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 배경의 오메가버스 BL입니다. 하기야 오메가버스는 거의가 BL이지요. 일반 로맨스는 기억 나는 것이 없으니 말입니다. 다만 형질에 대해서는 세밀한 설정 차이가 있습니다. 형질 보유 여부와 우성인지 열성인지는 어릴 적에 확인할 수 있으나 알파일지 오메가일지는 그보다 훨씬 뒤에 알 수 있다고 말입니다.
아명. 『프레그넌트A 1-2』. 고렘팩토리, 2018, 본편 4300원, 외전 700원.
현대 배경의 오메가버스 BL입니다. 하기야 오메가버스는 거의가 BL이지요. 일반 로맨스는 기억 나는 것이 없으니 말입니다. 다만 형질에 대해서는 세밀한 설정 차이가 있습니다. 형질 보유 여부와 우성인지 열성인지는 어릴 적에 확인할 수 있으나 알파일지 오메가일지는 그보다 훨씬 뒤에 알 수 있다고 말입니다.
아명. 『프레그넌트A 1-2』. 고렘팩토리, 2018, 본편 4300원, 외전 700원.
이런 책을 읽을 때마다, 책을 좋아하는 사람에게 미니멀라이프는 불가능한 삶이라는 생각을 매번 합니다. 어디서 주워듣기로, 미니멀 라이프는 도호쿠대지진의 여파로 나타난 삶이랍니다. 그러니까 가능한 짐을 줄이고 간소하게 살자는 운동의 계기가 대지진. 여러 모로 의미심장하지요. 그런 마음가짐에서는 책은 도서관에서 빌려보거나 전자책으로 소장하거나 하는 것이 최선일 겁니다.
...
근데 지진으로 전기가 끊기면 전자책도 못 보잖아요. 종이책은 그래도 햇빛 있을 때는 볼 수 있지만 전자책은 전기 없으면 볼 수가 없어...! 최소한의 전기 사용만 가능하다면 더더욱 사용 못하겠지요.
도서관에 갔다가 호기심에 집어 든 책인데, 지금까지 봤던 책 중에서는 제일 괜찮았습니다. 저와는 안 맞는 부분도 많았지만 아이가 있는 부부가 집을 어떻게 꾸릴 것인가 매우 현실적으로 소개하더군요. 집도 매우 작고 나중에 아이 방으로 내줄 공간이 있을까 싶기도 하지만, 아이가 어린 지금은 관리하기가 용이합니다. 거기에 가정관리를 위한 여러 팁들이 많이 나옵니다.
배우자와 라이프스타일이 맞지 않는다면 아예 각자의 스타일에 맞게 공간을 나눠 관리하는 것도 한 방법이고, 집안일도 손이 덜가게, 가능한의 품을 줄일 수 있도록 다양한 방법을 강구하더라고요. 특히 아침 일찍 일어나 집안일 하면서 아침밥 준비하는 것을 보고는 감탄을 넘어서 경탄의 눈으로 보게 되더랍니다. 식사 준비시간을 15분 단위로 끊어 사용하면서 가능한 시간 낭비를 줄이고 있군요. 이건 업무 방식을 집안일에 적용한 수준입니다. 거기에 배우자가 집안일을 상당히 많이 나눠 지고 있다는 것도 보이고요. 앞부분에 남편과 반씩 나눠하기로 했다고 하더니, 시간표를 봐서는 책 저자의 집안일이 더 많지 않나 싶었지만 뜯어보면 비슷해 보입니다. 자신의 옷과 물품 관리는 자신이 하고, 아이의 끼니를 챙기고 등하원을 맡기도 하니까요. 특히 저자가 아침 일찍 일어나 먼저 출근하면 그 뒷정리 담당은 남편입니다. 유치원 보내는 것도 남편 담당이고요.
뭐, 주중 식사 준비는 저자가 맡는 것 같지만서도. 식자재 관리, 메뉴 결정 및 조리 등의 일도 상당히 많으니까요.
음식 만들 때 아침에는 가능한 손 안가는 요리를 한다거나, 집에 돌아와서 가방과 옷 정리 등을 효율적인 동선으로 차례로 해치운다는 점도 재미있습니다. 집안의 수납 관리도 위탁시스템을 적극적으로 이용한다는 점이 또 눈에 들어왔고요. 의상도 간단히 관리하고, 속온 등은 철마다 새로 구입하는 방식이랍니다.
따져보면 효율적인 생활이지만 비용은 상당히 많이 들지 않나 싶네요. 어느 쪽이 나을지는 실제 겪어보고 해봐야겠지요. 일단 옷관리 쪽부터 참고하고 시도해보렵니다.
아키. 『나에게 맞는 미니멀 라이프』, 허영은 옮김. 웅진리빙하우스, 2018, 13800원.
트위터에 실시간으로 감상을 올릴 당시, 1권의 내용이 대체적으로 취향이 아님에도 묘하게 2권을 끌어 당긴다는 이야기를 했습니다. 그리고는 그 뒷 이야기를 안했지요. 그날 일이 있어서 오전에 열심히 읽다가 중간에 끊겼거든요. 그리고 그 뒤에 5권까지 달렸습니다.
분량이 적지 않지만 읽고 나니 이건 로맨스보다는 판타지의 비중이 높은 로맨스 판타지입니다. 하지만 그보다는, 장애를 갖고 그에 따라 부당한 대우와 차별을 당해왔지만 히어로가 되기를 원했던 주인공이, 마음이 통하는 친구와 동료를 만나 세계를 개혁하는 이야기입니다. 요약하자면 그렇군요. 로맨스는 그에 따라오는 것이고, 주인공인 이연의 성장과정에서 자연스럽게 발생한 겁니다. 그리고 남주인공은 초반부터 나오지만 모종의 사유로 굉장히 독특한 위치에 자리잡습니다. 클리셰적인 상황이 많이 작용함에도 그게 갈등이나 사건 극복의 카타르시스-그 쾌감이 상당합니다. 개인적으로는 2권의 그 장면을 명장면으로 꼽습니다.
이연 단유는 여동생인 이주의 결혼식을 마지막으로, 마법고시 합격자로서 이하츠를 떠납니다. 시간의 여신이 만들었다는 얼음 장벽 아래의 그 땅은 마물들이 자주 등장하는 척박한 땅이지만 이연과 이주의 고향이기도 합니다. 일란성 쌍둥이지만 얼굴에 큰 흉터가 있어 가면을 쓰고 있는 이연과는 달리, 이주는 굉장히 사랑스럽고 또 애교가 많습니다. 그렇기에 이연은 자신의 첫사랑이자 소꿉친구인 다우가 이주와 결혼하는 것을 지켜만 보았습니다.
(거꾸로 말하면 이연은 사랑스럽지 않고 애교가 없다는 것인데, 보시면 아실 겁니다.)
마법고시, 줄여서 마시라 부르는 그 시험의 통과자는 수가 정해져 있으며 수많은 응시자는 탈락자가 됩니다. 12년 만의 여성 합격자로서 이연은 매우 주목 받기도 하지만, 또 다른 이유가 있습니다. 이연 단유의 아버지인 진하 단유 때문이기도 합니다.
황제는 신의 힘을 이어받아 사람들과 계약을 할 수 있습니다. 그의 가장 소중한 것과 게약을 양쪽에 놓고 저울질 하면, 당사자는 계약을 하거나 소중한 것을 포기하거나 둘 중 하나만 택할 수 있습니다. 황실은 그 계약의 힘을 통해 황권을 강화해왔고, 그 때문에 고통받는 계약자들은 매우 많습니다. 마법사들 역시 그런 계약의 대상이 되기도 하고요. 그리고 남자주인공인 유호 카진 공작 역시 어릴 적부터 계약자였습니다.
1권 초반에서 공개된 이야기들은 대략 이렇습니다. 유호와 이연은 마법학교에서 교수와 학생으로 만나며, 그 와중에 일어난 어떤 사건 때문에 이연은 성장하지 않을 수 없는 불합리한 상황에 놓입니다. 어떻게 보면 파리대왕이나 15소년표류기에 가까운 그 사건은 이연의 성장과 함께 마무리됩니다. 아니, 당연히 그럴 것이라 생각했지만 사건 종료의 카타르시스가 대단하더라고요.OTL 오히려 그 뒤의 권력다툼 이야기가 견디기 힘들 정도였습니다.
이연의 움직임은 이연 자신뿐만 아니라 친구들과 그 주변인들마저 감화시킵니다. 결국에 이연이 이뤄낸 것은 상당한 것이고-솔직히 외전이 더 있어도 좋겠다는 생각이 들더랍니다. 그 뒤에 제국이 어떻게 바뀌었는지, 또 그 인물들의 뒷 이야기가 어떠했는지의 이야기도 더 보고 싶어서 말입니다. 그걸 독자의 상상력에 맡긴다면 그것도 나름 좋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개인적으로 감탄한 것이 2권의 그 부분이라 이야기했지만, 가장 직접적으로 두 성별의 충돌을 보여준다는 점도, 어떻게 보면 가장 작위적일 수있으나 또 합당한 이유에 따라 마무리된 예의 '그 장면'도 마음에 듭니다.
2권 이후의 괴리감은 1권부터 내포되어 있던 이연의 아버지 때문이 큽니다. 데우스 엑스 마키나도 될 수 있고 메리수도 될 수 있고, 이야기 전체를 망칠 수 있는 강력한 힘을 가진 존재들이 있었기 때문에, 이들이 다시 등장한다면 소설 밸런스가 무너질 수 있다고 보았거든요. 그러니까 이들은 호랑이와 곶감인 겁니다. 이중적인 의미로도 그렇네요.
밀혜혜. 『은폐된 전부를, 가면을 바친다 1-5』. 제로노블, 각 3600원.
3권부터 5권까지는 2권의 카타르시스를 생각하면 지지부진한 부분도 없지 않아 있지만 한 번쯤 읽어볼만할 소설로, 판타지소설 속의 여성캐릭터를 어떻게 그려나갈 수 있을까에 대한 다양한 고민이 묻어났다고 봅니다. 이연뿐만 아니라 앞선 마시 여성 합격자들의 행보를 보면 더욱 그렇고요. 변화는 시작되었으니 이제 점점 움직일 겁니다.
조아라에서 일부 연재되었던 회귀 소재의 로맨스 판타지입니다.
주인공은 부모님의 갑작스러운 사망 후, 숙부의 소개로 공작을 만나 결혼을 합니다. 처음에는 괜찮았지만 점차 집 안에 고립되었으며, 급기야는 공작령 내 외딴 곳의 저택에서 반복된 고문을 받으며 죽어갑니다. 그리고는 처참한 죽음을 맞이하며, 강렬한 소망을 합니다.
그래서인지 회귀했습니다.-라는 줄거리의 소설은 적지 않습니다. 이보다 앞서 출간된 『금빛 키아르네』도 구조 자체는 같습니다. 본인이 원하지 않았던 죽음을 맞이한 여주인공이 과거로 돌아와 다른 길을 걸어간다는 이야기는 로맨스판타지에서 자주 나타나는 이야기입니다. 그러고 보니 『시그리드』도 그렇군요. 이쪽은 로맨스보다는 판타지에 방점이 찍힌 쪽이고요.
또 죽음을 맞은 것은 아니지만, 그보다 더한 고통을 겪은 주인공이 회귀하여 다른 길을 걷고자 하는 것은 『검을 든 꽃』도 마찬가지입니다. 구조는 비슷하지만 그 이야기들은 다 다른 말을 합니다. 주인공은 비슷한 이유로 회귀하지만 그 뒤에 걸어가는 길은 다릅니다. 대체적으로 이전에 겪었던 사건을 겪지 않기 위해 노력하거나, 겪었던 일 중 다시 일어나지 않기를 바라는 것들을 수정해 나갑니다. 후자는 수정주의자라고 하면 .. 역사학도들이 들고 일어나겠지요?
이 소설의 주인공인 아이올리나의 회귀 시점은 부모님의 사망 직후입니다. 서둘러 달려갔지만 부모님은 이미 사망했고, 부모님이 사망한 곳에 있던 그 대공가는 뭔가 미심쩍은 반응을 보입니다. 도와줄 이 하나 없지만 그래도 의연하게 장례식을 치르고 그 와중에 대공가의 기사의 도움을 받아 다른 일들을 처리 합니다. 조아라에서 확인한 것은 대공가에 있는 특별한 손님을 만났다는 이야기까지였다고 기억합니다.
그리고 그 이야기는 1권 중반쯤입니다. 갑작스런 약혼과 대공가의 귀한 손님까지는 읽었던 기억이 있고요. 그 뒤에는 약혼 이후의 이야기, 콴 가문에 숨겨진 이야기, 아이올리나에게 계속 접근하는 회귀 전의 남편-그 공작의 문제와 황제와 얽힌 이야기까지 차례로 등장합니다.
아이올리나가 트라우마를 극복하는데는 상당한 시간이 걸립니다. 거의 끝까지 가서 이뤄지지 않나 싶지만, 아무래도 배우자의 존재보다도 그 뒤에 얻은 기연-이라고 해두죠-이 중요한 부분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활동하는 여성들은 많지만 그런 여성들의 모습을 부각하기 위해 가부장적이고 이기적인 남자들이 많이 등장합니다. 거기에 예상할 수 있는 절대악과, 그 절대악에 속아 넘어가는 이들의 모습이 그다지 취향에는 안 맞았습니다.
역시 제 취향에 가장 잘 맞는 건 잘 싸우는 주인공 쪽이라, 『시그리드』나 『검을 든 꽃』 쪽이군요. 지금 생각하니 둘 다 검사인데, 마법사 주인공의 소설 중에서는 『5월의 눈』. ... 주인공 혼자 어딘가 내두어도 내내 잘 먹고 잘 살 것 같고, 남주는 그 옆에서 내조하는 타입이라 해도 아주 틀리진 않습니다. 취향이 그런 겁니다.
이루리. 『꽃은 두 번 핀다 1-4』. 마담드디키, 2018, 각 3천원.
결말은 해피엔딩입니다. 그 부분은 안심하셔도 됩니다.
현대를 배경으로 한 BL입니다. 그리고, 읽고 나면 와인이 매우 마시고 싶으니 요즘 같은 날씨에는 글뤼바인이든 뱅쇼든 핫와인이든 뭐든 갖다 놓고 읽으시는 걸 추천합니다.-ㅠ-
이야기는 그리 길지 않지만 딱 내용 배치 자체가 상당히 빡빡하니 읽는데는 시간이 좀 걸립니다. 게다가 배경이 배경인지라, 읽는 도중에 술이 당겨서 곤란했습니다. 업무 중 시간 있을 때마다 조금씩 읽어나갔거든요. 다행히 집에 들어가기 전에 다 읽을 수 있었던 덕분에 집에서 술판 벌이는 일은 없었습니다. .. 물론 집에 술이 맥주 밖에 없기 때문이기도 했군요. 이 책은 맥주가 아니라 와인, 또는 도수 더 높은 술을 마구 불러대는 무서운 소설입니다.
『보르도』는 화자인 민태윤의 1인칭 주인공 시점입니다. 그렇다보니 태윤에게 감정이입을 하면 초반부터 매우 혈압이 오를 수 있습니다. 아르바이트를 급하게 해야하는 상황이나 그 어디서도 받아주지 않고 면접을 가면 곤란하다는 소리만 듣고 오다보니 심정적으로 매우 힘듭니다.
그러다가 길가다 만난 어느 레스토랑의 구인공고를 보고 자포자기의 심정으로 들어갔다가 면접을 보게 되었고, 거기서 레스토랑 사장이며 사람의 복장을 뒤집는데는 그 어떤 사람보다도 베테랑이라 할 수 있는 이규형을 만납니다. 면접을 보면서 이상한 질문 받은 것은 둘째치고, 입에서 나오는 그 어떤 말도 사람의 속을 뒤집기 위한 말들이다보니 대화 자체가 매우 고역입니다. 그럼에도 돈은 절실하게 필요했고, 돈이 필요한 이유를 들은 레스토랑 사장님이 단번에 승락을 한 덕에 어쩔 수 없이 아르바이트를 시작합니다. 뒤에도 나오지만 두고두고 후회는 합니다. 면접 때 뒤도 안 돌아보고 돌아 나왔어야 했다고 말입니다.
짐작하시겠지만 이 둘이 소설 주인공입니다. 그리고 이 둘의 연애가 소설의 메인이기는 하나, 사장님은 들이대고 아르바이트는 도망가는 상황이라 쫓고 쫓기는 배틀호모라 해도 틀리진 않습니다. 어차피 이뤄질 사람들이니 이 두 사람이 티격태격하면서 독자가 복장 뒤집어 지는 것은 둘째치고.....
중요한 건 술입니다. 레스토랑 이름이 보르도인 것부터 시작해, 왜 보르도가 되었고, 저 젊은 사장은 어쩌다가 레스토랑 사장이 되었는가라는 것, 그리고 그 뒷 이야기까지 모두 가 다 술로 통합니다. 규형의 이야기뿐만 아니라 태윤의 이야기도 그렇습니다. 술을 매우 좋아하다보니 술만 나오면 쫓고 쫓기다가도 덥석 미끼를 무니까 이건 규형의 문제만도 아닙니다. 미끼를 무는 태윤이 문제예요.
하지만 음식 잘하고 술에 잘 어울리는 음식 제공하고, 입맛에 맞춰 술과 그 음식을 제공하고, 맛있는 음식과 술이 있다며 꼬여낸다면 웬만한 사람은 다 넘어갑니다. 철벽을 치려 해도 저기서 미끼를 흔드는데 어떻게 도망가나요.
그러니 이 소설은 반드시 옆에 음주가무-가 아니라 음주반주를 장만하고 보아야합니다. 기왕이면 글뤼바인 1리터 정도는 마련해놓고 '알콜이 날아갔으니 이건 알콜이 아니야!'라는 정신 승리를 시전하면서 보아줘야 합니다.
제목부터가 그렇지요. 보르도는 포도주의 산지니까요.
라그돌. 『보르도 Bordeaus』. 블루코드, 2018, 2400원.
라그돌님의 전작을 지금까지 죽 읽어와서 그런지-아직 사두고 안 읽은 『캐슬링』은 제외하고;-익숙한 구도와 익숙한 인물이지만, 그래도 좋습니다. 배경이 그래서, 가능하면 크리스마스 전에 보시길 추천합니다. 크리스마스는 뭔가 음주가무의 시즌 같으니 그 전에 보시는 것이 이 책의 소재나 주제(..)와도 잘 어울리니까요.
단권의 BL입니다. 만, 분량이 적지는 않습니다. 쫓아가기 쉽지 않은 이야기더군요. 제목인 카르마는 한국에서는 보통 업이라 번역됩니다. 하지만 이 소설에서는 업보다는 운명에 가까운 느낌입니다. 쫓아가기 쉽지 않은 건 배경 때문에 그렇기도 하지요.
마테오 벨리니는 여행 중 지친 몸을 끌고 카페에서 쉬려할 때, 카페 주인의 배려로 작은 방에서 잘 수 있게 되었습니다. 거기까지는 좋은데, 정신이 들어보니 이곳은 이탈리아가 맞지만 시간이 다릅니다. 로마네요. 이탈리아의 수도인 로마가 아니라 고대 제국 로마입니다. 그나마도 자루에 담겨 바다에 빠졌다가 누군가의 충동으로 건져져 목숨만 간신히 부지한 노예랍니다.
자신의 본래 몸이 어찌 되었는지, 지금의 몸이 죽으면 원래대로 돌아갈 수 있는지, 이 몸의 주인은 어찌 되었는지 모르는 상태에서 끌려가, 자신을 주운 아일리우스의 집으로 들어갑니다. 하지만 누군가가 죽이려 버린 노예를 주워왔다는 이야기는 이미 파다했고, 그 정체도 얼마 지나지 않아 다들 알게 됩니다. 모 귀족가에서 귀부인의 총애를 받던 젊은 노예 하나를 자루에 넣어 던져버렸다는 이야기가 돌았거든요. 그 정체가 지금 마테오의 몸 주인이랍니다.
이야기는 크게 보자면 현대의 지식과 상식을 가진 노예 마테오와, 그를 주운 로마 귀족 아일리우스의 연애담입니다. 하지만 그게 전부는 아니고, 뒷 이야기가 더 있으니 그 부분은 슬쩍 뺍니다. 중요한 것은 노예로서의 삶에 적응하기 힘들어 하는 마테오나, 노예답지 못한 마테오를 두고 계속 손이 간다며 신기해하는 아일리우스의 관계입니다. 귀족가 차남으로 형에게 열등감 비슷한 감정을 품고 있으며 그걸 못 견뎌 로마가 아닌 먼 휴양지에서 한량의 삶을 보내는 아일리우스 입장에서는 마테오는 장난감과도 비슷합니다. 처음에는 주워온 장난감이었지만, 자세히 보고 있노라니 좀 귀여워 보이고, 더 보고 있노라니 재미있어서 계속 옆에 두고 쿡쿡 찌르는 겁니다. 마테오는 자신이 노예라는 것은 알고 있지만 현대인으로서의 자아가 워낙 크다보니 그걸 희롱으로 받아 들이지요. 거기에 다른 이들과 쉽게 섞이지 못하다보니 아일리우스의 집에서도 붕 뜬 존재나 다름없습니다.
