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의 공방 사진입니다. 그 전에 찍은 것도 몇 있는데, 고민하다가 다른 사진부터 올립니다. 그렇지 않아도 지난 토요일에 작품 하나를 오랜만에 완성했지만 전시회 출품작이라 망설이다가 살짝 내려 놓았습니다. 공방 출품작은 실명으로 내니까요. 하하하하.; 찔리는 바가 있어서 일단 블로그에 올리는 건 접어 뒀습니다. 전시회 종료되면 슬쩍 올려볼까 합니다.

 

 

 

 

작품 완성이 늦는 것은 다 게으름 덕분입니다. 하지만 공방 사람들이 거의 공통적으로 겪는 게으름이니까 괜찮다고 자위해봅니다.

책 만들 때 가장 번거롭고 지난하며 어려운 과정이 이겁니다. 가죽 갈기. 대체적으로 책 완성이 늦는 것은 가죽 작업이 늦기 때문에 그렇습니다. 다른 사람들은 어떨지 몰라도 저는 그렇습니다. 가죽 가는 것이 번거롭고 귀찮다며 뒤로 미루다가 갈아야 하는 가죽이 서너 장씩 쌓이는 겁니다. 지금도 갈아야 하는 가죽이 어언 몇......

 

가죽을 쓰지 않으면 책 완성은 빠릅니다. 이번에 작업한 책은 전시회 제출용이고, 전시회까지 매우 일정이 빠듯해서, 다른 일정까지 빼어 나간 것도 있지만 그렇게 봐도 작업 속도가 매우 빨랐습니다. 초반에 책 제목 듣고 책 결정을 한 다음에는 책 제본 방식, 제본의 구체적인 형태, 표지디자인까지 결정했기 때문입니다. 이번에는 매우 희한하게도 디자인까지 한 번에 뽑히더군요. 완성작이 마음에 드냐 물으신다면, 애초에 작품 자체도 취향은 아니었고, 딱 적당한 만큼의 노력을 들어 적당한 수준만 뽑아 냈기에 아주 좋지는 않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완성했고 제출했으며 전시회 제출할 수 있다는데 의의를 둡니다. 그 구체적인 내용은 나중에 올려보지요.

 

 

 

 

 

하여간 가죽을 쓰지 않으면 책 제작은 훨씬 빨라집니다. 가죽가는데 시간을 들이지 않으니 빠르지만, 현대적인 제본만 거의 가능하고, 고전제본을 가죽 없이 만드는 건 불가능합니다.

 

사진의 가죽은 볼펜으로 선을 그어 놓았습니다. 제본할 때, 가죽의 전체 크기는 책 크기에 따라 달라집니다. 책 크기보다는 가로로 조금 작게 자르고, 사방 1.5cm 남짓의 여백은 책을 감싸고 안쪽으로 들어갈 여유분입니다. 책을 가죽으로 감싸는 제본이다보니, 감싸는 부분은 않게 얇게 갈아야 합니다. 그렇다고 종이처럼 너무 얇게 갈아 놓으면 가죽 제본의 톡톡한 질감이 살아나질 않습니다. 거기에 턱이 생기면 모양이 보기 좋지도 않고요. 그러니, 접어 들어가는 시접 부분은 얇게, 접히는 부분과 갈리지 않는 부분은 완만한 턱이 생기도록, 그리고 책등도 나중을 위하여 적절히 갈아야 책의 둔탁한 느낌을 없앨 수 있습니다. 가운데의 선 그은 것은 책등의 너비 만큼입니다. 기억이 가물가물하지만 저 가죽은 A4보다 클 겁니다.

 

 

다 갈아 놓은 가죽이 없어 사진은 못 찍었지만 가능하면 이달 안에 한 장은 완성해서 올려보지요. 한창 잘 갈고 있는 것이 두 장이고, 손 더 봐야 하는 것이 한 장이니, 그 중 몇이나 올해 안에 완성할 수 있을지는 두고 봐야 합니다.

 

...

 

사실 가죽 가는 것도 고비지만, 책 표지 디자인하고 그 위에 금박이나 모자이크 하는 것도 작업 품이 큽니다. 그래도 그건 1차 완성 이후의 작업이니, 가죽 가는 것이 완성까지 가는데 가장 큰 고비인 건 맞습니다. 이 작업이 제대로 진행되면 그 다음엔, 내년부터는 망상하던 다른 작업도 시작할 수 있는데, 그러한데..=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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