둘다 조아라를 통해 알게 되었지만 두 책의 출판 경로는 다릅니다. 『왕과 정령』은 개인지로 출간되었고 『강희』는 출판사를 통해 나왔습니다. 『왕과 정령』은 결말까지 다 보고 구입했지만 『강희』는 연재 도중 출간이 결정되어 책으로 완결까지 보았습니다.'ㅂ' 제가 구입한 것은 『왕과 정령』이었고 『강희』는 D님이 구입하셔서 서로 돌려 보았습니다. 『왕과 정령』은 완결나고 개인지 출간 결정을 한 뒤에 습작으로 돌려져서 D님이 미처 못 보셨다 하셨거든요.

양쪽 모두 요즘 대세 -인지 아니면 그 전의 대세인지 알 수 없는 소재를 썼습니다. 일단 『왕과 정령』부터 차근히 풀어 나가지요.

『왕과 정령』은 로맨스 판타지입니다. 주요 소재는 책 속으로. 그러니까 친구에게서 이상한 책을 받은 뒤로 꿈 속에서 웬 남정네를 만나게 되었는데, 밀폐된 감옥에 갇힌 것이 안타까워 이리저리 마음 쓰다가 같이 휘말려 그 꿈 속 세계에 들어갑니다. 알고 보니 이 남정네가 음모에 휘말려 유폐된 모처의 지도자였고, 생각보다 자기와도 나이 차이가 안납니다. 남자는 스물 여섯, 여자는 아직 고등학생으로 열 일곱이던가요. 열 살은 안나니 괜찮습니다.
조아라에서 연재되는 소설을 읽을 때도 그랬지만 대체적으로 전개가 빠릅니다. 대부분 이런 모험계 소설에서는 여주인공이나 남주인공이 위험에 빠졌다가 구해준다라든지, 의외의 모습을 자각한다 하는 일이 많은데 그런 것들이 적절히 섞여 있습니다. 늘어지는 소설-혹은 일본 애니메이션-_--이라면 이쯤에서 일이 또 꼬일텐데 싶지만 그런 일 없이 무난히 흘러갑니다. 세 권이나 되는데도 읽는 동안 지루하다거나 늘어진다는 느낌이 없었지요.
대신 남자주인공인 아하트가 참으로 불쌍하다는 생각은 했습니다. 여자주인공인 지현은 의도하지 않은 어장관리를 시도하거든요. 아니, 어장관리라고는 볼 수 없습니다. 처음부터 끝까지 두 사람에게는 서로 외에는 다른 상대가 없습니다. 그래도 지현이 아하트에게 무의식 중에 거는 작업(!)을 보면 인내하는 아하트가 불쌍할 지경입니다. 뒤에 가면 본인도 자각은 하는데, 그게 참 무의식 중에 나오는 거라...(먼산)
전체 이야기는 남자주인공 구하기 → 일행과 합류하여 본거지로 돌아가기 → 여자주인공과 관련한 문제 해결하기 순으로 흘러갑니다. 굉장히 단순하게 쓴 것이긴 한데, 큰 틀은 이런 흐름입니다. 배경이 중동-아라비안 나이트의 느낌에 가깝기 때문에 흔치 않은 소재를 잘 녹여냈다는 생각이 듭니다.

이전에 소개했는지 기억이 가물가물한데, 『파마낙심의 보물』도 배경은 비슷하지만 이쪽은 BL인데다가, 모험이라면 모험이지만 보물찾기에 실마리 찾아 문제 해결하기가 조합되어 있으니 느낌은 사뭇 다릅니다. 이번에 충동구매로 『파마낙심의 보물』도 신청했으니 비교해서 읽어봐야지요. 개인적으로는 『마법 스프』의 개인지가 더 가지고 싶었는데 꿩 대신 닭...? (...)


『강희』는 출판물이니 쉽게 보실 수 있습니다. 디앤씨미디어에서 나왔더군요.
이쪽은 일종의 회귀물입니다. 일종이라는 단서를 붙인 것은, 여주인공이 완전히 회귀를 한 것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며칠 간에 걸쳐 악몽을 꾸었는데, 그 내용이 '지금 성격 그대로 살면 이렇게 된다'라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었습니다. 유사 역사물이라, 고려와 송나라, 왜국을 염두에 두고 썼지만 조금 분위기는 바뀌었습니다. 조선시대가 아니라는 점이 특이한데, 일부러 송나라나 외국의 무역, 상인 등등을 보여주기 위해 그런 모양입니다. 조선은 무역에 대해서는 고려에 비해 폐쇄적이라고 알고 있으니....
하여간 주인공은 려국 거부의 막내딸입니다. 성격 파탄자로 도성에 널리 소문이 나 있는데, 그 며칠 간의 꿈을 통해 완전히 개심합니다. 성격이 바뀐 정도가 아니라 우리 딸이 사람되었어요를 찍어도 될 정도로, 전혀 다른 사람이라 해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로 바뀌었습니다. 꿈에서 워낙 생생하게 온갖 것을 겪었으니 그렇겠지요.
꿈에서 보았던 여러 진행 상황을 기록해두고는 가장 먼저 다가오는 것-평민 출신 장군과의 결혼을 아버지가 시키는 대로 받아 들입니다. 그리고 그 평민 출신의 장군이 남자주인공인 채운입니다. 제목인 강희는 여자주인공의 이름이지요.

이런 로맨스 소설에서 자주 등장하는 것처럼 정략결혼으로 팔리듯이 결혼한 두 남녀가 서로 마음이 있으면서 아닌 것처럼 하고, 마음을 등지고 있다가 서서히 다가가는 와중에 여러 사건이 일어나는, 그런 걸 꽤 재미있게 그려냈습니다. 양쪽이 서로 마음이 있으면서 그걸 고백하지 못하는 이유는 예전에 있었던 큰 사건 때문인데, 그것도 무난하게 나중에 넘어가더군요.
연재본은 상권까지이고 연재가 되지 않은 것이 하권이네요. 생각보다 책이 굉장히 두껍게 나온 것도 신기합니다. 다른 책이라면 분책있을지도..? 지금까지 세 번 정도 돌려 읽었는데(...) 오타 하나 발견, 조금 이상한 부분 하나 발견한 것 외에는 문제 없었고..'ㅂ'


『왕과 정령』이나 『강희』나 둘다 로맨스 소설이지만 분위기가 사뭇 다르니 취향에 따라 맞춰 골라 보시어요. 아, 하지만 실제 보실 수 있는 건 『강희』까지겠군요. 『왕과 정령』도 전자책으로 내실 생각이 있다 하셨으니 조금 기다리시면 읽으실 수 있을 겁니다.'ㅂ'



mememe.『왕과 정령』1-3(완). 개인 출판, 2012
전은정. 『강희』1-2(완) . 디앤씨미디어, 2012, 각 13000원

아마 첫비행님이 보시면 대대적으로 낚이실겁니다. 아마도.
첫비행님의 그릇 취향이랑은 조금 다르긴 하지만 그래도 보다보면 정드는 것이 사실이라, 이 책을 보시면 그릇장과 통장 잔고가 동반 폭주할 수 있으니 주의가 필요합니다.
(이미 키릴님은 지난 주말에 보고 책구입을 결정하셨지요..)


실은 내일쯤 감상 올릴 생각이었는데, 책 리뷰 올릴 때 한 번에 올리는 것이 낫겠다 싶어 적어봅니다.

글쓴이 두 사람은 커먼키친이라는 북유럽 주방 및 거실 용품 판매 홈페이지를 운영중입니다. 어느 쪽이 닭이고 어느 쪽이 달걀인지는 모르지만, 이 책에는 홈페이지에서 판매하는 여러 상품의 디자이너들 인터뷰가 실려 있습니다. 아마 북유럽의 그릇이나 패턴, 천 종류에 반해서 자주 북유럽에 갔다가, 그 김에 디자이너 인터뷰도 같이 진행한 것이 아닌가 싶네요. 글쓴이 소개를 읽어보니 패션잡지 에디터라 하고, 그래서 인터뷰도 가능하지 않았나 싶습니다.'ㅂ'

문제는 그 인터뷰인데, 핀란드, 스웨덴, 덴마크 유명 브랜드와 디자이너를 다루면서 그 사람의 대표작도 함께 실어 놓았습니다. 생생한 사진이다보니 홀딱 낚인다니까요. 그렇지 않아도 모님 이글루에서 스칸디나비아계 그릇들을 볼 때마다 가슴이 징하게 울려왔는데 이리되면 카드도 징하게 울겠지요.(...)

브랜드는 맨 뒤에 실려 있는데 디자인 토르엣, 디자인 하우스 스톡홀름, 스벤스크트 텐, 구스타브스베리, 로스트란드, 티오 그루펜, 로얄 코펜하겐, 노반 코펜하겐, 무토, 펌리빙, 이딸라, 마리메꼬, 아라비아핀란드가 나옵니다. 가장 눈에 들어오는 것은 구스타브스베리, 아라비아핀란드. 아라비아핀란드야 두말하면 잔소리고; 구스타브스베리는 파랑 자두 무늬에 반했습니다. 하하하;ㅂ;


Gustavsberg Prunus. (Stig Lindberg). 출처(www.gustavsbergsporslinsfabrik.se/stiglindberg.ph)



디자이너도 여럿이 나오는데, 그 중 홀딱 반한 사람을 차례로 적어보지요.

잉겔라 P 아레니우스(Ingela P Arrhenius)
홈페이지는 http://www.ingelaparrhenius.com/ 이고 들어가서 보시면 아실겁니다. 원래 북구권이 그렇다지만 색채가 굉장히 강렬합니다. 애들이 좋아하겠다 싶은 정도? 제가 마음에 들어하는 건 도시 시리즈 티타올입니다. 그게 아니더라도 영문 이름으로 구글에서 이미지 검색하면 한눈에 확 보실 수 있습니다.(링크)

로타 오델리우스도 좋지만 아레니우스처럼 강렬하게 빠지지는 않았습니다.;

올레 옌센도 좋지만, 그 그릇을 쓰는 카페를 별로 좋아하지 않아 점수가 깎였...(...) 그리고 실제 써보니 재미있지만 쓰기엔 조금 불편합니다. 제가 컵 잡는 방식하고는 거리가 있어요. 하지만 소파베드는 아주, 아주, 마음에 들었습니다.


(사진은 구글 이미지 검색)

보시면 사용법이 대강 짐작 가실겁니다. 평소에는 소파, 사람들이 놀러오면 개인 요와 이불과 베개. 으아, 진짜 별장에다 하나쯤 가져다 놓고 싶더군요.(별장이란게 있다면)


감프라테시(스틴 감(Stine Gam) + 엔리코 프라테시(Enrico Fratesi))의 Rewrite Desk도 보고 반했습니다.


(사진은 구글 이미지 검색)
저기에 파묻혀 있으면 참 행복할 것 같은, 이글루 같기도 하고 동굴 같기도한 묘한 책상입니다.



좌측 상단 사진을 보시면 아시겠지만 노트북 배터리 전용 수납 공간(...)이 따로 있습니다. 신경써서 만들었다는 생각이 팍팍팍.-ㅁ-/ 작은 공간이라도 저 책상을 가져다 놓으면 순식간에 서재가 된다는 것이 장점(?)이라 생각합니다. 물론 어둡겠지만, 대신 옆에서 햇살이 들어오거나 하는 일은 적을테니 좋지요. 독서실의 살풍경한 분위기를 떠올리면 햇살이 부드럽게 들어오는 공간 같은 아늑함을 주는 가구라 마음에 듭니다.




그리하여 몇몇 상품에 홀랑 낚였다는 슬픈 이야기입니다. 하지만 저걸 구입할 자금은 둘째치고 둘 공간은 절대로 없지요. 하하하.;ㅂ;


시주희, 박남이. 『북유럽 생활 속 디자인』. 부즈팜, 2012, 16800원

간단 정리, 한 줄 감상입니다. 길게 쓰기에는 책이 많네요.

『북극여행자』. 읽다가 멀미 났음. 북극권의 여러 나라에 대한 여행기를 다뤘는데 맛있는 것을 먹기 위해서 갈만한 곳은 아니라는 생각이. 아이슬란드 등 여행기가 잘 나오지 않는 나라를 다루고 있으니 그쪽을 찾고 싶은 사람들에게 추천.

『스콘 & 핫비스킷』. 말 그대로 스콘과 핫비스킷 만드는 법을 담고 있음. 그러나 스콘 옆구리가 늑대입이 아니기 때문에 사진 보고 말았음. 핫비스킷은 나쁘지 않다고 보지만 맛이 어떨진 모르겠음.

『저칼로리 식단 49일』. 다이어트를 위한 식단 소개와도 비슷한데, 전작인 『저칼로리 도시락 60세트』보다는 마음에 덜 들었음.

『일본의 맛』. 계절별로 음식을 다루는 것도 괜찮았지만 전반적으로 무난한 책이라고 보았음. 제철음식으로 밥상 차릴 때 괜찮겠다. 근데 책이 무겁다는 것이 단점. 요리책은 무겁거나 펼쳐 놓기 불편하면 쓰기 나쁨.

『고베 밥상』. 위와 비슷한 책이나, 이쪽의 판형이 조금 작고 종이를 조금 두꺼운 걸로 써서 책 펼치기가 더 안 좋다. 자칫하면 책등이 쪼개질 것 같은 위태위태함? 취향에 따라서는 이쪽의 책 편집이 마음에 들 수도 있겠다.

『궁금한 세계의 군것질』. 세계 각지의 간단한 음식을 하나씩 돌아가며 소개함. 간식도 있고 빵도 있고 음식도 있다. 가볍게 보기는 나쁘지 않으나 깊은 것을 기대한지라 아쉬웠음. 특히 가격생각하면 두께가 참 얇다.

『오니기리 레시피』. 다양한 주먹밥에 곁들이는 반찬(음식)이 많아 참고하기 좋음. 그러나 조리 난이도가 높은 편이라 본다. 종이질이 조금 걸리긴 하네.(고베밥상과 비슷한 듯)

『A to Z 카페 푸드』. 카페에서 나올만한 음식들을 다양하게 다루고 있음. 참고하기 괜찮음. 그러나 조리법이 자세한지는 따라하지 않아서 확신이 안든다? (대강 찾아본 베이킹 레시피는 아는 사람이나 따라할 수 있지 않을까..)

집 서가 사정이 넉넉하다면 사고 싶은 책은 『일본의 맛』, 『오니기리 레시피』 정도. 『카페 푸드』는 고민된다.


최명애. 『북극여행자』. 작가정신, 2012, 16000
후지타 치아키. 『스콘 & 핫비스킷』, 김혜원 옮김. 싸이프레스, 2012, 11800
윤선혜. 『(아침 점심 저녁 매일 매일 다른)저칼로리 식단 49일』. 부즈펌, 2012, 13500
구리하라 하루미. 『(전하고 싶은) 일본의 맛』, 송소영 옮김, 시드페이퍼, 2012, 16800
성민자. 『고베 밥상: 맛있는 일본 가정 요리』. 동녘라이프, 2011, 14000
김호정. 『궁금한 세계의 군것질』. 팜파스, 2012, 15000
업온팩토리. 『(간단 뚝딱 든든)오니기리 레시피』, 지성희 옮김. 디자인하우스 2012, 13000
라퀴진, 『A to Z 카페 푸드』. 나무수, 2010, 12800

이 모든 책을 제공한 도서관에 무한 감사를.+ㅁ+

읽은 것을 후회하진 않습니다. 오히려 읽기를 잘했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추천은 하지만 앞부분 90%의 이야기가 고비라는 점은 꼭 기억해두시길. 다시말해 이 책은 마지막의 10%의 이야기 때문에 후회하지 않는, 오히려 추천하고 싶은 소설입니다.

