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내가 사랑한 뉴욕 나를 사랑한 뉴욕>, 예담, 2007

최근 읽은 여행기, 체류기 중에서 가장 마음에 든 책입니다. 바꿔 말하면 뉴욕에 가서 살고 싶어집니다. 길게 아니더라도 단 한 달만이라도 머물고 있다 오고 싶은 생각이 팍팍 듭니다. 스노우캣의 뉴욕 체류기를 읽으면 근처 카페를 찾게 되지만 이 책은 뉴욕행 티켓을 찾게됩니다. 그래서 이것은 좀더 강력한 뉴욕 펌프질을 제공합니다. 그것도 여행이 아닌 쳬류로 말입니다. 제가 일어만큼 영어가 된다면 아마 당장에 티켓을 끊지 않았을까 합니다. 뭐, 펌프질이 꽤나 강력했지만 버틸 수 있었던 것은 이 책의 주인공만큼 뉴욕에 대해 동경하는 마음이 있진 않았으니까요. 폴 오스터의 책도 그렇지만 기타 뉴욕을 배경으로 한 영화도 소설도 읽은 것이 없으니 말입니다.
(반대로 도쿄의 경우는 여러 번 다녀온 것도 있는데다 도쿄가 배경인 만화를 워낙 많이 보다보니 관련 여행책자나 여행기를 보면 펌프질을 쉽게 당합니다.;)

이 책이 마음에 든 이유는 간단합니다. 뉴욕 시민들의 생활에 굉장히 가깝게 다가서 있기 때문입니다. 맛있는 빵집도, 집 근처에 있는 책방도, 도서관도, 그리고 그들의 교통수단도, 관광객이 아니라 뉴욕 시민들과 좀더 가까운 장기 체류자로 같은 눈 높이에서 다녔기 때문에 그들의 삶에 더 다가갈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제가 언젠가는 한 번 해보고 싶다고 생각한 생활이거든요. 일상에서 벗어나 다른 세계에 잠시 있다가 매너리즘이나 고착된 삶을 훌훌 벗어버리고 즐기는 삶. 이렇게 써놓고 보니 마치 차원 이동물 같은 느낌이 들긴 하는데, 아주 다르지는 않을 겁니다. 아마도.;


저도 근교의 농장에서 갓 수확한 신선한 채소들을 구입해다 야채 수프를 끓여서 갓 구워낸 베이글이나 바게트와 함께 먹고 싶습니다.-ㅠ-


임주연, <씨엘 8>, 대원씨아이, 2008

간단한 한 줄 요약.

아버님 멋져요! >ㅅ<









그러나 돌이켜 생각해보면 저랑 나이차이가 한 자릿수입니다.OTL 그것도 .... 음 .... .... ...
(두뇌 시스템의 거부반응으로 인한 계산 불가)


재뉴어리가 수수한 타입의 미형이라면 이쪽은 스승님이 설명하시는 그대로의 화려한 미형. 이비엔의 외모가 어디서 왔을까는 의문을 품을 필요도 없이 간단히 해소되었습니다. 하하.
그나저나 이 상황이라면 O모 언니는 참 .... (먼산)





읽은지는 꽤 되었는데-나오자마자 바로 주문;-이제야 리뷰를 올리는군요. 날림 포스팅 하고서 저는 이제 슬슬 식후 운동(?)하러 가겠습니다.
   

이윤기, <내려올 때 보았네>, 비채, 2007
이윤기, <꽃아 꽃아 문 열어라>, 열림원, 2007


도서관 서가 사이를 헤매이다 보고서는 덥석 집어 들은 것이 산문집, 산문집이 마음에 들어 주말 동안에 읽으려고 집어 든 것이 신화 에세이입니다. 신화 에세이는 그리스 로마 신화 4권을 보고 나서 한 번 찾아봐야겠다고 생각했던 것이니 그리스 로마 신화 4권부터 하여 최근의 이윤기씨 책은 다 읽은 셈입니다. 물론 번역본은 제외. 거기까지 읽기엔 책이 너무 많습니다.
(책 정보를 집어 넣기 위해 저자 이름으로 검색했더니 목록이 주륵 뜨는데 맨 위에 떠 있는 것이 위 두 책도 아니고 그리스 로마 신화도 아니고 번역서였습니다. 하하;)


오늘 하도 징~하게 놀다 왔더니 길게 쓸 여력도 안되고, 길게 쓰려면 다시 한 번 더 읽어야 합니다. 두 권 다 한 번 읽고서 끝낼 수 있는 책은 아닙니다.
꽃아~는 우리 신화 에세이라 책이 좀 어렵습니다. 깊게 이것저것 참고하며 읽어야하는 책이지만 제 내공이 아직 거기까지 닿지 못했습니다. 많이 잊기는 했지만 우리 신화를 꽤 알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읽으면서 다시 새록새록 떠오르는 것이, 삼국유사도 삼국사기도 다시 찾아 읽어야 하는 것이 아닌가, 삼국의 기원 설화와 부여의 신화도 다시 찾아 읽어야 하지 않을까란 생각이 듭니다. 우리 신화를 읽어나가기 전 방향성을 제시해주는 책이 아닐까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거기에 이전에는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해석들도 있었으니 말입니다. 구지가의 해석, 참으로 ... 지당하십니다. 하하하..;
권신아 씨의 일러스트도 사람의 눈을 홀립니다. 독특한 그림이라 신화와 잘 어울릴 수 있을까 생각했더니 기우였습니다. 이 신화 삽화들만 모아서 전시회를 해도 굉장히 멋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지요. 꽃의 묘사도, 옷들도, 그리고 색도 멋집니다. 글과 함께 본다면 삽화가 또 다시 보이니까요. 삽화만 후르륵 넘겨보면 그 맛이 안 느껴집니다.

하지만 편집은 마음에 들지 않았습니다. 줄간격 대략 200. 책이 작았다면 삽화가 제대로 나오지 않아 아쉬웠을테지만 그렇다면 조금 얇게 해주시면 안되는 겁니까. 300페이지를 훌쩍 넘는 책인데 두꺼운(무거운) 종이를 썼기 때문에 책 무게가 만만치 않습니다. 들고 다니기 쉽지 않군요. 하지만 줄간격이 그렇게 넓고 큼직한 글씨니, 줄간격을 조금 줄이더라도 페이지 수를 줄였다면 어땠을까란 생각이 듭니다. 글이 시원시원하게 보이는 것은 좋지만 무게와 가격을 생각하면 분량은 적은 편이라고 봅니다. 12000원이 요즘 책값에 비하면 싸지도 비싸지도 않은 가격이긴 하지만 편집에 신경을 써서 가격을 줄일 수도 있지 않았을까 합니다.
(고가 전략으로 나온 책이라고 생각은 하지만...)


내려올 때 보았네쪽이 신화보다는 더 마음에 들었습니다. 월간에세이에서 연재되었던 수필도 몇몇 보이는군요. 여러 매체에 썼던 글을 모아서 냈나봅니다. 읽으면서 내내 웃었고 가끔 눈시울이 뜨거워졌으며, 자주 뜨끔했습니다. 한 두 달 묵혔다가 기회가 되면 다시 한 번 읽으며 정신을 일깨우고 싶은 글들이 모여 있습니다. 블로그에 글은 많이 쓰지만 그런 것만 가지고는 경지에 이르기엔 택도 없다는 것을, 끝없는 공부만이 갈 길이라는 것을, 정진해야한다는 것을 떠올려 주었지요. 죽비와도 같습니다. 글쓴이의 유머에 입술 한 쪽 끝이 올라가고 내내 빙글빙글 웃다가도 죽비 한 대를 맞고 나면 머리가 울리면서 정신도 함께 울립니다.
이 책도 편집에 대해 아쉬움이 남습니다. 조금 가벼운 종이로, 가볍게 들고 다니면서 볼 수 있게 하면서 가격을 내렸으면 어떨까 싶은걸요. 벌써 수필들도 12000원을 돌파한 기미니, 올해는 또 책값이 얼마나 오를까 걱정됩니다.
(헉? 만약 중국에서 출판 홍수가 일어나면 전세계 종이값이 폭등하겠군요. 나무들이 남아나지 않겠습니다. 그러나 책 사재기는 이루어질 수 없는 일이니 이걸 어쩝니까. 총알이라도 잔뜩 채워두어야 하는 겁니까!)




아직 갈 길이 멉니다. 깨워주셔서 고맙습니다.


양진숙, <빵빵빵 파리>, 달, 2007

교보문고에 책 보러 갔다가 빵과 관련된 책이 나온 것을 보고는 훑어 보았다가 기회가 되었을 때 잽싸게 신청한 책입니다. 파리 생활기에 빵 이야기를 더한 책으로 역시 블로그에 올렸던 글과 사진을 편집해 나온 책입니다. 그런 만큼 완성도*는 떨어진다 생각하지만 박한 평가를 내리기에도 후한 평가를 내리기에도 미묘한 책입니다.
단, 주변 사람들에게 사보라고 추천하겠냐고 물으신다면 단칼에 아니라고 대답할 것이며, 그럼 읽지 말라고 할 것이냐 물으신다면 가볍게 보고 치우라라고 말하겠습니다. 요즘 이런 鷄肋과도 같은 책을 많이 만나게 되는데, 그런 책들을 제 돈 주고 사지 않았다는 것이 무척 다행으로 여겨집니다.
(이건 G네 회사 문화비로 구입을..;)

평가가 박한 것은 기대가 컸기 때문만은 아닙니다. 기대가 없었다고 하면 거짓말이겠지만, 보는 도중 편집상의 문제로 제가 내내 열 받았던 문제가 몇 가지 있었기 때문입니다.

짧은 이야기-블로그의 글 하나에 해당할-의 제목 편집이 굉장히 눈에 거슬렸습니다. 장식문자를 화려하지 않게 쓰긴 했는데 글씨에서 선이 자라나 장식을 하고 있는게 제목 하나당 2-3개 가량입니다. 하지만 분위기와 그리 어울리지 않았고 보는 순간 눈에 거슬립니다. 하지만 그보다 더 눈에 거슬리는 것이 있었으니, 제목 글자의 배열 방식입니다.
예를 들어 <붉은 노을에 쿠키를 굽다>라는 제목의 글이 있습니다. 책에서는 글 맨앞의 제목 배열을 이렇게 했습니다.

붉은.
노을에.
쿠키를.
굽다.

보는 순간 울컥했습니다. 전에 모 클럽에 올라오는 글들 중에서 모든 본문의 띄어쓰기 부분을 마침표로 찍어 표시*하는 사람이 있어서 한동안 그런 글만 나오면 내용도 보지 않고 뒤로를 눌렀는데-그런 글의 경우 ~여체인 경우가 많습니다-이 글 역시 같은 느낌을 줍니다. 그냥 마침표 없이 배열을 해도 좋았을 것을 왜 마침표를 찍었을까요.

여기서 점수가 -200점.
파리의 빵집 이야기와 장인 이야기를 그대로 전해들을 수 있다는 것은 +500점, 하지만 중간중간 섞인 사랑 이야기와 솔로가 아니길 원하는 저자 본인의 이야기는 각각 -400점. 한 두 번 정도 연애하고 싶다는 이야기가 나왔다면 -400점까지는 안갔겠지만 그런 글이 꽤 많이 나왔습니다. 저랑은 상성이 안맞는 책이었던 겁니다.

일단 편집에 민감한 분께는 추천하지 않습니다. 사랑타령이 질색이라는 분께는 더더욱 추천하지 않습니다. 그래도 장인과 관련된 이야기만 골라보시겠다는 분께는 심사숙고해서 구입하시거나 도서관에서 빌려보시기를 추천합니다.

그러고 보니 제가 이 책의 편집에 울컥했던 이유가 하나 더 있었습니다. "달"은 문학동네의 임프린트입니다. 전체적으로 디자인에 공들인 티도 나고, 표지도 표지디자인관련해서 이름을 자주보는(유명한) 분이 맡았는데 말입니다.
정진하세요.

그래도 박하게만 주고 싶지는 않은 것이 책 중간중간 등장하는 빵집 주인들의, 빵 장인들의 이야기 때문입니다. 그들의 열정과 꿈을 그대로 전하고 있다는 점, 그래서 제 마음도 같이 움직였다는 점은 부인할 수 없습니다. 그런 글을 읽을 때는 그래도 읽기를 잘했다고 생각했지만 편집 문제와 사랑 이야기만 등장하면 또 다시 울컥해서 점수가 팍팍 깎였습니다.
책 맨 뒤에는 이 책에 소개된 빵집들의 약도가 소개되어 있습니다. 파리에 가본 적이 없으니 이 약도의 정확성은 논할 수 없지만-약도 안 좋기로는 UGUF의 도쿄책이 가장 떠오릅니다-지도가 있다는 것만으로도 다행이지요. 주소도 있으니 구글에서 검색할 수 있을지...도요?

그러고 보니 이글루스에서도 작년에 파리의 빵집 기행 하신 분을 봤습니다.
뒹굴이님: tortilla.egloos.com/3204659(시리즈 첫 번째 글)
책에서 등장한 게이빵집(웃음)도 같은 포스팅에 있습니다. 저는 홈페이지 사진으로 그 빵을 봤는데 참으로 리얼하더군요. tortilla.egloos.com/3215244
이쪽을 먼저 알고 나서 책을 봐서 감동(?)이 덜 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설마하니 같은 분이라거나...? -_-a)

* 아무래도 책을 쓰기 위해 발로 뛰며 수집한 자료들에 비해 부족할 수 밖에 없습니다. 파리의 빵집 소개서라 하기에는 한참 부족하고, 단순히 수필로만 보기에는 빵집 이야기가 상당히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고요. 어중간한 그 사이의 책들이 요즘 많이 나오고 있지만 가격 대 성능비는 바닥입니다.

