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네스 펠트로의 자연주의 식탁』, 『요리보다 쉬운 영국식 홈메이드 잼 100』을 최근 읽었습니다. 읽었다기보다는 훑었다가 더 어울리겠네요. 보통 요리책은 마음에 드는 음식만 찍어서 자세히 보고, 나머지는 대강 훑기 때문입니다. 근데 둘다 보다보니 C님을 위한 저격 .... ... ... ... 정말 그렇습니다.

일단 기네스 펠트로는 이전에 모 음식채널에서 방송한 스페인 기행 관련한 프로그램을 보고서는 대강 이런 책이 나왔겠(혹은 나오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그 때 같이 다녔던 요리사가 마리오 바탈리였던 걸로 기억하는데 『앗 뜨거워!』에서 성격 나쁜 요리사로 등장합니다. 하여간 이 책은 줄리아 터선이라는 다른 요리사가 도움을 주었다네요.

책에 따르면 원래 기네스 펠트로는 음식을 좋아한답니다. 아버지의 영향이라는데, 책 여기저기에 아버지 이야기가 많이 나오네요. 가족이나 친구들과 함께 만드는 음식이 많고, 대체적으로 마크로비오틱 음식들이 많습니다. 그러니까 비건에 가깝고요.; 애들 둘이 비건에 가까운 모양입니다. 그래서 보시면 C님이 시도하실만할 것이 많아요. 그리고 만드는 법이 자세합니다. 아무래도 채식계, 마크로비오틱 음식이 많아서 초보자가 접근하기에는 장벽이 높지만, 그래도 설명을 잘 해놓았습니다. 그러고 보니 이거 I님도 좋아하실 책이군요. 니스풍 샐러드...-ㅠ-

홈메이드 시라차 핫소스라는 것도 나오는데 마늘이랑 할라피뇨를 넣어 만든 매운 소스인가봅니다. 재미있네요.

그리고 앞부분에 특수한 재료들-스펠트 밀가루, 보릿가루, 메밀가루 등등-이 없을 경우 대체품도 안내합니다. 그러니 재료가 없다고 당황하는 일도 적겠네요.

제일 해보고 싶은 것은 마카로니치즈, 채소구이, 아버지의 전설의 팬케이크, 엄마의 단골 브런치 브레드푸딩, 퍼지 초코 브라우니, 홈메이드 초코 핫퍼지.

.. 적고 보니 이거; 취향이 적나라하게 드러나는군요. 절대 저런 음식만 있는 것은 아닙니다. 저런 음식은 전체 중에서도 굉장히 일부....; 그러니까 딱 제 취향대로 고르면 저렇습니다.-_-;

그리고 홈메이드 루트비어 플로트 만드는 방법도 나옵니다. 루트비어 플로트가 뭐냐하면....(까날님 링크)
저는 사먹는 생각을 하고 있었는데 만드는 방법도 있더군요.; 사사프라스 추출액이란게 필요하답니다. 이걸 입수하는 것이 관건이겠네요.


영국식 잼만드는 법은 번역이 쉽지 않았을 것 같습니다. 워낙 베리가 많이 나오기 때문에 그에 맞춰 번역하는 것이 쉽지 않아 보이네요. 상당수는 로즈힙이니, 엘더플라워니 라고 원어를 적었지만 말입니다. 그쪽이 알아듣기 편하긴 하지요.
독특한 잼이 많은데 재미있는 것도 있습니다. 그러니까 책의 원제가 『Fruits of the earth』예요. 과일로 만드는 여러 저장식품과 가공식품을 소개하는데, 잼jam, 젤리jelly, 마말레드marmalade, 커드curd, 코디얼cordial, 시럽, 처트니chutney, 피클pickle로 나누어 소개합니다. 앞부분은 필요도구랑 요령을 소개하는데 상당히 괜찮습니다. 특히 요령은 과일을 어떻게 끓이고, 설탕을 얼마나 어떤 걸로 넣고, 얼마나 졸이고, 어떻게 테스트해서 결정하고 등등의 중요한 방법을 소개합니다. 잼뿐만 아니라 젤리, 마말레드, 커드, 코디얼, 시럽 만드는 요령도 앞부분에서 기본기를 자세하게 다룹니다. 그렇기 때문에 본편에서는 굉장히 단촐하게 소개합니다. 기본기를 익혀야 다음의 만드는 방법을 따라갈 수 있겠더군요. 믹스잼이 많다는 것도 재미있습니다. 과일 하나만 넣는 것이 아니라, 남은 과일들을 몰아 넣는다든지, 배잼에다가 초콜릿을 섞는다든지 하는 것도 나오네요. 그리고 자몽커드.; 이것도 한 번 시도해보고 싶습니다.;
버터너트 생강커드는 아마 C님이 홀리실만한...-ㅂ-;
코디얼이나 젤리는 만드는 방법이 쉽지 않습니다. 말하자면 간단한데, 과일을 물과 설탕을 넣고 졸여서 그걸 젤리백이라 부르는 가제손수건으로 거릅니다. 조금 복잡하긴 해요. 시간도 많이 걸리지만 만들어서 여름에 탄산수에 섞어먹으면 좋겠다 싶었습니다. 이걸 얼려서 빙과로 만드는 것도 나오는군요.

오드비(증류주;)에 빠진 체리, 양파 마말레드, 호박 처트니, 레몬절임은 이것저것 연상하게 만드는군요. 앞의 둘이야 B님이나 C님이 좋아하시겠다 싶어서 그런 거지만; 호박 처트니는 앤이 가정방문 내내 대접받은 호박절임이지 않을까 싶고, 레몬절임은 제이미 올리버가 좋아해마지 않는 거니까요. 30분 레시피에서 자주 쓰더군요. 집에서도 만들 수 있긴 하지만 시간이 꽤 걸립니다. 코스트코에서 레몬을 한 상자 샀다면 레몬차랑 이걸 같이 담가도 좋겠다 싶었습니다.


하여간 두 책 모두 나쁘지 않았습니다.ㅂ-


귀네스 펠트로. 『귀네스 팰트로의 자연주의 식탁』, 박대정 옮김. 앨리스, 2013, 2만원.
글로리아 니콜. 『요리보다 쉬운 영국식 홈메이드 잼 100』, 김학영 옮김. 솜씨, 2013, 13800원.

가격을 보니 으으으으음.; 역시 물가상승률이란..ㅠ_ㅠ
휴머니스트라는 출판사는 계륵과도 비슷한데, 버리기에는 괜찮은 책을 많이 낸데다 편집이나 책 디자인도 상당히 취향이거든요. 그렇다고 두고 보기에는 몇몇 뜨악한 책들이 있어서 말입니다. 그 책들만 아니면 괜찮을 터인데 말이죠. 직설적으로 쓰자면 진보 경향 출판사에 가깝습니다. 진보 경향이라는 썼지만 기존 질서 혹은 프레임에 도전하는 쪽이라 제 성향이랑 안 맞는 저자, 혹은 도전이라는 의미에서 틀린 주장을 하는 저자의 책을 내서 계륵이라 표현한 겁니다.

어, 그러니까, 몇몇 역사 블로그에서 학술적으로 비판 받은 어떤 저자의 책 때문에 그렇습니다.-ㅁ-;


하여간 그 때문에 **의 지구사 시리즈를 보는 것도 조금 많이 늦어졌습니다. 밀크의 지구사는 요즘 우유를 하루 한 잔 꼬박꼬박 마시고 있어서 궁금한 김에 집어들긴 했지요. 초콜릿의 지구사나 피자의 지구사보다는 밀크의 지구사가 더 재미있어 보였거든요.
우유가 아니라 밀크의 지구사라고 번역한 것은 차마 젖의 지구사라고 쓸 수 없었기 때문일 겁니다. 그렇다고 동물젖의 지구사라 쓸 수도 없고, 우유가 아니라 양젖이나 염소젖 덜 범용적인 젖들도 다루는데 소젖만 말하는 우유라고 번역할 수는 없잖아요. 그래서 넓은 의미로 동물젖을 가리키는 milk는 그냥 밀크로, 소젖을 가리킬 때는 우유로 번역한 모양입니다.


...
근데 솔직히 읽다가 비위상했습니다. 으흑.;ㅂ;
중국에서 우유를 제조한다고 했을 때 대단하다 생각했는데, 이건 아주 유구한 전통을 가지고 있더군요. 우유 공장 가공이 일반화되기 전에는 우유에다가 물뿐만 아니라 이것저것 많이도 섞었더군요. 그러니 우유는 불결하고 비위생적인 것으로 인식되었을테니까요. 게다가 서양에서 우유를 좋은 식품으로 인식한 것은 비교적 최근, 마시기 시작한 것도 그리 오래되지는 않았으니까요. 우유에 대한 인식도 그 당시에는 낮았고, 그 때의 생각들을 읽고 있다보면 우유가 정말 완전 식품인가라는 의심마저 듭니다. 우유를 좋아하다보니 읽는 내내 고역이었습니다. 크흑....;


한국 우유의 역사는 생각보다 흥미도가 떨어지는데다가 오타로 추정되는 것이 보이자 읽을 생각이 없어져서 넘어갔습니다. 역사가 일제시대부터 시작하다보니 손이 안가더라고요.;



해나 벨튼. 『밀크의 지구사』, 강경이 옮김. 휴머니스트, 2012, 1만 5천원.


읽고 나니 맛있는 우유 한 잔이 땡기더랍니다.-ㅠ-


어제 생협 모임에서는 사은품을 안 들고 갔습니다. 이건 다음 번에 들고 가도록 하고...-ㅂ-;


이번 달에 기다리고 기다리던 요네자와 호노부의 고전부 시리즈가 출간되었습니다. 출간 이벤트로 두 권을 모두 사는 사람들에게는 마우스패드를 증정하는 행사를 했는데, 두 종류의 일러스트 중에서 제가 원하는 쪽으로 와서 다행입니다. 지탄다도 좋지만 오레키가 훨씬 취향이거든요. 오레키가 더 귀엽습니다. 훗훗훗훗훗...

애니플러스를 스토킹(!) 하면서 몇 번이나 보았던 터라 이미 내용은 다 알고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오히려 소설은 행간이 많이 비었다는 생각이 듭니다. 교토 애니메이션에서 제작한 『빙과』는 굉장히 섬세하게, 한 컷 한 컷 빚어가며 만들었기 때문에 상세합니다. 어느 한 컷 그냥 넘어갈 수 있는 곳이 없지요. 그에 비해 소설은 전체적인 흐름을 따라가기 위해 자세한 이야기는 나오지 않습니다. 어느 소설에서 "미처 가설을 준비하지 않은 오레키는 난처해다. 조금이라도 시간을 벌기 위해 머리를 짜던 그는 잠시 화장실을 빌리겠다고 하고 일어섰다. 지탄다가 가리킨 방향으로 가자 서늘해 보이는, 하지만 스산한 느낌의 복도가 이어졌고 ..." 식으로 만화 그리듯 기술하나요.; 물론 그런 소설도 있지만 고전부 시리즈는 그런 부류에는 들어가지 않습니다. 읽고 있다보면 그 행간을 에폭시로 메워나간 교토 애니메이션을 칭찬하고 싶습니다.

반면에 그게 오히려 소설의 강점이 됩니다. 하나하나 독자가 직접 이야기를 쌓아 올릴 수 있다는 점이지요. 물론 애니메이션을 본 사람들은 소설을 읽으면서 애니메이션이 떠올라 소설의 묘사 부족에 불만을 가지게 되지만 읽다보면 소설의 간략함이 그런 여백을 내준다는 걸 이해하게 됩니다. 특히 『빙과』의 모든 수수께끼가 풀리는 장면에서의 인물들은 애니메이션보다 소설쪽의 박력이 더하다 싶더군요. 이쪽이 더 마음에 들었습니다.
『바보의 엔드 크레디트』에서도 오레키의 좌절과 오레키™의 상황 파악 능력이 돋보입니다. 그러고 보니 이쪽은 애니메이션과 소설이 상당히 차이나더군요. 『바보의 엔드 크레디트』는 애니메이션을 별로 마음에 들어하지 않았지만 소설은 괜찮게 보았습니다. 그리 길지 않게 기술해서 그랬는지도 모르지요.


... 그러고 보니 『빙과』에서 오레키가 풀었던 수수께끼는 하나뿐입니다. 음악실과 동호회에 대한 수수께끼-즉, 2편에 등장하는 이야기는 소설에는 없었어요. 애니메이션과 소설의 차이를 하나 하나 비교하며 보는 것도 재미있겠군요.




덧붙이자면 번역은 마음에 안 들었지만 책 자체는 굉장히 잘 만들었습니다. 번역은 최고은씨가 했다면 더 잘어울렸을라나 싶은 정도. 『빙과』에 등장하는 여러 말장난을 그냥 넘겼습니다. 애니메이션을 보았기 때문에 그런 말장난이나 일본어 단어의 차이 등등을 이해할 수 있었던 거지, 그렇지 않았다면 이게 무슨 소린가 싶어 넘어갈 부분이 여럿 있었습니다.

책은 잘 만들었지요.
내용이 얼마 되지 않아 페이지는 적지만, 이타카판 『은하영웅전설』 못지 않게 공들여 만든 책입니다. 갈색 바탕으로 손에 잘 잡히는 판형도 그렇고, 글씨는 크지만 읽기에는 편합니다. (행간도 넓지만-_-) 하지만 편집도 훌륭한데다, 굵은 띠지까지 포함해서 표지 디자인을 한 점, 띠지의 색에 맞춰 가늠끈을 넣은 점 등등 신경써서 책을 만들었다는게 보입니다. 『빙과』는 가늠끈이 연한 하늘색이고 『바보의 엔드 크레디트』는 연한 보라색이지요. 거기에 속지도 굉장히 귀엽습니다. 포장지 비슷한 걸 썼는데 디자인이 일본의 포장 디자인과 비슷합니다. 슬쩍 본문 분위기를 맞춘 것 같은 느낌도 들고요. (이 부분은 확인한다고 하고는 잊었습니다.OTL)
덕분에 어제 생협에서 실물을 보신 분들 중 두 분이 책에 홀려서 구입하겠다고 하시더군요. 핫핫핫. 나중에 대출나갔던 책이 돌아오면 띠지로 가려진 표지도 찍어서 올려보겠습니다.+ㅆ+



요네자와 호노부. 『빙과』, 권영주 옮김. 엘릭시르(문학동네), 2013, 1만 2천원.
『바보의 엔드 크레디트』, 권영주 옮김. 엘릭시르(문학동네), 2013, 1만 2천원.


그러니까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가격 생각해도 살만한 책이예요.-ㅁ-/



일요일에도 M님이랑 같이 이야기했지만 오레키 참 귀엽습니다. 후후훗.
요시모토 바나나의 책은 안 읽은지 오래되었는데, 서가에서 신간으로 추정되는 것이 보이길래 호기심에 집어 들었습니다. 책이 얇기 때문에 읽는데 얼마 걸리지는 않았는데 다 읽고 나니 참 복잡한 심정이 들더랍니다.

요시모토 바나나의 『키친』은 지금도 가장 좋아하는 책 중 하나로 꼽습니다. 하지만 이걸 언제 다시 읽었는지는 기억이 가물가물합니다. 마지막으로 읽은 것은 원서였다고 기억하는데, 원서의 분위기는 번역서의 분위기와는 사뭇 달랐습니다. 번역자의 영향이 컸기 때문이지요. 요시모토 바나나의 책은 거의가 다 김난주의 번역인데 어제 읽은 이 책도 마찬가지입니다.
읽는데 걸린 시간은 대략 40분. 그 정도면 충분히 읽을 수 있는 정도의 얇은 책이고 가벼운 내용입니다.


배경은 하와이이고 읽다보니 어디서 많이 읽은 이야기가 나왔다 했더니 이전의 다른 소설과 이어집니다. 조금만 검색하면 어떤 소설과 이어지는지는 아실 수 있으니 그건 넘어갑니다. 중요한 부분은 그게 아니라 전체적인 분위기입니다.
하와이이기 때문에 전체적으로 이국적인 분위기가 많이 나고, 『왕국』에서 그랬던 것처럼 치료술 혹은 치유 같은 이야기도 나옵니다. 주인공은 퀼트를 하며 이것이 밥벌이에 해당됩니다. 그렇다보니 또 제 취향을 직격했다고 투덜댔는데 읽고 나니 손이 근질근질한 것이 바느질이 하고 싶더랍니다. 문제는 그 다음입니다.
평소 습관대로 책을 한 번 다 읽고 두 번째 읽고, 세 번째 읽었을 때 책에 질려서 책장이 그냥 넘어갑니다. 훑어 보는 수준이고 자세히 파고 들고 싶다는 생각은 안 들더랍니다.

물론 앞선 소설과는 다른 내용이지만 읽다보면 『암리타』도 생각나고, 전작에 등장한 기이한 가족 구조도 여기서 이어지고, 「도마뱀」이나 『왕국』에서 나온 것 같은 기 치료도 등장합니다. 연애물이니 기본적으로 연애도 등장하지만 또 주인공의 직업은 손으로 무언가를 만드는 사람입니다.
읽다보니 요즘 조아라 소설 리뷰하면서 투덜댔던 자기 복제가 떠오르네요. 자기가 좋아하는 소재를 중심으로 반복적으로 쓰다보면 결국 자기 복제라는 말을 들을 수 밖에 없지 않을까요... 어떤 의미에서는 소설 취향이 확고한 작가라고 할 수도 있겠지만 말입니다.

가볍게 읽기는 좋지만 그 이상은 아닌 책이란 생각이 드네요. ... 그러면서 왜 보면 또 찾아 읽게 되는 건지.;



요시모토 바나나. 『사우스포인트의 연인』, 김난주 옮김. 민음사, 2013, 12000원.

따로 감상을 남길 정도가 아닌 책들을 모아 적습니다.
요즘 읽고 있는 책은 『동물들의 겨울나기』. 읽고 있다보면 좌절합니다. 아, 난 왜 이렇게 안되는 거지.;ㅁ; 이전에도 한 번 리뷰 올렸지만 또 올리겠지요, 아마도?


그 외에 읽은 책들.

이이지마 나미의 『이이지마 레시피』. 그냥 무난하게 볼 수 있는 이이지마 나미의 책이지만 앞서 나온 책들에 비하면 조금 아쉽습니다. 아무래도 중급편에 가깝기 때문일 건데, 그래도 이이지마 나미가 맡았던 여러 영화들의 주요 식사를 어떻게 만드는지 나오는군요. 팥빙수가 팥, 얼음, 꿀의 조합이었다는 건 조금 충격...ㄱ-;
(원서를 가지고 있으면서 왜 이제야 이 사실을 깨달았냐 물으신다면, 대강 보았기 때문에 그렇다고 답하렵니다.)


