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 보고 나면 배가 고픕니다. 그리고 호텔 조식이나 브런치를 간절히 바랍니다. 호텔 조식을 먹기 위해 여행이라도 가야하나 싶습니다. 동양도 들어 있긴 하지만 대부분이 서양문화사이기 때문에 서양식인 호텔 조식이 땡기는 거죠. 한국의 사례도 없진 않습니다. 김치가 딱 한 곳 등장하더군요. 채소 절임을 소개하면서였습니다. 일본은 생선에서 자주 등장했고 중국은 죽 등을 다룰 때 등장하더랍니다.


책 표지에 나온 '어디서 무엇을 먹었을까?'는 이 책의 내용을 잘 설명합니다. 사람들이 아침식사를 언제부터 하기 시작했고, 아침식사가 가지는 위상이 어떻게 변화했는가에 대한 이야기를 맨 처음 다루고, 그 다음에는 어떤 식재료를 써서 어떻게 먹었는지, 가족 내에서 아침식사가 어떻게 변화했는지, 집 밖에서의 아침식사인 여행식사와 호텔식사, 전쟁식과 우주식을 소개합니다. 마지막 5장에서는 예술작품에서 다룬 식사를 소개하고요. 맨 뒤에 보면 엄청나게 많은 참고도서 목록이 나옵니다. 허허허허허...


제일 마음에 들었던 건 역시 아침식사의 내용입니다. 고기와 달걀과 빵과 우유와 수프와 음료들이 잔뜩 소개되어 있는데 마음에 안 들리가요. 읽으면서 포스트잇을 잔뜩 붙였으니 그 내용을 풀어봅니다.



p.41

(빅토리아 시대에 이미 베이컨과 달걀이 영국 식탁에 자리잡았다는 이야기 뒤에)

얼마 지나지 않아 영국 요리 역사에서 가장 위대한, 그리고 아마도 유일한 산물인 '잉글리시 브렉퍼스트'가 탄생했다.


부인할 수가 없다.-ㅁ- 아냐, 영국 요리 역사에서 그만큼 중요한 것이 있지요. 스콘을 포함한 다과상. 티세트는 영국 요리 역사에서 유이(唯二)한 산물입니다.



p.47

로라 잉걸스 와일더가 쓴 자전적 소설 《초원의 집》을 보면 작가의 어머니가 벽난로의 재를 사용해 옥수수를 닉스타말화하는 장면이 자세히 나온다.


『큰숲 작은집』에서 옥수수 알갱이를 떼어 작업하는 그 장면이 잘 이해가 되지 않았는데 이렇게 보면 쉽네요. 옥수수 알갱이를 떼어 잿물에 삶는 과정이랍니다. 펠라그라 같은 아미노산 결핍증을 예방하는 방법이라는군요.



p.76

성경에서 에서가 야곱에게 장자의 권리를 모두 넘기는 장면. 어렸을 때 읽으면서는 팥죽이라고 봤는데 여기서는 렌틸콩 죽. ... 실제로는 렌틸콩 수프일까요. 아니, 죽이라고 번역한 것을 보면 수프가 아니라 포리지겠네요. 안 그래도 그 앞에 나온 완두콩 죽은 같이 표기된 원어에 porridge라고 나옵니다.


p.85

이로쿼이족 남자들은 옥수수가루를 몇 숟가락 삼키고 물 한모금을 마셔서 따뜻한 위장 속에서 저절로 옥수수가루를 만들었답니다.(...)


p.97

프렌치 토스트는 병사들을 위해 고안된 음식이었답니다. 14세기 독일쪽에서 아르메 리터(Arme Ritter, 가난한 기사)의 조리법이 달걀을 입힌 토스트라네요. 이게 이후에 저먼 토스트라고 불렸는데, 20세기 초 전쟁이 일어나자 프렌치 토스트로 이름을 바꿨답니다.


-단언컨데, 달걀은 가장 완벽한 음식입니다. 두 번째로 완벽한 것은 우유로 해두죠.

-밀랍을 씹을 때 뭔가 입에서 톡 터진다는 건... 상상하지 맙시다. 위가 가끔 아픈 이유도 생각하지 말자고요.

-버블 앤드 스퀴크는 영국 요리의 진면목을 보여줍니다. 허허허.

-사과 소스, 애플 소스, 애플 버터 같은 건 시도해보고 싶은데 말입니다. 사실 사과는 그냥 먹는게 제일 맛있어요.



p.216

아침 음주도 예전엔 많았던 모양입니다. 커피 도입기 전인가 싶은데, 18세기의 농부들도 아침식사 때 에일에 단맛을 추가하고 곡물을 넣고 우유나 달걀을 넣어 걸쭉한 죽으로 만들었나봅니다. 커들caudle이라네요. 우유와 달걀을 맥주나 포도주에 섞으면 포셋이고.


p.220

카네이션 사에서 만든 인스턴트 브렉퍼스트는 비타민과 단백질을 보강한 분말 형태의 음료랍니다. 마일로가 떠오르는군요. 아마 그런 계통인듯..?


p.245

지금이야 오븐토스터나 그냥 토스터가 있으니 편하지만 그런게 없던 시기에는 '굳은 빵에 버터를 바르고 손잡이가 긴 포크에 빵을 끼운 후 갈색이 될 때까지 불 위에서 돌려 가며 구워야'했답니다. 타서도 안되고, 식어서도 안되고. 허허허허. p.260쪽에는 1909년에 최초로 생산된 토스터가 등장하는데 의외로 멋지네요. 수동으로 앞 뒷면을 돌려가며 구워야 한다는 것이 단점이지만 주방 소품으로도 괜찮아 보입니다.


p.274

상카Sanka는 카페인이 없는 인스턴트 커피를 만들기 위해 .... ... ..를 사용했다는데........


후반부에는 남자들에게도 요리를 가르치고 집에서 아침식사를 만들게 하기 위한 노력들이 등장합니다. 보이스카우트에 가면 음식 만드는 법을 배우지만 그건 캠핑요리고, 실제 아침 식사를 준비하는 경우는 드물었다는군요.(p.280) 하지만 305쪽에서 '남자가 아침식사를 능숙하게 차려 낼 줄 알면 성적 능력이 조금 떨어지더라도 용서가 된다'고 하는 데서는..... 음, 아마도 그럴 겁니다?


전투식량은 넘어갑니다. 읽으면 식이조절에 상당히 도움이 되니, 식사시간 도중에는 읽지 마세요. 입맛을 잃을만한 이야기가 넘쳐납니다.


p.384

대학에 갓 입학하면 체중이 마구 증가한다는데, 한국은 대학 입학 후보다는 그 전에 더 많이 찔겁니다. '고1 때 10킬로'였거든요.



p.411

옥스퍼드 대 영문과 교수 톨킨이 쓴 중간계 이야기에 등장하는 호빗족은 하루 여섯 끼를 먹는다. 그중 세 끼가 아침, 두 번째 아침, 일레븐시스로 모두 점심 전이다.


이걸 읽고는 호빗 족의 위장을 두고 혀를 찼는데, 곰곰히 생각해보니 제 끼니가 그렇습니다. 아침 먹고 출근하고, 운동하고 나서 간식 먹고, 11시 조금 넘어서 점심을 먹으니 정말로 정오 전에 세 번의 식사를 합니다.(...)



하여간 꽤 재미있게 볼 수 있는 책이라 한 권 사둘까 싶습니다. 후후후후후.



헤더 안트 앤더슨. 『(아침식사의 문화사) BREAKFAST』, 이상원 옮김. 니케북스, 2016, 22000원.




간단요약. 기대하지 않고 보면 나쁘지 않음. 단, 패턴화에 대한 불만은 있음.



하도 하츠 아키코라고 쓰다보니 하쓰 아키코라는 이름이 낮섭니다. 하여간 『우유당』, 한국 번역 제목은 『세상이 가르쳐 준 비밀』인 그 작품의 작가입니다. 어쩌다보니 대부분의 출간본은 손에 쥐고 있는데 대원에서 초기에 낸 단편집하고 최근에 출간한 몇몇 작품은 구입했다가 방출했습니다. 아름다운 영국시리즈는 좋았는데 그 뒤에 나온 『레이디 시누아즈리』는 안 맞았습니다. 고이 방출하고 언제쯤 신작이 나올까 기다렸는데 안 그래도 알라딘에서 검색했다가 궁금해 했던 책이 나왔습니다. 『헌옷가게』라는 번역 제목을 달았는데 원제는 그 아래 있는 『紋樣帳』입니다. 문양장. 내용을 들여다보면 헌 기모노를 취급하는 신비한 가게가 나오고, 거기에서 기모노와 그 기모노 천의 문양에 얽힌 이야기를 풀어 낸다는 이야기이니 어느 쪽이건 이름은 잘 어울립니다. 다만 한국에서는 그런 헌옷가게가 드물다보니 낯선지도 모르지요. 음... 한국에서의 헌옷가게는 보세가게 이미지에 가까울까요. 아니면 구세군 가게나 아름다운 가게?


여주인공이 돌아가신 할머니의 기모노를 물려 받았다가 처분하기 위해 헌옷가게를 찾는 이야기부터 시작해, 헌옷가게의 주인장이나 관리자가 보통 사람이 아닌 것 같은 묘한 분위기를 풍긴다거나, 매 편 기모노에 얽힌 이야기가 나온다거나 하는 점은 다른 작품하고 닮았습니다. 음, 그래도 제목에 적었듯이 최고는 『우유당』입니다. 신간 나올 때마다 생각하지만 우유당은 볼때마다 행복해요.-ㅁ-


하쓰 아키코. 『헌옷 가게 1』, 박소현 옮김, 서울문화사, 2016, 7000원.



교보에서 검색하니 책 제목이 헌옷 가게 문양첩이라는데.... 퇴근하고 확인하겠습니다. 책 보고서 제목을 수정하든지 해야겠네요. 근데 저 한자는 문양첩이 아니라 문양장인데?

읽는 내내 이건 아냐!를 외치고 있었던 책. 흥미 삼아 한 번쯤 볼만은 하지만 적용하지는 마세요. 이 사람의 식단을 보면 이렇게 해서 살 안빠지는 것이 오히려 더 신기할 지경입니다.



글쓴이는 체중과 체형의 문제와 더불어 건강 문제가 더해지면서 어느 날 갑자기 계시(?)가 온 김에 설탕을 아예 안 먹기로 결심합니다. 그리고 집 냉장고와 찬장에서 설탕이 들어간 모든 음식과 식재료를 꺼내 처분하지요. 그리고는 그날부터 술과 가공식품, 인공감미료를 끊고 과일도 최소한으로 섭취합니다. 처음에는 14일짜리 짧은 과정이었던 것을 2년간 유지하면서 책을 쓰기까지 이르렀다는군요. ... 근데 딱히 저 설탕이 아니라도 이 계획이라면 어떻게든 살이 안 빠지기 어려운 걸요. 물론 이런 식생활을 하면서 기름진 고기를 잔뜩 먹는다거나 하면 도로묵이겠지만 그럴리가요. 이런 식생활 자체가 지향하는 삶이 어떤 건가 생각하면 고기로 방종하는 생활로 넘어갈 거라고 보기는 어렵죠. 애초에 술도 끊었는데.


제목에서는 설탕이라고 이야기 하지만 책을 읽다보면 이건 설탕이 아니라 당, 단맛입니다. 흰색 설탕뿐만 아니라 꿀을 포함한 당류도 모두 퇴출 대상이거든요. 거기에 과일도 포함됩니다. 과일 대신 채소를 섭취하고 과일 섭취는 최소한으로 줄인다고 하고요. 저자의 이전 식생활도 책 속에 가끔 언급되는데 파인애플을 산처럼 쌓아 놓는다거나, 요거트에 꿀을 듬뿍 넣는다거나, 과일 주스를 마시고 콜라를 상비하며 술을 쟁인다는 이야기가 있더랍니다. 찬장 정리할 때 그걸 포함해 아이스크림까지도 다 퇴출시켰거든요. 허허허. 이런 식생활이라면 건강 무너지기가 참 쉽죠.(먼산) 그래서 자신이 건강하지 않은 식생활을 하고 있다거나 그런 식생활을 개선하고 싶을 때 참고하면 나쁘지 않습니다. 조금 극단적이라 생각하지만 극단적인 처방이 필요한 경우도 있으니까요. 저처럼 의지박약(...)인 경우도 그렇고. 다만 서양식 식생활이다보니 한국 식생활에서 일어나기 쉬운 나트륨 과다섭취 등은 아예 이야기가 빠져 있습니다. 오히려 한국에서는 체중관리에서 가장 어려운 것이 나트륨 과다라고 봅니다.


책에도 언급되었지만 건강하다고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균형잡힌 식생활'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상당한 식비가 들어갑니다. 식비만 들어가나요. 냉장고를 포함해 그런 음식을 저장할 공간도 필요한 걸요. 애초에 혼자 살며서 그런 식생활을 유지한다는 건 쉽지 않습니다. 자취생활을 해보니 확실히 건강히 잘 먹는다는 건 참 어려워요. 특히 스트레스 받아서 단 것이 먹고 싶을 때는 더더욱.

그래도 이 책을 보고 나니 청량음료나 초콜릿 등에 대한 욕구가 조금 가라 앉더랍니다. 이 기회에 간식을 조금 줄여볼까 생각은 하는데 과연, 가능할까요. 간식비를 줄이면 용돈 여유분도 상당히 늘어날 텐데... 데..



니콜 모브레이. 『나는 설탕없이 살기로 했다』, 박미영 옮김. 청림, 2016, 14000원.


이런 책, 나와도 괜찮은 걸까요. 굉장히 직설적이고 굉장히 진보적인 성향의 글들이 모여 있는데 일본에서 나왔습니다. 작가가 소설가이자 현직 교수고 아사히신문에 칼럼을 하나 맡아 48회 연재를 했다더군요. 그 칼럼을 모아 엮은 것이 이 책이고요. 읽는 내내 '이렇게까지 직설적으로 말해도 괜찮은 겁니까?'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극우주의자들이 그 집 앞에 가서 피켓시위를 한다고 해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로 강한 논조의 책이더군요. 하지만 칼럼으로 연재되었던 것이라 더 그런지도 모릅니다. 분량이 짧으니 압축적으로 글을 적을 수밖에 없고, 논설이나 칼럼은 대개 논조가 강하기 마련이니까요. 그래도 분량이 적어 저자의 생각에 공감을 하든 아니든 간에 읽기 쉽고 따라가기 좋습니다.


이 책은 천황제를 비롯해 여성운동, 원전, 민주주의, 선거를 포함한 다양한 사회문제에 대해 언급합니다. 일일이 짚어 나가기도 쉽지 않을 정도로 다양한 이야기를 하고 있으니, 이건 언제 날잡고 자세히 리뷰를 올리겠습니다. 다만 몇몇은 걸리는 부분도 있더군요. 남성중심의 천황제 아래에서 가장 피해를 본 사람으로 마사코와 딸을 지목했지만 정작 그 사람에게 가장 많은 스트레스를 안겼을 시어머니에 대해서는 언급이 빠졌으니까요. 오히려 그 시어머니에 대해서는 긍정적인 내용의 글이 나옵니다. 오하시 시즈코와 함께 활동한 내역을 들으니 ... 오하시 시즈코가 그렇게 오래된(?) 사람인가 싶은 생각도 들더군요. 한 때 오하시 시즈코의 수필을 읽고 레시피에 홀딱 반해서 세 권 정도 수필집을 구했던 적이 있는데 원서를 구해볼까 싶어 찾아보고 문고본 없이 하드커버로 6권인지 7권까지 있는 것에 고이 마음을 접었습니다. 하드커버로 그 정도 분량 모으려면 비용이 만만치 않습니다. 게다가 교보에 주문이 가능할까라는 문제도 있었고요.