* 예를 들면 이런겁니다.
저는.글을.그렇게.마무리.하는.것이.굉장히.싫어여.




B양은 보고 싶어할테니 G가 보고 나면 바로 넘기겠네. 생협에는 B가 보고 난 뒤의 모임 때 들고 나가겠습니다.


허시명, <허시명의 주당천리>, 예담, 2007


한겨레21이었는지 행복이가득한집이었는지 쿠켄이었는지 기억은 나지 않지만 잡지에서 신간소개를 보고 호기심이 생겨 신청해 보게 된 책입니다. 책이 두껍고-종이가 두껍습니다. 거기에 컬러사진.-좋은 종이를 써서 그런지 책도 무겁습니다. 하지만 무거움에도 신경쓰지 않고 들고 다니며 보게 된 책, 다른 분들께도 꼭 한 번 읽어보라 추천하고 싶습니다.

일단 제가 생각하는 이 책의 독자는 이렇습니다.

- 나는 맛있는 술이 좋다.
- 일본에는 사케가 있는데 왜 한국에는 없는거지?
- 술, 술, 술이 고프다.

여기까지는 보통수준. 심화로 들어가면..
- 난 모야시몬을 재미있게 봤다.'ㅂ'


실은 저 네 번째가 가장 큽니다. 보는 내내 옆에서 오리제가 둥둥 떠다니며 "빚어버릴거야!"라고 외치고 있었습니다. 이 책에는 민속주, 한국 술에 대한 이야기. 지방의 술도가에서 빚어내는, 역사가 있는 술과 역사 속에서 새롭게 태어난 술, 그리고 발전하는 한국 술, 사라진 한국 술, 법제에 가로 막힌 술에 대한 이야기가 술술 풀려 나옵니다. 그러다보니 누룩에 대한 이야기도 빠질 수 없고, 당연히 누룩이 등장할 때마다 오리제가 둥둥 떠다닙니다. 오리제가 일본산이라는 것만 빼면 뭐... 납득할만 합니다.

대신 이 책의 부작용은 좀 심각합니다.
전 술을 안마십니다. 사정을 알고 있는 소수를 제외하면 다들, 저 술 못마시는 줄 압니다.'ㅂ' 대학교 때 술에 크게 당한 이후로는 거의 술을 마시지 않고 사회들어와서는 2년마다 받아야했던 위내시경의 결과를 슬쩍 흘리면 술을 강하게 권하지는 않으시는군요.
술을 안마시는 이유는 간단합니다. 맛을 모릅니다. 특히 소주는 그 쓰고 칼칼(?)한 맛이 싫어서, 화학약품을 넘기는 것 같은 느낌이 싫어서 마시지 않습니다. 그나마 마시는 것은 맥주 정도입니다. 맥주는 흑맥주와 가벼운 맥주(에비스 등의 일본맥주), 한국 맥주의 차이 정도는 감별하는데다 가끔 여름날 시원한 맥주가 땡기는 일도 있으니 이쪽은 마시는 술입니다. 포도주는 마시긴 하지만 있으면 마시지 즐기지는 않습니다. 좋아하는 포도주는 무스카토 다스티의 스파클링 와인. 마셔보신 분은 아시겠지만 이거, 왠지 사과주 느낌입니다.; 달달하고 사이다 같기도 한 발포성의 음료입니다. 술이라기보다는 그런 느낌에 가깝습니다.
하여간 본론으로 돌아가 부작용이 뭔가 하면 .....


술이 땡깁니다.;ㅂ;


그것도 아주 심각하게 술이 땡깁니다. 책이 줄어드는 것이 아까워서 일부러 조금씩 아껴가며 보고 있었는데 마침 지난주에 G가 제주도 출장을 가 있었습니다. 그 동안 제주도에서 만들었다는 감귤술을 보고 이게 분명 면세점 안에도 있을터이니 사오라 시킬까 말까 심각하게 고민했습니다.(지름도 80%. 100%가 되면 구입합니다.-_-;) 다행히 거기까지는 가지 않았지만 이번에는 경주법주인 화랑을 Kiril님께 졸라서 올 구정에 부탁드려볼까라는 망상의 나래도 펼치고 있었습니다.
술을 마시지도 않고 좋아하지도 않는 제가 이 책을 보는 내내 등장하는 모든 술에 군침을 흘리며 한 번쯤 마셔보고 싶다고, 기회가 되면 꼭 구해서 마셔보겠다고 생각할 정도로 무서운 책입니다. 이런 부작용이 발생하게 된 절반 이상의 이유는 글발일겁니다. 맛깔나게, 술술 넘어가는 글을 쓰니 술도 술술 넘어갈 거라는 생각이 듭니다. 물론 착각이겠지요. 아직 술맛도 제대로 모르는 제가 술이 술술 넘어갈리가 없지 않습니까.;

제목에도 쓴 주당1천양병설은 점점 사라져 가고 있는 한국술-민속주-들을 살리기 위해 술꾼을 체계적으로 양성해야한다는 제 주장입니다. 희석식 소주가 아닌 증류식 소주나 탁주 등 다양한 술을 알고 그 맛을 즐기는 술꾼들을 양성해 술 시장을 넓히며, 이런 술꾼들이 늘어나면 술을 만드는 술꾼들 역시 살맛이 나서 옛 기록들을 뒤지고 술을 빚을 줄 아는 옛 아낙들을 찾아 전수를 받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그렇게 옛술들이 복원되면 잊혀진 전통에 대한 관심들도 늘어나고....
여기서 잠시 멈추겠습니다. 이 이상 나가면 어떤 이야기가 나올지 저도 모르니까요.
하여간 알코올을 섭취하기 위해 술을 퍼붓는 술꾼이 아니라, 술맛을 알고 술을 즐기는 술꾼들을 길러야한다는 생각에는 변함이 없습니다. 그리고 술도 음식이니 한국음식을 가르칠 때 술도 함께 가르쳐 酒道를 미리미리 가르쳐야한다는 생각도 있습니다. 어딘가 찾아보면 한국주 코스라든지, 그런 것도 있을법한데 본 적이 없군요. 시간이 더 지나면 생기지 않을까요?


그리하여 이 책을 읽고 나서 마흔 되기 전의 목표가 하나 더 생겼습니다. 와인은 저 멀리 던져 놓고 일단 우리나라의 옛술부터 찾아가 하나하나 맛을 알고 술맛을 제대로 배우는 겁니다. 그러기 위해 이 책은 고이 모셔두고 두고두고 목표를 일깨우기 위해 읽을 생각입니다. 아아. 생각만 해도 입에 침이 고이는군요.(...)


小川聖子, <コンフィチュ-ルレシピ 125>, グラフ社, 2007

엊그제 교보문고에서 훑어 보고는 살지 말지 한참 고민하다가 집을 수 밖에 없었던 책입니다. Confiture(콩피튀르)라고 하면 프랑스어로 잼입니다. 그냥 잼 책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구입하려고 고민하던 것은 여기 실린 마말레드 레시피에 홀딱 반했기 때문입니다. 과일 종류는 한정되어 있지만 과일의 품종별로 하나씩 다 잼을 만들어가며 비교를 해두었더군요. 사과도 홍옥, 부사, 츠가루, 그리고 이름도 어려운 여러 사과들로 조금씩 방법을 바꿔가며 만듭니다. 오렌지나 귤도 마찬가지고요. 아아. 집에 있는 포도잼과 딸기잼을 떠올리면 손대면 안되는 상황인데...; 그래도 마말레드는 꼭 만들어보렵니다.;ㅅ;
창간호부터 시작해 띄엄띄엄 가지고 있던 요리잡지 Cookand을 드디어 처치하기로 마음 먹은 것은 3-4일쯤 전입니다. 저녁 때 날 잡고 저 잡지들을 분해해야겠다고 생각하던 차, 드디어 기회를 잡고는 어제 최근 잡지부터 해치우기 시작했습니다. 생각보다 스크랩할 것이 많지 않다 했지만 그래도 두 시간 걸렸나봅니다. 최근 잡지야 자를 것들이 좀 있었지만 예전 것들은 잡지 분위기도 굉장히 다른데다 레시피가 최근 것만큼 자세하지 않아서 훑어보기만 하고 넘어간 것도 많습니다. 베이킹 관련 자료들을 모으기 위해 산 것도 꽤 있는데 그런 것이야 지금은 다른 책들을 찾아보아도 되고요. 특히 일본어를 읽을 수 있게 된 뒤로는 지평이 넓어졌습니다. 아, 가장 최근에 산 쿠켄은 2002년도. 그 이후에는 도서관에서 쿠켄을 구독했기 때문에 제가 따로 사지 않았습니다.
어쩐지...;
글 쓰고서 이제야 깨달았습니다. 최신 잡지가 없었던 건 그런 이유였군요.;;

99년 잡지들을 뒤적이면서 지금은 없는 분들의 칼럼을 보고 숙연해지기도 하고(강인희 교수님) B 말마따나 촌스러운 광고들을 보고 웃기도 하고, 요 몇 년 간 이름도 듣지 못한 맛집 정보를 보고 쓴웃음을 짓기도 하고요. 아, 최근에 제가 다녀온 목란은 압구정에 있을 때 쿠켄에 실렸습니다. 작년에 맛집 비평을 연재한 스스무씨는 아내인 오정미씨와 함께 주말 브런치 기획 연재를 하기도 했군요. 재미있습니다. 취침시간에 쫓겨 대강 훑긴 했지만 재미있습니다.


그리하여 오늘은 그 무거운 잡지들을 끌고 B를 만나 집 앞 스타벅스에서 재 스크랩을 했습니다. 99년부터 2002년까지의 쿠켄들, 약 30권..? 그 정도를 B가 스크랩하도록 도운 것이었지요. 생각보다 시간이 많이 걸렸습니다. 차근차근 훑어 보면서 마음에 드는 기사를 찾고 싶어했을건데 B 역시 시간에 쫓겨 나중에는 후루룩 훑기만 했습니다. 체력만 되었어도 조금씩 B네 집으로 날라다 줬을 건데 정리하고자 하는 마음이 앞서 그렇게 못했습니다. 그렇다고 오늘 들고 가라하기엔 권이 너무 많았고요. 카트에 싣고 끌고 가는데, 잡지 무게 때문에 팔과 허리가 저려올 정도였습니다.;; 무게를 달아볼걸 그랬나봅니다. 사진이라도 좀 찍어두고요.



안녕, 과월호 쿠켄. 재활용품 있는 곳에 내놨더니 너만 쏙 사라진 것을 보면 누군가가 들고 들어갔나보다. 부디 다른 곳에서 또 스크랩되고 다시 재활용 되기를.'ㅂ'


에릭메이슬, <보헤미안의 샌프란시스코>, 북노마드, 2007
요시무라 켄지, <Eye_26세, 나는 세상으로 뛰쳐나갔다>, 넥서스BOOKS, 2007

이 책들 말고도 꽤 읽은 것 같은데 왜 기억에는 남아있지 않은걸까요. 하기야 요즘에는 집에서도 책을 갖다보았기 때문에 뭐...'ㅂ'
(모 책 때문에 또 바람났다는 것은 비밀;)

저렇게 보면 두 책의 크기가 꽤 차이나는 것 같은데 실제 비교하면 크기는 비슷합니다. 보헤미안은 A5정도, Eye는 키가 좀더 작고 가로로 판형이 조금 더 큽니다.

보헤미안의 샌프란시스코는 그냥 훑어보고는 샌프란시스코쪽 여행기로 생각했는데 여행기라기보다는 생활기입니다. 보헤미안이 쓴 샌프란시스코 생활기가 아니라 보헤미안들이 많이 모여사는, 그래서 보헤미안을 위한 도시 샌프란시스코란 의미더군요. 치료사이자 작가인 에릭 메이슬이, 자신이 샌프란시스코에 살면서 주변을 휘휘 둘러보고 역사를 슬쩍 들여다보아 쓴 이야기입니다. 샌프란시스코에서의 생활이 손에 잡힐듯 다가온다고 표현하면 과장일까요? 뭔가 글쓰고 싶은 욕구도 자극하는 재미있는 수필입니다. 시간을 들여서 다시 한 번 찬찬히 훑어보려 합니다. 햇볕 잘드는 카페에서 커피(홍차도 아니고 밀크티도 아니고 코코아도 아니고) 한 잔을 시켜 놓고 따끈한 양지목에 뒹굴거리는 고양이마냥 읽어야 좋은 책입니다. 훗훗훗~


요시무라 켄지의 책은 다카하시 아유무의 Love & Free와 닮아 있습니다. 일본사람의 세계여행기라는 점에서 말입니다. 하지만 다른 것은 느낌일까요. 방랑을 하겠다라는 목적이 확실한 다카하시의 책과는 달리, Eye는 무념무상이라는 단어가 잘 어울리는 여행입니다. 스물 여섯은 일본의 나이일테고 한국 나이로는 스물 여덟일겁니다. 일본은 군대를 가지 않으니, 만약 대학을 가지 않고 바로 취직해 돈 벌다가 나갔다면, 아니 대학을 다녀왔더라도 스물 여덟이면 사회생활에 익숙해질즈음이겠지요. 그런 때 모은 돈을 들고 충동적으로 여행을 나간다면? 그것도 처음에는 그리 길지 않게 가려 하다가 친구들의 메일을 받고는 또 충동적으로 해가 지는 곳을 향해 나아갑니다. 물론 계속 서쪽으로 가는 것만은 아닙니다. 책은 총 6개의 장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맨 앞은 개괄, 맨 뒤는 에필로그, 그리고 다른 네 개의 장이 지역 구분입니다. 첫 번째 단락은 중국과 몽골, 파키스탄 등 아시아, 두 번째 단락은 중동, 세 번째 단락은 아프리카, 네 번째가 유럽입니다.
책은 사진과 글이 반반 나뉘어 있지만 자세히 서술한 이야기는 없습니다. 여행다니는 동안 한 번도 끊어지지 않고 기적적으로 썼다는 일기가 기본이 되었다는데 그 때 그 때의 짧은 감상이 꽤 마음에 들었습니다. 사진은 본인이 들고간 필름카메라를 통해 뽑은 것이겠지요. 몰카와 비슷한 느낌을 주는 최근의 여행서적사진들과는 다르게 대부분의 피사체들은 카메라를 보고 웃고 있습니다. 그래서 더욱 사진과 글이 마음에 들었을겁니다.

