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 솔직히. 이 책을 보면서는 정말 감탄했습니다. 책에 등장하는 다양한 식물학 용어, 학명, 영어명을 한국어로 상당히 깔끔하게 풀어냈거든요. 상당히라고 표현한 것은 제가 식물학 및 농학 전공자가 아니기 때문에 이게 정확하게 번역된 것인지 모르기 때문입니다. 책을 읽고 있노라면 이렇게까지 찾을 수 있다니, 누군지 몰라도 엄청나게 공을 들였구나 싶지요.

...

그런데 번역자 이름을 보고 시쳇말로, 뿜었습니다. 평범한 표현으로는 기겁했으며, 고상한 표현으로는 매우 놀랐습니다. 왜냐하면 제가 아는 분이었거든요. 이글루스의 프님이십니다.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번역자 이름을 확인하고 머릿속에 저 초성이 절로 터져 나오면서 크크크크 웃고 있었으니 말입니다. 아, 문어와 구어가 일치하는 언어 생활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하지만 정말로 저 때는 미친듯이 속으로 웃었습니다. 아, 프님. 이런 책도 번역하셨군요. 고생많으셨습니다.T^T

읽다보면 웃음이 나오지 않을 수 없습니다. 과일들을 크게 종으로 나누어 놓고, 그 종에 해당하는 옛날 식물학 서적에서 나온 삽화를 함께 실어 놓았습니다. 그 그림도 굉장히 예쁩니다. 책 자체도 예쁘고, 실린 그림도 예쁘고, 편집도 시원시원하니 보기 좋고, 책의 만듦새도 좋습니다. 아마 두 군데쯤 오타인지 띄어쓰기 실수인지가 있었던 것 같지만 넘어갑니다. 하여간 웃음이 나오는 건 책 자체가 유머를 담고 있기 때문입니다. 과일의 유래, 과일의 역사, 과일의 야사(野史)를 함께 보여주는데 그 뒷이야기들이 굉장히 웃깁니다. 어떤 의미로 웃기냐 하면 보카치오의 『데카메론』을 보는 것 같습니다. 과일과 관련한 미신 같은 것도 함께 등장하거든요. 엉뚱하게 사용하는 모습이나 엉뚱하게 오해받는 모습을 보며 비웃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나도 안 그런다고는 말 못하지..;

물론 유머만 담은 것은 아닙니다. 블랙 올리브 절임은 녹색 올리브를 염색-정확히는 화학처리-해서 만든 것이라든지,


다만 대황은 영어명인 루바브를 같이 기재했다면 좋았을 거라 생각합니다. 대황이라는 이름을 듣고 먼저 떠올린 것이 대마라..ㄱ-; 대마랑 순간 헷갈려서 대마가 먹을 수 있는 과일이었나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30초쯤 고민하고서야 대황이 루바브라는 것을 깨달았지요.

그리고 브레드프루트도 조금..? 이건 제 문제이긴 한데, 저는 빵나무로 번역한 쪽을 먼저 알고 있었거든요. 이건 어렸을 적 읽은 웅진세계전래동화 때문입니다. 하와이편에서 그렇게 빵나무를 강조한터라, 저도 빵나무로 자연스럽게 인식해서 그렇습니다.

노아와 가족붕괴는 그 .... 제가 알고 있는 이야기가 성경에 있는지는 모르겠습니다. 그러니까 노아의 방주가 다시 땅에 도착한 다음, 노아의 딸들은 인간의 번창에 대해 고민했던 모양입니다. 그리하여 노아에게 술을 먹여 취하게 한다음 동침했다고 했던 것 같은데.... 어쨌건 와인은 취할 정도로 마시면 안된다는 이야기겠지요. 하하하;

파파야에 불임효과가 있다는 말을 듣고 떠오른 것은 「그린 파파야 향기」입니다. 그 왜, 영화말입니다. 영화를 본 적은 없고, 그 내용만 대강 알고 있는데 그린 파파야에 불임효능이 있다니까 영화 제목이 그냥 들리지 않는군요.;

하지만 이 책에서 무엇보다 가장 웃겼던 것은 111쪽에 나옵니다. 사과에 대한 설명중에 이런게 있군요.

(중략)
사과에 함유된 다량의 펙틴은, 다른 과일로 젤리를 만들 때 사과를 같이 쓰는 이유이며(펙틴은 과즙이 굳는 것을 돕는다), 또한 인체를 방사선으로부터 보호하는 효과가 있다.

........................뭔가 이상해. 말이 안돼. 제가 가지고 있는 화학상식으로는 이해가 안됩니다?


그보다 훨씬 뒤쪽 페이지에는 옛날 옛적에, 불법 핵 선적물을 탐지하던 시절에는 경고등이 작동하면 바나나화물인지 아닌지 확인했다는 이야기가 나오네요. 대량의 바나나 화물은 핵 선적물의 오작동을 일으킬 수 있다고 합니다.


하여간 책도 잘 만들었고 읽는 재미도 있습니다. 식물이랑 과일을 좋아하신다면 읽어보시어요. 일단 T님께는 책 들이밀어봅니다. 후후후후~



마이크 다턴. 『세밀화로 보는 과일의 역사』, 정은지 옮김. 오브제, 2013, 13000원.

어디서 보았더라. 아마 교보문고에서 보았을 겁니다. 이 책이 나온 걸 알고 도서관에서 예약 걸어 놓고 빌려왔는데, 빌려온 뒤 책을 훑어보고는 이건 널리널리 알려 지름을 부추겨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리고는 두 주 전의 모임에 들고 나가서 두 분을 낚았고, 오늘 또 모임에 들고 나가 두 분을 낚았습니다. 도합 넷. 그리고 저. 그리하여 다섯 명이 구입목록에 책을 올렸습니다. 그만큼 마음에 드는 책이라는 거죠.

이 책이 좋은 건 판형이 일반 판형이기 때문입니다. 보통 이런 책이 나오면 판형이 크게 마련인데, 이건 보통 책 크기랑 비슷하네요. 당연히 책 전체가 다 컬러이고요. 얼핏 보면 이효재의 책과도 비슷해 보이지만 전혀 다릅니다. 잡담이 많은 비슷한 타입의 책들과는 달리, 이건 레시피가 상당히 많습니다. 앞부분은 왜 자신이 음식 만드는 것을 업으로 삼았는지에 대한 간단한 이야기가 있는데, 그 짧은 이야기 뒤에는 내내 다양한 저장식 만드는 법이 나옵니다. 일본 전통 먹거리부터 시작해 서양의 저장식도 함께 나옵니다. 코울슬로라든지 슈크르트 만드는 법도 있다니까요. 렌즈콩 절임, 베니쇼가(붉은 초생강) 만드는 법도 있습니다. 안쵸비도 있어요.

재미있는 건 B님이 지적한 대로, 저장식 만드는 법 뒤에 그 저장식을 활용한 일반 조리법이 있다는 겁니다. 예를 들어 산초 소금조림 만드는 법 뒤에는 절인 산초를 써서 만드는 멸치볶음이 있습니다. 정어리 오일 절임 뒤에는 이걸 써서 만드는 파스타가 소개되어 있습니다. 그렇게 활용법이 나와 있으니, 저장식품을 만드는 걸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활용할 수도 있겠더군요. 게다가 레시피도 이정도면 행간은 적은 편입니다. 없다고 할 수는 없지만, 이런 종류의 음식은 손맛이라 그 행간까지 적기는 쉽지 않겠지요.


최근에 보았던 요리책 중에서는 한 손에 꼽힐 정도로 마음에 드는 책입니다. 주문하면 당장 코울슬로부터 만들 것 같군요. 후후후후..-ㅠ-

고테라 미야. 『마법의 병조림』, 박문희 옮김. Style조선, 2013, 14000원.


저자가 간사이 출신이라, 그쪽 이야기가 조금 언급됩니다. 그 때문에 읽고 나면 교토 여행 가고 싶다는 충동이 생길 수 있으니 읽을 때 주의하세요.-ㅂ-;
원래 부제는 "나는 왜 다른 사람과 다른 유일한 나인가"입니다.
심리학 책에 가까운지라, 평소 같았으면 찾아볼 생각도 안했을 책인데, 어부님 이글루에서 보고는 호기심이 생겨 도서관에서 빌려다 보았습니다. 저는 굉장히 재미있게 보았는데 사람에 따라 취향이 갈릴거라 생각합니다. 호불호의 문제가 아니라 이 사람이 상대적으로 비주류학자이기 때문에 생기는 문제이지요.

저자인 주디스 리치 해리스는 한국에는 번역되지 않았지만, 『양육 가설』이라는 책으로 유명한 학자입니다. 하버드대 심리학 석사를 했지만 박사는 자격 미달이라는 이유로 하지 못했는데, 그 뒤에도 꾸준히 활동은 했답니다. 주로 대학교재를 집필하면서, 그 와중에 낸 책이 저 『양육 가설』이고, 엄청난 파장을 몰고 온 뒤에 이 책, 『개성의 탄생』이 나왔습니다. 그 때문에 상대적으로 이 책은 온건한 편입니다. 물론 어디까지나 상대적인 이야기지요.

전작인 『양육 가설』이 왜 그렇게 파장을 몰고 왔냐 하면 그 책의 내용을 주류학자들은 '그럼 부모는 필요 없단 말이냣!'이라고 요약하기 때문입니다. 보통 사람의 성격이나 행동 등에는 여러 가지 요인들이 영향을 준다고 하지요. 크게는 두 가지 요인을 드는데, 이 두 가지를 책 제목으로 요약할 수 있습니다. 『본성과 양육』. 즉, 선천적인 기질과 후천적인 환경이 사람을 형성하는데 영향을 준다는 겁니다. 『본성과 양육』을 읽을 때도 그랬지만 어느 한 가지 요인만으로는 사람의 성격과 행동을 100% 설명하지 못합니다. 그리고 여기서 주디 해리스는 반기를 듭니다. 그 두 가지를 모두 합쳐서 살펴보더라도 100% 설명할 수 없다고요. 이에 대한 문제 제기는 한 줄로 요약할 수 있습니다.

"일란성 쌍둥이는 성격이 왜 달라?"

...
그렇죠. 본성과 양육, 즉 유전과 환경이 사람의 성격과 행동을 결정하는 요인이라고 하면 둘다 거의 동일해야할 일란성 쌍둥이는 왜 다릅니까? 물론 일란성 쌍둥이라고 해서 동일한 환경에서 자라지 않았을 거란 반론이 있을 수 있습니다. 그럼 다시 물을 수 있습니다.

"샴쌍둥이는 성격이 왜 달라?"

책의 서두부터가 샴쌍둥이 이야기를 다룹니다. 샴쌍둥이는 수정란이 분할되어 일란성쌍생아로 형성되는 과정에서, 불완전한 분리가 일어나 장기 혹은 신체의 일부를 공유하거나 붙어 있는 쌍둥이를 말합니다. 첫 보고 사례가 태국의 쌍둥이 사례라서 샴쌍둥이라 부른다던가요. 하여간 이들은 몸이 붙어 있기 때문에 환경도 동일합니다. 그럼에도 이들 둘은 분명 구분할 수 있을 정도로 성격이 다릅니다. 동일한 사람으로 볼 수 없어요.
그렇다면 유전적 요인과 환경적 요인이 동일한 샴쌍둥이도 성격이 다르다면, 성격의 차이를 설명할 수 있는 또 다른 요인은 무엇인가. 그것이 이 책이 제기하는 질문이자 답입니다.-ㅅ- 답이 무엇인지는 설명하기 쉽지 않으니 읽어보시어요.


참고로 저는 이 책을 아주 즐겁고 재미있고 행복하게 보았습니다. 데헷~★ 오랜만에 이런 책을 읽으니 좋군요. 그러니 다음엔 『빈 서판』이나 『총 균 쇠』를 봐야겠습니다. 이 둘도 유명한데 아직 손을 대지 못했어요.;
(그 전에 일단 빌려 놓은 다른 책부터 보고.;;)


주디스 리치 해리스. 『개성의 탄생: 나는 왜 다른 사람과 다른 유일한 나인가』, 곽미경 옮김. 동녘사이언스, 2007, 18000원.


책을 보는 중에 이건 아닌데 싶은 부분이 있어서 적어봅니다.

그리고 읽으면서 피눈물을 흘렸던 장면 하나.

Fewell의 논문에서 인용한 부분인데, 남의 이야기가 아니더라고요.T-T;

p.355
대부분의 분산 모델은 행위의 수행으로 개체가 그 행위를 다시 수행할 개연성이 강화되는 양의 피드백도 포함한다. 이러한 자기강화는 처음에는 사소한 임의적 행동 차이로도 분산 효과를 일으켜 더 빠르고 안정적인 분산 체계를 만들어 낸다. …노동 분업은 또한 인간을 비롯해 (다른) 사회적 종에게서도 자주 나타난다. 일례로, 아파트에 사는 동거인들이 일을 분담하는 경우를 상상해 볼 수 있다. 사용한 접시가 싱크대에 산더미처럼 쌓여 자극은 더욱 가중된다. 그 접시는 무시된 채 그대로 있다가 개중 가장 민감한 어느 한 쪽이 한계에 달해 나서서 접시를 씻기 시작한다. 이렇게 되면 자극물로서의 접시는 사라지고, 나아가 집단의 다른 성원들이 그것을 씻게 될 공산도 줄어든다. 그 결과 정작 본인이야 당황스럽겠지만, 접시닦이 전문가 한 명과 손이 물 한 방울 묻힐 일 없는 비전문가들이 탄생한다.

결론은 하는 사람만 하게 된다는 거죠. 호구의 탄생.-_-;
제목을 보고 낚이실 분들 많을텐데, 소개하자니 위보다 더 적절한 표현이 떠오르지 않습니다.

이 책이, 도서관에서는 히가시노 게이고와 히가시가와 도쿠야 사이에 꽂혀 있어서 도서관에 갈 때마다 매번 집어들지 말지 고민했습니다. 한국에는 시리즈가 세 권 나와 있는데, 이북으로도 나와 있으니 보기는 편하겠네요.'ㅂ' 번역자는 현정수씨. 그래서 집어들까 말까 고민했던 이유에는 번역자를 보고 호기심이 들었다는 것도 있습니다.

하여간.

이 책 시리즈의 배경은 삿포로입니다. 정확히는 스스키노 거리고요. 삿포로 역에서 남쪽 방향에 있는 거리가 스스키노인데, 환락가라고 볼 수 있습니다. 술집이 즐비하고 밤이 더 화려한 그런 곳이라더군요. 예전에 홋카이도 여행 갔을 때는 숙소가 스스키노 거리에서 멀지 않았는데, 실제 삿포로를 돌아다니면서는 스스키노 거리 북쪽만 돌아보아서 스스키노는 제대로 보질 못했습니다. 밤문화 체질이 아니라 그런 것도 있겠지요.
주인공은 상당한 덩치의 소유자입니다. 키도 크고 몸무게도 상당히 나가고. 하는 일은 탐정업이라고는 하지만 1인 심부름센터라고 해도 틀린 말은 아닙니다. 사례를 받고 무언가를 찾아주거나, 돈을 대신 받아주기 위한 약간의 작업을 펼치거나, 중재를 하며 협상비를 받거나 합니다. 원래는 대학에 적을 두고 있었는데, 취직이 안되는 과라 그냥 그 상태로 넘어간 모양입니다. 시절은 80년대 후반. 그래서 휴대폰이니 뭐니는 전혀 안나오고 분위기가 아날로그 적입니다. 그러니 하드보일드 분위기도 제대로 나고요.

한데 보통 생각하는 하드보일드, 느와르 같은 장르하고는 조금 다릅니다. 주인공이 가끔 허당짓을 벌여서, 그 때문에 실소가 터져나오거든요. 고독한 한 마리 늑대라 부르기에는 늑대에게 미안한 정도? 늑대보다 단계를 낮춰 불러도 되겠습니다. 다른 사람들과도 그럭저럭 괜찮은 관계를 꾸려나가니까요.

시리즈 1권에 해당하는 이 소설은, 건너 건너 아는 사람의 의뢰를 받아 행방불명된 한 여자를 찾는데서 시작합니다. 안 좋은 쪽으로 예상하고 마음의 준비를 단단히 했더니 그 정도까지는 아니라서 다행이다 싶었거든요? 근데 막판에 뒤통수를 두 대쯤 맞습니다.-_-; 아놔. 이런 사람 싫어! 그 덕분에 다음 책을 볼지 말지 망설이고 있는 중이고요. 그래도 하라 료의 『내가 죽인 소녀』보다는 훨씬 무난한 하드보일드입니다. 그쪽은 건조하다 못해 버석버석한데, 이쪽은 조금 유머가 들어갔으니까요.


스스키노를 몇 번 가보신 분이라면 아마 이해가 더 쉬우실 겁니다. 배경이 삿포로이다 보니 그 주변의 지리를 조금은 알아야 이해할 수 있을겁니다. 물론 몰라도 보는데는 지장 없습니다.