구리하라 하루미의 『맛있게 먹자』.
이 책은 G에게 건네주었더니 보고 나서는 사야 겠다 하더군요. 책에 나온 레시피가 비교적 자세하고, 쉽게 해먹을 수 있는 일상 음식들입니다. 밥반찬이든 특별식이든, 그리 어렵지 않게 해먹을 수 있거든요. 게다가 일본식 요리이니 한국음식에서는 특별식에 조금 더 가까울지도? 아이디어가 독특한 것이 많았습니다. 이렇게 해먹을 수도 있겠다 싶은 것들. 하지만 저는 게으르니까 한 번 보고는 그냥 넘어갔지요.; 제 수준에서는 상당히 공들인 음식에 해당되는 터라.


『양화소록』. 이번 것은 한국학중앙연구원쪽에서 번역한 것을 보았는데, 제가 예전에 보았던 판보다 두껍다 했더니 본편보다 부가적인 내용이 많습니다. 한국의 정원이나 식물학, 그리고 고전(古文 쪽;)에 등장하는 여러 식물에 관심이 있으시다면 보실만 하겠지만 저는 예전 판이 좋습니다. 으흑...;ㅂ; 그건 본편만 정확하게 번역하고, 사진을 추가한 정도였거든요.


『도쿄의 북카페』.
이건 읽고 나면 도쿄 여행이 가고 싶어집니다. 번역서인데, 원서도 찾아보면 아마 교보 어드메에 있을 겁니다. 도쿄 각지에 있는 특이한 북카페를 여러 테마에 따라 묶어 놓았습니다. 독특한 곳이 많은데다 음식도 꽤 맛있어 보여서 여행 충동일 들던데, 아무리 생각해도 도쿄는 여행 일정을 길게 잡을 수 없어서 넘어갑니다.
언제 기회가 된다면 이런 북카페 투어를 하고 싶은데, 북카페는 다른 카페와는 달리 조금 더 길~게 머물러야 제맛이니까 한 번에 여러 곳을 들르는 것은 어렵죠.


구리하라 하루미. 『맛있게 먹자: 익숙한 재료로 만드는 매일 반찬』, 김경은 옮김. 시드페이퍼, 2013, 1만 5천원.
이이지마 나미. 『이이지마 레시피』, 김경은 옮김. 시드페이퍼, 2012, 1만 3천원.
강희안. 『양화소록: 선비, 꽃과 나무를 벗하다』, 이종묵 역해. 아카넷, 2012, 2만 5천원.
현광사(편집부).『도쿄의 북카페』, 배가혜 옮김. 나무수, 2013, 11500원.



자아. 다음 리뷰는 언제쯤 올라오려나...ㄱ-;
미묘하기 때문에 발행은 하지 않고 공개로만.

책이 미묘하다고 적은 것은 추천하기에는 어중간하다는 의미입니다. 가볍게 읽어볼만은 하나, 추천할 정도로 마음에 드는 책은 아니었습니다. 개인의 이야기를 음식과 엮어 담아 놓았고 각각의 음식 조리법이 짧은 글 뒤에 소개되었습니다. 그런 의미에서는 『이기적 식탁』하고도 닮아 있는데, 책을 읽어도 만들어 먹고 싶다는 느낌이 덜 듭니다. 왜 그런지에 대해서는 넘어갑니다.

일본에서의 유학 기간이 있었기 때문에 이야기들도 일본에서의 이야기가 많습니다. 제목이 『요나의 키친』인 것도 연이라는 글자를 발음하지 못해 애칭으로 요나라고 불렀기 때문에 따온 것이라던가요. 일본의 친구들에게 해주었던 음식, 어렸을 때 먹었던 음식 등등의 기억을 엮어 새로운 레시피를 만들고 소개합니다. 기존의 레시피도 다른 방식으로 해석해서 보여주기도 하고, 새로 레시피를 만들어 보여주기도 하네요.
사진이 있긴 하지만 완성 사진만 있어서 아주 친절한 레시피는 아니고, 중급 이상의 요리 실력을 가졌다면 도전해볼만합니다. 그래도 쉽지는 않을 거예요. 초보자들에게는 그냥 수필로 권할만할 정도입니다.


G는 미니채소 프리타타가 제일 간단하고 맛있어 보인다 했는데 이것도 틀이 필요합니다. 머핀틀 같은게 있어야 하는데 집에 있는 틀이라고는 마들렌틀 뿐이지요. 이거 만들겠다고 설마 틀을 지르진 않겠지? 집에는 들어갈 오븐이 없단 말이닷!
(아마도 그냥 짚고 넘어갈 듯하지만..)


저는 칠리빈파스타가 땡기더랍니다. C님이라면 허니진저스콘에 조금 넘어갈지도..? 'ㅠ'



고정연. 『요나의 키친』, 나비장책, 2012, 14500원.

아야쓰지 유키토의 책입니다.'ㅂ'
(나중에 국립국어원에서 아야쓰지 유기도라고 쓰라고 하면 정말로 화낼 거임....OTL)


도서관에 가서 서가 서핑을 하다가 집어온 책입니다. 저도 모르는 사이에 신간이 들어왔더군요. 요 몇 달 사이 신간 확인을 소홀히했다는게 티가 팍팍 납니다. 예전 같았으면 작가 이름으로 술술 검색해서 찾았을 터인데 말예요.
하여간 부제가 '기형의 존재들'인데다가, 배경이 정신 병원입니다. 총 세 편의 단편이 실려 있는데 읽다보면 정말로 정신이 붕괴되는 것 같습니다. 원래 아야쓰지가 이런 종류의 글도 잘 쓰지요.ㄱ-;

관시리즈는 피가 난무한다는 것뿐이지, 대체적으로는 무난한 이야기입니다. 사람이 많이 죽기도 하고, 어떤 때는 잔혹하게 죽지만 그 이유가 나름 붙어 있습니다. 가끔 이상한 이유가 붙기도 하지만 그래도 그럭저럭 납득할 수 있는 수준이지요. 하지만 괴기환상계 소설은 그렇지 않습니다. 『진홍의 속삭임』 같은 건 정말로 이유를 알 수 없어요. 게다가 그 음산한 분위기가 참...ㅠ_ㅠ 괜히 누구씨랑 부부 관계겠냐는 생각이 절로 듭니다. 부창부수. 어느 부가 먼저 오든 간에 둘의 소설은 어떤 면에서는 참 닮았습니다.


『프릭스』는 그런 의미에서 사람 정신을 못 차리게 만드는 소설입니다. 단편 하나 하나가 다 구멍입니다. 하기야 배경이 원래 그렇기도 하지만 참으로 정신 없게 만듭니다. 특히 두 번째 단편인 『409호실 환자』는 읽다가 넋이 나갔습니다. 이 중 어느 것인가 골라 잡으세요~★라고 해놓고는 해결은 제 3이었습니다. 하기야 안심하면 안되지요. 이 소설은 모두 주인공인 나, 즉 1인칭 시점이기 때문에 방심하는 순간 함정에 빠집니다.

읽고 나서 이 책은 도저히 G에게 안 맞겠다 싶어서 고이 집어 들고 왔습니다. 저만 읽어도 충분합니다.


아마 읽고 나면 여기서 언급되었던 『외딴섬 악마』를 다시 읽고 싶어질 겁니다. 확실히 분위기가 닮았긴 닮았지요. 결말은 전혀 다르지만.;


아야쓰지 유키토. 『프릭스Freaks: 이형의 존재들』, 정경진 옮김. 한스미디어, 2013, 1만 2천원.
『엘샤 꽃나무』나 『엘샤』로 흔히 줄여 부르는 『엘샤 꽃나무 아래에 앉아서』는 조아라에서 2012년에 완결된 로맨스 판타지입니다. 자세히 밝히면 재미 없으니 간단히 적어보자면 병으로 인해 거의 죽어가던 주인공이 새로운 삶을 찾아가는 것이 주 내용입니다. 그 과정에 옛 인연과의 로맨스가 끼어드는 것이지요.

개인지 출판 분량으로도 본편 3권, 외전 1권인데 본편은 300쪽이 넘습니다. 양이 꽤 많아요. 외전이 반권분량이긴 하지만 이걸 넣어서 3권으로 만들기에는 양이 많겠더군요. 개인지는 연재 분량에다가 약간의 수정과 가필이 있고 개인지 특전 외전을 포함해 연재분에는 없었던 외전도 붙어 있습니다.
크흑.
읽으면서 개인지 주문하기를 잘했다며 자찬하고 있었습니다. 유료 결제로도 다 보았지만 역시 책은 종이로 보는 쪽의 흡입력이 좋습니다. 인터넷이나 전자 화면으로 보는 것은 대부분의 경우 스크롤하듯, 스캔하듯 훑고 지나가기 때문에 꼭꼭 씹어 읽는 것이 덜합니다. 이제 한 번 다 읽었으니 출장 다녀오면 다시 읽어야지요.


『엘샤』는 전자책으로는 14권까지 나왔고, 이게 완결입니다. 종이책으로는 총 3권 반 분량이지요. 이번에 소량 주문만 받아서 나왔습니다. 성인 인증을 했던 걸로 기억하는데, 그래서 외전에는 첫날밤 이야기도 있습니다. 어, 하지만 다행히 아주 진하지는 않았습니다. 흐흐흐. 그래서 더 마음에 들었고요.(...) 그리고 이 외전의 중점은 첫날밤이 아니라 첫날밤을 보낸 뒤의 이야기입니다. 역시 선배가 있는 것과 없는 것은 굉장히 다르군요. 옆에서 훈수 두는 사람이 있으니 주인공도 조금 더 영악(!)하게 굴 수 있어요!

 앞에 병에 걸렸다고 소개했는데 병이 낫기 전에도, 병이 나은 후에도 주인공은 상당한 먼치킨입니다. 본인의 능력에 대한 자각이 높진 않은 것 같은데 외모는 넘을 수 없는 사차원의 벽을 구축한 수준이고 워낙 좋은 유전자를 타고난 덕에 머리도 좋습니다. 타고난 것만 있는게 아니지요. 어렸을 때부터 교육 받은 것이야 당연하지만 본인도 굉장히 노력합니다. 능력 있는 사람이 노력을 하면 무섭지요. 그리고 원래 성격 때문인지 욕심이 없습니다. 무소유....ㄱ-; 모든 것을 손에서 내려 놓고 있는 보살 같은 이미지인가요?

거기에 병의 부작용으로 괴력을 가지게 되었고, 무기도 잘 씁니다. 검술도 옆에서 가르쳐 준 사람이 있어서 호신용도로는 넘치고도 남습니다. 나중에 보면 얼굴도 예뻐, 음식도 잘해, 바느질도 엄청나, 몸매는 두말할 것 없어라는 묘사도 있더군요. 주인공이 어떤 인물인지 정확하게 묘사했다 싶었습니다.
그런데 주인공 시점으로 기술되어서 그런 능력이 상대적으로 덜 부각됩니다. 본인 자각이 덜하니까 주변 사람들 속이 타요. 특히 외모 부분에서는. 아버지와 남동생 및 기타 가족들의 고생이 돋보입니다. 어렸을 때부터 그랬다는군요. 나중에 어머니인 남작부인이 엘시를 대상으로 한 범죄가 얼마나 있었는지에 대해 읊는데...(먼산)


그런 엘시가 주인공이지만; 개인적으로 저는 아레루샤가 제일 좋습니다. 씩씩하고, 어렸을 적부터의 약혼자와 결혼했고(크흑! 부럽다) 총명하고, 노력하고. 물론 못하는 것이 있긴 하지만 외전권을 보면 그 이유가 아주 조금 드러납니다. 이유가 정말로 웃기지만 이해할 수 있어요! 모든 걸 다 잘하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니까요.
프루드와 셀빈 커플도 마음에 드는데, 아카데미 분량이 짧은 것이 아쉽습니다. 굉장히 매력적인 등장인물들이 많았지만 아카데미가 무대인 것은 그 부분이다보니 뒤로 가면 더 이상 안나오더라고요. 약간씩 맛보기로 슬쩍 지나가지만 그래도 부족합니다.;ㅂ;



굉장히 달달하기 때문에 읽다가 달아 죽을 것 같다는 생각도 들고, 가끔은 "상대적인 박탈감"도 느낍니다. 거기에 두 번째 삶이라고 하나 이전 삶에서의 정체성™을 가지고 있었을 터인데 적응을 지나치게 잘하는 것이 아닌가 싶기도 하고요. 어쩌면 아예 눌러 버렸을 수도 있고, 중간에 기숙사의 방어마법 설명할 때 나왔던 것처럼 아예 머릿 속의 스위치를 바꿔 설정한 것인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1권 앞부분에 나오는 중요한 코드를 빼고 설명하려다보니 설명이 어중간하네요.


보고 있노라면 바느질이 하고 싶어집니다. 그렇지 않아도 출장 가면서 바느질 거리 챙겼으니 조금은 풀리겠지요.
출장 갈 때는 차마 들고 가지 못하지만 돌아와서는 차근차근 다시 읽을 생각입니다./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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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고 어제 적어 놓고 지금 수정해서 올리는데, 열심히 바느질 했습니다. 음하하하하하! 올해 안에 G랑 합작으로 노트북 케이스 만드는 것이 목표인데 가능할지도 몰라요.'ㅅ'
아직 읽는 중입니다. 현재 50% 정도 진도를 나갔군요. 분량만 따지면 일본 소설 중에서도 작고 얇은 것 수준인데 내용이 만만치 않습니다.
저자는 자크 르 고프. 한 때 중세사 관련 서적을 찾아 볼 때 자주 들었던 이름입니다. 이 사람하고 조르주 뒤비의 책을 꽤 보았지요. 그것도 이미 한참 전의 일이지만 말입니다. 요즘은 중세사 찾아보려 하니 책이 아주 두껍고 버거워서 손대기 쉽지 않아요. 게다가 읽다보면 번역용어가 마음에 안 드는 경우가 종종 있어서 말입니다. 하지만 생각난 김에 『중세의 결혼』부터 다시 손을 댈까요.

하여간 보다가 좌절한 부분이 한 두 군데가 아닙니다. 지금까지 제가 가지고 있던 중세에 대한 편견이 와장창 깨지는데, 이게 문제는 제 전공분야하고도 연관이 되는 거라 상당히 골치 아프네요. 하지만 어쩔 수 없는 거죠.ㄱ-;

일단 재미있는 부분만 적어보지요.

40쪽.
책자형태의 변화가 독서 형태의 변화를 부르고, 이게 사고 방식의 변화로도 연결된다는 것은 재미있군요.

책에서 고서학, 고고학이라고 번역을 하긴 하는데 조금 미묘. 해당 단어가 Archives거든요. 고서가 아닌 건 아닌데...;


61쪽부터.
보통 중세의 종료는 1492로 봅니다. 콜롬부스(콜롬보)의 신대륙 발견을 계기로 삼지요. 하지만 책을 읽다보니 그게 아닙니다. 르 고프가 내내 말하듯, 시대의 변화가 눈 깜짝할 새에 이루어진 것은 아니니까요. 콜롬보가 가자마자 중세가 종료된 것도 아니고, 르네상스가 그 때부터 시작된 것도 아니더랍니다. 애초에 르네상스는 이탈리아의 르네상스 말고도 이미 9세기에 샤를마뉴(카롤루스, 혹은 카를)가 일궈낸 르네상스가 있었으니까요. 그리고 카롤링거 르네상스 이후에도 르네상스가 옵니다. 그래서 68쪽에서 말하듯, 중세는 르네상스 이전까지의 시기를 말하지만 그 르네상스는 하나가 아니고 여럿입니다.
다만 그 뒤에 바로 이어지네요.-_-;
르네상스라는 개념이 확립된 것은 19세기부터입니다. 중세도 17세기 이전에는 존재하지 않았다네요.

카롤링거 르네상스 다음은 12세기의 르네상스.
.. 근데 적다보니 세계사 시간에 다 배운 이야기입니다. 카롤링거 르네상스도 세계사 교과서에 등장하며, 12세기의 르네상스는 카톨릭의 교리에 고대 철학의 개념을 더한 스토아 학파를 언급하면서 나온듯? 르네상스라고 정확히 밝히진 않았지만 중세의 중요한 사건으로 언급했으니까요.


82쪽.
"(중략) 촌락 경제에서 기근이 사라진 것은 19세기에 이르러서였습니다(러시아를 제외하고."

이거, 좋은 의미로 제외한 것이 아닌 것 같아..ㄱ-;


106쪽.
"사실 우리는 중세의 젊은이들에 대한 자료가 부족합니다.(중략) 의미심장하게도 조르주 뒤비는 그들 중 단 하나의 카테고리만을 연구할 수 있었으니, 기사라는 특정 계층의 젊은이들이었습니다. 인구 증가로 이 귀족 청년들은 영지도 아내도 얻을 수 없었고, 성직의 은급도 누릴 수 없었지요. 모든 사람들을 위한 자리가 없었던 것입니다. 그래서 그들은 십자군으로 내몰렸습니다."

하하하하.
왠지 눈물이...;ㅂ;


129쪽
에서 언급하는 지식인에 대한 이야기에서. 지식인은 안토니오 그람시의 저작에 따르면 비판적 지식인과 기성 권력에 봉사하는 유기적 지식인으로 나뉜다고 합니다.
사실 이 책을 읽으면서 계속 생각난 것은 조아라의 중세풍 판타지들. 어디까지나 그쪽은 중세풍이긴 한데, 대부분의 판타지 소설은 황제를 위에 둔 전제군주적인 시스템입니다. 하지만 그건 르네상스 이후에나 가능한 것이지요. 그렇다고 복식이나 분위기를 보면 - 하기야 준 근대적인 시스템을 보이는 경우도 있고 말입니다.

아직 중세의 정치체제에 대한 이야기는 제대로 나오진 않았는데, 앞서 슬쩍 짚고 넘어간 부분에서는 일반인과 왕의 거리가 아주 멀게 느껴지지는 않았나봅니다. 시민들은 뭔가 일이 있으면 왕을 만날 수 있다 생각했고, 왕은 자신을 신과 시민들의 중개자 정도로 여겼다나요. 흐음. 이 부분은 다른 책을 더 찾아봐야겠습니다.


