용실 앞 화분에 정말로 귀여운 턱시도 새끼 냥이가 매달려 있는 것을 본적 있었지요. 시간과 나이를 생각하면 미용실 태비의 손자쯤이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엉뚱한 이야기를 하고 말았는데 이렇게 집 주변의 길고양이에 대해 한 번쯤 돌아보게 만드는 책입니다. 안국동 고양이는 아마 저도 본 적이 있을 것이고(구멍가게 앞에서 뒹굴던 고양이 두 마리를 저도 기억합니다. 아마 거기가 맞을거예요) 그러다 보니 절로 맞장구를 치며 읽게 되는 책입니다.
다만 고양이를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 있지 않은 분께는 추천하지 않습니다. 그런 분들께는 길고양이는 퇴치해야할 대상일 경우가 많으니까요. 그런 분들께는 뻘짓으로 보일 수도 있음을 잘 알고 있습니다.

얼마전 퀄리티 시즌을 갔을 때 발정난 고양이의 울음소리를 들었습니다. QS 대문 옆의 화단으로 고양이들이 지나다니는 것을 보면 그 근방이 길고양이들의 쉼터가 아닐까 합니다. 언젠가 여유가 되고 시간이 된다면 티마스터께 말씀 드려서 이쪽의 길고양이들 생태 파악을 하고 싶다는 것이 제 작은 소망입니다. 신촌 쪽의 고양이들을 파악하는 것은 집근처 고양이 파악보다는 훠~~~얼씬 힘들겠지만 퀄리티 시즌을 자주 드나드는 사람들이 많아진다면 길고양이를 관리하는 것도 가능하지 않을까요? 잠깐 그렇게 생각해봅니다.

ps. 까웅이의 발정은 잦아들었을까요...?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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