짤막 감상은 모아서. 일단 두 권 모두 구입 고려 중입니다. 서가 문제만 아니면 덥석 물었을 것인데, 자취방도 슬슬 책이 바닥에 쌓이는 상황이라 고민중으로 돌렸습니다. 본가는 두말할 나위 없지요. 서재로 쓰고 있는 베란다뿐만 아니라 책상 위에도 책이 마구 쌓이는 중입니다. 이거 언제 손대지 않으면 답 안나오는데....
그보다. 요즘 들어서 확실하게 깨닫습니다. 자취방에는 페이퍼팝 1단상자와 The DIY의 나무상자를 책상자로 쓰고 있지만, 종이상자는 책을 위에 많이 쌓았더니 여지없이 휘어집니다. 아무래도 종이다보니 내구도가 떨어질 수밖에 없지요. 책 무겁게 쌓으실 분들은 그냥 나무 쓰세요. 나무가 무겁지만 내려 앉을 위험은 종이보단 덜합니다. 크흑. 물론 많이 안 쌓으면된다는 답을 내놓으시는 분도 있을 테지만, 그게 가능할리가 없잖아요. 책은 원래 증식하는 겁니다.
본론으로 돌아와서.
『심플리 인 시즌』은 심플리라는 이름의 카페에서 내놓았던 여러 메뉴 만드는 법을 간략하게 소개합니다. 그것도 1년의 제철 과일에 맞춰서요. 애초에 카페를 만들었던 이유 자체가 과수원집 조카, 과수원집 딸이어서 과일이 넉넉하다 못해 넘치게 있었고, 그 해 마침 상품성 없는 과일들이 왕창 나왔다는 것이 문제였다는군요. 낙과도 그렇지만, 과일도 올해의 양파처러 풍년 들면 가격이 폭락하고, 흉년되면 팔 물건이 없습니다. 농사는 정말로 운입니다. 뉴스 보면서 매번 그런 생각이 들더군요.
비슷한 종류의 책은 여럿 있지만 이 책이 재미있는 건 그렇기 때문에 독특한 과일이 많이 나온다는 겁니다. 하귤, 살구, 자두, 댕유지(댕유자)까지 나옵니다. 아, 영귤도 있었네요. 과수원이 제주에 있어 그렇다는군요. 하귤은 저도 시도해봤지만 담아 놓고 안 먹어 버리는 통에 아깝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이 책을 보고 나니 내년에는 다시 하귤마말레드를 만들어 볼까 싶네요. 댕유지도 그렇고요. 유자 마말레드도 상당히 맛있습니다.
살구나 자두는 한국에서 나는 과일의 특성을 더해, 어떻게 하면 맛있게 먹을 수 있을까를 고심하는 내용이 많습니다. 잼이나 청은 일본 번역서도 많지만 아무래도 한국과 일본에서 구할 수 있는 재료차이가 있지요. 이건 한국의 제철과일과 한국에서 구할 수 있는 설탕을 이야기하니 훨씬 재미있습니다. 그리고 이건 직접 담아보면서 고민했구나 싶은 부분이 참 많았지요.
.. 적다보니 배고프네요.
『잃어버린 장미정원』은 읽는 도중에 혈압이 올라서 트위터에, 썩을 동전, 썩을 아베를 외치게 만든 책입니다.
장미 좋아하시는 분들은 보세요. 꼭 보세요. 아베에게 엿 먹이기 위해서라도 꼭 봐야하는 책. 2011년부터 되뇌이는, 썩을 동전, 썩을 아베.
— Kirnan (@esendial) 2019년 7월 5일
<잃어버린 장미정원> - 마야 무어 https://t.co/5EnVSNcRh3 #aladinbook
(트위터 링크)
후쿠시마에는 후타바 장미원이라고, 30년 넘은 장미원이 있습니다. 장미에 조금씩 관심을 두었던 청년이, 아버지의 도움을 받아 과수원을 정원으로 가꾸고, 더 나아가 일본의 다양한 장미 품종을 모아 하나씩 가꿔 나갑니다. 전문적인 원예나 조경 공부는 하지 않았지만 워낙 타고난 손과 눈이 있어 아름답게 가꿨지요. 그 사진들이 책에 가득합니다.
앞에서 동전(도쿄전력, 東京電力)과 아베를 비난한데서 눈치채셨겠지만, 2011년의 후쿠시마 제1원전 사고 때문에 이 지역은 폐쇄가 됩니다. 원자력발전소 바로 근처더군요. 10km 안쪽이던가요. 그 부분 읽는 순간 분노 폭발. 하하하하하하하하. 저혈압 치료에 도움이 될까요. 하하하하하하하하.
정원이 유명했던 터라 사고가 난 그 해, 2011년에는 국제장미 박람회 등에서 방문 예정도 있었던 모양입니다. 그 직전에 사고가 난 셈이지요. 서둘러 피했지만 장미 정원을 들고 이동할 수는 없는 것이고, 그 이후에 다시 방문한 정원은, 갈 수 없는 곳이 되었습니다. 물건을 하나 가져가려 해도 모두 다 가이거 계수기로 검사를 하고 나와야 했답니다. 지금은 지바현의 어느 임시숙소에서 지내고 있지만 그것도 만기가 머지 않았다네요. 하아아. 어딘가로 다시 떠나야 할지 모르니 정원 가꾸기도 쉽지 않고요. 다행히 지금은 지바현에서 원예 관련 유치원 수업 등을 맡아 일하신다 하지만, 오랫동안 가꿔온 정원을 두고 왔어야 할 그 심정은 이루 말할 수 없을 겁니다.
...
올해 나무 하나를 잃을 뻔했을 때의 분노가 아직도 생생하게 올라옵니다. 엊그제 새싹이 올라오는 걸 확인하지 못했다면 아마 구구절절 또 한탄했을 겁니다.
적다보니 두 권 모두 집에 있어도 좋겠다 싶네요. 안되겠다. 일단 집에 쌓아 놓은 책들부터 다 읽고 그 다음에...!
이소영, 김현정. 『심플리 인 시즌』. 아지트, 2019, 18000원.
마야 무어. 『잃어버린 장미정원』, 김욱균 옮김. 궁리, 2019, 20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