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아라 연재작 중 각괄호-[]-로 작가명이 묶인 소설은 출판사에서 계약 후 홍보용으로 연재하는 소설들입니다. 리디북스나 문피아에서 넘어오기도 하더군요. 처음에는 모르고 넘어갔다가 그렇게 작가명이 묶인 소설들은 나중에 프리미엄 전환되는 것을 보고 깨달았습니다. 어디에서 연재되던 소설인지는 잘 모르지만.. 하여간. 오늘 아침에 꺼내 든 『헌터 세상의 정원사』는 리디북스 쪽에서 연재되었던 모양입니다. 리디북스에서는 181화중 25화까지 무료지만 조아라는 현재 기준 45화까지 올라와 있습니다. 아직 조아라 프리미엄 전환은 안되었습니다.
소설 읽는 입장에서는 노블레스보다는 프리미엄이 낫더랍니다. 시즌권에 가까운 노블레스와는 달리, 프리미엄은 원하는 화만 선택적으로 결제해 읽을 수 있습니다. 완결부근을 확인하여 결말에 별 문제 없는 걸 확신하면 다시 보기도 하고요. 아직 리뷰는 못 올린 『요리의 신』도 100화까지 프리미엄 무료가 풀린 것을 확인하고, 결말부분만 확인한 다음에 아예 전자책으로 구입했습니다. 전권 구입하길 잘했다고 지금도 생각하지요.
『요리의 신』 감상글에서 따로 적겠지만, 이 소설은 읽으면서 걸리는 부분이 없이 편안히 보았습니다. 성차별적 발언도 드물고, 애초에 주인공이 굉장히 신사적입니다. 아니, 등장하는 거의 모든 남자들이 다 그렇습니다. 예외적인 인물도 있으나 그 인물들이 어떻게 되는지는 읽어보시면 압니다.
어쨌건 읽으면서도 '판타지치고 성인지감수성이 높은 편이고 그런 문제 없이 본 몇 안되는 소설'이라 감탄했습니다. 아니, 뭐, 편견일지도 모르지만 판타지소설은 저 감수성이 낮은 경우가 많단 말입니다. 그건 여성이 쓴 소설이라고 감수성이 높지도 않으며, 남성이 쓴 소설이라고 낮지만도 않습니다. BL을 많이 읽는 입장에서도 성인지감수성을 넘어서, 인권감수성이 현격히 떨어지는 작품들이 많습니다. 흔히 피폐코드를 달고 나오는 소설이 그렇습니다. 감정이입도가 높은 편이라 피폐는 안봅니다. 초반에 주인공이 고생한다면, 그 고생하는 부분은 뛰어 넘고 후반부터 보기 시작하기도 합니다. 그럼에도 정서적 학대나 인권유린이 등장하면 고이 뒤로 무릅니다.
성인지감수성도 같은 맥락입니다. 『헌터 세상의 정원사』는 최하급 헌터인 주인공에게 어느 날 특별한 능력이 주어지고, 주인공은 군자(君子)와도 같은 모습으로 속세에 초연하며 약한 것을 보듬고 아끼면서 능력을 활용합니다. 이 능력이 꿈 속의 정원을 가꾸는 것이고, 그 정원은 테라리움과도 같아 보이지만 헌터 세상 속의 던전과 연결되어 있습니다. 45화 즈음에는 이 정원 속에 갇힌 다른 헌터와의 이야기도 등장하고요.
정원을 가꾸는 모습이나 다른 동물의 모습이 매우 귀엽습니다. 그건 좋습니다. 하지만 이 소설의 성인지감수성은 낮은 편입니다. 굳이 따지자면 소설 속의 등장인물은, 80-90년대의 무협지에 등장하는 여성의 모습과 닮아 있습니다. 고고하고 능력도 뛰어나지만, 독자적이라기 보다는 남성의 부속 혹은 액세서리 같아 보입니다. 이 소설에서도 많은 여성 등장인물은 속세에 초연한 주인공에게 관심을 갖는다거나, 그 관심이 '여성성으로 남성을 유혹하는' 모습으로 그려집니다. 그런 묘사가 꼭 나올 필요가 없음에도, 여성의 외모가 뛰어남을 강조하거나, 성적 유혹을 하고 있다는 모습을 강조하거나, 친구로 생각하고 있다면서 우정이 아니라 애정을 표현하는 듯한 모습이 자주 나옵니다. "저 여성은 (고고해서) (성격이 나빠서) 그럴 사람이 아닌데." 주인공과 함께 있는 장면이 많습니다. 거기에 여성에 대한 외모 비하, 성적 희롱이 일상화된 인물의 등장 등이 매우 걸리더군요.
저련 묘사나 장면이 없어도 됩니다. 빼도 소설 진행은 문제가 없습니다. 강하기를 원하는 여성을 그려내도, 가장 강했던 이에게 경쟁의식을 품었고 그가 실종된 뒤에도 더욱 노력하여 강한 인물이 되었다고 해도, 그런 이들의 외모를 굳이 묘사하지 않아도 전개가 가능합니다. 그래서 이야기를 읽는 내내 더 아쉬웠습니다. 정원도 좋고 주인공의 성격도 좋고 테라드론도, 댕이도, 범이도 좋은데 묘사가 걸립니다.
리디북스의 리뷰를 보니 그 뒤에도 여성들이 주인공에게 호감을 갖고 몰리는 전개가 계속되나 보군요. 그냥 45화까지 재미있게 보았지만 거기서 접는 것이 다행일지도 모릅니다.
앞서 보았던 『회귀한 톱스타의 힐링라이프』도 이와 비슷하게 게임 시스템이 현실의 생활에 반영되었다는 이야기였습니다. 이 소설도 게임 물품을 현실 세계에 들고 오면서는 거기에 의문 품는 사람이 없다는데서 개연성 부족으로 조용히 내려놓았습니다만. 『요리의 신』말고 또 괜찮은 소설 없을지 열심히 찾아보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