뜬금없다 생각할지 모르지만 웬델 베리의 책을 읽을 때 자주 그런 생각을 합니다. 이런 인류는 그냥 멸망하는 것이 옳지 않은가 하고 말입니다. 물론 웬델 베리가 바라는 것은 인류 멸망이 아닙니다. 대규모 농업, 산업형 농업으로는 몇몇만 고소득을 올리고 지역의 경제적 자연적 생태계가 무너지고 마니 지역 중심의 공동체적 성격을 가진 소규모 농업을 살려야 한다는 겁니다. 그런 의미에서는 『텃밭의 기적』 같이 종자를 보존하고 대형 종묘업체에 반기를 드는 이야기와도 맥을 같이 합니다.

만.

묘하게도 웬델 베리의 책을 읽고 있노라면 그냥 멸망하는 것이 빠르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인류는 바뀌지 않을 것이니 그렇게 자연은 망가져 갈 것이고, 결국 전 세계는 멸망의 길로 들어설 것이라는 생각 말입니다. 이미 기후변화가 그걸 예고하고 있지요. 그리고 그러한 기후변화와 인류 멸망의 속도에 가속을 하는 건 트럼프 같이 이러한 현상을 부정하는 인물들일 것이고요. 그리고, 그 트럼프를 뽑은 것은 오히려 소규모 소작농, 공동체 속에서 생활하는 사람들이지 않았나요.


이 책을 읽으면서도 비슷한 생각을 했던 건 아마, 트럼프를 뽑은 사람들에 대한 이미지 때문일 겁니다. 기후 변화를 가속하는 대규모 농업, 그리고 땅을 황폐화시키는 그러한 농업을 옹호하고 장려하는 인물들의 편을 들고 옹호하는 사람들이라고요. 그게 저자가 반대하는 농업을 하든, 저자가 지지하는 농업을 하든 간에. 왠지 이미지가 그렇게 그려 집니다...(먼산)


이 책은 웬델 베리가 여기저기에 기고했던 열 편의 기고문을 모아 놓았습니다. 미셀러니가 아니라 에세이고 굉장히 묵직한 이야기들입니다. 맨 앞의 이야기는 지속적인 임업에 대해 다루고 있는데 일본에서 이뤄지는 임업 방식을 떠올리게도 합니다. 물론 방식은 상당히 다릅니다만. 편하기보다는 복잡하고, 하지만 숲에는 가능한 영향을 덜 주는 방식의 간벌이 등장합니다. 이게 비용이 덜 든다고는 하나 목재를 채벌하는 비용으로 따지면 그리 효과적이진 않을 것 같더군요. 그럼에도 저자는 고가의 장비를 구입하고 운영하는 것보다는 덜 든다고 말합니다. 하기야 기계는 감가상각이 있으니까요. 말도 감가상각이 없는 건 아니지만 상대적으로는 덜하겠지요.


6장의 불편한 중간지대는 낙태와 동성결혼에 대해 다룹니다. 시각이 상당히 재미있기도 하고 저도 '불편한 중간지대'에 대해 생각한 적이 몇 번 있어서 꽤 공감했습니다. 낙태라고 하기 보다는 임신중단권이라 부르는 걸 선호하지만 어느 쪽이건 저는 찬성하는 쪽입니다. 이 이야기를 자세히 적으면 내용이 너무 길어지니 다음에 따로 적도록 하고, 동성결혼도 찬성합니다. 저자는 이 두 가지 건에 대해 이렇게 이야기 하는 군요.


p.112

그러므로 나는 위험을 감수하고 낙태를 찬성하거나 낙태를 반대하는 법 둘 다 없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p.114

(중략) 결혼이라는 것이 정부의 발명품이라거나 정부가 원래부터 누가 결혼을 해야 한다며 정해 줄 권리가 있다고 주장할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두 여성 또는 두 남성의 결혼을 반대할 수 있는 정부라면, 두 광신자의 결혼도 정당하게 막을 수 있어야 할 것이다.

p.115

지금까지 동성애자들이 결혼할 권리를 거부당해 온 것은, 일단 우선은 결혼할 권리가 있다고 가정하고, 분명 수정 헌법 제14조를 위반하는 것이다.(중략) 사실상 동성애자들은 결혼할 권리를 따로 받을 필요가 없는 것이다.


일단 저자는 낙태를 반대합니다. 뱃속의 태아 역시 생명체라고 보고 있고요. 그럼에도"여성의 입장에서는 낙태가 자기 몸이 깊숙이 관여된, 매우 사실적이고 긴박한 고려사항"(p.108)이라 언급하면서 "어떤 여성이 자기 뱃속의 아이를 죽이겠다고 결심하면 우리는 그 여성이 다른 사람에게 위협이 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실제로 우리는 그 여성을 그런 식으로는 보지 않는다."라고 합니다. 낙태는 남성보다는 여성의 문제라고 보는 거죠.

동성결혼에 대한 저 언급도 맥락이 이렇습니다. 결혼은 정부가 보증하거나 할 것이 아니다. 그건 인권과 연결된 것이니 정부가 승인하고 교회가 승인하고 할 것 없이 헌법에 따라 당연히 가능한 것이어야 한다는 겁니다. 그러니까 결혼을 성별에 따라서 제한하는 것은 인권에 위배된다고 보는 거죠.



이 글을 포함해 상당히 재미있는 글들이 많습니다. 쉽게 읽기보다는 곰씹어 읽어야 할 글이라 시간이 좀 걸렸지만 한 권 또 사다 놓을 것 같군요.'ㅂ'



웬델 베리. 『오직 하나뿐』, 배미영 옮김. 이후, 2017, 14000원.


인용구 중에 굵은 글씨로 표기한 것은 책에 있는 그대로 옮긴 겁니다. 원문도 그렇겠지요..?

이번에는 요리책 두 권입니다. 원래는 도서관에 『히데코의 사계절 술안주 夏 맥주편』을 빌리러 갔다가 그 옆에 있던 『히데코의 연희동 요리교실』도 빌려왔습니다. 같은 저자의 책이고 『요리교실』이 먼저 나왔고 『술안주』가 최근에 나왔습니다. 여름 술안주로 맥주편을 내놓은 걸 보면 겨울편도 나오지 않을까 기대해봅니다. 음. 와인도 좋고, 와인을 쓴 술안주도 좋고....


양쪽의 책을 같이 놓고 보면 재미있습니다. 『요리교실』은 제목 그대로 요리교실에서 사용하는 도구나 재료들을 소개합니다. 그 앞부분의 양념 소개에는 어떻게 어떤 재료로 만든 것인지도 나오고, 주로 사용하는 도구들에 대한 안내도 자세해서 오히려 주방도구를 소개하는 다른 책보다 더 재미있게 읽힙니다. 솔직히 말하면 뒷부분의 음식 만드는 법은 소개가 간략하기도 했지만 만드는 법 편집한 방법이 옛날 요리책을 보는 것 같은 짜임새더군요. 그게 걸렸습니다. 그리고 소개된 음식들이 제 취향과는 거리가 있고, 은근히 난이도가 높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편하게 보시려는 분께는 『술안주』를 추천합니다. 정확히는 『히데코의 사계절 술안주 夏 맥주편』이지만 『술안주』로도 충분합니다. 단순한 술안주가 아니라, 글쓴이의 집 근처에 있다는 맥주집에서 자주 마셨던 맥주를 연결지어, 세계의 다양한 맥주를 라거, 에일, 흑맥주, 밀맥주, 람빅과 사워비어로 나누어서 각각에 해당하는 구체적인 맥주를 소개하고 그 맥주에 잘 어울리는 술안주 만드는 법을 소개합니다. 다시 말해 맥주와 안주를 함께 소개하는 거죠.'ㅠ'

제 취향은 흑맥주라서 이리저리 뒤져봤는데 홈플러스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맥주는 아닌 것 같아 잠시 좌절했습니다. 하지만 여름 다 가고 맥주 마시기에는 조금 추운 계절임에도 맥주가 당기는 무서운 책입니다. 그런 고로 T님이 보시면...(하략)

전체 111쪽으로 매우 얇습니다. 집에 한 권 꽂아 놓고 생각 날 때 꺼내 보며 오늘은 무슨 맥주를 마실까 할 때 딱 좋은 책입니다. 쓰읍.


『요리교실』은 그보다 많이 두껍습니다 .하드커버이기도 하지만 439쪽. 딱 네 배네요. 어느 쪽이건 추천합니다.-ㅠ-



나카가와 히데코. 『히데코의 연희동 요리교실』. 이봄(문학동네), 2016, 25000원.

나카가와 히데코. 『히데코의 사계절 술안주 夏 맥주편』. 맛있는책방, 2017, 12000원.


그리고 지금 검색하다가 알았습니다. 『히데코의 사계절 술안주 夏 맥주편』의 다음 권으로 秋 사케편이 나왔으니 이것도 챙겨봐야지!

세 번 울 뻔했습니다. 눈물이 그렁그렁했는데, 감정 기복이 심한 때, 울고 싶은 때 펴들었다가는 굵은 눈물방물을 뚝뚝뚝 흘릴 겁니다.


매번 소개할 때마다 미리 적어두지만, BL입니다. 그리고 판타지입니다. 조아라에서 연재되었다가 완결된 뒤 타 플랫폼에서 연재되었고 종이책으로 나왔습니다. 전자책 발행 예정도 있으니 전자책으로 보실 분은 조금 더 기다리시면 됩니다. 19금 외전은 별도로 나올 모양이고요.

이 이야기의 시작은 어쩌면 전작인 『개 한 마리와 두 남자』인지도 모릅니다. 거기도 영물 고양이 한 마리가 나오니까요. 이 판타지 세계도 그런 고양이들이 존재합니다.



시작은 어느 꼬마를 주운 할아버지가 엽니다. 눈꽃마을에서 오동나무 책방을 운영하는 벤자민은 어쩌면 제페토라고 해도 잘 어울렸을지 모릅니다. 벤, 벤지라는 별칭의 할아버지는 몸이 약한 손자와 살다가 어느 해 손자마저도 잃습니다. 아들도 일찍 보내고 남은 가족이라고는 손자뿐이었는데 그마저도 잃습니다. 그러다 그 해 겨울, 저 편으로 간 손자의 인도로 또 다른 손자를 얻습니다.

꼬마는 처음부터 가족이 없었습니다. 이름도 없던 고아 소년이었고 어떻게 흘러 흘러 눈꽃 마을에 들어왔다가 골목 저 편에서 눈과 함께 죽어가던 찰나였습니다. 벤자민 할아버지가 반쯤은 충동적으로 아이를 들어 구합니다. 그리고 할아버지는 고아소년을 극진히 간호하고 살려냅니다. 따뜻한 불가라는 것을 처음으로 누리고 가져본 그 때의 묘사를 보고는 울먹울먹했고요.... (1차)


소년은 스엔이라는 이름을 받습니다. 그리고 서서히 할아버지와 가족이 됩니다. 스엔도 몸이 약해 겨울만 되면 고생했지만 그래도 할아버지의 친손자보다는 건강 상태가 좋았던 모양입니다. 고서 수리도 배우고 책 관리도 배우고 여러가지의 모든 것들을 배워 나가며 할아버지의 헌책방을 이어갑니다. 그리고 어느 날 작은 고양이 한 마리를 책방에서 만납니다.

고양이가 어떻게 들어왔는지는 모르지만 할아버지가 들인 것은 아닙니다. 그렇게 썩 고양이를 좋아하는 분은 아니었으니까요. 하지만 스엔을 웃게 만드는 고양이를 쫓아낼 만큼 박정하진 않았고, 고양이는 또 제 임무를 다하는 똑똑한 녀석이었습니다. 책방 여기저기에 숨어 있던 쥐구멍을 발견하고 쥐를 해치웠으니까요. 그렇게 고양이가 한 가족이 됩니다. 워낙 말을 잘 알아듣는 녀석이라 할아버지는 첫 번째 삶이 아닐지도 모른다는 이야기를 했지요. 벤 할아버지가 그 할머니에게 들었듯, 고양이는 아홉 번을 산다고 하니까 말입니다. 물론 진짜인지 아닌지 모를 그럴 전설입니다.

어느 날. 고양이는 마차에 치일 뻔한 스엔 대신 죽습니다. 심부름을 다녀오던 그 날, 얼음낀 길에서 미끄러진 마차는 스엔과 고양이를 덮칩니다. 그 직전 고양이는 노란 눈, 검은 머리칼의 청년이 되어 스엔을 밀쳐냅니다. 자리에 남은 것은 고양이었지만, 스엔은 그 낯선 청년이 '기다려'라고 말하는 입모양을 분명 보았습니다. 그 상황이 어찌된 것인지는 모르지만 고양이는 죽었고, 스엔은 마차에 치일뻔한 충격까지 겹쳐 오랫동안 앓았습니다. 그리고 저도 덩달아 같이 울고....(2차)


할아버지도 천수를 다하고 편히 눈을 감은 뒤, 스엔은 혼자서 오동나무 책방을 꾸려갑니다. 여러 책들을 받아 수리하기도 하고, 판매하기도 하고. 작은 마을이지만 그래도 외부에서 고서 수리를 종종 맡겨오는 덕에 일감은 이어집니다. 할아버지가 해오던 일이었지요.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다시 고양이 한 마리를 만나고 그 고양이가 스엔의 뒤를 쫓아 옵니다. 그것도 인간으로 변해서 말입니다.



여기까지가 딱 50쪽까지의 이야기군요. 앞 이야기가 긴 것은 그 뒤의 이야기는 스엔이 이름을 준 고양이, 노이와 함께 하며 일어난 일상적인 이야기라 그렇습니다. 책 표지의 고양이는 노이입니다. 처음 만났던 검은 고양이가 아니라, 다시 돌아온 두 번째 고양이. 노이란 이름을 받은 것도 두 번째 고양이로 만난 뒤였습니다. 그 전에는 특별히 이름이 없었고요. 짙은 회색의 풍성한 털에, 검은색이 퍼지듯한, 하지만 발은 흰색인. 두터운 꼬리를 가진 고양이. 머릿속에서 그려내다보면 괜히 회색 털 빛의 빌헬름님이 떠오르지만 제쳐둡니다. 노이의 성격은 그분과 전혀 다르니까요.

하여간 표지의 분위기는 책의 분위기를 그대로 담았습니다. 크흑. 전자책의 BL소설 표지만 보다가 이런 표지를 보니 진짜 감격의 눈물이 넘쳐 흐르는게... 딱 취향입니다. 살짝 보일듯 말듯하게 책 상단 면에 양각으로 올라온 눈결정까지도 말입니다. 확실히 시크노벨(Chic Novel)의 표지가 좋아요. 시크노벨 표지 중 마음에 안 들었던 것은 아마 없었던 것 같은 기억이..? 그러고 보면 살라후딘을 비롯해 상당히 많은 책이 시크노벨 책입니다. 이것도 언제 따로 모아서 찍어보죠.


본론으로 돌아가 스엔은 노이와 함께 살면서 다른 고양이들도 차근히 만납니다. 노이 때문에 하르펜이라는 이름의 전령 고양이도 알게 되었고, 그 하르펜덕에 고양이들이 오동나무 책방에 모입니다. 여러 번 삶을 살면서 말을 할 줄 아는 고양이는 생각보다 많았고, 그런 고양이들은 책방에서 스엔이 들려주는 이야기를 듣습니다. 책 읽는 밤을 통해 고양이들은 점차 성장하고, 그리고 정체되었던 고양이들의 세계 자체가 바뀝니다. 움직이기 시작하지요. 고양이 한 마리를 사랑했을 뿐이지만 그 때문에 다른 고양이들에게도 관심을 가지고 책을 읽어주고 그걸 통해 또 새로운 것을 가르치며 고양이들에게 앎에 대한 관심과 호기심을 불러 일으킵니다. 그 결과가 어떤 방향으로 흘러가는지는 직접 보시면 됩니다.



독특한 소설입니다. 동화와도 같은 잔잔한 판타지소설이지만 노이와 스엔의 관계는 분명 BL소설답습니다. 그게 서서히 그리고 천천히 흘러갈뿐입니다. 일곱 번째와 여덟 번째 삶을 스엔과 함께 보낸 노이는 그 다음의 삶도 스엔과 함께 할 것을 결정합니다. 노이의 여덟 번째 삶은 의도치 않았지만 정말로 스엔으로 가득찼고, 그게 아마 노이 삶의 이유가 아니었을까 생각합니다. 아홉 번째 삶을 보면 더 그렇고요. 나중에 누가 이어받을지는 알지 못하지만 지금 스엔과 함께 지내는 다른 고양이 중 누군가가, 그리고 다른 고양이들이 대대로, 그게 아니라면 어떤 인간이 오동나무 책방을 이어 가며 고양이들에게 새로운 세상을 보여주지 않을까 기대해봅니다.



그러니까 고양이와 고양이와 고양이로 가득 찬 잔잔한 판타지소설이고, 씬은 나중에 전자책으로만 발행된다 했으니 안심하고 읽으셔도 됩니다. 이걸 도서관에 신청했을 때 제대로 들어올 수 있을지 궁금하긴 하지만 으으음.. 넣어볼까요......



밤바담. 『고양이는 아홉 번을 산다』. 시크노블(동아), 2017, 12800원.


3차로 어디서 울었는지는 일부러 적지 않았습니다. 14장에서 울뻔 했고 이유를 적으면 내용폭로가 되거든요. 하여간 눈물샘 약하시면 미리 손수건 준비하시는 걸 추천합니다.



조아라에서 연재할 때부터 출간 기다렸는데 종이책 붙들고는 흐뭇하게 웃었습니다. 음훗훗.

감상을 요약하면 그렇습니다. 이 책에 등장한 많은 개념은 제가 동의하지 않고 이해하지 않는 개념입니다. 취향 존중으로 생각할 수는 있지만 저는 많은 부분 멀리하고 있는 이야기들이 많이 나옵니다. 뉴욕에서 유행하는 건강요법이란 그런 건가 싶은 생각이 많이 들더군요. 하여간 새로운 세계를 맛봤다는 생각은 했습니다. 읽는 내내 고통스럽기는 했지만 나름 얻은 것은 있고요.



부제가 '평범한 뉴요커들의 심플한 집밥 노하우'입니다. 앞부분은 저자가 어떻게 뉴욕에 살게 되었는지, 그러면서 어떤 생활습관으로 바뀌었는지, 그리고 뉴욕 사람들이 어떤 생활을 하고 있는지를 다루고 뒤에 다양한 음식 만드는 법을 소개합니다. 대체적으로 건강한 식재료로 건강한 음식을 만드는 방법입니다. 이런게 유행하나 싶긴 한데 제가 좋아하는 음식들은 아닙니다. 전 맛이 더 중요해요....



