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REAL은 출간 당시부터 이름은 들어 알고 있었습니다. 킨포크보다는 뒤에 나왔는데 판형이나 표지나 내용을 봐서는 아주 크게 차이가 없어보이더군요. 그러다 도서관에 가서 책 꽂힌 것을 보고 일단 집어 들고 왔습니다.


킨포크는 음식 이야기 때문에도 관심이 있어 집어다 종종 보았지만 최근 권은 대강 훑기만 하고 안 들고 옵니다. 판형이 크고 종이가 두꺼워 무거운데다, 음식 레시피도 행간이 매우 많아 보는 것 이상의 의미가 없었거든요. 그리하여 안 본지 좀 되었는데, 그리고 본 책도 최근에는 평이 그리 안 좋았는데....


시리얼은 한 권을 읽고는 더 안 봐도 되겠다 싶었습니다. 책 보지를 보면 TRAVEL & STYLE이라고 하여, 여행과 생활(스타일)을 동시에 잡으려 했던 모양입니다. 표지에 나온 총 7가지 내용 중, 표지를 보고 내용이 떠오르는 것이 단 하나도 없습니다. 그리고 리뷰를 쓰기 위해 책 내용을 보니 또 읽은 기억은 있습니다. 각각의 이야기가 만약 하나의 책으로 나오거나 블로그 등에 올라왔다면 정독하고 기억에 남았을 건데, 이상하게도 분명 읽었던 내용이 머릿 속에 하나도 안 남았습니다.


가장 큰 이유는 편집이 아닐까 싶습니다. 그림을 보는 듯 여백은 상당히 넓고, 글자들은 한 번에 읽기 쉽지 않습니다. 죽 따라 읽으면 읽히지만 일부러 행간을 좁게 조정하고 글씨도 매우 작습니다. 내용은 나쁘지 않고 몇몇은 기억에 남았지만 책을 덮으면 휘발됩니다. 서로 다른 이야기를 담고 있다는 건 잡지와도 비슷한데, 오히려 잡지 쪽의 기억이 더 생생하게 남습니다. 그참 묘하네요.


하여간 한 번 보고 나니 그걸로 되었다 싶은 생각과, 차라리 이걸 얇더라도 책으로 만났다면 각각의 내용이 상충되지 않고 이어져 기억하지 않았을까 생각해봅니다.




하기야 킨포크도 이미 효용(?)은 다했지요.(먼산)



『시리얼 vol.11』, 이선혜 옮김. 시공사, 2016, 18000원.



책에 실린 이야기 중 포고 아일랜드와 비엔나의 이야기는 꽤 괜찮았습니다. 비엔나는 비엔누아즈리, 비엔나의 빵이 기억에 남았고 포고 아일랜드는 늙어가는 섬을 살리는 프로젝트와 관련된 이야기라 기억에 남았습니다. 모든 섬이 이런 프로젝트는 펼칠 수 있는 것은 아니겠지만, 그리고 요즘의 섬 내 물부족 이야기를 들으면 쉽지 않겠다 싶지만, 그래도 무인도로 변하는 것보다는 낫겠지요.

평소 읽는 책 중 일본어 번역서의 비중은 상당히 높습니다. 음식 관련 도서는 상당수가 일어 원서를 한국어로 번역한 것이지요. 일본음식뿐만 아니라 디저트 책도 그렇습니다. 음식을 소재로 한 일본어 책을 찾아 읽는 일도 많다보니 번역에 대한 불만도 자주 발생합니다. 그래서 감상 적을 때는 아예 번역 문제만 따로 언급하는 일도 많습니다.

그리고 이 책은 그런 불만을 폭발시켰습니다.(먼산)



1권 읽을 때는 느끼지 못한 부분이었는데 2권은 번역 중 불만 사항이 한둘이 아니었습니다. 이건 앞서 도서관에서 빌렸던 『조리법별 일본요리』에서 느꼈던 감상과 비슷합니다.


외국 음식을 한국어로 번역할 때 난감한 것은 이걸 풀어서 설명하느냐 아니면 이름 자체를 두느냐의 문제일 겁니다. 그게 일본 음식이라면 더더욱 골치아프고요. 예전에는 어떤 음식이건 일단 풀어 설명하는 쪽이 많았을 겁니다. 아니면 이름을 적고, 거기에 간단한 설명을 적습니다. 최근에는 각주를 달아 설명하는 것이 많고요. 그러한데, 어떤 음식은 한국어로도 표현이 가능합니다. 그리고 그것이 훨씬 더 직설적으로 다가온다 생각합니다.


『조리법별 일본요리』는 대강 훑어봐도 일반인을 위한 도서가 아닙니다. 본격적으로 일본요리를 배우려는 사람들, 아니면 초보자 이상의 일본요리 지식을 갖고 있으며 더 깊은 내용을 공부하려는 사람을 위한 책입니다. 원서의 대상도 그렇고 한국에서의 독자 대상도 그렇다고 봅니다.

하지만 『에미야 가의 오늘의 집밥』은 다릅니다. 이 도서가 Type-Moon 세계관의 2차 창작에 가깝고 이미 공인된 형태가 되어 애니메이션으로도 만들어 졌다고 하지만 그렇게 즐기는 사람들 모두가 일본요리에 대한 조예가 깊은 것은 아닙니다. 즉, 직역이 아니라 한국어로 해석해서 보여주어야 할 부분이 있는 거죠.


이번 요리도 충분히 한국어로 바꿀만한 부분이 있었습니다.


1.10화의 카라아게

현재 국립국어원(빠드드드득)의 표기에 따르면 카라아게가 아니라 가라아게가 맞습니다. 하지만 이미 그렇게 되면 키리츠구가 아니라 기리쓰구가 되어야 하니 넘어가고. 가라아게가 한국에서도 안주 중심으로 조금 알려진 요리라고 하지만 닭고기 튀김으로 써도 좋지 않았을까 합니다. 아니, 이건 갸웃거려도 그럭저럭 넘어갈 수 있습니다.



2.12화의 오뎅

오뎅 재료들은 참 난감합니다. 사츠마아게, 아게네리모노, 아츠아게, 간모도키, 칸표, 츠미이레, 한펜, 치쿠와, 야사이텐, 고보텐, 모치킨챠쿠, 우오가시아게 등의 재료가 등장하거든요. 이게 모두 다 각주가 붙어 있었습니다. 이걸 하나하나 풀어서 설명해야 하나 아니냐의 문제도 골치 아프지요. 다만 야사이텐이나 고보텐은 한국어로 바꿔 쓸 수 있습니다. 야채어묵-채소어묵보다는..-_--, 우엉어묵이라고요. 거기에 모치킨챠쿠는 각주를 보면 '유부로 떡을 싼 것'이라 설명했는데, 그 앞 페이지에 만드는 모습이 나옵니다. 유부를 열어 속에 떡을 넣고 칸표-박고지꼬치-로 입구를 막은 것을 만들더군요. 그게 모치킨챠쿠이니 차라리 떡 유부주머니나 그냥 유부주머니 등으로 바꿔 넣어도 되지 않았을까 합니다.

하지만 나머지는 완전히 바꾸기는 어려우니 번역의 어려움도 있지요.



3.14화의 매실 시소마키

전갱이 매실 시소마키. 전갱이 매실 차조기말이. 어느 것이 나을까요. 호네센베와 전갱이뼈튀김 중 어느 것이 나을까요.



4.15화의 스콘

솔직히 고백합니다. 제가 일본 원서의 디저트 책을 볼 때 스위치가 눌리는 단어가 있습니다. 생지라고, 한자로는 生地라고 씁니다. 뜻은 반죽. 정확히는 반죽한 그 덩어리, 아직 굽기 전의 반죽 덩어리를 생지라고 부릅니다. 그리고 저는 이 단어가 맥락에 따라 번역 가능하기 때문에 생지라고 쓰는 것을 보면 번역 제대로 안된 책이라고 우깁니다. 가끔은 다른 부분의 번역은 정확한데 이 생지라는 단어 때문에 두 번 안보는 책도 생기더군요.

그리고 스콘 편은 생지와 생지와 생지와 생지가 나옵니다.(먼산)

-차갑게 보관한 버터를 더해 생지가 소보로 상태가 될 때까지~ → 차갑게 보관한 버터를 더해 전체가 소보로 상태가 될 때까지~

-~반죽하는 게 아니라 그냥 섞는 식으로 생지를 정리하고 → ~반죽하지 않고 가볍게 섞어 정리하고

-(어느 정도 마무리 되었으면 손으로 생지를 모아준다) → (대충 정리되었으면 손으로 반죽을 모은다)

-랩으로 생지를 싸서~ → 랩으로 반죽덩어리를 싸서~


그리고 버터만들 때, 잘 식힌 생크림보다는 차갑게 한 생크림이 맞지 않나 합니다. 식히다가 틀린 단어는 아니지만 뜨거운 것의 온도를 낮춘다는 의미로 더 많이 쓰니, 요즘 같은 날씨에는 식히다보다는 차갑게 하다가어울립니다. 아니, 더 직관적이라 보거든요. 거를 때도 흰 무명천보다는 거즈...(하략)


-밀가루(강력분)을 뿌린 판에 생지를 놓고, 생지를 늘리고 접는~ → 덧밀가루(강력분)를 뿌린 판에 반죽을 놓고, 반죽을 늘리고 접는~

-~두께로 만든 생지를~ →~두께로 만든 반죽을~


그러고 보면 버터와 초콜릿 자를 때도 육면체로 자른다고 하던데, 주사위 모양으로 하면 ... 하기야 요즘 주사위는 육면체가 아닌 것도 많지요.


맨 뒤의 요리 설명을 보면 아삭아삭 스콘이라는데, 아삭아삭보다는 바삭바삭.... 이건 원어가 어떤지 궁금합니다.



5.16화의 빙수

천연수. 천연수에 설탕을 타서 얼음을 만들던데, 천연수보다는 생수가 낫지 않을까요. 거기에 순정 생크림은 또 뭘까요. 그냥 생크림이나 우유 생크림이라고 하면 식물성 생크림을 피할 수 있지 않나요.


6.17화에서

상어지느러미와 송이버섯과 캐비어 이야기가 나오는데, 송이버섯일지 트리플(송로버섯)일지 궁금합니다. 이건 원서 확인을 해야할 건데. 3대 진미이고 발언자를 생각하면 송이버섯보다는 송로버섯 가능성이 높아 보입니다.



7.번외편 1의 감 오르되브르

교자피, 보다는 만두피가 낫지요.



그외에도 자잘하게 걸리는 부분이 있습니다. 재독하면서 대강 집어 보면,


맛이 배이도록 만든다 → 맛이 배도록 만든다

약 2분씩 정도 → 약 2분 정도 / 2분 가량

바깥 면을 제대로 익힌다 → 겉면을 제대로 익힌다

좋은 홍차를 손에 넣었거든 → 좋은 홍차를 구했거든 / 좋은 홍차가 들어왔거든

가늘게 채썰기로 자르고 → 가늘게 채썰고

아삭하게 만들어졌으면 → 아삭해지면


등등이 있었습니다. 재독은 위의 번역 문제 집어 내느라 훑듯이 본 것이라 다 집어낸 것은 아닙니다. 대체로 직역이 많아 보입니다.


그래도 재미있으니까요. 3권도 나오는대로 구입 예정입니다.'ㅂ'


TAa. 『에미야 가의 오늘의 밥상 2』, 도영명 옮김. 영상출판미디어, 2018, 7500원.


따로 기록할까 말까 망설이다가 포기하고 넣어버린 책 기록입니다. 감상이라기보다는 기록 수준이고요.


와타나베 유코. 『내가 좋아하는 조리 도구와 식재료』.

지금 검색하다보니 이 책은 정가가 인하되었습니다. 현재 7천원. 그렇다면 한 권쯤 사다 놓고 보아도 괜찮겠네요. 제목 그대로 좋아하는 조리도구와 식재료의 이야기를 짤막짤막하게 담았습니다. 굳이 비교하자면 띵굴마님의 책과도 비슷하나 그보다 판형이 작습니다. 이쪽은 조금 더 본격적인 느낌이 있고요.



로이드 칸. 『로이드 칸의 적당한 작은 집』.

졸면서도 열심히 보았습니다. 로이드 칸의 책인 『셸터』와 다른 책들을 보고 꿈을 키웠던 사람들이 전세계에서 자신만의 집을 지어 올린 내용입니다. 제목 그대로 작은 집이 아니라 적당히 작습니다. 적당히 작다고 해도 한국 기준에서는 매우 큰 집인 것은 단독주택이기 때문입니다. 뭐, 카메라 렌즈 덕분이기도 하겠지요. 광각렌즈.



장석주. 『외롭지만 힘껏 인생을 건너자, 하루키 월드』

이 책은 하루키 머들러를 준다는 말에 홀려서 구입 여부를 진지하게 고민하다 내려 놓았습니다. 무라카미 하루키는 수필집만 좋아하고, 소설은 정말로 취향에 맞지 않아 그렇습니다. 그나마 보겠다고 도전한 것 중에는 『렉싱턴의 유령』이었나, 약간 공포 분위기 돌던 그 소설만 기억 납니다. 『해변의 카프카』를 읽고 치를 떨었고, 『1Q84』도 읽고 나서 이거 뭔가 고민했습니다. 반명 수필집은 경중을 가리지 않고 다 좋았습니다. 『먼 북소리』는 지금 읽어도 당장 여권을 꺼내들고 어디론가 떠나야할 것 같고, 『언더 그라운드』는 명작이라 생각합니다. 논픽션은 이렇게 써야 한다고요. 그러고 보니 며칠 전, 옴 진리교 교주 사형 건으로 마이니치 신문에 무라카미 하루키가 기고한 글도 좋았습니다.(기사링크)

짧게 줄이면 소설을 중심으로 분석을 한 이 글은 대부분 동의하지 못했습니다. 다시 강조하지만 저는 무라카미 하루키의 소설 두 편을 읽으며 자기 복제적인 부분이 있다고 느꼈습니다. 게다가 성적인 뉘앙스가 강한 부분도 정말로 취향에 안 맞았고요. 끄응. 강간 코드나 미성년자 성관계 장면이 등장하는 것도 질색입니다. 그런 고로 이 책은 제 취향에 안 맞았습니다.(먼산)



『조리법별 일본 요리』는 츠지요리학교로 흔히 불리는 츠지조리사전문학교에서 낸 책입니다. 다만 번역부분에서 걸리는 것이 상당히 많았는데, 이걸 전문서적으로 감안하고 본다면 이해할 수 있습니다. 책에 등장하는 대부분의 조리 용어는 일본어를 그대로 사용하고 대신 해설을 길게 붙였습니다. 한국어로 바꾸는 쪽이 이해하기는 쉽지만, 이 책은 정말로 전문가를 위한 책이니까요.



간단리뷰는 이걸로 끝.-ㅁ- 다음은 리뷰로 넘어갑니다.



와타나베 유코. 『내가 좋아하는 조리 도구와 식재료』, 방영옥 옮김. 한즈미디어, 2016, 15000원.(정가 인하로 7000원)
로이드 칸. 『로이드 칸의 적당한 작은 집』, 박단비 옮김. 한즈미디어, 2018, 35000원.
장석주. 『외롭지만 힘껏 인생을 건너자, 하루키 월드』. 달, 2018, 14500원.
츠지조리사전문학교. 『조리법별 일본 요리』, 최강록 옮김. 클, 2018, 33000원.


판타지소설입니다. 그리고 BL입니다. 그러나 Boy's Love보다는 Boy's Life에 가까우며, 그 사이에는 survival이 들어갑니다. 본편 중 후기에 언젠가 언급되었던 것처럼 이 소설은 본편 내내 분위기만 잡다가 마지막에 고백, 그리고 본격적인 연애담은 외전에 등장할 예정이랍니다. 추측인 건 외전의 제목과 간략한 내용만 나왔고 아직 실체가 없기 때문입니다. 쓰시는 중이시랍니다...(먼산)


조아라 연재작으로 8월 2일 습작, 그리고 9월 중순 경부터 리디북스에서 새로 열리는 기다리면 무료형 유료 연재플랫폼에서 연재가 시작될 것이고, 그 뒤에 전자책 출간예정이랍니다. 연재 후에 일정 기간의 독점기간을 거치기 때문에 대략적인 예상으로는 내년 4월에나 전자책 출간이랍니다. 그리고 리디북스 독점될 거고, 그 다음에야 이퍼브에 풀릴 것이니 저는 어린이날에도 볼까말까 하네요. 하하하하.;ㅂ;


그래도 저는 예전에 사고 친 기업이 반성하고 개선하지 않는 이상은 열심히 패는(-_-) 터라 이퍼브를 고수합니다. 내 돈이 그런 기업들의 이익이 되도록 둘 수 없습니다.-ㅁ-!




조아라에서 전체 86화로 끝났지만 원래는 30화 내외의 단편이 될 예정이었습니다. 30화 즈음에는 그게 절대로 무리라며 댓글에서 endless 30화가 나오는 것이 아니냐는 반응을 보였지만 실제로는 80화를 넘겼지요. 아무래도 미궁의 구조 때문에라도 30화로 끝나는 건 무리였나봅니다. 물론 훨씬 가볍게 쓴다면야 가능했을지도 모릅니다. 쓰다보니 본격 판타지가 되었다는 것이 문제였고요.


언급한대로 이 소설은 본격 판타지입니다. 그것도 던전 공략을 주제로한 판타지고요. 이 소설 외에도 던전 공략을 소재로 한 판타지는 가끔 나옵니다. 하지만 이 소설처럼 '게임 속에서 던전을 돌파하는 것과 같은' 소설은 그리 많지 않습니다. 안경원숭이의 『세레나와 불가사의한 미궁』이 조금 닮았다고도 할 수 있지만 방향이 다릅니다. 그쪽은 던전 돌파 자체가 목적이 아니라 살아 남는 것이 목적이고, 이쪽도 살아 남는 것이 목적이기는 하나, 목표가 따로 있다는 것이 다릅니다. 더 정확하게 설명하면, 세레나~는 목적은 있지만 아직 목표는 없고, 목적 달성하기만도 벅찬 상황이었다 치면 던전상인은 목적을 달성해가는 와중에 목표가 생긴 것에 가깝습니다. 아마도 완결 여부가 큰 차이기는 하겠지요.(먼산) 세레나~는 100층짜리 던전 중 지금 위의 초반만 공략한 상태니까요.



'나'는 교통사고로 죽어갑니다. 죽어가는 것을 느끼며 살고 싶다, 하지만 아프니 빨리 죽고 싶다라는 상반된 소원을 빌었던 것이 원인일까요. 정신차려 보니 이상한 실내 공간에 있었는데 몸은 죽기 일보 직전에 다름없습니다. 그리고 자신에게 그러한 몸의 상황을 머릿 속으로 직접 전해오던 인형의 지시에 따라 좌판을 펼칩니다. 농담이 아니라, 인형의 설명에 따르면 내가 떨어진 곳은 하레이어 지하 미궁이며 이 최하층에는 악의 근원이 잠들어 있고 용사가 그 정화를 위해 미궁을 탐험하며 지하로 내려가는 중이랍니다. 그리고 나는 미궁에 떨어진 불운한 언데드, 그것도 몸이 매우 불완전하기 때문에 깨끗한 영혼이 필요하며 그 정화된 영혼은 용사에게 얻으랍니다. 그것도 물물 교환으로. 게다가 일정 시간마다 주기적으로 섭취해야 한답니다.

쉽게 말하면 언데드가 된 나는 던전 탐사를 통해 아이템을 수집하고, 그 아이템을 용사에게 주고 정화된 영횬을 받아 몸을 유지합니다. 그렇게 던전상인이 된 나는 마법사와 전사와 용사로 이루어진 파티와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며 미궁의 지하까지 내려갑니다.



소설의 얼개는 저렇습니다. 다만, 거기에는 몇 가지 다른 것들이 섞입니다.


1.나에게는 인형이 붙어 있습니다. 인형의 정체는 알 수 없지만 묘하게 미궁 내를 잘 알고 있습니다. 말투가 독특한 것도 특징입니다. 1인칭도 아니고, 나의 생각을 읽는 것과도 비슷한 1인칭 같은 2인칭 발언을 합니다.

2.미궁 최하층에는 악의 근원이 있다는데, 그 때문에 세상은 멸망으로 가고 있답니다. 이미 오염이 심각하게 되어, 그걸 해결하기 위해 용사가 나섰답니다. 그리고 그 용사는...(하략)

3.전사로 보았던 인물은 전사가 아닙니다. 그리고 그 전사의 정체는 따로 있으며, 이 사람은 2차 전직..이라기보다는 3차 전직을 합니다.(결말부)


3에 덧붙여 쓰면 파티 구성원들의 조합도 독특합니다. 용사는 용사고, 전사는 알고 보면 아빠(아버지 아님)나 삼촌, 나이 많은 형 같은 존재며 마법사는 투덜거림 심한 둘째 형이나 엄마 포지션입니다. 애초에 파티가 3인 파티였으니 던전상인은 옵저버나 NPC에 가까운데, 후반부에는 파티원이 됩니다. 약초를 공급한다는 점에서는 힐러에 가까울지도 모릅니다. 그리고 인형은 파티에서 자주 등장하는 마스코트. 그러나 내 정체는 창대하겠지-.

인형의 정체는 초반부터 쉽게 짐작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그 정체가 무엇인지 정확하게 맞추는 것은 쉽지 않습니다. 미궁의 비밀과 관련되었다는 것은 확실하나 미궁의 정체부터 시작한 여러 수수께끼들은 마지막에 가서야 퍼즐조합을 하듯 맞출 수 있습니다. 초반에 맞추기는 ... 음. 아뇨. 초반은 그저 던전 탐색을 즐기면 됩니다. 수수께끼는 후반에 가면 되고요.



읽으면서 가장 감정이입하기 어려운 인물은 전사입니다. 연재 당시에도 답답하다는 평이 많았고, 재독하면서도 제일 답답하다 느꼈습니다. 하지만 그게 또 하나의 실마리이기도 합니다. 왜 그가 보수적이고 답답한 인물이 되었는지는 .. (하략) 아냐, 적으면 안됩니다.=ㅁ=



연재 마지막은 결말까지 일직선으로 달린 것 같고, 그 마지막의 절정부와 결말부는 소년만화-아니, 클리셰적인 게임 결말 엔딩 같지만 그래서 더 좋았습니다. 소설 내 묘사가 현장감(...)이 매우 높아서 몇몇 부분은 고어와도 같지만, 그런 묘사가 있기 때문에 대단원과 결말을 감동깊게 바라볼 수 있었던 겁니다. 게다가 조합도 좋고요. 상인은 한국인이니 평범한 흑색의 눈과 머리칼일 것이고, 용사는 용사답게 금발에 파란눈입니다. 게다가 찰랑이는 금발머리라는 묘사가 몇 번 나옵니다. 전사는 붉은 머리카락에 녹색 눈, 그리고 곱상하게 생긴 얼굴이라는 설명이 있었지요. 마법사는 용사가 머리를 땋아준다는 표현이 있을 정도로 긴 은발. 그리고 까무잡잡한 피부라는 것이 초반에 나옵니다. 솔직히 마법사는 저 조합이 요즘 자주 등장하는 그, 코난의 a모와 조합이 비슷해서 그쪽으로 치환되는군요.


묘사는 그림같기도 하지만 굉장히 세밀합니다.