로마시대의 삶이 세세하게 드러나는데다, 어쩌면 그 자체도 함정입니다. 소설의 1차 결말과 2차 결말을 보고 있노라면 어찌 흘러갈지 알고 있음에도 속이 끓습니다. 아니, 이 작가님은 절대로 해피엔딩이니까 소설이 행복한 결말로 갈 것이라 생각은 하지만 과연...! 싶은 부분이 몇 있단 말입니다. 그리고 맨 마지막은...(생략)
그래도 꽉 닫힌 해피엔딩이니 그 점은 안심하셔도 좋습니다. 읽고 나니 이탈리아를 배경으로 한 다른 작품들이 도로 읽고 싶어지는 부작용(?)이 발생합니다.
차원이동이 아니라 시대이동이 맞겠지만 여튼 역사물 좋아하신다면 추천합니다. 아일리우스가 매우 귀엽습니다.(....)
김모래. 『카르마』. 연필, 개정판, 2018, 4천원.
출판사와의 계약 종료 후 재발매되었습니다. 그래서 개정판이고요.+ㅅ+
BL소설로, 오메가버스 세계관의 근대배경 판타지입니다. 굳이 분류하자면 아마도 영국쯤? 차가 있는 세계관이지만 귀족제가 존재하기 때문입니다.
조아라 연재 당시에 열심히 내용 소개를 했지요. 해밀턴 가의 장남으로 알파형질을 가진 노아는 밀리언 후작의 여동생인 사라 밀리언과 약혼을 합니다. 밀리언 후작이 주관한 약혼은, 사실 왜 그리 유명하거나 부유하지도 않은 집안인 해밀턴가의 노아를 동생의 배우자로 선택했는가 말이 많았지요. 노아는 사라에게 한눈에 반했지만, 곧 사라의 애정은 다른 사람에게 가 있다는 것을 깨닫습니다. 약혼한지 얼마 지나지 않아, 사라는 극단적인 선택을 했고 노아는 자괴감에 빠집니다.
약혼은 깨졌으니 밀리언 후작과는 엮일 일이 없다 생각했건만, 노아는 갑자기 오메가로 발현했고 우연히 조우한 밀리언 후작과 하룻밤을 보냅니다.
자아. 아마 그 뒷 이야기는 짐작하실 겁니다. 선임신, 후연애라고 신나게 보실지 모르지만 이 소설은 굉장히 어둡습니다. 오메가버스 세계관은 오메가에게 주기적으로 나타나는 발정기, 히트사이클을 통해 몸 먼저 마음 다음이라는 전개가 많습니다. 그리고 종종 선임신 후연애도 등장하고요. 이 소설도 선임신이지만, 그 다음이 출산, 그리고 한참 뒤에야 연애를 합니다. 정확히는 연애가 아니라 그 때서야 고백을 한다고 볼 수 있고요. 따라서 소설이 끝날 때까지 주인공인 노아뿐만 아니라 독자들도 매우 마음 고생을 심하게 합니다.
실제로 연재 당시에는 밀리언 후작 클라우스에게 비난 댓글이 쇄도했습니다. 이렇게까지 고생시키면 어떻게 노아가 받아주느냐는 내용이 대부분이었지요. 하지만 외전인 '클라우스 밀리언'을 읽으면 아주 조금은 이해가 됩니다. 애초에 사라의 문제도, 노아에 대한 문제도, 이 모든 것은 소통부재가 원인이었나 싶으니까요.
그나마 소통부재의 본산(...) 클라우스를 용인할 수 있는 것은 노아의 우성 알파 동생이나 그 아버지가 보인 행태 덕분입니다. 이 세계관에서 오메가란 알파의 보호를 받아야하는 존재이며, 누군가에게 휘둘릴 수 밖에 없는 존재니까요. 그것이 뒤집히는 때는... 내용폭로가 될 수 있으니 이만 줄입니다. 흠흠.
결말은 해피엔딩입니다. 하지만 외전이 더 있지 않을까 기대했던 것과는 달리 클라우스의 이야기만 하나 있어서, 달달한 이야기는 없습니다. 그나마 달달한 것은 조아라 연재창에 올라왔던 발렌타인 데이의 외전인데, 현재 습작하셨는지 검색되지 않습니다.OTL
레이아드. 『검은 양 1-2』. 시크노블, 2018, 각 3천원.
제목 이야기를 빼먹었군요. 집집마다 검은 양이 한 마리씩 있다지만, 제목에서 나타네는 저 검은 양은 아마도 해밀턴 가에서 노아의 존재를 가리킬 겁니다. 그 집안에서, 노아는 정말로 그 존재 자체로 검은 양일 겁니다. 그가 원하든, 그렇지 않았든 간에.
덧붙임.: 작가님, 외전 주세요, 외전! 외전! ;ㅁ;
요약: 출간년도가 2000년임을 감안해도, 이 의견 난 반댈세. 그러나, 반대하고 비판하기 위해서는 꼭 읽어야 하는 책.
이 책의 부제는 "싸우는 소녀들은 어떻게 등장했나"이며, 의학박사로 사회정신보건학 교수인 사이토 타마키라는 사람이 쓴 서브컬처 분석서입니다. 이 책이 등장할 당시 상당한 센세이션을 불러 일으켰다고 하는데, 책 날개를 보면 전공이 라캉 정신분석이고 히키코모리의 치료와 지원 및 구호활동을 하고 있다고 하니 분석도 그쪽 방향입니다. 전 인문학 중에서도 철학과는 담을 쌓았기 때문에 이 부분은 읽으면서도 무슨 소리인가 한참 헤맸습니다. 이해 안가는 부분은 건너 뛰었지만 대체적으로 이 책의 논조는 다음과 같이 정리할 수 있습니다.
답.정.너. 답은 내가 정해두었으니 오타쿠 너희들은 대답해.
읽으면서 이건 인문학적 연구방법인가, 사회과학적 연구방법론에서는 가설을 세우고 그에 맞춰 이것저것 증거를 끼워 맞춰 그럴싸하게 만드는 것인데, 여기서도 그러하지만 그 증거란게 선택적으로 작용하다보니 그 바닥 사람들로서는 이거 뭐야라고 비명을 지를 수 밖에 없는 그러한 이야기더랍니다.
이 책은 총 6장으로 구성되었습니다. 1장은 '오타쿠'의 정신병리, 2장은 '오타쿠'의 편지, 3장은 해외의 전투미소녀들, 4장은 헨리 다거의 기묘한 왕국, 5장은 전투 미소녀의 계보, 6장은 펠릭 걸즈가 생성되다입니다.
저자는 1장에서 오타쿠의 정신병리에 대해 라캉을 비롯한 여러 정신분석학의 기조를 통해 분석하고, 이를 2장의 오타쿠의 편지를 통해 뒷받침하고 재확인 합니다. 3장은 일본이 아닌 외국에서의 전투미소녀들이 어떠한 계보를 가지는지 기술하며, 그에 앞서 외국의 여러 연구자들이나 외국의 오타쿠들에게 메일로 문의하여 여러 답을 얻어 펼쳐 놓습니다. 4장은 서장에도 언급된 미국인 '아웃사이더 아티스트' 헨리 다거의 이야기입니다. 그리고 일본의 전투 미소녀 계보를 펼치고 그걸 13가지의 범주로 나누며, 6장에서는 성도착 분석에서 사용하는 펠릭 머더를 소녀로 치환하여 전투 미소녀를 펠릭 걸로 지칭합니다.
... 만. 아니, 왜 싸우는 미소녀가 펠릭 걸이 되어야 하는 건데-라는 태클부터 걸고 싶어집니다. 거칠게 요약하면 "나는 미국의 아웃사이더 아티스트인 헨리 다거의 그림에서 굉장한 충격을 받고 이를 오타쿠의 분석에 도입하고자 한다. 오타쿠는 2차원적 인물을 상대로 '뽑아낼 수 있는'이들이며, 이는 허구성에 몰입하고 '모에'하는데서 근거한다. 일본 아니메에서 전투 미소녀는 매우 다양한 형태로 등장하였으며 이는 총 13가지의 범주로 나눌 수 있다. 이들의 존재는 팰릭 걸즈로 부를 수 있다. 그리고 팰릭 걸즈는 오타쿠들에게 섹슈얼리티를 포함한 모든 환상을 모아 놓은 이콘이다."쯤 됩니다.
맨 마지막에 나오는 팰릭 걸은 한 장을 할애하여 설명할 정도로 복잡한 개념입니다. 그러니까...
1.팰릭 마더는 페니스를 가진 어머니란 단어의 의미 그대로, 슈퍼우먼, 알파우먼적인 어머니를 가리킴. 원래 정신분석의 성도착에서 사용되는 용어. 또한 권위적인 어머니라는 뜻도 있음.
2.고타니 마리는 팰릭 마더에게 어떤 상처-강간과 같은-가 있는 것이 아닌가란 의견을 제시했고, 저자는 여기에서 더 나아가 팰릭 걸은 거꾸로 트라우마가 없는 존재라고 말함. 『바람계곡의 나우시카』로 빗대면 '오움에게 강간당해' 상처가 있는 크사나와는 달리, 팰릭 걸=전투미소녀에 해당하는 나우시카는 처음부터 완성된 존재였다는 것.(pp.321-322)
3.팰릭 마더는 강간과 같은 외상성을 근거로 싸우지만 팰릭 걸에게는 그런 것이 없음.이는 공허함이라고 볼 수도 있음. 팰릭 마더가 페니스를 가진 여성이라면 팰릭 걸은 페니스와 동일화된 소녀임.(pp.323-324)
...
저는 여기서 더 요약하는 걸 포기했습니다. 저랑은 보는 시선이 너무도 다릅니다. 정신분석학 쪽의 책은 읽어도 기억에서 휘발되었거나 아니면 이번 책이 처음이라 그런 걸까요. 서로 다르고 배경도 그 출신도, 설정도 다른 이들을 한데 묶어서 팰릭 걸로 요약하는 걸 보고 있노라면 내가 이해를 못하는 건가 싶습니다. 하지만 이해 못한다고 보기에는 여기도 이상하고 저기도 이상합니다.
앞서 답정너라고 한 것도 이 책 전체가 이 마지막 이야기를 뒷받침하기 위해 증거로 사용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저는 그 증거에 동의하지 않습니다. 특히 가장 중요한 부분이라 할 수 있는 저, 팰릭 걸에의 공허함 자체가 어불성설이라고 봅니다. 전투미소녀들은 완성되어 있고, 상처가 없다, 그러니 싸우는 이유 자체가 공허하다.
...
이거 전투 미소녀 말고 전투 편대가 등장하는 모든 소설에 들이 대볼까요? 남녀가 뒤섞인 전투청년 전투청소년은 남녀가 유별하게 움직입니까? 아니, 아야나미 레이의 공허함은 외상성 그 자체가 아닌가요. 싸우는 동력 없이 초반에는 그저 명령이니까 움직였지만 점차 소년에게 감화되어 자신의 동력을 발견하는 것, 그것이 아야나미 레이의 진가 아닙니까. 애초에 에바에는 이 장치 자체가 작용하지 않습니다. 세일러문을 포함한 여러 전투 미소녀들도 자기 나름의 이유와 근거로 싸우고 있는 거라고요. 그게 팰릭 마더와 구분되는 팰릭 걸을 만들 정도로 강렬한 건 아닙니다.
저자의 논지에 공감하지 못하는 것은 아웃사이더 아티스트로 소개되는 저 헨리 다거 때문이기도 합니다. 5~7세 사이의 소녀들이 누군가와 격렬하게 싸우는 이야기를 만들었다는 이 사람은 죽기 직전에야 그 작품들이 공개됩니다. 책에 실린 그 일부 그림을 보고 맨 처음 떠올린 건 페니스가 있는 소녀가 아니라 오토코노코였습니다.(...) 5~7세의 소녀들이다보니 유아체형이고, 그렇다보니 2차성징 전입니다. 그냥 놓고 보면 말만 여자고 이름만 여자지 요즘의 그 오토코노코가 바로 떠오릅니다. 그게 아니라면, 양성구유요. 그리고 그 작품 자체가 보고 있노라면 '아웃사이더 아티스트'라는 건 근사하게 붙여 놓은 것이고 사실상 저 사람은, "어쩌다보니 죽기 전에 폐기하려고 했던 소아성애형 동인지를, 예술계 교수인 집주인이 "OH IT'S GREAT!"라고 외치며 박제하여 죽을 때까지 이불 속에서 하이킥하고 있었던게 아닐까."라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이 부분은 헨리 다거를 다룬 4장을 직접 읽어보고 판단하시길 바랍니다.
아, 그래. 가장 혈압 올랐던 건 일본 전투 미소녀의 계보입니다. 계보 짚어 나가는 것은 어릴 적 모종의 경로로 보았던 일본 애니메이션 계보를 복습하는 느낌인데, 분석은 다릅니다. 예를 들면,
pp.250-251
이쿠하라 쿠니히코 감독의 다카라즈카 계열 문제작 <소녀혁명 우테나>에는 결투의 승자에게 '상품'으로 주어지는 소녀 '히메미야 안시'가 등장한다.
그러니까, 저자는 그보다 앞에서 인공 미소녀 아야나미 레이, 기동전함 나데시코의 호시노 누리와 같은 계열로 '다카라즈카 계열'의 애니메이션인 『소녀혁명 우테나』의 히메미야 안시를 드는 겁니다.
...
PARDON?
저기. 안시가 쿨하고 공허하고 표정없는 타입의 여성이라고요? 우테나가 다카라즈카 계열이라고요? 우테나가 남장을 하고 있기 때문에?
여기서 한 번 애니메이션 분류표를 잠시 보죠. 전투 미소녀의 계보를 13가지로 나누면 다음과 같습니다.
1.홍일점 계열
2.마법소녀 계열
3.변신소녀 계열
4.팀 계열
5.스포츠 근성 계열
6.다카라 즈카 계열(복장 도착 계열에 포함)
7.복장 도착 계열
8.헌터 계열
9.동거 계열
10.피그 말리온 계열
11.무녀 계열
12.이세계 계열
13.혼합 계열
참고로. 저 계열의 띄어쓰기는 제가 한 것이 아닙니다. 책에 있는 것을 그대로 옮겼습니다. 첨언하자면 스포츠 근성 계열에 들어가는 1996년의 OVA는 <대운동>으로 소개되었군요. 이거 TV판은 그 뒤였나?
날이 추우니 저혈압인 분들을 위해 따끈하게 데워드리겠습니다. 각 계열에서, 이건 뭔가 이상하다 싶은 것만 추가로 적어봅니다. 단, 이 책이 2000년 출간이니 그 이전작 기준으로 소개됩니다.
거기에, 만화 일부와 아니메를 중심으로 소개하다보니 전투 미소녀에 게임이 많지 않습니다. 무녀 계에 레이나가 빠진 것도 그렇고, 파판의 여러 주인공과 나코루루를 비롯하여, 작가의 기준대로라면 "뽑아낼만한" 인물들도 다수 빠졌군요. 오타쿠는 대체적으로 혼합형이고, 게임은 하지 않아도 코미케 등의 2차 창작 등을 통해 게임 캐릭터도 다수 인기를 얻으니 그쪽 분석이 적은 것도 걸립니다.
뭐라해도 저런 분류는 임의로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나름의 근거를 갖고 해야하나 그 근거에 동의하기 어려운 것이 많습니다. 등장인물 중 누구를 전투미소녀로 볼 것인지, 전투미소녀가 여럿인 경우에는 누구에 집중을 해야하는지, 저기에서 언급한 범주명이 옳다고 보는지, 지적할 곳이 한 두 군데가 아닙니다.
이외에도 읽으면서 태깅한 곳이 여럿 남아 있어 확인하니,
1.2차창작이라는 SS(Short story / Side story) 소설이나 시나리오는 진정 오타쿠가 작품을 소유하기 위한 수단이나 다름없으며, 작품에 스스로가 빙의되어 동일한 소재에서 다른 이야기를 지어내고 공동체에 발표하는 것은 오타쿠 공동체에서 이뤄지는 '소유의 의식'이 아닐까라는군요.(p.42)
2.
(p.57) 오타쿠 사정에 밝은 젊은 친구에 따르면 '디즈티 오타쿠'는 존재하지 않는다. 이는 아마도 가끔씩 그러한 것이 아니라
원리적으로 존재할 수 없을 것이다. / 오타쿠 문제의 본질은 섹슈얼리티와 필연적으로 관계를 맺는다.(하략)
하기야 저자는 오타쿠와 매니아를 다르게 보고, 오타쿠를 '뽑아내는' 사람으로 지칭했으니까요. 디즈니는 2차 창작에도 매우 민감하고..? 마블이나 DC계 오타쿠는 어떨까 싶습니다만. 게이가 아님에도 남성캐릭터를 좋아하는 오타쿠는 존재하지 않는다고 보는 건가요? 아니면 '뽑아내지 않으면 오타쿠가 아니다'? 아니면 마블이나 디즈니나 DC계는 오타쿠가 아니다?
3.
pp.58-59
오타쿠에 대한 소박한 혐오의 시선은 그들의 섹슈얼리티에서 극단에 이를 것이다. 남성 오타쿠라면 '로리콘'의 낙인을 피할 수 없다. 여성 오타쿠의 경우 '야오이', '쇼타콘' 등의 도착증 그룹을 무시할 수 없다.
(먼산)
4.
p.60
(중략) 그리고 오타쿠는 큰 가슴 같은 장르에 관용적이다. 가끔씩은 캐릭터 우상화가 너무 지나친 나머지 이러한 동인지를 용서할 수 없다고 외치는 팬도 있다. 그러나 기묘하게도 이렇게 '흔한' 팬은 그다지 '오타쿠'로 보이지 않는다.(하략)
여기도 그렇고, 다른 곳도 그렇지만, 이 책이 나올 당시는 그랬는가 싶습니다. 지금의 저나 제 주변인을 보아도 각인 각색 각양 각색입니다. 무엇보다 저는 큰 가슴보다 작은 가슴을 선호하고 큰 가슴은 좋아하지 않는 걸 넘어 그 다음 단계지만 취향은 존중하는 파입니다.
5. pp.61~63.
동의하기 어려운 부분이 많아서 말입니다. 아.. 옮겨 적을 분량이 많기도 해서 일독하시길 권합니다.
7. p.315
(중략) 런던 대학 브루나이 갤러리의 타이먼 스크리치에 따르면 에도시대에 대량으로 그려져 유통되었던 춘화는 서민의 자위를 위해서도 사용되었다고 한다.
그리고 이걸 만화, 아니메의 뿌리로 본다는 이야기가 뒤에 나옵니다. 아니메 그림을 춘화랑 같은 맥락으로 놓고 보는 건 좀...? (한숨)
8. p.361
저자 후기에서, 저자는 "오타쿠 비판이 아니라 오타쿠 옹호의 입장에서 썼다."고 합니다. 발상의 시작은 1994년, 최초 출간은 2000년.
그리고 이 책에 대한 반론은 해설에서도 아주 짧게지만 언급됩니다. 아마 그 이후에 신서 분량의 토론이 나온 모양이고요.
사이토 타마키. 『전투미소녀의 정신분석: '싸우는 소녀'들은 어떻게 등장했나』, 이정민, 최다연 옮김. 에디투스, 2018, 17000원.
읽고 나니 사야겠다는 생각이 들더랍니다. 사서, 다시 또 읽고 구석구석 씹어가며 이건 아니라고 외칠 겁니다.
왼쪽이 한국판 표지, 오른쪽이 일본판, 정확히는 문고판 표지입니다. 저자후기를 보면 00년에 출간할 때는 무라카미 다카시가 디자인을 했다고 합니다. 하지만 오른편은 06년에 나온 문고판이니 일반판과 표지가 같은지는 모르겠습니다.
덧붙여. 해설자가 아주 친절하게 이 책에 대한 비판 이야기를 추가합니다. 동의하지 않는 부분이 바로, 오타쿠의 정의에 섹슈얼리티가 들어가야 하느냐라는 부분이라고. 자신은 부정한다고. 저 역시 부정합니다. 매니아와 오타쿠는 현재로서는 구분하기가 쉽지 않으며 양쪽에 걸쳐 있는 이들도 많고, 섹슈얼리티를 완전히 걷어낸 오타쿠들도 존재합니다. 그 당시에도 그랬을 것이고요. 00년에도 신나게 놀던 분들이 제 탐라에 넘쳐나니까.
그럼에도 오타쿠의 정의에서 가상과 현실을 함께 즐기고 허구성에 빠져들 수 있으며, 허구적 세계와 현실의 활동을 분리할 수 있다는 점을 지적한 건 재미있습니다. 다만, 이것이 오타쿠만의 정의냐고 되묻고 싶습니다. 일본 아니메 같은 서브 컬처에서만 그런 현상이 나타나는 것이 아니니까요. 소설 분야에도 그런 모습이 매우 많이 등장하며 역사도 유구합니다. 그리고 이런 모습을 보이는 것은 성인뿐만이 아닙니다. 2차성징이 지나지 않은 청소년도 가능하니까요.
왜 이 책을 구매했는지 곰곰히 기억을 더듬어 보았는데, 이 또한 트위터가 원인입니다. 정확히는 이 책이 번역된 것을 제 탐라의 어느 분이 장문의 타래로 다셨더군요. 그 때 호기심이 들어서 장바구니에 담아 놓았다가, 다른 BL 원서와 함께 구입했습니다. 그 쪽은 책이 훨씬 얇지만 일본어라 읽는 속도가 더뎌 내버려 두었습니다. 이 책 다 읽었으니 슬슬 손대봐야지요.
