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단 사진 찍은 다섯 권 중 셋은 읽었습니다. 정확히는, 둘은 읽었고 하나는 초반과 결말 확인하고 덮었고, 다른 둘은 아끼는 중입니다. 아끼면 안되는 건 알지만 못 읽고 두고 있으니 어쩔 수 없네요. 역시 트위터를 접어야...(...)

트위터를 훑는 것으로 활자 중독 증상이 해소되거나 혹은 강화되기 때문에 오히려 책을 손에 안 잡게 되더군요. 의도적으로라도 좀 읽고 좀 써야하는데 많이 게으릅니다. 역시 이 모든 것은 봄....!





『근사하게 나이들기』는 나중에 종이책 감상기 모음에 짤막하게 올릴 거고, 『구원자의 요리법』은 따로 감상기를 올릴 겁니다. 투덜투덜 불평을 올릴 『사쿠라코 씨의 발밑에는 시체가 묻혀 있다』는 종이책 감상기에 올릴까 하다가 생각을 정리할 겸 끄적여 봅니다. 오늘 올릴 다른 글도 지름목록의 연장이라, 오늘도 그런 글 쓰면 안되겠다는 위기감이 왔기 때문입니다.



『사쿠라코 씨의 발밑에는 시체가 묻혀 있다』는 1권이 아니라 5권부터 구입했습니다. 이전부터 제목은 들었지만 라이트노벨은 최근에 거의 손을 안댔기 때문에 이 책도 그러려니 생각하고 피했습니다. 트위터 타임라인에 간간히 보이다가, 이 책이 법의학쪽을 다룬 책이란 이야기에 잠시 고민하고는 5권을 구입했습니다. 가장 최근에 나온 것이 5권이고, 초판 한정 일러스트 엽서가 있다는 말에 혹한 겁니다. 1권은 높은 확률로 그 엽서가 없을 거라 봤거든요. 원래는 홍대 총판에 간 김에 집어올 생각이었는데, 북새통은 온라인에서만 이 책을 취급하더랍니다. 의외로 수요가 없었는지도 모르지요.



5권부터 읽어도 어차피 기본 얼개는 대강 알고 있었던 터라 따라가는데 크게 문제는 없었습니다. 어쩌다가 권세 있는 집 가문의 성격 독특한 아가씨와 얽힌 고등학생 남자아이의 이야기라고 파악하고 봤지요. 그런 분위기가 조금은 더 진중하게 그려진 것 외에 큰 차이는 없습니다. 아가씨도 약간 물정 모르고 사람과는 친하지 않은, 흔히 표현하는대로는 지식계입니다. 거기에 얼결에 휘말란 보통의 남학생이군요. 원래대로라면 별로 접점도 없었을 것이나, 조금은 차분하고 사쿠라코와 관련된 일이라면 먼저 손 뻗어 나서고 싶어하는 그런 인물입니다. 적어도 5권에서 파악한 주인공의 성격은 그렇습니다. 앞은 휘말리는 단계였을 것이니 그 정도까지는 아니었을지도요.


다만, 그렇게 취향에 맞는 소설은 아니었습니다. 5권에서 나오는 X라는 인물은 앞서의 사건들과도 관련이 있어 보입니다. 굳이 표현하자면 렉터 박사에 가깝겠네요. 사쿠라코는 자신이 매우 존경하는 숙부의 발자취를 쫓다가 반복적으로 등장하는 X의 존재를 알아채지만, 사건에 관련은 있되 직접적인 관련자는 아니고, 범인은 또 별도로 존재하다보니 X는 경찰의 수사 대상과는 거리가 멉니다. 자극은 주지만 그것이 자극이라고 인식하고 있는 것은 X, 그리고 쫓는 입장인 사쿠라코와 그 주변 몇몇 뿐입니다.


어떻게 보면 정석적인 이야기지만 풀어나가기에 따라서는 흥미롭지요. 하지만 저는 여기서 얌전히 손을 떼었습니다. 주인공들의 움직임이 제가 원하던 것과는 조금 다르더랍니다. 인간관계가 넓지 않아보이는 사쿠라코는 '나'와 함께 사건을 조사하러 가고자 합니다. 거기까지 보고서 결말부로 건너 뛰었는데, 절정 쯔음에서 예상대로의 사건이 일어나더니 또 예상대로의 흐름이 이어집니다.


클리셰보다는 예상대로라는 것이 맞습니다. 주인공은 '아가씨'라 이모저모 서투르고, '나'는 원래 그렇게 오지랍이 넓은 편은 아니나 아가씨와 관련된 일만은 예외입니다. 아니, 솔직히 말하면 '나'가 고등학교 남학생이 아니라 여학생이었다면 오히려 더 재미있지 않았을까 생각은 합니다. 뭐, 그렇게 나올 가능성은 매우 낮지요.


범인이 벌이는 여러 사건이나 그 뒤의 대사도 예상할 수 있는 범위 안이고, 뒷 이야기가 더 나와야 하다보니 X의 이야기는 간접적으로만 나옵니다. 5권이 흥미로웠다면 다시 1권으로 넘어가 차근차근 읽어볼 생각이었지만, 거꾸로 손을 놓는 것이 낫겠다 싶었습니다. 이전에 10권으로 완결된 라이트노벨계 추리소설을 볼 때와 비슷한 느낌입니다. 그 때도 4권인가 쯤에서 손을 놓았더랬지요.



중간 난입이지만 그래도 한 권을 읽고 나니 대체적으로 취향에 안 맞겠다는 생각입니다. 홋카이도 배경이라 풍경 묘사만이라도 괜찮았다면 계속 읽었겠지만 일단 이 책은 여기서 접습니다. 기회가 된다면 1권부터 다시 보겠지만 글쎄요... 음....




오타 시오리. 『사쿠라코 씨의 발밑에는 시체가 묻혀 있다 5』, 박춘상 옮김. 디앤씨북스, 2019, 11000원.



...디앤씨였군요. 여기 책은 묘하게 읽고 나면 취향에 안 맞는 경우가 발생한단 말입니다. 그것도 꽤 높은 확률로.;



법의학 기반의 추리소설이니 그쪽 좋아하신다면 의외로 재미있게 보실 겁니다. 하지만 제가 좋아하는 법의학은 미국드라마 『본즈』나 링컨 시리즈라 이쪽과는 거리가 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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