그러고 보니 엊그제 보았던 모 소설은 조아라에서 들여다본 소설 중 처음으로 정치 체제를 비롯한 전체 분위기를 러시아 풍으로 그린 걸 보았습니다. 그러니까 제정 러시아요.; 성골-진골의 사례처럼 왕위계승권을 가진 황족이랑만 결혼해야 왕위를 이을 수 있고, 남녀 상관없이 왕위를 이을 수 있는 그런 분위기더군요. 굉장히 독특한 분위기이긴 한데 여주인공이 앞부분에서 고생하는 것이 보여서 고이 손을 내려놓았습니다...?

그러고 보니 러시아는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중세나 근대의 모습이 다른 유럽과는 많이 다르지요. 제가 머릿속에서 그리고 있는 일반적인 중세의 모습은 독일이나 프랑스 것이고, 영국이나 이탈리아는 또 다른 모습이니까요. 그러니까 한국에서 배우는 중세의 이미지는 어쩌면 독일이나 프랑스에만 적용되는 건지도 모릅니다.'ㅅ'



(아직 읽는 중)
자크 르 고프, 장-모리스 드 몽트르미. 『중세를 찾아서』, 최애리 옮김. 해나무, 2005.

이런 경우가 종종 있는데....
감상기를 시간이 지난 다음에 올리는 이유중 하나는 며칠 사이에 가슴이 싸늘하게 식는 경우가 있어서 그렇습니다. 그리고 지금도 그러한 것이, 엊그제 올린 모 소설에 대한 감상을 끌어 내리고 싶은 심정이네요. 어흑;

어제 저녁에 세 번째 정주행을 했는데, 그 때는 이미 막판-정확히는 결말 부분에 대해 굉장히 심각한 회의가 들더랍니다. 현재 연재 중인 다른 소설도 있어서 그렇긴 한데, 그 소설 읽으면서 드는 생각이 이거, 자기 복제가 아닌가 싶은..ㄱ-; 결말 부분의 상황을 보다보니 이게 거의 소설 하나의 남자 주인공이 하는 짓이랑 비슷하게 보이더랍니다. 그리고 다른 소설의 분위기도 제가 책으로 읽은 소설하고 거의 비슷하게 가고요. 세 번째 읽었을 때는 고이 내려 놓고는 폐기 결정을 내릴 수 있었습니다. 서가 확보를 위해 종종 책을 이렇게 처리하고는 하지만 처음 읽었을 때의 반응을 생각하면 참...-_-;
그러니까 먼저 출간된 소설 A, 연재중인 B랑 C가 있는데, A의 결말을 보니 B의 남자 주인공이 하는 짓이랑 상당히 유사해 보이고, 본래 성격이 어디로 갔나 싶을 정도입니다. 그리고 솔직히 말해 베드신이 거의 판타지더군요. 원래 판타지 소설이긴 하지만 말입니다.; C는 분위기나 지금 가는 방향이나 A랑 상당히 비슷해 보이고요. 그래서 세 책을 읽고 있다보면 묘~한 느낌이 드는 겁니다. 그리하여 서가 확보를 위해 폐기 결정.


원래 다 그런 거죠.(한숨)


하여간 위의 이유로 집에 구입해둔 몇몇 동인 소설들도 이번 기회에 처분할 것 같습니다. 근데 이거 어떻게 처분하나. 골치아프긴 하군요. 뭐, 지금 생각한건 아예 파쇄하는 것...;... 차마 돌릴 수 없는 책이라 그렇습니다. 하하하.;ㅂ;
채소를 싫어하는 건 아닙니다. 하지만 즐겨 먹진 않습니다. 제가 가장 즐겨 먹는 것은 빵이랑 달걀이니 채소하고는 거리가 멉니다. 그래도 가끔 카레를 만들 때는 채소를 듬뿍 넣어 끓입니다. 양파는 큰걸로 세 개 정도, 감자는 중간 크기로 4개, 당근은 큰 걸로 하나. 그리고 카레 한 솥을 끓입니다. 고기는 보통 한 팩을 넣는데 슈퍼에서 파는 카레용 돼지고기는 보통 3천원 정도 합니다. 근수로는 얼마나 되는지 모르겠네요. 그냥 한 팩 사다가 넣는지라.
하여간 카레는 채소를 듬뿍 듬뿍 넣는게 맛있다고 생각하는데, 카레 외에 채소를 직접 조리하는 일은 드뭅니다.

그런데 이 책을 보고 있노라면, 셀러리를 썰고 토마토를 넣어 미네스트로네라도 끓여야 할 것 같습니다. 책 한 가득 채소가 등장하다보니 채소가 확 땡기거든요. 정 안되면 월남쌈이라도 만들어 먹어야 겠다 싶을 정도로요.

원래 이 책을 집어 든 것은 번역자인 프님 덕분입니다. 앞서 읽었던 『세밀화로 보는 과일의 역사』에 대한 감상(링크)을 읽고는 같은 시리즈인 채소도 좋다고 추천하셨더라고요. 어, 근데 다 읽고 보니 전 과일이 더 좋더랍니다. 채소보다는 과일을 좋아하기 때문일거예요. 대신 이 채소책에는 굉장히 신기한 것들이 많이 나옵니다. 펜넬이 허브로도 있고 줄기채소로도 있다는 것도 이 책으로 처음 알았고요. 채소도 종류가 많은 터라 이거 번역하기도 쉽지 않았겠다 싶더군요.

스쿼시-호박도 많이 등장해서 그런지 올해는 하나쯤 단호박 사다가 호박대왕을 만들어 보고 싶은게 .... 갑자기 머리를 스치고 지나가는 모 BL 작가님. 잭이랑 클림트가 등장하는 소설 꽤 재미있었지요. 하하하하;


본론으로 돌아가, 앞부분에 등장한 정보 중 윤작 정보(16쪽)는 아주 좋습니다. 물론 목록에 나온 채소 모두를 제가 재배할 수 있는 능력이 있는건 아니지만, 나중에 텃밭을 두게 되면 이건 꼭 생각해야겠네요. 게다가 뒷부분에 나오는 아스파라거스 재배법도 좋습니다. 아스파라거스는 다년초라, 오래오래 키울 수 있는 땅에다가 심으라네요. 아스파라거스는 맛있지만 참 비싸죠. 나중에 기회가 된다면 조그만 땅 한 뙈기에 심어보고 싶습니다.


책 몇 군데서 오타인지 원서가 그런지 알 수 없는 표기들이 있습니다.
23쪽에 센트미터라는 단위가 나옵니다. 아마도 이건 오타 같네요. 그 아래에는 31.7파킬로그램이라는 단위도 나오는데, 이게 뭔지 모르겠군요. 그 부근의 단위는 거의 킬로그램인데 이것도 오타인가, 아니면 단위 킬로그램을 말하는 것일까. 근데 호박이 31.7파킬로그램이면 좀 무시무시하네요. 대왕 호박이 100kg 넘는 것은 알지만, 그 앞 뒤 문맥으로 봤을 때 31.7kg도 충분히 많아 보이거든요.


프랑스 사람들이 사라진 채소 종들을 복원하기 위해 열심이라는 부분을 보니 갑자기 조앤 해리스의 『블랙베리 와인』이 떠오르더군요. 이 소설은 과거의 이야기와 현재의 이야기가 서로 오가는데, 현재의 이야기는 과거에서 주인공이 익힌 여러 채소 재배법이 등장합니다. 이 책에 나오는 여러가지 민간요법들이 등장하기도 하더군요. 허브를 이용해서 해충을 쫓는다든지 하는 방법 말입니다. 그리고 맨 마지막에는 특이한 재래 감자종을 복원하는데 성공했다는 걸로 끝납니다. 에필로그가 아주 약간 있지만 책 내용에 영향을 끼칠 정도는 아닙니다. 하여간 그 때문인지 다시 『블랙베리 와인』을 빌려오고 싶더란 말입니다.-ㅂ-


채소든 식물이든 재배하는 것은 좋습니다. 문제는 제가 능력이 안된다는 거..OTL
열심히 능력을 키워서 초록 손가락까지는 아니더라도 검은 손가락은 탈피해보겠습니다.ㅠ_ㅠ


로레인 해리슨. 『세밀화로 보는 채소의 역사』, 정은지 옮김. 오브제(다산북스), 2013, 13000원.

이전에는 파이어폭스 히스토리에서 조아라의 소설 제목만 골라보는 것이 가능했는데, 이제는 안됩니다. 그렇다보니 마음에 드는 소설은 일단 선호작으로 등록해 두는 수 밖에 없더군요. 선호작 관리는 즐겨찾기 관리보다 불편하기 때문에 가능하면 늘리지 않으려고 노력했는데 이제는 소용 없군요. 으흑;ㅂ;


그런데 적으려다 보니 둘다 BL이군요. 하하하하.....;ㅂ;


Bvian, 『Dear my pricess』
BL입니다.
처음에는 이게 왜 BL인지 몰랐다는 것이 나름 함정..?;
부모에게 학대받으면서 자랐다가 결국에는 팔려가서 제국의 제물 후보가 됩니다. 그리고는 제물로 선택. 물론 주인공이니까 제물로 선택되는 것은 당연하지만 속 사정을 알고 보면 이것 참 무슨 생각으로 선택한 건지 알 수 없습니다. 선택은 나름의 기준을 정해서 했지만 여기에 함정이 있을 거라고는 선택한 사람도, 선택 당한 사람도 몰랐지요.
이 부분만 놓고 보면 차원 이동물이라고도 할 수 있는데 결말이 상당히 의외입니다. 특히 본편이 끝나고 나서 나온 두 편의 이야기를 보면 궁금증이 확 풀리는군요. 왜 제국에서 제물을 바치게 되었는지, 양쪽에서 다 그 사람의 이름이 등장하는 이유는 무엇인지.
제일 마음에 드는 것은 에드리안인데, 외전을 보고 나서 보면 훨씬 더 마음에 듭니다. 나이에 맞지 않게 귀엽습니다. 오히려 옆에 있는 사람이 더 어른스러워 보일 지경이고요.
그리고 다른 것보다 주인공의 성장이 두드러집니다. 전대에 있었던 사건 때문인지, 다들 주인공을 주시하면서 주인공의 행동을 파악하고 해석하려 하는데, 주인공은 정작 아무런 생각이 없다는게..OTL 행동은 오해를 부르고 또 오해를 낳아 사건을 크게 만듭니다. 하지만 정작 가장 중요한 사실, 그러니까 들통 났더라면 사단이 났을 그 사실은 공개가 되지 않았다는 것이 신기하지요?
굉장히 재미있게 보았습니다.+ㅅ+


메이앨리스, 『19세기 런던 비망록』
BL, 빅토리아, 뱀파이어물.
이 작품은 2부만 보고 1부는 앞부분만 손을 대다 말았습니다. 이건 제 나쁜 버릇 때문에 그렇습니다. 소설을 살필 때 1-2화를 보고 가장 최신 화 혹은 완결에서 2-3화 앞부터 챙겨보거든요. 결말이 해피엔딩인지 아닌지 확인하기 위해서인데, 그리 좋은 습관은 아닙니다. 결말을 미리 알고 소설을 보게 되니까요. 이 경우는 결말을 보고서 1부는 도저히 못 보겠다고 손을 떼었던 건데, 결말 부분의 2-3화를 반추하다보니 궁금해져서 2부는 다 읽었습니다. 그래도 1부는 도저히 용기가 안 납니다.
그러면서도 이 소설을 좋아하는 것은 19세기 말, 그 때의 런던 분위기를 상당히 잘 살렸기 때문입니다. 아니, 그것 말고 하나 더 이유가 있긴 합니다. 결말 부분에 등장한 누구씨의 외전 때문인데, 그 외전에서 빵 터진 부분이 있었습니다. 조아라 페이지로는 딱 한 쪽에 해당할 짧은 부분인데 그 때문에 폭소하고는 선작하고, 2부 전체를 다 보았다고 해도 틀리지 않습니다.

그 외전에서 누구씨는 그 사건이 터진 이후 아픈 사람을 둘러 메고 독일로 찾아갑니다. 그 날은 마침 누구씨에게는 굉장히 중요한 날이었지요. 자신이 이 세계에 발을 들여 놓은 계기가 된 날이었으니까요. 그리고는 독일의 어느 수도원에 들어가 거기서 몇 년 머무르며 고서 제본을 배웁니다. 꿰매는 법부터 시작해 가죽을 갈아 책을 장정하는 것까지. 그리고 예술 장정에 홀딱 반해서 아픈 사람의 재산을 털어(...) 고서 제본에 매진합니다.
중요한 것은 그 날이 어떤 날이냐라는 것이랑 예술 제본이라는 점이지요. 여기서 이중으로 폭소.....;;;
이 상황을 이해할 분은 B, C, D님뿐이십니다. 크흑;


까맣게 잊고 있던 사이 투곤님의 『눈칫밥 16년이면 공주님도 요리를 한다』가 습작처리 되었나봅니다.ㄱ-; 선작 목록에서 안 보이는군요. 헉. 그러고 보니 카논에스델님의 『푸른 피아노』도 사라졌어요! ;ㅁ;

...
선작 목록이 많으면 종종 이렇게 모르는 사이 소설이 사라지는 일도 발생하는군요. 크흑.;ㅂ;
『가모가와 호루모』의 외전, 혹은 속 이야기, 혹은 뒷 이야기입니다. 오히려 본편 보다 이쪽이 마음에 들어서, 『가모가와 호루모』는 이 책을 읽기 위한 전초전이었다 싶은 정도네요.

『가모가와 호루모』는 호루모라는 특이한 게임을 둘러싼 이야기입니다. 하지만 『허니와 클로버』에 등장하는 것처럼 덩실덩실 춤을 추며 청춘은 좋은 것이야! 라고 외치고 싶어지는 그런 청춘물이기도 합니다. 이 독특한 이야기는 무난하게 끝맺는데, 본편의 전, 본편의 속, 본편의 뒷 이야기가 단편으로 여기에 실려 있습니다. 그리고 읽고 나면 여러가지 잡다한 생각이 듭니다.

- 「가모가와 (소) 호루모」는 굉장히 유쾌합니다. 가모가와에 가보신 적이 있다면 절로 상상이 될텐데, 특히 마지막의 절규™가 압권입니다. 이 커플이 잘 되었을지는 알 수 없군요. 하하하;

- 「로마풍 휴일」은 본편의 또 다른 이야기입니다. 본편의 등장인물에 대한 외전이라 해도 이상하지 않네요. 하지만 이 편의 주인공은 다른 사람이기 때문에 아련하고 또 쌉쌀합니다.
하지만 이 편에서 중요한 것은 중간에 등장하는 우물입니다. 저승과 이어진다는 우물이라는데, 위치를 봐도 그렇고 아무리 봐도 이전에 다른 책에서 언급했던(링크) 그 우물 같습니다. 헤이안 시대의 어느 관리는 낮에는 조정에서 일을 보았고, 밤에는 저승에 내려가 염라대왕 아래서 일을 했답니다. 그 배경이 되는 우물이 실제 있었군요. 가보고 싶은 생각이 조금..-ㅂ-; 하지만 이 단편에서의 분위기를 보니 아무래도 공개는 하지 않는 모양입니다. 물이 말랐다고 해도 우물은 우물이니까요.
아참, 재미있는 수학퍼즐도 나옵니다. 아마 보면 바로 아실 겁니다. 유명한 퍼즐이니까요.


- 「연애편지와 레몬」은 소재가 된 그 책을 다시 읽어야 겠다 싶더군요. 분명 예전에 지금은 연락이 끊긴 모님께서 주셔서 읽어보았는데 제 취향에 맞지 않았습니다. 이 단편을 보고 나니 읽고 싶어지더군요. 여기서도 패러디의 진수다, 여기저기에 함정을 팠구나 싶었는데....


- 「도시샤대학 황룡진」은 패러디의 극강입니다. 아니, 오마쥬? 실제 존재한 인물들을 교묘하게 끌어 들여서 새로운 호루모를 탄생시킵니다. 모든 조건이 만족되었다고 생각하는데 과연? 이제 한 팀이 더 탄생하는 걸까요? 설마?
하지만 그 자식은 정말.-_-+ 들어다가 가모가와에 수장시켜 버리고 싶을 정도로 얌체 같은 놈입니다. 얌체가 아니라 자기 좋을 대로만 생각하는 이기주의자. 자기 좋을 대로만 해석하는 머저리. 아오! 그 어떤 욕을 퍼부어도 속이 안 풀립니다. 그러니 그런 남자를 선택한 모 아가씨는 눈이 정말 안 좋다고 생각할 수 밖에요. 계속 싸우는 것 같긴 하지만 그래도 놓지는 않는 걸 보면 외모와 성적이 상당한 영향을 주는 모양입니다.


- 「마루노우치 정상회담」. 이건 두말할 필요 없습니다. 힌트도 안됩니다. 그저 펼쳐 놓으세요. 다만 다른 두 곳이 어디였을지 조금 궁금해지긴 하더군요. 아무래도 삐~ 안에 있는 곳을 집어 넣은 모양인데, 여긴 워낙 수가 많은지라 어떤 곳이 선택되었을지 모르겠습니다. 아무래도 유명 신사가 근처에 있는 곳이 아닐까 싶긴 하네요.


- 「나무 궤 사랑」. 본편과도 이어집니다. 본편의 에필로그에 스치듯이 언급된 부분에 조금 더 자세히 나오는 셈입니다. 이쪽은 순정.


그러니까 이 단편집의 장르는 도대체 종잡을 수 없습니다. 몇몇은 코믹이며 몇몇은 위대한 명작에 대한 오마쥬 이며, 몇몇은 또 순정입니다. 이야아. 하지만 이 모든 소설을 읽기 위해서는 반드시 『가모가와 호루모』가 필요합니다.


그리고 책 면지에 있는 교토 지도는 정말....///// 정말로 귀엽습니다. 이 지도를 들고 여행가고 싶은 정도예요. 물론 교토 초행에, 이 지도를 들고 여행을 가면 난리 납니다. 축척이 어그러진 지도이기 때문에 말이지요. 실제로 교토는 아주 크고 아주 넓습니다.


그러니 교토를 좋아하시는 분이라면 보세요.+ㅅ+


마키메 마나부. 『로맨틱 교토 판타스틱 호루모』, 이규원 옮김. 노블마인, 2009, 12000원.



OTL
오늘 Cicero님 이글루에서 2차 대전 당시 쾨니히스베르크에서 벌어진 사건에 대한 글을 보았는데, 도시 명이 익숙하다 생각했습니다. 저 위의 수학 퍼즐이었어....;......


