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제: 글쓰는 이의 로망은 책 만들기?


이전에 첫비행님이랑 빙고님과 만났을 때 살짝 언급했고, S는 아예 편집 이전 단계에서 참여를 한데다 저를 빼면 제 소설을 '거의 다' 읽어본 유일한 사람이라 알고 있지요. 그리고 주변에 몇 번 제 소설로 책을 만든다고 이야기 한 적이 있지요.
거의 완성 단계인데 그 다음 단계가 진도가 안 나가서 일단 지금 단계에서 올려봅니다. 마지막 단계가 두 가지 남았는데 그게 완성되는 건 올 여름 전을 목표로 하고 있지만 그보다 밀릴 가능성도 충분히 있습니다.


소설 쓰기를 시작한 것은 굉장히 오래전입니다. 하지만 그 때의 소설은 지금 다시 읽으면 자다가도 벌떡 일어나 머리를 부여 잡고 울부짖고 싶을 정도의 내용입니다. 차마 공개할 수 없는 것들이 많지요. 책은 많이 읽지만 글쓰기와는 연이 없어서, 학창 시절을 통틀어 글쓰기로 상을 탄 것은 중학교 1학년 때가 유일합니다. 심지어는 논술도 못해서 대입 때도 논술 때문에 고생했습니다. 그런 제 글쓰기가 한 걸음 나아간 것은 대학교 때의 모 수업 때입니다. 그 수업 덕에 쓰기에 재미가 들렸고 그 때부터 본격적으로 일기를 썼으며, 그 때부터 글 솜씨도 나아졌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그 비슷한 시기에 들었던 다른 수업 덕분에 제가 지금까지 쓴 소설의 밑바탕이 되는 이야기 하나를 완결했습니다. T모 동에도 잠시 올린 적이 있는 소설로 제목은 愛蓮說. 주무숙의 애련설을 소재로 쓴 소설이었지요. 이게 10년도 더 전의 일입니다.(물론 쓰고 나서도 10번 이상 개작했습니다.;)
그 때부터 쓴 소설은 차츰 쌓이기 시작합니다. 그리고 아마도 9년 전부터; 공방에 다니면서 책 만드는 수업을 시작했지요. 그 와중에 이런 저런 책을 만지고, 또 라그돌님의 소설도 양장본으로 제작하면서 조금씩 욕심내던 차에, 2010년에 제 소설로 책을 만들기 시작합니다. 소설 교정, 편집, 출력, 제작. 교정은 제가 보았지만 교정과 편집 사이에, 제가 쓴 소설-장편이 아니라 단편입니다-ㅂ--을 S의 도움을 받아 분류했습니다. 양이 많지 않다 생각했는데 생각한 것보다는 꽤 되더군요. 한 권으로 만들 생각이었는데 편집 과정에서 포기하고 두 권으로 했습니다.
편집하면서 머리 아프다고 울부짖던 기록도 있군요.(링크) 그간 부단히 노력하여(ㅠ_ㅠ) 80%쯤 완성한 바, 그 간 찍어 놓았던 사진을 모두 풀어 봅니다.


1. 종이접기
 


출력 다 해놓고 종이 접기 과정. 편집과 출력은 할 때마다 골치 아픕니다. 이건 프린터에 따라 상황이 달라서 더 그렇지요. 종이 크기는 B5. 세장씩 묶어 한번에 접습니다.



2. 종이 접기 완성


출력한 모든 페이지를 다 접었습니다. 왼쪽이 1권, 오른쪽이 2권입니다. 왼쪽이 본편이고 오른쪽이 외전인데, 출력하고 보니 외전이 더 두껍더군요.
맨 앞의 종이는 출력 종이와는 별도로 댑니다. 그런 고로 맨 위의 종이 묶음 하나를 들어 내야 본편입니다.



1권이 『郡胡蝶夢: 夢於我, 夢之我』, 2권이  『郡胡蝶夢: 別夢』입니다.


3. 꿰매기


틀에 저런 노끈을 단단히 걸어놓고, 이걸 씨실로 해서 날실을 걸듯 올라갑니다. 맨 뒷장부터 쌓아 올리는 거죠.

그리고 사진을 보니 그 다음 과정들이 왕창 빠졌습니다. 꿰맨 후 ① 책등에 풀을 바르고 말렸다가 ② 책등을 망치로 풀어주고 조합기에 넣고 둥글게 만들어 줍니다. 책등 부분은 실 두께가 들어간만큼 책배보다 두껍습니다. 그걸 둥글게 만들고 판지를 댈 수 있게 턱을 잡습니다. 턱은 표지 판지 두께 만큼 잡아주면 됩니다. ③ 표지판지를 자르고, 노끈을 넣어 책 본체와 판지를 연결합니다.