위의 주제 외에 태평양 전쟁 중 종군위안부에 대한 글도 상당히 많습니다. 특히 박유하의 책에 대해서도 구체적으로 언급하고 있고요. 이런 글을 읽고 있다보면 이 책, 아니, 이 글 괜찮은 건가요 싶은 생각이 모락모락....;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소노 아야코의 발언에 대한 반박글입니다. 소노 아야코는 아베 신조의 주변 인물로 몇 번 이상한 소리를 한 덕분에 한국 언론에도 오르내렸죠. 하지만 이런 발언을 한 줄은 몰랐습니다.


p.131

소노 아야코라는 작가가 주간지에서 "출산하면 여성은 회사를 그만두라"는 취지이 발언을 해서 물의를 빚었다. 소노는 출산 휴가와 같은 '여성에 관한 제도'는 회사 입장에서는 '민폐 그 자체'라며 이를 부정했다. 그리고 그러한 제도를 이용하는 여성은 "자기만 생각하는 사람이며, 자신의 행위가 다른 사람에게 얼마나 민폐를 끼치는지 눈치 채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소노 아야코가 한 발언은 그대로 본인에게 돌려주고 싶군요. 그런 말을 하는 당신 자체가 "자기만을 생각하는 사람이며, 자신의 행위가 다른 사람에게 (나아가 사회에) 얼마나 민폐를 끼치는지 눈치 채지 못하고 있는" 겁니다.-_- 애초에 저 사람은 다른 수필을 읽으면서 폭발해서 저 사람 책은 두 번 다시 안 보겠다고 선언했더랬지만. 하.하.하.



하여간 한 번쯤 사회와 자신을 돌아보기 위해 읽어볼만 합니다. 솔직히 읽는 내내 머리를 댕댕댕 두드리는 것 같은 느낌이어서 이를 올해의 책으로 올려도 괜찮겠다 싶습니다.



다카하시 겐이치로. 『우리의 민주주의거든』, 조홍민 옮김. 글항아리, 2016, 12800원.



이하 감상기는 BL소설의 감상을 다루고 있으므로 면역이 없으신 분들은 안 읽으시는 걸 추천합니다.-ㅁ-!



『폭력의 잔재』도 조아라 연재 소설입니다. .. 그러고 보면 지난 연휴 내 읽었던 소설들이 다 조아라 연재 소설. 하하하하하. 그래서 제가 조아라 말고 다른 소설란을 파지 않습니다. 거기까지 팠다가는 제 일상생활 자체가 완전히 무너질거라니까요. 지금만 해도 충분히 읽는 책이 많습니다. 게다가 감상기를 비롯해 쓸 것도 많아요.(젠장)


조아라에서 완결난 뒤 출간 계약을 맺고 출간되었습니다. 가막가막새님의 소설은 이게 첫 종이책 출간작인가 싶네요. 앞서 나온 『우리들의 시간』이나 『강호애가』, 현재 출간 준비중인 『솔레이롤리 솔레이롤리아』도 전자책인 걸로 알고 있거든요. 『솔솔』은 모르지만 앞의 둘은 전자책으로만 나왔습니다. 그런 고로 종이책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최근에 B&M이 표지에 신경쓰는지 최근 구입책들의 표지가 다 마음에 듭니다. 『Truth』도 그렇고 『꼬리달린 왕자님』도 상당히 귀엽고, 이번의 『폭력의 잔재』도 제목에서 오는 암울한 느낌과는 달리 파스텔톤으로 그려내 상당히 예쁩니다. 그것도 1권은 살짝 회색이 감도는 하늘색에 흰색 그림이고 2권은 그게 반전되었습니다. 그리고 그림도 의미심장하네요.



제목에서 언급한 대로 이 소설은 BL 소설보다는 인간에 대한 인간의 치유가 중심입니다.

고등학교 때 동급생에게 고백했다가 게이새끼~ 소리를 듣고 좌절한 이라준은 나중에 친구의 소개로 어느 작가의 가정부를 하러 갔다가 그 당시 처절하게 차인 옛사랑 차문호를 만납니다. 군대를 다녀오고 나서도 마음은 있었고, 그 직전에 또 우연히 만났던 터라 싱숭생숭했는데, 그 집의 가정부를 구한다는 말에 덥석 미끼를 물었던 거죠. 들어가 보니 단독주택의 2층은 절대 출입 금지, 불은 가능한 켜지 말고 어둡게 할 것, 그리고 궁금하더라도 절대 들이밀지 말것 등등의 다양한 조건이 따라오네요. 거기에 미처 듣지 못한 애보기도 따라 붙습니다.

설마하니 문호의 아이인가 했는데 다행히 친동생이랍니다. 확실히 판박이처럼 닮았는데, 네 살이라는 은호는 말이 없고 심각하게 눈치를 보네요. 낯가림이 심하다 했더니 발달장애도 있다고 합니다. 분명 초기 계약에는 참견하지 말라는 조항이 있었지만 막무가내인 라준은 들이밀고는 두 사람의 생활에 끼어 듭니다. 은호와 친해지고 조언대로 발달장애 치료를 시작하고, 문호도 끌고 들어오고. 그 와중에 문호의 주변 상황을 알게 되고, 또 거기에 직접 부딪치고....


연재 당시에 소금은 2%라고 했는데 정말입니다. 나머지 98%는 굉장히 유쾌하고 경쾌합니다. 소설이니까요. 실제로 라준의 성격은 잘 살펴보면 만화나 애니메이션에서 잘 나오는 열혈소년입니다. 아니, 군대까지 나왔으니 청년이지요. 자신이 좋아하는 것에 대해 솔직하고 눈썰미가 나쁘진 않지만 눈치가 없을 때도 많습니다. 직설적이고 몸으로 하는 것에 훨씬 익숙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가정폭력의 피해자인 문호나 은호를 양지로 끌어낼 수 있었던 거죠. 은호야 아직 어리니 덜하겠지만 폭력에 그대로 노출되고 자기 자신이 또 다른 방관 폭력의 가해자라고 자각하는 문호는 끌어내기가 더 어렵습니다. 끌어낸 방법이 BL, 즉 문호가 라준을 붙잡고자 하는 마음이긴 했지만 그렇다고 해도 소설의 주제가 비틀리거나 하지 않습니다. 처음부터 끝까지 이 소설을 관통하는 것은 이라준을 통한 차문호와 차은호의 치유니까요. 뭐, 덕분에 라준은 문호를 얻고 사랑에 성공하지만 말입니다. 퀘스트 보상이라고 해야하나. 하하하.;



뭐라 해도 은호 참 귀엽습니다, 은호. 미연재 외전인 라준네 본가 방문에서도 집안 가족을 녹여내리는 건 역시 은호로군요.////



가막가막새. 『폭력의 잔재 1-2』. 뿔미디어, 2016, 11000원.


..그리하여 최근 구입한 책이 한 무더기라 빨리 공간상자를 구입해야합니다..OTL


『나느 한 편의 극을 보았다』는 조아라에서 연재되다 출간 계약 후 연재 중단된 작품입니다. 아마 카카오페이지로 넘어가 유료연재를 한 것 같은데 그 당시 조아라에서 그렇게 빠져 나간 소설이 꽤 많았을 겁니다. 출간 소식이고 뭐고 전혀 올라오지 않아서 책이 나온 것도 뒤늦게 알았습니다. 그것도, 이런 종류의 로맨스소설은 교보문고 새책목록에는 올라오지 않으니 북새통의 신간 목록 체크에서 발견하지 않았다면 그대로 모르고 넘어갔을 겁니다.



앞서 다른 글에도 썼지만 조아라 연재 분량을 기준으로 본다면 2권만 보면 됩니다. 하지만 1-2권 세트를 사야만 저 작은 소책자가 따라오는 것 같네요. 외전은 아예 별도 ISBN 없이 SET ISBN만 있고 가격도 25600원으로 나옵니다. 그런 고로 외전이 궁금하다면 세트를 구입하셔야 합니다.(먼산)


외전은 그냥 소책자로 인쇄되었습니다. 총 6편이 실려 있으며 1편은 비이 아버지인 후작, 2편은 말하면 스포일러가 되는 누군가의 이야기, 3편과 4편은 황태자, 5편은 비이 남동생인 란트, 6편은 회귀 전의 상황을 보여주는 이야기입니다. 적고 보니 이것도 안 읽으면 안되는 이야기인가요. 이 중 읽은 기억이 있는 것은 후작 외전뿐입니다. 황태자 외전은 읽었는지 아닌지 기억이 가물가물하고, 2편과 5편, 6편은 확실하게 연재되지 않은 이야기입니다. 황태자 외전도 연재 안되었을 가능성이 높네요. 2, 5, 6편은 2권 후반부의 중요 스포일러(...)와 연결되는 이야기이기 때문에 이 소책자는 반드시 2권 완결까지 다 보고 봐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이해가 잘 안되니까요.


조아라 연재분의 클라이막스는 1황비와의 대결인 재판이었습니다. 재판이 끝난 뒤 연재도 중단되었는데 재판의 끝은 2권에 실려 있습니다. 1권 뒤가 절단 신공입니다. 재판 중간의 유모 발언이 맨 마지막 줄...;

의외로 1황비보다는 그 다음에 등장한 예의 '가장의심스러운인물'이 문제였네요. 게다가 비이가 내내 걱정하던 그 인물은 정말 아무것도 아닌 것처럼 몇 번 등장하다가 소리 소문없이 사라집니다. 중요한 것은 현 황제가 왜 그런 일을 벌였는가에 대한 답변입니다. 그 부분이 상당히 마음에 들었습니다. 황제가 황태자를 키운 방식에 대한 것이야 그렇다 쳐도-이건 소책자의 외전과도 연결됩니다-전 황태자의 자식이 있음에도 자신이 스스로 황위에 오르고 황태자비와 그 자식을 서부로 쫓아 버린 것은 이유가 있더군요. 맨 마지막의 '핵'은 조금 갑작스럽게 등장한 것 같지만 나름 이해가 됩니다. 그리하여 2권 붙들고는 단숨에 읽었다니까요.-ㅁ-;



상당히 마음에 들었는데 띠지에 적힌 문구가 걸립니다. 제목에 적은 것처럼 '걸 크러쉬의 정석'이라고 소개했더라고요. 제목에 적었듯이 걸 크러쉬의 정석인가에 대해서는 의문이 듭니다. 애초에 걸 크러쉬가 뭔지도 아주 최근에 알았는걸요. 씩씩하거나 '여자도 반할 것 같은' 여주인공이 등장하는 것을 보고 걸 크러쉬라고 하는 모양입니다. 몇몇 소설 댓글에서 그런 단어가 등장하는 것을 보고 미루어 짐작했지요. 하지만 그렇게 알고 있지 않았다면 뭔 소리냐 싶었을 겁니다. 거기에 이 소설의 비이는 그렇게 씩씩하거나 파죽지세로 이야기를 이끌어 나가는 이미지는 아닙니다. 냉정하고, 냉철하고, 무뚝뚝하고 말은 없지만 내 사람에게는 따뜻한 그런 남... 아니, 여주인공이죠. 걸 크러쉬에서 느껴지는 먼치킨이나 무관 같은 이미지와는 거리가 멉니다. 정치가나 외교관에 더 가깝죠. 뭐, 걸 크러쉬라는 단어가 무슨 뜻인

전체를 지울까하다가 그건 아까워서 일단 살리고. 적다가 검색해보니 걸 크러시(girl crush)는 여자가 반할만한 여자라는 의미랍니다. 비이가 그런 인물인가 한다면 음... 으으음. 저는 잘 모르겠습니다? 사람마다 취향은 다르니까요.=ㅁ=



전유정. 『나는 한 편의 극을 보았다 1-2』. 와이엠북스, 2016, 각 12800원,


한 권 당 512쪽. 거기에 책 자체도 상당히 무겁습니다. 편집을 하면 줄일 수 있지 않았을까 하고 지금 다시 책을 펼쳐보니.. 아닙니다. 지금 상황에서 장평, 자간 등을 조정하는 것은 사람의 눈을 피로하게 하는 일이로군요. 게다가 책 여백도 의외로 적네요. 허허허허. 이정도가 좋습니다.;

『웬디의 꽃집에 오지 마세요』의 본편은 조아라에서 완결되고 작년에 출간되었습니다. 책 구입한 뒤 가장 먼저 2권 끝부분을 확인하고는 조금 실망했지요. 보통 로맨스소설은 출간되었을 때 후일담을 기대하게 되는데 이건 딱 결혼 장면으로 끝났거든요. 그 뒷 이야기가 더 있을 것 같은데 왜 없을까 싶었습니다. 그리고 올 초, 외전이 잠시 연재되면서 새로 외전책이 나올 거라는 공지가 올라왔습니다. 그리고 주문해서 받아봤는데.... 이건 외전이 아니라 본편입니다.;


디앤씨북스의 책은 『버림받은 황비』 이후 두 번째 구입인 것 같은데 그 때도 본편 다섯 권이 먼저 출간되고 외전권이 따로 나왔습니다. 『버황 외전』은 등장인물들의 후일담을 중심으로 해서 단편 소설들로 외전이 들어가 있었지만 『웬디의 꽃집에 오지 마세요』 외전은 다릅니다. 전체 510쪽에서 354쪽까지가 하나의 이야기입니다. 그리고 그 뒤에 조아라에서 연재되었던 짧은 이야기와, 정말로 짧은 단편이 하나 실렸습니다. 목차를 확인하니 뒤의 두 이야기만 외전, 외전 2라는 제목이 붙었네요. 앞은 아예 본편인가봅니다. 허허허.


앞 이야기 읽는 내내 내가 본편을 읽는 건지 외전을 읽는 건지 헷갈릴 정도로 웬디가 또 고생합니다. 결말은 행복하지만 거기까지 가는 동안 라드와 웬디는 좀 고생합니다. 거기에 궁금해하던 딜런의 후일담도 같이 등장하고요. 딜런은 웬디에게 엉덩짝을 차이고 나서야 정신을 차리는데, 그래도 나름 자리를 잡으니 괜찮을 겁니다. 거기에 맨 마지막 외전까지 보고 나면 정말로 이야기가 끝이구나 싶은 마음이..=ㅁ=



본편으로만 끝내고 싶다면 싶다면 그러셔도 괜찮겠지만 그 뒤에 웬디가 어떻게 자리를 잡는지, 그리고 딜런이 어떻게 되는지 등을 확인하시려면 찾아보시어요. 게다가 분량이 상당하니, 본편과 외전 출간 사이에 왜이리 시간이 걸렸는지 충분히 이해가 됩니다.



김지서. 『웬디의 꽃집에 오지 마세요: 외전』. 디앤씨미디어, 2016, 13000원.


보고 나면 메이플 시럽이 땡깁니다.-ㅠ-;




잊지말고 책 감상 써야지~ 하고는 책상에 쌓인 책을 보니 어지럽더랍니다. 일단 당장 써야하는 것만 뽑아 들고 나오니 그것만도 5종 8권. 아, 이 중 『One more fucking time』은 이미 리뷰 올렸던 가요. 기억이 가물가물한데. 연휴 동안 읽은 책을 열심히 쓰려니 그것도 힘듭니다. 하하하하. 거기에 조아라 소설도 몇 편 읽었으니 나름 알차다고 우겨봅니다.


『반월당의 기묘한 이야기 4』와 『나는 한 편의 극을 보았다』는 이번 연휴 기간에 읽는 걸 반쯤 포기했던 차였습니다. 이차저차 미루다보니 주문을 5월 5일 저녁에나 해서 이게 연휴 기간 중에 오는 건 무리라고 생각했습니다. 게다가 늦어지는 김에 그냥 택배가 아니라 편의점 수령으로 돌렸거든요. 근데 생각보다 아주 빨리, 토요일 오후에 무사히 도착했습니다. 이것은 읽고 자라는 신의 계시! 그리하여 토요일 저녁에는 『나는 한 편의 극을 보았다』를 보고, 일요일 저녁에는 『반월당의 기묘한 이야기 4』를 보았습니다. 리뷰는 반월당 먼저. 일단 지난 연휴 동안 읽은 책 중 가장 짧습니다.