그리고 새파랗게 어린 주제에 다 늙었느니 어쩌느니 소리를 하는 주인공 녀석. 언젠가 만나면 엉덩짝을 차주고 싶습니다. 날마다 그렇게 위스키를 부어대니 신체 나이는 50대지! 네놈이 간경화로 일찌감치 가버린다해도 이상치 않아!


아즈마 나오미. 『탐정은 바에 있다』, 현정수 옮김. 포레(문학동네), 2011, 12000원.


헐.
이북까지 나와 있길래 출판사 검색하면 달랑 세권 나오는 것치고는 그래도 튼튼한 회사인가? 하고는 판권기를 보니 문학동네로군요. 허허허허허.


지난 목요일쯤 구입했을 겁니다. 이번에는 잊지 않고 『꿈빛 파티시엘』완결권을 들고 왔네요.

꿈빛 파티시엘 10권. 완결권입니다.
애니메이션으로 중간 내용을 대강 파악하고 있던 터라 완결만 보았습니다. 아, 역시 초등 감성.ㅠ_ㅠ 손발이 오그라 들 것 같긴 하지만, 케이크가 맛있어 보이니까요. 물론 맛있어 보이는 것과 실제 제작이 가능하느냐는 별개입니다만, 일본의 제과 수준을 생각하면 가능할지도 몰라요.


치로리 3.
1-2하고는 느낌이 전혀 다릅니다. 이쪽은 전형적인 카페알파풍. 1권에서 보인 것처럼 누님의 옷갈아 입는 장면을 슬쩍 훔쳐보는 것 같은 그런 시선이 없습니다. 그냥 얌전한 일상물로 돌아간 느낌이네요. 그래서 외려 실망했습니다. G는 1권은 별로라 하더니 2권도 주니까 본 것 같고, 3권은 상당히 마음에 들었답니다. 취향에 따라 갈릴 수 있다는 이야기지요.


칼바니아 14.
음료를 마시면서 보면 책이 망가질 수 있으니 주의하세요. 보면서 데굴데굴 굴러다닌 장면이 한 두 곳이 아닙니다. 여기서 상당히 큰 떡밥이 하나 풀립니다. 칼바니아 전체 이야기 중에서 가장 큰 이야기는 에큐의 공작 즉위 건입니다. 저는 그렇게 보고요. 그 보다 더 앞서 나오고 또 하나 중요한 것이 타니아의 결혼 문제인데, 결혼 문제말고도 하나 더 큰 문제가 있더군요. 그게 여기서 열발짝쯤 앞으로 나아갑니다. 하하하하하....
그나저나 에큐의 아버지, 전대 공작님이 사랑받는 건 다 이유가 있었군요.ㅠ_ㅠ


늑대와 향신료 16, 17권. 완결권입니다.
이야기 완결은 16권, 17권은 외전과 에필로그가 있습니다. 에필로그의 발단과 전개는 로렌스 나쁜놈 소리가 나올만한데, 뒤로 가면 이야기가 이상하게 흘러갑니다. 그리고 결말은 예상했던 대로. 그 몇몇 일러스트에서 보여주었던 그 장면이 절로 떠오르더군요. 아, 호로 귀여워요.
G가 지금 늑향을 1권부터 보고 있습니다. 이제 2권 들어가는데, 감상을 물으니 호로가 마음에 들지 않아서 읽기 쉽지 않다고 하더군요. 초기에는 그냥 나이 많이 먹은 늑대라면서 생긴 것은 꼭 10대 소녀에, 하는 짓도 10대 소녀에, 어른 스러운 모습은 잘 안 보이지요. 그런데 그게 뒤로 가면 역전..ㄱ-; 로렌스가 여기저기 사고 치는 것을 뒷수습하는 것이 호로 아닌가요. 하하하하하.
하여간 호로는 참 귀엽습니다.///

경고문구 하나 날리자면, 17권은 읽다가 한 마리 닭이 되어 날아갈 수 있으니 조심하세요. 혹시 오리가 되신 분은, 오리털 뽑으면 파카 하나 쯤은 충분히 만들 수 있을 겁니다. 올 겨울이 춥지 않 ...을리가 없잖아! 이 썩을 커플! 염장은 그만하라고! 콜이 불쌍하지 않아?(...)



마츠모토 나츠미. 『꿈빛 파티시엘 10』, 김진수, 대원씨아이, 2012, 5500원.
하세쿠라 이스나. 『늑대와 향신료 16: 태양의 금화 (하)』, 박소영 옮김. 학산문화사, 2012, 6800원.
『늑대와 향신료 17』(완), 박소영 옮김. 학산문화사, 2012, 6800원.
코야마 아이코. 『치로리 3』, 오경화 옮김. 대원씨아이, 2013, 5800원.
TONO. 『칼바니아 전기 14』, 박소현 옮김. 서울문화사, 2013, 4500원.


꿈빛 파티시엘 번역을 김진수씨가 했군요. 어쩐지, 읽으면서 여러 용어들이 걸리지 않아서 누가 번역했나 생각하다가 읽고 나서는 홀랑 잊었더랬지요. 지금 보니 역시 그렇구나라는 말이 절로 나옵니다.
실은 상큼한 빡침이 더 잘 어울립니다. 하지만 제목에 그런 불순한(!) 단어를 올리면 안된다 싶어 깊은 분노로 수정했는데, 이쪽도 맞습니다. 아놔.-_-;


지난번에 제이님이 사과박스 연재 관련해서 왜 DRAMA가 올라오지 않는지 모르겠다 하셨는데 오늘 완결 공지 올라왔습니다. 완결편도 없이, 8월 9일 연재분만 있고 31일자로 완결공지가 올라왔습니다. 9일 편을 읽어보니, 후기에 DRAMA가 조아라측에 신고가 되었다는 내용이 있습니다. 신고된 이유는 그 전편에서 출간계약과 함께 사과박스 동시 연재를 알렸기 때문일거라고요. 이전에도 다른 소설 후기에서 슬쩍 듣긴 했는데, 조아라에서는 타 사이트에 대한 언급을 하면 안됩니다. 그래서 일부러 일부를 사*박스라든지 등으로 표기하여 올더군요.
이름을 완전히 언급하여 신고가 되었다, 그 때문에 조아라에서 제재를 받을 수도 있다는 쪽지를 받고 나니 조아라에서 연재하면 안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등등의 내용이 9일자 연재분의 후기에 있었습니다. 후기 못 본 사람들은 어찌 된 상황인지 모르고 내내 연재분 기다린 셈이군요. 그 사이 사과박스에서 완결되었나봅니다.

9월 30일즈음에 발매되는 모양입니다. 그러니 기다리셨던 분들은 참고하시고..



위의 상황을 알고 깊이 분노했습니다.

그런데 누구에게 이 분노를 쏟아야 할지 헷갈립니다.

다른 작가들처럼 사전에 타사이트를 알리면 안된다는 걸 모르고 거론하여 신고당하고, 그 때문에 조아라에서의 연재를 포기한 작가?
(사과박스 어디서 연재하는지는 모르겠습니다만 들어가서 확인하고 싶은 생각이 안 듭니다.)

타사에 대한 언급을 피하면서 오히려 작가들을 쥐어짜는 조아라? 조아라야 가장 중요한 작가들에 대한 처우나 대우가 엉망이라고 여기저기서 들었기 때문에 분노가 배가됩니다.

계속해서 조아라의 작가들을 빼가는 사과박스? 영업이라 하면 그럴 수도 있지만, 이 상황에 대해서는 작가나 그 사이트나 모두에게 화가 납니다. 그 때문에 사과박스는 절대 쓰지 않겠 ... 다고는 말 못하고 가서 소설 읽는 일은 없을 거라고 단언하고 있고요.
(현재 책 구입 때문에 가입은 되어 있습니다.-_-)



하아. 조아라에서 열심히 소설은 읽고 있지만 이러다가 분노 폭발하여 때려치울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잠깐..-_-;;;
뭐, 활자 중독 상태를 생각하면 그럴 가능성은 낮지요. 흑;
일본어 원서입니다. 한국에 번역되어도 좋을텐데, 가능성은 아주 낮진 않다고 봅니다. 최근에 라이트노벨보다는 조금 윗단계로 출간되는 책들이 있거든요. 비블리오 고서당 시리즈라든지, 커피점 탈레랑이라든지. 비블리오 고서당은 번역본을 읽을지 말지 고민중이긴 한데 탈레랑은 도서관에 없네요. 일단 신청했으니 볼지 말지는 책이 들어올 때 시간이 되느냐가 관건입니다.

카라쿠사 도서관도 넓게 보면 그런 수준의 책입니다. 문고판으로만 나왔지만 라이트노벨이라기에는 내용이 가볍지 않아요. 그리고 같은 시기, 즉 지난 여름 여행 때 사온 책들 중에서 가장 기대하지 않았지만 가장 재미있는 책입니다. 물론 현재형이므로 미래에는 바뀔 수도 있습니다.-ㅂ-; 이제 겨우 두 권 손 댔거든요.

비교대상은 삽화에 낚여서 홀랑 구입했던 『오더는 탐정에게(オ-ダ-は探偵に)』입니다. 나뉜 이야기중 한 편은 다 읽고 그 뒤의 다른 편을 읽다가 C님께 빌려드렸는데, 그 사이 『카라쿠사 도서관 방명록(からくさ圖書館來客簿)』를 읽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앞서 읽었던 책은 기억 저편으로 사장되었지요. 하하하.


각각의 표지를 보시면 아시겠지만 『오더 탐정』쪽은 표지에 낚였습니다. 주인공이 아주 잘생겼더군요. 근데 성격은 정말로 나쁩니다. 사람에게 높임말로 독설을 퍼붓는 것이 특기입니다. 얼굴만큼은 순정만화에서 튀어나온 것처럼 생겼지만 성격은 절대 아니지요. 그런 성격이야 소설에서도 자주 등장하니 괜찮습니다. 그런데 그 상대역에 해당되는 여주인공의 성격이 정말 취향에 안 맞습니다. 포기한 이유의 30% 정도는 그 때문입니다. 나머지 70%는 내용에 그리 공감이 가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남자주인공이 지나치게 순정만화풍이더군요.

사실 『카라쿠사도서관』은 책 뒷면의 소개글을 읽고는 반쯤 포기하고 구입했습니다. 교토 모처에 카라쿠사 사립 도서관이 있는데, 아주 젊은 도서관 관장과 신비한 외모를 가진 17세 남짓의 미소녀가 일하고 있다는 것이 광고문구입니다. 수상하지요. 참으로 수상합니다. 젊은 도서관 관장과 미소녀라. 게다가 메이드복이래요.
그래도 교토 도서관이라니 눈물을 머금고 딱 질렀는데 읽으면서 내내 웃었습니다. 설명은 틀리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이건 어디까지나 겉보기 설명일뿐. 실제는 다릅니다.

카라쿠사 도서관은 교토 북쪽, 기타야마 쪽에 있습니다. 시라카와도리 근처 어드메인 것으로 보입니다. 물론 정확한 지역을 특정할 수 있을 정도로 상당히 구체적으로 나옵니다. 입관료가 300엔. 이 비용에는 홍차 또는 커피 한 잔 비용이 포함됩니다. 커피는 드립커피이고 홍차는 스트레이트, 레몬티, 밀크티 중에 고를 수 있습니다. 한 번 들어와서 허한 시간인지 세 시간인지 시간제한이 있습니다. 시간을 넘기면 비용이 또 듭니다. 티켓도 판매하니 매번 잔돈을 준비하지 않고 왕창 구입했다가 뜯어 써도 되고요.
(옛날 옛적의 버스 회수권이 떠오르더군요.)

그런데 이 도서관은 사실 눈속임입니다. 이 책의 부제가 도서관의 원래 목적을 아주 잘 보여줍니다. 저승사자 오노 타카무라와 상냥한 길잃은 영혼들(冥官.小野篁と優しい道なしたち).
정확한 번역은 아닙니다. 명관은 저승사자라고 해석했는데 저승의 관리를 지칭하는 겁니다. 주인공인 도서관 관장, 오노 타카무라는 헤이안 시대 때부터 유명한 인물이랍니다. 어디 설화에도 나온다는데, 낮에는 조정에 오르고 밤에는 우물을 통해 저승에서 일한다던가요. 투잡을 뛰는 셈인데 죽은 뒤에는 명관, 즉 저승사자로만 일합니다. 그런 타카무라가 사수로서 새로 명관으로 임명된 토키코(時子)를 가르치는 것이 이 책의 주요 내용입니다. 이 두 사람이 지상계의 명계 출장소에서 하는 일은 부제에도 등장하는 길잃은 영혼(道なし)을 저승으로 보내는 겁니다. 현세에 집착이 많으면 죽은 뒤에도 혼들은 저승으로 가지 못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몇 가지 조치를 취해서 이들을 저승으로 보내는데, 이들의 문제를 해결하는 와중에 타카무라와 토키코의 사정도 뒤섞여 전개됩니다.

타카무라는 토키코에게 항상 존댓말을 쓰는데, 스물여덟로 보이는 타카무라가 열일곱의 토키코에게 존댓말을 쓰는 것은 이상하게 보입니다. 게다가 공주님이라고 부르거든요. 이 둘의 관계가 복잡한 건 둘 다 살아 있는 몸일 때, 타카무라는 토키코보다 신분이 한참 아래였기 때문입니다. 그렇기에 선배와 후배의 입장인 지금도 선배가 후배에게 존댓말을 쓰는 상황이 된 겁니다. 고칠 생각을 전혀 안하고, 토키코도 그 상황을 당연하게 여기더군요. 그리고 사실 둘의 나이차이는 10살 이상입니다. 죽기 전에는 열여덟살 정도 차이났던 모양이니까요. 하지만 ... 맨 마지막 편을 읽으면 몇 군데 헷갈리는 부분이 있습니다. 이건 나중에 B님께 여쭤봐야겠습니다.;

길잃은 영혼들을 돌려 보내는 각 이야기들도 상당히 잘 풀어냈더군요. 대신 읽는 동안 교토 여행이 심각하게 땡기는 부작용이 생깁니다. 으어, 저도 시라카와도리를 따라 이리저리 돌아다니고, 걸어서 오리강을 건너고, 데마치야나기 주변을 걷고 싶습니다.;ㅂ;



소설에서 가장 재미있는 부분은 역시 타카무라의 성격입니다. 물론 맨 마지막 편에서 타카무라와 토키코의 관계에 대해서 음... 상당히 곤란한 이야기가 나오긴 하지만; 하여간 타카무라의 성격을 설명할 때 가장 먼저 나오는 것은 변태일 겁니다. 그러니까, 첫 번째 이야기에서 20대 중반쯤의 아가씨에게 이런 이야기를 하거든요.-_-;

"しかし作業服の下にガーターベルトとストッキングはいただけない. 非能率的だ. ついでに言えばまったく色氣を感じない."
(하지만 작업복 아래에 가터 벨트와 스타킹은 받아들일 수 없어. 비능률적이야. 이어 말하면 전혀 색기가 느껴지지 않아.)

여기서는 반말투로 말하고 있지만 대체적으로 존경어를 씁니다. 겉으로 보기에는 참 평범한데, 가끔 날리는 멘트가 능글맞고 변태기미가 엿보이는 아저씨입니다. 하기야 몇 년을 살았는데.-_-; 아니, 그래도 삐~년 만에 만난 토키코가 네가 그런 사람인 줄 몰랐다고 딱 잘라 이야기하는 걸 보니 그 사이에 저런 변태가 되었는지도 모릅니다.


상당히 마음에 드는 책인데 단권인듯합니다. 뒷 권은 없어 보이네요. 과연? 뒷이야기도 더 나올법한데 말입니다. 번역 나오면 다시 한 번 읽어봐야지요. 물론 안나오면 어쩔 수 없이 원서로 또 한 번...;ㅂ;


仲町六繪. 『からくさ圖書館來客簿』. アスキ-.メディアワ-クス, 2013, 610엔.

『신참자』는 재독입니다. 아니, 삼독, 사독인가? 하여간 빌려 읽은 걸로 따지면 아마 두 번째 일겁니다. 지난번에 『매스커레이드 호텔』을 읽었더니 갑자기 이 책이 보고 싶어져서 말입니다. 마침 대출중이라 한참을 기다려 빌려 읽었습니다. 그렇다보니 『갈릴레오의 고뇌』랑 같이 감상을 올리게 되네요.

『신참자』야 두말할 나위 없이 재미있습니다. 아무것도 아닌 것 같은 사건들을 하나 하나 쫓다보면 그게 실마리로 연결됩니다. 닌교초의 골목을 수없이 누비고 다닌 끝에 드디어 신참자라는 딱지를 떼고 자리를 잡지요. 게다가 주인공이 가가 형사라 매력은 배가 됩니다. 아.... 도대체 로맨스 라인은 어디로 도망가 버린 건지.-_-; 이전에 다른 분들이랑도 이야기 했지만 가가 형사에게도 로맨스는 있었으나 그 다음편에서는 눈을 씻고 찾아봐도 없더랍니다. 아마 한 번 쓰고 작가가 잊어버린 것이 아닌가 추측할 따름이지요. 크흑.