예를 들면, 연재하는 동안은 재주행 없이 가다가, 완결 후 재주행하면서 마주한 초반의 상인은 이질감이 있습니다. 재주행은 만 하루가 걸렸는데, 그간의 주행에서보니 초반의 성격은 후반에 한 번 더 드러납니다. 막 미궁에 들어온 상인은 아직 언데드로서 거듭나기 전이라 감정 표현이 매우 풍부합니다. 그 표현이 대개 항의와 분노로 나타나지만, 죽은 기억이 채 가시기도 전에 험악한 환경에서 버티려면 누군가에게 화풀이를 하지 않고는 견디기 어렵겠지요.OTL

그랬던 상인은 인형의 안내대로 영혼을 흡수한 뒤에는 몸의 상처가 회복됨과 동시에 진정한 언데드(...)로 거듭납니다. 그럴 때의 성격은 사뭇 다릅니다. 척박한 환경에도 거리낌 없이, 몸 한두 곳, 아니, 열 곳 쯤 부서진다 해도 문제될 것 없으리! 라는 생각 아래, 남이 보면 문자 그대로의 분골쇄신을 보입니다. 그게 좀 고어이긴 한데, 그래도 소설이라 넘어갈 수 있는 범위 안입니다. 그 때문인지 연재 중 후기에서 웹툰화에 대해 부정적인 의견이 있었고 저 역시 동의합니다. 보석으로 이동하는 층에서 벌어진 사건이나, 턴제로 돌아가는 층에서 벌어진 일이나 그림으로 그려내기 어려운 부분이 있습니다.(먼산)


하여간 처음부터 일직선으로 던전 돌파의, 던전 돌파에 의한, 던전 돌파를 위한 이야기였습니다. 책으로 만날 그 날을 기다려 봅니다.:)



이미누. 『극한직업 던전상인』. 2018. (조아라, 2018.2.2~2018.7.31. 리디북스, 9월 예정)


https://britg.kr/novel-group/novel-post/?np_id=109590&novel_post_id=59695

인완. 『꿈속을 달리는 늑대』


누군가 제게 개과냐 고양이과냐 묻는다면 고양이라고 단언할테지만 늑대는 예외입니다. 늑대를 포함해 개과 동물 중에서도 큰 녀석들은 고양이 못지 않게 호감도가 높습니다. 물론 저는 매우 게으른 인간이기 때문에 반려동물을 들일 수 없으니 랜선이웃을 자처할 따름입니다.

한국은 이미 늑대건 이리건, 개과의 포식동물들은 사라진지 오래입니다. 그렇다보니 뉴스 등으로 자주 만나는 호랑이보다도 늑대에 대한 호기심은 더 큽니다. 그러니 늑대가 등장하는 소설은 일단 읽어보고 봅니다. 아, 늑대인간류는 예외입니다. 그쪽은 높은 확률로 (고딕)공포가 될 가능성이 높으니까요. 무서워서 잘 못봅니다.

이 소설도 공포소설입니다. 작품 분류도 호러, 판타지로 되어 있고요. 개인적인 분류로는 호러 판타지보다는 환상소설에 더 가깝게 느껴지기도 합니다. 그런 생각을 강화시키는 건 마지막 부분입니다. 그 부분에 들어가기 전까지는 저도 공포소설이라 생각했으니까요.

이하는 내용이 섞여 있지만 감상에는 크게 방해되지 않는다...고 소심하게 주장해봅니다.


화자인 나(에밀리)는 사진작가인 삼촌이 있습니다. 모험심이 강하고 호기심 또한 강했던 삼촌은 여행을 떠났다가 사망하고, 유품과 마지막 편지가 에밀리에게 도착합니다. 편지에는 삼촌의 마지막이 어땠는가에 대한 구체적인 정황이 담겼습니다. 여기까지는 호러에 가깝지만 거기서 이어지는 마지막 문단은 이 소설을 환상소설로 바꿉니다.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것도 그 후반부입니다. 아마도 융단에 실려 따라온 것이 아닌가 싶은 그 정경은 에밀리에게 글로는 전해지지 않은 다른 무언가를 건넵니다. 어쩌면 삼촌과의 마지막 인사를 제대로 나누기 위한 것일지도 모르지요. 다른 것보다 평소 늑대에게 갖고 있던 이미지와 매우 잘 어울리는, 달리는 늑대라는 점이 더 마음에 듭니다. 이게 무슨 이야기인지는 소설을 직접 읽어보시면 알겁니다.


내셔널 지오그래픽을 위시한 풍경 사진작가들은 의외로 여러 위험에 노출됩니다. 그렇게 목숨을 잃은 사진작가의 이야기 중 가장 최근에 들었던 건, 탐사를 갔다가 화산폭발에 휘말려 사망한 사진작가의 유품인 카메라를 제조회사가 직접 수리해서 유족에게 전해줬다는 에피소드입니다. 하지만 그보다 더 기억에 남는 건 알래스카의 사진을 많이 찍어 남긴 호시노 미치오입니다. 사진 촬영을 나갔다가 곰에게 절명한 사진작가거든요. 그런 일이 심심찮게 일어난 걸 알고 있다보니 작품 속 삼촌의 선택도 이해가 됩니다. 이미 경고를 들었고, 그걸 어긴 것은 자신이니 체념한 것이 아닌가 싶고요. 그럼에도, 날이 밝을 때까지 버틸 수는 없었을까라는 안타까움이 조금 남더랍니다. 물론 그 뒤의 이야기와 이어지면 그건 그대로 괜찮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오늘 밤에는 꿈에서 늑대를 만나길 기대해봅니다. 물론 굶주린 늑대 말고, 마지막 문단에 등장하는, 그런 늑대 말입니다.:)

하지만 기억이 맞다면 『문 세일링』의 조아라 연재는 겨울을 포함합니다. 완결이 올 봄이었다고 기억하는데, 그래서 겨울 내도록 따뜻한 남국의 바다를 그리며 읽었습니다. 지금은? 당연히 여름이니까요. 시원한 바다죠!



물론 소설에서 다루는 바다는 대개 더운 바다입니다. 다들 썬스틱을 바르고 다니니까요. 그것도 시세이도의 투명 썬스틱이 아니라 그을린 피부에 맞는 갈색 선스틱이라는 묘사가 있습니다. 하하하하. 서퍼들에게는 필수품인듯 하군요.



조아라 연재 당시 몇 번 언급한 적 있고, 그 뒤에도 내내 이제나 저제나 나오는 날만 기다렸습니다. BL이고 수위는 좀 있습니다. 전직 윈드서퍼와 서퍼의 이야기입니다.



사해의 아버지는 서퍼입니다. 스페인의 산 세바스티안에서 미국의 서퍼 브랜드 NOHA의 서프 클럽 지점을 맡아 운영합니다. 어머니와 아버지는 사해가 어릴 적 이온했고, 사해는 어머니를 따라 한국에 왔지만, 어머니의 재혼 후에는 더더욱 마음 붙일 곳 없어 적응하는데 애를 먹습니다. 그러다 어머니의 권유로 윈드서핑을 시작했고, 의외로 재능이 있었지만 어머니는 그걸 탐탁치 않게 여깁니다. 그래도 어릴 때의 경험이 도움된 건지, 한국대표로 주니어 대회에도 곧잘 나갔지만, 좋은 성적을 거두지는 못합니다. 큰 대회를 앞두고 긴장한 것이 문제였지요.

그래서 세계 청소년 요트 선수권 대회가 스페인에서 열린 그 해에는 아버지에게 찾아갑니다. 그간 연락은 주고 받았지만 물리적 거리 등의 이유로 아버지를 오랜만에 만났더랬지요. 그리고 그 때 처음으로 올리아스 브리사 폰데 데 레온 로르카를 만납니다. 사해보다 어리지만 서핑에 굉장한 재능이 있는 꼬마입니다. 짧은 만남이었지만 그 덕에 기운을 얻고, 처음으로 우승을 합니다.


만. 이야기가 쉽게 흘러갈리는 없지요. 사해와 올리아스가 다시 만난 것은, 사해가 윈드서핑을 그만두고 막 햇병아리 Athletic Trainer가 되었을 때입니다. 아주 오랜만의 재회였지만, 사해가 AT 공부를 하고 있다는 걸 알고 있던 올리아스는 사해를 덥석 잡습니다. 그간 계약하고 있던 올리아스의 AT는 나이가 많아서 은퇴하려는 걸 붙들고 있었다면서, 사해에게 AT를 맡아 달라고 한 거죠. 그리하여 사해는 자신의 마음은 가능한 숨기겠다 결심하고는 올리아스의 AT 자리를 수락합니다.



사해는 처음 만났을 때부터 올리아스를 좋아했고, 본격적으로 AT 공부를 시작한 것도 올리아스 옆에 서고 싶다는 생각 때문이었습니다. 한없이 댕댕이 같은(...) 올리아스는 그런 건 잘 모르지만 그저 사해가 좋고, 사해와 함께 있는 것이 행복합니다. 적고 보니 더더욱 댕댕이 같은데, 그것도 한없이 긍정적인 골든 리트리버입니다. 같은 리트리버라도 래브라돌보다는 골든 리트리버에 가깝습니다. 책임감보다는 순간순간의 자기 기분이 중요하고 더 나아가 사해의 행동 하나 하나에 일희일비하는 걸 보면 말입니다. 오죽하면 매니저인 조엘이 올리아스를 두고 의처증 있냐고 했겠나요. 그것도 아직 한참 초반의 일인데.


이야기는 사해와 올리아스의 연애담이지만 그보다 더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서핑입니다. 올리아스는 주니어 때부터 두각을 나타낸 선수였지만 때가 맞지 않아 매번 월드 챔피언 자리는 놓쳤습니다. 그리고 직전 시즌의 가벼운 부상에서 회복된지도 오래되지 않아 바로 사해와 호흡을 맞추기 시작하지요. 사해는 여러 모로 올리아스를 챙기고 관리하며 올리아스는 기분에 따라 오락가락하지만 결국 항상 그 자리에서 받쳐주는 사해 덕분에 시즌을 무사히 헤쳐 나갑니다. 결과야 예상가능하지만 끝까지 따라가 보시는 걸 추천합니다.



읽다보면 절로 서핑 영상을 찾아보게 됩니다. 분명 연재 당시에 여러 서퍼들을 모델로 했다는 이야기를 들었는데 그 때 찾아볼걸 그랬나봅니다. 지금 보려니 일반적인 영상만 보게 되지만, 그래도 소설 속에 등장하는 여러 기술들이 어떤 것인지 아는 것은 어렵지 않습니다. 묘사가 잘되어 읽는 것만으로도 머릿 속에 그려지거든요. 올리아스가 참 어린아이 같은 것은 어쩔 수 없다지만 그 실력만큼은 소설 읽는 것만으로도 감탄 나올 정도로 대단합니다. 그걸 지지하는 것이 또 사해이기도 하고요.


『녹빛나무 희린도』에 『풋사과를 문 노루와 반딧불이』가 나왔던 것처럼, 『문 세일링』도 살짝 연결됩니다. 전작을 모르고 봐도 문제가 없지만 알고 보면 또 만났구나 싶은 이야기들이지요. 외전에서만 등장하는 것은 아니고, 읽다보면 누군지 알 사람이 하나 본편 등장인물로 나옵니다.




별스러운. 『문 세일링 1-4』. 비터애플, 2018, 각 3천원.



개인적으로 가장 부러웠던 것은 본편 완결 그 다음날의 이야기입니다. 그 다음날 올리아스가 어떤 만행(?)을 저질렀는가의 이야기인데, 매우, 매우! 부러웠습니다. 진짜로 돈만 생기면 저도 해보고 싶습니다. 그렇습니다. 하와이의 파이프라인, 그 해변가에 잘 만든 집 한 채 구입하고 싶습니다. 읽는 동안 절로 꿈이 생기는 그런 좋은 소설이었습니다.(아련)

『마법사를 위한 동화』는 출판본이 세 번째 버전인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이전에 조아라에서 다른 아이디로 연재되었다가, 나중에 본계정인 은소로로 연재되었다가, 『검을 든 꽃』을 완결한 뒤에 그 다음으로 연재된 걸로 알고 있습니다.

제가 보았던 것은 앞의 두 버전이었고 출판본과는 느낌이 상당히 다릅니다. 처음 버전은 강대한 함을 가진 무뚝뚝한 마법사가 새로이 마법사가 될 소녀를 데려와 잘 키우고, 사교계에 데뷔시키며 왕국내에서도 새로이 입지를 다지는 이야기였지만 출판본은 그보다 훨씬 스케일이 큽니다. 스케일이 크다는 것은 이야기가 복잡해진다는 것이니 제목 그대로 동화를 기대했던 사람들에게는 불만의 소지가 있을 수 있습니다.


게다가 출판본은 분위기가 많이 다릅니다. 주인공인 아즈릴은 후견인으로 지정된 이들에게 재산을 빼앗기고 노예로 팔리며, 노예로 끌려온 백작가에서 매맞는 아이로 지내며 정신적 신체적으로 학대를 당합니다. 그러던 아즈릴에게, 어느 날 이상한 사람이 하나 나타납니다. 그리고는 소공녀에서 그랬던 것처럼 뭔가 이상한 일이 주변에서 일어납니다. 그리고 아즈릴에게 허락을 구하던 그 사람은, 허락을 받자마자 아즈릴을 데려와 극진히 보살핍니다. 아즈릴은 그 보호 아래서 자신이 잃어버린 그 몇 년 간에 어떤 일이 있었는지를 깨닫습니다.

기억을 되찾은 아즈릴은 옛 스승이자 자신을 죽음에서 몇 번이고 구해준 레마의 보호 아래 다시 마법을 배웁니다.



이 이야기의 중요한 점은 레마의 존재입니다. 지평선의 마법사라 불리는 매우 강한 마법사인 레마는 아즈릴에게도 숨기는 것이 많습니다. 자신이 무엇을 하고 있는지, 그리고 연구실에서 무엇을 하는지, 지킨다는 것이 무엇인지 이야기를 하지 않습니다. 파수꾼의 업무를 하고 있는다지만 그것이 무엇인지도 정확히 말하지 않습니다. 이러한 수수께끼는 아즈릴이 왕국에서, 무명마법사로 불리는 특이 마법 체질의 공녀를 도와주며 조금씩 풀립니다. 레마의 주변에서 사역마로 추정되는 새는 따로 행동하며, 레마 혹은 아즈릴에게 좋지 않은 행동으로 보이기도 합니다. 거기에 무명마법사로서의 소질을 가진 이들이 행방불명되고 사라지며, 그와 관련된 일이 레마와도 관련있다는 걸 아즈릴이 깨닫게 되며 이야기는 더 미궁으로 빠집니다. 그 행방불명이 개인의 일이 아니라 어느 단체와 관련 있다는 것을 알면서 더더욱.



『검을 든 꽃』보다 『마법사를 위한 동화』가 더 읽기 버거웠던 것은 담고 있는 이야기가 얼마나 꼬여 있는가의 차이이기도 합니다. 『검꽃』은 주인공들 사이에서 일어나는 갈등이 상당히 쉽게 풀립니다. 이야기는 일직선으로 결말을 향해 달려가지요. 하지만 『마동』은 다릅니다. 레마와 아즈릴의 갈등이 풀리는 것은 2권 후반이며, 그 사이에는 수 많은 갈등과 비밀, 외면, 침묵이 있습니다. 게다가 수수께끼가 정확하게 등장하는 것이 풀릴 때 즈음인데다, 반동인물의 역할을 하는 이들이 여럿이라 읽는 과정에서 속이 답답합니다. 그럼에도 2권 후반부에 달하면 "좋은 이야기였다."는 감상이 튀어 나옵니다.

그 수많은 갈등과 고통은 후반부에서 모두 해결되며, 정말로 동화와 같은 이야기로 끝맺습니다. "그리하여 **이 태어났습니다."라는 결말은 그간의 고통을 보상하는 것 같기도 하군요. 그런 로망을 갖고 있다면 어떻게 **이 태어났는지에 대한 이야기를 보는 것도 좋을 겁니다.



가장 마음에 들어 했던 인물의 뒷 이야기마저도 멋지게 떨어집니다. 헤어질 때 고개를 갸웃거렸지만 재회와 그 뒤의 또 다른 만남을 보고는 가슴을 쓸어 내렸습니다. 뒷 이야기가 더 궁금하지만 아마도 여기서 덮는 것이 좋겠지요....=ㅁ=



은소로. 『마법사를 위한 동화 1-2』. 신영미디어, 2018, 각 12000원.


바로 이어서 리뷰를 올릴까 하다가 기분 전환용으로 더운 여름날에 알맞은 소설 감상을 올려봅니다. 원래는 어제 올리는게 맞았지요. 오늘은 상대적으로 선선합니다. 어디까지나 상대적이지만 지난 며칠간보다는 선선하네요.

하여간 배경이 겨울이고 아주 칼바람이 쌩쌩 분다는 점에서 여름날 추천할만한 소설입니다.

...

물론 그게 전부인 소설은 아니니 안심하셔도 됩니다.



정진정명 판타지, 그리고 BL입니다. 하지만 BL이라 해도 신은 아침 짹이며, 그 외에는 키스신 정도입니다. 실제로도 전연령으로 올라왔으니 신경쓰지 않고 보셔도 됩니다. BL소설이니 연애가 중요하긴 하나, 그보다 더 중요한 건 숲과 숲지기의 존재입니다. 즉, 판타지 요소가 더 큰 비중을 차지합니다.



제목 그대로, 드림 오브 윈터는 겨울의 꿈입니다. 한여름 밤의 꿈과도 비슷하지만 이쪽은 훨씬 삭막합니다. 발랄한 로맨틱 코미디와는 다른 거죠. 겨울은 춥고 황량하기 때문에 따뜻한 불가의 분위기가 더 포근함에 가깝게 다가옵니다. 여름철의 에어컨 옆이 시원하다면, 이 곳의 불가는 안전함과 안온함, 편안함을 상징합니다.



'나'는 정신을 차렸을 때 아주 춥고 황량한 곳에 있었습니다. 무엇인가에 쫓기듯 뛰고 있었지만 무엇에 쫓기는지는 알 수 없으며, 머릿 속에서는 누구의 말인지 알 수 없는 단어들이 돌아다닙니다. 숲 저쪽에 마물이 있으니, 그 마물을 풀면 이 꿈에서 깰 수 있다는 내용이었지요.

추위에 떨면서 뛰다보니 저 편에 불빛이 보여, 간신히 도달했지만 그 앞에서 뻗었습니다. 폐가 얼어 붙을 정도로 추운 곳에서 막무가내로 달렸으니 당연한 일입니다.


다시 정신이 들었을 때는 오두막 안 이었고, 그 안에는 온통 하얀 색에, 눈은 빨간 사람이 있었습니다. 누구냐는 질문에 답하려다 보니 답이 없네요. 나는 내가 누구인지, 어떻게 여기 왔는지도 기억을 못합니다.


숲지기는 이 곳이 숲이며, 항상 겨울이고, 마물을 가두기 위한 결계가 숲을 둘러싸고 있다는 이야기를 합니다. 그리고 네가 있는 것을 보면 결계가 망가졌을 수 있으니 확인해보겠다는 말도 덧붙이지요. 숲지기의 간호를 받으며 감기와 동상을 포함한 신체적 상처는 나았지만, 숲지기가 전해준 '결계는 안 뚫렸어.'라는 말에 입은 내상은 치유되지 않습니다. 그렇다면 자신은 어떻게 온 것일까요. 나는 누구이며 어떻게 이 숲 속에 나타난 것일까요.



이야기는 '나'의 정체와 '나'에게 속살거리는 목소리, 그리고 숲의 비밀로 이어집니다. 그리 길지 않은 이야기지만 앞부분은 흡사 로빈슨 크루소를 보는 것 같은 서바이벌이며, 후반부는 작은 반전이 있습니다. 추리형 판타지로서도 매우 괜찮은 이야기입니다.

조아라에서 연재할 당시 몇 번이고 돌려 읽었고  『나의 숲에서』나 게리 폴슨의 소설들이 떠오르더랍니다. 하기야 모티브가 되었던 것은 유튜브 등에 올라왔던 여러 서바이벌 프로그램이었다더군요. 다른 소설 리뷰에서도 언급하겠지만 가끔은 그런 생존 프로그램이 매우 도움됩니다.



이야기는 행복한 결말로 흘러가니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더위 때문에 아무것도 못하겠다는 분들께, 더위 해소용으로 추천해봅니다. 배경이 툰드라나 타이가 같이 칼바람 부는 아주 추운 곳이니까요.


이미누. 『드림 오브 윈터(Dream of Winter)』. 민트BL, 2018, 2500원.


총 3권의 책입니다. 분량도 상당하지요. 1권이 556쪽, 2권이 560쪽, 3권이 후기 포함해서 528쪽입니다.


이 책을 구입할 때 『마법사를 위한 동화』와 같이 구입했고 주말 동안 이 책들을 읽으면서 고통받았습니다. 『검을 든 꽃』 네 권을 읽을 때는 이 정도까지는 아니었는데, 이 다섯 권은 읽어 가는 것이 힘들더군요. 특히 로자리아는 1권을 읽다가 도저히 버틸 수 없어서 1권 읽고 바로 3권으로 넘어갔습니다.



로자리아는 왕국, 테베의 왕녀입니다. 그러나 제국의 성녀는 로자리아를 두고, 아버지를 죽이고 왕위를 찬탈할 이라는 예언을 내립니다. 왕과 왕비는 사랑하여 결혼했지만 그 예언이 내려오자 왕은 딸을 죽이려 하고 왕비인 후작은 딸을 데리고 도망칩니다. 그러나 왕비는 결국 사망하고, 끌려온 왕녀는 탑에 유폐됩니다. 로자리아가 성년이 되기 전 찾아온 성녀는 제국이 그래왔던 것처럼 미성년자인 왕국의 후계자를 제국으로 데리고 갑니다. 교육을 위해서라지만 사실상 볼모이자 제국에 반항하지 못하도록 미리 눌러두는 것에 가깝습니다.

로자리아는 내내 성녀 프리실라에게 휘둘리며, 프리실라는 로자리아를 자신의 손아귀에 두고 그녀가 임신하면 그 아기를 바탕으로 테베 역시 휘두를 생각을 합니다. 프리실라의 목표는 현 황제의 차남인 라쉬드와 결혼하여 황후가 되는 것. 하지만 로자리아는 모든 것을 잃은 뒤 자신의 정령술을 바탕으로 복수를 선택하고, 결국에는 복수를 이룹니다. 그러나 마음에 두었던 라쉬드에게 죽은 뒤에 열 다섯, 아직 제국으로 건너가기 전으로 돌아옵니다. 여기까지가 프롤로그에 해당하지요.



당연한 이야기지만 호귀한 뒤 로자리아는 그 뒤 자신의 정령술을 감추며 어떻게든 살아 남기 위해 노력합니다. 로자리아는 오랫동안 단절되었던 정령술사로서의 힘을 가졌지만, 신전에 이 사실을 들키면 척살 대상이 될 거란 걸 압니다. 정령술은 악한 것으로 신의 힘에 반하는 것이라 들키지 않게 노력합니다.

열다섯으로 회귀했지만 그간 교육도 제대로 못 받았고, 내내 홀대받았던 로자리아는 그 며칠 전과는 다른 모습을 보이지만 준비할 시간이 짧습니다. 그 짧은 시간 동안 어떻게든 상황을 타개하고 죽지 않을 방법을 모색하며, 자신을 볼모로 데리러 온 제국의 성녀 프리실라와, 그녀의 일행으로 온 대공 라쉬드와 함께 제국으로 갑니다. 프리실라는 로자리아를 내내 견제하고 자신의 손 안에 두려 하며, 로자리아는 어울려주는 척 하다 공동의 적을 둔 라쉬드와 손을 잡습니다.