『반월당』의 초기안은 3권 완결이었다고 기억합니다. ... 확실한 건 아닌데 대략 그랬던 것 같은데요. 하도 오래전 일이라 제대로 기억하고 있는게 맞나 모르겠습니다.=ㅁ= 그랬던 것이 3권이 아니라 4권에서도 끝나지 않고 이어지네요. 요즘 조아라건 출판소설이건, 한국 배경의 무속 혹은 전통신앙 소재의 소설은 드무니까 길어지는게 더 반갑습니다. 다만 주인공인 유단이 지나치게 공부를 하지 않아서 아마 곧 그 소재도 등장할 것 같은게... 분명 1권 시작에서는 고1이었던 것 같은데, 벌써 고2거든요. 성적을 보면 서울권 대학 진학은 절대 무리일 것 같습니다. 허허허허. 본인 성격이죠. 앉아서 차분히 공부보다는 몸으로 부딪혀 해결하는 일을 선호하니까요.


하여간 이번 4권은 5월부터 한여름까지의 이야기를 다룹니다. 맨 마지막에 백중이 나오는데, 음력으로 7월 15일이니 양력으로는 8월입니다. 올해로 치면, 올 음력 8얼 15일이 9월 초중순이니 8월 중순 경이 아닐까 싶네요.

이전보다는 그래도 부드럽게 읽을 수 있지만 중간의 물귀신 이야기는 기겁할만 합니다. 그리고 그 뒤에 이어지는 이야기도 씁쓸하고요. 유단이 아예 반월당에 잠시 기거하는 이야기도 등장합니다. 거기 섞인 이야기는 또 유단의 어머니가 돌아가신 사건과도 밀접하게 연결되었고요. 첫 이야기부터 공통적으로 등장한 실마리가 마지막에 엮이는데 거기서 큰 사건이 하나 터집니다. 그걸 수습하는 과정에서 유단이 사고를 치고 천호가 또 뒤치닥 거리를 할 일이 남았지만 그건 5권에서 나오겠네요. 조만간 천호가 시말서를 쓸 것 같은걸요.


가끔 보면 유단은 수습직원이고 천호는 직접적인 사수는 아니지만 사수의 상관쯤 되는 존재로 상황을 살펴보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유단을 지도하는 직원들 역시 어디 한군데가 나사 빠진듯하여 사고를 치니 유단의 직접적인 뒤처리는 천호가 하는 걸로요. 하하하하. 천호가 부단히 유단을 갈구는 건 전체 사건 전개를 보면 이해가 갑니다. 매번 뒤처리를 하고 있는데 이정도 심술은 부려도 됩니다. 게다가 솔직히 말하면 능력도 없는데 일을 끌고 들어오거나, 자기의 수습 범위 밖의 일을 물고 오거나 하니. 이번에도 그런 것이 여럿 있었지요. 물론 지금은 앞권에 비해 해결기여도는 훨씬 늘었습니다. 일의 스케일은 커진 것 같지만요.


다음 권에는 가을과 겨울 이야기가 나오려나요? 4권 막 읽은 참인데 5권이 궁금합니다.



정연. 『반월당의 기묘한 이야기 4』. 영상출판미디어, 2016, 10000원.


이번에는 흑백삽화도 있습니다. 엽서도 들어 있는데, 표지와 동일하지만 동일하지 않은 엽서로군요. 그러니까 나비 몇 마리가 표지 그림에는 빠져 있습니다.(...) 그것도 희한하네요.

구입할 때 드라마 CD가 들어 있는 특별판으로 샀는데... 아차. 그거 언제 듣지요.OTL 다음 주말에 MP3 변환을 해야겠습니다.

류라고 하는 것은 일파, 혹은 일가를 빗대어 가리키는 겁니다. 한국보다는 일본에서 많이 쓰는 단어가 아닌데 ***류라고 부르면서 특정 인물이 그 분야에서는 하나의 가(家)를 이루었다거나 다른 사람과는 차별적인 모습을 보여 특징이 있다는 의미로 사용합니다. 뭐, 저자의 다른 책 제목으로 아예 『단식쿠킹』이 있으니 류가 아니라 식이라고 해도 괜찮겠다는 생각이 들지만 이것도 하나의 파라고 보아서요.

이 책은 단 가즈오류 미식서입니다. 읽는 내내 이 사람 마누라는 도대체 무슨 죄로 ... 라는 생각이 들긴 하지만 좋아해서 한 결혼이라면 두말할 수 없겠지요.


사실 단 가즈오라는 이름은 미식이나 소설이 아니라 엉뚱하게 건축 쪽에서 먼저 읽었습니다. 하도 오래전에 본 책이라 기억이 가물가물한데 나카무라 요시후미의 책에서 몇 번 단 가즈오가 언급되고, 단 가즈오의 집이 소개된 적이 있습니다. 그러고 보니 단 가즈오가 여행 다닐 때 썼다는 요리가방도 어딘가에서 소개되지 않았던가요. 읽어보니 순식간에 호텔 화장실을 주방으로 만드는 무서운 가방이더군요.



'이 사람'이라고 부르기도 무서운게 다자이 오사무도 친구로 자주 등장하고 아쿠타카와 류노스케도 책 속에서 아는 사람으로 언급됩니다. 사카구치 안고도 언급되었던가...? ... 같이 노는 사람들을 보면 유유상종. 음, 보통 사람은 절대 아니겠구나 싶습니다.


수필이라 그런지 굉장히 편하게 쓴 글인데 읽다보면 묘하게 무라카미 하루키가 떠오릅니다. 무라카미 하루키의 수필은 가볍게 읽을 잡지에 가볍게 후르륵 넘길만한 수필집이라 생각하면 단 가즈오의 수필은 그보다 음식 관련 잡지나 여행 잡지, 아니면 꽤 이름있는 문화지에 가볍게 읽을 거리로 실릴만한 내용입니다. 그러니까 '남자음식'이라는 단어가 절로 떠오르는 식재료와 음식과 조리법을 소개하되 그게 또 일본문화와도 연결되어 읽히는군요.


각 편이 짧은 편이라 읽기에는 나쁘지 않지만 읽다보면 이 사람이 굉장히 오래 살았구나 싶을 정도로 술술술안주안주안주술안주술안주술술술안주 입니다. 음주가무를 즐기는 사람이라면 견디지 못하고 뛰쳐나가 옆에 맥주 한 캔과 따끈한 통조림 하나라도 가져다 놓고 읽어야 할 것이며, 술을 싫어하는 사람이나 금주해야하는 사람이라면 책을 집어 던지고 싶은 충동에 자주 휩싸일겁니다. 책 맨 뒤에, 단 가즈오의 아들이 적은 후기 같은 것이 있는데 '아버지는 어머니가 돌아가신 뒤 가족들을 먹여 살리기(...) 위해 음식만들기를 시작했지만 자신은 아버지가 매번 연회 음식(안주)만 만들어서 어쩔 수 없이 자기 밥은 자기가 챙겨야 했다'는 이야기가 나옵니다. 다 읽고 보니 더더욱 공감되더군요. 허허허허.



계절에 따른 일본의 식재료, 지금은 사라지고 없는 음식들, 그리고 심지어는 만주나 러시아(연해주 쪽?) 음식 이야기도 나옵니다. 1912년 출생이라 태평양전쟁 때도 참여했거든요. 중국쪽은 보도반으로 다녀왔다고 하니 말입니다. 독특하고 신기한 이야기가 많으니 식재료에 관심이 많으시다면 한 번쯤 보시길.



단 가즈오. 『백미진수: 맛의 사계를 요리하다』, 심정명 옮김. 한빛비즈, 2016, 14000원.


책의 일러두기를 보면 외래어 표기법을 따랐다고 하는데 헷갈리는 부분이 여럿 있습니다. 일본 번역서를 볼 때마다 생각하는 것이지만 야쿠시마가 맞을까요, 야쿠 섬이 맞을까요? 가모가와와 가모강은? 죽의 한자 병기는 좋지만 그걸 가유라고 읽으니 뭔가 걸립니다.


하지만 읽다보면 이 책 자체가 번역하기 워낙 난감했을 것인데다, 등장하는 인물뿐만 아니라 여러 단어에 대해서도 상세한 주까지 달아 놓아 상당히 읽는 재미가 있었던 고로 막판에는 에라 모르겠다~ 하고 읽게 되더군요. 하하하; 이번 연휴 기간 중에 생각나면 하나씩 짚어서 다른 글로 적어보겠습니다.=ㅁ=

오늘 같은 날은 글쓰기 참 싫은데, 오늘 안 쓰면 더 게을러져 더 쓰고 싶지 않을 것 같아 간략히 남겨봅니다. 이 모든 것은 저기압이 원인인겁니다.(...)



독일과 스위스쪽의 정원을 둘러 본 것이 1권이었고, 이번에는 프랑스의 정원을 둘러봅니다. 하지만 같은 프랑스라고 해도 노르망디의 정원이니 다른 곳과는 상당히 다를 겁니다. 프로방스의 정원은 이와는 사뭇 다른 풍경일거라 생각하거든요.


독일과 영국, 프랑스의 전체적인 정원 풍경을 떠올렸을 때 가장 취향인 것은 영국입니다. 독일의 정원에 대한 이미지가 딱 떠오르지는 않지만 영국은 정원이지만 인위적이라기보다는 자연스러운 쪽이고, 프랑스는 더 손을 많이 댄 쪽이라 생각합니다. 그러니까 프랑스의 정원은 베르사유 궁전의 정원 같이 토피어리나 기하학적인 모양들이 많은 곳이 아닐까 싶은 거죠.

여기 소개된 정원들 중에도 그런 곳이 좀 있습니다. 하지만 전부는 아닙니다. 같은 정원이라도 어디를 보느냐에 따라 조금씩 다르더군요. 거기에 영국 정원처럼 여러 식물들을 자연스럽게 배치한 곳도 있고..? 그리고 대부분의 정원들이 직업적 정원이 아니라 취미적 정원입니다. 직업이 정원사거나 그 비슷한 일에 종사하는 사람보다는 그냥 자기 집 정원을 가꾸는 사람이 많아요. 그리고 정원을 가꾸는 기간이 5-6년 수준이 아니라 그보다 훠어어얼씬 깁니다. 후기에도 그런 언급이 있더군요. 김훈의 말을 빌려 직업을 짐작할 수 없는 사람들이라고요.



사실 엊그제 (업무) 상관님과 협의를 한 덕에 제가 뭔가를 키워도 되는 땅이 생겼습니다만... 만...(먼산) 거기를 정말로 써도 되는지의 문제와, 거기에 손대면 G4는..? 이라는 망상과, 혼자서 거기를 통째로 다!? 라는 생각이 복합적으로 작용해서 말입니다. 하하하하하. 하지만 시작하면 어떻든 될거라는 생각도 같이 합니다. 정말로 어떻게든 될거예요. ... 아마도.



...

솔직히 이러면 안되는데.;



문현주. 『유럽의 주택 정원 2: 프랑스의 오픈 가든』. 아틀리에이수, 2015, 19000원.


사진이 참 괜찮습니다. 정원의 전체 모습을 보여주는 조감도나 평면도 같은 것이 없다는 건 아쉽지만 뭐.. 거기에 오타도 자주 눈에 띄고요. 이거야 책 자체가 개인출판에 가깝기 때문에 그러려니 생각합니다.

내용을 요약하면 제목에 적은 대로 '고독은 악이 아니다'입니다. 외로움은 혼자 있건 다른 이들과 함께 있건 자신의 상태에 따라 발생하며 고독은 외로운 것이 아니라 홀로 서 있고 새로운 것을 발견하고 움직일 힘을 준다, 그런 내용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인간이 다른 사람과 어울려야 하고 사회적인 존재여야 한다는 주장도 있을 법 하지만 이 책을 보고 있노라면 나름 이해할 수 있습니다. 사실 공감하는 부분이 상당히 많았고요. 저도 혼자 노는 것이 훨씬 마음 편한 인간형이라 그렇습니다.


뭐라 적는 것보다 가장 간단하게 이 책을 소개하는 것은 저자를 공개하는 겁니다. 모리 히로시. 『모든 것이 F가 된다』와 『기시마 선생의 조용한 세계』의 작가지요. 특히 뒤에 소개한 책이 이 책과 아주 잘 어울립니다. 이 사람 ... 어떻게 결혼하고 어떻게 가정을 이룬 건지 궁금할 지경입니다. 집에서도 고독을 즐기는 인물이란게 이 책 내내 등장하던데 그러려니 생각하는 걸까요. 하기야 가족이라고 해도 모든 것을 공유할 필요는 없으니까요. 가족이 다 그런 성향이라면 각자의 생활을 존중하고 식사 때나 같이 모여야 할 때만 모여도 되긴 합니다. 일반적인 가정과는 다른 풍경일뿐이지요.



다른 사람들과 어울리는 것보다는 혼자서 놀고, 혼자서 책 읽고, 혼자서 즐기며, 혼자서 지내는 시간이 엄청나게 긴 저로서는 공감되는 부분이 많았습니다. 해치지 않아요. 잠재적 범죄자 아닙니다. 히키코모리도 아니고요. 혼자서 만화 읽고 애니 보고 게임한다고 해서 남을 해치는 건 그런 걸 안해도 해치는 사람들인 겁니다. 그런 사람들을 위험인물로 분류하지 마세요. 보균자 아니고요, 그저 혼자 있는 걸 즐기는 사람인 겁니다.(흥!) 혼자서 생활하며 열심히 세금내고 일하면서 사회에 기여하는데 고독을 즐기고 사람들과 어울리지 않는다고 백안시 하지 마세요. 그저 저런 사람들도 있어야 사회가 발전할 수 있다고 생각해주세요.

(맺힌 게 많았구나...)



책도 얇고 가볍게 볼만합니다. 작가의 다른 소설을 먼저 보고 보시는게 이해하기 더 쉬우실지도요..? 특히 『기시마 선생』을 추천합니다. 이 책하고 잘 어울려요.



모리 히로시. 『고독이 필요한 시간』, 오민혜 옮김. 카시오페아, 2015, 14000.


신간 목록에 오른 것을 보고 찍어 두었다가 이제야 보았습니다. 앞서 대출한 사람들이 어떻게 보았는지는 모르지만 제게는 기대만 못했습니다. 책장의 정석이라는 제목이라 책장 정리론과 같은 '정리법'을 다루는 줄 알았더니 이건 지식정리론에 가깝습니다. 그러니까 가정관리가 아니라 지식관리쪽인 겁니다. 양쪽이 어떻게 다르냐하면...


-물리적으로 책들을 정리하는 방법에 대한 책. 즉, 수납방법이나 도서 관리, 주제별 정리 비법이나 다양한 서가 혹은 서재의 모습을 다루는 책


이 아니라


-책을 구입하고 관리하는 방법에 대한 책. 필요 없는 책은 반드시 치우며 읽은 책은 나중에 도움이 될 자료를 제외하고는 처분, 서가 규모는 되도록 적게 유지하여 필요할 때 정보를 바로 꺼내 쓸 수 있도록 유지 관리한다는 내용의 책


이었습니다.


전자를 기대한만큼 후자였을 때의 배신감이 상당했지요. 허허허. 그리고 전 소유욕이 강하기 때문에 5년 동안 읽지 않았고 앞으로 10년 동안도 읽지 않을 것 같은 책도 일단 보관합니다. 이 책은 소중하니까요.

(대표작: 『동유기』, 『도쿄바빌론』. 아니, 솔직히 고백하면 서가에 있는 책 절반 가량은 여기 해당될 겁니다.)



그래도

-챕터별로 관심있는 책을 여럿 소개해서 읽고 싶은 책이 꽤 늘었습니다. 한국에 번역이 되지 않은 책이 있는 것은 아쉽지만. 『사과할 거라면 언제든지 와도 돼』, 『일본건축 집중강의』, 『재고 그리는 여행』,

-도쿄의 스루가은행에 있다는 d-labo는 가보고 싶습니다. 도대체 어떤 서가일까요. 다이칸야마 쓰타야도 사람 없을 때 골라 느긋하게 즐기고 싶지만.. 만...;ㅂ; 토목학회 도서관도 가보고 싶어요!





