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을 적다가 기억을 더듬어봤습니다. 아무리 찾아도 제가 읽은 로맨스소설 중에는 아이돌 소재가 없더군요. 주로 로맨스판타지만 읽다보니 아이돌 소재가 나올 가능성이 매우 낮긴 하지만 조아라에서 찾아 읽은 순위권의 소설들도 현대 배경은 대개 평범한 이야기나 회사 이야기가 많지 아이돌이나 연예계쪽은 많지 않습니다. 연예계로 키워드를 바꾸면 그건 또 있고요. .. 라고 적다가 떠올려보니 『보이지 않는 이야기』나 『들리지 않는 이야기』가 아이돌이긴 합니다. 다만 남자주인공이 아이돌이고 여자주인공은 평범한 쪽이란 것. 여자주인공이 아이돌인 소설은 기억에 없네요. 더 솔직히 고백하면 여자주인공이 아이돌인 소설 하나를 읽은 적 있지만 기억에서 지웠습니다.(먼산)



BL소설은 아이돌 소재도 자주 등장합니다. 일단 전자책으로 구입한 것만 꼽아도 『세컨드 런』, 『그의 엔딩 크레디트』, 『Rewind Time(되돌아온 시간)』, 『HOST』의 셋이 있고요. 이퍼브 계열에 아직 들어오지 않아 구입하지 못한 책과 출간 예정작으로 『퍼펙트 이디어츠』, 『딜라잇(Delight)』이 있습니다. 그리고 조아라 연재작이자 아직 완결은 아지 않은 『BLACK』, 잠시 글 다듬느라 습작하신다더니 소식이 없는 『갑의 전설』, 뮤지컬 소재로 영역을 넓히면 뮤덕인 아이돌이 소속사의 낙하산으로 뮤지컬 주역을 맡게되어 생기는 일을 다룬 『뮤지컬 좋아해?』가 있지요. 같이 뮤지컬을 소재로 했지만 이쪽은 노래보다는 공연 자체가 중심인 『투탑(Two Top)』도 있고 연예계, 그 중에서도 연기로 넓히면 출간예정작인 『십이월기담』, 『꽃이 지다』, 할리우드를 배경으로 하는 『원 모어 퍼킹 타임』, 『소설처럼』, 출간작으로는 『스물여섯』과 『최고의 악역』이 있습니다. 모두 구입 예정작이나 구입작입니다. 아닌 것까지 포함하면 훨씬 넓습니다.

.. 솔직히 말하면 보고 나서 기억 안나 못 적은 작품이 더 많지요. 하하하.;ㅂ; 다 뒤지는 것은 무리고, 이 작업 하려면 이전에 로맨스소설 분석할 때처럼 아예 제가 작업을 해야합니다. 불가능하진 않지만 시간이 많이 소요되어 문제죠.



대체적으로 아이돌은 현대 배경이라 적당히 감수하고 봅니다. 현대배경의 소설은 잘 쓰면 잘 쓸 수록 주인공의 감정 이입도가 높습니다. 그래서 등장인물들과 함께 마음고생하기 쉬우니 그렇게 많이 보는 편은 아님에도 전자책 서가에 꽤 있습니다. 『세컨드 런』은 종이책으로도 구입하고 전자책으로도 구입했고, 『퍼펙트 이디어츠』는 소장본으로 구입 후 전자책을 기다립니다. 『그의 엔딩 크레디트』는 전자책으로만 구입했고 그나마도 이퍼브에 입고가 늦어서 한참을 기다렸습니다. 연재 당시에 가장 많이 돌려본 것이 아마 『그의 엔딩 크레디트』와 『갑의 전설』이 아닐까 싶네요. 『세컨드 런』도 재미있게 보았지만 이쪽은 발행된 뒤에 더 많이 보았습니다. 『퍼펙트 이디어츠』도 꽤 보았고, 『BLACK』도 마찬가지지요.


『BLACK』는 맨 처음으로 접한 제대로 된 아이돌소재 소설이었다고 기억합니다. 조아라 연재 초반부터 챙겨보기 시작했고, 내용 자체도 회귀나 빙의 등의 소재가 없는 이야기입니다. 이쪽은 원래 있던 멤버 한 명이 연예인병말기로 퇴출 당하고, 그 자리를 메우기 위해 들어온 재민(주인공)의 적응기와 성장담을 담습니다. 아이돌의 활동 모습이나 팬들의 반응을 중심으로 진행되고, 초반에는 다공일수의 모습을 보였다가 연재 후반부에는 멤버 중 가장 젠틀한 훈이랑 연애를 시작합니다. 최근에는 확인해보지 않았지만 아마 아직까지도 내용을 볼 수 있을 겁니다.