옛날 옛적에 『꿈꾸는 책들의 도시』라는 책을 소개한 적이 있습니다. 발터 뫼르스의 책이지요. 두 권짜리로 하드커버인데 처음 앞부분은 굉장히 읽기 힘들었습니다. 난해하고 지루하고. 괴물들이 산다는 지하세계에 주인공이 떨어져서 헤매고 돌아다니는 내용입니다. 그리고 모든 이야기는 뒤에 밝혀지지요. 그 책의 감상을 적으면서, 앞부분 ⅔와 뒷부분 ⅓을 읽는데 걸리는 시간이 같다고 했습니다. 이 책은 90%와 10%입니다. 『손가락 없는 환상곡』은 앞 90%와 뒷 10%를 읽는데 걸리는 시간이 같습니다. 그리고 제일 고비를 넘기기 힘든 것은 중심 사건이 일어나는 그 즈음의 이야기입니다.

앞부분은 굉장히 장광설입니다. 나는 피아노 전공자로 고등학생입니다. 그리고 고등학교 시절, 우연히 나가미네 마사토라는 유명한 학생과 만나 모차르트-살리에리와 같은 미묘한 관계를 구축합니다. 나가미네 마사토는 유수의 주니어 콩쿨에서 열두살의 나이로 우승한 천재 피아니스트입니다. 그런 둘의 관계는 특정 분야의 천재와, 그 천재를 동경하는 인물의 관계와도 유사합니다. 앞의 이야기는 그런 관계를 계속해서 다루고 있고 그에 덧붙여 나가미네 마사토가 좋아하는 슈만의 일대기와 그가 쓴 곡을 다루고 있습니다. 그래서 읽기 힘든 것도 있습니다. 음악론이 장황하게 펼쳐지니, 그 음악을 실제 들어보지 못한 사람들은 긴가 민가합니다. 사실 유튜브 등에서 찾아 들을 수도 있을텐데 안 듣고 그냥 읽었네요. 빨리 읽으려고 서두른 것도 없지 않아 있고...;
그렇기 때문에 B님이 먼저 말씀하신, 슈만의 환상곡 형식을 따랐다는 것도 확실히는 이해하지 못했습니다. 그러니 앞의 내용이 계속 걸릴 수 밖에 없지요. 솔직히 재미가 없습니다. 주인공의 성격도 마음에 들지 않고, 주인공과 마사토의 관계도 이상하고. 게다가 80%쯤 되었을 때부터 굉장히 걸리는 부분도 나옵니다. 이하는 내용 폭로가 될 수 있으니 일단 접어둡니다.




_M#]
하여간 읽고 나서 끙끙대며 막판의 수수께끼와 중간의 여러 이야기들을 미친듯이 복기하게 만드는 무서운 소설입니다. 일단 첫비행님, 키릴님께 추천합니다. 아마 키릴님이라면 무난(...)하게 보실 듯?;


참고로 앞부분이 지루하다고 생각하면서 떠올린 또 다른 책이 있습니다. 『얼음나무 숲』. 음악가들의 대결, 혹은 라이벌 관계를 보는 거라면 이 소설의 두 주인공 구도가 더 마음에 든다 생각했지요. 하하하. 하지만 그건 마지막 이야기를 읽지 않았을 때의 이야기였고..OTL


오쿠이즈미 히카루. 『손가락 없는 환상곡』, 김선영 옮김. 시공사, 2012, 12500원


제임스 조지 프레이저. 『황금가지 제2권』, 박규태 역. 을유문화사, 2005.

번역자 이름은 책 간기에 따로 안나왔나보네요. 하여간 저 사진 하나만으로 책을 고이 덮어 반납하고 싶은 충동이 들었습니다. 도대체 어디서 들고온 그림이야? 아무리 봐도 게임이나 어디 설정자료집에 등장할만한 포즈인데 말입니다. 신화학, 민속학 관련 책에 들어가려면 차라리 이집트 벽화나 2D의 세트(Seth)를 넣는 것이 훨씬 잘 어울렸을텐데 말입니다.
한겨레에서 나온 것보다는 이쪽이 원저자 편역이니 낫겠지 싶어 집어 들었는데 후회했습니다. 흑흑흑. 게다가 오랜만에 읽는 황금가지는 공감이 가기보다는 연구가 이상해라는 쪽으로 시선이 잡혀서 읽기 난감하네요.

결론을 정해놓고 그에 맞는 여러 민속학적 구전 자료를 모아 증거로 들이미는데, 디오니소스 신화 부분에서 더 이상 진도가 안나갑니다. 제가 기억하는 디오니소스 신화에는 부활이나 제우스의 왕좌를 차지하고 앉았다거나 하는 부분이 없었거든요. 다시 찾아보겠다 해놓고는 미뤘는데, 그냥 반납하고 『나무의 신화』를 읽는 것으로 끝내야겠습니다.


제임스 조지 프레이저. 『황금가지 제2권』, 박규태 역. 을유문화사, 2005, 3만원.

<SYSTEM> 바티칸에서 MARC가 사망했습니다.



아는 사람만 아는 이야기. 여기 오시는 분 중 이 이야기를 이해하실 수 있는 분은 한 손에 꼽힐듯?
하지만 M님은 이 이야기 이해 못하시면 안됩니다. 하하하하하하.

때는 1980년대. 본격적으로 도서관에도 정보화의 바람이 붑니다. 그리고 정보화를 위해 수 많은 펀드가 조성되고 그 중 한 펀드는 바티칸의 문을 두드립니다. 그리하여 미국의 몇몇 대학교 LIS가 힘을 합하여 1980년대 후반부터 90년대 중반까지 ASV(Archivio Segreto Vaticano: 바티칸 아카이브)의 정보화 작업을 시작합니다. 그러다가 어쩌다보니 BAV(Biblioteca Apostolica Vaticana)의 작업도 같이 한 모양입니다.

엊그제 이 작업에 참여하신 분께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제가 읽은 것은 학술 논문쪽이라, 거기에 나오기는 디지털라이징 하면서 외부에서 접근할 수 있게 확장 작업 같은 것도 한 모양이더라.. 했더니 고개를 저으시는군요. 시간이 없어 짤막하게 들었지만 그 분이 언급하신 이 프로젝트 내용은 이랬습니다.

"주로 MARC 작업을 했는데 열심히 구축해서 OPAC이라든지 OCLC랑 연동하는 것도 생각했는데, 다 안됐어. MARC 구축한 것도 안 올린 것 같더라고."

...

어...
BAV가 MARC를 죽였습니다. 엉엉엉엉엉.;ㅂ;
참여한 사람들 힘빠지게 그 당시에는 그랬던 모양이군요.

근데 지금 글 쓰면서 확인해보니 OPAC(Online Public Access Catalogue)은 만들었나봅니다. (링크)
하기야 요즘 같은 시대에 안 만들 수 없지요. 바티칸의 주 수입원 중 하나가 관광(!)일테니 홍보를 위해서는 홈페이지도 만들고 온라인 목록도 만들고 해야죠. 그러니 지금은 MARC도 올라갔을 거라 생각합니다. 설마하니 그거 구축 안했을라고요.; 설마.;


하여간 저 이야기 들으면서, 이탈리아 남자 중 가장 smart한 것이 바티칸에 근무하는 사람들(카톨릭 고위 성직자)이라는 시오노 할머니의 말이 100% 맞지 않구나 싶었습니다. 하하; .. 적다보니 남자들에게를 다시 꺼내봐야겠네요. 가만있자. 나 이거 원서로 읽는다고 하지 않았던가?;
비슷한 제목의 책으로 여럿 있지만, 다른 것은 한국에서 나온 도서관 기행인데 비해 이 책은 도서관 화보집입니다. 정말로요.; 도서관을 대상으로 가장 예쁜 사진을 찍어 모아 놓은 책입니다. 거기에 도서관의 역사를 가볍게 다루었는데, 먼저 읽으신 빙고님도 언급하셨지만 바티칸 도서관에 대해서는 불만이 많은 모양입니다. 뭐, 소장품만 본다면 바티칸 도서관이 제일 일 것이라 추측하는데 확신은 못합니다. 워낙 많은 도서관이 실려 있어 하나하나 소개하기는 쉽지 않으니 기억에 남는 도서관만 골라서 추려보지요.
(그나마도 바로 앞에 책이 있어 보면서 씁니다.)


-. 프랑스 책이라 유럽 도서관이 많고 미국 도서관도 여럿 있긴 합니다. 아래 적는 이름은 목차에 실린 영문 이름이 아니라 본문에 실린 원래 이름을 적습니다.

-. 오스트리아 둘, 독일 셋, 이탈리아 둘(바티칸 포함), 프랑스 넷, 스위스 하나, 영국 셋, 아일랜드 하나, 체코 하나, 에스파냐 하나, 포르투갈 하나, 미국 셋, 러시아 하나. 물론 이게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도서관을 다 뽑은 것은 아닐 겁니다. 무엇보다 영국의 도서관 세 개는 옥스퍼드 하나, 케임브리지 하나, 사립 도서관 하나라니까요.

-. 보고 있노라면 이게 도서관인지 박물관인지 헷갈립니다. 사진에 보이는 모든 책은(미국 도서관 몇 제외하고) 다 고서로, 일반 도서관에서는 보기 힘든 책입니다. 아니, 정정합니다. 한국의 일반 도서관에서는 보기 힘든 책입니다. 유럽에서는 어떨지 모르니까요. 물론 공공도서관에서도 이런 책들이 아무렇지 않게 나와 있진 않겠지요.;

-. 가끔은 도서관이 휘황찬란해서 책이 묻힙니다. 책들도 도서관의 소품으로 전락하는 느낌입니다.ㄱ-;

-. 의외로 햇볕이 잘 듭니다. 그러면 책이 상할텐데? 그래서인지 몇몇 도서관은 책등을 안 쪽으로 하여 꽂아 놓고, 책배에다가 금칠을 하고 제목을 썼다고 합니다. 그럼 의미가 없잖아....

-. 오스트리아 아드몬트 베네딕트회 대수도원 도서관(Stiftsbibliothek Adomont)은 딱 저 창틀에 엉덩이 걸치고 다리 꾸겨 넣고 앉아 독서하면 그림이 따로 없겠다 싶습니다. 세드릭(폰틀로이경) 같은, 아니면 비요른 같은 꼬맹이가 저기에서 책 들고 자고 있다고 하면 ....... 망상은 이정도로 하지요.

-. 안나 아밀리아 공작부인 도서관(Herxogin Anna Amalia Bibliothek)은 괴테가 있었다는 것만으로 점수가 확 올라갑니다. 게다가 괴테에 공작부인이라 하니 망상이 유니콘이 뛰어노는 모 만화가 자동연상되네요. 하하하.;

-. 바티칸 도서관(Biblioteca Apostolica Vaticana)은 언젠가 꼭 가보고 싶습니다.

-. 마자랭 도서관(Bibliothèque Mazarine)과 학사원 도서관(Bibliothèque de l'Institut)은 바로 이웃하고 있음에도 학사원 도서관이 훨씬 더 끌립니다. 창가에 자리잡은 1인 열람석에 홀렸거든요. 그리고 상원 도서관(Bibliothèque du Sénat)도 마찬가지입니다. 이런 곳은 가서 자리잡고 공부하고 싶다는 생각이 드네요. 앞서 등장한 도서관들과 다른 점은 명화가 없다는 점..?; 게다가 상원 도서관은 뤽상부르 궁의 정원이 창가에서 보인답니다. 허허허. 전망이 아주 좋겠군요. 국회도서관은 국회 의사당 지붕만 보여도 고개를 돌리고 싶을텐데 말입니다.

-. 오말 공작 서재(Cabinet des livres du duc d'Aumale)는 도서관이 아니라 개인 장서 컬렉션일겁니다. 하지만 책을 보면서 가장 마음에 드는 서가는 이곳이었습니다. 이유는 저도 잘 모릅니다. 118-119쪽에 실린 서가 전경을 보는 순간 이건 살아 있는 서가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무 손도 닿지 않고 그냥 계속 꽂혀 있는 그런 문화재 급 도서가 아니라 누군가 계속 관리하고 사용하는 그런 서가란 의미로 말입니다.(이런 서가가 가지고 싶지만, 이 서가는 서가 만으로는 의미가 없겠지요. 저택과 정원과 그 관리비용과 집사가 따라와야...)
게다가 중요한 건, 베리공의 성무 시도서가 여기 있어요.-ㅁ-
오말 공작이 샹티이 영지의 관리권을 프랑스 학사원에 넘기면서 증서에다가 '그 어떤 것도 샹티이 성 밖으로 나갈 수 없다'는 조건을 아주 잘 걸었다고 생각합니다. 이 부분은 뒤에서 다시 설명하지요.

-. 영국 케임브리지의 트리니티 칼리지 렌 도서관(Wren Library, Trinity College)는 도서관 건물 자체에 관심이 있습니다. 그리고 이 도서관은 유일하게 살아 있는 도서관입니다. 아, 물론 다른 도서관에도 사람이 찍히긴 했습니다. 하지만 여기만큼 '대학교 도서관이구나'라는 느낌을 준 곳은 없었습니다. 바닥의 흑백 체크무늬, 화려하지 않게 하얗지만 정갈하고, 햇살도 잘 드는 도서관. 하지만 19세기의 건축 기술을 듬뿍 사용한 도서관. 아마 저자도 이 도서관을 좋아하나봅니다. 아니면 크리스토퍼 렌 경을 좋아하거나. 그렇지 않으면 도서관 역사를 설명하면서 이렇게 장황하게 설명할리 없다니까요. 이건 애정이야.

-. 영국 존 라일런즈 도서관(John Rylands Library). 라일런즈란 부자가 있었습니다. 두 번이나 홀아비가 되었고, 세 번째에는 비서와 결혼했지요. 그리고 그 세 번째 부인과는 해로하면서 잘 삽니다. 존 라일런즈가 죽었을 때, 그 어마어마한 재산은 아내가 물려 받았고, 아내는 그 재산을 써서 남편을 기념할 도서관을 만듭니다. 도심 한 가운데 땅을 구입하고 거기에 건물을 지어 아낌없이 투자하고 그 도서관에 장서를 채웁니다. 19세기의 이야기지요. 그 멋진 도서관의 장서를 채우기 위해, 여러 귀족들의 장서가 세트로 나오면 통째로 구입했다고 합니다. 하지만 말입니다, 결말은 씁쓸합니다. 도서관 재단이 휘청거리자 도서관은 맨체스터 대학교 부속 도서관이 됩니다. 그리고 1986년에 존 라일런즈 연구소를 세우기 위해 맨체스터 대학은 도서관의 장서를 경매 처분하기로 결정합니다.
썩을.
오말 공작 서재를 칭찬한 것도 그런 이유입니다. 물론 존 라일런즈의 아내, 엔리케타 라일런즈가 이런 상황을 예상했을리는 없지요. 하지만 '초기 활판 인쇄술 시기의 인쇄본 1백점'을 경매로 팔아서 내놓는다고요? 그게 어디로 갈 지 모르고 말입니까. 허허허. 이게 무슨 이야기인지 잘 이해가 안된다고 생각하면 이런 상황을 생각해보자고요.
유서 깊은 어느 양반집에서 대대로 내려오는 문화재급 고서들을 대학교 도서관에 기증했습니다. 그리고 그 1백년 뒤, 대학교는 연구소 설립 자금이 필요하다면서 그 고서의 일부를 경매로 팔겠다고 내놓습니다. 어떤가요. 사학계와 서지학계와 박물관들과 문화재 관련 단체와 다른 대학기관과 교수들과 전문가들과 학자들과 학생들과 유생들이 들고 일어날만한 일이 아닌가요. 읽고 있다가 울컥 했습니다.-_-+

-. 아일랜드의 트리니티 칼리지 도서관(Trinity College Library)도 유명합니다. 아마 가장 박력있기로는 이 도서관의 서가 사진이 이 책에 실린 중에서 으뜸일겁니다.

