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PS는 Geo로 시작하는 축약어가 아닙니다. 이 소설의 고유 설정으로, 고스트 사이킥 섹션이랍니다. Ghost Psychic Section이겠네요. 심령상담과를 이렇게 쓴다는데, 최근에 나온 오키나와 현청편을 보고 호기심이 생겨 1권부터 구입했습니다. 1권이 교토, 2권이 나라, 3권이 오키나와랍니다. 3권을 먼저 발견한 건 오키나와 여행 책을 찾기 위해 검색어를 그렇게 넣었다가 잡혔습니다.
오키나와 편도 궁금했지만 기왕 읽는 것, 1권부터 차근차근 읽는 것이 낫다 싶었습니다. 그리하여 1권을 집어 들었는데. 소설 진도가 매우 안나갑니다. 인물은 많고 교토 묘사도 그럭저럭 있는데 이상하게 진도가 안나갑니다. 일단 재미가 없어요. 여성공무원이 제대로 된 부서가 아니라 한직에 근무하며 다른 사람들에게 얕잡아 보이는 것이 마음에 안 들었는지, 아니면 전형적인 등장인물이 나와 그랬는지. 대략 1장에 해당하는 부분까지 보고는 훌쩍 건너 뛰어서 결말을 확인했습니다. 앞부분에 등장하지 않은 인물이 여럿 나왔지만 그래도 그럭저럭 이해는 됩니다. 추리소설은 맞는지 죽은 사람도 있고 시체도 있고 범인도 있습니다. 읽다보니 앞서 감상 올렸던 『무서운 방』이 오버랩 되기도 합니다. 뭐, 유령 때문이기는 할거예요.
라이트노벨류, 그러니까 가볍게 읽을 거리로 나온 소설들은 최근 거의 다 실패했습니다. 예외적인 책은 『로드 엘멜로이 2세』 시리즈 정도인가요. 이것도 지금 2권까지 보았던 걸로 기억합니다. 3권도 구입은 했으나, 앞권을 다시 읽어야 할 참이네요.
그렇지만 다른 책들은 문제 없이 봅니다. ... 아마도. 종이책 중에서 최근에 독파한 책들도 꽤 있거든요. 전부 기억하는 것은 아니지만, 정리 좀 해야할 건데, 『커피집』도 최근에 보았고 『매거진B』는 최근 세 권을 와작와작 씹어 먹었습니다. 블루보틀, 호시노야, 교토편이었지요. 지난 주말부터 시작해 『녹음의 관』도 세 권 모두 다 내리 읽어 내렸습니다. 그랬는데 『GPS 1 교토시청 : 마성의 신부』는 아니었단 말입니다. 아마도 등장인물의 행동 등이 취향에 안 맞아서 그랬던 것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아무래도 경쾌하고 빠른 박자로 흘러가는 소설이 좋다보니, 답답한 사회시스템이나 그러한 행동은 피하는 것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 내일은 『녹음의 관』도 잊지말고 리뷰 올려야겠네요. 이것도 어제 다 읽은 참이니, 작성하는 데는 문제 없겠지.
추리소설은 최근 상대적으로 덜 보았습니다. 가장 최근에 본 것이 북스피어의 『요괴를 빌려 드립니다』일겁니다. 아니면 『미스테리아』 최근 호들이요. 25호는 받아 놓고 이제야 포장을 뜯었으니 아직 덜 보았습니다. 조아라에, 브릿G까지 여기저기서 책을 동시다발적으로 보고 있다보니 종이책 소화 속도가 느리네요. 앞으로는 아마 조아라쪽의 소화 속도를 확 내리지 않을까 합니다. 브릿G는 하루에 한 편 정도 읽는 걸로 제한 중이지만 조아라는 고삐 조이지 않으면 폭주 가능성이 높으니까요. 카카오페이지는 최근에 아예 탈퇴를 했으니 건들 일도 없습니다. 연재되더라도 천천히 책 나오길 기다리면 되니까요.
최근에는 책읽기도 능력이라는 걸 실감합니다. 갈고 닦지 않으면 녹습니다. 꾸준하게 어려운 책을 읽고 이해하여 소화하고, 그걸 글로 남겨둬야 정리가 됩니다. 그냥 읽고 넘어가면 까맣게 잊습니다. 읽어도 별 소용이 없고요. 그러니 블로그에 온갖 잡담들을 적어두는 것도, 책 읽은 뒤 간략 감상을 남기는 것도, 어떻게든 여러 단어를 써서 표현하려는 것도 그런 발버둥의 일환입니다. 그러니 헛소리들이 간혹 튀어나오더라도 이해하시길.
라이트노벨 읽다가 실패한 것도 이번이 처음은 아닙니다. 현재 유통되는 대부분의 라이트노벨은 안 맞을 걸 알아서 피했고, 모 소설 하나는 시도했다가 섹드립에 두 손 들고 포기했습니다. ... 그러고 보니 예전에 재미있게 읽었던 다른 소설들은 지금 읽으면 어떨까요. 카야타 스나코의 키리하라 시리즈부터 다시 시작해볼까.
조아라 연재작 중 각괄호-[]-로 작가명이 묶인 소설은 출판사에서 계약 후 홍보용으로 연재하는 소설들입니다. 리디북스나 문피아에서 넘어오기도 하더군요. 처음에는 모르고 넘어갔다가 그렇게 작가명이 묶인 소설들은 나중에 프리미엄 전환되는 것을 보고 깨달았습니다. 어디에서 연재되던 소설인지는 잘 모르지만.. 하여간. 오늘 아침에 꺼내 든 『헌터 세상의 정원사』는 리디북스 쪽에서 연재되었던 모양입니다. 리디북스에서는 181화중 25화까지 무료지만 조아라는 현재 기준 45화까지 올라와 있습니다. 아직 조아라 프리미엄 전환은 안되었습니다.
소설 읽는 입장에서는 노블레스보다는 프리미엄이 낫더랍니다. 시즌권에 가까운 노블레스와는 달리, 프리미엄은 원하는 화만 선택적으로 결제해 읽을 수 있습니다. 완결부근을 확인하여 결말에 별 문제 없는 걸 확신하면 다시 보기도 하고요. 아직 리뷰는 못 올린 『요리의 신』도 100화까지 프리미엄 무료가 풀린 것을 확인하고, 결말부분만 확인한 다음에 아예 전자책으로 구입했습니다. 전권 구입하길 잘했다고 지금도 생각하지요.
『요리의 신』 감상글에서 따로 적겠지만, 이 소설은 읽으면서 걸리는 부분이 없이 편안히 보았습니다. 성차별적 발언도 드물고, 애초에 주인공이 굉장히 신사적입니다. 아니, 등장하는 거의 모든 남자들이 다 그렇습니다. 예외적인 인물도 있으나 그 인물들이 어떻게 되는지는 읽어보시면 압니다.
어쨌건 읽으면서도 '판타지치고 성인지감수성이 높은 편이고 그런 문제 없이 본 몇 안되는 소설'이라 감탄했습니다. 아니, 뭐, 편견일지도 모르지만 판타지소설은 저 감수성이 낮은 경우가 많단 말입니다. 그건 여성이 쓴 소설이라고 감수성이 높지도 않으며, 남성이 쓴 소설이라고 낮지만도 않습니다. BL을 많이 읽는 입장에서도 성인지감수성을 넘어서, 인권감수성이 현격히 떨어지는 작품들이 많습니다. 흔히 피폐코드를 달고 나오는 소설이 그렇습니다. 감정이입도가 높은 편이라 피폐는 안봅니다. 초반에 주인공이 고생한다면, 그 고생하는 부분은 뛰어 넘고 후반부터 보기 시작하기도 합니다. 그럼에도 정서적 학대나 인권유린이 등장하면 고이 뒤로 무릅니다.
성인지감수성도 같은 맥락입니다. 『헌터 세상의 정원사』는 최하급 헌터인 주인공에게 어느 날 특별한 능력이 주어지고, 주인공은 군자(君子)와도 같은 모습으로 속세에 초연하며 약한 것을 보듬고 아끼면서 능력을 활용합니다. 이 능력이 꿈 속의 정원을 가꾸는 것이고, 그 정원은 테라리움과도 같아 보이지만 헌터 세상 속의 던전과 연결되어 있습니다. 45화 즈음에는 이 정원 속에 갇힌 다른 헌터와의 이야기도 등장하고요.
정원을 가꾸는 모습이나 다른 동물의 모습이 매우 귀엽습니다. 그건 좋습니다. 하지만 이 소설의 성인지감수성은 낮은 편입니다. 굳이 따지자면 소설 속의 등장인물은, 80-90년대의 무협지에 등장하는 여성의 모습과 닮아 있습니다. 고고하고 능력도 뛰어나지만, 독자적이라기 보다는 남성의 부속 혹은 액세서리 같아 보입니다. 이 소설에서도 많은 여성 등장인물은 속세에 초연한 주인공에게 관심을 갖는다거나, 그 관심이 '여성성으로 남성을 유혹하는' 모습으로 그려집니다. 그런 묘사가 꼭 나올 필요가 없음에도, 여성의 외모가 뛰어남을 강조하거나, 성적 유혹을 하고 있다는 모습을 강조하거나, 친구로 생각하고 있다면서 우정이 아니라 애정을 표현하는 듯한 모습이 자주 나옵니다. "저 여성은 (고고해서) (성격이 나빠서) 그럴 사람이 아닌데." 주인공과 함께 있는 장면이 많습니다. 거기에 여성에 대한 외모 비하, 성적 희롱이 일상화된 인물의 등장 등이 매우 걸리더군요.
저련 묘사나 장면이 없어도 됩니다. 빼도 소설 진행은 문제가 없습니다. 강하기를 원하는 여성을 그려내도, 가장 강했던 이에게 경쟁의식을 품었고 그가 실종된 뒤에도 더욱 노력하여 강한 인물이 되었다고 해도, 그런 이들의 외모를 굳이 묘사하지 않아도 전개가 가능합니다. 그래서 이야기를 읽는 내내 더 아쉬웠습니다. 정원도 좋고 주인공의 성격도 좋고 테라드론도, 댕이도, 범이도 좋은데 묘사가 걸립니다.
리디북스의 리뷰를 보니 그 뒤에도 여성들이 주인공에게 호감을 갖고 몰리는 전개가 계속되나 보군요. 그냥 45화까지 재미있게 보았지만 거기서 접는 것이 다행일지도 모릅니다.
앞서 보았던 『회귀한 톱스타의 힐링라이프』도 이와 비슷하게 게임 시스템이 현실의 생활에 반영되었다는 이야기였습니다. 이 소설도 게임 물품을 현실 세계에 들고 오면서는 거기에 의문 품는 사람이 없다는데서 개연성 부족으로 조용히 내려놓았습니다만. 『요리의 신』말고 또 괜찮은 소설 없을지 열심히 찾아보렵니다.
(오늘은 오랜만에 아름다운 그 분. 파일명이 11_WBR_1870_richmond_ionides인걸 보면 이오니데스 마님의 초상입니다. 도쿄의 The Beauriful 전시회에서 보고 홀랑 반한 그 분.)
대결구도로 만들 필요 없습니다. 그저 판타지소설이건 로맨스판타지소설이건 관계없이, 잘 쓴 소설이 있고 그렇지 않은 소설이 있을뿐입니다. 세상은 넓고 읽은 소설은 많지만 그 모든 소설이 잘 쓴 것도 아니고, 잘 쓴 소설이 독자의 입맛 혹은 취향에 맞는 것도 아닙니다.
여름 동안 이런 저런 책들을 많이 샀습니다. 알라딘 전자책과 종이책 구매만 보아도 아시겠지만 보기만 해도 배가 부릅니다. 이러면 안되는데, 읽어야 되는데... 하면서도 전자책에 먼저 손이 갑니다. 종이책의 독서속도는 매우 느립니다. 그래도 종이책 중 라이트노벨 쪽과 미스테리아, 로맨스는 씹어 먹는 심정으로 읽습니다. 로맨스나 판타지소설은 읽고 싶어 구입했으니까요. 그래, 『메리블루』와 다른 로맨스소설도 그렇게 구입했습니다. 아차. 『매리지B』도 장바구니 담아야지요. 전자책은 재미있게 읽었으니 종이책의 감상도 그러할지 볼 생각입니다.
소설 하나는 읽다가 던졌습니다. 로맨스판타지였지요. 그리고 최근 전자책으로 구입했던 로맨스판타지도 상당수가 읽다가 도중에 포기했습니다. 조아라에도 브릿G에도 읽을 소설 많습니다. 사놓고 마음에 안 들면 내려놓아도 된다는 핑계이기도 하고, 내 돈만 버리면 되었지 시간까지 버릴 필요는 없다는 판단이기도 합니다.
최근에 읽은 소설 A는 로맨스판타지였습니다. 읽다가 '이 소설의 작가는 고등학생일 거야. 그런데 그런 냄새 폴폴 풍기는 소설을 다듬지도 않고, 도대체 출판사는 뭐한거지?'라고 화내면서 포기했습니다. 소설의 완성도를 넘어서, 초반부에서 귀족가에서 환생했다는 애의 말투나 그런 애랑 어울리는 다른 인물들의 말투가 모두 현대, 그것도 현대중고등학교어입니다. 존잘님과 시발을 달고 다니는 그런 말투요. 그런 말투를 쓰는 이가 그 소설의 주인공이며 등장인물들이고 제국의 귀족자제들입니다.
최근에 읽은 소설 B도 로맨스판타지입니다. 이 소설은 초반에 여주인공에의 감정이입에 실패했습니다. 아름다운 것을 좋아한다면 감상만으로 충분합니다. 아무리 모나리자가 멋있어도, 이오니데스 부인께서 아름다우셔도 손을 대서는 안됩니다. 주인은 따로 있으니까요. 사람도 마찬가지입니다. 사람도 주인이 있지요. 자기자신. 아무리 괜찮다는 허락을 받았어도, 얼굴을 주물럭 거린다거나 엉덩이를 만진다거나 손을 만지작 거리며 황홀한 표정을 짓는다거나 하면 성적 수치심을 느끼게 마련입니다. 아니라고요? 주인공이 너무도 아름답고 씩씩하고 멋지기 때문에 당하는 인물들도 좋아한다고요? 읽고 있는 저는 제가 희롱당한다고 느꼈습니다. 성별을 넘어서 저건 용인되어서는 안됩니다.
게다가 주인공이 매우 강한데, 정치적 상황에 휘둘리고, 집안 사람들과는 의사소통이 안되어 사건이 꼬이는 등등의 이야기가 많습니다. 어디서 많이 본듯한 설정에 인물을 집어 넣고, 원하는 사건을 넣는다고 하여 소설이 완성되는 것은 아닙니다. 읽으면서 참 미묘했습니다.
최근에 읽은 소설 C도 로맨스판타지입니다. 회귀는 이제 클리셰도 아니라 키워드인가요. 아니, 차원이동빙의라고 부르는 이세계빙의도 이제는 자주 나오는 소재입니다. 최초의 뭐시기를 뽑아 내려면 소설 목록 뒤지는 일부터 해야할 겁니다. 이 소설은 그 중에서도 소설 속 빙의입니다. 요즘에 조아라에서도 많이 나오지요. 악녀로 빙의했기 때문에 여기서 탈출하기 위한 몸부림을 친다는 전개 말입니다. 그걸 어떻게 풀어내느냐가 완성도를 가르지만, 이 소설은 등장인물이 밋밋하더랍니다. 1권 앞부분을 보다가 안되겠다는 생각에 뒤로 넘어갔습니다만, 거기서도 포기하고 내려놨습니다. 앞 전개가 재미 없어서 뒤로 넘어갔다가 뒤도 마찬가지라 놓았습니다. 이런 소재의 이야기는 취향이 아니라 그럴 겁니다.
다른 소설 D도 로맨스판타지입니다. 이 책은 1권 열심히 보다가, 이건 아니다 싶어서 2권 끝부분으로 갔다가 접었습니다. 가스라이팅하는 인물이 나오고, 전체 분위기가 스릴러나 첩보소설 같은 느낌을 주지만 지나치게 주인공들에게 그 역할을 강하게 부여합니다. 주인공들에게 강한 시련을 부여하고 싶었던 김에 능력자를 만든 것은 좋으나, 합이 안 맞습니다. 그러니까, 왜 꼭 이들이 가야했는가 의문이 들었습니다. 아니어도 되는데? 다른 인물이어도 되는데? 왜?
등장인물을 많이 만들면 각자에게 개성을 부여하는 것도 쉽지 않고, 그리고 주인공에게 스포트라이트를 주기 쉽지 않습니다. 인물간의 균형을 만들고, 꼭 주인공이 아니더라도 개성적인 인물을 만들어 내며, 각자의 위치에서 빛을 내도록 하면서 줄거리에는 위화감이 없이 잘 짜인 소설은 많지 않지요.
소설 E는 판타지입니다. 로맨스냐 아니냐 물으면 아리송하지만, 이쪽은 무협 느낌이 폴폴 풍긴다고 할 정도로 주인공 1인극입니다. 다른 인물들이 없는 건 아닙니다. 매력적인 인물도 있어요. 하지만 다 읽고 나면 이 사람만 남습니다. 그래도 전체 구조가 좋고, 조연들이 각각 살아 있습니다. 설정 몇몇은 홀딱 반할 정도로 빛납니다.
소설 F는 판타지입니다. 이쪽은 로맨스가 손톱만큼도 없습니다. 물론 읽다가 도중에 던져서 뒤에는 나올지 어떨지 모르지만. 초반은 좋았지만 주인공이 성장하며 재미를 주던 것이, 주인공이 스스로가 아니라 주변의 말을 건드려 사건을 진행시키면서는 맛이 떨어집니다. 이 소설의 맛은 주인공이 점차 성장하면서 자신을 극복하고 이전에 가지 않은 길을 보여주는데 있었습니다. 그러나 중반부를 넘어서면서는 자신의 성장보다는 주변의 사건, 정치적 상황을 꼬아냅니다. 게다가 심각한 폭탄이 내부에 있다는 걸 소설 중반에 본 이후로는 도저히 진도가 안나가 내려 뒀습니다. 결말 확인할 생각도 안듭니다.
소설 H는 제목을 공개하지요. 『요리의 신』입니다. 아직 한창 읽고 있어 정확한 평을 내리기는 어렵습니다. 그럼에도, 올해의 책으로 꼽아도 될만큼 멋집니다. 주인공을 포함한 인물들이 탄탄하고, 이들이 각자의 길을 걷고 성장하는 모습이 매력적입니다. 판타지이지만 그건 게임시스템이 도입되었다는 몇몇 판타지적 설정 때문이고, 이를 제외하면 요리를 소재로한 소설입니다. 아니, 요리가 소재가 아니라 주제이기도 합니다. 요리와 음식, 조리, 그리고 레스토랑과 식문화. 이 전반을 아우르면서 함께 끌고 나갑니다. 조리방식을 세밀하게 소개하면서도 지루하지 않고, 각자가 성장하는 방향이 같으면서도 또 다릅니다. 1회성으로 인물을 소비하지도 않으며 영원한 악당은 등장하지 않습니다. 악역 같다가도 이들 역시 감화하고 성장하며 또 다르게 변합니다. 사람의 성향은 불변이지만 다른 것은 바뀐다는 말이 떠오릅니다.
하도 재미있게 읽다보니 상대적으로, 조아라에 연재되었던 여러 로맨스판타지들에 대한 불만이 구체적으로 나옵니다. 평면적이고 어디서 많이 보았던 이야기, 세밀하지 못하며 주제가 없고 복수극이나 단순한 성장담에만 치중한 이야기. 성장하지만 무엇이 어떻게 성장하는지 짜임새가 엉성한 전개, 개연성이 없고 주인공을 띄우기 위해서만 존재하는 사건들. 투데이베스트의 소재에 휩쓸려 비슷한 이야기만 나오는 복제품들.
아니, 꼭 이게 판타지와 로맨스판타지를 가르는 건 아닙니다. 단권이지만 『구원자의 레시피』 같은 소설도 있으니까요. 『패스파인더』도 전자책으로 나온다면 즐거이 맞이할 겁니다. 하지만 한동안은 로맨스판타지보다, 최근 몇 년 간 손 안대고 있던 판타지소설들을 꺼내볼겁니다. ... 장담은 못하지만, 아마도요.
그리고 기억을 더듬다가 깨달았습니다. 종이책 감상기는 올렸던 기억이 있지만 전자책은 없습니다. 진짜 안 올렸나 확인하니 그렇네요. 잊고 있었습니다. 그리하여 그나마 정신 차린 오늘에야 뒤늦은 7월 전자책 감상기를 올립니다.
얼핏, 7월의 주문분은 적어보이지만 권 수로 따지면 적지 않습니다. 『팁시 레이디』가 6권, 『요리의 신』은 서른 두 권이고, 지금 반쯤 읽었습니다. 『칼의 목소리가 보여』는 먼저 구입하고 먼저 읽었고요. 원래 8월 알라딘 사은품 보며 주문하자고 했다가 못참고 왕창 구입했습니다. 대신 8월 사은품은 종이책으로 마련했지요. 그 자세한 내역은 다음에 따로 올리겠습니다. .. 과연? 6월 전자책 중에도 따로 감상 올리겠다고 했던 책이 있었는데, 없습니다. 감상이 없어요.
세련. 『그대를 안고, 폭풍 속으로 1-2』
판타지, 동양판타지, 로맨스.
읽다가 포기. 앞부분 읽다가 이야기가 꼬이는 듯하여 건너 뛰고 결말을 보았으나, 더 보지 않아도 괜찮을 거란 생각이 고이 접었습니다.
미유미유. 『Can you heal me 1-2』
BL, 오메가버스, 임신수.
오메가버스 세계관은 대부분에 임신키워드가 있습니다. 오메가버스가 아니더라도 임신키워드가 등장하는 일이 가끔 있지만, 오메가버스에서 외전 포함해 임신이 등장하지 않는 것은 많지 않습니다. 이것도 따로 통계 내보면 알겠지요. 보통 오메가버스는 발정기와 임신 두 가지가 주요 이유입니다.
이 소설도 임신이 주 소재입니다. 다만 앞부분의 이야기는 매우....를 넘어서 상당히 피폐하게 수가 고생합니다. 공이든 수든 등장인물이 고생하는 이야기는 질색하다보니 갈등이 풀리는 후반부를 중심으로 보았습니다. 후회한 주인공이 넙죽 엎드려서 모시고 살더군요.(먼산) 구입하고 나서야 외전도 있는 걸 알았습니다.'ㅁ'
남유현. 『팁시 레이디 1-6』
판타지, 로맨스판타지, 영지경영, 차원이동, 환생.
전직, 아니 전생직 주류회사 연구원이었습니다. 과일소주로 대박을 내고 그 회식자리에서 집에 돌아가다가 사망. 그리고 정신차려보니 환생했더랍니다. 빙의가 아니라 환생. 그것도 굉장히 대단한 집안의 아가씨입니다. 전생의 기억이 남아 있으니 현재도 매우 술꾼이지만, 슬프게도 황제의 명으로 제국 전체에 금주령이 내려졌습니다. 핑계는 먹을 곡식도 부족하다는 타당한 내용이지만 아는 사람은 다 압니다. 그게 북부의 대영주들을 견제하기 위한 목적이라고요.
적다가 이거 왠지 기시감이 든다며 찾아보니 이미 감상을 단독으로 올렸습니다. 하하하하하.(링크)
끼밍. 『프리실라의 고민 1』
판타지, 로맨스판타지, 빙의.
어... 읽다가 1권 뒷부분에 가서 내용 확인하고, 1권만 산 저를 칭찬했습니다. 입에 안 맞더라고요. 입에 안 맞는 책이 한 두 권 아니지만. 제 입에 맞는 책 찾아 행복하기 읽기에도 제 시간이 부족합니다.
꽃니랑. 『은의 공녀, 까마귀 공녀 1-3』
판타지, 로맨스판타지.
1권 다 읽고, 소개글에 나온 그 이야기는 언제쯤 나올까 기다리면서 2권까지 갔다가, 고이 접었습니다. 설정은 좋으나 조형에 실패했다고 봅니다.
양치기자리. 『칼의 목소리가 보여 1-8』
판타지.