기억에 남는 몇 가지 중 하나, 파키스탄 카슈미르에 있다는 <나우시카> 배경 마을. 엿새만 달랑 머물고 나온 것은 그 이상 있으면 도저히 그곳을 나올 자신이 없었기 때문이라는데 그 말만 들어도 가고 싶습니다. 풍경사진 하나 없이 말만으로 사람을 홀리다니, 무섭습니다. 그리고 작은 돌이란 제목의 짧은 이야기도 무섭습니다. 이건 진짜 공포입니다. 직접 찾아보시라는 의미에서 내용은 쓰지 않지만, 200자 내외로 환경오염의 경고글을 쓰라고 한다면 이 글이 가장 잘 어울리지 않나 싶습니다.
아프리카 여행 도중에서 나온 짧은 글하나. 에티오피아 라리베리의 소년 사진과 함께 실려 있습니다.

P. 134
나는 형이 정말 좋아요.
동양인들하고는 항상 즐거운 시간을 보냈죠.
그런데 유럽인이나 미국인은 무슨 이유인지
나와 눈도 마주치지 않으려 해요.

살짝 입가에 쓴웃음이 맺히지만 웃음으로만 넘길 수 없는 이야기지요.

넥서스BOOKS에서 나온 여행책들은 대체적으로 마음에 듭니다. <On the road>, <이탈리안 조이>, <히피의 여행 바이러스>, 이 책 <Eye>. 특히 이번 책은 갈피를 못잡고 있을 때 한 번쯤 마음을 가라앉히기 위해 들여다 볼 만한 책입니다. 가슴 속의 욕심을 버리기 위해서라도 말입니다.
사태? 사건? 아니면 문제? 어떤 용어를 쓰는 것이 적당할지 모르겠지만 하고 싶은 말이 있으니 써야죠.'ㅅ'



집에 있는 책들 몇 권을 들춰보고는 화들짝 놀랐습니다. 대놓고 베드신이 있는데 12금이건 15금이건 19금이건 전혀 없습니다. 표시가 전혀 없어요. 소설도 야한장면 찾자면 굉장히 많지만, 특히 요즘의 일본 소설 중 신이 없거나 분위기가 요상하게 전개되지 않는 것을 찾기 어렵지만, 그렇다 해도 만화는 시각적으로 바로 정보가 들어오니 만큼 소설보다 조금 높게 기준을 맞춰도 된다고 생각합니다.
이번 문제는 ① 연령제한 표시를 제대로 하지 않은 출판사, ② 이런 책들의 문제점을 알고 있었을 것임에도 제대로 판매하지 않은 서점쪽, ③ 연령제한 표시에 대한 규정을 확실하게 바로잡았어야 하는 관리당국 모두가 문제지요. 3번은 기대할 수 없으니 말입니다. 청소년보호법은 귀에 걸면 귀고리, 코에 걸면 코걸이다보니 관리당국의 책임자가 누구냐, 혹은 언론의 방향이 어떻게 흐르고 있냐에 따라 같은 책에 대해서도 심각한 연령제한이나 판금이 있을 수 있습니다. 규정이 제대로 되지 않았고 그거에 대한 감독도 설렁설렁이니 뭐..
그런 점에서는 출판사나 서점이 좀 바로잡아줬어야 하지 않았나라는 아쉬움도 있고요.

일방적으로 BL이 좋다 나쁘다 하는 것보다야, 그냥 딱지 달고 내라라는게 맞겠지요. 그리되면 서적 판매량이 확 줄어들겠지만 말입니다. 아마 출판사에서 잘라서 연령제한을 낮춰내겠다고 생각하는 것도 판매문제 때문일겁니다.





개인적으로는 청소년들이 BL보는 것은 반대. 고등학생 정도라면 그럭저럭이지만 중학생들이 보는 것은 더더욱 반대. 초등생들이 보는 것은 더 반대. 보고 나서 윤리관 의식의 문제를 갖는 것이 안 좋다기보다는 그런 것을 보고 나서 "난 이런 것도 봤으니 너희들과는 달라"라는 비뚤어진 애들이 싫은겁니다.'ㅅ' 그런 애들을 종종 봐왔거든요. 게다가 그런 영향인지 남자애들이 장난치며 뒹굴고 있는 것마저도 "쟤들 이상해!"라는 비뚤어진 시각으로 보는 애들도 있습니다. 안 좋아요.-_-


이윤기, <이윤기의 그리스 로마 신화 4 - 헤라클레스의 12가지 과업>, 웅진지식하우스, 2007


이윤기씨의 그리스 로마 신화 1-3권은 아주 옛날에 읽어서 기억이 가물가물합니다. 반쯤은 의무감에 읽었기에 그리 재미있다 생각하지도 않았고요. 하지만 4권은 훌훌 넘겨보다가 뭔가 재미있겠다는 반응이 있어 집어 들었습니다. 아침 출근시간에 시작해 퇴근시간, 그리고 퇴근한 이후에도 다 읽어 하루에 죽 읽어내렸습니다. 책이 두껍긴 하지만 종이가 조금 두꺼운 편이고 그림이 많은데다 편집 자체가 느슨-글자가 빽빽하지 않은-해서 어렵지 않게 읽을 수 있었습니다. 대신 책이 좀 무겁더군요. 비슷한 두께의 소설책은 가벼운 종이를 쓰면 되니 이정도까지는 아닌데 그림들 때문에 아트지에 가까운 코팅 종이를 쓰다보니 어쩔 수 없습니다.

그리스 신화의 끝부분이랄까요. 신들의 세계에서 인간의 세계로 넘어갈 때쯤의 이야기라 신들의 비중은 조금 낮습니다. 신화와 전설의 중간쯤. 어쨌건 처음부터 끝까지 헤라큘레스의 이야기고 그의 가계도에 대한 이야기, 그 부모들에 대한 이야기, 그와 얽힌 영웅들의 이야기가 죽 이어집니다.
헤라큘레스의 업적에 대한 이야기는 대강 알고 있었는데 이번에 확실하게 읽고는 정떨어졌습니다. 제가 제일 싫어하는 남성상입니다. 악동을 넘어서서 망나니에 패륜남, 온갖 사고는 다 치고 다닙니다. 게다가 본인이 종우(種牛)라는 사실에도 그리 신경쓰지 않고, 아니 아예 생각을 안하고 있다니까요. 그걸 감안하면 헤라큘레스의 자손은 환상적인 수준으로 많을 거라고 ... 12가지 과업을 하나씩 해결하면서 가끔은 머리를 쓰는 모습도 보이지만 그건 머리를 쓴다기 보다는 본능에 가깝습니다. 허허. 삼국지 인물 중에서 가장 가까운 사람을 뽑으라면 단연 장비. 술 마시고 사고치는 것도 닮아 있군요. 그래도 장비는 형들에게는 꼼짝 못하기나 하지, 헤라큘레스는 아무나 가리지 않고 다 덤빕니다. 어머니를 닮은 부분이 없어 보이니 이건 제우스를 빼닮았다고 할까요? 씨 뿌리기가 장기라는 것을 감안하면 맞습니다.

헤라큘레스 이야기 외에 몇 가지 곁다리 이야기들도 등장하는데 그 중 가장 뜨악한 것은 제우스가 칼리스토를 유혹한 방법입니다. 큰곰, 작은곰자리의 모델인 칼리스토는 원래 아르테미스를 모시는 요정이었지요. 그러다 제우스에게 덜컥 걸렸는데, 레다때처럼 백조로 변한 것도 아니고, 페르세우스를 잉태시킬 때처럼 비로 변한 것도 아니고. 택한 방법은 아르테미스였답니다. 딸래미로 변해 요정을 유혹했다는 이야기에서 기겁했습니다. 칼리스토가 제우스 아이를 임신하고는 아르테미스에게 벌을 받았다는 건 알고 있었지만 어떻게 유혹했는지는 이번에 처음 알았습니다. 허허허허허허...

그러고 보니 헤라큘레스가 죽을 때 남겼던 말도 뜨악합니다. 헤라큘레스가 죽은 이유는 아내의 착각과 투기 때문입니다. 예전에 헤라큘레스가 구혼했다가 구혼시험을 통과하고도 쫓겨난 나라가 하나 있었더랍니다. 거기서 쫓겨난 다음 자기 친구의 여동생을 만나 결혼하게 된건데-짧게 줄였습니다. 그 사이에도 사건 사고는 많습니다- 그러고 나서는 자기를 쫓아낸 그 나라를 찾아가 점령합니다. 당연히 예전에 구혼했던 그 나라 왕녀도 포로가 되지요. 그 이야기를 듣고는 아내가, 헤라큘레스가 그 여자랑 결혼하는 것 아닌가 싶어 사고를 쳤지요. 나중에 자기의 착각으로 남편이 죽게되었다는 것을 알고는 목을 매달지만...
하여간 죽기 직전, 마지막 아내(..)와의 사이에서 태어난 아들에게 네가 왕녀를 거두어라라고 말합니다. 아버지가 구혼했다가 차이고 결혼해서 낳은 아들인건데, 아버지의 전 구혼녀와 아들의 나이차이는? 아름답다고 언급은 되어 있지만 그래도 나이가 안 맞아요!



단숨에 읽어내릴 수 있는 재미있는 책입니다. 읽고 나니 1-3권도 다시 보고 싶어지는군요. 차근차근 찾아볼까 합니다.

K서점은 온오프라인 통합으로 내역이 보인다는게 편하군요. 하기야 온오프 양쪽 있는 서점이면 거의 그렇겠지요? 다른 서점을 쓰지 않으니-브랜드 충성도가 강합니다;-다른 곳은 어떤지 모르겠습니다.

도서 목록을 정리하다보니 2007년 동안의 K서점 구매내역이 떠올라 한 번 찾아보았습니다. 한 해동안 주문건수 78건. 생각보다 얼마 안됩니다. 게다가 만화책의 경우 낱권 구매를 했기 때문에 주문건수가 부풀어 오른 것도 있습니다.
그럼 총 금액은?

1368220원.



... 130만원 돌파. 올해는 얼마나 나올지 두렵습니다. 그도 그런게 12월 말에 원서 만화책이랑 책 몇 권을 주문했거든요. 연초부터 이렇게 폭주하면 연말이 걱정됩니다.
걱정되는 이유 하나 더. 구입한 책의 절반 이상이 원서, 원서의 30% 가량이 MOE 일것이고, 70%는 먹는 것과 만들기쪽 책일겁니다. 그리고 국내 서적의 절반 이상은 추리소설과 판타지류. 교양서적은 구입빈도가 굉장히 낮습니다. 기억을 뒤져보아도 교양서적 구입건은 없는데요.; 그래도 도서관에서 빌려보는 것이 구입 권 수의 배 정도는 될테니까 그걸로 위안을 삼고 있습니다. 교양서적 구입건이 낮다는게 슬프지만요.
총판에서도 구입내역이 있긴 하지만 많이 잡아봐야 20만원 선일겁니다. 그리고 전부 만화책, 혹은 NT노벨.
이달부터 천천히 도서목록을 다시 작성하면서 장서구성을 고민해야겠습니다. 하하.;



빌 버포드, <앗 뜨거워>, 해냄, 2007

독자평이 13개나 있길래 죽 내려봤더니 평이 조금 갈립니다. 저는 재미있게 읽었지만 아닌 사람들도 많습니다. 이 분야의 사전 지식이 없다면 그럴만 하지요. 저야 먹는 것을 좋아하니 이모저모 주워들은 것이 많아 상당수 이해하며 읽었지만 G에게 추천해준다면 아마 첫 번째 장 채 넘어가기도 전에 재미없다고 할겁니다.

