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번 언급한 적 있지만 제 트위터 계정은 이글루스 반, 조아라 반입니다. 둘 다 지금은 멀리하고 트위터로만 구독하는 셈이지요. 조아라 작가 계정의 수가 더 많기 때문에 팔로우 계정의 성비는 여성이 우세하지만 실제 타임라인의 비중은 반반입니다. 조아라 쪽 계정은 거의 공식 알림 계정이라 그럴 겁니다.

타임라인을 그렇게 짜두다보니 제가 미처 팔로우 하지 않았던 계정의 정보도 자주 넘어옵니다. 그렇게 넘어오는 트윗 중 덕녘이라는 1인출판사를 운영하는 당수님의 이벤트가 있었고, 이벤트 신청을 넙죽 받아서 카드를 받았습니다.


솔직히 말하자면 덕녘이 1인출판사라는 것도, 반혼체 시리즈를 내는 것도 대강만 알고 있었고 구체적으로는 몰랐습니다. 이전에 알라딘 로맨스 MD 계정에서 『반혼체 상담 가이드북』이 100원이라는 가격으로 올라왔다는 걸 알았고, 궁금해서 검색하다가 무료로 풀린 『(고민하는 당신을 위한) 덕녘 가이드북』이 있는 걸 봤습니다.



그리고 알라딘 담요를 얻기 위한 세 번의 주문 중 두 번째 때 위의 두 책을 끼워 넣었습니다. 『반혼체 상담 가이드북』은 시리즈의 미리니름이 있을 것이니 빼고 『(고민하는 당신을 위한) 덕녘 가이드북』을 먼저 읽습니다. 그리고는 세 번째 주문 때 가이드북 읽으면서 장바구니에 담았던 시리즈의 두 책을 구입합니다. 『E의 펫숍』과 그 스핀오프라는 『쓰다듬어 주세요』였지요.


연휴 내 위의 책들을 섞어서 읽습니다.

추석을 맞아 용돈이 매우 부족한 상황에 이르렀기에 이 달에는 종이책을 포기하고 전부 전자책으로 맞춥니다. 그게 가능했던 것은 장바구니에 담아 놓은 전자책이 19만원 어치에 이르렀던 데다, 마침 '키르난 추천 마법사'에 올라온 책 중에서 구입하려던 책이 몇 있었기 때문입니다. 덕분에 그 책들을 분산 구입하면서 플란넬 담요 세 장을 얻었습니다. 게다가 격한 적립금 덕에 실제 결제 금액은 더 적었...;ㅂ; 다행이었지요.



반혼체 세계관은 그 자체가 오픈 세계관입니다. 시리즈 저자인 당수가 『반혼체 상담 가이드북』에서 해당 세계관의 창작자를 밝히기만 하면 새로운 창작은 문제 없다 하시는군요. 오오오. 당장 써보고 싶은 커플이 있었지만 생각해보니 섞어 쓰면 『쓰다듬어 주세요』의 이야기와 매우 유사한 형태가 될 수 있다는 것이 문제라면 문제.=ㅁ= 하여간 시리즈 첫 번째로 읽은 『E의 펫숍』부터 이야기 들어갑니다.


『E의 펫숍』은 내용을 팍팍 압축해서 이야기하면 어느 휴학생의 험난한 아르바이트기입니다.

군대 다녀와서 잠시 쉬는 동안 누나가 가벼운 교통사고를 당하면서 응급실에서 우연히 만난 낯선 남자에게 아르바이트 제의를 받은 희건이 겪는 이야기지요. 그쪽도 교통사고였고 그 때문에 장기간 펫샵을 비워야할 처지라 희건을 붙잡고 급하게 부탁합니다. 자신을 아무렇지 않게 생각하는 것을 보니 당신은 반혼체고, 그러니 같은 반혼체를 돌봐달라는 것이 주요 내용입니다. 당연히 웬 판타지소설 설정을 읊냐 했지만 자신이 지금까지 겪은 일들을 생각하면 그럭저럭 납득은 되는데다 시급 1만원이라는 높은 아르바이트비에 홀려서 승낙합니다. 그리고 펫샵의 동물들을 돌보며, 다른 반혼체들을 만나며, 자신이 반혼체라는 사실을 인정합니다.