로맨스를 넣어도 될 법 합니다? 기본 흐름은 어떻게 보면 무협과도 닮았습니다. 무협의 클리셰를 어떻게 보느냐에 따라 다르지만, 저는 무협의 특성 중 하나를 '기연'으로 봅니다. 구파일방을 그 기준으로 보기도 하지만, 저는 주인공의 성장방식이 어떻게 흐르냐에 따라 무협의 요소가 있다 아니다를 가릅니다. 옛날 옛적에 농담 삼아서 말했지만,
남자주인공이 있어, 천재 혹은 수재급의 능력을 갖고 있는 거지. 그리고 알고 보니 자기 집안이 유명한 집안이었다가 쫄딱 망했대. 능력이 있는 것도 그래서인가봐. 그래서 스승 만나서 재능의 꽃을 피우고 돌아다니다가, 아니면 스승대신 첫 번째 기연을 만나 힘을 키우며 신진기수로 이름을 널리 털치는 거지. 그러다가 잘난 놈 하나 만나서 열심히 대결하다가 꺾임. 그리고 데굴데굴 덱데굴 벼랑으로 굴러가다가 두 번째 기연을 만나. 그리고 이 기연은 능력을 개화시킨 첫 번째 기연보다 더하게 영약과 세트로 들어 있는거야. 첫 번째 기연이 연단이면 두 번째는 천년설삼이나 만년설삼 같은 걸로. 그리고는 거기서 깨달음을 얻고 다시 잘난 놈과 대결 구도를 이루다가 두 번째 기연에서 만난 비급의 마지막 구절 같은 걸 마지막 순간 깨달으며 모든 것을 이뤄내는 ... (하략)
헛소리가 길어졌습니다. 『칼의 목소리가 들려』를 집어 든 건 여러 사정 덕분이었습니다. 조아라를 기웃거리다가 『요리의 신』이라는 소설이 공개된 걸 봅니다. 조아라 프리미엄이 방학을 맞아 무료 편수가 확장되어, 꽤 많은 편을 읽습니다. 완결편까지 한 번에 죽 올라와 있는데 그 편 수가 엄청나더라고요. 일단 읽어보자고 손을 댔다가 순식간에 무료 편수를 다 읽고는 앓았습니다. 이거 뒷 편을 결제 해? 말아? 라면서요. 그래서 알라딘 검색을 했더니 이게 이미 출간된 책이더라고요? 만세를 부르며 장바구니에 주워 담았습니다. 조아라 전체 편별로 구입하는 것보다는 전자책이 비쌉니다. 그래도 전자책이 오프라인에서 보기도 좋으니 전자책으로 사고 싶은데, 그 전달에 구입했던 모 판타지소설을 읽다가 도중에 던진 기억이 나서 고민했습니다. 32권 모두 결제해도 괜찮은 것인가 하고요. 그렇게 검색하다가 이 작가의 다른 작품으로, 2019년 출간작이 있는 걸 봅니다. 소개글도 은근 취향에 맞아서 장바구니에 담아, 도합 40권을 결제했습니다. 그래요... 스트레스가 심하면 이렇게 폭주하는 겁니다. 그런 겁니다.
『요리의 신』을 먼저 보았던 터라 여기서도 같은 시스템을 쓰나 싶었습니다. 칼을 손에 잡는 순간, 칼을 오래 써온 주인의 기술을 읽을 수 있었고, 그리하여 원래 하던 약초학을 때려치우고, 몸 쓰는 것으로 유명한 초 가문에 갔다가 아카데미에 진학합니다. 다른 사람들에게 추천하기 좋은 무난한(?) 소재는 『요리의 신』이지만 『칼의 목소리가 들려』도 나쁘지 않습니다. 무난한 소설입니다. 로맨스판타지는 요즘 지뢰를 너무 밟아서 매우 감사한 마음으로 보았습니다. 8권 끝날 때까지 손에서 놓지 못하고 계속 보았더랍니다.
양치기자리. 『요리의 신 1-32』
현대, 판타지, 회귀.
현대지만 판타지입니다. 배경은 현대이나, 회귀한 뒤에 특이한 능력이 생긴 조민준을 주인공으로 한 식문화 소재의 소설입니다. 아니, 대놓고 요리 소설입니다.
조민준은 꽤 괜찮은 4년제 대학을 나와 영어교사를 하다가, 이 길이 내 길이 아니라며 그만두고는 요리사의 길을 걷습니다. 하지만 스물아홉이 되도록 제대로 자리를 잡지 못합니다. 나이 들어 요리를 하다보니 어린 선배들에게 치이기도 하고, 제대로 배우지도 못하고요. 그런 자신에 대한 자괴감을 느끼고 귀가했는데, 깨보니 대학생입니다. 회귀했다네요. 게다가 대학생으로 도로 돌아온 조민준의 눈 앞에는 시스템 창이 보입니다. 자신의 요리 레벨과 조리 레벨 등을 포함해, 다른 사람들의 요리 레벨과 각 음식들의 레벨까지, 다.
미친건가 생각했지만 집에서는 만들기 쉽지 않은 짬뽕을 매우 수월하게 해내는 자신을 보며 이게 꿈이 아님을 다시 한 번 깨닫습니다. 단순한 꿈이라면 회귀 전에 쌓아 놓은 여러 조리 실력이 남아 있을리 없잖아요. 다시 한 번 기회가 생겼으니 이번에는 제대로 꿈-장래 희망을 따라가기로 합니다. 그리고 요리사가 되기 위해, 회귀 전에 알았던 여러 정보를 조합해 먼저 미국의 그랜드 셰프 대회에 출전하러 갑니다. 집에는 미국 여행 한다고 말하고는 슬쩍 말입니다.
소설은 조민준을 중심으로 여러 인물들을 함께 엮어 냅니다. 민준이 회귀 전에 가장 이상적으로 생각하던, 그리고 롤모델로 삼았던 카야 로터스는 회귀 후엔 단짝이 됩니다. 민준이 끼어 있는 만큼 그랜드 셰프의 결과도 매우 달라집니다. 무엇보다 시스템을 적극적으로 활용한 덕에 절대미각을 갖고 있는 걸로 소문이 납니다. 사실은 음식 위에 뜨는 시스템창이 알려줬지요.
구체적인 내용은 직접 확인하세요. 서른 두 권 중 지금 20권을 읽고 있으니 아직도 멀었지만 그게 또 행복하면서도 슬픕니다. 이제 13권 밖에 안남았습니다. 흑흑흑.
세련. 『그대를 안고, 폭풍 속으로 1-2』. Renee, 2019, 합본 7400원. 미유미유. 『Can you heal me 1-2, 외전』. WET노블, 2019, 1-2 각 4200원, 외전 600원. 남유현. 『팁시 레이디 1-6』. 로즈엔, 2019, 1-5 각 3600원, 6권 2천원. 끼밍. 『프리실라의 고민 1』. 크라운노블, 2019, 4500원. 꽃니랑. 『은의 공녀, 까마귀 공녀 1-3』. 비사이드, 2019, 각 3700원. 양치기자리. 『요리의 신 1-32』. 문피아, 2017, 각 3200원. 양치기자리. 『칼의 목소리가 보여 1-8』. 문피아, 2019, 각 3200원.
종이책 로맨스와 라이트노벨 선택 실패담과 판타지소설 이야기를 조금 더 해볼 생각입니다. 그건 오늘 말고 다음 기회에. 알라딘 지름목록 이야기도 해야하니 조금 더 뒤에 올리겠습니다.
어제였나, 그제였나. 조아라 투데이 베스트 목록에 올라온 연재본을 보고 흥미가 돌았습니다. 연재 분량은 아직 30편 남짓이더군요. 다만 내용을 보니, 요즘 조아라에 올라오는 몇몇 소설들처럼, 이미 계약되어 전자책 발행될 예정인 소설을 조아라에 연재하는 겁니다. 검색해보니 아직 전자책 발행은 안되었고, 리디북스에서 연재된 소설입니다. 『회귀한 톱스타의 힐링라이프』. 지금 읽고 있는 소설-『요리의 신』이 그러하듯 이 소설도 게임시스템을 도입했습니다. BL이나 로맨스에서 농장 계통 힐링 게임 시스템을 판타지소설 요소에 결합하는 일은 꽤 많습니다. 광기에 침식당해 제정신이 아닌 대공의 아내로 팔려갔으나, 게임 시스템과 아이템을 현실에 가져오는 내용의 소설도 있었지요. 제목이 뭐더라...
하여간 농장의 레벨이 오르면 새로운 아이템을 상점에서 구입할 수 있고, 그러면 새로운 작물이나 희귀 아이템을 구할 수 있으며, 이를 활용할 수 있다는 설정은 『회귀한 톱스타~』도 비슷합니다. 읽다보니 재미있어서 결국 리디북스 들어가 무료 공개된 분량까지 다 보았습니다. 전자책 나오면 구입해서 볼 생각은 있지만, 음, 딱 거기까지 입니다. 재미는 있으나 강렬하지는 않습니다. 판타지 요소를 너무 섞어 놓아, 치트키를 너무 깔아버렸다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판타지 요소를 섞어 쓴 배우 혹은 연기 관련 소설은 『별이 되다』를 제일 먼저 떠올립니다. 종이책으로만 나왔고 전자책은 아닙니다. 조아라 연재되었다가 다른 곳으로 연재처를 옮겼던 걸로 기억하고요. 지금도 가끔 생각날 때마다 꺼내봅니다. 총 5권이라 적지 않은 분량임에도 재미있고요.
어느 날 갑자기, 머리에 벼락 맞은 듯 전생의 기억이 떠오른 청년의 행보가 주요 내용입니다. 처음부터 끝까지 로맨스 요소는 없고, 질척이는 옛 연애의 기억과 전생의 기억과 주변 친구의 연애담이 있을뿐입니다. 그 뒤로도 연애는 하지 않았거나 하더라도 멋지게 했을 거라는 상상만 해봅니다. 채우진이 매우 귀엽기도 하고 주변 인물들도 대체적으로 마음에 들어서 좋아합니다. 채우진이 등장한 여러 영화들 중에서는 맨 마지막 영화가 기억에 남습니다. 에피소드로는 복면가왕의 패러디 프로그램 출연담이 좋았고요.
하지만 이 소설이 배우/연기 소재 소설 중 맨 처음으로 본 건 아닙니다. 뭐, 할리우드를 배경으로 한 여러 할리퀸이나 로맨스소설이 많으니 최근의 웹소설계통으로 한정하면 BL이 압도적으로 많습니다. 『드라마틱』이 예외적일 정도군요. 그 외에는 대개 BL입니다. 기억나는 작품만 대략 주워도, 『최고의 악역』, 『원테이크』, 『칸타타』, 『십이월기담』이 있습니다. 이 네 소설은 한국의 영화와 드라마 제작을 소재로 합니다. 『최고의 악역』은 아마도 연기 관련 BL 중 거의 처음으로 보았을 겁니다. B&M 소설 번호로 봐도 출간된지 오래되었고요. 악역 전문배우인 김우연을 매우 좋아하는 이연은 어느 날 좋아하고 존경하는 선배와 함께 영화를 찍게되어 매우 기뻐합니다. 차갑고 무뚝뚝하다는 그 선배가 사실은 남모를 비밀이 있다는 걸 알게 된 뒤에는 그 비밀을 지키기 위해 노력하고요. 별 것 아닌 비밀입니다. 차멀미.-ㅁ-a
『십이월 기담』은 스캔들로 바닥까지 떨어졌던 주성빈은 영화감독인 친구의 성화로 '일제강점기를 배경으로 한 퀴어 영화'를 찍습니다. 그리고 거기서 만난 상대역인 한제빈과 함께, 2년 전의 스캔들 관련 일들에 함께 휘말립니다. 소설은 『십이월 기담』의 제작 과정에서 벌어지는 주성빈의 이야기, 한제빈의 이야기를 첨가하며 이들 둘이 연애 시작하는데까지 일직선으로 달립니다. 물론 방해자는 있지만 모두 분리수거(!)됩니다.
『칸타타』는 조아라 연재 중 잠시 휴재했고, 다시 연재되었던 걸로 기억합니다. 다른 소설보다 먼저 봤다는 기억이 있지만 전자책으로는 훨씬 더 늦게 구입했거든요. 이쪽은 외전이 따로 나올 거라 그쪽도 기다립니다. 어릴 적 부당노동계약을 맺었던 소속사에서 탈출하면서, 그 때문에 연기를 포기해야 했던 도예호에게 새로운 기회가 찾아옵니다. BL 특성상 새로운 기회를 준 사람이 공입니다. 도예호의 광팬인 이도. 이름에서 짐작하시겠지만 광화문 모 광장 한 가운데 계시는 그 분 맞습니다. 이름만. 물론 이름뿐만 아니라 다른 것도 좀...? 하여간 도예호도 그렇고 이도도 참 귀엽습니다. 그러니 외전 주세요..
『원테이크』는 드라마 촬영이 소재입니다. 적으려다보니 이거 앞서도 언젠가 적었던 것 같은데..? 확신은 없군요..?
등장인물들이 매우 유쾌합니다. 1인칭 주인공 시점이기 때문에 주인공의 감춰진 사정이 중반 이후에나 나온다는 것이 재미있고요. 본인이 고백하기 전까지는 그 상황 자체를 파악하기 어렵습니다. 장승민이 성폭력 가해자라고 소문이 났다지만 주인공인 이 인물의 상태를 봐서는 절대 그럴 것 같지 않고요. 뭔가 악당이 따로 있고 사정이 있어 보이지만 장승민 본인은 그 이야기를 꺼내지 않습니다. 꺼내지 않은지 이미 몇 년이고요. 애초에 오프닝 자체도 다른 이에게 별 관심 없이 꾸준히 영화판 활동만 하던 장승민이, 국민 배우라는 하현제에게 홀딱 반하는 사건이거든요. 장승민의 과거 이력은 얼핏 얼핏 지나는 정도고 하현제가 본격적으로 끼어들기 전까지는 제대로 나오지도 않습니다. 하현제는 또 연기도 잘하지만 외모 파괴력도 메테오스트라이크급이라 더욱 그렇습니다. 게다가 하현제 본인이 자신의 파괴력을 잘 알고 있어요. 연기 대결도 그런 의미에서 재미있게 흘러갑니다.
『드라마틱』도 예전에 리뷰 올린 적 있지요. 조연 전문배우와 국민 남배우의 연애담입니다. 드라마 제작 과정이 궁금하다면 아예 이 소설을 탐독하면 될 정도로, 상당히 구체적으로 나옵니다. 게다가 드라마 제작과정에 얽힌 여러 사건들도 함께 나오고요. 연기도 그렇지만 제작 자체, 그것도 일일드라마는 아닌 미니시리즈가 어떻게 제작되고, 어떤 사람들이 얽히는지 자연스럽게 녹여냅니다. 게다가 주인공인 조윤리 어머니가 부동산 투자한 이야기는 실감이 넘치다 못해... 본받고 싶습니다. 흠흠흠.
조아라 연재 소설로, 곧 리디북스 오픈 예정이라는 『블라우어 로즌』(맞나?;)은 영화 배경 BL이고 주인공의 연기 장면이 인상깊었습니다. 이쪽도 재독하고 싶지만 습작되었지요. 아니 내용 삭제였나. 지금 한창 연재되고 있는 다른 소설은 슬그머니 감춰둡니다. 오메가버스 세계관의 연기 소설이고, 본격적으로 판이 벌어질 모양새입니다.
『원 모어 퍼킹 타임』 , 『데드라인 할리우드』는 아예 할리우드의 제작 시스템을 기반으로 한 영화 제작 소설입니다. 영화 촬영 자체도 좋지만, 『원 모어 퍼킹 타임』에서 니키가 회귀 후 처음으로 보였던 그 장면은 정말 멋졌어요. 라이언이 대본을 팍파팍 짓밟으며 절규했던 그 모습이 눈 앞에 선합니다. 그 외에 아이돌 소재의 BL 중 『세컨드 런』도 드라마 촬영 장면이 나옵니다. 아이돌이 여러 일을 같이 하는 건 드물지 않으니까요. 아이돌 소재의 BL 소설들은 아예 따로 적어 놓은 글이 있으니 그쪽을 보셔도....(https://esendial.tistory.com/7407)
라고 하며 정리하는 건, 나중에 찾아보기 쉬우라고 끄적이는 겁니다. 그나저나 이금귤 作 『갑의 전설』은 언제쯤 풀릴까요. 크흑. 재주행하고 싶어도 습작된지 오래라 못봅니다.ㅠㅠ
6월의 종이책 독서기는 슬그머니 건너 뛰었습니다. 다른 이유는 아니고, 6월도 신나게 스트레스 받으며 신나게 조아라 소설 읽다가 종이책 독서는 거의 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읽기 싫다, 자료는 쳐다보기도 싫다는 느낌은 오랜만입니다. 재미있게 해야 그래도 쉽게 넘어가는데, 그러지 못한 것이 문제네요. 하기야 지금이라고 사정이 다른 것은 아닙니다만.
전자책과 조아라소설은 너무 읽어서 탈이라, 슬쩍 종이책 먼저 끄적입니다. 그렇게 많지는 않을 거예요. ... 아마도.
하타케나카 메구미. 『요괴를 빌려드립니다』
추리, 일본소설.
정확히는 에도시대 배경 추리적 판타지소설입니다. 이전에 읽은 기억이 있는게, 아마도 원서로 본 것 같군요. 이야기만 들었다면 제가 그 세부 설정을 기억할리가 없습니다. 읽다보니 기시감이 들어서 아마도 B님에게 빌리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시타마치에서 물건 대여점을 하는 남매가 있습니다. 이들이 빌려주는 물건 중에는 부상신이 여럿 섞여 있습니다. 쓰쿠모가미라 불리는, 한국식으로는 귀신들린 물건 말입니다. 나이 백 살 쯤 먹으면 물건에도 혼이 깃들어 재잘대는 겁니다. 대여점 운영하다보니 그런 물건들이 모인다는군요. 그 때문에 사건에 휘말리기도 하고, 또 옛 사건을 해결하기도 합니다. 일상추리에 가깝지만 이 두 남매의 미묘한 관계와 과거사가 함께 뒤섞이면서 다음 권을 기다리게 합니다.
베로니크 드 뷔르. 『체리토마토파이』
프랑스소설.
모님이 추천해주셔서 그렇지 않아도 고민하다 덥석 집어 들었습니다. 체리토마토, 방울토마토로는 파이 안 만듭니다. 그런데 왜 체리토마토파이가 제목인가. 읽어보시면 알겁니다.
남프랑스 쪽의 시골에서 홀로 사는 할머니의 일기장입니다. 뒤늦은 나이에 일기를 쓰기 시작한 할머니는 약 1년 동안의 이야기를 씁니다. 1년이면 그리 길지 않은 시간이지만 할머니에게는 또 다릅니다. 남편을 먼저 보내고, 아이 없는 이웃집 부부와 사이좋게 잘 지내며 자신처럼 혼자 있는 친구들과 친척들과 교류도 합니다. 나이가 나이인지라 '일흔에도 운동하는 할머니'의 기사를 읽으며 아직 젊군!이라고 하는 부분에서는 폭소했지요.
소설이지만, 그 1년 간의 일기를 읽고 있노라니 저도 준비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정말로 나이 먹는 것도 쉽지 않네요.
로컬푸드 관련 여행서입니다. 로컬푸드 특성상 시골 이야기가 많군요. 여행자는 찾아가기 어려운 곳이라서요. 아마도 방출 예정.
마쓰우라 다쓰야. 『맛있는 계란 요리』, 조수연 옮김. 진선북스, 2019, 9900원.
음식.
달걀은 옳습니다. 달걀. 가격도 그렇고, 구입하길 잘했습니다. 다만 번역어 몇몇은 조금 걸리네요. 달걀초밥에 올리는 달걀구이를 달걀지단이라 적었습니다. 음식 번역서는 전공 번역하는 분야들처럼 아는 사람이 하는 것이 좋은데... ... 하기야 아는 사람이 번역한다고 잘하는 것도 아닙니다. 역서 읽고 분노 폭발했던 옛 기억이 새록새록 떠오르네요. 하하하하하.
조민해. 『남자의 완벽한 슈트핏』. 아이콘북스, 2019, 13500원.
운동, 자기관리.
앞서 감상문 올렸지요. 나이 마흔을 앞둔 사람뿐만 아니라 운동을 생각하는 사람이라면 읽어볼만 합니다. 멋진 슈트핏을 위해 멋진 몸을 만들자는 내용. 꽤 마음에 들었더랍니다.
『Casa BRUTUS特別編集 アジアのリゾ-ト、日本の宿 (マガジンハウスムック CASA BRUTUS)』
여행.
2017년 발행서로 리조트가 소개되었다는 말에 혹해서 구입했습니다. 하지만 역시. 리조트는 제 취향이 아닙니다. 저는 도심의 숙소가 좋아요. 리조트에서 노는 것보다는 무지 호텔에서 뒹굴거리는 것이 더 휴가답습니다. 진짜, 다음 도쿄 여행 때는 콘 데리고 여행 가서 같이 사진 찍고 싶은데 안되겠지요. 기내 반입 안되는 크기라 부쳐야 하고, 그럴려면 미리 완충재도 잘 챙겨가야 하지 않습니까.
시야. 『녹음의 관 1-3』. 피오렛, 2019, 각 22000원.
판타지, 로맨스.
정신차려보니 소설 속 악녀에게 빙의했다는 이야기는 많지요. 이쪽도 비슷합니다. 정신 차려보니 남자주인공에게 트라우마를 안겨주는 악녀입니다. 후처가 데리고 온 딸이지만, 부모님이 사고로 같이 사망하면서 아직 나이어린 후계자 대신 섭정으로 오릅니다. 그래서 남자주인공인 후계자와 대립하게 되는데, 이야기를 틀어 살아남기 위해서 소설 설정을 치트키로 이용합니다. 그리고 남주를 아주 잘, 그리고 영지를 아주 잘 이끌어 가지요. 더불어 여주인공을 비롯한 여러 인물들까지도 잘 포섭합니다.
만.
전작도 그렇지만 1권 정도까지는 재미있습니다. 2권부터는 이야기가 늘어지는 것 같아 건너 뛰고, 3권 중반을 뛰어 들어 확인하니 중간 안보기를 잘했습니다. 이야기 스케일이 커지면서 취향과는 거리가 멀더라고요. 『나는 이집 아이』도 그랬지만 이번 책도 조용히 방출 예정입니다.
아주 간략히 책 내용을 요약하면, 마흔을 맞이하는 사람들을 위한 운동 안내서입니다. 읽으면서 매우 공감이 되더군요. 마흔이 되면 얼굴에 자신이 드러난다는데, 얼굴뿐만 아니라 몸 역시 그렇습니다. 20대와 30대에 관리한 모습이 40대의 나에게 그대로 거울처럼 보입니다. 주변의 마흔 언저리를 보면 그렇습니다. 관리한 사람과 아닌 사람의 차이가 커요.
이 책은 남자를 대상으로 합니다. 제목도 도발적인데, 남자의 완벽한 슈트핏은 관리의 표본이자 멋의 상징입니다. 슈트 잘 입는 사람처럼 멋있는 이는 많지 않지요. 물론 슈트가 아니라 청바지에 검은 목티만 입는다거나, 청바지에 흰 라운드티만 입어도 멋있는 사람들이 있지만 그 역시 슈트를 입어도 잘 어울립니다. 시오노 할망이 「남자들에게」에서 열변을 토했듯, 몸매가 좋으면 뭐든 잘 어울립니다. 물론 슈트는 정장이고, 제복이고, 그렇기 때문에 몸매 이상의 것이 필요하기도 하지만 일단 몸매는 기본 조건이니까요. 자세한 이야기는 해당 책을 읽어보세요. 벨에포크까지는 아니지만 하여간 모 로망시대에 꽤 풍요로운 환경에서 자란 사람이 이탈리아 유학을 가서 고대인문학 연구를 하면 어떤 눈을 가지게 되는지 직설적으로 보여줍니다. 시오노 할망 책 중 「남자들에게」와 「사일런트 마이노리티」를 집에 두고 있는 것도 그 때문입니다. 그 외에 세네 권 정도 더 있던가요.
잠시 이야기가 샜지만 이 책은 그런 몸을 만들기 위한 책입니다. 멋진 슈트핏, 정장이 잘 어울리는 몸을 위해서는 마르거나 뚱뚱하면 안되고 적절히 근육이 붙어야 합니다. 그리고 자세가 발라야 하고요. 이런 몸을 위해서는 평소부터 자세교정을 하고 좋은 자세를 위해 몸 여기저기에 근육을 길러야 하며, 그래서 런지와 크런치, 버핏 외에 다양한 근육 운동이 필요합니다.
다른 것보다 식이조절 방법이 재미있습니다. 끼니마다 자신의 손을 중심으로 딱 이만큼의 음식을 챙겨먹으라고 안내합니다. 고기는 손가락을 뺀 손바닥 만큼, 채소는 주먹 두 개 분량, 탄수화물은 주먹 반 개 분량, 지방은 엄지손가락만큼. 더 구체적인 이야기를 책을 보세요. 운동 방식은 유튜브 영상으로도 많지만 이렇게 몸 관리를 위해 체계적으로 짠 책은 오랜만에 보니 재미있습니다. 책의 구성이 슈트가 잘 어울리는 멋진 몸으로 목표 설정을 하고, 목표 달성을 위해서는 자세와 몸매가 필요함을 안내하고, 그러고 나서 바른 자세와 좋은 몸매와 건강을 위해 필요한 운동법과 식이요법을 함께 소개합니다. 맨 마지막에는 구체적인 계획표도 있고요.
너무 장황한가요. 하지만 내용을 되짚어 보면 정말로 그렇습니다. 미스터리에 스릴러, 그리고 로맨스와 활극이 함께 합니다. 이 모든 것의 시작은 작지만 작지 않은 화재와 사망사고였습니다.
지난 번에 ㅇ님이 추천해주셔서 까맣게 잊고 있다 장바구니에 담고, 다시 한동안 묵혔다가 바닥에 가라앉은 기분을 끌어 올릴겸 꺼내들었습니다. 하지만 이 책도 단번에 읽어 내렸습니다. 한 번 붙잡으면 아껴가며 읽는 것은 불가능하군요. 칼을 뽑았으면 무라도 썬다-가 아니라, 읽기 시작했으면 끝을 보아야 하는 겁니다. 그런 겁니다.
출간은 2015년인 현대배경 로맨스판타지이지만 지금 읽어도 위화감 없습니다. 위화감을 느낄 정도로 오래 전의 이야기도 아니고, 소설의 소재 자체가 옛것이기 때문이기도 할 겁니다. 그리고 소설의 배경보다는 소재가 눈에 띄다보니 현대의 이야기는 상대적으로 묻힙니다.