-. 포르투갈의 마프라 수도원 도서관(Biblioteca do Convento de Mafra). 첫 번째 사진에 홀딱 반했습니다.-_- 영화 속의 한 장면 같아요. 아놔.;ㅁ; 저기에 연미복을 입은 청년이 서 있다면 로맨스 소설 첫 머리라고 해도 이상하지 않습니다. 아드몬트 수도원 못지 않게 망상이 떠오르는 멋진 서가 사진입니다. 햇살이 은은하게 들어오는 가운데 '빛 바랜 양피지 같은 하얀 목재들'의 분위기가 환상적이거든요.
이 곳의 도서관 서가 복도 사진도 박력이:ㅆ습니다. 아마 공간 규모는 이쪽이 더 클테니 실제 보았을 때 압도당하는 쪽은 여기일겁니다.

-. 보스턴 애서니엄(Boston Athenæum)은 건물이나 분위기가 딱 미국 같습니다. 이쪽은 구레나룻을 기른 남자들이 모여 토론하고 있을 분위기..? 도서관에서의 다과회는 참 부럽군요.+ㅅ+
그리고 여기 서가는 다른 의미로 박력이 있습니다. 보유 도서는 앞서 소개한 다른 도서관보다 젊은(!)데, 서가에 빽빽하게 꽂힌 책들이 양 옆으로 이단 세로 도열하고 있다는게 대단하지요. 다른 곳은 벽면에 서가가 붙어 있는데, 여기는 벽면에 직각으로 서가가 서 있어 각각의 공간이 분리되어 있거든요. 거기에 중앙에는 탁자가 놓여 있고요. 탁자의 크기를 감안하면 양쪽 도서관 서가와 책의 크기도 짐작이 가는데, 미국적이면서도 나름의 분위기가 살아 있는 멋진 공간입니다.




가보고 싶은 곳은 잘 챙겨두었다가 나중에 여행 자금 모으면 하나 하나 가볼겁니다. 상당수는 연구자만 갈 수 있을텐데 .... 그걸 생각하면 공부하러 가야겠네요. 하하하;ㅂ;



기욤 드 로비에, 자크 보세.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도서관』, 이섬민 옮김. 다빈치, 2012

충동구매 못지 않게 무서운 말이 충동대출입니다. 한 달쯤 전에 충동대출한 책 네 권 중 두 권은 읽었지만 두 권은 그대로 바닥에 쌓여 있거든요. 어제 도서관에 가서 책 한 권을 반납하고 책 세 권을 더 빌려왔는데, 그걸 책상 위에 올려 놓으면서 기암했습니다. 보려고 쌓아 놓은 책이 양 옆에 탑을 이루는데, G가 읽으라고 챙겨온 만화책 다섯 권과 도서관에서 빌린 책 세 권을 쌓았더니 탑이 또 생성되었습니다. 안돼!
그리하여 이번 주말은 오롯이 보고서와 책과 십자수(...) 사이에 파묻혀야지요.

어제 빌린 책 세 권은 다 음식쪽 책입니다. 한권은 소풍에서 나온 어느 컵케이크 공방의 주인장이 쓴 책, 한 권은 구리하라(쿠리하라) 하루미의 요리책 번역본, 하나는 도시락 반찬 만드는 책입니다. 맨 마지막 책은 보면서 일본 책 번역본인가 했을 정도로 굉장히 분위기가 닮았습니다.-ㅂ-; 지난번에 키릴님이 모임에 들고 나오신 걸 보고 호시탐탐 노리고(?) 있다가 도서관에서 찾아 빌려 왔지요.

음식 관련 책은 대부분 책이 무겁습니다. 여행책은 요즘 종이를 가벼운 걸 쓰기도 하지만 음식책은 아직도 무거운걸 씁니다. 아트지라고 하나요. 요리책 크기가 크다면 무게는 더 무겁습니다. 하여간 책 세 권 중 가장 읽기 무난해 보이는 『달콤쌉싸름한 청춘의 디저트』는 어제 자기 전에 읽었습니다. 그리고 오늘 아침 출근길에 한 번 더 보았지요.


결론부터 말하면 FAIL. 이번 선택은 실패하였습니다. 같은 출판사에서 나온 『나의 달콤한 상자』(제과)이 상당히 마음에 들어서 그 뒤에 나온 『맛있는 풍경』도 빌렸고 이 책도 빌린 것인데, 양쪽 다 네이버 블로그의 분위기를 폴폴 풍깁니다. 개인적으로 그런 글 분위기는 질색하거든요. 블로그에서 보는 것은 괜찮지만 책으로 보는 것은 사양합니다. 게다가 『나의 달콤한 상자』는 그래도 제과 과정이 상세히 나왔다고 기억하는데 『청춘의 디저트』는 그렇지 않았습니다. 컵케이크 중심이라 그런가, 상당수 배합비율이 컵 단위로 나온 것도 걸리고요. 도구 소개할 때는 눈금 저울보다 전자저울이 정확하다며 추천하던데, 부피보다는 무게 단위로 알려주는 쪽이 더 정확하지 않나요. 하하; 그리고 한 컵이 250ml입니다.; 꽤 크군요...


설탕공예로 만든 여러 장식은 상당히 예쁩니다. 특히 로봇 공예는-태권브이인지 마징가제트인지 한참 고민했지만 결론은 못내렸음-상당히 섬세합니다. 생일 케이크를 받은 아이가 굉장히 좋아했을겁니다. 저도 하나 받고 싶더군요. 하지만 앞부분의 컵케이크 공방 꾸리는 이야기나 여러 에피소드를 담은 부분은 다른 컵케이크공방 책들과 차이가 안보입니다. 하기야 컵케이크든 빵이든 초콜릿이든, 공방을 꾸려나가는 이야기는 닮을 수 밖에 없는데 대부분 그런 이야기를 앞에 넣더군요. 그래서 앞부분은 건너 뛰고, 본격적으로 조리법이 나오는 곳부터 보았습니다.

- 우유와 생크림에 레몬즙을 넣어 집에서 만드는 치즈는 코티지 치즈 아닌가요. 리코타 치즈와는 다르다고 알고 있는데 말입니다.;
- '이 아이를 발견했어요'라는 표현은 제가 제일 싫어하는 표현 중 하나입니다. 쿠키는 아이가 아니죠.
- 컵케이크나 케이크를 장식할 때 '데코레이션 하기'라고 적었더군요. 끄응. 그냥 장식하기라고 적어도 되었을텐데 말입니다. 그리고 크림을 바르는 것을 두고 샌딩하기라고 적은 것도 걸립니다. 그냥 펴 바르기라고 써도 되지 않나요.

그리고 책을 경건히 받들어 모시는 저는 블로그에서의 표현이나 구어체를 그대로 옮긴 것이 계속 눈에 걸렸습니다. 그러다보니 각 조리법을 소개하는 글은 건너 뛰고 사진만 보았습니다.



결론. 사진은 상당히 예쁘지만 제과 제빵을 시작하는 분께는 추천하지 않습니다. 다만 몇몇 레시피는 아이디어 참고용으로는 나쁘지 않으니 관심 있는 분들은 한 번쯤 후르륵 훑어 보시어요.


러브시스터즈. 『달콤쌉싸름한 청춘의 디저트』. 소풍, 2012, 16800원

최근이라고 해도, 도서관에 반납한 뒤 홀랑 잊고 있던 것도 몇 가지 있으니 한 달 이내의 책입니다. 가장 오래된 순서대로 적으면 『예술 속 문양의 세계』, 『럭셔리 is』, 『초콜릿 아틀리에』, 『풍요로운 날의 상차림』, 『도시락의 시간』순이네요. 길게 적을만한 책은 아니니 간단히 적어봅니다.

『예술 속 문양의 세계』는 생각 외로 졸렸습니다. 책이 도감 형식이라, 특정 시대를 달아 놓고 두 쪽에 걸쳐 특징과 주요 문양을 보여줍니다. 한데 제가 관심있는 분야는 너무 적었어요. 게다가 읽는 사람이 이미 문양이나 그 용어에 대해 잘 알고 있다는 전제를 깔고 설명하니 보는 입장에서는 답답합니다. 그래도 가볍게 훑어 보기에는 나쁘지 않네요.

『럭셔리 is』는 반대로 사진이 적어서 불만이었습니다. 위의 책은 도판 예시가 상당히 많은데, 잡지에서 연재할 때는 관련 사진 자료도 많지 않았을까 하지만 책으로 내면서는 홀랑 다 잘랐습니다. 그 때문에 설명을 해도, 그 명품이 무엇인지 모르는 사람 입장에서는 머릿 속에 그려지는 것이 하나 없습니다. 사진에 대한 저작권료를 지불하더라도 사진을 세세하게 싣는 것이 읽는 사람 입장에서는 이해하기 좋았겠지요. 그렇다고 명품의 역사나 뒷 이야기에 대해 잘 알고 있는 사람이라면 이 책은 건드리지 않을 것 같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초콜릿 아틀리에』는 분당에서 초콜릿 공방을 운영하는 사람이 쓴 책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초콜릿 학교』와 비슷한데, 책에 소개한 초콜릿 레시피가 상당히 다릅니다. 특히 『초콜릿 아틀리에』는 전화당을 많이 쓰더군요. 초콜릿 만드는 책에서 이걸 쓰는 레시피는 거의 처음 본 것 같습니다. 거의 초콜릿, 크림, 부재료를 중심으로 썼으니까요. 의외로 이쪽 레시피가 진실(?)한지도 모르지만...; 하여간 피스타치오 페이스트, 헤이즐넛 페이스트 만드는 법이 실려 있어 참고 도서로 잘 적어두었습니다. 나중에 만들 일 있으면 찾아봐야겠네요. 그리고 모카 초콜릿이랑 커피 초콜릿은 좀 땡깁니다.-ㅠ-

『풍요로운 날의 상차림』은 서가 서핑-특별히 찾는 책 없이 특정 주제 분야의 서가를 훑어 보는 것-을 하다가 발견한 책입니다. 뒤의 상차림은 취향이 아니라 넘어가고, 풍요로운 날을 소개한 부분이 흥미롭습니다. 그러니까 명절과 24절기의 유래와 행사, 관련 음식을 상세하게 적었거든요. 참고도서로 좋겠다 싶어 빌려 두었는데 볼만했습니다. 하지만 뒤에 실린 상차림은 그리 동의하고 싶지 않네요.

『도시락의 시간』은 생각보다 괜찮았습니다. 그러니까 아름다운 고전 시리즈가 몇 권이나 나왔나(13권) 확인하려 하다가 최근에 나온 책을 보고는 덥석 빌렸는데, 일본에서 나온 책을 번역한 겁니다. 원래는 전일본공수(ANA)의 사지에 실렸던 코너인가봅니다. 전국 각지를 돌아다니면서 도시락 싸는 사람들을 즉석 섭외하고 인터뷰를 하는 겁니다. 부부가 각각 사진 찍고 글 쓰고 하여 공동 작업을 진행했는데, 처음 이 기획을 시작했을 때 갓난아기였던 딸이 초등학생이 되었다고 하니 굉장히 긴 프로젝트지요.
다른 것보다 맨 앞에 나온 아저씨의 도시락이 굉장히 인상 깊습니다. 각 축사에서 우유 짠 것을 모으는 일을 한다는데, 직업을 집유원이라고 하더랍니다. 한국에서는 잘 안쓰는 말 같군요. 집유탱크를 운전한다, 그렇게 표현하려나요. 친척 중에 축산업에 종사하는 분이 있어 더 감정이입해서 보았는지도 모릅니다.
새벽에 일어나 여기저기 흩어진 축사들을 돌아다니며 우유를 모으다보면 끼니 챙길 시간도 없답니다. 잠깐 짬이 났을 때, 아침에 싸온 주먹밥을 서둘러 먹는 것으로 허기를 채운다네요. 밥공기에다가 랩을 깔고 거기에 길게 자른 김 두 장을 십자로 겹쳐 깔고, 그 위에 밥을 한 주걱 넣고 안에 속재료를 넣어 랩채로 꾹꾹 눌러 만든 주먹밥입니다. 그게 왜이리 눈에 밟히고 짠한지. 그 뒤에 나오는 다른 도시락은 그리 눈에 안 들어오더군요.


결론만 말하자면? 역시 이번에도 마음에 드는 책 리뷰를 가장 나중에 썼군요. 하하하;


다이애나 뉴월, 크리스티나 언윈. 『예술 속 문양의 세계』. 시그마북스, 2012, 35000원
김은령. 『럭셔리 is』. 시공사, 2009, 13000원
강수아. 『초콜릿 아틀리에』. 넥서스BOOKS, 2011, 16000원
한국식환경디자인협회. 『풍요로운 날의 상차림』. 교문사, 2007, 14000원
야베 나오미, 야베 사토루. 『도시락의 시간』, 이은정 옮김. 인디고, 2012, 13800원

조아라에서 소설을 찾아보다 보니 최근 완결 작에 아서왕 전설을 주제로한 BL이 있더군요. 히엘님의 『킹 아더, 그리고 아더』입니다. 완결편만 먼저 보았는데 랜슬롯×아서왕이네요. 뭐, 둘이 그렇고 그런 관계란건 ..(....)

개인적인 이야기지만 아서왕 이야기는 토마스 말로리 경의 버전이랑 애니메이션의 여러 버전들을 주로 보았는데 10년 전에 어떤 소설을 읽고서는 접었습니다. 블로그에서도 몇 번 언급한 『아발론의 안개』. 저는 이걸 아서왕 전설 종결자로 명명합니다.-_-;

아서왕 전설은 토마스 말로리 경의 버전이 유명하지만 그건 중세 기사담이지, 켈트족 전설은 아니지요. 애초에 역사적으로 아서왕은 아르토리우스라고, 로마의 브리튼 침입에 대항한 켈트족 인물이라고들 합니다. 아무리 보아도 중세 기사갑옷을 입고 싸우는 인물들하고는 달라요. 그건 어디까지나 말롤 경의 창작, 소설이라고 봅니다. 멋있긴 하지요.
하여간 아발론의 안개는 아서왕 전설을 전통을 따르려는 켈트족-드루이드 및 여사제들과 기독교의 대립으로 봅니다. 기네비어-책속 이름은 다릅니다-와 모르간아 대립하는 주요 이유도 그거예요. 모르간은 드루이드와 여사제, 무녀, 샤먼을 대표하는 인물이고 아서는 그런 누나와 사이가 나쁘지는 않지만 왕으로서의 역할과 기독교를 따르는 다른 나라들과의 관계 때문에 조심할 수 밖에 없지요. 게다가 기네비어와 모르간은 지독하게 사이가 나쁩니다. 가장 큰 이유는  일종의 연적이라는겁니다. 그러니까 란슬롯과 아서를 사이에 두고...-_-;

아래는 간단히 적은 대강의 이야기입니다. 내용폭로가 있으니 나중에 읽으실 분들은 접어두세요. 단, 이 책은 현재 절판이라 보시려면 도서관을 찾으셔야합니다.




인물들의 대립각은 그러하나 전체적인 분위기는, 여성 중심적이고 샤머니즘적인 청동기시대에서 강력하고 권력집중적이며 가부장적, 기독교적인 철기시대로 옮겨가는 과정을 그린 것에 가깝습니다. 그 와중에 여러 인물들 간의 관계가 그려지지지요.

