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쓰다 신조는 믿고 보고, 번역가가 현정수면 더더욱 믿고 봅니다. 이 둘의 조합은 확신하고 보아도 됩니다. ...라지만, 저는 공포소설을 잘 읽는 편이 아니라, 결말을 확인하고 봅니다. 미쓰다 신조의 소설 몇이 결말에서 제 뒤통수를 때려서 그런 것만은 아닙니다. 추리소설도 결말 확인하고 보는 경우가 많으니까요.

 

그랬지만.

이 소설은 절대 결말을 먼저 읽으면 안됩니다.

먼저 결말을 확인하고 읽기 시작했는데, 결말을 알고 보니 이 이야기는 매우 김빠진 사이다입니다. 아니, 사이다라 부를 물건도 아니고 사카린 탄 물입니다. 반전을 알고 보자 그 앞의 여러 장치들이 다 빤히 보이는 이야기가 됩니다. 긴장감이 확 떨어지니 탄성을 잃은 고무줄도 아니고 그 .... 하여간 여러분, 이 책은 절대로 앞부터 차근차근 보아야 합니다. 소재가 걱정된다면, 미쓰다 신조를 믿으세요.

 

 

비채는 일전의 미야베 미유키 도서 발행 건으로 미운 털이 박혀 있어, 살까말까 하다가 도서관에 들어온 것을 보고는 덥석 물었습니다. 원서 제목도 黑面の狐라, 검은 얼굴의 여우 그 자체입니다. 표지도 멋지게 검은 여우를 그렸지만, 작가 미쓰다 신조의 괴담 시리즈처럼 마구 무섭지는 않습니다. 북로드에서 나와 덥석 잡아챈 『마가』보다는 온화한 표지라고 주장해봅니다.

 

보통 일본의 여우, 이나리 얼굴은 흰색 가면에 붉은 색과 금색으로 장식을 합니다. 왜 검은 여우인지는 배경부터 살피면 쉽게 짐작할 수 있습니다.

 

패전 후 일본. 전쟁을 겪은 지 얼마 지나지 않은 일본 규슈. 오사카에서 남쪽으로 가는 열차를 타고 가던 모토로이 하야타는 규슈 북부의 어느 작은 역에 충동적으로 내립니다. 탄광마을이라 광부를 모집하는 사람들이 열심히 영업중인데, 거기에 휘말려 있던 하야타를 아이자토 미노루가 구해줍니다. 그리고 하야타는 또 충동적으로, 미노루가 일하는 탄광에서 일하기로 마음 먹고 그를 쫓습니다. 광부로 일하기에는 오버스펙이지만 어찌 저찌하여 광부로 일하게 되지요. 가혹한 탄광의 현장에서 일하며 여러 사람들을 만나던 하야타는 대학 때 잠시 들었던 민속학에 얽힌 몇 가지 이야기를 듣습니다. 광부들이 겪은 육감sixth sence과 이질적인 것들의 이야기 말입니다. 예를 들면, 광부들 중에서도 상당한 경력자인 난게쓰가 겪은 검은 여우 가면의 여인이 있습니다. 아직 난게쓰가 결혼하기 전의 일이었지요. 그런 기묘한 이야기를 들은지 얼마 지나지 않아, 탄광에서 사고가 납니다. 이 소설은 하야타의 과거, 아이자토의 과거, 그리고 갱에 모인 여러 광부들의 과거 이야기를 탄광에서 엮고, 그 역사적 배경을 다시 이야기합니다.

소설의 소재가 쉽지 않은 건 그 때문입니다. 패전 직후, 전쟁 직후라 일본의 분위기는 좋지 않습니다. 지식인이었던 하야타는 이상과 현실의 괴리에 고뇌합니다. 유럽의 많은 지식인이 그러했듯, 하야타 역시 전쟁에 휘말리고 또 밑바닥의 바닥에 내려갑니다. 일본 정부에 절망하고, 또 그러면서 바른 삶을 고민하며 바닥을 걸어나가는 인물이지요. 그리고 당연히 이 사람이 탐정입니다. 원래 머리 쓰는 것에 익숙한 사람이어서 그럴지도 모르고요.

 

 

 

아니... 내용을 건드리지 않고 이야기를 진행하려니까 쉽지 않습니다. 하여간 이 소설은 한국과 일본의 역사적 앙금을 다루지만 읽고 나면 흡족합니다. 물론 한국인의 입장이니, 옮긴이의 말에 등장하는 평가도 있을 법 합니다. 일본에서는 작가의 역사관을 의심하는 서평도 있다는군요. 소설에 왜 이런 주제의식이 필요하냐니. 너는 지금 당장 가서 『톰 아저씨의 오두막』을 당장 후려치고 오련? 이 소설에 등장하는 수많은 다른 소설들의 역사적 사상을 평가해보련?

 

하고 싶은 말은 많지만 대강 이정도로 줄이고, 이 작품이 영화 『왕의 남자』를 떠올린다는 묘한 감상힌트 하나를 던져 놓고 갑니다.

 

 

 

 

 

 

 

 

 

미쓰다 신조. 『검은 얼굴의 여우』, 현정수 옮김. 비채, 2019, 14800원.

 

기억에 따르면 이런 내용 때문에 읽던 소설을 접었습니다.

 

Case 1. 로열밀크티는 영국이 원류다.

 

Case 2. 달달한 음료를 위해, 따뜻한 코코아 위에 슈거파우더를 뿌렸다.

 

Case 3. 유아에게 간식으로 레드벨벳 케이크를 먹인다.

 

 

그리고 셋 다 판타지세계입니다.

 

 

 

 

 

 

 

. 『』, 옮김. .

 

 

수량이 적어보이지만 적지 않습니다아아...? 아니, 생각해보니 아주 많은 것은 또 아니네요.

 

솔직히 고백하자면, 이 글은 지난 금요일에 작성을 시작해서는 주말 내내 묵히다가, 월요일도 건너 뛰고 이제야 작성하는 겁니다. 더 이상 미루면 안 되겠단 위기감에 짧게라도 서둘러 작성해봅니다.

 

세람.『빛의 요람 1-3』.
BL, 판타지, 역키잡.
조아라 연재작입니다. 초반에 달리다가, 중간에 리메이크 들어가신 다음에는 포기. 주인공이 너무 고생하는게 눈에 밟혀서요.(눈물) 다만 이번에 리디북스 선점으로 풀린 외전은 구입 예정입니다. 달달달한 이야기가 나올 것이니, 기대중이고요. 미리 이야기 해두지만 꽉 닫힌 해피엔딩입니다. 열린 해피엔딩 아니고요.


2RE.『키보드를 돌려줘요 1-2』.
BL, 게임.
조아라 연재작입니다. 『이달의 정원』이랑 동시 연재되었고, 그보다 근소....하게 늦게 출간되었을 겁니다? 아마도? 게임에 갇힌 주인공이 친구와 함께 게임 클리어를 위해 움직이는 내용입니다. 클리어 하면 탈출할 수 있을 거란 예감이 들지만, 그 사이의 위화감은 어쩔 수 없군요.
절친한 친구가 이끈 덕에 얼결에 노가다형 게임을 시작했다가, 갇혔습니다. 어떻게든 이 상황을 타개하려면 무조건 게임 클리어를 이뤄야 하는데, 다행히 옛 동창이 두둥 나타나 도와주겠다고 제안합니다. 그 친구가 버스를 태워준 덕에 수월하게 게임을 풀어가지만 뭔가 수상합니다. 별로 친하지 않았던 이 녀석이 달라 붙는 것도, 자신이 다치거나 죽는 걸 극도로 경계하는 것이 이상합니다. 아니, 게임하다가 죽을 수도 있지 왜요...?