이 책의 부제는 ''보이즈 러브가 사회를 움직인다"입니다. 영문 서명은 Theorizing BL as transformative genre: Boys' Love moves the world forward고요. BL진화론이라는 제목이나 보이즈 러브가 사회를 움직인다는 말은 크게 와닿지 않지만 영어로 바꿔 놓고 보면 책이 말하고자 하는 바가 훨씬 확연하게 다가옵니다. BL은 사회가 나아가는 방향을 움직인다는 것이지요. 개인적인 경험 때문이지만 공감합니다. 그에 대해서는 나중에 따로 이야기할 일이 있겠지요.
BL은 많이 읽지만 편식이 심해, 만화는 거의 손을 안댑니다. 이 책은 BL을 소재로 한 소설과 만화를 둘 다 다루기 때문에 모르는 작품이 상당히 많았습니다. 그럼에도 들어본 작품들이 꽤 있고, 해당 작품을 몰라도 그 작품들이 왜 중요한지에 대해 상세히 다루기 때문에 읽을 때 문제가 없습니다.
책의 구조는 크게 두 가지로 나뉩니다. 앞부분은 일본에서 말하는 BL이 무엇이고 그 역사가 어떠한지 개괄적으로 다룹니다. 그리고 90년대부터 현재까지 BL의 모습을 크게 4가지로 나눠, BL이 어떻게 달라졌고 그 방향이 어떠한지를 세부적으로 밝힙니다. 목차를 보면 책이 말하고자 하는 바를 알 수 있지만 대체적으로 BL은 미소년소설에서 시작하고 발전하여 나름의 정형성을 가졌고, 그 뒤에는 현실을 반영하며 점차 발전하고 긍정적인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으며, 더 나아가 일본 사회에서 더더욱 소외되는 여성들에게 커뮤니티 역할을 제공하기도 한다는 겁니다.
제일 공감이 안되었던 부분은 맨 마지막입니다. 아무래도 한국과 일본은 사회생활의 양상이 다르다보니 BL을 둔 커뮤니티도 나름 분위기가 다르군요. 무엇보다 동인시장과 출판상업시장이 최근까지도 완전히 분리되는 분위기라 더욱 그랬을 겁니다. 한국에서 동인작가들이 상업출판에 뛰어든 것은 비교적 최근이라고 봅니다. 물론 몇몇 작가들은 출판소설을 내기도 했지만 ... 이 부분에 대해서는 일전에 어떤 분이 성인동의 반응 전체를 올린 적이 있으니 그 이야기로 대신합니다.
하여간 읽으면서 기억에 남는 부분은 열심히 태깅을 했습니다. 가장 앞부분에 태깅한 건 역시 이 책이 말하는 BL 사관이로군요. 시대는 크게 셋으로 나누고 각 시대의 대표작 연재 시기를 표시하여 알아보기 쉽게 해뒀습니다. 거기에 게이 영화도 함께 추가. 다만 일본은 좌철이 아니라 우철이라, 자칫하면 표를 잘못 읽을 수 있습니다. 으으. 헷갈릴만 하네요.
이 책에서 보는 BL의 시조는 모리 마리 作 「연인들의 숲」입니다. 단편소설로, 1961년에 발표되었습니다. 이 분이 누구시냐면, 모리 오가이의 딸이랍니다. 모리 오가이는 한국에선 그리 알려지지 않은 작가라고 생각하는데, 『문학소녀』시리즈를 보신 분이라면, 부장님의 대학 졸업논문 주제가 모리 오가이였다는 걸로 대답이 될지도요. 쉽게 풀어 설명하면 한국 단편소설전집 등에 실릴 정도로 유명한 사람의 딸이 BL 소설의 효시를 썼다고 보면 비슷합니다.(먼산)
모리 마리가 「연인들의 숲」 발표 3년 후에 기고했다는 에세이(p.27)를 읽으면 미친듯이 웃을 수밖에 없습니다. 장 클로드 브리알리와 알랭 들롱이 침대 위에서 서로 기대고 있는 사진을 보고 멋진 남자와 소년의 연애를 썼다는데, 이 글을 보고 그 두 사람이 누군가 싶어 찾아봤다니까요. 아니, 찾아보시면 아시겠지만 매우 잘 생겼습니다, 둘 다. 다만 알랭 들롱은 일전에 시오노 할망이 이야기한 것이 있어 살짝 선입견을 가지고 보게 되더군요. 여튼 도깨비의 두 주인공의 사진을 보고 좋다고 말하는 제 탐라의 분들과 크게 다르지 않아서 안심(!)했습니다.
구글링으로 찾은 Jean Claud Brialy와 Alain Delon. 1957년 칸 영화제랍니다.
'Les Amours Celebres'의 촬영 도중. Alain DELON, Jean-Claude BRIALY (Photo by Walter Carone/Paris Match via Getty Images).
원래 찾으려던 사진은 못 찾았지만 어떤 느낌인지는 충분히 알겠습니다.
JUNE이라는 잡지와 관련된 시대는 잘 모르는 시대라 슬쩍 넘어갔고. 그러고 보면 『아이노쿠사비』나 『절애』 등은 크게 짚지 않고 슬쩍 넘어갔군요.
최근의 일본 BL 상업 시장에 대한 언급도 40쪽~41쪽에 언급됩니다. 최근의 경향은 다품종소량생산이라는데, 쉽게 말해 책 한 권에 대한 초판 부수가 이전보다 줄었답니다. 저자는 '상업 BL의 다양성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한 작품마다 어느 정도의 매출 규모가 필요한데, 최근 그것이 위험해지고 있다는 점에 대해 우려를 표한다'고 하는군요. 아무래도 불황의 지속, 주 소비층이라 할 수 있는 젊은 세대의 구매력 감소, 젊은 세대의 수 감소 등이 원인이 아닐까 생각합니다만, 정확한 건 알 수 없지요.
얼마전 탐라에서 말이 많았던 BL의 여성혐오적, 성소수자혐오적 부분도 이 책에서 종종 언급됩니다. 그 중 하나가 정형화(p.56~)입니다. 남색을 하는 것아 아니라 단지 그 사람이 좋아졌을뿐이라는 것 역시 성소수자에 대한 혐오라는 것이지요. 그럼 이를 어떻게 표현해야하는가-는 뒤의 칼럼에서 언급됩니다. 여튼 공과 수로 구별되는 남성성-여성성의 정형화 역시 여기서 나오며, 이러한 정형 BL은 '호모포비아를 전제로 하고 이를 재생산하는 이중의 호모포비아 장치'(p.61)로 지적합니다.
이러한 지적들 뒤에 나오는 BL의 진화는 여성성의 재검토와 동성애 묘사의 진화(p.136)로 나뉘어 기술됩니다. 앞서 언급한 대사들도, 정형BL을 지나서 넘어가면 게이정체성이나 남색에 대한 거부나 부정 없이 어떻게 궁극적 커플신화를 이루는지도 언급됩니다. 그 때 나오는 게 『플래쉬 & 블러드』인데, 기억이 맞다면 한국에도 번역 나왔을 겁니다. .. 최근권까지 다 나왔는지는 모르고요.
동성애를 둘러싼 이야기도 단순히 커플만의 이야기를 다루는 것이 아니라 그 주변 사람들의 반응을 중심으로 더 발전적이고 진화된, 어떻게 보면 사회가 나아가야할 모습을 그려낸 걸 보여줍니다. 168쪽의 커밍아웃 후 대사 묘사나, 그 뒤에 나오는 후지미 교향악단에서의 에피소드 소개나, 혐오를 거부하고 화합으로 가는 사회들이 갈 길을 보여줍니다.
(그리고 여기서 되짚어, 한국의 상황을 보면 한숨만 나옵니다.)
일본BL의 사례이기는 하나, BL의 정의나 발전사, 그리고 현재의 모습 등을 발전적이고 미래지향적인 방향에서 상세히 짚어 보여줍니다. 그래서 추천할만 한데, 거꾸로 한계도 거기에 있습니다. 한국의 사례가 아니니, 한국의 BL만화나 소설들에 적용하기에는 사뭇 다릅니다. 불가능한 것은 아니지만 매우, 상당히 다르고요. 이건 또 다른 자료들을 수집하고 봐야하는데, 그런 자료를 수집하는 것이 쉽지 않습니다. 게다가 한국의 BL 출판은 상업판이 아니라 동인판이라 수집하기도 쉽지 않지요. 쓰려고 하다가는 편향된 자료나 편향된 정보만 얻기 쉽습니다.
읽고 싶사오니 누군가 그런 책을 써주시길 기다려봅니다.(눈물)
미조구치 아키코. 『BL진화론』, 김효진 옮김. 길찾기, 2018, 18000원.
이 책을 읽으면서 한국 상황도 궁금하다 생각했는데, 역자 정보를 보니 나올 모양입니다. 현재 한국 동인지 아카이빙을 진행하면서 한국과 일본의 오타쿠 문화, 동인문화에 대한 책을 출간할 예정이라니까요. 2018년 예정이라는데 기다려봅니다. 어느 쪽을 중심으로 나오려나요. 제가 겪은 동인 세계는 매우 협소하고 좁은 쪽이라 얼마나 언급될지도 궁금하고 어떤 방향으로 나올지도 궁금합니다만, 일본과 엮는다면 아마도 만화 중심이 아닐까 생각은 하는데. 솔직히 궁금한 건 소설 쪽 동인 활동이란 말이죠.'ㅂ'
알라딘 신간목록에 뜬 걸 보고 일단 도서관에 신청했다가, 지난 번에 대강 훑어보고는 장바구니에 담아 두었다가, 내내 미루고는 도로 도서관에서 빌려와서 읽었습니다. 이래저래 미루다가 읽었지만 다 읽고 난 감상은 딱 하나. 결제해도 좋습니다.-ㅁ-/
아무튼 시리즈는 위고, 제철소, 코난북스라는 세 출판사가 합동으로 펼쳐내는 책들입니다. 공동 마케팅인 셈이지요. 제대로 읽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지만 흥미가 생겨서 다른 시리즈도 하나씩 집어들 생각입니다. 종이는 가볍고 판형도 작지만 내용은 가볍지 않습니다. 책마다 저자가 다르고 주제가 다르니 다 제각각이지만 적어도 이 『아무튼, 서재』는 그렇습니다.
김윤관은 직업이 목수입니다. 나이는 아마도 386세대쯤이 아닌가 싶고, 여러 이야기를 보면 굉장히 좌충우돌, 헤매다가 목수의 길을 걸어간 것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다만 그 헤맬 당시에, 여러 도서관에서 신세를 지고 많은 것들을 읽었다고 합니다. 책 속에서도 그런 지식들이 묻어나더군요. 제가 아는 책이 등장하면 괜히 반갑고, 아는 이야기가 나오니 더 흥미를 돋우더랍니다.
제목 그대로, 서재의 가구와 자신의 일부터 시작해, 아직 어릴(?) 적의 방황과 그 때의 도서관 이야기, 그리고 책에 대한 이야기를 종횡무진 오갑니다. 아무튼, 서재입니다. 어느 영화나 어느 사진집에서 본 누군가의 서재 이야기가 나오기도 하고, 작업실이 나오기도 하고, 여성의 독서와 여성 작가의 이야기가 흘러나오기도 합니다. 어느 것이든 괜히 읽고 나면 내가 틀린 길을 걷고 있는 것이 아니라는 묘한 뿌듯함 같은 것이 느껴집니다. 서치로서, 서재를 원하는 사람으로서 그런 공감대를 같이 공유하게 되더군요.
사실 그보다 더 중요한 건 지름신이 찾아온다는 이야기입니다. 파주에 있다는 저자의 서재에는 적당히 만든 서가와 적당히 구입한 책장, 아주 커다란 책상이 있답니다. 90×240cm면 아주 커다란데, 그런 커달나 책상은 작업하는 사람의 로망이기도 하지요. 책상 뿐만 아니라 침대도 언급됩니다. 의자도 그렇고요. 아주 편한 의자와 임스 라운지 체어, 그리고 거기에 얽힌 사치와 럭셔리의 이야기도 공감하며 보았습니다.
책을 다 읽은 지금은 wish list 작성에 들어갔습니다. 읽고 있노라니 나중에 이사할 때, 책장은 어떤 것, 책상은 어떤 것, 데스크의자는 어떤 것-하고 미리 생각하며 작성해두지 않으면 안되겠더라고요. 나중에 급박하게 닥치기 전에 미리 한 번 생각해두렵니다.
김윤관. 『아무튼, 서재』. 제철소, 2017, 9900원.
그리고 개인적인 상황과 얽혀, 지금 가구 지름신이 내렸습니다. 이러면 안되는데.... 최소한 적금 통장은 만들어 놓고 지름신이 와야하잖니.
부제에 이것저것 쓰고 싶은 것이 많았지만 일단 눌러 참았습니다.
시간적 배경은 근미래이며 세계관이 독특합니다. 거기에 BL이고요. 알라딘ebook 트위터 계정에서 정보를 보고는 호기심이 생겨서 덥석 물었습니다. 장바구니에 담았다가 엊그제 G의 요청으로 도라에몽 사은품 구입에 맞춰 담다가 추가 구입했지요. 충동구매였지만 다른 책들에 비해 만족도가 매우 높았습니다. 『모형정원』을 9월의 도서로 올린다면, 『로스 오호스』는 10월 초에 읽었음에도 당당히 10월의 도서로 올려도 되겠다 싶은 정도로 말입니다. 그러고 보니 양쪽 다 SF 계열이군요.
독특한 세계관은 운명적 만남이라는 데서 비롯합니다. 운명의 반려 이름이 몸에 새겨졌다는 네임버스와 비슷하게, 이쪽은 눈을 보면 바로 안다고 합니다. 운명은 눈이 같다는군요. 그래서 운명적으로 만난 사람들의 이야기가 매우 많이 등장합니다. 라디오 사연 소개 코너의 단골 이야기도 운명적인 만남입니다.
하지만 테렌스 레트, 테리는 좀 다릅니다. 선천적 시각장애로, 앞을 볼 수 없기 때문에 운명을 찾을 수도 없습니다. 센트럴이라 불리는 이 지역에서 시각장애는 운명을 비켜간 존재, 운이 없는 존재, 더 나아가 불운을 가져오는 존재로 받아 들입니다. 물론 사람마다 차이는 있지만 시각장애를 가진 테리는 공공교육을 받는 동안애도 내내 따돌림을 당하고 고생합니다. 그의 악몽 주제도 여기에 관련된 것입니다.
그래도 부모님과 동생 조나단은 테리를 매우 아낍니다. 맞벌이인데다 조나단도 유명 향수회사의 조향사로 일하고 있어 집을 비우는 일이 많지만, 테리가 가족들의 사랑을 아낌없이 받는다는 건 빈번히 나옵니다. 그게 오히려 테리에게는 부담이 되기도, 짐이 되기도 하고요.
선천적 시각장애는 안구를 포함한 복합적 문제이긴 하지만 의학과 과학이 발달하면서 기계안구의 이식도 가능해집니다. 그리고 테리도 오랫동안 다녀온 병원에서 이식 제안을 받습니다. 그와 비슷한 시점에, 테리는 낯선 사람을 만납니다. 그레고리. 테리에게 자상하게 대하는 사람으로, 항상 그의 곁에 맴돌면서 다가옵니다. 이상하게 자주 만난다 싶었더니, 이웃이 되어 더 빈번하게 보는군요. 자상하고 친절한 그레고리와는 달리, 안구이식 문제로 새로 담당의가 된 닥터 라파엘은 매우 직설적이며, 독선적입니다. 테리의 주변인물들을 비난하는 모습에 더더욱 반감만 듭니다.
그러던 와중, 검사를 위해 마취를 하던 테리는 발작을 일으킵니다. 그리고 발작이 일어난 뒤, 테리의 주변에는 큰 변화가 생깁니다.
까지만.
이 이상 언급하면 심각한 내용 폭로가 되니까요. 하지만 그 구체적인 내용은 접어 두겠습니다.
알라딘의 책 소개에는 공이 둘로 소개됩니다. 하지만 구입하고 읽기 시작한 시점에서는 이미 책소개 기억이 휘발된 터라, 닥터 라파엘에 대해 적대적인 감정을 갖고 시작합니다. 등장할 때부터 건방지고 독선적인 인물로 그려져 그렇습니다. 하지만 테리가 검사 도중 발작을 일으킨 이후의 라파엘은 굉장히 다릅니다. 어떻게 보면 기억이 날아간 환자에게 찰싹 달라 붙어, 역전이가 아닌가 의심될 정도의 행동이 이어집니다. 결말까지 가기 전, 날아간 기억의 실마리를 찾기 위해 테리가 여러 사람을 만나는 와중에서 점점 그 괴리는 커지고, 결국에는 뒤통수를 맞고 뻗습니다.
아놔. 나 왜 그랬던 거야! 아무리 실마리가 부족했다지만 그럴 줄은! ;ㅁ; 정말로 생각도 못했단 말이닷!
근미래SF로서의 여러 장치를 충분히 사용했기 때문이라고 우겨봅니다.
독특한 시점이란 건 그래서입니다. 소설의 주인공은 테리고, 따라서 이야기의 흐름도 테리를 중심으로 흘러갑니다. 1인칭 주인공 시점이고, 테리가 묘사하는 것은 시각적인 상태가 아닌 청각적인 모습들입니다. 그 때문에 독자가 갖는 정보는 매우 한정되어 있지만, 소설을 읽을 때는 아무래도 방심하기 쉽지요. 그 때문에 막판의 함정에 걸리게 됩니다.
그리고 함정은 하나가 아닙니다. 시점에서 발생하는 함정도 그렇지만, 설마하고 예상했던 것과 비슷한 함정이 하나 더 등장합니다. 이 두 가지 함정은 또 다른 인물의 시점에서 상세하게 설명이 나옵니다. 결말은 매우 달달하고 포근포근하니 안심하고 보셔도 됩니다. 애초에 결말이 제 취향과 거리가 멀었다면 10월의 소설이라고 당당하게 외칠 일은 없었을 거니까요.
pamelo. 『로스 오호스(Los ojos) 1-2』. 문라이트북스, 2018, 합권 6200원.
가장 인상적인 것은 여러 SF적 장치입니다. 테리의 시각장애는 이 세계에서 상당히 보완됩니다. 테슬라의 자율주행자동차는 시각장애를 가진 테리도 무리없이 이동할 수 있도록 도우며, 손목의 스마트워치도 테리가 혼자 돌아다닐 수 있도록 도와줍니다. 집에는 가사노동을 대신하는 로봇이 있고 스마트기기들이 청소뿐만 아니라 조리 등도 모두 돕습니다. 가벼운 대인기피증이 있는 테리가 혼자 집에 있어도 가족들이 덜 걱정하는 것은 이러한 장치 덕분이지요. 현재도 존재하지만 그것이 더 발전되면 장애가 있는 사람들도 한결 편하게 지낼 수 있다는 걸 테리의 시점에서 잘 전해줍니다. 그래서 더 좋았고요.:)
덧붙여. 읽은 직후의 트위터 감상에 적은 것처럼, 매우 좋은 소설이지만 두 건의 의료법 위반은 지적하고 넘어갑시다.
1.개인정보 및 개인의 의료정보 무단 유출
2.의료행위 당사자(황자)에게 의료 행위에 대한 구체적이고 정확한 정보를 주지 않고 끝까지 감추었음.
요즘의 책 구입기는 둘로 나뉩니다. 트위터에서 보았거나, 알라딘 사은품을 위해 구입했거나. 구입기 안 올리고 넘어간 몇몇 책도 그렇습니다. 그러니까 유리잔을 샀더니 따라온 『존재의 세 가지 거짓말』이라든지, 머그를 샀더니 따라온 『고양이』라든지, LED램프와 스테인리스 텀블러를 샀다가 받은 『기사단장 죽이기』 같은 책 말입니다.
만약 산 책이 재미있으면 주객이 전도되지만 그게 아니면 고이 방출 수순을 밟습니다. 책장은 한정되어 있고 꽂을 공간은 부족하며, 재미있는 책은 매번 바뀌니까요. 그리고 책은 원래 증식하는 겁니다. 증식하는 책은 자주 솎아서 자리를 만들어야 서재가 무럭무럭 잘 자랍니다.(...)
이 책도 방출 가능성은 높습니다. 그래도 재미있게 읽었고요. 이번 모임에는 짐이 많아서 들고 가지 못했으니 다음 번에 가져가겠습니다.
그림책으로, 내용은 매우 간단합니다. 있으려나 서점의 점장님이 무언가 하려 할 때마다 손님들이 찾아와 묻습니다. "혹시 이러저러한 책 있나요?" 점장님은 항상 웃는 얼굴로 반가이 대답합니다. "네, 있습니다."
그리고 거기에 이어지는 책들은 정말 있을지 아닐지 헷갈리는 독특한 책들입니다. 허구와 진실을 반씩 섞어내면 이렇지 않을까 싶더라고요. 그러한 이야기가 매번 이어지는데 딱 한 번 어떤 손님이 와서 묻는 질문에는 죄송하다는, 미안하다는 얼굴로 답합니다. "죄송합니다, 그런 책은 없어요."
그 구조는 매우 단순하지만 짧은 이야기 책 안에 그림으로 더 많은 걸 설명해냅니다. 서점을 열고 운영하는 과정에서 일어나는 그 날 그 날의 업무가, 손님이 들고 나는 그 짧은 시간 안에 작은 그림으로 표현됩니다. 서점에서 어떤 일을 하는지, 업무가 무엇인지 등등을 그림으로 읽어낼 수 있더군요. 그러니 이 책은 단순한 그림책이라기보다는 그림을 읽어야 하는 책에 가까울 겁니다. 유머와 상상력을 섞어 내고, 거기에 책에 대한 애정도 듬뿍 뿌렸고, 맨 마지막 에피소드는 화룡점정이고요. 애들보다는 책 좋아하는 어른들에게 더 좋을 책입니다.