기네비어, 아서, 란슬롯, 모르간을 두고 인물 관계도를 그리면 아서와 란슬롯은 모든 사람들에게 사랑받습니다. 모든에 강조점을 넣을까 말까 고민했는데, 안해도 되겠지요. 진짜로 모든 사람들에게 사랑받습니다. 그럼 란슬롯은 어떠한가? 음, 막판에 기네비어랑 부정을 저지르긴 하지요. 하지만 이 인간이 진짜 좋아한 사람이 누구인지는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ㅅ= 막판에는 수도원에 들어갔다던가. 아니, 비비안의 아들인 사람이 기독교로 개종해 수도원에 들어갔다는 것이 참 미묘하네요.; 기네비어도 비슷한 상황이었을 겁니다.
모르간은 반란을 일으켰다가 실패해서 아발론에 숨어듭니다. 그리고 아서를 마지막으로 거둡니다. 나중에 늙어서 아발론에서 나와 그 간의 세상사를 보려 하자, 이미 세상은 옛 기억들을 잊고 기독교 세계로 넘어갔더라는 이야기지요.


모르간을 중심으로 한 여러 이야기는 드루이드의 이야기가 많다보니 자크 브로스가 쓴 『나무의 신화』나 조지 프레이저의 『황금가지』가 떠오릅니다. 그렇다보니 「에우레카 세븐」과도 자연스레 연결됩니다.-_- 에우레카 세븐의 어느 매드 사이언티스트가 이 책을 손에 꼭 쥐고 있어 그랬지요. 하하하....;


쓰다보니 『나무의 신화』가 갑자기 읽고 싶습니다. 『황금가지』랑 같이 빌리면 과연 한 달 내에 읽을 수 있을까.;
붕괴된 정신계를 회복하기 위한 짤막 리뷰.'ㅂ'
조아라 소설 리뷰는 그래도 제대로 된 정신으로 해야겠지요.;

주중에 벼르고 있다가 홍대 북새통에 다녀왔습니다. 목표는 QED와 CMB였지요. 까날님 리뷰에서, 이번에 또 두 만화 주인공이 같이 만난다길래 궁금해서 보았습니다. 메인은 CMB같은데 어저면 제가 CMB를 먼저 읽어서 그럴지도 모르겠습니다. 토마에게 열폭하는 누구를 보니 아...ㅠ_ㅠ 토마 참 무서워요.; 하여간 한 쪽만 읽어서는 이야기가 풀리질 않습니다. 양쪽 모두를 읽어야 온전한 이야기가 되는군요. 이리 설정한 작가의 속셈이 보입니다.(...)

원래는 저 두 권만 살 생각이었으니 느긋하게 다녀오려 했는데 야마자키 타카코의 『보이』 30권이 나왔습니다. 완결권인데 일본에서는 나온지 몇 년 되었을걸요. 나와 준 것만으로도 감지덕지하여 덥석 받아 들었습니다. 일본에서 완결권 나오고 나서 이게 뭐냐며 독자들이 들끓었다는 말에 기대를 접고 보았는데 나름 이해가 갑니다. 그러니까 아무렇지도 않게 끝났습니다. 허허허허. 이렇게 끝낸다면 어디서 끝을 내도 이상하지 않아요. 아니, 그보다는 더이상의 소재가 없어 적당히 마무리 하고 말았다는 생각마저 듭니다. 게다가 주변 가족들의 이야기가 더이상 이어지지 않았다는 것도 아쉽고요. 이런.; 외전이라도 나왔으면 하는데 혹시 나왔을까요.ㄱ-;


『어떻게 좀 안 될까요』6권은 빙고님께 강력 추천. 멍멍이가 나옵니다, 멍멍이..-ㅠ- 게다가 코기예요!
다만 뒤 쪽에 실린 이야기는 이야기가 다 풀리고 나니 기분이 상당히 나쁘더군요. 아, 역시 이 작가 어디 안갑니다. 다른 작품들도 그랬지만 결말이 무난하게 난 것이 거의 없지요. 『Go 히로미 Go』는 무난하다면 할지도 ...? 하지만 보통 생각하는 그런 결말을 내지 않았지요. 그런 의미에서 이 작가는 순정만화작가가 아닐거란 망상마저 듭니다. 순정이라기엔 건조해요.;


『은수저』는 두 번 꼬오오오옥 보세요. 아, 저도 우유 마시고 싶...;ㅠ; 하지만 홋카이도에서 청정 원료(...)를 먹고 자란 소가 아니면 저 맛이 안 날거예요.;ㅠ; 게다가 요즘엔 홋카이도 우유라고 하면 후쿠시마 때문에 미심쩍은 것이 한 둘이 아니라 말입니다. 으, 그래도 홋카이도 디저트는 없어서 못 먹지요.
다만 라면과 철판국수(야키소바)가 사람을 죽일 수 있다는 건 처음 알았습니다. 흑, 꼬마야, 네가 왜 그렇게 컸는지 이번에 보고 알았단다.;ㅂ;
효재는 종종 한국의 타샤 튜더라는 말을 듣습니다. 한국에 나온 타샤 튜더 책을 거의 다 본 입장에서는 이 평가가 그리 마음에 들진 않습니다. 그리고 그 평가에 대한 생각은 이번에 읽은 『효재의 살림 연장』에서도 그대로 이어집니다.

책 자체는 화보집 같습니다. 살림집의 사진은 일본의 여러 부엌 살림을 찍은 것과도 비슷하며, 이렇게 많은 그릇과 도구를 모았다는 것이 신기합니다. 사진도 잘 찍었고 예쁩니다. 하지만 이게 마음을 움직이지는 않습니다. 다른 책을 보면 이렇게도 해보고 싶고 저렇게도 해보고 싶고, 그런 생각이 많이 드는데 이 책을 읽으면서 마음을 움직인 것은 딱 하나, 유기였습니다. 방짜 유기 수저를 만드는 장인의 이야기. 그걸 보고 한 벌 구입하고 또 한 벌 구입해서 가지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지요. 하지만 다른 살림은 취향에 안 맞기도 했지만 이상하게 삐딱한 시선으로 보게 됩니다. 작가 본인이 이야기했듯이 살림이 아니라 소꿉장난 같아요. 타샤 튜더는 지금 시선으로 보면 19세기에 못박혀 살고 있는 코스튬플레이어(...)₁에 조금 많이 이상한 할머니 같지만 이 사람은 코스튬플레이어가 아니라 그냥 인형놀이하고 소꿉놀이하고 소품 모으는 것처럼 보입니다.
이상하지요.
책을 읽어 보면 분명 저게 생활이고 삶이고 원래의 습관인건데, 보고 있노라면 한발자국 물러서 보게 됩니다. 그참 기묘해요.


책 자체는 사진도 그렇고 소품도 그렇고 볼 것은 많습니다. 가격 생각하고 책 사진이나 종이, 편집 생각하면 괜찮습니다. 하지만 읽고 나서 등줄기를 타고 올라오는 감상은 어떻게 할 수 없군요.
그런 의미에서 발행은 하지 않습니다.(먼산)



이효재. 『효재의 살림 연장』. 중앙M&B, 2012, 13800원


₁솔직히 말해, 타샤 튜더가 유명한 그림책 작가가 아니라, 집 재산이 많아서 그걸로 저런 생활을 하고 있다 치면 세상에 이런 사람도 있구나라며 한국의 여러 방송국에서 취재나갔을 겁니다. 타샤 튜더라는 이름이 있기에 저런 생활을 해도 그냥 그러려니 했지, 보통 사람이 저렇게 살았다면 이상한 사람이다 소리를 몇 번이고 들었을거라 봅니다.

M님의 추천으로 본 책입니다. 올해 최고의 책으로 꼽으셔서 기대를 너무 하고 본 것이 패인이군요.T-T;
제 취향에는 맞지 않았습니다. 이 책은 지경사에서 나온 플로시 시리즈를 재미있게 본 분들에게는 추천합니다. 아마 첫비행님이 그러셨던 것 같은데 말이죠. 첫비행님이랑 S에게는 괜찮을 책입니다.

빅토리아 시대를 지나 소설의 배경은 조지 6세 시대입니다. 5세도 아니고 6세 맞아요. 왜냐하면 제 기억에 엘리자베스 여왕 즉위가 1952년이었으니까요. 그러니 1950년대라는 시대적 배경을 두고 보면 연대를 더 좁힐 수 있습니다.

2차대전도 끝난 어느 조용한 영국시골에는 플라비아라는 아이가 삽니다. 아버지는 그 지역 토박이이며 지역 유지에 가깝습니다. 아버지가 그토록 사랑하는 해리엇은 죽은지 오래되었지요. 그리하여 아버지는 세 딸과 함께 시골에서 우표 수집을 취미로 하여 (경제적 어려움과 함께) 조용히 살아갑니다. 어디까지나 아버지 기준에서 말이지요. 그 딸들은 절대 조용하지 않거든요.
나이 차이가 적진 않을텐데 이 딸래미들은 다 한 가닥 합니다. 이야기 서술이 막내인 플라비아를 중심으로 돌아가서 전체적인 분위기를 파악하는데 시간이 걸리지만 보고 나면 참, 이런 딸들을 잘 데리고 있는 아버지가 대단합니다. 어떻게 보면 외면하고 있다는 생각도 들지만.; 엊그제 M님과의 대화에서도 그랬듯, 이 얌전한 아버지에게서 이런 딸들이 나오려면 어머니가 대단했다는 추론이 나옵니다. 그러나 아버지나 플라비아의 추억에서 등장하는 어머니는 약간 말괄량이일지는 모르나 대체적으로 얌젆나 것 같다니까요. 이건 아무래도 추억 오류가 아닌가 싶을뿐이고.ㄱ-; 저런 딸이 나오려면 절대, 절대, 절대, 어머니도 한 가닥 하셨을겁니다. 그러니 뒷 권이 기대됩니다. 어머니의 옛 이야기도 얽혀 나올 법하니까요.

전체 시리즈게 여섯 권이라고 들은 것 같은데 한국에는 『파이바닥의 달콤함』을 포함해서 두 권이 나왔습니다. 다음 권도 일단 도서관에 신청해야겠네요.



개인적으로 플라비아의 화학 실험실은 참으로 부럽습니다. 얘가 여자아이가 아니라 소년이었다면 아마 화학 만렙을 찍었을 겁니다. 독학한 것이 이 정도 수준이면..(먼산) 시리즈의 결말이 어떻게 나갈지 궁금하네요.


앨런 브래들리. 『파이 바닥의 달콤함』, 성문영 옮김. 문학동네, 2011, 13800원




부제를 보면 이 책의 성격이 환하게 보입니다.

"건축가 이일훈과 국어선생 송승훈이 e-메일로 지은 집, 잔서완석루"

그렇습니다. 건축주와 건축가가 전자편지를 주고 받으며 지은 집에 대한 기록이 이 책입니다. 건축가 이일훈씨는 잘 모르지만 송승훈씨는 그 바닥(...)에서 워낙 유명한 사람이라 저는 이 분의 이름을 보고 책을 집어 들었습니다. 역시, 국어선생님은 다르네요. 전자편지 여기저기에 묻어난 표현이 아주 맛깔납니다.

아직 책을 다 읽지 못했습니다. 한창 읽고 있는 중인데 이걸 읽다보니 중간 중간 리뷰를 해야겠다는 생각에 올려 봅니다.

책 앞머리의 사진과 문장이 인상적입니다.
(그러나 오해의 소지가 있다는 .... -_- 뇌가 썩었.... 이 모든 것은 최근의 조아라 독서목록이....)


2005년부터 2007년 중반까지는 전자편지로 집에 대한 생각을 주고 받습니다. 그리고 2007년 하반기에 본격적으로 공사를 하여 잔서완석루(殘書頑石樓), 낡은 책이 있는 거친 돌집을 완성합니다.
아마 빙고님이시라면, 그리고 생협분들이라면 표지의 서재 사진에서부터 낚이실겁니다. 저 앞쪽에서 빛이 들어오고 이쪽은 복도입니다. 약간은 그늘진, 어둑어둑한 복도에는 양편에 서가가 늘어서 있습니다. 그냥 책장이 아니라 규칙적이지만 들쑥날쑥한 재미난 모양의 서가. 도서관 서가를 사랑하는 제게는 조금 이용하기 불편하게 느껴지지만 이 서가의 정면사진을 보는 순간 졌다!를 외쳤습니다. 이 서가에 책을 꽂고 싶습니다. 하나하나 가꿔가며 말이지요. 국어 선생님이신데도 상당히 중구 난방의 장서 구성인데 그게 자유롭게 꽂혀 있는 것을 보니 손이 근질근질하지만, 한 편으로는 저기의 서가에 책을 잔뜩 채워보고 싶다는 생각이 듭니다. 게다가 책장 앞에는 여러 책상자가 놓여 발판도 되고 의자도 됩니다. 저는 아마 이 서가 아래 다리 죽 펴고 앉아 굴러다니며 볼 것 같습니다.


본론으로 돌아가;
주고 받은 편지 첫 머리부터 집에 대한 생각을 다시 하게 만듭니다. 건축가가 집 주인의 꿈을, 마당, 침실, 욕실, 서재, 대문 등에 대해 적어 달라 했더니 장문의 글을 보냅니다. 본문이 넘칠까 첨부파일로 보냈더군요. 쓰임새, 집모양, 마당, 침실, 욕실, 서재, 거실, 대문, 툇마루, 옥상-베란다, 가구, 꾸밈, 책꽂이, 컴퓨터, 침대, 계단, 벽난로, 마루, 황토까지 집에 대해 생각나는 대로 적은 글입니다. 읽고 있노라면 손이 근질근질하여 나도 이런 글을 쓰고 싶다, 나도 이렇게 집에 대해 곰곰이 생각하고 싶다는 충동이 듭니다.
이에 대한 답장은 꼼꼼히 읽은 뒤 건축적으로 중요한 부분-동거인(어머니), 영사막 사용 시간대, 담장, 방범 등에 대한 재질문으로 이어집니다.
건축주가 쓴 집에 대한 글 두 번째는 겉모습과 방, 집의 구성요소, 그외 생각나는 것들을 담았습니다. 근데 이 분 글이 맛깔나.;ㅂ; 쉬우면서도 철학이 묻어나고 생각이 있는 글입니다. 컴퓨터 방에 밖으로 문을 내면, 거기로 뒤뜰이 보여 밖에서 놀자고 바람이 부르면 온라인 게임 하다가도 뛰쳐나가고 싶겠지요.(...) 그리고 방문이 두 개인 구조는 외국의 부엌이 떠올랐습니다. 로베르 아르보의 『오늘의 행복 레시피』에 보면 부엌이 정원과 바로 이어져, 아이들이 정원에서 뛰어놀다가도 타일 바닥이라 신발신고 바로 뛰어들어올 수 있다는 말이 있습니다. 한국의 옛 부엌도 그랬지요. 아궁이 때문에 부엌이 낮은 곳에 있을 수 밖에 없었지만, 아궁이 불로 데워진 부뚜막은 겨울철에도 뜨끈뜨끈하고, 그 안쪽에는 찬장이 놓인 곳과 함께 작은 마루가 있습니다. 부엌일 하는 사람들이 잠시 쉬며 거기서 간식을 나눠먹기도 하고 수다를 떨기도 했겠지요. 애들이야 마루보다는 부뚜막에 올라가는 것을 좋아했을 겁니다.

... 글이 길어지니 이정도에서 적당히 접고, 이 책의 감상기는 2탄으로 이어집니다.
겨냥하는 분은 첫비행님, 키릴님, 티이타님, 아이쭈님, 빙고님. 티이타님이랑 키릴님이 흥미롭게 보시지 않을까 합니다.'ㅂ'
그 중 두 건은 몇 주 전에 봐놓고는 리뷰 올리는 걸 잊어서 이제야 쓰네요.