일본에는 부상신(付喪神, つくもがみ)라는 것이 있습니다. 리뷰 적는 걸 잊은 『요괴를 빌려 드립니다』나 한참 전에 재미있게 읽었던 『샤바케』에서 등장하는 요괴 혹은 잡신입니다. 아니, 일본은 800만의 신이 있다고 하니 잡신쪽이 더 맞을지도 모릅니다. 물건이 100년을 묵으면 거기에 영靈이 깃든다는 겁니다. 그걸 붙은신이란 의미로 쓰쿠모가미라 부르는 모양이네요.
이 소설은 조금 다릅니다. 기운이 강한 이들이 만든 작품에는 그런 힘이 깃든답니다. 오래되어 생기기도 하지만 어떤 건 힘을 가진 채 오래 묵은 작품이기도 합니다. 주인공인 윤보들의 작품도 그렇습니다. 의도적으로 조절이 가능한 건 아니지만 힘을 들인 작품들은 그게 그림이건 자기이건 뭐건 특별한 힘을 가집니다. 부계혈통이기도 해서 주변의 많은 친척들은 이런 힘을 가집니다. 다만 시대가 시대이다보니 지금은 그렇게 강한 힘을 가진 이는 없고, 보는 눈은 있어도 만드는 힘은 없는 이도 있습니다.
윤보들이 가진 힘은 꿈과 관련되었습니다. 초반부터 등장하는 이야기지요. 보들이 그린 그림을 보고 특별한 꿈을 꾼 한세준은, 그 힘을 이용하면 자신의 잃어버린 기억을 찾을 수 있을 거란 생각에 보들에게 그림을 의뢰합니다. 그리고 여기서부터 미스터리가 시작됩니다.
이야기가 스릴러로 변모하는 것은 한세준의 잃어버린 기억이 방화와 관련 있기 때문입니다. 방화로 화재가 일었고, 그 화재에서 한세준은 살아 남았으나 조부는 사망합니다. 조부의 사망에 얽힌 수수께끼를 풀기 위해 세준은 기억을 찾고자 합니다. 그리고 범인 역시 세준이 그 기억을 찾는 걸 압니다. 그렇다보니 기억 찾는 걸 돕는 보들 역시 같이 휘말리고, 이야기는 스릴러로 흘러갑니다.
왜 이 이야기가 활극이 되는지는 해결편을 보시면 압니다. 아..... 진짜 이거 『드라마틱』이 떠오르더랍니다. 아니, 드라마의 한 장면 같았어요. 결말은 해피엔딩일 것이지만 거기까지 가는데 우여곡절이 좀 많습니다. 하여간 활극을 해결하고 나면 로맨스도 막을 내립니다. 그러니까 로맨스는, 한세준이 걸출한 미남인데서부터 이미 시작했으니 로맨스가 어디에 있는지는 묻지마세요. 그냥 이 미스터리를 해결하는 모든 과정이 로맨스인 겁니다.
미스터리 로맨스인만큼 중요한 이야기는 다 빼놓고 소개했습니다. 무엇보다 솔개의 일화에서 시작했을 것 같은 이 이야기는 쓰쿠모가미에 비견할 만한 좋은 소재가 될거라 봅니다. 이렇게 적다보니 이제 미대도 실력있으면 먹고 살 수 있어! 라는 망발이 떠오릅니다만... 아니, 소설 주인공으로 말입니다. 이런 능력을 가진 예술가라면 소설주인공으로 채용될 수 있을 것이니, 새로운 장이 열렸다고 부풀려 말해도 좋겠지요. 예술적능력과 동양판타지, 그리고 한국문화재 이야기를 잘 섞어 재미있게 풀어냈습니다. 덕분에 우울해의 바다에서 탈출할 수 있었기에 더 감사한 소설이기도 하네요. :)
제목이 왜 『팁시 레이디』인지 말미에는 나오지 않을까 싶어 기다렸다가, 지금 리뷰 쓰면서 확인했습니다. 아니군요. 초반부터 아예 제목을 대놓고 말합니다.
tipsy
1.취해서 비틀거리는 2.거나하게 취한 3.기우뚱한
소설 첫머리에서, 주인공인 주소영은 자신의 마지막 기억이 어디에서 끝나는지 되짚습니다. 기획한 과일소주가 대성공하여 그 기념 회식자리에서 술을 많이 마셨다는 것, 편의점에 들러 맥주를 사들고 나오다가 횡단보도에서 차에 치이기 직전의 아이를 감싼 일까지는 기억이 납니다. 하지만 지금 처한 이 상황은 뭔가 이상합니다. 길게 말할 필요 없이 소영은 판타지소설의 세계에 환생했습니다.
귀족집안 중에서도 대귀족이라 할 수 있는 올드 블러드는, 어떤 의미로는 푸른 피의 다른 모습입니다. 차이라면 능력이겠네요. 옌 제국의 시조는 빙룡의 화신이었고 빙룡의 몸에서 만든 두 마녀를 거느려 제국을 세웁니다. 그리고 올드 블러드와 빙룡의 화신은 제국의 중심축으로 제국을 이끌어 나가지요. 니케아란 이름을 받은 소영은 이 올드 블러드의 피를 이어 받았습니다. 아버지는 엘던의 가주, 어머니는 바이던의 후계자이며 니케아는 바이던의 형질을 이어받아 또 다른 후계자가 됩니다.
원래 세계에서 매우 주당이던 니케아는 금주령이 내려졌다는 새로운 세계에 절망합니다. 추위 때문에라도 술이 생필품인 북쪽 땅은 그 때문에 더더욱 힘듭니다. 아이여서 술을 마실 수 없는 것이 아니라 금주령 때문에 좋은 술을 마시기 어렵습니다. 브랜디와 위스키를 생산하던 북쪽의 증류소들은 폐쇄된지 오래거든요. 거기에 팔자 좋게 유유자적하는 것도 무리입니다. 옌 제국은 야만인들이 세운 나라이며, 남성은 무력을 닦아 열심히 싸우고 여성들은 행정과 실무를 맡아 집안을 이끕니다. 니케아의 어머니인 아일라 바이던은 아이를 낳은 뒤 몸이 좋지 않아 남쪽 탑에서 두문불출하고, 영지를 관리하는 모든 종류의 업무는 다 니케아에게 넘어옵니다. 아버지와 이복 오라버니들은 북쪽 저 멀리에서 오는 몬스터 처치 담당입니다.
바이던의 후계이지만 엘던의 딸이기도 하니 니케아의 업무는 절대 줄 일이 없습니다. 쉽게 말하면 니케아는 강원도지사쯤의 업무를 소화합니다. 엘던의 모든 행정업무에, 가문의 상단을 운영하고, 가문의 영지에 출입하는 여러 상단들과 가격을 조정하는 등의 모든 관리 업무가 니케아의 몫입니다. 서류는 쌓이고, 사랑하는 술은 만나기 어렵고, 그 와중에 자신의 생일파티 겸 겨울 축제가 머지 않았습니다. 몰려오는 업무에 폭주한 니케아는 사고를 칩니다. 이 모든 이야기는 행사를 앞에 두고 들어온 지하창고의 포도주가 발단입니다.
6권까지 거의 쉬지 않고 달리다보니 매우 유쾌합니다. 이야기는 엘던의 영지에서 시작해, 금주법과 올드 블러드, 황제 그리고 황위 계승 문제와 제국의 존속문제까지 깊게 이어집니다. 다만 그 얼개들이 매우 유기적으로 얽혀 있다는 것이 재미있고요. 단순한 여주인공의 승리담이 아니라, 앞에 깔아 놓았던 여러 복선들이 맨 마지막까지 이어집니다. 굳이 표현하자면, 태피스트리를 짜 올리면서 맨 아래에 사용되었던 실이 다시 한 번 마무리할 때도 등장하는 것에 가깝겠네요. 짜일 때는 몰랐지만 짜고 보니 전체 이야기의 여러 소재들은 다 각각이 필요했고 또 등장해야했던 이야기들입니다. 어느 하나 허투루 놓칠 수 없습니다.
그간 니케아는 성장하지만 그건 뒷전의 이야기고, 가장 좋은 것은 각 장마다 등장하는 술입니다. 앞서도 여러 번 언급했지만 저는 술을 즐기진 않습니다. 맥주까지가 한계라니까요. 독한 술은 술 특유의 그 맛, 혀와 목구멍을 자극하는 느낌이 좋지 않아 슬며시 피합니다. 그러나 니케아의 이야기를 읽고 있으면 술은 매우 좋고, 저 술은 매우 맛있어 보이며 나도 한 잔 주소.......라는 생각이 절로 듭니다. 안돼, 이러면 안돼....!
이 책은 제목 그대로, 처음부터 끝까지 주당을 위한 이야기입니다. 포도주에서 시작한 이야기는 포도주로 끝나며, 수 많은 증류주와 리큐르, 과일주와 맥주는 사람을 홀립니다. 냉장고에서 자고 있는 맥주 한 캔이라도 꺼내야 속이 풀릴 정도로요.
... 안되겠네요. 쓰다보니 술이 고픕니다. 점심 때 맥주 한 캔 곁들여야 겠어요.
남유현. 『팁시 레이디 1-6』(세트). 로즈엔, 2019, 세트 20000원.
1.이 소설이 추천받은 건 술 때문이 아니라 여성서사 때문입니다. 니케아가 엘던이 아니라 바이던을 이어 받는 것은 형질 때문이고, 올드 블러드의 가주들은 여성이 많습니다. 옌 제국은 남자들이 나가서 싸우다보니 일상 생활을 영위하는 여러 영역은 여성이 맡습니다. 거기에는 행정직과 상단 등의 모든 사회활동이 포함됩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여러 반동인물의 존재가 또 매력적이고요. 등장인물 중에 가장 좋아하는 커플을 뽑으라면 역시 쥬느비에브 커플입니다. 이 부부 정말 좋아요...!
그리고 여성서사건 아니건, 재미있는 소설입니다. 즐겁게 읽은 판타지소설이라니까요.
2.덧붙여. 재상님. 미리 명복을 빌어 드립니다. 초반의 묘사와 후반의 묘사, 그리고 스트레스 받는 걸 생각하면 오래 못사실 겁니다. 최소 위암, 아니면 뇌출혈을 포함한 순환계의 문제가........ (먼산)
3.아니, 다른 등장인물도 다들 좋지만 가장 좋은 캐릭터는 역시 저 부부입니다. 주인공들과 다른 인물이 언급 덜 된다 해도 그렇고요. 또 니나 같은 타입의 보좌도 제 취향입니다. 로맨스 판타지에 자주 등장하는 '일은 잘하지만 수다쟁이'라거나 '일은 서툴지만 마음은 따뜻한' 메이드는 사양입니다. 저는 프로페셔널한 시중인이 좋아요.
짤막 감상은 모아서. 일단 두 권 모두 구입 고려 중입니다. 서가 문제만 아니면 덥석 물었을 것인데, 자취방도 슬슬 책이 바닥에 쌓이는 상황이라 고민중으로 돌렸습니다. 본가는 두말할 나위 없지요. 서재로 쓰고 있는 베란다뿐만 아니라 책상 위에도 책이 마구 쌓이는 중입니다. 이거 언제 손대지 않으면 답 안나오는데....
그보다. 요즘 들어서 확실하게 깨닫습니다. 자취방에는 페이퍼팝 1단상자와 The DIY의 나무상자를 책상자로 쓰고 있지만, 종이상자는 책을 위에 많이 쌓았더니 여지없이 휘어집니다. 아무래도 종이다보니 내구도가 떨어질 수밖에 없지요. 책 무겁게 쌓으실 분들은 그냥 나무 쓰세요. 나무가 무겁지만 내려 앉을 위험은 종이보단 덜합니다. 크흑. 물론 많이 안 쌓으면된다는 답을 내놓으시는 분도 있을 테지만, 그게 가능할리가 없잖아요. 책은 원래 증식하는 겁니다.
본론으로 돌아와서.
『심플리 인 시즌』은 심플리라는 이름의 카페에서 내놓았던 여러 메뉴 만드는 법을 간략하게 소개합니다. 그것도 1년의 제철 과일에 맞춰서요. 애초에 카페를 만들었던 이유 자체가 과수원집 조카, 과수원집 딸이어서 과일이 넉넉하다 못해 넘치게 있었고, 그 해 마침 상품성 없는 과일들이 왕창 나왔다는 것이 문제였다는군요. 낙과도 그렇지만, 과일도 올해의 양파처러 풍년 들면 가격이 폭락하고, 흉년되면 팔 물건이 없습니다. 농사는 정말로 운입니다. 뉴스 보면서 매번 그런 생각이 들더군요.
비슷한 종류의 책은 여럿 있지만 이 책이 재미있는 건 그렇기 때문에 독특한 과일이 많이 나온다는 겁니다. 하귤, 살구, 자두, 댕유지(댕유자)까지 나옵니다. 아, 영귤도 있었네요. 과수원이 제주에 있어 그렇다는군요. 하귤은 저도 시도해봤지만 담아 놓고 안 먹어 버리는 통에 아깝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이 책을 보고 나니 내년에는 다시 하귤마말레드를 만들어 볼까 싶네요. 댕유지도 그렇고요. 유자 마말레드도 상당히 맛있습니다.
살구나 자두는 한국에서 나는 과일의 특성을 더해, 어떻게 하면 맛있게 먹을 수 있을까를 고심하는 내용이 많습니다. 잼이나 청은 일본 번역서도 많지만 아무래도 한국과 일본에서 구할 수 있는 재료차이가 있지요. 이건 한국의 제철과일과 한국에서 구할 수 있는 설탕을 이야기하니 훨씬 재미있습니다. 그리고 이건 직접 담아보면서 고민했구나 싶은 부분이 참 많았지요.
.. 적다보니 배고프네요.
『잃어버린 장미정원』은 읽는 도중에 혈압이 올라서 트위터에, 썩을 동전, 썩을 아베를 외치게 만든 책입니다.
장미 좋아하시는 분들은 보세요. 꼭 보세요. 아베에게 엿 먹이기 위해서라도 꼭 봐야하는 책. 2011년부터 되뇌이는, 썩을 동전, 썩을 아베.
후쿠시마에는 후타바 장미원이라고, 30년 넘은 장미원이 있습니다. 장미에 조금씩 관심을 두었던 청년이, 아버지의 도움을 받아 과수원을 정원으로 가꾸고, 더 나아가 일본의 다양한 장미 품종을 모아 하나씩 가꿔 나갑니다. 전문적인 원예나 조경 공부는 하지 않았지만 워낙 타고난 손과 눈이 있어 아름답게 가꿨지요. 그 사진들이 책에 가득합니다.
앞에서 동전(도쿄전력, 東京電力)과 아베를 비난한데서 눈치채셨겠지만, 2011년의 후쿠시마 제1원전 사고 때문에 이 지역은 폐쇄가 됩니다. 원자력발전소 바로 근처더군요. 10km 안쪽이던가요. 그 부분 읽는 순간 분노 폭발. 하하하하하하하하. 저혈압 치료에 도움이 될까요. 하하하하하하하하.
정원이 유명했던 터라 사고가 난 그 해, 2011년에는 국제장미 박람회 등에서 방문 예정도 있었던 모양입니다. 그 직전에 사고가 난 셈이지요. 서둘러 피했지만 장미 정원을 들고 이동할 수는 없는 것이고, 그 이후에 다시 방문한 정원은, 갈 수 없는 곳이 되었습니다. 물건을 하나 가져가려 해도 모두 다 가이거 계수기로 검사를 하고 나와야 했답니다. 지금은 지바현의 어느 임시숙소에서 지내고 있지만 그것도 만기가 머지 않았다네요. 하아아. 어딘가로 다시 떠나야 할지 모르니 정원 가꾸기도 쉽지 않고요. 다행히 지금은 지바현에서 원예 관련 유치원 수업 등을 맡아 일하신다 하지만, 오랫동안 가꿔온 정원을 두고 왔어야 할 그 심정은 이루 말할 수 없을 겁니다.
...
올해 나무 하나를 잃을 뻔했을 때의 분노가 아직도 생생하게 올라옵니다. 엊그제 새싹이 올라오는 걸 확인하지 못했다면 아마 구구절절 또 한탄했을 겁니다.
적다보니 두 권 모두 집에 있어도 좋겠다 싶네요. 안되겠다. 일단 집에 쌓아 놓은 책들부터 다 읽고 그 다음에...!
엊그제 모 잡지의 무서운 책 관련 이야기를 보다가 문득 떠올랐습니다. 최초의 공포소설이 뭐였을까?
기억을 더듬어 보면 『검은 고양이』일 가능성이 높은데, 확신은 없습니다. 그게 아니라 다른 작품이 있을 수도 있겠다 싶더라고요. 그래서 더듬어 보았습니다.
최초의 공포소설: 「붉은 양초와 인어」
최초의 로맨스소설: 『2100년의 인어공주』
최초의 모험소설: 『암굴왕』
최초의 무협소설: 『야광충』
최초의 역사소설: 『삼국지』
최초의 추리소설: 『기암성』
최초의 판타지소설: 『머나먼 산』
최초의 SF소설: 「27세기 발명가」(번안버전)
이게 100% 맞는 건 아닙니다. 기억하는 모험 소설 중에 계몽사인가 삼중당문고인가도 있어서 『타잔』이나 『일리아드』를 모험소설에 넣을 여지도 있거든요. 「붉은 양초와 인어」는 계몽사의 녹색책으로 읽었고, 사실 거기서 읽은 다른 시리즈를 모험소설에 넣을 수도 있습니다. 모험소설이라기엔 전승이나 전래동화에 가깝겠네요. 그래도 「붉은 양초와 인어」는 확실히 공포소설입니다. 그 일러스트 참 멋졌어요. 일본의 인어 전설을 아는 지금에 와서는 「붉은 양초와 인어」의 이야기가 안델센의 「인어공주」에 이어진 것이지, 일본 원래의 인어 이야기와는 다르다는 걸 알지만요. 아니, 이건 삽화의 문제인가.
『2100년의 인어공주』는 최초로 구입해서 본 로맨스소설로 명명합니다. 흠흠흠. 넓게 보면 이거 SF이기도 하고요. 이름을 한국식으로 바꾼 이야기였지만 지금 생각하면 웃음만 납니다. 하하하하.
다른 곳에서도 몇 번 언급한 적 있지만, 『야광충』은 제가 읽은 첫 번째 무협지입니다. 『수호치』보다도 이쪽이 먼저고요. 하지만 읽은 시기로 따지면 『삼국지』가 훠어얼씬 앞섭니다. 최초의 추리소설이 『기암성』이란 건 확실히 기억합니다. 「27세기 발명가」 또는 「27세기 발명왕」은 다른 곳에서 번안한 내용을 먼저 보았다가, 나중에 SF문고로 읽고는 이게 원작이었구나 라고 깨달았습니다. 번안 버전은 딱 앞부분의 이야기만 차용했고, 그 뒤의 치정싸움(...)은 안했더랍니다. 지금생각하면 이거 뭔치킨(...)형 남주판타지, 아니 남주SF의 주요 갈래로군요. 하하하하하. 먼치킨이 아니라 뭔치킨 수준입니다.
최고도 함께 적으려고 했으나 너무 어렵습니다. 최고로 찍을 소설이 한 둘이 아니라 동시다발적으로 떠오르거든요.
<최고의 소설(現)>
공포: 노조키메
로맨스: 플레누스 1부
모험: 암굴왕(笑)
무협: 강호애가(BL)
역사: 삼국지
추리: 열세가지 수수께끼
판타지: (너무많음)
SF: 별의 계승자
저렇게 적었지만 일단은, 저 타래를 적었던 엊그제 기준입니다. 오늘을 기준으로 삼으면 또 달라집니다.
공포는 미쓰다 신조의 미쓰다 신조 시리즈 전반. 그리고 오노 후유미도 좋습니다. 아야츠지 유키토는 취향보다 더 판타지계라서 슬쩍 밀어 놓습니다. 일단 공포는 이 둘이 최강입니다.
모험은 여전히 암굴왕입니다. 몽테크리스토 백작이 아니라 암굴왕이라 적은 것은 모처의 애니메이션을 떠올리면서라고 해두지요. 아. 명작입니다, 그 작품. 그거 DVD만이라도 구해둘까 싶네요.
..라고 생각하고 찾아봤더니 DVD 상자가 2480엔. 0이 하나 덜 붙은 것이 아니라 저 가격 맞습니다. 다만 DVD는 코드 프리가 아니니 조금 골치 아픕.... 블루레이는 거기에 0이 하나 더 붙습니다. 중요한 건 아래의 성우진입니다.
아는 분은 아시겠지만 애니메이션 『암굴왕』은 몽테크리스토와 알베르가 주인공입니다. 그리고 성우진이 홍시호와 김일이었어...OTL 더빙판 못 들은 것이 아쉽네요. 어흑.
무협은 예전만큼 많이 읽지는 않으나, 가장 재미있고 또 재미있게 읽는 현재진행형은 저 강호애가입니다. 만약 뇌리에 깊게 남은을 기준으로 삼는다면 또 다릅니다. 가장 기억에 남는 무협은 『꿈을 걷다』 2009에 실린 단편입니다. 지금 확인하니 한상운의 『거름 구덩이』로군요. 공포소설로서도, 여름에 읽기 좋은 서늘한 소설로서도 최고입니다. 이 단편이 뇌리에 깊게 각인된 것은 그 시각화 때문입니다. 설정도 그렇고 맨 마지막의 마무리까지 아주 마음에 들었거든요. 한 번 찾아보세요.
역사는 다아시 경 시리즈도 넣을까 잠시 망상했지만 참았습니다. 역사쪽은 상대적으로 덜 보다보니 삼국지 다음으로 꼽을 작품이 없습니다. 아마 본다면, 마스터스 오브 로마 시리즈가 아닐까 생각만 합니다. 에, 그 외에는 『바다의 도시 이야기』 정도? 아니면 『로도스 섬 공방전』을 꼽을 겁니다. 시오노 할망을 좋아하지 않지만 결국 그 할망의 수필과 소설이 지금의 저를 만들었음은 부인 못합니다. 성공한 오타쿠로서의 이상적인 모습...(...)
추리소설은 너무 많아서 탈입니다. 다아시 경 시리즈는 또 들어가도 좋고, 캐드펠 수사님 시리즈도 좋고, 엘러리 퀸도 좋고, 파일로 밴스와 브라운 신부도 좋습니다. 오히려 일본 추리소설이 이 경우는 밀려 나네요. 만약 서가에 딱 한 권만 남기라 하면 일본소설은 싹 치우고 이쪽만 남길겁니다. 가장 큰 이유는 역시 절판 여부지요. 절판된 책은 일단 서가에 채워 놓고 봅니다. 못구하는 책은 남겨야해요.
로맨스소설도 만약 종이책으로 한정한다면 ... 남길 책은 거의 없네요. 전자책으로만 출간된 책은 그대로 보관하면 되니(...) 종이책만 따지면 매우 줄어듭니다. 종이책-그러니까 개인지로만 나온 몇 소설을 생각하면 BL만 몇 남고 대부분의 로맨스소설은 빠집니다.
로맨스소설은 다른 소설보다 로맨스에 중점을 두는 일이 많지만, 여기도 마찬가지로 '장르소설을 통해 얻는 지식'이란 기준을 세우면 남는 것은 많지 않습니다. 정연주와 양효진의 소설은 거의 남지만, 그 외에는 아마 미련없이 방출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여기서도 BL은 예외. 다음에 책 정리할 때는 이 부분을 생각하며 해봐야겠네요. 정리 목표는 앞으로 2년쯤 뒤니까 그 때 한 번에 털어야지.=ㅁ=
지난 6월은 오랜만에 목록이 확 늘었습니다. 다만, 충동구매가 많았던 만큼 구멍도 많았습니다. 아무리 스트레스 해소로 읽는다지만 이런 소설은 소설 구입한 돈이 아니라 책 읽는데 들인 시간이 아깝다는 생각이 드는 책들도 많았다는 겁니다.
미래나비. 『황후님의 바늘』
판타지, 로맨스, 환생, 차원이동. 의복혁명.
키워드만 보면 짐작하시겠지만 주인공이 차원이동 환생하면서 시작되는 이야기입니다. 여러 반동인물이 등장하지만 특별한 굴곡 없이 결말까지 일직선으로 달립니다. 책이 다섯 권이나 되는 것은 여주인공의 주도로 의복혁명이 일어나기 때문이고요.
전쟁이 끝나고 이제 조금 평화로 향하는 제국은 문화적으로는 많이 낙후되어 있습니다. 무엇보다 의복 문화는 중세시대와 비슷한 정도로, 몸에 붙는 의복은 거의 만들어지지 않습니다. 제국보다 주변 국가가 문화적으로는 앞서 있지만 그렇기 때문에 제국은 평화가 찾아왔으니 문화에도 투자할 준비를 갖춥니다.
주인공은 백작가 여식이지만 아버지가 일찍 돌아가시고 집안을 건사하는 것이 자신의 손 끝에 달려 있었던 탓에 매우 고생합니다. 그러다가 우연히, 장갑 제작과 관련한 일에 얽혀 황태자의 제의를 받고 약혼녀가 됩니다. 초반은 계약이긴 하지만 이혼 이야기는 애초부터 없고, 서로의 이해관계가 맞물리던 상황에서 사업적 파트너로 관계가 변하고, 거기서 다시 사랑이 싹틉니다.
주요 코드는 의복 혁명이기 때문에 의복사에 관심이 있는 분이 더 재미있게 보실 겁니다. 주인공은 환생 전에 한복과 양장 모두를 배웠기 때문에 의복 혁명이 매우 수월합니다. 의복 발달의 역사를 알고, 패턴 제작 방법을 알고, 각 섬유의 특성도 알고 있다보니 혁명을 일으키는 것이 쉬웠지요. 어떻게 이런 사람이 환생을 했는가에 대한 이야기는 또 다른 축이 되어 등장합니다.