한줄요약: 귀엽습니다.
이 모든 것의 시작은 알라딘 사은품이었습니다. 금액 채우는 것은 어렵지 않은데, 사은품을 주는 책을 고르는 것이 쉽지 않더군요. 한참 고민하다가 채워 넣은 것이 『수납 공부』입니다. 표지를 봐서는 일본쪽 책 같지만 저자는 미국인입니다.
제목 그대로 보기 좋게 수납하는 방법을 소개하는 책입니다. 책 날개에 그 열 가지 원칙을 간략하게 소개하는데, 비슷한 것끼리 모으고 플라스틱보다는 다른 소재를 사용한 수납을 하며, 안쪽에 넣어 감추고, 자신만의 스타일을 만들라는 내용입니다. 다 적으면 재미 없으니 그건 직접 확인하시면 됩니다.
그렇게 적은 대로, 집의 각 부분별로 수납의 원칙과 수납 방식을 사진과 함께 자세히 소개합니다.
만.
미니멀라이프 계통은 아닙니다. 수납 공간이 넉넉한 곳에서, 많은 물건을 찾기 쉬우며 깔끔하고 보기 좋게 정리하는 것이 이 책의 목적입니다. 그것도 대 원칙에 따라서 정리하고 있으니 그런 집이라면 정리하기 좋을 겁니다. 저는 집이 작고, 수납 공간에 비해 물건은 많지 않은 편이라 솔직히 의미가 없습니다. 집 분위기도 굳이 따지자면 북유럽 스타일일까요. 흰색에 나무색이 섞이고, 수납 도구들도 플라스틱보다는 기존의 가구에 나무 바구니 등을 씁니다. 써봐서 알지만 보기에는 참 좋으나 청소하기는 쉽지 않습니다.
제게는 맞지 않는 책이었지만 나름 재미는 있었습니다. 새 집으로 이사가서 정리하려는 사람들에게는 그 예시를 보여주는 셈이니까요. 하지만 이렇게 사고 살기 참 쉽지 않습니다. 잊지말고 화요일에는 방 정리 겸 청소 겸 버리기를 해야겠네요.(먼산)
이거, 비슷한 제목을 어딘가에 달았던 기억이 있는데 말입니다. 어쩌면 모 라노베 감상 적으면서 달았던 제목인지도 모르지요.
BL, 그리고 가이드버스입니다. 센티넬 대신 에스퍼를 씁니다. 현대보다는 근미래 SF에 가까우며, 전체적으로도 SF입니다. 특히 몇몇 코드는 더더욱 그렇고요. 어떤 코드인지 미리 이야기하면 내용폭로가 되니 입 다뭅니다.
『모형정원』의 주인공은 서림과 도연입니다. 2년 전의 사건 이후 만난 적이 없던 두 사람은, 도연이 살고 있는 곳에 서림이 찾아오면서 재회합니다. 나중에 몇 번 등장하지만 만약 그 사건 직후 재회했다면 도연은 서림을 총으로 쐈을 거라는군요.
사람이라고는 만날 수 없는 곳에서, 그나마 태양열 전지판과 물탱크로 그럭저럭 자급자족이 가능한 집에서 홀로 지내는 도연은 마수의 공격으로 망가진 집을 수리하고 혼자서 덤덤하게 살아나갑니다. 이런 걸 제대로 해본 적은 없지만 짧지 않은 기간 동안 움직이다보니 아주 못하는 정도는 아닙니다. 비상식량과 정수한 물로 간단히 끼니를 때우고, 집을 수리하고, 또 필요한 물건들을 얻으러 돌아다니는 것은 무인도에 떨어져 서바이벌 프로그램을 수행하는 것과도 비슷합니다.
인류가 멸망한 것은 레벨 10의 에스퍼인 이강우가 게이트 앞에서 폭주하는 사건에서 시작되었습니다. 마수들이 건너오는 문이었던 게이트는, 이강우의 폭주를 통해 이상 반응을 보이며 엄청난 크기로 확장되었고, 곧 그 안에서 무수히 많은 마수들이 들어왔습니다. 에스퍼가 아니면 상대할 수 없었던 마수들 때문에 인류는 점점 그 수가 줄어들었지만 그나마 가이드들은 마수의 습격을 받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재앙 앞에 가이드건 뭐건 의미가 있나요. 아귀다툼과 에스퍼만이 해치울 수 있는 강력한 마수의 습격 속에서 인류는 절멸에 가까운 길을 걷습니다.
도연이 홀로 지내고 있는 집을 찾아온 윤서림의 방문과 함께 과거의 이야기도 함께 진행됩니다. 도연이 왜 서림을 총으로 쏘려고 했는지, 도연이 왜 서림을 밀어내는지, 그리고 서림은 왜 도연을 이제야 찾아왔는지에 대한 답은 차례로 풀립니다. 결국 이 소설은 배신 당했던 도연이 서림을 만나서 다시 마음을 열고 손을 잡는 이야기입니다. 서림은 에스퍼로 각성한 이후에 벌어진 여러 일 때문에 누군가의 손을 잡거나 누군가에게 부탁하고 요청하는 일을 하기 어려우며, 그렇기 때문에 그런 일들은 모두 도연이 담당합니다. 평범한 생활을 영위하려다가 사건 하나로 인생이 곤두박질 쳤고, 그 뒤에도 이 이상 더 나빠질 수 없을 정도로 추락하던 도연의 삶은 오히려 아포칼립스의 세계에서 더 안온하며, 서림을 만난 뒤에는 에덴동산을 영위합니다.
어떤 의미에서 이 소설은 도연과 서림의 구원담입니다. 『모형정원』이라는 제목 역시 모두가 죽고 이들 둘만 남은 에덴동산과도 같은 평온한 세상을 의미합니다. 테라리움과도 같고, 모형정원 같기도 하지만 두 사람은 그런 세계를 누릴 자격이 있다고 봅니다. 솔직히 외전에 등장하는 세계는 정말로, 기립박수를 치고 싶을 만큼 부러운 세계였습니다.(먼산)
가이드버스는 대개 SF 성격을 띄지만 이 소설을 더 SF로 보는 것은 나름의 이유가 있습니다. 하지만 그걸 이야기하면 내용폭로가 되니 살짝 접습니다. 거기에, 새로 추가된 가이드버스 설정이 있습니다. 같은 세계관도 어떻게 조율하냐에 따라 내용이 확 달라지는데, 그런 점에서 매우 취향에 잘 맞았습니다. 더불어, 가이드 차별적이기 쉬운 세계관에 그 설정이 추가되면서 방향이 뒤집혔으니까요.
다만, 그렇다해도 도연이 20대 초반에 겪은 여러 사건들 때문에 경고 표시는 해둡니다. 가스라이팅을 포함한 매우 다양한 형태의 인권유린이 있습니다. 마수가 있다고는 해도, 가이드버스 세계관에서는 자주 일어나는 일이라고는 해도, 분명 인권침해입니다. 그렇다보니 도연이 선택한 길과 서림이 선택한 길을 보고는 동조하지 않을 수 없네요. 애초에 그 둘이 선택한 길이 제가 바라던 길이기도 했으니.(먼산)
세람. 『모형정원』. M블루, 2018, 4천원.
8월도 그랬지만 9월도 독서량이 많지 않습니다. 최근의 독서는 대부분 기존의 책을 돌려 읽기 때문이라 생각은 하지만 그래도 심장이 아플 정도로 줄었네요. 으흐흐흑. 트위터를 많이 읽는 것도 독서량 감소에 영향을 주었을 겁니다. 종이책은 더더욱 안 읽고 있으니 반성하고, 각잡고 읽도록 하겠습니다.
르교. 『딜라잇 외전』.
BL, 현대, 아이돌, 회귀.
회귀한 기억을 바탕으로 판세를 바꿔버린 아이돌 소설이라면 『딜라잇』하고 『그의 엔딩 크레디트』를 꼽을 겁니다. 『딜라잇』은 본편 출간되었을 때도 외전이 상당히 많았기에 그걸로 끝이 아닐까 했는데 외전이 또 나왔습니다. 시크노블에서 나오는 책들이 이렇게 종종 외전이 나오더군요. 그 증거가 아래에...
Lee. 『데드라인 할리우드 외전』.
Lee. 『원 모어 퍼킹 타임! 2주년 기념 외전』.
BL, 현대, 배우.
『데드라인 할리우드』와 『원 모어 퍼킹 타임』은 할리우드 배경 시리즈입니다. 여기에 한 편 더 추가되어 세 편이 이어지고, 다른 소설들도 직접적으로는 아니지만 간접적으로 연결되기도 합니다. 이번에 외전 나온 걸 읽다보니 도로 본편이 읽고 싶어지네요. 이달에 다른 책들을 덜 읽은 것은 그 때문이라고 추정해봅니다. 물론 가장 큰 원인은 트위터입니다.
해위. 『어떤 마법세계의 평범한 마왕님 외전』.
BL, 판타지, 차원이동.
마왕님은 차원이동을 한 입장이니, 키워드도 차원이동이 들어갑니다. 이번 외전은 전편에서 달달하게 이어진 마왕님이, 연인과 꽤 달달한 형태로 좌충우돌하는 이야기를 담았습니다. 읽고 있노라면 이 분 염장하신다!라는 외침 밖에 안나옵니다. 소금은 밖으로, 설탕은 안으로. 그렇게 염장과 꿀 같은 신혼생활을 동시에 보여주십니다. 아무래도 본편 모르면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을 것이고, 직접적으로 이야기를 공유하는 이전작, 『어떤 마법세계의 평범한 이력서』를 안 보면 뜬금없을 이야기가 좀 있습니다. 순서대로 읽으시는 걸 추천합니다.
로네베. 『몬스터 대공 1-5』.
BL, 판타지, 차원이동, 빙의.
앞서 리뷰 올렸으니 넘어갑니다.
이혜린. 『제이와 로라 1-2』.
BL, 현대.
어떻게 보면 할리킹에 가까운 달달한 연애담입니다. 이전에 교보문고에서 구입했다가, 이번에 알라딘에서의 구입 정지 소식을 듣고 갑자기 읽고 싶어져서 덥석 구매했습니다.
이렇게 계약 만료로 정지된 소설들은 어떤 경우에는 재출간되고, 어떤 경우에는 아닌데, 이쪽은 어떨지 모르겠습니다. 『쉐킷쉐킷』은 이번에 styleB에서 재출간되었더군요. 같은 표지인지 아닌지는 비교해봐야겠지만 일단 색감은 다르게 느껴집니다.
소해. 『더블 캐스팅 1-2』.
BL, 현대, 아이돌.
캐스팅 담당이었던 소속사 실장과 아이돌 리더의 연애담입니다. 앞서 리뷰 올렸으니 넘어가지요.
퍼시픽. 『드라이 플라워 1-2, 외전』.
BL, 오메가버스, 현대, 할리킹.
이쪽도 앞서 리뷰 올렸으니 넘어갑니다.
김아소. 『별의 궤도 3-5』.
BL, 현대, 아이돌.
만세! 드디어 다 구입했습니다. 그렇지 않아도 10월에는 알라딘에도 『별의 괴도』가 출간되어 반가운 마음으로 기다립니다. 제목이 저런 건 오타 아닙니다. 스핀오프 외전이거든요.
『별의 궤도』는 소장본하고 외전 하나 차이가 있습니다.
라그돌. 『보르도』.
BL, 현대.
이건 아까워서 아직 손 못댔습니다. 우울하다며 땅굴 팔 어느 날에 꺼내 읽을 생각입니다. 책 소개만 봐서는 아는 분만 아실 이상한 나라의 눈토끼가 떠오르더군요.
세람. 『모형정원』.
BL, SF, 가이드버스, 아포칼립스.
어, 이런 걸 아포칼립스라 부르는 것 맞지요? 구체적인 감상은 따로 적을 예정입니다. 이달 구입 분, 읽은 책 중에서 한 손에 꼽을 정도의 책. 무엇보다 가이드버스를 굉장히 독특하게 해석해냈습니다. 조아라에서 연재할 당시에 함께 달릴 걸 그랬다고 조금 후회했습니다. 조금이라는 것은 100%는 아니라는 것이니, 그 내용은 감상에서 따로 적겠습니다.
유우지. 『패션 PASSION 1-2』.
BL.
안 읽을 책을 왜 샀냐고 물으신다면, 그저 웃습니다. 자세한 이야기는 10월 중에 올리겠습니다.
어셋. 『은빛 정원1-3』.
BL, 오메가버스, 동양판타지, 차원이동.
감상은 앞서 올렸으니 건너 뜁니다.
탄듀. 『거인의 오두막』.
BL, 판타지.
산 속, 거인의 땅에서 몰래 살던 꼬마가 우연히 거인을 만납니다. 그리고는 거인에게 거짓말을 해서 상황을 모면하지만 그게 거꾸로 거인과 얽히는 계기가 됩니다.
조아라에서 연재할 당시 재미있게 보았는데 출간된 뒤에 홀랑 잊고 있다가 엊그제 확인하고는 구입했습니다. 아마 연재 당시에 적은 감상들이 여럿 있을 겁니다.
연리향. 『잇페이 1-3』.
판타지.
이건 BL도 아니고 로맨스도 아니고 정진정명 판타지입니다. 굳이 따진다면 가족?
장바구니에 담아 놓고 한참 있던 책을 이제 구입했습니다. 『당신의 세계』도 조만간 구입해야지요.
새벽바람. 『악역의 탄생 1-3』.
BL, 현대, 배우.
시나리오 작가와 배우의 연애담입니다. 앞서 감상 올렸으니 건너 뛰지요.
다 적고 보니 엊그제 올린 짤막 감상 덕분에 이번 목록은 대강 적을 수 있었군요. 남은 건 『보르도』와 『모형정원』입니다. 『보르도』는 더 아꼈다가 볼 생각이고, 『모형정원』은 구체적인 감상기를 따로 올립니다. 이미 작성해둔 터라 조금 손보고 추가해서 이번 주 중으로 올라갑니다.
르교. 『딜라잇 외전』. 시크노블, 2018. 1200원.
Lee. 『데드라인 할리우드 외전』. 시크노블, 2018, 500원.
Lee. 『원 모어 퍼킹 타임! 2주년 기념 외전』. 시크노블, 2018, 700원.
해위. 『어떤 마법세계의 평범한 마왕님 외전』. 피아체, 2018, 1200원.
로네베. 『몬스터 대공 1-5』. 마담드디키, 2017, 1-5 각 3천원.
이혜린. 『제이와 로라 1-2』.
소해. 『더블 캐스팅 1-2』. 하프문. 2018, 1권 3200원, 2권 3500원.
퍼시픽. 『드라이 플라워 1-2, 외전』. 시크노블, 2018, 합본 10500원.
김아소. 『별의 궤도 1-5』. 시크노블, 2018, 각 3천원.
라그돌. 『보르도』. 블루코드, 2018, 2400원.
세람. 『모형정원』. M블루, 2018, 4천원.
유우지. 『패션 PASSION 1-2』. 2018, 각 5500원.
어셋. 『은빛 정원1-3』. 연필, 2018, 각 3천원.
탄듀. 『거인의 오두막』. 비터애플, 2018, 2800원.
연리향. 『잇페이 1-3』. 그래출판, 2013, 1권 무료, 2-3권 각 2천원.
새벽바람. 『악역의 탄생 1-3』. 더클북컴퍼니, 2018, 1-2권 각 4천원, 3권 2600원.
제대로 작성해야하지만 막상 쓰려 하니 만사 귀찮아서 느릿느릿 작성하는 감상기. 여기 안 올라오는 소설은 나중에 제대로 작성할 소설이라고 우겨봅니다. .. 아마도.
9월에도 자금 문제 때문에 그리 책을 많이 사진 못했기 때문에 전체 전자책은 많지 않을 겁니다. 종이책도 요즘 드물게 읽는데 좀 개선할 필요는 있네요. 어려운 책 빌려 놓은 것도 빨리 읽어야 하나 읽기 시러요.;ㅁ;
뭐, 당장 내일이나 모레쯤 9월 전자책 감상기를 따로 올리겠지만 이것도 미리 작성한 김에 올려봅니다.
로네베. 『몬스터 대공』
BL, 판타지, 차원이동, 빙의.
조아라에도 연재되었던 BL입니다. 초반에 보다가 다공일수의 분위기가 나오길래 접었는데, 정작 소설 보고 나니 외전편에서 확 방향이 바뀌더군요. 개인적으로는 제가 안 밀던 쪽이라 간단 감상 적고 고이 접었습니다. 덧붙여 모든 수수께끼는 에필로그 끝난 뒤에야 풀립니다.
별 생각없이 보던 소설책 속에서 처절히 이용 당하고 버림받은 대공에 감정이입했더니, 정신 차렸을 때 그 대공의 몸에 들어왔습니다. 그리하여 원래 삶에서 그랬던 것처럼 열심히 절치부심하여 소설 내용의 판을 완전히 엎어버리지요. 이야기 자체가 대공이 소설 등장인물들을 차례차례 감화(?) 시키며 포섭하는 겁니다. 대공에게 한 번 빠지면 헤어나올 수 없......(하략)
소해. 『더블 캐스팅』
BL, 현대, 아이돌.
아이돌과 소속사 실장의 연애담입니다. 어쩌다보니 고등학교 다닐 때 코 꿰어서 선배와 함께 소속사를 하나 차립니다. 그리고는 그 소속사의 첫 남자 아이돌을 데뷔시키고 드디어 1위까지 오르게 하고 했는데, 메인보컬이 턱하니 고백해옵니다. 좋아한다고요. 물론 동료나 가족으로서의 좋아한다가 아니라 고백을 받은 겁니다. 그 때부터 실장님과 엄친아 아이돌의 밀고 당기는 연애담이 이어집니다.
고등학교 졸업하자마자 바로 기업 설립에 뛰어 들어 그런지 둘의 나이 차이가 다섯 살입니다. 아이돌 데뷔가 조금 늦기도 했고요. 아이돌 소재를 좋아한다면 무난하게 읽을만 하지만 현실보다는 소설적 장치 느낌이 강합니다. 이게 가능해..? 라는 생각이 좀. 그렇지 않아도 아이돌과 그 소속사에 대한 기사를 아침에 보았거든요. 그거 읽으면서 소설 속 아이들들이 겹쳐 떠오르더랍니다.
퍼시픽. 『드라이 플라워』
BL, 오메가버스, 현대, 할리킹.
부모님의 이혼 후, 어머니는 양육권을 얻지 못했지만 몇 년 뒤 재신청을 통해 로렌의 양육권을 받아왔습니다. 3년간 아버지 밑에서 어렵게 생활했던 로렌은 다시 만난 어머니와 가난하지만 그래도 행복하게 삽니다. 그러나 어느날 갑자기 쓰러진 어머니의 병명은 신부전증. 신장이식을 받아야 하나 입원 비용 마련하고 생활비 버는 것만으로도 이미 아득합니다. 간신히 이식받을 신장을 찾았다고 했을 때 수술비용으로 막막하던 로렌의 앞에 대리모 제의가 들어옵니다.
할리킹 답게 부자인 알파공과, 고학생으로 홀어머니와 함께 사는 가난한 오메가수가 만났다가, 사이가 좋아졌다가, 헤어졌다가, 다시 만나는 이야기를 그립니다. 클리셰적 이야기가 많아서 어떻게 이야기가 흘러갈지 짐작은 되지만 그걸 잘 풀어내는 것이 관건이지요. 무난한 오메가버스 할리킹입니다.
어셋. 『은빛 정원』
BL, 오메가버스, 판타지, 차원이동, 빙의.
교통사고 뒤 정신차려보니 전혀 모르는 낯선 곳입니다. 그것도 동양풍-그러니까 동아시아풍 판타지 세계입니다. 자신은 황제의 유일한 후궁이고, 그래서 밖에 나갈 수도 없답니다. 애초에 몸도 매우 약한데다가 깨어나기 직전 자해를 했던 모양이라, 손목을 매우 심하게 다쳤습니다. 그래도 정원 나가는 것까지는 허락을 받는데, 거기서 궁에서 일한다는 사람을 만납니다.
이쯤에서 다들 짐작하겠지만 황제 외 출입금지라는 정원에서 만난 건 황제 본인입니다. 원래 후궁인 라야는 자신의 왕국을 멸망시킨 원수인 황제와 사이가 좋지 않았고, 그래서 황제인 희사도 기억을 잃은 듯한 라야=현우에게 이름을 밝히지 않았지요. 전체적인 이야기 구조는 그렇게 완전히 다른 사람이 되었던 현우가 희사와 만나고, 점차 희사에게 마음을 열고, 그러다가 황제와 아주 틀어질 상황이 되어 희사 본인이 황제라는 사실을 밝힐 수 없게 되고, 그게 두 사람이 하마터면 헤어질뻔한 사태를 만들고-라는 클리셰를 보입니다. 그러고 보니 이거 『드라이 플라워』도 비슷한 구조였군요.
『드라이 플라워』도 『은빛 정원』도, 두 주인공 중 한 쪽이 일방적으로 관계의 권력을 쥐고 있으며, 한쪽은 그걸 거절하기 어려운 상황이란 건 비슷합니다. 물론 양쪽 공의 성격 차이 때문에 그 권력을 드러내는가 아닌가는 다르지만요. 다만 주인공들의 관계가 좋아지다가, 공 또는 수가 갖고 있는 비밀 등으로 크게 갈등이 발생하다가, 갈등이 폭발하다가, 그 갈등 폭발의 원인이 공을 좋아하는/연모하는 반동인물에서 유래되다가, 헤어졌다가, 다시 복원되는 구조라는 점은 재미있습니다. 세부적인 차이는 있지만 로맨스소설이나 BL소설의 구조도 이런 경우가 많지요. 뭐, 순정만화에서는 갈등을 쥐고 흔드는 이들이 남녀주인공 각각에게 번갈아 붙어 등장하기도 합니다만..(먼산)
새벽바람. 『악역의 탄생』
BL, 현대, 배우.
