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보고 알았는데 『에이미의 우울』은 조아라에서 전자책이 나왔군요. 어째 프리미엄으로 넘어간다 했더니 그래서였나봅니다. 조아라와 전자책 계약. 프리미엄으로 넘어간 것은 텍본 유출 초기였던 걸로 기억하고 이번은 아닐 겁니다. 그보다 훨씬 앞이고, 프리미엄에서도 전자책 한 권 분량은 나왔고, 외전이 붙었으니 실제 연재 기간은 상당히 깁니다.

저야 프리미엄 결제할 생각은 없었던게, 실제 수익은 전자책의 인세보다 프리미엄 쿠폰이 더 높다고 하나, 그게 제대로 지급이 될까라는 의심이 있었거든요. 그거야 제가 확인할 수 있는 건 아니지만 조아라의 얄미운 짓에 돈을 더 불려줄 생각이 안들기도 했고, 전자책으로 단번에 읽는 것이 더 낫겠다 싶은 생각도 있었지요. 그게 조아라였을 줄은 몰랐지만.




어디부터 읽어야 할지 몰라 3권부터 구입했습니다. 본편 3권과 4권을 구입하고 외전도 구입했습니다. 결론만 말하면 이 책은 처음부터 끝까지 판타지소설입니다. 로맨스소설이 아니고요. 물론 제비꽃공녀와 그 남편에게는 로맨스소설일 수는 있으나 소설 외전을 보면 그것도 확실한 로맨스라는 생각이 안듭니다. 에이미에게 로맨스는 없으며 로맨스의 잔향 같은 건 소꿉친구와의 사이에 있지만 확실하진 않습니다. 본편 사이사이의 외전에 등장하는 ***자의 시선으로 보면 굉장히 매력적인 인물이고, 이 사람이 에이미에게 반했나 싶은 생각도 들지만 맨 마지막 외전을 보면 확실하지는 않습니다. 그리고 그런 이야기가 나오지도 않고요.


이하는 내용폭로를 담고 있으므로 접어둡니다. 1-2권 분량에서 그랬듯 3-4권도 에이미와 레슬리의 편지 전달 사이사이에 시간적 간격이 있어서 사건이 벌어지고 난 뒤의 사후보고가 되는 것이 많습니다 .특히 에이미의 가출 건이 그렇습니다.


그러니 에이미를 건드리면 다들 엿먹는 거예요. 그런 거예요. 그래서 이 소설 주인공이 에이미인 것이라고 주장해봅니다. 뭐, 편지 쓰는 장본인부터가 에이미인걸요.



세기의 로맨스는 존재하나 세기의 결혼생활은 그보다 많이 드뭅니다. 기억에 세기의 로맨스가 세 건이 있었고 그 중 둘이 왕과 공작의 연애였던 걸로 기억하는데 어디까지나 로맨스였습니다. 현실은 로맨스가 아닙니다. 『에이미의 우울』은 그걸 확인 시켜주네요.


어쩌면 가장 어려운 삶을 보내고 있을 인물은 에이미의 이복동생들입니다. 쌍둥이 동생들은 아버지와 어머니가 결혼하면서 남긴 서류 한 장 때문에 계승 순위에서 확 밀립니다. 그리고 학술원에 들어간 순간, 거기서 졸업해서 나온다면 더 이상 공작가와 관련 없는 인물이 됩니다. 어머니에게는 학술원 입학 통보를 받은 순간, 그리고 어머니가 가출한 순간 버림 받았다고 생각할 것이며 그 상황을 조금 더 객관적으로 볼 수 있는 나이가 되더라도 버림 받았다는 생각과 어머니에게는 언니가 더 우선일 것이라는 점은 바뀌지 않을 겁니다. 친구는 있을 지언정 가족들은 ... 글쎄요. 둘에게 남은 것은 서로 밖에 없지 않을까란 생각도 듭니다.

그래서 사실 소설 속에서 제일 안쓰러운 것은 레슬리도, 에이미도 아닌 두 남매라는 점입니다. 참... 그래서 이소설이 더더욱 현실적(?)으로 느껴지나봅니다.



아참. 일반연재되지 않았던 부분에서 가장 통쾌한 장면은 틸빙을 박아 넣는 장면입니다. 전편 통틀어도 그만큼 속 시원한 장면은 없습니다. 에이미, 나이스샷.


nigudal. 『에이미의 우울』 3-4, 외전. 조아라, 2017, 3-4권 각 2500원, 외전 3천원.



대체적으로 조연들은 딱 현실만큼 삽니다. 행복하지도, 불행하지도 않게. 가장 행복한 것은 어쩌면 에이미와 레슬리일 겁니다. 아니, 레슬리보다 에이미가 더.


레슬리네 집안이 후작가임에도 왜 도움을 요청하거나 하는 일이 없었나 궁금했는데 외전에서 풀렸습니다.

-학술원을 졸업하면 성이 마이스터가 됩니다. 귀족집안도 마찬가지로 성을 버리게 됩니다.

-레슬리는 위로 형과 누나가 많습니다. 셋째 아들이라는군요. 학술원에 가서 성을 버려도 문제 없는 아들입니다.

-에이미의 아버지가 레슬리의 아버지, 폭스 후작을 구출하다가 죽었습니다. 하지만 소문난 미녀였던 발렌티나와 폭스 후작 사이를 의심한 후작부인 때문에, 후작가 아이들 유모로 취직한 발렌티나는 마음고생을 많이 합니다.


이것만 적어도 충분하겠지요. 하하하하하...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