페르.『임산부와 80일간의 세계일주 1-2, 외전』.

BL, 근미래SF.

남성 임신이 가능한 근미래SF입니다. 우주여행이 가능하고 세계가 통합된 ... 세계였을 걸요? 왜 어정쩡한 이야기를 하냐하면, 초반부는 조아라에서 보았기 때문에 결말 부분만 확인했기 때문입니다. 오메가버스가 아닙니다.

제목 그대로의 이야기입니다. 레이몬드는 자신이 임신이라는 것을 확인하고는 가출합니다. 임신을 하기 위해서는 6개월간 약을 장복해야하는데, 자신이 준비한 일은 아니거든요. 분명 자신이 지금까지 먹어온 영양제에 문제가 있었고, 그 영양제는 동거인인 일리야가 주었으니 임신을 '시킨' 것은 일리야의 잘못입니다. 상호 합의 없이 임신이 이뤄졌으니, 레이몬드는 임신중절을 위해 다른 곳으로 이동하면서 일단 동거인인 일리야에게 결별을 선언하고 튑니다. 그리고 80일간의 세계일주가 이어지지요. 문제라면 일리야는 레이몬드의 회사 사장이며, 근미래SF다 보니 행적 추적이 매우 용이한데다, 그 와중에 일리야의 협박범들까지 등장한다는 겁니다.

해피엔딩이니 걱정은 안하셔도 됩니다. 외전에 육아담이 등장하지 않는 임신 소재 BL은 오랜만에 보았네요. 아... 키워드에 여행기를 추가할 걸 그랬나?;

 

 

송려아.『사적인 관계』.

BL, 현대.

재벌가 회장님의 손자와, 재벌가 회장님의 막내아들의 계약 연애담이라고 요약할 수 있습니다. 물론 회장님은 동일합니다. 다시 말해 3촌간의 연애인데, 문제라면 아들이 손자보다 어립니다.(먼산) 따라서 배덕 계통을 좋아하지 않는다면 저어하실 수 있습니다. 저 막내아들이 고3인 시점에서 이야기가 진행되거든요. 재벌가의 재산 상속을 둘러싼 여러 문제가 한 번에 터지는 와중에, 평소에는 별 관심 없던 맏형의 아들이 자신의 후견인으로 나서고 또 보호를 자처하고 동거 아닌 동거를 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입니다.

읽고 나면 꽤 배가 고파지더군요. 요리 잘하는 분이 등장하여 그렇습니다.=ㅠ=

 

 

카토 에레나.『용 백작의 신부 맞이』.

BL, 판타지.

현대 배경 판타지입니다. 그러니까 현대 유럽 어드메의 깊은 산속에, 용님이 잠들고 계시고, 그를 구할 수 있는 건 신부뿐! 이라는 이야기에서 시작됩니다.

표지가 예뻐서 덥석 물었습니다. 하지만 일본 소설들이 그렇듯이 대체적으로 할리킹 보는 느낌이어요.

 


진램.『나의 낭만적인 적 외전 2』.

BL, 현대, 오메가버스.

다음 이야기를 위한 이러저러한 복선들이 왕창 등장했으니, 연계 책들이 나올 날만을 기다립니다.

 


깅기.『개가 먹은 유자나무 외전』.

BL, 현대.

구입하고 아직 못 읽었습니다... 솔직히 고백하자면 본편도 그러하네요.

 

 

HearU.『들리지 않는 이야기 1-6』.

현대, 로맨스?

HearU의 소설은 조아라에서 주로 보았습니다. 일전에 교보쪽 출간시스템을 이용하다가, 작년 쯤인가 전자책으로 나온 걸 보고는 매우 반갑게-장바구니 담아 놓고 고민하다가 이제야 구입했습니다. 아이돌 그룹 멤버들 각자의 이야기가 소재다보니, 아무래도 이야기가 이어집니다. 보이지 않는 이야기가 먼저고, 들리지 않는 이야기는 그 다음이지만, 조아라에서 맨 처음 읽은 것이 들리지 않는 이야기다 보니 애착도 이쪽이 더 강합니다. 보면서 울었던 기억이 아련.....(먼산)

소리를 예민하게 느껴서 보는 것에 가까운 사람과, 소리를 실제로 듣는 사람의 로맨스입니다. 하지만 유전병 때문에...(하략) 자세한 이야기는 보시면 압니다. 글로 소리를 들을 수 있구나란 생각을, 이 소설 읽으며 처음 했던 기억이 있군요.

 

 

고네.『차차의 가재 1-4』.

BL, 아이돌, 빙의.

5년차의 정상급 아이돌. 연말 시상식장에 가는 도중 자동차 사고로 사망한 모양입니다. 죽었다 생각했는데 정신 차려보니 낯선 곳입니다. 아주 작은 고시원, 그 안의 청년, 그리고 목에는 자국이 남아 있고요. 아마도 자살을 시도한 누군가의 몸에 들어온 모양이다 파악한 순간, 몸의 주인인 가재림이 아이돌 연습생이란 걸 알았습니다.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는 데뷔담이지만, 주요 이야기는 멤버를 잃은 아이돌과, 빙의를 알아챈 이들의 이야기와, 가재림이 죽음을 선택한 이유가 복잡하게 뒤얽힙니다. 가정폭력과 학대, 학교폭력이 자주 등장하니 못읽는 사람도 있을 법합니다.

개인지 구입하고 재미있게 읽었지만 전자책으로도 또 덥석 물었습니다. 훗훗.

 

 

롱잉.『퍼즐 1-2』.

BL, 아이돌, 빙의.

키워드는 같지요. 이쪽은 아이돌의 몸에 잘나가는 축구선수가 들어가며 문제가 됩니다. 전혀 다른 직종이다보니 좌충우돌, 적응하기도 쉽지 않네요.

하지만 앞부분 읽고, 뒷부분 읽고 나서 고이 내려뒀습니다. 제 취향은 아니더라고요.

 

 

형상준.『책을 읽으면 경험이 쌓여 1-12』. 에피루스, 2017, 각 2500원.

퓨전, 판타지.

보통 이런 소설은 조아라의 프리미엄 읽다가 재미있어서 결제해 보다가, 알라딘에 있나 확인하고 차근차근 결제해 읽은 경우입니다. 지난 번의 『요리의 신』도 그랬지만 이 책도 그렇게 보았습니다.

하지만 20권과 외전 권 한 권 포함, 총 21권 중에서 12권까지 구입하고는 내려 놓았습니다. 조아라에서는 초반 몇 편 결제하다가 아예 책으로 보는 게 낫겠다 싶어 한 권씩 구입하다가, 꽤 괜찮아서 3-4권씩 결제하다가, 마지막 결제한 12권까지의 분량 중, 10권에서 조용히 내려 놓았습니다.

우연히 경험치책이란 걸 손에 얻어서 경험을 적었더니 포인트가 생깁니다. 경험치책을 이용해 그 포인트를 쓰면 다른 이들의 경험을 읽을 수 있습니다. 그래서 책을 읽으면 다른 이들의 경험이 쌓이는 것이지요. 초반에는 재미있게 보다가 내려 놓을 수밖에 없었던 건, 무협이 섞인 이야기라 결국엔 한의사가 되고, 내공으로 수술하는 이야기를 읽다보니 도저히 견디지 못하겠다 싶었던 것이 큽니다. 주인공무쌍은 좋지만, 대체의학과 유사역사학은 못 읽습니다. 그래서 도중 하차. 그래요. 하차할 즈음, 모 한의학 실험의 피어리뷰를 맡은 어느 학자가 이건 과학이 아냐! 라고 했다는 이야기도 보았지요. 하하하하하하.