한쪽은 배우, 다른 쪽은 각본가입니다. 시나리오 각색도 하지만 일은 들어오는대로 가리지 않고 하더군요. 시나리오 작가로 데뷔한지 얼마 되지 않았지만 대학 다닐 때 마음 두었던 동아리 선배를 감독과 작가로 만납니다. 거기까지는 좋은데, 그 영화의 주연으로 낙점된 것이 어릴 적부터 매우 사이가 나빴던 인물입니다. 유치원, 초등학교 동창이었고, 중학교까지 같이 다니다가 도중에 전학가면서 얼굴 안바도 되어 가슴을 쓸어 내렸건만 다시 볼 줄은 몰랐네요. 한데, 이 녀석이 약점을 잡고 협박하면서 관계가 또 꼬입니다.
만.; 앞부분 읽으면서 상당히 괴로웠습니다. 주인공이 괴롭힘 당하는 것이 전형적인 학교 폭력계입니다. 유치원 때도 좋아한다고 고백한 뒤 일어난 작은 다툼을 일방적인 폭행으로 바꿔 가해자-피해자 구도로 바꿨다는 것, 그리고 그 사실을 계속 꼬리잡혀서 초등학교 때, 중학교 때까지 학교 내 따돌림의 대상이었다는 것이 읽는 제게도 지나치게 감정이입이 되어 말입니다. 고역이었습니다...... 가해자는 나름 타당한 이유가 있었고 그와 관련해 정신적으로도 상당히 몰렸던 것 같지만 공감하기가 어렵더군요. 더불어 그 '트릭'이 불가능할 거라 생각해서 말입니다. 스포일러가 될 수 있으니 여기까지만 적지요.(먼산)
로네베. 『몬스터 대공 1-5』. 마담드디키, 2017, 각 3천원.
소해. 『더블 캐스팅 1-2』. 하프문, 2018, 각3200, 3500원.
퍼시픽. 『드라이 플라워 1-2, 외전』. 시크노블, 2017, 합본 10500원.
어셋. 『은빛 정원 1-3』. 연필, 2018, 각 3천원.
새벽바람. 『악역의 탄생 1-3』. 더클북컴퍼티, 2018, 1-2권 4천원, 3권 2600원.
헥헥헥. 이렇게 썼으니 9월 전자책 감상기는 조금 가벼워질..까요?
겉으로는 매우 멀쩡해보이는 약 1만원 어치의 식사지만, 하나씩 뜯어보면 어딘가 이상한 메뉴. 쫄면은 처음에는 맛있었지만 매우 소금맛이 돌았으며, 나중에서야 그게 소금맛이 아니라 과다한 글루타민한'나트륨'에 의한 짠맛이라는 걸 깨달았습니다. 김밥은 그럭저럭. 만두는 오랫동안 쪄서 아랫부분이 축축하게 젖어 있더군요. 거기에 느끼한 맛이었으니, 먹다가 도중에 분리수거를 했습니다. 하하하.
차라리 마트에서 레토르트 식품을 사오는 것이 가격적으로도, 맛으로도 훨씬 만족도가 높았을 겁니다.
겉으로 보기에는 멀쩡하지만 겪으면서 아는 것은 음식만 그런 것은 아닙니다. 사람도 그렇다고 하잖아요. 사실 책도 그렇습니다. 시놉시스만 보면 매우 클리셰적이고 멀쩡한 소설이지만 그걸 어떻게 뽑아내느냐에 따라 극심한 호불호를 자아냅니다.
어제 읽은 소설이 그랬습니다. 가능하면 소설의 정보를 특정짓지 않기 위해 소설의 정보에는 일부러 진실과 거짓을 섞어서 감상을 쓰겠습니다. 전부 진실일 수도 있고 전부 거짓일 수도 있습니다.
낯선 출판사의 책이라 고민하다가 조아라가 아닌 타 연재처에서 굉장한 찬사를 들은 소설이라기에 궁금해서 샀습니다. 제가 알고 있을 정도면 상당히 유명한 플랫폼이겠지요. 그래서 어느 정도는 안심하고 샀습니다. 그리고 다 읽은 뒤의 감상은, 그 플랫폼 전반에 대한 불신, 출판사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집니다. 하기야 로판은 그 격차가 매우 크지요. ... 아니, BL도 그렇습니다. 지금 읽고 있는 BL은 리뷰를 쓰지 않기로 작정했습니다. 이유는 짐작하실 겁니다.
시놉시스는 상당히 고전적인 클리셰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어느 정도는 안심하고 보았지만 읽다가 전개 앞부분에서 더 읽는 것을 포기하고는 절정부로 넘어갔습니다. 절정을 확인하면서 중간 부분을 안 읽기 잘했다고 생각했고, 분노했습니다. 취침시간을 넘겨가며 읽은 책이었는데, 앞부분 읽으면서 긴가민가 했지만 이런 소설에 쓰인 제 시간이 아깝고, 책을 찍어낸 나무가 불쌍했습니다. 그리하여 『노르웨이의 나무』를 다시 읽겠다 결심하며..(하략)
이 소설은 판타지 배경의 로맨스입니다. 내용을 축약하면 불우한 환경의 주인공들이 만나 세계를 변혁한다는 것쯤 됩니다. 그리고 그 과정은 매우 작위적입니다. 주인공들의 불우한 환경은 뒤의 카타르시스를 위해 조성된 것으로 보이며, 그러한 카타르시스를 만들기 위해 세계관 자체가 매우 후진적입니다. 전근대에서 근대로 나아가는 상황이며, 주인공의 움직임이 그 계기를 만드는 겁니다.
악당들에게도 나름의 사정은 있으나 그들이 벌이는 짓은 전근대적이고 범죄이며 파렴치합니다. 폭력과 강간이 빈번하기 때문에 관련 트라우마가 있다면 책 앞부분에서 포기하기 쉽습니다. 그리고 그에 대한 설명은 그런 세계니까-랍니다. 그런 세계가 주인공 한 둘에 의해 바뀌는 건 불가능합니다. 아무리 강력한 힘을 가진 존재들이라고 해도, 그것이 왕이라 해도 불가능합니다. 왕 한 사람이 움직여 사회 제대로 바꾸려고 한다면 귀족들 전체가 들고 일어날 것이며, 그들의 반대를 무릎쓰고 일을 진행하려면 왕권이 매우 강해야합니다. 하지만 그런 사회로 보이지는 않습니다. 확신이 없는 건 중간 부분을 건너 뛰고 보았기 때문이고요.
정리하면 이 소설에 분노한 것은 다음과 같은 이유 때문입니다.
1.전반부의 폭력, 강간, 인권유린은 후반부의 카타르시스를 위한 것으로 보임. 카타르시스계보다는 힐링계를 더 선호하는 입장에서 이 소설은 초반부터 사람 속을 뒤집었음.
2.주인공들의 성격이 잘 이해되지 않음. 아니, 납득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음. 얘가 왜 이러지? 싶은 부분이 상당히 많음.
3.사회변혁을 소재로 하나, 그 사회변혁이 주인공들과 다른 등장인물 몇몇의 움직임으로 이루어진다는 것이 납득되지 않음. 영국의 사례와, 프랑스의 사례를 보았을 때 불가능함. 왕권강화 같은 시스템의 유지보수는 장기적으로 보아 가능하나, 여기서 소재로 삼은 사회변혁은 시스템의 유지보수나 시스템의 교체가 아니라 시스템의 언어 변경 수준으로 생각함. 그러기 위해서는 장기적인 프로젝트가 되어야 하나, 왕의 의지와 몇몇 귀족의 행동만으로 변화함. 개별적으로 겪은 사건들이 사람을 변화시킨다고 하나, 이런 사건만으로는 시스템이 변할 수 없다고 봄. 즉, 등장인물들의 행동이나 사건들은 사회 시스템 변혁의 당위를 이해시키지 못함.
(물론 개인적인 감상입니다.)
4.적으려다보니 이거 내용이 꽤 많아서 일단 접음. 하여간 등장인물 중에서 감정이입이 가능하거나, 이 인물 마음에 든다는 인물이 단 한 명도 없었음.
거기에 글 자체의 완성도도 떨어집니다. 덕분에 모 플랫폼의 인기작이라는 광고가 역효과를 불러 일으켰습니다. 이 출판사 책은 일단 안사고요, 이 플랫폼 연재작도 일단 안 살 겁니다. 불매한다 해놓고 가끔 충동구매로 마담드디키나 디앤씨북스 책을 구입하는 일이 있지만 여기는 그럴 일이 없지 않을까요. 딱 잘라 안한다고 하면 꼭 제 선언을 꺾는 일이 발생하여 확언은 못하지만 한동안은 그럴 겁니다.
반쯤은, 아니 80% 정도는 충동구매였습니다. 『탈레랑 커피점』은 그럭저럭 보긴 했지만 아주 좋아하는 책은 아니었고, 사실 그 즈음 나온 거의 대부분의 일상 추리들은 취향에 안 잠았습니다. 모 고서점의 이야기도 1권을 번역 전에 원서로 보다가 매우 취향에 안 맞는다고 내려 놓았습니다. 완결 났으니 다시 손댈만도 한데 묘하게 손이 안가더군요. 독서 동료들이 그 책 읽고 나서 싫어하는 인물 한 명에 대해 이야기한 것이 걸려 그럴지도 모릅니다.
본론으로 돌아와서, 일상추리라 충동적으로 집어든 것치고는 나쁘지 않았습니다. 무엇보다 소재가 독특합니다. 카페 배경의 일상추리는 지겹도록 많이 나왔지만 이 쪽은 그보다 더 마이너한 소재입니다. 도연사라는 절의 주지승이 주인공들의 아버지이고, 이 소설의 주인공인 나는 주지의 맏아들로 현재 아버지를 도와 전업 승려를 합니다. 제목에서 나오는 쌍둥이는 소설 초반에 기술된 것처럼 양자입니다. 절 근방에서 발견된 쌍둥이 남매로, 주지인 아버지가 이 둘을 거뒀습니다.
총 네 편이 실려 있는 이 책은 단 권으로 완결입니다. 이야기를 더 끌어갈 수도 있지만 거기까지는 나가지 않았습니다. .. 혹시 이래놓고 2권이 나올 가능성도 있긴 합니다. 종종 편집부의 사정으로 2권을 내기도 하니까요. 그렇게 나오더라도 크게 무리 없어 보입니다.
대체적으로 이 이야기는 신도들을 살피며 두루두루 관리하는 승려들의 일을 보여줍니다. 그 점도 재미있지만 보통 그러하듯, 어떤 사건이 일어나면 거기서 1차로 추리하고 그게 뒤집어 졌다가, 또 다시 반전이 일어나는 식의 엘러리 퀸 수법의 뒤집기가 많이 나옵니다. 누군가 진상을 밝혔다고 이야기를 하면 듣고 있던 누군가가 다른 시점으로 또 다른 해법을 제시하고, 그걸 바탕으로 풀다가 다른 증거가 나오고 이야기가 뒤집어 지는 식입니다. 사람들이 일상적으로 만나는 추리들은 그렇지요. 그렇게 몇 번 헛다리를 짚어가면서 진상에 도달하는 것이 오히려 재미를 줍니다.
다만 공감하기 어려웠던 부분은 나이 서른에 수줍음 많고 연애 경험 없다는 주인공 잇카이, 속세명 가즈야입니다. 하기야 숫기 없는 사람이니 소설 속에서도 이런 역할을 맡긴 하지만요. 지금 분위기 봐서는 결혼할 수 있을지부터가 난감합니다. 맨 마지막 에피소드 보면 더더욱 그렇군요.(먼산)
오카자키 다쿠마. 『도연사의 쌍둥이 탐정일지』, 김동욱 옮김. 소미미디어, 2017, 12800원.
배경이 후쿠오카입니다. 그러니 후쿠오카 자주 가시는 분들은 상당히 이입해서 보실 수 있을 겁니다. 근방 지리가 세밀하게 묘사되네요.:)
가이드버스 세계관이라 근미래SF의 BL입니다. 이전에도 몇 번 말했지만 가이드버스는 대부분이 BL로, 가끔 NL이 나오기도 하지만 많지는 않습니다. 이 소설도 BL 세계관의 군대 배경입니다.
가이드버스는 그 구조 특성상 군대를 배경으로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완전히 군대 이야기가 나오기도 하고 아니기도 하고요. 『우리의 평온한 인생을 위하여』는 완전한 군대는 아니지만 민욱은 교관으로 오래 근무했고 나중에도 용병 비슷한 존재로 군에 잠시 근무합니다. 가이드버스에 군대 배경이 많은 건 초반에는 센티넬이라 불린 그 에스퍼들 때문입니다. 센티넬은 가이드를 필요로 하며, 센티넬의 존재이유는 마물 혹은 마수적 존재들 때문이라는 설정이 있어 그렇습니다. 마수나 마물을 퇴치하는 건 아무래도 기관보다는 군대가 낫지요. 무언가와 싸운다는 것은 전투 설정인 것이고, 그러면 군대가 유리하니까요.
이 소설은 마물이나 마수가 아니라 적국이 존재합니다. 주인공인 한인석은 매우 강력한 사이킥입니다. 하지만 최근의 사건으로 팀의 많은 인물들이 사망했고 그 중에 인석의 페어였던 루어도 있었습니다. 최해성은 어릴 적에 루어 판정을 받고는 부모의 양육 포기로 기관에 소속되었으며, 그 뒤로 내내 군에서 자신과 맞는 사이킥을 찾았습니다. 10년이었나, 하여간 매우 오랫동안 소속이 정해지지 않고 여기저기 흘러다니다, 이번에 한인석의 루어후보로 면접을 보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면접 당일, 인석이 폭주하는 바람에 가이딩을 시도하고, 가장 높은 단계의 가이딩까지 진행합니다.
그러니 흔히 말하는 몸 먼저 마음 다음 상황인 건데, 한인석은 이모저모 인생이 꼬여 있던 터라 해성을 내내 밀어 냅니다. 해성은 인석을 좋아하지만 자신을 밀어내는 모습에 상처를 받습니다. 그 때 이들 둘 사이에 끼어드는 것이, 두 사람의 직속 상관인 지원입니다.
초반에는 인석과 해성의 연애담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들어가면 갈수록, 이 둘뿐만 아니라 1팀 전체의 이야기가 됩니다. 모종의 사건으로 팀의 인원이 상당수 사망하며 그 여파로 지원의 페어인 철민에게도 문제가 생깁니다. 인석과 해성이 자리를 잡으면서 팀은 점차 안정을 찾아가고, 팀의 맏형이자 구심점이던 지원은 그 자리를 인석과 해성에게 내줍니다. 둘은 팀의 1페어이자 가장 오래된 페어로 다른 이들을 이끌어 엄마 아빠 역할을 합니다. .. 아니, 정말로요. 막내도 생기고, 큰형도, 작은형도 생깁니다. 소설 특성상 여성은 거의 등장하지 않지만 왜인지 다들 포지션이 부모와 그 자식들 같은 느낌이 드는군요. 그럼 지원이나 철민의 역할은 무엇인가 하니, 조부모...?
이야기의 중심은 상처많은 이들이 자신의 상처를 치유하고 점차 안정을 찾아가는데 있습니다. 가장 엇나가는 것 같던 인석도, 경훈도 각자 자리를 잡고 옛 일들을 털어냅니다. 그리고 새로운 유사가족을 만들어 가지요.
가끔 생각하는 것이지만 BL소설을 읽다보면 가족의 형태가 아빠-가장, 엄마-가정주부, 그리고 그 자식들로 이루어지는 가부장적인 형태말고도 다양한 형태가 가능하다는 걸 깨닫습니다. 선입견을 깬다는 그 자체만으로도 좋지 않을까요.'ㅂ'
신소현. 『너는 나에게 사랑을 말하지 않았다 1-4』. 더클북컴퍼니, 2016, 각 3800원.
톡소다 공모전 당선작으로, 그 뒤 톡소다에서 연재하여 완결난 뒤 독점 기간을 거쳐 다시 전자책 출간 독점까지 있었다고 기억합니다. 그래서 연재 시기에 비해 알라딘에서 구입한 시기가 많이 늦었지요.
분야는 BL, 판타지. 그리고 제목에 적었듯이 배틀호모 타입입니다. 마족사냥꾼인 유진이 황궁에 나타나는 마족을 잡기 위해 위장잠입했다가 황자님과 엮이는 내용입니다.
유진은 마족사냥꾼으로 돈을 매우 좋아합니다. 마족을 잡는 이유도 돈벌기 좋기 때문입니다. 여러 팀들과 같이 움직이긴 하지만 그 팀이란 것도 상당히 느슨한데다 돈 조금만 더 벌면 은퇴하고 느긋하게 날을 보내는 것이 꿈입니다. 어느 날 고위 마족을 쫓다가 정체모를 인물의 간섭으로 놓치는 일이 발생합니다. 원통함에 이를 갈던 찰나, 대장을 통해 의뢰가 하나 들어옵니다. 왕궁은 원래 마족이 나타나지 않도록 철저하게 결계를 쳐두고 신전에서 관리를 하는데, 이상하게 마족이 출몰한다고요. 그 사실이 알려지면 좋을 것이 없는 신전에서는 유진을 신관으로 가장시켜 왕궁에 출입하도록 제안합니다. 대신 의뢰금을 왕창 주겠다며 말입니다.
돈이 우선이니 유진은 신나게 의뢰를 승락합니다. 그리고 몇 번 만났던 황자 케네스가 그 사건에 얽혀 있는 것을 알게 됩니다.
저 줄거리를 보시면 아시겠지만 주인공은 마족사냥꾼 유진과 황자 케네스입니다. 신관보다 더 신관 같은 금욕적인 인물 케네스와, 신관으로 가장해 들어왔지만 쾌락을 즐기고 한없이 가벼워 보이는 인물인 유진은 사사건건 충돌합니다. 게다가 케네스는 숨길 것이 한 둘 있는게 아니었거든요. 둘이 엮이는 것은 두 사람의 목적은 달라도 최종목표가 동일했다는 것과 케네스의 외양이 유진의 취향이었기 때문입니다. 후궁이었던 케네시의 어머니도 미인이었지만 케네스도 상당한 미인이니까요. 그리고 유진은 얼굴에 약합니다. 뒤에 가면 대놓고, '얼굴에 반했다'는 이야기를 하고 있으니까요.
이 둘의 연애가 소설의 주 내용이라면 거기에 친 양념은 케네스의 비밀입니다. 그가 갖고 있는 비밀이 무엇인지, 그리고 그가 어떻게 황궁을 탈출하려는지가 소설에 양념을 더합니다. 둘이 함께 걸어갈 것이란 건 두말하면 잔소리고, 그러니 연애를 시작한지 얼마 안된 그 둘이 어떻게 살아가는지와 케네스의 비밀과 관련해 그 뒤에는 어떻게 될 것인가라는 외전이 나올 법합니다. 뭐, 이것도 독점일 것이니 아직 보려면 멀었군요.(먼산)
두나래. 『마족사냥꾼1-2』. 마담드디키, 2018, 3500원.
톡소다는 교보문고에서 만든 사이트입니다. 마담드디키도 톡소다의 시작 전후부터 전속 계약작을 출간하기 시작했지요. 다시말해 출판사 교보문고의 레이블 중에 마담드디키가 있는 겁니다.
이전에도 한 번 언급했지만, 전자책의 용량과 가격에 대한 비교를 했던 것도 이 출판사 때문이었습니다.
현재 연재중인 작품도 배틀호모로군요. 싸운다는 쪽은 현재 연재작 『카운트다운』이 더 강합니다. 『마족사냥꾼』은 그보다는 더 알콩달콩한 쪽이네요. 물론 연재작이 아직 초반이라 뒤로 가면 어찌될지는 봐야 알겠습니다. 지금도 슬슬 꿀을 붓는 모양새라.;
그래도 올려 놓은 감상이 많아서 슬쩍 넘어가도 되는 것이 많습니다. 아직 작성 못한 것도 빨리 해야지요. 『마족 사냥꾼』은 까맣게 잊고 있다가 이제야 읽었고, 『밤이 들려준 이야기』는 2부 나오면 함께 올릴 생각에 기다리는 중입니다.
서지현. 『아콰터파나 14』
판타지.
15권이 완결이라 했는데 이제 곧입니다. 외전권도 나오겠지만.... 그렇지만 최근에는 소식 없이 잠수중이십니다.ㅠ_ㅠ 15권은 언제쯤 나올까요. 올해 안에 나오지 않을까 조심스럽게 생각해보지만, 어차피 아콰터파나도 리디북스 독점 후에 들어오니까요. 흑흑흑. 분명 마지막 소식이 15권도 집필중이시라는 것 같았는데 현업이 바쁘시니 건강 괜찮으시기를 기원할 따름입니다. 매번 댓글 달 때도 그렇지만 건강이 제일 우선이고 집필은 그 다음입니다.
당수. 『스타리 아이드 본편, 외전』
BL, 현대.
