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머니스트라는 출판사는 계륵과도 비슷한데, 버리기에는 괜찮은 책을 많이 낸데다 편집이나 책 디자인도 상당히 취향이거든요. 그렇다고 두고 보기에는 몇몇 뜨악한 책들이 있어서 말입니다. 그 책들만 아니면 괜찮을 터인데 말이죠. 직설적으로 쓰자면 진보 경향 출판사에 가깝습니다. 진보 경향이라는 썼지만 기존 질서 혹은 프레임에 도전하는 쪽이라 제 성향이랑 안 맞는 저자, 혹은 도전이라는 의미에서 틀린 주장을 하는 저자의 책을 내서 계륵이라 표현한 겁니다.

어, 그러니까, 몇몇 역사 블로그에서 학술적으로 비판 받은 어떤 저자의 책 때문에 그렇습니다.-ㅁ-;


하여간 그 때문에 **의 지구사 시리즈를 보는 것도 조금 많이 늦어졌습니다. 밀크의 지구사는 요즘 우유를 하루 한 잔 꼬박꼬박 마시고 있어서 궁금한 김에 집어들긴 했지요. 초콜릿의 지구사나 피자의 지구사보다는 밀크의 지구사가 더 재미있어 보였거든요.
우유가 아니라 밀크의 지구사라고 번역한 것은 차마 젖의 지구사라고 쓸 수 없었기 때문일 겁니다. 그렇다고 동물젖의 지구사라 쓸 수도 없고, 우유가 아니라 양젖이나 염소젖 덜 범용적인 젖들도 다루는데 소젖만 말하는 우유라고 번역할 수는 없잖아요. 그래서 넓은 의미로 동물젖을 가리키는 milk는 그냥 밀크로, 소젖을 가리킬 때는 우유로 번역한 모양입니다.


...
근데 솔직히 읽다가 비위상했습니다. 으흑.;ㅂ;
중국에서 우유를 제조한다고 했을 때 대단하다 생각했는데, 이건 아주 유구한 전통을 가지고 있더군요. 우유 공장 가공이 일반화되기 전에는 우유에다가 물뿐만 아니라 이것저것 많이도 섞었더군요. 그러니 우유는 불결하고 비위생적인 것으로 인식되었을테니까요. 게다가 서양에서 우유를 좋은 식품으로 인식한 것은 비교적 최근, 마시기 시작한 것도 그리 오래되지는 않았으니까요. 우유에 대한 인식도 그 당시에는 낮았고, 그 때의 생각들을 읽고 있다보면 우유가 정말 완전 식품인가라는 의심마저 듭니다. 우유를 좋아하다보니 읽는 내내 고역이었습니다. 크흑....;


한국 우유의 역사는 생각보다 흥미도가 떨어지는데다가 오타로 추정되는 것이 보이자 읽을 생각이 없어져서 넘어갔습니다. 역사가 일제시대부터 시작하다보니 손이 안가더라고요.;



해나 벨튼. 『밀크의 지구사』, 강경이 옮김. 휴머니스트, 2012, 1만 5천원.


읽고 나니 맛있는 우유 한 잔이 땡기더랍니다.-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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