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에 불타오르고 있다는 말이 틀리지 않을 정도로 열심히 읽고 있습니다. 책을 읽을 시간이 된다는 건 잡생각을 덜해도 된다는 것이니 마음은 편하지요.

주말에도 열심히 책들을 다 소화했으니, 미처 적지 못한 것까지 모아 적어봅니다.

소노 아야코, <세상의 그늘에서 행복을 보다>, 리수, 2006

소노 아야코의 수필집은 거의 다 챙겨보고 있는 듯합니다. 그래도 가장 취향에 잘 맞은 것은 녹색의 가르침. 이것은 구입 예정 목록에 올려두고 몇 달째 못사고 있는데 12월 월급 나오면 금액 확인하고 양화소록이나 다른 책들과 함께 구입할 생각입니다.
<세상의 그늘에서 행복을 보다>와 닮은 책을 골라보라면 <이상한 나라의 토토>, <꽃으로도 때리지 말라>, <지도밖으로 행군하라>를 들겠습니다. 하지만 뒤에 언급한 세 책보다 더 절절한 것이 이 책이군요. 불쌍한 아이들의 모습을 다뤄서가 아닙니다. 그저, 제가 행복한 곳에서 태어났고 지금 그것에 감사하며 이들을 도울 방법을 찾아야 하지 않을까 생각하게 만드니 말입니다. 뒤의 세 권이 모습을 다뤘다면 행복을 보다는 생활을 다뤘습니다. 그들이 얽혀 있는 삶의 고리가 얼마나 단단한지, 그래서 그것을 깨려해도 깰 수 없다라는 것을 직접 눈 앞에 보여주는군요.


엘케 하이덴라이히, <검은 고양이 네로>, 보물창고, 2006

내용은 특별한게 없습니다.
이탈리아 작은 농가에서 태어난 네로란 이름의 악마(하는짓이 악마죠...) 고양이가 한 마리 있습니다. 그러다 자기 여동생을 끌고 옆집에 쳐들어가서(...) 그 집 안주인에게 귀여운 짓을 잔뜩해 독일로 가게됩니다. 옆집 주인들은 독일이 본 집이고 여름마다 이탈리아의 별장에 내려왔거든요.
독일에서 잘 지내던 네로도 여동생이 죽고 자기도 늙어가자 다시 이탈리아로 돌아와 자신의 고향에서 생을 마감할 준비를 합니다.

페이지도 짧고 별 내용 없어보이는 이 책을 고른 이유는 단 하나. 일러스트가 크빈트 부츠홀츠랍니다. 고양이 일러스트가 너무 마음에 들어서 홀랑 집어 왔지요. 일러스트 때문에라도 한 번 꼭 읽어볼만한 책입니다.


오사키 요시오, <9월의 4분의 1>, <파일럿 피쉬>, <아디안텀 블루>, 황매, 2006

세 권 모두 올해 나온 책입니다. 비슷한 시기에 한 꺼번에 나왔기에 골라봤는데 상당히 독특한 느낌의 책이었습니다. 하기야 일본 소설 중에 독특하게 느끼지 않았던게 있는가 물으신다면 곤란하지요. 거기에 저는 한국소설도 제대로 안 읽는 처지라...............;

9월의 4분의 1은 단편집, 파일럿 피쉬와 아디안텀 블루는 장편입니다. 그리고 뒤의 두 권은 연작이더군요. 처음엔 모르고 있다가 아디안텀 블루를 읽으며 이 사람이 이사람인가 싶었는데 같은 사람입니다. 시간적으로는 아디안텀 쪽이 앞이고 파일럿 피쉬는 뒤쪽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습니다. 하지만 파일럿 피쉬가 이 이야기를 열어주는 역할을 하고 있기 때문에 나온 순서대로 읽는게 좋겠지요.