서평이나 이 책에 대한 평에서는 이 책을 좀 가볍게 다루지 않았나 싶을 정도로 깊은 책입니다. 기본 내용은 간단하지요. 밥보-한국사람이라면 웃음을 터뜨릴만한-라는 이름의 유명한 음식점이 하나 있습니다. 본격 이탈리아 음식을 표방하는 곳인데, 이 책의 저자는 얼결에 이 음식점의 주인을 만나 감명을 받고는 자신의 직업을 때려치우고 밥보의 주방에 들어갑니다. 요리쪽은 아직 도제식 시스템이 많이 남아 있다보니 음식 재료 준비하는 것부터 시작해 파스타 삶기, 고기 굽기 등등의 단계를 차근차근 밟아 올라가게 됩니다. 글쓴이 본인의 이야기인만큼 표현들이 굉장히 사실적입니다. 직접 주방에 뛰어들지 않고 옆에서 지켜보기만 한 것이 아니라, 자신이 직접 재료 준비하다가 손가락 날려먹고, 파스타 솥 앞에서 끊임없이 파스타를 삶아내고, 에어컨은 무용지물인 거대 오븐 앞에서 밀려오는 주문들을 머릿속에 자동 입력하며 고기를 한정없이 굽고요.
이것이 전부는 아닙니다. 주방 내에서의 인간관계도 여실히 보여주는데다 글 중간중간, 밥보의 주인인 마리오가 어떻게 밥보를 열게 되었는지 양쪽을 번갈아 보여줍니다. 이 책에 100% 빠져들지 못한 것도 바로 이겁니다. 이야기가 번갈아 나오는 것이 문제가 아니라 저 마리오라는 인간이 제가 제일 싫어하는 인간상입니다. 이런 타입을 마초라 부를까요. 제멋대로이고 남성우월주의적인 모습도 보이며 폭군에 사람을 휘두르며 잔머리는 끝내주게 돌아갑니다. 그래서 마리오가 걸어온 길에 대한 이야기를 듣다보면 화딱지가 나 견딜 수 없어요!
초반부는 그런 모습이 많지만 후반부에 가서 빌이 마리오의 모습을 따라 이탈리아에 연수를 가며 그 쪽 생활에 익숙해 지는 모습이라든지 이탈리아 음식에 대한 연구를 하면서 각종 문헌들을 찾아보고 분석하며 나오는 옛날 이야기들, 조리에 대한 세세하고 상세한 언급은 매우 마음에 들었습니다. 요리를 좋아하시는 분이라면 한 번쯤은 찾아서 읽어볼만한 책입니다.

책도 두껍고 읽기 편한 판형도 아니고, 읽기가 두려운 책임은 분명하지만 그만큼 다 읽고 나서의 보람도 큽니다. 기회가 된다면 도전해보세요!
 

책 리뷰를 쓰지 않았던 사이 읽었거나 읽다가 만 책들입니다.
읽다가 포기한 것은 <아이작 아시모프의 과학에세이>, <사치코의 일본차 이야기>, <동경 산책>.

아시모프의 과학에세이는 졸렸습니다.OTL 자다가 열심히 조는 바람에 결국 대강 대강 읽고 넘어갈 수 밖에 없었습니다. 칼럼을 모아 엮은 형식의 책이라 가볍게 읽을 수도 있지만 그게 또 어렵군요. 주제는 그리 가벼운 것들이 아니라 말입니다. 나중에 기회가 되면 다시 한 번 읽으리라 결심하고는 책을 덮었습니다.

사치코의 일본차 이야기는 한국에서 한국차 관련 공부를 하고 있는 일본 유학생이 쓴 책입니다. 앞부분만 훑어 보았는데 교토를 중심으로 한 유명 찻집, 차 관련 상점, 다기 제작과 판매를 하는 곳, 그리고 중간중간 일본의 차에 대해 간략한 설명을 하고 있습니다. 다 읽지 않는 것은 읽고 있다가 다음 여행 계획을 교토쪽으로 짜고 있는 저를 발견해서 였습니다. 조금만 더 진도 나가면 숫제 항공권 끊을 태세입니다. 그런 고로 상당한 주의를 요합니다.;

동경 산책은 이전에 리뷰 올렸던 오! 수다와 비슷한 타입입니다. 일본 작가가 쓴 일본 여행기라고 할까요. 동경 산책은 그보다 좀더 범위가 좁아서, "표연한 여행"을 하고자 이리 저리 좌충우돌하는 작가의 모습을 담고 있습니다. 이렇게만 쓰면 재미있어 보이는데 하는 삽질 하나하나가 왜이리 눈에 거슬리는 겁니까.; 여행기보다는 수필에 가까운 이야기들이 나오는데 이건 아니다 싶어서 조용히 책을 내려놓았습니다.

애거서 크리스티의 두 책은 다시 읽으면서도 왠지 로맨스 소설을 보는 듯한 느낌이었습니다. 애거서 크리스티 자신이 나중에 직접 로맨스 소설을 쓰기도 했지만 에르큘 포와로의 뚜쟁이짓을 보면 웃지 않을 수 없습니다. 특히 크리스마스~ 쪽은 부부 클리닉도 겸하고 있다니까요. 가볍게 기분 전환하면서 보기 딱 좋았습니다. 기왕이면 애거서 크리스티 시리즈가 실제본이기를 바랬는데, 셜록홈즈도 그렇고 애거서 크리스티도 그렇고, 하여간 추리소설 쪽은 실제본 책이 거의 없습니다. 흑흑흑..



이전에 한 번 올렸던 작은 탐닉 시리즈. 지금 여덟 권 나와 있는 책들 중 한 권은 소장하고 있고 다른 일곱권을 이번에 몰아서 봤습니다. 책 사이즈가 작아서 들고 다니기도 편하고 가벼워서 출 퇴근 시간에 한 권씩 보기 좋습니다. 분량이 하루에 한 권~한 권 반 정도 읽게 되더군요. 두 권을 가방에 넣어도 그리 부담되는 무게는 아니라 더 좋습니다. 특히 요즘 읽고 있는 나무 공작소는 책이 무거워서 잡고 있노라면 손목이 뻐근합니다.(훌쩍)

직접 읽어보니 생각보다 괜찮았습니다. 많이 기대를하지 않아서 일까요. 독특하다는 점에서는 <장난감>, <아이디어>, <바닥>이 좋았고 아기자기한 그림과 짧은 단상이 이어지는 <소소한 일상>도 좋았습니다. 가장 마음에 들었던 것은 <부엌>과 <아프리카>입니다. <부엌>은 다른 것보다 웰빙(이라고 쓰고 아토피 방지용이라 읽습니다;) 빵들과 쿠키에 대한 언급이 많아 신선했지요. 블로그 쪽에서는 그런 글들을 몇 번 보았지만 책으로 출판된 것 중에서는 그리 많지 않습니다. 이번에 주문한 책 중 한 권이 유기농, 아토피 방지 계통이라 궁금하기도 했고요. 바게트 만드는 방법 3종 세트랄지, 그릇에 대한 이야기, 커피에 대한 이야기 등 제가 좋아하는 이야기들이 많이 나와 몇 번이고 다시 읽었습니다. 들고 다니기 좋아 자주 읽은 것도 있지요. <아프리카>는 보고 있노라면 아프리카 여행을 위한 적금을 하나 들어야겠다는 생각을 할 정도로 취하게 됩니다. 아프리카 여행기가 많지 않은데다 아프리카의 자연 풍광들을 보고 있자면 정말 가고 싶어집니다. 아마 아프리카 투어를 따로 예약해 다녀오신 듯한데 저도 언젠가는 꼭 가볼겁니다.ㅠ_ㅠ


요즘 포스팅 하는데 시간이 너무 걸린다니까요.; 좀 길게 컴퓨터 앞에 붙어 앉아 있었더니 춥습니다. 따끈한 차라도 한 잔 마시러갑니다.


조앤 K. 롤링, <해리포터와 죽음의 성물 1-4>, 문학수첩, 2007


감상을 딱 한 줄로 요약하면 에필로그만 좋아.
다른 것은 다 빼고 에필로그 부분은 몇 번이고 다시 읽었습니다. 그도 그런 것이 불의 잔 이후는 전혀 손을 대지 않았으니, 본다 한 들 제대로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지도 않고 4권이나 한 번에 읽으려니 손 대기도 싫고. 그래서 4권의 끝 부분만 읽었습니다. 해리와 톰 리들의 대결부터 말이죠.(이정도는 내용 폭로가 아니라 생각합니다;)

에필로그까지 다 보고 나서 해리 포터 시리즈를 통틀어 가장 좋아하는 캐릭터가 바뀌었습니다. 그 전까지는 론이나 헤르미온느, 혹은 스네이프 교수였는데 지금은 조금 다릅니다. 알버스 세베루스. 끝까지 다 읽고 나서 제 취향의 캐릭터로 당당히 등극했습니다. 엔딩 부분은 지금까지 해리 포터를 읽어온 사람들에게는 실망스럽게 느껴질 수도 있지만 제게는 꽤 재미있었습니다. 기대를 많이 하지 않았으니, 그냥 평범한 엔딩이 되었으니 제 입맛에는 맞는 것이겠지요. 어차피 대강의 내용은 영어판이 나온 직후, 이글루스에 뜬 리뷰와 간략 엔딩 소개를 통해 다 파악하고 있었지만 다들 정말 귀엽습니다.(여기까지; )



덧붙이자면, 스네이프 교수님께 "해리 포터 최강의 순정남"이라는 칭호를 드리고 싶습니다. 훗훗훗.



와타나베 준이치, <둔감력>, 형설라이프, 2007
고진우, <나는 아이디어 물건에 탐닉한다>, 갤리온, 2007

둔감력. 원서 제목을 그대로 갖다 썼지만 노리고 제목을 지었다면 "둔감의 힘" 같은 것도 괜찮지 않았을까 합니다. 둔감력이나 고독력같은 제목은 굉장히 어색해서 말이죠. 하지만 모 베스트셀러의 이미지가 강하니 저런 제목이 거부감이 들 수도 있고, 아류작으로 폄하될 수도 있으니 문제입니다.

둔감력은 가볍게 읽으면 좋은 책입니다. 이름이 귀에 익다 싶었더니 원래 소설가이고 이 책은 본업에서 살짝 벗어나 쓴 책인가봅니다. 뭐, 소설가라고 이런 책 쓰지 말라는 법은 없지만 보통의 수필보다는 자기 계발서에 가까운 느낌이라 외도의 이미지가 강한겁니다. 하지만 출생년도를 보고 있자면 쓰셔도 됩니다라는 말이 절로 생각나는 것이 33년 생이십니다. 훗훗. 그쯤되면 후학들을 위해 이런 책 한 권 정도는 내셔도....;

내용은 간단합니다. 민감하고 예민한 사람보다는 어느 정도 둔감한 사람이 성공할 수 있고 건강할 수 있다고요. 읽으면서, 2주 전에 터진 사건도 제가 둔감했다면-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렸더라면-이렇게 커지지 않았을텐데라는 약간의 후회가 들었습니다. 오늘 행사 하나 치뤄내면서 역시 잘했다고 생각하긴 했지만 말입니다. 하하.
상사에게 잔소리를 듣거나 가벼운 꾸지람을 들어도 흘려보낼 수 있는 둔감함이 필요하고, 이런 둔감함은 자신을 튼튼하게 키워줄 수 있다고 말하는 거죠. 거기에 면역체계란 것도 둔감한 사람이 병치레 덜하고, 예민하고 민감한 사람이 병이 잦다지 않습니까. 이런 이야기들을 예를 들어가며 차근차근 써나가고 있습니다. 자기 계발, 반성쪽의 책이지만 가볍게 읽어도 좋습니다. 예상했던 것보다 지루하지는 않았습니다. 생활습관을 고쳐볼까 싶은 생각이 들더군요.

아이디어 물건에 탐닉한다는 갤리온에서 나온 작은 탐닉 시리즈의 두 번째 책입니다. 지난번에 책은 예쁜데라며 살짝 올린 적이 있지요.
보고 나서 알았는데 이글루스에서 몇 번 포스팅을 보았던 분입니다. 뽐뿌인사이드라고, 직업적 얼리어답터라고 본인을 소개하시는군요. 예. 직업 맞으십니다. 읽는 내내 펌프질을 당해 카드를 들고 부들부들 떨고 있었으니 말입니다. 탐나는 물건이 한 두 가지가 아니더군요. 그나마 다행인건 어제 펀샵 들어갔다가 지르기 직전 통장 잔고 확인하고는 긴급 통장동결을 시켰다는 것입니다. 통장 잔고가 굉장히 부족해서 다음 월급날까지 버틸 수 있을지 의문이 들더군요. 외출도 자제, 지름도 자제모드입니다. 그래서 버텼지 약간 스트레스를 받아서 지름신이 떠밀고 계셨다면 아마 여기저기 돌아다니며 물건들을 찾고 있었을 겁니다.
얼리어답터의 기질이 있다면 가능하면 보시지 않는게 좋습니다. 잘못하면 다음달 카드 명세서가 무시무시해질 수 있으니까요. 하지만 난 그런 기질이 없다고 안심하지는 마세요. 보시는 동안 본인도 몰랐던 얼리어답터의 기질이 깨어날 수 있습니다. 훗훗훗훗훗.............


유시진, <온 1-3>, 시공사, 2007


오후에서 연재되던 작품들 중 끝까지 완결난 것은 몇 안된다고 알고 있습니다. 요시나가 후미의 딸~만 제대로 책이 나왔던가요. 권교정씨의 <마담베리의 살롱>도 1권만 나오고 도중에 멈췄습니다. 가끔 생각하지만 김진씨 못지 않게 권교정씨도 잡지 운이 없지요. 그리고 돌이켜 보면, 완결작이 나왔다는 것 자체가 신기합니다. 완결작보다 연재중단 작품이 더 많고요. 물론 장담은 못합니다. 직접 세어보진 않았지만 책 나오다 만 것이 더 많은 것 같은 기분... 완결작 중에서 제 취향에 맞는게 몇 안되어 더 그런가봅니다. 매지션이랄지, 마담 베리랄지, 헬무트도 미완이라고 알고 있고, 디오티마는 나온다는 소문만 무성하고.

