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야베 미유키, <마술은 속삭인다>, <누군가>, 북스피어, 각각 2006, 2007

미야베 미유키의 책 라인 중에서 제가 자신있게 뽑아 드는 것은 추리소설쪽입니다. SF(SF&Fantasy) 쪽은 ICO를 비롯해 브레이브 스토리나 드림 버스터나 손을 대지 않았습니다. 거기까지 손을 대기에는 무섭더군요. 그렇지 않아도 추리소설은 풍덩 빠져서 유유자적한-그러나 통장과 카드 결재내역은 그렇지 않은-생활을 하고 있는데 SF까지 손을 대면 그 뒷감당은 누가합니까. 통장이 하죠.(먼산)

교보에서 작가 검색을 하면 대개는 최근 판매순으로 등장합니다. 미야베 미유키는 항상 모방범이 위에 올라있고 그 뒤가 최근 신간 순인데 마술은 속삭인다는 의외로 순위가 낮아서 놀랐습니다. "최근" 판매순이라 그럴까요. 작년 출간책으로 알고 있는데, 그리고 그렇게 마술적인 책인데 말입니다.

마술적이라고 한 것은 이 책의 트릭, 소재, 내용 모두를 지칭하는 것입니다. 마술은 소근소근 속삭여서 사람들을 죽음으로 몰아갔습니다. 그리고 아무런 연관이 없어보이는 그 사람들의 죽음은 아주 굵은 동앗줄로 연결되어 있습니다. 이런 말을 쓰고 싶지는 않지만 가볍게 본 만큼 그들이 후회를 하고 있었다고 해도 쉽게 핀치에 몰리는 것도 당연했겠지요. 죽음의 무덤은 그 사람들이 스스로 판 것입니다. 그 사람은 여섯 명 분의 짐을 지고 살아야 하는 만큼 쉽지 많은 않은 생을 보낼겁니다. 아니, 그 이상일 수도 있겠군요.
죽음의 이유는 중반부에 등장합니다. 트릭도 생각하기 어렵지 않고요. 하지만 중요한 것은 역시 이야기가 풀려나가는 모습입니다. 원래는 살 생각이 없었는데 번역자(김소연씨) 때문에 지른 만큼 번역은 꽤 깔끔했다고 생각합니다. 손을 뗄 수도 없이 그저 빨려 들어가 읽을 수 밖에 없었으니까요. 진공청소기에 빨려 들어갔다가 전원이 뽑히는 바람에(소설이 끝나는 바람에) 반쯤 기어나온 형국입니다. 그러니 중요한 일이 있으신 분은 잠시 이 책을 떼어두셔도 좋습니다. 스트레이트로 한 입에 털어 넣고 잠시 맛을 음미한 다음 한 잔을 더 주문해 다시 천천히 느긋하게 대사 하나하나, 상황 하나하나를 떠올리며 드세요. 더욱 맛있게 드실 수 있을겁니다.
(... 최근 히로님의 칵테일 레시피에 푹 빠져 있는지라 이런 이야기가.;)
비중은 낮았지만 다카노씨에 대한 호감지수는 상당히 높았습니다. 음훗훗~


누군가는 어땠나.
작가가 의도한 그대로의 소설입니다. 행복한 사람이 탐정이 된다면? 그러고 보면 대부분의 탐정들은 일반적인 기준에서 행복하다고는 볼 수 없었지요. 삶이 무료하다며 마약을 하거나, 아내가 세 번 죽거나(맞나요?), 좋아하던 여자에게 채이고는 다시 검사 친구랑 같이 사건에 파묻히거나, 신에게 귀의하거나(조금 다르지만). 그러니 가정을 가지고 있고, 예쁜 아내와 예쁜 딸이 있으며, 내가 버는 돈은 아니지만 상당히 넉넉한 삶을 살고 있는 스기무라씨는 독특한 사람입니다. 물론 다른 직업을 가지고 있으며 어쩌다보니 조금 조사를 하게 되었을 뿐 탐정과는 관계가 없습니다. 탐정일을 하기에는 본인이 자신에 대해 말한 것처럼 배짱도 없고, 소심합니다.

소소한 만큼 결론도 소소하지만 원래 일상사라는 것은 다 그렇지 않나요. 다른 사람에게는 언뜻 소소하고 작아보이지만 당사자들에게는 그것이 엄청나게 큰 상처가 될 수도 있고, 자신의 삶을 송두리채 바꿔 버릴만한 일이 될 수도 있고요.
하지만 그런 소소함도 미야베 미유키의 손을 거치면 역시 끝날 때까지 놓기가 어려운 이야기가 됩니다. 역시 주의가 필요합니다.

덧붙이자면 言毒에는 아무리 내성이 있는 사람이라도 물리면 아픕니다. 거기에 독을 뱉는 사람들은 고의적으로 그 사람을 상처 입히려고 던지는 것이니까요. 그런 점에서 그 커플은 마른 하늘에 날벼락을 맞기를 두 손 모아 기도합니다. 그래, 딱 너희같은 사람 만나라.-_-


그럼 맛을 음미하러 저는 돌아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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