일단 디톡스 요법. 몸에서 독소를 뺀다는 요법인데, 단식요법이나 디톡스 요법이나 다 회의적입니다. 아무래도 마녀수프에게 단단히 당한 것이 있어 그런 모양입니다. 정확히는 덴마크 다이어트였지요. 덴마크 다이어트 시도하다가 기력과 체력이 날아간 것은 물론, 체질이 이모양이 된 것에 대해 이를 바득바득 갈고 있기 때문에 그와 유사한 요법들은 모두 사양합니다.

저자는 효과를 봤다더군요. 기름진 식습관이었다가 디톡스 요법을 실시하고는 바로 채소들이 당기는 현상이 일어났으며 육식을 줄이고 채식 위주의 식습관을 가지기로 했답니다. 첨가물이 많이 들어간 소스병 등을 모두 치우고 났더니 피부 트러블이 사라기 시작해서 본격 집밥을 시작했다는 이야기가 서문에 나옵니다.

그리고 집밥을 강조하는 이야기. ..으으음. 여기서부터 걸립니다. 집밥이 좋은 것은 알지만 해먹기 참 쉽지 않지요. 그렇지요. 균형을 맞춘 식단을 갖추는 것도 참 어렵지요. 그렇죠.....(먼산)



그 다음에 등장하는 알레르기. 알레르기의 원인으로 패스트푸드와 인스턴트를 지목합니다. 아토피가 유독 강남 거주자 부모를 둔 사람들에게 많다는 개인적인 견해까지 등장하고 나면 으으으으음....


뉴요커가 외면하는 식재료로 GMO, 항생제 음식, 과자.

먼저 유전자 변형이란 바이오테크, 유전자이식 등 다양한 이름으로 불리는데 요점은 한 가지다. 식품의 유통기간을 늘리고 수확량을 늘리기 위해 생물 고유의 유전자를 조작하여 병충해에 강한 개량품종을 만들어냈다는 것이다. 제초제에 다른 식물들은 죽어도 안죽고 해충이 꺼리는 독성물질을 내뿜는 식물이란 건 상상만 해도 무섭다.

처음에는 '과학의 혁명'처럼 느껴졌지만 수 년에 걸쳐 이런 식품들이 체내 면역력을 교란시켜 각종 알레르기를 만들어낸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p.65


여기서 포기. 더 읽기를 포기하고 내려 놓았다가, 그런 부분은 건너 뛰고 챕터 제목만 확인했습니다.


부엌을 관리하는 모습에서 작업대를 사수하라는 것, 다목적 핸드타월을 쓰라는 것은 좋은데 팬트리를 활용하라면서 그 중 하나로 '필수 단백질원, 콩류'는 조금 미묘. 단백질 공급원으로 육류의 위상이 추락하면서 대체 단백질로서 콩의 역할이 높아진다는데... 콩 단백질만으로 사람이 필요한 단백질을 모두 섭취하기는 쉽지 않을 겁니다.


뒤에 등장하는 음식들은 조리방법이 간단하기는 하나, 재료와 아주 간략한 만드는 법만 소개합니다. 음식 솜씨가 없다면 따라하기 쉽지 않을 겁니다. 웬만큼 음식 하는 사람들이 참고할 만한 레시피네요. 예를 들어 시금치 치즈 오믈렛 만드는 법.


1.헤비크림이나 우유를 넣어 달걀을 풀어 놓는다.

2.코팅 팬에 오일을 두르고, 시금치를 보깓가 숨이 죽으면 바로 달걀물을 붓는다. 이 때 시금치 밑에 달걀물이 깔리도록 살짝 시금치를 들어올려 주거나 함께 휘저어 주어도 되다.

3.아래쪽 달걀이 반즘 익어갈 무렵 치즈를 뿌리고 뒤집개로 반을 접고 1분 정도 기다렸다 접시에 담는다.


그리고 재료 중에 우유의 비율은 '약간'. 소금도 조금. 그러니 적절히 레시피를 활용할 수 있는 사람에게 적절합니다.



그나저나 건강한 간식으로 소개된 그래놀라 바.... 피넛버터가 2/3컵 들어가는데, 괜찮을까요 이거. 제대로 건강하게 만들려면 피넛버터부터 만들어서 써야할 것 같은데 그럼 집밥의 의미가......



하여간 읽는데도 상당한 심력을 소모한 책입니다. 그런 고로 이 책은 공개만 하고 발행은 안합니다. 뉴욕의 식생활, 건강한 식생활이 궁금하신 분들은 찾아보셔도 좋을 겁니다.



천현주. 『집밥 인 뉴욕』. 소소북스, 2015, 15000원.


약속 있어서 나가기 직전에 후다닥 올려봅니다. 그렇게 길게 작성할 감상들도 아닌 터라..'ㅂ'


『나 홀로 첫 생활』을 보다가 문득 떠올린 건데, 이런 종류의 독립생활 책은 작가 성별이 여성인 경우가 훨씬 많다고 느낍니다. 물론 제가 접한 책만을 다룬 것이니 한정적인 정보인데 남자가 혼자 생활하면서 생활의 팁이나 살림의 팁을 소개하는 건 드물게 보았거든요. 그런 종류의 책은 주거생활팁이라기 보다는 에세이나 외국생활서에 가깝습니다. 에세이가 주고 살림정보는 부라는 겁니다.

책을 확인하고는 상당히 당황했던게 문고판인가 싶은 정도로 책이 작고 얇습니다. 일본 문고판보다는 확실히 크지만 일반 도서보다는 많이 작고 얇습니다. 그럼에도 내용 자체는 쏠쏠합니다. 독립해서 혼자 거주지 관리를 해야하는 사람들에게 먼저 독립생활을 한 사람이 이건 이렇게 하는 것이 좋다면서 정보를 공유하는 느낌이라서요. 집 정리, 정리용품, 청소, 생활 관리, 식생활, 재정관리 등을 가볍게 언급하고 지나가니 한 번쯤 읽어볼만 합니다.

제게도 그럭저럭 도움이 되었습니다. 이미 하고 있는 것들이 많기도 하고, 아침형 인간인데다 집에 들어오면 절대 밖을 나가지 않는 성격이라 집에 늦게 들어오는 일이 드물고 그나마도 회식이 전부입니다. 원룸에다 집이 작기 때문에 살림은 최소화 하는 걸 원칙으로 하고요. 아. 그러고 보니 이사하기 전에 안 쓰는 그릇도 버려야 하는데.OTL 하여간 자기 생활 습관에 맞춰서 받아 들이되 여기 있는 상황을 한 번쯤 점검해보시길 추천합니다.



캐빈 폰은 원제 자체가 Cabin Porn입니다. 포르노의 그 폰 맞습니다. 요즘에는 음식포르노와 같이 특정 욕망이나 욕구를 불러 일으키는 영상이나 책을 포르노라고 통칭하기도 하는데 말입니다. 꼭 색사와 관련된 것이 아니라도 말이지요. 이 책은 캐빈, 그러니까 오두막에 대한 사랑과 열정을 듬뿍 담아(...) 만든 책입니다 .처음보는 출판사임에도 책이 상당히 크고 두꺼운데다 만듦새가 좋아서 희한하다 했더니 민음사 임프린트입니다. 민음사에서 이런 책이 나오는 것도 신기하군요.

굳이 나누자면 이 책은 사진집에 가깝습니다. 일부 도면이 있기는 하지만 손으로 그린 도면이고 실측 도면이나 그런 것도 아닙니다. 그리고 집들 자체가 설계도를 두지 않고 뚝딱뚝딱 만든 것이 많습니다. 실용적인 목적을 두고 만든 집도 있고, 그냥 그 자체가 로망이어서 만든 집들도 많습니다. 어떤 사람들은 숲속에 오두막 하나 짓고 야생생활을 꿈꾸니까요. 딱히 소로가 아니어도 말입니다. .. 그러고 보니 이 책 보고 나서 어젯밤 베갯머리 책으로 나카무라 요시후미의 책도 보았는데...=ㅁ= 그쪽은 본격적으로 설계도 놓고 만든 집이고 이쪽은 집에 살려는 사람들이 자재를 끌어다가 뚝딱뚝딱 지은 것이 많습니다.


오두막의 주인과, 그 주인이 어떻게 이 집을 짓거나 구하게 되었는지, 그리고 수리했는지, 내부는 어떻게 꾸몄는지를 간략하게 보여줍니다. 사진 자체도 멋진데다 글도 슥슥 읽힙니다. 표지 자체도 가문비나무 같은 짙은 녹색의 작은 오두막이고 책 전반이 그런 분위기입니다. 사막 위의 집도 있지만 어디건 간에 그 장소에 오두막 홀로 서 있는 것 같은 분위기는 비슷합니다.

그런 고로 오두막을 좋아하신다면 보실만 합니다. 야생생활을 꿈꾸는 사람이라면 더욱더.



야나기사와 고노미. 『나 홀로 첫 생활: 내 삶을 즐기는 생활 아이디어 79』, 정미애 옮김. 안그라픽스, 2017, 12000원.

자크 클라인, 스티븐 렉카르트, 노아 칼리나. 『캐빈 폰』, 김선형 옮김. 판미동(민음사), 2017, 28000원.




몇 번 언급한 적 있지만 제 트위터 계정은 이글루스 반, 조아라 반입니다. 둘 다 지금은 멀리하고 트위터로만 구독하는 셈이지요. 조아라 작가 계정의 수가 더 많기 때문에 팔로우 계정의 성비는 여성이 우세하지만 실제 타임라인의 비중은 반반입니다. 조아라 쪽 계정은 거의 공식 알림 계정이라 그럴 겁니다.

타임라인을 그렇게 짜두다보니 제가 미처 팔로우 하지 않았던 계정의 정보도 자주 넘어옵니다. 그렇게 넘어오는 트윗 중 덕녘이라는 1인출판사를 운영하는 당수님의 이벤트가 있었고, 이벤트 신청을 넙죽 받아서 카드를 받았습니다.


솔직히 말하자면 덕녘이 1인출판사라는 것도, 반혼체 시리즈를 내는 것도 대강만 알고 있었고 구체적으로는 몰랐습니다. 이전에 알라딘 로맨스 MD 계정에서 『반혼체 상담 가이드북』이 100원이라는 가격으로 올라왔다는 걸 알았고, 궁금해서 검색하다가 무료로 풀린 『(고민하는 당신을 위한) 덕녘 가이드북』이 있는 걸 봤습니다.



그리고 알라딘 담요를 얻기 위한 세 번의 주문 중 두 번째 때 위의 두 책을 끼워 넣었습니다. 『반혼체 상담 가이드북』은 시리즈의 미리니름이 있을 것이니 빼고 『(고민하는 당신을 위한) 덕녘 가이드북』을 먼저 읽습니다. 그리고는 세 번째 주문 때 가이드북 읽으면서 장바구니에 담았던 시리즈의 두 책을 구입합니다. 『E의 펫숍』과 그 스핀오프라는 『쓰다듬어 주세요』였지요.


연휴 내 위의 책들을 섞어서 읽습니다.

추석을 맞아 용돈이 매우 부족한 상황에 이르렀기에 이 달에는 종이책을 포기하고 전부 전자책으로 맞춥니다. 그게 가능했던 것은 장바구니에 담아 놓은 전자책이 19만원 어치에 이르렀던 데다, 마침 '키르난 추천 마법사'에 올라온 책 중에서 구입하려던 책이 몇 있었기 때문입니다. 덕분에 그 책들을 분산 구입하면서 플란넬 담요 세 장을 얻었습니다. 게다가 격한 적립금 덕에 실제 결제 금액은 더 적었...;ㅂ; 다행이었지요.



반혼체 세계관은 그 자체가 오픈 세계관입니다. 시리즈 저자인 당수가 『반혼체 상담 가이드북』에서 해당 세계관의 창작자를 밝히기만 하면 새로운 창작은 문제 없다 하시는군요. 오오오. 당장 써보고 싶은 커플이 있었지만 생각해보니 섞어 쓰면 『쓰다듬어 주세요』의 이야기와 매우 유사한 형태가 될 수 있다는 것이 문제라면 문제.=ㅁ= 하여간 시리즈 첫 번째로 읽은 『E의 펫숍』부터 이야기 들어갑니다.


『E의 펫숍』은 내용을 팍팍 압축해서 이야기하면 어느 휴학생의 험난한 아르바이트기입니다.

군대 다녀와서 잠시 쉬는 동안 누나가 가벼운 교통사고를 당하면서 응급실에서 우연히 만난 낯선 남자에게 아르바이트 제의를 받은 희건이 겪는 이야기지요. 그쪽도 교통사고였고 그 때문에 장기간 펫샵을 비워야할 처지라 희건을 붙잡고 급하게 부탁합니다. 자신을 아무렇지 않게 생각하는 것을 보니 당신은 반혼체고, 그러니 같은 반혼체를 돌봐달라는 것이 주요 내용입니다. 당연히 웬 판타지소설 설정을 읊냐 했지만 자신이 지금까지 겪은 일들을 생각하면 그럭저럭 납득은 되는데다 시급 1만원이라는 높은 아르바이트비에 홀려서 승낙합니다. 그리고 펫샵의 동물들을 돌보며, 다른 반혼체들을 만나며, 자신이 반혼체라는 사실을 인정합니다.


이야기 자체는 펫샵을 대리 관리하는 동안 다른 반혼체들과 만난 이야기들이 주 내용입니다. 그렇다보니 BL이라지만 수위는 매우 낮고요. 동물을 좋아하신다면 즐겁게 읽으실 수 있을 겁니다. 솔직히 이 소설은 평범하게 살아온 희건을 주인공으로 삼아 반혼체 세계관을 설명하고 그 속에 빠져들 수 있도록 하는 쪽에 가깝습니다. 다른 이들이 어떻게 살아가는가는 스핀오프작인 『쓰다듬어 주세요』가 더 자세히 보여주고요.

『E의 펫숍』 초반에 등장하는 멍멍이 로디와 그의 반혼체가 주인공인 『쓰다듬어 주세요』는 몇몇 부분에서 약간 트라우마를 자극하는 요소가 있습니다. 그간 겪은 일로 자존감이 매우 낮은 반혼체 인간인 이현은 애인에게 배신당하고 모든 물건을 치우면서 애인이 사준 선물이었던 멍멍이를 어떻게 할까 고민합니다. 일단 뒤로 미루자고 생각했지만 그 다음날 아침에, 자신이 그 멍멍이라고 주장하는 잘생긴 청년이 자신을 덮치(...)고 있는 상황에서 후회합니다. 펫샵에 AS(?) 받으러 가서 자세한 설명을 듣고 난 뒤에도, 그리고 자신을 대하는 회사 동료들이나 다른 사람들의 태도를 보고서도, 그리고 자신에게 헌신적이지만 또 집착적인 로디의 모습은 여러 모로 질척질척한 전 애인과 대비되지요.

『쓰다듬어 주세요』는 반혼체이기 때문에 세상에서 배제되다시피 한 이현이 자신의 짝을 찾고 다시 세상의 사랑을 받으며 자존감을 조금씩 찾아나가는 이야기라 생각합니다. 읽다보면 울컥한 부분이 한 둘이 아니네요. 특히 전남친은 발목에 올가미를 걸어서 숭례문에 연휴 기간 동안 내내 대롱대롱 매달아도 속이 풀리지 않을 그런 존재입니다. 하등 인생에 도움이 안되니까요. 오히려 폐만 끼치는 인간형. 그렇기 때문에 집착적이기는 하나 자신의 짝을 감싸고 어화둥둥하는데 온 신경이 쏠린 로디가 참 귀엽습니다. 훗훗훗..


두 권을 읽고 나서 『반혼체 상담 가이드북』을 펴듭니다. 제가 구입하지 않은 책이 한 권 있어 미리 내용을 알았지만 크게 상관은 없습니다. 다른 한 권은 뱀이 등장해서 슬쩍 피했는데 같이 구입할 걸 그랬나요. 일단 장바구니에 담아 놓고...

가이드북을 보면 『E의 펫숍』 뒷 이야기도 살짝 나옵니다. 희건의 짝과 그 후일담이라든지, 반혼체들이 온전한 혼을 가진 이들에게 배척당하지만 사실 외모가 굉장히 뛰어나서 여러 모로 손해(...)라든지. 그리고 『E의 펫숍』에 나오는 지친 모습의 아저씨가 어떻게 고양이 카페를 운영하게 되었는지 등등. 그러니 읽으시려면 가능한 전체 이야기를 다 보고 읽는 쪽이 더 재미있게 즐길 수 있는 방법입니다. 마저 사는 건 용돈 채운 뒤에...(눈물)



동물을 좋아하시는 분이라면 재미있게 읽을 수 있습니다. 설정 자체가 상당히 매력적이라 그렇기도 하고요. 실제 허락받고 설정 도입해볼까 싶은 생각도...? 일 벌이기 전에 쓰고 있던 소설 두 편은 일단 정리해서 블로그에 올리거나 하고 생각하겠습니다. 흑흑흑. 하여간 연휴의 맛있는 책들이었습니다./ㅅ/



당수. 『고민하는 당신을 위한 덕녘 가이드북』. 덕녘, 2016, 0원.

당수. 『반혼체 상담 가이드북』. 덕녘, 2017, 100원.

당수. 『E의 펫숍』. 덕녘, 2015, 2000원.

당수. 『쓰다듬어 주세요』. 덕녘, 2016, 2000원.


평소보다 덧붙임 제목이 길지요. 하지만 소설 전체를 관통하는 주제를 가장 잘 표현한 문장이라 생각해 넣었습니다. 기도문과 같기도 하지만 실제 라파엘레가 신에게 가장 간절함을 바라던 그 때 올린 기도였지요. 원래의 기도문과는 다른 모양이지만 그야말로 신에게 구원을 바라는 장면에서 가장 깊은 마음을 끌어 올려 담아낸 기도라, 뇌리에 깊게 남았습니다.


미리 키워드를 밝혀야겠네요. BL이고 19금입니다. 거기에 떡대수 미인공입니다. 개인적으로 떡대수는 취향과는 거리가 있지만 이건 괜찮더라고요. 아니, 정확히 말하면 이 작가의 떡대수는 괜찮습니다. 앞서 『Three days』도 무척 재미있게 보았으니까요. 아마 밸런스-균형의 문제일 겁니다.