『갈릴레오의 고뇌』는 솔직히 아주 재미있진 않습니다. 무엇보다 『성녀의 구제』인가, 하여간 다른 갈릴레오 시리즈에서 등장하기 시작한 여자 형사가 그닥 취향이 아니라서 말입니다. 하하하; 원래 원작에는 없다가, 『용의자 X』를 영상화 하면서 등장했다는 인물입니다. 그 뒤에는 소설 시리즈에도 등장하는데, 솔직히 제가 좋아하는 타입이 아닙니다. 그렇다보니 이 인물이 등장할 때마다 고역이예요..ㄱ-;;;


하여간 두 권 모두 맛있게 잘 보았습니다.



지난 번에 요리 책 세 권을 빌려 모두 다 보았는데 그 중 두 권은 상당히 마음에 들었지만 한 권은 아니었습니다. 가끔 G랑 의견이 첨예하게 대립하는 일이 있는데 이번에 그랬습니다. G는 그 책이 좋았다지만 제가 보기엔 영 아니었거든요. 뭐, 보는 시점 차이입니다만.
(실은, 오늘 아침에도 소금 건으로 한 판 했습니다. G랑 저랑 보는 부분이 전혀 다르더군요. 평행선.-_-)

마음에 들었던 한 권은 다른 분들께도 보여드리고 제대로 낚아서 이미 생협에서 구입 예정이신 분이 둘. 그리고 이 책은 C님도 높은 확률로 구입하실 겁니다. 그런 고로 리뷰는 미루고요, 다른 한 권부터 씁니다.

『우정욱의 맑은 날, 정갈한 요리』입니다. 한식 조리법이 나와 있는데 집에서 편하게 해먹을 반찬이랑 손님상에 올릴 음식들을 소개했습니다. 책 편집이 괜찮고 레시피도 상세합니다. 앞부분에 손맛 조미료라고, 생강청을 비롯해서 여러 조미료를 만드는 법이 나오는데 이건 아마 C님이 보고 낚이실..(...)
한국 음식만 나온 것이 아니라 퓨전이라고 할만할 일식이나 서양음식도 섞여 있습니다. 그래도 한식이 많은 편이라 한 권쯤 집에 놓으면 참고하기 괜찮을 겁니다. 다만 책이 떡제본이라 편하게 펼쳐 놓고 보기는 쉽지 않을거예요. 집에서 보고 쓰기에는 아예 다 분해해서 낱장으로 보는 게 좋을지도...;...


히가시노 게이고. 『신참자』, 김난주 옮김. 재인, 2012, 14800원.
『갈릴레오의 고뇌』, 양억관 옮김. 재인, 2010, 14800원.
우정욱. 『우정욱의 맑은 날, 정갈한 요리』. 비앤씨월드, 2010, 16000원.

가격을 비교하니 참..ㄱ-;
컬러판에 두께도 얇지 않은 요리책이 1만 6천원. 두께가 얇은 것은 아니지만 소설책의 가격이 1만 5천원 가량. 끄응. 책값이 확 올랐다는 실감이 이런데서 납니다..;...
고양이에 대한 책을 쓰는 사람은 여럿 있는데, 그 중 가장 열렬하게 달려드는 것은 종이우산님의 책입니다. 정확히는 그 사진에 홀라당 반했어요. 보고 있노라면 절로 마음이 치유되는 것이 사진만 봐도 저절로 너털 웃음이 흘러나옵니다.
음허허허허허허허허~ (...)

농담이 아니라, 이번에 나온 『보드랍고 따뜻하고 나른한』은 마지막의 사진이 압권이더군요. 앞부분의 사진도 절묘한 순간을 찍어 놓은데다 그 각각에 달린 설명 혹은 관련 글도 귀엽다 못해 포복절도 하게 만듭니다. 고양이를 싫어하지 않는다면 후르륵 넘겨 보고 싶은 책입니다.
물론 저는 서가의 압박에 못 이겨 구입을 포기했고, 나중에 이 책 가지고 싶어하는 사람이 있으면 선물해서라도 구입 만족감을 채우고 싶더랍니다. 아, 고양이 정말 귀여워요!

종이우산님은 이전에 이글루스에 있다 티스토리로 빠졌다고 알고 있는데, 블로그에 올라온 사진들도 멋집니다.
http://rara1733.tistory.com/
아마 이미 알고 계시는 분도 많으시겠지만 정말, 책은 사고 싶을 정도로 홀라당 반했습니다. 흑흑흑.


가장 압권은 집사들에게 복음을 내려주신 고냥마마님에 대한 복음서. 아니, 그게 아니라 해도 어느 하나 빠질 것 없는 글들이 가득합니다. 촌철 살인, 절묘한 사진. 둘이 어울리니 흔히 말하는 아빠미소, 엄마미소가 절로 나옵니다.

그러니 고양이 좋아하시는 분들은 꼭 보시어요.-ㅂ-


종이우산. 『보드랍고 따뜻하고 나른한』. 북폴리오, 2013, 15000원


정말 사고 싶은 책인데...ㄱ-;;;
일반적인 책 무게로 따지면 무겁진 않습니다. 오히려 단편 다섯 편만 실려 있으니 보기에는 가볍습니다. 같은 북스피어에서 나온 『우리 이웃의 범죄』나 외견상 그리 달라보이지 않습니다. 아니, 그 책은 책등이 파랗고, 이 책은 빨간색이니 둘을 나란히 꽂아 놓으면 잘 어울리겠네요. 쌍으로 맞춘 것이 아닌가 합니다.
하지만 분위기는 전혀 다릅니다. 『우리 이웃의 범죄』는 일상생활 속에서 만날 수 있을 법한 이야기를 풀어내며 끝은 희망적이고 밝은 이야기로 꾸몄습니다. 하지만 이 책은 전혀 다릅니다. 정말로 무겁습니다.

금요일이었나, 토요일 저녁에 거실을 굴러다니며 이 책을 붙잡고 다 보았는데, 다 보고 나서 후회했습니다. 내가 왜 이 책을 빌려서 보았을까. ;ㅂ; 물론 북스피어에서 나온 미미여사의 책이라면 웬만한 책은 다 사든 도서관에서 빌리든 보긴 봅니다. 근데 이건 읽고 나서 후회되는 그런 이야기가 가득합니다. 어흑...

근데 또 돌려 생각하면 그게 당연한 겁니다.
다섯 편의 단편을 다시 돌려보니 그 중 둘은 그래도 무난한 결말이 나옵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다른 셋이 문제입니다. 맨 앞의 단편은 읽고 나서 당황했고, 두 번째 단편은 참 아쉬웠고, 다섯 번째 단편은 읽고 나서 분노의 외침이 목끝까지 올라왔습니다. 아놔...;ㅂ;
다른 둘이 세, 네 번째 단편인데 그걸로 정화했던 정신이 다섯 번째 단편에서 와르르 무너집니다. 흑흑흑. 하지만 이런 게 현실인걸요.


우울한 이야기를 담고 있으니 읽으실 때 주의가 필요합니다. 하지만 이것도 미미여사의 소설이니까요. 미미여사가 이렇게 우울한 이야기도 썼다는 걸 이해할 겸 한 번 읽어보시어요. 특히 세 번째 이야기는 발상이 마음에 들었습니다.


미야베 미유키. 『눈의 아이』, 김욱 옮김. 북스피어, 2013, 12000원.


지난 주에 씨엘 완결권이 나온 것을 확인하고 지난 일요일에 다녀왔습니다. 그리고 바로 뜯어 보았는데, 제가 예상했던 것보다는 훨씬 무난한 결말이더군요. 물론 어디까지를 무난하게 보아야 하냐가 관건이긴 합니다만..;


23권에서는 이야기가 굉장히 빨리 흐르기 때문에 군데군데 이야기가 끊어지는 것 같은 부분도 분명 있습니다. 다만, 작가 본인이 그리고 싶어하는 곳과 아닌 곳이 확연하게 드러나는 것 같은...;;;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은 23권 앞부분에 있는 도터와 재뉴어리의 대면입니다. 그 다음으로 기억 남는 것은 도터가 자기 입으로 스스로의 정체를 밝히는 부분인데.... 이 장면은 세 번째 보고 나니 그제서야 제대로 정신이 무너지더군요.

16권인가, 15권 즈음에서 책을 접고, 완결 날 때까지 안 보겠다 했기 때문에 그간 어떤 일이 있었는지는 자세히 모릅니다. 대신 중요 인물 하나가 사라졌다는 건 알고 있었지요. 앞부분에 도터 설정이 나오는지 어떤지는 모르겠지만 그 사이에 재뉴어리가 엄청나게 고생했다는 건 알겠습니다. 솔직히 앞부분에서도 굉장히 답답하다는 생각은 했는데, 그 성격이 어디 가진 않았네요.^-T 대신 지금은 연륜이라는 것이 확연히 묻어납니다.

어떻게 보면 예전에 연재 중단 되었던 소설과도 닮았을지 모릅니다. 전체적인 세계관의 구성에서는 말이지요. 워낙 읽은지 오래되어 가물가물하지만서도....'ㅂ';


집에 공간만 있었다면 마음 놓고 사잇권을 질렀을 겁니다. 23권을 막 다 읽었을 때는 바로 사겠다고 했지만 지금은 망설이는 중입니다. 아마 다음 주 쯤 집에 있는 다른 책들에 대한 벼룩(?)글이 올라올겁니다.ㅠ_ㅠ



임주연. 『씨엘 23』(완). 대원씨아이, 2013. 5천원.


역시, 가장 마음에 드는 캐릭터는 처음부터 좋아했던 두 남자인간입니다....-ㅂ-/

그러고 보니 5-6권 나올 즈음에는 SDC를 들여서 이비엔이라는 이름을 지어주려고 생각도 했지요. 하지만 지금은 MSD 휴이를 지르느냐의 문제로 고민중. 요즘 MSD 휴이 매물이 있긴 있나요.-_-;;
최근에 조아라에서 재미있게 보던 모 소설이 급하게 연중 공지를 냈습니다. 정확히는 연중 공지도 아니고, 최근에 올라온 연재편 맨 뒤, 후기 부분에서 타 사이트 유료결제 부분으로 연재를 옮기고 조아라에는 더이상 올라오지 않는다는 소식이 올라온 겁니다.
올해 들어서 특히 BL 분야 작가들이 연재를 그 사이트로 많이 옮기더군요. 저는 그렇게 옮기는 모습이 그리 좋아보이지 않아서 그 사이트에 대한 평가 자체가 낮습니다. 아무리 봐도 다른 유명 사이트의 유명 연재작 작가들을 섭외해서 자기 사이트로 모셔가는 것 같거든요.

BL 소설은 보기만 하지 쓰질 않으니 조아라에서 어떻게 돌아가는지는 모릅니다. 다만 대체적으로 BL 연재하는 작가들이 BL은 찬밥이라고 이야기를 하더군요. 대우도 나쁘고, 메인 페이지에 올라가지도 않고 등등의 이야기를 말입니다. 물론 계기가 된 것은 조아라의 연재 시스템 자체가 지금 개편되면서 엉망이 된 것 같은 거죠. 솔직히 저도 지금의 조아라 시스템은 별로입니다. 앞서 나온 시스템과 달라진 것이라고는 UI뿐이고, 오히려 시스템 제목창에 뜨는 소설 제목이 보이지 않아서 내가 이전에 읽었던 소설을 다시 찾을 수가 없다는 점'은 최악입니다. 그래서 요즘에는 선호작이 늘어가고 있지요.-_-

하여간 제가 비교적 최근에 조아라에 발을 들였다는 점을 생각하면 예전하고는 얼마나 많이 다른지 모르겠습니다. 그러니 예전이 좋았고 점점 더 나빠져서 조아라에 정이 떨어졌다는 건 이해할 수가 없습니다. 아니, 제가 이해할 수 있는 범위가 아닌거죠. 그런가 하고 넘어가는 겁니다.;
(그리고 실제 그렇게 퇴화했을 가능성도 있습니다. 높은 확률로요.)

음, 하지만 그 글에 달린 살벌한 코멘트를 보고 떫었던 마음도 싸악 가시더군요. 이야. 정말 코멘트들이 살벌합니다.; 그 때문에 고민고민하다가 이전에는 열심히 코멘트 달았던 것도 접고 가만히 지켜보고만 있습니다. 으으; 심지어는 다른 작품에서도 그 이야기가 언급되더군요.


코멘트도 기록인지라 함부로 적으면 안될텐데 싶을 정도로 살벌한..(먼산)


하여간, 작가분이 옮겨가신다는 건 어쩌면 자유롭게, 베드씬 걱정하지 않고 연재할 수 있는 자유를 얻는 것인지도 모릅니다. 코멘트를 달지 않은 사람 중에는 이미 그쪽 유로 결제 시스템을 쓰고 있는 사람도 있을 테고요. 하지만 다른 코멘트의 지적에서 나왔듯이 상당수의 사람들은 그렇지 않습니다. 성인이 아닌 사람들은 유료 결제 시스템에 접근조차 할 수 없을 것이며, 저처럼 그 사이트를 싫어해서 손대지 않는 사람도 있을 겁니다. 아마 이쪽에서 소설을 열심히 읽던 사람 중 일부만이 가겠지요. 소설 연재와 코멘트가 서로를 북돋기 위한 상호작용 시스템이라고 생각한다면 이건 한쪽의 날개를 잘라내는 것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전작도 좋아했고 이번 연재작도 기대했는데, 그렇게 가신다니까 솔직히 기운 빠지더군요. 케세라. 뭐, 결정하신 것이니 어떻게 할 수도 없는 것이고요.


최근에 보았던 소설 중 어떤 것은 타 사이트에서 먼저 연재를 하고 이쪽 사이트에 일주일 후에 올린다고 했다가 아예 그쪽에 전격 연재를 선언했습니다. 어떤 작품은 그쪽에 선행연재는 하지만, 그냥 조아라쪽에서 보라 하시더군요. 그리고 이번 건도 있었고.

이로서 그 말하지 않은 사이트에 대한 반감은 더욱 증폭되었습니다. 데헷~★ 단물만 빼가는 것 같단 말이죠?




후기로 올렸다가. 코멘트 반응이 아주 격렬해지자 그 다음에 공지로 다시 올리셨습니다. 하지만 이미 양쪽 글에 달린 코멘트 수도 무섭고, 코멘트 자체에서도 찬반 양론으로 나뉘어서...-ㅂ-;
그래서 소심하게 블로그에 끄적대고 있지요.
이 책은 단편집입니다. 정확히는 여러 작가들이 단편을 쓰고 그것을 묶어 낸 단편집입니다. 카파노블스라는 추리소설 잡지가 일본에 있나본데, 그 창간 50주년을 기념하여 여러 추리소설 작가들이 50이라는 단어를 키워드로 소설을 썼습니다. 미야베 미유키를 대표작가로 기재했는데, 사실 여기서는 그 의미가 없습니다. 왜냐하면 같이 실린 작가들이 다들 유명하거든요.

아야쓰지 유키토, 아리스가와 아리스, 오사와 아리마사, 시마다 소지, 다나카 요시키, 미치오 슈스케, 미야베 미유키, 모리무라 세이이치, 요코야마 히데오. 아마 오십음도 순으로 실어 놓은 모양입니다.
이 중 안 읽어본 작가는 오사와 아리마사, 미치오 슈스케, 모리무라 세이이치의 세 명입니다. 다른 작가들은 상당수의 작품을 읽었지요.

아야쓰지 유키토. 올해 관 시리즈 전체를 다 다시 읽었습니다. 거기에 『어나더』도 보았고요. 여기 실린 단편은 『어나더』와 비슷하게 공포물입니다. 뭐가 50이냐 하면 ... 으으음. 거기서 그렇게 갈 줄은 몰랐습니다. 조금 당황했다고요.;

아리스가와 아리스. 학생 아리스와 작가 아리스로 유명합니다. 『쌍두의 악마』가 유명하다고 하지만 전 안 읽었습니다. 한국에서의 평은 그냥 그런 것 같더라고요. 저는 작가 아리스쪽이 훠어어얼씬 취향입니다.

오사와 아리마사. 이쪽은 읽은 책이 없는데, 그래도 미미여사랑 교고쿠 나쓰히코와 같은 사무실을 쓰는 사이입니다.

시마다 소지. 두말할 필요 있나요. 엊그제 읽은 『나쓰메 소세키와 런던 미라 살인사건』이 이 사람 책입니다. 가장 좋아하는 책은 『점성술 살인사건』. 『마왕유희』도 좋아합니다. 대표 탐정이 미타라이 기요시고 요시키 다케시 시리즈는 한국에는 한 권만 나와 있습니다. 『하야부사 침대 특급』인데, 이것도 올해 읽었군요. 여기 실린 단편도 미타라이 기요시의 이야기인데 추리는 아닙니다.