 

 

세람.『빛의 요람 1-3』. M블루, 2019, 각 3천원.
2RE.『키보드를 돌려줘요 1-2』. 피아체, 2019, 각 3200원.
페르.『임산부와 80일간의 세계일주 1-2, 외전』. 피플앤스토리, 2019, 1-2 각 3천원, 외전 1200원.
송려아.『사적인 관계』. 시크노블, 2019, 4300원.
카토 에레나.『용 백작의 신부 맞이』. 리체, 2019, 3800원.
진램.『나의 낭만적인 적 외전 2』. 피아체, 2019, 2500원.
깅기.『개가 먹은 유자나무 외전』. 시크노블, 2019, 3천원.
HearU.『들리지 않는 이야기 1-6』. 페퍼민트, 2018, 각 2500원.
고네.『차차의 가재 1-4』. 고렘팩토리, 2019, 각 3600원.
롱잉.『퍼즐 1-2』. 뷰컴즈, 2019, 1권 3200원, 2권 3400원.
형상준.『책을 읽으면 경험이 쌓여 1-12』. 에피루스, 2017, 각 2500원.

 

조만간 그간 읽은 프리미엄 소설도 정리해서 올려야 하는데 말이죠. 이것도 매번 올린다 하고 잊고 있어.=ㅁ= 가능하면 이번주 안에 정리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하하하.

 

오늘도 덕규님의 그림. 산타클로스는 우는 아이에게 선물을 안주시지만, '새끼발가락을 모서리에 부딪혀서 흘린 눈물은 인간적으로 봐주'신답니다.

 

 

1.만년필 3총사를 사무실에 두고 왔습니다. 월요일에 마저 챙겨야겠네요. 이번에 구입한 워터맨 필레아는 마음에 흡족합니다. 필기감이 상당히 좋아요. 그래서 모나미는 분홍을, 필레아 1은 미드소마를, 필레아 2는 워터맨 진한 녹색을 담아 쓰고 있습니다. 나중에 필기 상황을 올려보죠. 셋을 같이 써보면 확실히, 미드소마 쪽이 쓰기 편합니다.

 

 

2.아소 미코토의 『골목길 꽃노래』 1권을 드디어 봤습니다. 아.. 역시. 읽고 나니 도로 『잇포』를 구입하고 싶습니다. 아니, 해야지요. 지금 알라딘에 재고가 있을까...? 여튼 읽고 나면 근사한 구두를 한 켤레 맞추고 싶다는 생각이 다시 듭니다. 덕분에 책은 매우 늘어만 가는데, 오늘 상관님과 이야기했던 것처럼 집 정리는 버리는데서 출발합니다. 미니멀라이프.... 꿈꾸고 있지만 책 욕심 때문에 손대기가 어렵네요. 하지만 언젠가는 해치워야지. 안보는 책부터 차츰 처리할까 봅니다. 『반월당』이라든지. 안 읽는 책이라면 『델피니아 전기』나 『상냥한 용의 살해법』 시신덴 일러스트판도 그렇지만 차마 손댈 용기가 안납니다. .. 가만있자, 집 어딘가에 십이국기도 있을 건데? 그거 몇 권까지 샀더라?

안보는 책은 처분하면 된다지만 그게 제일 어렵습니다. 그게... 욕심을 버리지 못해요. 그냥 도서관에 모든 것을 맡기고 놓아버리고 싶어도, 그런 도서관이 제 배후에 있으리라 장담 못합니다. 그리고 도서관도 같은 상황이니까요. 그럴 때 제가 좋아하는 책들이 폐기 대상이 된다면 후회할지 모르지요. .. 물론 후회 가능성보다는 잊을 가능성이 더 높습니다만.

 

 

3.제목에도 썼지만 위장장애가 이번 주 들어 심각한 수준으로 흘러갑니다. 역류성 식도염이 상상을 초월하네요. 아. 지금은 심지어, 목의 자극이 귀까지 영향을 주는 느낌입니다. 감기 기운을 그렇게 느끼는지도 모르지만, 일단 입의 텁텁함이 계속되는 걸 보면 심각한 수준은 맞습니다. 카페인을 줄이면 될지도 모르지요. 하지만 카페인이 없으면 업무가 안되는데? 그 때문에 오늘 약 처방도 약하게 받아왔습니다. 스트레스 원인이 하나 줄었으니, 이제는 다스리기만 하면 된다고 생각하렵니다.

 

 

4.『약사의 혼잣말』은 생협 모임에서 만화책 1-3권을 보고는 홀딱 반해서, 원작인 소설 전 권과 만화책 나온 것까지 구입했습니다. 만화책을 먼저 보았으니 그 쪽이 익숙해서 소설의 분위기가 낯설었지만, 지금은 거꾸로 입니다. 소설판 2권까지 보았는데 매우 마음에 드는군요. 소설 흐름상 이들 둘이 커플이 될 것 같지만 매우 쉽지 않아 보입니다. 평민 출신의 약사와, 비밀스러운 환관의 조합이니까요. 이미 1권에서는 환관의 뒷배가, 2권에서는 그 두 사람이 엮인 이야기가 흘러 나옵니다. 만화 5권은 소설 2권 중반쯤 됩니다. 약 40%? 따라서 소설을 보면 자연스레 내용폭로를 당하지요. 크게 상관은 없습니다. 만화의 묘미는 주인공인 마오마오(猫猫)와 진시의 묘한 관계를 보는 겁니다. 진시를 보면 본능적으로 혐오하는-개그-마오마오와, 그런 마오마오에게 호감을 사고 싶다고 온몸으로 표현하는 진시의 모습이라니. 핫핫핫. 다음에 자세한 감상기를 적겠습니다. 일단은 소설 다 읽고 생각하지요.

 

 

아소 미코토. 『골목길 꽃노래 1』, 나민형 옮김. 학산문화사, 2019, 8천원.
휴우가 나츠. 『약사의 혼잣말 1-2』, 시노 토우코 그림, 김예진 옮김. 학산문화사, 2018, 각 9천원.

 

근데 위 상태가 이 정도 수준이면.... 돌리는데 상당한 시간이 필요하겠네요. 끄응. 양배추 수프라도 끓여야하나.

나카야마 시치리의 소설은 한국에 번역된 음악 시리즈를 읽고는 고이 손에서 뗐습니다. 이 작가를 좋아하는 B님 덕에 다른 소설 정보도 얼핏 듣긴 들었지만 그 내용이 제가 견딜 수 있는 수준이 아니라 하시더군요. 앞서 읽었던 작품도 결말이 매우 취향이 아니었던 터라 얌전히 포기하고 건드리지 않았습니다. 단, 올해 나온 『시즈카 할머니에게 맡겨줘』는, 결말 부분만 확인하고 매우 중요한 마지막의 반전을 보았던 터라 무난한 이야기겠거니 생각했습니다. 그리고는 오늘 이 책을 완독했습니다.

...

미묘. 매우 미묘. 다른 사람들에게 추천하기가 매우 미묘합니다.

초반에 이 책을 읽기 시작했을 때는 상당한 호기심과 긍정적인 감정을 갖고 있었습니다. 이유는 크게 두 가지인데, 하나는 제가 결말을 미리 보아서 이 책의 트릭을 알고 있었다는 점이고 다른 하나는 챕터의 제목이었습니다. 후기에 언급은 없지만, 챕터 제목은 길버트 체스터튼의 브라운 신부 시리즈 제목입니다. 오마쥬라고 봐도 될거고요. 열린책들에서 최근에 새로 번역해 냈지만, 북하우스 판으로는 지혜, 결백, 의심, 스캔들, 비밀의 순입니다. 집에 소장하고 있는 것도 북하우스판이라서요. 물론 원형은 북하우스책이 아니지만.(...)