라지만 번역 때문에 짜게 식은 부분이 한 곳 있었습니다.


p.230

이 책으로 히그스 입자를 알게 되었을까? ~ 히그스 매커니즘이란 것은 ~ 히그스 입자의 발견은~


.....ㅠ_ㅠ

거기에 이 뒤에 이어지는 내용-재미없는 책에 대한 서평은 쓰지 않는다-은 공감하지 않습니다. 제가 블로그에 쓰는 것은 서평이 아니라 감상이니까요. 책이 재미없었건, 어려웠건, 읽다가 말았건 상관없이 무조건 적습니다. 이건 제 개인 기록이니 어떤 책이라도 남깁니다. 거기에 해당 부분은 서평이라기보다는 개인적인 감상에 가까웠습니다.

참고로 조아라의 경우에도 사실 매달 올리는 조아라 감상기(독서기)보다 더 많이 읽습니다. 하지만 일부는 강렬한 빡침과 함께 '비선작 목록'이라는 글로 비공개 글을 올리고, 몇몇은 아예 그런 글도 쓰지 않습니다.



하여간 서평쓰기나 책 고르기, 지식관리 쪽에 관심이 있다면 한 번쯤 보셔도 좋습니다. 거기에 책 소개도 되어 있으니 참고 겸 보셔도 괜찮을 겁니다.


나루케 마코토. 『책장의 정석』, 최미혜 옮김. 비전코리아, 2015, 14900원.


일단 구입 예정. 구입하는 이유는 간단합니다. 최근에 읽은 웬델베리의 다른 책보다는 이쪽에 관심이 더 갔거든요.


최근에 출간된 책인 『소농, 문명의 뿌리』는 대규모 농업을 반대하고 지역 밀착형 소규모 농업과 그런 농업을 바탕으로 한 지역 문화를 주장했지요. 하지만 사실상 현재는 그것이 거의 불가능한 상황입니다. (왜 불가능하다 생각하는지에 대해서는 지나치게 이야기가 길어지니; 다음 기회에..) 이번에 읽은 『온 삶을 먹다』는 자신이 농사짓던 상황을 다루고 다른 농부들의 이야기를 다룹니다. 대규모 농업을 하는 사람들이 아니라 각 지역의 상황과 땅의 상황에 맞게 농사를 짓고 땅을 가꾸는 사람들입니다. 보고 있노라면 땅을 착취하는 농업과 땅을 이용하며 지속적인 농업이 가능하도록 가꾸는 농업으로 나누는건가 싶더군요. 이 책에서는 그런 실제 사례들이 실려 있어 더 재미있었습니다. 그 사례들이 언제적 이야기인지는 일단 뒤로 미루지요. 대부분이 이 책이 나올 당시-그러니까 60-70년대이고 아무리 해도 80년대까지는 안 올거라 생각합니다만... 옛날 이야기라 해도 현대에 시사하는 바는 많으니까요.

보고 있노라면 이러다가 인류는 제대로 멸망의 길을 달리겠구나 싶습니다. 음, 정말로 요즘 뉴스를 보면 그런 생각 안 할 수가 없는 걸요. 점점 자원을 쥐어 짜는 모습이 마치 ... (하략) 이런 사람들이 브레이크를 건다고 한들 제대로 브레이크가 걸릴까요. 이미 시지프스 신화의 바위처럼 저 아래로 굴러 내려가고 있는 건 아닐까요. 차라리 인류는 멸망하도록 놔두는 것이 지구와 다른 생명체를 위해 좋지 않을까요.(....)


재미있는 것은 맨 뒷부분입니다. 저자인 웬델 베리가 쓴 소설에서 농가의 식문화를 다룬 부분만 발췌해서 실었더라고요. 보고 있으면 군침이 돌면서 『초원의 집』을 다시 보고 싶어지더랍니다. 생각해보면 비슷하거나 그보다 조금 뒤의 이야기잖아요. 『초원의 집』 시리즈는 서부개척시대 초창기를 다루고 있으니 웬델 베리의 이야기는 이보다 뒤로 보는 것이 맞을 겁니다. ... 아마도?; 그래도 먹는 이야기 다루는 것을 보면 잉걸스 집안보다 와일더 집안에 가까운 듯합니다. 그리고 솔직히 먹는 부분만 놓고 보면 『초원의 집』이 더 맛있습니다.




하여간 중반의 여러 농사법이나 맨 뒤의 먹는 이야기가 마음에 들어 홀랑 반했습니다. 장바구니에 담아 놓았으니 이달이든 다음달이든 구입 들어가겠지요.'ㅂ'



웬델 베리. 『온 삶을 먹다: 대지의 청지기 웬델 베리의 먹거리, 농사, 땅에 대한 성찰』, 이한중 옮김. 낮은산, 2011, 13000원.




어제 책 세 권을 구입했습니다. 사실 구입하러 간 것은 『마법사의 신부 4』였는데, 까날님 트위터에서 본 『용의 귀여운 일곱 아이』가 있었고, 거기에 『지어보세 전통가옥!』 완결권인 3권이 있어서 덥석 집어 들었습니다. 『용의 귀여운 일곱 아이』는 앞부분은 조금 무겁지만 실린 단편들이 모두 다 달콤한 결말인데다가 마지막 이야기가 폭소를 자아내서.... 사실 뒤의 두 이야기는 상당히 마음에 들었습니다.



『지어보세 전통가옥』은 의외로 현실적인 이야기가 나옵니다. 건축 과정에서 집이 두 채가 되면 세금 문제가 발생하기 때문에 일찌감치 새 집으로 주소지를 옮겨야 한다는 문제나, 나무를 어떻게 해야한다는 거나, 천장을 어떻게 하느냐에 대한 자잘한 이야기까지. 맨 뒤에는 집의 실제 사진이 나오는데 컬러가 아니라 흑백인 것이 굉장히 아쉽습니다. 궁금하기도 했는데... 데....

일단 한국의 전통가옥과 달리 일본의 전통가옥은 공기가 굉장히 짧군요. 물론 규모에 따라 차이가 있겠지만 한국의 전통가옥은 공기가 상당히 깁니다. 뭐, 사정에 따라 달라지기도 하고-주변에서 실시간으로 보고 있음-비용도 재료비 등등에 따라 엄청나게 차이납니다. 무엇보다 나무 비용의 차이가 상당해 보입니다. 제재소에서 직접 실어 온다고 해도 한국은 그렇게 가격 차이가 날 것 같지 않아요. 단가는 .. (먼산) 아무래도 읽는 동안 한옥 짓기에 대한 책이 보고 싶더랍니다.

아, 그리고 집을 한창 짓는 도중에 도호쿠 대지진이 일어납니다. 도쿄에서 지냈지만 거기서도 상당한 지진이 있었던 모양입니다. 그 당시 작가인 야마시타 카즈미의 주변 인물들이 어떤 일을 겪었는지에 대한 이야기도 나오더군요. 실감나는 이야기더랍니다. 그래서 대 지미있게 본 것도 있네요. 한창 건축중이었지만 의외로 지진 피해는 없었다고 합니다. 피해는 오히려 가구에서 발생한 모양이군요. ... 지진 대비용으로 서가 앞부분에 책 막이 시설 같은 걸 해야하나 망상이 들더랍니다.

(그게 망상인 것은 책막이 시설을 놓으면 불편해서 안 쓸 것이 분명하기 때문. 하지만 지진은 책 막이 설비를 올릴 시간적 여유를 두고 오진 않지요.)




『용의 귀여운 일곱 아이』는 판타지적 바탕을 둔 단편입니다. 맨 앞의 이야기는 진짜 판타지지만 결말은 의외로 쉽게 예상할 수 있는 판타지입니다. 앞부분의 내용이 상당히 뻑뻑해서 이거 괜찮을까 싶었는데, 그 뒤의 단편도 그렇고 결말은 포근합니다. 웃음을 자아내는 결말도 많은데, 개인적으로 마음에 든 건 뒤에 실린 두 편입니다. 「제자식이 어여쁘다고 용은 운다」는 복수극이기는 하나 결말이 행복한 쪽에, 매우 귀여운 무언가가 등장하고, 맨 뒤에 실린 「이누타니 일족」은 제목에서부터 풍기는 기묘한 포스가 절묘하게 마주치는데 결론이 폭소를 자아냅니다. 아, 모자까지 만들다니 정말 귀엽습니다. 이런 게 패러디고, 이런 게 오마주죠.

처음에는 방출할까 생각했는데 이 두 단편이 굉장히 마음에 들어 집에 둘까 말까 고민하게 됩니다.



『마법사의 신부』는 그야말로 달달달달달. 게다가 제가 제일 좋아하는 생물의 정체가 드디어 등장합니다. 솜벌레라는군요. 다리는 세 쌍인데 날개는 잠자리 비슷한 날개고 털이 있길래 설마 양인가 했더니 솜을 깎는 벌레랍니다. 이야아... 룻하고 같이 있는 걸 보면 더없이 귀엽습니다. 솜벌레 인형은 안나올까요. 나오면 저, 절대로 살겁니다.;ㅂ;

엘리어스의 비교적 가까운 과거가 등장하며 치세의 과거도 함께 나옵니다. 그리고 드디어 대화가 좀 시작됩니다. 실키의 등장은 적었지만 속표지에 나오는 실키와 룻을 보면.... 으아아아아아아!


그리하여 4권 독파의 부작용으로 저금통을 만들기 시작했습니다. 저, DVD 세 권도 모두 다 구입할 겁니다. 그러니 내주시기만 하세요.

반전이 있는 소설은 크게 두 타입입니다. 이야기를 잘 풀어 내다가 마지막에 강력하게 만루 홈런과도 같은 한 방을 날리는 것, 그리고 이야기를 풀어 내는 과정에 여러 차례 반전을 날려 사람의 뒤통수를 얼얼하게 만드는 것. 어느 쪽을 선호하냐고 물으신다면 크게 상관 없다고 답하겠습니다. 사실 반전이 많은 소설은 그리 좋아하지 않습니다. 뒤통수를 얻어맞은 얼얼함이 오래가기도 하고, 그런 반전을 만들어 내는 과정에서 일종의 배신을 당하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이 소설은 후자의 반전입니다. 다만 뒤통수를 후려치는 것이 점점 강도가 심해지다 못해 결말까지 보고 나면 책을 집어 던지고 싶은 심정마저 듭니다. 나 이 책 왜 읽은 거야!



물론 이 책을 고른 이유는 아주 잘 기억하고 있습니다. 그러니까 번역자가 김소연씨라는 것, 출판사가 북홀릭이었다는 것, 그리고 이게 무가 저택이라는 배경을 두고 있어서 미미여사의 에도시리즈와 같은 전개를 기대했다는 것도 있었습니다. 다 읽고 난 심정은 미미여사 책으로 힐링을 하고 싶다는 것이었고... 하하하하. ;ㅂ; 김소연씨 번역이어서 혹시 에도시대물이거나 앞서 읽은 오노 후유미의 영선 가루카야랑 비슷한 타입이 아닐까 하는 기대가 배반당했거든요. 그런 기대를 하지 않고 봤다고 하면 뒤통수는 얼얼하지만 그럭저럭 괜찮은 작품으로 남았을 겁니다.



풋내기 변호사지만 변호보다는 온갖 사건의 해결을 맡아 하고 있는 카와지는 의뢰인에게서 자신의 생가를 찾아달라는 부탁을 받습니다. 부부가 운영하는 사설 복지원에서 자란 시즈나이 미즈키는 복지원 앞에 생후 며칠 만에 버려진 채 발견되어 그곳에서 자랍니다. 양부모 밑에서 훌륭하게 자랐고, 성인이 되어 독립하려 할 때 쯤, 양부모에게서 자신의 출생과 관련된 서류를 받습니다. 누군가의 일기장과 돈이었습니다. 어쩔 수 없는 사정으로 보낸다고 하는데, 아마도 미혼모로 출생했다는 문제 같더랍니다.

하지만 일기장만으로 그 집이 어디인지 찾는 것은 어렵습니다. 특정할 만한 것이 아무것도 없었으니까요. 그리하여 카와지는 때 의뢰를 받는 자리 옆에 있던 나카 쿠니히코를 끌어 들입니다. 그리고 나카는 순식간에 문제를 해결합니다. 해결한 것까지는 좋으나 그 뒤가 문제로군요. 무가 저택에서 일어난 과거의 살인사건, 그리고 최근의 살인사건까지. 둘이 뒤섞이면서 이야기는 점점 산으로 갑니다.(...)



읽다보면 왜 굳이 그런 복잡한 방법을 써야 했느냐, 더 쉬운 방법이 있을 것인데 왜 그런 트릭을 써야 했는가에 대한 건 의문이 들긴 합니다. 그리고 처음에는 단순히 부모찾기로 시작한 이야기가 나중이 되니 스토커와 치정싸움과 막장 드라마로 이어지고, 왜 그렇게 복잡하게 이야기가 돌아가냐 싶기도 하고요. 그러니 산으로간다고 표현한 겁니다.

그래도 이 소설에 대해 괜찮은 이미지가 남은 것은 리버카약이 소설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기 때문이고, 안 좋은 이미지가 남았다면 그건 무가저택을 둘러싼 막장드라마 때문입니다. 그러고 보면 소설의 또 다른 축인 누군가의 독백은 읽다보면 누구의 이야기인지 금방 파악이 됩니다. 그리고 그게 마지막과 또 연결이 되는군요.

그리고 탐정과 조수의 관계가 달라지는 점도 재미있습니다. 역시 어른은 어른이군요. 공으로 나이를 먹은 건 아닌가봅니다. 그게 또 하나의 반전 포인트가 되네요.




결말만 놓고 보면 해피엔딩에 가깝습니다. 행복한 결말로 가기 위해서는 뒤통수를 여러 차례 맞아야 한다는 것이 단점이지만 읽어볼만하다고 생각합니다. 다 읽고 나서의 탈력감에 대해서는 책임지지 않습니다.



코지마 마사키. 『무가저택의 살인』, 김소연 옮김. 북홀릭, 2016, 13800원.


초반을 읽으면서 위화감이 들길래 뭔가 했더니 가와지 고타로가 아니라 카와지 코타로라고 표기했습니다. 바뀐지 얼마나 되었다고, 이쪽이 위화감이 들다니...; 그래도 익숙해지니 별 문제 없습니다.


하여간 이쪽도 약간의 지뢰요소가 있었던 터라, 읽고 나서의 허탈감은 뭐라 이루 말할 수 없더군요. 그리하여 다음 책은 힐링을 위해 조아라 소설만 열심히 파고 있습니다 .크흑.;ㅂ;

굳이 분류하자면 유머. 하지만 그냥 유머가 아니라 생활의 지혜를 가르쳐 주는 유머입니다.






표지는 교보문고에서 들고 왔습니다. 책 표지가 흰색이다보니 그냥 바탕에 깔아서는 눈에 들어오지 않아 파랑 상자 안에 넣었습니다. 하여간, 표지에서 처럼 굉장히 독특한 생활 상식, 생활의 지혜, 요령을 가르쳐 줍니다. 그 형식은 교보문고의 책 소개에 삽입된 이미지를 봐도 알 수 있는데(책소개 링크) 왼편에는 그림이, 오른편에는 구체적인 내용이 있습니다. 구체적이라고는 해도 몇 자 안되다보니 290쪽을 조금 넘는 책 읽는데 한 시간이면 충분하더군요. 스륵스륵 잘도 넘어갑니다. 읽으면서 웃음 터지는 것이야 당연하고요.