만. 이게 전부는 아닙니다. 로자리아는 신전과 직접적으로 대립하지 않으면서 회귀 전에 보았던 여러 사건들을 회피하기 위해 이런 저런 방법을 씁니다. 정령술을 사용해 제국에 돈 전염병의 치료제로 약재를 만든다든지, 그를 위해 정령술을 사용한다든지 등등. 그리고 그 와중에 또 다른 제국의 황자와도 얽힙니다.


대강 얼버무리는 건 그걸 자세히 기술하기가 어렵기 때문입니다. 많은 사건이 있고, 많은 사람이 있습니다. 그러나 로자리아와 라쉬드는 서로 엇갈리는 일이 많으며, 그게 또 클리셰이기도 합니다. 문제는 그 답답한 과정이 꽤 길게 늘어나며, 악녀인 프리실라나 악한 놈인 황태자 클라인도 악한 자들의 전형적인 모습을 보여준다는 겁니다. 게다가 프리실라가 성녀라는 위치에 오르기까지 쓴 방법이나, 그 뒤에도 로자리아를 누르려는 방법이나 라쉬드에게 손을 내미는 모습 등이 제가 매우 싫어하는 방식입니다.

옆 제국인 바렛사의 황제, 마르쉬 또한 그렇습니다. 나중에 로자리아가 잡혔을 때의 이야기나, 그 앞의 이야기 역시 매우.... 제가 좋아하지 않는 전개입니다. 그래서 2권을 홀랑 건너 뛰었던 것이기도 하지요.



성녀와 신전의 부정한 행위는 제국의 성립 과정에서 발생한 신들의 다툼과 연계가 됩니다. 로자리아의 회귀 전 이야기, 신들의 다툼, 제국의 성립, 바렛사와의 대립 등은 모두 하나로 귀결됩니다. 모든 이야기는 결국 원래의 예언이 달성되는 것으로 끝을 맺고요. 그런 의미에서는 나쁘지 않은 이야기지만 내용이 너무 많아서 버겁게 느껴지기도 했습니다. 무엇보다 이 세계관은 제 취향이 아닙니다.(먼산) 취향이냐 아니냐의 문제는 결국 '여자라서 안돼.'라든지 '여자가 뭘.'이라든지 라는 이야기가 많다는 겁니다. 제게는 두 번 읽기에는 버거운 이야기더군요.


그리하여 조용히 덮고는 『마법사를 위한 동화』를 읽기 시작했는데, 그랬는데....(다음 글에 계속)


문해랑. 『로자리아 1-3』. 위치북(케이더블유북스), 2018, 각 13500원.


『악녀는 변화한다』는 조아라에서 연재되었던 소설입니다. 완결까지 연재되고 다시 타 플랫폼에서 연재되었다가 출간되었지요. 지금 보면 왜 전자책으로만 나왔을까 싶습니다. 종이책으로도 충분히 괜찮은 소설이라 생각하거든요. 전자책으로는 총 6권. 권 수가 많지만 읽는데 그리 버겁지는 않습니다.



엘쟈네스 크로커스는 크로커스 공작가의 장녀입니다. 아래로 여동생 하나, 남동생 하나가 있지요. 공작가의 영애지만 동생인 리리엘이 사람들의 사랑을 독차지하는 것과 반대로, 엘쟈네스는 그리 평이 좋지 않습니다. 로벨리아 왕국의 사교계에서 리리엘은 그 아름다움과 능력으로 많은 사랑을 받았지만, 엘쟈네스는 나이 지긋한 귀족 여성들에게는 평이 좋지, 젊은 사람들 사이에서는 리리엘을 괴롭히는 언니로 소문이 났습니다.


엘쟈네스는 리리엘에게 들어온 제국의 청혼을 대신하여 북쪽으로 가게 됩니다. 괴물이라 소문난 북쪽의 윈터나이트 대공은 로벨리아 왕국과 연을 맺길 원했지만 왕실 여성들은 이미 다 결혼하고 없어, 그 다음으로 왕실 혈통에 가까운 로벨리아 가에 혼담이 들어온 겁니다. 리리엘은 괴물 대공과의 결혼을 눈물로 거부했고, 리리엘의 추종자인 엘쟈네스의 약혼자는 파혼을 선언합니다. 그리하여 엘쟈네스가 대신 대공비가 되기로 한 겁니다.



이 이야기는 왕국에서 악녀로 불린 엘쟈네스가 어떠한 사람인지, 그리고 가문에서 버림받다시피 한 엘쟈네스가 어떻게 능력을 꽃피우고 대공가와 제국에 자리를 잡는지, 어떻게 변화하는지를 그려 냅니다. 그 바탕에는 윈터나이트 대공가가 내내 싸워온 '겨울'을 부르는 이들의 이야기와 리리엘을 비롯한 크로커스 공작가의 이야기가 뒤섞입니다. 단순한 악녀와 성녀의 대립 구도가 아니라 그 아래는 여성 주인공 판타지소설의 이야기가 깔려 있는 것이지요.

초반부터 리리엘은 성녀의 위치에 있지만, 악녀의 위치에 있는 엘쟈네스에 대한 묘사가 완전한 악녀가 아닌 것처럼, 리리엘 역시 완전한 성녀는 아닙니다. 오히려 문제가 있는 인물이지요. 그러한 리리엘이 어떻게 성녀의 위치에 설 수 있는가에 대한 답은 소설 후반부에 등장합니다. 후반부에 등장하는 커다란 사건은 리리엘의 밑 바닥까지 완전히 드러내게 만들며, 결국 리리엘은 처음과는 달리 악녀의 위치에 섭니다. 그건 리리엘뿐만 아니라 크로커스 공작가 자체도 그렇습니다. 공작가가 휘말린 여러 사건들은 하마터면 왕국 전체를 멸망으로 몰고 갈 뻔하며, 그 때문에 크로커스 공작가도 멸문 직전까지 몰립니다. 이러한 뒷 이야기는 소설 본편이 아니라 외전에서 다른 이들의 시점으로 전개가 됩니다. 외전은 5권 뒷부분과 6권 전체에 실려 있으며, 특히 6권에 실린 누군가의 시점으로 보이는 이야기는 이 중으로 '악녀가 변화했다'는 걸 보여줍니다.



로맨스, 판타지, SF까지 다양하게 다룬 이야기이고, 악녀는 변화하며, 사람은 또한 변화한다는 걸 확실하게 보여줍니다. 하지만 어떻게 보면 그게 걸리는 부분일 수도 있습니다. 엘쟈네스는 지나치게 완벽하며, 주변 인물들은 그러한 엘쟈네스에게 감화되거나 물들면서 자신의 잘못을 깨닫고 변화합니다. 단순한 선악구도는 아니라 했지만 엘쟈네스를 선에 놓고 다른 이들을 보면 지극히 정석적인 선악구도 입니다. 처음에는 미운 오리새끼였던 엘쟈네스가 성장해 자신의 능력을 개화하는 것은 좋지만 그래서 오히려 엘쟈네스에게 마음이 가지 않는 부분도 있습니다.


외전을 더 마음에 들어하는 것도 그 때문일 겁니다. 엘리나의 사랑 이야기를 다룬 외전이나, 6권의 상당부분을 다룬 외전도 꽤 마음에 들었습니다. 지나치게 정석적인 이야기가 아닐까 생각하지만 뭐, 6권 주인공의 어릴적 이야기가 등장하는 그 외전도 마음에 들었고요. 오히려 본편보다 그 뒤에 이어지는 이야기들이 더 기억에 남습니다.


그러고 보니, 걸리는 부분이 하나 더 있었군요. 『은하 영웅 전설』과 비슷하게, 여기도 혁명을 통한 공화제를 부정적으로 보며 제국의 시스템을 긍정적으로 보고 있습니다. 제국의 시스템이 잘 돌아가는 이유는 황제 때문이지만, 그게 꼭 좋은 것일까 싶기는 합니다. 아직까지 잘 돌아가고는 있지만 그게 앞으로도 잘이냐 하면 확신이 없네요. 견제구는 많지만, 그리고 준비 안된 공화제는 프랑스혁명의 혼란기를 보여주는 것이라 하지만 으으으으음...


누노이즈. 『악녀는 변화한다 1-5, 외전』. 마담드디키(교보문고), 2018, 1-5 각 3천원, 외전권 1500원.



하여간 엘리나와 요하네스, 율리히 때문에라도 재미있었습니다. 무엇보다 율리히는 꼬맹이와 이름이 같아서 더..=ㅁ=


덧붙여 전대 대공부부의 이야기도 조아라에서 연재되다가 연재처 옮긴 걸로 기억하는데. 그러니 이 역시 출간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따로 뺄까 하다가 추가. 읽다가 발견한 오타들입니다.



본편은 정주행 두 번인가. 외전은 세 번쯤 했을 겁니다.

https://britg.kr/novel-group/novel-post/?np_id=109082&novel_post_id=59580

Mik. 『백 한 번째 자매』


7월 초에 마감된 불나방브릿G는 남주로맨스와 여주판타지의 두 종류 공모전(?)이었습니다. 도전해볼까 하다가 아무리 머리를 굴려도, 제 하드를 뒤져도 저 두 키워드에 해당되는 작품이 없더군요. 그리하여 조용히 내려놓고 까맣게 잊었는데 중단편작품 게시판을 역주행하다가 이 소설을 발견했습니다. 제목이 익숙한 걸 보니 트위터 타임라인에 올라온 걸 보았던 모양입니다.


이야기는 그리 길지 않습니다. 짧지만, 그 짧은 분량에 꽉찬 이야기가 담겼습니다. 그 뒤의 이야기가 궁금하기도 하고, 또 다른 모험의 시작이라는 생각도 들고요. 그래서 뒷 이야기, 그것도 장편을 기대하게 되더랍니다.

내용은 매우 간결합니다. 스테인드글라스가 아름답게 빛나는 어느 공간, 그곳에 『재상』과 그녀의 여러 자매들이 모여있습니다. 수는 모두 백. 그리고 『재상』은 이야기합니다. 이곳에 곧 백 한 번째 자매가 도달할 것이며, 그 때문에 여기 있는 누군가는 자신의 '직업'을 내려 놓아야 한다고 말입니다. 새로운 자매의 스테이터스는 ALL MAX. 그것도 아르바이트와 교육만으로 달성한 수치랍니다. 그녀가 가질 직업은 당연한 것이고, 그렇기에 『여왕』은 자신의 자리를 넘길 준비를 합니다. 하지만 결말은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달려갑니다.


이 짧은 소설의 부작용은 상당히 심각합니다. 분명 제 방 어딘가에는 PM2=프린세스 메이커 2가 있을 것이니, 오랜만에 그 게임을 다시 꺼내들고 싶어졌지 뭡니까. 소설 속에 묘사된 분홍 머리에 황금빛 눈이라면 아마도 PM3나 그 이후 버전이 아닐까 생각하지만 저는 무사수행에서 몬스터를 잡을 수 있는, 용을 해치울 수 있고 무신을 잡을 수 있는 두 번째 버전을 가장 좋아했으니까요. 그 버전이 윈도에서도 돌아갈 수 있도록 개선된 것이 어딘가에 있을 것이니 찾아볼까라는 생각이 들더랍니다. 공략법은 잊었지만 그래도, 잘 키우면 장군이나 왕궁마법사 쯤 훌륭하게 만들 수 있습니다. 소설에서 언급한 것처럼 치트키를 써야만 왕을 만들 수 있었던 그 옛 기억이 새록새록 올라옵니다.

그렇다보니 다 읽고 나면 데이터로만 남았을 수 많은 딸들에게 잘 자라줘서 고맙다는 말을 하고 싶어집니다. 그리고 그 경계를 넘어간 리셸 룬에게 새로운 길이 열리기를 기원합니다. 그리고 수많은 전직용사아버지들에게 이 소설을 추천합니다.


덧붙임.

꼭 읽어보세요. 읽고 나면 분명 옛 게임을 다시 꺼내들고 싶어질 겁니다...! 왜 모바일로는 PM2 같은 딸/아들 키우기 게임이 안나오는 겁니까. 육성게임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이렇게 추억이 되어 꺼내볼만한 그런 게임은 없는 걸까요. 아쉽습니다.ㅠ_ㅠ

저는 점을 믿지 않습니다. 더 정확하게 표현하면 믿지 않는 대상은 점 자체라기 보다는 그 상황을 해석하는 사람이로군요.

신점이야 보러갈 일이 없었고 이전에 주역 쪽으로 풀이하는 분을 찾아가 이야기를 들었더랍니다. 굉장히 중요한 기로에 서 있었을 때였는데, 상황을 둔 저와 해석자의 대립이 있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이 소설의 소개 글에서 점을 보러 갔다는 이야기가 나오니 웃음이 먼저 나오더군요.



소설에서 점은 아주 작은 시작일뿐입니다. 계기에 가깝지만 결론적으로 이 소설은 점이나 운명을 이야기 하지는 않습니다. 여기서 다루는 운명은 '당신이 나의 운명!'이라든지 '붉은 실이 엮였어요!'같은 것이 아닙니다. 다 읽고 나면 곰곰히 돌이켜, 『데스티네이션』이 아니었나 고민하게 됩니다. 그리고 실제로도 그렇습니다.


서점 소개글에서는 점을 보러 갔다가 얼결에 연애를 하게되었다는 이야기처럼 읽힙니다. 틀린 것은 아니지만 읽다보면 조금 다릅니다. 행간이 있더군요.


기정운은 친구인 강주희에게 끌려 점을 보러 갔다가, 주희는 연애운이 올해 내도록 없지만 정운은 운명이 있으며 그 운명을 만나면 굉장히 안 좋은 일이 일어날 것이라는 이야기를 듣습니다. 그리고 그 사람의 물건을 받아서 쓰거나, 아니면 그 사람과 마음이 통한 상태에서 몸도 통하거나, 그게 아니면 아예 물 건너 가서 두 번다시 만나지 말아야 한다는 이야기를 듣습니다.

그리고 코웃음으로 넘긴지 얼마 되지 않아서 점쟁이에게 복채를 주러 가는 상황에 휘말립니다. 처음에 복채를 내려고 했을 때 점쟁이가 "나중에 어차피 다시 찾아올 것이니 그 때 주면 된다"고 했거든요. 진짜로 또 갈 일이 생깁니다. 뭐든 알고 있을 것 같았던 점쟁이도 몰랐던 것인가 생각했지만 뒤에 가서 다시 생각하면 조금 다릅니다. 그럴만 했습니다. 다만, 점을 보는 사람이라면 '이런 상황도 알아야 하는 것 아닌가?'라는 생각과 '그만큼 셌던가?' 싶은 생각이 교차합니다. 연애가 주라고는 해도 점과 관련된 이야기가 주요 기둥을 세우고 있으니 곰곰히 따져보게 되더군요.


끝까지 다 읽고 나서 짚어보면, 결국 이 소설은 운명은 그 주인공들이 만들어가는 것이라는 이야기를 하고 싶었던 것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정운과 지호도 그렇지만, 다른 이들도 본인이 바꿔나가니까요. 읽어보면 무슨 이야기인지 아실 겁니다.



얼결에 운명론적으로 만났지만 나중에는 그 자체가 운명이 됩니다. 제목의 아이러니함은 후반부에 가면 더 자세히 나옵니다. 살짝 반전이 있거든요. 그 반전을 보고 나면 운명과 운명이 아닌 것이 뒤바뀌지만 읽다보면 결국 마음 가는 것이 운명이겠거니 생각하게 됩니다. 분량이 적지 않은데 단번에 읽어내릴 정도로 괜찮았습니다.



뷰이뷰이. 『운명론적 세계 1-2』. 시크노블, 2018, 각 3300원.



그럼에도 걸리는 부분이 몇 있었던 건 오롯이 제 문제입니다. 현실적이기는 하나, 여성등장인물들 중 마음에 드는 이가 없다는 것이 좀..ㅠ_ㅠ


목록을 적다보니 이번 달에도 개별 감상기를 다 못 쓴 걸 깨달았습니다. 아니야, 괜찮을 거예요. 아마도. 언젠가는 쓰겠지요. 하하하하하.;ㅁ;



사이키. 『렛 잇 플라이Let It Fly 1-2』.

BL, 오메가버스, 현대.

따로 감상을 쓸까 말까 하다가 안 썼던가요? 개인지로 보고는 전자책을 장바구니에 담아 놓고 기다리다가 뒤늦게 샀습니다. 개인지는 자취방에 있다보니 본가에서는 못 읽기 때문입니다.


자신이 오메가라는 걸 감추고 군생활을 하던 권재하는 발령받은 전투비행단의 정비사로 우성알파인 한태윤을 만납니다. 베테랑 정비사인 태윤 덕에 이모저모 도움은 많이 받지만 열성오메가던 재하는 '열성에서 우성오메가로 변화하는 개화가 일어나고 있다'는 진단을 받습니다. 원인은 우성알파인 태윤과 자주 만나 페로몬을 자주 접하기 때문이라 하여 가능한 멀리하려 하지만 그리 될리가요.

소설 자체는 우성알파인 태윤과 열성오메가인 재하가 연애하는 이야기이기도 하고, 오메가로서의 자신을 감추고 억누르려던 재하가 연애하면서 점차 자리를 잡고 자신의 기량을 한껏 발휘하는 그런 내용입니다. 재하의 성장담이라고도 할 수 있지요. 특히 재하가 마음 고생 심하게 하는 군내 추행 건들을 보면 오메가버스여야 하는 이유기도 하나, 오히려 그래서 감정이입이 심하게 되기도..(먼산)

보고 있노라면 아리카와 히로의 『하늘 위』가 떠오르기도 합니다. 전투기 좋아하시는 사람은 상당히 재미있게 보실 겁니다.



진램. 『나이트를 잡는 방법 1-2, 외전』. 피아체, 2017, 본편 각 4500원, 외전 1천원.

BL, 오메가버스, 현대.

이쪽도 열성오메가가 주인공입니다. 앞서 리뷰를 올렸으니 슬쩍 넘어가지요. 외전 편을 기다리고 있지만 언데 나올지 모르겠습니다. 최근 출간된 다른 작품의 시리즈가 다음 집필 예정이라 들어서... 그러고 보니 『가이드의 조건』 외전도 그 다음 집필 목록 중에 있었습니다. 내년에는 만날 수 있겠지라며 해탈 중입니다. 기다림은 길지만 볼 수 있는 것만으로 만족합니다.



퍼즐나비. 『별을 따다 생긴 일 1-2』. W-Beast, 2018, 각 3천원.

BL, 오메가버스, 현대.

오메가버스 세계관 소설을 읽다보면 속터지는 상황에 한숨 나올 때가 한 두 번이 아닙니다. 오메가버스 세계관은 형질 차별이 곧 성차별적 맥락으로 읽힐 때가 많거든요. 그리고 거꾸로 역차별 논란이 될만한 이야기도 여럿. 또 임신관이 '남편이 없으면 안돼'에 가까운 것도 미묘합니다. 처음에는 마구 대하다가 마음이 간다 싶자 헌신적으로 돌변하는 남자주인공을 보다보면 등골이 쎄합니다. 미묘해요.



이 당시 오메가버스 세계관의 소설을 여럿 읽다보니 서로 비교도 되더군요. 취향이라면 그런 차별이 상대적으로 덜 나오는 『청춘만가』나 『나이트를 잡는 방법』이 더 입에 맞습니다.



이지오. 『오늘의 도시락 1-2』. BLme, 2018, 각 3천원.

BL, 현대.

이쪽은 다른 장치 없이 그냥 현대입니다. 잠시 휴학하고 누나네 집에 들어와 살고 있는데, 집 근처 아파트에 도시락가게가 생깁니다. 유치원 다니는 조카를 데리고 다녀보니 무뚝뚝한 사장이 있어 매번 부딪히네요. 그러다가 몇 번 신세지고, 답례로 일 도와주고, 그렇게 서로 왕래하다가 연애하게 되는 이야기입니다.

다른 것보다 외전 이야기가 매우 귀여웠습니다. 현대 배경이라 독립하고 둘이 동거 시작하는 과정에서 보이는 가족들의 반대도 꽤 재미있었고요.







nigudal. 『트립!』. 이색, 2018, 3천원.

BL, 판타지, 차원이동.

차원이동이지만 이고깽이 아닙니다. 한창 시험공부하던 주인공이 정신을 차려보니 타임슬립을 한 것 같은데, 지나가던 귀부인이 주워준 덕에 조금씩 정착하며 사회를 공부하다보니 타임슬립이 아니라 자신이 시험공부하다가 손에 잡았던 과거배경의 모험소설 속으로 들어온 걸 깨닫습니다. 거기에 사고만 치는 주인공이 있어서 그 주인공만 피하면 어떻게든 중간은 간다 생각했는데 왜 그런지, 이 역병귀신 같은 놈과 얽히게 됩니다. 그 때문에 이리 고생하고 저리 고생하는 주인공의 이야기.

이나.

중요한 것은 읽다보면 미친듯이 웃으면서 이거 ***의 오마쥬잖아!라고 외친다는 겁니다. 그렇습니다. 읽으면 다들 알만한 매우 잘 알려진 소설의 오마주입니다. 뭔지는 읽으면 아실거예요.

별 생각 없이 알라딘의 맞춤형 추천도서에 올라온 걸 보고 들어갔다가 작가 이름을 보고 앞뒤 가릴 것 없이 구입했습니다. 『에이미의 우울』은 매우 재미있게 읽었으니까요.



artois. 『거울 속의 이방인 1-3, 외전』

BL, SF.

어, 음. 아직 안 읽었습니다. 조아라에서 연재 완결되었던 소설로, 매력적이었다는 것만 얼핏 기억합니다. 그도 그런게 완결란에 올라온걸 마지막 몇 편만 읽고 확인했거든요. 그 부분으로 추론하건데 주인공이 매우 고생할 것이 눈에 선해 고이 덮어 두었습니다. 언젠가 열어 볼 겁니다.



그러타. 『스테이 위드 미 1-2』. 프린스노벨, 2018, 각 3300원.

BL, 현대, 배우, 빙의.

아버지뿐만 아니라 주위의 모든 사람에게 학대받던 상진은 결국 아버지 손에 죽습니다. 그러나 정신을 차렸을 때는 자신의 몸이 아니라 다른 누군가의 몸입니다. 아이돌이었다가 지금은 연기도 조금 하는, 하지만 얼굴만 예쁜 쓰레기라는 소리를 듣는 류시한입니다. 왜 들어왔는지, 죽은 몸은 어떻게 되었는지 모르지만 일단 누군가의 몸에 들어왔으니 최대한 얌전히 잘 있다가 나중에 돌려주어야 한다 생각합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몸에 남아 있던 기억들이 하나 둘 떠오른다는 겁니다.

그렇게 상진이 류시한으로서 살면서 여러 정신적 문제를 극복하고 연애한다는 것이 주요 내용...이라고 요약하면 민망하군요. 더 자세한 요약은 앞서 올린 감상을 참고하시면 됩니다.




김아소. 『안겨줘요, 닥터 1-2, 외전』. 비하인드, 2017, 1-2권 각 2800원, 외전 1500원.

BL, 현대.

이쪽도 앞서 리뷰에서 자세히 올렸더니 쓸 기력이..(먼산)

일단 의사선생님이 매우 귀엽고요, 변호사님도 귀엽고요. 하지만 나중에 등장하는 동료 의사는 손톱만큼도 귀엽지 않습니다. 무엇보다 모님이 지적하신 대로, 아무리 치프급 능력자고 논문을 여럿 발표했다고 해도 레지던트는 수술을 주관해선 안됩니다. 굳이 비교하자면 박사논문을 통과할 수준이지만 본인이 아직 코스를 다 밟겠다고 주장하는 석박사통합과정 미졸업학생에게 석사과정 논문지도 맡기는 느낌..? 그리고 업무처리는 주변 박사과정생들이 담당하고요. 적절한 비유는 아니지만 대강 그런 느낌입니다.