 

따라서 이 소설도 브라운 신부 시리즈와 유사한 구조라고도 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또 일본에서 자주 보이는, 남성 경찰과 머리 좋은 어린 여성의 조합이라 해도 틀리진 않습니다. 이 어린 여성의 뒤에 안락의자 탐정이 있다는 점이 아주 조금은 차이가 나지만, 이런 조합도 최근에 종종 보았습니다. 그러니 익숙하다면 익숙하지요. 제목에 적었던 불쾌감도 여기서 하나 시작됩니다. 그러니까 정의롭고 순수하며 올곧은데다 경찰같지 않은 경찰에, 법학부 재학의 어린 대학생. 그것도 소설 속에서 묘사되는 마도카의 이미지는 청순하고 아름다우며 머리도 좋고 수줍은 여성입니다. 그리고 집밥도 잘합니다. 요리하는 장면도 여러 번 등장하니까요. 집 정리를 하지 않아서 시즈카 할머니에게 잔소리를 듣지만, 그래도 굉장히 만화 속에서 등장하는 것 같은 아가씨입니다. 그리고 이 경찰과 아가씨 사이에 감정이 흐르는 것도 당연한 수순입니다. 나이 차이는 꽤 있지만 그래도...(먼산)

 

 

하지만 본격적인 불쾌감을 불러 일으키는 건 이 소설 속의 경찰 조직 자체입니다. 읽고 있노라면, '그래, 한국 경찰은 얘들보다는 조금 나아.'라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좋지 않아요. 또 이 소설의 검찰과 사법부 역시 최악의 조직입니다. 일본의 법조계가 亡이라는 건 알고 있었지만 이 소설은 그런 문제점을 직접적으로 보여줍니다. 그래요, 이웃나라의 이야기이고 다른 곳에서도 들어 알고 있었으니 그냥 넘어갈 수 있습니다. 하지만 기폭 스위치를 누른 건 소설 속 에피소드에 등장하는 정치 문제입니다.

 

남미 모 국가의 군부 독재자가 일본에 왔다가 살해당합니다. 그 사건을 보면서 시즈카 할머니가 말합니다.

 

"결국 나라는 통치자가 아니라 그 나라 국민이 만드는 것이란다. 지금까지 세계 정보를 차단당하고 독재자의 의중대로 움직인 사람들이 그 그늘에서 해방되었다고 해서 바로 사태가 호전될 것 같지는 않구나."
(마도카의 답변 생략)
"아니. 독재자가 사라진 것 자체는 나쁘지 않아. 문제는 암살이라는 수단을 취했다는 점이란다. 유혈 속에서 생겨난 것은 어떤 대의 명분이 있어도 올바르지 않아."
(마도카의 답변 생략)
"그런데 무조건 그렇다고 말할 수는 없단다. -의 경우는 우연히 독재자가 이 남자였기에 이렇게 된 걸지도 몰라. 정치학자 중에는 멍청한 사람 여럿보다 우수한 정치가 한 사람이 더 낫다고 딱 잘라 말한 사람도 있으니까. 시대를 거꾸로 가냐, 민주주의를 부정하는 거냐고 호된 반론을 들었지만 그 사람의 주장도 일리 있단다. 독재라고 하면 히틀러나 무솔리니가 바로 떠오르지만 고대 로마에는 독재자였지만 하드리아누스나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 같은 명군도 있었어."
"요컨대 독재 자체는 나쁜 것이 아니야. 독재자의 통치권이 정당하냐 아니냐. 말을 바꾸면 국민의 뜻이 그 독재를 인정하느냐 아니냐에 달렸단다. 독재 국가가 종종 문제가 되는 이유는 만은 독재 국가에서는 국민의 권리를 보장한 뒤에 자유로운 선거를 치르지 않으니까."
("그럼 드물게 보이는 명군이라면 독재라도 상관없다는 말이야?")
"극단적으로 말하면 그렇지. 하지만 물론 명군 이외에도 조건이 있는데 독재자는 언제나 국민의 감시를 받아야 한다는 것 그리고 국민에게 그를 파면할 권리가 있어야 하는 것."
("그게 독재라고?")
"말했잖니. 근래 변변치 않은 사람이 독재 정치를 하니까 이상한 선입견이 생겼을 뿐, 진짜 우수한 지도자인지 체크하는 기능이 완비되어 있으면 독재도 단순히 정치 형태 중 하나일 뿐이란다. 국가를 통치하는 사람에게 가장 필요한 자질도 마찬가지고."
("가장 필요한 자질?")
"뭐 이것은 정치가에게만 한정된 것은 아니지만 결코 자신의 권력을 자신을 위해 쓰지 않는 것. 공무원이라는 직업을 가진 사람은 다 마찬가지야. (중략) 그런 것에 털끝만큼이라도 사욕이 생기면 바로 그 자리에서 내려와야 한단다. 그러기 위해서는 끊임없이 마음을 조율해야 해. 그것이 사람 위에 서는 자가 갖춰야 할 최소한의 조건이야."

 

... 나 여기에 대고 뭐라고 말해야 할지 모르겠어. 진짜, 레이의 심정으로, 참담함 마저 올라옵니다....... 왜, 지난 탐라에서 본 은영전 감상기가 떠오르는 거죠.

 

https://twitter.com/peachpig0929/status/1195631766393905152

 

복복돼지돼지😷 on Twitter

“지인을 잘못 사겨서 쇼와라노베 은하영웅전설(이하 은영전)을 레이와시대에 읽어보는 타래, 그냥 짬짬히 조금씩 볼 예정이라 완주는 시간이 좀 걸릴것 같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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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은영전 소설판 감상기 타래는 저기. 하여간 저 부분의 대화를 읽고 있는 동안 위화감과 불쾌감이 동시에 올라오더군요. 암살로 독재자를 죽여본 적 있는 국가의 국민이, 1인 독재 혹은 그 비슷한 것으로 국가가 망가지는 중인 옆나라 국민이 저 소리 하는 걸 보고 있노라니 위화감이 들고, 저게 자학개그는 아니고 진짜로 하는 소리라 생각하니 불쾌감이 올라오는 겁니다. 와아. 진짜 어디서부터 지적해야할지 답이 안나옵니다. 아니, 저건 성선설이잖아요. 우리는 기본적으로 성악설을 깔고 가야합니다. 특히 정치권은요. 권력이 있는 공간에서는 인간이 선을 행한다가 아니라 악을 행한다고 전제하고 갑니다. 그래야 방어를 할 수 있고요. 그걸 넘어서 독재라는 정치체재가 단순히 1인이 통치하는 정치체제를 가리키는 것이 아니라, 1인 통치체재가 망가진 형태를 가리킨다는 건 왜 생각치 않나요. 저런 논리가 독재를 정당화하는 근거가 될 수도 있고요. 아니... .. ... 이 부분은 조금 더 제정신일 때 다른 곳에서 찬찬히 다뤄봅시다. 졸리고 흥분한 상태에서 다룰 주제가 아니니까요.

 

 

하여간 그런 연유로 이 작가 책은 앞으로도 죽 손대지 않는 것이 현명하겠다고 판단했습니다. 개구리 남자는 아주 조금 흥미가 돌지만, 이미 여러 모로 경고 받은 책이라 기대는 하지 않을 테니, 이번처럼 실망할 일도 없겠지요. .. 아마도 그럴 겁니다.