글솜씨가 부족해서 그 균형이 무엇인가 정확히 설명하기는 어렵습니다. 다만 아르키유도 그렇지만 라파엘레도 소설 속에서 설정된 것과 다른 모습은 상상이 안됩니다. 둘 다 기사이며, 사선을 헤쳐나온 백전노장입니다. 노장이라기에는 나이가 어리지만 겪은 전투를 생각하면 실력자들임이 틀림없습니다. 그렇다면 보통은 공이 되기 마련이지만 성격이 묘하게 내어주는 타입인데다, 라파엘레는 또 에단의 마음이 육욕이라고 선을 긋고 있다보니 에단이 공일수밖에 없지요. 주변 사람들은 하나같이 에단이 공일거라 생각은 못하는 모양입니다만... 아는 사람은 또 아는 이야기입니다. 하여간 자발적 SM(...)은 아니며, 피학적 성격이 있긴 하지만 그게 성벽에서 연유한 것은 아닙니다. '꿈꿔왔던 나~의 소중한~' 그런 류의 이야기는 아니라는 겁니다. 성장 환경 등에서 자아존중감이 낮거나, 지나치게 이타적인 성격으로 자라왔기에 자신을 내어주는 것이 당연한 상황인 겁니다.

그렇다보니 종종 BL에서 보이는 것처럼 수를 여성으로 대치해도 이야기가 통한다거나, 외모를 연약하게 또는 호리호리하게 생각할 수 없습니다. 그게 불가능한 소설, 그리고 그게 자연스러운 소설이라 떡대수라 해도 불편함 없이 읽을 수 있습니다. 이런 설명은 사족인가요. 흠흠.


소설의 시작은 제8성기사단장인 라파엘레와 에단의 일상적인 마물퇴치 원정에서 시작됩니다.

제8성기사단은 기사단 중에서도 가장 낮은 곳에 위치한, 성기사단 중에서도 평민들이 주로 들어가 활동하는 기사단입니다. 주 임무는 마물퇴치. 마물퇴치 업무는 가장 지저분하고 하기 싫은 것이라, 8개의 성기사단 중 제8성기사단이 떠맡고 있습니다. 그렇다보니 귀족들은 여기 들어가는 것을 피했고, 자연스레 평민들이 주로 모인 겁니다. 마물퇴치를 하는 도중에 치욕스러운 죽음을 맞이하는 일도 많으니 그런 걸겁니다.

에단은 후작가의 차남임에도 제1성기사단이 아니라 제8성기사단에 들어가겠다고 자원합니다. 에단이 자원한 이유는 제8성기사단의 단장, 라파엘레를 경애하고 있기 때문이며 그 감정은 자연스럽게 에로스적 사랑으로 나타납니다. 그러한 에단에게, 라파엘레는 '그것은 육욕이다'라고 단정하며 육욕이 사라질 때까지 몸을 내주겠다고 대응합니다. 그리고 몇 년이 흐른 뒤가 소설의 1장입니다.


성기사단의 존재나, 일곱 가지 죄악에 맞춰 나타나는 마물이나, 마물과의 상성 문제 등을 보면 잘 만든 판타지소설입니다. 그리고 그걸 이끌어 나가는 건 어떻게 이야기를 잘 풀어내는가의 문제이지요.

마물들의 출현과 에단의 본가 이야기, 그리고 기사단을 둘러싼 여러 사건들은 라파엘레와 에단의 관계 발전을 중심으로 흘러갑니다. 소설 전체는 에단의 일방적인 흠모와 애정이 어떻게 라파엘레를 일깨우느냐를 설명하는 걸로 보입니다. 에단의 감정은 일방적이었지만 가랑비에 옷 젖듯이 이미 젖은 상태였고, 매몰차게 쫓아냈지만 그 뒤에 거의 폐인 상태가 된 라파엘레나, 잃기 직전에서야 그 중요함을 깨달았다는 상황 설정은 클리셰와도 같지만 절정을 아주 잘 끌어냈습니다. 음. 뭐라해도 몸으로 확인하는 것이 빠르다는 것도 확실히 클리셰..=ㅁ=

그럼에도 7장 오만(Superbia)은 매우 좋아해서 몇 번이고 반복해 읽었습니다. 앞서도 몇 번 비슷한 상황이 나오지만 마물화가 던전 공략이라는 것도 상당히 흥미롭지요. 왠지 연재 도중 언급되었던 게임 『다키스트 던전』이 떠오르는군요.

하여간 사랑을 깨닫고 상대방을 구한다는 이야기가 더 나아가 자신을 던져 상대를 구한다는 것, 교리에 가장 절 어울리는 것 아닌가 싶기도 하고요. 해피엔딩이니 안심하고 보셔도 됩니다. 최강 힐러가 던전에 먼저 들어와 있었거든요.


결국 이 소설은 제목에서 말하듯, '당신이 머무는 곳이야 말로 내가 머물 성역이었습니다.', '이제껏 모르고 있었습니다. 당신의 안에 나의 신이 깃들어 있음을-.'을 말하고 싶었던 것이라 생각합니다. 성기사단에서 자라고 그 안에서만 생활하고 강햔 성력을 가져 두 쌍의 날개를 펼칠 수 있는 라파엘레는 분명 강하고, 가장 성기사다운 인물일지 모르지만, 성직자의 사랑이 꼭 신에게 모든 것을 바치는 것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라는 걸 에단이 가르쳐 준 셈입니다. 에단이 라파엘레에게 말했던 것처럼, '모든 사람에게는 신이 깃들어 있다'면 사람 속의 신을 찾는 것도 성직자로서 잘못하는 것은 아닙니다. 그리고 어떤 분이 에단에게 확신시켜주고 등을 떠밀었지요.....



초안보다는 외전이 줄었지만  이 모든 것은 후작의 탓입니다. 후작이 등장하는 외전이 문제였다 들었는데, 다른 외전도 더 볼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현재는 어린아이가 된 누구씨의 이야기가 조아라에서 연재중입니다. 누구씨 참 귀엽습니다. .. 물론 지나치게 어른스럽다는 점은 문제지만.

이 다음에 어떤 높으신 분이 제8기사단에 와서 벌어진다는 대소동도 궁금합니다만 언젠가 나올 것이라 생각해봅니다.



이미누. 『생츄어리 1-4』. 마녀, 2017, 전권 12000원.


분량 때문인지 권마다 가격이 다릅니다. 1-2권이 3천원, 3권이 2500원, 외전인 4권인 3500원. 외전만 보신다면 4권을 구입하시면 됩니다.

2권 끝이 에단의 던전탐사, 3권 처음이 말타고 달려가는 라파엘레입니다. 연재분 보신분이라면 아시겠지요.'ㅂ'

소설 편식이 심각한 것 아니냐고 하셔도 할 말은 없습니다. 아니, 사실일 겁니다. 하지만 저는 소설을 오롯이 심신안정제용으로 보거든요. 따라서 심신이 평안하지 않을 것 같은 소설은 고이 피합니다.

『괴담의 테이프』 를 비롯한 미쓰다 신조 책 사다 놓고 보면서 무슨 심신안정제냐 하시면 그저 웃지요. 제 나름의 정의를 피로하자면, 심신안정제는 몸과 마음의 평안을 도모하는 것, 심기불편하지 않게 하는 것을 말합니다. 전자든 후자든 한 쪽만 만족시키면 안정제로서의 역할이 성립합니다. 그러니까 쉽게 표현하면 재미있어서 책에 폭 빠져 헤어나오지 못하고 만족스럽게 책을 덮을 수 있다거나, 읽는 동안 마음이 움직여 훈훈하게 되거나, 현실을 잊고 책의 세계를 만끽할 수 있는 것을 가리킵니다. 소설에 그런 역할을 요구하다 보니 만약 읽어서 심기가 불편하면 고이 빠져나옵니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심기 불편은 매우 주관적인 관점입니다. 그날 그날의 상태에 따라서도 그렇고요.


『내 영호을 거두어주소서』의 오프닝은 나쁘지 않습니다. 책의 제목이 어디서 연유했는지 알 수 있었으니까요. 다만 그 상황 자체부터가 이미 심기 불편하더랍니다. 조금 더 구체적으로 이야기 하자면 사건은 초반에 일어나며, 이것이 그 다음 사건의 동기가 되었을 가능성을 깔고 나갑니다. 애초에 오프닝에서 아주 구체적으로 상황을 묘사하는 건 그런 이유가 아닐까 합니다. 그 상황이 제목과도 너무 잘 어울리고 감정적으로 이입되어서 문제였지요...

프롤로그에 해당하는 이야기 다음에는 시리즈의 주인공인 변호사 토라가 등장합니다. 거기까지는 좋은데 토라를 둘러싼 상황이 나오자 .. 읽을 용기를 잃었습니다. 음, 아뇨. 등장인물의 성격적 문제가 없는 건 아니지만 전부인 것은 아닙니다. 다만, 저는 더 씩씩하거나 더 잘난 사람이 좋습니다. 솔직히 대리만족이니까요. 주인공이 더 씩씩하고 당차고 능력있는 사람인 것이 좋습니다. 평범한 사람이고 이것 저것 자신이 저지른 사건에 끙끙대는 상황이면 읽는 제가 답답해서 그렇습니다.

일단 사건이 일어난 호텔에 가기 전, 토라는 반쯤은 자신이 처한 상황을 회피하기 위한 목적으로 받아 들입니다. 그리고 토라가 처한 상황이 뭐냐하면,

-이전에 수임료를 잔뜩 받아 수입을 얻었을 때 빚을 갚을 걸, 캐러반과 SUV를 구입. 가격이 높아서 빚을 더 졌음.

-이혼했음. 아이는 토라가 양육하며, 큰애는 열여섯, 작은애는 여섯살임. 그리고 큰애의 여자친구가 임신했으며 여자친구의 부모나 토라의 전남편은 이게 다 '토라가 아들을 제대로 관리하지 못해서'라고 이야기 함.


... 저기.. ... 제가 이거 읽는 것만으로도 이미 혈압이 오르는데요...OTL



그럼에도 대강 훑었습니다. 초반 약간, 후반 이후 약간. 범인을 찾기까지 수많은 정보를 수집하고 그걸 조합하는 것은 같지만 좌충우돌하는 것이, 왜 코믹하다고 설명했는지 알만 하더군요. 하지만 워낙 범인에 대한 정보가 많이 바뀌는데다 최종 범인 확정까지는 시간이 꽤 걸립니다. 애초에 앞부분의 이야기 자체가 제 두 번째 트라우마를 직격했던 것도 있습니다. 전 귀엽고 아름다운 걸 좋아하기 때문에 더더욱 책에 몰입하기 싫었습니다. 으으으.;ㅂ; 작고 가녀리고 귀여운 것은 무릇 보호해야 마땅할진대! 하기아 그러니 사고를 치죠..



이르사 시구르다르도티르. 『내 영혼을 거두어주소서』, 박진희 옮김. 황소자리, 2017.



추천하겠냐고 물으신다면.. 으으음. 읽으면서 외려 『레밍턴스틸』 같은 것이 떠오르더랍니다. 형사도 아니고 탐정도 아님에도 여러 정보를 이리저리 고개 들이밀어 수집하고 하면서, 그 와중에 여러 해프닝이 발생하는 그 모양새가. 그렇게 유머를 곁들인 좌충우돌 추리소설을 좋아하신다면 재미있을 겁니다. 실마리가 추가될 때마다 범인을 가리키는 나침반이 흔들리는 것 같다고 표현해도..'ㅂ' 제 주변에서는 아마 B님 정도..?


배경이 아이슬랜드이니 배경지 좋아하신다면 또 추천할만 하지요.


조아라 리뷰를 안 쓴지 어언 몇 개월. 그렇다보니 감상도 매번 밀리는군요. 조아라 소설을 아예 안 보는 것은 아닙니다. 선작을 늘리지 않고 선작했던 작품 중 여럿을 삭제했더니 남은 작품 중 출간 습작 등등으로 사라지는 것도 늘어서 최근에는 하루에 3-4편 정도만 봅니다. 그 정도 보니 댓글 달기도 참 좋더라고요.(...)
대신 새 작품이 추가되지 않으니 전자책 구입은 대개 아는 작가님들 중심으로 사게 되더랍니다. 가장 참고를 많이하는 건 알라딘의 로맨스MD 트위터 계정. 월별 출간 일정은 변동사항이 꽤 많아서 그날 그날의 출간작품을 참고합니다. 이게 제일 확실하고요. 특히 리디북스 독점이 긴 책들은 월별 일정에 올라오지 않고 기습적으로(?) 올라옵니다. 그 대표적인 작품이..(하략)

알라딘으로 전자책 구입처를 옮긴지는 채 1년이 안되었습니다. 교보문고는 최근에 어플리케이션 개편 이후 제 서가가 몽창 다 날아가고 한데 모여 꽂힌 것에 화가 나서 거의 안 들여다 봅니다. 한 달에 한 번 볼까 말까 하네요. 거기서 구입한 책들은 마음에 드는 것만 예산 허용 범위 안에서 알라딘에서 재 구입할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시간은 걸리더라도 다 옮길 생각입니다. 부족한 것은 자금뿐.


감상기록도 다시 시작할 겸, 최근 한 달 간 구입한 전자책 감상을 간단히 털어봅니다. 전자책 구매목록을 구매일 순으로 정렬해보니 5쪽까지 넘어가는데, 5쪽에는 4권만 있으니 몇 권 안되긴 합니다. 그 첫 페이지가 딱 8월 7일부터 9월 6일까지 구입한 책이라 생각난 김에 정리하기로 했습니다. 여력이 되면 내일은 2쪽, 그 다음날은 3쪽 식으로 짚어 가고요.

차근히 쓰기에는 가장 먼저 구입한 5쪽부터 짚어 오는 것이 낫지만.. 으으음. 그래도 일단 시작한 것, 끝은 보렵니다. 일단 오늘은 『마법사의 털 빛 하얀 늑대』부터 『에이미의 우울』까지. 처음과 끝이 다 판타지소설이군요. 하지만 대부분은 BL입니다. 에이미와 감상 건너 뛴 두 책 포함해서 셋 빼고는 모두 BL.


nigudal.『에이미의 우울』.
판타지.
이전에 리뷰를 올렸습니다.(링크)
3-4권과 외전권만 구입해서 보았고요. 주인공이 여자지만 로맨스는 거의 없습니다. 찾아보자면 로맨스가 있을 수도 있지만. 정격 로맨스판타지라면 이 소설의 주인공은 바이올라였을 겁니다. 공작가의 영애로 정령을 부릴 줄 알며 호기심이 많아 온갖 사고를 다 치고 다니는 인물. 그리고 어머니가 일찍 돌아가시고 계모가 들어왔으며, 계모와의 사이는 그리 살갑지 않고, 계모가 데려온 딸과는 그리 사이가 좋지 않지요. 물론 에이미의 어머니도 로맨스의 주인공이 될 수 있을 법하지만 결말을 생각하면 그리...
에이미와 레슬리의 편지를 보고 있노라면 『Q.E.D.』가 떠올랐습니다.(먼산) 가나와 토마의 조합이 판타지로 가면 이것과 비슷할까요.


올로로소.『다음 생은 너와 함께』.
판타지, 로맨스, 차원이동, 환생.

TeamFB. 『시골 소녀라도 회귀할 수 있어』
판타지, 로맨스, 회귀.

리뷰를 적었는데? 라고 생각하고 확인하니, 비공개로 작성했습니다.


서지현.『아콰터파나』.
판타지.
이거 12권 작업 중이라 하시니 기다립니다. .. 근데 애초에 10권 완결 예정 아니었던가요. 그랬던 기억이 어렴풋? 최근에 『살라후딘의 향수가게』를 제대로 읽었으니 아콰터파나 앞 권도 다시 구입하고 천천히 읽을 생각입니다. 한 번에 읽기는 아깝거든요. 그러고 보니 『빅토리아 모튼』도 책 나온다 하지 않으셨던가. 이건 나오면 BC님께 일단 추천하렵니다.


만능강아지.『Boys don't cry』.
BL, 현대, 학교.
키워드에 밴드나 음악을 넣을까 말까 하다가 일단은 뺐습니다. 주인공은 밴드 소속은 아니거든요. 제목 그대로, 소년들은 울지 않습니다. .. 아니, 울었나. 하지만 울지 않고 버티기 위해서 노력하는 이야기란 잔상이 남습니다.
책 분량이 상당합니다. 외전까지 포함해서 전체 4권, 그리고 합본으로 구입하니 926쪽이 넘습니다. .. 제가 글자를 매우 작게 설정하고 보기 때문에 그런 것이고, 일반적으로는 아마 1천쪽이 훌쩍 넘을 겁니다. 분량도 그렇고 초반 버티기가 쉽지 않은데 그 자체가 사실 이 소설의 의미니까요. 그러니까 느리지만 천천히 나아가는 아이들의 성장기입니다.
권이한은 부모님의 사정으로 고등학교를 옮깁니다. 전혀 다른 학교 분위기 때문에 적응하는 것도 쉽지 않은데, 반 분위기를 휘젓고 다니는 애들에게 찍혀 괴롭힘을 당합니다. 그나마 그 애들이 건드리지 않으려는 인물인 소운으로 짝이 바뀌면서 수업 시간 중이나 쉬는 시간 중이나, 교실 내에서 직접적으로 당하는 일은 줄었습니다. 그러다 반에 새로운 전학생이 옵니다. 신하을. 예쁘장하게 생긴 것에 더불어, 학교 실세 중 하나인 한서결의 애인(순화어)이라는 소문이 도는 인물입니다. 소운과 짝이 되고 하을이 괴롭힘의 새 목표가 되면서 상황은 나아졌지만 그 때문에 하을에게 죄책감 같은 것을 느끼고, 다른 반이지만 비슷한 무리에게 괴롭힘을 당하는 도환에게도 도움의 손길을 주려 노력합니다.
내용을 쓰기가 쉽지 않은 건 이한의 반응 때문입니다. 보통 소설에서 자주 등장하는 것 같은 예쁘장하고 일방적으로 폭행당하는 인물은 아닙니다. 그저 평범하지만 전학와서는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지 못하고 직간접적인 폭력에 노출되었지만 그걸 타개할 힘은 없고, 그것에 대해 자괴감을 느끼지만 다른 해결책을 찾기에는 무력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자신 대신 타겟이 된 하을에게 도움을 주고 싶어하고 다른 반의 피해자인 도환을 도우려고 노력합니다. 소운이나 하을과 알게 되면서, 그리고 소운이 속한 밴드부의 다른 멤버들과도 안면을 익히고 그 덕분에 점차 괴롭힘에서는 벗어납니다. 밴드부에는 1년 유급해서 이한과 같은 학년이 된 요주의인물이 있고, 그 인물과도 친한데다 실세라는 소문이 도는 한서결도 있거든요.
주요 인물들의 일부 설정은 클리셰적인 부분도 있습니다. 그걸 어떻게 해석하고 풀어 내는가가 관건인데 주인공이 평범한 소년인 이한과, 마찬가지로 평범한 도환이 중심에 놓여 있다보니 이야기도 대체적으로 평범하게 흘러갑니다. 주변인물들 몇이 학교 내에서는 비범할 따름이니까요. 그러니 이야기가 속 시원하게 풀리거나 하진 않습니다. 이한이 힘을 얻어서 가해자들을 패고 다니는 이야기는 없고, 가해자들에 대한 권선징악도 없습니다.
초반에 학교폭력과 관련된 이야기가 많다보니 그 쪽 트라우마가 있으시다면 극복(?)이 어려울 수도 있습니다. 등장인물도 많고 이야기도 꽤 넓은 편이지만 이한, 도환, 하을, 그리고 연급하지 않은 다른 많은 인물들의 이야기를 읽다보면 책은 금방 넘어갑니다.