이야기 자체는 펫샵을 대리 관리하는 동안 다른 반혼체들과 만난 이야기들이 주 내용입니다. 그렇다보니 BL이라지만 수위는 매우 낮고요. 동물을 좋아하신다면 즐겁게 읽으실 수 있을 겁니다. 솔직히 이 소설은 평범하게 살아온 희건을 주인공으로 삼아 반혼체 세계관을 설명하고 그 속에 빠져들 수 있도록 하는 쪽에 가깝습니다. 다른 이들이 어떻게 살아가는가는 스핀오프작인 『쓰다듬어 주세요』가 더 자세히 보여주고요.

『E의 펫숍』 초반에 등장하는 멍멍이 로디와 그의 반혼체가 주인공인 『쓰다듬어 주세요』는 몇몇 부분에서 약간 트라우마를 자극하는 요소가 있습니다. 그간 겪은 일로 자존감이 매우 낮은 반혼체 인간인 이현은 애인에게 배신당하고 모든 물건을 치우면서 애인이 사준 선물이었던 멍멍이를 어떻게 할까 고민합니다. 일단 뒤로 미루자고 생각했지만 그 다음날 아침에, 자신이 그 멍멍이라고 주장하는 잘생긴 청년이 자신을 덮치(...)고 있는 상황에서 후회합니다. 펫샵에 AS(?) 받으러 가서 자세한 설명을 듣고 난 뒤에도, 그리고 자신을 대하는 회사 동료들이나 다른 사람들의 태도를 보고서도, 그리고 자신에게 헌신적이지만 또 집착적인 로디의 모습은 여러 모로 질척질척한 전 애인과 대비되지요.

『쓰다듬어 주세요』는 반혼체이기 때문에 세상에서 배제되다시피 한 이현이 자신의 짝을 찾고 다시 세상의 사랑을 받으며 자존감을 조금씩 찾아나가는 이야기라 생각합니다. 읽다보면 울컥한 부분이 한 둘이 아니네요. 특히 전남친은 발목에 올가미를 걸어서 숭례문에 연휴 기간 동안 내내 대롱대롱 매달아도 속이 풀리지 않을 그런 존재입니다. 하등 인생에 도움이 안되니까요. 오히려 폐만 끼치는 인간형. 그렇기 때문에 집착적이기는 하나 자신의 짝을 감싸고 어화둥둥하는데 온 신경이 쏠린 로디가 참 귀엽습니다. 훗훗훗..


두 권을 읽고 나서 『반혼체 상담 가이드북』을 펴듭니다. 제가 구입하지 않은 책이 한 권 있어 미리 내용을 알았지만 크게 상관은 없습니다. 다른 한 권은 뱀이 등장해서 슬쩍 피했는데 같이 구입할 걸 그랬나요. 일단 장바구니에 담아 놓고...

가이드북을 보면 『E의 펫숍』 뒷 이야기도 살짝 나옵니다. 희건의 짝과 그 후일담이라든지, 반혼체들이 온전한 혼을 가진 이들에게 배척당하지만 사실 외모가 굉장히 뛰어나서 여러 모로 손해(...)라든지. 그리고 『E의 펫숍』에 나오는 지친 모습의 아저씨가 어떻게 고양이 카페를 운영하게 되었는지 등등. 그러니 읽으시려면 가능한 전체 이야기를 다 보고 읽는 쪽이 더 재미있게 즐길 수 있는 방법입니다. 마저 사는 건 용돈 채운 뒤에...(눈물)



동물을 좋아하시는 분이라면 재미있게 읽을 수 있습니다. 설정 자체가 상당히 매력적이라 그렇기도 하고요. 실제 허락받고 설정 도입해볼까 싶은 생각도...? 일 벌이기 전에 쓰고 있던 소설 두 편은 일단 정리해서 블로그에 올리거나 하고 생각하겠습니다. 흑흑흑. 하여간 연휴의 맛있는 책들이었습니다./ㅅ/



당수. 『고민하는 당신을 위한 덕녘 가이드북』. 덕녘, 2016, 0원.

당수. 『반혼체 상담 가이드북』. 덕녘, 2017, 100원.

당수. 『E의 펫숍』. 덕녘, 2015, 2000원.

당수. 『쓰다듬어 주세요』. 덕녘, 2016, 2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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