 

 

 

나카야마 시치리. 『시즈카 할머니에게 맡겨 줘』, 강영혜 옮김. 블루홀식스, 2019, 14000원.

 

서지정보 정리는 다음에. 일단 간략 감상만 적어보지요.

 

『봉제인형 살인사건』

추리소설, 경찰소설.

주인공이 경찰들. 처음에는 미국계인줄 알았으나 읽다보니 런던경시청입니다. 읽다가 모 장면에서 기겁하고 결말부분 확인하는데, 맨 마지막 문장이 의미심장하네요. Wolf in the sheep. 아. 그렇구나. 그렇게 해석할 수도 있구나.

어쨌건 결말의 모호함을 둘째치고서라도, 매우 뒤집히는 이야기입니다. 증거가 하나씩 수집될 때마다 팬케이크를 뒤집습니다. 그리고 그 결말은 매우 질깃합니다. 아니, 저, 이런 결말 좋아하지 않아요. 나는 한 마리 외로운 늑대!

아. 그렇구나. 그렇게 해석할 수도 있구나.

 

 

 

『깊은 상처』

『잔혹한 어머니의 날』

추리소설, 경찰소설.

시작은 이 쪽이 먼저입니다. 이번에 새로 나온 잔혹한 어머니의 날을 보고는 흥미가 생겨 슬쩍 손댔는데, 이것도 마찬가지로 결말만 보았습니다. 『백설공주에게 죽음을』은 나온지 얼마 안되어서 결말 확인하고는 고이 내려 놓았다가, 아직도 이 시리즈가 나오나 싶어 집어 들었습니다. 주인공들 둘다 몰려 있는 것이 참 미묘해서 말입니다. 그래서 내려 놓았다가 이 인물들 어떻게 사나 싶어서 『잔혹한 어머니의 날』 결말만 확인했습니다. 내용 짐작하는 것은 여전히 어렵지 않았고, 죽 읽어가면서 그 둘 중 누가 범인인가 살펴보는게 흥미진진하더군요. 커플은 깨졌다가 다시 합치고 등등을 반복하였으며, 마지막은 일단 해피엔딩...? 멀쩡한 사람일수록 의심하라는 것이 경찰 소설의 백미라고 생각합니다. .. 생각해보니 이 다음에 읽은 봉제인형도 그랬어.... 멀쩡한 사람일수록 일단 의심합시다.

 

최근편을 보니 그 전에 나온 작품들도 소개가 나옵니다. 그리하여 『깊은 상처』를 손댔는데, 이게 나치와 유대인 관련 이야기더라고요? 거기까지는 괜찮았는데, 결말부분만 달렸더니 그 ... .. ...  막장 이야기가 등장합니다. 아니, 음, 뭐, 원래 남남처럼 살다가 그렇게 된거잖아요? 그러니 문제 없다고 봅니다. 누구 말마따나 아기 낳을 것도 아닌데. 그런 의미에서 에필로그는 매우 아름다웠...(...) 시리즈의 다른 편들보다 매우 온건한 에필로그가 나왔더랍니다. 궁금해서 전체 독서를 할까 고민될 정도로.

 

 

올해의 독서기가 매우 빈약할 것을 두려워 하여 작성하는 글이 맞습니다. SF도 읽겠다며 쟁이는 것은 적당히 하고, 방출 준비도 할렵니다. 쌓아둬도 보지 않을 것이라면 보내는 것이 수순이지요. 하여간 추리소설이 더 제 입에 맞는다는 확증을 갖고 이만 총총.

 

 

 

 

 

다니엘 콜. 『봉제인형 살인사건』, 유혜인 옮김. 북플라자, 2017, 15000원.
넬레 노이하우스. 『깊은 상처』, 김진아 옮김. 북로드, 2012, 13800원.
넬레 노이하우스. 『잔혹한 어머니의 날 2』, 김진아 옮김. 북로드, 2019, 12800원.

지금 보고 알았는데, 봉제인형 살인사건의 원제는 Ragdoll이군요. ... 띄어쓰기 안하면 고양이인데?

출처: https://twitter.com/sorewa_melon/status/1190583490011529216

 

책나온..덕규🎃 on Twitter

“크리스마스도 얼마 남지 않았으니 슬슬 썰매를 끌기위한 운동을 시작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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덕규님의 이야기를 빌리면, 크리스마스도 얼마 안남았으니 썰매를 끌기 위한 벌크업중이랍니다. 헛둘헛둘.

 

 

고양이 사진을 쓸까 하다가 저걸 본 순간, 제목도 근육조선이니 잘어울린다 싶었지요.

 

 

 

근육조선은 앞서도 소개했지만 최근 가장 즐겨보는 소설입니다. BL도 아니고, 굳이 분류하자면 가상역사소설쯤 됩니다 .이미 다른 분들이 많이 소개한 내용이라, 초반부의 간략 키워드만 적으면 아래와 같습니다.

-생활스포츠지도사 1급 자격 획득한 사학과 출신 헬스 트레이너의 진양대군빙의.

-석감 제조를 시작하여 위생관념 도입

-주정 제조로 소독개념 도입 : 산후 조리에 유리, 사망하였을 몇몇 여성들이 건강하게 회복.

 

이와 동시에 일을 벌이는 것이 입신체비서(立身體備書)의 집필입니다. 21세기의 헬스 트레이닝 지식을 성리학과 결합시키는 내용이고요. 튼튼한 몸은 부모님이 주신 것, 따라서 이 몸을 갈고 닦는 것은 부모님에 대한 효도이다!라는 내용입니다. 거기에 단순 몸동작 반복과 극한의 마법주문 ONEMORE™의 조합이 환상의 콜라보레이션을 이룹니다. 외워라! 답해라! 틀리면 ONEMORE! (먼산)

굉장히 유쾌하게 풀어나가기에 폭소하면서 봅니다. 한국사를 따로 배운 수준이면 무리 없이 따라갈 ... ... 아마도요?

 

 

기억에 남는 장면을 몇 뽑아보라면, 역시 수양대군의 업적을 따라갈 수밖에 없습니다. 아직 수양의 이름을 못 받고 진양이었을 때, 세종의 환후를 파악하고 형과 손을 잡아 입신체비서를 집필합니다. 그리고 벌크업을 통해 아름다운 한 마리(...) 헬게이로 거듭나, 아버지에게 운동을 들이댑니다. 이미 소갈증(당뇨)로 시력 저하가 온 세종대왕은 어거지로 따라하지만 원체 몸이 좋았던 터라, 수양대군이 어의와 함께 식단 짜서 올리고 운동 시키자 서서히 몸이 돌아옵니다. 자. 그러면?

세종대왕의 급사는 없습니다. 거기에, 집현전 학자뿐만 아니라 궁에서 일하는 모든 관리들은 곧 헬스를 시작합니다. 야근 대신 운동을 외치자, 운동 반 시진 하고 정시퇴근을 할 수 있다는 생각에 다들 번갈아 운동을 시작합니다. 그리고 동생을 따라가기 위해 어거지로 운동을 시작한 왕세자는 곧 '옷으로도 가릴 수 없는 듬직한 몸매'를 자랑하게 됩니다. 즉, 문종의 짧은 재위도 없습니다.