다나카 요시키는 쓰자면 손만 아픕니다. 이건 다른 시리즈가 아니라 그냥 집어 넣은 한 편. 추리 요소가 들어가 있긴 하나, 그보다는 호러에 가까울지도 모릅니다. 배경이 영국이란게...'ㅂ';;

미치오 슈스케는 이번에 처음 읽어보았습니다. 그런데 전체 이야기에서 손꼽을만한, 굉장히 좋은 단편이더군요. 아마도 이건 M님 취향이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미야베 미유키. 이건 솔직히 좀..OTL
이미 읽은 내용입니다. 키워드랑 제목을 듣고 혹시 했는데 역시나.엊그제 읽은 『그림자 밟기』에 있습니다. 번역은 그쪽을 먼저 봐서 그런가, 그쪽이 마음에 들더군요. 여기서는 사투리를 아예 한국식으로 다 고쳤습니다. 그게 아쉬운데, 왜냐하면 일본어쪽에서는 거의 알아들을 수 없는 수준의 사투리였거든요. 그렇기 때문에 한국식으로 하려면 아예 제주도 사투리를...-_-;;
아니, 하여간. 그래서 이 책이 나오기는 훨씬 먼저 나왔는데 『그림자 밟기』를 읽고 나서 봐서 다행이라 생각했습니다.

모리무라 세이이치는 이번에 처음 보았습니다. 이전에 보았을 가능성이 없지는 않은데 이름이 낯설어요. 이 단편은 우연과 우연과 우연의 꼬리가 결국 하나로 돌아온..? 그런 느낌이더군요. 하지만 또 배경이 신주쿠야...OTL

요코야마 히데오도 자주 봅니다. 주로 경찰물을 쓰는데, 제가 제일 좋아하는 것은 『종신검시관』입니다. 그리고 여기 실린 것도 그 후속편에 가깝습니다. 그래서 굉장히 재미있게 보았어요.+ㅅ+


미야베 미유키 외. 『도박 눈 외』, 정태원 옮김. 태동출판사, 2010, 12000원.

번역에 대해서는 조금...'ㅂ';
정태원씨는 시공사에서 나온 요코미조 세이시의 책을 다 번역한 걸로 알고 있습니다. 괜찮게 보았는데 이 책에서는 걸리는 부분이 몇 있네요. 오타도 발견했고, 갓파를 카파로 쓴 것은 좀..? 혹시 카파노블스라 일부러 원서에서도 카파로 기재했던건가요. 그 부분은 나중에 확인하면 되겠지만, 아마 확인 없이 홀라당 잊을 것 같습니다. 하하하;
브리태니커 백과사전은 더이상 사전으로 수익을 올리지 않습니다. 이제 한국에서도 새로운 사전은 더 이상 나오지 않습니다.
...
물론 100% 그렇다고 확신은 못합니다. 정말로, 한국의 종이사전은 없는 건가요?


써놓고 보니 사전과 사전은 다르죠. 백과사전의 사는 事에 대한 것이고, 이 책에서 다룬 것은 辭전이니 말입니다. 즉, 말과 단어의 뜻을 모아 놓은 종이책입니다. 하지만 어느 쪽이건 사전이 이제 사양산업이라는 것은 닮았습니다. 아니, 책을 읽기 시작할 때는 그렇게 생각했습니다.

옛날 옛적에는 집에 사전이 없는 집이 없었습니다. 백과사전 한질은 갖춰놓고 거기에 국어사전이 있었으며 더불어 영어사전도 있었지요. 지금은 사전이 있어야 교양을 말한다고 생각하진 않습니다. 브리태니커보다 더 많이 알려진 위키피디아가 있으니까요. 사람들의 지혜를 모아 만들었다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일부의 지혜를 모아 만든 것이고, 그것이 정말로 지혜의 축적인지, 정말로 공신력이 있는지는 말할 수 없습니다. 하지만 이건 확실합니다. 백과사전이나 사전은 참고자료로 쓸 수 있지만 아직까지는 위키백과를 참고자료로 올리면 그리 좋은 시선은 못받을걸요. 블로그의 글에서라면 무리없이 넘어가겠지만 논문에서는 무리죠.;

하여간 이 책은 그 사양산업에 해당하는 辭전을 만드는 일에서 시작됩니다. 그리고 전체 이야기는 다섯 가지입니다. 전체를 관통하는 인물이 한 명 있기는 하나, 각 이야기의 중심인물은 조금씩 다릅니다. 그래도 이 두 사람이 주인공이라고 해도 무방할겁니다. ..아마도?;


사진의 출처는 다음 영화. 거기에 올라온 스틸사진입니다.

이 책을 읽은 것은 이 영화에 대한 정보를 듣고 나서였습니다. 『배를 엮다』라는 영화가 이번 부천영화제에서 개봉했는데, M님이 아주 극찬하시면서 제 취향일거라고 콕 찍어 이야기하시더군요. 사전과 출판사와 쌓여 있는 책과. 아아아. 이거 안 낚일 수가 없어요! 그래서 9월의 일반 개봉을 기다리고 있었는데 말입니다.
G가 이야기를 듣고 검색하더니만 원작 소설이 있다고 가르쳐 주더군요. 그게 바로 이 책이었던 겁니다.

자세한 이야기는 듣고 싶지 않아서 어제 슬쩍 D님께 여쭤봤는데 아마도 책의 완결부분까지 거의 다 다루는 모양입니다. 이 사전의 이름은 대도해. 언어의 바다를 건너는 배.... 그 배를 만들어 엮는 작업이 사전편찬 작업이고요. 수많은 사람들이 지나가는데 그 사람들 한 명 한 명이 그냥 지나가지만은 않습니다. 마지막에 모두 엮이거든요.

소설을 보면 사람을 모으고, 힘을 기르고(그 사이 연애도 하고-_-), 새로운 사람을 모으고, 사전을 만들기 위한 자금을 마련하고, 그리고 한참만에 드디어 완성합니다. 완성하여 출간한 것이 대단하다 싶은 정도로 엄청난 노고가 들어갑니다.

그러고 보면 어렸을 때는 백과사전이건 사전이건 읽는 것을 좋아했는데 말입니다. 지금은 어떻냐 물으면 웃지요. 하하하.;ㅂ; 지금은 사전 읽기를 거의 하지 않나봅니다. 하지만 사전은 절대로, 웹으로 보면 안됩니다. 전자사전도 안돼요. 그런 건 사도입니다. 사전은 오롯이 종이로 된 것을 한 장 한 장 넘겨 가며, 내가 원하는 단어를 찾는 도중 그와 유사한 단어를 발견하여 새로운 앎의 기쁨을 얻기 위한 곳이니까요. 그런 의미에서 지식의 바다를 항해하는 배를 엮어주는 이 사람들이 참으로 대단해보입니다.

일단 B님과 C님과 T님은 좋아하실겝니다. 잔잔하지만 그 안에 또 기승전결이 나름 담겨 있거든요. 게다가 배경이 스이도바시랑 가스가 주변이라.-_- 또 도쿄 여행을 자극하는 현실적인 책입니다. 게다가 유머도 상당합니다. 상자를 이리저리 맞춰 테트리스를 하는 능력이 사전 편찬에 아주 도움이 된다는데서는 웃을 수 밖에 없었어요.


영화 개봉은 9월이랍니다. 영화 개봉을 기다리지 못하고 원작을 먼저 보았는데, 워낙 영화에 대한 평이 좋으니 기대되네요. 영화는 보러 갈 생각이고, 이후 DVD나 블루레이로 구입할 생각입니다. 그 때가 기대되네요./ㅅ/



미우라 시온. 『배를 엮다』, 권남희 옮김. 은행나무, 2013, 13500원.

책 제목은 『나쓰메 소세키와 런던 미라 살인사건』입니다.

도서관 서가에서 발견한지는 좀 되었는데, 빌릴까 말까 고민하다가 한참 전에 집어 들고, G의 방에서 자고 있다가 지난 주말에 꺼내 들었습니다 내내 조아라만 파고 굴러 다니자니 아쉽기도 하고 너무 놀아서 켕기더군요. 그리하여 구입하고 읽는 걸 미뤄두었던 다른 책 한 권이랑, 도서관에서 빌려온 책 두 권을 꺼내 들었습니다. 여기 쓰지 않는 다른 책 두 권은 아마 집에서 감상을 올리겠군요.


셜로키언이 쓴 셜로키언을 위한 책이라고는 생각하지만 읽다보면 셜로키언을 빡치게 하는 함정이 무수히 널려 있습니다. 화자가 왓슨이나 셜록이 아니거든요. 둘입니다. 각 장은 와트손™과 나쓰미™의 입장에서 번갈아 진행됩니다. 같은 상황을 서로 다른 시선에서 보기도 하는데, 기본은 그렇습니다. 그 때문에 셜록은 오히려 찬밥입니다. 그, 셜록이 하는 짓을 보면 참. 셜로키언 속을 뒤집어 놓으려고 했나 싶군요. 하지만 사전 조사는 아주 철저합니다.

그러니까, 저자가 시마다 소지입니다. 그 시마다 소지 맞고요, 이 책은 "나쓰메 소세키가 영국 런던에 유학했을 당시, 우울증으로 인해 귀국 일정을 미룬 적이 있다. 그러나 귀국을 미룬 것은 우울증이 문제가 아니라 어떤 사건에 휘말렸기 때문이다."라는데서 시작합니다. 그리고 그 사건에 휘말린 나쓰메는 자신의 셰익스피어 과외선생인 크레이그 선생에게 소개를 받아, 별로 내키진 않지만 정신병력이 있는 어느 코카인쟁이에게 상의를 하러 갑니다.
...
그리고 거기서 지대로 미친 놈을 만나 노랭이 취급을 당하자 머리 끝까지 빡돕니다. 이 앞부분의 전개는 와트손™과 나쓰미™의 시각이 제각각입니다. 전혀 달라요. 키 작고 소심하고 애 같은 일본인™과, 정신을 어디다 팔아 먹었는지 불쌍한 어느 코카인쟁이를 돌보는 의사™의 시점으로 보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셜로키언이 보면 아마 빡칠 거라고 이야기 한겁니다.

하지만 결론은 또 괜찮아요. 특히 마지막의 그 훈훈한 장면을 보면, 이 소설의 승자는 고양이...........
아마 이쯤에서 다들 짐작하실 겁니다. 그런거예요.


일단 셜록 홈즈의 뒷 설정을 알고 있다면 추천하고 싶지만, 셜로키언에게는 부담 백배일 수 있습니다. 읽다가 "나의 셜록을 이렇게 망가뜨리다니!"라며 책을 던져버릴 위험이 높습니다. 그러므로 마음의 준비를 하고, 앞부분은 건성건성 읽은 뒤 본격적인 추리 장면-그러니까 후반부만 보는 방법이 있습니다. 몇몇 묘사에서는 포복절도를 할 수 있으니 가능하면 뭔가를 먹으며 읽지는 맙시다.
나쓰메 소세키에 대해서는 자세히 몰라도 대강은 알면 됩니다. 저도 나쓰메 소세키의 책은 한 권 밖에 보지 않았지만 그럭저럭 이해하며 보았으니까요. 아, 정말. 이렇게 마무리를 지을 줄은 몰랐어... 시마다 소지...;ㅂ;


시마다 소지. 『나쓰메 소세키와 런던 미라 살인사건』, 김소영 옮김. 두드림. 2012, 13500원.


앞부분에서 읽다가 포복절도한 한 묘사. 홈즈와 왓슨의 관계를 이렇게도 볼 수 있군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어쩔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오래간만의 히가시노 게이고입니다. 한창 열심히 읽다가 손을 놓았는데, 작년에 『신참자』를 보고는 홀라당 반했지요. 다시 반했지만 이전 작품 중에는 영 땡기는 것이 없어 고민하다가, 도서관 서가에서 이 책을 찾아 들고 왔습니다. 『매스커레이드 호텔』은 역자 후기에도 나오지만 배경이 호텔이기 때문에 붙은 제목입니다. 매스커레이드는 가장, 가면무도회를 말하지요. 즉, 이 호텔은 가면무도회의 배경이 되는 겁니다. 농담이 아니라 진담입니다. 다만 은유일뿐이지요.-ㅂ-;;

히가시노 게이고의 소설 중에서는 최신작에 해당되는 것 같은데, 전체적인 분위기는 『신참자』와 닮아 있습니다. 분위기만 닮았지 내용은 영 딴판인데, 닮았다고 느끼는 것은 구조 때문입니다. 대신 주인공이 전혀 다른 인물이다보니 나아가는 방향은 다릅니다. 『신참자』만큼은 아니지만 그에 가깝게 마음에 든 소설이네요.

읽으면서 역시 히가시노 게이고라 생각한 것은 어제 저녁, 퇴근 길에 붙들기 시작해서 자기 전에 다 읽었기 때문입니다. 분량이 적지는 않은데, 그걸 홀라당 다 읽을 정도로 흡입력이 좋습니다. 각 이야기는 짤막짤막하게 나뉜 것처럼 보이지만 시간적 흐름으로 보면 이어집니다. 큰 줄기는 하나이고 그 안에서 작은 사건들이 벌어지는 셈이지요. 그리고 그 사건들 중 몇몇은 사건 해결의 실마리가 됩니다.

역자 후기를 보고서야 알았는데 히가시노 게이고는 캐릭터를 아낀다더군요. 하기야 다른 추리소설 작가들은 유명한 등장인물들을 하나씩 두고 있습니다. 딱히 영국작가를 댈 필요도 없지요. 시마다 소지는 미타라이를, 요코미조 세이시는 긴다이치를, 미야베 미유키는 이름은 기억 안나지만 몇몇 시리즈를 가지고 있습니다. 교고쿠 나쓰히코의 교고쿠도 시리즈도 있고요. 에도가와 란포는 딱 떠오르는 인물은 없는데, 고양이는 있네요. 홈즈.;
하여간 그렇게 많은 소설을 냈지만 대개는 단권입니다. 예외적인게 갈릴레오 시리즈랑 가가형사 시리즈 정도네요. 소설 수에 비하면 시리즈는 적은 셈입니다. 그런데 여기 등장하는 인물도 시리즈로 나오는 것처럼 이야기를 하네요. 음, 다른 시리즈가 더 있을지는 모르지만 가능성은 높습니다. 가가형사보다는 조금 가벼운 이미지이긴 한데, 어디까지나 가가형사에 비하면 그렇다는 겁니다.-ㅂ-;

이 책을 통틀어서 가장 많이 성장한 인물은 주인공입니다. 머리는 좋지만 사람과 섞이고 협력하는 일은 못했는데, 이 책 속에서 이리 구르고 저리 구르면서 많이 자랍니다. 아, 참, 귀엽지요. 이런 말을 할 수 있는 것은 저보다 나이가 어리다고 판단했기 때문에... 하하하; 실제 나이가 어떨지는 모릅니다.


배경이 호텔이기 때문에 호텔을 배경으로 한 소설을 좋아하신다면 볼만 합니다. 특히 전체적인 분위기가 애거서 크리스티의 호텔물(...)하고도 닮았습니다. 역사와 전통이 있는 고풍스럽고 비싼 호텔인데, 그 호텔에서 살인사건이 일어날 거라는 예보 때문에 경찰들이 잠입을 하게 됩니다. 경찰 잠입은 호텔 직원 속에서도 이루어지기 때문에 나오미라는 유능한 직원이 경찰의 뒤치닥거리를 하게 되지요. 껄렁하고 하기 싫어하는 것이 눈에 빤히 보이는 저 신참을 유능한 호텔맨으로 키워내는 것이 이 이야기의 주요 내용입니다.

...
는 일부분만 본 것이지요. 하하하.

C님 취향에 아마 가장 잘 맞을 것 같군요. B님에게는 조금 가벼울지도. T님은 가볍기 때문에 무난하게 보실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이 책의 최대 단점은, 히가시노 게이고 소설이라 도서관에서 빌리기 쉽지 않다는 겁니다.-ㅂ-/


히가시노 게이고. 『매스커레이드 호텔』, 양윤옥 옮김. 현대문학, 2012, 14800원.

생각난 김에 『신참자』를 다시 보려 했더니 도서관에서는 다 대출되고 없군요. 으으으. 아무래도 사야하나...;ㅂ; 사는 건 문제가 안되지만 그 다음 보관이 문제입니다..ㅠ_ㅠ
나온 줄도 몰랐습니다.
어느 날 교보에 들어가 이북 검색을 하다가, 독특한 제목을 보고 클릭했는데 이게 왕과 정령 외전이래요. 내가 왜 나온 것도 몰랐을까 자책하며 장바구니에 담아 놓고 기다리다가, 8월 되자마자 바로 구입했습니다. 책은 2권 완결이고 1권은 무료 제공이기 때문에 2권만 구입하면 되더군요. 다만 1권은 전체 52쪽, 2권은 전체 194쪽으로 분량 차이가 상당합니다. 두 권 모두 유료였다 해도 상관없이 구입했을테니 괜찮습니다.