(그리고 이 감상에는 함정이 숨어 있다.)



김모래. 『이론과 실제』.
BL, 현대.
소장본으로 감상 올렸으니 일단은 패스. ..라고 적고 보니 이거 감상 안 적었네요. 어억;
조아라에 연재하고 완결된 뒤 거의 바로 출간되었습니다. 리디북스 출간까지 한 달 안 걸렸던 걸로 기억합니다. 조아라 연재분은 둘이 사귀기로 결정하고 고백 주고받는데서 끝났지만 뒷 이야기는 더 깁니다. 주변 사람들에게 사귀기로 한 것을 고백해야 하니까요. 예상했던 대로 성현보다는 태경이 더 방어적인 모습을 보이지만 막상 공개하고 나니 둘이 깨가 쏟아지는 덕에... 주변 사람들은 한동안 참기름은 멀리할 모양입니다.
아주 간략하게 소개하자면 연애 칼럼니스트고 관련 기고도 많이하지만 정작 본인의 연애는 매번 실패하는 태경과, 원나잇만 해왔지 제대로 된 연애는 해본 적이 없는 성현이 연애하는 이야기입니다. 큰 기복 없이 잔잔하게 흘러가니 안심하고 보셔도 됩니다. 게다가 표지가 참 예뻐요.(취향임)


미코노스. 『당신에게 돌아가다』.
BL, 현대, 오메가버스, 회귀.
주인경은 아버지가 재혼한 뒤에는 방치 상태에 놓여서 어떻게든 독립하려고 하다가, 안 좋은 일들에 휘말려 결국 죽음에 이릅니다. 마지막으로 본 사람은 친한 친구인 장로건. 죽어가는 자신을 보고 울부짖는 모습에, 다음 생이란게 있다면 다시-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회귀. 회귀하기 전까지의 이야기는 굉장히 짧고 소설의 주 내용은 회귀 후에 인경이 어떻게 삶을 바꿔 나가는가에 대한 겁니다. 오메가버스의 정석, 회귀의 정석이라고 해도 무방할 겁니다.

읽다보면 혹시 싶은 부분이 있는데 외전에서 확실하게 언급됩니다. 외전은 달달하니 걱정하지 않으셔도 되고요.



윤미로. 『화려한 그림자』.
BL, 현대, 빙의.
..판타지라고 해도 아주 틀리진 않습니다. 특히 외전을 보면 더더욱 그렇네요. 조아라에서 연재되던 소설이고 출간만 내내 기다렸습니다. 구입을 까먹었던가 나온 줄 몰랐던가..
외전 분량이 상당히 많습니다. 특히 기대했던 부분에 대한 답이 외전에 있더군요. 마지막 장면이 인상깊었습니다. 훗훗훗.

진은 보호시설에서 학대받다 쫓겨난 뒤, 살기 위해 저지른 첫 범죄를 목격한 사람이 주워서 청부살인전문가로 키웁니다. 전문은 총이지만 총이 아니라도 다 다룰 수 있고요. 자신에게 살인청부를 하러 왔던 인물이 쫓아다니며 구애를 하더니만 청부살인 갔다가 왜 인지도 모르게 사망합니다. 정신차려보니 이 몸이 내 몸이 아니네요. 들키면 미쳤다 소리 들을 거라 상황을 주시하는데, 마피아 집안의 혼외자식인데다 이복형은 못 잡아 먹어 안달입니다. 이러다 죽을 것 같아 탈출방법을 모색하다 이전 몸(...)에게 구애하던 블레이크에게 딜을 겁니다. 그리고 본격적인 이야기가 시작되지요.

수수께끼가 워낙 많아서 짚어 나가는 것도 즐겁습니다. 무엇보다 진 참 멋지죠.+ㅅ+



만능강아지. 『마테리얼라이즈 외전』.
BL, 판타지, 차원이동, 빙의.
본편은 교보 쪽에다 구입했고, 개인지도 있었지요. 이번에 나온 외전은 개인지에도 수록되지 않은 이야기가 몇 있습니다. 완벽한 마무리라 생각하는 이야기가 있어서 더 마음에 들었네요. 무엇보다 두 사람이 같이 여행 가는 모습이 참 즐거워 보여서.////



키드. 『J, 너에게』.
BL, 현대.
마찬가지로 조아라 연재작입니다. 2부에 해당되는 이야기는 거의 연재 안되었다고 기억하는데 그 뒷 이야기가 기네요. 솔직히 말해 외전은 하나만 좋았습니다. 둘이 그 상태로 행복하게 살았다면 좋았을 것을, 맨 마지막 이야기가 추가되면서 오히려 마음이 싸하게 가라앉더군요. 하하하.;ㅂ; 할리킹이지만 그래서 마음 편히 추천하기는 어렵습니다. 약간 삐걱대는, 집착이나 불안정한 이야기를 좋아하신다면 괜찮을 겁니다. 저는 그래서 조금 버거웠고요.;



깅기.『네가 네모인 세상』.
BL, 현대.
본편은 사놓고 왜 외전은 뒤늦게 보았던 걸까요.... 본편 본 것은 한참 전인데 외전은 뒤늦게 알아서 이제야 봤습니다. 역시 달달하군요. 가끔 트위터에 올라오는 뒷 이야기들도 즐겁게 보고 있습니다. 지금 제일 기다리는 것은 『벚꽃튀김』인데 출간은 아직 멀었나봅니다.ㅠ_ㅠ



암브 『하시옌』.
BL, 판타지.
딱, 암브님 스타일의 판타지소설입니다. 이 이상으로 설명하기 어렵군요.(...)

그래도 『푸른가시』보다는 읽기 쉬우며, 함정도 덜 팠습니다. 물론 함정이 없는 것은 아니고, 막판에 가면 뒤죽박죽 정신 없지만 차근이 맞춰보면 맞습니다. 하시옌은 주인공의 이름이고, 인간과 정령 사이에서 나온 반령입니다. 어릴 적 사람들에게 쫓겨서 이쪽 제국으로 들어온 뒤에는 이런 저런 일을 하며 열심히 돈을 모았고 책을 읽는 낙으로 삽니다. 그러다가 이웃 제국의 왕자가 방문하면서 임시로 왕궁기사직을 맡았는데, 왕자의 수행 기사 중 한 명에게 붙은 정령이 마음에 들어서 작업을 걸었다가..(하략)
이렇게 보면 하시옌이 난봉꾼 같아 보이지만 아닙니다. 오히려 반령으로서의 외모 때문에 아름답지만 건드리지 못할 무언가로 인식되거든요. 무엇보다 최근 몇 년 간 무투대회 1등을 독점하고 있기 때문에 함부로 건드리기도 어렵고 말입니다.
마법과 정령이 주요 소재이고, 가장 중요한 몇몇 사건은 완벽하게 풀린 것이 아니라 유추할 거리만 내줬습니다. 게다가 하시옌에게 마음을 둔 인물이 여럿 있어서 그 뒤도 그리 평탄할 것 같진 않은 모양새.. 그래도 둘이 행복하면 되는 거죠.
판타지로서도 상당히 훌륭합니다. 아니, 정확하게는 상당히 취향이었습니다.


암브. 『사랑의 조건』.
BL, 현대.
단권입니다. 판타지 요소 전혀 없고요. 오히려 현실적이라.. .. ..아니, BL 자체가 판타지적 요소라는 건 압니다. 그래도 이건 개중에서 현실적입니다. '네가 게이인 것을 주변 사람들과 회사에 알려서 해를 입히겠다!'고 협박하는 놈이 있으니까요. 그런 협박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현실적이라 적은 거고요.
고등학교 후배로 꽤 오랫동안 알아왔습니다. 이번에 여자친구에게 차인 것도 화가 나는데, 이 후배가 자신에게 고백을 해와서 관계 단절 상태가 된 것은 더더욱 화나네요. 매번 피하고 안 엮이려고 해도 같은 회사다보니 안 볼 수도 없습니다. 그럴 진대 후배가 자기를 피하는 것도 화가 나고, 관계를 어그러뜨린 것도 화가 나는데, 왠 이상한 놈이 들러 붙어 짖어 대는 건 더 화가 납니다...?
이것도 끝까지 보고 나면 닫힌 결말은 아니란 생각이 듭니다. 미친개는 아직 살아 있고(...) 위험 분자이기도 하니까요. 거기에 후배님은 워낙 외사랑 기간이 길었던 터라 아직도 불안합니다. 그럼에도 이욱이 상당히 든든한 터라 괜찮아 보이기도 하고..... 둘이 붙어 있으면 달더군요.ㅠ



서담연. 『마법사와 털 빛 하얀 늑대』.

BL, 판타지.

전체를 다시 읽으려다가 시간 문제로 뒷부분만 확인했습니다. 조아라 연재작이어서 본편 내용은 알고 있지만, 출간 전에 텍본 유출 사태가 일어났습니다. 그 때문에 그 앞의 이야기까지 전면 개작하셨다더군요. 그래서 처음부터 다시 읽으려 했으나 ... 궁금한 외전을 먼저 손댔습니다. 이전과 분위기가 조금 달라진 것 같기도 하고요.

아이젠은 뛰어난 외모 때문에 부정의 결과물이라는 의심을 받아 학대받으며 자랐습니다. 우연한 기회에 마을을 찾아온 마법사를 만났다가 마법사로서의 재능이 있다는 판정을 받고 함께 마탑으로 갑니다. 거기서 차기 마탑주가 될 거라는 기대를 받았지요. 그러나 그런 재능을 제대로 펼치기도 전, 마왕이 침범해옵니다. 마탑을 대표해 마왕을 물리친 것까지는 좋았지만 마왕이 마지막으로 날린 저주를 그대로 맞습니다. 외모 관련 저주인 것은 알았지만 참 귀찮게도 황제가 반할 줄은 몰랐네요. 매번 잡화점에 찾아와 번거롭게 만드는데, 그것도 저주의 여파랍니다. 그날도 황제가 찾아와서 숲으로 도망갔다가 얼결에 늑대 한 마리를 주워왔는데.....

그런 거죠. 제목대로 흘러갑니다. 철벽을 치고 밀어내던 마법사는 늑대에게 자리를 내어줬지요. 그 연애담도 참 험난하고 쉽지 않지만.... 그래도 해피엔딩이니 안심하고 보셔도 됩니다.



만능강아지. 『Boys don't cry 1-4』. 프리즘, 2017, 12900원.
김모래. 『이론과 실제』. 템페스트, 2017, 4000원.
미코노스. 『당신에게 돌아가다』. 필연매니지먼트, 2500원.
윤미로. 『화려한 그림자 1-4』. 필연매니지먼트, 13500원.

키드. 『J, 너에게 1-2』. M블루, 2017, 2000원.

깅기.『네가 네모인 세상 외전』. 시크노블, 2017, 800원.

암브 『하시옌 1-5』. 이색, 2016, 10000원.

암브. 『사랑의 조건』. B&M, 2017, 3800원.

서담연. 『마법사와 털 빛 하얀 늑대 1-4』. 녹턴, 2017, 5000원.


가정관리라고 써놓고 보니 어색합니다. 살림하기가 나았을까요.

간단히 감상을 요약하면, 제목에서 굉장히 반감이 들었고 삐딱한 시선으로 보았지만 참고할 부분이 여럿 있는 책입니다.




엄마의 일이란 제목을 보는 순간 반감이 먼저 치솟습니다. 표지에 보이는 것처럼 여기서 말하는 '엄마의 일'은 살림 전반입니다. 집안을 정리하고 관리하고 아이 셋을 챙기고 균형잡힌 식단을 관리하는. 엄마가 하는 일이 아니라 엄마의 일이란 건 그러한 집안 관리가 엄마의 일로 고착되었다고 말하는 것 같아 심기 불편합니다. 뭐, 전업주부니까 엄마의 일이 그런 것이지 뭐-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책 날개를 보면 또 다릅니다.


일상을 변함없이 일궈나가는 것, 집과 아이들과 사회를 진지하게 바라보며 행동하는 것, 그게 엄마의 일이라고 생각합니다.(하략)


야마토 나데시코.....(먼산) 일하는 엄마들은 직장생활과 이 일을 동시에 해야하나요. 물론 책 속에서도 모든 일이 엄마의 것은 아니고 힘에 부치니 아이들의 도움을 받는다는 이야기가 있긴 했지만... (먼산2)



그냥 살림살이였다면 이렇게 책 읽기 전부터 불편하지는 않았을 겁니다. 그게 '엄마의 일'이 된 시점에 대해 분노하는 것이니까요. 허허허.



예상하시겠지만 책은 집안 관리 전반을 다룹니다. 식사 준비를 하고 치우고, 청소와 정리정돈을 하고, 몸 관리하고, 아이들을 챙기고, 이것저것 만들고, 사람들과 교류하고. 대체적으로 인스타그램이나 블로그 등에 연재한 것을 옮긴 것이 아닌가 생각되더군요.

음식 만들기나 집안 정리 등은 참고할 만한 이야기가 많았습니다. 다만 만드는 법 소개하는 곳에서 22쪽과 23쪽은 사진이 바뀌었더군요. 설명만 바뀐 건가 했더니 레시피도 설명과 일치하니 사진이 바뀐 것이겠지요. 왼쪽이 죽순, 오른쪽이 열빙어가 되어야 맞습니다.


몸관리는 저와는 잘 안 맞는 이야기라 패스. 하지만 그 앞의 집안 정리는 부럽더군요. 오오. 저렇게 깔끔하게 정리를! 이모저모 반성했습니다.=ㅁ=



가볍게 볼만한 책이고 그릇, 청소, 정리는 참고할만한 이야기가 많습니다. 살림책 좋아하신다면 한 번쯤 챙겨보셔도 좋을 듯. .. 앞에는 투덜거렸지만 모두 다 나쁜 것만은 아니었습니다.


히구마 아사코. 『엄마의 일』, 박문희 지음. 디자인이음, 2017, 14000원.


무협은 아니고, 그렇다고 퇴마록 같은 책도 아니지만 읽으면서 양쪽이 떠오른 건 소재 때문일 겁니다. 지박령이나 일본의 쓰쿠모가미(츠쿠모가미) 같은 느낌의 이형들이 등장한다는 점도 특이하지요. 무협이 떠오른 것은 주인공이 이리깨지고 저리깨지면서 성장하여 결국 손에 들어온 기연을 내 것으로 만든다는 점에서 그렇고, 퇴마록 스타일이라는 건 앞부분 초반이 뫼신 사냥꾼이라는 점에서 퇴마와 비슷해 보여 그럴 겁니다.


등장인물이 굉장히 많지만 처음부터 끝까지 주 주인공은 세희입니다. 한세희. 세희는 여자에게 더 많이 쓰는 이름이기도 하고 꽤 익숙하다 생각해서 왜인가 곰곰이 따졌는데 4권 쯤에서 깨달았습니다. 오토바이 타고 다니는 난봉꾼, 한세건. 난봉꾼이라 붙이는 건 『월야환담채월야』 기준입니다. 광월야는 구입은 했는데 마지막 권 결말만 확인하고 내려 놓았거든요. 광월야의 주인공은 다른 인물이다보니 거기서는 좀 취급이..(하략) 하여간 월야채월의 한세건은 뫼신사냥꾼의 한세희와 비슷하지만 다른 모습을 보입니다. 여튼 배경 자체도 다르지요. 『뫼신사냥꾼』의 세계는 동혜라는 왕정국가를 중심으로 한 동양풍 판타지 세계관입니다. 읽다보면 동혜가 한국의 다른 모습이란 건 쉽게 깨달을 수 있겠더라고요. 물론 이웃국가도 나옵니다.


세계는 그렇고, 전체 3부로 구성된 이 소설은 뫼신사냥꾼이었던 한세희가 뫼신지기가 되고, 그리하여 사태를 한 번에 해결하기 위한 뫼신잔치를 벌이는 것이 주요 내용입니다. 뫼신이 뭔가 하면 산신령으로도 종종 호칭하는 영물을 말합니다. 소설 속의 도깨비는 장난을 좋아하는 쓰쿠모가미에 가깝고, 뫼신은 뫼신적 특징을 타고나지 않으면 될 수 없습니다. 뫼신은 유전되지 않으며 뫼신의 자식은 평범한 동물입니다. 드물게 뫼신의 자식이 뫼신인 경우도 있지만 책 속에서도 한 손에 꼽을 정도만 등장합니다. 나오는 뫼신은 훨씬 많지요. 애초에 자식을 보는 경우도 많지 않습니다.


뫼신사냥꾼, 뫼신지기, 뫼신잔치가 차례로 1, 2, 3부의 제목입니다. 하지만 안심하시면 안됩니다. 세희가 완전히 성장하는 것은 결말에 가까울 때입니다. 1권 책 뒷면에 소개가 나와 있어 기대했던 버들은 의외로 성격 안 좋고 나쁘고 성장이 더 필요한 인물이더군요. 특히 과거나 초반 부분까지는 헛다리를 잘 짚어서 읽는 사람의 감정이입이 매우 어렵습니다. 세희도 성장에 시간이 걸리고, 버들도 그렇고. 네 편 내 편을 가리지 않고 소설 속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대개 완성형이지 않으며, 완성형인 인물은 방관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놓여 마지막에 한 방을 날리는 역할을 합니다. 그 한 방을 날리기 위해, 평범한 10명의 선수들은 미친듯이 뛰어 어시스트를 하는 거죠. 그러고 보니 축구와 닮았네요. 스트라이커는 완성형, 미드필더들은 성장하고는 있으나 능력부족, 그리고 능력은 있으나 그에 미치지 못하는 다른 선수들. 물론 축구를 잘 모르는 사람이 피상적으로 가진 축구에 대한 정보로만 생각하는 겁니다.