배틀호모라고 하여, 주인공들이 격하게 충돌하는 내용의 소설을 그렇게 이릅니다. 그리고 이 소설의 키워드 역시 배틀호모입니다. 정말로 치고 받고 싸운다는 것이 아니라 양쪽의 밀당이 매우 격하여 정말로 싸우는 것처럼 보이는 수준입니다. 아무래도 대립하는 관계다보니 서로 반해 놓고도 아니라고 우기는 솜씨역시 일품입니다. 먼저 반하는 것이야 어쩔 수 없다지만 고백하는 쪽이 지는 것처럼 여겨지기도 하고, 가끔은 먼저 반한 쪽이 이기는 거라는 다툼도 있을법 하고, 그런 거죠.
둘 다 부잣집 자식이라 다툼의 스케일도 매우 큽니다. 별의 이름을 붙인다든지, 국보급 문화재를 갖다 준다든지, 우주항공사업에 투자한다든지 그렇습니다. 부자들의 경쟁이 어떻게 경제적 가치를 갖는지 감상하시죠.
네이선 로웰. 『대우주시대』, 이수현 옮김. 구픽, 2017
SF.
SF와 판타지의 경계는 참 모호하지요. 그래도 이건 SF로 분류합니다.
이 소설을 읽을 때마다 궁금한건, 주인공인 이쉬가 뚱뚱한가 아닌가의 문제입니다. 키가 150cm 남짓으로 작다고 나오는데 몸무게가 50kg. 그러면 통통하다 생각하게 마련이거든요. 근데 또 날마다 운동하고 체력 관리를 하는데다 빼빼말랐다는 묘사가 많습니다. 뼈가 통뼈라 무게가 많이 나가 그런걸까요.
여행 가서 읽을 생각에 여행 전에 질렀습니다. 그리고 매우 즐겁게 읽었지요. 몇 번 읽어도 이 책 참 좋습니다.
Rana. 『레이디는 검을 겨눈다 1-3』. 연필, 2018, 각 4300원.
판타지, 로맨스, 환생.
앞서 감상을 올렸던 고로 넘어갑니다.
2RE. 『밤이 들려준 이야기 1-2』. 피아체, 2018, 1권 3800원, 2권 3200원.
BL, 현대, 퇴마.
BL쪽에서도 종종 퇴마 이야기가 나오곤 합니다. 그러고 보니 공포쪽으로 하나 또 퇴마물 연재되던 것 있었는데, 최근에는 안 올라오는군요. 그것도 불펌 문제 때문에 연재 접으셨나 아닌가 가물가물합니다.
특성상 공포소재가 많아, 여름에 읽으면 매우 잘 어울리는 소설입니다. 조아라에서 2부 연재가 끝난 것을 보고 조금 보다가, 이게 2부면 1부도 있겠지 싶어 검색했다가 읽고는 홀딱 반했습니다. 자세한 이야기는 감상에서 다루지요. 하지만 2부 나올 때까지 기다렸다 올릴 생각이고, 2부는 지난 달에 리디북스 공개가 되었으니까요.
김아소. 『별의 궤도 2』
BL, 아이돌, 연예계.
감상은 앞서 올렸습니다. 종이책이 있다보니 전자책은 아주 천천히 한 권씩 구입중입니다. 현재 『별의 궤도』의 스핀오프 외전인 『별의 괴도』(폭소)가 리디북스에서 선행공개되어, 이퍼브 출간 되기만을 기다립니다.
『별의 궤도』 나머지 권도 차근차근 구입 예정인데, 아마도 알라딘 사은품을 받기 위해 슬쩍 책 구매 금액 마줘야 할 때 끼워 넣을 겁니다.
최성하. 『공작님의 곰인형 1-3』.
판타지, 로맨스.
앞서 감상 올렸으니 넘어갑니다.
신소현. 『일상, 비일상 1-2, 외전』. 나이츠문, 2018, 1권 2800원, 2권 2400원, 외전 2800원.
신소현. 『가장 평범한 일상』. 더클북컴퍼니, 2016, 4천원.
신소현. 『컬러즈』. 더클북컴퍼니, 2016, 4천원.
신소현. 『달콤, 쌉싸름하게』. 더클북컴퍼니, 2017, 3800원.
신소현. 『LOVESOG(러브송) 1-2』. 더클북컴퍼니, 2017, 각 3300원.
BL, 현대.
이 책 다섯 권은 감상을 따로 올렸으니 넘어갑니다.
신소현. 『너는 나에게 사랑을 말하지 않았다 1-4』. 더클북컴퍼니, 2016, 각 3800원.
BL, SF, 가이드버스.
가이드버스로 추정합니다. 에스퍼와 가이드로 나뉘어 있고 분위기는 조금 다르지만 에스퍼에게 가이드가 필요하다는 점은 같으니 용어만 바꾼 것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가이드와 에스퍼 둘 다 능력이 발현되면 기관에 소속되기 마련입니다. 해성은 가이드로 발현된 뒤 어머니가 기관에 맡기는 것을 동의하면서 기관에 소속되어 내내 자랐습니다. 정확히는 군이지요. 군에 소속되어 있는 동안 여러 에스퍼를 만났지만 매번 페어가 되는데 실패합니다. 몇 년 간을 그래왔던 터라 이제는 체념에 가까운 상황이 되었지만, 새로운 에스퍼는 첫 만남에서 폭주하는 걸 막다가 결국 가이딩의 최고 단계까지 갑니다. 그리고 매칭율도 낮지않게 나와서 새로 짝을 이루게 되고요. 하지만 페어가 된 인석은 해성을 매번 밀어냅니다. 뒤늦게 합류한데다, 해성이 새로 합류한 A팀의 분위기도 뒤틀려 있는 상태라 그리 좋지 않습니다. 그렇다보니 애정을 갈구하던 해성은 팀 상관인 지원의 구애를 받아 들여 연인이 됩니다.
이렇게 시작하는 소설이고, 조만간 감상도 따로 올리겠습니다.=ㅁ=
잼베리. 『디센트(Desecnt) 1-4』. 피아체, 2018, 1-3권 각 3500원, 4권 3천원.
BL, 판타지.
앞서 감상 올렸으니 넘어가려다가. descent는 사전에서 찾아보면 다음과 같이 나옵니다.
1.혈통 2.하강 3.강하 4.유래 5.급침입
뜻의 범위가 넓은데, 이 다섯 가지를 맞춰보면 얼추 소설 내용과 맞아 떨어집니다. 완전히 같지는 않지만 과연, 그래서구나 싶지요. 가장 큰 부분은 1번일 겁니다. 소설의 중심 내용은 연애담이지만 그들의 연애를 가장 방해하는 것은 저 혈통 문제입니다. 주변 환경이 꼬여 있는 것 역시 저 혈통문제고요. 그걸 막판에 엎는 것이 아일리스이니, 그 두 사람이면 괜찮을거라 봅니다. 무엇보다 키에란이 워낙 막강 인재라 여차하면 둘이서 손잡고 도망가면 됩니다. 물론 키에란이나 아일리스나 둘 다 그 '도망'이라는 상황을 용인하지 않겠지요. 키에란은 가능한 버티려할 것이고, 아일리스는 도망치기 전에 엎을 겁니다.
두나래. 『마족 사냥꾼 1-2』. 마담드디키, 2018, 각 3500원.
BL, 판타지.
이쪽도 굳이 따지자면 배틀호모? 외전편도 나올 것 같으니 기다리는 중입니다. 교보문고의 톡소다에서 공모전 당선되어 연재된 소설이라 독점 기간이 상당히 길었습니다. 드디어 보게 되었네요. 두 권 안에서 깔끔하게 끝나는, 발랄한 소설입니다. 얽히고 섥히는 것 없이 스트레이트로 진행되니 걱정 안하고 보셔도 됩니다. 제목 그대로, 마족을 사냥하여 고액의 수입을 올리고 곧 은퇴하여 느긋한 생활을 보내려던 유진이 황자님의 사정에 얽혀서 코 꿰인 이야기입니다. 이렇게 적으면 유진이 안쓰러워 보이지만 사실 불쌍한 쪽은 황자님, 케네스쪽이 아닐까요. 하하하.;
감상을 많이 적었다며 건너 뛴 소설이 많으니까요. 미처 못 올린 소설들도 조만간 적겠습니다. 부지런히 써야해요.=ㅁ=
서지현. 『아콰터파나 14』. 노블오즈, 2018, 3천원.
당수. 『스타리 아이드 1, 외전』. 고렘팩토리, 2018 각 3600원, 800원.
네이선 로웰. 『대우주시대』, 이수현 옮김. 구픽, 2017
Rana. 『레이디는 검을 겨눈다 1-3』. 연필, 2018, 각 4300원.
2RE. 『밤이 들려준 이야기 1-2』. 피아체, 2018, 1권 3800원, 2권 3200원.
김아소. 『별의 궤도 2』. 시크노블, 2018, 3천원.(1-5, 각 3천원)
최성하. 『공작님의 곰인형 1-3』. 제로노블, 2018, 각 3300원.
신소현. 『일상, 비일상 1-2, 외전』. 나이츠문, 2018, 1권 2800원, 2권 2400원, 외전 2800원.
신소현. 『가장 평범한 일상』. 더클북컴퍼니, 2016, 4천원.
신소현. 『너는 나에게 사랑을 말하지 않았다 1-4』. 더클북컴퍼니, 2016, 각 3800원.
신소현. 『컬러즈』. 더클북컴퍼니, 2016, 4천원.
신소현. 『달콤, 쌉싸름하게』. 더클북컴퍼니, 2017, 3800원.
신소현. 『LOVESOG(러브송) 1-2』. 더클북컴퍼니, 2017, 각 3300원.
잼베리. 『디센트(Desecnt) 1-4』. 피아체, 2018, 1-3권 각 3500원, 4권 3천원.
두나래. 『마족 사냥꾼 1-2』. 마담드디키, 2018, 각 3500원.
가끔은 내가 무슨 영화를 보겠다고 이 짓을-이라는 생각도 들지만, 이렇게 정리하면 12월과 1월이 편합니다. 적어도 연말에 정리할 때 덜 까먹으니까요. 아니, 뭐, 조아라 감상기를 대신해 이러고 있는 것도 참.(먼산)
제목을 두고 저런 헛소리(...)를 넣을까, 아니면 제목의 뜻 그대로가 소설 내용이라는 말을 쓸까 하다가 전자를 선택했습니다. 제목의 뜻을 모르고 보았다가 다시 찾아본 지금은 사전에 나온 뜻 그대로가 모두 다 소설 속에 있음을 알지만, 모르고 보았을 때는 그냥 그러려니 생각했으니까요. 그리고 제목 뒤에 적은 그대로, 세계멸망에 대한 이야기이기도 합니다.
분류는 BL이고, 전체적으로 소프트에 가깝습니다. 베드신이 있지만 건너 뛰고 보아도 크게 무리 없...지만 소설 자체가 두 사람의 연애담을 다룬 것이니 그런 달달한 맥락이 뼈대를 이룹니다. 로맨스를 빼고 이야기할 수 없다는 겁니다.
키에란은 신성기사단의 총기사단장입니다. 약관을 넘긴지 얼마 되지 않은, 그리고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기사로서의 재능은 평범한 수준에 지나지 않지만 총기사단장입니다. 그리고 아일리스는 키에란을 보좌하는 부단장으로, 3황자입니다. 기사로서의 실력도 출중하고 행정능력도 뛰어나며 신성기사단에서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그, 술식의 재능도 범인의 것을 뛰어넘어 천재라 불릴만 합니다.
그리고 소설은 이 둘이 서로 호감을 갖고 있다가 연애하는 이야기입니다. 다만, 둘 다 자신의 마음을 감추는데 급급한데다, 아일리스가 제국의 꽃으로 불릴 정도로 사교성이 좋아서 키에란은 일찍부터 마음을 접어 두었고, 아일리스는 자기와 연애하는 것이 어떤 사단을 일으키는지 충분히 알고 있었으므로 키에란이 모르게 주변을 맴돌며 벌레만 제거합니다. 이 둘이 연애에 성공하는데는 한참 걸리며, 그리고 그 사이에 사건이 이것저것 터지고 그 사건을 해결하면서 마무리 됩니다. 문제는 그 사건이 제국의 근간을 뒤흔들 수 있을 정도로 중대한 사건이었다는 겁니다. 연애담으로 보면 사건은 뒤로 밀리지만, 사건을 앞에 놓고 보면 잠재되어 있던 여러 감정들이 폭발하여 제국의 멸망, 나아가 세계의 멸망까지 갈 수 있는 사건 중에 둘이 연애하는 이야기입니다.
초반에는 약간 위화감이 듭니다. 소설은 키에란을 주인공으로 하기 때문에 대부분의 이야기도 키에란의 시점에서 펼쳐집니다. 가끔 등장하는 외전은 아일리스가 주인공이지요. 그래서 초반에 드는 위화감은 그겁니다.
"왜 아일리스가 아니라 키에란이 총기사단장이지?"
성인이 된지도 오래되지 않았고, 애초에 기사단장이 되었을 당시 열일곱이었습니다. 게다가 검을 잘 쓰는 것도 아닙니다. 술식이 중요하다고는 하지만 술식을 쓰는 모습은 거의 등장하지 않습니다. 부단장인 아일리스는 위로 열 살 차이의 쌍둥이 남매가 있는 셋째입니다. 황제와 황후의 자식 맞고, 실력도 출중합니다. 외모는 두말할 나위 없지요. 그야말로 그려낸 듯한 인물인데 왜 그가 아니라 키에란이 총기사단장일까 싶습니다.
그 이유는 종종 키에란도 떠올립니다. 키에란은 기수(旗手)이며, '모든 이들이 잘 볼 수 있도록 깃발을 흔드는, 그 깃발 자체이기도 한 존재'입니다. 왜 그가 그런 존재가 되었는지는 아일리스의 시점에서 등장합니다.
3년 전, 제국에는 혼돈의 마물이 출몰합니다. 제국이 성립되었을 당시 초대 황제는 이 혼돈을 무찌르고 붉은 구세사로서 제위에 오릅니다. 그리고 그 3년 전에 이교도들이 다시 한 번 그 때의 마물을 만들고자 하여 실제 만들어 냅니다. 그 때의 복제품에 지나지 않았다고는 하나 마물은 그 주변을 다 먹어치우고 초토화시킵니다.
제국은 혼돈을 물리치기 위해 술사와 기사, 사제들로 구성된 대규모 인력을 파견합니다. 그리고 그 때의 수장은 아일리스였으며, 혼돈을 물리친 것은 키에란입니다.
자세한 이야기를 다 밝히면 재미없으니 그 구체적인 내용은 직접 읽어보시길 권합니다. 아일리스의 시점은 여러 번 등장하지만 그 중에서 가장 좋아하는 이야기가 키에란과 아일리스의 첫 만남입니다. 그 때 아일리스의 심정은 몇 번이고 읽어도 웃음이 납니다. 그의 당황과 혼란과 경악이 동시에 읽히는 그런 이야기였지요. 다만 같은 때를 키에란의 입장에서 다시 읽어내면 또 다릅니다.
이들 둘이 처음 만나고, 호감은 있지만 마음을 서로 접거나 혹은 본격적으로 구애하는 그 상황에서 또 다른 사건이 일어납니다. 사건은 두 사람을 둘러싼 환경에서 발생한 것이기도 하고 그 둘의 장래와 관련된 이야기이기도 합니다. 그리고 모든 일이 해결되기 전, 가장 큰 문제에 맞닥뜨렸을 때 키에란이 아일리스에게 건넨 그 대사는 진짜로 달달하네요. 지금까지 읽었던 그 어떤 로맨스 프로포즈보다 더 무섭고 더 격하며 가장 로맨틱합니다. 그리고 그걸 실현시킬 힘이 있다는 것이 또 무섭지요.
앞부분을 읽어나가면 키에란은 매우 약한 존재로 보입니다. 하지만 읽어나갈 수록 키에란에 대한 감정이 바뀝니다. 초반에는 어리숙한 인물, 그 다음에는 자기 자신을 매우 잘 파악하고 있는 인물, 그 다음에는, 인간 이상의 존재로. 아일리스를 만나지 않았다면, 아일리스가 그 때 잡지 않았다면 아마 키에란은 그대로 살아갔을 겁니다. 그리고 뒤에 일어났던 사건들도 아마 일어나지 않았을 겁니다. 대신 제국은 점점 더 망가졌을지도 모르지요. 제국에 또 다른 활력과 변화의 계기를 마련한 것이 이 둘의 만남이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솔직히 말해 둘 다 첫 만남에서 첫 눈에 반해놓고는 내내 자각 못하고 있다가 한참을 돌아서야 손을 잡은 거니까요. 고생은 많이 했지만 결말을 보면 흐뭇하게 커플을 바라보게 되니 좋습니다. 달달하기도 하고, 그 둘의 고생이 정말로 세계 멸망을 막아내는 것이었으니 몇 번이고 칭찬해도 됩니다. 정말로요.
이 소설에는 마법이 아니라 세계를 구성하는 규칙을 이해하는 술식이라는 개념이 등장합니다. 그리고 이를 태생적으로 체득하고 있는가, 아니면 공부하여 알고 있는가에 따라 술사와 학사로 나뉩니다. 제국 내에서는 술사를 학사보다 높게 보고 있으며, 이는 초대 황제, 붉은 구세사가 술사였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그 피를 이어 황제도 대대로 술사로서의 능력이 높은 이를 추천하고요. 능력제라고도 할 수 있지만 오히려 그게 발목을 잡는 일이 되기도 합니다.
이러한 세부 설정을 포함해 켜켜이 잘 쌓아 올린 좋은 판타지입니다.:)
잼베리. 『디센트 1-5』. 피아체, 2018, 각 3500원.
그러나 편집 상태에 대해서는 불만이 한 가득입니다. 장면전환이 되는 부분이 많은데 구분선이나 문단 구분이 약합니다. 보통 장면이 바뀌면 단락을 바꾸고 앞 문단과도 여러 줄 띄워 놓는데 그걸 하지 않은 모양입니다. 때문에 읽다가 뭔가 이상하다 싶으면 장면이 바뀐 거더군요. 그런 곳이 한 두 군데가 아닙니다. 편집 미스라고 밖에 할 수 없네요. 피아체가 원래 그런 출판사가 아닌데 왜 그랬지?
...인 고로, 그 시리즈를 몽창 모아봅니다. 모두 현대 배경의 BL이고요.
발단은 최신작인 『일상, 비일상』이었습니다. 아마 알라딘의 추천 목록에 있어서 들어갔다가, 내용 소개글을 읽어보니 앞 이야기가 있을 것 같아 작가의 다른 작품을 찾아 보았다가, 첫 출간작인 『가장 평범한 일상』부터 시작해 『컬러즈 Colourz』와 『달콤, 쌉싸름하게』, 『LOVESONG(러브송)』, 그리고 시리즈는 아니지만 같은 작가의 가이드버스 계통으로 추정하는 『너는 나에게 사랑을 말하지 않았다』까지를 몽창 구입해 몽창 읽었습니다.
문제라면 한 번에 다 읽어서 각각의 내용이 마구 헷갈립니다. 아냐, 그래도 소설의 특징대로 제목을 붙여 놓아 구분하는 것이 어렵지는 않습니다.
첫 번째 이야기인 『가장 평범한 일상』은, 평범한 일상을 갖고 싶었던 문세정과, 그런 문세정의 일상을 찍기 위해 왔던 카메라 감독 김지훈의 이야기입니다.
문세정은 예전에 작은 독립영화에 출연해 반짝 떴다가 순식간에 사라집니다. 그간 어디서 무얼하는지 전혀 알려지지 않았지만 소설 첫머리에서 그는 휴먼 다큐멘터리의 제안을 받고는 어거지로 수락합니다. 본인은 전혀 할 생각이 없고 사생활에 대해서도 방어적인 반응을 보이지만, 프로덕션의 작가에게 말려들어가 찍는 것을 허락했던 겁니다. 하지만 가족들은 전혀 촬영하지 말 것, 그리고 데뷔 당시 상대역이었고 데뷔 계기이기도 하며 지금은 아주 유명한 배우인 한성주의 인터뷰에 대해서도 떨떠름한 반응을 보입니다.
딱 3일간의 촬영만 허락받았기에 지훈은 집 여기저기에 카메라를 설치하고는 다른 보조 카메라맨과 함께 문세정의 밀착 촬영을 시작합니다. 그러나 상황은 그렇게 쉽지 풀리지 않습니다. 그 짧은 촬영기간 동안 이 두 사람이 어떻게 엮이게 되었는지에 대한 이야기가 잔잔하게 흐릅니다.
그 다음으로 읽은 것인 『일상, 비일상』입니다. 이 이야기의 주인공이 바로 앞서 등장한 한성주입니다.
배우 한성주는 5년간 사귄 여자친구에게 어느날 차입니다. 그것도 일방적인 결별 선언을 들어 폭발하기 일보 직전인데, 집에 들어와보니 낯선 이가 있습니다. 넓은 집이고 사용하지 않는 공간이 많은데다가, 애초에 그 집도 대학선배이자 소속사 사장인 동현의 명의입니다. 그러니 동현이 들인 낯선 인물에 대해 뭐라 해도 소용이 없었고요. 워낙 성격이 나쁜지라 매번 날을 세우고 대하지만 동거인인 김정우는 무심하게 받아들입니다. 그리고 점차 성주도 정우의 존재를 묵인하고 그냥 저냥 무난하게 동거합니다. 둘의 관계가 바뀐 것은 성주의 동생인 성훈의 결혼식 직후입니다. 신랑의 가족으로 결혼식장에서 여러 손님을 맞이하던 성주는 옛 애인 커플을 만나게 되고 그 장면을 정우가 보고 있다는 걸 눈치챕니다. 그 날 무너진 경계 때문인지 성주는 아예 정우를 자신의 선 안으로 들이고 일상을 이어갑니다.