마음에 들기는 아디안텀 블루가 가장 마음에 들었습니다. 아디안텀은 이렇게 생긴 식물이랍니다.
제대로 찾은 건지는 확신 불가. 그도 그런게 책 속에서는 아디안텀을 선인장으로 말하고 있었거든요. 이쪽은 고사리라니 다른 식물이 아닌가 싶기도 한데, 하여간 기르기 까다롭다는 식물인 것은 확실합니다. 조금만 신경써주지 않아도 아디안텀 블루라고 하는 우울증세를 나타내며 한 번 아디안텀 블루가 나타나면 살리기가 굉장히 어렵습니다. 십중 팔구는 죽는다는군요.(아이비도 죽일뻔한 저라면 ..... ;;)
그러나 주인공이 말하는대로 아디안텀 블루를 겪고도 살아남은 아디안텀은, 그 우울을 기반으로 해서 더 튼튼하게 자랍니다. 비온 뒤에 땅이 굳는 것처럼 말입니다. 하지만 그 우울을 견뎌내기가 쉽지 않겠지요. 그래서 조금은 힘을 얻었습니다.


올리버 색스, <나는 침대에서 내 다리를 주웠다>, 소소, 2006
해리엇 아저씨(제임스 헤리엇. 이런 책을 쓴 수의사) 못지 않게 웃긴 의사로 이름을 떨칠만한 분이 등장하셨습니다. 신경외과 의사이나 전작(아내를 모자로 착각한 남자)을 생각하면 신경정신과쪽이 아닌가 싶습니다. 하기야 신경외과로 등장하는 이 책은 1980년대의 이야기이니 지금은 바뀌었다 해도 놀라지는 않을겁니다.
전작을 읽고 보면 더 재미있는 책이지요.

그러니까..............
신경외과 쪽 일을 하면서 항상 의사로서의 입장에서 있었던 모 의사가, 등산을 하는 도중 삐~에게 쫓겨 굴러 떨어져서 탈골이 됩니다. 정확히는 근육 파열. 그리하여 수술을 받고 회복하는 과정에서 "여기 보이는 이 다리가 내 다리가 아니네~"라는 기묘한 상황을 맞게 됩니다. 그렇게 된 과정과 그 이후에 대한 이야기랍니다.

진지하게 읽자면 시간이 좀 걸릴 책이지만 가능한 빨리 읽는 것이 최근의 목적이기 때문에 정신없이 진도를 나갔습니다. 역지사지의 입장에 놓인 의사의 모습도 재미있지만 다리가 왜 사라졌는지, 그리고 어떻게 돌아왔는지 함께 따라가는 맛도 쏠쏠합니다. 다만 의학쪽에 관심이 없다거나 나는 튼튼해서 아픈 사람을 이해 못하겠다는 분들께는 추천하지 않습니다.;


케이티 앨버드, <당신의 차와 이혼하라>, 돌베개, 2004

한 달 전쯤? 한겨레21에 이 책에 대한 기사가 실렸길래 골라보았습니다.
제목 그대로, 차와 이혼하는 방법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물론 이혼하기 전에, 사람들이 어떻게 차와 결혼하게 되었는가에 대한 이야기도 앞에서 상세히 다루고 있고요. 이 결혼은 무효요!라고 외치고 싶을 정도로 뒤쪽에서 로비가 심했군요. 장인어른(혹은 시어른. 정유업계, 자동차 업계)의 로비가 그렇게 심했으니 결혼 상대에게 어떤 문제점이 있는지도 모르고 결혼한 사람이 훨씬 많을 겁니다. 그런 분들을 위한 이혼 지침서입니다.
직접적인 이혼도 있지만 이혼이 어려운 분들을 위해서는 별거나 기타 여러가지 방법도 소개하고 있습니다.

다른 것은 몰라도 자동차 산업과 관련된 이야기는 꼬옥! 읽어보시길 바랍니다.+_+


----------

아침부터 작성한 포스트가 점심까지 가는군요.
저는 다시 업무로 돌아갑니다. 슈웅~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