등장인물은 내 편과 네 편을 합해 스물이 넘을 겁니다. 중간에 죽은 인물도 많고요. 죽음이 아쉬운 등장인물이 여럿 있지만 누군지는 입 다물겠습니다. 하지만 주연은 죽지 않으니 그 점은 안심하셔도 됩니다. 이야기가 그물망처럼 퍼져 있고 등장인물들이 성장하는데 시간이 걸리며, 단독으로 대단한 힘을 가지는 것은 세희 한 명이고, 그나마도 완벽한 존재는 아닙니다. 초 절정 기재를 가지고 그걸 사용하는 것은 무협지에서처럼 맨 마지막의 결전에서만 입니다. 따라서 속 시원하고 가벼운 판타지소설을 원하신다면 도중에 포기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러나, 조연들이 감칠맛을 더하고 특히 마음에 드는 등장인물이 여럿 있어 즐겁게 보았습니다. 개인적으로 꼽는 장면은 용오름, 5권의 호랑이 관련 에피소드, 6권의 절규 장면입니다. 그래서인지 반농반진으로 이 소설 자체를 **과 &&이 사랑을 깨닫는 이야기로 보는 감상도 있더군요. 완전히 틀린 것은 아닐 겁니다. 게다가 충분히 여기저기에 밑밥을 깔았고요. **만큼이나 뛰어난 형제의 존재나, 그 형제는 결혼해서 가정을 꾸렸다는 점도 그렇고요. 그리고 앞서 누군가는 다른 이들을 대상으로 말한 것이지만 '수컷끼리의 관계를 이해 못하는 건 아니다'고 했지요. 그러고 보면 이 소설은 종족을 초월한 사랑, 성별을 초월한 사랑이 여럿 나옵니다. 서로를 위해 희생만 하다가 무너진, 또는 무너질뻔한 사랑, 외사랑, 짝사랑, 자기애, 지켜주는 사랑 등등도 있고요. 곰씹어 볼수록 재미있는 이야기입니다.


그래서 결말이 조금 아쉽습니다. 세희가 깨달음을 얻은 것은 좋지만 다른 리뷰에서 말한 것처럼 『하얀 늑대들』의 연장 같아 보이기도 합니다. 그보다 더 다채로운 인물들이 등장하고 각각의 인물이 살아 있기는 하지만 비슷하다고 느낄 수도 있네요. 그런 점에서 『하얀 늑대들』을 안 보고 본다면 만족도가 더 높을 수도 있습니다. 무엇보다 일부 인물들만 살아 있는 다른 소설과는 달리, 소설 등장인물 하나하나에 이야기가 붙어 있고 또 살아 있는 판타지소설은 오랜만에 보았다는 생각이 듭니다. 게다가 그런 매력적인 등장인물들이 매우 많으니까요.


마음에 들었던 장면 몇을 적어봅니다. 그 용오름과 5권, 6권의 대화들입니다. 쪽 수 표기를 했고 내용 폭로가 될 수 있으므로 읽으실 예정이라면 안 보시는 것을 추천합니다. 아참, 꽉 닫힌 행복한 결말이니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부제도 상당히 재미있습니다. 각 장의 제목은 속담과 동요 가사 등을 살짝 변형했습니다. 예를 들어 4권 마지막 장의 제목은 '끝맺는 이야기. 동쪽에서 부는 바람 불길한 바람'입니다. '하~늘에서 부~는 바람 시~원한 바람~'의 패러디죠.



윤현승. 『뫼신사냥꾼』 1-6. 새파란상상(파란미디어), 2013.



그리하여 결론. 책이 두꺼워 여섯 권 읽어내는 것이 시간은 걸리지만 읽은 보람이 있는 책. 좋아하는 것은 역시 호랑이입니다. 호랑이도 귀엽고 뒤에 나오는 강치도 좋아요! 게다가 바다표범이 아니라 강치!

아마 이쪽 책 훑어보다가 책 제목을 보고 덥석 집어 들었을 겁니다. 이 책 판형도 상당히 작거든요. 손에 쏙 들어오는 크기입니다.


생각보다 책이 재미있습니다. 뭐든 구입하고 사들이기를 좋아하던, 그래서 맥시멀리스트라고 자신들을 부르던 부부가 집도 줄이고 가구를 포함한 모든 물건들을 줄여나갑니다. 그리하여 미니멀리스트로서의 삶을 선택하고 그 과정을 그림일기로 그려 보여줍니다. 회사다니면서 그 그림일기 올린 것을 블로그에 연재하다가 책으로도 냈다는군요.


요약하면 78㎡였던 집은 44㎡로 줄이고, 책들은 재단하고 스캔해서 처분하고 킨들파이어를 사고, 옷이든 뭐든 쓸모 없는 것은 다 버립니다. 버릴지 말지 고민하는 것들은 고민상자에 담았다가 그 뒤에도 쓰지 않으면 그냥 버리고요. 심지어 세안과 샤워와 머리감기까지 비누 하나로 끝냅니다. 그러니 욕실도 깔끔합니다. 수건은 SCOPE(이마바리수건)으로 통일해 쓰고요. 이러한 잔잔한 생활 팁들이 가득합니다. 제일 탐났던 것이 저 수건이라 언급하지 않을 수 없더군요.

다만 거실에 소파를 놓은 것은 제 취향과는 거리가 있습니다. 소파와 TV는 걷어내고 그 자리에 노트북과 테이블, 책장을 놓는 것이 제 생활방식이지요. 다다미방을 넓게 쓰는 것도 좋고요. 좌식생활을 하면 침대를 놓는 것보다 공간을 다용도로 활용할 수 있는데다 넓게 쓰는 것도 가능합니다. 다만 피곤해도 이불 펴고 개는 과정을 빼먹을 수 없다는 것이 단점입니다. 탬퍼 쓰는 것도 쉽지 않고요.


아차. 옷도 최소한으로 줄였더군요. 그런 점을 포함해서 작은 공간에서 최대한 중첩활용(?)하고 좋은 물건 쓰면서 사는 삶이라 꽤 재미있습니다. 버릴 용기랑 더 사지 않을 의지만 있다면 도전해보고 싶은데... 아마 전 안될겁니다. 하하하.;ㅂ; 차와 커피를 좋아하고 거기에 맞는 그릇 사는 것도 좋아하다보니 참 어려워요.;



오후미. 『버리니 참 좋다: 적게 소유하는 삶을 선택한 오후미 부부의 미니멀리스트 일기』, 조미량 옮김. 넥서스BOOKS. 2016, 12000원.


꿈도 희망도 없는 느낌의 책. 덮고 나면 그 생각이 먼저 듭니다. =ㅁ= 그럼에도 미미여사고, 그럼에도 북스피어고, 그럼에도 미야베월드 2막이라 끝까지 다 보았습니다. 보니 참 좋은데 뒤끝만 좀..;ㅂ;



미야베월드가 항상 희망찬 이야기만 있는 건 아닙니다. 『외딴집』은 한 번만 읽고 포기한 게 그래서였고요. 『혼조 후카가와의 기이한 이야기』나 『괴이』, 『맏물 이야기』는 부담없이 읽을 수 있지만 『흑백』이나 『안주』는 그렇지만도 않습니다. 유미노스케 시리즈도 마찬가지입니다. 읽고 나면 허탈함에 늘어지거든요.

『신이 없는 달』은 『맏물 이야기』처럼 각 절기에 맞춘 12달의 이야기를 읽고 비슷하지 않을까 기대했는데 생각한 것보다 더 꿈과 희망이 안 보였습니다. 희망이 보인 것은 상대적으로 적어요.


읽기 전, 저보다 먼저 읽은 G가 비녀 이야기를 제일 기억에 남는 이야기로 꼽았습니다. 읽기 전 각오는 했는데 저는 오히려 표제작이 제일 기억에 남았습니다. 표제작은 내용 자체만 놓고 보면 굉장히 잔잔한데 읽다보면 그 장면이 동시에 떠오릅니다. 짧은 단막극. 아니, 30분짜리 영상으로도 좋습니다. 그걸로도 충분히 쓸 수 있을 겁니다. 그리고 맨 마지막은 오픈 엔딩. ... ...;ㅂ; 으어어어어.;ㅂ; 하지만 뒷 이야기는 정말로 적기가 어려웠어요.

사실 표제작은 직전에 나온 『맏물 이야기』와 이어지는 걸로 보이기도 합니다. 아무래도 분위기가 그런 건데 확신은 안섭니다. 다시 한 번 찾아 읽어야겠네요.



마지막 이야기 「종이 눈보라」도 기억에 남습니다. 에도시리즈의 단편들은 대개 사건을 풀어 놓고 그게 원한에 의한 괴의건 아니건 간에 실마리를 찾아 가는 고전 추리에 가깝습니다. 하지만 「신이 없는 달」이나 「종이 눈보라」는 조금 다릅니다. 이야기를 한 번에 풀어 놓는 것이 아니라 양파 껍질 벗기듯 하나씩 벗겨 나갑니다. 그보다는 드라마를 보는 것 같다고 표현하는 것이 맞겠네요. 영화 용어로도 있을 것인데, 손끝부터 시작해서 차근차근 페이드아웃 시켜 전체 장면을 보여주는 것을, 두 사람의 대화와 오버랩 시키는 것 같은. 그것이 「신이 없는 달」의 기법(작법)이라고 하면 「종이 눈보라」는 한 사람의 행동을 보여주면서 번갈아 가며 그 사람이 겪은 일, 겪어온 일을 차례로 풀어 마지막에 한 번에 어떤 사건인지를 보여줍니다. 그 사람이 어떤 짓을 벌인 것인지는 그 사람이 왜 그 일을 했는지와 거의 동시에, 맨 마지막에 풀립니다. 이것도 마찬가지로 단막극을 보는 것 같더군요.


그렇게 보면 이건 결말이 중요하다기보다는 소설 속의 다양한 작법을 시험한 이야기 모음으로 보아도 좋을 겁니다. 대체적으로 결말은 씁쓸하지만 원래 인생이란게 그러니까요. 곰씹어 보면 달콤한 것과 쓴 것이 번갈아 오지만 그 때 그 때의 상태에 따라 어느 쪽의 맛이 강했는지 결정되지요. 대체적으로 이 책은 쓴맛이 강했습니다. 하지만 삶이란 그런 거지요......



미야베 미유키. 『신이 없는 달』, 이규원 옮김. 북스피어, 2017, 14000원.


지금 보고 알았는데 『에이미의 우울』은 조아라에서 전자책이 나왔군요. 어째 프리미엄으로 넘어간다 했더니 그래서였나봅니다. 조아라와 전자책 계약. 프리미엄으로 넘어간 것은 텍본 유출 초기였던 걸로 기억하고 이번은 아닐 겁니다. 그보다 훨씬 앞이고, 프리미엄에서도 전자책 한 권 분량은 나왔고, 외전이 붙었으니 실제 연재 기간은 상당히 깁니다.

저야 프리미엄 결제할 생각은 없었던게, 실제 수익은 전자책의 인세보다 프리미엄 쿠폰이 더 높다고 하나, 그게 제대로 지급이 될까라는 의심이 있었거든요. 그거야 제가 확인할 수 있는 건 아니지만 조아라의 얄미운 짓에 돈을 더 불려줄 생각이 안들기도 했고, 전자책으로 단번에 읽는 것이 더 낫겠다 싶은 생각도 있었지요. 그게 조아라였을 줄은 몰랐지만.




어디부터 읽어야 할지 몰라 3권부터 구입했습니다. 본편 3권과 4권을 구입하고 외전도 구입했습니다. 결론만 말하면 이 책은 처음부터 끝까지 판타지소설입니다. 로맨스소설이 아니고요. 물론 제비꽃공녀와 그 남편에게는 로맨스소설일 수는 있으나 소설 외전을 보면 그것도 확실한 로맨스라는 생각이 안듭니다. 에이미에게 로맨스는 없으며 로맨스의 잔향 같은 건 소꿉친구와의 사이에 있지만 확실하진 않습니다. 본편 사이사이의 외전에 등장하는 ***자의 시선으로 보면 굉장히 매력적인 인물이고, 이 사람이 에이미에게 반했나 싶은 생각도 들지만 맨 마지막 외전을 보면 확실하지는 않습니다. 그리고 그런 이야기가 나오지도 않고요.


이하는 내용폭로를 담고 있으므로 접어둡니다. 1-2권 분량에서 그랬듯 3-4권도 에이미와 레슬리의 편지 전달 사이사이에 시간적 간격이 있어서 사건이 벌어지고 난 뒤의 사후보고가 되는 것이 많습니다 .특히 에이미의 가출 건이 그렇습니다.


그러니 에이미를 건드리면 다들 엿먹는 거예요. 그런 거예요. 그래서 이 소설 주인공이 에이미인 것이라고 주장해봅니다. 뭐, 편지 쓰는 장본인부터가 에이미인걸요.



세기의 로맨스는 존재하나 세기의 결혼생활은 그보다 많이 드뭅니다. 기억에 세기의 로맨스가 세 건이 있었고 그 중 둘이 왕과 공작의 연애였던 걸로 기억하는데 어디까지나 로맨스였습니다. 현실은 로맨스가 아닙니다. 『에이미의 우울』은 그걸 확인 시켜주네요.


어쩌면 가장 어려운 삶을 보내고 있을 인물은 에이미의 이복동생들입니다. 쌍둥이 동생들은 아버지와 어머니가 결혼하면서 남긴 서류 한 장 때문에 계승 순위에서 확 밀립니다. 그리고 학술원에 들어간 순간, 거기서 졸업해서 나온다면 더 이상 공작가와 관련 없는 인물이 됩니다. 어머니에게는 학술원 입학 통보를 받은 순간, 그리고 어머니가 가출한 순간 버림 받았다고 생각할 것이며 그 상황을 조금 더 객관적으로 볼 수 있는 나이가 되더라도 버림 받았다는 생각과 어머니에게는 언니가 더 우선일 것이라는 점은 바뀌지 않을 겁니다. 친구는 있을 지언정 가족들은 ... 글쎄요. 둘에게 남은 것은 서로 밖에 없지 않을까란 생각도 듭니다.

그래서 사실 소설 속에서 제일 안쓰러운 것은 레슬리도, 에이미도 아닌 두 남매라는 점입니다. 참... 그래서 이소설이 더더욱 현실적(?)으로 느껴지나봅니다.



아참. 일반연재되지 않았던 부분에서 가장 통쾌한 장면은 틸빙을 박아 넣는 장면입니다. 전편 통틀어도 그만큼 속 시원한 장면은 없습니다. 에이미, 나이스샷.


nigudal. 『에이미의 우울』 3-4, 외전. 조아라, 2017, 3-4권 각 2500원, 외전 3천원.



대체적으로 조연들은 딱 현실만큼 삽니다. 행복하지도, 불행하지도 않게. 가장 행복한 것은 어쩌면 에이미와 레슬리일 겁니다. 아니, 레슬리보다 에이미가 더.


레슬리네 집안이 후작가임에도 왜 도움을 요청하거나 하는 일이 없었나 궁금했는데 외전에서 풀렸습니다.

-학술원을 졸업하면 성이 마이스터가 됩니다. 귀족집안도 마찬가지로 성을 버리게 됩니다.

-레슬리는 위로 형과 누나가 많습니다. 셋째 아들이라는군요. 학술원에 가서 성을 버려도 문제 없는 아들입니다.

-에이미의 아버지가 레슬리의 아버지, 폭스 후작을 구출하다가 죽었습니다. 하지만 소문난 미녀였던 발렌티나와 폭스 후작 사이를 의심한 후작부인 때문에, 후작가 아이들 유모로 취직한 발렌티나는 마음고생을 많이 합니다.


이것만 적어도 충분하겠지요. 하하하하하...

고민하다가 구입해서 달린 소설 한 편. 초반부 읽어 나가면서 긴가민가 하다가 10% 쯤에서 좌절하고, 네가 이기나 내가 이기나 한 번 해보자는 심정으로 끝까지 다 읽었습니다. 로맨스 판타지. 흔한 키워드지만 키워드를 적으면 해당 소설에 대한 비평이 아니라 비난이란 소리를 들을까 싶어 고이 내려 놓습니다.

아니, 실제적으로 비난이 맞아요.

책을 구입하는데 든 돈이 아니라 책을 읽는데 들어간 시간이 아까운 지경입니다. 시작 부분이 마음에 들어 읽었다가 그 뒤부터는 대차게 내내 뒤통수 얻어 맞았고, 취향에 안 맞는 소설을 정말로 재미없는 것이 맞는지 끝까지 읽어야 했지요. 내가 왜 이 조아라에서 투베에 올랐더라도 읽다가 도중에 그만두었을 소설을 읽는데 이 아까운 주말 휴일의 시간을 썼으며, 그리고 리뷰도 속 시원하게 쓰지 못하고 가능한 추정할 수 없도록, 최소한으로 적고 있는건지 이가 갈립니다. 아, 하지만 그럴 수밖에 없어요...OTL


세부 감상은 비공개로 적겠지만 차라리 비슷한 시기에 장바구니에 담은 『Boys don't cry』 살 걸 그랬군요. 으흑.;ㅂ; ... 엊그제 장바구니에 담았다가 삭제한 다른 로판으로 치유해봐...?

왜 이 책을 검색했는지는 기억이 가물가물한데, 하여간 검색하다가 『커피 & 디저트』라는 책을 발견했습니다. 제목이 지나치게 단순하지만 책 제목을 수식하는 부제를 보면 이해가 됩니다. '일본에서 소문난 커피명가 <카페 바흐>'라고요. 근데 왜 난 들어본 기억이 없는가라고 생각했는데 그 수수께끼는 다른 책에서 풀렸습니다. 넵. 제 지식이 한없이 부족했던 겁니다.


심재범의 『동경커피』는 일본 여행서쪽을 찾다가 확인한 책입니다. 도쿄는 한동안 갈 일이 없으니 빌리더라도 방문할 날은 요원하지만 그래도 책을 펼쳐보니 사진이나 글이 괜찮아 보여서 집어 들었습니다. 그리고 지금은 고이 장바구니에 담았고요.