지금 서지정보 찾아보다 알았습니다. 외전격인 이 책이 먼저 나오고 그 다음에 『가모가와 호루모』가 나왔군요. 이러면 처음 책을 찾아본 사람들은 헷갈렸을 텐데.
게다가 두 책의 번역자가 다르기 때문에 호루모 경기의 규칙이나 용어에 대한 번역이 차이납니다. 『가모가와 호루모』를 먼저 읽고 그 다음에 『로맨틱 교토 판타스틱 호루모』를 보아서인지 이번에 본 책의 용어가 틀렸다고 생각했거든요. 하지만 이 책이 먼저 번역되었으니....;
소설을 길이에 따라 장편長篇과 단편短篇으로 나눈다면, 이 책에 담긴 소설들은 번역자의 말대로 단편보다도 더 짧은 소설을 가리키는 장편掌篇이라 불릴겁니다. 근데 저는 장편이라는 표현보다는 엽편葉篇이라는 단어가 먼저 떠올습니다. 가을이라 그런가봅니다.

짧은 이야기라 부담이 없습니다. 그리고 책의 제목대로 이 짧은 소설들은 음식을 소재로 합니다. 각 편의 제목인 음식들은 표지에 아주 작은 그림과 함께 분량이 나옵니다. 만드는 법은 대강이나마 소설 속에 등장하니까 만들 수 있습니다. 그러니까 소설 자체가 조리법이라고 해도 아주 틀리진 않네요. 어떤 건 만드는 법이 잘 안나오지만 그래도 넘어갑니다. 요리 연혁(?)이 길다면 글만 읽어도 대강은 따라 만들 수 있으니까요.

처음에 읽기 시작할 때도 대강 짐작은 했는데 이 소설들은 시간의 순서대로 움직입니다. 첫 이야기는 연말, 그 다음은 새해 참배, 그 다음은 매화, 그 다음은 벚꽃놀이를 다룹니다. 그리고 한 바퀴를 돌아 마지막은 다시 크리스마스. 즉 1년이 다 지나갑니다. 처음에 읽기 시작했을 때는 짐작했지만 읽는 사이에 다 잊었다가 역자 후기를 보고 다시 떠올렸지요. 하하하;

각 이야기 중에서 이어진 것은 딱 두 편뿐입니다. 나머지는 전혀 다른 이야기고요. 일상을 다루기도 하고 비일상을 다루기도 합니다. 어떤 이야기는 포근한 느낌이지만 어떤 것은 또 마음이 가라앉습니다. 하지만 그게 나쁘지는 않습니다. 짧은 이야기다보니 그 감정들이 직접 와닿는다기 보다는 조금 멀리서 바라보게 되는, 그런 상황이거든요. 하지만 특별한 사람들의 이야기가 아니다보니 괜찮았습니다.

엉뚱하지만 이 책을 읽다가 떠오른 것은 시바타 요시키의 『참을 수 없는 월요일』입니다. 이쪽은 장편소설이지만 각 챕터가 끊어지다보니 연작 단편에 가까운 느낌입니다. 아무래도 이 책에서 회사 이야기가 많이 등장하다보니 OL이 주인공인 『참을 수 없는 월요일』이 떠올랐나봅니다.


맛있게 잘 읽었습니다! /ㅅ/

하시모토 쓰무구. 『오늘의 요리』, 권남희 옮김. 북폴리오, 2010, 12000원.



발행할까 말까 고민하다가 안하는 쪽으로 결정합니다. 그러니 추천하지 않는다는 의미이고요.

이 책에 들어 있는 정보는 굉장히 많습니다. 영국에서 시작해 프랑스, 스위스, 오스트리아의 크리스마스 장터를 다루고 있으니까요. 각 장터가 어디어 열리는지 소개하고 간략한 정보도 함께 등장합니다. 그리고 각 장터의 특징도 자신의 체험담을 곁들여 담고 있습니다. 사진도 풍부하고요. 참 좋아보이지요? 하지만 누군가가 이 책을 들고 좋냐고 물으면 고민하다가 아니라고 딱 잘라 대답할 겁니다. 여행서로서, 정보서로서는 추천하고 싶지 않은 책입니다. 다만 대리 만족을 느끼고 싶다면 괜찮다고 생각합니다. 그 양쪽에 대한 평가가 이 책에 대한 감상을 갈음합니다.-_-;

복잡하게 빙빙 돌리지 말고 간단히 말하지요.
이 책은 2010년 12월 초부터 새해 넘어갈 때까지 유럽을 돌면서 각지의 크리스마스 장터를 다닌 내용을 담은 책입니다. 딱 한 달, 물론 그 전에도 몇몇 장터는 가 본적이 있다지만 대부분은 초행길이었다는 그 장터를 한 번씩 둘러보고 담은 책입니다. 독특한 장터가 많지만 뒤로 갈 수록 정보보다는 체험과 거기서 겪은 에피소드가 늘어나며 감흥도 떨어진다는 느낌을 받습니다. 글에는 표현되지 않은 행간을 보면 '여기는 그저 그랬다'라는 말이 생략되어 있는 것 같습니다. 그야 당연하지요. 한 달 동안 내내 크리스마스 장터만 순회했는 걸요. 막판에 등장한 곳들이 장터 소개보다는 다른 쪽에 치중한 것 같은 모양도 당연합니다. 그러므로 이 책을 크리스마스 장터를 소개한 여행서로 보기에는 부족합니다.
이 장터는 여기가 좋았다, 저 장터는 이게 재미있었다 라고 몇 군데만 찝어서 소개하는 정도이고 뒤로 가면 갈수록 돌아다닌 경로라든지 호스텔에서 지낸 이야기를 다루더군요. 다양하게 특징적인 것을 소개하는 부분은 조금 아쉬웠습니다.

글도 여기저기 걸리는 부분이 많습니다. 저랑 코드는 맞아서 이런 저런 비유도 알아볼 수 있긴 했지만 딱 거기까지고 매끄럽거나 잘 썼다거나 하는 건 아닙니다. 글 잘 쓴 블로그의 포스팅을 보는 정도네요. 그래도 일반 블로그보다는 높은 점수를 받은 셈이니.

이 책에 대해 비뚤어진(...) 감정을 가진 것은 책의 무게 때문이기도 합니다. 두께도 상당한데 전체 컬러라 그런지 무거운 종이를 썼더군요. 아마도 아트지. 그 덕분에 책을 읽는 내내 무겁기도 하더군요. 여행 동안 들고 다니며 참고하는 것은 무리입니다. 게다가 크리스마스 장터만 주르륵 모아 놓았으니 그 시즌에 가는 것이 아니라면 아마도 눈 요기라고 할 정도...-ㅂ-;


그래도 직접 가보고 싶은 곳은 몇 군데 있더랍니다.
앞서 이 책에서 소개한 곳을 프랑스라고 적었는데, 정확히는 알자스입니다. 영국, 알자스, 스위스, 독일, 다시 파리. 이렇게 돌아가더군요. 독일에서 크리스마스 당일을 보내고 파리에서 2011년 새해를 맞습니다. 책 표지를 보면 방문한 도시들이 나와 있는데 상당히 많아요. 제일 마음에 들었던 것은 앞부분에 나온 알자스. 여기는 전부터 벼르고 있었습니다. 같은 알자스의 같은 크리스마스 장터 소개라도 저는 신이현의 『알자스』가 더 마음에 듭니다. 이 책은 관광으로 방문한 것이지만 이쪽은 남편의 시댁에 내려온 김에 시골마을 장터에 놀러 온 것이니까요. 그래서 더 친근하게 느껴지던걸요.
그리고 알자스-스위스의 코스는 「꽃보다 할배」하고도 닮았습니다. 알자스의 스트라스부르를 거쳐 스위스로 넘어갔으니까요. 할아버지들은 베른을 거쳐 인터라켄으로 갔지만 이 책에서는 바젤과 다른 곳을 돌아 인터라켄으로 갑니다.

아, 이 책이 걸렸던 또 하나의 이유. 오스트리아를 굉장히 좋아하나 봅니다. 이번이 두 번째 방문이라는데 잘츠부르크와 사랑에 빠졌다며 글 분위기가 붕붕 뜹니다. 근데 저는 엊그제 『빈을 소개합니다』를 읽었지요.ㄱ-; 그 때문에 삐딱하게 바라보게 되더랍니다. 허허허허.;

사실 이 책도 G가 재미없다며 내려 놓았던 책입니다. 그냥 반납할까 하다가 크리스마스가 이제 3개월도 안 남았으니 슬슬 뭐라도 준비할까 싶어서 분위기를 잡을 겸 집어들었는데 딱 절반의 효과를 냈네요.'ㅂ'
슈톨렌은 무리고, 민스미트라도 일단 만들어 볼까?


맹지나. 『크리스마스 인 유럽』. 동양북스, 2011, 15000원.


2011년에 나온 걸 감안해도 15000원이면 상당히 저렴하다 싶네요. 요즘은 얇은 소설 책도 15000원 하는 시대라.ㅠ_ㅠ 그점에서는 플러스입니다.


크리스마스 장터는 좋지만, 올해는 성북동 크리스마스 장터에는 안 갈 겁니다. 작년에 사람이 너무 많아 치였어요. 그냥 집에서 놀고 말지.;;
책에 대한 비판 혹은 비난 요소가 있기 때문에 발행하지 않습니다.



펀샵 뉴스레터를 보고 그랬던가, G가 저 책이 보고 싶다 하더군요. 빈을 주제로한 여행서는 만난 기억이 거의 없어서 궁금하기도 해서 추석 연휴 전에 빌려다 주었습니다. 그 때 이런 저런 여행 책도 잔뜩 빌려다 주었는데 대부분은 추석 연휴 기간 중에 대강 소화하고 반납 하더군요.
이 책도 그렇게 G가 반납한 책이었습니다. 다만 주의사항이 따라 붙더군요. 재미없다, 별로다. 읽고 싶다고 해서 빌려주었는데 그런 반응이 나와서 울컥한 김에 저도 붙잡고 읽었습니다.

그리고 60%쯤 소화했을 때 G의 말이 이해되더군요. 책의 뒷부분 30%는 흘러 읽었고 앞의 70%는 그래도 재미있게 읽었는데, 마치 소화불량에 걸린 것처럼 속이 불편해지는 책입니다. G의 책 취향이 이상하게 변했나 생각했는데 그건 아니라 다행입니다.-_-


책이 불편한 이유를 곰곰이 생각해봤는데 오스트리아의 역사 자체가 저를 불편하게 만들더군요. 이 책에서는 끊임없이 이야기 합니다. 오스트리아는, 나치독일과의 합병을 열렬하게 환영하였으며 전후에는 그에 대한 제대로 된 비판 의식 없이 자신들의 잘못을 감추기 급급했다. 그리고 극우주의자들이 정치활동을 활발히 하고 있으며, 극우 발언을 종종 내뱉기도 하고 전쟁 중의 잘못에 대한 극의 상영을 반대하며....

어디서 많이 본 이야기 같지요. 하하하...
(하지만 제가 생각하기에 오스트리아 국민들이 나치독일과의 합병을 환영한 건 계속된 파시스트의 집권에 지쳤다는 것, 19세기 초까지는 강대국이었다가 다른 나라들이 독립하면서 느낀 상대적 박탈감을 강대국이자 형제국이라 생각한 독일에서 찾으려 했던 것. 이 두 가지가 주요 원인이지 않을까 합니다. .. 그렇다고 전후의 무반성, 무비판을 옹호라 수는 없지요.)

오스트리아의 역사를 제대로 배울 기회는 없었으니 이번 기회에 오스트리아 근대사를 알아두는 것도 재미있겠다 싶었습니다. 하지만 제가 마음에 들어하지 않았던 것은 이 뿐만이 아닙니다. 저랑은 정치적 성향이 안 맞는 것 같아요. 글을 읽는 내내 계속 걸리는 것이 있었습니다. 나무토막을 쓸어 내리고 있는데 손끝에 걸리는 것이 있어 뭔가 했더니 거꾸로 쓸어 내리고 있었다는 것과도 비슷하네요. 그런 느낌이었습니다.

왜 마음에 들지 않았는지를 정리하기가 쉽지 않으니 생각나는 대로 하나하나 적어 보겠습니다.


1. 그 왜, 먼나라 이웃나라에도 그런 분위기 등장하지 않았습니까? 콧대가 높아서 코를 치켜세우고 다니다가 반감을 사서 쫓겨났다는 이야기. 그거 영국편이었나요? 하여간 합스부르크왕가의 분위기가 여즉 남아 있는 오스트리아라 그런지, 아니면 전통을 아직도 이어받아 잘 살리고 있는 곳이라 그런지 아직도 콧대를 세우고 허세를 부리는 것 같은 모습이 여기저기서 보입니다.
그 모습이 가장 잘 보이는게 합스부르크 왕가의 마지막 황태자 장례식이었는데요, 그 뒤에 이어지는 이야기에서 2차 대전 후 오토 합스부르크가 다시 오스트리아에 귀국하고자 할 때(66년), 황족으로서의 모든 권한을 포기한다는 문서에 서명하고 입국을 했답니다. 그리고는 나중에 '자신은 한 번도 황위를 포기해야겠다고 생각한 적이 없다'고 밝혔다는 군요. 노쇠해서 더 이상 잃을 것이 없는(p.38) 상태에서 그런 말을 했다는데 이야아아..-_-;
2008년도에 오스트리아가 나치의 희생자라는 발언을 당당하게 했다는데서는 어이 상실. 그리고 그런 옛 황태자를 전하로 부르는 사람들이 있었다는 것, 장례식을 국장에 가깝게 굉장히 성대하게 치뤘다는 것, 그 아들도 오스트리아의 정치계에 몸담았다가 부정부패 의혹으로 물러났다는 것까지 하면 걸리는 것이 참 많습니다.


2. 빈의 무도회가 가지는 의미에 대한 것도 읽으면서 이것저것 걸리는 것이 많았습니다.
유네스코 무형문화유산으로 등재되었다가 조건부 취소된 사건도 어이없더군요. 등재되었던 빈의 무도회 중에 극우정당이 관여하는 무도회도 있어서 이에 대해 여러 항의가 들어간 모양입니다. 등재 전에 확인하지 않았다는 것, 등재 후에 취소되기까지 시간이 상당히 걸렸다는 것도 말입니다. 물론 2년 남짓한 기간이 절차상 긴 것인지 짧은 것인지는 알 도리가 없습니다.;


1과 2를 포함해, 그 뒤에도 죽 등장하는 오스트리아 정치판 이야기를 보면 흡사 일본 정치인들의 망언이 떠오르는 수준인데, 이게 원래 수준인지 아니면 일부만 추출해서 그러한지를 알 수 없습니다. 이 책 하나만 가지고 판단하기가 쉽지 않네요. 게다가 오스트리아의 소식은 상대적으로 한국에 적게 들리는 터라.


3. 환경 문제에 대해서는 저랑 의견이 많이 다릅니다. 한국이 원전 수주를 하고 원전을 열심히 세우는 것에 대해 굉장히 부정적인 의견을 가지고 있네요. 빈의 사례를 들면서 쓰레기 소각장을 통해 발전하는 방법을 소개하는데, 이것도 친환경적인가 하면 솔직히 ...(먼산)
쓰레기 소각 발전은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꽤 많이 잡아먹지 않나요? 화력 발전이 어려운 것도 이와 유사한 이유 때문으로 알고 있는데 말입니다. 게다가 한국은 쓰레기 소각보다는 매립쪽으로 방향을 선회한 것으로 알고 있거든요.

그리고 저는 한국에서의 원전에는 찬성합니다. 원전 관리가 엉망이라는 건 알고 있지만, 거기에 비리가 끼어들어 골치 아픈 상황이지만, 수력도 한계가 있고 풍력도 한계가 있으며 친환경 발전도 아직 기술이 떨어지는데다 태양열 발전은 패널 제조를 위해 환경을 파괴한다는 아이러니를 갖고 있잖아요. 폐기물 보관이 어렵고 한 번 사고 터지면 옆나라처럼 걷잡을 수 없는 상황이 되긴 하지만, 그래도 현재 한국의 상황에서는 원전만한 것이 없다고 봅니다. 발전효율이나 비용 문제상 좋아요. 그래서 한국의 전기가 싼 것인지도 모르지만.(먼산)
체르노빌이나 후쿠시마의 예시를 많이 들던데 거기는 소련과 도쿄전력이라는 희대의 삐~가 있습니다. 덕분에 잘 넘어갈 수 있었던 것이 환상적으로 증폭되었다고 봅니다.


4. 시오니즘에 부정적인 견해를 가지고 있는 입장에서 유대인을 옹호하는 글이 많이 보이는 것 같은 것도 걸렸습니다. 물론 이 책에서는 거의 나치 독일-오스트리아 시절에 희생된 유대인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담고 있으니까요. 그 때문에 유대인 이야기도 많이 등장하는데....


5. 시씨에 대해 글도 읽으면서 참 마음에 안 들었던게 조금 동정적인 시각을 가진 것 같더군요. 전 이 할머니를 싫어합니다.


하여간 책을 읽다가 안 맞는다고 생각하고 내려 놓을까, 몇 번이고 고민했습니다. 그걸 자세히 적다보니 감상도 이렇게 길어졌군요.


일단 빈 여행을 가실 분께는 이 책을 추천합니다. 중간에 등장하는 오스트리아 전통 복식을 따와서 만든 코트는 한 번 입어보고 싶었고, R. 호른스의 가방은 언젠가 오스트리아에 간다면 하나쯤 사오고 싶다 생각할 정도로 마음에 들었습니다.
하지만 역사적인 측면을 상당히 많이 다루고 있기 때문에 읽기 전 혹은 읽고 나서는 반드시 교차교감할 도서가 필요합니다. 오스트리아의 현대 역사를 다루고 있는 책이 뭐가 있나 고민은 되는데, 다른 책을 읽어야 겠더군요. 이 책만으로는 부족합니다.
(다른 책을 읽어서도 오스트리아 현대 역사의 분위기가 이렇다고 하면 참으로...(먼산))


노시내. 『빈을 소개합니다』. 마티, 2013, 16000원.

읽고 나면 유럽행 항공권을 찾아 헤매는 무서운 책. 그러니까 이 책은 정원 소개를 빙자한 여행서...(탕!)