4. 표지 판지 연결 후


표지판지 연결이 끝나면 그 다음엔 헤드밴드 엮기. 좋아하는 작업입니다./// 솔직히 공방에 들어와서 예술제본을 배우게 된 계기가 바로 헤드밴드였거든요. 일반 도서와 가장 차이가 나는 부분도 헤드밴드라고 생각합니다.
(라고 써놓고는...; 헤드밴드 엮는 과정은 사진으로 안 찍었습니다.OTL)




속지 공개.-ㅁ-/ 표지판지와 연결한 뒤에는 책 모양 자체는 잡혀 있습니다. 그 뒤에는 책을 보강하고 장식하는 과정이라 해도 크게 무리는 없지요.
책 제목 아래에는 글을 쓴 날짜를, 그리고 뒤에는 그 때 그 때 제가 썼던 후기를 다른 폰트로 넣었습니다.



5. 사포질


헤드밴드 엮는 작업이 끝나면 풀로 고정하고 종이로 보강하고 다시 책등 전체에 종이를 댑니다. 종이 댄 것을 모두 갈아내서 책등이 책 표지 높이와 동일하고, 오른쪽은 아직 갈기 전입니다. 책등에 종이를 대고 갈아주는 것은 책등 모양 보기 좋게 만들고, 헤드밴드를 책등에 밀착하기 위함입니다.(아마도)




실로 엮은 것이 헤드밴드. 그 뒷부분만 얇은 종이를 붙여 고정하고, 그 위에 책등 전체적으로 도화지 같은 종이를 붙인 겁니다.




갈아 놓으면 대강 이런 모습이 됩니다. 역광에 사포질한 가루까지 붙어서 지저분하군요.-ㅁ-/




6. 완성(어?)

중간 과정은 사진을 전혀 안 찍었습니다. 그 때 참 마음이 급했죠..(먼산) 전시 일정 때문에 전시 도서 마감이 코앞에 닥쳐 왔는데 미리 준비했음에도 속도가 느려 시간이 아슬아슬했습니다. 이 책은 마로깽이라 불리는 송아지 가죽 전체 싸기 였기 때문에 커다란 가죽의 가장자리를 얇게 갈아야 했습니다. 표지와 책등을 덮는 과정에서 접히는 부분이 두꺼우면 모양이 살지 않으니, 그 부분은 아주 얇게 갈아줍니다. 그건 공방 수업 시간 외에 일과 중에 시간 날 때마다 열심히 갈았습니다.(...) 정말로 열심히 갈았냐 물으시냐면 게으름 피웠다고 솔직하게 고백할 수 밖에 없지요. 흑흑;

그렇게 ① 갈아 놓은 가죽으로 책 전체를 싸고 ② 표지 안쪽면의 가죽 덮인 부분을 제외하고 종이로 채운 다음 ③ 표지 턱을 가죽으로 덮고(옵션) ④ 면지를 붙입니다.
간단해 보이지만 중간에 굉장히 많은 과정을 생략하고 적은 겁니다.;


가장 중요한 과정 몇 가지가 아직 끝나지 않았습니다. 미완성이지만 책 형태는 완성이고 장식 과정이 남았다 생각하시면 됩니다.




이게 381쪽이었던가.




이쪽은 아마도 415쪽.^^;




가운데 끼운 책은 열린책들에서 나온 폴 오스터의 『빵굽는 타자기』입니다. 폭은 제가 만든 책이 살짝 넓고 높이는 『빵굽는 타자기』가 높습니다. 조금씩 차이가 나지만 표지를 보면 느낌은 확연히 다릅니다. 




얼핏 보면 아주 큰 차이는 안 나는 것 같긴 한데.;




이게 1권 표제지. 




차례입니다.
이것도 일일이 페이지 확인하느라 힘들었습니다. 하하. 수동작업이었다는게 참.;




찍는 김에 익스트림 노벨과도 비교해보았습니다. 가장 쉽게 꺼낼 수 있는 것이 문학소녀 6권이었지요. 라노베의 일반 판형보다 확실히 큽니다.




본문 편집 한 번 더. 왼쪽에 보이는 황금색 종이는 면지입니다. 일본에서 사온 화지를 면지로 썼습니다. 그러고 보니 표지 턱 부분에 가죽 붙인 건 사진을 안 찍었군요. 완성하면 한 번 더 올릴테니 그 때 찍지요.'ㅂ'




아래쪽이 문학소녀 6권, 위쪽이 제 책. 문학소녀의 글자 크기가 더 크고 가장 자리 여백이 적습니다. 전 의도적으로 여백을 많이 넣었는데, 다음에 만들 책은 여백을 확 줄일 생각입니다. 그건 아마 열린책들의 『초콜릿』비슷하게 빡빡한 문고판 식으로 만들 것 같군요. 어디까지나 예정입니다.-ㅁ-;




이걸로 소개 끝. 진짜 완성작은 언제 올라올지 모르지만 가능한 빨리 만들도록 하겠습니다. 지금 글 올리는 이유 자체가 완성 독촉을 위한 자기 압박카드...; 자승자박이 될지 원동력이 될지는 저도 모르죠. 여튼 이번 책이 완성되면 10여년에 걸친 로망도 드디어 달성입니다! >ㅅ<




덧붙임. 함정 발동..?;

만들고 보니 교정에서 못 짚고 넘어간 부분이 여럿 있어 저 책은 교정본으로 쓰기로 했습니다. 완성하면 연필로 열심히 본문 교정해야지요. 그리고 그 다음에 만들 책이 개정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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