 

세종대왕은 건강을 되찾고는 양위하고, 경국대전 집필에 들어갑니다. 문종은 일찌감치 왕권을 탄탄하게 다져나가며, 수양대군이 준 힌트에 따라 보총을 제조합니다. 화력덕후라 불리더만, 정말 온갖 방식으로 제조하고 갑니다. 6군을 넘어 이미 요동까지 손아귀에 넣고, 아직 오지도 않은 청나라는 발본색원(...)하며, 명과는 그럭저럭 좋은 사이를 이룹니다. 그리고 명에서 많은 종자와 많은 이익을 얻어내며, 고려사와 발해고, 백제사와 고구려사를 비롯해, 심지어는 왜국의 일본서기 복본까지 손에 넣습니다. 이야아.....

 

조아라 연재분이 오늘로 147화이고, 현재 이들은 남쪽 저 멀리의 섬을 정벌 중입니다. 그 섬이 어디인지는 보면 아시고요. 이미 우산국에 비석을 하나 세웠고, 수양대군은 손자까지 보았으며, 수양대군의 아들은 현재 금석학자로 활동 중입니다. 그 부인께서는 심지어 여성 헬스트레이너로 활약중입니다. 몇 화였더라. 대부인의 몸을 보고는 어떻게 저런 몸을! 이라고 외치던 분이 있었지요. 아마도 복근에 王자를 아로 새기신 모양입니다. 이미 흑룡세(...)로 여진족들의 끈적한(...) 찬탄을 받은 수양대군의 부인이시니, 부창부수가 매우 잘 어울립니다.

 

그리고 최근편. 藍輔가 등장합니다. 그 이름도 찬란한 람보. 앞서도 당수육을 통해 말장난을 본 적 있지만, 한자를 아는 사람이라면 더더욱 즐겁게 볼 겁니다. 제대로 즐기기 위해서는 초기 조선사와 그 당시 일본사, 중국사(명나라사)를 알고 있어야 한다는 점이 걸리지만, 홍길동도 등장하고 류구국도 나오며, 초록색 나찰-고블린 아님-도 등장하니 매우 즐겁더군요. 크흡. 수양대군에게 일이 점점 쌓이지만, 이건 일머리 때문이니 어쩔 수 없습니다.

 

 

그리하여 오늘도 또 한 번 근육조선을 찬양하고 갑니다. 크리스마스 전까지 저도 운동 강도 좀 올려보렵니다.

 

 

오른쪽 상단이 최근 구입한 책입니다. 아콰터파나가 10월 초 주문, 『스노 화이트』부터는 최근 주문분입니다. 엊그제 갑자기 폭주해서 책 10만원 넘게 결제했거든요. 권이 많은 책이라 가격이 높았고, 그래서 종 수는 그리 많지 않습니다. 언제나처럼 호불호는 적당한 편. 그렇죠. 요즘은 조아라 프리미엄 소설을 자주 복기해서 책은 상대적으로 덜 읽습니다. 활자 중독은 강화되었지만 책은 덜 본다는 상황이로군요.

 

 

서지현. 『아콰터파나 외전』

판타지.

외전의 몇몇을 스포일러 당했지만, 기왕 보려면 정주행 해야하는 터라 얌전히 기회만 노립니다. 1권부터 차분히 보면 더더욱 좋겠지요.

 

 

해은찬. 『어느 빌런의 회개』

BL, 판타지, 단편.

젤리빈의 한뼘BL 시리즈입니다. 한뼘이라, 매우 짧군요. 트위터에 종종 올라오는 '썰'을 읽는 듯한 속도감입니다.=ㅁ=

 

 

니소. 『Do you wanna be 1-5』

BL, 현대, 아이돌, 빙의.

소설 속 주인공에 빙의되었으니 차원이동이라고 할 수도 있지요. 생각해보니 판타지소설 빙의는 분류를 판타지로 놓지만, 아이돌소설이나 웹소설빙의는 보통 현대로 둡니다. 아이돌소설이나 웹소설은 현대 배경 소설이라 봐도 무방해서 그렇고요. 이 경우도 그렇지만, 소설에서 본 것이 전부가 아닙니다. 소설은 소설일뿐, 주변 사람들은 모두가 살아 있는 존재니까요. 게임의 경우만 예외일까요.

 

 

밤밤밤. 『제니스 1-3, 외전』

판타지.

로맨스 ... .. .. 없진 않습니다. 로맨스는 주인공인 제니스보다 다른 이들의 로맨스가 훨씬 더 많습니다. 심지어는 제니스의 직업이 결혼중개사(..)나 연애상담사(...)가 아닌가 싶을 정도로 주변에 사건이 많습니다.

환생하기 전 직업도 그렇고, 환생 전의 기억을 오롯이 갖고 있다보니 가족들과 어울리기는 쉽지 않습니다. 독특한 성격 탓에 가족 내에서도 말이 많고요. 물론 부단히 노력하여 보통의 영애처럼 보이기는 합니다. 그런 제니스가 아카데미에 들어가서 여러 사건들을 겪고 또 휘말리다가 집안까지 끌고 들어가는 스펙터클 모험 판타지입니다. 초반에는 고만고만한 아카데미 일상 추리물이었다가, 차츰 모험 판타지가 되어가지만 제니스의 성격은 그대로입니다. 그게 또 매력적이고요. 그리고 이 모든 이미지는, 마지막 한 장면이 잡아 먹습니다. 아. 누님 멋져요. 누님 다 (해)드세요!

 


가규. 『스노 화이트(Snow shite) 1~8권 』

판타지, BL, 임신수.

남자도 임신이 가능한 세계관입니다. 모든 사람이 수태 가능한 것은 아니고, 수태시킬 수 있는 이(男)나, 수태할 수 있는 이(男)가 있다는 설정입니다. 이전에 종이책으로 나왔다가 전자책은 개정해서 나온 모양입니다. 리디북스의 평가를 찾아보니 그런 이야기가 있군요.

아직 읽는 중이라 자세한 이야기는 넘어가지만, 1-2권이 1부, 3-6권이 2부, 7-8권이 3부입니다.

 

 

리하. 『월루 1-2』

BL, 판타지, 차원이동.

조아라에서 읽었던 기억이 있습니다. 어쩌다 사람 잘못 만나서 인간관계뿐만 아니라 사회적관계가 모두 다 파탄났습니다. 그러다가 강아지 한 마리를 구해주고, 그 강아지 덕에 다른 차원으로 또 넘어갑니다. 폐차공과 벤츠공, 그리고 고생 끝 행복 시작의 내용이라 보시면 얼추 맞습니다. 넘어간 곳이 동양풍 차원이고, 이전 중고차는 완전히 폐차하니 그 부분은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라쉬. 『오수 1-2』

BL, SF.

키워드만 보고 구입해놓고는 아직 손 못댔습니다.ㅠ

 

 

이프. 『스윗 이스케이프 1-3』

BL, 오메가버스, 현대.

조아라 연재하다가 연재처를 이동했던가...? 앞부분은 익숙한데 뒷부분은 안 읽었습니다.

5년 사귄 애인에게 차였습니다. 결혼할 거라 생각했는데 상대는 아니었더군요. 홧김에, 작업 걸어오던 옆 팀 팀장하고 같이 잡니다. 그리고는 뒤늦게 임신사실을 깨닫는데, 같이 보낸 그 날밤의 기억이 홧김과 술김에 홀랑 날아가서 없습니다. 기억이 엉뚱한데서 뚝 끊겼단 말이지요. 그래서 자가생식(...)일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저 사람은 아기 아빠가 되어서는 안된다는 여러 오해를 쌓아 놓은 뒤 잠적합니다. 그래서 제목이 스윗 이스케이프인거죠. 제목대로 달콤한 도주의 끝은 해피엔딩입니다. 무엇보다 둘의 오해 쌓는 것이 매우 귀엽습니다.

