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한직업 던전상인』의 리뷰는 이번이 두 번째입니다. 본편 연재가 조아라에서 끝났을 당시 한 번 감상을 올렸던 적이 있고(링크) 리디 연재 하는 동안은 손대지 않았고 그 뒤에 약 두 달의 연재 독점 기간과 전자책 출간 후 다시 한 달의 출간 독점이 있었던 걸로 기억합니다. 왜 이 이야기를 꺼내냐면, 그래도 벚꽃 필 때보다는 빨리 보았지만 상당히 오래 기다려 책을 보았다는 말을 하고 싶어서입니다. 기다림이 참으로 길었지요.
리디 연재 독점은 기다리면 무료 형태의 새로운 게시판에 새롭게 올라갔던 걸로 기억합니다. 저야 리디북스는 그 주변까지 손 안대니 뭐....'ㅂ'
그러니 마지막으로 읽었을 때와 책으로 보았을 때의 괴리감이 조금 있었습니다. 이건 연재소설이 출간된 뒤 다시 보았을 때도 종종 느끼는 것인데, 이번에 가장 중점적으로 느낀 부분은 케르츠입니다. 원래 인물 자체가 맹목적이지만, 그 이유가 더 세밀한 모양입니다. 읽는 동안 케르츠가 거슬린다 생각하진 않았으니까요. 어떤 면에서는 반동인물이지만, 케르츠의 반발은 파티의 던전 공략 목적과 과정에서 적절한 양념이 됩니다. 모든 일이 술술 풀릴 수는 없고, 문제는 외부인 던전 자체뿐만 아니라 내부의 갈등도 포함하니까요. 하넨도 더 적극적으로 움직이며 상황을 개선해 나갑니다. 체력이 안 좋은 건 맞지만 케르츠가 붙으면 또 달라지지요. 거꾸로 상인과 케르츠가 같이 있으면 긴장이 됩니다. 조마조마한 마음이 드는데- 연재 당시에 들었던 케르츠와 상인의 묘한 분위기는 또 거꾸로 없습니다. 케르츠는 상인에게 나름의 호감을 갖고 있고 또 그런 분위기가 있었지요. 그걸 걷어낸 것 같은 분위기라, 본편은 그 자체로 한 편의 판타지입니다. 그러니까 BL은 Boy's Love가 아니라 Boy's Life입니다. 던전에 들어간 이들과 중간에 난입한 던전 상인은 서로 만나고 그 안에서 생활합니다. 호감은 쌓이지만 에로스적 Love 보다는 같은 파티원에 대한 공감대에 가깝습니다. 그러니까 함께 구르고 고생하고 주고 받는 상품과 눈물™ 속에 쌓이는 경험과 강점! 초반에는 단순히 물건을 사고 팔면서 경험치가 쌓이지만 던전 퀘스트는 점점 더 어려워지고, 급기야는 상인이 파티원으로 초빙되어 옵저버로 활약합니다.
상인이 없었다면 이 파티의 던전 공략은 매우 어려웠을 겁니다. 특히 그 괴이한 시계가 있는 방에서의 모습은 던전상인이 극한직업이라는 사실을 다시 한 번 확인시켜주며, 그걸 넘어서 그로테스크하기도 합니다. 이런쪽에 면역이 없는 분이라면 진저리칠만한 묘사이기도 하지요.
외전 빼고 본편만 보면 정진정명 미궁(던전) 클리어 판타지입니다. 던전만 클리어한 것이 아니라 삐를 클리어하고 삐와 삐를 구하였으니 미궁공략은 완벽히 수행하고 진엔딩을 보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그 보상으로 던전상인은 새로운 가족을 얻었으며, 그 이후의 또 다른 퀘스트는 미궁의 마지막 층까지 무사히 깬 이들에게 주어지는 작은 보상일 겁니다.
이미누. 『극한직업 던전상인 1-3, 외전』. 시크노블. 2019, 세트 12900원.
몇 번이고 강조하지만 L은 외전에 있습니다. 그러니까 Love요. 일반적으로 말하는 그 베드씬도 외전 맨 뒤에 있습니다. 본편에서 잠시 등장했던 모 아이템은 어떻게 되는지 이야기가 없었는데 외전에서 풀립니다. 그 에피소드 참 재미있었지요. 그런 의미에서 또 다른 외전은....(눈물) 그 다음을 기약합니다.
L이 외전에 있으니 본편만 보신다면 '소년(혹은 어린이 혹은 청년)들의 끈끈한 우정을 다룬 판타지'로 기억하실 수 있습니다. 그런 방향도 은근 추천합니다. BL이라고 내려 놓기에는 아쉬운 판타지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