물론 이야기가 그렇게 잘 풀릴리 없다는 건 아실겁니다. 비일상이 한 차례 왔다갔다가 다시 일상으로 돌아옵니다. 한성주의 일상과 비일상의 이야기는 엉뚱하지만 또 엉뚱하지 않은, 그의 일상을 이해할 수 있는 다른 인물이 외전에서 대신 설명을 해줍니다.
『일상, 비일상』을 읽다보니 등장하는 인물 중 몇이 뜬금없지만 비중있게 나옵니다. 이상하다 생각하고 안 읽은 다른 소설들을 순서대로 읽습니다. 그래서 먼저 본 것이 『컬러즈』입니다.
『컬러즈』는 놓고 보면 전혀 다른 인물의 이야기 같지만 『일상, 비일상』에 등장한 누군가가 주인공입니다.
나는 고3의 어느 봄날, 벚나무 아래를 걷는 전교 부회장에게 홀립니다. 괴기 이야기가 아니라 말 그대로 시선을 빼앗겼다는 겁니다. 하지만 같은 뿔테 안경에 같은 학교, 같은 나이임에도 왜 자신은 뚱뚱한 외톨이어야 하는가 불만을 갖고는 결심합니다. "이제 이런 나와 안녕해야 한다고 말이다."
이렇게만 보면 굉장히 진취적인 성격이 아닌가 생각할 수 있지만, 원래의 소심함이 어디로 가는 것은 아닙니다. 그도 그런게, 대학을 졸업하고 회사를 다니고, 회사 사장의 취향대로 차려입은 선정원은 고시원에서 여전히 혼자 생활하고 있으니까요. 그러다 사진동호회의 출사 공지를 보고 처음으로 나갔다가 조성호라는 인물을 만납니다. 그리고 그 자리에서 예의 그 전교 부회장, 노수민도 만납니다. 노수민을 피하기 위해 조성호와 같이 어울리는데, 이 사람 성격이 그리 좋지 않습니다. 연락은 계속와서 같이 술 마시고 사진찍으러 다니고, 그렇다보니 출사에는 덜 나가게 되고 하는데... 그런데.....
책 소개글에는 조성호가 비중있게 소개되어 조금 조마조마했지만 조성호는 일종의 장치라고 봅니다. 선정원이 바뀌는 계기를 제공하고 노수민과 선정원이 이어지는 판을 깔아준 것이 조성호라고요. 그렇게 생각하지 않으면 조성호라는 '이물질'을 참아내기가 쉽지 않습니다.
여튼 전체 이야기 중에서 가장 달달한 커플은 이 둘이라고 단언합니다. 다른 소설 속에서도 인상적으로 남은 것이 이들이고요.
『LOVESONG(러브송)』은 그 다음 이야기입니다. 그 뒤에 이어지는 것이 『달콤, 쌉싸름하게』고요.
김진솔과 민성훈은 소꿉친구입니다. 진솔은 대학을 나와 취직했다가 부장의 괴롭힘을 두고 호기롭게 사표를 던지고 나왔지만 재취직에 실패하여 집에 있는 백수고, 성훈은 대학을 다니다 중간에 때려치우고 음악을 합니다. 같은 지역에, 같은 교회를 다니다보니 어머니들이나 양가의 가족도 모두 알고 있는 사이고요. 하지만 이들 둘은 군대 다녀온 뒤 있었던 교회의 수련회 이후 서먹한 사이가 됩니다.
이런 둘의 미묘한 관계가 충돌하는 것은 마찬가지로 같은 교회 출신이고 소꿉친구인 윤구의 결혼식에서 입니다. 그 이후 절치부심한 진솔은 재취업에 성공하여 회사를 다니는데, 그 회사가 있는 홍대는 또 성훈의 밴드 연습실이 있는 곳입니다. 언젠가 만나지 않을까 생각했지만 어느 날, 직장 동료와 회식 비슷한 저녁식사를 하고 헤어진 뒤 정말로 마주치게 됩니다. 그리고 둘의 관계는 또 틀어집니다.
말하자면 소꿉친구를 좋아하고, 그게 또 마음에 걸려 멀리하면서 벌어지는 여러 사건들의 연속입니다. 이들 둘의 문제는 김진솔이 언젠가 화내는 자리에서 줄줄 풀어 놓습니다. 먼저 좋아해서 약자의 입장이라 생각하는 누구씨와 눈치가 없는 누구씨의 조합. 역시 인간관계에서 큰 몫을 차지하는 것은 의사소통이라는 깨달음을 줍니다.
『달콤 쌉싸름하게』는 그 다음의 이야기입니다.
『러브송』이나 『컬러즈』에서 언급된 회사가 배경이고요.
정지현 대리의 옆팀 팀장님은 성격이 괴팍하지만 업무 능력이 뛰어납니다. 어느 날 문득, 팀장님을 계속 눈으로 쫓고 있다는 것을 깨닫고는 고민을 시작합니다. 그렇지 않아도 직장에서 친하게 지내는 형들이 둘 다 커플이고, 성별은 장애물이 아니라는 걸 확실하게 보았으니 팀장님께 가지는 이 감정이 연애감정인지 아닌지 헷갈립니다. 그래서 지현은 어쩌다 보니 회사 사람은 아니고 업무 관계자인 누구에게 이 연애 상담을 시작하게 되었으니, 앞편에서도 계속 등장하는 밴드 크래프트의 멤버 세준입니다.
앞서 다른 이야기에도 등장했던 사건들이 이어져 맞물리면서 시리즈의 이야기를 이끕니다. 이 커플도 꽤 귀엽습니다.
이렇게 시리즈를 다 본 셈인데. 『가장 평범한 일상』은 『일상, 비일상』과 이어지지만, 『일상, 비일상』은 『컬러즈』, 『러브송』, 『달콤, 쌉싸름하게』의 맨 뒤에 붙는 이야기입니다. 시간 순서상 그렇게 되네요. 『일상, 비일상』의 특정 장면에서 느꼈던 일종의 위화감도 사이의 세 소설을 다 읽고 나면 무리 없이 이해가 됩니다. 거꾸로 말하면 각각의 소설을 각자 소화하는데는 살짝 위화감이 있을 수 있다는 겁니다. 다만 『컬러즈』는 앞서 이야기와는 별개로 독립적으로 전개되다보니 앞 이야기를 몰라도 되고, 『달콤, 쌉싸름하게』는 다른 이야기를 읽고 보는 쪽이 더 재미있습니다. 『러브송』도 앞 이야기를 읽는 것이 이해하기 쉽지만, 아니어도, 이 소설의 중심축은 소꿉친구들 사이의 애정사뿐만 아니라 자격지심을 극복하는 과정이니 단독으로 봐도 좋습니다.
그나저나 두 권에 걸쳐 행패를 부린 누구씨는... (먼산) 뭐, BL에서 여성은 이런 포지션으로 나올 수밖에 없는 걸까요. 음...(먼산)
신소현. 『가장 평범한 일상』. 더클북컴퍼니, 2016, 4천원.
신소현. 『일상, 비일상 1-2, 외전』. 나이츠문, 2018, 각각 2800원, 2400원, 2800원.
신소현. 『컬러즈Colourzs』. 더클북컴퍼니, 2016, 4천원.
신소현. 『LOVESONG(러브송) 1-2』. 더클북컴퍼니, 2017, 각 3300원.
신소현. 『달콤, 쌉싸름하게』. 더클북컴퍼니, 2017, 3800원.
제목을 백작가 사생아의 일탈기라고 적었지만 함정이 있습니다. 그래서 물음표를 붙인 것이고요. 전자책 세 권의 이 책은 길고 긴, 그리고 여러 사람들이 얽힌 이야기를 다룹니다.
리디언스 백작가에는 세 아이가 있습니다. 브랜든과 발레리는 쌍둥이이며 그 아래 막내인 마샬이 이 소설의 주인공인 막내딸입니다. 그리고 마샬은 제목에서 언급한 것처럼 백작가의 사생아입니다. 백작부인의 자식이 아니라 예전에 잠시 백작가에 머물렀던 이방인이 낳은 딸이지요.
여섯 살 때 쌍둥이들이 밀쳐 넘어져 크게 다친 뒤로 막내는 집안 식구들에게 거리를 둡니다. 그리고 그 사건에 생긴 다른 이의 몸에 빙의할 수 있는 능력을 십분 활용해 도박에 빠진 브랜든을 골려준다거나, 참새의 몸을 빌려 저 멀리 놀러간다거나 합니다.
그리고 어느 날, 황실 무도회에 갔다가 우연히 곰인형에게 빙의가 되어 버립니다. '되어 버린다'는 것은 곰인형에게 닿으면 자신의 의지와는 관계없이 무조건 그 속에 갇혀서 3시간 동안 꼼짝 못하기 때문입니다. 분명 다른 이들의 몸이나 동물의 몸을 빌릴 때는 그렇지 않은데 참 희한하지요. 그렇게 그 곰인형의 주인인 루드빌리안 공작과 엮입니다.
로맨스소설이 그러하듯 남자주인공은 루드빌리안 공작입니다. 그리고 로맨스소설이 그러하듯(2) 마샬은 여러 인물들과 관계를 맺으며, 나중에는 가족들과도 화해하는데 성공합니다. 공작님의 곰인형에게 반드시 빙의가 되는 것은 나름의 이유가 있으며, 그 이유 역시 과거의 이야기, 그리고 그보다 더 오래전의 이야기와 관련이 됩니다. 마샬이 가진 능력 자체가 과거에 일어난 여러 이야기들과 엮이는 것이로군요. 하여간 읽다보면 이 모든 것은 의사소통 부재가 원인이며, 서로 붙들고 차근차근 이야기를 했다면 일어나지 않았을 일들도 여럿 보입니다. 마샬 역시 의사소통 부재로 가족과 데면데면한 관계가 되었지만 공작과 얽힌 이야기, 이웃 국가와 얽힌 이야기 등이 풀리면서 차츰 상황도 해결됩니다.
볼까말까 고민하다가 제로노블에서 나온 책이니 일단 구입했는데 나쁘지 않았습니다. 발랄하고 경쾌한 이야기이니 결말 걱정은 안하셔도 됩니다.:)
최성하. 『공작님의 곰인형 1-3』. 제로노블, 2018, 각 3300원.
참새가 등장하는 것도 그렇고 주인공 성격도 그래서인가. 옛날 옛날의 모 후작님과 참새 신수가 떠오르는군요.'ㅂ' 물론 내용은 매우 많이 다릅니다.
제목이 거창하지만 뭘 한거냐 적다보니 저렇군요. 분석이라고 할만큼 거창한가 싶지만 일단은 통계자료를 만들고 데이터를 보았습니다. 분석 대상은 제가 교보문고를 끊고 알라딘을 이용한 이래로 구입한 전자책 중 5월 말까지 구입한 도서입니다. 6월부터 8월까지의 구입 도서는 들어가지 않습니다.
아무래도 개인이 구입한 전자책을 대상으로 분석하다보니 분석의 편중은 나타날 수 있습니다. 가능한 데이터를 기반으로 치우치지 않는 내용을 담으려 노력을......;
앞서 트위터에 간략히 요약한 적 있습니다. 엑셀 파일 완성하고 분석 기초작업 한 뒤였지요.(트윗 링크)
이번 분석은 아주 사소한 궁금증에서 시작됩니다 .특정 출판사의 책은 다른 출판사보다 가격이 비싼 것 같은 느낌이 드는데, 그게 사실인가? 아니면 단순히 내가 그 출판사를 좋아하지 않기 때문인가? 그래서 편향적 정보로 판단하는 것인가 싶었던 겁니다. 제가 매우 게으르기 때문에 5월 27일에 시작한 작업이 8월 중순에야 데이터 입력 완료되었고, 그 뒤에도 몇 차례 정제를 거쳐서 지난 주에 1차 작업 완료했는데, 이제야 분석글 올리는 겁니다. 하하하하하하.
2.데이터 수집 및 정제 과정
이게 2인 것은 앞의 이야기가 1.서문에 헤당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1.은 안적고 2로 바로 넘어갑니다. 1.서문이라고 적으려고 보니 괜히 더 거창해보이더군요. 그렇게 거창한 것 아닙니다. 끄적이는 거잖아요.
8월에 파일을 확인했을 때, 1차 완료되었던 기존 작업 내용은
-작가, 제목, 출판사, 출판연도, 권차, 페이지, 권당 가격, 세트 가격, 용량의 정보 기입
정도였습니다. 초반에 작업할 때는 작가, 제목 출판사, 출판연도, 권차, 페이지와 가격만 넣었으나, 책에 따라 세트 합본인 경우와 낱권인 경우가 나뉘어 있어 raw파일-그러니까 1차 작업에서는 각권 가격이 달라지는 것 들은 분리해서 작업하고 합권은 한 줄에 다 넣었습니다. 그렇다보니 권당 가격과 세트 가격을 각각 입력하게 됩니다. 첫 작업 당시에는 알라딘 이북 앱에서 구입내역을 확인했고요. 총 210건 작업했습니다.
19일부터의 작업은 오래 쉬다 해서 방향이 바뀌었습니다. 210건을 다 완료했다 생각했는데 작업 내용을 보니 빠진 부분이 있더랍니다. 그래서 알라딘의 도서 정보를 확인하며 재 입력했습니다. 앱에서는 메가바이트 단위로 용량이 나오는데, 도서정보에는 킬로바이트 단위로 나오는군요. 일단은 메가바이트로 입력했으나, 분석 과정에서 숫자가 너무 작게 나오는 바람에 나중에 kb단위의 열을 하나 더 만들었습니다. 하지만 별 의미는 없었습니다. 최종 분석은 mb 단위로 냈으니까요.
여기까지가 raw 파일 작성기. 그다음에는 편집 시트를 하나 만듭니다.
편집시트는 기존 정보를 가공하기 쉽도록 표준화한 시트입니다. 앞서 작업할 때는 권차에는 1, 1~3 등으로 입력했지만 이걸 권 수로 입력합니다. 그러니 1, 1~3, 1~2는 각각 1, 3, 2로 바뀝니다. 그리고 낱권으로 입력했던 것도 모두 통합합니다. 권 수 합, 쪽수 합, 합산가격, 용량 합.
이에 따라 정보는 작가, 제목, 출판사, 연도, 권합, 권차, 총쪽수, 페이지, 가격, 권 당 가격, 세트 가격, 용량, 용량합(kb), 용량kb로 늘어납니다. 내용이 뒤죽박죽인건 아직 거르기 전의 시트라 그렇습니다.
그다음은 필터 시트를 만듭니다. 기초 파일을 가공하기 쉽게 편집했으니 이제는 거릅니다.
중복 데이터에 해당하는 권차, 페이지, 가격 정보, 용량 정보를 추립니다. 단, 편집 시트에서 데이터를 복사할 때 '값'만 복사하여 각 열 삭제 시 데이터 오류가 생기지 않도록 설정합니다. 그냥 두고 필요 없는 열을 삭제하면 수식이 깨지니까요. 이 작업을 마치니 정보는 작가, 제목, 출판사, 연도, 권합, 총쪽수, 가격, 용량합(kb)으로 줄어듭니다. 그리고 권마다 입력한 정보를 추리기 위하여 용량합을 기준으로 정렬합니다. 아래 정보의 내용 확인을 위해 권차 정보는 일단 남기고 그 다음 단계에서 삭제합니다.
그 다음은 분석 시트를 생성합니다.
권차 정보 삭제하니 총 210건에서 145건으로 행이 줄어듭니다. 그리고 권합과 총쪽수, 가격, 용량합의 정보를 조합해 권당용량, 권당쪽, 권당값을 만듭니다.
그리고는 분석(2) 시트를 생성합니다. 앞서 제작한 분석 시트의 값만 복사하고, 나누는 과정에서 발생한 소숫점을 소수점 아래 둘째 자리까지만 남깁니다.
이렇게 복잡한 단계를 거치는 것은 각 단계에서 데이터가 유실되는 것을 막기 위함입니다. 그리고 각 단계의 구체적인 작업 내용도 메모장에 기록합니다. 저는 저를 못믿습니다. 그러니 기록해야 까먹지 않습니다.(먼산)
자아. 기초 데이터가 마련되었습니다. 이제 본격적으로 분석에 들어갑니다.
3.분석
조아라와 트위터에서 오래 있으면서 확인한 건 출판사와 작가 간에 상관관계가 특별히 있지는 않다는 겁니다. 일정 경향이 없는 것은 아니나, 한 작가가 여러 출판사에서 내는 일이 잦습니다. 특정 출판사와 연을 맺는 경우도 있긴 하지만 전체 비율을 봤을 때 높지는 않습니다. 그렇다보니 작가와 '전자책의 출판사항'보다는 출판사와 '전자책의 출판사항'이 더 유기적 관계를 맺을 거라고 보았습니다. 그래서 출판사를 기준으로 분석합니다.
쉽게 말해, 특정 작가의 책이 더 비싸다, 특정 작가의 책 용량이 더 많다/적다보다는 특정 출판사의 책이 더 비싸다, 특정 출판사의 책 용량이 더 많다/적다고 본 겁니다. 작가 분석은 하지 않았으니 넘어가고, 출판사 분석을 보면 그런 경향성이 있습니다.
책은 145종이었고 출판사는 총 47곳입니다. 총쪽수와 가격 정보를 조합하여 100원당 쪽수, 1쪽당 가격 구합니다 어차피 같은 이야기지만 양쪽 모두 확인하는 것도 재미있으니까요. 그리고 보니 가격 정보가 이상한 책이 몇 보여서 가격 정보가 다른 정보와 지나치게 차이나는 종들에 대해 수정 작업을 합니다. 그리고 출판사별로 평균값을 구합니다. 자. 최종적으로 아래의 질문을 던져봅니다.
-출판사별로 100원당 몇 쪽인가? 1쪽당 몇 원인가? 권당 용량은 평균 얼마인가?
아. 그 전에 출판사별 종 수는 확인해야지요. 최종 정리한 책들은 총 145종이었고 B&M(뿔미디어), 시크노블, 피아체(영상출판미디어)의 책이 각각 14종으로 가장 많았습니다. 그 다음이 8종 보유(2곳)이며 6종(3곳), 5종(2곳), 4종(1곳), 3종(5곳), 2종(10곳), 1종(20곳)의 순입니다. 다만 조아라는 조아라(6종 보유)와, 이색(조아라)(3종 보유)로 나뉘어 계산되었고 이 둘을 합하면 9종입니다. 디앤씨도 각 레이블별로 따로 잡혔네요. 이걸 보정할지 말지는 조금 고민됩니다. 어차피 같은 출판사로 보아도 될 건데.
아래는 각 출판사별 종수입니다. 이걸 공개하는 건, 1종의 출판사는 데이터 편향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뭐, 종이지 권은 아니긴 합니다만.
궁금했던 세 가지 질문에 맞춰 정리해봅니다.
3.1 권 당 평균 용량은 얼마인가?
종이 아니라 권입니다. 종이 3권인 경우 어차피 데이터는 1종 3권에 대한 합이 나오고, 평균 1권당 용량이 얼마인지 계산했으니까요. 하여간 한 '권'당 용량을 가리킵니다.
권 당 평균 용량 문제는 꽤 민감한 문제입니다. 디바이스 용량에 큰 영향을 미치니까요. 하지만 이 용량이란게 매우 차이가 큽니다. 가장 많은 것은 한 권에 20mb(이마 메가)가 넘으며, 적은 것은 1메가도 안됩니다. 용량은 가끔 보는 정도지만 3~5메가가 가장 많고 7메가도 가끔 있습니다.
출판사별 평균용량은 아래와 같습니다.
1메가 이하: 13곳
1메가 초과~3메가 이하: 22곳
4메가 이상: 4곳. 디앤씨북스, Line(예원북스), 나이츠문(문피아), 마녀.
7메가 이상: 2곳. 이색(조아라), 조아라. 이색(조아라)는 권당 6.94이지만 조아라가 7.21임.
그리고 권 당 평균 용량 상위 다섯 곳은 아래와 같습니다.
5위: 라렌느(대원씨아이), 8.10
4위: SWEETSIDE(투맨소프트), 8.30
3위: 블루코드. 9.22
2위: 이미지프레임. 15.23
1위: 블루핑. 20.43
가장 적은 용량이 녹턴으로, 권당 0.51mb입니다. 시크노블이 0.64로 그 다음이고요. 가장 높은 두 출판사를 제외한 나머지 출판사의 권당 평균용량을 다시 평균내면 2.6메가입니다. 저 두 출판사를 넣으면 2.98로 평균이 올라갑니다.
3.2 100원당 몇 쪽인가?
가격을 논할 때 100원 당 몇 쪽이냐와 1쪽당 몇 원이냐는 비슷하지만 따로 계산했습니다.
100원당 쪽 수가 많은 건 같은 가격에 더 많은 분량을 준다는 의미입니다. 대부분은 100원당 5쪽 이상이며, 10쪽이 넘는 곳도 세 곳 있습니다. 조은세상(13.09), 덕녘(11.57), 청순한언니들(11.18)인데, 이 중 청순한언니들은 폐업한 걸로 알고 있습니다. 올 봄이었죠. 마녀가 9.91쪽으로 그 다음입니다. 8쪽 이상이 네 곳, 7쪽 이상이 8곳, 6쪽 이상이 17곳입니다. 5쪽 이상은 13곳. 전체 평균은 6.89입니다.