반쯤은 농담이고 반쯤은 진담입니다.
교보에서 보았던가, 다른 곳에서 보았던가 기억이 희미한데 미리 찍어 놓고 있다가 도서관에서 빌려 보았습니다. 받아 보고서는 사진이 그리 많지 않고 글이 훨씬 많다는 데서 조금 당황했지만 그 글이 그냥 글이 아닙니다. 글만 죽 나열한 것이 아니라, 인터뷰이(취재원)와 인터뷰어가 마주 앉아 대화를 하듯 유럽 정원 이야기를 풀어냅니다. 재미있는 건 국가별로 인터뷰 대상이 다르다는 겁니다. 다만 헷갈리는 것이 이 부분인데, 각 챕터에 등장하는 저자는 한 명입니다. 그러니 ① 챕터의 저자가 취재원인지, ② 챕터의 저자가 취재하는 사람인지, ③ 혹은 편집자인지 알 길이 없습니다. 책 날개에 나온 저자 소개를 보면 1번일 것 같긴 합니다. 그렇다면 이게 취재의 형식을 빌려 구성한 것인지 아니면 실제 취재를 한 건지도 알 수 없네요. 기왕이면 이런 구성도 알려주지.'ㅂ'

조경에 대해서도 관심이 조금 있긴 한데, 솔직히 뭘 기르는 데는 솜씨가 없습니다. 가장 큰 이유는 성격이 급한 겁니다. 성격이 급해서 싹이 트면 기다리지 못하고 몇 번이고 들여다보고 화분을 뒤집어 엎곤 하거든요. 그 성격을 고치고 내버려 두면 화분도 그럭저럭 잘 자랍니다. 그리고 대체적으로 감귤류와 궁합이 맞나 싶은 생각은 듭니다. 가장 잘 안 맞는 건 허브고요.

하여간 그렇게 정원이랑 식물에 관심이 많다보니 정원 관련 서적들도 이렇게 들여다 보는데, 이 책은 유럽의 가지각색 정원을 소개하면서 여행을 가라고 옆구리를 퍽퍽 찌릅니다. 예를 들면,

p.58-59
카레지에서는 피에솔레에서보다 좀더 원형의 모습을 볼 수 있겠네요.
그곳에서 이야기를 하다보면 플라톤 아카데미와 연결짓지 않을 수 없겠죠. 빌라 카레지와 피에솔레 언덕 자체가 철학자들의 학문과 문학의 배경이 된 곳이니까, 그곳에 가면 숱한 이야깃거리가 있을 겁니다. (중략) 특히 정원 안에는 수령 600년 된 배롱나무가 있습니다. (중략) 거기서 메디치가 학자들과 대화를 나눴죠.

....
(B님이 낚이는 소리가 들린다!)

이런 식으로 각 정원을 비교하고, 각각이 가지는 특색을 보여줍니다. 하지만 국가별로 조금씩 글의 분위기가 다릅니다. 영국편도 상당히 재미있게 보았는데, 영국편은 이전에 보았던 『윤상준의 영국 정원 이야기』를 보고 기억에 남은 것이 몇 가지 있어서 떠올리며 볼 수 있었습니다. 거기에 등장하지 않았던 다른 사실들도 소개가 되는군요. 특히 어제 저녁에 마저 읽은 어떤 책에서도 위장결혼 이야기가 등장하더니 여기서도 비슷한 이야기가 등장해서..ㄱ-;

유럽 정원이라고는 하지만 소개된 곳은 이탈리아, 프랑스, 영국, 독일입니다. 스페인 정원은 빠져 있지요. 사실 정원의 역사에서 주로 다루는 것도 이 네 곳 같지 말입니다? 개인적으로는 이탈리아랑 영국의 정원이 제일 궁금하고 프랑스나 독일은 슬며시 뒤로 빠졌습니다. 아니, 독일도 몇 군데는 궁금하더군요. 역사적으로 의미있는 곳들이긴 한데, 정원 취향이 베르사유 궁전의 정원 같은 계획식은 별로 좋아하지 않아서...

그러고 보니 옛날에 모셨(..)던 어느 높으신 분은 향나무를 동그랗게 깎아 놓는 것을 보고 군사시대의 유물이지 잔재니 하는데, 베르사유 궁전을 보고서는 뭐라 할지 모르겠습니다. 가만있자, 그 왜 동물모양으로 나무 전정해둔 곳은 어디 정원이었지요? 그렇게 해놓고는 이런 저런 꽃들을 심으려 노력하시던데, 독일 등지에서 정원 조경 비용으로 들어가는 돈을 생각하고서 그런 말씀을 하시는 건지.; 그 분이 원하는 건 적당히 손을 써서 타샤 튜더 같은 분위기의 한국 야생화 정원을 만드는 것이 아니었을까 싶긴 합니다만. 그런 정원은 한 10년 정도는 꾸준하게 손을 대서 관리해야 가능하지요. 한 두 해 들여서 될 일은 아니었을 겁니다.


그러니 은퇴 이후의 계획에 정원 가꾸기도 넣어야지요. 한 10년 부지런히 노력하면 가능하지 않을까요. 그러니 지금부터 미리 묘목 관리를...(...)


엉뚱한 곳으로 이야기가 흘렀는데, 프랑스의 정원을 소개하면서는 사람들이 미처 몰랐던 곳의 작은 정원, 의미 있는 정원, 역사적으로 중요한 정원이나 공원을 소개합니다. 파리라면 떠오르는 게 센강이나 몽마르트 언덕, 개선문을 시작으로 한 방사형 구조 정도인데 여기서는 루브르 박물관 옆의 정원이라든지, 여기저기에 숨어 있는 정원들이 등장합니다. 파리의 정원 중에서는 모네 정원을 가장 가보고 싶더군요. 여기는 이전에 모네와 관련한 책을 보면서 몇 번 보았는데, 자연스럽게 가꾼 일본풍(...) 정원이라는 느낌이 들더랍니다. 그래서 더 궁금하고요.

하지만 역시 제일 가고 싶은 것은 로마 주변의 정원이랑 영국의 정원...ㄱ-;
엊그제 은퇴 뒤로 유럽 여행을 미루겠다 한 것도 이들 정원을 둘러보려면 엄청난 시간과 엄청난 비용이 들어가기 때문입니다. 그러니 당장 오늘부터라도 적금을 들어 미리 자금을 마련해야겠습니다. 하하하.;



정기호 외. 『유럽, 정원을 거닐다』. 글항아리(문학동네), 2013, 16000원.



T님도 괜찮게 보실 거 같고. B님은 절대로 보세요. 앞부분의 이탈리아 정원을 보시면 홀라당 넘어갈거라 장담합니다. 게다가 로마편은 사진도 상당히 마음에 들었거든요. 페이지 꽉차게 큼직큼직한 사진이 보이는데, 어흑.;ㅂ; 여행 가고 싶습니다. 게다가 로마시대부터 르네상스, 추기경들의 정원 등등 시대별로 꽤 다양한 의미를 다루었기 때문에 책 자체도 마음에 들더군요. 그러니 꼭 보세요. 저만 당할 수는 없습니다.
몰랐습니다. 그러니까 저 소설을 골라 잡아 읽은 것은 소설 완결란을 훑어나가다 평점이 의외로 높아서였거든요. 60편이 안되는 소설이 평점 3천 넘는 것은 그리 많지 않습니다. 이미 BL과 로맨스, 판타지 소설 대부분을 보았기 때문에 그런 소설이 있으면 일단 보고 결정합니다.
대개는 1-2편을 보고, 딱히 끌리지 않으면 외전을 제외하고 결말부 5-10편 가량을 봅니다. 이번에는 대략 다섯 편을 보았는데, 보다가 그야말로 멘탈이 붕괴했습니다. 정신이 붕괴하다 못해 두통이 올 지경이더군요. 그래도 도저히 소설 읽는 것을 멈출 수가 없어서 끝까지 보고, 외전을 보러 가다가 작가 이름을 확인했습니다.
Mstream.
...
OTL
이분 것인 줄 알았으면 진작 피했...(...)

이 분의 무서움은 글을 아주 잘 쓰시고 속도도 빠른데 종종 굉장히 강한 코드가 들어간다는 겁니다. 근데 그게 아주 편하게, 잘, 어울립니다. 그래서 놓을 수가 없어요. 어헝헝.;ㅂ;
조아라 접한 초기에 읽었던 소설 하나가 그랬는데, 언니가 행방불명 된 다음 여동생도 이상한 놈에게 끌려 이세계에 떨어집니다. 하지만 할 수 있는 것이 아무것도 없어서 몸을 팝니다.(먼산) 거기서 포기하고 마지막의 대략 20편 남짓을 보았는데 거기는 또 해피엔딩입니다. 그 사이의 이야기는 워낙 여주인공이 좌충우돌할 것이 뻔히 보여서 포기했지요. 결말이 굉장히 독특했던 것도 기억에 남습니다.
만...; 그 때 이미 겪어서 이 분 글이 제게는 꽤 어렵게 다가온다는 것을 알았거든요. 그 뒤에 다른 분이랑 연합으로 쓰셨던 것은 그래도 무난하게 보았습니다.

대부분의 경우 소설을 쓰고 나서 바로 개인지 내시고는 습작으로 돌리시더군요. 그래서 완결작이 많음에도 소설이 몇 안나옵니다. 이번 소설도 완결되어서 개인지 주문 받고 있는 중이고, 그러고 나면 바로 습작으로 돌리시지 않을까 싶네요.

..

회피하는 중이긴 한데 이 소설 후기를 보면 왜 소설을 썼는지에 대한 자세한 이야기가 나옵니다. 이 소설은 여성상위를 배경으로 한 이야기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기자, 검사, 암흑가의 보스, 사창가, 스너프 필름이 나온 시점에서 약자는 남자, 강자는 여자가 됩니다.
이 정도 키워드면 대강 알아차리실텐데, 제 역린인 그 코드가 들어 있습니다. 허허허허허허허. 이야아. 보다가 진짜 정신이 나갔습니다. 허허허허허허.

하지만 후기를 읽고 나니 이런 소설을 쓴 이유에 대해 공감이 되더군요. 저도 BL 소설들을 보면서 종종 느끼거든요. 저기 등장하는 수는 여자야. 그렇게 본다면 공수 간의 강간도 분명 남녀간의 강간 이상으로 정신을 붕괴시킬텐데, 강간한 사람을 두고 아무리 발이 손이 되도록 빈다고 해도 용서할 수 있을까, 그런 생각을 많이 했지요. 부부간의 강간도 서로의 신의를 무너뜨립니다. 이미 성관계를 가진 부부도 그러할진대, 연인관계라거나 아직 거기까지 도달하지 못했던 사람들이라면 두 사람의 사이에는 마리아나 해구가 하나 놓이겠지요. 그걸 다리를 만들어 다시 사랑을 나눈다라. 가능할까요. 극단적인 강간 예시는 종종 TV에서도 나오지요. 그런 관계에서 과연 사랑이 싹틀 수 있을까요.(먼산) 저는 회의적입니다. 앞에 그 회의적이라는 단어를 강하게 수식하는 온갖 단어들을 다 밀어 넣고 싶을 정도로요.



...

이렇게 쓰면서 풀어내고 있어도 가출한 정신이 돌아올 기미를 보이진 않네요. 하하하.;ㅂ;
최근에 조아라 소설 중 몇몇이 완결 났습니다.
특히 제가 1부를 보고 심각한 탈력증이 일어난 바람에 고이 봉인했던 『패스파인더』도 드디어 2부가 완결되었습니다. 그런데 결말이.. 이....;

주문한 몇몇 책은 아무래도 9월 넘겨 10월에나 올테고, 그 사이에 다른 책을 지르지 않는다면 용돈 부족 없이 버티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하지만 요즘은 좀 지름 상태가 심해서.ㄱ-;


여왕, 패스파인더(192, 2부 완. 3부는 2부 개인지에만 수록 예정.)
차원이동, 모험, 미스터리.
1부까지가 120화였던가. 최종화는 191화입니다. 192화는 질문과 답변이거든요. 120화까지도 사실 끝까지 보지는 못했습니다. 악역역할을 하는 누군가가 굉장히 무서워서, 중간을 건너 뛰었거든요. 뒷부분에 보면 악역도 나름의 이유가 있긴 하더만, 지금 생각해보니 있을 때 잘해라는 말이 절로 튀어나옵니다. 가람이가 패스파인더가 하는 일을 깨닫고 자리잡는데 가장 큰 공을 세운 것이 그 인물입니다. 패스파인더로서의 성격 형성에 가장 지대한 역할을 맡았지요. 그래놓고 애원하면 뭐한답니까. 아, 그래, 떠오르는 표현이 딱 하나 있네요. 얀데레.(...) 츤데레는 한국어로 새침떼기라고 예쁘게 포장할 수 있지만 얀데레는 도무지 뭐라고 번역할 수가 없습니다. 아직 제 한국어 실력이 부족하기 때문에 그런 거라고 생각하지요 뭐.
하여간 아직 읽지 않으신 분들에게는 추천합니다. 음, C님은 이미 보고 계시려나요? T님도 보실 것 같고?
앞서 내용 요약을 했는지 기억이 가물가물한데, 차원 이동해서 이계인이 된 가람이라는 여고생의 이계 적응기입니다. 그러나 이 이계 적응기가 상상을 초월하는 훈련입니다. 굉장히 현실적이고 무서운데다가, 처음부터 강적이 등장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가람이가 고생하는 것이 눈물 없이는 볼 수 없을 정도예요. 하지만 안심하시길. 2부 마지막을 보면 그래도 나름 행복해집니다. 아니, 정말로 가람이에게 행복한 생활이 되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그 눈물이 어떤 의미를 담고 있는지 판단하기는 쉽지 않지만 말입니다.

현재 1부 개인지 재판, 2부 개인지 출판에 대한 설문 중입니다. 저는 고민중입니다.ㄱ-;


레모네, 해바라기의 비밀노래(34)
로맨스. 거기에 아마도 경영...?;
이건 이전에 한 번 올린 적이 있습니다. 지금은 진도가 꽤 많이 나갔는데... 뭔가 그 며칠 사이 사건이 있었는지.OTL
주인공인 그레이스를 중심으로 글이 돌기 때문에 매끈하다고 하기는 어렵습니다. 음, 가끔은 그 내용을 따라가기 위해 몇 번 글을 읽을 때도 있어요. 그래도 계속 쫓게 되는게, 그레이스라는 주인공이 상당히 매력적입니다. 자기 소설 속 세상에 들어왔다는 설정은 다른 소설에도 많지만 이런 주인공은 몇 보지 못했습니다. 몇 번 등장한 그레이스의 과거, 아니 이전 삶을 들여다보면 굉장히 퍽퍽하고 헛헛합니다. 왜 그렇게까지 몰렸을까 싶을 정도로 굉장히, 힘듭니다. 거기에 소설 속에 들어와서는 내가 내 글을 쓰기 위해 버리는 패로 썼던 사람들에게도 각자의 삶이 있다는 걸 깨닫고 보듬는데, 그러면서도 자기는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고 깎아 내리는 것 같은게 참...;ㅂ;
댓글 가끔 보면 다들 그레이스가 언제쯤 치유될까요라는 심정으로 보고 있는 것 같습니다.;
그레이스가 원래 쓴 소설이 로맨스 소설이기 때문에 자신의 모든 감정을 집어 넣어 창조한 여주인공의 연애가 잘 되어야 좋아할 텐데 지금 봐서는 엉뚱하게 흘러갈 것 같습니다. 과연?; 누가 남주인공이 될지 궁금하기도 하고요.

유머가 적절히 섞여 있지만 그레이스의 기본 성정이 우울하기 때문에 우울할 때 보면 자칫하다가는 같이 끌려갈 수도 있겠더랍니다. 물론 그레이스가 주변의 두목들 괴롭히는 걸 보면 폭소가 나오지만 말입니다. 보실 때 주의하실 필요는 있어요. 그래도 추천합니다. 흐흐흐흐~


서하장, 용사의 육아일기(12)
BL, 육아물.
아직 12편밖에 안 올라왔습니다. 갈 길이 멀어요.
마왕을 처치한 용사는 애인과 친구에게 동시에 배신당하고 깊은 절망감에 빠집니다. 그리고는 죽어가던 도중 마왕과 덜컥 계약을 맺습니다. 그도 그런게 처치는 했지만 찔렀을 뿐, 마왕이 죽은 것은 아니었거든요. 그 사실은 용사만 알고 있었고 말입니다. (솔직히 배신한 그 애인과 친구의 뒷 이야기도 궁금하지만 나중에 외전을 기대하고..)
마왕은 계약대로 용사의 혼을 받아서 고이 품에 안고 있는데.........
아직 12편까지만 올라왔으니 더 이상 이야기를 하면 안되겠지요. 일단 역키잡이라는 것만 밝혀둡니다. 마왕도 참 둔하지만 거기에 엮인 용사도 참 많이 불쌍합니다. 크흑.;


유리엘리, 적월의 후(11)
BL, 차원이동, 회귀.
1편이 앞으로 흘러갈 이야기의 중간 부분을 딱 끊어서 먼저 소개합니다. 그 때문에 BL, 차원이동, 회귀라는 것도 1편이랑 2편에서 다 소개가 되었고요. 아, 솔직히 말하자면 이 소설, 유리엘리님의 전 작 두 개를 섞은 것 같습니다. 『되돌아온 시간』이랑 『백치 공녀』말이지요.; 그도 그런 게 저 세계관에서는 황제나 황후는 특별한 징표를 가지고 있으며 그 징표를 가지고 있어야만 황제가 되고 황후가 됩니다. 그럴진대, 현재의 황제는 징표를 가진 여자가 없어서 황후를 맞지 못했습니다. 그나마 반쪽 징표를 가진 여인이 있어 대신 올리기라도 하자며 혼례를 치루기로 했는데 그 전날 다른 차원에서 완전한 징표를 가진 사람이 떨어집니다. 그런데 남자.OTL 후계를 볼 수 없으니 어찌하나 고민을 하다가 일단 남자지만 황후로 봉하고, 반쪽 징표를 가진 여인은 황비로 두기로 합니다.
하지만 황제가 좋아하는 것은 어렸을 때부터 같이 지내온 여인입니다. 그래서 징표를 다 가지고 있는 남자 황후에게는 정이 갈리가 없지요. 원래는 그래야 하는데.....(하략)

11화까지만 올라와 있으니 더 이야기하면 안되겠지요. 다만 황제 하는 짓을 보고 대부분의 댓글에서 분개를...(먼산) 빨리 황제가 고생해야 한다고 원성이 자자합니다. 황제하는 짓을 보면 아실거예요.-_-;



새로 하나 선작한 것은 읽어보고 차근히 올리겠습니다.'ㅅ'
이 이야기는 어느 청년의 시점에서 시작됩니다.
주인공인 나는 맥도날드에서 질투심 많은 여자친구에게서 바람피운다는 비난을 받습니다. 항상 그래왔던 것처럼 비난의 말을 쏟아낸 여자친구는 맥도날드를 뛰쳐 나갔고, 주인공은 비오는 밖에 우산 하나 없이 맨몸으로 쫓아 나갑니다. 여자친구가 다른 건 다 좋은데 질투심이 조금 강해서 이런 일을 종종 벌이는 모양이군요. 그렇게 쫓아나가긴 했지만 비를 보고 잠시 멈칫한 사이 여자친구가 사라집니다. 어디로 갔는지 몰라 조금 헤매다가 집으로 돌아가려던 순간, 골목 안쪽의 커피점 안내 간판을 봅니다. 조금 고민하다가 충동적으로 커피점에 들어가고, 그 직후 사건이 벌어져 또 한 바탕 소동이 벌어집니다.