표지에 등장하는 것은 딸기 꼭지를 손쉽게 따는 방법입니다. 사실 칼을 들어 따는 방법도 있지만 번거롭잖아요. 빨대 굵기를 보니 야쿠르트 빨대가 아니라 최소 커피빈이나 스타벅스 빨대 정도는 되어야 할 것 같지만, 저렇게 하면 손 다칠 걱정 없이 애들에게도 시킬 수 있겠습니다. 다만, 딸기를 씻고 나서 써먹어야지 빨대 속에 들어간 딸기를 마음 편히 먹을 수 있겠지요. 푹푹 찔러 꼭지 따고 빨대 속에 들어간 딸기 과육을 따로 먹는 것도 맛있겠습니다. 게다가 속살이니 달달할 것은 두말하면 잔소리지요.



개인적으로 마음에 들었던 건 숨은 USB 충전(호텔에서 USB 충전하기), 비상금 숨겨두기, 가시제거, 기침약 대체품, 드릴 먼지 제거하기, 포도얼음, 청량음료 빨대 홀더, 베이글 용기, 고대기 다리미입니다. 특히 비상금 숨겨두기는 두 가지 방법이 소개되었네요. 아이디어인데다가 여자든 남자든 써먹을만합니다. 다만 친구에게 빌려줄 때는 주의가 필요하고요. 포도 얼음은 아주 간단한 아이디어면서 왜 이걸 진작 생각 못했나 싶습니다.




책 앞부분의 목차 옆에는 권리 포기의 약속이 있습니다.

저자나 출판사는 본

저작물에 수록된 제안을

실행함으로써, 또는

잘못 실행함으로써

발생한 손해나 피해에

아무런 책임을 질 수 없습니다.


그러니 읽으시는 분들은 주의하세요. 조심, 또 조심!




댄 마셜. 『요령있게 삽시다』, 안진이 옮김. 2015, 미메시스. 12000원.


올컬러에, 저 두께에, 하드커버인데 12000원이라. 싸군요. 한 권 사놓고 유머가 필요할 때 넘겨보는 것도 좋겠습니다. 그러고 보니 미메시스는 아마도 열린책들의 자회사나 계열사나 임프린트나, 하여간 관련회사인 걸로 기억하는데..? 이전에 소개한 카림 라시드 책도 미메시스에서 나왔을 겁니다.

노리즈키 린타로 시리즈를 읽기로 마음 먹은 것은 G가 던져준 링크 때문이었습니다.


http://1boon.kakao.com/munhak/detective : 봄날의 탐정을 좋아하세요?



이걸 보고는 다른 책은 몰라도 노리즈키 린타로는 읽어 봐야겠다 생각했습니다. 엘러리 퀸처럼 부자가 같이 활동하고, 아버지는 경시, 아들은 추리소설작가 겸 탐정이라고 하니까요. 그랬는데...... 소설을 읽어보니 국명 시리즈보다는 라이츠빌 시리즈에 가깝습니다. 저, 엘러리 퀸 시리즈는 좋아하지만 대체적으로 국명시리즈를 선호하거든요. 라이츠빌은 꿈도 희망도 없는 분위기라 이전에 시그마북스로 컬렉션할 때도 라이츠빌은 빼고 구입했습니다. 그럴 진대, 전개되는 방향이나 결말이나 다 꿈도 희망도 없는 것에 가깝습니다.


게다가 이번에도 지뢰. 하하하하하. 하기야 일본추리소설을 읽는 입장에서 뭘 더 바랄까요. 게다가 오해가 쌓이고 겹치고 또 오해하고 하는 과정 자체가 이야기의 뼈대입니다. 권말의 해설에도 언급되지만 이 책의 주요 트릭은 오해입니다. 이 모든 것은 오해! 오해! 오해!(...)


A가 B를 오해해서 C와 사이가 틀어지고, B와도 사이가 나빠집니다. 나중에 D가 사실을 알고 나서 혼자 어떻게 해결하려 하다가 그 와중에 E가 오해합니다. 그리하여 사건이 이래저래 꼬입니다. 결말을 보고 나면 이 꿈도 희망도 없는 이야기! 라며 절규하게 되는데, 저만 절규하는 것이 아니라 등장인물이 절규하는 것을 보고 머리를 쥐어 뜯습니다. 으아아아아아!



범인이 제가 예상하던 인물이 아니라는 것도 뒤통수를 맞은 것인데, 의심하던 다른 인물이 범인인건 맞았지만 사건의 진상을 들여다보면 진짜 한탄만 나옵니다. 하아. 게다가 처음의 이야기가 맨 마지막에 가서 풀리는 것을 보면 굉장히 세심하게 잘 짰다는 생각이 들고요. 주인공인 린타로가 그 사람을 구할 수 있었을 기회가 몇 번 더 있었다는 점도, 그게 소설 상에서 섬세하게 교차된다는 점도 참.....(먼산)




소설의 시작은 이렇습니다.

노리즈키 린타로는 고등학교 시절의 후배로 현재 사진작가로 활동중인 다시로에게 연락을 받고 전시회에 갑니다. 거기서 우연히 일 관계로 알게 된 가와시마 아쓰시를 만납니다. 가와시마는 조카인 에치카랑 같이 전시회를 보러 온 참이고요. 같이 전시회의 주인공인 다시로를 만나자고 이야기 하던 찰나, 위암 투병중이라던 아쓰시의 형이자 에치카의 아버지인 가와시마 이사쿠가 쓰러졌다는 연락을 받습니다. 그리고 그 뒤에, 이사쿠의 작품에 대한 수수께끼가 하나 등장하고, 그 뒤에 에치카의 행방불명, 그리고 주변 인들의 수상한 행동, 에치카의 어머니와 얽힌 이야기 등이 차례로 등장합니다.

근데 정말 꿈도 희망도 없습니다. 읽고 나면 재미있게 읽었지만 허탈하다는 느낌이 강합니다. 결말이 등장인물의 절규로 끝나기 때문에 더 그런가 봅니다. 게다가 또 지뢰를 밟았으니. 하하하하.;ㅂ; 차라리 『흉가』로 힐링 해야하나요..?



노리즈키 린타로. 『잘린 머리에게 물어봐』, , 최고은 옮김. 비채, 2010, 14500원.


노리즈키 린타로 시리즈는 한 권을 더 빌려 왔는데 이것도 같은 지뢰가 매설되어 있으면 아마 다른 시리즈는 손 못댈 것 같습니다.(먼산)




덧붙임. 이 감상을 쓴 것이 지난 일요일이었지요. 도서관에서 빌린 다른 시리즈 한 권도 지뢰였습니다. 그런 고로 이 시리즈는 더 손 안 댈겁니다. 허허허.

진실을 감춰 놓으면 비밀이 되는 것이고 오해의 발단이 됩니다. 관계 파탄의 시작은 바로 거기부터입니다.


앞서 올란 『꼬리 달린 왕자님』과 마찬가지로 BL입니다. 이쪽을 질색하시는 분이라면 읽지 않으시는 걸 추천합니다. 수위가 조금 더 많이 높거든요.(...)



조아라에서 완결되었는데 출간된다는 소식이 올라온 것이 작년. 그래서 내내 기다리다가 뒤늦게 알았습니다. 작가님이 안 좋은 일에 휘말리셨더군요. 그 때문에 아예 조아라 활동을 접으셨다는데, 『Truth』 완결 후 연재되던 『불멸의 연인~슈베르트의 베토벤』 연재도 이제 기약이 없습니다. 자세한 이야기는 노코멘트. 그리 좋은 일은 아니니...(먼산) 사실 저도 제가 휘말린 일이 아니었다면 관련 글을 못봤을 것이라, 몰랐을 겁니다.(먼산2)



현대를 배경으로 하지만 약간 허구성이 섞여 있습니다. 아무래도 살짝 할리킹의 요소가 있기 때문으로 보이는데, BL소설이다보니 그 정도는 용납할 수 있습니다. 허구성이 있다는 것은 미국계 회사라고는 하나, 한국에 지부를 두고 있는 증권회사 회장의 부인이 남자라는 점입니다. 회장도 물론 남자고요. 한국에서는 동성결혼에 대해 굉장히 보수적인 시선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자리잡기가 쉽지 않을 겁니다. 거기에 덧붙여 반동인물 커플인 상대방도 한국에서 손꼽힐 정도의 재벌가이고 그런 재벌의 후계자임에도 동성 애인을 두고 있는 것에 대해 특별한 제지가 없습니다.

뭐, BL 소설이니까요.(2) 소설에서 중요한 것은 그런 부분이 아니기도 하고요.



소설은 이윤이 몇 년간의 짝사랑을 뒤로하고 짝사랑 상대가 원하는 대로 그의 인생에서 사라지기 위해 미국으로 건너가는 장면에서 시작합니다. 이윤의 1인칭 시점으로 서술되기 때문에 독백으로 그려지지요. 짝사랑이자 첫사랑인 그가 원하는 대로 해주지만 그걸로 사랑을 완전히 끝내기로 결심합니다. 그리고 미국 도착하자마자 바로 결혼을 하고, 배우자와 함께 미국과 한국을 오가며 생활합니다. 배우자인 지헌일은 뉴욕에 본사를 둔 증권회사의 회장입니다. 후배와 함께 대학 시절에 양부모의 유산을 기반으로 돈을 굴리면서 자금을 마련하고, 월스트리트에 들어가고 이후 한국에도 지사를 낸 겁니다. 미국으로 입양된 한국계 미국인이기 때문에 양쪽을 오가는 것이 자유롭습니다.

윤이 헌일과 결혼한 것은 소꿉친구이자 첫사랑인 최치원이 요구했기 때문입니다. 윤은 최치원의 애인인 한승후의 곡을 표절하고 협박했으며 기타 등등의 사건을 일으킨 일로 집에서 절연을 당했고, 친구에게도 버림받습니다. 그 뒤에 쫓기듯 결혼했지만 예상했던 것과는 달리 결혼 생활은 꽤 달달합니다. 그냥 그대로 살았으면 좋으련만, 승후가 다시 연락해오고, 그와 관련해 치원이 화를 내면서 사태는 꼬여갑니다.


이야기는 윤의 입장에서만 진행되고 반전은 없습니다. 다만 왜 승후가 그런 행동을 했는지에 대해서는 연재되지 않았던 외전에 살짝 나와 있습니다. 모차르트와 살리에리의 관계는 영화 『아마데우스』에서 나온 것과 역사적 사실이 같지 않았으니 그건 비유대상이 안되고, 굳이 표현하자면 주유 앞에 공명이 나타나자 주유가 겪을 수밖에 없는 심적 갈등이 그대로 나온다고 보시면 됩니다. 하지만 뭐, 모든 사람이 그런 걸요. 윤이 말했듯 천재 역시 그런 상처나 열등감에서 자유로울 수는 없는 거겠지요.



소설은 크게 두 부분으로 나뉩니다. 앞은 윤과 치원과 승후의 진실이라고 한다면 뒤는 윤과 헌일의 진실입니다. 승후와 윤의 관계에서 치원에게 밝혀진 진실은 결국 치원을 나락으로 떨어뜨리고 진실을 외면한 죄값을 치르게 하지만 윤과 헌일 사이에서는 진실이 그 둘의 관계를 더욱 공고하게 합니다. 비온 뒤에 땅이 굳는다고 하듯, 둘 사이도 그런 사건들을 겪으면서 단단하게 자리잡습니다. 그래서 읽는 동안 치유되는 것 같은 그런 이야기이기도 하고요.


앞부분에서 승후와의 진실이 밝혀지려 할 때 윤이 듣고 싶어하던 라만차의 기사 곡이 갑자기 듣고 싶네요. 음악이 소재다보니 그 곡 외에도 상당히 다양한 곡들이 등장합니다. 하나씩 찾아 듣는 것도 좋더라고요.




violetcream. 『Truth, 진실』. B&M(뿔미디어), 2016, 12000원.



Truth is Turuth to the end of the reckoning. 윤이가 하는 말이지만 또한 작가님께 드리고 싶은 말입니다.:)

이야기의 전개는 지극히 메르헨 같지만, 메르헨과는 다르게 갑니다. 일단은 B&M(뿔미디어)에서 나온 BL소설이기 때문이니까요. 따라서 BL 소설을 싫어하시는 분이라면 읽지 않으시는 걸 추천합니다.



BL라벨로 나오긴 했지만 수위의 수준은 그리 높지 않습니다. 아니, 없는 건 아닌데 주인공인 아샤는 초반에 매우 어리기 때문에 성인식이 되기까지는 나올 일이 없습니다. 그 뒤에만 나오니까요.



시작은 정말로 동화 같은 이야기입니다. 아름다운 아가씨가 있었고, 여러 구혼자가 있었지만 자신이 정말로 사랑하는 사람과 결혼을 합니다. 하지만 구혼자 중 한 사람이 자신을 선택하지 않으면 저주를 걸어버릴거라고 말합니다. 저주라는 것이 드문 세계라 아가씨는 그냥 흘려 들었지요. 그리고 저주는 제대로 걸렸습니다. 사랑하는 이의 아이를 낳고 보니 꼬리가 달리고 정수리에는 털이 부숭부숭 나 있는 귀가 있었습니다. 저주가 걸린 존재를 낳았기 때문에 아가씨는 아이와 함께 폐궁당합니다. 왕의 세 번째 후궁이었거든요.

여기서 본격적으로 이야기가 시작됩니다. 저주가 옮을지 모르기 때문에 시종들은 아샤, 저주받은 아이에게 접근하는 것 자체를 꺼립니다. 어머니는 이미 실성하여 사랑하는 사람에게 버림받은 이유를 모두 아이에게 돌립니다. 제대로 사랑받지 못하고 큰 아이에게 또 다른 타격은 어머니의 자살. 그리하여 아이는 혼자 남습니다. 거기에 어떤 손길도 내밀지 않고 그냥 보고만 있던 왕 때문에 아이는 더더욱 방기되지요. 거기에 배다른 형제의 폭력도 더해집니다.

그 때 등장한 건 개구리 한 마리입니다. 어쩌다가 만난 개구리 한 마리는 그냥 개구리가 아니었습니다. 이웃 제국의 전 황태자, 현 대공인 케이어스는 저주에 걸려 밤에만 그 개구리의 몸으로 깨어납니다. 저주다보니 개구리가 죽으면 본체인 케이어스 또한 사망합니다. 그래서 저주가 풀릴 때까지만 숲에서 조용히 지내려고 하고 낮 동안은 개구리가 어디에 있는지 파악해 부하를 보내려고 했던 참입니다.

아샤를 만나면서 상당히 수월하게 있는 위치를 파악해 부하를 보냈습니다만, 예상치 못했던 일이 벌어집니다. 무성애자로 스스로가 고자임을 확신했던 케이어스가 꼬꼬마 아샤에게 반응한 겁니다.(....) 걱정하지 마세요. 아청법 위반은 아닙니다. 아샤를 데려오기 위해 손을 쓴 케이어스가 그 뒤 아샤에게 한 반응을 보면 헛기침을 할지언정 그 달달한 분위기에 스르륵 마음이 풀릴 겁니다.



아샤가 여우 귀와 꼬리를 가지고 있다보니 아무래도 어린왕자의 관계가 떠오르는군요. 안 그래도 아샤와 닮은 동물로 사막여우를 들고 있으니 더더욱 그렇습니다. 여우는 아무에게도 마음을 열지 않았던 대공의 마음을 두드렸고, 대공은 애정으로 답합니다. 그리고 여우는 다시 한 번 대공의 애정에 답하고요. 그렇다보니 아샤와 대공이 만나고 나서는 달달함의 연속입니다. 거기에 케이어스는 뒤끝 있는 남자라, 아샤를 괴롭힌 인물에게는 그에 걸맞는 보답을 합니다.



