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편식이 심각한 것 아니냐고 하셔도 할 말은 없습니다. 아니, 사실일 겁니다. 하지만 저는 소설을 오롯이 심신안정제용으로 보거든요. 따라서 심신이 평안하지 않을 것 같은 소설은 고이 피합니다.

『괴담의 테이프』 를 비롯한 미쓰다 신조 책 사다 놓고 보면서 무슨 심신안정제냐 하시면 그저 웃지요. 제 나름의 정의를 피로하자면, 심신안정제는 몸과 마음의 평안을 도모하는 것, 심기불편하지 않게 하는 것을 말합니다. 전자든 후자든 한 쪽만 만족시키면 안정제로서의 역할이 성립합니다. 그러니까 쉽게 표현하면 재미있어서 책에 폭 빠져 헤어나오지 못하고 만족스럽게 책을 덮을 수 있다거나, 읽는 동안 마음이 움직여 훈훈하게 되거나, 현실을 잊고 책의 세계를 만끽할 수 있는 것을 가리킵니다. 소설에 그런 역할을 요구하다 보니 만약 읽어서 심기가 불편하면 고이 빠져나옵니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심기 불편은 매우 주관적인 관점입니다. 그날 그날의 상태에 따라서도 그렇고요.


『내 영호을 거두어주소서』의 오프닝은 나쁘지 않습니다. 책의 제목이 어디서 연유했는지 알 수 있었으니까요. 다만 그 상황 자체부터가 이미 심기 불편하더랍니다. 조금 더 구체적으로 이야기 하자면 사건은 초반에 일어나며, 이것이 그 다음 사건의 동기가 되었을 가능성을 깔고 나갑니다. 애초에 오프닝에서 아주 구체적으로 상황을 묘사하는 건 그런 이유가 아닐까 합니다. 그 상황이 제목과도 너무 잘 어울리고 감정적으로 이입되어서 문제였지요...

프롤로그에 해당하는 이야기 다음에는 시리즈의 주인공인 변호사 토라가 등장합니다. 거기까지는 좋은데 토라를 둘러싼 상황이 나오자 .. 읽을 용기를 잃었습니다. 음, 아뇨. 등장인물의 성격적 문제가 없는 건 아니지만 전부인 것은 아닙니다. 다만, 저는 더 씩씩하거나 더 잘난 사람이 좋습니다. 솔직히 대리만족이니까요. 주인공이 더 씩씩하고 당차고 능력있는 사람인 것이 좋습니다. 평범한 사람이고 이것 저것 자신이 저지른 사건에 끙끙대는 상황이면 읽는 제가 답답해서 그렇습니다.

일단 사건이 일어난 호텔에 가기 전, 토라는 반쯤은 자신이 처한 상황을 회피하기 위한 목적으로 받아 들입니다. 그리고 토라가 처한 상황이 뭐냐하면,

-이전에 수임료를 잔뜩 받아 수입을 얻었을 때 빚을 갚을 걸, 캐러반과 SUV를 구입. 가격이 높아서 빚을 더 졌음.

-이혼했음. 아이는 토라가 양육하며, 큰애는 열여섯, 작은애는 여섯살임. 그리고 큰애의 여자친구가 임신했으며 여자친구의 부모나 토라의 전남편은 이게 다 '토라가 아들을 제대로 관리하지 못해서'라고 이야기 함.


... 저기.. ... 제가 이거 읽는 것만으로도 이미 혈압이 오르는데요...OTL



그럼에도 대강 훑었습니다. 초반 약간, 후반 이후 약간. 범인을 찾기까지 수많은 정보를 수집하고 그걸 조합하는 것은 같지만 좌충우돌하는 것이, 왜 코믹하다고 설명했는지 알만 하더군요. 하지만 워낙 범인에 대한 정보가 많이 바뀌는데다 최종 범인 확정까지는 시간이 꽤 걸립니다. 애초에 앞부분의 이야기 자체가 제 두 번째 트라우마를 직격했던 것도 있습니다. 전 귀엽고 아름다운 걸 좋아하기 때문에 더더욱 책에 몰입하기 싫었습니다. 으으으.;ㅂ; 작고 가녀리고 귀여운 것은 무릇 보호해야 마땅할진대! 하기아 그러니 사고를 치죠..



이르사 시구르다르도티르. 『내 영혼을 거두어주소서』, 박진희 옮김. 황소자리, 2017.



추천하겠냐고 물으신다면.. 으으음. 읽으면서 외려 『레밍턴스틸』 같은 것이 떠오르더랍니다. 형사도 아니고 탐정도 아님에도 여러 정보를 이리저리 고개 들이밀어 수집하고 하면서, 그 와중에 여러 해프닝이 발생하는 그 모양새가. 그렇게 유머를 곁들인 좌충우돌 추리소설을 좋아하신다면 재미있을 겁니다. 실마리가 추가될 때마다 범인을 가리키는 나침반이 흔들리는 것 같다고 표현해도..'ㅂ' 제 주변에서는 아마 B님 정도..?


배경이 아이슬랜드이니 배경지 좋아하신다면 또 추천할만 하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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