저는 본편에 해당하는 『왕과 정령』을 다 보았습니다. 조아라에서 연재하던 분량도 재미있게 보았고, 종이책으로 나온 것도 구입했습니다. 어제도 『종려나무 그늘 아래』를 보고 나서 종이책을 다시 돌려 보았지요. 그렇기 때문에 만약 본편을 읽지 않고 외전만 보아도 이해가 쉬운지에 대해서는 답을 못하겠습니다. 기본적인 사항만이라도 알고 있으면 괜찮게 보려나요.


본편을 보신 분이라면 혹시 이 둘, 연애라인 생기지 않을까 했던 그 두 사람이 주인공입니다. 둘의 묘한 기류에 대해서는 꾸준히 나왔지요. 물론 아리타가 둘 사이를 중재(...)하긴 했지만 그 둘 사이는 조금 다른 분위기가 있긴 했습니다. 이번 편은 그런 두 사람의 관계가 발전하는 이야기입니다. 그리고 염장도도 굉장히 높습니다.T-T;
어떤 사람들에게는 이 염장도가 앞편, 그러니까 『왕과 정령』보다도 높을 수 있습니다. 앞 편은 아하트의 구애와 그에 응하는 지현의 관계라고 한다면, 이쪽은 서로 동료였던 두 사람이 어떻게 서로를 의식하고 다가가느냐가 관건이거든요. 게다가 몇몇 조연들이 중간에 초도 칩니다. 초친 사건들이 이어져 두 사람이 가까워지는 계기를 만들긴 하지요.


의외로 남주가 쿨하게 자신의 상황을 인식하고 있더군요. 먼저 자신의 마음을 깨닫고, 자신의 상황을 깨닫고, 그에 대해 고민합니다. 여주가 둔할 거라는 건 이모저모, 여러 상황을 보아 짐작하고 있었는데 에필로그 맨 끝에 나오는 부분은 정말 ...... 민달팽이에게 소금이 아니라 설탕을 부어 죽이는 것 같은 심정이...ㅠ_ㅠ 아아아...ㅠ_ㅠ


그렇습니다. 이 책의 최종 목표는 커플천국 솔로지옥.... 그것도 그냥 지옥이 아니라 무간지옥입니다. 보는 내내 달달달달해서 참을 수 없게 만들더니, 손을 마주 잡은 두 사람의 이야기가 나올 때는,

"그 뒤에서 이 장면을 실시간으로 보고 있었을 부하들의 심정"

이 어땠을지 아주, 아주, 아주 실감나게 다가옵니다.


그러니 보세요. 『왕과 정령』을 보신 분이라면 꼭 보셔야 합니다. 손발이 오그라 들어도, 이 이야기는 읽어야 합니다. 그렇지 않고서는 『왕과 정령』을 마무리 할 수 없다는 생각마저도 드는 걸요.



해난. 『종려나무 그늘 아래: 왕과 정령 외전』1-2. (전자책). 2013.


지난주에 홍대 책방에 가서 집어온 책 여섯 권. 사실 『키스보다 빨리』도 완결권이 나왔길래 살까 말까 망설였지만 현금 가지고 있는 것이 많지 않아 이렇게만 들고 왔습니다.
...
그러고 보니 지난번 책과 이번 책에 대해서 G에게 대금을 안 받았군요. 계산해보고 정산해야겠습니다. 하하하.;

『101번째 아리스』.
원래도 꼬인 이야기였지만 점점 더 꼬입니다. 게다가 이게 한 두 권 이내에 끝날 가능성은 낮군요. 아무래도 작가 최장편으로 흘러갈 것 같습니다. 이전에도 깔린 복선이 몇 있었는데 이번에는 그 중 최소 셋이 발동했습니다. 젠장.;


이마 이치코 신간. 제목을 홀랑 잊었습니다. 하지만 제목 새로 검색하기도 싫어...-ㅁ-;
이번 권은 호수 이야기의 새로운 편입니다. 근데 이것도 꼬였어. 보고 나서 찝찝함에 몸부림 쳤습니다. 이것이 과연 다음 권에서 해결되기는 할지, 아니면 더 이상한 쪽으로 꼬일지는 저도 모릅니다. 아우.;ㅂ; 하지만 이번에 꼬인 것은 좀 판이 큽니다. 착한 무녀님이 돌아가셨거든요. 후계자를 본격적으로 찾고는 있는데 딱 적임자가 안나오고, 다른 사람들이 판에 끼어듭니다. 이러다가는 용이 노해서 마을을 쓸어버려도 이상하지 않다 싶을 정도입니다.; 과연..?


『레이디 시누아즈리』
아름다운 영국 시리즈이기는 하나, 앞서 다른 이야기들과는 이어지지 않습니다. 동양의 문화재급 보물들을 사랑하는 어느 괴이한 여인네가 있고, 그 여인네를 보고 어릴 적에 홀딱 반해서 관련 정보를 캐고 다니는 청년이 주인공이라고 할 수도 있겠네요. 당연히 한 권으로 끝날 이야기는 아닙니다.
빌헬름이 더 이상 나오지 않으니 참 쓸쓸합니다.


『은수저』
한줄 요약. 과로 조심합시다.
이번 권도 확실한 절단 신공을 날렸네요. 본격적인 축제 이야기는 다음권부터 나올 것 같습니다.
게다가 모 아가씨보다 더 앙투아네트 같은 아가씨가 한 명 등장했습니다. 누구씨에게 라이벌 의식을 불태우고 있지만 이쪽은 전혀 신경쓰지 않습니다. 근데 또 부탁을 하니까 쿨하게 들어주는 모습이 귀엽군요.

『치로리』
이번 권 보다는 1권의 분위기가 조금 더 마음에 들었습니다. 2권은 그냥 그냥? 분위기는 카페알파가 더 취향이지만 이건 에로틱한 맛이 있으니까요. 기모노의 요염함을 그려내는데 사용하는 것이 열네살 꼬마라는게 조금...;


『심야식당』
벌써 11권입니다. 그러나 맛은 여전합니다. 제일 마음에 들었던 것은 돼지고기 된장국. 얌전히 둘러 앉아 된장국을 마시는 남자들이 모습이 참 아련합니다.(....)



오랜만에 왕창 사긴 했는데 사고 후회했습니다. 책을 둘 곳이 전혀 없어요. 그래서 쌓아 놓기는 했는데, 이렇게 하다가는 도저히 버틸 수가 없습니다. 뭐라도 처분하지 않으면 정말 탑이 증식하게 생겼어요. 아무래도 조만간 벼룩 글을 올리게 될 것 같군요.;ㅂ; 그래봐야 배송비 포함 1만원으로 처리하겠지만.. .끄응.... 그렇게 보내면 그걸 배달할 집배원 아저씨에게 조금 많이 미안하단 말입니다...; 책이 참 무거운데....;;
이 책에 대한 설명은 표지에 붙은 부제랑 설명만으로도 일단 감잡을 수 있습니다. 부제가 '13평 단독주택부터 50평대 전원주택까지 내가 꿈꾸는 집'입니다. 최근 유행하는 땅콩집처럼 작은 집만 소개한 것도 아니고, 양옥만 소개한 것도 아니며 다양한 종류의 집들을 소개합니다. 다만 아파트는 안나옵니다. 여기서 소개하는 것은 집이라는 단어에서 떠올릴 수 있는 이모티콘-즉, 단독주택뿐입니다.

단독주택이라지만 종류는 천차만별입니다. 전원주택으로 세운 것도 있고, 산자락에 지은 한옥도 있습니다. 연남동 골목길 안의 작은 집도 있고, 서촌의 한옥을 개조한 기록도 있습니다. 멀리 서해로 나가 스틸하우스를 지은 사람도 있고요. 그렇게 다양한 집들이 있기 때문에 읽는 사람이 취향에 따라 하나씩 골라 잡을 수 있습니다. 나는 이런 집이 좋아~라고 말입니다.
장마다 한 채의 집을 다루는데, 들어가면서 집의 위치, 대지 면적, 건축 면적, 건축 구조, 외부 마감, 실내 마감, 난방 형태, 공사 기간, 설계, 시공 등 집 짓기에 중요한 여러 정보를 자세히 적어 놓았습니다. 특히 총 비용을 소개하고 있더군요. 당연히 고친 집의 비용이 적게 드는 편이고 새로 짓는 것은 상당히 듭니다. 그리고 지을 때는 아무래도 대지 구입 비용은 별도잖아요.


(하지만 저처럼 게으른 인간은 단독주택이 쉽지 않긔...ㄱ-)

가장 마음에 드는 집은 1장의 한옥입니다. 크기도 그렇거니와, 책에서는 신혼집이지만 혼자살기에도 딱 적당한 크기의 집입니다. 14평이거든요. 개조비용이 3200만원이나 들었지만 뭐, 그정도면 오히려 저렴한지도 모릅니다. 집주인이 건축가라 적게 들은 것도 있겠지만 말입니다.
그 외의 집들 중에는 외국 사례에서나 찾아볼 수 있었을 것 같은 독특한 집도 많습니다. 동산이몽 같은 경우, 같은 산에 쌍둥이 집을 지어 겉은 비슷해 보이지만 속은 전혀 다른 집을 지었지요. 재미있는 건 집의 구조가 일본의 최근 주택 경향에서 많이 보았던 열린 집이라는 겁니다. 집은 앞 뒤로 긴 편이며, 가운데 계단을 반층 올라가면 거실, 반층 올라가면 침실, 이런 식으로 돌아가면서 공간을 구성한 겁니다. 공간이 완전히 열려있지도 않고 닫혀있지도 않은 집인데, 공간 활용도가 높다던가요. 그 뒤에 소개된 집 중에도 이와 비슷한 공간구성을 가진 집이 있습니다.


책 편집이 꽤 괜찮습니다. 저자가 『행복이 가득한 집』 에서 일했다더니 그런 분위기가 확실히 납니다. 사진도 그렇고 글도 그렇고 배치도 그렇고. 그래서 저는 편하게 읽었네요. 행복이 가득한 집을 5-6년 정도 장기 구독하던 때가 있어서리..ㄱ-;

건축보다는 집 자체에 관심이 있으신 분께 추천합니다.'ㅂ'



성정아. 『고친 집, 새로 지은 집』. 나무수, 2012, 16500원.

어쩌다가 이 책을 집어 들었나 곰곰이 생각해보니, 나카무라 요시후미의 책을 빌리다가 옆에 있는 책을 보고 덥석 집어 들었던 거로군요.-ㅁ- 그래도 굉장히 마음에 들었습니다.
원래 시리즈 제목은 미야베월드 제2막입니다. 북스피어에서 낸 미미여사의 책은 크게 두 종류로 나뉘는데, 한 쪽은 사회파 소설, 다른 쪽은 에도시대를 배경으로한 추리소설입니다. 아마 그 때문에 제2막이라고 붙이지 않았나 싶습니다. 아마 찾아보면 어느 책인가의 후기에 왜 2막인지 나와 있을 겁니다.

하여간.
북스피어에서 나온 미미여사의 에도시대물은 첫 편인 『외딴집』, 두 번째 편 『혼조 후카가와의 기이한 이야기』, 세 번째 편 『괴이』를 제외하고는 전부 사서 보았습니다. 이 세 편은 도서관에서 빌려 보았고요. 두 번째나 세 번째 이야기는 그래도 살 생각은 있었는데, 『외딴집』은 아무리해도 구입할 생각이 들지 않더군요. 사람에 따라서는 『외딴집』을 에도 시리즈 중에서 가장 뛰어난 편으로 꼽을 수도 있지만 저는 도저히 두 번 읽을 생각이 들지 않았습니다. 그만큼 이야기에 담긴 무게가 대단했거든요. 사실 『외딴집』은 그런 점에서는 수작입니다. 빼어난 작품이라 제가 그 무게를 감당하지 못하는 것이겠지요.

하여간2.
여행을 다녀온 뒤 『진상』상-하권을 바로 구입했고, 그러고 나서 『그림자 밟기』를 주문했습니다. ... 아마도 맞을 걸요.; 요즘 시간 관념이 그리 좋지 않아서 헷갈리긴 합니다만, 『진상』을 읽다보니 문득 앞 편이 보고 싶어지는 겁니다. 자아. 여기서 잠시 전체 책을 정리하도록 하지요.

북스피어에서 내고 있는 미미여사의 에도 시대물 중 몇 가지는 이야기가 이어집니다. 시리즈인 것도 있고 아닌 것도 있습니다. 하지만 공간이나 시간적 배경은 공유한다고 할 수 있습니다. 아니, 『외딴집』은 예외로군요. 이건 배경이 에도가 아니라 에도 시대니까요. 한 번쯤은 미야베월드 제2막을 정리할 필요가 있으니 기왕 이어 읽은 것, 한 번에 정리해보지요.
1편은 『외딴집』 상-하권.
2편은 『혼조 후카가와의 기이한 이야기』.
3편은 『괴이』.
4편은 『흔들리는 바위』.
5편은 『메롱』.
6편은 『얼간이』.
7편은 『하루살이』 상-하권.
8편은 『미인』.
9편은 『말하는 검』.
10편은 『흑백』.
11편은 『안주』.
12편은 『진상』상-하권.
13편은 『그림자 밟기』.

이 중 단편집인 것도 있고 장편인 것도 있는데 나누기가 쉽지 않습니다. 연작단편소설처럼 하나하나의 단편이 나뉘어져서 그게 또 한 편으로 이어진 책이 여럿 있기 때문입니다. 그런 책은 장으로 나뉘어 있다고 볼 수도 있고, 아니면 하나하나를 단편으로 떼어 볼 수도 있습니다. 각 장에서 벌어진 이야기는 짧지만 대부분의 경우 그 안에서 끝나며, 전체 이야기를 관통하는 하나의 큰 이야기가 또 있습니다. 가장 최근에 완독한 『진상』이 그런 이야기입니다. 작은 수수께끼들을 풀어 내는데, 그 풀린 이야기 하나하나는 소설 전체를 꿰뚫는 이야기를 구성합니다. 뭐, 그렇게 밖에 설명할 수 없군요.
『흑백』이나 『안주』가 그나마 단편에 가까운데 이것도 전체를 구성하는 이야기 하나가 딱히 없다 뿐이지 단편으로도, 장편으로도 볼 수 있습니다.
아예 단편인 것도 있긴 합니다. 『혼조 후카가와의 기이한 이야기』나 『괴이』는 서로 떨어져 있는 이야기입니다. 단편집으로 보면 되겠지요. 아니, 지금 읽고 있는 『그림자 밟기』도 그런 단편에 해당할겁니다.

정리하면, 『외딴집』은 오롯이 하나의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거기에 『메롱』도 하나의 이야기였다고 기억은 합니다. 확실하진 않네요. 이건 모종의 이유로 이번 재독에서 빠졌는데, 월요일에 도서관에서 빌려왔으니 또 다시 읽고 나면 분위기 파악이 되겠지요.

『혼조 후카가와의 기이한 이야기』, 『괴이』, 『그림자 밟기』는 단편집입니다. 다만 『혼조 후카가와의 기이한 이야기』는 다른 시리즈의 앞 이야기로 볼 수 있으며, 『그림자 밟기』의 단편 중에는 다른 시리즈와 연결되는 이야기가 하나 있습니다.

『흔들리는 바위』, 『미인』, 『말하는 검』은 오하쓰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습니다. 다만 『말하는 검』은 미미여사가 아주 초기에 쓴 작품으로, 『흔들리는 바위』의 원형에 가깝습니다. 이걸 읽고 다른 세 편을 보는 쪽이 순서상으로는 맞겠지만, 실은 출간 순서대로 보는 쪽이 낫다고 봅니다. 그렇지 않으면 『말하는 검』의 특정 인물에 지나치게 빠질 수 있습니다.(...)
오하쓰라는 아가씨는 어떤 일을 계기로 해서 다른 사람들에게는 보이지 않는 것을 보는 힘을 가지게 됩니다. 평소에는 올케언니랑 같이 밥집에서 일을 하지만 어쩌다보니 사건에 끼어 들게 됩니다. 그건 오라버니의 영향도 있겠지만, 『말하는 검』에서도 나오는 그 어르신의 영향이 클 겁니다.

『흑백』과 『안주』는 미시마야 변조 괴담 연작입니다. 오치카라는 아가씨는 어떤 사정으로 에도에 있는 숙부댁에 올라옵니다. 보통 그리 되면 숙부댁에서 아가씨로 고이 모셔져야 하지만 본인은 그저 일하는 사람처럼 숙부댁에서 열심히 지내기를 원합니다. 그리 된 데에는 사정이 있고요.
그 사정 때문에 오치카를 안쓰럽게 보던 숙부는 어떤 일을 계기로 하여 흑백의 방을 꾸미고, 거기서 괴담을 모으기로 합니다. 괴담을 듣는 것은 오치카 본인이고요. 『흑백』이나 『안주』나, 둘다 처음에 시작된 어떤 사건, 혹은 중간에 등장하는 어떤 일이 마지막에 가서 매듭지어집니다. 이건 아직 진행중인 이야기라고 들었습니다. 오치카가 가정을 꾸리는 이야기가 다음 책에 등장한다 해서 기다리고 있지요.