그러고 보면 오메가버스에서 딸 낳는 것도 꽤 오랜만인듯..? 성별 기억하는 내에서는 첫째는 거의 아들이었거든요.

 

 

아몽르. 『악몽의 씨앗 1-4』

BL, 판타지.

외전 기다립니다, 외전. 아라비안나이트, 천일야화, 셰헤라자데의 이야기를 좋아하신다면 재미있게 보실 겁니다. 아라비안나이트뿐만 아니라 유대교경전, 구약과 신약까지 뒤섞여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아는만큼 보이는 이야기 같기도 하고요.

악몽의 씨앗을 구하기 위해, 황제에게 접근했다가 도로 코 꿰이는 청년의 이야기입니다. 그리고 그 청년의 정체는, 끝까지 보셔야 합니다. 아... 마지막에는 정말로 눈물바다였다고요. 그러니 알라딘에도 외전 풀릴 날을 기다립니다.

 

 

문하원. 『공작가의 도련님 1-2』

BL, 판타지.

이번은 다 BL인가 생각하다가 『제니스』만 아니라는 걸 깨닫습니다. 흠흠.

친구에게 끌려 노예시장에 갔다가 한눈에 반한 이에게 프로포즈하는 내용입니다. 거짓말이 아니라 진짜. 공작가의 막내이고 몸이 매우 약했던 터라 온갖 사랑과 애정과 관심을 다 받고 자랐는데, 그 와중에 홀랑 반한 상대가 노예입니다. 아버지와 형은 이 사태에 분노하지만, 거꾸로 교육 잘 받은 것 같은 이 노예의 정체를 두고 고민합니다. 처음에는 내쫓으려다가 사단이 나고, 그래서 호위기사로 붙여뒀더니 이번에는 황자와 황제가 끼어든 사건의 판이 펼쳐집니다. 꽉 닫힌 해피엔딩이니 걱정 안하셔도 됩니다.

무엇보다 도련님, 파비안이 매우 매력적입니다. 금발에 푸른눈, 여리여리한 청년이지만 피는 어디로 안가는지 대단한 통찰력을 가졌습니다. 사소한 사건들을 두고 눈치 빠르게 대처한 덕에 여러 위기를 무사히 잘 넘기거든요. 그런 점이 더더욱 매력적.... 그러니 누구씨는 더 굴러도 됩니다. 파비안을 괴롭힌 악당은 목만 남기고 묻어다가 두고두고 괴롭혀야 하는데 아쉽네요.

 

 

 

 

서지현. 『아콰터파나 외전』. 노블오즈, 2019, 2500원.
해은찬. 『어느 빌런의 회개』. 젤리빈, 2019, 1천원.
니소. 『Do you wanna be 1-5』. 필연매니지먼트, 2019, 각 2500원.
밤밤밤. 『제니스 1-3, 외전』. 제로노블, 1-3권 각 4500원, 외전 2천원.
가규. 『스노 화이트(Snow shite) 1~8권 』. 블루코드, 2019, 세트 24700원.
리하. 『월루 1-2』. 블루코드, 2019, 각 3400원, 3200원.
라쉬. 『오수 1-2』. 비욘드, 2019, 각 3300원.
이프. 『스윗 이스케이프 1-3』. Bcafe, 2019, 각 3천원.
아몽르. 『악몽의 씨앗 1-4』. MANZ', 2019, 각 2700원.
문하원. 『공작가의 도련님 1-2』. 피아체, 2017, 각 3500원.

 

평균 이하도 아니고 평균 미만의 독서량이라고 일단 봅니다. 종이책도 많이 안 읽었으니, 이번 주는 작정하고 좀 들고 올 예정입니다. 눈 피로도도 심해서 전자책보다는 종이책을 더 많이 봐야겠더라고요.

 

밀덕: military / 역덕: 歷史 / 근덕: 勤育筋肉

 

문피아 연재작이라 기억합니다. 『근육조선』. 연재 초기부터 제 트위터 타임라인에 자주 보여서 그러려니 하고 있었는데, 조아라 프리미엄에 들어온 김에 붙잡고 읽기 시작하다가 이번 주말을 날렸습니다. 내용 요약은 익히 들었던 그 이야기가 맞습니다. 생활스포츠지도사 1급 자격을 딴 헬스 트레이너가 어느 날 정신을 차려보니 수양-이 아니라 진양대군 이유의 몸 속이었다는 상황에서 이야기가 시작됩니다. 체지방따위는 최소한도로 줄여두었던 현생의 몸은 어디가고 몸은 좋지만 제대로 훈련 안된 지방낀 대군의 몸이니, 거기에 눈 앞에 보이는 아버지-세종대왕은 벌써 소갈증(당뇨)의 조짐이 보입니다. 지금 진양대군의 나이 열아홉. 세종대왕의 사망, 문종의 즉위와 빠른 사망, 그리고 단종의 폐위 등등의 일을 모두 헤쳐나가야 합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자신이 사학과 출신이란 것. 그래서 실록도 좀 많이 들여다 본 모양입니다. 게다가 밀덕 기질도 좀 많이 있습니다. 화력덕후인 형 이향(문종)보다는 낫지만 그래도 그럭저럭 머리는 굴립니다.

 

하지만 현대인임을 감안해도 조금 많이 넘사벽의 지식을 갖고 있네요. 이사람, 사학과라지만 보통의 사학과는 아닐 겁니다. 화약의 원활한 제조를 위해 초석을 만드는 장면에서 이미...(하략)

 

조선전기를 배경으로 하고 있기에 상당히 재미있는 이야기들이 나옵니다. 현재까지 조아라에 올라온 역사선은 청나라가 나타나지 않을 것이고, 임진왜란의 발발 가능성은 높지 않아 보이며, 이미 경국대전이 편찬되었고, 형조 시스템을 변경하였으며, 그외 수많은 사건들이 바뀌었습니다. 요동도 이미 조선의 손아귀에 들어왔습니다. 그걸 넘어, 아직 조선초기 이기 때문에 성리학이 말랑말랑(...)한 것을 이용해 생각보다 실학적인 부분이 많이 들어옵니다. 수양대군이 편찬한 입신체비서부터가 그렇습니다. 효를 근간으로 하고 있지만 그 또한 기술과 훈련으로 발전하는 기반입니다. 여성을 위한 입신체비서는 한창 제작중이며, 생각보다 생산 소출도 올라가고 중앙집권으로의 발달이 빠릅니다. 세종의 소갈증을 입신체비-적당한 운동과 근력 키우기로 날려버리고, 허약한 문종 역시 체력을 키우니 "마흔이라 들었는데 그보다 훨씬 젊어보이는" 왕이랍니다. 아마도 취향은 문종의 근육쪽이 아닐...(...)

건강한 세종이 방어하고, 건(gun)덕후 문종이 개발하며, 잡서의 귀재로 미래치트키를 갖고 있는 수양대군이 들어가니 조선은 모두 입신체비근육로 하나가 됩니다. 집현전 학자들도, 신숙주도, 한명회도, 심지어 홍길동도 이 세 왕족들의 계략 아래 갈려 나갑니다. 물론 안평대군도 당연히.

 

 

밀덕, 근덕, 그리고 역덕의 삼박자가 맞아 들어가는 즐거운 소설입니다. 이거, 종이책으로 나오면 전질 구매할 의지 있습니다. 분량이 매우 많아 가능할지 모르지만, 모든 도서관에 갖춰놓고 필독도서로 두어야 한다고 강력히 주장합니다.