쪽수가 평균(6.89) 이상인 출판사를 적어보면, 마녀 다음이 블루노블(8.57), 수튜디오(8.21), 시크노블(8.07), 고렘팩토리(8.02), B&M(뿔미디어)(7.98), 루시노블(신영미디어(7.81) 순입니다.
그리고 하위 출판사들은, 나이츠문(문피아)(5.05), 파피루스(디앤씨미디어)(5.06), 이미지프레임(5.10), 제로노블(동아)(5.13), 잇북(디앤씨미디어)(5.22), W-Beast(5.23), 디앤씨북스(5.32), 가하노블(5.39) 순입니다. 그 다음이 5.54의 마담드디키(교보문고)고요.
3.3 1쪽 당 몇 원인가?
평균 15.65원입니다.
19원 이상이 6개 출판사로, 나이츠문(문피아)(19.78), 파피루스(디앤씨미디어)(19.76), 제로노블(동아)(19.63), 이미지프레임(19.60), W-Beast(19.15), 잇북(디앤씨미디어)(19.15)의 순입니다. 그 바로 아래에 18.81인 디앤씨북스가 있습니다. 18원 이상은 셋. 마담드디키(교보문고)는 18.12원입니다.
10원이 안되는 출판사도 둘 있습니다. 조은세상이 7.64원, 청순한언니들이 9.64고요. 10원대는 없고, 11원 대에 블루노블(11.67)이 있습니다. 12원대 출판사가 넷, 13원대가 셋, 그외에는 14원부터 18원까지 고루 분포합니다.
4.결론?
처음 발단이 되었던 출판사가 마담드디키(교보문고)였습니다. 묘하게 여기 책을 살 때마다 가격이 높은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수치가 아주 높은 것은 아닙니다. 다만 마담드디키는 8종을 구입했고 권으로 따지면 더 많을 것이며, 따라서 1종씩 구입하여 편중 가능성이 있을 다른 출판사와는 달리 이게 실제 평균가에 가까울 겁니다. 아무래도 마담드디키의 책을 구입할 일이 더 많아서 더 눈에 밟혔던 것인가봅니다.
데이터의 수가 적고, 상당수가 1종을 구입한 뒤고, 출판사가 용량(분량)별 가격을 변동적용하는지의 여부등이 빠져 있습니다. 데이터가 더 많으면 그런 부분은 알아서 보정될 것이라 보지만요. 그래도 궁금했던 부분은 다 해결했으니 그럭저럭 만족합니다.
다음에 할 때는 데이터 재점검하면서 잡아봐야겠네요.
(끝)
외국인은 아니고, 외계인은 더더욱 아니고. 그래서 이계인입니다. 이 이야기는 『어떤 마법 세계의 평범한 이력서』의 외전으로, 후일담에 가깝습니다. 근데 그 후일담이 전자책 한 권 분량이라는 거죠.
전작을 보지 않으면 스포일러를 당할 가능성도 있지만 이거, 사실 큰 내용폭로는 아니라고 우겨봅니다.
용사는 최종보스인 마왕님의 급소인 뿔을 잘라 던전공략에 성공했고, 자신이 자른 뿔은 고이 기관에 넘깁니다. 마왕이 무사히 원래의 세계로 돌아갈 수 있도록 하기 위함이었다고 하지만 마왕은 속이 터집니다. 왜냐하면 뿔을 자신이 받았다면 그대로 돌아갔을 테니까요. 하지만 진 것은 자신이고, 좋은 의도로 한 일을 어쩌나요. 투덜거리면서 연구원에 들어갑니다.
애초에 뿔 잘려서 뻗은 뒤에 자신을 발견한 것도 공략된 던전을 정리하던 정부나 기관쪽 사람들이었고, 뿔을 받으려면 5년은 기다려야 하니 이 세계에 체류할 필요는 있었습니다. 그래서 마법기술 연구에 협조하기로 정부와 합의하고, 한국마법기술연구원의 연구원 자격을 받습니다.
연구원에서 하는 일은 주로 심리상담과 마법기술 연구의 보조 혹은 주 연구입니다. 심리상담은 용사에게 당한 뒤 뿔까지 잘려 그에 대한 트라우마를 치료하고 낯선 세계에 적응하기 위한 것이라 보면 됩니다. 그리고 마법기술 연구는 앞의 마법을 빼는 쪽이 훨씬 이해하기 편합니다. 마법을 뺀다면 그냥 평범한 이과계 연구소입니다. 그러니까 마왕님은 아직 이쪽 세계에 개발되지 않은 첨단 기술지식을 갖고 있고, 그래서 자신이 가진 지식인 마법진 등을 그려 보여주며, 다른 연구원들은 그걸 분석하고 해석해 현재의 마법기술에 적용할 방법을 연구합니다. 그러니 마왕님은 연구팀 중에서 제일 덜 바빠요.
마왕님의 적응을 위해 붙은 것이 심리상담 전문인 교수님과, 던전 파티의 보조자였던 동우입니다. 동우는 공무원으로서 마왕의 한국 적응을 돕고 이런저런 실무적 업무 담당을 위해 파견된 것이고, 교수님은 마왕의 이계 적응기를 연구하고 논문으로 씁니다. 그리고 마법 연구는 앞서 설명한 것처럼 돌아갑니다. 마왕님은 옵저버로 마법기술 연구를 돕는다지만 워낙 특출나신 분이라, 가끔 들어가서 어떻게 일 잘 돌아가나 보는 것 중심으로 하십니다. 굳이 따지자면 마법학 교수 수준을 넘어서신 거잖아요. 애초에 마왕인 것을.
용사에게 퇴치당한 것이 어떻게 된 일인가는 전작을 보시면 됩니다.
자. 그러한 마왕님의 일상은 외부적 사건 몇 때문에 꼬입니다. 가장 큰 것은 보수단체의 시위이며, 인터넷 커뮤니티에서의 난동들입니다. 관심을 받고 싶어 이상한 발언을 일삼는 이들이나, 이상한데 꽂혀서 엉뚱한 쪽으로 파고드는 이들은 사고를 칩니다. 그리고 그 사고는 마왕의 일상을 침해합니다. 거기에 연애사까지 끼어드니 더더욱 마왕님의 일상은 심난해집니다.
하지만 걱정하지 마세요. 이 소설은 해피엔딩입니다. 용사답게 발랄발랄한 용사님은 마왕님에게도 좋은 상담상대가 되며, 연애사를 알고 있는 것은 다른 사람들도 있으니까요. 마지막에 직구를 날리는 걸 보면 마왕님 참 귀엽다는 생각도 듭니다. 후후후후훗. 그 뒤의 일이 어찌 될지는 모르지만 보고 있노라면 마왕의 한국 첼를 위해서 사회적 동반자법이나 결혼제도의 성별 치우기 대작업이 벌어질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듭니다. 분명 그럴거예요....?
해위. 『어떤 마법 세계의 평범한 마왕님』. 피아체, 2018, 3600원.
표지 멋집니다, 표지. 마왕님 정말로 아이돌 같아요...!
책 세 권짜리임에도 짤막감상을 적는 것은 다 읽고 나서 홀랑 내용을 잊었기 때문입니다. 최근에 읽은 다른 로판도 그랬지만 최근에 본 로맨스 판타지는 이거다 싶은 것이 없습니다. 다른 사람에게 읽을만하다고 추천하거나, 이것 참 좋은 책이라고 추천할만한 것이 말입니다.
클리셰는 클리셰고 그걸 어떻게 풀어내는가는 그 다음 문제입니다. 같은 클리셰를 다양하게도 풀어낼 수 있지만 대체적으로 사이다적 서사를 위해 사카린이나 액상과당을 붓는 것 같은 느낌이 들어 그렇지요. 그렇다고 그게 부족하면 뭔가 밍밍한 맛이 됩니다. 참 어렵네요.
『레이디는 검을 겨눈다』는 Rana 作입니다. 종종 제 알라딘 계정의 맞춤형 도서로 올라오는 덕에 같은 작가의 책을 여러 보았는데, 이전에 보았던 것은 대체적으로 제 취향에 안 맞았습니다. 보고 나면 허한 기분이 들더군요. 굳이 표현하다면 허탈하다는 느낌. 본편이 끝나면 그걸로 종결되고 외전이 없다는 것도 그 이유중 하나일 겁니다.
이 책도 13장으로 완결입니다. 에필로그나 그 뒷 이야기는 없으며, 13장 자체가 에필로그이며 끝 이야기입니다.
일레나는 전생의 기억이 있습니다. 공작가의 유일한 딸로, 또 전쟁도구로 이용이 되어 싸우다가 황제의 명에 의해 집안이 멸문당하면서 함께 처형당합니다. 그 때 유일하게 울어준 이가 꼬마 요한입니다. 자신에게 검을 배웠던 인물이지요.
일레나는 평범한 백작가문의 외동딸로 태어나 자라지만 아버지인 백작이 호인으로, 아무데나 도장을 찍어주다가 작위를 제외한 모든 것이 넘어갑니다. 충격으로 쓰러진 아버지를 챙기기 위해 황실 시녀로 들어가나, 거기서도 괴롭힘을 당합니다. 그 전에도 그렇고 그 때도 도와준 이가 알펜하르트 대공 요하네스입니다. 그리고 일레나는 전생의 제자였던 그 꼬마 요한이 훤칠한 대공이 되었다는 걸 알아봅니다. 문제는 여성에게는 검을 안 쥐어주는 이 세계에서, 검을 쓸 줄 알고 거기에 멸문당한 공작가의 검술을 사용하는 자신이 들킬지도 모른다는 겁니다. 가능하면 전생의 모습은 감춰야 했는데 어쩌다보니 알펜하르트 대공과 손을 잡게 됩니다. 그리고 결혼.
결혼한 뒤의 일은 대공가의 가신들에게 인정 받고, 검 쓰는 모습을 보이며, 전생의 모습을 들키고, 황가와 대공가, 멸문당한 옛 집안의 비밀을 알게되는 내용입니다.
대체적으로 무난한 판타지지만 역시 차별적인 세계에서 특정인 한 명이 도드라져 나서는 서사다 보니 제 취향에서의 한계가 생기더군요. 하하하.
최근에 같은 작가 책이 하나 더 나온 모양인데, 이번은 회귀+사이다로군요. 보고 나면 텁텁하지만 그럼에도 활자중독자는 읽게 된단 말입니다.
Rana. 『레이디는 검을 겨눈다 1-3』. 연필, 2018, 각 3천원.
발견한 오타는 세 군데입니다.
1권 132/234
'시 그녀가 카리나와 닮아서~'
2권 119/264
'시종 장과 하녀 장의~'
3권 26/210
'그렇다 해도, 제국 민을 보호해야~'
센다이 여행기를 열심히 작성하다가 보니 최신글이 모두 다 여행기입니다. 그간 다른 글들을 챙겼어야 했는데 내내 미루다가 문득 떠올렸습니다. 어, 근데 나 7월 전자책 독서기 올렸나?
...
안 올렸습니다. 하하하하. 오늘 아침에 떠올리고는 후다닥 확인하니 안 올렸습니다. 8월도 거의 다 가고, 8월에 구입한 전자책이 적지 않은지라 공포에 떨고 있던 터라 알라딘 전자책 구입 목록을 열어봅니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7월 구입 전자책 목록은 상대적으로 적습니다.
지금 서평란을 보니 7월 독서기보다는 8월 독서기가 걱정입니다. 구입 분량은 8월이 훨씬 많고, 감상 적어 놓은 것도 없습니다. 그간 좀 적었어야 했는데, 여행기에 밀려서 소홀했던 것도 있고요. 그보다 더 큰 이유는 종이책의 비중이 높았다는 겁니다. 허허허.
별스러운. 『문 세일링』
BL, 현대, 서핑.
BL에서 매우 드문 소재인 서핑이 주 소재입니다. 전작들과 마찬가지로 조금씩 이야기가 이어집니다. 『풋사과를 문 노루』의 주인공이 일하는 공방의 오너가 『녹빛나무 희린도』의 누구와 연인이고, 『풋사과를 문 노루』의 또 다른 주인공 형제가 『문 세일링』에도 등장합니다. 본편은 관계없이 읽을 수 있지만 외전은 각 이야기를 알고 있는 쪽이 훨씬 재미있게 읽힙니다. 『녹빛나무 희린도』를 읽고 나면 그 플레이리스트에 감탄하며 다 끌어다 듣고 싶어지며, 『문 세일링』을 읽고 나면 하와이에 집을 사고 싶어집니다. ... 정말로요.
달밤달곰. 『오더메이드』
BL, 오메가버스.
솔직하게 고백하자면 시작부분 읽다가, 등골이 쎄하여 결말확인하고는 고이 접었습니다. 등장인물들은 본명이 등장하지 않고 이니셜로만 언급되는 모양이군요. A부터 D까지는 확실히 보았습니다. 접은 이유는 짐작하시겠지만 해피엔딩 아닙니다. 아니, 생각하기에 따라서는 행복한 결말이라고 할 수 있지만 그건 주인공들의 입장에서입니다.(눈물)
대체적으로 CSI나 크리미널마인드 풍의 어둡고 나른한 분위기에서 이야기가 진행되며, 어른들의 놀이라는 느낌이 팍팍 듭니다.
뷰이뷰이. 『운명론적 세계』
BL, 현대.
이전에 감상 올렸으므로 슬쩍 접습니다. 귀인을 만나지 않으면 굉장한 고행을 겪을 것이라 하더니, 정말로 악운이 한 번에 몰아 닥친 듯 힘든 일만 일어납니다. 그리하여 후배에게 물건을 빌려 어떻게든 버텨보려 하지만, 정말로 그 악운을 떨치려면 이어져야 한다니까요.
해위. 『그림자 왕관』
BL, 판타지, 차원이동.
배틀호모입니다.(단호) 나온지는 좀 되었지만 『그림자 왕관』의 다음 작품인 『타의선택』부터 보기시작한 터라, 정작 이 책은 이제야 봤습니다. 그리고 외전보고는 한참 웃었습니다. 그렇지요. 이계에서 김장한다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입니다.
호룰. 『내친김에 아이돌』
BL, 현대, 아이돌.
엄... 읽었는데 왜 기억이 없지요?;
별스러운. 『문 세일링 1-4』. 비터애플, 2018, 각권 3천원.
달밤달곰. 『오더메이드 1-2, 외전』. 비하인드, 2018, 각 3200원, 3500원, 600원.
뷰이뷰이. 『운명론적 세계 1-2』. 시크노블, 2018, 각권 3300원.
해위. 『그림자 왕관 1-3, 외전』. 피아체, 2016, 각 2500원, 2천원, 2800원, 1800원.
호룰. 『내친김에 아이돌 1-2』. 비터애플, 2018, 각권 3천원.
8월 독서기를 위해 감상 미리 적으러 갑니다. 힘들면 몰아서 적어야지요.
두 권을 각각 리뷰 하려다가 각 감상이 짧아서 모아 담습니다.
『나답게, 마흔』부터 적어봅니다.
알라딘 신간 목록을 뒤지다가 재미있어 보이는 책이 있으면 바로바로 도서관에 신청하거나 장바구니에 담았다가 구입합니다. 목록을 보다가 나답게 마흔이라길래 마흔에는 뭘 하나 싶어 궁금증에 챙겨보았습니다...만. 결론은 돈이더군요. 부제인 '두근거림과 여유가 있는 마흔의 라이프스타일 43'은 기본적으로 돈이 있어야 가능한 이야기입니다.
애초에 시작부터가 목돈입니다. 43개 중에서 첫 번째가 편안한 집으로 이사한다. ... (먼산)
마흔을 맞아 그간 임대주택에서 살던 것을 바꿔 집을 새로 짓기로 합니다. 자신의 라이프스타일에 맞는 집을 짓고, 그 과정에서 자신의 욕심을 버리고 할 수 있는 데까지만 하고, 자신의 소소한 스타일로 장식을 하고. 하지만 생활 방식은 제 취향이 아니었습니다. 그냥 다른 사람이 이렇게 사는구나 싶은 정도? 삶의 방식이 거의 안 맞으니 그냥 구경하듯 지나가게 되더군요.
처음 책을 집어 들었을 때 기대한 것은 마흔이 되면 뭔가 달라지는 것인가에 대한 답이었는데, 책에서 다룬 것은 글쓴이 자신만의 생활 방식이었습니다. 소소하게 정리하고, 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을 즐기고, 소소하게 꾸미고. 공부도 하고 꾸준히 자신을 가꾸는 것은 보이지만 와닿는 부분은 없었습니다. 이런 책들을 많이 보아서 그럴까요.
다른 책들과 조금 다른 부분은 다른 이들의 조언을 얻은 부분들입니다. 하지만 주변 인들의 이야기를 적어 놓은 것이고, 전문가라고 부른 사람들의 도움도 그리 와닿지는 않습니다. 아무래도 이미 다 알고 있는 내용이고 새로운 이야기를, 마흔이라는 기점에서 뭘 더 준비해야 하나 싶어 찾으려다가 얻지 못해 그런 모양입니다.
그러니 라이프스타일 관련 책을 처음 보시는 분들이라면 소소한 일상을 보면서 하나씩 체크할 수 있을 겁니다.
『산다는 건 잘 먹는 것』은 도서관 서가에서 보고 집어 들었습니다. 이쪽은 의외로 재미있더군요. 짤막짤막하게, 식재료나 요리도구에 대한 자신의 감상과 에피소드를 곁들여 이야기를 적었습니다. 재미있기는 한데 이쪽도 공감을 100% 하지는 못했습니다. 하도 이런 책들을 많이 보다보니 비슷하게 보여 그런가.OTL
그래도 이 책은 수필집에 더 가깝습니다. 자학적 이야기도 꽤 많고 체념 섞인 지름기나 수집기, 정리기도 있어서 오히려 위의 책보다는 접근하기 나은지도요.
식재료와 음식 이야기 중에는 한국 음식도 꽤 섞여 있습니다. 고춧가루나 홍어 같은. 그 외에도 여러 에피소드들이 가끔은 『멋진 그대에게』의 음식 버전에 조금 푼수기를 섞은 것 같다는 생각도 들더군요. 음식 이야기 좋아하신다면 읽을만합니다..
야나기사와 고노미. 『나답게, 마흔』, 이승빈 옮김. 반니, 2018, 13000원.
히라마츠 요코. 『산다는 건 잘 먹는 것』, 이은정 옮김. 글담, 2015, 13800원.
두 책에 대한 감상이 박한 것은 아마도 제 개인적 상황 때문일 겁니다. 요즘 지름을 연속적으로 실패하다보니 쇼핑을 장려하는 이런 책(...)에 대한 평가가 덩달아 낮아 지네요. 시큰둥하게 '그래서 뭐?' 라는 생각이 들어 그런가봅니다.
제목이 저런 건 원제를 그대로 옮겨서 그렇습니다. 원제는 『The Secret Life of Cows』이고, 표지에 나온 '명랑한 소들의 기발하고 엉뚱한 일상'이 이 책의 내용을 그대로 설명합니다. 책의 저자인 로저먼드 영은 영국 코츠월드에서 가족들과 함께 60년대부터 쭉 유기농 방식으로 Kite's Nest Farm, 솔개 둥지 농장을 운영해왔습니다. 로저먼드의 부모님 때부터, 완전방목형 농장을 운영했다더군요.
이 곳의 소들은 자기가 원할 때 원하는 곳으로 갈 수 있습니다. 문자 그대로 방목에 가깝기 때문에 여기저기서 풀을 뜯고, 새끼 낳을 때도 내키지 않으면 사람 없는 곳에서 낳을 수 있습니다. 물론 문제가 생길 때는 '내 친히 너를 간택하노니 와서 새끼 낳는 것을 도와라!'라며 인간을 끌고 갈 수 있습니다. .. 농담이 아니라 정말로, 이 곳의 소들은 성격이 다 제각각이며 인간에게 기대지 않고 독야청청하는 소들도 많답니다. 그런 애들은 문제가 생겼을 때 외에는 사람들을 닭보듯(!) 하는 모양입니다.
책 내용은 저자가 겪은 수많은 소들이 어떻게 다르고, 어떻게 사고쳤고, 어떻게 인간에게 토라졌고, 용서하지 않았는지 등을 적은 겁니다. 읽다보면 내가 읽고 있는 것이 소들의 이야기인지 아니면 사춘기 청소년의 이야기인지 헷갈릴 지경입니다. 부모와 절연했다가 다시 관계 복구를 하기도 하고, 두 번 다시 안 보기도 하고, 애 낳고 관계가 바뀌기도 합니다. 어떤 때는 입양도 하고, 친구의 아기를 봐주기도 하며, 절친도 있습니다. 그러고 보면 앙숙은 절친보다 드문 모양입니다. 아니, 인간을 한 번 찍으면 두 번 다시 용서하지 않는 소도 있었으니 그걸 앙숙이라 볼 수도 있을지 몰라요.
누구의 자식인 누구의 자식인 누구-식으로 소 계보 이야기가 많이 나오지만 책 맨 뒤의 면지에 계보도가 일부 실려 있습니다. 이 책에 소개된 계보는 그냥 대강 넘어가도 되지만 성격은 혈통을 따라가는 모양입니다. 하여간 소들도 개나 고양이 못지 않게 매우 귀엽습니다.
로저먼드 영. 『소들의 비밀스러운 삶』, 홍한별 옮김. 양철북, 2018, 13000원.
어쩌면 저렇게 똑똑한 소인 건 얘들이 홀스타인이 아니라 그런지도 모릅니다. 에어셔 종이라는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