두나래. 『햇살 세 스푼』. 고렘팩토리, 2017, 4200원.

BL, 판타지.

구입해놓고 아직 못 읽었습니다. 아니, 뒷부분만 살짝 들여다보았네요. 현재 조아라에서 연재중인 『용의 황자님』 앞 이야기에 해당합니다. 괴팍한 빛의 마법사는 마법학 마지막 과정을 위해 저 북쪽 끝의 외딴 마을에 처박혀 있었고, 그 와중에 학교 졸업 직전의 수련을 위해 찾아온 견습마법사 쥬드가 찾아옵니다. 집안일이 능숙하고 챙겨주는 것도 잘해서 내키지 않았지만 함께 일하기로 하는데, 사교성 좋은 쥬드는 금방 마을 속에 녹아듭니다. 그리고 사고도 치는군요. 어쩌다가 주워온 알에서 이상한 생물이 태어나서 말입니다.


트위터에 잠시 올라왔던 조각글을 바탕으로 시작된 이야기입니다.(그랬다고 기억합니다.) 마법사 둘과, 우연히 주운 용의 알과. 그리고 알에서 깨어난 용을 키우는 것이 주요 내용입니다. 동화풍 이야기라 참 좋습니다.



이미누. 『드림 오브 윈터 Dream of Winter』. 민트BL, 2018, 2800원.

BL, 판타지.

이것도 따로 감상 올려야.=ㅁ=

동화풍은 아니고. 동화풍이라기에는 본격적입니다. 굳이 따지자면 테라리움에서의 생존기. 생존계 모험소설, 『나의 산에서』 같은 이야기와 매우 닮아 있습니다.

'나'는 어느 순간 숲에서 무작정 뛰고 있었습니다. 어디선가 속살거리는 소리가 들리지만 무조건 뛰다보니 저 멀리 불빛이 보입니다. 자신이 가진 이상한 기억들이 어디서 온건지는 모르지만, 정신이 들었을 때는 오두막 안이었고, 심각하게 감기 혹은 폐렴과 동상에 걸려 있어 숲지기의 보살핌을 받습니다. 그리고 숲지기의 이야기와 자신의 기억 사이에 상당한 괴리가 있다는 걸 깨닫지만 자신은 이름조차도 기억하지 못함을 깨닫고 경악합니다.

..아니, 그런데 숲지기는 자신을 숲지기라 소개하고 이름이 뭐냐 묻는군요.


어느 날 숲 속에 뚝 떨어진 주인공과 숲지기의 연애담입니다. 등장인물은 굳이 따지만 하나 더 있지만, 묘하게 「투모로우」 같은 느낌을 받기도 합니다. 아마 배경이 황량한 툰드라의 숲 같은 이미지라 그럴 겁니다. .. 아. 툰드라가 아니라 타이가인가?;



긴밤. 『각자의 사랑 1-2』. 시크노블, 2018, 각 3200원.

BL, 현대.

등장인물 다섯이 각자의 사랑을 하는 이야기입니다. 원래 커플은 둘이었고, 도중에 그 두 커플이 깨지고 한 커플 성립했다가 맨 마지막에는 그 커플도 깨지고 한 커플만 남습니다. 하하하하.;ㅁ;

시점은 그 다섯 명 각각의 이야기로 흘러갑니다. 내용을 설명하기가 쉽지 않지만 대체적으로 주인공인 목연을 중심으로 이야기가 흘러갑니다. 앞부분은 등장인물들의 이야기가 천천히 진행되기 때문에 알라딘 등의 소설 소개란에 등장한 대로 가려면 1권은 절반 이상 넘어가야 합니다. 각자에게 붙어 있는 감정의 잔재가 매우 두꺼워서 그걸 털어내는데도 시간이 걸리더군요. 도중에 뒷부분만 볼까도 고민했지만 순서대로 읽기를 잘했다 생각합니다. 해피엔딩이니 걱정은 안하셔도 되고요. 감정의 진척은 느리지만 그만큼 깊게 다가옵니다.



두나래. 『처음이라서 외전』. 고렘팩토리, 2018, 700원.

BL, 현대.

귀엽습니다./////



사이현. 『베이비 런Baby run Side Story』. 블루코드, 2018, 1100원.

BL, 오메가버스, 현대.

현대라기 보다는 슬쩍 근미래 SF 분위기가 있긴 합니다. 조아라 연재를 보고 나서 외전만 살짝 구입해 다시 보았는데 이쪽은 제 취향과 좀 거리가 있습니다. 하하.;ㅁ;



누노이즈. 『악녀는 변화한다 1-6』. 마담드디키, 2018, 1-5 각 3천원, 6(외전) 1500원.

판타지, 로맨스.

다 읽고 나면 SF. 판타지가 아니라 다 읽고 나면 포스트아포칼립스란걸 깨닫습니다.(먼산) 하지만 본편은 그냥 판타지로 보면 됩니다.

조아라에서 연재되었던 소설이고 상당히 오래 기다렸던 터라 6권을 단번에 집어 들었습니다. 그건 좋은데 분량이 많아 읽는데 시간이 꽤 걸립니다. 그리고 주인공과 반동인물의 대립은 좋으나, 결말부에 벌어진 무도회에서의 사건은 그리 좋아하지 않는 장면입니다. 외전까지 다 읽고 나면 결국 외전까지 가야 소설이 전체 다 마무리 되는 것이고, 조아라에서 연재되었던 분량까지만 보면 권선징악적 로맨스소설로 마무리되는구나 싶습니다. 외전의 결말은 누가 진짜 악이고 무엇이 진짜 용서인가를 다시 생각하게 되더군요. 피해자와 가해자가 종종 뒤바뀌는 일을 보다보니 마무리는 이정도가 적절하구나 싶더랍니다.

개인적으로 요한이 등장하는 외전, 엘레나의 외전이 매우 좋았습니다. 아마 따로 감상 올릴 겁니다.



카르페XD. 『황궁의 이브닝 외전 1』. B&M. 2018, 1천원.

BL, 판타지.

종이책으로 샀지만 혹시 그 뒤의 다른 외전인가 싶어 구입했는데, 책에 실린 것과 동일한 외전입니다.



도도연. 『윈터메르헨 1-3』. 시크노블, 2018, 1권 3400원, 2권 3천원, 3권 3200원.

BL, 판타지.

이쪽도 동화풍입니다. 하지만 동화풍이라는 것도 편차가 심한터라, 어떤 것은 북유럽계 동화, 어떤 것은 독일계 동화, 어떤 건 동유럽계 동화, 어떤 건 프랑스계 등등입니다. 이건 굳이 따지자면 북유럽과 아라비안나이트를 섞은 겁니다. 앞서 감상은 매우 구체적으로 올렸으니 슬쩍 패스. 전자책 가격만 추가해야겠네요.



피아니시모. 『Connected Time 이어지는 시간 1-3』. 파란달, 2018, 각 2500원.

BL, 현대, 회귀, 아이돌.

『Rewind time되돌아온 시간』의 뒷 이야기에 해당합니다. 원래 연재 당시는 1-2부로 나뉘어 있었지만 앞쪽 이야기가 출간계약하여 나오면서 뒷 이야기는 또 분리되었고요. 앞 이야기는 회귀한 뒤 바뀐 인생 이야기라면 이쪽은 연애하는 이야기입니다.



김아소. 『마이 팻보이 1-2, 스핀오프 외전』. 비욘드, 2018, 1권 3천원, 2권 4200원, 스핀오프 외전 2500원.

BL, 현대.

스핀오프는 살짝 SF나 판타지를 섞은 모양새입니다. 스핀오프 외전 매우 좋았습니다. 본편보다 이쪽이 취향인 것은, 본편은 주인공인 헤이든의 마음 고생이 심하기 때문입니다.

팻보이가 pet boy가 아닌 fat boy라는 점에 유의할 것. 어릴적 몸이 약해 운동이고 뭐고 제대로 못하고 침대에서만 거의 생활했던 헤이든 머피는 그 뚱뚱한 몸매와 유약한 성격 때문에 따돌림과 괴롭힘의 대상이 됩니다. 특히 9학년 올라와서는 학교의 풋볼 쿼터백이 대놓고 놀리는데다 성적 희롱까지 가한 덕에 거의 죽고 싶은 심정입니다. 그 때 손을 내민 것이 이안 우드. 집안도 돈이 있고 키도 크고 잘 생기고 공부도 잘하다보니 학교 내 아이돌입니다. 그런 아이돌이 헤이든과 붙어 다니니 괴롭힘도 줄어들고요. 그리고 헤이든도 이안의 옆에 어울리는 사람이 되고 싶다 생각하고 죽음의 행군길-체중감량을 시작합니다.

여기까지만 보면 다이어트에 성공해 새로운 삶이 열리는 이야기로 보이지만 그건 일부일 따름입니다. 헤이든은 그간의 트라우마가 남아 있어 여전히 자존감이 낮습니다. 그 때문에 약을 복용했다 쓰러지기도 하고 다른 사람들에게 휘말리기도 합니다. 그럼에도 헤이든은 점차 앞으로 걸어나가며, 이안과 사귀기 시작하고 그 사실이 공개되었을 때도 앞으로 나섭니다. 이안의 성장도 헤이든 못지 않습니다. 두 소년이 서로를 좋아하고, 그 사실을 인정하고 걸어나가는게 참 귀엽습니다.

다만 헤이든이 괴롭힘 당하는 이야기는 읽다가 스위치 눌릴 수 있으니 조금 주의가 필요합니다.-ㅁ-a




김다현. 『교활하지 못한 마녀에게 4』. FEEL(필), 2018, 3200원.

판타지, 로맨스.

정진정명 판타지입니다. 책을 읽다가 도중에 내려놓은 덕에 감상은 안 올렸던 것 같은데. 어머니의 죽음과 함께 다른 사람에게 맡겨지고, 드디어 한 사람의 마녀로 제몫을 다하게 되어 언니를 만나러 가는 도중 사건에 휘말리는 이야기입니다. 모든 이야기가 해결되는 부분이 문득 다시 읽고 싶어서 충동구매했습니다. 핫핫.;




사이키. 『렛 잇 플라이Let It Fly 1-2』. B cafe, 2017, 각 3천원.
진램. 『나이트를 잡는 방법 1-2, 외전』. 피아체, 2017, 본편 각 4500원, 외전 1천원.
퍼즐나비. 『별을 따다 생긴 일 1-2』. W-Beast, 2018, 각 3천원.
이지오. 『오늘의 도시락 1-2』BLme, 2018, 각 3천원.
nigudal. 『트립!』. 이색, 2018, 3천원.
artois. 『거울 속의 이방인 1-3, 외전』. 나이츠문, 2018. 1권 무료, 2-3권 3500원, 외전 1500원.
그러타. 『스테이 위드 미 1-2』. 프린스노벨, 2018, 각 3300원.
김아소. 『안겨줘요, 닥터 1-2, 외전』. 비하인드, 2017, 1-2권 각 2800원, 외전 1500원.
두나래. 『햇살 세 스푼』. 고렘팩토리, 2017, 4200원.
이미누. 『드림 오브 윈터 Dream of Winter』. 민트BL, 2018, 2800원.
긴밤. 『각자의 사랑 1-2』. 시크노블, 2018, 각 3200원.
두나래. 『처음이라서 외전』. 고렘팩토리, 2018, 700원.
사이현. 『베이비 런Baby run Side Story』. 블루코드, 2018, 1100원.
누노이즈. 『악녀는 변화한다 1-6』. 마담드디키, 2018, 1-5 각 3천원, 6(외전) 1500원.
카르페XD. 『황궁의 이브닝 외전 1』. B&M. 2018, 1천원.
도도연. 『윈터메르헨 1-3』. 시크노블, 2018, 1권 3400원, 2권 3천원, 3권 3200원.
피아니시모. 『Connected Time 이어지는 시간 1-3』. 파란달, 2018, 각 2500원.
김아소. 『마이 팻보이 1-2, 스핀오프 외전』. 비욘드, 2018, 1권 3천원, 2권 4200원, 스핀오프 외전 2500원.
김다현. 『교활하지 못한 마녀에게 4』. FEEL(필), 2018, 3200원.




이번에도 길었다.OTL

종이책도 열심히 읽고 열심히 리뷰 올려야지요.

현대 배경의 BL입니다.

이전에 『안겨줘요 닥터』를 매우 재미있게 보고 나서 다른 작품 없나 뒤지다가 장바구니에 담았습니다. 뭐라해도 『별의 궤도』도 재미있게 보았으니까요. 작가를 판다는 것은 이래서 좋습니다. 알라딘에서 '당신 취향에 맞을 거예요!'라며 들이미는 목록보다 취향에 맞을 확률이 높거든요.



『마이 팻보이』의 팻은 pet이 아니라 fat입니다. 하기야 애완동물의 pet이었다면 펫보이가 되었겠지요. 제목 그대로 이 이야기는 뚱뚱한 소년이 주인공입니다.


헤이든 머피는 루이스 사립학교의 학생입니다. 공부를 잘해서 또래들보다 나이가 두 살 어립니다. 소설은 헤이든 머피가 방학 후 첫 등교일에 학교를 가며 벌어지는 데서 시작합니다. 헤이든을 알아보는 사람은 단 한 명도 없었고, 교실에 들어와서도 다들 '전학생인가' 생각하는 정도입니다. 그리고 친구인 이안 우드는 헤이든을 보고 매우 많이 변했다고 이야기 합니다. 안경을 벗고 렌즈를 썼으며, 15년간 통통했던 몸은 강력한 식이조절과 운동으로 날씬하게 변했으니까요. 하지만 이 소설은 '다이어트로 역변한 소년의 성공기'가 아닙니다. 그 차이가 소설을 만듭니다.(응?)



소설의 내용은 요약하기 쉽지 않습니다. 아주 간략하게 표현하자면, 헤이든 머피와 이안 우드가 서로 만나고, 친구가 되고, 우정을 넘어 연인이 되기까지의 과정을 그립니다. 하지만 그 안에는 각자의 애환이 있습니다.

헤이든은 몸이 매우 약했습니다. 어릴 때부터 침대가 친구였고 약을 노상 달고 다녔으며, 그 때문에 외조부를 비롯한 가족들은 헤이든을 끼고 삽니다. 외조부는 보험사를 운영하고 어머니는 피아니스트, 데릴사위인 아버지는 외조부를 돕습니다. 유일한 손자다보니 온갖 관심과 사랑을 받고 자랐지요. 그래서 헤이든은 자신이 뚱뚱하다는 걸, 그리고 그게 문제가 된다는 걸 몰랐습니다. .. 아뇨. 원래 외모는 문제가 될 수 없지요. 뚱뚱한 것이 문제가 될 수 없는 건 저도 압니다. 하지만 또래들 사이에서는 다릅니다. 또래보다 작은 키, 뚱뚱한 몸, 그리고 여린 헤이든은 따돌림과 괴롭힘의 표적이 됩니다.

그렇다보니 부모들은 헤이든을 사립학교에 보내기로 결정합니다. 어머니가 나온 사립학교면 괜찮지 않을까 생각했는데, 거기서도 표적이 되어 괴롭힘을 당합니다. 프롤로그 다음에 나오는 과거 편을 보면 트라우마 있는 사람들은 읽다가 스위치가 눌릴 것 같은 생생한 이야기가 등장합니다. 이러지 않을 거란 보장이 없지요.


헤이든의 삶이 바뀐 것은 학교의 아이돌을 맡고 있는 이안 우드가 다가오면서부터였습니다. 괴롭힘을 주도하는 와이어트 존스 때문에 억지로 각 학급을 돌아다녔을 때, 이안이 다가와 도움을 줬습니다. 그리고 그 뒤부터 이안은 헤이든에게 조금씩 다가와 같이 붙어 있습니다. 이안은 아버지가 교도소를 운영하기도 하고, 정치쪽으로 뛰어들 것이기도 하고, 외모도 뛰어난데다 성격도 바르다보니 학교 내 인망이 매우 높습니다. 교도소 운영과 학교내 파워의 관계는 본편에 나오니 넘어가고. 하여간 그런 이안과 친구들이 헤이든 옆에 있고 도와주다보니 헤이든의 삶에도 조금씩 볕이 들어옵니다.

이렇게 되니 헤이든도 고민합니다. 이안 옆에 똑바로 서고 싶다, 그리고 이안과 잘 어울리는 사람이 되고 싶다. 체중감량에 가장 부정적인 생각을 갖고 있는 어머니는 마침 리사이틀 나가고 안 계십니다. 방학 첫 날, 헤이드는 아버지 앞에서 체중감량하겠다고 선언하고, 아버지는 전폭적인 지지를 보냅니다. 그리고 전속 트레이너 겸 경호원을 바로 고용해서 헤이든에게 붙여 줍니다.

..

보고 있노라면 이래서 부잣집이구나 싶습니다.(먼산)



다이어트에 성공한 모습은 소설 첫머리에 등장하지요. 그리고 그 다음은 헤이든이 그간 얼마나 마음 고생했느냐가 나옵니다. 그 다음 이야기는? 이안이 왜 헤이든에게 도움을 주었는가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그리고 나면? 두 사람이 서로의 마음을 알고 연애를 시작했다고 해도 그리 평탄하지는 않습니다. 헤이든은 낮은 자존감으로 여전히 고생합니다. 살이 찔까 걱정하고, 학교 폭력 가해자들도 여전히 학교에서 봅니다. 이안은 헤이든을 좋아하지만 정치판에 뛰어든 아버지는 가능한 문제를 만들지 말라며 압박합니다. 거기에 개인적인 가정사까지 끼어들어 상황은 더더욱 복잡해집니다.

아이들은 어리고, 이 곳은 현대 미국입니다. 물론 도시는 가상의 도시지만, 현실 세계임은 부정하지 못합니다. 게이라고 커밍아웃하는 것도, 부모님과 주변의 시선을 견디는 것도 쉽지는 않습니다. 그럼에도 결말로 가는 두 사람을 보면 점차 성장하고 있다는 것이 눈으로 확인됩니다. 그리고 그 성장은 주변 어른들도 감화시키며, 보고 있는 사람을 흐뭇하게 만듭니다. 얘들이 이렇게 컸어요.




솔직히 말하면 본편보다는 스핀오프 외전이 훨씬 더 취향이었습니다. 스핀오프는 본편에서의 무거운 이야기를 모두 덜어내고 훨씬 가벼운 분위기로 돌아갑니다. 게다가 수인물입니다.

처음에는 배경 상황을 전혀 모르고 보기 시작하다가 미친듯이 웃었습니다. 외전의 이안도, 외전의 헤이든도 귀엽습니다. 본편보다 외전의 헤이든은 자존감이 조금 더 있고 사회에 일찍 진출한 셈이라 더 어른스럽습니다. 스핀오프 외전은 본편을 보지 않아도 충분히 이해할 수 있으니 학교 폭력이나 어려운 집안 사정은 빼고 보고 싶으시다면 이쪽을 먼저 보시길. 보고 나면 오히려 본편의 이야기 읽기가 수월할지 모릅니다. 어디까지나 가정이지만.



김아소. 『마이 팻보이 1-2, 스핀오프 외전』. 비욘드, 2018, 각 3천원, 4200원, 2500원.


집에 왔더니 『별의 궤도』 소장본이 도착했네요. 이건 따로 사진 찍어 올리지요. 전자책도 알라딘에 풀린 참이라 장바구니에 담았습니다. 후후후후. 카드 대금은 다음달의 제게 미룹니다!

일단은 BL, 현대 배경입니다.'ㅁ'

조아라 연재 당시 자주 내용 소개를 했으니 넘어갈까 하다가 적어봅니다.

열성오메가인 상현은 결혼을 하지 않았습니다. 정확히는 알파를 만나지 않았지요. 근무하는 광고회사에서 절대 빠질 수 없는 인력으로 인정 받지만 오메가로서 추행당하는 일도 비일비재합니다. 이러다가 더 나이 먹으면 아이를 가질 수 없다는 절박함에, 정자은행을 이용한 오메가 센터의 프로젝트에 참여합니다. 극우성알파의 정자를 이용한 수정란을 열성오메가의 포궁에 착상시켜 임신과정 전체를 살피는 프로젝트입니다. 임상시험이었지요.
회사에는 사귀는 알파가 외국에 있다고 둘러대고 혼자서 미혼부로 아이 키울 준비를 합니다. 그간 열심히 일한 덕에 일을 한동안 못한다고 해도 문제 없을 정도로 돈을 벌었고, 그러니 문제는 없습니다. 거기에 프로젝트 자체가 불임 오메가를 위한 프로젝트이다보니 태어나는 아기에 대한 지원 조건도 매우 좋습니다.
숙면하고 운동하고 몸 만들어서 프로젝트 참여했더니, 착상한 수정란이 둘이랍니다. 쌍둥이로군요. 열성 오메가인데 거기에 쌍둥이라면 정말 몸을 사려야하지요.

하지만 변수가 발생합니다. 회사일이 발목을 잡네요. 가능한 업무를 덜 맡고 야근 없이 지내며 보내려 했더니큰 프로젝트의 인재가 부족하다며 맡아 달랍니다. 일은 딱 할만큼만 하겠다고 선을 긋지만 회사 상사들을 보면 이 회사는 분명 블랙기업입니다. 당연히 일은 점점 꼬입니다. 그리고 그 와중에 광고 모델로 클라이언트가 매우 강력하게 요구한 배우 시준을 만납니다.

시준은 극우성알파고 사생활이 매우 문란합니다. 제멋대로인 것은 두말하면 잔소리고요. 그런 인물이다보니 상현과는 앙숙입니다. 업무적으로 만나면 그런데.. 그러한데....?


아. 물론 중반까지 둘은 내내 싸웁니다. 처음에는 제멋대로인 모델과 어떻게든 고삐 매고 끌고 가려는 광고회사 팀장으로 만나서 으르렁 대지만 몇 차례 걸쳐 만나면서 조금씩 바뀝니다. 상현은 시준을 질색하고 피하려 하지만 묘하게 시준 옆에 있으면 몸이 편합니다. 입덧도 덜하고 유산기도 덜합니다. 시준은 알파 애인이 있다는데 코빼기도 본 적 없고 혼자서 임신과정을 버티는 상현을 보고, 처음에는 관심을 안 두었다가 점차 이것 저것 챙겨주며 마음을 줍니다. 과정을 보면 시준의 짝사랑 기간이 훨씬 더 깁니다. 일방적으로 좋아하고 쫓아다니다가 이런 저런 오해가 있고, 계약하여 잠시만 옆에 있겠다고 빌어서 상현의 옆에 있었으니, 시준이 지는 게임입니다. 그러다 둘이 동등하게 서는 것은 소설 끝부분이군요.
임신해서 출산하기까지가 본편이고 출산 이후의 이야기는 외전으로 나왔습니다.


만.
오메가버스 세계관의 임신 이야기를 보면 가끔 허허로운 웃음이 나올 때가 있습니다. 이 소설도 그랬고요. 일단 오메가는 임신을 매우 간절하게 원한다는 것 자체가 미묘하지요. 그리고 소개하는 임신 과정도, 오메가의 포궁 위치나 전체 과정이 여성과 유사하다는 걸 생각하면 앞 뒤 안 맞는 부분이 있습니다. 페로몬 부분이 아니라 이런 부분이 말이지요.
임신 초반, 업무를 하고 돌아온 상현은 아랫배가 싸르르 아파오는 것을 느끼고는 친구를 호출합니다. 은성은 애인인 민훈과 함께 와서 이런 저런 검사를 합니다. 그리고 민훈은 아기들에게는 문제 없고 스트레스 받아서 그런 것 같다, 위염이다라고 진단합니다.