아무래도 권이 길다보니 읽는 것이 조금 버겁기는 했습니다. 하하하. 그래도 옷 이야기 좋아하신다면 좋으실 겁니다.
선명. 『그와 소년의 요람』
BL, 현대.
아주 간략히 보면 상처 입은 두 사람이 서로 위안하다가 여러 사건들을 극복하고 이어지는 이야기로 요약할 수 있습니다. 이런 이야기는 각각의 상처와 그 상처를 보듬는 과정이 중요하지요. 학교폭력과 가정폭력의 이야기가 얽혀 있다보니 그쪽을 싫어하신다면 피하셔도.... 무엇보다 본문에서도 등장하지만 촉법소년과 사적복수의 문제가 얽혀 있습니다.
주 배경이 라디오와 관련된 이야기다보니 라디오 방송을 즐겨 듣는 분들이 더 재미있게 볼 겁니다.
그러고 보니 BL에는 사적 복수의 이야기가 많군요. 여기도 사적 복수가 등장합니다. 그러니까 법망으로 무너지는 것은 너무도 약한 처벌이니 사적으로 벌을 주겠다는 것.
조아라 연재작입니다. 성공한 팬과 배우의 조합쯤? 팬이 매우 돈이 많으면 모종의 사유로 활동 못하는 배우를 위해 아예 영화 제작판을 엽니다. 그리고 계약 등등을 핑계로 만나기 시작해 성덕으로 거듭나는 겁니다. 그렇게 성덕으로 거듭나다보면....... 사랑이 시작됩니다. 흠흠흠.
도예호는 어릴 적부터 연기를 시작해 연예기획사에 소속되어 있었지만 성인이 되어 계약 갱신을 하지 않으려 하자 보이지 않는 폭력에 시달립니다. 오디션에 탈락하고 광고에서 외면당하고 계약되었던 작품도 파기되고. 그리하여 원치 않는 공백기를 가졌지만, 블라인드 오디션이 열렸다는 말에 도전해봅니다. 그리고 제작사 대표인 이도를 만납니다.
내용의 줄거리는 간략하지만 중요한 건 영화 찍는 장면과 갈등 극복 과정입니다. 보고 나니 갑자기 전자서재 속 영화판 이야기들이 마구 떠오르면서, 시계사탕님의 모 소설은 언제쯤 연재가 다시 열릴까 싶고...;ㅂ;
초우현. 『엔딩 크레딧 1-2』
BL, 현대, 연기, 배우.
이쪽도 닮았습니다. 연기를 매우 잘하는 이수겸이지만 연기를 하는 이유는 따로 있습니다. 이번이 마지막이라고 매번 되뇌이지만 이번 영화야 말로 은퇴 전 마지막 영화입니다. 그렇지만 다큐멘터리와 영화 그 사이를 오가는 작품 속에서 함께 등장하는 이재혁과 얽히면서 조금씩 방향이 달라집니다.
BL소설 속에서 종종 등장하는 이야기가 연기에 흥미 없거나 연기를 그만두려 하는 주인공과, 그런 주인공을 말리려하는 등장인물이 나옵니다. 가끔은 연기를 못하는 환경에서 다시 하려고 하는 이와 그를 북돋는 인물로 등장하기도 하는데, 의외로 자주 등장하는 이야기지요. 이런 이야기의 관건은 결국 어떻게 풀어내느냐의 문제인데, ... 이 부분은 나중에 다시 한번 다뤄보겠습니다. 근데 이 말 이전에도 한 것 같단 말이죠.
청종. 『주인공을 죽였습니다』
판타지, 로맨스, 빙의.
빙의자나 환생자, 회귀자가 원래의 소설 내용을 엎어버린다는 내용은 많습니다. 하지만 이쪽은 조금 다른 방향으로 갑니다. 원래의 소설 내용을 이미 틀었고, 그 와중에 소설 내용을 완전히 엎어버립니다. 그 상황이 바로 제목. 그러니까 자신이 알고 있던 원래 소설의 주인공을 죽였습니다. 그 뒤의 이야기는 1권 초반에 사망한 그 주인공의 뒷처리를 하는 내용입니다.
베르데 에스피체는 원래의 소설에서 주인공의 지갑을 담당합니다. 원래의 소설은 할렘형 판타지라 그 인간 주변에는 능력 출중한 많은 여성들이 꼬입니다. 베르데도 그 중 하나였지요. 판타지소설에 빙의한 것을 깨닫고 나서 베르데가 한 일은 다른 여자들의 눈에서 콩깍지를 떼어내는 겁니다. 처음에는 이간질이 아닌가 생각했던 이들도 껄떡대는 주인공의 행동거지를 깨닫고는 차츰 거리를 둡니다. 그러던 와중 베르데는 사고를 치고, 그 사고를 수습하기 위해 또 다른 사건을 일으킵니다.
여기까지가 1권 초반이고, 그 뒤는 베르데와 친구들과 또 다른 사고 건(...)의 해결 문제입니다. 소설 속 세계의 억지력도 있기 때문에 베르데는 끝까지 고생하지만 전체 이야기는 해피엔딩입니다. 무엇보다 베르데와 유쾌한 친구들이 뒷수습하는 모습을 보면 더더욱 귀엽다니까요.
정연주. 『월궁항아 프로젝트 외전』. 러브홀릭, 2019, 500원.
판타지, 로맨스, 동양판타지.
가상역사라고 써야하나요. 하여간 외전편도 즐겁게 잘 보았습니다. 으으으으으. 보고 나면 한복 한 벌 마련하고 싶은데, 소설 속에 등장하는 한복은 제작 비용이......(먼산)
세계는 소속사에서 제일 잘 나간다는 남성 아이돌 그룹의 멤버지만 내부적으로도 외부적으로도 따돌림을 당합니다. 이유는 알지만 이야기하지 않고요. 그러던 와중, 소속사 사장의 부름에 가보니 어려운 얼굴로 스폰서를 이야기 합니다. 투자를 많이 해주신다는 분이 호텔로 찾아오라 했다고요. 그리고 세계는 그 자리에 가는 것을 승낙합니다.
하지만 그게 진짜 투자 협상이었을 줄은 사장이나 세계나 몰랐습니다. 세계가 눈에 밟힌 투자자 이안은, 소속사 투자의 조건으로 세계의 그룹 탈퇴와 소속사 방출을 요구합니다. 그리고 아예 세계를 위한 팀을 하나 꾸립니다.
그래서 할리킹인거죠.
세계가 왜 내부적으로도 외부적으로 따돌림을 당했고, 그간 어려운 일을 당했는지는 뒤에 가서 풀립니다. 누가 손을 댔을까 생각은 했지만 설마 거기까지 손댔을 줄은 몰랐는데... 어쨌건 주인공은 행복해지니 그걸로 좋은 겁니다.-ㅁ-/
로토스. 『내 남친 구하러 갑니다』
로맨스, 판타지, 게임.
그러니까, 남자친구랑 같이 신나게 게임 하고 퀘스트를 깼습니다. 그리고는 다음 퀘스트 진행을 수락했더니 눈앞이 깜깜해지고, 정신차려보니 게임 속이랍니다. 이야아아. 어떻게든 탈출해야겠다 생각했는데 게임하는 것처럼 퀘스트창이 반짝거립니다. 게다가 적대국의 국왕이 남친입니다. 남친의 날아간 기억을 되찾으려면 퀘스트를 클리어 해야한다네요.
1권 앞부분 보다가 슬쩍 2권 끝으로 넘어갔습니다. 해피엔딩. 그 부분은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왠지 결말부 보니까 마비노기가 떠오르더란..=ㅁ=
호노라. 『재투성이 왈츠』
로맨스, 판타지.
제목만 보면 신데렐라 이야기 같은데 또 다른 이야기입니다. 친척 동생에게 사랑이건 뭐건 모든 걸 다 내주던 메레디스가 저주를 극복하는 내용이라, 동화의 비틀기라 해도 틀리진 않습니다. 거기까지 가는데 메레디스가 너무 많이 고생해서 그렇죠. 조아라 연재 당시 조금 보았던 걸로 기억합니다. 7년간 가스라이팅 비슷한 걸 내내 당하던 메레디스가 마지막에 물리치는 모습을 보면... 크흑.;ㅂ;
그러나 워낙 고생해서 중간 부분은 건너 뛰고 보았습니다. 흠흠.
마도라지. 『여주가 아니라 남주였나봅니다』
로맨스, 판타지.
독서 포기, 감상 없음.
허니트랩. 『마른 장미와 남자』
BL, 현대, 모델.
조아라 연재작입니다. BL은 보통 조아라에서 완결까지 연재되고 출간되더군요. 외전이 덧붙어 나오는 거라 외전부분만 더 읽고 봅니다. 흠흠.
술김에 이런 저런 사고도 많이 치고, 또 스캔들도 많이 나지만 그래도 로즈는 실력 있는 모델입니다. 하지만 그러다 술김에 사고 친게 업계 유명인일줄은 몰랐습니다. 그리고 원나잇으로 끝날 줄 알았던 관계가 계속 이어질 줄도 몰랐고요.
술김에 잔 두 사람이 서로의 이러저러한 오해들을 극복하고 연애 시작하는 이야기,지만 하여간 그 오해들이 문제입니다. 양쪽에서 동시에 삽질을 하기 때문에 그게 맞아 떨어지기까지는 시간이 좀 걸리거든요. 그래도 무사히 이어졌으니 다행입니다.
윤온. 『그 신부를 믿지 마세요 1-4』. 디앤씨북스, 2019, 각 3900원.
판타지, 로맨스.
여자는 별도의 작위를 받을 수도 없고, 결혼 전에는 아버지나 남자형제의, 결혼 후에는 남편에게 '종속'되는 상황에서, 엘로라 아르미트는 다양한 것을 해보기 위해 은거를 선택합니다. 못생긴 얼굴이라 소문내놓고, 실제 그렇게 분장해서 공식적인 자리에 나간 뒤에 실제로는 화가나 오페라 가수 등의 여러 인물로 활동하는 것이지요. 가족들 외에는 엘로라의 진짜 얼굴을 모릅니다.
만. 결혼대상에서 그렇게 피하기 위한 공작을 했음에도 황가의 내놓은 자식이랑 결혼하게 될 줄은 몰랐습니다. 난봉꾼을 치우기 위해, 집안에서도 내놓은 자식으로 소문난 엘로라를 둘째 황자비로 들일 줄은 몰랐던 거죠. 계약 결혼은 했지만 그 뒤에도 여러 신분을 유지합니다.
...
뭐, 예상할 수 있는 범위지만 결말은 해피엔딩이고. 1권 넘어 2권까지 읽다가 고이 접어서 4권으로 넘어갔습니다. 감상은 그걸로 끝.-ㅁ-/
송이바. 『릴리의 슬기로운 독신 생활 1-4』. 잇북, 각 3600원.
판타지, 로맨스, 회귀.
이쪽도 비슷합니다. 회귀 전, 남편에게 죽었던 탓에 이번에는 결혼 따위 하지 않겠다고 벼릅니다. .. 하지만 결론은 결혼. 하하하하. 로맨스 소설이니까요. 제목에서 혹시나 독신생활을 이어가지 않을까 기대하며 보던 분은 결말에 실망하실 겁니다. 제가 그랬거든요. 여자가 기사가 되기 어려운 세계관에서 뒤늦게 검을 익혀 홍일점이 된다는 것, 그리고 여러 공적을 쌓는다는 것은 이제 안 읽어도 될 듯합니다.
mmugo. 『이미 당신의 부하입니다 1-3』. 레브, 2019, 각 3천원.
판타지.
로맨스. ... 는 아직 진행중입니다. 지금 3권 돌입중. 천천히 읽고 있어요. 비슷한 시기에 구입한 다른 책들보다 훨씬 취향에 맞습니다.
차원이동하여 용사가 되었습니다. 그러니까 마왕을 훌륭하게 물리쳤다는 이야기입니다. 그러나 왕국에는 돈이 없어 제대로 된 지원은 못받았습니다. 작은 집에서, 가끔 신전이나 왕궁 등등의 의뢰를 해결하며 생활하던 에리얼은 어느 날 집 앞에서 쓰러진 아이를 발견합니다. 보니까 마족이네요. 게다가 작습니다. 아마도 다른 마족들이 '용사가 알아서 해치울거야'라며 던져 놓고 간 모양이지만, 현대의 민주시민교육을 제대로 받고 자란 용사는 다릅니다. 그리하여 데리고 들어와 꼬마 마족을 챙겨주지요. 그리고 그 마족이 전대 마왕의 자식으로 마왕 후계자이며, 마계에 돌아가 마왕이 되도록 도와달라며 많은 복지를 약속했을 때는 홀랑 넘어갑니다. 그러니 이미, 당신의 부하인 겁니다, 마왕님. 흠흠흠.
조금 많이 둔하고, 조금 많이 평범한 에리얼이 어쩌다 마왕과 엮이면서 마계의 뒤치닥거리를 해결하기 위해 이리 저리 구르는 이야기입니다. 역시 마왕님은 작은 쪽이 취향. 잘생김보다는 귀여움이 제 취향이라 그런가봅니다. 잘생기면 부담스럽지만 귀여우면 보살피기 좋아요. 핫핫핫;
결혼하기 싫어하는 형제 자매를 대신해 얼굴 비슷한 애가 대신 들어가는 이야기는 많습니다. 이번 이야기도 비슷하고요. 백작가에는 우성 오메가 쌍둥이가 있으며, 그 중 형 루카스는 능력 출중하지만 일란성 동생 에드윈은 둘째답게 발랄합니다. 첫째의 일반적인 조건을 다 갖춘 형은 결혼할 생각이 손톱만큼도 없었기에, 얼굴 같은 자신의 동생을 설득해 선자리에 대신 나가라 시킵니다. 예상하지 못했던 것은, 공작가의 내놓은 자식인 프레데릭이랑 에드윈이 진짜 사랑에 빠졌다는 겁니다. 게다가 허니문베이비까지 생겼네요. 루카스의 이름으로 결혼한 에드윈은 배가 불러오면서 점차 고민에 빠집니다. 자신에게 잘 대해주는 공작가의 여러 사람들과, 자신이 사랑하는 프레데릭에게 거짓말을 하고 있으니 죄책감에 시달린 것이지요. 그리고.... (하략)
조아라 연재할 때도 즐겁게 보았습니다. 에드윈도, 그런 에드윈에게 휘둘리는 프레데릭도 귀엽습니다. 읽고 있다보면 결혼해서 가족 생기고 자식 생기면 철든다는 이야기가 진짜인가 싶은 정도로요. 뒷 이야기가 더 있었다면 좋았을 걸, 조금 아쉽습니다.
장바누. 『허니 서클 1-2』. MANZ', 2019, 각 3천원.
BL, 현대, 오메가버스.
이쪽은 현대 오메가버스입니다. 후회공 키워드를 꼭 넣어야 할 것 같은게, 족보가 조금 많이 꼬였습니다. 하기야 다들 사정이 있었으니까요.
조아라에서 연재되었던 이야기보다 뒷 이야기가 많이 늘었습니다. 연재 분량은 정신차린 것까지였지만 그 뒤에 육아기가 많이 늘었습니다. 그 부분도 상당히 길고 취향이더랍니다. 아무래도 이 분 글을 좋아하니까요.
여동생이 사망했다는 소식에 한국으로 돌아온 로넌 던은 장례식장에 찾아오지도 않았던데다, 가정폭력을 암시하는 여동생의 일기장덕분에 제부인 이서겸에게 분노합니다. 천천히 이서겸의 주변 상황을 조사하고 추적하던 도중, 러트 기간 동안 이서겸과 같이 보내게 됩니다. 그 뒤에 꼬인 족보는...(먼산) 아니, 더 꼬인 족보는 뒤에 나오더군요.
베타였다가 오메가로 형질이 바뀐 서겸과 우성 알파인 로넌의 관계는 원래는 아무런 사이도 아닙니다. 딱 잘라 이야기하지만 그러다 둘이 하룻밤으로 얽히고 그 사이에서 아기가 태어나며 또 이어진 상황입니다. 호감이고 뭐고 전혀 존재하지 않았던 둘이지만 아기 때문에라도 서로 도움을 주고 받다보니 마음이 생기는군요. 그렇게 아무것도 없던 관계에 감정이 쌓이고 애정이 되어가는 모습을 그려냅니다.
완결권인 16권 언제 알라딘에 들어오냐며 울부짖었는데, 이 글 정리하면서 확인했더니 16권도 나왔습니다. 오늘 나온 『하얀 늑대들』이랑 같이 구입할 예정입니다.
자리. 『8서클 마법사의 환생 1-7』. 로크미디어, 2019, 각 3200원.
판타지, 빙의.
마법사 헨리 모리스는 제국을 함께 일으켜 세운 공신이지만 선황제의 아들이자 현황제인 인간이 너무 썩었습니다. 그리하여 척결 대상에 들어 반역죄를 뒤집어 쓰고 공개 처형당합니다. 그리고 정신이 들었을 때. 동명이인인 어느 말단 귀족의 아들 몸 속에 들어 있었습니다. 이번 몸은 검사였던 지라, 죽기 직전 깨달은 마법사로서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이번 생은 마검사가 되기로 합니다. 그리고 차근차근히 자신의 숙적들을 해치우고요.
17권 완결이고 1권부터 6권까지는 정신없이 읽었습니다. 하지만 7권에서 잠시 멈춤. 그도 그런게 여러 함정이 보임에도 이게 꽤 느긋하게 해결될 거란 생각이 들어서 말입니다. 한 번에 해결되지 않네요. 더 읽을까 말까 고민하다가 고이 내려 놓았습니다. 최근 조아라에서 보았던 여러 소설들이 유료연재로 전환되는 것을 보고 조금 고민했는데 차라리 그쪽을 기다렸다가 전체 구입해서 보는 쪽이 나을지도 모릅니다. 끄응. 그 때문에 다시 『별이 되다』를 꺼내 읽기 시작했습니다. 사건과 해결의 연속이라는 판타지 선상에서는 완결된 이 책이 더 속 풀어 내기 좋으니까요.
...을 쓰려고 했는데, 업무 대타 뛰었다가 지금 심신이 피폐하여 진지하게 고민하는 중입니다. 이직 여부를 두고 말입니다. 1년 더 참을까, 어쩔까 고민되네요. 일단 이건 여름 지나고 생각하고 지금은 지금 고민부터 합니다.(먼산)
사진은 일본 스타벅스의 숏short 사이즈 아이스음료 컵. 아포가토 프라푸치노는 여기에 담아 주더라고요. 한국에는 작은 크기가 없어서 여행 때 들고 왔습니다. 커피가루를 담아 자동차 방향제 대신 쓰는 중입니다.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향이 시트러스계인데, 그쪽은 적당한 것이 없더라고요. 따로 살까 하다가 냄새 없애는 것이 더 낫겠다 싶어서 커피가루를 넣어뒀습니다.
다행히 비가 오지 않아서 아침운동은 무사히 했습니다. 그러면서 이런 저런 소설 잡담을 써봅니다. 크흠.
아침에 문득 떠오르더라고요. 내 갈 길을 가는 수 타입 중에서 누가 기억에 남는가의 문제.
violetcream. 『지금 그대와 나』
지금도 가끔 문득 떠오르는게, 주인공이 매우 독특합니다. 현대 배경이라 나올 수 있는 걸까요. 무엇보다 이 소설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은 '이거 먹고 떨어져'라는 중간방해자A의 앞에서 봉투 속 금액 보고는 시큰둥하게 안 받아요 하며 미는 겁니다. 그게 가능한 건, 재벌도 졸부도 아니지만 로또를 맞아 부자가 된 이가 주인공이기 때문입니다. 정말로요. 공을 사윗감으로 생각하던 방해자는 봉투를 들이밀지만, 그보다 더한 현금이 은행에 자고 있는 주인공은 시큰둥하게 답합니다. 단독 1등을 맞아 당첨금 전액을 수령하고, 부모님께도 얼마 드리고, 제주도에 바나나 농장을 가꾸며 주말마다 내려가고, 좋아하는 ROCK오빠들이 공연 오면 미친듯이 TAKE MY MONEY!를 외치고, 가끔 클럽에 가서 신나게 닭발을 뜯고, 정말로 맛없게 홍차를 내리면서도 안국동의 단독주택을 개조해 살림집과 홍차전문점을 둡니다. 물론 전담 아르바이트가 따로 있어서 높은 급료를 주며 일을 맡깁니다. 아르바이트는 그냥 심심풀이로 하는 것이고 안해도 상관 없습니다.
그런 독보적인 인물이라 더더욱 주인공이 뇌리에 깊게 남았을 겁니다.
세람. 『모형정원』
이쪽은 아포칼립스입니다. 아포칼립스에 도달하기까지의 과정은 과거의 이야기이고, 현재는 그 과거에서 엇갈렸던 두 사람이 아포칼립스 속에서 재회하는 겁니다. 그리고 그 과거의 일은 현재 두 사람의 교차 속에서 하나씩 드러납니다. 아포칼립스라고 하지만, 제목 그대로 이 소설은 일종의 에덴동산, 에덴동산프로젝트를 구현합니다. 가이드버스 세계관이라 그게 가능했을거라 보지만요. 가끔 보면 센티넬=에스퍼는 오메가버스의 알파들과 함께 인간보다 한 단계 진화한 초인류를 형상화한 것으로 보입니다. 인간보다 월등한 육체능력, 인간보다 월등한 정신능력을 갖고 있으니까요. 조금 많이 부럽습니다.
하여간 여러 상황에 휘말려도 끝까지 자기를 잃지 않고, 물론 시일이 지나 그렇지만 모든 사건의 핵심이었던 이를 나름 포용하는 걸 재미있게도 봤고, 양쪽이 대등한 관계에서 한 방씩 주고 받고는 손을 잡는 느낌이라 좋았습니다. 물론 다른 걸 다 떠나서, 15소년 표류기나 로빈슨 크루소의 연장선이라 더...
이미누. 『드림 오브 윈터』, 『청춘만가』
가끔 Dream of Winter인지 Winter of Dream인지 헷갈리지만, 축약이 드오윈인 걸 기억하면 바로 전자가 답이란 걸 깨닫습니다. 판타지, 혹은 아포칼립스의 중간 어드메라 판타지 배경 소설을 떠올릴 때면 같이 올라오더라고요. 무엇보다 읽은 시기가 비슷하고 서바이벌이라는 점에서 둘이 겹쳐 그런지 항상 묶여 연상됩니다.
현대물은 안 좋아한다지만 오메가버스는 잘 찾아 읽습니다. 작가마다 편차 보이기는 오메가버스 만한 것도 없지요. 어떤 작가가 쓰느냐에 따라 같은 오메가버스라도 굉장한 차이가 납니다. 이쪽은 好好고요. 피폐하다면 피폐하고, 가장 행복하다는 시점에서 가장 나락으로 떨어지는 모습을 현실적으로 그렸다는 점이 좋았습니다. 그리고, 돈만으로는 구할 수 없다-라는, 할리킹의 반석을 깨부수는 할리킹형 공이 나온 것도 재미있더군요. 한 사람의 인생을 구하는 것이 돈만으로는 가능하지 않지요. LOVE & PEACE. 사랑과 평화가 뒤따라야합니다. 정말로. 솔직히 뒷 이야기가 더 보고 싶지만 없어도 충만한 그런 이야기입니다.
위에 언급되는 이야기들은 대체적으로 밝으면서도, 긍정적입니다. 읽기에 따라 다르지만 저는 그렇게 보았습니다. 특히 결말의 밝음은 이들이 그 뒤에도 행복하게 살았음을 믿어 의심치 않게 만드니까요. 그런 의미에서 뜬금없이 아침 운동하다가도 생각나고 하나봅니다.
현대 배경 소설은 잘 읽지 않지만 종종 찾아 읽는 것 중에 다음의 둘이 있습니다.
장바누. 『그의 엔딩크레디트』, 『스푸너』
자주 읽는 것으로 따지면 전자. 회귀에 아이돌이라 흔하다면 흔한 조합이지만 정유수를 매우 좋아합니다. 1인칭 시점이라 유수 본인의 이야기는 거의 알 수 없다는 것까지 포함해서요. 마지막의 마지막에 모든 것을 내려놓고 벗어 던졌다는 것, 그 이후의 이야기는 아마도 나무위키가 모티브일 것인 뒷 이야기로만 알 수 있다는 것을 포함해서요.
스푸너는 검찰이나 경찰이 등장한 이야기 중에서도 한 손에 꼽을 정도로 좋아합니다. 스릴러인데다 해피엔딩, 그리고 꼭 행복하게 이야기가 마무리 될 것이라 믿을 수 있다는 점에서도요. 그래서 더욱 기억납니다.
별스러운.『문 세일링』, 『하이, 허니!』
문 세일링은 하와이에 대한 로망에 불을 질렀고, 하이 허니는 목공의 꿈을 다시 불러 일으킵니다. 현대 배경중에서도 아웃팅에 대한 두려움(?)을 하게 만드는 작품들이지만, 그래도 좋습니다. 후자는 아직 책으로 나오려면 조금 더 기다려야하지만 즐거이 기다릴 겁니다. 게다가 각 소설이 슬며시 연결되어 있다는 점도 좋군요. 녹빛나무 희린도도 그렇지만 돌려 읽기 시작하면 차례차례 다음권을 읽게 됩니다.