『세컨드 런』, 『Rewind Time』, 『그의 엔딩 크레디트』는 판타지적 요소가 들어갑니다. 『세컨드 런』은 교통사고로 사망한 뒤 아이돌 멤버의 몸으로 들어갔다는 점에서 『갑의 전설』과 비슷합니다. 양쪽의 차이는 빙의 과정에 주인공의 의지가 있었느냐 없었느냐 입니다. 『세컨드 런』은 원하지 않았는데 강제로 빙의된 것이었고, 평소 알고는 있었지만 영문학도라 전혀 관련 없던 분야로 뛰어듭니다. 반면에 『갑의 전설』은 주인공이 원래 무명배우였고 이제 막 주연을 맡으려던 상황이었으며, 마찬가지로 억울한 상황에서 사망한 풋내기 아이돌의 몸으로 들어갑니다. 그 과정에서 양쪽의 동의가 있었고 주문(?)이 있었지요. 자신이 지금까지 살아온 것처럼 살지 말아 달라는. 그렇기 때문에 주인공들이 가는 방향은 다릅니다. 『세컨드 런』의 요한은 아이돌은 한철 장사니까 인기 있을 때 열심히 벌어서 노후를 편하게 보내겠다는 것이 목표였지만 차츰 그 뜻이 바뀌어 갑니다. 이름은 같은 영문학도 요한은 팀에는 애정이 있었던 원 주인과 달리 팀에도 무엇에도 별 흥미가 없다가 점차 플루토라는 팀 자체에 애정을 가집니다. 모든 것을 버리고 가라앉으려다 마음을 고쳐먹은 뒤 읊조리는 파우스트의 대사가 인상 깊었습니다. 근데 이거 어느 번역 버전일까요. 책마다 조금씩 다 다르던데?

『갑의 전설』은 지금까지의 설움을 딛고 막 날아오르려던 순간 사망한 이영이, 아직 새파랗게 어리지만 그 때문에 갑질동영상 파문에서 일어서지 못하고 주저 앉으려던 고흔영의 몸에 들어가, 고흔영으로 살아가려는 이야기를 다룹니다. BL로 등록되었지만 감정적 교류 정도로 끝나고 연애 라인은 거의 없습니다. 우기면 있긴 있을 테지만 대체적으로는 연애대상으로서의 사랑보다는 우정이나 관심에 가까운 애정입니다. 그러고 보니 이 소설 읽다가 조혈모세포 기증 등록을 했습니다. 참 좋은 소설입니다..(...)


『퍼펙트 이디어츠』는 연재 당시 제목이 『완벽한 병신들(Perfect Idiots)』이었습니다. 병신이라는 단어의 유래 때문에 영문 제목을 한글로 읽은 제목으로 출간했습니다. 소장본은 그냥 영어 제목만 달았다고 기억합니다. 아이돌이 되려는 생각이 없었지만 사장님의 스토킹과 회유에 얼결에 끌려가 비주얼만 좋은 아이돌그룹에서 메인 보컬을 맡습니다. 초반의 다른 멤버들은 음치에 가까울 정도로 노래를 못불러서 음색 좋고 발전성도 높았던 다운이가 간택(?)되었던 것인데, 그 목소리에 홀랑 반한 아이돌팀의 메인보컬이 덕질하다가 둘이 연애 시작하는 이야기입니다. 다운이의 원래 직업은 아프리카 게임BJ고 소득도 상당히 높아서 아이돌에 올인할 필요는 없었는데... 소속사 사장의 '당사자는 원치 않는 배려'가 화를 키웁니다. 개인적으로 가장 좋아하는 장면은 다운이가 복면가왕 출연했을 때의 에피소드와, 모든 일이 해결된 뒤에 카메라 켜고 방송하는 장면입니다. 다운이 참 귀여워요.///