1. 아빠와 나,  Friedrich님
시작부분은 취향에 안 맞았지만 본격적인 이야기가 나오고 나서는 괜찮았습니다. 8월 말이 마지막 글이고 그 뒤로 잠시 쉬고 계시네요.
특이한 능력을 가지고 있는 여주인공이 그 힘을 쓰고 나서 반작용(?)으로 이계에 떨어집니다. 신의 아이로 극진한 대접을 받긴 하는데, 계속 신전에만 있을 수는 없으니 신전과 황제가 합작으로 임시 아버지를 붙여 줍니다. 제국 제일의 싱글남에게 말입니다.; 원래는 20대였지만 다른 세계로 오면서 확 어려졌으니 아빠와 딸 놀이(?)하기에도 좋지요. 겉보기 어린이가 아빠랑 같이 달달하게 지내는 것이 주 내용입니다. 아이가 하는 짓이 귀여운데다가 뻣뻣하고 남자에 관심 없었던 아빠가 변화하는 모습도 귀엽습니다. 그런 고로 달달한 이야기를 좋아하신다면 읽어보세요.


2. 그들만의 세계, 신세계소녀님
현재 리메이크 진행중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한편 분량이 엄청납니다. 아직 21편까지만 올라왔지만 다른 작품의 2-3배 분량을 한 번에 올리히니 만만하게 볼 이야기가 아닙니다.; 저는 비교적 초기부터 읽기 시작해서 괜찮았지, 지금이라면 처음부터 다시 읽는 것도 버겁습니다.
주인공 오필리아는 몇 천명이나 되는 사람들을 죽여 제물로 바친 죄를 지어 이름을 빼앗기고 지옥과 비슷한 곳에 영원히 유폐되는 벌을 받습니다. 그 죄가 드러나게 된 것은 여동생 헤실리아의 고백 때문이었으며, 그 때문에 공작 집안은 풍지박산 나고 이름을 빼앗긴 자는 모든 사람에게 비난 받고 돌팔매질 당합니다. 그리고 5년 뒤, 모종의 이유 때문에 지옥에서 벗어나긴 하지만 그 뒤의 길도 쉽지는 않습니다.
앞부분만 봐서는 회귀물과 비슷한데 전혀 다릅니다. 주인공의 설정이 처음부터 다르고, 생각보다 빨리-라지만 아마 다른 작품처럼 연재했으면 50편 넘어가서야 살인의 이유가 다른 사람들 앞에 드러납니다. 하지만 그게 밝혀진다고 해서 상황이 편해지는 것은 아닙니다. 기본 틀은 황제와 반황제파 귀족간의 다툼이며, 그 와중에 오필리아를 비롯한 주변 인물들이 휘말린 꼴입니다. 자세한 이야기는 하지 않으나 상당히 어두운 이야기라는 건 감안하셔야 할겁니다.
사실 그런 이유 때문에 한동안은 봉인하려 합니다. 분량이 많은 건 좋지만 으, 최근 편은 어두운 이야기가 많고 주인공과 주변 인물들이 갈 길이 한참 멀어서 조금 분위기가 돌아오면, 한 두 챕터가 끝나고 나면 다시 볼까 합니다.
이런 류는 첫비행님이 좋아하시려나...-ㅁ-;


3. Youngest daughter, 냠x6님
환생물, 달달물, 육아물. 진짜 달달달달합니다.
이것도 몇 주 전에 찾아서 보다가 다시 챙겨보고는 리뷰 올리는 겁니다. 그 때 추천해도 괜찮았을텐데 잊고 있었어요.
환생부분은 넘어가도 되고, 1남 3녀의 셋째로, 위 아래의 여자 형제들에게 치이는 불쌍한 둘째가 교통사고를 당해 사망합니다. 그런데 정신 차려보니 환생해서 아기가 되었습니다. 알고 보니 공작집안 막내딸로 여기서는 3남 1녀의 막내입니다. 시커먼 아들래미만 있던 아버지는 딸에게 정신 못차리고, 처음 보는 오빠들은 막내의 미소에 홀라당 넘어갑니다. 하지만 이 마성의 미소는 가족뿐만 아니라 영지의 식솔들, 본가의 식솔들을 포함해 기사들도 홀랑 홀렸고 심지어는 아버지의 불알친구인 황제와 기사단장과 재무대신과 황태자마저도 녹입니다. 거기에 다른 사람에게는 안 보이지만 요정 여왕도 붙어 있어요.
마성의 아기가 온갖 사람들을 녹여내는데, 이 딸래미를 본 아버지 친구들의 좌절이 참 눈물겹습니다. 딸을 낳고 싶어도 낳을 자신이 없는데다 아무리 해도 저런 귀여운 딸은 낳을 수 없을거야라니. 평소 제 생각과 일치합니다.ㄱ- 저는 저 닮은 아이 나올까 두려움에 떨고 있거든요. 하하하..


4. Deep Gold x Hot Milk, 아스티르님
장르는 BL, 지금 잠수중이십니다. 그래봐야 연재 쉬신지 이제 겨우 한 달이지만.;
2008년부터 연재 시작하셔서 아직 진행중입니다. 아마 초반에는 빨리 끝내려 하신 모양인데 가다보니 분량이 많아졌다는 상황으로 추정합니다. 게다가 이게 편수도 많아서 180편이거든요. 편당 분량이 적지도 않습니다.
중간에 몇 번 연중 고비가 있었는데 주 이유는 작가님의 건강상 문제, 거기에 텍본 유출 등이 있습니다. 텍본 유출은 정황상 '쳐서' 유통시킨 것 같다는데 그 때문에 중간에 몇 번이나 접으려 하신 모양입니다.

주 내용은 전형적인 할리킹. 돈 많고 잘생기고 권력 있는 남자가 가정사의 어두움을 끌어안고 있는 주인공을 만나 한눈에 반해서 일어나는 일들입니다. 애정공세가 상당한데다가 그게 손발이 오그라들어버릴 것 같고, 가끔은 애정결핍증에 걸린 사람에게 애정을 퍼주는 모습이 자괴감을 불러 일으키더군요. 그냥 로맨스 소설 본다 생각하고 보면 상관없는데 저처럼 애정 결핍 기미나 자괴 기미가 있는 사람은 읽다가 '나는 왜 이런 사람이 옆에 없나'라든지, '벤(주인공)은 워낙 능력이 있으니 선택받은 건가'라는데서 시작한 자괴감이 올 수 있습니다.
그래도 추천하는 이유는 주인공이 모델이 된 뒤 보여주는 여러 장면 때문입니다. 패션 화보 보는 것도 꽤 좋아했는데 능력이 미천하여 관련 자료를 모으지 못했습니다.OTL 그래도 이렇게 글로 보고 있자니 굉장히 재미있더군요. 의상디자인이나 모델, 화보촬영에 관심이 있으시다면 그 부분만 골라보셔도 괜찮을 겁니다. 뒷부분이 조금 늘어지는 감이 있는데, 마음 잡고 달리시면 아마 50화 내에 완결이 가능하지 않을까 싶기도 하고? Platinum Wolf x Baby bird를 보면 그 뒤에도 외전이 더 나올거라 생각합니다.

읽다보니 평소에는 수줍고 자신감 없고 평범한 외모의 주인공이, 분장하고 가면(페르소나)를 쓰자마자 인상이 확 달라지는게 어떻게 가능하나라고 생각했는데, 오키 마미야의 그림을 생각하고는 납득했습니다. 오키 마미야의 흑발 캐릭터 중 몇몇을 대입해보니 가능하겠더라고요. 이걸 현실이 아니라 2D로 떠올리고 있는 제가 참....(먼산)
읽으면서는 그럭저럭 재미있었지만 본격 감상을 쓰기엔 아쉬운 책 한 권이랑, 읽고 나서 허무했든 책 한 권, 도합 두 권의 리뷰를 올립니다.
으, 반쯤 졸면서 쓰는 글이라 글 내용이 날아갈지도 몰라요.-ㅁ-/


『금요일 밤의 미스터리 클럽』은 동화를 소재로 하여 이야기를 짜나갑니다. 도쿄 어드메에 있는 고급형(?) 술집에서 술판이 벌어집니다. 술판이라고는 하지만 주종이 일본주라 안주와 함께 일본주의 역사 이야기도 오가고, 조금 복작복작한 모습입니다. 거기에 평소에는 없었던 어느 젊은 아가씨가 한 명 끼어듭니다. 끼어든 이유는 바에에 앉아 안 풀리는 살인사건을 꺼내든 형사 때문이었지요. 술김에 실명을 거론하기도 하는 추태도 보이는데, 그 사건은 대학원에서 동화의 심리 분석을 하고 있다는 아가씨가 동화의 모티브와 맞춰 범인의 알리바이를 깨면서 풀립니다.
그리고 이 이야기는 총 여섯 편으로 이어집니다. 그 때마다 아가씨는 도저히 깰 수 없는 알리바이를 가뿐하게 깨고 형사에게 답을 가져다 줍니다. 덕분에 형사는 경시총감상을 연속 수상하지요. 다른 사람이 풀어준 수수께끼로 상을 탄다는 것이 내키지 않는 모양이긴 합니다.

전체적인 구조는 저렇지만 막판의 이야기까지 읽으면 책을 읽은 시간이 아깝다는 생각마저 듭니다. 라이트노벨을 읽고 난 뒤의 허무함과 비슷하군요. 라이트노벨의 추리도 저런 분위기가 많습니다. 작위적인 설정, 끼워맞추기. 그렇게 맞춘 트리깅 또 정답이라네요. 이건 아니다 싶습니다. 게다가 매번 유명한 동화와 맞아 떨어지는 사건이 벌어진다는 것도 희한하지 않습니까. 게다가 동화는 동화로 보아야지, 이렇게 이면을 살펴본다, 그 당시 사회상을 반영한다 하며 적어 놓으면 환상이 깨진단 말입니다. 그렇지 않아도 일본에서 나온 그림동화 다시 읽기 류의 소설은 질색인걸요.

동화 재해석에 대한 반감, 끼워맞추기식 트릭, 황당한 결말. 그리하여 별로 마음에 안 들었습니다.


『그리고 명탐정이 태어났다』는 출간 당시부터 찍어 놓고 있었는데 빌리는 것을 잊고 있다 이제야 보았습니다. 이어진 이야기라 생각했는데 전혀 다른 세 개의 단편을 모아 놓은 책입니다. 착각이었군요. 언젠가 결말부분만 들여다 보았다가 내용이 이상하다 생각했더니 앞과는 다른 이야기입니다.
후기에도 나왔듯 세 이야기는 나름 공통점이 있습니다. 밀실입니다. 세 곳 모두 밀실 살인을 다루고 있지요. 하지만 방향은 전혀 다릅니다. 두 번째 이야기는 시작부터 무라카미 하루키의 책을 떠올렸는데 결말은 또 다릅니다. 게다가 나이스 타이밍, 시의적절한 때에 도착을 해서 그리 되었으니 말입니다. 두 번째 이야기의 결말은 구체적으로 적지는 않았지만 짐작은 할 수 있는 선이군요. 그러고 보니 이건 또 긴다이치 하지메의 분위기가 폴폴...-ㅁ-;

불만이 있다면 몇 가지 번역 부분에서였습니다. 세 번째 이야기에서 언급한 파이로 반스(라고 썼던 것 같군요). 이 책이 나온 것은 2010년인데, 북스피어에서 S. S. 밴다인의 책을 2009년에 냈습니다. 그러니 기왕이면 파일로 밴스라고 맞췄으면 좋았을텐데요. 거기에 제목을 『승정 살인사건』이라 했는데, 승정보다는 『비숍 살인사건』이나 『주교 살인사건』이라 하는 쪽이 맞겠지요. 전자는 동서문화사에서 나온 파일로 밴스 시리즈 번역제목이고 후자는 북스피어판 번역제목입니다. 이런 걸 맞춰줬다면 무난하게 읽었을텐데 말입니다.




구지라 도이치로. 『금요일 밤의 미스터리 클럽』, 박지현 옮김. 살림, 2010, 12000원
우타노 쇼고. 『그리고 명탐정이 태어났다』, 현정수 옮김. 문학동네, 2010, 11000원

기타 등등에 들어가는 이마 이치코의 신작 『여행자의 나무』부터 풀어 놓지요. 그 다음은 모리 카오루의 『습유집』. 그런 고로 이번 글은 최근에 읽은 만화책 여러 권 돌아보기가 주제입니다.

아래 가격을 보시면 알겠지만 지금 풀어 놓는 네 권은 가격이 보통 만화책보다 훨씬 높습니다. 판형 문제도 있지만 종이질도 일반적인 만화책보다는 두껍고 무거우며 고급형으로 낸 것이라 그렇습니다. 이 중 만족도가 제일 떨어지는 것이 『여행자의 나무』였습니다. 하하하.;
표지를 보시면 아시겠지만 이 책은 서호 시리즈 중 하나입니다. 처음에는 신선했던 서호의 물 찾으러 가는 아가씨들 이야기도 이제는 흥이 떨어지고; 작가 본인도 후기에 썼지만 이 중 몇 편은 기둥 줄거리가 유사합니다. 그리고 다른 이야기도 어디선가 많이 본 느낌이네요. 그래서 상대적인 만족도가 떨어집니다. 가장 마음에 든 인물이 맨 마지막에 나오는 경망스런 황자님이란 것도 특이하죠.; 보통은 이런 인물에게는 호감도가 확 떨어지는데 맨 마지막 몇몇 컷에서 보여준 모습이 단순히 철없는 놈이라고 보기 어렵습니다. 그런 갭에 반한 건지도 모르지요.
앞서 호수 이야기를 재미있게 본 분들이라면 그냥 무난하게 보실 겁니다.

『모리 카오루 습유집』은 구입을 벼르고 있었지요. 지난번 모임 때 원서로 한 번 보고는 살까 했더니만 그 새 번역본이 나오더라고요. 덥석 집어 들었습니다. 게다가 예정 일정보다 일찍 나와서 혹시라도 초판 한정 부록을 구하지 못할까 걱정했는데 다행히 있었습니다. 영문 서명이 Anything and Something인 것은 이 책이 그 어디에도 넣기 애매한 단편과 그림을 모아 만든 것이라 그렇습니다. 목차를 보면 아시겠지만 여러 번 있었던 사인회의 용지에 넣은 그림도 같이 들어 있거든요. 엠마가 많지만 셜리도 있습니다./ㅅ/ 앞쪽에는 여러 단편이 있기도 하고, 앵글(...)이 특이한 그림도 몇 있고, 이건 망상 폭주다라고 단정한 몇몇 단편도 있습니다. 특히 망상 폭주형은 옆에 다른 사람이 있을 때 펼쳤다가는 이상한 시선을 받을 수 있으며 공공장소에서는 민망할 수 있으니 집에서 혼자 펼쳐 보도록 합니다. 딱히 야한 장면이 있는 것은 아닌데, 모리 카오루의 그림은 가끔 벗고 있어도 야하지 않고, 벗지 않아도 야한 경우가 있으니까요. 이쪽은 후자입니다.ㄱ-a
하여간 귀여운 이야기도 있으니 모리 카오루를 좋아하신다면 볼만 합니다. 가격이 비싸지만 책이 두껍고 종이를 좋은 걸로 썼거든요.