『얼간이』, 『하루살이』,  『진상』, 『그림자 밟기』. 물론 『그림자 밟기』는 일부만 이 시리즈에 이어집니다. 중요 조연중 한 명이 등장하는 단편이 있거든요. 『혼조 후카가와의 기이한 이야기』도 넓게는 같은 시리즈로 볼 수 있습니다. 전혀 상관 없어 보이는 이야기지만 생각해보면 『혼조 후카가와의 기이한 이야기』가 앞 이야기에 해당됩니다.
『얼간이』가 맨 처음 나왔을 때는 헐렁~한 무사님과 꽃미소년의 조합이라는 책 소개글을 보고 상당히 기대했는데, 꽃미소년은 아주 한참 뒤에나 등장합니다. 하지만 『얼간이』부터 시작해서 『하루살이』와 『진상』을 같이 본다면 문제 없습니다. 유미노스케 참 예뻐요.... 미모로 따지자면 미미여사 시리즈에서 최고 미소년일겁니다. 남녀를 가리지 않고 사람을 홀리니까요. 심지어는 쟤를 그냥 두면 나중에 한량이 되거나 여난에 휩쓸릴 것이니 차라리 제부에게 맡겨서 무가의 일을 맡기는 것이 나을 것이라고 어머니가 직접 말할 정도입니다. 외모는 자신(어머니)을 꼭 빼닮았는데, 남편이 아주 여자 관계가 안 좋아요. 그러니 걱정할 만도 하지요. (그리고 이 여자문제는 나중에 또 큰 문제를 일으킵니다.)


괴이도를 따라 나눈다면 『혼조 후카가와의 기이한 이야기』나 헤이스케-유미노스케 시리즈가 제일 괴이도가 낮습니다. 그 다음은 미시마야 시리즈. 가장 괴이한 것은 오하쓰 시리즈랑 『괴이』네요. 『괴이』는 정말 괴담입니다. 그러고 보니 아직 다 읽지는 않았지만 『그림자 밟기』도 괴이도가 높은 편입니다.'ㅂ'



번역자는 김소연씨가 대부분을 하고, 『말하는 검』을 최고은씨, 헤이스케-유미노스케 시리즈를 이규원씨가 번역했습니다. 번역은 대체적으로 나쁘지 않지만 몇가지 걸리는 점이 있네요. 특히 이번에 헤이스케-유미노스케 시리즈를 다시 읽으면서 알았는데; 나가야 이름을 다르게 표기했습니다. 『얼간이』에서는 뎃핀 나가야라고 소개했는데, 최신 권인 『진상』에서는 데쓰빈 나가야라고 표기했더군요. 그러고 보니 또 사람 이름을 잘못 쓴 곳도 한 군데 있었는데 어디인지 잊었습니다. 그 부분이 걸린 것 외에는 전체적으로 무난합니다. 무난하다는 말을 넘어서 이 정도까지 번역해준데 감사드릴 따름입니다.;

에도시대에 대한 여러 지식들은 거의 다 미야베월드 제2막에서 정보를 얻었습니다. 간접 정보지만 그 시대에 살아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이고 사전 조사도 철저히 했을 거라 믿으니 괜찮겠지요. 뭐, 조선시대를 배경으로 한 몇몇 로맨스 소설처럼 설렁한 구조는 절대 아닙니다. 특별히 어느 작품을 떠올리며 쓰는 것은 아니라고 말 못하겠네요. 하하하;


어제 『혼조 후카가와의 기이한 이야기』도 다 읽었으니, 다음은 『메롱』입니다. 그리고 『괴이』. 그러고 나면 북스피어에서 나올 다음 책을 기다려야겠네요.T-T
엊그제 블로그에서 이벤트를 했던 『그림자 밟기』는 어제야 읽었습니다. 읽기 아까워 미뤄둔 것도 있었고, 책이 도착했을 때 한창 미야베월드 제2막의 다른 책들을 보고 있었던 것도 있고요. 그 책들을 다 읽고 나서 읽을까 말까 고민하다가 어제 기분이 확 가라앉은 김에 집어 들었는데 두 편을 읽고 나니 아까워서 못 읽겠더군요.
그래서 『작자미상』 상-하권을 먼저 읽고, 리뷰를 올린 다음에 다시 『그림자 밟기』의 다른 편을 읽었습니다.

...

그런데 조금 호불호가 갈릴만 합니다....;
전체적으로는 괴이, 요괴들이 등장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순수 추리를 원하신다면 아마 취향에 안 맞으실 겁니다. 하지만 전체적으로 굉장히 사랑스럽고 슬픔이 아련하게 남는 단편들입니다. 게다가 어떤 것들은 또 굉장히 역동적이고요. 요괴나 괴이한 현상을 다루고 있다는 점은 닮았지만 각각의 느낌은 상당히 다릅니다.

「스님의 항아리」, 「그림자 밟기」, 「바쿠치간」, 「토채귀」, 「반바 빙의」, 「노즈치의 무덤」의 여섯 편이 실려 있습니다.

가장 재미없었던 것이 「반바 빙의」. 이건 읽고 나면 암울합니다. 허탈하다고 해야하나, 주인공의 앞날이 어찌 될지 뻔하게 보입니다. 철없고 예의 없고 무례하고. 이런 사람을 딱 여섯 글자로 표현할 수 있는데 차마 그 표현은 쓸 수 없습니다. 하여간 그런 아내를 맞이했는데, 남편은 데릴사위입니다. 그러니 여자가 남편을 쥐고 흔드는 것은 당연하지요. 그건 여자뿐만 아니라 주변 사람들도 모두 그렇습니다. 처가집이 워낙 부자인데다가 사위는 분가의 차남입니다. 일을 잘하게 생겨서 데려왔다가 딸래미가 반해서 결혼시킨 건데, 그렇다보니 주변 사람들은 눈에 불을 켜고 저 녀석이 우리 딸에게 잘하나, 우리 아가씨에게 잘하나 감시합니다. 남편도 아내를 사랑하고 아내도 남편을 사랑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저렇게 철없고 애 같은 투정을 부려도 받아줘야하나요. 애를 잘못 키웠군요.-_-
물론 전체 이야기의 본론은 그게 아닙니다. 요괴가 등장하는 이야기는 남편이 아내의 버르장머리 없는 모습을 깨닫는 계기가 되지요. 그참...
하여간 재미없었던 이유는 저 여자가 제가 제일 싫어하는 인간형이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요괴 이야기에 등장하는 여자 역시 정말로 질색 팔색하는 타입의 여자고요. 애 잘못 키우면 저런 사단 납니다.(먼산) 너무 버르장머리 없게 키우지 마세요.(먼산2)


「노즈치의 무덤」은 어쩌면 이 중에서 가장 초기작일지도 모릅니다. 어떻게 보면 『사바케』 같기도한, 그런 요괴 이야기입니다. 하지만 그 배경에 깔린 이야기가 좀.OTL 맨 마지막 단편인데 뒷맛이 약간 씁쓸합니다.


「토채귀」는 『흑백』에 해당하는 미시마야 변조괴담 시리즈의 프리퀄(앞 이야기)입니다. 아니, 완전한 프리퀄은 아니고 등장인물 A와 B가 어떻게 알게 되었는가, 등장인물 A의 과거는 어땠으며 어떻게 에도에 자리잡게 되었는가를 보여줍니다. 근데 과거 이야기가 참 묵직합니다.OTL
A와 B가 만나게 된 계기에 대한 이야기는 『흑백』에서도 잠시 언급됩니다. 그리고 거기에 A의 연애담 비슷한 것이 있었다는 말도 있습니다. 그 자세한 이야기가 여기 실려 있는데, 문제는 막판에 반전 비슷한 것이 있다는 점. 하하하; 조금 무섭습니다.;


「스님의 항아리」, 「그림자 밟기」, 「바쿠치간」은 우열을 가릴 수 없게 재미있었습니다. 「스님의 항아리」는 『괴이』에 실려도 이상하지 않을 법한 이야기입니다. 그러나 무서운 이야기만은 아닙니다. 그 희끄무레한 것만 제외한다면 오히려 건강한(!) 이야기라고 할 수 있습니다. 게다가 신데렐라 스토리란 말이지요. 물론 신데렐라나 콩쥐나, 둘다 기본 출신은 좋았지만 이 이야기의 주인공은 꼭 그렇다고 할 수도 없었습니다. 오히려 어떤 사건으로 인해 신분이 상승하니까요. 하여간 스님과 항아리가 등장하기 때문인지 『음양사』도 떠오릅니다. 그보다는 훨씬 덜 무서우니 걱정하지 마시길.

「그림자 밟기」는 아련하고 서글프지만 그게 또 담담하게 마무리 됩니다. 이건 가장 최근에 나온 『진상』과 같이, 헤이스케-유미노스케 시리즈에서 중요한 역할을 맡고 있는 마사고로가 등장합니다. 그러므로 헤이스케-유미노스케 시리즈로 보아도 되겠네요. 그림자라는 소재 때문인지 『그림자가 없는 사나이』라는 유명 SF(?) 소설이 떠오릅니다. 허허허;

「바쿠치간」의 매력은 통쾌함입니다. 무서운 이야기가 깔려 있지만 그걸 멋지게 퇴치하니까요. 게다가 퇴치하는 법을 알고 그것을 해결하는데 큰 도움을 주는 것이 아이들입니다. 아이들과 청소년 한 명. 그렇다보니 애들을 주인공으로 한 모험물로 보아도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게다가 개가 등장하기 때문에..-ㅂ- B님이나 C님은 재미있게 보실 겁니다. 훗훗훗.
특히 B님은 중간에 등장하는 암호문(!)을 그나마 이해하실 수 있지 않을까 싶...; 그 부분의 번역은 사실 조금 아쉽긴 한데, 음을 읽지 않고 그냥 히라가나를 적었다면 일반 독자들에게는 접근하기 안 좋으니까요. 저는 그런 문장이 있을 경우 발음이 적힌 것보다는 원어가 적혀 있는 쪽을 선호합니다. 영미소설의 경우 라틴어가 종종 소설 속에 등장하는데, 그럴 경우 라틴어를 한국어 발음으로 읽은 걸 적는 것보다는 라틴어 원어를 그대로 적고, 그 해석을 옆에 달아 놓는 것이 좋더라고요. 특히 이런 외국어가 말장난에 쓰일 때는 말입니다.
여기서는 말장난은 아닌데, ... 그래도 꽤 재미있는 코드라서 말입니다. 다만 여기 등장하는 그 지역이 어디인지 모르겠네요. 구글 지도에서 검색하면 특정 지역이 하나 나오는데, 에도에서 지나치게 멉니다. 게다가 발음도 약간 차이나네요. 과연 여기가 어디려나.-ㅁ-;



미야베 미유키. 『그림자 밟기』, 김소연 옮김. 북스피어, 2013,


사실 미야베월드 제2막은 전 권 다 갖춰놓고 싶은데 책 꽂을 공간이 없습니다. 아..T-T; 이것도 지금 일시 방출하나 마나 고민되네요.
이걸로 한국에 출간된 미쓰다 신조의 책은 다 읽은 셈입니다.
...
라고 적고 보니 한 권이 빠졌네요. 『일곱 명의 술래잡기』. 하지만 이 책은 읽을 용기가 안납니다. 무서워요.;

미쓰다 신조의 책은 두 종류로 나뉘는데, 탐정이 다릅니다. 한쪽은 도조 겐야 시리즈, 다른 한 쪽은 미쓰다 신조 시리즈입니다. 저자명이 등장인물 명으로 등장하는 것은 아주 드물진 않지요. 제가 좋아하는 소설가 아리스 시리즈의 아리스가와 아리스도 그런 예고, 엘러리 퀸이야 두말할 나위 없는 가장 대표적인 예니까요.
하지만 미쓰다 신조의 책은 그보다 훨씬 현실감이 있습니다. 이전에 『기관』을 읽었을 때도 그런데 사실 사이사이에 허구를 교묘히 끼워넣다보니 읽는 사람으로 하여금 머리 끝이 솟게 만듭니다. 게다가 『기관』은 책 속의 책이 등장하는 데서 사람을 오싹하게 하는데 굉장히 탁월합니다. 혹시라도 여름철 피서에 공포소설을 택하신다면 단연 미쓰다 신초의 책을 추천합니다.-_-;


이 책은 『기관』에 바로 이어집니다.
이야기는 아주 간단해요. 그러니까 미쓰다 신조는 친구 아스카 신이치로와 함께 어느 헌책방을 드나듭니다. 그러다 신구 아스카가 『미궁초자』라는 특이한 이름의 동인지를 꺼내듭니다. 가죽 제본으로는 되어 있지만 개인 제본이라 그런지 굉장히 허술하게 만든 책이랍니다.(물론 같은 개인 제본이라도 저라면 그보단 낫게...(탕탕탕!)) 동인지에는 총 7편의 이야기가 실려 있습니다. 저자가 누군지도 제대로 나와 있지 않은데다 판권기가 실려 있을 맨 뒷부분은 안 뜯었습니다. 봉인되어있다고 해도 틀리진 않겠지요.
문제는 그 책을 읽는 순간 뭔가 이상한 일이 일어납니다. 그 이상한 일들은 읽은 사람들의 주변을 맴돕니다. 그리고 독자를 위협합니다. 상황을 들어보니 『미궁초자』를 소유했던 사람들은 하나같이 전부 사라집니다. 그것도 이유를 알 수 없이 사라지는 거죠. 적어도 추적이 가능한 인물들은 전부 그러했던 모양입니다. 그러니 미쓰다와 아스카에게는 이 수수께끼를 풀어야할 이유가 생깁니다. 죽고 싶진 않거든요. 아니, 죽는 것을 넘어서서, 이상한 괴물이 주변을 맴돈다거나, 아기 우는 소리가 들린다거나 하는 일은 없어야 하지 않습니까.-_-;


다른 추리소설 소개하는 것과는 달리 그래도 이 책에 대해서는 꽤 내용 소개를 한 셈입니다. 하지만 실은 하나도 소개 하지 않았습니다. 정말로요. 이 책의 백미는 『미궁초자』에 실린 7편의 이야기이며, 그 이야기를 풀어내는 두 사람의 솜씨입니다. 사실 추리를 풀어내는 솜씨는 미쓰다보다 아스카가 낫긴 합니다만, 그건 상관없습니다. 풀어내는 것이 중요하고요. 그리고 이 책의 마지막은 아주 큰 빅엿을 날리고 사라집니다. 엿을 억지로 입에 우겨넣은 느낌인데, 어쩐지 지난번에 『염매』를 빌리면서 이 책 하 권 결말을 보았을 때 그렇더라니. 그게 이런 이유로군요.-_-;


이 책을 누구에게 추천하는가는 조금 고민되긴 합니다. 이 소설을 제대로 즐기려면 가능한 많은 추리소설을 알아야 합니다. 알고 즐기는 것이 더 재미있으니까요. 예를 들으면 애거서 크리스티의 『그리고 아무도 없었다』나, S. S. 밴다인의 파일로 밴스 시리즈, 『흑사관 살인사건』 등도 알아두면 좋습니다. 요코미조 세이시, 에도가와 란포 정도는 어떤 사람인지 알고 있는 것이 재미있게 읽을 수 있겠지요. 슬프게도 헨리 메리베일 경은 누구인지 잊었는데, 애거서 크리스티 시리즈에 나오는 헨리 경인가요.-ㅁ-; 찾아보면 나오겠지만 나중으로 미뤄야겠네요.

근데 등장하는 추리소설이 하나 같이 영미권이고, 프랑스권은 없음..ㄱ-; 그것도 나름 재미있습니다?


미쓰다 신조. 『작자미상: 미스터리 작가가 읽는 책 상-하』, 김은모 옮김. 한스미디어, 2013, 각 11500원.


번역은 대체적으로 무난한 편입니다. 하지만 백미는 어쩌면 후기인지도..? 읽고 나면 홍대입구 주변 돌아다니기가 조금 무서울지도 모릅니다. 음훗훗훗훗~
제목에 적고 싶은 문장은 사실 저게 아니었습니다.
아마 그 드라마 CD를 들으신 분이라면 아주 익숙할 대사이지요.

"家がほしい."

한 단어만 살짝 바꿨을뿐인데 분위기가 달라지네요. 원래 대사는 아주 중후한 목소리로 "國がほしい."라고 말하는 것이라 분위기가 전혀 다릅니다.-ㅂ- 그쪽은 나라, 이쪽은 집. 나라는 둘째치고 집이라도 한 칸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그것도 옛 사람들이 말하는 초가삼간말입니다. 이 책을 보면 초가삼간도 아주 넓은 집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여기서 본 것 중 가장 작은 집은 7평방미터였어요. 하하하.