더 쓰다가는 한도 끝도 없이 길어질거라 이만큼. 일단 정리하고요. 6월 지나면 전자책 감상 올리면서 언제 서재 정리좀 해야겠습니다. 전자책 서재에도 나중에 볼거라며 쟁여 놓은 안 보는 책들이 눈에 들어와 치울 생각입니다. 데이터도 정리해야 된다니까요.=ㅁ=
『월궁항아 프로젝트』는 표지도 그렇고, 아무래도 고전적인 이야기가 아닐까 생각하며 집어 들었지만, 웬걸. 현대판타지입니다. 고전이 아니고요. 주인공들의 머리카락을 보면 현대배경 같기도 하고 아닌 것도 같지만, 이 배경은 대한제국입니다. 물론 현실 역사선의 고종이 어땠고 순종이 어땠으며-하는 이야기는 잠시 접어 둡시다. 이 배경이 대한제국이 개혁에 성공한 현대판타지의 시간선을 달리는 이유는 딱 하나입니다. 복장 복식. 후기에도 언급이 있지만 초반에는 현대를 배경으로 한복 이야기를 하려다가, 한복 이야기를 마음껏 펼치기 위해 다른 시간선의 한국, 대한제국을 선택한 겁니다. 그리고 그 효과는 매우 탁월합니다. 소설 내내 펼쳐지는 '일상한복의 이야기'는 현대와는 사뭇 다릅니다. 명절에도 한복 입는 일이 드문 지금의 한국과는 달리, 대한제국의 한국은 과거급제처럼 공무원 시험에 합격하면 양반이 되며, 양반이 되면 직계가족과 가까운 친척까지는 양반이 되어 여러 혜택을 받습니다. 그리고 일상복도 한복과 양장 중에서 선택하여 입습니다. 그래도 한복이 입기 불편한지라 서서히 양장이 세력(?)을 넓히고 있더군요.
한복점의 입지가 줄어드는 시대, 한복은 특별한 명절을 위한 복식이지만 일상복이라고 하기에는 어려운 대한제국의 서울을 배경으로 이야기는 이어집니다. 서울에 홀로 올라와 자취하던 단아영은 들어가 일하기 시작한지 얼마 안된 항아주단에 출근하다가 웬 남정네와 정면 충돌합니다. 알고 보니 사수의 오라비이며 항아주단의 주인과도 연이 있어 일을 도와주러 왔다네요. 그건 좋은데 사수는 오라비와 사이가 안 좋은 건지, 코깨진 아영에게 보상을 하라며 오라비를 들들 볶아 노비(...) 계약서를 쓰게 만듭니다. 그리하여 사수의 오라비인 한태정과 단아영은 붙어 다니게 됩니다.
한태정은 외국에 나가 오랫동안 일을 하다 왔지만 그 경력을 살릴 수는 없는 노릇이라 동생이 일하는 항아주단에서 잡무를 돕습니다. 동생인 한유정은 항아주단의 사장님인 신나정의 수제자이자 오른팔입니다. 한유정과 신나정이 함께 항아주단의 한복 주문을 소화하지만 그래도 여러 잡무는 남기 마련이지요. 그런 일을 하던 직원들이 갑자기 그만두면서 단아영이 고용된 겁니다. 초반에는 한복대여업무를 인수인계받고 진행하지만, 일솜씨가 좋다보니 아영이 조금씩 한복점 내의 이런 저런 일을 맡습니다. 함싸는 것은 둘째치고 다과 준비하고 처리하는 일까지도 다 맡아 합니다. 서비스직의 애환과 노고, 그리고 보람을 맛보면서 아영은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이 무엇인지 진지하게 고민합니다.
태정은 처음에는 별 생각 없이 일을 돕다가, 아영에게 시나브로 반하여 작업을 펼칩니다. 가장 큰 훼방은 여동생에게 들어오고, 그 가장 큰 이유가 '오빠한테는 아영씨가 아까워!'라는 점은 이게 현대판타지(...)라는 점을 새삼 깨닫게 합니다만. 어쨌건 로맨스인만큼 이들 둘의 연애담이 이야기를 끌어 갑니다.
아. 다 적으면 재미 없으니 슬쩍 빼놓은 이야기도 여럿 있습니다.'ㅂ' 그건 읽어보시면 알아요.
다른 것보다 한식 다과와 한복의 색조합은 글로만으로는 정말 아쉽습니다. 솔직히 이걸 드라마로 보고 싶다는 생각이 마구 들지만, 어렵지요. 이 책을 한창 읽고 있을 때 마침 『흑요석이 그리는 한복 이야기』도 나왔던 터라 번갈아 보면서 화보의 부족함을 달랬습니다. 가능하면 한복 관련 책이든 그림이든 미리 한 번 훑어 보고 읽으시는 걸 추천합니다. 그래야 소설에서 묘사되는 여러 한복의 자태가 머릿속에서 더 잘 그려지니까요.
한복 이야기뿐만 아니라 다른 축을 잡아가는 건 비슷한 상황에 놓인 단아영과 한태정의 가정사입니다. 아니, 가족사. 한태정과 한유정의 사이가 앙숙인 것은 나름의 이유가 있고, 그 모습을 보며 단아영도 자신과 가족의 거리를 돌아봅니다. 멀리 있어 애틋한 가족이 있고, 멀리 있어야 애틋한 가족이 있습니다. 그리고 그런 상황도 말하지 않으면 모릅니다. 가족내에서 희생역을 도맡는 이들도 각자 나름의 이유가 있고, 그걸 보는 다른 가족의 입장도 나름의 타당성을 갖습니다. 한태정과 단아영의 위치는 닮았지만 또 다릅니다. 그래서 각자가 바로 서고 돌아보기 위해 서로를 거울처럼 비춰보고 반성하는지도 모르지요. 그렇게 손을 잡다가 둘이 가족을 이루는 건 로맨스소설이라 그런 겁니다. 로맨스소설이 아니었다면 동족상잔이 아니라 동족혐오의 유혈사태가 일어났을지도요. 그렇게 볼 수 있을 정도로 양쪽은 같고 또 다릅니다.
정연주. 『월궁항아 프로젝트 1-2, 외전』. 러브홀릭, 2019, 1-2권 각 3천원, 외전 500원.
뭐라해도 읽고 있노라면 한복점을 방문해 근사한 한복 한 벌 짓고 싶다는 생각이 듭니다. 명절에만 입더라도, 입기 불편하고 돌아다니기 불편하더라도, 특별한 때 입을 한 벌을 마련하고 싶다며 검색을 시작하게 만들더군요. 그래서 더더욱 무서운 소설입니다.
거기에 한과 간식과 떡을 주문하게 만든다는 점도 무섭지요. 하여간 지름을 부르는 책이었습니다. 종이책으로 나오지 않는 것이 아쉽네요. 나왔다면 당장 여기저기 도서관에 신청했겠건만.
그러고 보니, 지난번에 쓴다던 개별 리뷰는 결국 안썼습니다. 아... 아무래도 안되겠네요. 6월 중에는 앞서 올린 독서기 확인하고 별도 감상문 중 안 쓴 것을 모아다 열심히 쓰겠습니다. 어디까지나 다짐이니 제대로 돌아갈지는 저도 모릅니다. 요즘 글 쓰는 것이 그리 쉽지 않아서 트레이닝 겸으로 열심히 해보렵니다. 근데 나 이 소리 지난 달에도 쓴 것 같아.OTL
슬루프. 『브로린다 왕궁 사건』
판타지, 로맨스, 추리.
웬만해서는 추리를 앞에 놓지 않지만 이건 주요 전개가 추리입니다. 판타지와 로맨스를 걷어내고 그냥 추리소설이라고 해도 문제 없을 정도로요. 소개글을 보면 그러한데 솔직히 잠시 내려놨습니다. 나중에 보려고 뒤로.....;
조아라 연재작이었다고 기억하고요, 그래서 익숙한 김에 덥석 집어 들었습니다. 누가 왕을 죽였나? - who done it?-을 주요 테마로 합니다.
강리원. 『오늘도 바쁜 황녀님』
판타지, 로맨스, 회귀.
로맨스는 맨 뒤입니다. 요즘 주요 조아라 연재작들이 그러하듯 남자주인공은 오늘도 후회하며 열심히 구릅니다.
반역한 남편은 하나뿐인 오라비를 죽이고 자신을 또 죽입니다. 죽는구나 하고 생각하고 있다 깨어보니 결혼식 그 다음날이랍니다. 기왕이면 결혼식 전으로 돌려놓지, 그 남편이랑 또 같이 살라는군요. 일단은 암울한 군주인 오라버니를 탈탈 털어서 좀 제대로 살라고 닥달하고 남편은 반역하지 못하게 열심히 감시합니다.
만. 밝은 이야기는 아닙니다. 약간 묵직하고 진지한 이야기로 흘러가고요. 그렇다보니 소개글에서 본 발랄한 느낌과 표지의 느낌과도 괴리감이 상당히 있어 적응하는데 애를 먹었습니다. 후반의 전개는 초반에 예상할 수 있는 범위 안입니다. 회귀한 뒤 오라버니를 그래도 제대로 된 황제로 만든데다, 남편의 감시도 그럭저럭 성공해서 상황은 다행히 잘 해결합니다. 해피엔딩으로 끝난다는 이야기이니 안심하시고 보세요.
이사야(ISAYA). 『나는 악녀로소이다』
판타지, 로맨스.
원래대로라면 황태자비가 되었어야 하나, 갑자기 이물질이 끼어듭니다. 희한하게 그 사람만 등장하면 자신은 악녀가 되고, 못된 짓만 골라하며, 사람들 마구 부리는 악덕 귀족이 됩니다. 평민과 어울리며 한없이 착한 그 사람에 적대하자니 속이 뒤집어 져서, 이럴 바엔 아예 악녀를 하겠다며 패악을 부립니다. 하지만 그 패악이란 게 "오늘 일당 줄테니까 오늘은 일하지 말고 내 앞에서 꺼져.(일당은 받고 일은 하지 않음)"라든지 "이렇게 맛없는 밥이라고? 안되겠어, 요리사를 불러야.(덕분에 같이 밥 먹는 평민 일꾼들도 맛있는 음식을 먹게 됨)"라든지 "나는 일하기 싫으니까 너희끼리 매뉴얼 만들어서 철저하게 해.(매뉴얼 아래 효율적으로 움직이는 일꾼들)"라든지로 돌아갑니다. 이 와중에 황태자비의 어장 속에 있던 물고기 한 마리가 악녀와 엮이고, 좋은 관계가 됩니다. 그래서 로맨스지요.
초반은 악녀이지만, 후반은 악녀라기보다는 철저하게 능력 위주인 캐리어우먼에 가깝습니다. 위선과 위악의 대립이라고 보아도 틀리진 않나요. 아니, 거꾸로입니다. 위악(爲惡)이지만 그 결과는 선이었고, 위선(爲善)이지만 그 결과는 악이었습니다. 가짜 선과 가짜 악의 구도와는 다르군요.
이혜린. 『고양이는 발톱을 감춘다』
BL, 현대, 판타지.
아직 못 읽었습니다. 사실 앞부분 조금 읽고서는 뒷부분으로 넘어가 확인했는데, 이름의 장벽이 너무 높습니다.(먼산) 앞부분 읽은 것으로만 확인하면, 고양이로 변하는 묘한은 어느 날 이상한 사람을 만납니다. 일종의 스토킹을 당한 끝에 과제를 하나 받습니다. 십이지 동물로 변할 수 있는 사람들을 찾으라고 하네요. 발뺌하고 도망쳐도 소용 없어 어쩔 수 없이 끌려 다니는데, 의외로 쥐는 쉽게 발견합니다.
십이지 설화 중 고양이는 참석하지 못했다는 이야기가 있다는데, 거기서 출발한 소설로 보입니다.
흑연. 『영광의 수난시대 1-2, 외전』
판타지, 로맨스, 추리.
로맨스의 비중은 매우 낮습니다. 이 소설은 글로리아 대런이 글로리아 엘 디론드가 되어 겪는 여러 사건들의 이야기입니다. 정확히는, 글로리아 대런이 글로리아 엘 디론드가 되어서 여러 사건에 휘말렸다가, 다시 글로리아 대런으로 돌아오는 이야기이지요. 리디북스의 평가가 매우 좋아서 반신반의하며 담았는데, 초반은 조금 지루했지만 그 초반을 넘어가니 스펙타클한 이야기가 펼쳐집니다.
글로리아 대런은 삼남매중 둘째입니다. 맏이인 글레인은 기사로서 아주 출중한 능력을 갖췄으며, 그 덕에 백작 작위를 받게됩니다. 더 정확히는, 황태자와 자웅을 겨루던 칼 엘 디론드가 거하게 사고를 쳐서 작위를 박탈당하게 되었고, 그 때문에 팔촌인 대런 가의 글레인에게 작위가 넘어온 겁니다. 다들 거부하는 작위를 별 생각 없이 받아들인 글레인은 매우 해맑은 인물입니다. 그렇다보니 걱정된 글로리아는 마찬가지로 엘 디론드의 성을 받고 함께 수도에 올라갑니다. 귀족예법은 왕가의 인물인 아메시안 영애에게 배우고, 샤프롱이 된 아메시안 영애의 도움으로 수도의 사교계에 정착합니다. 그나마 잘 버틸 수 있는 것은 가면을 쓴 상태인 글로리아 엘 디론드와, 평민으로서의 모습인 글로리아 대런을 구분하여 장착(?)한 덕분이지요.
읽고 나면 제목도 이해가 됩니다. 아마 설명만으로도 짐작하는 분들이 있을 겁니다.
다른 것보다 이 세계는 남녀 공히 후계자가 될 수 있으며 작위 계승도 성별 우선이 아닙니다. 보통은 장자우선이지만 능력을 우선하는 경우도 많고요. 페리나 글레인이 그렇듯 등장인물들은 배우자를 매우 배려합니다. 배우자의 뜻이 1차로군요. 외전의 이야기를 읽으면 더더욱 그렇습니다. 외전은 사실 사족...이 아닐까 생각은 합니다만. 서비스신이 매우 많더라고요.OTL 외전에는 대런 가 3남매의 이야기를 중심으로 후일담이 펼쳐집니다. 각자의 성을 갖고 각자의 길을 걷는 남매들이 매우 귀엽습니다.
덧붙이자면, 키워드에 붙은 추리는 읽어보시면 압니다. 추천 대상은 M님과 C님. 두 분다 좋아하실 겁니다.
윤희사. 『폭군과 현실남매』
판타지, 빙의, 로맨스.
읽던 소설에 빙의합니다. 이런 이야기야 꽤 많지만 어떻게 이야기를 트는가는 조금 다른 맥락입니다.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휘청하는 공작가의 둘째로 빙의했는데, 빙의하고 먼저 하는 일은 작위를 탐하는 숙부를 견제하고 오라비와 남동생을 챙기는 겁니다. 그 와중에 황태자와도 친분을 쌓는데, 아무래도 어린 영애에게 빙의한 이사벨라가 다른 이들보다 유리합니다. 이사벨라와 오빠 에릭, 그리고 막내 에반의 사이는 지독히도 현실 남매의 모습을 닮아 있습니다. 그리고 이 세 남매에게 휘말리는 황태자는, 과거에는 폭군이었으나 이후에는 조금 달라집니다. 원인이야 두말할 필요 없이 이사벨라지요. 이사벨라라는 인물 하나로 소설의 방향이 완전히 뒤틀립니다. 그 과정이 또 상당히 유쾌하고요.
송지유. 『공작의 푸른 장미』
판타지, 로맨스, 회귀.
조아라 연재작이라 덥석 구입했습니다. 그리고 결말 확인하고 흐뭇한 미소를 지었더랬지요. 차근차근 읽기 위해 외전 부분만 확인하고 나머지는 두었습니다. 이쪽도 평범(?)했던 주인공이 이야기의 방향을 틀어버립니다. 주인공의 결말은 작위 계승. 왜 제목이 저러한지는 후반부에 들어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저도 천천히 달릴 예정입니다.
베이비돌이라고, 주요 인물의 스페어로 존재하는 이들이 있습니다. 귀족가의 영애나 영식은 위험에서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위험이 도사린 대외적인 사교장에 베이비돌을 내보냅니다. 쉽게 말하면 대타인데, 이 대타들은 주요 인물이 결혼할 때쯤 용도를 다합니다. 헤르시아나 데어린의 베이비돌인 키세 오하라는 헤르시아나의 결혼이 늦어진 덕에 은퇴 시기가 계속 밀립니다. 그러다가 공연장에서 6왕자와 얽힌 사건이 발생하고, 그 스토커를 피하기 위해 이웃의 공화국으로 가출합니다.
베이비돌로 자라왔으니 아무래도 상식은 부족하지만, 그래도 유명 회사의 비서로 들어가서는 이런 저런 일들을 해냅니다. 그리고 이 사장님 레오나르트는 키세가 첫눈에 마음에 들었던 건지, 자신의 보호 아래서 지내도록 돕습니다. 이들 둘의 관계를 보면 맨 처음 떠오르는 것은 『허니와 클로버』입니다. 뜬금없는 이야기라할지 모르지만, 마야마와 노미야의 관계에 가깝습니다. 단, 키세가 레오나르트의 업무 처리 상황을 보고 자신의 완성형이라 존경하는 것이고, 이후에는 청출어람의 모습을 보입니다. 막판의 큰 계획을 보면 미친듯이 웃을 수밖에 없는 상황입니다. 정말로요. 그러니 이 커플을 건드리면 누구든 엿먹는 겁니다. 정말입니다.
윤담. 『은빛 사자 푸른 넝쿨』
BL, 판타지, 오메가버스.
조아라에서 연재, 완결된 소설이 드디어 알라딘에 들어왔습니다. 흑흑흑. 어릴 적 소꿉친구였던 이라울과 세라피스는 우연하게 다시 만나고, 세라피스의 상행 업무와 이라울의 호위 업무로 다시 한 번 만납니다. 세라피스는 어릴 적의 그 이라울을 알아보았지만, 이라울은 세라피스가 소꿉친구라는 사실을 전혀 모르는 상태로 함께 상행을 이어나가지요. 그러나 세라피스의 능력을 질투한 허수아비(...)가 중간에 끼어들면서, 사태는 걷잡을 수 없는 방향으로 흘러갑니다.
전작인 『시스의 빛』을 매우 즐겁게 보았기 때문에 해피엔딩임을 확신하고 함께 달릴 수 있었지요. 그런 희망마저 없었다면 매우 불행했을..OTL 꽉 닫힌 해피엔딩이지만 저 허수아비가 좀 큽니다.
오메가버스 세계관 답게 외전도 신혼생활과 임신, 출산입니다. 육아까지는 아니고 딱 거기까지네요. 이라울의 내조가 매우 돋보입니다.
진주하. 『얼음꽃 기사 1-5』. CL프로덕션, 2018, 각 3500원.
판타지, 로맨스, 회귀.
1권 앞부분을 읽다가 고이 뒤로 넘어가서 5권 일부를 확인하고는 접었습니다. 제 취향은 아니더라고요. 가장 큰 부분은 박씨부인전에서 그러하듯 일정 경지를 넘어서면 환골탈태하여 저주에서 벗어난다는 설정입니다. 설정 자체는 좋으나, 설정 전과 후의 주변 반응이 극적으로 달라지며 그 반응이 견디기 힘들었습니다. 아무리 잘 싸우고 아무리 뛰어난 능력을 가져도 예쁜 여자구나 싶은 그런 느낌.(먼산)
시미즈 레이코. 『달의 아이(애장판) 14-15』. 서울미디어코믹스, 2014, 각 3천원. 현대, 판타지. 발레 만화 관련한 글을 올리기 위해 책을 샀습니다. 서울문화사 책은 안 사려고 했는데 정말..ㅠ_ㅠ
지금 다시 보면 기억에 남은 그 미려한 그림과는 조금 다른 듯하지만, 다시 읽어보니 이건 로맨스가 아니라 그냥 BL이어도 괜찮았을 건데-라는 옛 감상이 도로 올라오더군요. 오메가버스 세계관으로 바꿔 놓고 보아도 상당히 재미있습니다. 누가 그렇게 써주실 분 없을라나.=ㅁ=
슬루프. 『브로린다 왕궁 사건』. 노블오즈, 2019, 2400원. 강리원. 『오늘도 바쁜 황녀님 1-4』. 레브, 2019, 각 3천원. 이사야(ISAYA). 『나는 악녀로소이다 1-4』. 디앤씨북스, 2019, 각 3100원. 이혜린. 『고양이는 발톱을 감춘다 1-3』. 인앤아웃, 2019, 각 3천원, 3500원, 3200원. 흑연. 『영광의 수난시대 1-2, 외전』. 시계토끼, 2019, 1-2권 3500원, 외전 2500원. 윤희사. 『폭군과 현실남매 1-3』. 마담드디키, 2019, 각 3100원. 송지유. 『공작의 푸른 장미 1-3』. 딜라이트북스, 2019, 1-2권 3천원, 3권 2700원. 리프데이. 『인형에게는 이름이 있다 1-4』. 디앤씨북스, 2019, 각 3400원. 윤담. 『은빛 사자 푸른 넝쿨 1-2』. B cafe, 2019, 각 3500원. 진주하. 『얼음꽃 기사 1-5』. CL프로덕션, 2018, 각 3500원. 시미즈 레이코. 『달의 아이(애장판) 14-15』. 서울미디어코믹스, 2014, 각 3천원.
물론 이건 새로 사서 본 책들 목록이고, 재독한 책들은 더 많습니다. 안되겠어, 재독한 책들은 다이어리에라도 적어둬야...!
발레 『신데렐라』는 영상으로 본 적도 없고 사진으로도 본 기억이 없지만 묘하게 감상적 느낌이 남았더랍니다. 다른 건 다 빼고, 시미즈 레이코 作 『달의 아이』에서, 주인공 대신 주인공의 대역이 그 신데렐라의 왕자를 맡아서 성공적인 데뷔무대를 치룹니다. 그 장면의 왕자 모습이 매우 깊게 인상에 남았더랬지요.
그리하여 오늘 아침에 모님이 올린 ENB의 신데렐라 리허설 장면 영상(트윗 링크)을 보고도 그쪽이 먼저 떠올랐습니다.
— English National Ballet (@ENBallet) 2019년 5월 28일
리허설이라 복장 안 갖추고 있지만 그래도 멋집니다...! 하여간 저 영상을 보고 나니 도로 달의 아이에서 그 장면이 어땠나 궁금해지더군요. 그리하여 고민하다가 『달의 아이』를 전자책으로 딱 두 권만 구입합니다. 16권이 완결이고, 그 장면은 완결권 전에 나왔으니 대략 14-15권쯤에 있을 겁니다. 둘을 구입했는데 다행히 15권에 있더군요.
이 장면뿐만 아니라 그 앞에서도, 하여간 15권 전체가 다 발레 이야기라 해도 과언은 아닙니다. 러시아도 아니고 소련에서의 공연이로군요. 이 공연을 둘러싼 이야기도, 그리고 주역이었어야 하는 이와 새로 주역이 된 이들 사이의 이야기도 모두 내용폭로에 해당하니 더 말할 수는 없지만, 아이패드로 본 15권의 이 장면은 기억하고 있던 쪽이 더 멋졌....(...) 게다가 『달의 아이』는 오랜만에 보니 왜이리 로맨스릴러인가요. 이거 분명 판타지SF호러로맨스릴러인거야. SF도 분명한게 과학소설맞습니다. 그것도 강력한 반핵소설.... 이거 최근 만화가 아니라 90년대 만화인데도 그렇지요.
덧붙여 떠오르지만, 한국에는 드물게 라이센스판이 나온 모 작가도 비슷한 종류의 이야기를 다룬 적이 있습니다. 그쪽은 피겨스케이팅이었는데, 천재적 재능을 가진 주인공과, 그의 파트너가 되었던 마찬가지의 천재-그러나 병약 미청년의 이야기입니다. 그 병약 미청년은 모종의 사유로 백혈병을 앓았지요. 그 맥락이 같습니다. 제목도 기억 안나지만, 라이센스로 나왔던 책 한 종은 떠오릅니다. P. A. Privat Actor의 약자였을거예요. S가 매우 좋아하던 작가였는데 이름이 뭐더라. 찾자면 찾을 수 있지만 고이 미뤄둡니다.
하여간 오랜만에 『달의 아이』를 보니 왜 구입하지 않았는지 이유가 확실합니다. 『월광천녀』도 그랬지만, 시미즈 레이코는 그림만 좋아합니다. 아, 그러고 보니 『달의 아이』는 이번에 다시 보면서 차라리 BL코드로 갔어도 좋았을거란 생각이 드네요. 오메가버스의 세계관보다 훨씬 앞서 나온 이야기지만, 여기도 임신수(...)로 추정할 수 있는 설정이 나옵니다. 인어들은 번식을 위해 멀리에서 지구로 돌아오고, 그 중에서 모체가 될 수 있는 이는 딱 하나라던가. 모체로 발현할 수 있는 셋 중 둘은 ... (하략) 그러고 보니 이거 유사근친도 되는군요.OTL 여성체로 변한다는 것만 들어내고 임신은 남기면 그냥 임신수 등장하는 BL이 됩니다.(먼산) 최근작인 『비밀』과 섞어 보면 더더욱 선구자임을 자각합니다. 하하하하;ㅂ;
이번 미스테리아는 코난 특집입니다. 저 표지에 휘둘려(?) 충동구매한 사람들도 있겠지만, 저처럼 충동구매한 여러 호 중에서 표지에 홀려 먼저 읽은 사람도 있을 법합니다. 코난이라면 나도 읽었으니까! 라고 호기롭게 집어 들었다가 완패했으니 문제죠. 예상보다 훨씬 본격적인 분석입니다. 『명탐정 코난』이 나오기 전, 추리만화의 태동을 다루고 『긴다이치 하지메의 사건부』과 다른 작품들이 연재되던 시기를 소개합니다. 사이코메트리 에지였나. 고등학생 초능력자와 형사의 조합이었던 그 만화도 이 즈음이었답니다. 코난과 긴다이치는 딱 1년 정도 차이고요. 개인적으로 코난을 더 좋다고 보는 건, 긴다이치의 주요 트릭들을 나중에 다른 소설을 통해 다시 접했기 때문...... 독특하다고 생각했던 그 트릭들이 이미 다른 곳에서 써먹은 이야기였을 때의 슬픔 때문이었지요. 물론 성추행범 탐정을 질색하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모리 코고로는 여자를 좋아하지만 긴다이치처럼 대놓고 변태는 아니거든요.(...)