그게, 여기서 카페 바흐가 어딘지 알았습니다. Cafe Bach지만 일본어로는 カフエバッハ라고 씁니다. 카페 바하. Bach를 어떻게 표기하느냐의 차이입니다. 하여간 이름은 확실히 알았는데 이 카페가 한국으로 따지면 "박이추의 강릉 보헤미안" 같은 카페랍니다. 거기서 완벽하게 이해하고 좌절. 음... 저 그래도 도쿄 쪽 커피 책 꽤 봤다고 자부했는데 자만심이었군요. 핫핫핫.;ㅂ; 정진하고 공부 더 하겠습니다.;ㅂ;



본론으로 돌아가서, 『Coffee and dessert』라는 단순한 제목은 이 책을 관통하는 주제입니다. 커피를 팔지만 거기에 가장 잘 어울리는 디저트를 찾는 것은 또 다른 일입니다. 커피는 아마도 다구치 마모루가 담당하고 이 책의 1저자인 다구치 후미코는 디저트를 담당하는 모양입니다. 대개의 카페는 진한 커피에 잘 어울리는, 연한 커피에 잘 어울리는 디저트를 준비하지요. 그러니까 상큼한 맛의 디저트와 단맛의 디저트, 진한 맛의 디저트 등으로 간략하게 나눠 곁들입니다. 하지만 이 책은 한 발 더 나아가서, 카페 바흐에서 파는 커피는 어떤 것이 있고, 그 커피는 커피의 맛 구분에서 어떤 균형을 갖고 있으며, 그렇기 때문에 가장 잘 어울리는 디저트는 이런 것이다라고 구체적으로 소개합니다. 각 커피맛의 단계에 따라 디저트를 다르게 내는 것이지요. 그리고 소개한 디저트들은 독일계 디저트입니다. 오스트리아나 독일권에서 많이 본 형태네요. 물론 프랑스 디저트도 많지만 독일식 애플 타르트나 키르슈쿠헨 슈톨렌, 누스보이겔 같은 건 커피 디저트 책에서 처음 보았습니다. 애초에 중강배전 커피나 강배전 커피와 잘 어울리는 디저트라고 소개된 간식 목록은 제 취향 직격입니다. 일본 책이라 그런지 사진도 자세하고 설명도 좋습니다. 커피 자체의 설명도 아주 좋습니다.

실물을 본 뒤에 고이 장바구니 담아 놓고 주문 시점만 체크하고 있습니다. 음. 늦어도 추석 전에는 구입할 겁니다. 명절 보너스가 통장을 구원해주실 거니까요.


『동경커피』에서는 카페 바흐의 커피를 극찬하거나 하진 않았습니다. 도쿄의 스페셜티커피를 포함한 여러 카페와 킷사텐 탐방기라고 설명할 수 있는 책인데, 커피맛에 대한 섬세한 묘사가 혀를 울리더군요. 어젯밤 자기 전에 책을 읽었는데, 읽다보니 분명 몸에서 다 빠져나가고 없을 카페인이 갑자기 뇌를 두드리는 듯한 망상에 빠졌습니다. 아니, 어쩌면 카페인이 다 빠지고 없으니 새로 카페인을 들이 부으라는 뇌의 신호였는지도 모르지요. 하여간 맛있는 카페라떼, 맛있는 드립커피 한 잔이 간절해지는 무서운 책입니다.

그리하여 이 책도 고이 장바구니에 담았습니다. 언제 도쿄에 갈 수 있을지 모르지만, 간다면 그 때는 이 책에 소개된 곳 중 최소 두 곳 정도는 방문하고 싶다는 소망을 담아 말입니다. 아... 하지만 매번 일본에서 열리는 전시회가 제 통장을 털고 있으니 그리 먼 이야기는 아닐 겁니다, 아마도.


다구치 후미코, 다구치 미노루. 『커피 & 디저트』, 용동희 옮김. 그린쿡, 2016, 15000원.

심재범. 『동경커피』. 디자인이음, 2017, 17000원.



덕분에 다른 커피 책 검색하다가, 몇 년 간 안 사던 Cafe Sweets도 장바구니에 담았습니다. 그래요, 이제 한 동안은 장바구니 걱정 안해도 되겠네요. 핫핫핫.;ㅂ;

왜 이 소설을 장바구니에 담아 놓았는지는 기억이 나질 않는데, 아마 트위터의 추천을 보고 그랬을 겁니다. 알라딘로맨스 계정이나 프로소비러 챠디님 계정이나. 둘 중 한 곳의 추천을 보고는 장바구니에 담았다가, 잠시 보관함에 넣었다가 엊그제 구입 가격 맞추면서 도로 담았습니다.

주요 키워드는 신분제, 마법, 용, 회귀입니다. 그리고 BL입니다. 이쪽을 좋아하지 않으신다면 피하세요.-ㅁ-


주인공인 아인은 자작가의 외동아들입니다. 부모님이 일찍 돌아가신 뒤 영지 근처에서 해군 서기관으로 근무합니다. 그러다가 우연한 기회에 용의 목숨을 구해주고 그 대가로 소원권을 얻습니다. 그것도 셋. 설마하다가 첫 번째 소원은 소시지로 나왔고, 두 번째 소원은 여러 차례 기각을 당하다가, 연쇄살인마에게 당해 죽기 직전의 소원이 접수되어 회귀합니다. 그러니까 첫사랑을 다시 한 번 보고 싶다는 소원이 얼결에 강제접수되었던 겁니다. 그 덕에 아직 성년이 되지 못한 용-눌은 드래곤 로드에게 야단 맞긴 합니다만..=ㅁ=



회귀한 시점은 첫사랑인 레이를 만난지 그리 오래되지 않았을 때입니다. 그러니까 10년 넘게 회귀한 건가요. 어떻게든 레이와 가까워지고 싶지만 집안 내력 덕에 그것도 쉽지 않습니다. 연애할 때의 모습이 아버지랑 꼭 닮았거든요. 그러고 보면 폐렴으로 사망한 부모님도 아직 돌아가시기 전이니 겸사겸사 일을 벌입니다.



결론적으로 해피엔딩입니다. 해피엔딩까지 가기 위해 이런 저러한 일들이 많이 일어나고, 회귀하기 전과는 굉장히 많이 달라집니다. 아인의 의뢰로 폐렴치료제의 개발이 훨씬 당겨졌으며, 레이는 백작가를 잇지 않습니다. 그리고 레이나 아인이나 모두 다 회귀하기 전보다 훨씬 더 많이 행복합니다. 그건 장담할 수 있고요.



1권을 읽을 때만해도 왜이리 회귀 전의 상황이 긴가, 2권을 읽기 시작했을 때는 얘들 언제쯤 연애하나 싶었는데 3권이 되니 왜이리 결말이 가까운거냐며 아쉬운 마음이 먼저 들더군요. 4권은 통째로 외전입니다. 본편은 제일 큰 사건이 해결되는 걸로 끝나고 그 후일담은 모두 외전에 있습니다. 외전이 상당히 중요하더군요. 이 둘이 어떻게 행복하게 사는지를 보려면 외전이 꼭 필요합니다. 게다가 1권의 회귀 전과도 상황이 많이 달라졌으니까요.


조연들도 성격이 뚜렷하고 매력적입니다. 서로 생태가 달라 생기는 충돌이니 견원지간보다는 견묘지간에 가까운 법학부 모 교수님과 마법학부 모 교수님이나, 아인을 둘러싼 법학부 인물들, 그리고 가장 중요한 존재로 키퍼슨이 아니라 키드래곤인 눌까지. 제각각의 성격이 잘 그려집니다. 그리고 다들 아인을 만나면서 포기와 해탈의 경지에 이르르니, 다들 귀엽지 않을 수 없지요.


보고 있노라면 티타임이 당깁니다. 사탕은 좋아하지 않고 날이 더우니 초콜릿도 끌리진 않지만 쿠키와, 질긴 스콘과, 거기에 발라먹을 클로티드 크림과 잼과.... ;ㅠ; 그러니 옆에 티타임용 음료와 과자 한 봉지 쯤은 준비하시길 권합니다.




시엔. 『세 가지 소원』 1-4 세트. 이미지프레임., 2017, 13800원.


지금 확인하니 3권은 16장, 에필로그에 외전인 「세 번째 소원」이 들어 있네요. 4권은 외전 두 편이 있습니다.

그러고 보면 모듈이라는 단어. 건축에서 어떤식으로 쓰이는지 정확하게 찾아야 하는데 말입니다. 대강의 의미만 알고 단어를 썼는데 실제 사용하는 예는 달라보입니다. 제가 생각한 건 건축설계나 시공시 적용하기 쉽도록 최소한의 형태로 간략하게 만든 구조쯤인데 용어 검색을 해보면 척도나 기준치수, 배수를 적용하여 나중에 실제 적용하기 쉽도록 하는 것이라고 나오네요. 조금 많이 다른가요.=ㅁ=


하여간 이 책은 작은집 건축을 위한 여러 평면도를 소개하고 그 응용례와 집안 각 구조의 간략형태를 보여줍니다. 이걸 확장하거나 재배치하면 설계도 그릴 때 쉽게 집안의 각 부분을 적용하거나 확대할 수 있겠더군요. 쉽게 설명한다면, 책 앞부분에는 집의 크기와 용도에 따라 다양한 작은집(오두막, hut) 평면도를 제공하고, 그 뒤에는 부엌, 화장실, 침실 등을 배치에 따라 간략화 하고 이를 조합하여 새로운 평면도를 그리는 법을 보여줍니다. 그리고 후반부에는 이를 실제적으로 적용하여 시공하려 할 때 주의할 점을 상당히 구체적으로 적습니다. 그러니까 동 떨어진 곳에 넣을 거면 수도랑 가스랑 전기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든지, 어떤 방식으로 집을 지을 것인지(건초집, 조립식패널 등)도 고민하라는 거죠.


이게 일본책이 아니라 미국책이기 때문에 고민하는 것도 미국식 사례입니다. 한국도 그렇지만 일본에서는 건초(스트로베일)를 이용한 집이 그리 많지 않을 겁니다. 건조한 지역이라면 모를까, 습한 지역에서는 건초가 벌레와 썩는 문제 때문에 도입하기 쉽지 않을 거거든요.(아마도) 거기에 보고 있노라면 미국식 집과 일본식 집의 차이도 보입니다. 일본식이라면 정말 원룸 형태로 만들어서 하나의 공간을 다양한 용도로 쓰는 방식을 택할 건데-그리고 집의 크기도 매우 작을 건데, 이 책은 침실과 거실을 분리하는 형태가 많습니다. 하기야 앞부분의 작은 평수 집은 그런 원룸형이지만 후반부에 가면 이게 작은집인가 싶은 정도로 커지더라고요. 별장 수준입니다.


난방은 앞부분의 평수 작은 쪽은 거의가 벽난로입니다. 장작때는 형태와 가스형태가 둘다 나오더군요. 한국은 대부분 아래 온수파이프를 넣는 바닥 난방인데, 아무래도 미국이니까요. 온풍기 넣는 형태도 없습니다. 라지에이터도 후반부에 있던가, 없던가..?

오두막에 따라 태양열패널 설치 가능 여부를 알려줍니다. 그게 있으면 전기를 굳이 끌어오지 않더라도 심야 난방 문제도 해결 가능하겠지요. 물론 TV 같은 것은 없어야 할 겁니다. .. 냉장고도 없던가?



작은집을 짓는 사람이나 전원주택, 별장형 주거형태를 생각한다면 한 번쯤 챙겨보세요. 특히 전원주택을 지을 때 산골짝이나 외딴 곳에 집을 지을 때 고려할 문제들이 뒷부분에 자세히 나옵니다. ..물론 한국에서는 그런 곳에 집을 지으면 치안문제가 많이 걸리죠.(먼산)



제랄드 로언. 『작은 집 설계 도감』, 김예원 옮김. 보누스, 2017, 14500원.



하여간 집설계도나 집짓기 관련 책을 좋아하신다면 읽어보세요. 지금 장바구니에 담고 구입 여부를 고민중입니다.=ㅁ=


표지 출처는 알라딘.(링크)

이렇게만 보면 별로 안 커보이지만 실제 받아보고는 당황했습니다. 도서관에 신청해서 보았는데 현재 장바구니에도 담았습니다. 알라딘 8월 첫 사은품 확인하고 결제 들어갈 생각이라서요. 다른 것과 섞어 구입해도 구입 시점이 8월을 넘어가진 않을 겁니다. 그만큼 마음에 들었다는 이야기지요. 구입 순위가 밀리면 『영국 정원 이야기』처럼 장바구니에서 사라질 때까지 못사는 책이 되거든요.(먼산)



이 책은 그만큼 마음에 들었습니다. 일단은 판형이 커서 편하게 볼 수 있는 책은 아니지만 책의 구성 자체가 상당히 멋집니다. 가격 3만 5천원이 저렴하다는 생각이 들 정도니까요. 아마도 B4(328×245) 크기에, 종이는 살짝 두꺼운 무광택지며 총천연색에 사진과 삽화가 함께 있습니다. 288쪽이지만 하드커버 양장본이고 종이 두께가 있어 책 자체는 백과사전이나 도감을 떠올리는 정도로 큽니다.

가장 마음에 드는 것은 책의 구성입니다. 제목만 봐도 짐작할 수 있지만 프랑스식 디저트 안내서인데, 초반에는 타르트 바닥에 들어가는 여러 파이지의 반죽과 스폰지를 실어 놓고 각각의 반죽이 어떻게 식감이 다른지, 그 식감이 다른 원인이 무엇인지를 짤막한 코너(팁)로 알려줍니다. 예를 들면 맨 앞에 소개한 브리제와 사블레에서 브리제는 점성이 높고 잘 부서지며 사블레는 부서지기 쉽고 바삭하다고 안내하며 그 원인이 각각 프레제 기법과 사블레 기법에서 유래한다 알려줍니다. 각각의 방식은 책에 소개되어 있고요. 사블레 방식이야 집에서 사블레 쿠키 만들 때도 종종 이용하는 방법이었는데 확실히 타르트 바닥으로도 쓰는 군요. 쓰읍...


거기에 다양한 크림들도 등장합니다. 머랭도 프랑세즈, 이탈리엔, 스위스의 세 가지를 안내하네요. 크림은 파티시에르(커스터드), 거기에 버터를 섞은 무슬린, 크렘 앙글레즈와 봉브, 샹티이, 시부스트 .. 등등 이름만 알고 있던 것도 여럿입니다.=ㅠ= 하여간 초보자도 그렇고 본격적으로 체과제빵을 시작하려는 사람들에게도 좋아 보입니다. 게다가 크림은 완성품의 질감이 잘 보이게 큰 사진으로 실어 놓아 더더욱 좋습니다.



그런 기초 기술 다음에는 본격적으로 케이크 만드는 법이 나옵니다. 여기 소개된 케이크는 손이 많이 가는 것들이 대부분이니 초보자들에게는 쉽지 않겠지만.. 그리고 파운드케이크 같은 건 안나옵니다. 가장 쉬운 쪽에 들어가는게 티라미수류. 가장 먼저 나오는 것을 가장 쉬운 것이라 한다면 포레노아-블랙 포레스트, 슈바르츠발트가 제일 먼저 나왔으니...'ㅂ'; 하기야 초콜릿 시트만 있으면 조립 자체는 쉬운 편이지요. 준비 재료도 그 뒤에 나오는 다른 케이크보다 간단합니다.(...)

가장 만들어 보고 싶은 것은 모카 케이크인데, 이 커피맛 버터크림케이크는 어릴 적엔 종종 보았지만 제대로 된 버터크림으로 만난 적은 없습니다. 이건 언젠가 직접 만들어 보고 싶네요.+ㅠ+



멜라니 뒤피. 『파티시에 그랜드 매뉴얼』, 강지숙 옮김. 클, 2017, 35000원.


이달 넘기고 8월 초에 장바구니 살피면서 주문 들어가렵니다. 훗훗훗.

『레사의 거울』은 조아라에서 연재될 당시부터 보았습니다. 이것도 알라딘 발매는 아마 늦었을 겁니다. 한참 뒤에야 사야한다는 걸 떠올리고 장바구니에 담았다가, 뒤늦게 결제하고 이제야 보고 감상 적는 것이니까요. 오늘 막 다 읽은 참입니다.(먼산)


이야기는 1부와 2부로 나뉘며, 각 두 권으로 나뉘어 발매되었습니다. 전자책으로만 나왔고 종이책은 없네요. 왜 그런 건지, 저는 합권이 아니라 낱권으로 구입했더랍니다. 정말 왜 그랬지? =ㅁ= 보관하는 것이야 차이가 없지만 읽을 때는 합권이 더 편합니다. 아니, 읽을 때도 과정이 하나 더 들어가던가..



윤이사는 거울을 하나 가지고 있습니다. 어릴 적, 어머니가 사오셨다는 거울은 대학 진학 후 오라버니들과 함께 살기 위해 이사했을 때도 같이 따라왔습니다. 그리고 그 거울 속 세상에서 이사는 레사라는 여신이 됩니다. 거울에 들어갔다 나오면 딱 현실 세계에서는 딱 1분이 지나있을 뿐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이야기는 양쪽으로 나뉘어 진행됩니다. 신계에 있다가 아랫 세상의 제국, 자하를 돌보기 위해 내려온 레사의 이야기와, 거울을 나와 현실 세계에서 적당히 대학 생활과 취직준비에 머리 아픈 이사의 이야기. 양쪽은 이사가 거울 속 세계로 들어가느냐 아니냐에 따라 달라집니다.

1부의 주요 내용은 레사가 자하를 돌보다가, 신벌을 받아 점점 메말라 가는 소이령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손을 보태고 그 와중에 신인 레사의 기억에 생긴 구멍을 의심하는 걸로 끝을 맺습니다. 소이령의 문제가 레사의 기억 상실과 상당히 연결되어 있었지요. 그리고 이사는 또한 의심합니다. 레사가 진짜인가, 이사가 진짜인가. 호접몽과도 같은 이야기지만 어느 것이 진짜인지는 1부 말미에나 나옵니다.

2부의 주요 내용은 이사의 스토커 문제입니다. 스토커는 1부에 등장해서 내내 이사의 주변을 맴돌며 급기야는 위협에 가까운 짓까지도 저지릅니다. 이 때쯤에는 슬슬 스토커의 정체를 알아차리는데, 양쪽 세계의 균형이 무너지는 것도 스토커가 누른 스위치 때문이었습니다. 뭐, 구체적인 이야기는 하면 재미없지요.


전반적으로 한국 전래동화나 설화, 그리고 여러 나라의 신화가 뒤섞였습니다. 본편에서 등장한 등장인물과 등장동물, 그리고 등장유인물(응?)의 이야기는 외전에서 수습됩니다. 특히 용궁에서 이어진 저승 에피소드와, 거기에 얽힌 어떤 인물의 이야기는 정말...;ㅂ; 2부에서 그가 그렇게 스러졌을 때 참 안타까웠는데 다시 만날 수 있어 행복했습니다. 흑흑흑. 게다가 여기 얽힌 신화 자체도 꽤 좋아하는 클리셰라서 말입니다. 누구든 쉽게 짐작할 수 있는 이야기지만 이렇게 뽑아내기도 쉽지 않지요.


