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을 쓰려고 했는데, 업무 대타 뛰었다가 지금 심신이 피폐하여 진지하게 고민하는 중입니다. 이직 여부를 두고 말입니다. 1년 더 참을까, 어쩔까 고민되네요. 일단 이건 여름 지나고 생각하고 지금은 지금 고민부터 합니다.(먼산)

 

 

 

사진은 일본 스타벅스의 숏short 사이즈 아이스음료 컵. 아포가토 프라푸치노는 여기에 담아 주더라고요. 한국에는 작은 크기가 없어서 여행 때 들고 왔습니다. 커피가루를 담아 자동차 방향제 대신 쓰는 중입니다.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향이 시트러스계인데, 그쪽은 적당한 것이 없더라고요. 따로 살까 하다가 냄새 없애는 것이 더 낫겠다 싶어서 커피가루를 넣어뒀습니다.

 

 

다행히 비가 오지 않아서 아침운동은 무사히 했습니다. 그러면서 이런 저런 소설 잡담을 써봅니다. 크흠.

 

 

아침에 문득 떠오르더라고요. 내 갈 길을 가는 수 타입 중에서 누가 기억에 남는가의 문제.

 

 

violetcream. 『지금 그대와 나』

지금도 가끔 문득 떠오르는게, 주인공이 매우 독특합니다. 현대 배경이라 나올 수 있는 걸까요. 무엇보다 이 소설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은 '이거 먹고 떨어져'라는 중간방해자A의 앞에서 봉투 속 금액 보고는 시큰둥하게 안 받아요 하며 미는 겁니다. 그게 가능한 건, 재벌도 졸부도 아니지만 로또를 맞아 부자가 된 이가 주인공이기 때문입니다. 정말로요. 공을 사윗감으로 생각하던 방해자는 봉투를 들이밀지만, 그보다 더한 현금이 은행에 자고 있는 주인공은 시큰둥하게 답합니다. 단독 1등을 맞아 당첨금 전액을 수령하고, 부모님께도 얼마 드리고, 제주도에 바나나 농장을 가꾸며 주말마다 내려가고, 좋아하는 ROCK오빠들이 공연 오면 미친듯이 TAKE MY MONEY!를 외치고, 가끔 클럽에 가서 신나게 닭발을 뜯고, 정말로 맛없게 홍차를 내리면서도 안국동의 단독주택을 개조해 살림집과 홍차전문점을 둡니다. 물론 전담 아르바이트가 따로 있어서 높은 급료를 주며 일을 맡깁니다. 아르바이트는 그냥 심심풀이로 하는 것이고 안해도 상관 없습니다.

그런 독보적인 인물이라 더더욱 주인공이 뇌리에 깊게 남았을 겁니다.

 

 

세람. 『모형정원』

이쪽은 아포칼립스입니다. 아포칼립스에 도달하기까지의 과정은 과거의 이야기이고, 현재는 그 과거에서 엇갈렸던 두 사람이 아포칼립스 속에서 재회하는 겁니다. 그리고 그 과거의 일은 현재 두 사람의 교차 속에서 하나씩 드러납니다. 아포칼립스라고 하지만, 제목 그대로 이 소설은 일종의 에덴동산, 에덴동산프로젝트를 구현합니다. 가이드버스 세계관이라 그게 가능했을거라 보지만요. 가끔 보면 센티넬=에스퍼는 오메가버스의 알파들과 함께 인간보다 한 단계 진화한 초인류를 형상화한 것으로 보입니다. 인간보다 월등한 육체능력, 인간보다 월등한 정신능력을 갖고 있으니까요. 조금 많이 부럽습니다.

하여간 여러 상황에 휘말려도 끝까지 자기를 잃지 않고, 물론 시일이 지나 그렇지만 모든 사건의 핵심이었던 이를 나름 포용하는 걸 재미있게도 봤고, 양쪽이 대등한 관계에서 한 방씩 주고 받고는 손을 잡는 느낌이라 좋았습니다. 물론 다른 걸 다 떠나서, 15소년 표류기나 로빈슨 크루소의 연장선이라 더...