하여간 코난 특집은 매우 즐겁게 보았습니다. 명탐정과 사랑에 얽힌 이야기도 그렇고요. 애거서 크리스티는 포와로를 두고 중매쟁이라는 별명을 붙일 정도로 커플 성사도가 높습니다. 하지만 여러 추리작가들은 탐정은 사랑에 빠져선 안된다거나 추리소설에는 로맨스가 등장해선 안된다는 이야기가 있거나 합니다. .. 근데 트릭 중심의 이야기도 사실 보면 그 안에는 치정이 곪은 경우도 많잖아요? 그런 것들이 한 둘이 아니잖아요? 하드보일드는 아니라고 주장할지도 모르지만, 거기에는 '애인에게서 엄마를 찾는 성인남자'의 향취가 느껴질 때가 종종 있...(....)
추리소설이라는 번역어 대신 다른 것을 썼어야 장르로서 더 풍부했을 것이라는 이야기도 재미있습니다. 그러니 다음에는 그 책도 찾아볼 생각입니다.'ㅂ' .. 아. 내일 도서관에서 찾아볼 책도 그거였지.OTL
잊지말고 앞에 미처 못산 호들도 채워야지요. 구할 수 있을지의 문제는 나중에 생각하고 일단 보관할 공간부터 확보를...!
그러니까 『그릇: 도예가 15인의 삶과 작업풍경』이 한 권, 『타이니 하우스』가 한 권. 그렇게 두 권의 감상입니다. 후르륵 넘기듯 보고 넘어간 책들이라 함께 감상을 올립니다.
『그릇』은 사실 쓸 말이 많지 않습니다. 두 권 모두 알라딘 새 책 목록에서 확인하고 도서관에 주문을 넣었던 책이라, 받자마자 보고 바로 반납했거든요. 책을 읽을 마음적 여유가 많지 않기 때문이라 해둡니다. 흠흠. 『그릇』은 개정판으로, 이전판은 도예가 13명이었다가 두 명을 더 해 15명의 도예가를 소개합니다. 서울이 아니라 흙을 구하기 쉬운 지방에 지내며 원하는 흙으로 원하는 물건을 빚어내는 이들을, 직접 찾아가 공방을 보고 그 사람과 엮은 인연과 함께 소개하는 책입니다. 그러니까 각 도예가를 만난 계기와 그 사람의 작품 특징, 감상 등을 함께 소개하는 겁니다.
솔직히 제 취향하는 조금 거리가 있습니다. 저는 깔끔한 디자인을 선호하는지라, 여기 소개된 그릇들의 투박한 모양은 썩 마음에 들어오지 않더랍니다. 하지만, 이런 도자기들은 직접 손에 잡지 않으면 모릅니다. 손에 잡고 들어봐야 그 느낌이 다가옵니다.
옷은 인터넷 쇼핑으로 가능하지만, 신발은 인터넷 쇼핑으로 못삽니다. 반드시 직접 신어보고 사야하지요. 그릇은 옷과 비슷합니다. 꼭 만져보지 않아도 되지만, 가능하면 실물을 보고 직접 들어본 다음에 사야한다는 점에서 신발과 비슷합니다. 양쪽의 사이에 위치한 셈인데, 주문해서 실물이 느낌과 다르면 결국에는 방출하게 되더군요. 남는 그릇들은 손에 맞고 마음에 들고 마음이 가는 제품뿐입니다. 아니면 결국 방출을. 모양이 예쁘다고 지르면 그 다음에 꼭 방출하게 되지요. 아마 그래서 그릇들은 생각보다 그렇게 많이 늘지 않을 겁니다. 책과는 달리 마음이 바뀌면 휙휙 보내니까요.
이 책에 소개된 그릇들도, 그래서 직접 만지고 들어보기 전까지는 모릅니다. 손에 잡아 보고 싶은 그런 그릇이 없는 건 아니니, 만나게 된다면 그것도 인연일 겁니다.+ㅅ+
『타이니 하우스』는 저 책보다는 더 취향이었습니다. 하지만 결정적인 문제가 있지요. 어릴적부터 작은집의 로망이 있었던 것은 모험본부 때문이었을 겁니다. 그러니까 모험의 기반이 되는 작은 놀이집 말입니다. 작은 집에 뭔가 이것저것 잔뜩 가져다 놓고 즐기면 좋겠다는 망상을 자주 했습니다. 그걸 망상이라 부르는 건, 나무 위의 집은 높은 확률로 곤충을 부르기 때문입니다. 벌레 싫어요. 못 견딥니다. 에어컨이 없으면 안돼요. 물론 나무는 시원하겠지만 인터넷이 안되면 불편합니다. 없이도 살 수 있긴 하지만 불편하니까요. 그렇다보니 작은 집에 대한 꿈은 망상으로만 남았습니다.
그게 망상이라고 단정하는 또 하나의 이유는, 게으르기 때문입니다. 별장이든 별채든, 별도 공간에서 뒹굴거릴 생각은 없습니다. 집이 최고입니다. 그렇다보니 집에 모든 것을 갖춰야 하는데, 타이니 하우스는 너무 작습니다. 이 책에서 소개하는 타이니 하우스는 이동이 가능한 컨테이너 형의 주택입니다. 미국이나 프랑스 등에는 이렇게 이동형 주택을 지을 수 있는 모양입니다. 사륜구동 차량에 물려서 이동시킬 수도 있지만, 법에 정하는 크기 이상일 경우에는 주택이동용차를 별도로 수배하여 이동시켜야 한답니다. 그리고 도로 위를 다니는 만큼 트레일러처럼 일정 규격을 넘으면 안된다는군요.
이 책은 타이니 하우스의 발생(?)부터 다루어, 어떻게 집을 짓고 어떻게 이동하는지를 이야기합니다. 그리고 실제 타이니 하우스를 이용하는 사람들도 소개하고요. 타이니 하우스는 나무로 짓는 모듈형 주택이기 때문에 컨테이너보다는 그래도 쾌적한 편이고, 또 확장이 용이합니다. 모듈형이니까, 부족하다면 옆에 타이니 하우스를 하나 더 갖다 놓으면 되는 겁니다.
크기는 컨테이너나 그보다 작을 수도 있고, 짓기에 따라 다른 모양입니다. 책이 소개하는 유럽-주로 프랑스-의 사례는 한국과는 실정이 달라 완전히 참고할 수는 없지만, 한국의 사례 역시 함께 소개합니다.
아, 그래서 다시 본론으로 돌아가지요. 타이니 하우스를 보고 꿈의 집이긴 하지만 이건 캠핑카에 가깝지 않나 생각했고, 그런 공간의 제약과 무게의 문제 때문에 책을 많이 들일 수 없을 거라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저처럼 책을 소유하려는 인간에게는 무리입니다. 책을 지고 사는 사람은 미니멀라이프도, 이동하는 삶도 불가능합니다....(눈물)
홍지수. 『그릇: 도예가 15인의 삶과 작업실 풍경』. 미디어샘, 2019, 18000원.
엘리자베스 노디노. 『TinyHouses(타이니 하우스, 집 이상의 자유를 살다)』, 권순만 옮김. 가지, 2019, 19800원.
M님이 이 책을 읽고 계신 모양입니다. 트위터에 일부 감상기가 올라와 거기에 댓트윗 달았더니 감상 기대한다는 말에.. 일요일 아침에 서둘러 작성해봅니다. 아니, 이야기 없었어도 감상기 올렸을....? 장담은 못하겠네요. 요 며칠 사이에 희한하게 무기력이 와서 그렇습니다. 어제와 그제 글쓰기를 건너뛴 것도 그 때문이고요. 아. 트위터를 좀 줄여야. 차라리 다른 책을 읽는 것이 낫지, 트위터를 읽고 있는 것은 그리 좋지 않습니다. 그나마 어제 저녁 잠자리에서 읽은 책이 매우 훌륭하였다는 것이 장점이라면 장점이네요.
다 읽고 나서 분노했습니다. 그리고 분개했고, 아리스가와 아리스의 문제점을 보여주는 소설이라며 투덜댔습니다. 아리스가와 아리스의 소설은 학생 아리스보다는 작가 아리스를 편애합니다. 학생 아리스의 탐정이, 뭔가 뒷 사정이 있어보이는 남자 대학생이라는 점이나 뒤끝이 좋지 않다는 점 때문에 그렇습니다. 『외딴섬 퍼즐』을 읽고 특히 분노하고는 그 뒤에 나온 학생 아리스는 손대지 않았습니다. 이 이야기와 이어지며, 아리스가와 아리스 책 중 가장 평가가 높은 『쌍두의 악마』 도 손 안댔습니다. 지금 적다보니 볼까 말까 고민되네요. 고민만 하다가 미룰 가능성이 높긴 합니다만. 대체적으로 치정싸움이 빠지지 않는다는 점도 걸리는 부분입니다. 작가 아리스 시리즈지만 『46번째 밀실』이나 『말레이 철도의 비밀』 , 그리고 제목은 기억나지 않는 다른 한 권도 읽다가 짜증나서 던졌습니다. 두 번째 책은 그럭저럭 보았지만 『46번째 밀실』은 범행동기를 보고는 이런 치정이었냐고 분노했으니까요. 『외딴섬 퍼즐』도 범행 동기가 매우 치졸합니다. 그렇다보니 읽으면서 공감을 못합니다. 차라리 아야츠지 유키토처럼 광인(狂人)이 등장하는 시리즈들이 낫습니다. 하기야 양쪽을 비교하는 것 자체가 이상하고. 작가 아리스는 비교한다면 히가시노 게이고의 탐정 갈릴레오 시리즈를 생각할 수 있는데, 사람만 놓고 보면 작가 아리스 쪽이 조금 더 취향입니다. 범행 동기나 그 트릭은 한없이 취향에 안 맞지만요.
예.
단적으로 짚어 말해서 『자물쇠 잠긴 남자』는 중요 트릭이 몇 등장합니다. 한신아와지대지진이 그 중 하나이며, 시간적 불가능도 또 하나의 문제입니다. 근데, 아무리 봐도 이건 미친짓입니다. 정말로 미친짓이예요. 혹시나 하는 생각은 했지만 정말로 그 트릭이 등장하는 순간 속에서 육두문자가 치솟아 올랐습니다. 그건 아니지요.
일단 정신 차리고 정리를 좀 해보지요.
어느 날 작가 아리스는 소설가 대선배에게 개인적인 연락을 받습니다. 직접 연락을 받은 건 아니고, 편집자를 통해서 전해온 연락을 받고 나가보니, 어떤 사건 하나를 조사해달라는 요청이었습니다. 경찰이 자살로 마무리한 어떤 사망 사건을 두고, 절대 자살일 리가 없다며 이 사건을 다시 살펴달라는 이야기입니다. 바꿔 말하면 아리스가와 아리스가 아니라 히무라 히데오의 힘을 빌리고 싶다는 이야기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그 때는 연말 연시. 조교수는 입시 때문에 동원되어 정신 없습니다. 그리하여 사건 장소인 오사카에는 아리스가와 아리스가 먼저 가서 조사를 해두기로 합니다. 그리고 그 과정은, 모님 이야기대로 '조수일 3년이면 탐정뺨친다'(링크)는 수준입니다. 그런 점에서는 『바스커빌 가의 개』와도 비슷하군요. 다만 아리스가와 아리스의 조사 수준이 더 높습니다. 보면 아실 거예요.
이 소설의 매력은 지리적 위치에 있습니다. 호텔을 운영하는 젊은 부부와, 고즈넉한 분위기의 작은 호텔, 그리고 맛있어 보이는 호텔 레스토랑, 그리고 특정 지역에 대한 생생한 묘사가 돋보이거든요. 망자의 궤적을 따라가는 그 모습이 매우 현실감 있습니다. 그래서 앞부분까지는 좋았습니다. 죽은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 자살을 할 만한 인물인지, 어떠한 정보도 남기지 않고 장기 투숙한 호텔방 하나에만 모든 것을 두고 간 인물의 정체가 무엇인지, 아리스가와 아리스가 차근히 살펴 나갑니다. 거꾸로 말하면 히무라 히데오는 마지막의 마지막에 모든 증거와 판이 깔린 곳에 와서는 사건의 진상을 확인하고 발표합니다. 그 내용까지 말하면 아쉽죠.
간사이나 오사카 여행을 가시는 분들께 아리스가와 아리스의 시리즈는 추천할만 합니다. 단편집도 그렇고, 이번 책도 매력적입니다. 매력적이지 않은 것은 사건의 동기와 트릭 문제입니다. 개인적으로 분노한 부분도 '시간서술 트릭'이라 부를 수 있는 그 부분이었습니다. '말도 안돼!'가 아니라 'ありえない!' 그러니까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분노했으니까요. 트릭은 있을 법하나, 그 과정에서 그 사람의 선택은 정말로 미친 짓입니다. 이것은 아냐. 남자 작가라서 쓸 수 있는 트릭이야, 싶더라니까요. 하하하하.-_-
일단 추천합니다. 간사이 여행 좋아하시는 분께는 매력적인 책입니다. 맨 마지막 부분에서 분노했지만, 그건 아리스가와 아리스 장편 소설 읽을 때 대부분은 그랬습니다. 그럼에도 이번 책은, 호텔의 묘사나 주변 지역 묘사가 손에 잡힐 듯 생생한데다, 비용만 아니면 나도 이런 호텔 가고 싶다!는 절규가 튀어나오는 수준이니까요. 작가들이 통조림으로 거듭나던 도쿄의 야마노우에호텔은 이보다 규모가 작지만, 그리고 고베의 호텔 피에나가 이와 비슷하거나 작을 거라 생각하지만 도심에 있는 작은 호텔이란 여행자들에게는 로망입니다. 후후훗.
아리스가와 아리스. 『자물쇠 잠긴 남자 상-하』, 김선영 옮김. 엘릭시르, 2019, 각 13500원.
지금 보니 출판사가 엘릭시르였군요. 번역은 대체적으로 걸리는 곳 없이 무난합니다. 아마 한 두 곳 정도 갸웃거리는 부분은 있었다고 기억하는데 그 외엔 없고요. 책 판형이나 기타 등등의 편집은 엘릭시르 답게 좋습니다.
덧붙임.
그러고 보니 제목에 적은 '아리스가와 아리스의 문제점'이 무엇인지 안 짚고 갔습니다. 왜 까먹었지.
아리스가와 아리스의 트릭은 본문에 잠깐 언급했던 것처럼 무리수가 있습니다. 그러니까 작위적이고, 트릭을 위한 트릭, 전체 이야기를 만들어 놓고 거기에 트릭을 끼워 맞추기 위한 이야기로 보입니다. 작가 아리스의 소설이 안 팔리는 이유가 이거지! 라는 엉뚱한 생각이 들 정도로 말입니다. 단편의 경우는 덜하지만 장편은 그런 작위감이나 위화감이 강하게 느껴집니다. 『쌍두의 악마』는 어떨지 모르지만.. 으으음. 트릭들만 놓고 보면 작가가 따르고 싶어하던 엘러리 퀸 쪽이 아니라 요코미조 세이시의 느낌이 강합니다. 살인이라는 점에서는 파일로 밴스도 닮았을지 모르지만 적어도 거기서는 작위감이 그렇게 심하게 느껴지지는 않거든요.
앞서 간략히 감상을 올렸지만, 일본은 인신사고가 일어난 부동산은 사고부동산이라 하여, 반드시 부동산에 내놓을 때 고지하도록 합니다. 보통 그런 집은 반복적으로 문제가 일어나기 마련인가봅니다. 이 책은, 밥벌이 때문에 그런 사고부동산에 들어가 살면서 꾸준히 촬영을 하던 개그맨의 경험담입니다. 뜨기 위해서, 프로그램에 참여하기 위해 공포 체험을 자처한 셈인데, 그러면서 '사고부동산을 세탁해주는' 걸로도 알음알음 알려졌다는군요. 한 번 사고가 났다 해도 그 다음에 다른 사람이 문제 없이 살고 나가면 고지 의무가 없답니다. 직전 세입자의 문제만 확인하면 된다나요. 하여간 그런 집들과, 친구들이 겪은 여러 사고부동산 이야기, 그리고 심령 스팟의 체험담이 있습니다.
초록 지붕집의 앤, 아니 마릴라가 그렇게 말하지요. 집은 관혼상제를 모두 다 겪어야 한다고. 하지만 이런 식의 상喪은 안 겪는 것이 낫겠지요. 허허허허허허.
이연자. 『찻자리, 디자인하다』. 오픈하우스, 2010, 22000원.
차, 음식, 전통다례.
찻자리와 관련된 여러 이야기가 많습니다. 한국 전통 문화와도 연결되어 재미있기는 하나, 쉬운 책은 아닙니다. 따라하기 쉽지 않고, 편하게 읽기에도 이모저모 걸리는? 일단 저자가 한국 전통문화 연구자거든요. 한국 종가 관련 서적만 해도 여럿입니다. 한국의 명문종가 책도 썼고요. 감안하고 보셔야 합니다.
3월부터 시작해 4월 중순까지 책을 못샀다가 한 번에 폭발하듯 터졌습니다. 뭐, 그래도 많이 사던 때에 비하면 자제했는데, 가장 큰 이유는 읽을 것이 많다는 겁니다. PDF 파일이 쌓여 있고, 종이 뭉치가 쌓여 있습니다. 그래서 전자책 읽으면 안돼요. ... ... ..말로만.OTL
실은 저 사이사이에 종이책이 숨어 있습니다. 스트레스성 폭주로 이해하시면 됩니다. 하하하하.
플로나. 『에그 베네딕트』 .
BL, 오메가버스, 현대.
현대 배경이기는 하나 오메가버스인지라 판타지의 경계라고 해도 아주 틀리지는 않습니다. 검색하다보니 알라딘에서 외전의 평점이 1이던데, 원래 오메가버스는 그런 맛으로 읽지 않던가요.(먼산) 지적이 틀리지는 않지만 본편을 상당히 재미있게 보았던 터라 외전은 덤으로 보았습니다. 외전은 그야말로 달달한 이야기.
본편은 상당히 무겁습니다. BL에서 흔히 등장하는 쌍방 삽질형입니다. 양쪽에서 땅파고 들어가 핵에서 만나면 다행이지만, 종종 그 구멍이 평행을 이뤄 지구 반대편으로 나오는 경우도 있지요. 이 쪽은 후자에 가까울지도 모릅니다. 서로 마음에 두었지만 신분, 더 정확히는 베타와 알파라는 형질 차이와, 집안 차이, 거기에 둘이 처음 만났을 때 있었던 사건이 장애물입니다. 무엇보다 맨 마지막의 건은 서로뿐만 아니라 가족과도 넘기 어려운 벽을 형성했지요. 그래서 친구라는 허울을 쓰고 지냈지만 베타였다가 갑자기 오메가로 발현하면서 상황이 바뀝니다. 이야기는 전체적으로, 이들 둘이 함께 겪었던 어릴 적의 그 사건을 극복하면서 주인공 둘이 손을 잡고 나아가는 이야기입니다. 살짝 스릴러의 느낌도 들고요. 오메가버스답게 외전은 임신과 출산, 육아를 다룹니다.
그리고 BL의 육아물이 많이 그러하듯... (하략)
가막가막새. 『흉터 1-2』.
BL, 판타지.
바닥에서 다시 시작하는 BL 판타지입니다. 만, 아까워서 아직 못 읽고 고이 모셔두었습니다. 조아라 연재당시도 재미있게 보았지만 왜 이 소설이 전자책으로 안나오나 했는데, 드디어 나왔습니다. 아껴두었으니 조금씩 보아야지요. 결말은 꽉 닫힌 해피엔딩이니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이은솔. 『반반 복수 많이』
판타지, 로맨스, 회귀.
회귀이기도 하고 환생이기도 합니다. 그러니까 불행한 결혼생활 중에 사망했다가 악마와 계약을 하고 환생을 합니다. 현대 지구에서 행복하게 잘 살다가 마찬가지로 갑작스럽게 죽는데, 그렇다보니 악마에게 계약 위반이라며 항의를 했고 다시 정신 든 것이 전생의 그 불행한 결혼생활 1년차입니다. 그러니까 환생했다가 회귀한 이야기지요.
환생한 동안 성격도 바뀌었으니 이번도 판이 바뀝니다. 무엇보다 판이 바뀌는 걸 넘어, 아예 제국 자체를 바꿔버리니까요. 남편을 포함해 시댁 전체에 그간의 은혜(반어법)를 보답하고, 그 위자료를 받아 새롭게 다시 시작합니다. 그리고 그 와중에 연애를 하면서 또 제국의 계승 문제와 뒤얽히고, 또 그러면서 악마와의 계약과 기타 등등이 얽히는.....
상당히 판이 큰 이야기입니다.
해위. 『엔드, 앤드』 외전. 피아체, 2019, 800원.
BL, 현대.
본격적으로 사귀기 시작했으니 이제 달달한 이야기도....! 시간 날 때 종이책으로 찬찬히 읽어야지요. 그러려고 소장본을 샀으니 말입니다.
정연주. 『월궁항아 프로젝트 1-2』. 러브홀릭, 2019 각 3천원.
판타지, 로맨스.
판타지라고 적긴 했으나, 정확히는 가상역사입니다. 대한제국이 살아 남은 시간선이거든요. 그리하여 주요 복식이 한복입니다. 소재도, 얼결에 한복점에 취직한 주인공이 적응하면서 극복하면서 성장하면서 연애하는 이야기입니다.
구체적인 감상기는 따로 적을 것이니 슬쩍 접고, 보고 있노라면 지름신이 동시다발적으로 터집니다. 갑자기 한과가 먹고 싶어지는데다 약과는 둘째치고, 한복을 한 벌 지을까라는 망상마저 듭니다. 어디까지가 전통이고 어디까지가 양장인가를 두고 벌어지는 이야기도 흥미롭고요. 이 책 읽은 직후에 『흑요석이 그리는 한복이야기』를 보면 책이 달리 보입니다. 워낙 전문 용어가 많아 한복 전문도서를 옆에 놓고 보는 쪽이 더 재미있을 겁니다.
서사희. 『일어나지 않은 것들에 관하여』. 라렌느, 2019, 3천원.
판타지, 로맨스.
조아라 연재작입니다. 연재 당시에 보고 출간을 기다렸다가, 이번에 알라딘에 풀린 것을 확인하고 덥석 물었습니다. 회귀 소재지만 무한 루프고, 그 무한 루프를 끊는 것이 매우 어렵다는 점, 그리고 에필로그의 이야기가 매우 마음에 든다는 점까지 좋습니다. 회귀 소재를 쓸 때는 그 부분이 가장 어렵지요. 회귀 전에는 일어나지 않았던 일들을, 모두 없었던 걸로 생각하고 넘어갈 수 있을까라는 점 말입니다. 일어나지 않았지만 기억하고 있으면 그 역시 상처니까요.
출간 전에 조아라에서 연재되던 것을 완결 즈음에 달려서 단번에 다 보았습니다. 배경이 상당히 흥미롭습니다. 임상심리상담사와 해당 병원의 경비요원의 커플입니다. 연상수, 연하공이고, 연하공은 곰이면서 테디베어이기도 합니다. 이것도 별도 감상을 올릴 예정입니다. ... 지난 번에 올린다던 감상들은 다 올렸나?;
김코끼리. 『밀리어네어 레이디』 1-4. 가하에픽, 2018, 각 3200원.
판타지, 로맨스.
로맨스보다는 판타지의 비중이 매우 큽니다. 회귀도 환생도 아닌, 여성의 인권이 아직 크지 않은 벨에포크 시대를 배경으로 한 경제 판타지입니다. 정진정명, 『늑대와 향신료』보다 더한 이야기고요. 선물옵션과 만기, 주식투자와 공매도를 판타지소설로 배울 수 있습니다.(...) 정말로.
그리고 시스템이 인간을 따라오지 못하는 이유도 이 결말부에 나옵니다. 남주인공은 주인공을 서포트하기 위한 존재로, 보고 있노라면 자네, 쿠션인가 싶...(....) 하여간 주인공 원탑의, 주인공 혼자 다 해먹는, 남주는 그 옆에서 방어막을 열심히 깔아주는 내용의 이야기입니다. 표지와의 괴리감이 단점이라면 단점이군요. 추천은 여러 번 올라왔으나 표지 때문에 손을 못댔고, 재미있다는 추천에 덥석 물어서 달려 놓고는 보기를 잘했다고 생각했으니까요. 표지에 겁먹지 말고 일단 보세요. 주식공부가 됩니다.(...)
알라딘에서 신간 검색하다가 얼결에 걸려들었는데, 며칠 고민하다가 이런 책은 그냥 사서 보는 것이 낫다고 생각하고 구입했습니다. 잘못 고르면 이런 책은 더미dummy가 되다보니 그냥 사서 적당히 처분하는 것이 낫다고 본겁니다. 무엇보다 미쓰다 신조처럼 믿을 수 있는 작가의 책도 아니거든요.