..
저기, 위염 걸리면 아픈 배는 명치 부근 아닌가요. 찌르르하게 아프다고 해도, 아랫배가 아프려면 그보다 아래, 그러니까 최소 소장에서 문제가 생겨야 할 겁니다. 게다가 해부학적으로 포궁의 위치는 골반 안쪽, 아랫배잖아요. 위가 거기 있을리 없고.

『별을 따다 생긴 일』은 임신 자체가 소설 전체를 관통하는 소재지만 같은 세계관의 다른 소설들은 종종 외전으로 빠집니다. 그리고 임신한 그 주인공들은 더할 나위 없이 행복해 보이더군요. 제 주변의 임산부들이 보이는 반응과는 다른 것이, 이제는 쉽게 넘어가지 못하겠다 싶습니다. 많이 알게 되니 이전에는 달달하다 넘어갔던 이야기도 다시 보이는군요.(먼산) 특히 트위터에도 꾸준히 올려주시는 임신일기 등등을 읽고 나면 임신에 대해서 재고찰할 필요를 느낍니다.

SF나 판타지 속에서 등장하는 임신 장면에 대한 논의는 나중에 다시 생각을 정리해서 써보겠습니다.:)


퍼즐나비. 『별을 따다 생긴 일 1-2』. W-Beast, 2018, 각 2천원.



아. 해피엔딩입니다. 꽉 닫힌 해피엔딩. 그건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따로 감상을 올릴까 하다가 이 둘은 길게 쓸 것 같지 않아서 함께 묶어 올립니다.



정원생활자의 열두달은 제목 그대로의 책입니다. 앞서 정원에 대한 여러 책을 냈던 저자가 이번에는 아예 1년 동안의 정원 모습을 다룬 책을 냈습니다. 읽다가 하도 졸아서 결국에는 마구 넘겼지만, 초보 정원사가 각 달에 무슨 일을 해야할지를 확인하기에 좋습니다. 봄이 되기 전에 준비해야하는 것, 가지치기라든지 각 달에 피는 꽃에 대한 설명도 상세하게 다루고 있고요. 다만 작은 정원이라기 보다는 큰 정원의 설명서에 가깝습니다. 화분보다는 노지 재배로군요.


다른 것보다 가지치기는 시기가 늦었습니다. 어흑. 진작 봤다면 사과나무의 아랫 가지들을 모두 다 쳤을 건데, 이미 잎이 나온 다음에 책을 보았습니다. 내년 2월에는 잊지말고 아래쪽 가지들을 칠 생각입니다. 어쩐지, 아래쪽의 대목에 가지가 안나온 밤나무가 훨씬 훤칠하게 잘 크더라니. 같은 사과나무임에도 하나는 키가 크고 하나는 옆으로 북실북실 하더라니. 손질을 못한 제 죄가 큽니다.



잡초도 완전히 제거할지 말지 고민했는데 이 책을 보고 남기되, 대신 낫질을 하는 걸로 방향을 바꿨습니다. 상황 봐서, 다음에는 아예 충전용 예초기를 구입할까 하고요. 보쉬 제품으로 저렴한 걸 하나 사서 날마다 조금씩 처리한다거나.

그리고 새로 심을 나무들 참고하기에도 좋습니다. 아예 맨 뒤에는 각 달에 무슨 작업을 하는지를 따로 모아 놓았네요.




무허가 홈 카페도 제목 그대로의 책입니다. 집에서 만들어 마실 수 있는 다양한 음료를 소개했더군요. 앞서 『오늘은 집에서 카페처럼』이란 책 감상을 올린 적 있는데, 비슷합니다. 그쪽보다는 이 책이 집에서 더 편하게 만들어 마신다는 느낌이 있었고요. 음료 종류도 매우 다양합니다.

그러나 그 마지막이 문제인 겁니다. 음료 종류가 다양하다는 것은 만들 때 다양한 재료를 갖춰야 한다거나 다양한 도구가 필요하다는 이야기가 될 수 있습니다. 집에 재료가 있다면 간편하게 해먹겠지만 저 같은 게으름뱅이에게는 그것도 번거롭고..?


카페의 음료를 집에서 만들어 마시고 싶은 분들께 추천합니다. 그러나 결국에는, 그것도 기력과 체력이 있어야 한다는 걸 깨달으실 겁니다...... 그냥 사다 마시는 것이 제일 간편합니다. 어흑.



오경아. 『정원생활자의 열두 달』. 궁리, 2018, 20000원.

전예량. 『무허가 홈 카페』. 비타북스, 2018, 13500원.


까눌레라고 종종 불렀는데 이 책 표지를 보니 철자가 Cannelés입니다. 그간 잘못 불러왔네요. 사전을 보면 Canelé라는데 s가 빠지는 건 알겠지만 n 하나가 줄어든게 맞는지 아닌지 모르겠네요.

표기법 대로라면 카늘레지만 까늘레가 더 입에 착착 들어 맞습니다. 하여간 원래 이름은 Cannelés de Bordeaus, 보르도의 카늘레라고 지역명을 함께 표기한답니다. 카늘레라는 것은 반죽을 담아 굽는 틀 모양에서 유래한 것으로 홈이 파인 모양이란 뜻이랍니다. 틀에 골이 졌지요.


보르도는 유명한 와인 산지입니다. 처음에 이 과자도, 포도주 생산과정에서 달걀 흰자만 사용해 노른자가 많이 남자 그걸 쓰기 위해 고안한 디저트랍니다. 책 앞머리에 그런 설명이 나오는데, 커스터드 크림은 논하지 맙시다. 그거 보존성 아주 낮잖아요. 크렘브릴레 같은 것도 보존하기 안 좋습니다. 카늘레처럼 겉은 단단하고 속은 촉촉한 것이, 실온 보관에도 더 유리할 겁니다.'ㅠ'



카늘레 만드는 법은 이 책을 보고 처음 알았는데, 보고 놀랐습니다. 아니, 다른게 아니라 금속 틀 쓰는 것까지는 대강 알고 있었지만 그 안을 코팅하는 방법이 상상을 초월하는 방법이더군요. 두 가지 방법이 있습니다. 하나는 흔히 생각하듯이 버터를 안쪽에 바르는 것. 하지만 정통방식은 밀랍 코팅이랍니다. 금속 틀에 녹인 밀랍을 붓고 흔들어 남은 것을 털어내는 방식입니다. 아니, 버터에 밀가루 코팅하는 것도 아니고 밀랍이라니! 그래서 카늘레의 겉이 그렇게 반질반질 매끈매끈 까망까망했구나 싶었습니다. 깊은 깨달음이 찾아오더군요.



기본 반죽으로 만드는 카늘레 외에 다양한 향과 맛을 추가하고, 다양한 부재료를 추가하는 방법이 나옵니다. 틀도 금속 틀 말고 실리콘 틀 사용하는 방법도 나옵니다. 단, 실리콘 틀은 금속틀보다는 색이 엷게 나오니 흰 색에 가깝게 굽는 것에 추천한다는군요. 오리지널로 색을 내려면 금속틀이 낫답니다. 이렇게 적어두니 금속 틀을 안 쓸 수 없겠네요. 거기에 밀랍.. 음. 밀랍을 고정적으로 구입할 수 있는 곳이 있으려나요. 그렇지 않아도 책 만들 때 밀랍 사용하는 것때문에 구해야 겠다는 생각은 조금 했는데.



달지 않게 만드는 카늘레도 있지만 역시 카늘레는 진한 밤색, 진한 다크 초콜릿 색이어야 합니다. 뭐, 속 재료는 조금 달라질 수 있겠지만 그래도 기본이 제일 좋지요. 책 읽고 있노라면 카늘레 구입하러 가야할 것 같습니다. 도산공원은 너무 멀고, 시간 날 때 imi에 들러보렵니다.+ㅅ+




쿠마가이 아유미. 『카늘레』, 권효정 옮김. 유나, 2018, 15000원.


오메가버스 BL입니다. .. 아, 그러고 보면 오메가버스 세계관 중에 BL 아닌 것을 읽은 기억은 없군요. 배경은 현대, 하지만 같은 오메가버스 세계관이라도 어떻게 쓰냐에 따라 굉장히 갈립니다.



몇 번 감상글을 쓰려다가 실패했습니다. 가장 큰 이유는 이걸 오메가버스 세계관의 소설로 풀어 내려했기 때문입니다. 그거 빼도 별 문제 없습니다. 『청춘만가』도 그렇지만 『퍼펙트 매칭』도 전체적인 이야기는 오메가버스라는 세계관에 크게 빚지지 않습니다. 일단 이 소설은 가벼운 로코의 분위기지만 방향은 조금 다릅니다.



오메가버스도 세계관이 나온지 오래되어 다양한 방향으로 설정이 생깁니다. 초반에는 알파, 오메가, 베타라는 형질이 있고, 오메가에게는 히트사이클이라 불리는 발정기가 있다는 것뿐이었지만 나중에 알파에게도 그와 같은 러트라는 발정기가 있다는 설정이 나옵니다. 그러고 보면 초기에는 알파의 페로몬은 오메가의 페로몬에 우세를 보인다는 설정도 있었지요. 베타는 페로몬을 맡을 수 있기도 하고 아니기도 합니다. 소설마다 다르게 설정되지만 어디서는 페로몬을 얕게나마 맡는다거나, 향은 맡지 못해도 위압감 같은 건 느낄 수 있다는 이야기도 나옵니다.


왜 이 설정 이야기를 길게 푸냐면, 『퍼펙트 매칭』은 설정이 또 다르기 때문입니다. 생식은 알파와 오메가만 가능하며, 베타는 불가능 합니다. 이 설정이 붙는 것은 처음 보았습니다.



그 때문에 이 소설의 주인공인 마빈 허셜이 투덜이 스머프 못지 않게 사회에 불만을 가진 것을 이해할 수 있습니다. 마빈은 베타고, 보육원에서 자랐습니다. 생식이 가능한 것은 알파와 오메가뿐이니 마빈의 부모도 그쪽 형실이겠지만 정황상 버렸다 보는 것이 맞겠지요. 어렵게 살아오다가, 우연히 이웃집 남자 스웨인 볼드하트의 도움을 받고, 그가 운영하는 오메가 보호소에서 일하게 됩니다. 그게 벌써 5년이나, 사회생활은 참 쉽지 않습니다. 오메가 보호소의 일손은 항상 부족하며, 정부지원도 부족하다보니 인력을 더 뽑는 것도 어렵습니다.


오메가 보호소는 이름 그대로, 폭력 등의 피해를 입은 오메가들을 보호하는 기관입니다. 제도로 만들어지기까지는 상당한 기간이 걸렸고 지금도 완벽하게 제도로 자리잡은 것은 아닌 모양입니다. 이 기관의 오메가들은 물리적 폭력을 포함해 스토킹 등의 범죄 피해자가 많으며, 여기서 재활훈련과 직업훈련을 받고는 다시 사회로 돌아갑니다. 하지만 사회로 돌아가서도 보호소의 도움을 받을 일이 생깁니다.(먼산)



그런 평범한 월급쟁이였던 마빈의 삶이 바뀌는 건 역시 오메가 보호소 때문입니다. 정부 지원 정책 때문에 스웨인의 오메가 보호소는 예능 프로그램을 하나 찍기로 합니다. 보호소 직원들과 유명 연예인이 짝을 이뤄 보호소 업무를 하고, 그 와중에 여러 퀘스트를 하는 거죠. 파트너 팀은 총 셋. 그 중 하나가 바로 마빈이고, 마빈의 파트너는 매우 유명한 연예인인 루엘르 시어도어입니다. 그리고 예능 프로그램의 이름이 바로 『퍼팩트 매칭』이고요. 프로그램 이름을 풀이하자면 찰떡궁합 쯤 될겁니다.


마빈은 보호소에서 일하면서 원체 알파들과 많이 다퉜던지라 알파를 좋아하지 않습니다. 예외라면 소장인 스웨인 정도. 그 외, 마빈이 만나온 알파들은 거의가 오메가를 노리는 범죄자들입니다. 징글맞은 스토커들을 처치하는데 이골이 난 마빈은 그래서 알파를 이기는 베타로 불리고, 보호소내에서도 인기 만점입니다. 마빈은 모르지만요. 본인의 인기 여부에 크게 관심이 없습니다.


거기에 첫 만남에서의 인상이 별로 좋지 않았기 때문에 그 뒤에 이어지는 루엘르의 플러팅도 반사합니다. 관심이 있다며 말도 걸어오지만 중요한 건 잠이며 피로회복입니다. 촬영 시작한 뒤에는 어쩌다 같이 밥도 먹고 하지만 그럴 때마다 불편하기도 하고 어색하기도 합니다. 마빈이 그렇게 사교적인 인물은 아니다 보니 그렇습니다.

하지만 자주보다 보면 정이 듭니다. 촬영하는 동안 이모저모 편의도 봐줬고, 꾸준히 관심을 표출하다보니 점점 편한 상대가 됩니다. 그리고 그 편한 마음이 연애로 넘어가는 것은 어렵지 않습니다.



루엘르도 나름의 사정이 있고 나름의 문제가 있습니다. 그렇지만 역시 주인공은 마빈이지요. 이름을 듣는 순간 은하계를 여행하는 우울증 로봇이 먼저 떠올랐지만, 홀맨을 닮은 그 로봇과는 많이 다릅니다. 마찬가지로 투덜이지만 그래도 루엘르와 교류하며 그간 인간관계에 방어적 모습을 보이던 마빈도 더 적극적으로 변합니다. 그 적극적인 성격이 마지막에 어떻게 변하는지는 보면 아실테고요. 입버릇처럼 말하던 퇴사도 어느 순간 쑥 들어갔으니까요.


뭐라해도 이 둘의 교류는 귀엽습니다. 콩깍지 끼워서 보고 있어 그런지 모르지만, 그래도 귀엽습니다. 보호소 생활을 하면서 예능 파트너로서 뿐만 아니라 이러저러한 사건들의 파트너로서 둘은 잘 어울립니다. 마빈의 행동을 보고 있노라면 왜 그 많은 사람들이 마빈을 좋아하는지, 마빈에게 호감을 보이는지 알만하고요.


그런 의미에서 다음주에는 빵 잔뜩 사다가 파니니 만들어야겠습니다. 파니니 기계는 없어서 마빈이 만든 것같은 맛있는 상태로는 못만들겠지만 햄과 치즈와 빵이 있다면 그럭저럭 맛은 내겠지요. 다음 주 점심은 파니니, 안되면 햄치즈샌드위치로 해야지..=ㅠ=




만능강아지. 『퍼펙트 매칭 1-2』. 프리즘, 2018, 각 3500원.


치즈는 냉장고에 있으니 빵과 햄만 조달하면 되겠네요.'ㅠ'

이것도 충동구매였을 겁니다. 아마 다른 전자책들 보다가 이 책을 구입한 분들이~라면서 소개하는 책을 보고 집었을 겁니다. 내용은 마음에 들었지만 딱 하나. 제목에 적은대로 그 조연은 정말로 싫었습니다.

일단 현대 배경의 BL입니다.


변호사인 휴고는 이혼소송을 하나 맡습니다. 의뢰인은 일중독자인 외과의사와의 사이에서 딸만 하나 두었으나, 남편은 시도때도 없이 울리는 호출벨을 받으면 그 즉시 바로 나갑니다. 휴가도, 연휴도, 크리스마스도 연말연시도 없으며, 딸의 기념일은 매번 챙기지만 그마저도 호출벨이 울리면 튀어나갑니다. 돈은 벌어다주지만 그 외의 모든 가정일은 아내의 몫이며, 사실상 아내의 독수공방입니다. 딸은 매우 예뻐하지만 딱 거기까지입니다. 심지어는 이혼소송을 위한 상담에도 매번 늦게 오거나 호출벨이 울리면 바로 튀어 나갑니다. 이미 별거 상태이기도 했고요. 그리하여 다섯 번에 걸친 상담과 조정 끝에 이혼은 성립됩니다.


하지만 이런 자세한 이야기는 프롤로그의 베드신 이후에 등장합니다.

휴고는 공사를 매우 엄격하게 분리하지만 레너드 도어는 아주 많이 휴고의 취향입니다. 흔히 이런 상황을 보고 스트라이크존에 직격했다고 표현하지요. 그리하여 충동적으로 손을 내밀고 충동적으로 호텔에서 같이 밤을 보냅니다. 그리고 그 뒤에는 친구처럼, 그보다 더 뒤에는 룸메이트, 그 뒤에는 연애인가 아닌가 긴가민가 하는 관계였다가 이차저차 여러 고비를 넘겨 사귑니다. 본격적으로 고백하고 고백 받아 사귀는 것은 소설 후반부입니다. 그 전까지는 연애까지 가는 이러저러한 난관이 많습니다. 다만 레너드가 귀엽고, 그런 레너드를 받아주는 휴고도 귀엽고, 일하는 레너드와 연애하는 레너드의 격차가 또 귀엽습니다. 휴고 역시 업무 중독이지만 공사의 선을 상당히 잘 긋고 잘 관리합니다. 그 선이 레너드 때문에 가끔 무너지는 모습도 보입니다. 솔직히 말하면 그 부분도 걸립니다. 레너드는 도가 지나친 일중독자고, 휴고는 그 사실을 이해하지만 그 역시 업무능력은 출중하고요. 그러나 그러한 철저한 자기 관리라 레너드의 전화 한 통에 무너지는 것을 보면.. 으으으음.(먼산)


제목에서 언급한 조연은 그보다 뒤에 나옵니다. 내용 폭로가 될 수 있으니 슬쩍 접어두지요.



후하후하후하후하후하후하.

심호흡을 해서 진정시키지않으면 온갖 육두문자가 튀어나올 겁니다. 업무적 능력과 거짓 증언은 별개입니다. 저는 저런 인간을 옆에 두고 싶지 않습니다. 제가 개인적으로 겪은 사건, 뉴스로 만나는 사건까지 포함해 여러 모로 분노 스위치를 누르는 대사였습니다. 그리하여 사진으로 제 심정을 갈음합니다.




이 소설 이야기를 모님께 했다가 모님이 폭발하는 장면을 보았습니다. 오오오.=ㅁ= 그리고 제가 미처 생각하지 못한 지점을 지적하시더군요.

아무리 천재라해도, 레지 6년차가 뇌수술 집도의가 되는 것은 있어서 안될 일입니다. 미국의 사례고 레너드가 천재적 솜씨를 가졌다지만, 레지던트의 수슬 집도는 맹장수슬 정도까지입니다. 만약 뇌수술을 하려 했다면 병원은 아무리 레너드가 정석적 코스를 밟고 싶다고 우겼다 한들 레너드의 레지던트 과정을 통과시키고 그에게 수술 집도를 할 수 있는 그 이상의 자격을 주어야 했습니다.



김아소. 『안겨줘요, 닥터 1-2, 외전』. 비하인드, 2017, 세트 5600원, 외전 1500원.



그리고 리뷰를 작성하기 전 재독했는데, 저 두 가지만 빼면 정말로 좋습니다. 레너드 참 귀엽군요. 주인공이 다 귀엽고, 아무래도 전체 흐름은 저 둘이 어떻게 마음을 열고 연애를 시작하는지에 집중하다보니 다른 곳은 신경이 덜 쓰입니다.


그리고(2) 작성하다 검색해보고 알았지만 『별의 궤도』 작가님. .. ... ... 몰랐습니다. 하하하하;ㅁ;

조아라 연재작입니다. 연재된지는 한참 되었고 출간소식까지 들었는데 전자책 출간을 뒤늦게 알이서 이제야 구입했습니다. 키워드는 BL, 현대, 빙의, 배우, 연예계.



가정폭력과 학교폭력을 둘다 겪던 오상진은 아버지의 손에 목이 졸리는 것을 느낍니다. 드디어 죽는다고 생각한 것도 잠시, 정신이 들어보니 병원입니다. 그리고 자신은 오상진이 아니라 류시한이라는 유명 배우의 몸에 들어 있습니다.

촬영 도중 사고로 세트에서 떨어져 입원했다더니 매니저와 소속사 사장은 다른 행동을 보이는 그를 두고 기억상실일 거라 생각합니다. 시한의 몸에 들어간 성진은 자신의 이전 몸이 죽었을 것이라 생각하고는 시한의 생활을 이어나가기로 합니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몸에 남은 짤막한 기억들 덕에 그럭저럭 음반 발매를 하고 활동을 하고 드라마 촬영에도 들어갑니다. 원체 성질머리 더러운 것으로 유명했으니, 사장은 오히려 기억상실에 걸려 얌전한 지금이 훨씬 마음에 든다고 반깁니다.

다만 오상진의 친부였던 이와 관련된 악몽 때문에 불면이 이어지고, 거기에 사람과의 접촉도 반사적으로 거부합니다. 드라마 촬영은 오히려 시한보다 연기를 잘한 덕에 수월하게 이어나가지만 수면부족에 기인한 피로는 어쩔 수 없네요. 그러다가 딱 한 명, 드라마의 주연이자 처음부터 시한에게 적대적인 감정을 보인 강지환 만큼은 접촉해도 괜찮은 걸 발견합니다. 게다가 옆에 붙어자면 악몽도 꾸지 않고 좋습니다.




이야기는 류시한이라는 얼굴 반반한 아이돌 출신 연예인에게 빙의한 오상진의 재활기에 가깝습니다. 상진은 이미 빙의한 시점에서 시한입니다. 시한의 몸에 들어왔으니 일단 시한으로 살겠다며 그가 해야 하는 일들은 가능한 하려고 노력합니다. 악몽과 불면으로 고생하지만 그 원인이 빙의한 자신에게 있다고 보고 내원이나 상담은 피하지만 말입니다. 그런 노력 때문인지 주변 사람들도 바뀐 시한의 모습을 반깁니다. 예외인 것은 어떤 인물 뿐. 그리고 전체 소설은, 시한의 노력과, 지환과의 관계와, 반동인물과의 관계를 해결하는 과정입니다. 그 과정이 그렇게 어렵지는 않으며, 무엇보다 무해한 동물에 가까운 시한(상진)이 매우 귀엽습니다.


문제라면 마지막의 반전 포인트로군요. 조아라 연재 당시 결말을 보고 조금 당황했는데 맨 뒤에 붙은 외전은 결말에 대한 부가 설명입니다. 죽은 시한은 어디로 가서 무엇을 하고 있는가에 대한 답이고, 그 답을 통해 본편에서 느꼈던 몇몇 위화감을 해결할 수 있습니다. 다만 그 해결, 이유에 대하여 호불호가 갈릴 수는 있습니다. 소설 배경이 바뀌니까요.(먼산)



그래도 저는 꽤 재미있게 보았습니다.:)


그러타. 『스테이 위드 미Stay with me 1-2』. 프린스노벨, 2018. 각 3300원.


시크노블에서 출간된 걸 보고 일단 집어들었습니다. 그리고 1권 앞부분을 읽으면서 마음고생이 심했습니다.) 답답한 이야기를 싫어하신다면 아마 이 책 읽는 것이 고역일 수 있습니다. 전체 이야기가 풀리는 것은 2권 중반 이후, 전체 이야기가 약 70%가량 진행되었을 때입니다.

아참, 현대 배경의 BL 소설입니다.