주인공의 로맨스가 없어 로맨스판타지도 아니고, 판타지라기에는 대체적으로 잔잔한 이야기지만 그런 잔잔한-그러면서도 스토커 덕에 스릴러의 느낌을 물씬 풍기는 이야기라 더 좋습니다. 외전 중에서는 저승이야기와 미사의 소원과 관련된 에피소드가 마음에 들었습니다. 그러고 보니 다음대 자하의 황제가 누가 될지는 슬쩍 수수께끼로 남았네요.




연리향. 『레사의 거울 1~4』. 그래출판, 2016, 4권 합본 10500원.



1권인 1부 1권은 무료로 풀려 있습니다. 무료본을 보고 취향에 맞는지 확인하셔도 좋을 겁니다. 그러고 보니 M님은 등장인물 중 매형을 가장 좋아하셨지요. 제 취향은 트위터 버전 청룡입니다. 정말로 귀여워요.+ㅅ+



책갈피를 얻기 위해 책을 샀습니다-로 표현되는 상황. 조만간 계량컵을 얻기 위해 여행서적을 살 것이니 괜찮습니다. 핫핫핫. 원래 다 그런거잖아요..?


『ACCA 13구 감찰과』는 6권 완결이라는 이야기에 기다리고 있는데 3권에서도 그 긴장감은 여전합니다. 적군과 아군의 구별도 불가능하고, 그 경계도 상당히 모호합니다. 담배의 출처는 어렴풋이 나오긴 하지만 정말로 이 덕에 담배를 얻을 수 있는 건가 싶고요. 아니, 이것도 넓게 보면 뇌물이 아닐까요. 금전적 이득을 볼 수 있도록 하는 것....이라기에는 모호합니다만.

읽을 때마다 감탄하는 것은 인물들의 성별 모호성입니다. 남성이라 생각했던 인물이 여성이고, 여성이라 생각했던 인물이 남성이었습니다. 특히 윗분들은 가리기가 더더욱 어렵군요. 성별을 두 번이나 연속으로 틀렸으니 이제는 얌전히 포기하고 그냥 읽겠습니다.


『마법사의 신부』도 성별을 헷갈렸습니다. 저는 남자애라 생각했는데 아니었네요. 치세에게 나잇대가 비슷한 친구가 생긴 느낌이라 흐뭇합니다. 엘리어스의 질투도 보았으니 더더욱.....



그런 의미에서 양 인형도 공식판매 해주면 안될까요.;ㅁ; 도쿄쪽 원화전에서 한 번 풀렸던 모양인데 규슈 전시회에는 안나왔답니다. 으흑흑. 지금 아까워서 규슈전 사진은 꺼내보지도 못했는데... 찍어서 보내주신 M님께 다시 한 번 배꼽인사 올립니다. 감사합니다. 이걸 보고 나면 분명 다음에 일정 맞는 전시회는 당일치기로 다녀오겠다며 울부짖을 겁니다. 일단 지금은 ... 절대로 무리고요.;ㅂ; 어제의 강의에 다른 업무들 때문에 마음의 여유가 없습니다. 게다가 휴가 쓰겠다고 하면 지금은 허가가 안날 시기라.ㅠ_ㅠ 한 주만 더 해도 갔을 건데요! 한 주만 더! ;ㅁ;

그랬다면 ... (하략)



이모저모 7월은 정신없이 몰아칩니다. 외부 기관에 보내야 하는 예산 조정 보고 공문도 있고, 내부적으로도 상반기 결산 문제로 정신없이 돌아가네요. 하여간 마감만 끝나면 그 다음 마감 하러 갈 겁니다. 이번 플젝은 조금 더 다듬어서 소논문까지는 아니더라도 근소하게 돌아갈 수 있도록 만들어 봐야죠.(한숨)



책 나온 줄도 모르고 있다가 뒤늦게 전자책으로 먼저 보았습니다. 원체 조아라 외의 사정에는 어두워서-게다가 트위터 팔로도 안 하고 있다보니 정보가 늦었던 거지요. 프로소비러 챠디님의 계정에서 이 소설 추천한 것을 보고는 전자책을 구입했는데, 나중에 이 서평을 쓰려고 보다보니 종이책이 있더라고요. 그러나 알라딘은 품절.

그리하여 교보에 들어갔더니 주문 가능한 상태더랍니다. 한참을 망설이다가 눈딱감고 주문했는데 발송이 점점 미뤄지더니 일주일 뒤에 '이 책 품절'이라는 내용의 메일이 왔습니다. 카드 결제한 것은 취소되었더군요. 그래서 알라딘 중고로라도 구입해야 하나 고민하다가, 시도나 한 번 해보자 싶어서 품절도서센터에 신청했습니다.

...

그리고 그 다음날 배송출발. 음하하. 래핑이 약간 뜯어졌지만 전혀 문제 없습니다. 그리하여 종이책 모셔놓고는 하염없이 쳐다보며 고이 모셔두었.... 나중에 마음 가라앉으면 다시 보려고 그런 거죠.



『당신의 서정적인 연애를 위하여』(이하 『당서연위』)에 대한 구구절절한 이야기는 모처의 서평으로 썼습니다. 이게 다른 곳에 공개될지 어떨지는 모르지만 가능성은 그리 높지 않네요... 아마도?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굉장히 재미있게 보았습니다. 『소설처럼』에 이어서 책에 대한 또 다른 이야기라는 점에서 더더욱 즐거웠고요. 『소설처럼』은 원래부터 책을 좋아하던 두 사람이 만나 직업적으로도 시너지 효과를 일으키는 모습을 그리지만 이 책은 조금 방향이 다릅니다. 『당서연위』는 책으로 인생이 바뀐 한 사람과, 그 옆에 서 있는 다른 사람의 모습을 그립니다. 한 사람은 불우한 시절을 겪고 '형님'을 대신해 죄를 뒤집어 쓰고 3년간 복역해 나왔기에 어떻게 보면 때묻은 사람이지만 그 속을 들여다보면 더 없이 순수합니다. 이런 표현이 어울릴지 모르지만 흙묻은 토란 같아요.(...) 진흙탕에 빠져 지저분해 보이지만 껍질 벗겨 놓고 보면 더없이 흰 색입니다. 순수한 흰색.

다른 한 쪽은 겉보기엔 참으로 선량하지만 모종의 이유로 어두운 곳에 을 들였지요. 그리고 이야기가 진행될 수록 둘의 색은 바뀝니다. 한쪽은 점점 하얗게, 다른 쪽은 점점 어둡게. 그렇다고 해서 서로가 서로의 상황을 모르는 것도 아닙니다. 처음에는 의지할 수 있는 책방 주인이라 생각하고 의탁했지만 둘러싼 환경이 급박하게 돌아가고 눈치챌 수밖에 없는 상황에 이르렀을 때, 그 때 눈을 감더군요. 순수하다고는 하나 진흙탕에서 지냈기 때문에 아예 모르는 것도 아닙니다. 그저 서로의 손만 잡고 있으면 그걸로 족하다는 그런 느낌이 더 강하게 오는 것도 그래서겠지요.


책으로 인생이 바뀌었다, 도서관으로 인생이 바뀌었다는 그 어떤 수기보다도 이 책이 더 강렬하게 다가오는 것은 그 때문입니다. 교도소에서 책을 만나지 않았다면, 학교도 제대로 다니지 않은 승혁의 인생은 밑바닥에서 벗어나지 못했을 겁니다. 책을 많이 보았고, 그래서 모범수로 일찍 출소할 수 있었고, 그래서 일부러 찾아간 건물의 1층에서 헌책방을 보았을 때 그냥 지나치지 못한 것은 인생을 바꿨지요. 서정의 인생도 그래서 함께 바뀌었습니다.

마지막의 책방은 꿈과 같은 이야기지만 거기서 또 하나의 마무리가 이어지니.. 음. 그 부분은 읽는 사람을 위해 잠시 남겨 놓겠습니다.



책을 위한 이야기만도 아니라 누가 그녀를 죽였고 왜 죽였는가에 대한 수수께끼 풀이도 함께 이어집니다. 서정적인 연애담과 조금은 묵직한 추리가 함께 엮이니 참 좋군요. 필력도 그를 더합니다. 그리하여 아주 흐뭇하게 책을 보고 나서 서평을 썼는데... 역시 BL이라는 점과 19금이라는 점이 조금 걸리는군요. 핫핫핫.;



김모래. 『당신의 서정적인 연애를 위하여』. 시크노블(동아), 2016. 11000원.




『역지사지』 3권에는 PP 재질의 작은 일러스트 카드가 있습니다. 아마도 엘이겠지요. 금발의 보랏빛 눈이고 소설 주인공이니까요.'ㅂ'



2권의 마지막 부분이 복수 전의 전환점이라고 하면 여기서는 화려하게(?) 터뜨립니다. 원래 소설 자체가 주인공이 예쁘고 착하고 모든 것을 다 가진 것으로 보이니, 그러지 못했던 반동인물이 처절하게 괴롭힌데서 시작한 것이었고, 그에 대한 복수를 하는 것이 소설 줄거리니까요. 1권 초반부터가 반동인물이 모든 걸 다 밝히고 자신에게 휘둘린 인물들을 비웃었던 그 이후의 일입니다. 괴롭힘의 가해자와 피해자가 바뀌었다는 사실을 뒤늦게 알고는 다들 손이 발이 되도록 빌러 왔지만, 사실 손에다 양말 끼고 있는 수준의 간절함이고 그 바닥에는 '사과를 하고 용서를 빌면 당연히 받아줄 것이고 그러면 원래대로 돌아갈 수 있어.'라는 근거없는 자신감이 깔려 있습니다. 그 사이 주인공이 어떻게 변화했는지에 대해서는 일말의 관심도 없었지요.

1-2권에서 그러한 관점을 사정없이 밟아버리고는 괴롬힘을 주도한 인물에게 가장 소중한 것을 빼앗습니다. 3권은 그 반동인물이 어떻게 패배했는지, 그리고 어떻게 나락에 떨어지는지를 보여줍니다. 어떻게 보면 이 소설은 카타르시스만을 위한 복수혈전극입니다. 그 부분에서 공감할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지만 대체적으로 재미있게 보았습니다.


또 하나 중요한 것은 조아라와 카카오페이지 연재 분량보다 추가된 외전입니다. 카카오페이지 쪽의 연재분량은 확인 못했고, 조아라쪽은 본편 마지막으로 마무리됩니다. 그 뒤에 각 남자주인공 후보들과의 여러 IF 외전이 있는데 종이책에 추가된 외전은 닫힌 결말을 나타내더군요. IF가 아니라 완전히 마무리 된 결말입니다. 당연히 IF 외전에 등장한 인물 중 하나인데, 저는 소설 읽는 동안 이 쪽이 짝이 될 것 같다고 밀던 인물이어서 불만은 전혀 없습니다. 후후훗. 사실 다른 인물들은 이러저러한 사유로 다 기각되고 이 사람만 남았더랬지요. 그런 겁니다. 그 덕에 IF 외전의 다른 인물들에 대한 위화감이 슬쩍 남더라고요..'ㅅ';



윌브라이트. 『역지사지 3』. 동아, 2017, 11000원.


책 날개에 근간으로 『차 한 잔 하실래요?』가 있던데, 빨리 출간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이쪽도 굉장히 기다리고 있어요.+ㅅ+


『비정규직 황후』는 로크미디어에서 출간되었습니다. 조아라에서 연재하다가, 대규모 유출 사태 이후 연재를 중단하고 카카오페이지로 넘어갔고, 거기서 완결까지 연재 후 출간되었지요. 그래서 연재시기에 비해 출간이 상당히 늦었습니다. 일러스트는 조아라 연재 당시에도 같은 것을 썼다고 기억합니다. 표지 그림은 다르지만 사은품으로 나온 물품들이 같은 일러스트로 나왔습니다.






초판 한정 사인. 그러고 보니 『역지사지』는 문구가 상당히 길다 생각했는데 인쇄 사인이더군요.(먼산) 어쩐지, 일일이 적어 놓기에는 너무 길다 했....ㄱ-






마찬가지로 수량한정 사은품입니다. 초판보다 수가 적지 않을까 싶은데 알라딘에서 결제 시 추가금액을 내고 구입 가능한 거울입니다.






카드 거울인데 일러스트는 엽서와 동일하고요.




제목 그대로 일정 기간만 황후를 하기로 계약하고는 황제와 약혼을 합니다. 원래 황제와 황후가 같이 계승식을 하면서 신성을 이어받아야 마녀를 비롯한 몬스터를 없앨 수 있는데, 첫 황후의 자식이 행방불명되었다가 뒤늦게 나타난데다 황비의 자식도 나름 출중하다보니 계승문제가 발생했거든요. 황태자가 약혼을 하고 함께 계승식을 해야 황위에 오를 수 있는데 약혼녀가 연이어 죽어나가니 이제 더 이상 약혼하겠다는 이가 없었던 겁니다. 그리하여 기사였던 이를 덥석 들어다가 여장하고 임시직으로 황후를 해달라고 한 것이 제목의 이유이지요.

물론 독자들을 초반부터 다 압니다. 남장기사라는 사실을 말입니다. 그리고... (하략)




읽고 나서 왜 성평등한 판타지세계는 없는 것인가 광분하게 만들던 것도 이 책에서 연유합니다. 물론 그보다 앞서 본 『황제와 여기사』도 그랬지만, 이 책도 불평등한 세계에서 기사로 살아남기 위해 노력하던 여주인공과, 그런 여주인공을 사랑해서 시스템을 갈아 엎는 남주인공이 있어서 불평등이 해소됩니다. 즉, 처음부터 평등한 세계도 아니고, 그나마도 남주인공이 권력자가 아니었다면 불평등은 그 뒤로도 계속되거나 해소되는데 한참 걸렸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지요. 슬프지 않습니까... 완벽한 판타지 세계는 심심할 거라는 생각을 아주 조금은 하지만, 왜 그런 심심한 소설이라도 전혀 안 나오는 걸까요. PC한 것을 바라는 것도 아니고 그저 성별이나 나이로 차별받지 않는 세상을 바라는 것뿐인데. 왜.;ㅅ;


하여간 책장이 포화상태라 이제 슬슬 정리해야겠다는 생각을 먹은 것도 이 즈음입니다. 아직까지 손 안대고 있지만 조만간 책 방출을...(먼산)



한민트. 『비정규직 황후 1-3』. 로크미디어, 2017, 1-2권 12500원, 3권 13000원.


세트로 사서 몰랐는데 각 권 가격이 달랐군요....=ㅁ=

제목에 아주라는 부사를 넣었더니 부정적인 의미를 품는 것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꼭 그렇지만은 않습니다. 책 자체가 가볍게 읽고 넘어갈 만한 것이라 넣었던 겁니다. 아니, 그 가벼움이 정말로 가볍냐 하면 그렇지만은 않습니다. 곰씹어 보면 사회 문제로 생각할만한 것도 여럿 있고요.


책을 사무실에 두고 왔더니 샤를로트의 주인 이름을 홀랑 잊었습니다. 허허허. 하지만 중요하진 않습니다. 중요한 건 샤를로트니까요.



주인공은 난임치료를 받던 도중, 반려동물을 들이면 아기 없는 허전함이 조금 가실까하는 마음에 반려동물을 들이기 위한 준비를 합니다. 여기저기 이야기를 하던 도중 삼촌에게서 경찰견의 이야기를 듣지요. 경찰견으로 은퇴하거나 퇴직한 개들은 일반 가정에 분양되는데, 이미 배변훈련 등이 다 끝난 성견이기 때문에 오히려 키우기가 좋다며 추천을 받습니다. 그렇게 샤를로트는 부부가 함께 사는 집에 들어옵니다.

셰퍼드라 덩치가 상당하지만 부부가 모두 직장이 있어 나가는 터라 밖에 두는 것이 안쓰러워 집안에서 키웁니다. 이렇게 보면 샤를로트는 진짜로 부부의 아기 같기도 합니다. 날마다 꼬박꼬박 산책을 시키려 노력하지만 직장생활이 그렇게 만만한 것은 아니라, 가끔은 도그런에 데리고 나갑니다. 거기서 만난 마을의 여러 애견가들과 친하게 지내고, 샤를로트도 그 안에서 남자친구가 생깁니다.



샤를로트의 우울은 표제작이자 첫 번째 이야기입니다. 집에 도둑이 들었던 이야기와 다른 사건을 엮으면서 도둑의 정체와 샤를로트의 적응을 다룹니다. 샤를로트가 왜 짖지도 않고 숨어 있었는가에 대한 답은 의외로 간단한데 그게 또 동감이 되더군요. 저라도 그럴거라 생각합니다.(이하는 내용폭로) 옛 직장동료(...)가 일시키러 찾아온다면 잽싸게 도망칠거예요.


다른 이야기도 도그런에서 만난 사람들이나, 마을 주민들, 그리고 집에서 일어난 사소한 사건들을 풀어 나가는 과정이 나옵니다. 시간의 흐름이 있다보니 두 번째 이야기에서 등장한 인물이 뒤에 다시 등장하고, 다른 이야기와 연결되고 합니다. 혹시라도 난임이 해결될까 기대하고 있었는데 그런 건 없고, 각 단편은 그 자체로 완결성을 가지다보니 그대로 마무리 되더군요. 뒷 이야기가 더 있어도 괜찮았을 건데 조금 아쉽습니다.


개뿐만 아니라 고양이 이야기도 함께 나옵니다. 샤를로트와 고양이집회가 그 내용인데 있을법한 이야기로 마무리됩니다. 일상의 수수께끼에 탐정도 따로 없다보니 그래서 코지 미스터리라고 설명을 넣었나봅니다. 가장 탐정 역할에 가까운 것은 남편이겠지만요.


반려동물을 좋아하시는 분께 추천합니다. 개가 주역이고 고양이는 가끔 등장하지만 샤를로트가 귀여우니 상관없습니다. 훗훗훗.



곤도 후미에. 『샤를로트의 우울』, 박재현 옮김. 현대문학, 2017, 12000원.


제목 그대로. 이 책은 수컷의 육아를 다룹니다. 인간 수컷은 초반에 조금 나오지만 진화생물학적인 입장에서 언급됩니다. 그러니까 왜 인간은 남자와 여자로 나뉘었는가, 일부일처제와 일부다처제, 일처다부제, 난혼제는 어떤 의미를 가지는가 등등을 읽기 쉽고 어렵지 않게 다룹니다. 실제 이야기는 이보다 더 깊고 깊겠지만 개념을 잡는데는 이 정도로 충분하다고 봅니다. 하여간 인간수컷의 육아기보다는 동물의 육아기가 많습니다.



읽다가 깨달았는데 책에 소개된 것도 진화계통 수순입니다. 어류 수컷이 먼저 나오고 그 다음이 양서류, 조류의 순입니다. 어류는 상당히 특이한 형태도 많더군요. 기억에 남는 건 역시 흰동가리입니다.