우미노 치카의 책은 완결 난 뒤에 보는 쪽이 마음 편해서 『3월의 라이온』도 봉인했습니다. 정확히는 G가 구입하고 있는 걸 사다주기만 하고 저는 펼쳐 보지 않았지요. 그러다 이번 편은 읽을 책이 없기에 무심코 열었는데 다행히 어두운 이야기가 아니었습니다. 앞의 이야기는 무거웠지만 그래도 괜찮습니다. 무엇보다 공감하며 보았거든요.
종종 꿈은 이루어진다고 하지만 그 만화 속 주인공이 이야기 하는 것처럼 모든 꿈이 이루어지는 것은 아닙니다. 이루어질 수 있는 수준의 꿈을 꾸고 그것을 향해 열심히, 아니면 뼈가 부서질 정도로 노력하면 이루어질지도 모릅니다. 지금 제가 백만장자가 되고 싶어요라고 생각하면서도 그냥 놀기만 한다면 그런 꿈이 이루어질리 없지요. 그건 감나무 밑에서 감 떨어지기만을 기다리는 것인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어떤 경우에는 죽어라 노력해도 안 되는 것이 있습니다. 엉뚱하게 판타지 소설을 예로 들게 되는데, 『바람의 제국』에 등장하는 어떤 집안은 자신이 하고 싶어 하는 것과 타고난 재능이 영 다른 방향입니다. 일종의 저주지요. 하고 싶은 것은 이것이지만 내가 타고난 재능은 그 쪽이 아닙니다. 하고 싶은 것을 위해 뼈를 깎는 노력을 하지만 그 노력에 비해, 내가 가진 다른 재능은 노력하지 않아도 그 재능을 위해 노력하는 다른 사람들이 살리에리의 심정이 될 정도로 빛을 발합니다. 아... 눈물나죠.;
본론으로 돌아가서, 그런 의미에서 7권의 앞 이야기는 공감하고 또 심장 찔리고 아파하며 보았습니다. 이제 완결 날 때까지 『3월의 라이온』은 일단 접고; 과연 누구랑 커플이 될 것인가 지켜보겠습니다. 하하하;

『스피카』는 그에 비해 아주 발랄한 이야기들을 모았습니다. 『허니와 클로버』를 연재하는 도중의 여러 단편을 모았다는데 그래서인지 그림체도 천차만별입니다. 오래된 것도 있고 최근 것도 있고요. 『3월의 라이온』의 선은 굵고 복잡하지만 여기 실린 단편은 선이 깔끔하거나 단순합니다. 마음에 들었던 이야기는 표제작인 『스피카』랑 뒤에 실린 탐정 이야기입니다. 초록색 개가 참으로 귀여워서 홀딱 반해 애정도가 올라갔지요. 게다가 『스피카』는 발레와 야구가 소재라, 빙고님이나 첫비행님은 끌리실지도 모릅니다? 어디까지나 소재라 그리 길지 않게 넘어가긴 합니다.


이리하여 최근에 구입한 만화책들은 대체적으로 선방했습니다.-ㅁ-/


우미노 치카. 『스피카』, 『3월의 라이온 7』, 서현아 옮김. 시리얼, 2012. 각 7천원, 8천원
이마 이치코. 『여행자의 나무』, 서수진 옮김. 대원씨아이, 2012, 6500원
모리 카오루. 『모리 카오루의 습유집』. 대원씨아이, 2012, 8500원

0. 연재소설을 읽다가 블로그에 리뷰를 남기는 소설들은 대체적으로 두 가지 반응으로 나뉩니다.

0.1 이건 다른 사람들도 꼭 봐야해! 이런 소설이 묻혀있다니!

0.2 글도 좋고 소재도 괜찮고 풀어 나가는 것도 괜찮은데, 연재 주기를 보아하니 이거, 완결이 날지 걱정이야. 그래도 일단은 추천.

0.3 최근 보는 소설들은 상당수가 2에 해당합니다. 완결 소설은 거의 훑어보았기에 이제는 연재소설 중 독자 베스트로 올라온 것을 하나 하나 보고 있거든요. 그런 김에서 일단 연재 주기가 걱정되나 재미있게 보고 있는 소설부터 적어봅니다.


1. 레이릴, 『레이몬드 세브릴 로시어』
어제 보고는 밤잠 설치게 만든 소설 한 편. BL이긴 한데 BL 요소는 아직 낮습니다. 따지자면 0.2. 아직 18화까지만 나와 있고(19화는 공지) 갈 길이 멉니다. 아주 멀어요.; 게다가 연재 주기가 상당히 길어서 기다리는데 피가 마를 것 같은...OTL 읽은 건 어제인데 벌써부터 그러고 있습니다.
빙의물이나 이계진입물과 비슷하지만 조금 다릅니다. 주인공은 대학생입니다. 다만 보통사람과는 아주 조금 다른게, 어렸을 때부터 이상한 꿈을 꾸었습니다. 레이몬드라고 하는 어느 아이의 꿈이지요. 지속적으로 그 꿈을 꾸되, 레이몬드도 꿈속에서는 계속 나이를 먹어갑니다. 자고 일어나서도 기억에 남을 정도의 꿈이니 숙면은 못취할테고 그러니 사람이 힘들어지는 건 당연한데, 이 때문에 어렸을 때부터 정신과에 드나듭니다. 이어지는 꿈을 꾼다는게 사람들에게는 평범해보이진 않았을테고, 그 때문에 정신에 문제가 있다는 판정도 받습니다. 결국엔 꿈을 더 이상 꾸지 않는다고 거짓말을 하고 넘어가지만 가족들에게도 상처받은지 오래지요.
문제는.
한창 과제와 발표에 치여 정신없던 와중에 꿈속의 레이몬드는 사고를 쳐서 죽게 되고, 그 레이몬드가 주인공인 세현을 끌고 넘어집니다. 정신을 차렸을 때는 십대 중반의 레이몬드 몸에 들어와 있다는 거죠. 그리고 그걸 허락한 것이 바로 신.; 하하하. 본래의 세계로 돌아가는 조건은 레이몬드가 행복해질 것입니다. 하지만 난이도가 상당히 높아요. 왜 그런지는 보면 아실겁니다. 아... 다음편은 언제쯤 올라오나..;ㅂ;
그러고 보니 이전의 레이몬드와 지금의 빙의(...) 레이몬드는 큰 차이점이 하나 있습니다. 이게 이 이야기를 본격 bl로 만들 코드인 것 같군요.(...)


2. 젬씨, 『잃어버린 아내를 찾아서』
이건 0.1과 0.2의 중간쯤? 회귀물인데 시점이 남자주인공 시점입니다. 보통 로맨스는 여자주인공이 회귀를 하지요. 제가 지금까지 본 것은 거의 그랬는데, 이 이야기는 남편이 돌아갑니다. 게다가 이름도 참 적절하지요. 오르페우스, 에우리디케. 과연 오르페우스가 아내를 다시 찾아갈 수 있을지...-_-a 아무래도 정치싸움, 파벌싸움이 끼어 있어 갈 길이 멉니다. 게다가 이전 삶과는 다른 방향으로 나갈 것 같은 것이 빤히 보이니 그렇죠.


3. RALL, 『안개 도시 모음곡』
이건 절대적으로 0.1.
완결났고 현재 외전 연재중입니다. 외전이 언제 끝날지 콩닥콩닥 기다리고 있을따름이지요. 추천대상은 첫비행님, 키릴님, 빙고님. 키릴님은 보셨을지도 모르겠네요.

배경은 빅토리아 시대이지만 살짝 패러렐입니다. 작가가 직접 밝히기도 했는데 역사적 사실이 조금 바뀐 부분이 있거든요. 공지에도 나와 있고 후기에도 나와 있듯 네오 빅토리안 로망, 공동 소설 창작 프로젝트 ILN(http://iln.pe.kr/) 참여작이랍니다. 이쪽 홈페이지는 들어가고 싶은데 들어갔다가 소설 지뢰 밟고 못 빠져나올 것이 무서워 아직 안 들어가봤습니다. 배경을 공유하며 소설창작하는 프로젝트인 것 같더군요.

주인공은 샤를 오르망. 프랑스인 가수(성악가)입니다. 프랑스 파리에서 활동하다가 모종의 사유로 런던에 오게 되었는데, 죽을 각오로 템즈강에 뛰어들었다가 이상한 아저씨(할아버지)에게 구원을 받습니다. 그리고 파리를 떠나게 된 이유가 되었든 그 사건이 실은 사기라는 것을 깨닫고는 엄청나게 좌절합니다. 그 아저씨의 도움으로 다시 직장을 찾고 일을 하면서 자리를 잡아 가다가 일에 휘말린다는 것이 주 내용입니다.
기본은 로맨스. 읽다보면 달아 죽을 것 같은 몇몇 장면이 있습니다. 61화로 완결이기 때문에 전개는 대체적으로 빠르고요. 주인공이 성악가이고 무대 활동을 하는데다 오페라 공연에 참가하기 때문에 음악 좋아하시는 분들이 보면 괜찮을겁니다. 거기에 빅토리아 시대니까요.(웃음)
각 편당 분량도 많고 내용도 많고 여러 사건들이 적절히 잘 전개되고 늘어지는 감도 없고. 읽는 내내 샤를(찰스)의 말에 폭소하며 신나게 보았습니다. 즐거운 소설이지만 과거편은 우울우울해서 사실 건너뛰고 읽었습니다.-ㅁ-; 대강 상황은 파악하고 있었으니 이해하는데 큰 문제는 없더군요.

외전에 나오는 소년은 과연 어떻게 되려나 궁금하긴 한데, 외전 완결은 더 오래 기다려야 할 것 같습니다. 흑;ㅂ;
-_-+

평소에는 이 시간에 조아라 잘 안 들어가는데 갑자기 들어가고 싶어져서 보니, 『파마낙심의 보물』과 『마법스프』에 새 글이 떴습니다. 혹시 기다리고 있던 소장본 공지인가, 아니면 외전인가 싶어 후다닥 달려갔다가 당황했습니다. 텍스트 본 배포도 하지 않으셨는데 돌고 있다는군요. 자정에 닫는다는 내용이었습니다. 어헝헝헝헝;ㅂ;

갑작스런 공지라 재독도 못하고 결국 보내야......




아니, 근데. 조아라는 긁는 것이 불가능하니 일일이 쳐야할텐데..ㄱ- 그런 수고를 법 위반에 쓴단 말이지. 작가가 저작권을 가지고 있고 그걸 따로 계약하지 않는 이상은 배포권도 당연히 작가에게 있는 것일테고, 그러니 걸리기만 하면 바로 ...(이하 생략)
누군지 몰라도 저주 받으리....ㄱ-



(차마 블로그에 욕을 올릴 수는 없어 꾹꾹 눌러 참고 있음)
의외로 짧고, 별 생각 없이 읽으면 순식간에 읽을 수 있는 책이라 어제부터 시작해 오늘 끝냈습니다. 시공사에서 나왔는데 시공사 책 답게 표지도 잘 뽑았군요. 하지만 표지의 동물들이 뭔가 마음에 안들어.-ㅂ-; 표지나 삽화를 보면 바셋하운드인가 싶은데 번역 후기를 보면 콜리를 지목하더라고요? 하는 짓을 보면 콜리 같지는 않은데. 게다가 주인이 누구인지 떠올리면 콜리나 리트리버는 더더욱 아닐 것 같습니다. 그러니 바셋하운드에 한 표. 바셋이 아니더라도 하운드 계통은 맞을 겁니다. 사냥견 같은 분위기를 폴폴 풍기거든요.

목차를 보면 아시겠지만 이 책은 10월 한 달 간 있었던 일을 주견공인 스너프의 시선에서 기술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10월 1일에 시작해 10월 31일에 끝납니다. 동물들일 많이 나오는데다 상당히 매력적이고 서로 물고 늘어지는 관계라 참 귀엽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은 빙고님께 추천. 로저 젤라즈니 책이긴 하지만 무협 SF(...)를 본다 생각하시고 읽으시면 괜찮을 겁니다.
10월 달의 일이니 기왕이면 날짜에 맞춰 보는 것도 재미있을텐데, 각 챕터가 짧다보니 하루에 한 챕터씩 보면 앞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 홀라당 잊을 겁니다. 기왕이면 10월 마지막 주에 보는 것이 좋겠네요. 마지막 날-10월 31일에 맞춰서 말입니다. 그리고 날짜가 왜 그런지는 지금부터도 대강 짐작하실 겁니다.

번역자인 이수현씨는 황금가지에서 나온 어슐러 K. 르귄의 책을 비롯해 다양한 SF 쪽 번역가입니다. 그래서인지 역자 주도 그럭저럭 괜찮았어요. 읽다가 중간에 걸리는 부분이 있었다고 기억하는데 적어두질 않았으니 그냥 넘어갑니다.

권두에 저자가 적은 문구를 보면 대강 이 책의 스타일이 잡히는데 시간상으로는 5-6일 정도 지난 다음에야 책 내용과 방향을 알아보실 수 있을 겁니다. 로저 젤라즈니도 이제 슬슬 건드려서 올 하반기에는 SF 쪽을 보강해야겠네요. 안 읽은지 너무 오래되었으니 로저 젤라즈니부터 차근차근 봐야지./ㅅ/


로저 젤라즈니. 『고독한 시월의 밤』, 이수현 옮김. 시공사, 2012, 11000원



12. 08. 29, 재독 후 추가.

이런.;
후기를 잘못 읽었네요. 책 서문 ... 이 아니라, 맨 앞 장의 헌정사와 관련한 언급에서 스너프의 이미지 모델이 아마 명견 래드의 콜리일 것이라는 부분을 대강 읽고 넘어가며 '스너프가 콜리종일 것이다'로 곡해했습니다.OTL

지금 다시 읽다보니 콜리나 몇몇 견종이 아닐 것이라는 점은 확실하네요. 삽화를 보면 스너프가 하운드 중 한 종일 것 같네요. 이 부분은 내용과도 관련이 있으니 적당히 넘어갑니다. 그나저나 래리....;ㅂ; 지금 다시 보고 래리가 어떻게 되었는지 깨달았습니다. 좋아했는데...;ㅂ;
책을 보기 전에는 14800원이라 가격이 높다 생각할지 모르지만 두께를 보면 그런 말이 쏙 들어갑니다. 목침으로 써도 될 것 같이 두꺼운 책이라 읽기 전부터 마음이 뿌듯한 것이, 이번 책은 오래오래 읽을 수 있겠다 싶습었니다. 그래봐야 이틀 버티고 끝났지요. 편 수가 네 편으로 적은 편이라, 하나하나 따라가 읽다보니 이틀만에 다 읽고 울었습니다. 엉엉엉, 다음권 주세요!
다 읽고 후기까지 가보니 다음 이야기가 연재되고 있다하니 마음을 잠시 내려 놓았지만 아쉽네요. 『흑백』을 읽고 오싹함과 씁쓸함으로 다음권을 기다렸더니 『안주』에서는 그 사람들이 어떻게 되었을까에 대한 궁금증이 한층 더합니다.

가장 뒷 이야기가 궁금한 건 주인공인 오치카의 결혼입니다. 앞권에서도 청혼을 받았지만 이번 권에서도 내내 받고 있습니다. 한데 여기에 경쟁자가 등장했으니, 과연 오치카가 누구와 가정을 꾸릴지가 궁금하네요. 일단 『안주』에서 만난 사람을 더 밀어주는 것 같습니다. 다음 책을 봐야 확실하지만 말입니다.
이번 권은 잔잔하다고는 하지만 그렇다고 뒤끝이 깨끗하다고는 말 못합니다. 자세한 각 편 감상은 접어두지요. 내용 마음껏 폭로하며 쓸테니 아직 안 보신 분들은 넘어가세요.