목연은 카페를 운영합니다. 소설에서는 H대 근처 Y동이라고 하지만 정황상 홍대, 그리고 연남동의 주택가일 겁니다. 재헌은 우연히 카페에 들렀다가 그 카페의 주인이 자신의 연인과 바람을 피웠던 상대임을 알아보고는 자주 방문하며, 급기야 목연이 카페 2층에서 운영하는 개인 화실에 다니게 됩니다. 그렇게 목연은 스토커(...)가 되지만 목연의 스토커 1호는 재헌이 아닙니다.

목연이 지금도 불면에 시달리는 것은 헤어진 연인 중혁 때문이며, 중혁은 지금도 가끔 목연의 카페 근처에 들러 멀리서 모습만 보고 갑니다. 그리하여 중혁은 목연의 스토커 1호입니다. 그리고 또 다른 스토커는 중혁의 아내인 해수입니다. 해수는 결혼 전, 중혁에게 애인이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으며 결혼 후에도 남편이 옛 연인을 잊지 못해 배회하는 것을 알고 가끔 카페를 방문합니다. 목연은 어디서 본 것 같은 사람이라 생각하지만 해수의 정체를 모르고 그냥 불편한 손님 정도로 여깁니다.

스토커는 아니지만, 세인은 이전에 목연과 원나잇을 한 적 있는 재헌의 옛 애인입니다. 본인은 이번 사건 역시 예전에 그랬듯 지나갈 것이라 생각하지만 재헌은 아닙니다. 여러 상황을 보아하건데 세인이 바람핀 현장을 목격한 것은 재헌에게 마지막 스위치를 누른 것이나 다름없습니다. 그간의 여러 사건들이 쌓였다가 폭발한 것이지요.



이 소설은 이 다섯 사람들이 풀어내는 각자의 사랑을 이야기 합니다.

목연은 연인에게 일방적으로 이별 선언을 받고, 그의 결혼식도 보러 다녀왔으며 그 뒤 프랑스로 유학을 갔다가 설상가상으로 매우 소중한 사람을 잃습니다. 커밍아웃으로 인한 가족과의 절연까지 겹쳤던 터라 목연은 상실감을 어떻게든 이겨내기 위해 노력하지만 쉽지 않습니다. 일상 자체가 완전히 무너진 상태입니다. 소설은 목연의 일상을 중심으로 이야기가 전개되기 때문에 가장 감정이입이 쉽게 되는 것도 목연입니다.

재헌은 감정의 변화가 가장 두드러지는 인물입니다. 목연이 끝난 연애의 상실감에 몸부림 친다면, 재헌은 끝난 연애의 잔재를 치우기 위해 노력하며 그 와중에 목연을 만나 다양한 감정의 변화를 겪습니다. 연인으로서 가장 이상적인 인물은 바로 재헌입니다.

중혁과 해수는 가장 불행한 사랑을 합니다. 이들 둘의 사랑이 어떻게 흘러가는지는 노코멘트. 그 역시 매우 중요한 흐름이니까요. 다만 중혁은 소설 전체에서 가장 패고 싶은 인물로 등극했습니다. 해수 또한 자신이 망가지지 않기 위해 노력하나 그것이 쉽지 않아 보이며, 특히 목연에게 보이는 여러 반응들은 매우 불쾌합니다. 하기야 소설 주인공인 목연에게 감정이입을 하고 있으니 그 반동인물인 해수를 옹호하기는 쉽지 않지요. 또한 해수의 선택 역시 이 모든 것을 알고 이뤄졌기 때문에 더더욱 그렇습니다. 해수가 가장 착각한 부분은 그겁니다. 남의 떡인 줄 모르고 눈여겨 보았다는 것, 그리고 남의 떡임을 알면서 먹었다는 것, 그것이 썩었다는 사실을 오랫동안 인정하지 않았다는 것. 그래서 소설 전개에서는 공감이 매우 어렵습니다. 그럼에도 해수는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고 고쳐 홀로 서기 위해 노력합니다. 그 과정에서 일어나는 일을 곱게 보긴 어렵지만 그래도 나아간다는 점에서 중혁보다는 낫습니다. 같은 시기의 중혁은 여전히 주저 앉아 있으니까요.

세인의 과거가 어떤지는 정확히 나오지 않습니다. 그러나 세인 역시 해수 못지 않습니다. 본인이 망가져 있다는 사실을 자각하고, 망가진 자신을 모두 다 받아주는 연인을 굳게 믿습니다. 그러나 그 연인이 점점 소모되고 있다는 사실은 깨닫지 못합니다. 소모된 연인이 결별을 고했을 때는 그 사실을 믿지 않고 이 또한 지나갈 것이라 여기지요. 주변인도 세인과 재헌이 매우 이상적인 연인이라 보았으나 그걸 망친 것은 세인 자신입니다. 이 모든 것을 받아주었어야 했다, 알면서 만나지 않았냐는 소리는 이 관계에서는 헛소리입니다. 감정 이입이 어려운 인물 두 번째로 이 사람을 꼽습니다.



애초에 이 소설을 골랐을 때 알라딘 책 소개글을 보고 헤어진 연인 둘이 서로 만나 연애하는 이야기구나라고 짐작했습니다. 틀린 말은 아니지만 그게 전부는 또 아닙니다. 한쪽은 헤어졌지만 서로 각자가 연애 감정 정리를 못하고 끙끙대는 상황이며, 한쪽은 결별이 제대로 안된 상태입니다. 그렇다보니 좋지 않은 관계부터 시작하여 점차 관계를 쌓아 나갑니다.

소설 속에 등장하는 다섯 사람의 관계도는 매우 복잡하지만 소설 결말에서는 간략합니다. 그러니 그건 걱정하지 않으셔도 되고요. 다만 답답한 이야기를 견디지 못한다면 아마 도중에 포기하실 가능성이 높습니다. 등장인물들의 감정선이 섬세하게 그려진 것은 좋으나 그 때문에 읽는 내내 속이 답답했습니다. 크흑. 그래도 꾹 참고 버틴 결과 행복한 결말을 보았으니 그나마 다행이군요.


긴밤. 『각자의 사정 1-2』. 시크노블, 2018, 각 3200원.



그러고 보면 집이 아주 부자다라는 것을 표내지 않고 묘사하는 것이 가능하다는 것도 이 소설을 보고 깨달았습니다. 재헌의 집안이나 세인의 집안, 목연의 집안 모두 일반적인 수준의 부잣집이 아닙니다. 특히 재헌네는 엄청나네요. 수영장 묘사만으로 두 손 들었습니다. 하하하.

카데바 소셜 클럽에 대한 브릿G 리뷰입니다.'ㅁ'

https://britg.kr/novel-group/novel-posts/?novel_post_id=27009&ord=asc


리뷰 쓰다 깨달았지만, 카데바 소셜 클럽은 브릿G에서 맨 처음 읽은 소설입니다. 아직 가입도 하기 전이었다고 기억하는데 아마도 트위터쪽 링크를 보다가 19세기 영국 배경이란 말에 홀려서 보지 않았을까 추측합니다. 챕터 1을 읽고 나서의 여러 감상들이 지금도 몽글몽글 떠오르니까요.


빅토리아기는 19세기에서 20세기에 걸쳐 있고 이 소설도 그 즈음을 배경으로 합니다. 태그를 보면 1870년이로군요. 셜록 홈즈는 아직이지만 아서 도일은 한창 학교에 다니고 있을 시기고, 살인마 잭은 아직 등장하기 전. 나이팅게일 이야기는 크림전쟁 때라 소설 속에도 등장합니다.


비슷한 시기를 배경으로 하는 소설은 BL에서도 여럿 보았습니다. 열린 곳이 아니라 닫힌 곳에서 연재되었던 소설 중 몇은 지금은 전자책으로도 만날 수 있습니다. 아무래도 빅토리아 여왕의 시대는 영국이 가장 빛나던 시기이고 상상의 여지가 많으니 다양한 이야기가 나올 수 있겠지요. 반대로 생각하면 실재하는 시대이다보니 역사적 사실들을 맞추기도 쉽지는 않습니다. 가상과 실재의 세계 사이의 줄타기를 해야 하는 이 시대적 배경을 가진 여러 소설들 중에서 『카데바 소셜 클럽』이 흥미로운 것은 여기에 굉장히 발랄한 토끼가 한 마리 있기 때문입니다. 제목의 그 흰 토끼 맞습니다.



알렉산더 루크 리들리는 소설에서 뽑아 낸 듯한 키 크고 금발머리를 가진 미남입니다. 거기에 외과의이자 경찰에 협조하는 부검의에 검시관이기도 합니다.
사건이 발생한 홍등가가 있는 화이트채플로 가던 알렉스는 백색증을 가진 여자를 만납니다. 행색을 보아하니 창부인 것으로 추정되었고 말을 걸어보니 화이트채플의 거주민 맞습니다. 이름은 라핀느 드 블랑슈. 이름부터도 흰 토끼군요. 그리고 그 토끼양은 알렉스에 매달려 호객행위를 합니다. 저는 알비노라는 단어가 더 익숙하지만, 하여간 백색증에 관심이 있었던 알렉스는 명함을 한 장 건넸고, 그 명함이 콤비를 탄생시킵니다. 명함을 들고 갔던 토끼님이 사체 확인하는데 왔다가 몇 가지 특이점을 확인해주거든요.

알비노는 색소가 매우 옅어 흰 피부에 붉은 눈을 가지기 쉽다는 건 알았지만 시력은 미처 생각못한 부분이었습니다. 햇빛에 약하다는 것이야 짐작했지만 눈도 약하다는 건 뒤늦게 깨달았고요. 그렇지 않아도 페르시안을 포함해 색소가 적은 푸른 눈 흰 털의 고양이들은 눈에 문제가 있는 경우가 많다하니 토끼님이 눈이 안 좋고, 그래서 시각 대신 후각이 매우 발달했다는 것은 타당하게 추론할 수 있습니다. 그 코가 유기된 시체의 여러 정황을 잡아내는데 도움이 되었던 것이지요. 물론 시력 문제는 알렉스의 도움으로 색안경을 받으면서 해결됩니다. 이런 저런 사건들이 겹치며이렇게 닥터 리들리는 연구할 마음이 든 생물학 표본...쯤 되는 핀을 거둡니다. 핀도 화이트채플을 뛰쳐나오고 싶었으니 둘의 이해관계가 맞아 떨어진 셈이지요.


이 소설의 재미는 글 중간중간에 묻어나는 시대상에 있습니다. 핀의 출신 때문에 등장하는 그 당시 창부들의 생활상, 그리고 알렉스를 포함한 신사계급의 특징들, 사건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확인할 수 있는 재산분배를 포함한 여러 짤막한 지식들까지.
언젠가 장르문학은 단순히 재미만 있어서는 안되고, 읽어서 득이 될만한 또는 쓸모 없는 것 같지만 그래도 새로운 지식을 얻을 수 있어야 한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습니다. 그러고 보면 지금까지 살아 남은 여러 소설들도 그 속에서 나름의 정보와 지식을 얻고 또 생각할 수 있었고요. 이 소설도 그렇습니다. 읽는 동안 그 시대 영국의 생활상이 눈 앞에 펼쳐집니다. 키가 아주 큰-후기에 따르면 190은 안되는 알렉스와, 150cm로 설정된 핀은 같이 다니면 키다리와 성격 나쁜 작은 토끼로 보입니다. 주변에 토끼를 키웠던 친구가 있어서 그 습성을 들어보면 상당히 성격이 포악하다고 하니까 핀의 성격도 그냥 나온 것은 아닐지도요.


자아. 여기까지가 딱 첫 번째 챕터이자 첫 번째 사건 이야기였고 그 직후에 제가 보고는 고개를 갸웃거렸던 태그 하나가 폭발합니다. 아니, 지뢰였던 것은 아닌데 미처 생각못했습니다. 어, 그렇군요. 하지만 그렇다 해도 전혀 문제될 것 없습니다. 닥터 리들리는 멋지고, 핀은 사납지만 귀여우며 성깔이 아주 특별하다 보니 그 정도는 전혀 문제될 것이 없습니다. 오히려 이야기가 진행되며 이 둘을 흐뭇하게 바라보게 되네요. 무엇보다 중반까지도 이들 둘의 관계는 성년은 지났지만 밖에 내놓으면 물 옆에 내놓은 소금자루 같은 흰토끼와, 그 흰토끼가 녹아버리거나 다른 사람들에게 짠맛을 보여주기 전에 적절히 관리하는 보호자로 보입니다. 거기에 앞부터 계속 깔려 있었던 핀의 출생 비밀이 얽히면서 상황은 더 복잡해집니다.

남은 분량을 두고 두고 아껴볼까, 아니면 다음편까지 계속 달릴까 고민하면서 한 편 한 편 읽는 사이에 벌써 66화. 그렇습니다. 이미 남길 것은 한 편도 없고 홀랑 다 털어 읽었습니다.
핀은 가족을 찾았지만 문제가 조금 있고, 알렉스는 서서히 핀과 알콩달콩한 생활을 꾸려갑니다.
아무래도 활동반경이 넓지 않아 그런지 이런 저런 사건들과 사람들이 계속 뒤엉킵니다. 이 사람을 만나 보니 저쪽에서 만난 사건의 주요 인물이고, 그 사람이 또 알렉스의 형님과 얽힌 사람이기도 합니다. 그런 복잡한 상황들은 각 챕터가 끝나면 일단락 되었다가, 새 챕터가 시작되면 새로운 사람과 새로운 사건이 들어오며 뒤섞입니다. 가끔 비문이 보이기도 하고 가끔 그 엉킨 실타래를 보며 복잡하다 투덜대기도 하지만 금방 금방 풀립니다. 그러니 더 마음 놓고 다음 편을 기다릴 수 있는 것이지요.


지금은 핀이 날린 주먹을 맞은 그 분께서 사과하러 찾아오시려나라는 궁금증을 갖고 다음편을 기다립니다. 아냐, 어쩌면 이미 안나님께서 말로 어퍼컷을 더 날렸을지도 모릅니다. 그거야 알 수 없지만 알렉스와의 연애전선에 크게 영향은 안 주고, 오히려 좋은 방향으로 흘러갈 것 같으니 다행이네요. 더불어 핀의 공부도 무사히 잘 끝났으면 하고 생각해봅니다. 핀이 나이팅게일 수준까지 올라가는 것은 무리더라도 그 근처는 가능하지 않을까요.


작가님이 조금 더 자주 오셨으면 하는 바램이지만 아닙니다, 일주일에 한 번이라도 오시니 다행입니다. 그러니 채소 갉아 먹는 토끼의 심정으로 조금씩 아껴가며 읽고, 앞 이야기도 반복해서 읽고 또 읽도록 하겠습니다.

읽고 나니 불편하더라. 어디가? 속이.


로맨스판타지로 조아라에서 연재되었다가 연재처를 옮겼습니다. 구매를 꺼리는 출판사에서 나온 터라 한참 고민하다가 구입했는데, 박스세트의 완성도 문제가 걸리더군요. 권당 400쪽 남짓이라 권당 분량은 적절합니다. 사실 케이스에 담긴 것을 보고 3권으로 나와도 괜찮지 않았을까 생각했는데 쪽수를 확인하고는 생각을 바꿨습니다. 권당 분량이 적지는 않더군요.



조아라 연재 당시에는 설정이 상당히 파격이라 인기를 끌었습니다. 주인공은 소꿉친구에게 일곱 번이나 애인을 빼았겼고, 그 일곱 번째에 분노가 폭발하여 절교할 마음을 먹습니다. 그리고 여러 사건을 거쳐서 드디어 관계를 다 정리하고 행복한 결혼생활을 누린다는 이야기입니다.

...

진짜 그렇네요. 적고 보니 저 이야기가 골조입니다. 그렇다면 거기에 붙은 다른 이야기들은 무엇인가. 일단은 애인을 일곱 번이나 빼았었던 친구, 이자벨은 백작가의 외동입니다. 주인공인 스칼렛은 황제의 조카로 공작의 외동이며 후계자입니다. 둘은 어릴 적 만나 친구로 지내왔고, 내내 함께 붙어 다녔습니다. 이자벨은 스칼렛이 사귄 여러 남자친구들을 여섯 번 빼앗은 전력이 있지만 약혼자는 따로 있습니다. 공작인 칼리드지요. 솔직히 집안을 따지면 이자벨이 떨어지지만 이자벨은 그 외모가 워낙 출중해서 다들 그러려니 합니다.

이자벨은 스칼렛의 애인을 빼앗을 때마다 '(애인의 친구에게 홀리는)그런 남자를 네 옆에 둘 수 없었어.'라고 말했고 스칼렛 역시 그 말이 맞다 생각했습니다. 과거형인 건 일곱 번째로 그랬을 때 드디어 폭발했기 때문이지요. 외교관인 스칼렛은 마침 이웃 왕국과의 전쟁 협상 문제로 출장갈 일이 있어 한동안 얼굴을 보지 않아도 되었고 그간 마음 정리를 하며 소꿉친구를 쳐낼 준비를 합니다. 그리고 거기서 만난 소꿉친구의 약혼자를 보고는 반쯤은 충동적으로 연애를 시작합니다.


나중에 본문에도 설명이 나오지만 연애의 시작 시점은 공식적으로 '약혼자가 파혼서를 보낸 후'이기 때문에 추문거리는 아닙니다. 게다가 이자벨은 그간의 전력이 있었고, 왕실에서도 현 왕의 조카이자 차기 공작인 스칼렛과, 황실과 혈연이 옅어져서 한 번쯤 묶어(?)둘 필요가 있는 칼리드의 결합을 반깁니다. 더 구체적인 내용은 본편을 보시는 걸 추천합니다.



이렇게 적고 있노라니 꽤 재미있게 보지 않았나 싶은데, 아닙니다. 읽는 동안 묘하게 위화감이 들었고, 그 정체를 요 며칠 간 트위터에서 말이 나온 '페미니즘적인 로맨스 소설의 존재'와 관련한 여러 타래들을 보며 정리할 수 있었습니다. 특히 정리하는데 도움이 되었던 것은 이브나(@evenois)님 타래입니다.(링크) 다른 것보다 로맨스소설에서 나타나는 여성상의 모습을 분석한 부분이 기억에 남네요. 천장을 뚫고 황제 혹은 왕이 되는 것을 목표로 하는 남자주인공과는 달리, 여자주인공들은 공작부인, 황후, 황비 등 남성들의 조력자적 입으로 남는다는 겁니다. 그렇게 하여 자신이 무해하다는 것을 보여준다는 의미로요.

다른 타래에서는 그런 여주인공의 옆에 선 남주인공은 한없이 여주인공을 이해하고 서포트하며, 가부장제 자체로부터 여주인공을 지킨다고요.


이 소설의 남주인공은 후자입니다. 여주인공을 이해하고 서포트하고, 먼저 좋아했다며 쫓아다니고, 그리하여 끝까지 여주인공을 보호하는 AT필드쯤 됩니다. 그뿐만 아니라 여주인공의 주변 인물들은 모두 주인공을 돕지 못해 안달입니다. 이자벨에 대해서 관대했던 것은 콩깍지를 씌워 놓아 그랬던 것뿐이고, 그 외의 인물들에게는 인망이 좋습니다.

반대로 이자벨은 주변에서의 평이 그리 좋지는 않지요. 적도 꽤 많은 편입니다. 또 4권에 나오는 이자벨의 외전을 읽어보면 더더욱 이 인물을 이해하기 어렵습니다. 초반에는 여주인공에 대한 반동인물일뿐이라 생각했는데 뒤로 가면 갈수록 반동인물을 넘어서 추한 인물이 됩니다.

처음에는 걸리는 부분이 이자벨의 가정환경이라 생각했습니다. 가정환경은 앞에서도 복선이 여럿 깔렸지만 자세한 사정은 뒤에 구체적으로 나옵니다. 그리고 그러한 환경이, 이자벨이 저지른 여러 사건들에 대한 면피를 줄 수 있다는 생각도 들더군요. 물론 최종 선택은 이자벨 자신이 했으나 그럼에도 면죄부가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것만은 아니더군요. 이자벨이나 이자벨의 어머니, 백작부인에 대한 비난은 어떻게 보면 가부장적 사회에 순응하는 얌전하고 가정적인 여자에 대한 비난으로 읽히기 쉽습니다. 그것만은 아닐 것인데, 이자벨과 그 어머니의 대척점에 있는 다른 여성들은 하나 같이 다 커리어 우먼이고, 굉장히 열심히 살며, 유능한 인물로 그려집니다. 그렇다보니 묘하게 불편합니다.


거기에 가장 마음에 걸리는 부분은 신분제입니다. 다른 소설에 비해 신분제에 얽힌 사건이 이 소설 속에서는 도드라져 등장합니다. 평민과 귀족의 신분적 차이는, 여성의 사회 진출이나 그에 따른 부수적 문제보다 앞서 등장합니다. 따라서 인권은 평민과 귀족이라는 신분에 따라 달리 적용되며, 목숨값도 양자가 다릅니다. 그 모습이 적나라하게 등장합니다. 주인공을 포함한 등장인물들은 나름의 신념을 가지고 그런 사회에서 살아가지만 그것을 당연하게 받아 들입니다. 그게 또 묘하죠. 페미니즘의 기반은 인권입니다. 차별 금지이기도 하고요. 하지만 이 소설은 신분에 따른, 혈통에 따른 차별을 받아 들입니다. 여성의 사회 진출은 가능하지만 차별 또한 가능한 세계관이다보니 더 불편한 감정이 들었나봅니다. 그런 사회적 모순에 대해서는 스칼렛 본인도 자각하고 언급은 하지만 그에 대한 구체적인 답은 내지 않습니다. 귀족들이나 왕족들 역시 자신들의 위치에 올라 부단히 노력한다는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강조하는 방향으로 가더군요.



더 본격적으로 분석하는 것도 가능하겠지만 일단 여기까지 읽고 쓰는 것으로도 기력이 죽죽 빠져서 얌전히 접었습니다.



백서하. 『당신의 눈동자에 건배를』 1-4. 디앤씨미디어, 2018, 각 11000원.




재미있는 이야기지만 이모저모 생각할 것들이 많은 소설이라는 결론으로 마무리 짓습니다. 아무래도 요즘 반응을 보아하니 이전에 재미있게 읽었던 다른 소설들도 다시 읽으면서 이건 마음에 안든다고 투덜댈 것 같네요. 이 기세를 몰아 이전에 말했던 분석글을 마저 써야할 것인데? =ㅁ=



조아라에서 연재할 당시 상당히 재미있게 보았고, 그래서 박스세트 예약 구매가 올라왔을 때 덥석 구입.

그리고는 박스를 보고 당황했습니다. 원래 케이스란 건 책을 보호하기 위한 포장인 건데 이렇게 넉넉한 케이스를 주면 보호의 의미가 별로 없지요.






책도 총 네 권. 연재 분량을 생각했을 때 그렇게 많을 필요가 있나 싶었는데 읽다보니 분량은 맞습니다. 2권 중반까지가 조아라 연재 분량이고, 그 이후의 이야기는 뒤에 있습니다. 3권 뒷부분의 내용 소개를 보고 당황했더랬지요. 뭐, 그래도 충분히 이해가 되는 전개입니다.



저 출판사는 일단 피하고 보는 곳이라, 살까 말까 마지막까지 망설이다가 구입했는데 완성도를 보면 책 많이 내는 곳 답지 않다는 생각이 먼저 들더랍니다. 일러스트 엽서도 초판 한정으로 1권에 들어 있었지만 이 부분은 그냥 넘어갑니다. 책에 대한 본격 리뷰는 곧 올리겠습니다.=ㅁ=

조아라 연재작으로, 개인지를 구입해 읽었습니다. 전자책 계약은 개인지 제작 이후에 되어 조금 늦게 나올 듯합니다. 장르는 현대 BL.


