엊그제 모 잡지의 무서운 책 관련 이야기를 보다가 문득 떠올랐습니다. 최초의 공포소설이 뭐였을까?
기억을 더듬어 보면 『검은 고양이』일 가능성이 높은데, 확신은 없습니다. 그게 아니라 다른 작품이 있을 수도 있겠다 싶더라고요. 그래서 더듬어 보았습니다.
최초의 공포소설: 「붉은 양초와 인어」
최초의 로맨스소설: 『2100년의 인어공주』
최초의 모험소설: 『암굴왕』
최초의 무협소설: 『야광충』
최초의 역사소설: 『삼국지』
최초의 추리소설: 『기암성』
최초의 판타지소설: 『머나먼 산』
최초의 SF소설: 「27세기 발명가」(번안버전)
이게 100% 맞는 건 아닙니다. 기억하는 모험 소설 중에 계몽사인가 삼중당문고인가도 있어서 『타잔』이나 『일리아드』를 모험소설에 넣을 여지도 있거든요. 「붉은 양초와 인어」는 계몽사의 녹색책으로 읽었고, 사실 거기서 읽은 다른 시리즈를 모험소설에 넣을 수도 있습니다. 모험소설이라기엔 전승이나 전래동화에 가깝겠네요. 그래도 「붉은 양초와 인어」는 확실히 공포소설입니다. 그 일러스트 참 멋졌어요. 일본의 인어 전설을 아는 지금에 와서는 「붉은 양초와 인어」의 이야기가 안델센의 「인어공주」에 이어진 것이지, 일본 원래의 인어 이야기와는 다르다는 걸 알지만요. 아니, 이건 삽화의 문제인가.
『2100년의 인어공주』는 최초로 구입해서 본 로맨스소설로 명명합니다. 흠흠흠. 넓게 보면 이거 SF이기도 하고요. 이름을 한국식으로 바꾼 이야기였지만 지금 생각하면 웃음만 납니다. 하하하하.
다른 곳에서도 몇 번 언급한 적 있지만, 『야광충』은 제가 읽은 첫 번째 무협지입니다. 『수호치』보다도 이쪽이 먼저고요. 하지만 읽은 시기로 따지면 『삼국지』가 훠어얼씬 앞섭니다. 최초의 추리소설이 『기암성』이란 건 확실히 기억합니다. 「27세기 발명가」 또는 「27세기 발명왕」은 다른 곳에서 번안한 내용을 먼저 보았다가, 나중에 SF문고로 읽고는 이게 원작이었구나 라고 깨달았습니다. 번안 버전은 딱 앞부분의 이야기만 차용했고, 그 뒤의 치정싸움(...)은 안했더랍니다. 지금생각하면 이거 뭔치킨(...)형 남주판타지, 아니 남주SF의 주요 갈래로군요. 하하하하하. 먼치킨이 아니라 뭔치킨 수준입니다.
최고도 함께 적으려고 했으나 너무 어렵습니다. 최고로 찍을 소설이 한 둘이 아니라 동시다발적으로 떠오르거든요.
<최고의 소설(現)>
공포: 노조키메
로맨스: 플레누스 1부
모험: 암굴왕(笑)
무협: 강호애가(BL)
역사: 삼국지
추리: 열세가지 수수께끼
판타지: (너무많음)
SF: 별의 계승자
저렇게 적었지만 일단은, 저 타래를 적었던 엊그제 기준입니다. 오늘을 기준으로 삼으면 또 달라집니다.
공포는 미쓰다 신조의 미쓰다 신조 시리즈 전반. 그리고 오노 후유미도 좋습니다. 아야츠지 유키토는 취향보다 더 판타지계라서 슬쩍 밀어 놓습니다. 일단 공포는 이 둘이 최강입니다.
모험은 여전히 암굴왕입니다. 몽테크리스토 백작이 아니라 암굴왕이라 적은 것은 모처의 애니메이션을 떠올리면서라고 해두지요. 아. 명작입니다, 그 작품. 그거 DVD만이라도 구해둘까 싶네요.
..라고 생각하고 찾아봤더니 DVD 상자가 2480엔. 0이 하나 덜 붙은 것이 아니라 저 가격 맞습니다. 다만 DVD는 코드 프리가 아니니 조금 골치 아픕.... 블루레이는 거기에 0이 하나 더 붙습니다. 중요한 건 아래의 성우진입니다.
아는 분은 아시겠지만 애니메이션 『암굴왕』은 몽테크리스토와 알베르가 주인공입니다. 그리고 성우진이 홍시호와 김일이었어...OTL 더빙판 못 들은 것이 아쉽네요. 어흑.
무협은 예전만큼 많이 읽지는 않으나, 가장 재미있고 또 재미있게 읽는 현재진행형은 저 강호애가입니다. 만약 뇌리에 깊게 남은을 기준으로 삼는다면 또 다릅니다. 가장 기억에 남는 무협은 『꿈을 걷다』 2009에 실린 단편입니다. 지금 확인하니 한상운의 『거름 구덩이』로군요. 공포소설로서도, 여름에 읽기 좋은 서늘한 소설로서도 최고입니다. 이 단편이 뇌리에 깊게 각인된 것은 그 시각화 때문입니다. 설정도 그렇고 맨 마지막의 마무리까지 아주 마음에 들었거든요. 한 번 찾아보세요.
역사는 다아시 경 시리즈도 넣을까 잠시 망상했지만 참았습니다. 역사쪽은 상대적으로 덜 보다보니 삼국지 다음으로 꼽을 작품이 없습니다. 아마 본다면, 마스터스 오브 로마 시리즈가 아닐까 생각만 합니다. 에, 그 외에는 『바다의 도시 이야기』 정도? 아니면 『로도스 섬 공방전』을 꼽을 겁니다. 시오노 할망을 좋아하지 않지만 결국 그 할망의 수필과 소설이 지금의 저를 만들었음은 부인 못합니다. 성공한 오타쿠로서의 이상적인 모습...(...)
추리소설은 너무 많아서 탈입니다. 다아시 경 시리즈는 또 들어가도 좋고, 캐드펠 수사님 시리즈도 좋고, 엘러리 퀸도 좋고, 파일로 밴스와 브라운 신부도 좋습니다. 오히려 일본 추리소설이 이 경우는 밀려 나네요. 만약 서가에 딱 한 권만 남기라 하면 일본소설은 싹 치우고 이쪽만 남길겁니다. 가장 큰 이유는 역시 절판 여부지요. 절판된 책은 일단 서가에 채워 놓고 봅니다. 못구하는 책은 남겨야해요.
로맨스소설도 만약 종이책으로 한정한다면 ... 남길 책은 거의 없네요. 전자책으로만 출간된 책은 그대로 보관하면 되니(...) 종이책만 따지면 매우 줄어듭니다. 종이책-그러니까 개인지로만 나온 몇 소설을 생각하면 BL만 몇 남고 대부분의 로맨스소설은 빠집니다.
로맨스소설은 다른 소설보다 로맨스에 중점을 두는 일이 많지만, 여기도 마찬가지로 '장르소설을 통해 얻는 지식'이란 기준을 세우면 남는 것은 많지 않습니다. 정연주와 양효진의 소설은 거의 남지만, 그 외에는 아마 미련없이 방출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여기서도 BL은 예외. 다음에 책 정리할 때는 이 부분을 생각하며 해봐야겠네요. 정리 목표는 앞으로 2년쯤 뒤니까 그 때 한 번에 털어야지.=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