그 중에서도 가장 자주 보는 것은 『그의 엔딩 크레디트』를 꼽습니다. 연재 당시에도 굉장히 좋아했지요. 전자책으로 나온 뒤에는 외전부분이 상당히 늘었습니다. 3권의 상당수가 미연재부분이고요. 주요 소재는 회귀입니다. 앞서도 간략 감상을 적은 적이 있지만 이 소설은 주인공인 정유수를 중심으로 아이돌 그룹 Mr.Dear의 결성과 성장, 그리고 1위하기까지의 이야기들을 다룹니다. 연재된 부분까지 보면 회귀하기 전 내내 고생만 했던 유수가 새로운 그룹으로 다시 정상에 서고 그리고 성공한 덕후가 되어 연애를 시작한다는 이야기지만 추가된 이야기를 보면 감상이 바뀝니다. 유수 자신의 재생기 같더군요.

뒷 이야기까지 종합해서 보면 버스터의 리더였던 정유수는 자신이 썼던 곡을 팀과 소속사를 위해 가장 인기있는 멤버인 동갑내기 친구에게 넘깁니다. 하지만 친구는 그 은혜를 모르는 사이에 마약을 복용시키고, 자신이 저지른 마약 유통과 마약 복용의 사건을 뒤집어 씌우는 것으로 갚습니다. 그 때문에 유수는 소속사와의 계약을 파기당하고, 결국에는 광팬에게 칼에 찔려 죽습니다.

죽고 나서 정신차려보니 8년 전. 아직 데뷔하기도 전이고 아직 연습생이었을 때입니다. 그리하여 그 때부터 모든 것을 바꿔 나갑니다. 가장 큰 방향 전환은 소속사에서 빠져나와 바로 군대를 가는 것이었지요. 소속사를 나와 군대를 가면서 악우와의 연도 끊어집니다. 그리고 자대에서 두 명의 중요한 사람을 만납니다. 연습생으로서 계속 남을 수 있게 춤의 기회(...)를 제공한 김산하 병장, 그리고 오디션 받을 기회를 우연찮게 만들어 준 동기 박웅. 동기라지만 제대하기 전까지 내내 막내였던 유수에게는 둘 다 한참 위의 형입니다. 박웅이 다섯 살 연상, 김산하는 아마 그보다 위였을 겁니다. 여섯 살 연상이었나요. 유수의 예능 끼를 북돋은 두 사람이니 빼먹을 수 없지요. 하여간 박웅의 소개로 오디션을 본 뒤에는 같은 레이블을 할 박태서를 만나고 제대하자 마자 바로 같이 데뷔할 아이돌 멤버들을 만납니다.

재미있는 것은 모든 이야기의 시점이 유수 시점이라 정작 유수 본인의 이야기는 안 보인다는 겁니다. 물론 태서 시점의 이야기가 중간중간 들어가지만 전부 알 수 있는 건 아닙니다. 진한이가 경연대회 출신으로 싱어송라이터였다는 것, 지호가 실력파 배우라는 것, 레이가 인기 높은 아이돌 그룹의 리더라는 것은 유수가 이야기 합니다. 하지만 버스터의 리더로, 정해진에게 가려져 본인은 그냥 예의바른 리더로만 있었는지 궁금하네요. 회귀 전의 이야기는 유수의 회상이 아니면 알 수 없지만 자세히 안나옵니다. 그건 현재의 모습도 마찬가지고요. 나무위키의 틀을 빌린 맨 뒤의 위키항목은 일부나마 어떻게 자리를 잡았는지 알 수 있지만 멤버들이나 주변인들의 구체적인 평가는 알 길이 없습니다. 간접적인 평가라면 짐작 가능하지만. 유수가 전 곡을 맡았던 앨범 '유품'의 평가를 보면 나브지는 않았나보다 생각할 따름이고요. 하지만 뒷 이야기는 더 나오진 않겠지요.

『그의 엔딩 크레디트』 감상이 긴 것은 짜임새도 그렇고 가장 취향의 이야기이기 때문입니다. 회귀해서 그 전의 것들을 모두다 바꾸고, 그렁에도 이미 한 번 가본 그 길의 기억 때문에 공포를 겪고, 그 공포가 강화되고. 모든 것이 끝난 뒤에는 행복하게 잘 살았을 것이다 짐작할 수 있는 몇몇 이야기만 남은 그런 소설.




적고 싶었던 이야기는 대강 다 풀어낸 것 같으니 슬슬 모임으로 돌아갑니다. 조금씩 다들 늦으실 모양이군요.-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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