조아라 연재작으로 완결 후 출간되었습니다. 그리고 조아라에서는 연재되지 않았던 외전이 둘 있고, 연재되었던 그 '적절한 보답'에 대한 후일담이 바뀌었습니다. 거기에 아샤가 아버지인 국왕에게 받은 예의 선물을 케이어스에게 들키는 장면 역시 바뀌었더군요. 이전에는 영지로 내려가는 도중 습격이 들어와서 암살단에게 쫓겨 숲으로 갔더랬는데 출간본에서는 암살단은 마차 주변에서 해치우고, 상황이 종료된 뒤에 우연히 케이어스가 발견합니다. 폐기하는 것은 동일하군요.



하여간 달달한 이야기를 좋아하신다면 추천합니다. 다만 앞부분에 아샤가 고생하는 부분만 잘 넘기면 괜찮습니다. 거기가 조금 힘들더군요.;ㅂ;



솜꼬리토끼. 『꼬리 달린 왕자님』. B&M(뿔미디어), 2016, 12000원.


다음은 같이 구입한 『Truth』에 대한 리뷰가 올라갑니다.:)

왜 늦었냐고 묻는 건 출간 시기의 문제입니다. 읽으면서 살짝 위화감 같은 것이 있었는데, 결말부까지 다 보고 마지막의 해설을 보고 나서 알았습니다. 그러니까 "미야베 미유키의 소설 중 초기 소설에 해당하는데 왜 뒤늦게, 최근에서야 출간이 되었는가?" 궁금해지더군요.

아마도 미미여사의 초기 소설은 거의가 북스피어에서 출간되었으니 출간 계약이 되지 않았다거나, 아니면 다른 이유가 있었을 거라 생각합니다. 음, 솔직히 북스피어에서 나온 다른 책들과는 조금 방향이 다르다는 느낌이 있긴 합니다. 해설에서 같이 언급되는 소설들이 『마술은 속삭인다』와 『쓸쓸한 사냥꾼』인데 이 소설의 배경이 되는 지역과 같은 구에 있답니다. 그러고 보면 에도 시리즈도 전부 이 주변이 배경이지요. 고토구와 후카가와 지역, 시타마치라고 부르는 에도시대의 서민거주지.



주인공인 준은 부모님의 이혼으로 이사를 옵니다. 이사한 곳은 아버지가 자란 지역의 근처이기도 하고 아버지의 직장과도 머지 않은 곳입니다. 아버지는 수사1과 소속의 형사입니다. 일본의 경찰 조직은 한국과는 조금 다르다고 알고 있는데, 이 부분은 제가 한국의 경찰 조직 체계를 잘 몰라 확신은 못합니다. 하여간 일본의 경찰 조직은 굳이 비교하자면 한국의 군대와 비슷합니다. 사병을 제외한다면 크게 부사관과 사관으로 나뉘는데 일본 역시 지역 밀착형의 순경과 엘리트 코스에 가까운 경시청쪽으로 구조가 나뉜다고 알고 있습니다. 경찰에서 형사로 승진하는 것도 가능하긴 하지만 위에 올라가면 또 관리자로서의 일이 있으니까요. 음, 이런 구조, 어디서 많이 보았는데..?(...)


하여간 준의 아버지는 경시청쪽 형사에 해당합니다. 소설 속의 사건이 터졌을 때도 관할서의 경찰과 짝을 이루어 같이 움직입니다. 관할서의 경찰로 형사가 된 대표적인 인물이 가가형사겠지요. 가가는 『신참자』에서 이미 위로 올라갈 가능성은 낮지만 실력 있고 능력 있으면서 서포트도 잘하는 유능한 인물로 등장합니다. 준의 아버지도 이미 경력이 상당하다보니 경험에서 우러나오는 감이란 것과 함께 행동하더군요. 그리고 이번에 그 감으로 파트너를 고른게 하야미 슌입니다. 아, 뭔가 이름이 익숙해...?



마을에 이상한 소문이 돌고, 강변에서 비닐봉지가 발견됩니다. 그 안에 뭐가 있었는지는 노코멘트. 『모방범』을 떠올리면 쉽게 상상하실 수 있는 무언가입니다. 그리고 그것과 함께 준네 집의 우편함에 이상한 우편물이 날아듭니다. 범행 성명이 나오고, 수수께끼가 나오고. 그 와중에 준네 마을에 있는 어느 저택의 은둔형 괴팍한 노인이 휘말립니다. 거기에 도쿄 대공습 이야기가 얽히며 다시 마을에 퍼진 이상한 소문까지 연게됩니다.

사건 앞부분에 등장한 여러 실마리들이 하나씩 풀리면서 준도 아버지를 도와 친구와 함께 몇 가지를 조사합니다. 그 와중에 사건에 휘말리는 것이야, 예상할 수 있는 이야기고요. 그러고 보니 『퍼펙트 블루』도 함께 언급된 이야기지요. 개인적으로 꽤 뒷맛이 씁쓸해서 한동안 야구 소재 소설은 안 보게 한 원흉입니다만.



읽는 맛은 상당합니다. 어제 퇴근길에 차안에서 읽기 시작해서는 336쪽의 책을 단번에 읽어 내렸으니까요. 읽고 나서 예의 그 코드가 또 등장하는 덕에 좌절했지만, 짐작은 했던 부분이라 괜찮습니다. 미미여사 소설에서도 종종 등장하니까요. 그쪽 범죄보다 다른 범죄가 더 큰 비중을 차지하니 상대적으로 타격이 덜했습니다. 그냥 넘어갈 수 있었다는 거죠.



결론은 애들입니다. 제대로 자라지 않은 아이들은 어디로 튈지 모르는 시한 폭탄이지요. 개인적으로 성인이 되는 나이를 아주 조금 내려도 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만, 주류 판매 문제를 생각하면 또 다릅니다. 끄응. 솔직히 머리는 크지만 사회에 뛰어드는 시기는 예전보다 늦어졌으니 성인이 되는 시기가 빠른 편이 나은가 늦은 편이 나은가 골치 아프네요. 게다가 술에 취했을 때 저지른 범죄에 대해서 더 강하게 처벌해야한다는 것도 그렇지만 나이 어린 아이가 범죄를 저질렀을 때, 아이의 인생을 망칠 수 있다며 선처하는 것이 좋은가에 대해 회의가 들더군요. 일본에서는 이런 쪽의 연구가 많은 모양인데 몇몇 르포르타주나 소설을 보고 나면 허탈합니다. 그렇게 면책된 아이들은 정상적으로 사회에 편입되는 걸까요. 아니면 교정할 수 있는 기회를 아예 틀어 막고 비뚤어진 그대로 사회에 나가도록 돕는 것인가요. 어느 것이 옳다고 말할 수는 없지만 이런 소설을 읽을 때마다 회의가 드는 건 어쩔 수 없습니다.

결말이 그리 깨끗하진 않고 입맛이 쓰니까 감안하고 보세요. 흡입력은 상당히 좋으나 그게 오히려 독이 되는 느낌입니다.



미야베 미유키. 『형사의 아이』, 권영주 옮김. 박하, 2015, 12000원.



오오. 책가격이 생각보다 저렴하군요. 이 두께에 이 정도 분량이면 대개 1.5만 정도 가격을 매기게 마련인데..=ㅁ=

중간에 『최후의 일구』가 없었다면 3연타 홈런이었을 겁니다. 젠장. 그나마 힐링이 된 책이 있어 다행이라고 할까요. 거기에 어제 상경하는 차 안에서 다 읽은 『형사의 아이』도 읽고 나서 기분이 화아아아아아악 가라앉았는데. 이걸 덮어줄 책이 미쓰다 소지의 신작 『흉가』라는 것이 좋은 일일까요, 나쁜 일일까요.


앞에서 이미 내용 폭로를 해버린 셈이지만 그래도, 간략하게 적어봅니다.



모리 히로시의 이력은 찾아보지 않아도 꽤 독특할 것임에 틀림 없습니다. 『기시마 선생의 조용한 세계』를 봐도 그렇지만 대학원의 생활을 아주 적나라하게 보여주거든요. 이게 일본만의 사례인지 아니면 한국도 그런지는 모릅니다. 거기에 공대 특성일 수도 있고요.

모리 히로시의 데뷔작이자 대표작인 『모든 것이 F가 된다』가 지난 시즌에 애니메이션으로 만들어지면서 한스미디어에서 책을 재판했습니다. 번역은 무난했다고 기억하고요. 특별히 걸리는 부분은 없었습니다. 다만, 첫 작품은 읽어보았던 지라 시리즈 두 번째인 『차가운 밀실과 박사들』을 붙잡고 읽었는데 이것 참 묘하네요.



일단 주요 인물을 소개하자면 주인공인 사이카와 소헤이는 N대학의 공학부 조교수입니다. 정확히는 건축학과이고 건축사쪽의 전공이라고 합니다. 하지만 인문학적 의미의 건축보다는 공학적 의미의 건축 경향이 강해보입니다. 그리고 그런 사이카와와 함께 움직이는 것이 니시노소노 모에. 성에서 느껴지는 묘한 분위기 답게, 쿄 & 잇페이 시리즈의 아야노코지처럼 상당한 자산가 집안의 딸입니다. 아버지가 N대학 전 총장이기도 하고요. 사이카와는 모에가 초등학생 때부터 알았기 때문에 꽤 귀엽게만 보고 있는 모양인데 모에는 사이카와에게 마음이 있습니다.(아마도)



이야기의 전개는 시간 순서와 다르게 흘러갑니다. 사건이 터진 현장에 있었던 세 사람이 사건 2주 후에 다시 모여서 사건의 상황을 되짚어 보겠다며 그 날 있었던 일을 반추합니다. 사이카와 교수와 모에는 극지 연구소에 참관하러 갔다가 뒷풀이 자리에 합류합니다. 그러다가 우연히, 닫혀 있는 방에서 죽어 있는 사람을 발견하고요. 죽은 사람은 한 명이 아니었습니다.

분명 죽은 사람들은 그 직전에 있었던 실험에도 참여했고 그 방은 밀실에 가까운 상태였습니다. 사망한 사람들을 죽인 이가 누구였는가가 문제지만 연구소에 있었던 사람들은 모두 뒷풀이에 참여하고 있어서 알리바이가 절로 입증됩니다. 외부인은 없었다고 경비원들이 증언했고요. 도대체 범인이 누군가가 문제인데, 그 와중에 시체가 또 발견됩니다.



딱 여기까지만 이야기 하지요. 트릭을 알고 나면 생각보다 어렵지 않구나 생각하게 되고, 의심할만한 사람도 의외로 쉽게 나오긴 했습니다. 다만 사이카와 교수가 내내 말했듯이 동기가 무엇인지 알 수 없어요. 마지막의 마지막에야 그 이유를 알게되지만.


읽고 나니 다시 『모든 것이 F가 되다』가 읽고 싶어집니다. 그리하여 다음 책은 그걸로 낙찰. 과연 읽을 시간이 날지 모르지만 날 거라고 우겨봅니다..?



모리 히로시. 『차가운 밀실과 박사들』, 이연승 옮김. 한스미디어, 2015, 13000원.


최근에 ... 는 아니군요. 2015년 8월에 모리 히로시의 에세이 혹은 인문학 책이 나왔습니다. 이쪽도 한 번 찾아 읽어보고 싶네요.

앞서 『러시아 유령군함 사건』 감상(http://esendial.tistory.com/6594)에도 적었지만 강간이 소재나 주제로 나오면 웬만해서는 피합니다. 하지만 이 책에 대한 소개에는 전혀 그런 이야기가 없어서 몰랐습니다. 책 뒷면에도, 그리고 앞부분에도 그런 이야기가 없거든요. 그런데 ... ... (먼산)



책은 크게 두 시점의 이야기가 나옵니다. 하나는 담배가게 주인 살인사건이고, 다른 하나는 누군지 알 수 없는 사람의 이야기입니다. 즉, 한쪽은 3인칭, 한쪽은 1인칭 시점으로 이야기가 전개되는 셈입니다. 문제가 되는 건 1인칭쪽 시점인데 초반에 설마설마했음에도 그런 장면이 등장하는데다, 이 사람이 결국 트라우마를 제대로 치료하지 못하고 또다른 사고를 칩니다. 나중에는 정신적으로도 굉장히 불안해지는 상황이 되는데 그게 담배가게 주인 살인사건의 후폭풍하고 연결되어 둘의 이야기가 만납니다. 다만 끝의 끝까지 '나'가 그 뒤에 어떻게 되었는지에 대한 이야기는 안나옵니다. 다만 둘의 이야기가 연결되면서 아마도 그 뒤에는 그나마 평온하게 살았을 것이라고 생각할 따름입니다. 하여간 이쪽 코드 질색인 분들은 피하세요.



책의 중심 주제는 사실 저런 이야기도 아니고 살인사건도 아닙니다. 주제, 메인 테마는 1인칭 시점에서 나오는 그의 직업과 관련이 있습니다. 3인칭 이야기에서도 스쳐 지나가는 이야기로 등장하지만 원자력 발전 말입니다. 시마다 소지는 '나'의 입을 빌려서 원자력 발전의 문제, 그리고 일본에서 개발 중인 핵연료 리사이클 방식의 문제, 주먹 구구식인 재처리 과정, 그리고 원자력 발전에서 나오는 독성물질과 그 피해에 대한 이야기를 합니다. 하기야 일본은 한국보다는 지진에 많이 노출되어 더 위험하고, 그게 극단적으로 나타난 것이 후쿠시마 사태였지요. 이 소설이 출간된 것은 그 뒤의 일입니다. 2011년 10월에 발매되었으니, 2011년 3월 11일의 도호쿠 대지진 이후, 그리고 후쿠시마 원자력 발전소 사고 이후에 쓰기 시작한 것으로 보입니다. 뭐, 그 전에는 몬쥬의 사고 사례도 있었으니까요. 여기서 말하는 핵연료 리사이클은 아마 몬쥬 쪽을 염두에 둔 것일 겁니다.


하지만 사건의 트릭과 결말은 사실 전혀 관계가 없었고, 원자력 발전 연료 제작에 대한 것은 슬며시 지나가는 이야기였다는게...; 어쩌면 그것이 반전일지도 모르지요. 실제 범행 동기는 의외로 평범(?)하고 또 다른 의미로 열 받는 내용입니다. 그러니 감안하고 보시길.


어찌되었건 퇴근길에 손대고 읽기 시작해, 저 큰 고비를 넘기고도 단번에 읽어 내릴 정도로 상당히 흡입력 있습니다. 게다가 악의 원흉은 무사히 퇴치되었고요. 아니, 무사히는 아니로군요.-_-;



시마다 소지. 『고글 쓴 남자, 안개 속의 살인』, 이윤 옮김. 호미하우스, 2014, 13800원.


2014년 출간작인데도 벌써 품절...=ㅁ=; 의외로군요.;

월요일에 다 읽었으니 그날 감상을 쓰면 딱 맞았을 텐데, 늦었습니다. 그리하여 프로야구 개막일이라는 오늘에야 쓰게 되었네요. 야구 이야기를 꺼내는 건 이 책의 주 소재가 야구이기 때문입니다.


시마다 소지의 책은 열심히 챙겨보지만 몇몇은 피합니다. 번역 상태가 조금 걱정되는 작은 출판사의 책도 그렇거니와, 청소년 소설 분위기로 나온 책도 피합니다. 이 책은 소재가 야구라서 피했습니다. 안 보고 넘어가려 했는데 『러시아 유령군함 사건』을 읽고 나니 괜히 시마다 소지 책이 땡겨서 집어 들었습니다. 그리고 번역자가 현정수인 것을 보고는 내용 확인 하지 않고 고이 빌렸습니다. 2012년에 나왔는데 너무 늦게 보았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습니다.


그리고 아주 운이 좋게도, 내용 확인하지 않고 보았는데 이 책이 딱 『러시아 유령군함 사건』에 이어진 이야기입니다. 일본에서의 발간 순서가 어떨지 몰라도 이전에 일어난 사건이 무엇이었는지 알고 보니 더 좋더군요. 그런 의미에서 지금 읽은 것이 다행인지도 모릅니다.