흰동가리는 『니모를 찾아서』에 나오는 말미잘 주변에 서식하는 물고기입니다. 그러고 보니 어비스리움에서도 자주 보았군요. 하여간 흰동가리는 날 때는 모두 수컷이고 공동체 생활을 하는데, 번식기가 되면 무리 중 가장 큰 녀석이 암컷이 된답니다. 아무래도 암컷은 알을 만들어야 하니까 자원 소비가 많고, 그래서 가장 큰 녀석이 변화하나봅니다. 그리고 두 번째로 큰 녀석이 번식력을 획득(!)해서 둘이 번식한답니다. 만약 암컷이 사망하면 번식력을 획득했던 두 번째로 큰 녀석이 이제 가장 크니까, 암컷으로 변합니다. 그리고 그 다음으로 큰 흰동가리가 번식력을 획득하지요. 아... .. ... 이걸 BL 소재로 써도 재미있겠다는 망상이 잠시 머리를 스치고 지나갑니다만, 거기까지.


어류는 체외수정을 하니 따지자면 난혼에 가까울지 모릅니다. 그렇다보니 수컷은 열성적으로 암컷을 꼬시고 알을 받아오며, 그 뒤에도 추가적인 관리를 하는 종이 여럿 있습니다. 유명한 건 역시 가시고가와 해마지요. 해마는 둘이 짝을 이뤄 계속적으로 수컷이 임신을 반복하며(...) 번식한답니다. 의외로 산란 후 지속적으로 보살피는 물고기도 있긴 하네요.


양서류는 그보다 적답니다. 없는 건 아닌데 꽤 독특하기도 하고요. 하지만 전 양서류는 그리 좋아하지 않으니 훌훌 넘겼습니다.


파충류는 없고요. 조류는 흰머리수리가 먼저 나옵니다. 그 앞에 서문에서 원앙 이야기가 잠시 언급되는데, 원앙은 암컷이 알을 낳아 번식 성공을 확인하면 미련없이 떠난답니다. 알낳기 전에는 스토킹에 가깝게 붙어다니지만 낳고 나면 돌아서는게... 원앙같은 부부라고 하면 그리 좋은 이미지가 아니로군요. 흰머리수리는 부부해로하는 새랍니다. 특히 외도를 하려고 하면 동료들까지 나서서 뜯어 말린(...)다는군요.

백조의 번식 이야기도 흥미롭습니다. 유아 사망율이 매우 높은데, 가장 큰 이유는 철새라 아주 먼 거리를 날아 다니기 때문이랍니다. 그렇기 때문에 아기를 잘 키우려면 부부간의 화합이 중요하고... 가 아니라. 먼거리를 날아다니기 때문에 번식 상대를 찾을 시간이 매우 부족해서 원래 짝했던 애랑 또 짝짓는답니다. 로망이 팍삭 부서지는 소리가 어디선가 들립니다...

비둘기는 수컷도 우유를 낸답니다. 암수 모두 피존밀크를 낼 수 있어서 그렇다는데. 비둘기유라니까 우유가 아니라 기름이 먼저 떠오르는 건 어쩔 수 없군요.

에뮤나 펭귄의 이야기도 재미있습니다.



만. 맨 마지막의 수컷 이야기는 음... 미묘하네요. 동물들에 대한 기술은 나쁘지 않은데 개인 의견이 들어가면 고개를 갸웃거리게 만드는 부분이 좀 있습니다. 수컷은 새끼와 암컷을 위해 희생하는 존재라고 언급하는 거나, 다른 동물도 그렇게 살아간다고 하는 부분이나. 왜 강조하시나요. 인간은 달라야 하지 않나요. 공동육아하는 다른 동물들 이야기도 여럿 적었으면서 왜 꼭 그런 부분만 강조하시나요.


하여간 가볍게 볼만한 동물 이야기책입니다.



이나가키 히데히로. 『수컷들의 육아분투기』, 김수정 옮김. 윌컴퍼니, 2017, 14000원.


관련글: 에콜 드 파리 살인사건: 스위치 눌렸다..


눌린 스위치는 결국 풀리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그 스위치 눌린 부분을 빼고 앞부분은 상당히 괜찮은 추리소설 맞습니다. 그러니 결국에는 탐정이나 형사들의 그 찬사가 문제가 되는군요. 뭐라 해도 미술사에 대한 추리소설은 많지 않으니 그런 점에서도 추천은 할만합니다.


그래도 전 주변 사람들에게 추천 못할 겁니다. 아니면 딱 범인이 밝혀지고 찬사가 나오기 전까지만 읽으신다거나..=ㅅ=

책 앞의 1/3을 읽다가 도저히 안되겠다 싶어 건너 뛰고 나서 뒤로 넘어갔습니다. 그리고 그 뒷부분에서 스위치가 눌렸습니다. 일단 리뷰를 쓰고 나서 그 다음에 다시 앞부분 이어 읽을 요량입니다. 다 읽지 않고 일단 쓰는 것은 그 방아쇠가 어디서 당겨졌는가를 적기 위함입니다.

뒷부분 내용을 적지 않을 수 없으니 내용 폭로가 싫으시다면 아랫부분은 읽지 않으시면 됩니다.


앞부분의 이야기는 상당히 괜찮습니다. 유명 화랑의 주인이 칼에 찔려 사망하고 방안은 밀실입니다. 그리고 경찰들이 신고를 받고 출동하지만 외부인 침입 흔적은 많지 않고 창문도 안에서 잠겨 있었습니다. 주변 인물부터 차근차근 조사해 나가는 이야기가 앞 이야기의 주요 내용입니다. 원한을 가질만한 인물은 있지만 그렇다고 죽일 정도는 아니고 재산상의 문제가 있냐면 .. 그것도 애매하군요. 다만 이 앞부분 이야기를 끌어 나가는데 수사팀의 지휘권을 가진 경부가 매우 싫어하는 타입이라 읽는데 애를 먹었습니다. 앞부분 읽다 말고 뒤로 넘어간 것도 비슷한 맥락입니다.

운노 형사는 그런 경부 아래서 꽤 오래 일했나봅니다. 위경련 때문에 고생도 했다는군요. 그 위경련 증상이 도질까 싶었던 찰나, 낯선 인물이 살인현장인 저택에 들어오겠다고 난동을 부립니다. 그리고 그 인물은 오랫동안 연락이 두절되었던 조카입니다. 백수는 아니고 내키는대로 일하다가 돈 벌며 놀다가 어쩌다 하는 이 조카는 예술에도 관심이 많아서 외숙부에게 이런 저런 조언을 합니다. 그렇게 탐정역과 그 보조역이 등장합니다만. 으으음. 주인공 탐정도 제가 좋아하는 타입이 아닙니다. 그렇다보니 건너 뛰는데 상당한 기여를 합니다.



자아. 하지만 스위치가 눌린 것은 앞이 아니라 뒤에서였습니다. 막무가내 경부나 철없어 보이는 탐정은 그렇다 치지만 도저히 용서가 안되는 인물이 있었습니다.




이 책을 빌린 것은 작가의 두 번째 책이 나왔고, 그 앞편으로 이 책이 언급된 것을 보아서였습니다. 두 번째 책은 토스카가 주제더군요. 이 책은 에콜 드 파리, 동시대를 영위한 파리의 여러 화가들이 주요 소재입니다. 이야기를 버무리는 것은 괜찮았지만 저기에 기술한 이야기만큼은 참을 수 없었습니다. 다음 책도 그리 기대는 되지 않습니다. 무엇보다 탐정과 그 주변 인물이 둘 다 마음에 들지 않으니 읽는 내내 마음에 걸리겠지요.




후카미 레이치로. 『에콜 드 파리 살인사건』, 박춘상 옮김. 한스미디어, 2014, 13000원.



예술사, 미술사에 관심이 있으시다면 재미있을 겁니다. 저처럼 스위치만 눌리지 않는다면요..ㅠ_ㅠ

원제를 영어 표기로는 Motto Shiritai Paris No Shuno라고 적어 놓았는데, 해석하면 더 살고 싶은 파리의 수납입니다. 표지에는 Honda's Eye in Paris라는 문구가 있어서 이게 원제인가 했는데 그건 아니군요.

저자인 혼다 사오리가 파리의 여러 집들을 구경 다니며 집의 간단한 평면도와 구체적인 수납 사례를 적은 책입니다. 집의 크기가 천차만별이고 세대 규모도 다 다릅니다. 혼자 사는 사람들이 많지만 가족과 함께 살기도 하고, 둘이기도 하고 다섯이기도 하고 수도 다양합니다. 그렇다보니 다양한 모습의 살림살이와 수납이 나오네요.



아주 짧게 요약하면 나만 알아 볼 수 있게 정리하거나, 아니면 겉으로 안 보이게 감추듯 수납하거나. 그리고 수납장은 가능하면 맞춤형으로 짜는 것이 좋습니다. 앞서 봤던 다른 책들처럼 무인양품을 많이 쓰는 것도 특징이라면 특징이군요. 수납 상자나 바구니 등도 많이 나옵니다.



사진이 더 많은 것 같이 느껴지지만 읽다보면 글도 많습니다. 설명하는 글이 작은 글씨로 적혀 있어 그런 거지 책 분량도 상당하네요. 사진도 마음에 들고 구석구석 찍어 놓은 것도 좋습니다. 구체적인 평면도가 아니라 손으로 대강 그린 것 같은 평면도라는 것이 조금 아쉽습니다. 가장 마음에 들었던 것은 두 번째로 나온 티에리의 원룸입니다. 무대 관계 일을 한다는데 MDF 합판을 사용해 짠 집 구성이나, 15평방미터 밖에 안되는 곳에 침대까지 놓고 생활하는 것에 대한 감탄이 절로 나옵니다. 솔직히 제 자취방 못지 않게 작네요. 거기에 다락이라 그런지 경사진 공간이 있어 실제 공간은 더더욱 작게 느껴질 겁니다. 천장 낮은 곳에 침대를 놓아 공간 활용을 최대로 끌어낸 것도 좋고요. 필요한 것은 다 있다는 점도 재미있고, 그러면서도 분명 충분히 생활하는 공간이라는 것도 좋네요. 아... 이 정도로만 정리하고 살아도 좋을 건데 제 방은.... 본가가 더 문제인거죠. 그런 거죠. 책을 포기하기 전까지는 답이 안 나오는 제 방...-_- 자취방은 그래도 얼추 치워놓고 살지만 본가는 그것도 안됩니다. 흑흑흑. 어떻게든 버리는 것이 답인데 자취방을 사수하고 본가 방은 포기한 모양새가 되는 것도 신기하지요. 솔직히 본가 방이 있어서 자취방이 깨끗하게 정리되는 것이라 생각은 하는데. (먼산)



예술계에 종사하는 사람들이 많아서 재미있는 수납 아이디어도 많습니다. 소품도 특이한 것이 많이 등장하다보니 재미있고요. .. 보고 있노라면 나도 어떻게든 다 치워버리고 싶다는 생각이 들지만 실천하기 전까지는 무리입니다. 파리의 모습이다보니 옛 물건들이 등장하는 것도 쏠쏠한 구경거리입니다.:)



혼다 사오리. 『혼다 사오리의 집이 좋아지는 파리 수납』, 박수지 옮김. 터닝포인트, 13000원.


헙. 생각보다 책 가격이 많이 저렴하네요. 하기야 책 종이가 약간 도톰해서 208쪽 밖에 안되니 그런건가. 그래도 전체 컬러인데 말입니다.

최근의 살림 화두는 미니멀라이프인가봅니다. 신간 검색을 하다보니 관련 책들이 많이 나오네요. 하지만 애초에 수집벽이 있는 사람에게 미니멀라이프는 무리입니다. 불필요한 것을 버리고 필요한 최소한의 것만 남긴다고 하니 하면 법정 스님의 무소유가 먼저 떠올라서 말입니다. 그쪽은 불교의 화두인 오욕칠정을 버린다는 것에 근거한 생활이겠지만 미니멀라이프와도 어느 정도 닿아 있지요. 그런 고로 오욕칠정을 끌어 안고 사는 제게 그런 삶은 불가능한 삶에 가깝습니다. 노력하면 가능은 하지만 그 과정에서 여러 스트레스를 받을 것이 분명하니까요.



『오래 쓰는 첫 살림』의 부제는 '곁에 두고 싶은 물건으로 공간을 채우는 미니멈 리치 라이프'입니다. 앞 뒤가 안 맞는 것 같지만 읽다보면 이해가 됩니다. 집은 크지 않고, 충동구매로 물건사서 쟁이다보면 결국에는 제대로 관리하고 쓰기도 어려우니까 꼭 마음에 들고 잘 쓸 고급 물건을 골라 구입하자는 내용이네요. 기왕이면 자신에게 보는 눈이 있고 그런 살림 감각이 있다면 좋겠지만 없다면 최소한 막무가내로 남들이 사니까 사자는 것은 말라는 겁니다. 그렇게 생각하면 미니멈 리치라는 것도 이해가 됩니다.



그렇지만 그것도 솔직히 최소한의 공간과 최소한의 자금이 있어야 가능한 것이지요. 작은 원룸에서 살면서 전세 만기되면 이사가야 하나 고민하는 입장에서는 미니멈 리치라는 것도 쉽지 않아 보입니다.

만.; 생각해보니 실천 안하는 것도 아니네요. 하.하.하. 부엌살림만 두고 본다면 이 책에서 말하는 것과 비슷한 생활을 합니다. 숟가락과 젓가락, 포크는 유기제품으로 쓰고 있고 국수그릇과 접시는 아라비아 핀란드를 씁니다. 평평한 접시는 선물로 받은 다얀이고요. 머그는 사은품이지만 마음에 들어하는 것이라 문제 없고요. 냄비는 실리트. 이것도 오래 쓰니 안쪽 코팅이 벗겨지는 느낌이지만 아직 바꾸지는 않았습니다. 주방도구는 멜라민이지만 부엌칼은 집에서 들고 온 헹켈. 일단 오래 쓰고 덜 질리는 종류를 쓰고 있다는 점에서는 닮았는지도 모릅니다. 아차. 작은 사발은 또 ... (하략)


이모저모 따져보니 더 넓은 집으로 이사가더라도 이 부엌 살림이 다른 것으로 바뀔 가능성은 낮습니다. 아마 그릇만 더 늘겠지만 그것도 아라비아 핀란드 시리즈나 띠마로 들고올 가능성이 높고요. 혼자 살림에는 그릇 더 늘린다는 것은 번거로운 일이고, 무엇보다 비용의 문제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지요. 하나씩 마음에 드는 것을 추가해 모으지 않을까 하지만.... 이 책에서처럼 왕창 늘릴 것 같진 않습니다.

(물론 이건 어디까지나 지금까지 모아 놓은 그릇이 작은 서랍장 하나는 가득 채울 정도라 그런 것 맞습니다.-_- 블로그에 올려 놓은 그릇 지름기만 해도 얼마냐.)




그릇 말고도 살림 살이는 많습니다. 책에서 맨 앞에 다루는 것은 가구더군요. 그릇은 뒤쪽에 있습니다. 저야 빌트인에 들어와 있는데다 침대를 쓰지 않으니 이 책에서 소개한 침실가구들을 쓸 가능성은 낮습니다. 다만, 저자가 좌충우돌했던 상황을 보니 책에서 소개한 것처럼 꼼꼼하게 따져볼 필요를 느꼈습니다. 침대는 참으로 소중하니까요. 가격도 비싸거니와 하루의 30%는 보내고 있으니까요.


소파는 아마도 안 쓸 것이고, 의자는 테이블에 맞춰 적당히 고르지 않을까 합니다. 테이블을 커다란 것을 놓고 작업실 대신 쓸 가능성이 높으니까요. 식탁은 별도로 안 두지 않을까 싶지만... 혼자 생활하면 더더욱 식탁 쓸 일이 없고요. 차라리 거실에 상펴는 것이 편하고요. 식탁을 두면 부엌 공간이 좁아지는게 문제입니다. 대신 작업대가 하나 늘지만 그럴바엔 작업대를 추가하는 것이 낫지 않을까 싶고요.


장식장은 둘 가능성 낮습니다. 둔다 해도 아마 이케아? 피규어 장식은 할 것 같지만 거실에 놓을 거란 생각은 안드는데..=ㅁ= 장식장보다는 책장이 우선이지요. 이건 짜맞출 가능성이 높지만 확실하진 않습니다.



드레스룸이나 욕실, 조명은 크게 신경쓰지 않습니다. 패브릭은 고민할만 한데, 커튼은 무난한 것을 쓰겠지만 카페트는 아마 좋은 걸로 고를 겁니다. 바닥에서 굴러다니는 걸 좋아하니까요. 커튼 이미지는 여름 기준으로 아마 이런 것...




마 조각보로 이런 것 만들면 예쁘겠다고 망상만 합니다. 망상만......



나중에 집을 어떻게 꾸밀 것인가 상상하다보니 글이 엉뚱한 곳으로 흘렀지만, 하여간 독립하거나 결혼하거나 하여 새로 살림을 꾸릴 적에 참고하면 좋을 책입니다. 이 책에서 소개한 걸 100% 다 따라하는 것은 무리고 자신의 생활습관에 맞춰서 적절히 적용하면 좋을 겁니다. 그리고 결혼할 때도 모든 살림을 다 살 필요도 없지요. 저자도 남들이 하니까 따라 하다가 실패한 것이 많다고 적었는데 주변을 봐도 필요한 것만 딱 구입하면 됩니다. 하지만 그것도 허용되는 범위 안에서 가능하더군요. 건조기를 추가로 설치하고 싶었는데 공간이 없어서 못했다거나, 세탁기를 구입했는데 넣어보니 설치할 공간보다 커서 안 들어갔다거나 하는 사례를 실제 봤습니다.(먼산) 공간 치수와는 별개로 들어가는 문이라든가의 문제가 크더군요. 신혼 때 미처 못산 가전을 뒤늦게 구입하는 친구는 '혼수 들이면서 왜 같이 사는지 알았어. 금전 감각이 마비되어서 그 때 한 번에 지르는 건가봐.'라는 이야기도 하던걸요. 에어컨 가격이 무지막지 하다고 하면서..


보고 있노라니 독립하면서 어떤 집을 꾸밀 것인가 찬찬히 생각하게 되더군요. 느긋하게 목록을 만들어 가며 상상하는 것도 재미있을 겁니다.



이영지, 조성림. 『오래 쓰는 첫 살림』. 청림Life, 2017, 22000원


가격이 높지만 책을 들어보면 압니다. 책이 작지 않고 상당히 두껍고요. 근데 책 무게가 933g이라니..;(알라딘 참고) 무겁긴 했지만 1kg 가까이 될 거란 생각은 못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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