이쯤하고 본론으로 들어갑니다.

마스터께 세 권을 왕창 빌려서 읽는 내내 즐거웠습니다. 그린빌을 다시 보는 것 같기도 하지만 주변 인물들이 다르지요. 젤은 옛날 옛적의 마니를 보는 듯하고 사제씨(나단)도 그랬습니다. 거기에 아직 어리고 젊어서 손에 넣을 수 없는 것을 결국 부숴버렸던 꼬맹이(사미르) 하나. 판타지적 설정을 다 배제하고 본다 해도, 이것을 현실 세계에 그대로 대입한다 해도 전혀 무리가 없을 이야기입니다. 그래서 더 마음에 들었고요. 거기에 사미르에 상당히 감정이입이 되어 보았기 때문에 끝까지 다 읽어 내려갔을 때는 한 짐 내려놓은 듯한 기분마저 들었습니다.
가진 자와 가지지 못한 자. 이런 이야기를 읽을 때면 항상 <남자들에게>에서 읽은 글이 떠오릅니다. 이아고와 오셀로의 관계를 가진 사람과 불능인 사람의 것으로 보았던 시오노 나나미의 시각 말입니다. 임포텐스가 임포텐스가 아닌 사람에게 가지는 것이 선망이라고 보았던 것이 이 이야기를 보며 다시 떠올랐습니다. 닮아 있으니까요. 자신이 가지지 못한 것을 가진 사람에게 선망을 품고, 그 사람과 함께 하고 싶지만 그가 자신을 필요로 하지 않을 것임을 알기에 결국엔 독약을 먹여버렸다고 할까요. 그것은 사미르뿐만 아니라 젤도 마찬가지입니다. 그의 옆에 서 있는 자신의 존재가치를 찾지 못해 그것을 찾으려 하다가 함정에 빠졌지요.
뭐, 사미르와 젤의 인생을 말아먹은(...) 장본인인 나단은 자기 자신의 평온에 지나치게 몰두해 있어서 주변 사람을 돌아볼 수 없었으니 화를 자초한 셈입니다. 만약 그가 지도자가 되었다면, 정신 세계를 담당하기에는 이상적인 지도자가 되었을지도 모릅니다. 온 누리의 샘솟는 사랑과 평온을! 하지만 주변 사람들에게는 인간적이지 못하다는 말을 들었을지도 모릅니다. 자신이 발하는 빛을 따라오는 사람들이 갈구하는 것을, 그들이 원하는 것을 알아주지 못했으니. 어떻게 보면 만인 평등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자기 주변에 있는 모든 이들을 똑같이 보고 똑같이 사랑을 주지만, 바로 옆에 있는 이들이 원하는 조금 더의 마음은 주지 못했으니까요.


그 C시가 어디인지 G랑 이야기를 했는데 저는 남쪽으로 생각했건만 남쪽이 아니었군요. 지도는 북쪽으로 되어 있지만 정답은 대사 속에 있었습니다.


게리 폴슨, <손도끼>, 사계절, 2001

난파 혹은 조난과 관련된 책의 상당수는 성장소설입니다. 로빈슨 크루소나 신비의 섬은 성장소설이라 보기 어렵지만 15소년 표류기, 나의 산에서 등 아이들이 한 번 조난 당했다 하면 그 때부터 이야기는 아이들이 어떻게 그 상황을 극복했는지, 거기서 어떻게 살아남았는지에 대한 이야기로 넘어갑니다.
이 책도 마찬가지입니다. 아는 분께 추천받아 읽게 된 손도끼라는 소설은 굉장히 얇지만 제 취향의 책이었습니다. 줄거리를 보고는 바렌랜드 탈출작전-동서문화사에서 나온 ABE 전집 중 한 권. 친구인 인디언 소년과 백인 소년이 어쩌다 척박한 지역에 남겨져 함께 살아 남는 이야기-을 떠올린 것은 배경이 그 즈음이기 때문입니다. 이 책에서는 공간적 배경이 알래스카나 그 근처 어딘가입니다. 배경이 겨울이었다면 채 3장이 넘어가기 전에 주인공이 동사했겠지만 다행히 여름이라 밤에도 그리 춥지 않아 주인공이 살아 남을 수 있었습니다.

이런 류의 소설이 흔히 그렇듯 주인공 브라이언도 집안에 문제가 있습니다. 부모님이 이혼하셔서 현재 브라이언은 어머니와 함께 살고 있고 아버지는 알래스카 저 건너에서 석유시추 기술자로 일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여기에 다른 이야기가 하나 더 끼어듭니다. 아버지는 어머니의 이혼 요청 사유를 몰랐지만 브라이언은 어머니의 불륜 장면을 목격한겁니다. 아버지에게 이야기를 해야하나 말아야하나 고민하는 와중에 이혼은 성립되고 부모님은 갈라섭니다. 어머니와 함께 살고는 있지만 어머니의 부정장면을 목격했으니 마음이 편할리 없지요. 어머니도 아들이 그 사실을 알고 있다는 건 모릅니다. 아마 끝까지 모르겠지요.

그렇게 주변 상황에 휘둘리던 아이는 비행기 사고로 숲 속 호수 옆에 떨어진 후 혼자서도 잘 살아요~라고 노랫말이 절로 흘러나오는 아이로 바뀝니다. 책이 길지 않아 세세하게 설명은 하고 있지 않지만 그런 점이 오히려 더 마음에 들었습니다. 특히 구조 요청을 들은 비행기가 호수에 착륙한 상황에서 아이가 담담하게 말을 건네는 장면이 굉장히 좋았습니다. 그래, 씩씩한 녀석. 부모들의 사정에 휘둘리지 말고 너는 네 갈길을 가는거야라는 말이 떠오릅니다.





제일 마음에 들었던 것은 그 두 달 동안 고립무원의 숲 속에서 생활하면서 군살이 빠져 단단한 몸매로 재 탄생했다는 것........ 이었지요, 아마도? (...)


애거서 크리스티, <구름 속의 죽음>, 해문출판사, 2007
애거서 크리스티, <크리스마스 살인>, 해문출판사, 2007

크리스마스는 애거서 크리스티와 함께!

가 되었습니다. 어쩌다보니 해문에서 나온 애거서 크리스티 전집을 두 권 들고와 읽고 있게 되더군요. 둘다 이번에 나온 추리문학 베스트 시리즈입니다. 해문출판사, 기왕 하는 것 반 다인 것도 마저 내주지 말입니다. 반 다인의 파일로(필로) 밴스 시리즈는 12권이라고 알고 있는데 동서문화사의 날림판과 합치면 총 7권-해문에서 3권, 동서문화사에서 4권-인가 나온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나머지는 언제쯤 읽을 수 있을까요. 황금가지의 밀리언셀러 시리즈에서는 벤슨을 내줘서 동서문화사와 겹칩니다. 흑흑.

분명 G가 아직 졸업하지 않았을 때 모 대학 도서관에서 해문판 미니 사이즈를 거의 다 빌려보았다고 생각했는데 이 책들은 읽은 기억이 없습니다. 이리 되면 거의 다 빌려보았다고 생각한 것이 잘못이라는 것이지요. 아니면 읽고 나서 홀랑 다 잊었다거나. 하지만 후자는 조금 신빙성이 없는게, 홀랑 다 잊는다 해도 이정도 되면 누가 범인인지 감이 와야하는데 전혀 감이 없습니다. 구름 속의 죽음은 하도 궁금해서 맨 뒤로 넘어가 범인을 확인했고 크리스마스는 나중에 범인이 밝혀진 다음에 입만 떡 벌리고 있었습니다. 크리스마스는 페어플레이라기엔 조금 미묘하지만 이정도 맛은 있어야지요.
셜록 홈즈보다는 길고 가볍게 읽을 수 있는 분량이라 이럴 때는 애거서 크리스티를 애용하고 있습니다. 긴 책은 읽기 싫고 잠깐 머리를 식히는 정도로 읽으려 할 때 말입니다. 물론 한 번에 두 권을 다 읽으려면 벅차긴 하지요.

나이를 먹을 수록 추리소설도 취향이 변해가나봅니다. 아직 어렸을 때는 셜록 홈즈를 최 상위에 두었지만 지금은 셜록보다는 애거서 크리스티나 엘러리 퀸이 좋습니다. 그래도 완숙 달걀은 주인공들이 취향이 아니라 넘어가고요. 퍼트리샤 콘웰의 스카페타도 읽기는 하지만 좋아하지는 않습니다. CSI라인도 재미있게는 읽지만 좋아하지 않습니다. 미묘한 취향차이. 피가 튀기고 잔인한 살인 수법이 난무하는 것은 신경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그렇지요. 그래도 반 다인이나 엘러리 퀸까지는 수비범위 안입니다.
갑자기 떠오른 김에 퀸의 로마 모자를 읽으러 가야겠네요.


책 장정이 엉뚱하게 시리즈물로 취미가 붙어서 추리소설이나 판타지 소설 중에 취향에 맞고 실제본인 것을 찾아 만들어보고 싶다고 생각하고 있는데 적당한 시리즈가 없습니다. 기억을 더듬어 보면 어스시가 해당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드는데 이건 아직 완결이 안났지 않습니까. 그냥 일본판을 확 사다가 확 제본할까 싶기도 하지만 가격이 만만치 않군요. 정 안되면 올해는 편집에 매달려 제가 책을 제본할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그러기엔 제 편집 실력이 너무 안 좋아요. 몇 번 망쳐보면 좀 나아지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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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 들어온 작은 탐닉 시리즈. 이 중 첫 번째 책인 <나는 길고양이에 탐닉한다>는 나오는 것을 알고 바로 구입했기 때문에 갖고 있지만 이렇게 시리즈가 많이 나와 있는지는 몰랐습니다. 시리즈가 예뻐서 다 꽂아 놓고 한 번 찍어보았지요. 그리고는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훑어 보았는데 ......
가장 기대했던 <나는 부엌에 탐닉한다>도 그렇고 뭔가 부족한 느낌입니다. 부엌이라길래 음식류보다는 조리기구나 부엌 가구 등을 떠올렸는데 그런 건 아니더군요. 다 읽어보기 전까지는 뭐라 말 못하지만 그래도 조금 아쉬웠습니다. 그나저나 올해 안에 이 새책들을 다 처리할 수 있을지가 걱정이군요.

지난 주 동안 읽은 책, 읽다가 포기한 책들이 이 책들입니다.



이동진, <필름 속을 걷다>, 예담, 2007
임윤정, <카페 도쿄>, 황소자리, 2007
아사노 아쓰코, <배터리1-6>, 해냄, 2007

쓰고 보니 다 올해 출간된 도서들이군요. 따끈따끈한 신간이란 이야기입니다. 뭐, 그래도 배터리는 여름, 다른 두 권은 10월 출간도서라 뜨끈하다고는 말 못합니다.;


필름 속을 걷다는 영화의 배경이 된 지역을 찾아가 영화를 회상하며 떠나는 여행기입니다. 그래서 아쉬웠습니다. 기왕이면 어떻게 찾아갈 수 있는지도 포함하면 좋았을 걸, 그냥 여행기 자체만 책에 담아냈습니다. 원래 조선일보에 연재했던 것을 살을 더 붙여 책으로 냈다고 알고 있는데 그러기엔 아쉬운 부분이 많습니다. 아무래도 연재물로 보는 것과 책으로 죽 이어 보는 것의 차이도 있을테니까요.
영화의 배경이 된 지역이 여기였구나라는 것을 알아가는 맛도 있긴 하지만, 그러기엔 글쓴이가 너무 시니컬해서 감정 이입이 잘 안됩니다. 뭐랄까, "나 솔로라서 이런 것 혼자 다니는데, 그래서 커플 미워!"쯤? 혼자 쓸쓸하게 다닌다는 티를 팍팍 냅니다. 어디에든 우수에 젖어 있고 어디에서든 항상 불행(까지는 아닐지라도 하여간 그 비슷한 즈음)하고 말이죠. 혼자 여행 다니는 것도 꽤 좋아하는 제게는 지나치게 자기 자신에게 빠져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가볍게 훑어 보는 정도는 괜찮지만 몰입해서 볼 필요는 없는 책입니다. 사진도 뭔가 조금 아쉽다는 생각이 들고요.

카페 도쿄도 아쉬웠습니다. 읽기는 다 읽었는데, 블로그에 꾸준히 올리던 이야기를 책으로 펴낸 느낌이랄까요. 최근 많이 나오는 기행과 주제만 다를 뿐 크게 차이는 없습니다. 하기야 이런 류의 여행정보알림책의 기준이 동경오감이 되었으니 많이 부족하게 느껴질 수 밖에요. 게다가 제가 아는 카페가 2-3군데 가량 있었습니다. 가보지는 않았지만 Cafe Sweets라든지 MOE를 통해서 알게 된 카페입니다. 모르는 카페만 나왔다면 더 재미있었을까요? 하여간 아는 카페가 나오다 보니 뭔가 김샜다는 생각도 조금 들었습니다. 그리고 약간은 지역 편중 현상도 보였지요. 본인이 지내던 곳과 가까운 곳이 나오다 보니 도쿄 서쪽 지역의 카페가 많았습니다.
점수가 깎인 것은 그런 잡지들에 실릴 정도로 잘 알려진 카페들이 많았다는 점입니다. 진짜 현지인들이 많이 가는 카페였다면 더 마음에 들었을텐데. 그리고 실린 카페 수가 아주 많지는 않았고요. 지면 문제상이라기엔 편집에도 아쉬운 부분이 있습니다.