복잡하지요? 하지만 이런 복잡한 사건들은 탈레랑 커피점의 바리스타인 기리마 미호시에게는 커피를 갈아 내리듯 풀어낼 수 있는 일들입니다. 곰곰히 생각하고 이리저리 정황을 맞추면서 커피밀을 돌리면 커피가 잘 갈리듯 수수께끼도 잘 갈립니다. 그리고 맛있는 커피를 내릴 수 있지요.

책 표지에는 기리마가 에스프레소 머신을 다루는 걸로 나오는데 소설을 읽어보면 실제로는 드립커피 전문점입니다. 애초에 일본판 표지부터 저러니 어쩔 수 없어요.


어떤 점에서는 일상추리물인데 말입니다, 이 책이 특별한 것은 커피 때문입니다. 커피를 좋아하고 관련 정보를 조금이나마 주워들은 적이 있다면 이 소설은 그야말로 새로운 경지입니다. 커피와 관련된 이름들이 어디에 어떻게 들어있는지 이리저리 돋보기를 들이대며 맞추는 재미가 있어요. 후기를 보면 여주인공의 이름도 넓게는 커피와 관련이 됩니다.

커피점 탈레랑의 사건 수첩을 비블리오 고서당보다 조금 높게 두는 것은 순전히 제 취향 탓입니다. 비블리오 고서당은 아직 차마 손을 못댔을 정도로 이야기가 조금 무겁습니다. 아니, 무겁다기보다는 마음 가볍게 끝낼 수 있는 이야기가 아니더군요. 1권 아직 번역본 나오기 전에 C님께 원서로 빌려 읽다가 1권 첫 번째 이야기의 무게랑 그 뒤에 나오는 특정 인물 이야기를 듣고서는 고이 손을 뗐습니다. 하지만 탈레랑은 딱 한 명을 제외하고는 그런 분위기가 없습니다. 시종일관 맛있는 커피가 마시고 싶다며 손수건만 쥐어짤뿐이지 읽는 데는 부담이 별로 없습니다.


다만 C님도 지적하신 이야기인데, 이거 자칫하면 교토 여행 티켓을 끊는 기폭제가 될 수 있습니다. 최근 읽은 소설의 상당수가 그렇긴 한데 이 책도 교토가 배경입니다. 교토야 워낙 커피로 유명한 동네니 이런 카페가 어디에 숨어 있다고 해도 이상하지 않습니다. 으, 저도 기리마씨가 내려주는 커피 한 잔이 마시고 싶어요.;ㅠ; 맛있는 커피가 마시고 싶어요!

(그럴 려면 당장 강릉행 버스표를 끊어야 하나, 그러기에는 비용과 체력이 걸린다는 것이 단점. 다음달 쯤 도전하고 싶지만 역시, 비용이 문제네요. 게다가 다음달엔 장거리 출장도 있긔..;ㅂ;...)


오카자키 다쿠마. 『커피점 탈레랑의 사건 수첩: 다시 만난다면 당신이 내려준 커피를』, 양윤옥 옮김. 소미미디어, 2013, 12800.


책 가격에 대해서는 조금 불만이 있습니다. 이게 원래 문고판으로 출간된 걸로 알거든요. 사실 그런 의미에서 라노베 가격은 아니더라도 그와 비슷한 가격이 아닐까 했는데 12800원이면 가격이 좀.ㄱ-; 하기야 요즘 책 가격이 체감상 10% 가까이 상승한 것 같지만 그래도 조금 아쉽습니다...;ㅂ;

(하지만 자네가 최근 구입한 BL 소설들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지.ㄱ- 게다가 12000원이었으면 군말 없었을 테고.;..)
읽으면서 막판에는 『허니와 클로버』의 할아버지 교수들이 눈물을 흩뿌리며 이것이 청춘! 이라고 외치는 장면이 절로 떠오르더랍니다. 앞부분은 뭔가 싶지만, 읽다보면 이거야 말로 제대로 된 청춘 소설입니다.
그리고 읽다 보면 굉장히 교토가 가고 싶습니다. 배경이 교토거든요. 같은 교토 배경인 니시오 이신의 헛소리꾼 시리즈보다 이쪽이 훨씬 묘사가 진합니다. 그도 그런게 교토의 동서남북, 전방위가 다 등장합니다. 소소하게가 아니라 큼직하게 등장한다는 것이 특징이고요. 특히 대물림 의식을 할 때는 책을 붙들고 굴러다녔습니다. 교토 여행을 많이 가진 않았지만(...) 그래도 그곳이 어디인지 금방 알 수 있을 정도였으니까요.

이야기는 간단합니다.
교토대 신입생인 주인공은 아오이마쓰리에서 아르바이트를 하고 난 뒤에 수상쩍은 동호회 광고지를 받습니다. 자금이 넉넉치 않아 4월부터 여러 동호회의 환영회에 기웃거리며 들여다보고 있었는데, 그 전단지를 보고 고민하다가, 얼결에 참석합니다. 그리고 거기서 이상형의 코를 가진 아가씨를 만납니다. 그 아가씨 때문에 동호회에 계속해서 출석하는데 이거 뭔가 이상합니다. 교토대 청룡회라는 이름에서부터 불길한 예감이 들었지만, 기온마쓰리에 멀어진 요이야마 해제, 그 뒤에 이상한 언어를 배우고 난 뒤에 대물림까지 끝나니 이제 어엿한 멤버가 됩니다.

그러니까 얘들이 500대라고 하고, 2년에 한 번씩 동호회원을 모집하니 1천년을 이어온 유서 깊은 호루모는 백호, 주작, 청룡, 현무의 네 팀이 서로를 겨루는 경기입니다. 아니, 대결이라고 해도 이상하지 않네요. 그 네 팀은 동쪽의 교토대, 북쪽의 교토산업대학, 서쪽의 리쓰메이칸대학, 남쪽의 류코쿠대학입니다. 뭐, 다들 연결지으실 수 있겠지요. 그 네 대학은 일정한 규칙에 따라 겨룹니다. 그리고 승리자를 따지는 건데, 주인공은 교토대학이고, 청룡입니다. 이 팀은 지난 10년간 단 한 번도 우승한 적이 없답니다. 거의 꼴찌를 다투었다는군요.

다시 말해 이 이야기는 연애담과 결투(...)담이 뒤엉킨 이야기입니다. 연애나 경기나 예상했던 방향으로 흘러가지만 그 두 사람이 그렇게 얄미운 분위기로 흘러갈 줄은 몰랐습니다. 그 두 사람이 살신성인-_-을 한 덕에 주인공에게는 반대 급부로 보정이 생기지만 말이죠. 마지막에 흘러나온 그 이름의 비밀도 참.....;;
...
그런데 주인공의 전체 이름이 나온 적이 있나요? 성은 나오는데 이름은..?


전체 이야기 중 가장 백미는 대물림 의식입니다. 대물림 장소는 각 대학에서 가장 가까운 신사입니다. 북쪽은 가미가모신사, 동쪽은 요시다 신사, 서쪽은 기타노텐만구, 남쪽은 후시미이나리다이샤. 그리고 이 대물림 의식은 남자들만으로 먼저 시작합니다. 여자들은 밖에서 대기하다가 남자들의 의식이 끝난 뒤에 들어옵니다. 아무래도 의식의 특성상 여자는 참여할 수 없습니다. 여자는 할 수 없고, 남자만이 할 수 있는 춤입니다. 남녀차별이라 생각하실 분도 있을텐데, 읽고 나면 이건 여성상위의 남녀차별이라고 생각하실 겁니다. 3월의 그 추운 새벽에 참, 고생 많다 싶네요.

그리하여 궁금하신 분들을 위해 공개합니다. 역시 유튜브. 덕분에 아침부터 상큼한 멘붕을 맛 보았습니다.



소설을 읽지 않으셨다면 별 감흥이 없겠지만, 이걸 보고 소설을 읽거나, 소설을 읽고 이걸 보거나 하면 아마 상당한 정신적 충격을 받으실 수 있습니다.(먼산)


마키메 마나부. 『가모가와 호루모』, 윤성원 옮김. 북폴리오, 2010, 11000원.


M님은 이미 읽고 제게 토스하셨고, B님이나 C님 취향에 잘 맞으리라 생각합니다. S 취향에도 맞을 거예요.
도서관 서가를 둘러보다가 이즈미 교카의 단편집이 보이길래 집어 들었습니다. 이즈미 교카는 이름은 많이 들었지만 한국에 소개된 책은 그리 많지 않습니다.
이 작가의 이름을 들은 것은 하쓰 아키코의 단편집에서였습니다. 옛날 대원에서 냈던 하쓰 아키코-그 때는 하츠 아키코라 표기했습니다-의 단편집 중에 이즈미 교카의 단편을 소재로 한 것이 몇 편 있었습니다. 모란 등롱 같은 건 아마 전설을 차용했을 테지만, 산속 호수의 주인과 제물에 관련된 이야기는 이즈미 교카의 단편이었습니다.
그래서 그런지 아예 하쓰 아키코 원화 전시회 때는 이즈미 교카의 단편과 관련된 것을 같이 모아 두었더군요.(링크)

이 책은 두 단편이 실려 있습니다. 제목에 표기한 「고야산 스님」, 「초롱불 노래」라는 이야기인데, 「고야산 스님」은 이즈미 교카라면 떠올리는 일반적인 이미지 그대로입니다. 괴기, 기이한 이야기, 설화. 그런 느낌의 이야기더군요.
「초롱불 노래」는 그와는 다릅니다. 어, 이전에 『외과실』에 실린 표제작 「외과실」이랑 조금 닮았어요. 하지만 그보다는 더 극劇적입니다. 이런 느낌의 이야기는 종종 일제시대의 변사풍(!) 소설에서 보는 것 같습니다.

「고야산 스님」은 사카구치 안고나, 일본 괴기소설을 좋아하시는 분이라면 취향에 맞을 겁니다. 이것도 극중 극, 다시 말해 누군가가 자신의 경험담을 동행자에게 말하는 구조입니다. 스님이 산길을 잘못 들었다가 하마터면 홀릴뻔한 이야기지요.
「초롱불 노래」는 조금 이상한 할아버지 두 사람에서 시작해서 같은 시간, 비슷한 장소에 있는 어떤 떠돌이 악공의 시선으로 바뀌었다가 다시 그의 어두운 과거에 대한 고백으로 넘어갑니다. 거기서 고백과 거의 동시에 진행되는 할아버지들의 진짜 모습과 거기서 과거를 고백하는 어느 유녀遊女의 술회로 바뀌지요. 그리고 마지막 장면은 하나로 겹칩니다. 처음에는 할아버지의 철 없는 것 같은 모습에 투덜대며 보았는데, 읽어갈 수록 절묘하게 배치해 결국 하나로 이어지는 걸 보고 감탄했습니다. 역시 이즈미 교카예요.;;;


이즈미 교카. 『고야산 스님/초롱불 노래』, 임태균 옮김. 문학동네, 2010, 10500원.

번역은 나쁘지 않았는데 가끔 지나치게 친절한 주석이 눈에 걸렸습니다.-ㅁ-



나이대를 판가름 하는 방법 중에는 드라마, 애니메이션, 만화에 대한 추억담을 늘어 놓는 것이 있습니다. 웨어울프라든지 키트, 맥가이버, 와일더 집안, 캐빈, 두기 등등을 늘어 놓으면 이 사람 참 나이 많구나 생각하면 되는 겁니다. 만화나 애니메이션은 워낙 많이 회자되었으니 넘어가지요. 하기야 이 두 가지 매체는 계속 회고가 되기 때문에 나이와 상관없이 이야기할 수 있을 수도 있네요. 그리고 나이 차이 많이 나는 형제가 있으면 그 영향을 받기도 하고 말입니다. 참고로 친구 KY는 음악 취향을 짚어보면 정말로 노땅(...)이었지요. 게다가 불의 검이나 아르미안의 네딸들 같은 작품으로 역사 공부를 했다고 공언했으니 말입니다. 얘가 막내였거든요. 그래서 열 살 넘게 나이 차이 나는 형제들 덕분에 매체를 접하는 시기가 훨씬 빨랐습니다.

갑자기 소설 리뷰하면서 왜 이 이야기를 꺼내냐, 하면 나이에 따라서 『전상에의 아리아』를 보는 느낌이 다를 것이라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20대라면 『하얀 늑대들』을 이 소설 옆에 댈 겁니다. 물론 분위기는 전혀 다르지만 전쟁을 배경으로 한 소설이라는 점이 비슷하게 보이니까요. 하지만 그보다 나이가 많다면 아마 이 소설을 먼저 떠올릴 겁니다. 전쟁물의 고전. 사람들의 피를 말려 놓은 로맨스.-_-; 『하얀 로냐프 강』말입니다.

저는 『하얀 로냐프 강』을 굉장히 싫어했습니다. 과거형이긴 하지만 솔직히 지금도 다시 읽을 마음은 전혀 들지 않습니다. 이미 기억은 휘발되어 자세한 이야기는 떠오르지 않지만, 로맨스는 로맨스이되 이루어지지 않는 사랑에 대한 이야기를 다루고 있으니까요. 원래 역사도, 삶도 미시적으로 보면 어떤 때는 매우 불합리한 일들이 벌어집니다. 약한 자를 핍박하고 차별하며, 그것을 당연하게 여깁니다. 필요하지 않은 피를 뿌리는 것을 정당하다 보는 상황도 벌어지니까요. 『하얀 로냐프 강』은 그렇기 때문에 불편한 소설입니다. 묘사나 서술이 아름답고, 등장하는 인물들도 매력적이지만 그 뒤끝은 참으로 안 좋습니다. 하하하. 이게 제가 『하얀 로냐프 강』을 싫어하는 이유입니다.

그래서 솔직히 『전상에의 아리아』의 아리아를 읽으면서도 내내 조마조마했습니다. 여기는 여주인공 아인과 남주인공 슈아죌의 사랑이 이루어지려면 넘어가야할 장벽이 한 두 가지가 아니었거든요. 게다가 그 장벽 사이에는 슈아죌이 아주 훌륭한 기사라는 것도 포함됩니다. 즉, 서로 맞대고 있는 세 나라가 서로 충돌하면 슈아죌은 거의 반드시 출전하게 됩니다. 그래서 더 마음을 졸였지요.


간단한 내용 소개는 이미 대부분의 온라인 서점에서 하고 있습니다. 그러니 간략한 소개만 해보지요.
전쟁물입니다. 로맨스가 있으며, 차원이동물입니다. 한국인인 아인이 정신을 차렸을 때, 전쟁 포로인 어느 아가씨의 몸에 들어와 있었습니다. 이 귀족 아가씨는 전쟁 포로로 잡힐 것을 알자 자살 시도를 했고, 혼이 날아간 상태에서 차원 이동을 한 아인의 혼이 덜컥 들어갑니다. 그렇기 때문에 아인은 전혀 귀족답지 않은 모습을 보입니다.
포로라지만 귀족이다보니 전쟁 배상금(몸값)을 낼 수 있을 것으로 보여 슈아죌은 아인을 데리고 본국으로 귀환합니다. 그 와중에 좌충우돌하면서 조금은 친해지는데, 이 인연은 슈아죌이 아인의 신원보증을 하면서 더 깊게 이어집니다. 자아. 여기까지보면 딱 로맨스지요? 하지만 이 글은 그리 쉽지 않습니다. 앞서 말했지만 슈아죌과 아인의 사이에는 깊고 깊은 강이 있습니다. 그것도 한 두 개가 아닙니다.

1. 아인은 전쟁포로입니다. 신원은 확실하지만 전쟁포로로서 로미니에 끌려갔고, 따라서 기반이 없기 때문에 밑 바닥부터 시작해야 합니다. 그나마 전쟁 때 아버지가 사망하여 천애고아가 되었기 때문에 본국인 이리스로 도로 가지 못했다는 것은 어떤 의미에서는 다행이겠네요. 적어도 같은 나라에 있으니 말입니다.

2. 슈아죌에게는 여성과 관련한 트라우마가 있습니다. 그리고 그 트라우마를 만든 마녀, 아니, 솔직히 마녀라는 단어가 아까운 어떤 여성께서는 호시탐탐 슈아죌을 노리며 끊임없이 둘의 사이를 방해합니다. 이런 사람 나빠요. 솔직히 조아라 연재본으로 완결까지 보고 나서 책을 산 이유는 딱 하나입니다. 이 여성께서 어떻게 되었는지 뒷이야기가 정말 궁금했습니다. (그리고 책 읽고 나서 그 의문도 풀렸습니다. 만세!)

3. 슈아죌은 기사입니다. 그것도 실력이 뛰어난 기사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전쟁이 일어나면 출전해야합니다. 매번 전쟁을 나갔다가는 인력 소모가 심하니 몇 번 돌아가면서 출전하기는 하는데, 2번의 여성께서 공작을 벌인 것도 있고 황제가 슈아죌의 소원을 들어주고 요구한 것도 있어서 거의 매번 출전하는 상황이 됩니다. 그리고 마지막의 전쟁은 사람의 손에 땀을 쥐게만드는 위태로운 일들이 벌어집니다.


가장 마음에 드는 장면은 아인의 신분이 상승하는 계기가 된 몇몇 사건들입니다. 어떻게 자리를 만들었고, 어떻게 승진했는지, 그리고 전쟁에 나간 슈아죌을 위해 일을 벌였는지 등등 말입니다. 아인이 자리를 잡고 승진하게 되는데 가장 도움이 된 것은 고등학교 때까지 배운(...) 수 많은 사회과목들과 원래의 특기였습니다. 물론 책도 엄청 많이 읽었지만 여기저기 등장하는 것을 보니 아무래도 세계지리와 한국지리를 꿰뚫고 있는 것 같더군요. 그리고 삼국지도 분명 읽었을 겁니다.(...)


T님은 보신다고 했고, 아마 C님 취향에도 맞을 겁니다. 아니, 연재분을 보셨던가요..? 외전에 중요한 이야기 두 가지가 붙어 있습니다. 결말 직전의 외전 하나, 결말과 에필로그 사이의 외전 하나입니다. 보고 나서 쾌재를 불렀으니 마음 놓고 보셔도 됩니다.+ㅅ+

박명식. 『전상에의 아리아』1-2(완). 뿔미디어, 2013, 각 권 13000원.