그 네 편의 이야기 중 역시 안주가 가장 기억에 남습니다. 표제가 된 이유가 따로 있는 것이 아니지요. 안쓰럽기도 하고 아련하기도 하고 아쉽기도 하고. 엉엉엉, 안주보면 눈물나요.;ㅂ;


그럼에도 그 이야기, 그 부분, 무사 부부와 안주의 교류 이야기는 몇 번이고 다시 보고 싶습니다. 손에 잡힐듯 아스라이... 그런 느낌의 교류라 말입니다. 읽고 나서 가슴에 얹히네요. 게다가 거기 등장하는 나리님이 정말 진짜로 나쁜 놈이라, 자기가 일 저질러 놓고는 억울하게 죽은 사람에게 뒤집어 씌웠습니다. 나쁜 놈. 차마 블로그에 육두문자를 쓸 수는 없고, 하여간 그 나쁜 녀석이 죗값을 치뤘으면 좋겠는데, 안주와도 관계가 있는만큼 아마 뒤탈이 있을거라 봅니다. 꼭 그랬으면 좋겠군요.-_-


전편인 『흑백』과 이어보면 좋지만 단권으로 보아도 문제는 없습니다. 간단한 내용 설명은 『안주』에도 나와 있으니까요. 하지만 『흑백』을 먼저 보실 것을 권합니다. 주인공인 오치카의 과거는 『안주』에서는 너무 간략하게만 나와 있습니다. 오치카가 가진 어둠은 과거를 확실히 보아야 알겠지요. 솔직히 저는 오치카의 과거와 관련해서 가해자와 피해자를 거꾸로 보고 있기 때문에 말입니다. 가해자에게 연민이 더 가더군요. 아니, 정확히는 물리적 피해자가 정신적 가해자라고 생각합니다. 그 뿐만 아니라 물리적 가해자의 주변 사람들 모두가, 이 사람에게는 정신적 가해자였으니까요.

흠흠; 본론으로 돌아가서, 읽고 나니 다시 한 번 『흑백』을 보고 다시 한 번 『안주』가 읽고 싶어집니다. 그리고 Le Zirashi 3호의 인터뷰에 나온 미야베 미유키가 추천하는 에도시대물 순서대로 정독을 합니다. 단, 저는 『외딴집』은 다시 못 보니 건너뜁니다. 이러고 나면 슬슬 추석 연휴가 돌아오겠지요.(먼산)





미야베 미유키. 『안주』, 김소연 옮김. 북스피어, 2012, 14800원

이 책은 읽다보니 절대 키릴님 취향일 것 같은게...-ㅁ-/ 첫비행님이나 빙고님, 아이쭈님도 좋아하실겁니다. 아이쭈님은 책 읽다가 안주 보고는 펑펑 우시지 않을까 싶은걸요.(....)
책 뒷부분은 덜한데, 앞부분은 히로마사의, 히로마사에 의한, 히로미사를 위한 이야기입니다. 히로마사를 사랑하는 분이라면 꼭 읽어보세요.

오랜만에 『음양사』를 즐겼습니다. 그 직전에 나온 『다키야사 아가씨』는 음양사 이야기지만 『나마나리』처럼 줄기가 있고 복수가 있고 그에 따라 움직입니다. 저는 그런 이야기보다는 사근사근한 『음양사』이야기, 앞권들이 더 좋습니다. 한 편 한 편 이야기는 짧지만 히로마사와 세이메이의 대화가 참 재미있거든요. 그 말 당김이 마음이 듭니다. 그래서 이번 책은 간만에 흐뭇한 아빠미소를 지으며 보고 있었습니다.

어떤 의미로 가장 무서운 이야기는 맨 앞 이야기인 「월금아가씨」입니다. 아니, 히로마사가 세이메이를 넘어설 줄은 정말 몰랐습니다. 세이메이가 뒤통수를 맞는 이야기라고 해도 이상하지 않군요. 처음에는 세이메이가 히로마사를 놀리더니면 뒤에 가면 참....(먼산)

그 뒤의 「꽃점을 치는 여자」는 단어 그대로의 의미로 무섭습니다. 으허허; 이건 여름에 가장 잘 어울리는 공포물이군요. 아.ㅠ_ㅠ 어렸을 때 트라우마가 된 어떤 이야기가 생각났으니 말입니다.

「용신제」야 말로 히로마사의 진가가 십분 백분 발휘됩니다. 이쯤되면 이미 인간세상을 벗어난 솜씨죠. 으허허;

이렇게 세 편이 가장 기억에 남네요. 「무주」까지 하면 히로마사는 세이메이보다 더한 폭탄입니다. 게다가 자각이 없으니 폭탄의 강도는 세이메이보다 더하죠.


작가 후기를 보면 2007년에 나온 책인데, 그 뒷 권이 더 있나 모르겠습니다. 아직 원서를 보는 것보다는 번역본을 보는 쪽이 편하다보니 음양사도 원서 찾아볼 생각보다는 그냥 번역본 나오기를 기다립니다. 게다가 이런 책은 사 주어야 한다는 생각이 팍팍 들다보니 어쩔 수 없지요.
음양사도 모으고는 있는데 책장 공간이 점점 줄어들고 있고 슬슬 한계에 도달하고 있어 다시 한 번 서가 뒤집기를 해야할 것 같습니다.=ㅂ= 책장 더 늘리는 것은 무리고, 역시 안 보는 책을 처분하는 것이 해결법이네요. 그래도 음양사는 계속 서가에 모셔 놓을겁니다. 종종 꺼내 보니 말이죠.




유메마쿠라 바쿠. 『음양사: 야광배』, 김소연 옮김. 손안의책, 2012, 12000원

조아라 소설 리뷰만 골라 쓸까, 아니면 잡담이랑 섞어 올릴까 하다가 최근 읽은 것과 그 전부터 읽은 것을 짤막 감상으로 적자는 생각에 끄적여 봅니다.

『왕과 정령』이 조만간 동인지로 나올테니 이것도 구입은 해야할테고..-ㅂ-;


1. 알테님 작품들 여럿.
저는 BL쪽이 더 취향입니다. 알테님 로맨스 소설은 여주인공과 남주인공의 쿵짝이 너무 잘 맞아서 그게 외려 비현실적으로 느껴집니다. 재미는 있는데 읽고 나면 가슴 한 쪽이 허전하야...(먼산) 가장 좋아하는 것은 『영웅의 아들』 뒷부분입니다. 뒷부분의 풀려나가는 전개가 굉장히 취향이거든요. 앞부분은 삽질이 심합니다.(어디까지나 제 기준에서 그렇지만;) 거기에 주인공들의 나이차가 조금 많이 나는데 연애정신연령은 앞부분에서는 거의 차이가 안납니다. 다시 말해 주인공이 나이는 많은데 연애는 초보고, 주인수는 거기에 끌려다니다가 주위의 코치를 받고 나서야 제대로 밀당을 시작합니다. 본격적으로 연애를 하는 시점에서도 주인공과 주인수는 연애정신연령차이가 상당합니다. 보고 있노라면 호랑이를 조련하는 여우를 보는 것 같다니까요. 아니, 여우라기에는 주인수가 참 많이 예쁘죠. 여우보다는 흰늑대가 더 맞을겁니다. 거대 흰늑대.-_-;
기본 줄거리는 이렇습니다. 독립한지 얼마되지 않은 왕국에는 한 때 영웅이었다가 지독한 배신자로 낙인찍힌 인물이 있습니다. 그 사람의 아들은 누군가에 의해 신분을 숨기고 비밀리에 수양부모 밑에서 자라는데, 그 아래서 다양한 학대를 받습니다. 열다섯에 그런 상황에서 풀려나지만 5년간의 학대 때문에 이미 정신적으로 상처를 받았습니다. 그 아이를 데려온 것이 왕. 데려온 아이가 주인수고 왕이 주인공입니다. 아, 주인공 때문에 주인수가 고생하는 것 생각하면 주인공은 한참 더 고생해봐야겠다는 생각이 팍팍 들어요. 하지만 주인수가 해바라기라, 주변 사람들도 어쩔 수 없이 아깝다고 생각하면서도 주인수를 밀어줬을 겁니다. 하하;
꼬인 실타래가 풀려나가는 후반부만 몇 번이고 돌려 보았습니다.


2. 라크리사님, 바람의 제국
이건 두말하면 잔소리. 편 수가 많지만 연재속도가 장난 아닙니다. 도끼양이 앞으로 얼마나 자랄 것인가 궁금해서 더 챙겨보게 되지요. 이건 빙고님과 첫비행님께도 소개한 적이 있는데, 이야기의 기본 뼈대가 되는 제국의 신화는 북유럽신화에 그리스 신화를 접목했습니다. 난장판은 그리스 신화 수준인데 성격이나 설정은 북유럽 신화와 닮았습니다. 문제는 이 신들의 후손이 황실 및 제국 주요 귀족들이고, 그 때문에 각 집안마다 저주가 하나씩 걸려 있다는 겁니다. 예를 들어 누구네 집안은 한 대마다 미친 검사(...)가 나오는데, 평소에는 아무렇지 않다가 검만 잡으면 제국 제일검이 되는 그런 사람이 나와 형제를 죽인다는 저주에 걸려 있습니다. 어느 집안은 짚신도 제짝이라고, 제짝을 만나면 미친듯이 사랑에 빠지는데, 그 제짝에게 퍼주는 사랑을 돌려받지 못합니다. 다시 말해 지독한 외사랑의 저주죠. 어느 집안은 하고 싶은 것과 재능 있는 것의 불일치 저주에 걸려 있습니다.ㄱ-;
그런 저주를 밑에 깔고 주인공이 제국제일검(아마도)이 되기 위해 집안의 트라우마와 주변의 질시 등을 견뎌내고 자라는 성장 소설 ... ... .... 이라고 써도 되나 몰라요.;
앞부분의 이야기들 때문에 화가 날지라도 중반 이후로 넘어가면 본격적으로 달립니다. 한 번 올릴 때 2-3편씩 올려주시는데 그 간격이 굉장히 짧아서 감읍하며 받아들지요. 하하하;


3. 하문차님, 『유령이 사는 집』
완결났습니다. 간단한 내용 소개 보고 호기심에 들어가서 봤다가 단숨에 읽어내렸지요.;
BL이긴 한데 굉장히 그런 요소는 적습니다. 다른 작품 후기에도 적으셨던데, 본격적으로 사귀기 직전, 다가가기까지의 이야기를 주로 쓰시나봅니다. 이 소설 역시 그런 부분이 강하고요.
판타지이지만 마법이 아니라 세계가 그렇습니다. 배경은 18-19세기쯤?
주인공인 제스는 어느 연회장에서 '믿었던 약혼자에게 배신당하고 폐인이 된' 귀족, 아힌을 만납니다.
...
내용 소개 끝.
아니, 정말, 이 이상 내용 소개를 못합니다.OTL 그 부분이 상당한 복선이라 말입니다. 반전이니 적지는 못하지만 아힌이 아니라 제스가 중심이 되어 이야기가 전개됩니다. 과거 회상이 끝나고 제스와 아힌의 관계가 중요해지는 부분에서 제스와 아힌이 벌이는 삽질(...)은 답답하긴 하지만 납득이 되지 않는 것도 아닙니다. 제스의 경우엔 어렸을 때의 인간관계가 제대로 형성되지 않았으니 어떻게 한발짝 내딛어야 할지 감이 안 잡힐테고, 거기에 아힌한테는 백배사죄해도 부족하니까요.ㄱ-;
이야기가 빠르게 흘러가는데다 60편 남짓으로 완결되어 읽기는 괜찮습니다.


4. 투곤님, 『눈칫밥 16년이면 공주님도 요리를 한다』
자급자족형 소설입니다.(웃음) 음식이 잔뜩 나오는 소설이 읽고 싶으셔서 쓰셨다던가요. 한밤중에 보다가는 당장에 호두파이 사러 뛰쳐나갈테니 가능하면 음식을 옆에 놓고 보시는 걸 추천합니다. 그렇다고 해도 흑맥주가 들어간 고기스튜는 어떻게 할 수 없군요. 이건 직접 집에서 만드는 수 밖에 말입니다.
절세가인이었다는 어머니가 돌아가신 뒤 찬밥이 된 둘째 황녀가, 모종의 사유로 가출을 합니다. 그리고는 궁에서 지내는 동안 갈고 닦은 음식 솜씨를 발휘하여 작은 음식점을 운영한다는 내용입니다. 물론 줄거리이기 때문에 이것이 전부는 아닙니다. 혼자 음식점을 하는 것이 아니라 왕궁 요리사가 같이 따라왔다든지, 알고보니 주인공이 누구였다든지 하는 것은 넘어가지요.
읽고 나면 호두파이와 사과파이와 스튜와 클램차우더가 먹고 싶어집니다. ;ㅠ;


대강 이정도. 최근 선호작 등록해놓고 보고 있는 소설도 몇 있고, 리체르카님의 『벨로나스』는 워낙 평이 자자해서 보고 싶지만 완결난 다음에 봐야겠다고 미루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러다가 읽을 소설 비축분 떨어지면 앞뒤 안 가리고 들여다 보겠지요. 하하하;ㅂ;
드디어 다 읽었습니다.-ㅁ- 도대체 얼마나 걸린 건지.

원제는 『Nature via Nurture』. 본성 대 양육이라고 번역할 수 있지만 책 말미에 나오듯 결론은 대결구도가 아닙니다. 양쪽 모두 영향을 준다는 것이지요. 그 결론을 내기까지는 선천론자(유전, 본성)와 환경론자(양육)의 학설과 이론을 소개하고 반박하며 다룹니다. 그리고 마지막에 9장에서 유전자의 일곱 가지 의미, 10장에서 도덕적 모순들을 다루며 양쪽을 골고루 바라보려 합니다. 전작이 『이타적 유전자(원제: Origin of Virture)』고 그 다음 작에 『붉은 여왕』이 있다는 것을 감안하면 저자의 성향(?)이 어느 쪽이라고 딱 잘라 말하기는 어렵네요. 뭐, 유전쪽에 가깝지 않나 싶기는 하지만 말입니다.

앞부분보다는 뒷부분의 속도가 훨씬 빨랐습니다.-_- 마음 먹고 읽으니 마구 진도가 나가긴 하는데 앞부분은 지루하기도 하고, 도서관에서 빌린 책이라 낙서가 있었습니다. 책 읽을 때 절대 낙서를 하지 않고 밑줄을 긋지 않기 때문에 도서관에서 그런 책을 만나면 책 읽는 속도가 느려집니다. 일부러 줄친 부분에 신경을 쓰지 않고 읽으려고 하거든요.

직업 때문에라도 저는 본성이 아니라 양육의 손을 들어야 하나 했는데, 읽다보니 그런 것도 아닙니다. 본성-유전적인 성향은 이미 태어났을 때부터 확실하게 결정되어 있지만 그것이 전부는 아닙니다. 그에 대한 표현형은 주변의 자극에 따라 달라질 수 있으니까요. 이 부분은 책을 인용해서 올려볼까 했는데 잘못 올리다가는 굉장한 오해를 받을만하겠다 싶어 실제 읽어보시는 것을 추천합니다. 앞의 내용을 홀랑 다 잊어도 마지막 7-10장 정도만 읽어도 말하고자 하는 내용은 충분합니다. 특히 앞서 언급한 9-10장이 매트 리들리가 하고 싶은 말이니까요.

가장 기억에 남는 말은 엉뚱하게도 본성과 양육의 이야기가 아니었는데..

p.323, 9장 '유전자의 일곱 가지 의미' 서문에서.
학자는 도서관이 다른 도서관을 만들기 위해 거치는 길이다 - 다니엘 데닛

리처드 도킨스의 새와 둥지 vs 유전자를 패러디한 글입니다. 아놔.;ㅂ;
이건 '학자는 책이 다른 책을 만들기 위해 거치는 길이다'라고 해도 틀리지 않을거예요. 흑, 써놓고 보니 책이 무섭게 느껴질 따름이고.;


참, 빙고님께 들려드렸던 러셀에 관련된 이야기는 원문을 적어봅니다.



드디어 『본성과 양육』을 다 읽었으니 이제는 『안주』 읽으러 갑니다!

