쥘 베른, <신비의 섬>, 열림원, 2006

꽤 오래 전에 보았다고 기억하는 영화가 한 편 있습니다. 흑백영화였는데 남녀 대략 여섯 명 정도가 어느 섬에 난파하게 되는데 그 섬에서 옛날 옛적에 상당한 활동을 벌였던 네모 선장과 노틸러스 호를 만납니다. 섬을 탈출하기 위한 준비가 다 되고 네모 선장 역시 탈출하기로 하였으나 맨 마지막에, 노틸러스 호를 빠져나오는 도중 기계에 걸려 참혹하게 죽습니다. 다른 사람들은 탈출에 성공해서 섬이 화산폭발로 사라져가는 모습을 보며 네모 선장을 추억합니다.

그래서 저는 이 영화를 굉장히 싫어합니다.
물론 나디아에 등장한 네모선장은 망가졌지만 원작 해저 2만리에서의 네모 선장은 굉장히 멋집니다.(반짝반짝반짝~) 카리스마 있으며 음악이나 문학, 기타 여러 분야에 조예가 있는 교양인입니다. 특히 과학 분야에 있어서는 그 당시 지구상의 모든 사람을 넘어서,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수준입니다. 그런 멋진 분이 해저 2만리에서 죽었을 거라고는 생각할 수 없었지요. 거기에 저렇게 참혹한 죽음을 맞이했을 거라는 생각도 하지 않습니다. 그러던 와중에 해저 2만리 뒷 부분에서 신비의 섬이란 책이 언급되는 것을 읽었습니다. 쥘 베른의 다른 이야기에서 등장한다고 짧게 언급되어 있었고, 그 소설이 신비의 섬이었습니다. 언젠가는 꼭 읽어보고 싶었지만 기회가 없었습니다. 번역이 되어 나오기만을 기다리고 있었는데 작년 10월에 열림원에서 쥘베른컬렉션의 한 권(아니 세 권)으로 내주었습니다. 역자는 역시 김석희씨입니다.

신비의 섬은 15소년 표류기의 성인버전입니다. 메인 브레인이 하나 있고 거기에 출력장치만 잘 돌아간다면 아무것도 없는 것 같은 무인도에서도 환상적인 수준의 과학발전을 이룰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이야기입니다. 다시 말해 해저 2만리와 15소년 표류기의 짬뽕인것이지요. 양쪽 이야기를 재미있게 읽은 분이라면 꼭 한 번 읽어보시라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이걸 읽다보면 15소년 표류기가 왠지 소꿉장난이라는 생각이 드는군요.
(파리 대왕 쪽은 오히려 현실.-_-;;)

네모 선장의 정체도 여기서 밝혀지며 왜 그가 전 세계를 누벼야 했는지, 네모 선장과 노틸러스호의 최후도 여기에 등장합니다. 한 번에 죽이기는 아까운 인물이라 뒤에도 등장시킨 건가라는 생각이 들지만 그래도 최후는 .. 아쉽습니다.


그러고 보니 나디아에서 엘렉트라가 네모 선장의 아이를 임신했다고 기억하고 있는데 맞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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