 

 

이미누. 『드림 오브 윈터』, 『청춘만가』

가끔 Dream of Winter인지 Winter of Dream인지 헷갈리지만, 축약이 드오윈인 걸 기억하면 바로 전자가 답이란 걸 깨닫습니다. 판타지, 혹은 아포칼립스의 중간 어드메라 판타지 배경 소설을 떠올릴 때면 같이 올라오더라고요. 무엇보다 읽은 시기가 비슷하고 서바이벌이라는 점에서 둘이 겹쳐 그런지 항상 묶여 연상됩니다.

현대물은 안 좋아한다지만 오메가버스는 잘 찾아 읽습니다. 작가마다 편차 보이기는 오메가버스 만한 것도 없지요. 어떤 작가가 쓰느냐에 따라 같은 오메가버스라도 굉장한 차이가 납니다. 이쪽은 好好고요. 피폐하다면 피폐하고, 가장 행복하다는 시점에서 가장 나락으로 떨어지는 모습을 현실적으로 그렸다는 점이 좋았습니다. 그리고, 돈만으로는 구할 수 없다-라는, 할리킹의 반석을 깨부수는 할리킹형 공이 나온 것도 재미있더군요. 한 사람의 인생을 구하는 것이 돈만으로는 가능하지 않지요. LOVE & PEACE. 사랑과 평화가 뒤따라야합니다. 정말로. 솔직히 뒷 이야기가 더 보고 싶지만 없어도 충만한 그런 이야기입니다.

 

 

위에 언급되는 이야기들은 대체적으로 밝으면서도, 긍정적입니다. 읽기에 따라 다르지만 저는 그렇게 보았습니다. 특히 결말의 밝음은 이들이 그 뒤에도 행복하게 살았음을 믿어 의심치 않게 만드니까요. 그런 의미에서 뜬금없이 아침 운동하다가도 생각나고 하나봅니다.

 

 

 

현대 배경 소설은 잘 읽지 않지만 종종 찾아 읽는 것 중에 다음의 둘이 있습니다.

 

장바누. 『그의 엔딩크레디트』, 『스푸너』

자주 읽는 것으로 따지면 전자. 회귀에 아이돌이라 흔하다면 흔한 조합이지만 정유수를 매우 좋아합니다. 1인칭 시점이라 유수 본인의 이야기는 거의 알 수 없다는 것까지 포함해서요. 마지막의 마지막에 모든 것을 내려놓고 벗어 던졌다는 것, 그 이후의 이야기는 아마도 나무위키가 모티브일 것인 뒷 이야기로만 알 수 있다는 것을 포함해서요.

스푸너는 검찰이나 경찰이 등장한 이야기 중에서도 한 손에 꼽을 정도로 좋아합니다. 스릴러인데다 해피엔딩, 그리고 꼭 행복하게 이야기가 마무리 될 것이라 믿을 수 있다는 점에서도요. 그래서 더욱 기억납니다.

 

 

별스러운.『문 세일링』, 『하이, 허니!』

문 세일링은 하와이에 대한 로망에 불을 질렀고, 하이 허니는 목공의 꿈을 다시 불러 일으킵니다. 현대 배경중에서도 아웃팅에 대한 두려움(?)을 하게 만드는 작품들이지만, 그래도 좋습니다. 후자는 아직 책으로 나오려면 조금 더 기다려야하지만 즐거이 기다릴 겁니다. 게다가 각 소설이 슬며시 연결되어 있다는 점도 좋군요. 녹빛나무 희린도도 그렇지만 돌려 읽기 시작하면 차례차례 다음권을 읽게 됩니다.

 

 

 

더 쓰다가는 한도 끝도 없이 길어질거라 이만큼. 일단 정리하고요. 6월 지나면 전자책 감상 올리면서 언제 서재 정리좀 해야겠습니다. 전자책 서재에도 나중에 볼거라며 쟁여 놓은 안 보는 책들이 눈에 들어와 치울 생각입니다. 데이터도 정리해야 된다니까요.=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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