..
아, 그러기 전에 『음양사』도 리뷰 써야하는데.;
아리스가와 아리스의 추리소설 중에는 흔히 학생 아리스와 작가 아리스로 불리는 아리스가와 아리스(주인공 이름) 시리즈가 있습니다. 학생 아리스는 첫 편 기준으로 대학 신입생인 아리스가와 아리스가 주인공이며 왓슨 역입니다. 이쪽의 탐정은 에가미라는 대학 선배지요. 하도 오래전에 읽어서 이름을 잊었는데, 그도 그런 것이 저는 작가 아리스를 더 좋아합니다. 작가 아리스도 주인공 이름이 아리스가와 아리스. 추리소설 작가이며 왓슨역입니다. 탐정은 대학 동창인 히무라 히데오. 범죄학자이며 교토의 사립대학 조교수라고 합니다.
설정이 재미있는 건 작가 아리스가 쓰는 소설이 학생 아리스 시리즈고, 학생 아리스가 쓰는 소설이 작가 아리스라는 부분입니다.
본인이 엘러리 퀸을 좋아해 주인공과 작가 이름을 같이 두기도 했고 국명시리즈를 내기도 했지요. 하지만 보다보면 엘러리 퀸보다는 파일로 밴스에 가까울까 싶습니다. 아니, 파일로 밴스도 딱 들어맞진 않습니다. 셜록 왓슨 콤비가 더 비슷하겠네요. 파일로 밴스에서처럼 조수가 관찰자로만 남아 있지는 않고 부지런히 추리하고 머리를 굴리고 찾아보니 말입니다. 실제로 히무라도 아리스가와를 상당히 괴롭힙니다. 괴롭히면서 키우는 것 같다는 생각이 팍팍 드는군요.

본론으로 돌아가, 『쌍두의 악마』를 가장 유명한 작품으로 꼽는데, 이쪽은 학생 아리스라 별로 내키지 않아 놔뒀습니다. 요즘은 책을 덜 봐서 『달리의 고치』도 볼 생각은 그리 없었는데 이걸 보게 된 것은 순전히 마스터님의 감상글 때문입니다. 본문은 일부러 책 볼 때까지 봉인했지만 감상을 적었다는 것 자체가 뭔가 있겠다 싶어 묵혔다가 보았거든요.

그리고 깨달았습니다. 다 읽고 나서 나중에 마스터님의 감상을 보았는데 딱 그 부분을 짚어 내셨더군요. 그 부분은 아래에 따로 적어 이야기 하고 일단은 내용을 봅니다.


살바도르 달리를 참으로 좋아하는 어느 보석상이 있었습니다. 그 때문에 일부러 수염도 달리처럼 길러 놓고, 고베 쪽에 있는 별장에는 달리의 작품을 가져다 놓기도 한데다 고치라는 별명을 가진 이상한 욕조 같은 것도 가져다 놓았습니다. 그리고 모든 이야기는 달리를 좋아하는 이 보석상에서 시작됩니다.




소설 속에서도 아리스가와 아리스의 이름을 듣고는 금방 기억해내는 장면이 나옵니다. 왜 '도'냐면 빙고님께 잠시 부연 설명을 들었거든요. 아리스가와라는 성이 교토 쪽에서는 종종 보이는 유서깊은 성이라는 것 말입니다. 그러니까 한국으로 치자면 전주 이씨쯤..? 그런 느낌에 가까운 성이랍니다. 하지만 딱히 아리스가와라는 성이 아니라 해도 저 이름만으로도 충분히 인상이 깊지요. 하하.-ㅂ-;


아리스가와 아리스. 『달리의 고치』, 최고은 옮김. 북홀릭, 2012

지난달 쯤 붙잡고 읽기 시작해 완결나기만을 손꼽아 기다리던 『왕과 정령』이 드디어 완결났습니다.>ㅁ<
만세를 부르고 싶은 이 심정.; 최근에 미완작을 붙들고 이제나 저제나 완결만 기다립니다~ 모드였기 때문에 더 반갑습니다. 게다가 분량이 굉장히 충실하거든요. 완결 편 수는 93편이지만 대부분이 20kb가 넘습니다. 그러니 다른 연재작에 비해 읽는 시간도 많이 걸립니다. 대화보다는 설명이나 묘사가 많기 때문에 그렇기도 하고요.

분위기는 마술램프-다시 말해 아라비안 나이트계통입니다. 『파마낙심의 보물』과는 달리 정진정명 로맨스 판타지고요. 일단은 이계 고교생 깽판 판타지와 비슷하게, 주인공이 이계에 들어가 남자를 만나고 그 남자와 함께 세계를 혁명하 .... .... 는 이야기라고 할 수 있습니다. 아니, 이 설명 어디서 많이 본 것이라 하면 착각일겁니다. 아마도요.;
글 분량이 많지만 주인공도 그렇고 주변 인물들도 상당히 현실적이며 기존의 클리셰를 따르지만 매력적입니다. 판타지 혹은 게임 등에서 '파티 중에 이런 타입의 인물들 꼭 있다'라고 생각할만한 인물인데도 살아서 움직이는 듯한 느낌이 드네요. 외모 묘사가 상대적으로 적은 것도 그렇긴 하군요. 아주 특이한 외모가 아닌 것도 현실감을 더합니다.
(요즘은 분홍 하늘 보라 등등의 텐시노 스미카에서 볼만한 머리카락이 상당히 많은지라.OTL)


여고생인 아가씨는 친구에게서 이상한 아이템을 받습니다. 그리고 그 아이템을 통해 이세계로 소환됩니다. 정확히는 이세계의 어느 감옥인데, 그곳에는 털북숭이의 남정네가 하나 있습니다. 뭔가 주술적인 조치로 완전 봉인되어 괴롭힘을 당해 갇힌 남자. 불쌍하지요. 그런데 마침 본인이 그 주술을 파괴할 수 있다는 걸 깨닫습니다. 그리고 그 뒤의 이야기는 예상할 수 있는 전개대로 갑니다. 물론 기둥 줄거리는 그렇다는 것이고, 세부적인 이야기, 왜 그 사람이 갇혔는가, 그 사람의 동료는 누구인가, 왜 주인공이 세계에 소환되었는가, 역할이 무엇인가, 반동인물은 누구이며 어떻게 해결되는가는 다릅니다. 그걸 풀어내는 솜씨가 참 좋더군요. 몰입해서 즐겁게 보았습니다.
완결난 것이 아쉽지만 행복하게 뿌듯하게 잘 보았으니까요./ㅅ/ 말씀하신 외전이나 후편도 기다리고 있지만 언제 올라올지 모르겠네요. 요 며칠 간 거의 폭주(!)하다시피 글이 올라왔으니 작가님이 한동안 잠잠하시다 해도 이해합니다.


오시는 분들 중에서는 첫비행님 취향과 맞지 않을까 합니다. 첫비행님, 아이쭈님, 시아냥. 티이타님도 보시려나..?;
8월 18일부터 29일까지 상수역 근처 두성페이퍼 갤러리에서 렉또베르쏘 전시회가 열립니다.
종종 여기 오셔서 책 만드는 법을 물어보시는 분이 계시기에 안내 드립니다.'ㅂ'



전시회 포스터입니다. 위에 나온 것은 책 만들 때 쓰는 도구들입니다.




전시회 개막인 18일에는 책 보수 시연회가 있습니다. 저야 주로 만드는 책이 새책이라 보수할 일은 드물지만, 오래된 책은 보수해서 새로 제본해 튼튼하게 만들 수 있지요. .. 그러고 보니 진짜로 보수할만한 책을 뜯어 만든 일은 거의 없네요.;



인더페이퍼는 카페골목 입구 부근에 있습니다. 워터드립 커피점 미즈모렌을 아시면 쉽게 찾으실 수 있을거예요.'ㅂ'



18일에 저도 갈까 말까 슬쩍 고민을..^^;
첫비행님께 말씀드렸지만, 이번에 읽은 히가시노 게이고의 『신참자』는 읽고 나면 도쿄 여행이 땡깁니다. 그것도 서편이 아니라 동편, 정확히는 시타마치라 불리는 에도의 옛 서민 거주구역 쪽 말입니다.  그래서 일본여행 유혹에 대한 역치값이 낮은 분들은 이 책을 보다가는 저도 모르는 사이에 도쿄랭 항공권을 끊을 수 있으니 조심하세요.

이야기의 시작은 단순합니다.
일본 동쪽, 아직 전통적인 일본 분위기가 살아 있다는 마을 닌교쵸(人形町)의 어느 가게에 형사들이 찾아옵니다. 그곳에서 멀지 않은 곳에서 살인 사건이 일어나 조사를 나왔답니다. 살인사건이 일어난 당시 어떤 사람의 알리바이를 확인하러 왔다더니, 찾아온 '형사 같지않은 형사'는 소소한 일상 미스테리를 해결하고 갑니다.

자아 . 여기부터는 상당한 내용 폭로가 있으니 접어둡니다. 이 책은 단편 모음, 혹은 연작 단편집 같아보이지만 그리 단순하진 않습니다.



유명 탐정들이 독신이라는 설에 대해 잠시.-ㅁ-;
엊그제 운동 나갔다가 문득 떠올렸는데 말입니다. 셜록 홈즈도 독신, 마플 여사도 독신, 에르큘 포와로도 독신. 파일로 밴스도 독신, 엘러리 퀸은 결혼했지만 은퇴한 뒤의 결혼이었습니다. 조르주 경감도 독신이었다고 기억하는데 대체적으로 탐정이나 형사들은 가정을 이룬 경우가 많지 않은 걸로 기억합니다. 아니면 최근 나오는 소설들에서처럼 불행한 결혼생활을 하고 있거나 말입니다. 그것도 나름 신기하군요...;;
그러고 보면 제가 집에 두고 있는 추리소설 시리즈는 엘러리 퀸, 캐드펠 수사님, 파일로 밴스이니 다 독신입니다. 물론 캐드펠 수사님은...(이하생략)
오노 후우미의 십이국기가 이번에 신초문고로 새로 나왔습니다. 작년에 은하영웅전설이 나오면서 십이국기의 재발매 이야기도 있었는데 소식이 없다했더니, 이번에 출판사를 바꿔 신초사에서 다시 나왔습니다. 빙고님과 이 이야기를 하다 들었는데, 책 출판사가 멀쩡하게 있고 책도 절판상태가 아님에도 작가가 출판사를 바꿔 다른 곳에서 책을 다시 내는 것은 드문 편이라고 합니다. 게다가 이번에는 작가만 데려온 것이 아니라 일러스트 작가도 같이 움직였습니다. 야마다 아키히로(山田章博)도 같이 옮겼습니다. 그림체가 살짝 바뀌긴 했지만 그래도 그 분위기는 많이 바뀌진 않았습니다.

아래의 사진 출처는 모두 아마존입니다.



고단샤에서는 화이트 X문고로 책을 냈습니다. 90년대 후반에서 2000년대 초반에 한국에서도 화이트 X문고 여럿이 나왔습니다. 생각보다는 많이 안 팔렸던 걸로 기억합니다. 아마 지금 다시 판매한다면 조금 다를지도 모르겠네요.; 제가 가지고 있는 것은 오른쪽의 『달 그림자 그림자 바다』 하권입니다. 저는 이쪽 표지가 더 마음에 듭니다.




이번에 신초사에서 책을 다시 내면서 가장 달라진 점은 『마성의 아이』가 아예 십이국기 시리즈 0번째 책으로 나왔다는 겁니다. 제가 듣기로 오노 후유미는 『마성의 아이』와 십이국기는 별개의 이야기로 생각해달라 했다고 하던데, 마음이 바뀐건가요.;
속은 들여다보지 않았는데 편집이 어떤 식으로 되었을지 궁금합니다. 신초사도 문고로 유명한 회사니까 편집은 잘되었을거라 생각하지만요. 저야 처음으로 접한 문고판이 고단샤 문고라 이쪽이 익숙하기도 하고, 제가 가장 좋아하는 이야기 『달 그림자 그림자 바다』 하권의 표지가 제 취향이 아니라 손을 놨습니다. 저 뒤의 허여멀건한 얼굴을 가진 이상한 남자는 누굽니까. 전혀 파악이 안되는걸요.ㄱ-; 설마하니 저걸 두고 라크쥰이라 하면…….(이하생략)


빙고님이랑 십이국기 이야기 하다가 생각나서 끄적여봅니다.^^;
현재 신초문고로는 저렇게 세 권만 나와 있습니다. 빠르면 올해 안에 다른 책도 나올테고, 그 뒤의 이야기들도 나올 수 있는지 기대도 해봅니다. 과연 대국의 미래는 어디로..?
딱히 기승전결의 짜임새가 아니더라해도, 1권 초반부의 이야기에 비하면 2권은 훨씬 능동적이고 적극적으로 흘러갑니다. 3권은 아끼다가 이제 막 읽어나가는 참인데, 아무래도 정치적인 이야기가 강하다보니 2권에 비해서는 정체된 느낌이군요.

(맨 아래에 내용 폭로가 있습니다)

1권의 중간 무렵에 시로에와 나오츠구, 아카츠키는 초승달동맹의 퀘스트를 가로채(...) 스스키노로 떠납니다. 1권을 어제 다시 읽어보니 스스키노가 홋카이도 삿포로의 스스키노라는 언급이 있더군요.ㄱ- 처음 읽으면서 마구 넘겼다는 걸 반증하는 겁니다. 하하;
하여간 따로 떨어져 있는 초승달동맹의 길드원을 데려오는 퀘스트에서, 1권 초반과 마찬가지로 파티원이 한 명 더 늘어납니다. 그리고 2권 후반부에서는 그보다 더 늘어납니다. 1권에서 살짝 스치고 지나간 이야기가 복선처럼 작용해 2권에서 풀린다는 것이 재미있네요.

2권에서 가장 성장한 인물은 쿠로에입니다. 물론 마리엘이나 헨리에타 등의 인물도 같이 성장하지만 그 모습이 가장 뚜렷하게 보이는 것은 쿠로에지요. 1권 초반부에서는 그리 좋은 직업군도 아니고 특별한 재능이 있는 것도 아닌, 단지 올드 유저에 속하는 것처럼 서술되지만 점입가경입니다. 이런 저런 정황을 보아하니 옛날에 한 끝발 날렸던 인물인가봅니다. 만렙을 찍은 사람이야 상당히 많지만 꽤 큰 모임의 참모 역할을 담당했다 하니 만만치 않은 건 사실이지요. 게다가 시로에가 아니라 쿠로에라고 써놓은 것도 2권을 읽으시면 나름 이해가 갈겁니다. 짐작은 했는데 진짜로 그럴 줄은 몰랐다니까요.


로그 호라이즌 2권은 심각한 파장을 몰고 왔습니다. 이전에 몇 번 썼지만 작년 10월부터 끊었던 마비노기를 다시 시작하게 만들었지요.-_-; 덕분에 조금씩 진행은 하고 있는데 인벤이 부족해서 속도가 안나갈 것 같다는 생각마저 듭니다. 필요 없는 아이템은 슬슬 처분해야겠네요. 3권 읽으면서도 마비노기와 연계해 이런 저런 상상들이 이어지는게 참 행복합니다.

거꾸로; 온라인 게임을 하지 않았다면 몰입도가 낮을 수도 있겠네요.'ㅂ';


토노 마마레. 『로그 호라이즌 2: 카멜롯의 기사들』. 김정규 옮김. 대원씨아이, 2012, 7천원





내용을 적을까 말까 망설이다가 끄적끄적.
1권에서는 시로에-나오츠구-아카츠키의 세 명이 초승달동맹이 진행하려던 '길드원 구출작전'을 대신 실행하며, 세라라와 그 임시 보호자였던 냥타를 스스키노에서 아키바로 데려옵니다. 냥타는 시로에와 나오츠구의 옛 친구(지인)이었지요.
2권에서는 아키바의 무법지대 상황을 개선하기 위해 쿠로에가 들고 일어납니다. 참모로서 활동하여 본인이 계획을 입안, 초승달동맹의 마리엘과 헨리에타를 끌어 들이고 거기에 3대 생산길드도 끌어 들여 판을 벌입니다. 그리하여 카멜롯의 기사들이라는 부제에 맞는 일이 벌어지지요. 시로에가 쿠로에가 된 이유도 여기서 밝혀집니다. 하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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