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램 스토커 외, <뱀파이어 걸작선>, 책세상, 2006

사진 정리고 뭐고 다 미뤄두고 포스팅부터 올립니다. 지금 올리지 않으면 몇 주 묵혔다가 까맣게 잊어버리고 올리지 못할 것 같아서 말입니다.

최근 읽은 서양소설(분류기호상 영미문학 이후쪽; ) 중에서 가장 마음에 들었습니다. 단편이라 읽기 편하고 의외로 무섭지 않았으며 탐미주의 계열이지만 분위기가 괜찮은 것들이 많이 있었으니 말입니다. 책 소개를 보면 최초의 뱀파이어 소설을 비롯해 19-20세기의 뱀파이어(혹은 그 비슷한 것)를 주제로 한 소설들이 실려 있습니다. 책 읽기 전에는 가장 관심이 가는 소설로 첫 번째로 실린 카르밀라, 맨 마지막에 실린 고골(고골리)의 비이를 꼽았는데 막상 읽어보니 그런 분류는 생각이 나지 않을 정도로 푹 빠져서 읽었습니다.

제목상 대강 유추할 수 있듯이 카르밀라는 유리가면에서 아유미가 연기했던 그 흡혈귀 카밀라입니다. 읽기 전 작가와 작품 소개에서 간단히 보고 들어갔지만 소개되었던 대로 분위기가 진하더군요. 무슨 분위기가 진하냐고 물으시다면 난감합니다.
흡혈귀로 이름을 떨치고 있는 루드벤 경도 이 책에서 처음 만났습니다. 호오, 이런 이야기였군요. 자동필터가 전개되어 읽으면서도 조금 난처했지만 습작소설 같은 분위기가 오히려 루드벤 경의 이미지를 팍팍 살려주고 있습니다. 그러고 보니 몽테크리스토 백작에서도 이 이름이 등장하지 않았던가요? 홍염의 성좌에서 에드워드의 이미지도 몽테 크리스토 백작에서 따왔다고 하지만 원조는 아마 루드벤 경일 것으로 추측됩니다. 회색조의 무미, 무감의 모습이 절로 그려지니 말입니다. 뭐, 난봉꾼도 이정도가 되면 카사노바 저리가라라는 생각이....;
고골의 비이는 읽으면서 익숙하다 생각했는데 읽다보니 예전에 한 번 보았던 공포소설입니다. 뱀파이어의 이미지보다는 러시아 특유의 민화-바바뭐시기 할멈보다 한층 업그레이드 된-속 마녀 이미지가 강하군요. 초등학교, 중학교 쯤의 일이었다고 기억하는데 그 당시 마구잡이로 읽었던 공포소설 중에 비이가 끼어 있었습니다. 하지만 그 이후엔 단 한 번도 접한 적이 없다는 것을 봐서는 한국에는 제대로 소개되지 않았을 거란 생각이 듭니다.


묘하게도 루드벤 경과 드라큘라를 제외하면 나머지는 전부 여자입니다. 남자들이 신사이자 타락한 무서운 존재라면 여자들은 요염하고 화려하고 퇴폐적이고 관능적인 이미지가 강하네요.
다시 말해 19-20세기의 뱀파이어들은 대개 억울하게 제대로 꽃펴보지 못하고 죽은(요절한) 여자라는 것인데 마녀사냥의 이미지와도 연계가 되어 있지 않을까란 생각이 잠깐 드는군요. 그런 복잡한 생각을 하지 않다고 굉장히 흥미롭게 읽을 수 있는 이야기들이었습니다.

그렇다고는 해도 집에 둘 생각은 전혀 없습니다.; 공포소설은 집에 두고 못본다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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