덧붙임.
앞서 쓴 글에도 책의 장정이 마음에 든다 했는데 표지 디자인이 마음에 듭니다. 마법 대신 원소술이라는 기술이 있지만 그리 널리 퍼지진 않아서, 기사들이 싸우는 것을 중심으로 이야기가 진행됩니다. 그러니 저런 고풍스러운 디자인이 잘 어울리지요. 1권은 빨강+은색의 조합, 2권이 파랑+금색이라는 것도 재미있습니다. 금색보다는 녹색 빛 도는 노랑에 가깝지만, 보통은 빨강-금색, 파랑-은색을 섞어 놓으니까요. 몇몇 동화책에도 무구를 언급할 때 그렇게 묘사하던데..-ㅂ-;


덧붙임2.
책 날개의 저자 출생연도(1990) 보고 좌절했다능...;ㅂ; 그렇다능...;ㅂ;
이 책을 처음 본 건 이태원에 있는 카페 Botton에서였습니다.(링크) S랑 같이 놀러갔던 그 때, 테이블 위에 놓여 있던 책이 이 책이었거든요. 스륵 훑어보다가 사진이 굉장히 마음에 들어서 기억해두고는 나중에 도서관에서 찾았습니다. 들어와 있는 것이 신기하긴 했지만, 따로 신청할 필요가 없어 편하더군요.

책의 부제는 3191 miles apart입니다. 3191마일이나 떨어진 Vettese, Barnes라는 두 사람이 블로그를 통해 소통합니다. 그날 그날의 일상 사진을 찍어 블로그에 올리기를 딱 1년. 그것도 제목 대로 아침의 사진들을 모아 찍어 놓은 겁니다. 어떻게 보면 『다카페일기』와도 비슷하지만, 이쪽은 일일 포스팅이었다는 점과 사진에 대한 그 어떤 멘트도 없다는 점이 다릅니다. 앞의 서문을 제외하면 오로지 사진만 담아 놓았습니다.

사진의 느낌은 굉장히 부드럽고, 평온하고, 일상적이며 따뜻합니다. 보고 있자면 저도 이렇게 한 장씩 사진을 찍어 올려보고 싶어진다니까요. 물론 저는 게으르기 때문에 사진을 밀려 포스팅하기 마련입니다. 그러니 날마다 사진을 찍어도 날마다 사진 올리는 것은 어려워요. 게으름을 타파하면 가능하긴 하겠지만 날마다 한 장의 서로 다른 아침 사진을 찍는다는 것도 쉽지는 않습니다.
그러니 이 두 사람이 대단해 보일 수 밖에 없지요.

일상 사진, 일상 풍경에 관심있으시다면 추천합니다.:)



Maria Alexandra Vettese, Stephanie Congdon Barnes. 『A Year of Morning: 3191 miles Apart』. Prinseton Architectual Press, 2008, US$21.95.

...
솔직히 말하면 서문은 대강 읽고 넘겼기 때문에(영어 울렁증) 더 자세한 이야기를 쓰지 못했습니다. 하하하;ㅂ;
감상 한 줄 요약: 이제 그만....OTL


레이크 에덴, 조앤 플루크의 쿠키단지 시리즈 최신 시리즈입니다. 영어권에서도 아직 다음 권은 나오지 않았네요.

이번 책이 16번째 책이라는데, 보다보면 도대체 언제까지 질질 끌거냐는 소리가 튀어 올라옵니다. 지난 권에서 웬만큼 정리되고 슬슬 진도 나가나 싶었는데 안 나갑니다. 대신 엉뚱한 사람이 진도를 빼더군요. 혹시라도 이 커플과 합동결혼식을 올린다며 나서지 않을까, 그렇다면 가능성이 있지 않을까 희망을 걸어보지만 희망 고문이 될 거라는 건 저도 압니다. 그 커플이 결혼식을 할지 어떨지 모르지만 한다면 그것만으로도 두 세권은 더 이야기를 끌 수 있겠네요.
이쯤되면 레이크 에덴 시리즈는 그냥 레시피가 실린 소설로 보고 말아야 할지도 모릅니다. 제발, 결혼 시키라니까요? 한나의 의지박약도 10권 넘게 끌고 왔지 않습니까. 본인 입으로도 왜 그 사람하고 결혼하지 않는지 모르겠다 하지 않았습니까.-_-+


하여간 그 이야기는 넘어가고.
이번 권은 앞서 나온 『시나몬 롤 살인사건』과도 이어집니다. 가끔 이렇게 연결되는 권이 있는데 이번 권도 거의 이어져서 이야기가 진행되더군요. 앞서 해결되지 않았던 사건이 여기서 하나 해결되고, 사망플래그가 뜬 인물도 이번 권에서 사망합니다. 드디어.-_-; 하기야 그 것 하나만으로도 이 책은 잘 보았다 생각할 수 있겠네요.
그리고 이번 권에서 처음으로 한나는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를 받습니다. 그것도 제1용의자로요. 그 때문에 마이크에게 삐지기도 했지만 여전히 좋아하는 모양입니다. 제발 그만좀 해.OTL

레드벨벳 레시피를 어떻게 풀어낼까 궁금했는데 신기한 재료가 몇 가지 들어가더군요. 가장 궁금한 건 커피 쿠키인데, 이건 나중에 시도해보고 싶습니다. 그러고 보니 당밀이 들어간 쿠키도 앞서 만들어보고 싶다 생각했는데 홀랑 잊고 있었습니다. 집에 당밀도 있으니 이번 추석 연휴에 시도해볼까요.



...
말은 이리 해도 분명 다음 권 나오면 불평하면서 또 집어들겁니다. 하하하.;ㅂ;


조앤 플루크. 『레드벨벳 컵케이크 살인사건』, 박영인 옮김, 해문출판사. 2013, 14000원.

꾸준히 시리즈를 내주는 해문출판사에 감사드립니다. 크흑;
영어판으로 읽어도 그럭저럭 읽겠지만 한글판의 속도는 못 따라오니까요. 게다가 번역자가 꾸준히 해준다는 것도 다행입니다. 그리고 책 내용 분량에 비하면-특히 일본소설들에 비하면 분량 당 가격이 못 따라오죠.;
다 읽긴 했는데, 연재에서 빠진 부분만 읽은 셈이라 완독이라 하기에는 부족합니다. 나중에 시간이 나면 찬찬히 다시 읽어야지요. 지금 영문 텍스트 해석해야 하는 것이 있어서 말입니다. 음하하하.;ㅂ;


조아라에서 완결까지 연재되고 외전편을 덧붙여서 이북 4권짜리로 책이 나왔습니다. 한 편당 300쪽이 넘으니 이북치고는 상당히 많은 셈입니다. 그러니까 라노베로 낸다고 해도 책 4권이 된다는 이야기입니다. 분량이 상당하지요.

한 사람이 쓴 것이 아니라 두 작가가 힘을 합쳐 같이 세계관을 설정하고 이야기를 썼습니다. 정연주, 양효진이라는 작가인데 정연주씨는 필명이 아니라 주로 본명으로 활동하고 양효진씨는 조아라에서 필명 둥근보름달로 연재합니다. 조아라 외에서도 많아 활동하는 걸로 알고 있지만 다른 쪽은 들어가질 않아 모르겠습니다. 그도 그런게 조아라 외에 다른 소설 사이트를 찾아 들어가기 시작하면 아마 제가 다른 걸 할 수 있는 시간이 확 줄어들 겁니다. 활자 중독에 가까운 상태라 한 번 파기 시작하면 끝이 없어서.-_-; 조아라 외의 다른 소설 사이트를 찾지 않는 것은 그 때문입니다.


하여간 헤스키츠는 두 사람이 써서 그런지 연재 속도가 꽤 빨랐습니다. 둘이 써도 느릴 수 있는데, 이 경우는 의논하면서 세계관이 확장되고, 정립되고, 그러면서 재미가 붙은 모양이더군요. 후기에서 그런 이야기를 종종 읽었습니다. 그래서 연재 속도가 상당히 빠르고 분량도 빵빵했지요. 덕분에 찾아보는 재미가 있었습니다. 음훗훗.

학생 연애물, 학원물이라고 전체 내용을 요약할 수 있습니다. 외전까지 다 보았는데, 외전 이야기도 딱 칼리지-즉 대학 입학 전에 끝납니다. 아카데미라고는 하는데 분위기를 봐서는 중고등학교를 통합한 형태로, 해리 포터 시리즈에도 나오는 형태의 6-7년제 사립학교입니다. 등록금이 어마어마하다는 이야기가 나오고 대부분의 수업 시간표는 학생들이 스스로 짜며 수업은 강의식으로 진행되고 교사가 아니라 교수 혹은 외부 초빙 강사가 맡습니다. 학교에서 벌어지는 다양한 이벤트도 나오는데 보고 있노라면 나스 유키에의 『여기는 그린우드』가 생각날 때가 많습니다. 아마 운동회의 장면 때문에 그럴 겁니다. 그린우드에서도 가장 강하게 기억에 남은 곳이 운동회 장면이라 말이지요.

빡센 고3 학창시절을 그리긴 했지만 몇몇은 제가 겪어 보지 못했던 것도 있습니다. 축제를 학생들이 스스로 이끌어서 주도하는 건 제가 다닌 학교에서는 없었거든요. 외부인을 초청한 대형 축제 같은 것은 불가능했습니다. 운동회도 적당히. 요즘은 다를지도 모르지만 제가 다닐 때는 그랬습니다. 뭐, 고등학교 때의 추억을 떠올리라고 하면 저기 마리아나 해구 심연에다 처박아 놓고 핵폭탄을 날려버리고 싶은 그런 류의 것들만 나와서 그런지도 모르지요. 하하하하.


헤스키츠의 이야기 중 가장 공감이 안된 건 연애담입니다. 저희 때만해도 학생들 사이의 연애는 관리 대상이었습니다. 아, 이런 시간(+공간)적 격차라니. 그래도 이러니 판타지 소설인 거죠.

기본 이야기는 만년 차석으로 한 번도 수석을 차지한 적이 없는 여주인공이 남주인공에게 라이벌 의식을 불태우는 이야기입니다. 그 와중에 엄친아 남주인공은 여주인공에게 호감을 느끼고 슬쩍 접근을 시도하지요. 그런 사실을 인식하지 못하는 사이에 여주인공이 홀라당 넘어가고, 결국에는 전교 수준으로 닭털을 날립니다. 본편 마지막에 날린 닭털은 거의 상상을 초월하는 수준입니다. 본편 완결되었을 때 읽고서는 폭소를 터뜨렸지만 그 뒤에서는 닭살이 돋아 고생했으니까요. 이놈.;

세부 이야기는 자세히 밝히면 재미가 없으니 넘어갑니다. 이북치고는 가격이 높은 편(?)인 것은 페이지 수 때문일거라 생각하고요. 교보에는 올라와 있지 않고 응24를 포함한 몇몇 서점에 들어와 있습니다. 주로 교보 이북을 쓰는데 이번에는 어쩔 수 없이 응24도 같이 쓰게 되었습니다. 저는 교보쪽 이북이 취향인데 응24이북은 ... 책장 넘어가는 페이지 구현하는데 왜 신경을 쓴 건지. 그런 건 필요 없단 말이닷. 아무래도 이런 모양을 만들려면 꽤 자원을 잡아먹을텐데.-_-;


언제 날잡고 느긋하게 달달한 밀크티랑 과자 가져다 놓고 읽어야 겠네요. 훗훗훗. 추석 때 그래봐야겠습니다.



양효진, 정연주. 『헤스키츠 제국 아카데미』1-4(완). 그래출판, 2013, 1권은 무료, 2-4는 2000원.
스티븐 레빗의 『괴짜 경제학』은 굉장히 좋아하는 책입니다. 물론 주류에서는 인정받지 못할 이야기인지 모르지만, 사회적 사건에 대한 시선을 다른 곳에서 이렇게도 볼 수 있다는 걸 알려주거든요. 『괴짜 경제학』에 등장하는 여러 이야기 중에 기억 남는 것이 몇 가지 있는데, 적어보면 대강 이렇습니다.
- 범죄율 저하는 낙태와 관련이 있었다.(미국의 사례)
- 입양된 아이의 성적은 양부모와 관련이 없다. (그러나 학교 졸업 이후, 성인이 된 다음의 삶은 유의미하게 달라진다.)
- 마약상들은 돈을 잘 벌 것 같지만 그렇진 않다.

사실 제일 관심 있었던 것은 두 번째 이야기였고, 관련 정보는 진화심리학 등의 책에서도 여럿 보았습니다. 본성과 양육 중 어느 것이 더 영향을 주는가에 대한 논의와 관련이 있지요.
하여간 이 중 세 번째, 마약상에 대한 이야기는 수디르 벤카테시라는 대학원생이 시카고의 마약상들에 대한 심층 연구 조사를 하다가 얻게된 어느 자료를 통해 밝혔다고 나옵니다. 『괴짜 사회학』은 그 이야기를 좀 더 자세히 다룹니다. 『괴짜 사회학』의 저자는 수디르 벤카테시로 이 책은 그 연구의 전모를 다룹니다. 그가 아직 시카고의 대학원생일 때 가난한 사람들에 대한 생활이나 가난의 이유, 가난의 대물림 등에 대한 연구를 위해 가장 가난한 지역-우범지역에 들어갑니다. 거기서 제이티라는 인물을 만나는데, 중산층에 세상물정 모르는 대학원생에게 호감을 가진 그 중간 보스께서 수디르를 옆에 두고 데리고 다니는 것이지요. 『괴짜 사회학』은 그 과정을 찬찬히 다루고 있습니다.

그러니까 이 책의 자세한 내용은 흑인들이 주로 사는 슬럼, 혹은 우범지대에서의 생활을 생생하게 보여줍니다. 그게 단점이기도 하고 장점이기도 한 게, 벤카테시는 범죄 사실을 알면서도 고지하지 않은 죄로 경찰에 입건될만한 소지가 분명 있습니다. 아니 과거형으로 었습니다가 맞나요. 지금은 그 지구가 재개발이 되어 없으니 말입니다. 또 다른 주인공인 제이티도 다른 곳으로 이주했고요. 하여간 아무것도 모르는 얼굴로 이리 얼쩡, 저리 얼쩡대고 있었을 벤카테시를 생각하면 모골이 송연합니다. 무사히 살아 남아 이런 글을 쓴 것이 신기할 지경이네요.
지금이야, 콜롬비아 대학 교수지만 말입니다.(먼산)

『괴짜 경제학』과 비슷한 내용을 기대하고 책을 골랐다면 실망하기 쉽습니다. 이 책은 밀착 연구담을 풀어 놓은 것, 혹은 대학원생이 되어 본격적으로 시작한 풋풋한 첫 연구에 대한 글에 가깝기 때문에 자세한 분석 같은 것은 거의 없습니다. 실패담을 뒤섞은 자료 수집담에 가까울지도 몰라요.
그래서 읽다가 많이 졸았습니다. 책 후반부는 거의 날려가며 보았고요.


혹시라도 저처럼 『괴짜 경제학』을 떠올리며 책을 집어들 분들께는 다시 한 번 생각해보시라고 말하렵니다. 재미없거나 얻을 것이 없는 책은 절대 아닙니다. 연구할 당시의 (흑인들을 중심으로 한) 슬럼 생활을 생생하게 보여주며 그 안의 부조리와 그 밖의 부조리도 함께 보여주니까요. 왜 슬럼에서는 경찰을 부르지 않으며, 왜 구급차를 부를 수 없는지도 나옵니다.
그런 이야기를 보시기엔 괜찮은 책이라고 생각합니다.


수디르 벤카테시. 『괴짜 사회학』, 김영선 옮김. 김영사, 2009, 15000원.


나온지 오래된 책이로군요.-ㅁ-; 『괴짜 경제학』을 읽고 나서 본다면 감상이 조금 달라졌으려나?; 그렇지는 않을 겁니다.;
예전에는 조아라 독서목록 작성하기가 훨씬 수월했던 게, 파이어폭스에서 히스토리를 확인하면 각 페이지에 작가 이름-소설제목이 같이 나왔습니다. 조아라가 최근에 대대적으로 개편하면서는 모두 JOARA라는 제목으로 통일되어서 개별 소설을 확인할 수 없어요. 젠장.-_-; 그 때문에 아마 올해의 조아라 독서 목록은 안 올라갈 겁니다.

그래서 선작하는 소설이 확 늘었습니다. 선작 소설 많이 늘리는 것 좋아하지 않는데 어쩔 수 없습니다.
최근의 독서 경향은 거의 BL입니다. 책은 BL을 안 보고 있다고 주장....;....
괄호 안은 전체 편수입니다.


방글라, 황후의 자격(48). 완결.
BL, 차원이동+빙의.
차원이동 이야기인데, 정신을 차려보니 제국의 황후 몸 안이랍니다. 황후도 남자. 기억이 남아 있기는 한데, 모든 기억이 있는 건 아니라서 좌충우돌합니다. 이렇게 적으면 개그일 것 같지만 전체적으로 분위기는 가라앉아 있습니다.
몸에 들어와보니 황후와 황제 사이는 굉장히 안 좋다고 합니다. 그 계기가 된 것이 바론이라는 마법사가 죽은 뒤라 하는데, 제대로 된 정보가 없는 상황에서 자신이 타인이라는 것을 들키지 않고 황제와 줄다리기를 해야하고, 그 와중에 황제에게 호감을 느끼는 걸 잘 조정해야합니다. 게다가 황후의 아버지인 공작은 자신의 아들, 즉 황후를 꼭두각시로 대합니다. 균형잡기가 쉽지 않지요.
이게 재미있는 건 "왜 차원 이동이 되었는가?"의 수수께끼를 끝까지 남겨 놓기 때문입니다. 아주 짜임새 있게 잘 썼다고 하기에는 조금 부족하지만 저는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그런 수수께끼를 끝까지 끌고 나가기는 쉽지 않으니까요.
완결되었으며 해피엔딩입니다. 그리고 외전편에는 상당히 진한 베드신이 있으니 주의하며 보시어요.-ㅂ-;


BORAM, 시궁창의 천사(41). 본편 완결.
아직 외전은 진행중입니다. BL.
현대 배경의 판타지라고 해도 되겠네요. 내용은 금주캠페인..?
재미있게 읽은 건 임신공이 등장하기 때문입니다. 임신공은 가끔 등장합니다. 임신수만 있는 건 아니예요. 최근에 보았던 작품 중에는 드래곤이 등장하는 것 중에서 주인수가 하도 괴롭힘을 당하다 주인공을 덥쳐서 임신시켰다는 내용이 있었지요.; 이건 조금 다릅니다.
자세한 이야기를 하면 아무래도 내용을 다 적어야 하니 넘어가고, 일단 임신공이라는 점, 판타지 배경을 섞은 현대라는 점이 재미있습니다.
아침에 일어나보니 낯선 곳에 옆에는 알몸의 누군가가 누워있는데, 곰곰이 기억을 더듬어 보니 이 모든 원흉은 친구가 준 이상한 약이었습니다. 하여간 자고 일어나 허둥지둥 거리니, 간밤을 같이 보낸 초절정 미인이 이것저것 부려먹습니다. 그리고 그 뒤는 둘이 어떻게 같이 살게 되는지를 다루는 것이 주 내용입니다. 본편은 아기를 낳는 부분에서 끝나니까요. 외전은 역시 아기의 이야기. 아빠와 아빠를 반반씩 닮은 귀여운 녀석입니다. 훗훗.