로이드 칸의 책은 이번이 처음은 아닙니다. 이전에 『셸터』도 본 것 같은데, 기억이 가물가물하네요. 하여간 이 책은 G의 부탁으로 도서관에서 빌려왔다가 홀라당 반하고 구입을 고민중입니다. 사고는 싶은데 둘 곳이 없어요. 정말 참고하고 싶은 집들이 많은데..;ㅂ;
(혹시나 해서 교보에서 검색해보았는데 전자책으로는 없습니다.)

종류도 상당히 다양합니다. 하지만 모두 한 가지는 같습니다. 초소형 주택, 땅콩집, tiny home이란 점은 말입니다.
다만 땅 위에 있냐, 바퀴 위에 있냐, 건축가가 지은 거냐, 조립식이냐, 천연재료로 지었냐, 나무 위에 지었냐. 아니면 아예 주거용 차량이냐, 물 위에 있느냐까지.

바퀴 위의 집과 주거용 차량이 어떻게 다르냐면, 전자는 트레일러 틀 위에 집을 올린 거고 뒤는 마차나 작은 수레 위에 집을 올린 겁니다. 아니면 아예 바퀴 달린 집-즉 차 자체를 집으로 개조한 겁니다. 그런 차이가 있어요.'ㅂ'

전체적으로 보니 나무 위의 집, 주거용 차량, 물 위의 집은 취향이 아니더랍니다. 조립식 주택도 의외로 비쌉니다. 역시 눈에 들어온 건 땅 위에 지은 초소형 주택이랑 천연재료로 지은 초소형 주택입니다. 이 둘이 제 취향에 가장 잘 맞네요. 물론 제가 살고 싶은 집은 대부분 1장에 나온 땅 위의 초소형 주택입니다. 천연재료는 마감이 지나치게 덜 된 것 같은 느낌이 들더군요. 흙집이 많거든요.

다른 집은 안 보더라도 책 맨 앞에 나온 돌집은 꼭 보세요. 스키장 한 가운데, 현지에서 구한 자재만 사용하여 오두막을 지은 사람이 있습니다. 아니, 여기는 스키장 한 가운데가 아니라 그냥 설원 한 가운데입니다. 다만 눈이 내리면 어디서든 스키를 탈 수 있다는 것이 다를뿐입니다. 그리고 짐작컨데, 그 산 자체가 아마 이 사람 땅일 겁니다. 스노보드 장비 제조 회사의 창업주이자 소유주랍니다.(Area-241) 근데 그런 사장님이, 스노보드도 잘 타는 그런 사람이, 혼자서 이런 근사한 집을 지었습니다.ㄱ-; 게다가 그 만드는 과정을 사진으로 찍어 놓고, 그 뒤에도 스노보드와 집과 눈과 별과 등등의 사진을 찍었습니다. 아... 정말로 이런 집도 멋지지만 집을 짓는 사람도 멋집니다.

그러고 보니 이 책에서는 집 짓는 사람을 빌더라고 하더군요. 아키텍처, 즉, 건축가와는 다른 단어입니다. 한국에서는 건축가는 많이 생각하지만 시공자에 대해서는 별로 생각하지 않지요. 여기서 빌더는 집을 짓는 사람, 실제 시공하는 사람을 말하나봅니다. 목수하고도 조금 다릅니다. 목수는 직업이지만 빌더는 하는 일을 말하는 것이니까요.
읽다보니 아주 평범한 사람도 마음만 먹으면 집을 지을 수 있습니다. 물론 한국의 이야기는 아닙니다. 한국은 그 어떤 규모의 건축물을 짓더라도 허가를 받지 않으면 불법건축물이니까요. 하지만 이 책 앞부분에 나오는 건물 중 몇 가지는 그런 허가 없이 지었습니다. 주에 따라 다르지만 소형 면적의 건물(11평방미터 등등)은 허가 없이 지을 수 있답니다. 그러니까 정원 한 구석에 골방을 만드는 것은 문제가 아니예요.-ㅁ-;


집들이 마음에 드는 이유는 아마, 제가 짓고 싶은 집의 모습과 유사한 것이 많아서 일겁니다. 1층에는 부엌과 거실을, 2층에는 침실과 개인공간을. 물론 그리 되면 2층이 여름에는 아주 더워서 잠들기 어려울지 모르지만, 그런 때는 1층 마룻바닥에 이불 펴고 자도 됩니다. 한국은 좌식생활이 기본이고, 신발을 집 안에 신고 들어오지 않으니까 가능한 이야깁니다.


아마 M님이 보시고 포복절도할 집은 천연재료로 만든 집일 겁니다. 웨일스에 호빗집이 있어요.(...) 언덕을 파고 들어가 약간의 벽체를 세워 만든 호빗집.; 정말로 호빗집입니다. 하하하;


로이드 칸. 『로이드 칸의 아주 작은 집』, 이주만 옮김. 한스미디어, 2013, 35000원.


가격이 높지만 올 컬러에 책도 굉장히 묵직하고 사진도 멋집니다. 이 가격 주고 살만한 책이라니까요.:)
단편보다 더 짧은 이야기를 말하는 단어 중에 掌편, 葉편이라는 것이 있습니다. 손바닥만한 글, 잎사귀만한 글을 말하며 단편이라 부르는 글보다 더 짧은 이야기를 다룹니다. 이 책은 작가가 아닌 어느 남자가 쓴 다섯 편의 짧은 글을 쫓는 것이 기둥 줄거리입니다. 하나의 글을 찾을 때마다 그 글도 책에 소개가 되는데 굉장히 기묘한 이야기입니다. 결말이 없는 이야기, 리들(riddle) 스토리라 부르더군요. 다만 이 소설을 쓴 사람은 각각의 결말을 딱 한 줄로 결정해서 적어두었으며, 적은 결말만 남겨 놓고 사망합니다.

글은 전체적으로 굉장히 어둡고 무겁습니다. 끝까지 다 읽고 나면 허무함, 그리고 무상함, 거기에 앞이 보이지 않는 안개 속에 있는 것 같은 느낌을 받습니다. 그럼에도 추천할 수 밖에 없는 책이네요. 글이 어두운 것은 배경이 어둡기 때문입니다. 90년대 초, 버블이 막 꺼지기 시작한 시점의 일본이기에 등록금을 마련하지 못해 대학에 돌아가지 못하는 청년이나, 부동산 경기의 침체로 같이 가라앉는 남자나, 가장을 잃고 어찌할 바를 모르는 여자나 다 어둡기 마련입니다. 호황기였다면 어떻게든 살아갈 수 있는 방법이 있을텐데 그렇지 못하지요.


읽으면서 감탄한 것은 이 책 속에 등장하는 짧은 이야기들의 존재입니다. 짧지만 일상적이지 않고 환상적이며, 그렇지만 그 안에 함축된 뜻은 여러 가지로 읽힙니다. 게다가 딱 한 줄을 덧붙임으로써 그 이야기가 완결된다는 것도 굉장히 신기합니다. 역시 달라요...
그리고 요네자와 호노부의 다른 작품을 생각하면 이 작가 자체에도 감탄하게 됩니다. 『빙과』도 이 작가 작품이고, 『봄철한정딸기 파르페』도 이 작가 작품입니다. 이 둘은 일상 추리물이고 개그와 유며가 담겨 있습니다. 심각한 이야기도 있지만 어찌보면 무난하고 평범합니다. 그럴진대, 『부러진 용골』은 정통 중세 판타지 추리소설이며 묵직합니다. 『인사이트 밀』은 어떤 의미로는 엽기에 가까운 정통 추리소설입니다. 『덧없는 양들의 축원』은 『추상오단장』에 실린 장편과 분위기가 상당히 닮아 있으며 전체적으로 환상소설입니다. 흔히 생각하는 판타지가 아니라, 아련하고 무섭기도 하고, 갈피를 잡을 수 없는 느낌의 환상입니다.
이런 소설을 모두 한 사람이 썼지요.-_-; 그래서 무서운 사람이라 생각합니다. 허허허..


요네자와 호노부의 다른 작품을 읽어보았다면 이 책도 추천합니다. 읽어보지 않았다고 하면 상대적으로 접근하기 쉬운 다른 책들을 먼저 읽고 나서 보기를 추천합니다. 그냥 보아도 상관없지만 다른 책들과의 연계 속에서 읽으면 이 책에 더 감탄할 수 밖에 없으니까요.
아... 이렇게 글 잘 쓰는 사람들이 정말로 부럽습니다.T-T;


요네자와 호노부. 『추상오단장』, 최고은 옮김. 북홀릭, 2011. 12000원.


의도적으로 이 소설의 한 축만 밝히고 다른 축은 빼놓았습니다. 그 축은 직접 찾아서 읽어보시길.
무라카미 하루키의 단편집 모음입니다. 워낙 옛날 글이다보니 지금 분위기하고는 사뭇 다르지요. 이 수필에 실린 글들은 『상실의 시대(노르웨이의 숲)』를 쓰기 전의 글이랍니다. 그러니까 시기상으로 『먼 북소리』에 언급되는 몇몇 기고글이 이거라는 거죠. 유럽 가기 전에 몇 달치를 한꺼번에 써주었다고 했던 것 같은에 여기 실린 글도 그런지 모릅니다. 시기가 안 맞는다고 밝힌 것도 있으니까요.
83년에서 88년까지 쓴 글이라 그런지 글에 조금 날이 섰습니다. 그러니까 어떤 느낌이냐 하면 PMS에서처럼 뭔가에 대해 불만이 많고 괜히 신경이 날카로워서 괜히 툭툭 말을 던지고 내뱉는 사람인 것 같은 느낌.; 『먼 북소리』에서는 그걸 마흔전증후군(...)이라 부르는 것 같은데 그 분위기가 글 전체에 묻어 있습니다. 그러니 시코쿠 우동 먹기 기행에서 볼 수 있는 그런 느긋함은 덜합니다.
그래도 무라카미 하루키 수필이니까 편하게 읽을 수 있습니다. 지하철 안에서 스르륵 훑어 보고 내려놓으면 될 정도의 이야기지요. 그 속에서도 건질 것은 분명히 있고요.

레이몬드 챈들러의 방식은 저도 보고서 좀 배워야겠습니다. 보고서를 써야할 때면 지금 당장 처리해야하는 일도 아닌데 다른 일들을 꺼내다가 이리저리 뒤적이는데, 여기에서처럼 멍하니 있더라도 글에 대해 몰입하는 시간을 만드는 겁니다. 딱 그시간 동안은. 그런 방식은 본받아야지요.


다만 정말로 동의할 수 없는 내용도 하나 있었으니, 제복 말입니다.
무라카미가 고등학교 때, 제복에 대한 찬반 논란이 있었던 모양입니다. 그리고 투표를 했는데 제복에 찬성하는 학생들이 70%였다나요. 어떻게 제복에 찬성할 수 있냐며 성토하던데, 저는 찬성합니다. 어른의 입장이 아니라 제복을 입는 학생의 입장에서도 말입니다.
왜냐하면, 편하거든요.
아침에 무슨 옷을 입을지 고를 필요 없이 교복을 집어 입고 나오면 됩니다. 다시 말해 이것은 '옷을 고르기 귀찮아 하는' 게으름뱅이의 입장에서 제복을 찬양하는 겁니다. 사복의 구입으로 인한 소득 격차 어쩌고 하는 것은 다 집어 치워요. 제가 원하는 것은 아침에 옷 고를 필요 없는 자유(...)입니다. 가격이 비싸다지만 입고 다니는 시간을 생각하면 아주 비싸다고 할 수 없지 않나요.-ㅂ-;

하여간 그런 생각에서 저는 교복을 찬성합니다. ...만 요즘의 교복은 그리 입고 싶지 않네요. 스키니 바지와 스키니 치마 따위...ㄱ-;



무라카미 하루키. 『쿨하고 와일드한 백일몽』, 안자이 미즈마루 그림, 김난주 옮김. 문학동네, 2012. 11800원.

결말 부분만 아니었다면 올해의 책으로 꼽아도 문제 없을, 빼어난 작품이었습니다. 저는 이 결말 부분에서 김이 확 샜거든요. 결말 때문에 이 책은 키다리 아저씨와 비슷한 형태를 가진 로맨스소설로 생을 다하고 맙니다.(...) 물론 어디까지나 제 취향에 비추어 그런 것이지, 전체적인 구조나 이야기, 각 인물들의 빼어난 입담, 건지 섬에서 벌어난 여러 사건들, 그 사건들 속에서 보이는 엘리자베스의 모습은 대단합니다.

저자는 출판사와 접촉하여 책 출간을 위한마지막 작업을 하던 중에 건강이 악화되어 조카에게 뒷 일을 맡깁니다. 그리고 출간하기 전에 사망하지요. 그 때문에 책의 저자는 두 명입니다. 메리 앤 섀퍼가 원저자, 애니 배로스가 책의 마무리를 도운 조카입니다. 원저자는 1934년 생이네요. 2008년에 사망했으니 노환이라 보아도 무방할듯합니다.

제2저자인 배로스가 말하듯이, 이 책은 『키다리 아저씨』와 비슷합니다. 다만 『키다리 아저씨』는 주디가 일방적으로 아저씨에게 보내고 있지요. 답장은 거의 없고 다른 사람들에게 보낸 편지도 들어 있지 않습니다. 그런데다 편지 글투가 굉장히 일상적이라 저는 오히려 『채링크로스 88번지』가 연상되더군요. 이쪽은 대서양을 사이에 두고 미국에 거주중인 사람이 영국의 헌책방과 교류를 하는 이야기인데, 그래도 다양한 사람들의 편지가 등장합니다. 주로 편지를 쓰는 사람은 두 사람이지만 책방의 다른 직원들도 점차 이 서신교류에 끼어들거든요. 거기에 『건지 감자껍질 파이 북클럽』의 앞부분도 편지의 매개가 '책'이라는 점이 닮았습니다.

『건지』는, 2차대전 직후 영국에서 조금 인기를 얻은 어느 작가가 절친한 친구 소피랑, 친구의 오라버니이자 출판사 사장인 시드니랑 편지를 주고 받는데서 시작합니다. 그리고 건지라는 이름의 작은 섬에서, 주인공 줄리엣이 헌책으로 처분했던 책을 받은 사람이 다른 책을 구하기 위해 줄리엣에게 편지를 보내면서 이야기가 점점 커지지요. 오로지 편지글만 등장하기 때문에 이야기를 파악하는 것이 어려울 것 같지만, 읽다보면 그것도 아닙니다. 의외로 줄거리는 간단합니다. 책 판매를 위해 판촉행사를 하던 줄리엣은 점점 지쳐가고, 거기에 연애문제와 새로운 책에 대한 소재도 끼어들어 점점 힘들어합니다. 그런 각박한 생활 속에서 가뭄의 단비가 되는 것은 건지 섬에서 날아오는 편지들입니다. 2차대전 당시 건지섬은 독일군에게 점령되었습니다. 독일은 줄창 영국을 공격했지만 결국에는 실패하고 전쟁에서 패했지요. 그렇지만 건지섬은 작은 섬이었고 이를 방비할 전력도 들어오지 못했기 때문에 모든 전쟁이 끝난 뒤에야 독일군에게서 해방됩니다.

그, 독일군 점령 치하에서 건지섬에 있는 사람들은 굉장히 힘든 시간을 보냅니다. 물자는 부족하고, 섬에 있는 것만으로 자급자족하는 것은 힘듭니다. 그리고 독일군은 다양한 제약과 규제를 만들어 사람들을 통제하려 합니다. 그런 통제 때문에 힘들기도 하고요.

건지 섬에서 있었던 여러 이야기들의 중심에는 한 여자가 있습니다.
엘리자베스.
독일군에 붙잡혀 결국 수용소에 끌려갔고 전쟁 후에도 돌아오지 못했습니다. 어떤 사람들은 엘리자베스를 망나니에 말썽꾸러기, 온갖 문제를 일으키는 주동인물로 부르지만, 어떤 사람들은 엘리자베스를 용기있고 당차고, 또 희망이 있었으며 사랑스러운 여자로 봅니다. 극명하게 보이지만 어느 쪽이 더 옳은 시선인지는 책을 읽어나가면서 알 수 있고요.


...
여기까지는 좋은데,
데....
결말에는 별로 동의하고 싶지 않았습니다. 아니, 뭐, 그런 결말이 나올 수도 있지만 그렇게 이야기가 흘러가는 순간 이 책은 로맨스가 되었습니다. 으흑흑;ㅂ; 딱히 솔로부대로서 커플지옥을 외치기 때문에 그런 것만은 아닙니다. 뭔가 결말이 아쉽네요. 엘리자베스에 대한 이야기도, 새 책에 대한 이야기도 없이 결국 앤과 비슷한 결말을 맞는 건가 싶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하아.


