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애, <사막에 숲이 있다>, 서해문집, 2006

인간극장 비슷한 느낌의 다큐멘터리를 책 한 권으로 그대로 옮긴 책입니다. 저자인 이미애씨도 다큐멘터리 방송작가라 그런지 책에서 그런 분위기가 물씬 풍기는군요.

인위쩐, 바이완샹 부부. 대개 부부를 부를 때면 남편의 이름이 먼저 나오고 아내의 이름이 뒤에 나오지만 이 부부의 경우는 조금 다릅니다. 인위쩐이 아내, 바이완샹이 남편이지요. 그리고 이 책의 주인공도 인위쩐입니다.
이야기의 시작은 20 여 년 전, 한 아가씨가 사막에 버려지는 사건에서부터 입니다. 여러 남매의 셋째 아들이었던 바이완샹은 아들이 없었던 큰아버지의 양자로 들어가지만 큰아버지는 특별한 직업이 없이 사막화가 한창 진행중인 징베이탕 마을에서 구걸을 하며 살았습니다. 그러니 바이완샹도 같은 길을 걸을 수 밖에요. 큰아버지가 돌아가시고 나이 스물 하나가 되어서도 특별한 직업도 없이, 제대로 된 집도 없이 사막 한 가운데서 살고 있었습니다. 그러던 와중, 정말로 하늘에서 신부가 뚝 떨어집니다. 하늘에서 사막으로 떨어진 신부가 바로 인위쩐. 처음에는 자신이 왜 이곳에 있어야 하나 절망했기도 했지만 오기로 똘똘뭉쳐서 하늘에 대항하기 시작합니다. 그 첫걸음이 나무심기. 이 이야기는 장 지오노의 <나무를 심은 사람>의 재현판입니다. 그것도 황무지가 아닌 사막에서, 여자 혼자의 힘으로 시작되고(물론 남편의 외조가 있었지만) 지금도 진행중인 이야기입니다.

이 책은 사람이 망가뜨린 자연을 사람이 극복하고 살려낸다는 것을 극명하게 보여주고 있습니다. 현실감 있게 다가오는 이야기지만 그래도 저는 나무를 심은 사람이 더 마음에 듭니다. 현실이 아니라 가끔은 동화가 더 좋다라는 생각에서일까요. 그래도 하면 된다라는 그 무엇인가를 깨닫게 해주니 한 해를 마무리하고 새해를 맞이해야하는 시점에서는 더할 나위 없이 좋군요.
몰입도가 좋아서 한 시간 남짓만에 다 읽을 수 있었습니다. 역시 글발이란 이런건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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