마츠바라 타니시는 일본의 개그맨입니다. 일본 개그맨은 한국보다 위계서열이나 그런 관계가 훨씬 딱딱합니다. 한국의 연예인들 중 희극인들이 특히 그런 경향이 강하다던데 여기도 확실히 그렇지요. 개그콘서트 같은 그런 프로그램에 매번 아이디어를 들고 회의에 참여했다 탈락하거나 혹은 발탁되거나. 그렇게 하다 점점 위로 올라가기도 하고 혹은 사라지기도 하고요. 지은이는 어떻게든 뜨고 싶다는 생각에 공포와 괴담 쪽에 손을 댑니다. 그러니까 무서운 방이나 심령 스팟 같은 곳을 본인이 적극적으로 찾기 시작한 거죠.
번역 제목은 무서운 방이지만 원제는 표지에 나온 대로 『事故物件怪談: 恐い間取り』입니다. 사고물건괴담: 무서운 평면도-쯤 될까요. 恐い間取り는 무서운 '방배치'쯤 되지만 여기서는 가구 배치가 아니라 책에 실린 각 평면도를 말하는 것이 아닐까 싶었습니다. 사진보다 각 부동산의 방 배치가 여럿 있습니다. 보고 있노라면 직방이나 다방 등등의 부동산전문 어플리케이션을 보는 것 같습니다. 뭐, 실제도 그렇지요. 문제가 있는 부동산의 이야기를 모았으니까요.
앞 이야기로 돌아가, 마츠바라는 개그맨으로 살아남기 위해 공포를 선택합니다. 그러니까 다른 사람들은 일부러 피하는 '사고물건', 그러니까 사고가 있었던 부동산에 들어가 사는 겁니다. 일단 소재 자체가 자극적이라 관련 프로그램에 참여할 가능성도 생기지만 이런 집은 집세가 저렴합니다. 시세의 60-70%이기도 하고 보증금이나 답례금 등등이 없는 경우도 있습니다. 더불어 집주인은 직전에 일어난 사고는 부동산 계약시 반드시 공지를 해야하나, 만약 다른 사람이 와서 살다가 간 경우, 그러니까 전전 세입자의 사고에 대해서는 고지의무가 없습니다. 그 때문에 거꾸로 사고부동산에 살게된 케이스도 있습니다. '집을 털어주는 사람이 있다'고 중간에서 소개한 사람이 있어서 사고부동산에 잠시 들어가 살았던 이야기도 있고요.
사고부동산으로 번역했고, 원제에서 나온 것처럼 원 단어는 사고물건입니다. 한국도 그렇지만 종종 부동산을 물건이라 부르지요. 건물과는 건의 한자가 다릅니다. 사고는 주로 사람들이 죽어 나간 경우를 가리킵니다. 최근에는 고독사가 많으니 그 관련 부동산도 사고부동산입니다. 집 주인이 방에서 뛰어내렸거나, 방에서 목매달았거나 등등의 사건이 있었다면 사고부동산입니다. 그러고 보니 한국은 사고물건의 고지 의무는 없지요. 일본은 아예 법으로도 못박아둔 모양입니다.
마츠바라 본인은 둔감한 편입니다. 사고부동산에 살았는데 여즉 멀쩡한 걸 보면 짐작하시겠지요.OTL 하지만 읽다보면 확연히 이 사람은 공포에 대한 나사가 조금 풀렸나보다 싶은 정도입니다. 괴담스팟에 찾아가거나 하기도 하지만 본인도 인터넷 방송을 한답니다. 그리고 그렇게 방송을 하면 시청자가 댓글로 뭐가 나타났다는 이야기도 하나보군요. 이상한 것이 영상에 잡힌 것도 한 두 번이 아닌데 이 책은 매우 담담하게 써놓았습니다.....
본인이 살았던 사고부동산은 다섯 곳이지만 심령 사건을 겪은 것도 함께 다뤘고, 이렇게 모으다보니 아예 주변에서 아는 사람들이 자신의 경험담을 들려주기도 합니다. 뒷부분에는 심령스팟 등을 다녀온 경험담을 또 따로 실었고요. 읽고 있다보면 네이버 블로그 등에서 볼 수 있는 일본 사이트의 괴담이나 경험담 번역과 비슷하기도 하지만 이쪽은 경험담에 가깝다보니 더 무섭기도 합니다.
개인적으로 여기에서 가장 무서웠던 이야기는 만화카페의 야간 아르바이트 이야기입니다. 오사카 이야기이기도 하고, 그 경험담 자체가 매우 ... 구조적으로도 반전이라 더더욱 무서웠습니다. 허허허허. 하지만 이건 모두 일본 사례이니 괜찮을거라 생각합니다. 왜 그런 소리를 하냐면, 저는 둔한 편이거든요. 아니, 민감한 편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민감했다면 지금까지 잘 버틸 수 있었을리 없어요. 사무실을 혼자 쓰는 처지니 민감했다면 못살았을 겁니다. 거기에 근무처나 사는 곳이 민감하면 버틸 수 없는 곳이라고 생각하거든요.(먼산) 그리고 무서운 것은 아니라 읽으면서 잠시 머리를 부여 잡은 것은 청소업체 이야기. 짐작하시겠지만 고독사 한 사람들의 방을 치워주는 업체에 부탁해 따라갔던 경험담을 적은 겁니다. 그 부분은 비위에 강하건 아니건 그리 좋은 기분으로 읽을 이야기가 아닙니다. 그러고 보면 일본 집은 목조주택이라 이런 문제가 더 심하군요. 한국은 콘크리트라 고독사 발견이 더 어렵고...?
일본식의 공포, 괴담류 좋아하신다면 한 번쯤 읽어볼만 합니다. 짤막한 경험담 등을 모아 놓은 것이니까요. 거기에 제가 별 무리 없이 읽을 수 있었던 가장 큰 이유는 대부분의 사고부동산이 오사카 쪽이기 때문입니다. 간사이는 가더라도 교토 중심이고, 오사카는 딱 한 번 가봤습니다. 제대로 둘러보지도 않았고요. 그렇다보니 공감도가 상대적으로 떨어져 덜 무서웠을 겁니다.
마츠바라 타니시. 『무서운 방: 살면 안되는 곳이 있다』, 김지혜 옮김. 레드스톤(인터파크), 2019, 14000원.
한국식 공포가 읽고 싶으시다면, BL이기는 하나 『밤이 들려주는 이야기』(전자책)를 보시길. 꽤 무섭습니다. 여름에 읽기 딱 좋아요. 날도 더워지니 슬슬 구입해서 보시면..+ㅅ+
『극한직업 던전상인』의 리뷰는 이번이 두 번째입니다. 본편 연재가 조아라에서 끝났을 당시 한 번 감상을 올렸던 적이 있고(링크) 리디 연재 하는 동안은 손대지 않았고 그 뒤에 약 두 달의 연재 독점 기간과 전자책 출간 후 다시 한 달의 출간 독점이 있었던 걸로 기억합니다. 왜 이 이야기를 꺼내냐면, 그래도 벚꽃 필 때보다는 빨리 보았지만 상당히 오래 기다려 책을 보았다는 말을 하고 싶어서입니다. 기다림이 참으로 길었지요.
리디 연재 독점은 기다리면 무료 형태의 새로운 게시판에 새롭게 올라갔던 걸로 기억합니다. 저야 리디북스는 그 주변까지 손 안대니 뭐....'ㅂ'
그러니 마지막으로 읽었을 때와 책으로 보았을 때의 괴리감이 조금 있었습니다. 이건 연재소설이 출간된 뒤 다시 보았을 때도 종종 느끼는 것인데, 이번에 가장 중점적으로 느낀 부분은 케르츠입니다. 원래 인물 자체가 맹목적이지만, 그 이유가 더 세밀한 모양입니다. 읽는 동안 케르츠가 거슬린다 생각하진 않았으니까요. 어떤 면에서는 반동인물이지만, 케르츠의 반발은 파티의 던전 공략 목적과 과정에서 적절한 양념이 됩니다. 모든 일이 술술 풀릴 수는 없고, 문제는 외부인 던전 자체뿐만 아니라 내부의 갈등도 포함하니까요. 하넨도 더 적극적으로 움직이며 상황을 개선해 나갑니다. 체력이 안 좋은 건 맞지만 케르츠가 붙으면 또 달라지지요. 거꾸로 상인과 케르츠가 같이 있으면 긴장이 됩니다. 조마조마한 마음이 드는데- 연재 당시에 들었던 케르츠와 상인의 묘한 분위기는 또 거꾸로 없습니다. 케르츠는 상인에게 나름의 호감을 갖고 있고 또 그런 분위기가 있었지요. 그걸 걷어낸 것 같은 분위기라, 본편은 그 자체로 한 편의 판타지입니다. 그러니까 BL은 Boy's Love가 아니라 Boy's Life입니다. 던전에 들어간 이들과 중간에 난입한 던전 상인은 서로 만나고 그 안에서 생활합니다. 호감은 쌓이지만 에로스적 Love 보다는 같은 파티원에 대한 공감대에 가깝습니다. 그러니까 함께 구르고 고생하고 주고 받는 상품과 눈물™ 속에 쌓이는 경험과 강점! 초반에는 단순히 물건을 사고 팔면서 경험치가 쌓이지만 던전 퀘스트는 점점 더 어려워지고, 급기야는 상인이 파티원으로 초빙되어 옵저버로 활약합니다.
상인이 없었다면 이 파티의 던전 공략은 매우 어려웠을 겁니다. 특히 그 괴이한 시계가 있는 방에서의 모습은 던전상인이 극한직업이라는 사실을 다시 한 번 확인시켜주며, 그걸 넘어서 그로테스크하기도 합니다. 이런쪽에 면역이 없는 분이라면 진저리칠만한 묘사이기도 하지요.
외전 빼고 본편만 보면 정진정명 미궁(던전) 클리어 판타지입니다. 던전만 클리어한 것이 아니라 삐를 클리어하고 삐와 삐를 구하였으니 미궁공략은 완벽히 수행하고 진엔딩을 보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그 보상으로 던전상인은 새로운 가족을 얻었으며, 그 이후의 또 다른 퀘스트는 미궁의 마지막 층까지 무사히 깬 이들에게 주어지는 작은 보상일 겁니다.
이미누. 『극한직업 던전상인 1-3, 외전』. 시크노블. 2019, 세트 12900원.
몇 번이고 강조하지만 L은 외전에 있습니다. 그러니까 Love요. 일반적으로 말하는 그 베드씬도 외전 맨 뒤에 있습니다. 본편에서 잠시 등장했던 모 아이템은 어떻게 되는지 이야기가 없었는데 외전에서 풀립니다. 그 에피소드 참 재미있었지요. 그런 의미에서 또 다른 외전은....(눈물) 그 다음을 기약합니다.
L이 외전에 있으니 본편만 보신다면 '소년(혹은 어린이 혹은 청년)들의 끈끈한 우정을 다룬 판타지'로 기억하실 수 있습니다. 그런 방향도 은근 추천합니다. BL이라고 내려 놓기에는 아쉬운 판타지예요.
이전 권도 그랬지만, 이번 권도 편집 후기에 『미시마야 변조괴담』이 나온 계기가 소개되었습니다. 요약하면, 원래는 『흑백』 한 권으로 끝내려던 미시마야 변조괴담은 『안주』가 나오고 『피리술사』로 이어졌고, 이렇다보니 작가는 '아예 백가지이야기-百物語로 방향을 잡고 계속 쓰겠다'고 선언했답니다. 진짜로 백 가지 이야기가 될지는 모르지만, 일생의 작품으로 잡았다니 기대해볼만 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권, 『금빛 눈의 고양이』는 미시마야 변조괴담이 더 길게 나아가기 위한 터닝포인트라 할 수 있습니다.
미시마야 변조 괴담은 원래 이렇게 시작합니다.
역참여관의 딸인 오치카는 소꿉친구와 약혼자 사이의 사건에 휘말려 마음에 큰 상처를 입고 에도에 있는 숙부집에 옵니다. 차남이었던 숙부 이헤에는 에도에서 멋들어진 주머니를 파는 행상일을 하다가 점점 키워, 미시마야라는 가게를 내고 운영하던 참입니다. 오치카를 에도로 보낸 건 사건의 중심지에서 멀리 떨어져 지내라는 주변 사람들의 배려였지만, 워낙 큰 상처라 치유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그러다 우연한 사건을 계기로, 이헤에는 자신의 바둑실을 흑백의 방이란 이름을 붙여 다시 꾸미고, 거기에서 오치카가 여러 사람들의 기이한 이야기를 듣도록 합니다.
괴담이기는 하나, 변종이라 미시마야 변종 괴담이랍니다. 주머니 가게인 미시마야의 여어쁜 조카가 괴이한 이야기를 듣고 수집한다고 하고, 그 이야기는 흑백의 방 밖을 나가지 않는다고 하자 여러 사람들이 괴담을 들고 오치카를 찾아옵니다. 그렇게 모인 이야기들은 또 다른 인연이 되기도 했지요. 오치카는 사랑 때문에 상처를 받은 이라 주변에서는 오치카를 보듬고, 마음이 오간 여러 사람들을 지나 지난 권에서 새로운 인연이 생깁니다. 이번 권은 그 인연이 이어지는 이야기이니, 아마 상황은 짐작하실 겁니다. 지난 권에서 판이 깔렸지요. 편집 후기에서도 언급했지만 오치카는 여러 인연을 떠나보내고 새로운 사람을 만났으며, 그리고 또 다른 사람이 오치카의 괴담지기(?) 자리를 맡습니다. 누구인지는 지난 권을 보았다면 다들 짐작할 그 인물입니다.
『금빛 눈의 고양이』가 표제로 올라온 것도 같은 이유라고 봅니다. 사실 원제는 그 앞의 이야기인 「기이한 이야기책」이지만 번역 문제 때문에 아마도 고양이를 표제로 올린 모양입니다. 원제는 『あやかし草紙』로, 유코씨가 말하는 대로 고시엔 사전에는 이렇게 소개됩니다.
そうし [冊子,草紙,草子,双紙]
(일설에 「サクシ」의 音便おんびん으로 「冊子」를 정자(正字)로 한다) 책자.
1.(「巻子本かんすぼん」에 대비한 말) 철한 서책.
2.仮名かな로 쓰인 책. 이야기(物語;ものがたり) ‧일기(日記) ‧가서(歌書)와 같은 류.
3.중세‧근세의 읽을거리로, 그림을 주로 삼은 소설. 대부분은 단편. お伽草子(とぎぞうし) ‧草双紙(くさぞうし)와 같은 류.
4.써서 아직 정돈되지 않은 초고. 초안(草案;そうあん). 또한 연습하는 글자나 그림을 쓰는 공책 류.
이 중에서는 1번에 가까울 겁니다. 뉴에이스 사전에서는 대중문학을 지칭한다고 나와 있으니 그 또한 해당될 수 있고요. 자세한 이야기를 하면 내용폭로가 되어 그건 빼고 적자면, 1과 3의 중간쯤이 될지 모릅니다.
총 다섯 개의 이야기가 실려 있고, 1편과 2편은 함께 읽는 것을 추천합니다. 1편을 읽고 나서 등골이 오싹했는데, 2편에서 그게 조금 풀렸거든요. 아마도 그 때문에 두 이야기의 끝부분을 살짝 대구로 만들지 않았나 싶습니다. 세 번째 이야기는 가장 튀는데, 공포는 공포이나 지나치게 기이한 내용이라 튑니다. 이상하다 싶을 때 네 번째 이야기가 뒤통수를 세 번쯤 때리며, 다섯 번째에서 아픈 뒤통수를 문지르며 마무리 합니다. 아니, 미미여사의 이야기는 아무것도 모르고 그냥 생으로 읽는 것이 제격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가능한 내용을 적지 않았고요.
어떤 의미에서는 가장 평범한 사람들의 이야기가 많았습니다. 그런 이들의 이야기가 있었으니. 금빛눈의 고양이는 보고서 떠올린 것이 엉뚱하게 하츠 아키코였으나, 그쪽과는 다른 이야기더군요. 근데 읽다보면 절로 그 고양이가 떠오릅니다. 『세상이 가르쳐준 비밀』에 나온 그 고양이를 기억하신다면 떠올리실 수 있겠네요. 다만 나무 종류가 완전히 다르긴 합니다.-ㅁ-
미야베 미유키. 『금빛 눈의 고양이』, 김소연 옮김. 북스피어, 2019, 16800원.
잊고 있었던 북스피어 책 한 권은 장바구니 담았으니 조만간 결제할 것이고, 고양이에 대한 책 한 권도 조만간 리뷰 올리겠습니다. 이번 주는 읽을 책이 한 권 있어 좀....(먼산)
3월초는 갑자기 업무가 복증해서 정신이 없었습니다. 조금 정신차리고 맞은 주말에, 책 사려고 장바구니 털려던 그 찰나 터진 사건 때문에 근 한 달 가까이를 알라딘에서 거의 돈 안 쓰고 보냈습니다. 4월 12일을 해금일로 지정하고 있지만 사실, 그 사이에 몇 번 책 구입은 했습니다. 매우 소량이라는 것이 다를뿐이지요. 이전에 비하면 매우 적습니다, 매우.
전자책을 달랑 3건 구입했다는 건 굉장히 많이 참았다는 의미입니다. 지금 장바구니에 담긴 전자책은 이전의 배이지만 언제 결제할 수 있을지는 저도 모릅니다. 뭐, 알라딘 구매를 하더라도 괴롭히는(?) 방법은 하나 깨달았으니 돌아갈까에 대해 고려중이고요. 교보문고 외 기타 등등도 대안이 안되니 그렇습니다. 아, 물론 지역 서점을 이용하는 방법도 있긴 하나, 패스. 출판사를 살리려면 인터넷 서점이 외려 낫더라고요.
세 권 중 『그는 내 심장을 뛰게 한다』는 읽는 걸 까맣게 잊고 있었습니다. 『금요일에 만나요』는 상당히 즐겁게 읽었던 지라 감상 따로 쓰면서 팬레터(...) 보내야지 생각만 하고는 덩달아 잊었습니다. 『극한직업 던전상인』도 별도의 감상을 올릴 거라 짧은 소개만 달아봅니다.
양효진. 『그는 내 심장을 뛰게 한다』
로맨스, 현대.
...아마도 그럴 겁니다. 읽고 나서 감상이 올리겠....
양효진. 『금요일에 만나요 1-3』(세트). 러브홀릭, 2019, 9천원.
로맨스, 현대.
매우 즐겁게 읽었습니다. 두 회사원의 연애담으로, 재태크 카페의 신입회원이 재태크를 심각하게 못하는 것을 보고 카페 운영진들이 과외가 필요하지 않나 이야기하여 특단의 조치가 이뤄집니다. 약간의 사례와 함께 일대일 재테크 과외를 시작하기로요. 가장 기본적인 이야기부터 차근차근 시작하기 때문에 사회 초년생들이 재테크를 어떻게 해야하나, 자금 관리와 월급관리를 어떻게 해야하나 고민될 때 읽으면 좋습니다. 아니, 정말로 뼈가 되고 살이 되는 재테크 이야기가 많습니다. 단순한 로맨스가 아니라 오가는 재테크 정보 속에 싹트는 사랑이다보니.....=ㅁ=
물론 모든 사람들에게 맞는 방법은 없습니다. 그러니 골자만 파악하여 쓰는 겁니다. 제 경우는 매우 다른 자금관리 방법을 쓰고 있지만 골자는 같기 때문에 재미있었지요.
이미누. 『극한직업 던전상인 1-3, 외전』
BL, 판타지, 차원이동.
조아라 완결 직후 줄줄이 감상을 적었으므로 이쪽에서는 살짝 접습니다. 교통사고 후 정신차려보니 이상한 NPC가 따라붙은 언데드가 되었습니다. 그것도 던전 초입에서요. NPC에 해당하는 이상한 인형은 던전의 최종 클리어를 목표로 하는 용사파티에게 여러 재료를 갖다 주고 대신 영혼의 눈물을 받아야 안 썩고 움직일 수 있다는 조언을 줍니다. 그렇게 던전에서 상인이 된 언데드가 용사파티와 얽히고 꼬이고 또 풀어내면서 던전을 클리어하는 이야기입니다. 던전의 클리어 보상이 무엇인지는 보면 압니다. 알면 재미없지요.
양효진. 『그는 내 심장을 뛰게 한다』. 러브홀릭, 2018, 4천원.
양효진. 『금요일에 만나요 1-3』(세트). 러브홀릭, 2019, 9천원.
이미누. 『극한직업 던전상인 1-3, 외전』(세트). 시크노블, 2019, 12900원.
자아. 이제 선택을 해야합니다. 『극한직업 던전상인』의 감상을 먼저 쓰느냐? 『금빛 눈의 고양이』를 먼저 쓰느냐?
신간이 아닌 이런 책들은 보통 도서관 서가에서 책을 훑어보다가 발견합니다. 브라우징이라고 하지요. 서칭과 브라우징은 둘다 검색이지만 목적에 따라 다르게 파악합니다. hearing과 listening 둘 다 듣기라고 번역하지만 전자는 소리가 귀에 들어오는 행위를 말하고 후자는 귀기울여 듣는 것을 말한다던가요. 그와 비슷합니다.
다도 관련 책은 자주 보는 편이 아닙니다. 한국 다도책은 전통문화 관련이나 테이블웨어, 세팅과 관련한 내용을 다룬 책을 주로 봅니다. 한국 차문화를 본격적으로 다루면 철학과 고문이 어우러진 졸린 책이기 마련이니 조용히 피하는 편이지요. 이 책은 사진이 많고 열두 달의 계절에 맞춰 차를 소개하는데 한국적이면서 또 고루하지 않고 세련된 찻상차림이 눈에 들어오더랍니다.
차를 우려서 찻잔에 마시되, 아름답게 보이려면 유리잔도 좋답니다. 글라스웨어, 그것도 와인잔이나 샴페인잔, 아니면 이탈리아 유리공예의 잔들에서 자주 보이는 손잡이에 색을 넣은 그런 유리잔을 씁니다. 얼핏 보기에 샴페인 같기도 하여 매우 잘 어울립니다.
다식도 간단하게 만드는 것이 많습니다. 손은 가지만 그래도 복잡하지 않은 다식이더군요. 그러니까 송화다식 같은 것이 아니라, 시판 카스테라를 뭉쳐 다식판에 찍어 내는 것만으로도 멋진 다식이 나온다는 겁니다. 떡도 만들지만 보고 있노라면 밀가루와 달걀을 이용한 디저트보다 힘은 더 들어도 손은 덜가는 것 아닌가 싶기도 합니다. 떡은 치니까 힘이 들지만, 이쪽은 망칠 확률이 낮아 보이거든요.
떡도 시루에 올려 쪄내는 설기케이크 외에도, 멥쌀을 쪄서 쳐댄 다음 아이스박스쿠키(냉동반죽쿠키) 만들듯이 색깔을 넣어 도로록 말아 썰면 끝입니다. 구울 필요 없이 가열한 떡을 쳐서 색만 넣고 모양을 내는 것이니까요. 반죽 색을 어떻게 넣느냐에 따라 화사하게도 단아하게도 나옵니다. 아이디어가 매우 멋집니다.
여름에는 찻자리에 월남쌈을 미나리로 묶어 낸 작은 보쌈을 만듭니다. 투명한 쌀피 속으로 보이는 채소의 색에, 진한 미나리로 묶어 내니 눈이 호강합니다. 아마 이런 여러 아이디어들도 경험과 연륜에서 나오는 것이겠지요.
정확한 다례를 지키는 것만이 아니라, 생활에서 차를 즐기는 방법에 대해 멋지게 알려줍니다. 여기저기 도서관에 더 신청해둬야겠네요.:)
이연자. 『찻자리, 디자인하다』. 오픈하우스, 2010, 22000원.
책 정보 추가하려고 검색하다보니 우옷. 역시 종가집 자주 다니는 분이었군요. 최근에 나온 『대한민국 명문종가』를 비롯해 종가집 방문기 여럿을 냈습니다. 책 내용에도 어디 종부에게 배웠다, 종가집에서 배웠다던데 그럴만 합니다.
다만 2009년에 있었던 한식 세계화 포럼의 이야기는 등골 서늘하게 지나가는 부분이.(먼산)
까맣게 잊고 있었는데 전자책과 종이책 리뷰를 올려야 했습니다. 흠흠. 하지만 넋이 나갔더라 해도 양해해주시길. 이번 주의 제 상태는 조금 많이 메롱하니까요.
그러고 보니 2월의 종이책 독서기는 글이 없습니다. 저는 그 이유를 알고 있으니 얌전히 접습니다. 2월 초부터 작업에 들어간 G4가 영향을 주어 2월에는 스트레스성으로 전자책만 폭식했습니다. 그래놓고 3월에 종이책이 늘어난 것은 한 달 지나니 느슨해진데다, 도서관에 다시 다니기 시작한데다, 3월 초에 일어난 알라딘 사태((링크1)(링크2)(링크3)) 때문에 3월 8일 이후에는 알라딘을 거의 안 질렀습니다. 거의라고 애매모호하게 적은 것은 그 사이에 구입한 책이 한 권 있기 때문입니다. 까맣게 잊고 있었네요. 잊지말고 감상기 쓰고 전자책 독서기도 올려야지요. 하여간 그 때문에 종이책 독서기를 아예 안 올린 2월과 다르게, 3월은 꽤 있습니다. 대부분이 실용서라는 것이 문제로군요.
열린책들편집부. 『열린책들 편집 매뉴얼 2019』
출판, 편집.