제목에 재벌이라 적기는 했지만 엄연한 의미에서 재벌은 아닙니다. 한쪽은 자수성가형 억만장자 기업인의 아들, 다른 한쪽은 마찬가지로 자수성가형 소프트웨어 및 하드웨어 대기업의 아들. 기업은 맞지만 재벌은 아닙니다. 그래서 감상 본문에서는 재벌 대신 갑부라는 단어를 썼습니다.



감상 작성을 위해 사전을 찾아보고서야 starry eyed가 몽상적인, 이상적인, 비현실적인이란 뜻의 단어임을 알았습니다. 하기야 이야기 자체가 그런 걸요. BL 장르 중 배틀호모로 불리는, 주인공들이 대립하는 로맨스 중에서도 드물게 보였던 부잣집 도련님들의 대결 구도입니다. 할리킹도 아니고 양쪽 모두 티타늄과 다이아몬드 수저를 물고 태어났으니까요.


에드워드 앨런은 미국 유수의 기업인 호스앤옥스의 창립자이자 운영자인 에이다 앨런의 막내입니다. 헨리 오는 세계적으로도 유명한 한국 갑부 오영석의 맏이로, 일찌감치 아버지에게서 독립해 자신의 회사를 차린 인물입니다. 에드워드 앨런은 백수인데다 온갖 사고만 치고 다니는 스캔들메이커이고, 헨리 오는 회사를 차려서 훌륭하게 키워낸 인물이지만 아직은 아버지 영석의 그늘 아래 있습니다. 아니, 거꾸로 설명해야겠네요. 헨리는 아버지의 그늘 아래 있긴 하지만 스스로 기업을 키워내 잘 운영하는 2세대라고요.

이들 둘은 셀레브리티로서 상당히 주목 받았습니다. 헨리는 게이라고 공인되었지만 그럼에도 훌륭한 신랑감으로 손꼽히고 있고 에드워드는 그 자체가 말썽꾸러기 2세들의 모습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으니까요.


이야기의 시작은 서로 다른 삶을 영위했고 가치관도 매우 다른 이들 두 사람이 선을 보았다는 인터뷰 기사입니다. 기사에서도 서로 티격태격 싸우지만, 실제 첫 만남은 훨씬 더 살벌했습니다. 레스토랑을 통째로 빌려서 둘만 만나지만 저녁식사도 없고, 커피도 한 사람만 시킨채 날 선 대화가 오갑니다. 대화의 결론은 배틀로얄-이 아니라 연애배틀. 이 두 금수저들은 기한을 두고, 누가 대결에서 이기나 두고보자-는 심정으로 일단 연애하는데는 동의합니다. 어디까지나 일단.


누가 상대에게 더 잘해주나라는 대결은 돈지랄로 이어지며, 그 모습들은 하나하나 기사가 되어 기업 홍보에 매우 도움을 줍니다. 백수지만 돈 많은 에드워드나, 아버지도 부유하지만 자신도 기업가라 돈 많은 헨리의 대결이다보니 대체적으로 헨리가 우세합니다. 앨런보다는 헨리가 더 침착하고, 동요한 상대에게 어퍼컷을 날린 경험이 많으니까요. 그렇지만 그렇다고 헨리가 항상 이기는 것은 아닙니다. 한없이 이성적이고 한없이 냉철하지만 묘하게 에드워드와 같이 있으면 휘말리는 것이 눈에 보입니다.


충동적이고 자기 멋대로 행하는데 익숙한 에드워드는 말실수도 잦습니다. 그러고 보면 이들 둘의 싸움은 이상적으로 다가가려던 헨리가 에드워드에게서 툭 튀어나온 말에 한 발짝 물러서고, 그리고 방어적 행동을 하면서 일어나는군요. 그렇게 몇 번 헤어질 고비를 넘어, 완전히 헤어졌다는 소식까지 흘러나왔을 때 이 두 사람은 부모의 뒤통수를 후려 갈기는 한 방을 준비합니다. 시작부터가 부모의 강압이었으니, 이런 때 한 방 날리는 것도 필요하겠지요.



배틀호모라는 앞의 설명처럼 이 소설은 에드워드와 헨리의 신경전이 주를 이룹니다. 하지만 몸으로 진도를 빼고, 몸에서 시작된 감정적 교류가 어떻게 또 다른 모습을 보이는지는 보시면 압니다. 결말이야 예상했던 대로 서로 말로 치고 받던 두 사람이 주변 사람들에게 엿을 선사하며 결혼을 선포합니다. 그 때까지 흰코뿔소가 어떤 역할을 하는지, 둘이 태평양을 사이에 두고 미국과 한국에서 벌이는 연애가 비서들을 어떻게 갈아 넣는지는 보시면 압니다. 솔직히 초반에는 헨리와 헨리의 비서 쪽에 감정적으로 동조합니다. 하지만 그랬던 마음이 테드 참 귀엽다로 바뀌는 것이 순식간이란 점도 재미있네요. 정말로 테드 참 귀여워요.


그리고 외전. 연재 당시에도 혹시나 싶었지만 역시나였습니다. 훗훗훗. 그 커플도 매우 좋습니다.///



개인지를 구입해서 봤던 지라 뒤에 몇몇 축전도 있었습니다. 개인적으로 가장 좋았던 것은 두 사람의 다른 가족들 입장에서 쓴 달밤달곰님의 외전입니다./// 전자책 계약도 하셨다니까 여름 전에는 나오지 않을까 기대해봅니다.



당수. 『starry-eyed』. 2018.



책 정보는 이후 전자책이 풀리면 수정하겠습니다.

오랜만의 정석 판타지라 적으면 앞서 읽었던 다른 소설들은 판타지가 아니냐 하실 텐데, 제목을 조금 더 길게 풀어보지요. 베드신을 제외하고 보면, 그러니까 BL이라는 점을 제외한다면 전형적인 성장, 모험 판타지소설로서 완성도가 상당히 높은 소설이라는 의미입니다. BL을 걷어낸다고 표현하는 것은 이게 진입 장벽이 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입니다. 제가 본것이 또 개인지 버전이고, 북팔 버전은 전연령가로 나왔다지만 이것은 19금 버전이었기 때문에 진입장벽이 높다고 보았습니다. 하지만 그걸 빼고 본다면 소설 속에 쓰인 여러 장치들이 굉장히 흥미롭게 돌아갑니다. 아무래도 이 감상은 내용폭로를 빼고 쓰기가 어렵겠네요.



일단 복선과 내용폭로가 될 부분을 빼고 간략한 도입부 내용만 소개해봅니다.


귀족집안의 아가씨로 추정되는 어느 아가씨는 혼자서 여행중입니다. 마부와 둘이서 사막을 건너 저 멀리 도시로 여행을 갑니다. 찾는 것은 까마귀. 도시 어드메에 있을 것이라는 그 까마귀를 찾아 왔답니다. 까마귀는 프롤로그에서도 잠시 언급됩니다. 저주받은 혈족 그리고 그 혈족의 어린 아이. 공작은 잠자리에서 사라진 아들을 찾아 헤매다, 가문의 비술이 있었던 곳으로 추정되는 방에서 순식간에 어른이 된 아이를 만납니다. 까마귀를 찾는다는 말은 그 프롤로그 마지막에도 나왔지요.

아가씨의 이름은 델입니다. 델은 도시의 가장 더럽고 음침한 곳에서 잘생긴 한 소년을 찾고, 소년에게 직업을 주겠다 제의하여 데리고 나옵니다. 그리고 거기서 아주 성대한 성인식을 치룹니다.



모험 소설의 오프닝으로 아주 제격입니다. 맨 앞에 깔린 것은 복선. 공작가에 깔린 저주가 무엇인지 모르고, 아이가 얻은 힘이 무엇인지, 얼마나 대단한 마법사인지는 몰랐으나 첫 번째 이야기가 끝날 즈음에는 맨 마지막 질문에 대한 답을 자연스레 알게 됩니다. 사막 한가운데 있던 도시의 가장 바닥에서 올라온 에단은 델과 동갑이지만 반반한 외모를 제외하면 아는 것도 없고 할 줄아는 것이라고는 시중 드는 것뿐입니다. 하지만 첫 번째 이야기가 끝난 뒤에 부단한 노력을 했는지, 몇 년의 시간이 흐른 두 번째 이야기 시점에서는 싹 바뀌어 있습니다. 이미 공작가에 적응을 했고, 델을 가장 옆에서 성심성의껏 모시며, 공작도 인정하는 델의 비서이자 보좌관이자 까마귀입니다.


그리고 이 이야기는 에단의 입장에서 기술하면 모험 성장담이며, 델의 입장에서는 정진정명 정치 판타지입니다. 델의 아버지인 공작에게는 가문의 숙원 풀어내는 이야기이며, 황태자이자 델의 악우인 세이젤에게는 눈물 없이는 볼 수 없는 비련의 로맨스-가 될 뻔한 사태를 다행히 막을 수 있었던 순정 로맨스입니다. 여기서 이미 내용 폭로가 되었다 할 수 있지만 슬쩍 넘어갑니다. 가장 중요한 코드는 적지 않았으니 그 부분은 직접 확인하시면 됩니다.



자아. 그럼 구체적인 내용은 살짝 접어두지요.




결말은 해피엔딩입니다. 그것도 꽉 닫힌 해피엔딩. 에단의 수고로 무사히 델이 치는 사고를 막을 수 있었습니다. 그 때문에 델은 돌아와서도 동생에게 들볶였지만 그럴만 하고요. 그런 수고 쯤은 황제를 제외한 여러 커플들이 행복한 결말을 맞았다는 것만으로도 매우 중요합니다. 델네와 세이젤네, 리즈네, 그리고 공작부부도 행복한 결말을 맞이합니다. 그 외에 한 커플이 더 있지만, 그 커플에 대한 이야기는 덮어두지요. 이것도 매우 중요한 키워드 중 하나입니다. 그 사람도 델과 에단 덕분에 행복한 결말을 맞이했으니까요.



읽다가 몇 가지 해소가 되지 않았던 이야기는 개인지 내 설정집으로 등장합니다. 사실 거기서도 해소되지 않은 몇 가지 의문들이 있었는데, 이건 세 번쯤 읽으니 추수 한 뒤 이삭 줍듯 다 설명이 되었더군요. 두 세 번쯤 더 읽고 나면 부족했던 부분까지 다 파악할 수 있을 거라 봅니다. 그러니 한 번에 해소가 안 된 것은 제가 덜 꼼꼼하게 읽어 그런 겁니다.



리디북스에서 유료연재 들어갔습니다. 그러니 전자책으로 나오는 건 그보다 한참 뒤일 겁니다. 북팔에서의 연재도 1백화가 넘었다고 기억하고, 책으로 나온 것도 꽉꽉 눌러 담아 3권입니다. 두께도 그렇지만 책 여백을 줄여가며 내용을 담았으니 리디북스 연재 기간도 꽤 길 겁니다. 여름까지 나올지 모르겠네요.



해위. 『찔레나무 꽃, 흰 까마귀 1~3』. 2018.


제목의 연유는 일부러 적지 않았습니다. 이게 중요한 키워드이기도 하고요. 이 둘은 전체 이야기를 관통하는 주요 코드의 복선이기도 합니다. 왜 델이었는지, 왜 에단이었는지에 답이 바로 저 제목에 있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4독 하러 갑니다.+ㅅ+

지난 주말 동안 읽은 책을 일단 적어 놓고 보니 네 권이 아니라 다섯 권이었군요. 밀렸던 리뷰까지 적어봅니다.



와카야마 요코. 『가토 인비저블: 과일과 채소 슬라이스를 쌓아 만드는 아름답고 맛있는 층층 케이크』.


책이 매우 얇습니다. 79쪽. 얇긴 하지만 내용 자체는 알찹니다. 요즘 일본에서 유행하는 가토 인비저블이란 프랑스과자를 통째로 다룬 책입니다. 트위터 계쩡인 TastyJapan에서도 가토 인비저블이 종종 등장하는데, 만드는 방식은 그라탕과 매우 유사합니다. 특히 감자그라탕 말이지요. 감자를 아주 얇게 썰어서 틀에 겹겹이 쌓아 올리고 거기에 반죽이나 화이트소스를 흘려 넣어 굽는 것이 감자 그라탕이라면, 가토인비저블은 원래 디저트 입니다. 과자류니 이름도 가토지요. 가장 기본은 사과를 아주 얇게 썰고, 반죽을 만든다음 함께 뒤적여서 고루 반죽이 묻게 한 다음 반죽묻은 사과를 틀에 켜켜이 쌓습니다. 맨 위에 부서진 사과와 반죽을 부어 넣고 구우면 완성. 어떤 재료가 들어갔는지 잘 안 보여서 채소류 멱이기 좋다는 의미로 인비저블..인가 싶기도 합니다.


반죽은 커스터드크림과 비슷하고, 대강 만든다면 핫케이크 반죽을 묽게 만들어서 대치하는 것도 가능할 겁니다. 뒷부분에는 과일이 아니라 채소를 넣어 만든 식사용 가토 인비저블도 나오는데, 주키니로 만든 걸 보고는 애호박전이 떠올랐습니다. 아니, 부추전도 좋군요.


가토 인비저블의 기본을 닦아주고 그걸 바탕으로 다양한 조합이 가능하니 도전해보셔도 좋을 겁니다. 그러고 보면 클라푸티도 언뜻 떠오르는데, 그 쪽은 파이나 타르트계통이니까요. 조금 다르죠.




누마하타 타오키, 시모죠 미오. 『미니멀 밥상: 식재료, 조리법, 그릇까지 최소한으로 미니멀 키친라이프』.


쉽게 말하면 반찬 돌려먹기입니다. 이전에 천연생활에서도 한 주간의 식생활 구성에 이와 비슷한 건이 나온적 있습니다. 한 식재료를 두고 음식 하나를 만들면 그 다음 끼니에는 다른 방식으로 사용하여 같은 재료지만 다른 음식을, 그리고 다시 활용하여 또 먹는 식. 이쪽은 그보다는 더 단순하게 하나의 반찬을 다양하게 구성하거나 최소한의 식재료로 다양하지만 간소한 음식을 만들려고 합니다. 그래서 미니멀 밥상인 것이고요.

아예 그릇도 큰 것이 아니라 작은 유리 그릇으로 하고, 냉장고에는 2~3종의 반찬을 두어 그날 그날의 특별식을 만들면 나머지 상차림은 간소하게 준비합니다. 손이 덜가고 어렵지 않게 집에서 밥 챙겨 먹으려는 노력인 겁니다.


만. 제 게으름은 이미 그것도 넘어갔습니다. 하하하. 다음 장에 가면 토마토 사다가 주스 만들어야겠네요. 최소한의 섬유질 확보를 위해 토마토 주스를 만들려는 노력이 그나마 마지노선인겁니다. 정 안되면 집에서 토마토 훔쳐갈까.=ㅠ=

(그보다는 장에서 구한 토마토가 주스 만들기에 좋다)


자취한지 얼마 안되었다면 추천합니다. 그리고 책에서 소개하는 1인분 양도 상당히 적으니 감안하고 보셔야 합니다.




도이 요시하루. 『심플하게 먹는 즐거움:한 그릇으로도 온전하게 일즙일채 식사법』.


읽다가 포기하고 훑었습니다.

저와는 매우 의견이 안 맞는 책이더군요. 식사에 대한 책이기는 하나, 식사법을 강조하는데 초점을 맞췄습니다. 가능한 간소하게, 일본 전통식을 먹자라든지 일본의 된장국이 매우 우수한 음식으로, 넣는 재료에 따라 균형잡힌 식사가 가능하며 거기에 밥을 맞춰 소박한 식사를 하는 것이 이상적이라는 내용을 강조하는 책입니다. 하지만 몇몇 부분에서 한국이나 중국에서도 찾아볼 수 있는 식문화를 두고 일본 특유의 운운하는 부분은 걸리더군요.

무엇보다 읽다보면 이러한 가정식의 기본 자체가 가정주부에게 짐을 지우는 것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들 때가 많습니다. 제가 국물 음식을 즐기지 않는다는 것도 이 책에 동의하지 않는 이유일 겁니다. 뭣하러 국물을 내나요. 그냥 국물 없이 자작하게 만드는 것이 오히려 나을 건데?



아오야마 유미코. 『잘 먹고 갑니다』. 정지영 옮김. 북이십일, 2018.


보통 도서관에 책을 신청하고 나면 상당한 시일이 걸린뒤에 들어옵니다. 제 손으로 책을 구입하는 것이 더 빠릅니다. 그래도 음식 관련 책은 보통 제가 가장 먼저 도서관에 신청하다보니 빌려 보는 것에 대한 가책은 덜합니다.


이 책은 기독교계 호스피스 기관인 요도가와 호스피스 병동의 식사를 중심으로 이야기를 다룹니다. 읽다가 깨달았는데 매우 소수만이 이 호스피스 기관에 들어갈 수 있는 모양이군요. 15인 정도인가봅니다.


이 병동이 매우 특이한 것은 식사 메뉴가 매우 다양할뿐만 아니라 일주일에 한 번, 토요일에는 각 환자의 요청식을 제공한다는 점입니다. 각 환자가 먹고 싶어하는 음식이 뭔지 미리 물어 보고 토요일의 특식으로 제공하는 것이고요. 이 책은 그 요청식을 소개하고 각 환자의 생애 정보를 간략하게 소개하며 음식에 얽힌 이야기도 같이 다룹니다.

식사가 잘 나오니 환자들은 더 기운을 얻고, 종종 호스피스에서 일반 시설로 옮기는 경우도 있나봅니다.. 이 책에 소개된 사례 중에서도 한 건 있었네요. 말미에 실린 쪽은 두 번 인터뷰를 하고 그 뒤에는 기회를 얻지 못했다고 합니다만.


다양한 이야기가 실려 있지만 읽기 불편한 부분도 있습니다. 무엇보다, 이 호스피스 병동은 일종의 특례라는 겁니다. 시설이 매우 좋고 고급이지만 수용 인원도 매우 적습니다. 어떻게 들어오게 되었는지, 비용이 어떠한지는 구체적인 언급이 없지만 무작위가 아닌가 싶은 때가 있습니다. 인터뷰에서 언급된 내용을 보면 비용이 많이 들 경우 못 들어올 사람들이 몇 있습니다. 그러니 여기 실린 사람들은 운 좋은 사람이라 할 수 있지요.


다른 문제 하나는 시대적 배경입니다. 이 시대에 호스피스 병동에 머물며 마지막 삶을 보내는 사람들은 대개 연배가 있는 사람들입니다. 그렇다보니 만주 출생인 사람도 있고, 군에서 일한 사람도 있고, 전쟁 때의 어려운 삶 등에 대해서도 간략히 소개가 됩니다. 그런 이야기가 낯설거나 혹은 거북하게 느껴지기도 하더군요.



그래도 식문화가 사람들의 건강에 아주 큰 영향을 준다는 당연한 이야기는 확신할 수 있었습니다. 그 정도로 음식들이 맛있어 보이더군요.



히노 아키코. 『오래오래 길들여 쓰는 부엌살림 관리의 기술』.


이 책은 처음 본 책이 아니나, 지난 번에 급하게 도서관에 반납하면서 제대로 기록을 남기지 못해서 이번에 다시 빌렸습니다.

일본 전통 공예 주방도구나 일본에서 제작된 주방도구를 중심으로 각 도구를 어떻게 사용하는지, 사용시 조심해야 하는 부분은 어떤 것이 있는지, 문제가 발생했을 때는 어떻게 처리하는지를 소개하는 책입니다. 한 번 읽고 나면 주방도구 지름신이 확 다가오는군요. 애초에 부제도 '25명의 수공예 장인들에게 배우는 길들여 사용하는 일의 매력'인걸요. 수공예 도구를 제작하는 사람이면 자신이 제작하는 도구를 가장 익숙하게 쓸법합니다. 그러니 어떻게 관리하는지 노하우를 묻는 것도 이해가 됩니다.


일본 전통도구라지만 무쇠냄비나 주전자, 중화팬 등을 관리하는 방법도 소개합니다. 나무도구, 옻칠 그릇 관리법도 나오고요. 다만 옻칠 그릇은 제가 사용하는 옻사발을 떠올리면 조금 다른 느낌이라, 일본의 옻칠 그릇에만 해당되는 건가 싶습니다.

그리고 책에서 소개되는 도자기는 일본 전통 자리규인데, 제가 선호하는 도자기는 전통공예보다는 현대적인 쪽입니다. 막 쓰기에는 코렐이 최고지요. 잘 깨지지도 않고요. .. 말은 그래놓고 지금 쓰는 것은 모처에서 사은품으로 받은 사발이지만, 대체적으로 유약을 듬뿍 발라 물이 잘 안드는 것을 좋아합니다. 머그도 그렇고요. 그렇다보니 조리도구 쪽에 눈길이 더 가더랍니다.


부엌살림 사용예를 보고 잠시 홀렸다 싶으면 이 책을 읽고 구체적인 사용법을 파악하시면 좋습니다. 그리고 사용법에 질려서 고이 내려 놓으신다면 그것이 당연한지도. 잘 관리하지 않으면 쓰면서 문제가 생기게 마련입니다. 하하하.




와카야마 요코. 『가토 인비저블: 과일과 채소 슬라이스를 쌓아 만드는 아름답고 맛있는 층층 케이크』. 용동희 옮김. 유나, 2018.

누마하타 타오키, 시모죠 미오. 『미니멀 밥상: 식재료, 조리법, 그릇까지 최소한으로 미니멀 키친라이프』. 즐거운상상, 2018, 13000원.

도이 요시하루. 『심플하게 먹는 즐거움:한 그릇으로도 온전하게 일즙일채 식사법』. 구수영 옮김. 위즈덤하우스,  2018, 13000원.

아오야마 유미코. 『잘 먹고 갑니다』. 정지영 옮김. 북이십일, 2018.

히노 아키코. 『오래오래 길들여 쓰는 부엌살림 관리의 기술』. 윤은혜 옮김. 컴인(한스미디어), 2017, 15000원.


원래는 다른 책을 찾으러 갔다가 우연히 발견해서 집어든 책입니다. 쪽염색은 가장 해보고 싶은 염색이고, 또 그 방식 때문에라도 나중에 나주 쪽을 찾아가보려니 생각하고 있었거든요. 언젠가 인사동을 돌아다니다가 쪽염색의 마를 조금 구해다 놓고 그걸로 몇 번 작업을 했습니다. 블로그를 확인해보니 앞서 만든 책커버는 찍어 올린 사진이 없고, 그보다 한참 뒤에 만든 바늘꽂이만 있습니다.





그 때 사온 색이 옥색, 하늘색, 남색의 네 종이었을 겁니다. 이 색 모두가 쪽 염색일거라 추측하는 것은 염색을 반복할 수록 색이 짙어지는 염색의 특성 때문이지요. 이 책에서 본 조각보 역시 이와 비슷한 배색이었습니다. 언젠가 그런 작품을 만들어 보고 싶다 생각하지만, 지금 일 벌여 놓은 것 수습부터 하고 그 다음을 생각하렵니다.




하여간 『쪽빛의 세계』는 원래 랩 프로젝트로 시작했답니다. 서문을 읽어보면 이 프로젝트가 시작된 계기와 함께 연구 방법이 매우 구체적으로 나옵니다. 연구설계 방법으로도 상당히 재미있는 설계이니 참고하시면 좋습니다.