산슈, 누나의 나세(58). 완결.
이것도 BL, 차원이동, 빙의.
이쪽은 내용이 더 가볍습니다. 이것도 차원이동. 아니, 적다보니 왜 다 차원이동이지.ㄱ-;
시스터 컴플렉스가 있는 주인공은, 누나 때문에 화가 나서 가출했다가 차원이동을 합니다. 떨어진 곳이 판타지 세계인데다 만난 사람은 굉장한 미인, 아니 미소년입니다. 건방지긴 하지만 지위를 생각하면 납득이 되는데, 거기서 만났다가 열흘 뒤에 다시 본래의 세계로 돌아갑니다.
그랬는데, 몇 년이 지나 교통사고로 사망하고 나서 정신이 들어보니 옛날 그 세계입니다. 다른 것은 이번엔 혼만 떨어졌다는 겁니다. 그것도 꽤 망나니로 소문난 인물에게 말입니다. 다행히 그럭저럭 적응해서 살아가는데, 옛날의 그 꼬마를 다시 만납니다. 그리고 그 뒤로는 죽 연애담...-ㅂ-;
설정이니 뭐니 생각하기 보다는 가볍게 볼 수 있는 BL입니다. 베드신은 진하지 않지만 달달함의 강도는 꽤 높습니다.


팔구K, 제국의 기사(88). 완결.
최근에 보았던 모든 BL을 통틀어 가장 달달한 이야기입니다. 특히 막판에 본격적으로 연애담을 시작하면서는 주인공들의 주변 인물은 물론이고, 읽는 사람도 설탕에 절어 죽을 것 같습니다. 으아...;
소드마스터가 넘치고 넘치는 검의 제국이 한 곳 있는데, 그 곳에서 최연소 소드마스터인 열살짜리 꼬마가 나타납니다. 하지만 소드마스터가 탄생했다는 소식만 들렸을 뿐, 그 뒤 등장하지 않았던 그 꼬마는 열일곱에 참전하여 이웃 국가와의 전쟁을 승리로 이끌어 냅니다. 그 때 본격적으로 데뷔를 하는 셈인데, 감정을 드러내는 것과 사람과 교류하는 것에 어려움을 겪는 소년-청년이 점차 다른 사람들과의 관계를 엮어내고 연애를 하는 것이 주요 내용입니다. 80편이 넘기 때문에 꽤 길긴 한데 뒷부분은 2세대에 해당하는 아이들의 이야기입니다.
솔직히 말하자면 전 초기의 연애담은 재미있게 보았지만 뒷부분은 안 맞았습니다. 특히 2세대의 이야기는 안 보는 것이 나았겠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왜 그런지 저도 정확하게 짚어낼 수는 없는데 하여간 주인공들의 이야기는 굉장히 달달해서 보는 재미가 있었습니다. 이것도 날 잡고 읽기 시작해 단번에 다 보았으니까요.

달달한 이야기만 나오는 것은 아니고 상당히 묵직한 이야기도 언급됩니다. 전쟁과 죽음, 그걸 이겨내는 모습 등등.


달초하, The bloodthirsty kid(86). 완결.
SF에 가까운 BL입니다. 용병물 혹은 군부물이라고 해도 이상하진 않은데.. 아니, 이거 뱀파이어로 봐야 겠네요. 뱀파이어 키잡물?
조금 먼 미래에, 인류는 변종 좀비 같은 존재들에게 시달립니다. 그 때 특수부대 소속인 어떤 인물이 그런 존재들을 몰살시키고 멸종시킵니다. 그리고 새로운 마물 비슷한 것들이 다시 나타나자 군부에서는 은퇴하여 쉬고 있던 이 사람을 끌어 들입니다. 이건 초반 이후의 이야기이고, 시작은 꽤 귀엽습니다. 어느 겨울밤, 38층 아파트 베란다에 작은 소년이 나타나면서 이야기가 시작되니까요. 앞 부분만 몇 번이나 다시 읽었습니다. 흐흐흐.
소설 전체에 깔려 있는 복선들이 많아서 제대로 수습될까 했는데 잘 풀어냈습니다. 주인공이 상당히 세지만 잘 조절했다는 점도...-ㅂ-
(제일 놀랐던 것은 작가가 올해 고 3이라는 거였습니다.OTL)


트라피체, Dear My Brother(42)
BL. 형제 근친입니다.
이쪽은 글이 조금 왔다갔다 하긴 하는데... 형을 절절하게 좋아하는 동생이랑, 그런 동생이 자신에게 거리를 둔다고 생각해서 멀리했던 형이 다시 손을 잡기까지의 이야기라고 요약할 수 있겠네요.
군더더기가 많은 이야기라고 생각은 하지만 가볍게 보기에는 나쁘지 않습니다. 어디까지나 제 기준입니다.-ㅂ-;


ㅇㅔ코, 파릇파릇.(22)
BL. 환생물에 가깝습니다.
죽었다가 정신 차려보니 이상한 곳에 갇혀 있습니다. 그런데 주변에서 아주 무서운 것들이 왔다갔다 하며 정체를 가르쳐 줍니다. 그리고 빛을 보았을 때...?
굉장히 밝은 분위기의 판타지 BL입니다. 진행중이긴 한데 길게 갈 이야기는 아닙니다. 지금까지 거의 보지 못했던 식물수. 아니, 나무의 정령이 수인 것은 본 적 있지만 식물이 수인 것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그리고 황제가 공이예요.
길게 쓸 수 있는 사건들도 가볍게 짚고 빨리 진행시켜서 좋습니다./ㅅ/


판티움, Gene.(11)
근미래SF, BL, 임신수.
몸이 좋지 않아서 병원에 갔더니 임신이랍니다. 아마 아이 아버지는 그 한달 전에 바에서 만나 호텔에 갔던 사람인 것 같은데, 누군지 모릅니다. 누군지 알아보려고 바에 갔다가 다른 남자를 만났는데..(하략)
아직 초반부라 자세히 다룰 내용도 없군요. 근미래SF라고는 하지만 초능력이 있다는 점에서 그런 것이고, 주된 내용은 주인공과 주인수가 어떻게 연애를 시작하느냐가...-ㅂ-;


LiKeA, 내조의 여왕(17)
로맨스, 판타지, 성장물, 육아(!)물.
사교계뿐만 아니라 왕국 전체에서 굉장히 칭송받는 백작가의 딸래미가 결혼을 했습니다. 그런데 결혼 상대가, 잘나가는 구혼자인 공작가 장남도 아니고 황태자도 아니고 천재 마법사도 아니고 천재 기사도 아닙니다. 이복동생에게 밀려 승계권도 없는 남작의 아들이랍니다.
라는 것이 표면적인 이야기고, 실제 이야기는 머리 팽팽 잘 돌아가고 실력을 감추고 있는 여주인공이 자신이 오매불망 사랑하는 남자를 잘 키워내는 겁니다. 그러니까 평강공주와 바보온달의 판타지판입니다. 아예 소설 설명에도 그리 나와 있고요.
여주인공이 겉보기와는 달리 아주 강하기 때문에 다른 타입의 키잡 .. 아니 성장물하고는 조금 다릅니다. 읽다가 가끔 생각하지만, 여주인공(플레이어)이 낮은 레벨의 남자주인공을 열심히 훈련시키고 진행 도중 등장하는 중간 보스를 물리쳐 최종 보스까지 정복하는 것이 목표인 걸로 보입니다. 각각의 중간 보스는 물리치고 난 뒤 파티원으로 끌어 들여 남자주인공을 훈련시킬 수 있습니다.(...)


가막가막새, 우리들의 시간(49)
BL, 회귀물.
회귀이긴 한데 생각보다 회귀 전이 의외로 깁니다.
주인공은 어부지리가 아니라 어부지해(害)로 황제가 됩니다. 원래 황제가 될 생각이 없었던 터라 엉뚱하게 황제가 되었는데, 그 때문에 귀족들에게도 상당히 휘둘립니다. 후계자를 두고 염원하던 대로 편안히 잠들 수 있게 되었는데, 정신을 차려보니 어렸을 그 때로 돌아왔습니다. 모든 사건이 벌어지기 전인데다 돌아온 뒤의 상황은 회귀 전과는 다르게 흘러갑니다.
기본 이야기는 이렇습니다. 주인공 요나스가 회귀하게 된 이유는 황자의 난이 일어날 당시, 자신을 탈출시키기 위해 죽어갔던 이름모를 기사 때문입니다. 회귀해서는 그 기사와 엮이는 건 당연하고요. 기사공-황자수입니다.
동성애를 그리 장려하지 않는 터라 아직은 숨기고 있는데 그래도 달달달달달함은 감출 수 없습니다. 읽고 있노라면 참..ㅠ_ㅠ


미리예르, MAMA(15)
육아물입니다.
1부를 끝내고 나면 다음에는 로맨스에 해당하는 2부가 등장한다는데, 1부가 상당히 마음에 들어서 말이지요. 흐흐흐.
집안 사정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정략결혼에 가까운 형태로 후작이랑 결혼을 합니다. 그것도 세번째 부인으로요. 결혼 후 한 달 만에 영지로 내려와 남편을 기다리는데, 왕궁에서 결혼 승낙을 최종 인가 받고 내려오는 도중 괴한에게 습격당해 죽었답니다. 그리하여 첫날밤 치르기도 전에 미망인. 게다가 알고 보니 후작한테 아들이 있었다네요? 숨겨진 아들을 훌륭하게 잘 키워서 후계자로 인정 받아야 하고, 후작이 사라져 흔들리기 일보 직전인 후작가를 지켜내야 합니다. 이것이 퀘스트..(...)
재미있습니다.+ㅅ+


알페나, immortality(17)
BL, 빙의, 근친물입니다.
아직까지는 분위기가 굉장히 가라앉아 있는데, 달달한 이야기가 조만간 나올 것이라 기다리고 있습니다.
동성애가 금기시되는 나라에서, 공작의 동생은 자신의 형을 사랑합니다. 하지만 입밖에 낼 수는 없고, 형제간의 사이도 그리 끈끈하진 않습니다. 좋아하는 마음을 꾹꾹 눌러 숨기고 전쟁에 나갔다가 사망하고 깨어보니 이미 자신은 죽어 장례를 치뤘다 하고, 현재 있는 몸은 백치였던 막내동생의 것입니다.
그렇게만 이야기 하면 달달한 이야기가 나올 법 한데, 일단 공작의 사정, 동생의 사정, 친구의 사정 등등이 뒤얽혀서 간단하게 서술하기는 어려운 이야기를 만들어냅니다.
일단 지금 영혼이 동생의 몸에 들어온 주인수가 고지식한데다가 조금 많이 둔해서...(먼산) 갈 길이 아직 멉니다. 크흑; 언제쯤 달달한 이야기가 나오려나요.



대부분이 BL이라는 것이 함정이라면 함정이지만. 하하하.;ㅂ;
쓰다가 보니 저도 궁금합니다. 도대체 제가 읽는 소설의 기준이 뭔지 모르겠어요. 물론 판타지 BL은 보고 현대물 BL은 질색한다는 것까지는 알겠는데, 어떤 소설은 재미없다고 집어 던지고 어떤 것은 글이 그리 좋지 않다 생각하면서도 계속 봅니다. 희한하지요.; 할렘물은 질색하니 그런 쪽도 전부 배제하는데 그래도 몇몇 글은 제가 왜 봤는지 저도 신기하기도 하고..ㄱ-;

취향이란 본인도 종잡을 수 없는 건가봅니다.;
묶어 쓰는 책은 대체적으로 마음에 덜 와닿은 책입니다. 그런 거예요...-ㅂ-;

요네하라 마리의 책은 지나치게 직설적이라 읽기 버거울 때가 있습니다. 뭐, 제가 속물이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이번 주제는 제게는 많이 버겁더랍니다. 먹는 것이나 애완동물 관련은 재미있게 보았는데 속옷의 역사를 아주 직설적으로 파헤치는 이 책을 보고 있노라니 막판에는 두 손 들고 휙휙 장을 넘기게 됩니다.

전체 이야기를 한 문장으로 요약하면 '팬티가 먼저? 바지가 먼저?'이고. 조금 더 자세하게 설명하면 러시아와 서양과 일본의 속옷 역사와 차이입니다. 문제는 그 속옷의 역사가 화장실 예의의 문화적 차이와도 연결된다는 겁니다. 아니, 가장 쇼크였던 것은 역시 러시아에서는 화장실에서 휴지를 쓰지 않았고 팬티도 비교적 최근에 입기 시작했다라는 겁니다. 셔츠에 해당하는 겉옷 자락 끝부분이 진한 노랑 혹은 갈색으로 물들었다는데서 두 손 들었습니다. 거기에 훈도시 이야기까지 넘어가면 더더욱. 허허허.;ㅂ;

하지만 재미있었던 것은 생리용품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에도시대의 생리용품이 어땠을 거라는 이야기를 읽다보니 한국은 어땠나 싶더라고요. 그러니까 정확히는 조선시대 말입니다. 삼국시대나 고려시대의 자료는 거의 없겠지만 조선이라면 있지 않을까요? 가랑이가 훤했던 에도의 속옷과는 달리, 조선시대에는 잠방이라는 것도 있었으니 말입니다. 속곳이라 부르지요. 이전에 배웠던 걸 떠올리면 두 세 개 정도는 겹쳐 입었을텐데 말입니다. 하지만 이게 고정형은 아니고 벙벙한 바지였으니까 기저귀 타입의 생리대는 고정이 어려웠을 것 같습니다. 과연?
이런 종류의 책은 본적이 없으니 학술 논문으로라도 있나 찾아볼 생각인데 없을 것 같아요.ㄱ-; 점잖빼는 학자들 성격에 이런 적나라한 이야기는 안 나올 것 같아...;


다른 책 두 권은 그냥 읽고 넘어갔습니다.
『세상의 모든 넛츠 레시피』는 음식만드는 여러 사람들에게서 견과류를 이용한 다양한 레시피를 모아 나열한 건데, 제 취향은 없었습니다.
『계절의 선물』도 마찬가지. 여기서 제일 마음에 들었던 것은 맨 앞에 나온 비스코티라, 이건 제가 집에서 쓰던 레시피랑 비슷하더군요. 뭐, 제가 만들면 기름이 한 방울도 안 들어가긴 합니다만 이쯤되면 진짜 비스코티라고 부를 수 있나 싶은 괴식이 나오긴 하지요. 하하하;


요네하라 마리. 『팬티 인문학』, 노재명 옮김. 마음산책, 2010, 12000원.
닥터넛츠. 『세상의 모든 넛츠 레시피』. 영진미디어, 2013,15000원.
문인영. 『계절의 선물』. 북하우스엔. 2012, 12800원.

책 사온지는 한참 되었는데 리뷰는 이제야 올립니다. 그 간 대여섯번 정도 돌려 읽은 것 같네요. 조아라에서 연재하는 동안에도 내내 돌려보았으니 도합 몇 번이나 본 것이려나요.-ㅂ-;

제목에도 적었지만 BL 소설인데다가 취향이 갈릴만한 내용입니다. 근친이거든요. 물론 소설 속에서는 제국에서 근친을 허용한다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배경이 판타지이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겠지요. 그러니 대강의 내용을 풀어 보자면.....

이 소설의 주인공은 형님바라기인 티온입니다. 제목은 두 가지로 해석할 수 있는데, 그 두 가지 모두에 해당된다는 것은 주인공(功)인 라스테온과 수인 티시온(티온)이 형제이기 때문입니다. 아주 어렸을 적부터 형님 뒤를 졸졸 따라다니던 티온은 신관이 된 형을 따라 신전기사가 되기 위해 쫓아옵니다. 라스테온은 그런 동생을 잘 챙겨주는 것 같으면서도 굉장히 괴롭히는데, 이건 어렸을 때부터 이어진 유구한 전통(!)입니다. 티시온은 형 뒤를 졸졸 쫓아다니고, 라스테온은 무심한듯 시크하게 동생을 괴롭힙니다. 그건 특히 동생이 형님 마음에 차지 않는 행동을 할 때 더합니다. 절대로 지면 안되는 그놈에게 대련에서 지고 온 날도 그랬습니다. 라스테온은 그 녀석에게 지고 온 동생을 아주 친절히 굴려줍니다. 그리고 그 다음날 아침 사건이 터집니다. 아침에 일어난 티시온의 액면가 나이는 다섯살.-ㅁ-; 그리고 라스테온 앞에서만큼은 정신마저도 다섯살 수준이 됩니다. 뭐, 형님과 내내 붙어있었으니 책에 등장하는 티시온의 모습은 다섯살 꼬맹이라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그리고 이 모든 것은 신의 농간입니다. 으허허.; 책의 앞부분은 노랑 병아리인 티시온이 얼마나 예쁜짓을 하는지가 중점이고, 뒷부분은 사랑의 장벽(...)을 넘어서 둘이 이어지는 것이 주요 내용입니다. 1-2권으로 나뉘어 있는데 전체 분량의 65% 가량이 본편, 30% 가량이 같은 이야기를 라스테온의 입장에서 보는 외전, 5%는 조아라에는 올라오지 않은 특별 외전입니다. 뒤의 외전은 보고서 폭소했습니다. 왜 신과 사이가 좋고 나쁜지가 아주 극명하게 드러납니다. 읽고 나면 티시온이 앞으로 몇 년간은 참 불쌍하다는 생각이 확 올라오는 것이..(하략)


그러니까 이 책의 결론은 그겁니다. 티시온 귀여워요! /ㅅ/


알페나. 『Only my brother』1-2. 뿔미디어, 2013, 각 12000원.


근데 확실히 책 가격이 버겁...ㄱ-; 뭐, 재미있으니 만족합니다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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