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쯤은, 아니 80% 정도는 충동구매였습니다. 『탈레랑 커피점』은 그럭저럭 보긴 했지만 아주 좋아하는 책은 아니었고, 사실 그 즈음 나온 거의 대부분의 일상 추리들은 취향에 안 잠았습니다. 모 고서점의 이야기도 1권을 번역 전에 원서로 보다가 매우 취향에 안 맞는다고 내려 놓았습니다. 완결 났으니 다시 손댈만도 한데 묘하게 손이 안가더군요. 독서 동료들이 그 책 읽고 나서 싫어하는 인물 한 명에 대해 이야기한 것이 걸려 그럴지도 모릅니다.
본론으로 돌아와서, 일상추리라 충동적으로 집어든 것치고는 나쁘지 않았습니다. 무엇보다 소재가 독특합니다. 카페 배경의 일상추리는 지겹도록 많이 나왔지만 이 쪽은 그보다 더 마이너한 소재입니다. 도연사라는 절의 주지승이 주인공들의 아버지이고, 이 소설의 주인공인 나는 주지의 맏아들로 현재 아버지를 도와 전업 승려를 합니다. 제목에서 나오는 쌍둥이는 소설 초반에 기술된 것처럼 양자입니다. 절 근방에서 발견된 쌍둥이 남매로, 주지인 아버지가 이 둘을 거뒀습니다.
총 네 편이 실려 있는 이 책은 단 권으로 완결입니다. 이야기를 더 끌어갈 수도 있지만 거기까지는 나가지 않았습니다. .. 혹시 이래놓고 2권이 나올 가능성도 있긴 합니다. 종종 편집부의 사정으로 2권을 내기도 하니까요. 그렇게 나오더라도 크게 무리 없어 보입니다.
대체적으로 이 이야기는 신도들을 살피며 두루두루 관리하는 승려들의 일을 보여줍니다. 그 점도 재미있지만 보통 그러하듯, 어떤 사건이 일어나면 거기서 1차로 추리하고 그게 뒤집어 졌다가, 또 다시 반전이 일어나는 식의 엘러리 퀸 수법의 뒤집기가 많이 나옵니다. 누군가 진상을 밝혔다고 이야기를 하면 듣고 있던 누군가가 다른 시점으로 또 다른 해법을 제시하고, 그걸 바탕으로 풀다가 다른 증거가 나오고 이야기가 뒤집어 지는 식입니다. 사람들이 일상적으로 만나는 추리들은 그렇지요. 그렇게 몇 번 헛다리를 짚어가면서 진상에 도달하는 것이 오히려 재미를 줍니다.
다만 공감하기 어려웠던 부분은 나이 서른에 수줍음 많고 연애 경험 없다는 주인공 잇카이, 속세명 가즈야입니다. 하기야 숫기 없는 사람이니 소설 속에서도 이런 역할을 맡긴 하지만요. 지금 분위기 봐서는 결혼할 수 있을지부터가 난감합니다. 맨 마지막 에피소드 보면 더더욱 그렇군요.(먼산)
오카자키 다쿠마. 『도연사의 쌍둥이 탐정일지』, 김동욱 옮김. 소미미디어, 2017, 12800원.
배경이 후쿠오카입니다. 그러니 후쿠오카 자주 가시는 분들은 상당히 이입해서 보실 수 있을 겁니다. 근방 지리가 세밀하게 묘사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