소설은 크게 두 부분으로 나뉩니다. 앞은 이시카와의 이야기, 뒤는 다른 사람의 이야기입니다. 이시카와의 이야기는 우연찮게 어느 자살미수사건에 대한 진상 조사를 하게 된 상황부터 시작합니다. 어느 청년이 자신의 어머니가 자살을 시도했는데 그 이유가 뭔지 모르겠다고 하며 찾아옵니다. 설명을 들어보니 아버지는 일찌감치 돌아가셨고 편모 슬하에서, 어머니가 하시던 미용실을 이어받아 작은 도시(마을)에 자리를 잡았답니다. 그런데 이유도 알 수 없이, 어느 날 어머니가 자살을 시도하셨답니다. 빨리 발견해서 구할 수 있었지만 자살 이유를 절대 이야기 하지 않으신다네요. 그리고 미타라이는 사건이 명확해 진상 밝힐 것도 없다고 하면서 찾아갑니다. 그리고 진상을 밝히지만 그 뒤에 알 수 없는 일이 발생합니다. 왜 이 일이 일어났는지에 대한 이야기는 나오지 않습니다. 그저, 사건은 해결되었다는 것뿐.


뒷부분은 어떤 2류 야구 선수의 시점에서 시작됩니다. 돌아가신 아버지, 그리고 어머니와의 어려운 생활. 가난한 생활 속에서도 희망이 있다면, 프로 야구선수가 되어 연봉을 많이 받아 그래도 편히 사는 것입니다. 하지만 노력은 하여도 재능은 없었기 때문에 결국 그렇고 그런 선수가 됩니다. 하지만 이 때는 이미 거품이 꺼질 시기지요. 그리하여 상황은 악화됩니다. .. .. 그리고 하략. 이 이상 쓰면 내용 폭로가 되어 재미가 없습니다.-ㅁ- 그러니 여기까지만 쓰고 접도록 하죠.


이 두 가지 이야기가 어떻게 맞물리는가가 시마다 소지의 매력이라 생각합니다. 결말은, 그래도 희망적이라고 생각하렵니다. 다만 여기서도 시마다 소지 답게 일본 사법부에 대한 불신이 아주 많이 묻어납니다. 근데 불신이 불신이 아니라 사실입니다. 저런 상황이라면-전관예우라는 구습이 한국에도 뿌리내리고 있다는 걸 생각하면 저런 상황이 없으리란 장담을 못합니다. 아니, 있을 겁니다. 하하하하하...........(먼산)



상당히 매력적인 책이니 야구에 관심이 있는 분이나 아닌 분이나 재미있게 읽으실 수 있을 겁니다.:)



시마다 소지. 『최후의 일구』, 현정수 옮김. 블루엘리펀트(동아일보사), 2012, 12000원.



덧붙임: 최후의 일구는 퍼펙트했습니다. :)

제목에서 유추할 수 있듯이 띵굴마님 시리즈라고 멋대로 부르는 forbook 시리즈입니다. 2015년에 나온 『살림살이』가 가장 최신 책인데 그 직전에 나왔습니다. 그래도 2014년 4월이네요. 같은 시리즈 중 가장 두껍습니다. 앞서 다른 책들은 패션 화보나 무크지를 보는 것 같았다치면, 이 책은 상당히 건실합니다. 보고 나니 이걸 참고로 농사 지어볼까 망상이 들 정도입니다. 이게 망상인 것은, 더 이상 업무를 늘리면 제가 죽기 때문입니다. 빈말이 아니라 정말로요.

실은 농사 지을 수 있는 땅이 있어 더 문제인 겁니다. 그게 자갈밭이라 갈아 엎어야 하는 것은 둘째치고, 언제 시간 내서 언제 가꿀 건데?



가장 혹했던 것은 허브를 그냥 밭에 심어서 내둔다는 부분이었습니다. 로즈마리건 카모마일(캐모밀)이건 작은 포트에서 뽑아 밭에 심으면 쑥쑥 큰다더군요. 땅잭이 가능한 상황이라 진심으로 혹했고요. 무엇보다 집에서 직접 포트형태로 싹 틔우는(육묘) 것도 가르쳐 주네요. 피트머스토양을 어떻게 사용하는지도 상당히 자세하게 나옵니다. 그래서 더더욱 텃밭 욕심이 나는데.... 데......;

그 와중에 제가 이달 초에 심은 화분들의 흙 배치를 잘못했다는 사실도 깨달았습니다. 흑흑흑. 잘못했습니다. 다음번에 분갈이 할 때는 그래도 잘 해줄게요. 미리 양파망 확보하는 것도 잊지 말아야죠. 어차피 한 달에 몇 개씩 나오니까 뜯어서 준비해야겠습니다.


다른 것보다 겨울부터 시작해 밭을 본격적으로 가꾸기 전에 무엇을 해야하는지, 땅을 분양 받고 나서 작물을 어떻게 배치해서 심을 것인지, 뭘 심는 것이 좋은지, 쉽게 심으려면 어떻게 해야하는지 등등의 이야기가 상세하게 나옵니다. 특히 멀칭-이라고 하는 비닐덮기의 장점과 단점도 자세하게 보여주네요. 비닐 덮고 수거하는 것은 불편하지만, 해놓으면 잡초가 못자라는데다 흙이 끝까지 보들보들하게 남는답니다. 저도 자주 경험했지만 화분흙도 물주고 나면 땅 윗부분이 딱딱하게 굳거든요. 그래서 위에 다른 풀이나 잔디를 덮을 것인지, 아니면 자갈을 깔아 놓을 것인지 고민했는데. .. 그렇다고 화분 윗부분을 멀칭하는 건 더더욱 이상하잖아요? 하하하.;



하여간 구입해서 차근히 볼 생각입니다. 이러다가 다른 정원도구를 구입하겠다고 난리치는 것은 아닐지..=ㅁ= 아, 잊지말고 출근하면 화분 물줘야겠네요.



이헤선. 『흙 살림이 좋아』. forbook(포북), 2014, 16000원.


뒷부분에 저자 근황 비슷한 덧붙임 소식이 있었습니다. 쌍둥이가 생겼다고요.'ㅂ' 마음으로 낳은 아이라는데 아이 키우랴, 집 살림하랴, 흙 살림하랴 바쁘시겠습니다. 거기에 2015년에 또 책 내신 걸 보면....(먼산)

금요일에 이 책 읽다가 체했습니다. 가볍게 체한 것이라 그냥 속이 안 좋고 마는 걸로 끝났지만 저녁 때 몸 컨디션이 안 좋아지면서 감기에 제대로 걸렸습니다. 열이 올라 반쯤 들떠 있는 상태가 된 것도 참 오랜만이네요. 허허허.



제 블로그에 자주 오시는 분이라면 아시겠지만 제가 소설 읽으면서 절대 피하는 코드가 강간입니다. 그것이 집단 강간, 즉 윤간이면 읽는 도중 더더욱 멘탈이 부서집니다. 그런 코드가 있음에도 보는 소설이 있지만 예외적인 것이고, 대체적으로 이 소재를 사용하면 소설을 피합니다. 절독하는 경우도 있지요. 그 대표적인 예가 『초룡전기 카르세아린』인데, 이건 연재 도중 제가 제일 싫어하는 코드가 스쳐 지나가는 것을 보고 고이 소설을 접었습니다. 뭐, 그 앞서도 조짐이 있긴 했지만 등장인물 중 한 명이 그런 일을 당하는 걸 보고는 더 읽을 수 없더군요.


앞 부분까지는 상당히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역시 시마다 소지, 역시 미타라이 기요시라고 생각했는데 읽으면서도 설마설마한 부분이 있긴 했습니다. 만, 정확하게 예상했던 그 상황이 제 눈앞에 펼쳐지는 순간 위가 멈추더군요. 아오. 견딜 수가 없었습니다. 그럼에도 끝까지 읽고, 다 읽고 나니 과연 있을 법하다 생각했지만 말입니다. 그 부분은 시마다 소지의 창작일 겁니다. 증거가 전혀 없거든요. 하지만 충분히 있을 법하고 가능한 이야기라는 점이 더 무섭습니다. 그래서 읽고 나서는 어디까지가 역사적 사실인지, 어디까지가 가상인지 헷갈릴 지경에 몰렸습니다. 허허허.




이야기의 발단은 『어둠 비탈의 식인나무』와 이어집니다. 따라서 이 소설을 먼저 읽는 것이 좋으며, 그리고 가능하면 사전에 올리버 색스의 책을 읽는 것이 좋습니다. 『아내를 모자로 착각한 남자』는 현재 절판이지만 .. 이라고 적고 다시 검색하니 2015년에 재출간되었는데, 하여간 이 책을 사전에 읽으면 도움이 됩니다. 소설 중반부에 등장한 미타라이의 추리는 읽는 내내 올리버 색스의 책을 인용한 것이 아닌가 생각했는데 참고서적에는 다른 책들이 올라 있습니다. 다른 어려운 책보다는 올리버 색스의 책 한 권을 보는 쪽이 이해하기 더 쉬울 겁니다. 그에 대해서는 권말의 저자 후기에 자세한 이야기가 나와 있으니 참고하시면 되고요.


시간의 흐름상 『마신유희』는 이 이야기의 뒤에 있습니다. 앞부분에 등장하듯 이 소설의 사건이 있은 1년 뒤에 미타라이 기요시는 유럽으로 건너갑니다. 일본을 버리고 건너갔다고 투덜대는데 거의 마지막에 참여한 사건이 아닌가 싶기도 하네요. 하여간 아는 사람의 연락을 통해 받은 어느 편지에는 이미 사망하고 없는 어떤 미국인에게 보내는 사죄의 글이 있었습니다. 사죄의 글 말미에는 하코네의 호텔 후지야 매직룸에 있는 사진을 보여주고 싶다는 이야기도 있고요. 호기심이 동한 미타라이는 이시오카를 끌고 후지야에 갑니다. 그리고 거기서 호텔에서 오랫동안 보관하고 있었다는 사진과 만나지요. 사진은 1919년에 찍은 것으로, 유리건판 사진이라 딱 한 장만 남아 있습니다. 거기에는 후지산 근처의 이시노코 호수에 정박한 러시아 군함이 찍혀 있습니다. 그 군함은 다음날 온데 간데 없이 사라졌다고 하고, 내륙의 호수에서 찍힌 러시아 군함은 수수께끼로 남아 유령 군함으로 불립니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이 군함에 대한 이야기는 미타라이가 풀어냅니다. 그날의 주변 상황이 왜 그래야 했는지, 어떻게 내륙 호수에 러시아 군함이 있었는지는 아주 손쉽게 풉니다. 그리고 그걸 읽으면서는 정말로 폭소했습니다. 이렇게 간단한 트릭일 줄은 미처 몰랐거든요. 이 트릭 자체가 아마 B님과 C님의 취향에 맞을 겁니다.


그리고 소설 속에 등장하는 어떤 일이 발생할 확률을...


"김일성과 노태우가 악수할 확률이고…."


애초에 미국 저널리스트가 저런 이야기를 한다는 것이 신기합니다만.



시마다 소지. 『러시아 유령 군함 사건』, 김동주 옮김. 영상출판미디어, 2016, 12000원.


상당히 마음에 들어서 아래 올린 『영선 가루카야 기담집』이랑 같이 주문하고 싶지만, 과연 주문하게 될지 모르겠습니다. 허허허허. 앞에서 언급한 그 코드가 심히 좋지 않은 곳을 스쳐서 말입니다.;ㅂ;

기담이라는 단어는 한국에서 드물게 보이는 단어일 겁니다. 확신은 안서는게 요즘에는 이런 종류의 이야기를 잘 안 찾아 읽거든요. 거의 일본의 책만 찾아 보니까요. 『어우야담』처럼 기담보다는 야담을 더 많이 사용할 겁니다.


하여간 이 책은 집을 소재로 하여 나온 책이라 더 끌려서 찾아 보았습니다. 책 제목만 보고 찍었는데 알고 보니 오노 후유미더군요. 거기서 불안감이 엄습했지만 예상외로 무난합니다. 결말이 따뜻하고 잔잔한 쪽으로 나오고 있으니 『잔예』 같은 건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총 6편의 이야기가 실려 있고 거기에는 거의 공통적으로 등장하는 인물이 있습니다. 영선(營繕) 가루카야의 오바나. 영선이라는 단어를 처음 들어보아서 사전 검색을 해보니, 한국어 사전에도 등장합니다. 건축물을 짓거나 수리하는 것을 영선이라고 한다는군요. 유의어로 수영(修營)도 있는데 이쪽은 확실하지는 않고..? 하여간 집을 짓는 것이 아니라 수리하는 것을 업으로 하는 인물인가봅니다. 뭔가 집에 이상한 일이 생겼을 때, 그런 기운들을 잘 풀어주고 해결하는 것이 오바나의 주 업무로 보입니다. 그도 그런 것이 처음부터 오바나가 등장하는 일은 없습니다. 집에 살고 있던 사람들이 뭔가 이상한 일을 겪고, 그리고서 집을 수리하거나 수선하기 위해 사람을 부릅니다. 그리고 그 사람들이 오바나를 부르는 겁니다. 아마 수리할 일이 없을 때는 알음알음 다른 사람들의 집짓는 일을 도와주는 것으로 보이고요.


아마도 오바나는 일반 건축관련일을 하는 사람이 아니라 대목일을 배운 사람일 것으로 추정합니다. 그도 그런 것이 첫 번째 편에도 대목수가 와서 집을 살피고, 그 사람이 오바나를 소개하거든요. 몇 번 같이 일을 했다고 하며 소개하는데 그 대목 외에 다른 사람들도 오바나와 같이 일을 하거나 하여 집에 이상이 생겼을 때 소개합니다.

오바나의 특징은 집에서 일어나는 이상한 일들을 어떻게든 해결하려는 것이 아니라 가능한 적은 비용으로 문제 없이 지낼 수 있도록 배려한다는 겁니다. 그러니까 퇴마 쪽은 전혀 아닙니다. 첫 번째 이야기에서 등장하듯, 쫓아내질 않고 가능하면 공존하되 해를 끼치거나 신경쓰이지 않도록 작은 장치를 하는 쪽에 가깝습니다. 비용이 적다는 것도 매 편마다 등장하더군요.


오노 후유미의 이야기 치고 굉장히 잔잔한 편이라 마음에 들었습니다. 거기에 표지 그림을 우루시바라 유키가 그렸습니다. 『충사』의 작가 말이지요. 소설을 다 읽고 표지를 보니 책에 들어 있던 이야기가 표지 한 장에 어우러져 있습니다. 다 읽고 나서 표지를 들여보는 것도 재미있을 겁니다.



오노 후유미. 『영선 가루카야 기담집』, 정경진 옮김. 한스미디어, 2016, 12000원.



번역은 대체적으로 무난하지만 시타마치를 성 아래 마을로 적은 것이 조금 걸리네요. 틀린 번역은 아닌데 시타마치를 딱 맞게 번역할 무슨 단어가 없던가요. 끄응..

하지만 그 뒤에 나오는 공무소가 더 걸리더랍니다. 소설 내에서 공무소가 여러 번 등장하는데 한국에서는 공무라고 하면 公務를 먼저 떠올립니다. 工務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공무소라는 단어 자체가 상당히 낯섭니다. 거기에 소설의 문맥에서 공무소는 주로 목조건축이나 일본 전통 건축-즉 한국의 한옥에 가까운 집을 다루는 건축일이므로 건축사사무실이나 기타 유사 단어, 아니면 대목수, 대목수사무실 등으로 번역하는 것이 나았다 봅니다.

생각했던 것과는 사뭇 다른 책이었지만 나름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앞의 문장에 부사가 여럿 붙었는데, 원래 이 책을 빌리면서 기대했던 것은 도시 농업이었기 때문이니다. 도시 한 복판에서 이뤄지는 자투리땅 농사나, 옥상 정원을 이용한 농사 같은 도시 농업 말입니다.