배터리는 읽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앞으로도 읽을 계획은 없습니다. 취향에 맞지 않는다고 결론을 내린 책이라서요. 하지만 일본에서도 800만부가 팔린 굉장히 잘 된 성장소설입니다. 내용도 좋고 하지만 이건 어디까지나 개인적인 취향 문제입니다. 왜 취향에 맞지 않느냐고 물으신다면.....

오오후리의 향기가 납니다.(먼산)

저거 분명히 성장소설입니다. 그리고 분명히 잘된 소설입니다. 결말 부분만 읽고 대강의 시놉시스만 알고 있지만 야구를 좋아하는 소년들이 차츰 성장해 나가는 이야기 맞습니다. 문제가 그거라는 거죠.
야구에다가 등장인물들의 관계 설정이 정말 .... 자연스레 필터링이 되는겁니다! 덕분에 1권은 펼쳐보지도 않고 6권 끝부분과 시놉시스만으로 포기했습니다. 읽고 나면 내용이 머릿속을 파고 들어 한 동안 저를 가만히 놔두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에 말입니다. 오오후리가 무엇인지 모른다는 분들은 그냥 그대로 있어주세요. 그리고 그런 분들 중에 성장소설을 좋아하신다면 배터리는 수작(秀作)일 생각합니다.





덧붙여서 바람의 화원.
예전에 마쟈님이 바람의 화원 내용소개를 보고 망상에 대해 잠깐 언급하셨는데 신간에 함께 들어온 것을 확인하고 살짝 뒷부분만 훔쳐봤습니다. 아놔....................................................................
네, 망상해도 좋습니다. 물론 장미향이 풍기는 것은 아니지만 다른 의미로 장미향이 납니다. 지나치게 내용 폭로를 하면 안되겠지만 이산과도 겹쳐지고 ***도 떠오릅니다. 아, **의 *****도 있군요. 하여간 그렇습니다. 읽을 생각은 없어요.


*들이 궁금하신 분들은 아래를 긁어주세요.
차례로 오스칼, 순백, 피오렌티나. 아주 쉽죠? -_-;;;


나오미 노빅, <테메레르 2 : 군주의 자리>,  노블마인, 2007


노블마인이 웅진의 임프린트였던가요. 하여간 대형 출판사의 임프린트라고 기억하는데 말입니다. 책 제대로 잘 뽑는다라는 생각이 머리를 스치고 지나갑니다. 온다 리쿠의 책중 몇 권이 여기서 나오기도 했으니 말이죠.
책 표지 주소를 뽑기 위해 교보문고 들어갔다가 회원 평점을 보고 기겁했습니다. 회원평 31개, 별점 다섯 개. 평이 10개를 넘어가면서 별 다섯 개가 나온 것은 거의 못봤습니다. 신간이나 서적 검색하면서도 한 두 개 회원 평이 달려 별 다섯 개가 있는 것은 자주 봤지만 평도 많고 별도 많은 것은 드물어요. 별 넷까지는 찾으면 많은데 다섯 개란 것은 그만큼 평이 좋다는 것이겠지요.

가상역사 판타지임에도 용의 존재가 굉장히 자연스럽게 스며들어갔다는 것, 그리고 그걸 잘 섞어서 나폴레옹의 대륙정복에 대한 전투신과 전개 상황을 묘사했다는 것이 높은 별점의 이유가 아닐까 합니다. 전쟁사를 아주 잘~ 연구하고, 군대나 그 때의 계급, 그리고 전투부대 배치 상황을 다 확인한 다음에 그 사이사이에 공군을 집어 넣어야 하지 않겠습니까. 그만큼 연구가 필요했던 것이고 그것이 굉장한 효과를 낳았으니 말입니다. 만약 전쟁 묘사나 군대 배치 등의 군 관련 묘사에서 어디 한 군데라도 삐끗했다면 군사 매니아들이 별을 깎았을겁니다.-ㅂ-

아아. 하지만 2권에는 그런 군사 배치에 대한 이야기는 좀 적습니다. 주 무대는 중국이라고 봐도 되거든요. 물론 절반 이상은 중국까지 가는 그 힘든 여정 이야기지만 책이 넘어가는 속도는 굉장히 빠릅니다. 560페이지나 되는 테메레르 2권을 읽는데 아침 출근시간 + 저녁 퇴근시간 + 귀가 후 독서시간으로 충분했습니다. 다 읽고 나서도 한참을 히죽히죽 웃다가 마침 어제 아침 도착한 3권을 꺼내들고 잠시 뒷부분만 보겠다는게, 맥락이 이해가 안가 뒷부분 20% 가량을 죽 읽어내려갔습니다. 막판의 꼬마용 정말 귀여워요! ;ㅂ; 템레르가 가끔 철 없고 막나가는 형이라면 막판의 꼬마용은 제대로 막내입니다. 그래도 막내의 비행사가 누구기에 망정이지 랭뭐시기였다면 난리 났을겁니다. 이건 다음번에 제대로 읽고 다시 리뷰 쓰겠습니다.

2권에서 나온 중국에 대한 묘사는 서양이 보는 동양의 모습이 이런 것인가 싶어 읽는 내내 웃음이 나왔습니다. 약간은 유토피아적 이상향이랄까요. 하지만 관리들의 부정부패와 관련된 이야기도 나오곤 하니 완벽한 이상향만은 아닙니다. 그저, 로렌스가 느낀 것처럼 용과 인간이 동등한 입장에서 생활하는 곳이니까요. 1권에서는 영국 공군에서의 용들도 꽤 자유롭게 지낸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관점 자체가 아예 다릅니다. 용을 지능을 가진 가축으로 생각하는 유럽쪽과, 인간과 동등한 위치에 놓고 생각하는 동양쪽. 3권을 읽어봐야 터키쪽의 용들은 어떤지 알 수 있을텐데 말입니다. 그리고 2권에서 다루고 있는 것 중 하나가 노예제도입니다. 이것도 이후에 터질 것 같은데 영국에서의 노예금지제가 언제 시행되었는지는 옥스포드 영국사를 찾아봐야겠습니다.

테메레르-템레르는 1권에서 등장한 우편배달용, 볼라티우스(애칭 볼리)가 혀짧은 소리로 테메레르를 부르는 말이죠^^-를 읽다보니 유럽사, 유럽 전쟁사에 대해 다시 관심이 생겼습니다. 그 이전대의 영국 왕 가계도는 거의 달달 외우고 있는데 앤여왕 이후의 가계도는 맹탕이라니까요. 여기도 다시 확인해야겠습니다. 그나저나 엘리자베스 여왕과 관련된 언급은 굉장히 웃겼습니다. 반사적으로 엊그제 본 엘리자베스가 떠올랐어요. 영국 왕실에 엘리자베스란 이름을 가진 여왕은 그 당시엔 딱 한 명 밖에 없었으니 그 분일건데 말이죠. 음훗훗~



테메레르는 판타지, 전쟁사, 유럽사에 관심을 가진 분이라면 누구든 즐겁게 읽으실 수 있을겁니다.'ㅂ' 조만간 1-2권도 질러야지요.


요코미조 세이시, <악마의 공놀이 노래>, 시공사, 2007

공놀이라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은 코난 극장판 6편. 핫토리 헤이지의 첫사랑이 시작되는 것이 바로 어떤 여자아이가 공을 튀기며 노래를 부르는 장면이었지 않습니까. 표지도 그런 류의 공이다보니 연상이 되었습니다. 뭐, 이야기가 그런 아이들이 죽어나가거나 하는 것은 아니고 앞서의 시리즈와 비슷한 연쇄살인사건입니다.
더벅머리의 김전일(金田日:긴다이치)은 여기서도 명탐정 기질을 발휘합니다. 하지만 연쇄살인사건이 다 일어나고-다시 말해 죽을 사람 다 죽고 나서 범인을 밝혀내니 그 손자가 똑같다고 해도 뭐라 할 게 아니군요. 그저 할아버지는 출연작이 적은데다 편당 사망자가 적어서 그런 것이고 손자는 한 번 사건이 터졌다 하면 상당히 많이 죽고 출연편인 은근히 많으니 문제인 거죠. 그러다 보니 누적 사망자를 비교해보고 싶다는 생각도 문득 듭니다.
(하지만 최근 취향은 아케치라서 그쪽 시리즈를 조금씩 모아볼까 싶기도 합니다.;)

생각보다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고, 이 책한테 고맙다고 해야하는 일이 있었던지라 더 마음에 듭니다. 수요일 오후에 펑펑 울어서 기분도 완전히 엉망이 되어 있었는데 그 꿀꿀한 기분을 활짝 개게 해줬습니다. 추리소설에 푹 잠겨서 아무런 생각도 안하고 있다보니 취침시간을 훨씬 넘겼더군요. 그렇게 즐겁게 봤습니다.

지금보면 그냥 그런 수준의 소설이지만 이 책이 나왔을 당시에는 좀 잔혹하지 않았을까 싶은 느낌도 있습니다. 손자 시리즈에서 소품을 사용해 일부러 꾸민 것도 할아버지 시리즈를 보면 꽤 이해가 갑니다. 읽다보니 손자 시리즈를 다시 보고 싶어진달까요. 원작을 알고 나서야 패러디가 이해되는 느낌에 가까울지도 모르겠습니다.




자아. 진짜 템레르 읽으러갑니다.


나오미 노빅, <테메레르 - 왕의 용>, 노블마인, 2007

전체 6부작으로 예정되어 있으며 2008년 완간된다는 테메레르 시리즈 첫 번째 책입니다. 왕의 용이라 되어 있지만 정확한 원서 제목은 His Majesty's Dragon. 왕이라고 단순히 이해하는 것은 애매하죠. 읽다보면 His Majesty가 누구를 의미하는지 대강 감이 오실겁니다. 이중적 의미이기도 하고요.

제가 제일 좋아하는 타입의 판타지 소설입니다. 역사꼬아보기. 로드 다아시 시리즈가 3권까지 출간되고 나서는 이제 가상역사 이야기는 더이상 못보는 것인가 했는데 테메레르가 있었습니다. 책이 나온 것은 직후부터 알고 있었지만 판타지라고 하고 피터 잭슨이 영화화 운운하길래 괜히 손대기 싫어지더군요. 뒷부분만 살짝 봤는데 그냥 저냥 마음에 든다고 생각했다가 생협 번개 때 이야기 나온 걸 듣고는 어제 손을 댔습니다.
덕분에 어제 오후는 업무고 뭐고 전혀 못하고 저 책만 붙들고 있었습니다. 읽는데 시간이 오래 걸린 것이 아니라 읽고 나서 여기 마음에 든다고 또 읽고, 또 읽고를 반복하다보니 이미 퇴근시간이.... (쉿!)

kiril님이랑 마스터님이랑 테메레르 이야기를 하다가 역시 작가가 대놓고 동인이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BL 쪽을 의미하는 그 동인 말입니다. 시오노 나나미 할머니도 대놓고 동인이지만-어제 책을 정리하다가 문득 헤르만 헤세도 동인남인가 싶어지더군요-나오미 노빅도 만만치 않습니다. 치환할 필요도 없이 그대로 읽으신다면 그대로 이해되실겁니다. 아, 물론 그런 의미로 보지 않아도 충분히, 넘칠만큼 재미있습니다. 로드 다아시의 가상역사가 대영제국과 마법학 중심이라면 이쪽은 역사에 용기사-공군을 살짝 끼워넣었습니다. 그냥 판타지 소설이 아니라 역사 안에 끼워넣은 용기사를 보고 있자니 그럴듯하군요. 특히 나폴레옹의 영국 점령시도-대륙봉쇄령-와 관련해서는 더더욱 말입니다. 훗훗훗.

이 책을 다 읽고 나면 아마, 선호하는 애완동물 순위가 고양이(혹은 개)에서 용으로 단번에 바뀔겁니다. 주인이 애인을 못만들게 하는 주범이기는 하지만 용이 대신 애인 역할을 해주니까요.(응?) 제일 신경써주고 아껴주고 가장 좋은 친구가 되어주고... 그야말로 이상적인 파트너 아닙니까! 게다가 테메레르는 외국어에도 능통하니, 테메레르한테 이것저것 짐을 잔뜩 실어 놓고 그대로 여행을 간다면 통역도 따로 필요 없겠다, 교통수단도 따로 필요 없겠다, 정말 좋지요. 하지만 문제가 하나 있습니다. 가능하면 바다쪽으로 여행할 것. 용들이 하루에 먹어치우는 먹이량은 고양이와 비교가 안될 정도니 바다쪽으로 여행하면서 알아서 먹이를 사냥할 수 있도록 해줍니다. 돌고래 정도는 가볍게 잡더군요. 가끔 참치가 보이면 한 마리 잡아 달라 해서 회 떠먹는 것도 나쁘지 않겠지요. 대뱃살...;


두말은 필요 없고, 다 읽고 나서 구입하러 교보들어갔다가 3권 예약 받길래 주문했습니다. 2권은 이번에 들어오는 신간에 들어 있을거예요. 6부작이 어떻게 마무리 될지 참 궁금합니다.
책 쪽 포스팅이 너무 없는 듯하야 되돌려보니...
최근에 읽은 책들은 새 책이 아니라 옛날 책들입니다. 로베르 아저씨라든지, 아시아의 라이프 스타일이라든지, 예찬이라든지, 행복의 건축이라든지.
새 책이라면 어제 읽은 홍콩 가이드북 정도? -_-a

원서 쪽은 좀 낫습니다. ゆとりのぉ茶였나, 가을에 구입한 원서를 다 읽은 뒤에는 교보 일서란에서 또 필 받아 구입한 책을 보고 있었습니다.




