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이 저런 건 원제를 그대로 옮겨서 그렇습니다. 원제는 『The Secret Life of Cows』이고, 표지에 나온 '명랑한 소들의 기발하고 엉뚱한 일상'이 이 책의 내용을 그대로 설명합니다. 책의 저자인 로저먼드 영은 영국 코츠월드에서 가족들과 함께 60년대부터 쭉 유기농 방식으로 Kite's Nest Farm, 솔개 둥지 농장을 운영해왔습니다. 로저먼드의 부모님 때부터, 완전방목형 농장을 운영했다더군요.


이 곳의 소들은 자기가 원할 때 원하는 곳으로 갈 수 있습니다. 문자 그대로 방목에 가깝기 때문에 여기저기서 풀을 뜯고, 새끼 낳을 때도 내키지 않으면 사람 없는 곳에서 낳을 수 있습니다. 물론 문제가 생길 때는 '내 친히 너를 간택하노니 와서 새끼 낳는 것을 도와라!'라며 인간을 끌고 갈 수 있습니다. .. 농담이 아니라 정말로, 이 곳의 소들은 성격이 다 제각각이며 인간에게 기대지 않고 독야청청하는 소들도 많답니다. 그런 애들은 문제가 생겼을 때 외에는 사람들을 닭보듯(!) 하는 모양입니다.



책 내용은 저자가 겪은 수많은 소들이 어떻게 다르고, 어떻게 사고쳤고, 어떻게 인간에게 토라졌고, 용서하지 않았는지 등을 적은 겁니다. 읽다보면 내가 읽고 있는 것이 소들의 이야기인지 아니면 사춘기 청소년의 이야기인지 헷갈릴 지경입니다. 부모와 절연했다가 다시 관계 복구를 하기도 하고, 두 번 다시 안 보기도 하고, 애 낳고 관계가 바뀌기도 합니다. 어떤 때는 입양도 하고, 친구의 아기를 봐주기도 하며, 절친도 있습니다. 그러고 보면 앙숙은 절친보다 드문 모양입니다. 아니, 인간을 한 번 찍으면 두 번 다시 용서하지 않는 소도 있었으니 그걸 앙숙이라 볼 수도 있을지 몰라요.



누구의 자식인 누구의 자식인 누구-식으로 소 계보 이야기가 많이 나오지만 책 맨 뒤의 면지에 계보도가 일부 실려 있습니다. 이 책에 소개된 계보는 그냥 대강 넘어가도 되지만 성격은 혈통을 따라가는 모양입니다. 하여간 소들도 개나 고양이 못지 않게 매우 귀엽습니다.



로저먼드 영. 『소들의 비밀스러운 삶』, 홍한별 옮김. 양철북, 2018, 13000원.



어쩌면 저렇게 똑똑한 소인 건 얘들이 홀스타인이 아니라 그런지도 모릅니다. 에어셔 종이라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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