그래도 C님이 말씀하신대로, 이거 오디오북 들으면 장난 아니겠습니다. 모두 전문 성우라 하시니 그 딱딱한 영국 발음이 어떻게, 그리고 얼마나 생생하게 살아날지! 게다가 인물마다 나타날 그 어투가 어떨지 생각하니 절로 웃음이 나네요. 덕분에 저도 아마존 오디오북 결제를 심각하게 고민중입니다..^-T

메리 앤 섀퍼, 애니 베로스. 『건지 감자껍질파이 북클럽』, 신선해 옮김. 이덴슬리벨, 2010, 13000원.


지금 교보에서 반값으로 팔고 있군요. 오옷. 조금 고민 되긴 하는데 집에 꽂을 자리가 없어..OTL
어쩌다가 이 책을 집어 들었는지는 잊었습니다. 다른 곳에서 정보를 보고, 도서관에 신청하려 했더니 이미 주문 상태더라라는 건 확실하게 기억하고 있습니다. 그렇게 어려운 경로로 받은 책인데 취향이 확연히 갈리더군요. 저는 꽤 재미있게 보았는데 G는 이게 뭐냐며 투덜거리더랍니다.-ㅂ-;


시릴 헤어라는 작가는 이번에 처음 만났는데, 확실히 법적인 인간이라 그런지 문제나 분위기나 트릭마저도 영국적이며 법적입니다. 정말로요. 그렇기 때문에 피가 난무하는 이야기를 좋아하신다면 심심하고 무뚝뚝하며 재미없는 이야기라 생각할 것이고, 영국식 유머나, 2차 대전 이후의 영국 모습은 안 맞는다 싶으시면 추천하지 않습니다.

일단 B님이나 C님은 그럭저럭 무난하게 보지 않으실까 하네요. 같이 영국을 배경으로 하는 윔지 경, 브라운 신부, 애거서 크리스티와 비교하기는 쉽지 않고, 저는 오히려 카랑 닮았다고 생각했습니다. 윔지 경의 이야기처럼 복잡하거나 이야기가 잘 안풀리는 분위기는 없고, 브라운 신부님의 사건처럼 사람의 맹점과 심리를 파고들어 고찰하는 이야기는 아니고, 애거서 크리스티처럼 로맨스가 나오지는 않습니다.
그래도 애거서 크리스티와는 조금 분위기가 닮았습니다. 크리스마스를 배경으로 하여, 영락한 어느 시골의 영주관에서 벌어진 크리스마스 만찬이 배경이니까요. 모인 사람들의 면면이 참, 이렇게 물과 기름을 한꺼번에 모아 놓을 수 있나 싶을 정도니까요. 한창 이름을 날리는 정치가, 파시스트이자 유대인 혐오주의자인 청년, 청년을 좋아하는 귀족 아가씨, 정치가의 후임으로 거론되는 인물의 아내. 거기에 불청객이 아마도 두 셋쯤...?
탐정역을 누가 할지 보고 있었는데 예상하던 인물이 맡았습니다. 아무렇지도 않고 쿨하게, 이건 영국식 살인입니다라고 말하는 학자님. 아, 이런 성격 참 좋다니까요. 후후후후후.



하지만 이 소설이 흡족했다고 말할 수 없는 것은 제가 정말로 싫어하는 종류의 사람이 하나 등장하기 때문입니다. 버릇없는 아가씨가 하나 있어요. 어떻게 저런 아버지 밑에서 저런 딸이 나온 건지. 하기야 그런 성격이니 그 사람과도 살았던 거라 생각합니다만.-_-; 파시스트 청년이야 싫어하는 것이 당연하지만 이런 여자도 질색입니다.


손자가 부모들 말고, 할아버지들을 닮았으면 좋겠군요.-_-


시릴 헤어. 『영국식 살인』, 이경아 옮김. 엘릭시르, 2013, 11800원.

2차대전 후라고는 하지만 아직 영국의 전통적인 분위기는 살아 있습니다. 집사님이 배가 나온 중년 아저씨(혹은 할아버지)가 아니라 마르고 꼬장꼬장한 타입이었어도 좋았을텐데, 어느 쪽이건 멋진 집사님인 것은 확실합니다.+ㅆ+


리뷰는 쓰지 않겠지만 해문출판사에서 나온 『버트램 호텔에서』의 앞부분에서도 그런 영국적인 옛 분위기는 맛볼 수 있습니다. 연이어 보고 나니 꽤 재미있네요.
巷設百物語. 띄어 읽기를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다른데 말입니다. 뜻을 생각하면 巷 設 百物語가 될 겁니다. 항간에 떠도는 백 가지 이야기니까요. 괴담에 가깝게 떠도는 이야기이고, 어떻게 보면 미야베 미유키의 『혼조 후카가와의 기이한 이야기』나 『괴이』와도 닮았습니다. 하지만 어디까지나 닮았다는 것이지 같은 이야기는 아닙니다. 교고쿠 나쓰히코가 쓴 괴담의 또 다른 이야기라고 보시면 됩니다. 아니, 『혼조 후카가와의 기이한 이야기』를 교고쿠 나쓰히코가 쓴다면 이런 분위기겠다 싶습니다.

책이 나온지 얼마 되지 않아서 구입해 읽고는 방출했는데, 『엿보는 고헤이지』를 읽다보니 이 책도 보고 싶지 뭡니까. 그래서 아예 전편과 속편을 함께 빌려 왔습니다. 『항설백물어』가 앞에 나왔고 『속 항설백물어』가 그 다음입니다.

총 7편의 이야기가 들어 있으며 각 편의 구조는 상당히 유사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1편을 보면 대강 이야기가 어떻게 흘러갈지는 알지만 그 밑 바닥에 깔린 이야기가 어떤 것인지는 알기 쉽지 않습니다. 알아도 그걸 어떻게 풀어내는지가 관건이지요.
솔직히 에도시대를 배경으로 하고 있기 때문에 첫 번째 이야기부터 제 역린(...)을 건드리지만 말입니다, 대체적으로 통쾌한 해결이기 때문에 마음 놓고 볼 수 있습니다. 『고헤이지』하고는 분위기가 사뭇 다릅니다. 전체적으로 가라앉아 있고 계속 속타는 내용과는 다르지요.

앞편에 해당하는 『항설백물어』에서 제일 마음에 들어한 것은 마이쿠비와 야나기온나. 마이쿠비는 춤추는 머리(대가리;)라는 의미일테고, 야나기온나는 버들여인(귀신?)입니다. 가장 화끈한 해결을 보여주니까요.



그리고 여기부터는 지난 주말에 『속 항설백물어』까지 보고 적는데...
(전편은 보았는데 속편은 안보았더군요. 허허허;)
속편은 제 취향이 아닙니다. 오히려 이쪽은 B님 취향이실듯. 원서로 보시어요. 왜냐면 이건 여러 민속학적 속설을 많이 다루는지라, 원어로 보는쪽이 훨씬 이해가 빠를 겁니다.

전편에서는 각 이야기가 끊어지는 것 같은데, 『속 항설백물어』에서는 각 이야기 사이사이의 이야기를 모모타로 입장에서 집어 넣습니다. 그런데 그게 참으로 모모타로 중심이라, 전편의 조금은 가벼운 분위기와는 사뭇 다릅니다. 에도시대의 여러 신분제 문제, 떠돌이들의 이야기, 탐관오리들에 대한 이야기들이 뒤섞이거든요. 거기에다 『항설백물어』의 다른 축인 모사가들의 과거 이야기와 뒷 이야기를 한 번에 다루고 있습니다. 이야기가 점점 어둡게 흘러간다 했는데 모든 이야기를 꿰뚫는 것은 딱 하나의 이야기입니다. 오긴의 양부, 고에몬의 과거와 복수에 대한 것이지요. 실타래가 풀린다기보다는 각각의 조각을 조금씩 이어나가 보면 어느 새 한 편의 조각보가 완성되었다는 것과도 같습니다. 그 결말이 그리 아름답지만은 않지요. 누구 입장에서 보느냐에 따라 결말도 해피엔딩 혹은 새드엔딩이 됩니다. 모모타로 입장에서는 어땠을까요. 과연 해피엔딩이려나.

속편이 조금 더 우울한 감이 있기 때문에 그런 이야기를 못 참는 분은 전편만 보실 것을 추천합니다. 하지만 『항설백물어』 등장인물들의 뒷 이야기가 궁금하시다면 보시어요. 찜찜함 혹은 우중충한 기분에 대해서는 책임지지 않습니다.;


교고쿠 나쓰히코. 『항설백물어: 항간에 떠도는 백 가지 기이한 이야기』, 금정 옮김. 비채, 2009, 14000원.
『속 항설백물어: 항간에 떠도는 백 가지 기이한 이야기』, 금정 옮김. 비채, 2011, 22000원.


속편의 가격이 높지만 두께가 상당한데다, 번역이 쉽지 않았을 것으로 추정되므로 큰 불만은 없습니다.'ㅂ' 다만 읽는 도중에 원어(한자)가 궁금한 단어가 많았던 고로 달리지 않았던 부분은 조금 아쉽네요.
델피니아 전기 외전 두 번째가 나왔다는 것은 지난 토요일 모임에서 듣고 알았습니다. 그래서 지난 화요일에, 흙사러 멀리 다녀오는 길에 홍대에 가서 사왔습니다. 아, 오랜만에 보는 오키 마미야씨 표지로군요. 물론 표지를 보면 약간의 시간적 흐름이 느껴집니다. 분명 코랄 성에 리와 세라가 있을 때의 모습일텐데도 셰라는 더 남자다워졌습니다. 다른 두 사람도 턱이 뾰족한 것이 양악 수술을 한 것 같...(그만..)


델피니아 전기 외전 첫 번째는 라모나 기사단장과 틸레든 기사단장의 어린 시절 모습이었지요. 어떻게 보면 굉장히 예전 이야기고 본편 이야기보다 침중하게 가라앉아 있습니다. 그건 틸레든 기사단장의 집안 사정이 그리 좋지 않았기 때문이었겠지요. 막판에 등장하는 길버트는 과연 어찌되었을지 이번 외전에서는 안나옵니다. 그도 그런 것이 이 외전은 본편 한 중간의 이야기거든요.
외전은 총 세 편인데, 한 편은 국교회복기념식전이 열린 직후의 이야기이고 그 다음 편은 리와 워리의 결혼식 직후이며 그 다음편은 라모나 기사단장이 한창 신혼일적 이야기입니다. 다시 말해 셋다 한창 이야기 한중간입니다.

맨 첫 번째는 리가 폴라를 스토킹하다가 벌어진 일. 정확히는 스토킹이 아니라 보디가드로 따라 붙었는데, 일이 커져서 결국 리가 두 손을 들고 만다는 내용입니다. 이 이야기에서 제일 불쌍한 것은 리, 두 번째로 불쌍한 것은 나시아스, 세 번째로 불쌍한 것은 캐리건. 캐리건은 아마 모든 일이 끝난 뒤에 틸레든 기사단 수련장에서 굴렀을 겁니다.

두 번째 이야기는 맨 마지막 장면이 포인트고...

세 번째 이야기는 셰라를 주인공으로 하는 이야기입니다. 셰라의 하루가 어떻게 돌아가는가에 대한 내용을 담고 있는데, 표지의 셰라가 참으로 남자다워 깜짝 놀랐습니다.-_-; 시녀복을 입고 있음에도 이정도면 남자로 충분히 알아보겠더군요. 굉장히 호리호리한 청년의 이미지입니다. 본편에서의 모습하고는 상당히 달라요.; 본편에서는 남장하고 있을 때는 미령한 소년, 여장하고 있을 때는 아리따운 소녀였는데 여기서는 시녀복을 입고 있어도 여지없이 남자야.;ㅂ;
그런 괴리는 넘어가고.;
세 번째 이야기는 외전 1권에서 보여주는 나시아스의 모습이 연상됩니다. 언젠가 발로가 그랬지요. 웬만한 성격으로 라모나 기사단장이 될 수 없을 거라고 말입니다. 외모와 검 실력을 넘어서는 라모나 기사단장의 실력이 여기서도 살풋 보입니다. 발로가 한 수, 아니 세 수 쯤 접어주고 들어가는 이유가 충분히 이해됩니다. 절대 적으로 돌리면 안되는 인물이예요.



오랜만의 발랄한 이야기 덕분에 주중 힐링은 잘 했지만 목요일에 받은 스크래치는 아마 평생 짊어지고 갈겁니다. 크흑.;

카야타 스나코. 『코랄 성의 평온한 나날: 델피니아 전기 외전 2』, 박용국 옮김. 대원씨아이, 2013, 7천원.



덧붙임.
147쪽 맨 아랫줄에 이상한 문장이 있군요. 원서가 잘못된 건지, 아니면 번역이 잘못된건지?
표지의 영문 제목 아래, Eagle & White Lily라고 되어 있는데 이건 원서도 동일합니다.(링크)
교고쿠 나쓰히코도 에도시대를 배경으로 한 이야기를 자주 씁니다. 가장 많이 알려진 작품은 교고쿠도 시리즈이고 이건 전후를 배경으로 하고 있지만, 『항설백물어』는 아예 에도 시대가 배경입니다. 뭐, 지역은 에도가 아니라 여기저기 각 지방이지만 말입니다.

『엿보는 고헤이지』도 배경은 에도시대입니다. 언제쯤일까 생각했는데 발매 시점을 잘 모르겠네요. 문고판을 보았을 때는 『항설백물어』보다 뒤에 나온 것 같기도 하고, 아니면 앞인가. 왜 이걸 이야기 하냐면, 『엿보는 고헤이지』를 읽는 도중에 『항설백물어』를 읽고 싶어졌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오늘 『항설백물어』랑 『속 항설백물어』 두 권 모두 빌려왔지요.

각 장은 등장인물의 이름으로 부제가 붙습니다. 그리고 각 장의 주인공은 부제목과 동일합니다. 시작은 고헤이지의 독백이지만, 이것만으로 이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는 모릅니다. 주변 사람들이 보여주는 고헤이지의 이미지를 투상하다보면 이 놈 참 못난 놈일세 싶습니다. 못났지요. 기둥서방처럼 여자한테 기대어 사는 주제에, 아무것도 하지 않고 항상 골방 속 어둠에 앉아 훔쳐보기만 합니다. 그런데 또 여자는 결혼한 것도 아니면서 고헤이지를 내치지 않는다니까요. 우리는 이럴 때 이런 단어를 씁니다. 그 단어는 마음 속에 묻어두고 꺼내지 말자고요. 아니, 아내 하는 모습을 보면 ㅊ를 넘어서서 ㅇ으로 가는 것 아닌가 싶기도 하거든요. 절정 부분에서 누군가의 뒤통수를 후려치는 상황을 보면 말입니다. 하하.-_-

이야기는 전체적으로 연기 지지리도 못하는 배우 고헤이지가, 어쩌다보니 외부에서 의뢰를 맡아 유령역을 하러 가는 것을 기둥 줄거리로 합니다. 그 와중에 이런 저런 사람들이 등장해 고헤이지를 중심으로 일이 뒤엉킵니다. 우연의 연속이라 할 수도 있지만 나름, 있을법한 일입니다. 상황은 이리 바뀌고 저리 바뀌며 계속 뒤집힙니다. 특히 고헤이지를 중심으로 한 7부 능선에서의 사건은 정말, 사람 속을 이리저리 뒤집더군요. 정말로 그렇게 되었을까봐 노심초사했는데 다행히 무사히 넘어갔습니다.
무엇보다 고헤이지의 과거에 얽힌 이야기랑 고헤이지의 독백에서 등장하는 속내들은 만만한 이야기가 아닙니다. 그 이야기가 책을 전체적으로 무겁게 만드는 것도 있지요.

『항설백물어』를 보고 싶어진 것은 여기 등장하는 인물 둘이 상당히 익숙했기 때문입니다. 『항설백물어』를 마지막으로 읽은지 오래되었고, 원래 등장인물 이름은 잘 기억하지 않는데도 이 이름은 뇌리에 깊숙히 남았나보네요. 그 때문에 덥석 빌려온 것이지요.
시간으로 보아, 『엿보는 고헤이지』는 일종의 프리퀄입니다. 전혀 다른 이야기지만 『항설백물어』의 주요 수완꾼 둘이 여기서 그 모습을 보입니다. 물론 아직 젊을 때의 모습이고요. 제 실력을 드러내지 못했다고 해야하나요. 아니, 어쩌면 이 때의 일을 계기로 『항설백물어』의 출연(...)을 결정했는지도 모릅니다.


교고쿠 나쓰히코. 『엿보는 고헤이지』, 김소연 옮김. 북스피어, 2013, 14000원.

전체적으로 이야기가 무겁습니다. 하지만 반전이 많고 묵직하고, 자신의 근원에 대한 물음을 던지는 그런 책이라 생각합니다. 아... 하지만 이 무거운 책을 읽고 나서 마음이 덩달아 무거워지는 바람에 우울우울모드로..ㅠ_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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