바로 이 책. 세계의 핫 드링크라는 낚시성 제목을 달고 있길래 재빨리 낚아 주었습니다. 현재 교보에는 재고가 없고 이와 비슷한 제목의 책은 있습니다. 세계의 축제 과자(世界の祝祭日とお菓子). 시리즈로 추정하고 있습니다.
요 며칠간은 하루에 한 권씩 꼬박꼬박 만화책 주문을 했습니다.; 총판에서 구입하는 것보다는 쿠폰을 이용해 구입하는 것이 싸다고 배웠고, 실제로도 그렇습니다. 최근 주문한 <왕국의 열쇠>-시토 쿄코 작. 변경경비와 같은 시리즈물인지는 모르겠습니다-는 권당 가격이 3500원인데 교보에서 쿠폰 써서 주문하면 2150원. 10년 전 가격이 나옵니다. 플래티넘(우수회원도 가능하지요)의 위력인거지요. 덕분에 올해 교보에서 주문한 총액은 점차 불어만 가고 있습니다. 12월 말에 총 금액 계산을 하면 알겠지만 지금 계산해보니 ... 작년보다 20%정도 구입총액이 증가했습니다. 12월에 사게 될 몇몇 책들을 계산에 넣으면 아마 30%까지 증가할 듯하군요. 흑흑; 어머니 아시면 난리날겁니다.

만화책 관리 노트가 한 권을 다 채운 것을 확인했는데, 이제 슬슬 엑셀 쪽으로 관리를 변경해볼까 합니다. 예전에 만들었던 MS Access는 입력도 번거롭고 해서 엑셀 파일로 관리해보려고요. 이쪽이 열기도 간편하고 말입니다. 그럴려면 입력을 다시 해야한다는 문제가 생기지만 그정도야... 어떻게든 되겠지요. 시리즈물이 많다는 것이 이럴 때는 위로가 됩니다. 분양한 책을 감안하더라도 최소 500권은 되겠지만 올 겨울에 마음 잡고 도전해야겠네요. 이 기회에 책들도 엑셀 DB로 만들어둬야지요.


백상현, <유럽에 취하고 사진에 미치다>, 넥서스BOOKS, 2007


부제가 어느 배낭여행자의 유럽 소도시 여행입니다.
처음에는 사진에 반해 책을 읽기 시작했고, 책을 읽는 도중에는 웹상에서 뜬 글(혹은 사진)을 모아 만든 책이란게 여실하게 드러나서 화가 났고, 그 뒤에는 다시 사진에 취해 책을 봤습니다. 읽었다기보다는 보았다는 감상이 더 맞습니다. 글 쓴 사람이 다녀온 지역들이 유럽 소도시인데다 한 번쯤은 다 이름을 들어보았을 알려진 도시들이 많기도 하고요. 하나만 들자면 아시시. 유럽 관련 여행기에서 여길 다녀온 사람은 거의 보지 못했습니다. 이름이 낯익다고 생각하시다면 성 프란체스코를 떠올려주세요. 프랜시스일지 프란체스코일지 알 수 없지만 하여간 그 성인이 아시시의 프란체스코였지요. 그렇게 이름은 알려졌지만 가본 이들은 많지 않은 작은 도시들이 옹기종기 책 속에 모여 있습니다.

그런 고로 강력한 부작용이 생길 수 있습니다.
앞으로의 여행 일정을 생각해보고, 여기를 좀 편하게 여행 다녀오려면 예산이 얼마나 될지 계산기를 두드리게 되며 최종적으로는 여행적금을 들어야 겠다고 마음을 먹습니다. 조금만 더 나간다면 할인항공권 가격을 뒤지고 있겠지요.

사서보기에는 15000원이란 가격이 애매하지만 사진집이라고 생각하고 지른다면 조금은 위안이 될지도 모릅니다. 기왕이면 더 큰 사진으로 보았다면 좋았을텐데요. 흑, 이탈리아도 좋고 스위스도 좋고 독일도 좋아요!
(아일랜드가 있었다면 아마, 당장에 적금 들었을겁니다. 아일랜드 여행은 안하셔서 다행입니다.)
          

나카무라 코우,<이력서>, 문학동네, 2007,
이이지마 나츠키, <천국에서 그대를 만날 수 있다면>, 이너북, 2005


일본소설을 한동안 멀리하겠다고 결심한지 어언 며칠. 그러다 나카무라 코우의 이력서를 보고는 호기심이 동해 다시 집어 들었습니다. 일본소설을 멀리하고 싶어질 정도로 좌절하게 만든 책은 아오야마 나나에의 <혼자 있기 좋은 날>이었습니다. 취향에 안 맞는 건 둘째치고 뭘 말하고 싶은지 알 수 없더군요.-_-;;

그러다가 비슷한 내용의 책 소개를 기억하고 있던 이력서를 보고는 한참을 망설이다 집어 들었습니다. 대개 인터넷 서점의 책 소개는 낚시에 가까울 정도로 순화(포장)해서 제공되기 때문에 그것만 보고 고르다가는 미끄러지기 쉽상인데, 이력서도 조금은 그런 부분이 있습니다. 하지만 이건 책 소개로 표현될 수 있는 것이 아니고, 리뷰를 쓴다면 거기에는 그렇게 이야기를 둘 수 있습니다.

<이력서>는 말하자면, 풀 코스의 전채입니다. 애피타이저. 아니면, 풀 코스에서 전채와 디저트를 뭉텅 잘라내고 주요리만 갖다주는 격이라고도 할 수 있군요. 앞 뒤 이야기가 모두 빠진 채 몸통만 보여주고 있습니다. 그것이 오히려 신선하게 느껴지더군요. 앞 사정도 모르고, 뒤에도 이야기가 잔뜩 있을 것으로 추측되지만 작가가 원하는 부분만 보여주는 그런 모습이 나름 재미있었습니다. 물론 제가 쓰는 단편들도 앞 뒤 맥락을 제게 듣지 않은 사람이 읽는다면 그런 느낌을 받지 않을까요. 하하;

<천국에서 그대를 만날 수 있다면>은 나온지 얼마 되지 않아서 한 번 읽었고 이번에 문득 제목이 눈에 들어와 다시 집었습니다. 예전에 읽었는데도 다시 읽는 동안 이게 이런 이야기였던가라고 생각하며 읽었지요. 기억력 감퇴인건지, 오래 기억할 정도의 내용이 아니었던 건지는 저도 모릅니다.
암병원을 무대로 해서, 전직 미용사 현직 정신과 햇병아리(레지던트)인 주인공이 자신의 이야기와 자신이 어떻게 편지 가게 주인장이 되었는지에 대해 이야기를 하며 전개되고 있습니다. 앞부분의 편지는 '내'가 편지 가게 손님인 슈지씨를 위해 쓴 것으로 이 편지는 끝부분에 나오는 슈지씨의 아내에게 받은 편지로 또 다시 이어집니다. 츠지 히토나리의 <편지>를 읽으면서 이런 타입을 어디서 봤는데라고 생각했더니만 이 책이었군요. <천국에서~>를 먼저 보고 1년 쯤 뒤에 <편지>를 읽었다고 기억하는데 그래서 익숙했던 겁니다. 마음에 드는 것은 좀더 가벼운 느낌의 <편지>쪽. 하지만 <천국에서~>도 만만치 않습니다. 암병원이 주 무대이기 때문에 마지막 이야기들을 살짝 엿볼 수 있거든요.

어제 퇴근길부터 시작해 오늘 출근길까지해서 두 권다 마무리 지었습니다. 이제 남은 것은 몇 주 동안 내내 붙들고 있는 원서로군요. 빨리 해석해야지.;;


뮈리엘 바르베리, <고슴도치의 우아함>, 아르테, 2007
존 J. 롤랜즈, <캐시 호숫가 숲속의 생활>, 갈라파고스, 2006

양쪽 사진 크기가 안 맞는군요. 고슴도치의 우아함은 사진을 어떻게 찍었길래 저렇게 나온건가. 본래 책 두께는 저정도가 아닙니다. 480페이지로 조금 두껍기는 하지만 맞으면 혹이 날 정도로 두껍지는 않습니다. 하기야 요즘 책들은 종이를 가벼운 걸로 써서 저정도 두께라도 손목에 무리가 갈 정도가 아닌 경우가 많습니다. 저런 두께에 아트지로 된 책이라면야, 들고 다니며 읽기도 버거울 겁니다.

그 사이 책을 꽤 여러 권 읽었는데 그 때 그 때 리뷰를 안하다 보니 기억에 남는 책만 올리게 되었습니다. 사이에 읽은 책은 주로 일본 소설이었다고 기억하는데 기억하고 싶지 않은 것, 시간 낭비인 것, 돈이 아까운 것들이 주로 모여 한 동안은 일본 소설에 손을 대고 싶지 않다고 생각할 정도입니다. 뭐, 지금 제 옆에 놓인 책이 비밀의 숲이긴 하지만 이건 수필이니까 예외. 비밀의 숲을 읽고 나면 다시 일본 원서 레시피 해독에 들어가지 않을까 합니다. 그도 아니면 델피니아나 음양사 탐독. 위에서 말한 그런 류의 일본소설은 아니니 이정도는 괜찮습니다.;;

캐시 호숫가는 첫비행님의 추천으로 읽게된 책이지요. 취향입니다. 정말, 취향입니다. 숲에서의 생활을 이정도로 구현하는 것이 가능하구나라고 부르짖었던 책입니다. 재료만 있으면 손 끝에서 못 만드는 것이 없는게 아닌가 싶은 정도로 멋진 사람들의 이야기입니다. 특히 마지막 부분에 등장한 라디오...... 만들 수 있기는 하군요. 절대 저는 손 대지 않을 경지입니다.
먹는 것에 대한 이야기도 종종 나와서 군침을 흘리게 만들었습니다. 몇 가지는 따로 메모해두었다가 도전할 생각입니다. 뭔가 푸근하게 느긋하게, 한겨울에 따뜻한 난롯가나 화로 옆에 앉아 귤 까먹으며 뒹굴거리며 보면 딱 어울릴 책입니다. 훗훗훗.

고슴도치의 우아함은 좀 특별합니다. 이 책을 읽지 않았더라면 아마 書計 포스팅은 더 늦어졌을 겁니다. 리뷰를 쓰고 싶은 만큼 즐거운 책이 없었으니까요. 하지만 지난 토요일, 이 책을 읽기 시작하면서부터 다 읽으면 반드시 리뷰를 올리겠다고 부르짖었습니다. 딱, 취향의 책입니다.
그러니까, 몇 년전일까요. 한창 (아는 사람만 아는) R모씨의 CP를 읽고 나서 느꼈던 감정이 다시 생생하게 살아나는 것을 느꼈습니다. 작가 본인은 그럴 생각이 아니었겠지만 읽는 저는 이것을 "동류" 개념으로 받아들였습니다. 특히 르네와 카쿠로의 만남은 모든 것을 뛰어 넘은 동류의 만남으로 읽혔습니다.

서점의 책 소개에서는 보통사람들이 만든 수위라는 이미지에 둘러싸여 그 안에서 호젓하게 지적 풍류를 즐기는 르네라는 한 아줌마와, 국회의원의 막내딸로 자살을 꿈꾸는 꼬마 아가씨 팔로마가 만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로 묘사하고 있습니다. 맞지만, 다릅니다. 과연 언제쯤 만날 수 있을까를 내내 생각하며 읽고 있었으니 출판사가 앞서나갔다고 할까요. 이 두 사람은 접점 없이 평행선을 달리며 자신의 이야기를 하다가 중반이 훨씬 넘어서야 교차하게 됩니다. 다만 이 교차의 정도가 문제였습니다. 소설 속에서는 담담하게 다루고 있지만 다 읽고 나서 지금 돌이켜 생각하면 이 두 사람의 만남은 양쪽의 삶에 엄청난 시너지 효과를 불러 일으킵니다. 소설 속에 들어가 있지 않은 제 3자인 제 입장에서는 말이지요. 그리고 이 두 사람의 만남을 일으켰다 할 수 있는 카쿠로. 이들이 살고 있는 맨션에 새로 입주한 이 일본인은 이 효과를 극대화 시키고 있지 않나 생각합니다.

간만에 장황한 느낌을 늘어 놓고 있는 것은, 오늘 아침 막 읽기를 끝마친 이 소설이 굉장히 마음에 들었기 때문입니다. 제게 자극도 되고, 동류라는 단어에 대한 새로운 느낌도 오랜만에 받았습니다. 어떻게 보면 제 삶 자체가 끝 없이 동류(혹은 파트너)를 찾아 헤매는 것이니까요. 그런 의미에서 르네가 굉장히 부럽습니다. 엔딩이 갑작스럽다는 생각을 하고 있지만 이렇게 마무리 짓는 것도 나쁘지는 않군요.




그러니 르네, 저도 당신을 교본으로 삼아 열심히 움직여 보겠습니다.


타샤 튜더, <타샤의 식탁>, 월북, 2007


지난주 화요일. G가 제게 물었습니다.

"이번 북데이 때는 어떤 책 살까?"

미야베 미유키의 <나는 지갑이다>가 상당히 마음에 들어서 그쪽으로 요청했더니 수요일 점심 때 전화가 왔습니다.