2015년에 국립 아시아문화의 전당, 문화 창조원의 랩 프로젝트로 시작된 것이 공예를 통해 아시아의 정체성과 창작 기술 방식을 발견하고 기록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여, 염색으로 분야를 한정하고, 사전 조사를 통해 그 중에서도 남색으로 범위를 좁힙니다. 지역은 한국과 중국과 인도네시아. 쪽빛, 청람(靑藍), 인디고indigo라 불리는 같은 염색이 있었지요. 그리고 그 염색기술을 가진 지역을 답사하여 현 상황을 조사합니다.


읽으면서 생각했지만 문헌 조사도 상당히 방대합니다. 중국은 윈난성의 소수민족에서 전해지는 방식을 확인했고, 인도네시아는 족자카르타의 바틱 쪽 인디고 염색을 봅니다. 한국은 나주 지방의 쪽 염색을 보고요. 앞부분 읽는데는 상당히 졸면서 봐서 시간이 걸렸지만 후반부는 재미있었습니다.


쪽염색에 관심을 가지게 된 것은 상당히 오래전의 일입니다. 어릴 적, 도서관에서 빌려 읽은 동화 중에 쪽염색과 관련된 것이 있었습니다. 상당히 구체적으로 내용을 기억하는 터라 지금도 거기서 등장한 쪽염색 방식을 기억합니다. .. 만. 여기서 나주 쪽염색의 구체적인 내용을 보니 비교할 것이 아니네요. 쪽염색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장인들의 노하우랍니다. 아무리 기계가 좋고 컴퓨터와 기타 등등의 기계를 이용하더라도 이런 기술은 따라가기 어렵겠다 생각했습니다.


p.97 나주 쪽염의 비법

(중략) 쪽 염색에서 가장 까다로운 공정은 염료의 발효 과정인데 여기서 장인의 경험적 노하우가 입증된다. 쪽 염색 과정 중에서 나주 장인들의 숙련된 기술로 보는 부분을 세 가지로 정리해 보겠다.

첫째, 쪽의 적정 침지 시간을 아는 것이다.(중략) 색소를 추출하는 시간은 추출하는 시기의 기후, 물의 성질과 온도, 추출하는 용기, 해발 표고, 날씨 등에 따라서 달라지므로 색소가 가장 적당하게 추출하는 시기를 인지하기가 쉽지 않다.

둘째, 석회와 잿물의 양을 조절하여 쪽의 발효를 위한 PH를 맞추는 능력이다. (중략)

셋째, 쪽물의 발효 기간을 조절하는 능력이다. (중략) 그러므로 쪽물 속에서 환원 세균이 살기 위해서는 영양소의 공급과 미생물이 분열, 번식할 수 있는 환경의 조성이 필요하다. 특히 온도를 조절하는 것이 관건인데, 온도가 10도 이하가 되면 발효균의 활동이 멈추고, 지나친 고온이 죽게 되므로 30도 전후로 관리를 해야 한다.

게다가 돌발상황이 생겼을 때도 컨트롤이 가능하기 때문에 오히려 일괄된 품질을 기대할 수 있다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질적으로도 우수하고요. 애초에 쪽염색을 위한 과정 자체가 근 1년이 걸리는 대 공사다보니 쉽지 않습니다. 매염제도 그냥 매염제가 아니라 초고온에서 바싹 구워낸 굴껍질을 갈아 씁니다. 그렇다보니 주면에 가마가 있는 나주 지역에서 쪽 염색이 이어졌다더군요. 쪽풀 재배도 가능했고, 매염제 만드는 것도 비교적 쉬웠다고 합니다.


가장 관심 있었던 한국의 쪽염색은 천 자체를 염색하는 방식이라면 중국은 홀치기 등으로 문양을 새깁니다. 인도네시아도 마찬가지더라고요. 그렇다보니 공예도 매우 복잡 다단합니다. 밑그림을 그리고, 그걸 천에 옮긴 다음 염색하고, 또 밑그림의 방염 처리를 제거하고. 중국이나 인도네시아나 둘다 그러합니다. 한국과는 다른 방향이지만 쪽을 쓰는 염색이라는 것은 동일합니다.


염색 분야에 관심이 있다면 앞의 다양한 염색 이야기를 포함해서 읽어보시는 걸 추천합니다. 각 장마다 참고문헌을 소개하고 있으니 다른 나라의 자료도 확인할 수 있고요.


박남희, 이현경, 강지용. 『아시아의 손과 색 - 쪽빛의 세계』. 미술문화, 2016, 20000원.


그리하여 구입 여부를 두고 고민중입니다.=ㅁ=


지난 번 감상기를 확인하니 4월 19일에 구입한 것까지는 적었더군요. 그러니 그 다음 것...을 적어야 하는데 안 읽은 책 등장. 하하하하. 나중에 언젠가는 읽을 겁니다. 그나저나 감상기와 독서기 중 어느 것이 좋을 것인가? =ㅁ=



4월의 구입 목록은 19일까지 올렸으니. 26일 구입 소설부터 찬찬히 올려봅니다.

만능강아지. 『데드락(Deadrock)』.

BL, 현대, 판타지.

아직 안 읽었습니다. 읽고 나면 이 다음의 『퍼펙트 매칭』과 함께 리뷰 올려야지요. 둘 다 아직 안 올렸습니다.



Rana. 『시에라』.

판타지, 로맨스, 회귀.

조아라 연재작입니다. 1권과 6권을 읽고는 고이 포기. 이전에도 다른 작품 읽다가 포기했던 전력이 있더군요. 저랑은 안 맞습니다.



진램. 『가이드의 생활』.

BL, 가이드버스, 네임버스, 현대, 판타지.

가이드버스는 대개 현대 판타지이게 마련이지요. 두 편의 외전이 들어 있는데, 한 편은 본편의 주요 등장인물인 오연과 박승원의 이야기, 다른 하나는 지관영의 짤막(?)한 에피소드입니다. 후기를 보면 다른 외전들이 더 있는 모양인데, 그쪽은 분량이 많아 따로 뺄 모양입니다. 음.. 그냥 함께 내 주시면 안되었나 싶지만 마감 못 맞췄을 수도 있고요? 자세한 감상기는 앞서 적었으니 넘어갑니다.

다음 외전이 나오기만을 기다립니다.



홍마루. 『완벽한 죽음을 위하여』.

판타지, 로맨스, 빙의.

조아라 연재작. 연재처를 옮겨 완결났고 나중에 출간된 것을 알았습니다. 이것도 앞서 리뷰를 올렸습니다.



BSol.『최고의 악역』.

BL, 현대, 배우.

최근 연기 관련 BL 소설들을 보고 있었더니 예전에 보았던 소설이 떠올라서 구입했습니다. 아마 연기 관련해서는 이 소설을 맨 처음 보지 않았나 기억합니다. ... 아닐 수도. 저는 제 기억력을 못 믿거든요. 그러니 이렇게 블로그에 꼬박 꼬박 기록하는 거죠.

트라우마가 있는 악역 전문 배우와, 선한 역을 주로 맡은 신인 배우가 한 드라마에서 선한 주인공과 악역으로 만나는 이야기입니다. 스핀오프 혹은 후속에 해당하던 소설도 조아라에서 연재하시더니만 연중, 습작입니다. 언젠가는 나올 거라 믿어 봅니다.



싸락눈. 『염라의 권속』.

BL, 판타지, 동양풍. 임신수.

수가 사투리를 구사하여 매우 당황한 소설입니다. 그 부분에 충격을 받아 일단 결말부분만 확인했는데. 으음. 제 취향은 아닌 것으로 판단하고 고이 접었습니다. 수와 공이 마음을 여는데 시간이 꽤 걸리는데다 수가 죽어라 고생합니다. 그럼에도 수가 장군이라, 어떻게든 헤쳐나갈 것이라는 믿음은 있습니다. 그리고 임신수. 하하하;



깅기. 『벚꽃 튀김 외전』.

BL, 현대.

읽고 있노라면 하늘하늘한 벚꽃이 떠오릅니다. 외전이라, 수현과 정우가 연애하는 이야기를 중심으로, 어떻게 사무실에 알려지게 되었는지, 그리고 둘의 앞날이 그 뒤로도 계속 밝을 것이라는 이야기가 나옵니다. 다 읽고 나면 건축관련 책을 찾아보게 되는 것이 후유증이라면 후유증이군요.

잠시 다른 이야기를 하자면, 지금 살고 있는 지방에 땅을 사서 집 짓는 문제는 고이 포기했습니다. 건축자재 가격이 높은데다, 숙련된 건축노동자를 구하기가 어렵다더군요. A급 가격으로 B나 C급이 온다는 충고를 듣고 마음을 놓았습니다.(먼산)



루하랑. 『메르헨의 비밀 외전』.

BL, 오메가버스, 현대. 임신수.

본편의 맨 마지막이 임신으로 끝났던 터라, 외전은 그 임신 기간 중의 이야기를 주로 다룹니다. 하지만 솔직히 원래 일반인이었던 것치고 굉장히 자연스럽게 임신을 받아 들이는 것이 신기하더군요.=ㅁ=







만능강아지. 『퍼펙트 매칭 1-2』.

BL, 오메가버스, 현대.

오메가버스지만 세부설정이 일반적인 구조와는 다릅니다. 알파와 오메가, 베타의 세 종류가 있지만 이 중 생식이 가능한 것은 알파와 오메가 뿐입니다. 베타는 생식이 불가능하고요.

오메가 센터에서 오랫동안 일한 벤은 센터에서 촬영되는 다큐 혹은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하게 됩니다. 오메가들을 보호하는 센터에서 일하다보니 알파들에 대해서는 그리 좋은 감정이 없는데, 촬영 시작하면서 만난 알파인 르웰르는 조금 다릅니다. 워낙 외모가 뛰어나기도 하고 자신에게 반할 것이라는 자신감으로 넘쳐나서 그런가요. 어쨌든 프로그램의 파트너니 계속 붙어있게 되는데, 처음에는 관심 있다면서 조금씩 건드리는 저 알파가, 이제는 연애적인 관심이 있다면서 프로포즈를 해옵니다.


요약하면 베타와 알파의 연애담입니다. 범죄자 알파들에게 하도 치여서 알파라는 일단 선입견을 갖고 보는데, 르웰르는 약간 느끼하고 적극적으로 들이대는 면은 있지만 그래도 선은 잘 지킵니다. 그리하여 같이 밥 먹고 같이 촬영하고 같이 일하고 하다보니 어느새 연애를 하고 있는 거죠. 처음에는 프로그램 출연 비용 받고 은퇴해서 편히 사는 것이 목표였는데 끝날 즈음에는...(하략)

오메가버스 세계관은 여럿 읽었지만 이런 담백한 쪽을 선호합니다. 제 취향에 더 잘 맞아요.



유예. 『비터 댄 스윗(bitter than sweet) 1-2』.

BL, 오메가버스, 현대.

... 5-6월에는 오메가버스의 비율이 높군요. 최근 읽은 것도 오메가버스가 많다보니.

기주는 학교의 선배에게 동거 계약을 제의받습니다. 그것도 꽤 가깝게 생각하던 사람이고, 오메가인데다 약혼자가 있어 자신과는 연이 없을 거라 생각하던 유빈에게 말입니다. 1주일에 한 번 잠자리를 같이 하고 그 대신 집과 돈을 지원합니다. 교통사고로 어머니가 돌아가시고, 아버지가 심각하게 다쳐 병원에서 오랫동안 입원한데다 그 비용 문제 때문에 고민하던 기주에게는 선택의 여지가 없습니다. 취업준비와 아르바이트를 함께 하는 것도 힘에 부치던 찰나였지요. 하지만 약혼자가 있는 그 선배가 왜라는 생각과 함께 은근히 갖고 있던 호감이 와장창 무너지는 것을 느낍니다. 첫 단추가 잘못되었으니 이걸 해결하기까지가 시간이 좀 많이 걸립니다.


계약으로 시작해 연인이 되는 베타×오메가의 이야기입니다. 오메가인 유빈의 약혼자가 아주 많이 나쁜 놈인데다, 유빈의 집안 문제인 지분과 상속이 얽히면서 복잡해집니다. 하지만 최종보스와 담판을 짓고 나서는 갈등 종료.

다른 것보다 등장하는 여러 인물들을 보면 아마 외전이나 스핀오프가 더 있을법 합니다. 아참, 강간미수 장면이 있으니 주의가 필요합니다. 마킹도 그렇고, 대체적으로 오메가/여성이란게 쉽지 않다고 감정이입할 부분이 많습니다. 게다가 회사생활이란 것도 참...=ㅁ=



인스톨테일. 『파나티크 1-5』.

BL, 판타지, SF.

앞서 교보에서 구입했던 책을 재구입했습니다.



청종. 『전설의 화석』.

판타지, 로맨스.

로맨스는 로맨스이나 로맨스의 지분이 매우 적은 판타지입니다. 학교다니다가 용사가 되어 마왕을 죽이라는 말에 끌려가서 마왕 퇴치. 그리고 복학했는데, 휴학 후 복학하는 경우가 매우 드물어서 이미 이 때부터 화석 취급을 받습니다. 그리고 그 뒤에, 황위 계승 문제와 마왕의 잔재 처리하는데 휘말리다보니 더더욱 전설의 화석이 되는군요. 결말을 보면 진짜 화석이구나라는 한탄이 나옵니다. 힘내세요, 용사님.

앞서 리뷰 올린 적이 있어 슬쩍 넘깁니다.



금짜. 『흑태자의 사랑』.

판타지, 로맨스.

... 노코멘트.



임서림. 『프리실라의 결혼 의뢰 1-4, 외전』.

판타지, 로맨스, 회귀.

조아라에서 연재되던 것을 더올리며 생각보다 책 권 수가 많다 생각했는데, 읽어보고는 알았습니다. 세계관 전체를 아우르는 이야기라 클 수밖에 없어요. 여주인공이 워낙 강해서 혼자서 다 해먹고 남주인공은 그 옆에서 내조를 합니다. .. 정말로.

앞서 리뷰 올렸으니 간략히 적고 넘어갑니다.



이미누. 『청춘만가』.

BL, 오메가버스, 현대.

오메가버스는 보통 히트사이클과 러트, 알파와 오메가의 페로몬을 두고 베드신 등이 상당히 들어가게 마련입니다. 하지만 19금이 아니라 일반으로 나온 책입니다. 그런 것 없이 담담하게, 청춘을 애도하는 노래와 청춘을 끌고 가는 이들의 이야기를 함께 다룹니다. 잔잔하니 힐링되는 것 같은 소설입니다. 읽고 나면 괜히 뛰쳐나가서, 지수와 창현이 그랬던 것처럼 어딘가를 정처없이 걷고 싶습니다. 미세먼지가 없다는 전제하에...



정이소. 『상콤 달콤 쌉쌀 짭조름 1-2, 패럴렐, 외전』.
BL, 오메가버스, 현대.

동거하던 친구를 마음에 두었습니다. 그래서 친구가 좀 얌체짓해도 많이 봐줬는데, 짠돌이던 친구가 연애를 하면서 바뀝니다. 상대는 얌체짓하는 오메가. 기본 예의와 예절, 배려는 어디에 갖다 팔아 먹었거나 아예 탑재가 안되어 있나봅니다. 남의 집에 들어와 살면서도 예의 안차리더니, 연애하는 동생과 그 남친을 감시하겠다며 급기야는 친구 애인의 형까지 쳐들어옵니다. 그렇게 알파 둘과 베타 하나, 오메가 하나가 동거하는 와중 여러 사건들이 터지면서 이들에게 퇴거 요청을 합니다. 거기에 뒤늦은 오메가 발현까지 겹치고 주변의 알파들이 구애하면서 사건은 더더욱 커지고.


구애하는 공은 넷이지만 이 중 한 명하고 결말을 맺습니다. 읽다보면 가장 가능성이 높아보이는 쪽이더군요. 굳이 표현하자면 이 알파를 제외하고는 괜찮은 알파는 딱 하나 더. 다른 둘은 영 아닙니다. 패럴렐은 본편에서 이어진 인물을 제외한 다른 세 사람과의 되었을 때를 가정한 이야기입니다. 외전은 임신건.


오메가버스 세계관에서 임신이 드문 것은 아니나 어떤 때는 괜찮게 읽을 수 있고 어떤 때는 아닌데, 이 쪽은 아닌 쪽에 가깝습니다. 사실 『메르헨의 비밀』도 아닌 쪽이었지요.(먼산)




이미 6월 초에 전자책을 왕창 구입한 터라, 6월 감상기도 두 번에 나눠 올릴지 모릅니다.=ㅁ=



만능강아지. 『데드락(Deadrock)』. 프리즘, 2017, 3천원.
Rana. 『시에라 1-6』. 마담드디키, 2018, 각 3천원.(전체 18000원)
진램. 『가이드의 생활』(가이드의 조건 외전). 피아체, 2018, 2500원.
홍마루. 『완벽한 죽음을 위하여 1-3』.루시노블, 2018, 각 3천원.
BSol.『최고의 악역』.B&M, 2016, 5600원.
싸락눈. 『염라의 권속 1-2』.더클북컴퍼니, 2017, 각 2600원.
깅기. 『벚꽃 튀김 외전』. 시크노블, 2018, 700원.
루하랑. 『메르헨의 비밀 외전』. 피아체, 2018, 1천원.
만능강아지. 『퍼펙트 매칭 1-2』. 프리즘, 2018, 각 3500원.
유예. 『비터 댄 스윗(bitter than sweet) 1-2』. 이클립스, 2018, 각 3300원.
인스톨테일. 『파나티크 1-5』. 수튜디오, 2016, 각 2500원.
청종. 『전설의 화석 1-4』. 마담드디키, 2018, 각 3천원.
금짜. 『흑태자의 사랑』. 녹스, 2018, 3천원.
임서림. 『프리실라의 결혼 의뢰 1-4, 외전』.  고렘팩토리, 2018, 1-4권 각 4천원, 외전 3천원.
이미누. 『청춘만가』. 시크노블, 2018, 4천원.
정이소. 『상콤 달콤 쌉쌀 짭조름 1-2, 패럴렐, 외전』. B&M, 2017-2018, 1-2권 3800원, 패럴렐 600원, 외전 800원.


https://britg.kr/novel-group/novel-post/?np_id=16960&novel_post_id=11448


브릿G의 소설좌표와 함께 올리는 감상글입니다.




내용 폭로는 아니지만 내용의 중요 키워드를 짐작할 수 있는 부분이 있습니다.:)


리뷰든 뭐든 글을 잘 쓰는 편은 아닙니다. 쓰긴 쓰나 동력원이 있어야 수월하게 쓰는 타입입니다. 외설적으로 표현하면 꼴려야 쓴다고 할 것이고, 직설적으로 말하면 동해야 쓴다고 할 겁니다. 그러니 글을 쓰려면 여러 소설을 다양하게 골라 읽어야 그 중에서 동하는 것을 구할 수 있습니다.
그렇지만.; 이것이 또 쉽지 않습니다. 읽는 것도 정신적 체력이 필요하니까요.

브릿지에 올라오는 소설들은 대체적으로 무겁습니다. 가볍게 읽을 수 있는 소설은 아닙니다. 소설의 질을 떠나 어떤 소설이건 묵직하게 주제를 담습니다. 하나의 주제를 두고 무겁게 혹은 가볍게 쓰는 것은 작가의 능력이나 취향의 문제일 겁니다. 제가 선호하는 쪽은 가볍게 읽을 수 있는 소설이고, 이는 제가 소설을 재활로서 읽어 내려가기 때문입니다. 삶은 빡빡하니 그 심리적 재활을 소설읽기로 얻고자 하는 겁니다. 그렇다보니 브릿지에서도 장편보다는 단편을 잡게 됩니다. 분량의 문제도 있고, 완결난 소설을 그렇지 않은 소설보다 선호하기 때문입니다. 성격이 급해서 완결날 때까지 진득하게 기다리는 것이 어렵습니다. 그간 가벼운 소설을 읽어온 탓인지도 모르겠네요.


본격적인 리뷰로 들어오는 길을 길게 잡은 것은 이 소설이 가볍고 무거운 그 균형을 매우 잘 잡고 있다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주제는 무겁습니다. 제목은 그리 무겁지 않고 로맨스인가 생각하며 발 들이게 마련입니다. 분명 로맨스 맞습니다. 주인공인 가연과 조쉬는 결혼 전 허락을 받기 위해 가연의 어머니를 찾아가는 중입니다. 그러니 상견례 맞습니다.
그러나 소설을 읽어가면 위화감을 느낍니다. 이거 공포소설인가, 아포칼립스인가, 아니면 디스토피아를 그리는 것인가.
셋 중에서 맨 마지막-디스토피아는 맞습니다. 한국의 미래를 최악에 가까운 상황으로 묘사하는 소설이니까요. 뭐, 제가 그리는 최악은 『워킹데드』나 『부산행』의 모습, 동남아 몇몇 국가라든지 미국 모처, 독일 모처 등의 상황입니다. 직접적인 묘사가 없었지만 어쩌면 이미 최악의 경계를 건넌 것인지도 모릅니다. 다만 소설을 읽다보면 디스토피아를 확신하기 직전에 생각지도 못했던 함정이 하나 등장하고, 그걸 읽으면 소설 속 한국은 최악과 차악의 경계선에서 줄타기 하는 중이 아닌가라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아. 사실 그 폭탄. 받아 들고서 한참을 고민했습니다. 하지만 의외로 담담하게 받아 들이게 되더군요. 어릴 적 데즈카 오사무의 만화를 읽고 생각한 바 있어서 그런지 모릅니다. 이 부분은 스포일러라, 일단 선을 그어두고...


=====


철완 아톰, 한국에는 우주소년 아톰으로 나온 그 작품의 한 부분이었다고 기억합니다. 정식 번역은 아니었을 것이고요. 아톰 역시 자신의 정체성에 대해 많은 고민을 하지만 그 중에 등장한 에피소드는 로봇이 인간으로 대접받을 수 있는 법안이 통과되어 최초로 인간 등록 서류를 제출한 어느 로봇에 대한 것이었습니다. 서류를 제출하고 나와서, 그 로봇은 '어떻게 로봇이 인간이 될 수 있냐!'는 사람들의 무리에게 맞아 죽습니다.
지금 생각하면 그 로봇이 더이상 살릴 수 없는 수준으로 파괴되었다면, 그렇다면 그 사람들은 폭력상해와 살인죄로 잡혀갈까요. 아니면 기물파손에 해당할까요. 아마 일본이니까, 서류가 접수되었을 뿐 아직 통과는 되지 않았다면서 살인죄 아닌 기물파손으로 넘어갈 가능성이 높다고 봅니다. 지금의 일본이라면 애초에 그런 법이 통과되지 않겠지요.

그렇다면 한국은?



이 소설에서 그리는 한국 사회는 극단으로 치달은 세계입니다. 그런 모습을 상견례라는 작지만 큰 이벤트를 통해 드러냅니다. 그리고 그러한 극단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사람들이 있어 아직은 살아갈만할지 모른다는 여지를 남깁니다. 솔직히 읽으면서도 과연 지금의 한국 사회 분위기가 여기서 언급한 것과 크게 다를 것인가 의문을 가질 수밖에 없었습니다. 아직 이정도로 극단은 아니지만, 앞으로 그리 되지 않을까 걱정되는군요.


길지 않지만 함축적이고, 그리고 마지막에 여지와 희망을 함께 준 소설, 잘 보았습니다. 곰곰히 씹어보고 생각할 여지가 많아서 여운이 남는 그런 소설이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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