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전 권도 그랬지만, 이번 권도 편집 후기에 『미시마야 변조괴담』이 나온 계기가 소개되었습니다. 요약하면, 원래는 『흑백』 한 권으로 끝내려던 미시마야 변조괴담은 『안주』가 나오고 『피리술사』로 이어졌고, 이렇다보니 작가는 '아예 백가지이야기-百物語로 방향을 잡고 계속 쓰겠다'고 선언했답니다. 진짜로 백 가지 이야기가 될지는 모르지만, 일생의 작품으로 잡았다니 기대해볼만 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권, 『금빛 눈의 고양이』는 미시마야 변조괴담이 더 길게 나아가기 위한 터닝포인트라 할 수 있습니다.

 

 

미시마야 변조 괴담은 원래 이렇게 시작합니다.

 

역참여관의 딸인 오치카는 소꿉친구와 약혼자 사이의 사건에 휘말려 마음에 큰 상처를 입고 에도에 있는 숙부집에 옵니다. 차남이었던 숙부 이헤에는 에도에서 멋들어진 주머니를 파는 행상일을 하다가 점점 키워, 미시마야라는 가게를 내고 운영하던 참입니다. 오치카를 에도로 보낸 건 사건의 중심지에서 멀리 떨어져 지내라는 주변 사람들의 배려였지만, 워낙 큰 상처라 치유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그러다 우연한 사건을 계기로, 이헤에는 자신의 바둑실을 흑백의 방이란 이름을 붙여 다시 꾸미고, 거기에서 오치카가 여러 사람들의 기이한 이야기를 듣도록 합니다.

 

괴담이기는 하나, 변종이라 미시마야 변종 괴담이랍니다. 주머니 가게인 미시마야의 여어쁜 조카가 괴이한 이야기를 듣고 수집한다고 하고, 그 이야기는 흑백의 방 밖을 나가지 않는다고 하자 여러 사람들이 괴담을 들고 오치카를 찾아옵니다. 그렇게 모인 이야기들은 또 다른 인연이 되기도 했지요. 오치카는 사랑 때문에 상처를 받은 이라 주변에서는 오치카를 보듬고, 마음이 오간 여러 사람들을 지나 지난 권에서 새로운 인연이 생깁니다. 이번 권은 그 인연이 이어지는 이야기이니, 아마 상황은 짐작하실 겁니다. 지난 권에서 판이 깔렸지요. 편집 후기에서도 언급했지만 오치카는 여러 인연을 떠나보내고 새로운 사람을 만났으며, 그리고 또 다른 사람이 오치카의 괴담지기(?) 자리를 맡습니다. 누구인지는 지난 권을 보았다면 다들 짐작할 그 인물입니다.

 

『금빛 눈의 고양이』가 표제로 올라온 것도 같은 이유라고 봅니다. 사실 원제는 그 앞의 이야기인 「기이한 이야기책」이지만 번역 문제 때문에 아마도 고양이를 표제로 올린 모양입니다. 원제는 『あやかし草紙』로, 유코씨가 말하는 대로 고시엔 사전에는 이렇게 소개됩니다.

 

そうし [冊子,草紙,草子,双紙]

(일설에 「サクシ」의 音便おんびん으로 「冊子」를 정자(正字)로 한다) 책자.

1.(「巻子本かんすぼん」에 대비한 말) 철한 서책.

2.仮名かな로 쓰인 책. 이야기(物語;ものがたり) ‧일기(日記) ‧가서(歌書)와 같은 류.

3.중세‧근세의 읽을거리로, 그림을 주로 삼은 소설. 대부분은 단편. お伽草子(とぎぞうし) ‧草双紙(くさぞうし)와 같은 류.

4.써서 아직 정돈되지 않은 초고. 초안(草案;そうあん). 또한 연습하는 글자나 그림을 쓰는 공책 류.

 

이 중에서는 1번에 가까울 겁니다. 뉴에이스 사전에서는 대중문학을 지칭한다고 나와 있으니 그 또한 해당될 수 있고요. 자세한 이야기를 하면 내용폭로가 되어 그건 빼고 적자면, 1과 3의 중간쯤이 될지 모릅니다.

 

 

총 다섯 개의 이야기가 실려 있고, 1편과 2편은 함께 읽는 것을 추천합니다. 1편을 읽고 나서 등골이 오싹했는데, 2편에서 그게 조금 풀렸거든요. 아마도 그 때문에 두 이야기의 끝부분을 살짝 대구로 만들지 않았나 싶습니다. 세 번째 이야기는 가장 튀는데, 공포는 공포이나 지나치게 기이한 내용이라 튑니다. 이상하다 싶을 때 네 번째 이야기가 뒤통수를 세 번쯤 때리며, 다섯 번째에서 아픈 뒤통수를 문지르며 마무리 합니다. 아니, 미미여사의 이야기는 아무것도 모르고 그냥 생으로 읽는 것이 제격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가능한 내용을 적지 않았고요.

어떤 의미에서는 가장 평범한 사람들의 이야기가 많았습니다. 그런 이들의 이야기가 있었으니. 금빛눈의 고양이는 보고서 떠올린 것이 엉뚱하게 하츠 아키코였으나, 그쪽과는 다른 이야기더군요. 근데 읽다보면 절로 그 고양이가 떠오릅니다. 『세상이 가르쳐준 비밀』에 나온 그 고양이를 기억하신다면 떠올리실 수 있겠네요. 다만 나무 종류가 완전히 다르긴 합니다.-ㅁ-

 

 

미야베 미유키. 『금빛 눈의 고양이』, 김소연 옮김. 북스피어, 2019, 16800원.

잊고 있었던 북스피어 책 한 권은 장바구니 담았으니 조만간 결제할 것이고, 고양이에 대한 책 한 권도 조만간 리뷰 올리겠습니다. 이번 주는 읽을 책이 한 권 있어 좀....(먼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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