제가 책 제목을 잘못 읽었더군요. 도시농업에 대한 책이 아니라 도시청년이 농업에 뛰어 들어 좌충우돌하다가 결국은 살아남은 이야기입니다. 그러니까 이 책은 귀농해서 성공한 극소수의 케이스가 쓴 책인 겁니다. 대부분의 경우에는 실패하고 도시로 돌아가거나 합니다. 성공한 사람은 많지 않아요.


저자인 히사마쓰 다쓰오는 누차 '만약 농사를 시작한 시절의 내가 지금의 나에게 찾아와 농사일을 배우고 싶다고 하면 쫓아낼 것이다'라고 말합니다. 아무것도 모르고 무작정 농사를 하겠다, 키우는 걸 하고 싶다는 것만으로는 아무것도 안된다는 겁니다. 농사일에 뛰어들던 당시의 저자는 요령도 없고, 사고도 많이 치고, 농사일에 필요한 기술들을 갖춘 것도 아니고. 그저 열정만 가진 새내기 농부였던 거죠. 솔직히 농사를 짓기 전에 거품경제 막차를 타고 대기업에 입사했을 때의 설명을 읽어도 '이 사람, 사회생활하기 힘들겠다' 싶은 부분이 있었습니다. 군대에서 말하는 고문관 스타일에 가깝습니다. 새내기에, 풋콩에, 초짜인 주제에 이것이 옳다는 가치관은 확실하게 가지고 있어서 왜 이렇게 하는 거죠? 라고 하는 스타일. 물론 관료제적인 사회 생활에 매몰되는 것도 좋지 않지만 이렇게 튀어 나온 사람도 주변 사람 힘들게 하는 것은 마찬가지입니다. 허허허. 그럼에도 뭔가 독특한 것이 있었으니 회사 다닐 때의 사람들 중 몇몇에게는 관심을 받았던 거겠지요.


아마도 농사 시작한 초기에 가정경제를 이끌어 나갔던 것은 부인이었을 겁니다. 회사를 그만둘 당시 부인이 있었고, 말리지 않고 하도록 내두었다고 하니까요. 막무가내인 이런 남편을 만나서-라는 생각은 역시 나이 들어 떠오르는 것이고.;



농사일을 하면서 좌충우돌하고, 누군가를 스승삼아 배워나갈 수 있는 상황도 아니었던 히사마쓰가 그럭저럭 농사일에 성공할 수 있었던 것은 끈기가 아닐까 합니다. 연수로 들어갔던 농장에서도 좋지 않게 그만두고 나온 모양인데, 그 뒤에 밭을 얻어 경작한 이야기를 보면 끈기 있고 꾸준하게 노력했다는 것과, 그런 경험을 손 사이로 흘려 보내지 않고 계속 기록으로 남겼다는 것이 나옵니다. 특히 컴퓨터 도입 초기에 농사월령가(...)와도 같이 농사일 기록을 남깁니다. 그리고 그 다음해에도 그 기록을 바탕으로 경작 준비를 하고, 활동 준비를 합니다. 지금은 그 기록 자체를 클라우드로 공유하여 농장이건 집이건 확인하고는 그날의 업무를 알아서들 결정합니다. 즉, 현재 히사마쓰 농원에서는 집에서 그날 그날의 업무를 확인하고 업무 목표치를 확인한뒤 일정을 조정하고 달성합니다. 그런 시스템이 갖춰졌으니 다들 적응해서 그럭저럭 일하는 것이겠지요. 아니, 그럭저럭 일한다는 말은 옳지 않습니다. 다들 알아서 잘하니까요.



농사일을 시작하려는 사람들이라면, 귀농을 생각하는 사람들이라면 한 번쯤 읽어볼만합니다. 다만 제목의 작고 강한 농업은......; 몇 년 전에 유행했던 강소농과 최근에도 유행하는 작지만 강한 기업이라는 단어가 생각나서 그리 유쾌하진 않습니다. 작고 강하려면 그만큼 경쟁력을 가져야 하는데, 과연...?




히사마쓰 다쓰오. 『작고 강한 농업: 도시 청년, 밭을 경영하다』, 고재운 옮김. 눌와, 2016, 13000원.


쓰는 내내 농삿일과 농사일 중 어느 쪽이 맞는가 고민했는데 사전 진작에 찾아볼 걸 그랬네요. 사이시옷 안 들어가는 농사일이 맞답니다.:)

추리소설은 대개 반전이 있게 마련입니다. 일상 생활의 추리를 소재로 한 소설은 그렇기 때문에 반전이 있는 경우가 더 많기도 합니다. 일상을 다루다보면 잔잔한데, 그걸 막판에 뒤집어서 독자에게 충격을 주면 꽤 강렬하게 남을 수 있잖아요. 개인적으로 그런 반전이 매력 있는 소설로 『빙과』를 꼽습니다. 소설보다는 애니메이션 쪽의 반전이 더 강렬했다고 기억하지만, 하여간 세키타니 준을 둘러싼 잔잔한 이야기는 그를 둘러싼 어른들의 사정과 그 속의 울분을 폭발시키면서 마무리 됩니다.


갑자기 왜 다른 소설 리뷰를 쓰면서 『빙과』를 건드리냐 하면, 조금 닮았기 때문입니다. 어쩌면 학교를 배경으로 한 일상 추리소설의 클리셰일지도 모르지만 평범하고 그리 눈에 안 띄는 학생이 학교 내의 작은 소동에 휘말려서 조사하다가 얼결에 진상을 밝혀내는 구조가 같거든요. 조금 다른 것이 있다면 고전부 시리즈의 오레키 호타로는 저에너지 행동주의자지만 이 책의 주인공인 하야마는 평범한 미술부원입니다. 아니, 여러 예술부에서 러브콜을 받고 있으니 그리 평범하지 않을지도 모릅니다. 1인칭 주인공시점이라 이 소설 내의 내용만 봐서는 특별할 것이 없어보이거든요. 진상을 밝히는 것도, 사건이 왜 그렇게 흘렀는지 밝히는 것도, 범인도 다 다른 인물들이지만 맨 마지막의 반전은 하야마의 손에서 이뤄집니다.



다른 곳에서 소설 평을 읽었을 때 마지막의 반전이, 소설의 발랄하고 밝은 이야기들을 순식간에 반전시킨다고 했는데 반전을 읽고 과연 그렇구나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에필로그를 보고 나서는 좌절했습니다. 어억. 갑자기 이야기의 장르가 일상 추리에서 다른 것으로 확 바뀝니다. 이런 게 어디있어! 라고 절규하지만 이미 때는 늦었습니다. 다 읽고 나니 잠자기 글렀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안 그래도 낮에 수입 믹스커피 마신 참이라 카페인 과다증상을 보였는데 이 책의 결말까지 보고 났더니만 잠이 안와서 평소보다 고생했습니다.



하야마가 다니는 시립고등학교는 꽤 오래된 곳인 모양입니다. 그 중에서도 오래된 건물은 예술부가 주로 서식하는 낡은 별관입니다. 미술부와 연극부,취주악부를 비롯해 여러 부서들이 모여 있는데 예술부이다 보니 물건이나 소품은 많고 제대로 정리되지 않아 어수선한 분위기입니다. 건물이 낡아 음침한 분위기도 들고요.

그런 별관에 이상한 소문이 돕니다. 목이 잘린 귀신이 벽에서 튀어나온다는 일명 벽남 귀신이야 그렇다 치고, 거기에 덧붙여 최근 행적이 묘연한 어느 취주악부 학생의 유령이 플루트를 분다는 소문도 생겼습니다. 소문은 소문이지만 그 때문에 취주악부 연습이 제대로 되지 않아서 그 진상을 조사하는데 주인공인 하야마가 덩달아 휘말립니다. 그리고 그 사건의 진상은 굉장히 어이 없는 쪽으로 끝납니다.

여기서 이야기가 끝나면 다행인데, 그 과정에서 벽남 사건을 함께 겪습니다. 벽남 사건을 해결하기 위해 동분 서주하고 결국에는 프롤로그의 묘한 이야기와 자연스럽게 연결됩니다. 그리고 그 뒤는 ........;




그러니까 학교는 참 무서운 공간이라니까요. 왜 괜히 여고괴담이 나오고, 왜 괜히 공포물의 상당수가 학교를 배경으로 하겠어요. 그만큼 무서운 공간이라 그렇지. 무엇보다 인적이 드문 곳에 위치하거나, 번화가에 있더라도 안쪽에 숨기듯 들어 앉았다거나. 거기에 일과가 끝나면 사람들이 없고 불이 거의 다 꺼진다는 점도 공포 심리를 자극하는 것이겠지요.

하여간 학교는 참 무섭습니다.




니타도리 게이. 『이유가 있어 겨울에 나온다』, 이연승 옮김. 한스미디어, 2015, 12000원.


책의 내용을 요약하면 제목에 적은 그대로라고 생각합니다. 부제가 '미국의 뿌리는 어떻게 뽑혔는가'인데, 기술이 발달하면서 대규모 농작이 가능해지고, 그 때문에 대규모 농장들이 등장하면서 소농민들이 무너졌다는 이야기입니다. 지금까지 농업과 관련해서 읽었던 여러 책들과도 맥락이 닿아 있지만 솔직히 이 책에서 주장하는 바에 다 공감하는 것은 아닙니다.


책의 저자인 웬델 베리에 대한 여러 수식어가 많긴 하지만 솔직히 어디까지가 진짜인지는 모르겠습니다. 대학교수였다가 농부도 했고, 철학자이기도 하고 시인이자 소설가이기도 하답니다. 겸업이 다 가능한 직업으로 보이지만 현재 무엇을 하느냐에 대해서는 정확한 언급이 없네요. 사상가이자 문필가라는 소개를 보니 글쓰는 것은 꾸준히 하나 봅니다.

솔직히 저는 이 사람이 말하는 농업의 근본에는 완전히 동의하지 않습니다. 책을 읽으면서 생각한게, 그렇다면 대규모 농업과 그로 인한 소출을 완전히 포기해야하는 것인가 싶었거든요.

저자가 말하는 미국 농업은 초원의 집에서 등장하는 소규모 농업입니다. 소작농도 아니고, 작은 땅덩이를 소유하여 거기서 나오는 농작물을 시장에 내다 팔고 밭에서 키운 여러 작물을 통해 일부의 식량 자급도 하는 그런 모양입니다. 그리고 그런 바탕에서 지역 사회에 기여하고 지역 사회 공동체를 이루고, 문화의 근간이 되는, 그런 작은 농업 말입니다.

그랬던 것이 농업의 기계화를 통해 대규모 경작지가 증대하고, 그러면서 여러 농민들은 소작농이 되도록 몰리고, 대규모 작물 재배는 외국에 수출해서 소득을 올리는 것에 중점을 두며, 땅과 호흡하고 함께하는 그런 문화에는 관심을 두지 않습니다. 보다보면 농업 혁명에 대해 지나치게 비관적이지 않나 싶더라고요.



대규모 경작과 단일 작물 재배로 가장 이득을 본 것은 어떻게 보면 인류입니다. 물론 땅은 망가지고 문화는 무너지고 종의 다양성도 마찬가지로 점점 축소되었지만, 생산량 증대는 인류의 폭발적 인구 증가와도 연결됩니다. 그게 다시 부메랑으로 돌아오고 있다는 점이 문제죠. 단기적으로는 이득이었을지 모르지만 장기적으로는 그리 좋지 못한 선택이라는 겁니다. 그렇다고 해서 대규모 농업을 완전히 부정하는 것은 걸립니다. 음, 지나치게 자연으로 회귀하여 옛 생활로 돌아가자고 말하는 것 같은 느낌? 타샤 튜더는 삶으로 보여주지만 이 사람은 글로 보여주고 있구나 하는 생각? 그래서 100% 공감하지 못했다고 말하는 겁니다.


어쩌다보니 요즘 농업이나 공동체에 대한 책을 많이 보게 되는데 지방에 내려와서 그런가봅니다. 어느 책을 읽어도 속 시원하게 답하는 건 아니다라는 점은 마찬가지지만 뭐...=ㅁ=



웬델 베리. 『소농, 문명의 뿌리』, 이승렬 옮김. 한티재, 2016, 19000원.


무난하게 읽어 내릴 책은 아니라...; 거의 슬렁슬렁 넘어가며 읽었지만 번역투가 여럿 섞여 있었다는 건 걸립니다. ~해지다는 표현이 몇 번 눈에 들어오더라고요.

사진 찍을까 말까 하다가 게을러서 일단 패스.


표지 그림을 보고 살까 말까 하다가 에피소드 형식이고 단권으로 끝난다는 설명이 있어 구입했습니다. 구입은 금요일에 해놓고 읽은 건 오늘이네요. 사실 오늘 안 읽으면 다음 금요일에나 볼 것이 뻔하니..=ㅁ=


결론만 말하면 Ma님의 취향. 아마 D님도 좋아하실 겁니다. 그것도 스트라이크존에 거의 정확하게 맞춰 들어갈 거예요.



소설도 그렇고 만화도 그렇고 음식을 소재로 한 것은 많습니다. 다만 종종 그런 소재들이 '소재로 쓰이기 위해 이야기가 만들어 졌다'는 작위감을 내뿜는 경우가 많습니다. 아니면 전개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든지, 그냥 음식이 전부라든지 하는 식으로 말입니다. 그래도 상당히 자연스럽게 이야기를 전개하는 것이 『아빠는 요리사』라고 생각하고요. 『와카코와 술』은 아예 음식 자체가 주제이자 소재라고 생각합니다.=ㅁ=


이 책은 그 밸런스가 상당히 절묘합니다. 휍툰 그림이 아닌가 싶은게, 채색도 웹툰 채색입니다. 전체 올컬러 만화라 가격도 상당하지만 그 가격이 아깝지 않을 정도더군요. 총 8개의 에피소드가 실려 있는데, 각각의 이야기가 굉장히 맛있습니다. 서로 다른 사람들이 각 에피소드의 주인공이고, 또 읽다보면 그 이야기들이 얽힙니다. 그럴 수밖에 없는게 같은 마을이더라고요. 그러다보니 사람들이 얽히고 이렇게 만나고 저렇게 만납니다. 그리고 그 안에 또 음식 이야기가 나오는데 굉장히 간단하고 단순한 것부터 조금 손이 가는 것까지 다양합니다. 그리고 어느 것이든 다 한 번 만들어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고요. 진짜 음식 맛있어 보입니다. 이야기에 내포되어 꼭 이걸 먹어야 한다는 당위까지 끌고 가다보니 이게 맛없어 보일리가 없죠. 군침이 꼴딱 넘어갑니다.



표지에 등장하는 음식은 얼핏 보고 우메보시인가 생각하고는 구입 당시에 조금 망설였는데, 페이크입니다. 색이 달라요. 지금 다시 확인하니 우메보시와는 전혀 색이 다릅니다. 그리고 전혀 다른 음식이고, 생각보다 간단하면서도 허를 찌르는 그런 겁니다. 문제는 신선한 재료를 구해야 한다는 것인데.... 날이 더 풀리기 전에 한 번쯤 도전해보고 싶습니다. 가장 좋은 것은 갓 나온 신선한 것을 구하는 것이지만 무리죠.OTL




에피소드 뒤에는 소개된 음식 만드는 법이 나옵니다. 그리고 거기에 콘티에 가까운 짧은 4컷 정도의 만화가 있습니다. 에피소드의 후일담인데 그게 또 재미있어요. 그리고 매 에피소드 마다 맨 뒤에 있는 한 장짜리 그림이 있는데...... 이건 설명을 하지 않겠습니다. 직접 보세요.



타나. 『따끈따끈 밥 한 공기』, 최윤정 옮김. 학산문화사, 2016, 11000원.


요즘엔 북새통에서 책 구입할 때 가격을 안 보고 사다보니 이제야 확인했는데.. 상당히 비싸군요. 하지만 저는 굉장히 마음에 들었던 고로 괜찮습니다. 구입 당시에 가격을 확인했다면 조금 더 망설였겠지만요.;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