안 읽었습니다. 책 사다놓고 안 보고 그대로 쌓아 놓은 상태네요. 그런 책이 한 둘 아니지만 이 책도 그럴 가능성이 높습니다. 기억이 맞다면 서가 어딘가에 편집 매뉴얼 초기 판이 있을 건데 어디 숨어 있나 찾을 수 있을까요. 아니, 폐기했나? 하여간 그래도 다른 책보다는 읽을 가능성이 조금 높습니다.
여왕. 『구원자의 요리법』
판타지, 차원이동.
로맨스 없습니다. 초반에는 백종원의 집밥백선생을, 그 다음에는 로빈슨 크루소 모험기 타입의 무인도에서 살아남기를 펼치며, 그 다음에는 백종원의 골목식당, 그 뒤에는 본격 판타지모험액션을 찍다가 마지막에는 은퇴합니다. ... 아니, 틀린 요약이 아니라 정말로요. 판타지로도 상당히 매력적인 이야기라 좋습니다. 물론 음식의 이야기가 100% 재현되지는 않지만 흥미롭습니다. 그리고 배가 고프니 읽으실 때는 반드시 옆에 먹을 걸 두고 보세요. 그렇지 않으면 후회할 겁니다. 최소한 커피나 우유라도!
하야시 유키오, 하야시 다카코. 『근사하게 나이들기』
노년생활, 생활방식, 의복.
의복 제작과 유통 일을 하던 부부의 수필입니다. 가벼운 쪽은 아니고 굳이 따지면 이렇게 살아왔다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네요. 어릴 적부터 아는 사이다가 결혼하고, 같이 부부로 살면서 의복 쪽 동업을 하고. 남편이 더 자유분방하고 아내는 차분한 쪽인데 둘이 섞여 가는 이야기가 글에도 녹아 있습니다. 다른 것보다 사진이 멋집니다. 화사한 색의 옷과 차림이 편하면서도 자유롭게 보여서 말입니다. 가볍지만 또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오타 시오리. 『사쿠라코 씨의 발밑에는 시체가 묻혀 있다 5』
일본소설, 추리소설.
이쪽도 간략 감상을 올렸지요. 고이 방출 예정입니다.
듀나. 『장르 세계를 떠도는 듀나의 탐사기』. 우리학교, 2019, 13000원.
문학론.
문학론...이라고 해둡니다. 읽은 것이 수요일이라 4월 도서에 들어가지만 구입일이 3월이니 일단 올려봅니다. 4월에도 많이 읽을 수 있을지는 모르겠고.
SF와 추리를 포함해 다양한 장르의 다양한 이야기를 합니다. 소설에 국한된 것이 아니라 이야기 전반, 그러니까 영화 등등의 내러티브도 포함하고 있고요. 가볍게 읽을 수 있으나 곰씹다보면 가벼운 이야기만은 아닙니다. 혹시 로맨스의 이야기가 궁금한 분들은 내려 놓으세요. 로맨스는 초반에 어떠한 이유로 아예 뺐습니다. 왜 빼냐고 투덜댔지만 읽고 나니 매우 타당한 이야기라 마음을 접었습니다. 크흑. 하기야 『폭풍의 언덕』도 『제인 에어』도 로맨스 맞죠. 그런 맥락에서 로맨스가 빠진 겁니다.
주현진, 안주희, 이지원. 『그저 그런 날에, 특별한 식탁』
요리, 음식.
... 읽었는데 왜 기억이 안날까요. 자기 직전에 훑어 보아서 그런가.
양정은. 『사는 동안 좋은 일만 있으라고』
생활, 보자기, 관혼상제.
주제어가 특이하지만 하여간 관혼상제 이야기입니다. 한국의 관혼상제에 맞춰 여러 선물을 보자기로 포장하는 방법을 소개하고 간략하게 준비하는 여러 선물들을 선보입니다. 주로 호호당에서 만드는 보자기를 소재로 하는데 G가 그러더군요. 예전에 릴리의 돌선물로 돌린 그 보자기가 호호당의 보자기였다고. 원래 다른 선물을 포장하는 용으로 함께 온 거였는데 세트였답니다. 이제 듣고서야 알았습니다.
보자기 포장이지만 천이라면 다 잘 어울리지 않을까 싶습니다. 천으로 하는 포장에 관심 많으시다면 추천합니다. 무엇보다 보자기 포장하면서 꽃매듭으로 장식하는 모양새가 예쁩니다.
피에르 에르메 외. 『일류 셰프의 파운드케이크』
음식, 디저트, 파운드케이크.
최근에 읽었던 디저트나 후식 관련 책 중에서 손꼽을 정도로 마음에 들었습니다. 구매를 진지하게 고려중이고요. 제목 그대로 유명 파티시에의 파운드케이크 레시피만 모았습니다. 프랑스도 파운드케이크로 부를 수 있는 레시피가 있어 그걸 소개하더군요. 기본의 파운드케이크 외에 다양한 변주들을 모았는데, 매우 상세하게 소개해서 좋습니다. 난이도가 있긴 하지만 제대로 된 파운드케이크를 만들겠다면 이쪽을 추천합니다. 아이디어 도움 받을 것도 상당히 많아 좋습니다.
...보고 나면 파운드케이크가 급격하게 먹고 싶어집니다. 단점이라면 단점이네요.
가와타 가쓰히코. 『완전판 레시피: 과자의 기본』
음식, 디저트, 과자.
이쪽도 상당히 좋습니다. 프랑스 과자 만들기의 기본을 하나하나 소개하는데, 얇지만 좋은 책입니다. 이쪽은 프랑스과자 전반을 다루고 있어서 위의 파운드케이크 책과는 또 다릅니다. 마음에 들어서 이쪽도 구매를 고려중입니다. 예전 같았으면 원서로 이미 구입했을 책이지만 원서는 몇 번 보고 얌전히 꽂아 놓고 ... ... 하기야 번역서도 그렇지요.
아, 가장 만들어보고 싶었던 건 위켄드입니다. 역시 레몬파운드케이크는....!
마쓰다 유키히로. 『처음 시작하는 구근식물 가드닝』,
정원, 조경, 구근.
집에서 구근식물 키우는 법을 사진과 함께 매우 자세히 소개했습니다. .. 만 솔직히 다 읽고 나면 꽃도 소모품인가 싶은 생각이 들어 서글픕니다. 물론 구근식물 중심이라 꽃 보고 나서 구근 관리 잘하면 그 다음해에도 볼 수 있지만, 예쁘게 관상용으로 두기 위해서 화분에 심어 키운다음 흙을 잘 털어 씻어 내 자갈류와 함께 유리 그릇에 담아 놓습니다. 그리고 나중에 다시 관리하고요. 분재 비슷하게 만든 유리그릇의 테라리움도 마찬가지입니다. 일주일에 한 번씩 잘 씻어 주라는데, 그럴 자신이 없습니다. 집에서 비슷한 종류 키워봐서 알지만 박박 문질러 닦아야 하는지, 그냥 물만 갈아주면 되는지 모르겠단 말입니다. 깔끔하게 관리할 자신이 없으니 그렇기도 하고요. 올해 가을에는 구근 몇 들여서 한 번 시도해볼까 싶기도 합니다.
구근에 관심 있으시다면 구근 관리, 곰팡이 핀 구근 구제법, 수경재배, 장식 등 다양한 내용을 자세한 사진과 함께 소개하고 있으니 참고하세요.
열린책들편집부. 『열린책들 편집 매뉴얼 2019』. 열린책들, 2019, 7800원. 여왕. 『구원자의 요리법』. 필프리미엄에디션, 2019. 14000원. 하야시 유키오, 하야시 다카코. 『근사하게 나이들기』, 염혜정 옮김. 마음산책, 2019, 14000원. 오타 시오리. 『사쿠라코 씨의 발밑에는 시체가 묻혀 있다 5』, 박춘상 옮김. 디앤씨북스, 2019, 11000원. 듀나. 『장르 세계를 떠도는 듀나의 탐사기』. 우리학교, 2019, 13000원. 주현진, 안주희, 이지원. 『그저 그런 날에, 특별한 식탁』. bread, 2018, 17000원. 양정은. 『사는 동안 좋은 일만 있으라고』. 디자인하우스, 2018, 24000원. 피에르 에르메 외. 『일류 셰프의 파운드케이크』, 권효정 옮김. 유나, 2019, 15000원. 가와타 가쓰히코. 『완전판 레시피: 과자의 기본』, 조수연 옮김. 한즈미디어, 2019, 15000원. 마쓰다 유키히로. 『처음 시작하는 구근식물 가드닝』, 방현희 옮김. 한즈미디어, 2019, 2만원.
종종 제 트위터 타임라인에는 로맨스가 전무한 로맨스판타지소설의 이야기가 올라옵니다. 뭐냐하면, 로맨스만 있었을 당시 여러 요청에 따라 로맨스판타지를 별도 범주(카테고리)로 분리했더니, 이제는 주인공이 여자이면 무조건 로맨스 판타지로 분류된다는 겁니다. 작가가 여성일 경우에도 높은 확률로 로맨스판타지가 된다고요. 그래서 로맨스가 손톱만큼도 없는 소설들이 로맨스 판타지로 분류되고, 심지어 그 때문에 소설 평점이 '로맨스 판타지에 로맨스가 없다'는 이유로 깎인다는 겁니다. 참 희한하지요. 그런 대표적인 작품으로 언급되는 것이 『에이미의 우울』입니다. 주인공인 에이미에게는 연애가 전혀 없지만 주변 사람들은 한 사람 한 사람이 장대한 로맨스 서사시를 써내릴 정도로 연애를 합니다. 에이미의 어머니가 그렇고, 에이미 이복아버지의 전처의 딸이 그렇고요. 그 구체적인 내용은 앞서 감상기에 적었으니 여기서는 접어둡니다. 하여간 왜 이 이야기를 꺼냈느냐, 지금 소개하는 소설도 로맨스가 전혀 없는 판타지 소설이기 때문입니다.
책을 구입하게 된 계기는 매우 단순합니다. 오랜만에 홍대 북새통 문고에 가서 책을 사고, 여기저기 얼쩡거리며 확인하고 있을 때 이 책을 서가에서 발견합니다. 그리고 당황합니다. 저자가 여왕이래요. 제가 아는 그 작가가 맞다면 이 책은 무조건 사야합니다. 그래서 돌아오자마자 장바구니에 담아 놓고 결재를 했습니다. 그리고 그게 3월 둘째 주 금요일이었고, 그 날 알라딘 사태가 터졌습니다. 받아 놓은 책도 뜯기 싫어 잠시 방치했다가 뒤늦게 읽고는 힐링했습니다. 그리고는 후회했지요. 그냥 북새통에서 사올걸 그랬다고 말입니다.
다 읽고 나니 매우 흡족합니다. 다만 책 뒷면의 소개글은 일종의 함정입니다. 매우 느낌이 달라요. 초반에는 평범한 일상에 이상한 인물이 끼어들어왔다 쯤인데, 그 다음에는 무인도에 떨어져서 한참 자급자족생활을 합니다. 물론 주인공은 평범한 일상을 지내온 사람만은 아니니까 그 섬을 탈출합니다. ... 아니, 정말로. 제가 기억하는 한에서 일반인의 무인도 표류기 정석은 옛날 옛적에 읽은 모 BL인데, 그쪽은 아주 현실적이지요. 주인공인 유정이 혼자 식량을 모으고 배를 타고 탈출해서 저 멀리 있는 다른 땅으로 갈 수 있었던 건 이 섬이 열대 지방에 가깝게 아주 큰 추위는 없는 곳이어서 그렇습니다. 뭐, 신의 가호 같은 것도 있었겠지만 기본적으로는 한국이 아니니까 가능했지요. 그러고는 잠시 정착해서 일을 하다가, 또 다른 일에 휘말려서 여행을 떠납니다.
그래서 챕터마다 분위기가 휙휙 바뀝니다. 유정의 직업이 요리사라는 건 초반에 소개되었지만, 보통의 요리사가 아니라 온갖 것을 다 자급자족 생산할 수 있는 인물입니다. 지식도 있고, 기술도 있습니다. 거기에 체력도 충분히 갖추고 있고요. 그러니 처음에는 니모를 길들이고, 그 다음에는 이세계의 무인도에 떨어져 혼자 살아 남고, 그 다음에는 혼자 섬을 탈출했다가 구출되며, 거기서 직업 얻을 길을 엽니다. 이세계의 다른 이들을 만나고서 알았지만 여기는 판타지세계가 맞고, 무엇보다 식문화가 매우 뒤떨어진 세계입니다. 유정은 혼자 이 세계에 식생활 혁명을 일으키고요. 물론 혼자서만 하지는 않습니다. 뒤로 가면 갈 수록 판은 커집니다.
식문화 혁명이라는 점에서 이런 저런 다른 소설들이 떠오를 수 있습니다. 『플레누스』가 대표적이지요. 하지만 결이 다릅니다. 플레누스는 신이 직접 다른 차원의 영혼을 환생시킨 뒤 신물을 통해 식생활 혁명을 주도합니다. 그리고 식생활을 넘어 문화와 공학기술 전반에도 엄청난 혁명이 일어납니다. 주인공이 신의 힘을 업었다고는 하나, 혼자서 농업혁명과 산업혁명을 동시에 일으킨 셈이지요. 『구원자의 요리법』은 조금 다릅니다. 식문화 혁명은 두 번째 일이고, 가장 중요한 건 살아남기입니다. 믿고서 따라온 사람이 어디론가 사라져 만날 수 없게 되었다는 구조는 요코와 케이키(『십이국기』)와도 닮았습니다. 하지만 유정은 요코와는 달리 그 자체로 완성되어 있습니다. 굳이 따지자면 고등학생과 김병만 정도로 비교할 수 있네요. 아니, 정말로. 요코는 일반 고등학생이었지만 유정은 <정글의 법칙>에 나오는 족장님 못지 않습니다. 나무베고 여러 재료를 구해 움막을 짓고, 진흙을 떠다 구들 있는 집을 4일 만에 완성합니다. 항아리도 여럿 빚어 그 속에 젓갈을 담고, 나중에는 조청까지 만들어 냅니다. 식초를 만들기 위해 알코올 제조부터 시작하는 것도 마다하지 않습니다. 대단한 인물이에요. 그리고 그런 힘은 초반뿐만 아니라 뒤로 가면 더더욱 빛이 납니다. 희한하게도 앞이 아니라 뒤에서 빛이 납니다.
연 하나 없던 유정은 결국 이세계에 정착합니다. 내용폭로라고 생각하실 수 있지만, 읽다보면 안가겠다 싶지요. 여기가 이렇게 좋은 공간이 있고 좋은 능력이 생겼는데 왜 가나요. 그냥 눌러 앉아도 문제 없고, 나중에는 아주 대단한 후견인도 생깁니다. 그러니 마음 맞는 사람들과 함께 즐거이 살아가는 이 곳을 선택하는 것도 당연한지 모릅니다. 어떻게 보면 이 이야기는 어디 발 붙이고 마음 붙일 곳 없던 인물이 자신의 힘으로 길을 쌓아 올려 결국에는 원하던 것을 이뤄내는 길을 그려냈는지 모릅니다. 다 읽고 나면 배도 고프지만 괜히 더 흐뭇하네요. 마지막의 후일담까지 읽으면 그렇습니다.
여성이 주인공이고 남성도 존재하나 로맨스는 없습니다. 있는 것이라고는 여러 기회와 모험뿐입니다. 판타지세계 속에서 역경을 헤쳐 나가 세계를 구하는(농담 아님) 주인공이 보고 싶으시다면 꼭 읽으세요. 다만, 배부를 때 보시는 걸 추천합니다. 배고프시다면 매우, 큰 고통을 겪으실 겁니다.
여왕. 『구원자의 요리법』. 필프리미엄에디션(뿔미디어), 2019, 14000원.
다 읽고 나니 엉뚱하게 『패스파인더』가 떠오릅니다. 저는 도중에 포기하고 내려왔지만, 이 분 쓰신 다른 글들도 굉장히 매력적이지요.:)
일설에는 한남문학이니 어쩌니 하는 소리가 들리던데.. 아니, 그쪽은 양남입니다. 양남이든 한남이든 어쨌건 편향적인 가치관으로 쓴, 현재의 인권 수준에는 올바르지 않은 소설과 글들이 꼭 나쁘지만은 않습니다. 우리에겐 다양한 읽기 방법이 있습니다. 이름하야,
비판하며 읽기
이 말이 싫다면 비판적으로 읽기라는 것도 있습니다. 비판하며 읽기는 그 때 그 때 올바르지 않은 부분을 지적하며 읽는 방법이라 보고, 비판적으로 읽기는 비판적인 시각을 갖고 읽는 것...이라고 제멋대로 생각합니다. 어쨌건, 그 문헌을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이 아니라 현재의 시각과 가치관을 갖고 올바르지 않음을 지적하고 따져가며 볼 수 있으니까요. 따라서 고전은 고전이기 때문에 그 나름의 가치를 갖습니다.
블라디미르 나바코프의 『롤리타』도 그렇지요. 비뚤어지고 자기중심적인 시각을 가진 자가 화자이므로 이 소설의 이야기는 그대로 믿어서는 안됩니다. 애초에 작가도 저런 놈은 되지 맙시다라는 의도에서 썼다는데 엉뚱하게 저 주인공에게 감정이입하는 독자들이 있다는 거죠. 그러니까 읽는다면, 화자가 가진 자기 중심적인 생각과 사고방식, 행동을 하나하나 조목조목 따져가며 범죄행각을 봐보자고요. 그리고 롤리타의 입장에서 화자인 작가는 어떻게 보일까도 생각할 수 있을 겁니다.
여러 모로 밈이 된 현진건의 『운수 좋은 날』도 마찬가지입니다. 제목 자체가 아이러니, 모순을 말하고 있지요. 그리고 김첨지의 말과 행동도 제목처럼 서로 따로 놉니다. 그런 아이러니를 두고 김첨지를 해석한다거나 그 사회에 비춰 다시 본다거나, 현대에도 이런 일이 벌어지는 가 등을 생각할 수 있습니다.
고전은 많은 경우가 그 시대상과 사회를 반영하기 때문에 고전이 됩니다. 그 시대가 살아 있는 문헌인 겁니다. 그러하니 시대나 사회상, 배경을 빼놓고는 이해하기 어렵습니다. 문헌만 단독으로 들고 오면 이게 뭐? 소리를 듣기 쉽고요. 게다가 유행하던 문체도 매우 다릅니다. 문체를 두고 싸우다보면 정조의 실책으로 보기도 하는 그 문체반정 같은 사태도 벌어진다고요. .. 아니, 여기까지는 아닌가.
하여간 책만 덩그라니 들고 오면 안됩니다. 텍스트는 컨텍스트 속에서 읽는 겁니다. 그러니까, 작품은 그 전후맥락을 파악하고 봐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반쪽 이해밖에 안된다고요.
아침부터 주저리주저리 떠들고 있지만 요점은 하나입니다.
"빻은 텍스트라 비난하지 말고, 어디가 빻았는지 분석하자."
요즘 말로 그렇다는 겁니다. 고상하게 표현하면
"문제가 있는 텍스트라 비난하지 말고, 어디에 어떤 문제가 있는지 조목조목 따져 분석 비판하며 읽자."
입니다.
독서의 궁극적인 목표는 이쪽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저걸 제대로 하려면 읽기 능력과, 올바른 가치관, 그리고 그에 따른 체계적인 분석, 마지막으로 이 분석을 다른 사람들에게 제대로 전달할 수 있는 쓰기 능력이 필요하니까요.'ㅂ'
일단 사진 찍은 다섯 권 중 셋은 읽었습니다. 정확히는, 둘은 읽었고 하나는 초반과 결말 확인하고 덮었고, 다른 둘은 아끼는 중입니다. 아끼면 안되는 건 알지만 못 읽고 두고 있으니 어쩔 수 없네요. 역시 트위터를 접어야...(...)
트위터를 훑는 것으로 활자 중독 증상이 해소되거나 혹은 강화되기 때문에 오히려 책을 손에 안 잡게 되더군요. 의도적으로라도 좀 읽고 좀 써야하는데 많이 게으릅니다. 역시 이 모든 것은 봄....!
『근사하게 나이들기』는 나중에 종이책 감상기 모음에 짤막하게 올릴 거고, 『구원자의 요리법』은 따로 감상기를 올릴 겁니다. 투덜투덜 불평을 올릴 『사쿠라코 씨의 발밑에는 시체가 묻혀 있다』는 종이책 감상기에 올릴까 하다가 생각을 정리할 겸 끄적여 봅니다. 오늘 올릴 다른 글도 지름목록의 연장이라, 오늘도 그런 글 쓰면 안되겠다는 위기감이 왔기 때문입니다.
『사쿠라코 씨의 발밑에는 시체가 묻혀 있다』는 1권이 아니라 5권부터 구입했습니다. 이전부터 제목은 들었지만 라이트노벨은 최근에 거의 손을 안댔기 때문에 이 책도 그러려니 생각하고 피했습니다. 트위터 타임라인에 간간히 보이다가, 이 책이 법의학쪽을 다룬 책이란 이야기에 잠시 고민하고는 5권을 구입했습니다. 가장 최근에 나온 것이 5권이고, 초판 한정 일러스트 엽서가 있다는 말에 혹한 겁니다. 1권은 높은 확률로 그 엽서가 없을 거라 봤거든요. 원래는 홍대 총판에 간 김에 집어올 생각이었는데, 북새통은 온라인에서만 이 책을 취급하더랍니다. 의외로 수요가 없었는지도 모르지요.
5권부터 읽어도 어차피 기본 얼개는 대강 알고 있었던 터라 따라가는데 크게 문제는 없었습니다. 어쩌다가 권세 있는 집 가문의 성격 독특한 아가씨와 얽힌 고등학생 남자아이의 이야기라고 파악하고 봤지요. 그런 분위기가 조금은 더 진중하게 그려진 것 외에 큰 차이는 없습니다. 아가씨도 약간 물정 모르고 사람과는 친하지 않은, 흔히 표현하는대로는 지식계입니다. 거기에 얼결에 휘말란 보통의 남학생이군요. 원래대로라면 별로 접점도 없었을 것이나, 조금은 차분하고 사쿠라코와 관련된 일이라면 먼저 손 뻗어 나서고 싶어하는 그런 인물입니다. 적어도 5권에서 파악한 주인공의 성격은 그렇습니다. 앞은 휘말리는 단계였을 것이니 그 정도까지는 아니었을지도요.
다만, 그렇게 취향에 맞는 소설은 아니었습니다. 5권에서 나오는 X라는 인물은 앞서의 사건들과도 관련이 있어 보입니다. 굳이 표현하자면 렉터 박사에 가깝겠네요. 사쿠라코는 자신이 매우 존경하는 숙부의 발자취를 쫓다가 반복적으로 등장하는 X의 존재를 알아채지만, 사건에 관련은 있되 직접적인 관련자는 아니고, 범인은 또 별도로 존재하다보니 X는 경찰의 수사 대상과는 거리가 멉니다. 자극은 주지만 그것이 자극이라고 인식하고 있는 것은 X, 그리고 쫓는 입장인 사쿠라코와 그 주변 몇몇 뿐입니다.
어떻게 보면 정석적인 이야기지만 풀어나가기에 따라서는 흥미롭지요. 하지만 저는 여기서 얌전히 손을 떼었습니다. 주인공들의 움직임이 제가 원하던 것과는 조금 다르더랍니다. 인간관계가 넓지 않아보이는 사쿠라코는 '나'와 함께 사건을 조사하러 가고자 합니다. 거기까지 보고서 결말부로 건너 뛰었는데, 절정 쯔음에서 예상대로의 사건이 일어나더니 또 예상대로의 흐름이 이어집니다.
클리셰보다는 예상대로라는 것이 맞습니다. 주인공은 '아가씨'라 이모저모 서투르고, '나'는 원래 그렇게 오지랍이 넓은 편은 아니나 아가씨와 관련된 일만은 예외입니다. 아니, 솔직히 말하면 '나'가 고등학교 남학생이 아니라 여학생이었다면 오히려 더 재미있지 않았을까 생각은 합니다. 뭐, 그렇게 나올 가능성은 매우 낮지요.
범인이 벌이는 여러 사건이나 그 뒤의 대사도 예상할 수 있는 범위 안이고, 뒷 이야기가 더 나와야 하다보니 X의 이야기는 간접적으로만 나옵니다. 5권이 흥미로웠다면 다시 1권으로 넘어가 차근차근 읽어볼 생각이었지만, 거꾸로 손을 놓는 것이 낫겠다 싶었습니다. 이전에 10권으로 완결된 라이트노벨계 추리소설을 볼 때와 비슷한 느낌입니다. 그 때도 4권인가 쯤에서 손을 놓았더랬지요.
중간 난입이지만 그래도 한 권을 읽고 나니 대체적으로 취향에 안 맞겠다는 생각입니다. 홋카이도 배경이라 풍경 묘사만이라도 괜찮았다면 계속 읽었겠지만 일단 이 책은 여기서 접습니다. 기회가 된다면 1권부터 다시 보겠지만 글쎄요... 음....
오타 시오리. 『사쿠라코 씨의 발밑에는 시체가 묻혀 있다 5』, 박춘상 옮김. 디앤씨북스, 2019, 11000원.
...디앤씨였군요. 여기 책은 묘하게 읽고 나면 취향에 안 맞는 경우가 발생한단 말입니다. 그것도 꽤 높은 확률로.;
법의학 기반의 추리소설이니 그쪽 좋아하신다면 의외로 재미있게 보실 겁니다. 하지만 제가 좋아하는 법의학은 미국드라마 『본즈』나 링컨 시리즈라 이쪽과는 거리가 좀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