"타샤 튜더 책 나왔어. 살까?"
"살까?"
"이게 더 비싸."

맨 마지막 한 마디에 타샤 튜더 신간으로 방향을 돌렸습니다. <나는 지갑이다>는 1만원, <타샤의 식탁>은 1만 2천원입니다.

리뷰를 쓰기 위해 책 정보를 교보에서 검색해보니 평가가 별 하나입니다. 요리책이라고 그렇게 두었더군요. 몰랐던 사람들은 책 소개를 보고는 수필집이겠거니 생각해서 집었을 겁니다. 내용은 전부 다, 타샤가 집에서 자주 만드는 요리법들에 대한 겁니다. 레시피에 얽힌 짧은 이야기, 그리고 재료, 만드는 방법 순으로 나와 있습니다. 그 외의 이야기는 전혀 없습니다. 사진도 없고, 그림도 이 책을 위해 그렸다기 보다는 다른 곳에 실렸던 그림을 편집해 넣은게 아닐까 합니다. 출판사의 편집술이 돋보이는 책입니다.(...)

별 하나까지는 아니지만 저도 이 책은 평가점을 낮게 주고 싶습니다. 타샤 튜더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좀 덜하겠지만 이 책을 진짜 "요리책"으로 보고 요리를 해보기 위해 산 사람들에게는, 정말 불친절한 튜더씨이기 때문입니다. 쿠켄도 보고, 행복이 가득한 집도 보고, 요리책이나 블로그에 올라온 요리법들도 여러 차례 봐와서 알지만 이 책에 실린 요리법은 고수의 요리법입니다.

그러니까...;

P. 57 <흰빵>

(중략)
소스팬에 우유, 버터, 설탕이나 꿀 소금을 함께 넣은 데운다. 이것을 아주 큰 그릇에 담고 물을 2컵 넣은 다음 밀가루를 1컵 가량 더 넣는다.
미지근한 물 1/4컵에 설탕이나 꿀을 조금 넣고 이스트를 녹인다. 5분쯤 시간이 지나 이스트에 거품이 생기면 우유와 밀가루를 섞어 놓은 그릇에 붓는다.
반죽을 제대로 만들려면, 만들어진 반죽에 밀가루를 충분히 넣어 10분간 치대야 한다. 기름을 잘 바른 그릇에 반죽을 넣고 한 번 뒤집은 후 따뜻한 행주로 덮어, 따뜻한 곳에 1시간 가량 놔둬서 반죽이 두 배가 되게 한다. 반죽이 부풀면, 구멍을 내서 다시 부풀리는 과정을 반복한다.
(중략)


이런 식입니다. 케이크 레시피도 거의가, 버터를 크림화 한다, 재료를 넣고 섞는다, 식으로 나와 있습니다. 초보자들은 실패하기 딱 좋은 책이지요. 초보자들이 실패하지 않으려면 일단 사진이 있거나, 크림화를 할 때 "마요네즈 정도로 크림화한다"는 식으로 구체적인 예시가 있거나, "5분간 휘핑한다"는 식으로 시간 지정이 되어 있는게 낫습니다.
거기에 따뜻한 곳에 1시간 가량 놔둬서 발효를 시킨다는 저 빵. 1시간 두었는데 발효가 안되어요! 라든지, 40분 만에(가능성은 낮지만;) 반죽이 두 배가 되었다거나, 따뜻한 곳이라 생각해 두었는데 온도가 지나치게 높아 발효가 안되었다거나 하는 일도 초보자들에게는 충분히 발생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버터 크림화하는 것도 여기에 달걀을 바로 부어서 섞으면 분리가 될 수 있다거나-그래도 머핀 맛은 크게 차이 없다고 합니다. 어차피 밀가루를 넣으면 뭉쳐지거든요;-실온의 버터를 써야한다거나-냉장고에서 바로 꺼낸 버터를 크림화 하려면 한참 휘저어야 합니다-하는 설명도 많지 않고...


경험이 많고, 기존 레시피를 변형해서 내 레시피로 만들 수 있다는 분들에게는 괜찮겠지만, 한국에서는 구하기 어려운 재료도 상당히 있는데다 불친절한 레시피이니 초보자들에게는 권하지 않습니다.
그냥 재미로 보기에는 레시피만 죽 나열되어 있으니 지루하고요. 삽화가 적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다양하게 많은 것도 아닙니다.
그래도 각 음식마다 만들었을 때 몇 인분인지 정확하게 나와 있는 것은 좋군요.
 

오기와라 히로시, <벽장속의 치요>, 예담, 2007

미야베 미유키, <나는 지갑이다>, 랜덤하우스코리아, 2007



안 좋은 것부터 쓰는 것이 낫겠지요. <벽장 속의 치요>부터.
읽을 때 첫 번째 이야기까지 읽고 꽤 마음에 들었는데 두 번째 이야기는 동 떨어져 있습니다. 뭔가 하고 봤더니 이거 단편집이었군요. 전혀 모르고 읽었습니다. 그러다보니 두 번째 이야기는 이해가 안 가서 다시 읽어야 했지요. 앞 이야기와 연결시켜 보려 했으니 이해가 안 가는 것도 당연합니다. 흠흠.
교보에서는 책 소개에 펑키호러 소설이라고 해놨는데 읽고 나면 "이런 것이 딱 일본소설이야"라는 느낌이 확 옵니다. 다른 소설들은 일본소설이 아니냐면 그건 또 다르죠. 뭐랄까, 일본색이 물씬 나고 일본의 정신세계는 이런 것이구나라고 맛볼 수 있는 소설입니다. 그러니까 한국인의 시점에서는 뜨악하다 못해 경악에 가까운 반응을 보일 수도 있는 독특한 소설들이 나와 있군요. 처음 몇 편은 그럭저럭 괜찮게 봤는데 고양이가 등장하는 이야기는 특히 혐오감을 불러 일으킬 정도로 기분 나빴습니다.
어머니의 러시아 수프는 아마 보르시치를 말하는 것 같은데, 암울하군요. 대강 짐작은 했지만 이런 사태까지 건드릴 줄은 몰랐습니다. 냉혹한 간병인도 그렇고 예기치 못한 방문자도 그렇고. 사람을 기분나쁘게 만드는데 일가견이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제 취향과는 상당히 거리가 있고 꼭 집어 말하자면, 두 번 다시 보고 싶지 않고 다른 사람에게 추천하기도 난감한 정도의 책입니다.


<나는 지갑이다>는 간만에 행복하게 본 미야베 미유키 소설입니다. <스나크 사냥>은 롤러코스터를 탄 느낌에 엔딩의 미적지근함이 아쉬웠지요.
이 책의 형식도 꽤 독특합니다. 단편 연작 소설이고 하나하나의 단편들이 다른 이야기들과 유기적으로 연계를 가지며 이어집니다. 연재 당시에는 단편으로 나온 모양인데 책으로 읽으니 그냥 구성이 특이한 한 권의 장편으로 보아도 무리가 없습니다. 물론 각 단편들이 그 자체로 완결성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따로 뽑아내어 본다 해도 문제는 없겠지요. 뒷편일수록 사전 지식이 조금 부족할 수 있다는 것을 빼면 말입니다.


다음에 구입할 미야베 미유키씨 책은 이쪽으로 해야겠네요.
그러고 보니 온다 리쿠 컬렉션 절반도 장기 대출로 치워야 하는데. 앞부분 가지고 계신 분께 옆구리를 또 찔러야 할지도 모르겠습니다.;;


온다 리쿠, <유지니아>, 비채, 2007


유지니아를 다 읽고 나서 가장 무서웠던 것은 책 뒷날개.
근간 목록을 훑어보고는 오한이 들었습니다. 교고쿠 나츠히코의 다른 시리즈물을 비롯, 온다 리쿠의 다른 책들까지 목록에 확 올라있는데 스나크 사냥의 후기를 읽을 때보다 한층 더한 배신감을 느꼈습니다. 올 여름은 정말 총알 장전에 장전을 거듭하게 만들더니 내년 초까지도 안심은 무리일겁니다. 게다가 비채에서 낸다고 하는 블랙앤화이트 시리즈가 거의 추리소설계라 취향에 상당히 맞을 것으로 예상되니 그렇습니다. 목록만 봐서는 취향인데 막상 읽고 나서는 손안의책에서 나온 광골의 꿈 시리즈처럼 고이 처분할지도 모릅니다. 이건 뚜껑을 열어봐야 아는지라.
(근간에 오른 시리즈가 만만치 않던데, 비채도 어딘가의 임프린트나 자회사일까요?)

첫 장을 읽는 순간 하도 섞어 읽어서일까, 미야베 미유키의 <이유>가 먼저 떠올랐습니다. 그리고 마지막 장까지 다 읽고 나서는 슬슬 혈압이 올라가면서 <삼월은 붉은 구렁을>과 같은 라인이라는 것을 확신했습니다. 시리즈가 아니라 비슷한 느낌이라는 의미입니다. 미야베 미유키가 떠올랐던 것이나 <삼월~>이 떠올랐던 것이나 둘다 형식 때문에 그렇습니다. 읽어보면 무슨 의미인지 아실겁니다. 지금 보니 <호텔 정원>과도 닮았군요.
앞서 읽었던 <불안한 동화>와는 내용적인 면에서 닮아 있습니다. 옛날에 일어났던 어느 살인사건에 대해 쫓아가는 것은 불안한 동화와 닮아 있지만 이 이야기는 한 발짝 뒤로 물러서서 바라보고 있다는 것이 조금 다릅니다. 뒤통수를 때리는 것도 닮았지만 그 아픔은 차이가 있습니다. <불안한 동화>는 때린 즉시 아팠지만 <유지니아>는 맞은 뒤에 시간이 좀 흐르고 나서야 굉장히 아프다라는 생각이 들거든요. 대신 <유지니아>가 2005년작, <불안한 동화>는 초기작이라고 하니 불안한 동화보다 훨씬 진화했다고 할까요? 진상은 없습니다.

이 미적지근한 결말을 보고 나면 뫼비우스의 띠처럼 처음으로 돌아가 다시 읽어야 할 것 같은 의무감이 듭니다. 아니, 사실 다시 읽어야 하는 것이 맞습니다. 그래야 앞서 깔려 있던 여러 복선들을 이해할 수 있거든요. 아, 이래서 여기가 그랬구나라는 식으로. 하지만 불편하게 느껴졌던 부분이 한 두 군데가 아닌데다 엔딩의 모호함으로 인해 고이 접어두고는 서가에 꽂아 두었습니다.

소설의 배경에 대해서는 역자가 따로 언급해두었습니다. 하지만 일본에 대해 조금 아시는 분이라면 금방 눈치채실겁니다. 배경에 대한 세부적인 묘사가 정확해서 실제 무대가 되었던 집이 지금 찾아가도 있지 않을까란 생각도 듭니다.

책이 두껍지만 굉장히 여러 챕터로 나뉘어 있어서 중간 중간 끊어 가며 읽어도 좋습니다. 끊어 읽으면서 되새김질을 해보는 것도 좋겠군요. 읽고 나서 보니 연대표를 작성해도 괜찮겠다는 생각이 들지만, 그러면서 다시 읽을 마음은 들지 않습니다. 이번에도 상당한 배신감을 느꼈기 때문에-불안한 동화와는 좀 다른 의미로-두 번 손 대고 싶지 않거든요. 제 취향에는 좀더 깔끔하고 쌈박한 것이 맞는지도 모릅니다. 그러면서 엊그제 구입한 화차는 소장하고 싶다면서 구입한 것은 변덕 때문인건지, 소설가 취향 차이 때문인 건지.

최근에 대량으로 구입한 미야베-온다 라인 중에서는 이 책을 제일 마지막으로 읽었으니 설렁설렁 평가를 해보지요. 개인적인 취향으로 말하자면 미야베 미유키가 온다 리쿠보다는 한 수 위입니다. 하지만 온다 리쿠의 몇몇 소설은 계속 소장하고 싶다고 생각하고 있고 그럴 예정입니다. 계속 소장하려고 하는 것은 <네버랜드>(대출중), <빛의 제국>(대출중), <여섯 번째 사요코>(대출중), <호텔 정원에서 생긴 일>, <밤의 피크닉>, <엔드게임>. <삼월은 붉은 구렁을>은 보류, 삼월라인 책들도 보류입니다. <흑과 다의 환상>, <보리 바다에 가라앉는 열매>, <황혼녘 백합의 뼈>가 여기에 해당됩니다. <민들레 공책>이나 <라이온 하트>도 취향에서 벗어났기 때문에 방출, 혹은 장기 대출보낼 생각입니다. <유지니아>도 장기 대출을 검토하고 있습니다.

온다 리쿠 컬렉션에서 빠진 책은 <굽이치는 강가에서>와 <도서실의 바다>, <구형의 계절> 세 권입니다. 하지만 이 세 권을 채우지는 않을 겁니다. 지금 있는 책도 버거운걸요. 같은 작가 안에서도 취향이 꽤 극명하게 갈리고 있습니다. 같은 작가 안에서의 편식이라, 무라카미 하루키도 수필집만 보고 있으니 그게 그거죠.;; 미야베 미유키도 판타지 소설 계는 손을 안대고 있고.

자아. 슬슬 총알 재충전에 들어가야겠습니다. 조만간 표적들이 뜰 것 같으니 총알을 모아둬야 쏘기라도 하죠. 빚맞든 말든 모아두는 것이 먼저입니다. 돈 생각을 한다면 원서를 사보는게 훨씬 싸지만 그래도 한국어가 좋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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