뜨개질과 바느질 중에서는 바느질을 더 좋아합니다. 같은 바느질이라고 해도, 수예 쪽은 영 손이 안갑니다. 십자수도 또 묵혀 놓고 놔두었군요. 다시 붙잡겠다며 이런 저런 물품 사모으더니, 몇 번 바늘 가다 말고 멈췄습니다. 그에 비하면 바느질은, 특히 긴 부분의 길고 긴 바느질은 상당히 좋아합니다.

 

바느질 중에서도 긴 부분이라 명시한 이유는 짧은 바느질은 재미가 덜하기 때문입니다. 조각잇기 초반의 작은 조각들을 잇는 작업은 바느질보다 시침바늘로 묶는 작업에 시간이 더 들어가기 때문에 재미가 없습니다. 재미있는 건 오직, 바늘이 왔다갔다 하며 실을 꿰어 내는 부분이라서요. 시침핀 고정하는 작업은 지루하고요.

 

뜬금없이 바느질을 시작한 건 새로 들인 서가 때문입니다. 이전에 설치한 책장보다 이번에 설치한 책장에 햇볕이 더 닿는 터라, 앞부분을 조금이라도 가려둘까 싶어 서랍장 속에 두었던 테누구이를 꺼냈습니다. 센다이 여행갔을 때 센다이역 근처의 매장에서 구입한 테누구이입니다. 무늬가 있는 큰 보자기로 생각해도 될 건데, 정사각이 많은 한국 보자기와는 달리, 테누구이는 보통 수건이나 노렌처럼 늘어뜨리는 용도의 긴 천이더라고요. 이걸 둘둘 말아서 끈처럼 쓰기도 하고, 한국 보자기처럼 선물포장할 때 쓰기도 하더랍니다. 그림 예쁜 것으로만 몇 장 골라 구입해왔는데, 크기가 애매해서 책장 앞을 완전히 가리는 건 무리지만, 그래도 그럭저럭 가릴 수는 있을 것 같아 꺼내들었습니다.

 

꺼내들고 보니 위 아래 올막음 작업이 안되어 있기에 저렇게 둘둘 말아 박았지요. 감침질 할까 하다가, 감침질보다는 말아 박는 쪽이 제 취향이라 투덜대며 작업을 했습니다. 총 여섯 장이던가. 전체 책장을 가릴 분량은 안되지만 대강 가릴 수는 있을 겁니다. 그래서 박을 용도로 장구핀이라 불리는, 투명 손잡이가 달린 압정도 사왔고요.

다만, 다림질을 해야 걸어둘 수 있다며 다리미까지 구입하고 나니 만사 귀찮아 져서 또 던져뒀습니다. 대신 바느질을 오랜만에 했더니 다른 조각천들도 바느질해볼까 싶은 생각이 들더라고요. 음, 으으음. 조각잇기를 한참 더 해야 사각조각을 이을 수 있을 건데, 가능하려나 싶기도 하고. 그래도 아무런 생각 안하고 멍하니 바늘만 움직이면 되니, 책읽기 보다 더 멍때리기 좋은 작업이긴 합니다. 완성된 무언가가 있으니 보람도 있고요...?

 

 

그래서 오랜만에 바느질을 다시 시작할까 말까 고민중이란 이야기입니다. 정말로 다시 바느질을 할지는, 모바일 게임 세 개를 언제 그만둘지에 달려 있습니다. 최소 하나 이상은 그만두어야 바느질 할 시간이 생기지 않을까요. 하하하하하....

 

 

 

아직도 다림질을 못해서 못 걸어두었으니, 사진은 다음번에 올리겠습니다.'ㅂ'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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