8월부터였나. 아니, 정확히는 『요리의 신』 보기 시작하면서 프리미엄 작품을 개별 결제해 보는데 익숙해졌습니다. 앞부분 읽다보면 그 뒤도 마저 결제해서 봅니다. 예전에는 프리미엄 전환되면 그냥 넘기고 안 봤는데, 이제는 ...(먼산) 그리하여 어느 날 아침, 조아라 마이페이지 들어갔다가 기겁했습니다. 아니, 어느 새 VIP가 되어 있더라고요? 티끌모아 태산이라, 소소하게 결제했다 생각했는데 아닌가봅니다. 하하하하하.

 

 

그렇지만 모든 소설이 다 좋을 수는 없지요. 조아라 프리미엄으로 올라오는 소설들은 상당수 판타지소설이나 회귀나 게임시스템을 차용한 현대배경판타지소설이 많습니다. 그렇기에 로맨스소설보다는 지뢰를 밟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여성 등장인물이 아예 적거나, 등장하더라도 할렘형으로 등장하는 일이 많습니다. 여러 소설이 그랬던 터라 하나하나 집어 보지요.

 

 

구입작품 결제 이력을 보면 가장 오래된 작품이 2012년에 구입한 『페사한트 공작家』입니다. 이건 전혀 기억 안나는군요. 워낙 오래전 일이다보니. 『엘샤 꽃나무 아래에 앉아서』는 프리미엄으로도 봤지만 전자책과 개인지로도 소장중입니다. 핫핫핫.

『엘핀느의 꽃』은 결말부분 확인을 위해 보았.... 아니, 사실은 앞부분의 이야기를 매우 마음에 들어 했고, 특정 캐릭터를 좋아했던 터라 결말 확인하고는 좌절했습니다. 그 때문에 전자책으로도 다 사놓고, 중간 부분은 못봤습니다. 차마 못 보겠더군요.

『세피아로즈』는 정통 판타지. 여주인공의 서사가 멋졌지요. 『디기탈리스』도 특이했던 기억만 아련... 『계약의 목걸이』는 프리미엄을 함께 달리고 전자책도 전권 구입했습니다. 『그녀와 행복하세요』는 회귀 후 이야기가 완전히 달라졌다는 기억만 살풋 납니다. 『은폐된 전부를, 가면을 바친다』는 전자책 구입 후 독서기를 올렸더니 프리미엄에 전자책 미수록 외전이 있다는 정보를 친절하게 알려주신 분이 있어 신나게 달려가 결제해봤습니다. 길지 않지만 후일담으로 딱 좋은 이야기더군요.

 

 

 

그리고 그 다음이 『요리의 신』. 전부 결제하지는 않고, 100편 남짓까지 결제한 다음, 전자책과 프리미엄 결제 중 저울질 하다가 전자책으로 봤습니다. 프리미엄 편당 결제가 조금 더 저렴하지만 소장하는 입장에서는 인터넷 접속이 필수인 프리미엄보다는 전자책이 좋습니다. 비행기모드에서도 볼 수 있으니까요. 아. 그러고 보니 이 책은 리뷰 따로 올리겠다고 하고는 아직도 못 올렸습니다. 크흑. 현대 배경이지만 게임시스템 비슷한 것이 존재하고, 그걸 이용해 요리의 신까지 닿고자 하는 이의 여정을 그립니다. 로맨스도 있지만 그게 독특한 형태로 그려지는 터라. 구조도 상당히 좋았습니다. 진짜 따로 감상 올려야 하는데, 재독하고 올린다고 해놓고는 까맣게 잊었습니다. 읽기만 했어요.

 

 

『막장 재벌 3세가 되었다』. 막장 드라마의 재벌 3세에 빙의했습니다. 그리고는 상황을 탈출하기 위해 열심히 노력하는데... 그러한데.... 읽다가 결말 확인하고는 내려 놓았습니다. 저랑은 안 맞는 걸로. 내용이 진짜 막장 드라마로 흘러가더군요.


『배우, 다시 서다』는 종이책으로도 나오는 모양입니다. 읽으면서 『꽃이 되다』가 떠오른 건, 어느 순간부터 바뀌어서 재출발한다는 부분이 닮아 그럴 겁니다. 다만 『꽃이 되다』는 지금까지의 전생을 떠올려서 그 기억을 몸에 체득하고 전생에 못 이룬 경지에 오른다는 것이고, 『배우, 다시 서다』는 사고로 하반신을 못쓰고 후회로 점철된 상황에서 기연을 얻어 모든 것을 되돌릴 수 있는 시점으로 간다는 것이 다릅니다. 그러니까 회귀입니다. 첫 번째에 있었던 여러 사건들과 영화 정보를 바탕으로 새로운 길을 만들어 갑니다. 거기에 게임 시스템도 함께 도입되었고요. 신의 축복으로 회귀하고, 그 뒤에는 후원시스템을 열어 여러 스킬들을 얻고 또 이를 연기생활에 자유롭게 활용합니다. 외국어 능력이나 대본 암기, 악기 연주나 매력/매혹 등등.

 

『헌터 때려치고 이제 내조 합니다』(미완)도 초반에는 재미있게 보다가 미묘하게 느껴지는 시점에서 내려 놓았습니다. 54화쯤에서 하차했나보군요. 남자 작가일 것 같다는 생각과 함께.(먼산)

 

『헌터 세상의 정원사』는 중간 부분만 건너뛰고 보다가 결말 확인하고는 내려 놓았습니다. 게임시스템을 도입한 헌터세계에서, 그 어떤 스킬도 받지 못한 주인공이 정원사가 됩니다. 정원 가꾸기나 마비노기의 채집, 포션조제를 좋아하신다면 볼만 할 겁니다. 물론 초반까지만. 다른 곳에서 나온 지적대로 '몸을 바치겠다는 성녀'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면서 싹 식었고, 주인공은 아무런 생각이 없음에도 세 여자가 동시에 대시하는 상황이 되었을 때 미묘해짐. 하하하하하하.

 

『후작가 망나니가 절대 마검을 득템함』은 초반 보고, 결말 부분만 확인했습니다. 하지만 중간부분 보는 건 포기한게, 망나니가 보통 망나니가 아니더군요. 거기에 등장하는 인물들의 인성이 정말로 취향이 아니라 고이 내려 놓았습니다.

 

『작곡의 신이 되었다』 는 전편 구매해서 완결까지 보았습니다. 상당히 재미있게 보긴 했지만 미묘한 부분이 여럿 있더라고요. 망나니 생활하다가 집안에 문제가 생겼을 때 흑기사 역을 맡아 모든 책임을 지고 시골 저 안쪽의 양계장에 들어간 주인공은, 기연을 얻어 이를 활용해 작곡을 시작합니다. 작곡능력은 있는 줄도 몰랐다가 다른 길을 선택했을 때 일어날 일을 드라마 형태로 볼 수 있었기 때문이고요. 모든 상황에서 보이는 건 아니지만 본인에게 큰 영향을 미칠 몇몇 사건에서만 그런 일이 일어납니다. 유튜브를 이용해 본격적으로 활동하고 엄청난 돈을 벌어들이는 이야기는 카타르시스를 주지만, 결말 부분은 급하게 마무리한 느낌입니다. 거기에 반동인물로 등장하는 인물이 조금 걸리더군요. 연애라인은 초반부터 짐작은 했더랬습니다.

 

『시스템을 초기화하시겠습니까?』(미완)는 회귀에 가깝습니다. 각성한 사람들은 게이트를 통해 탑과 던전을 공략합니다. 등산과도 같은 이 여정 때문에 클라이머, 하이클라이머, 산왕의 급으로 나뉜 이들 중, 주인공은 산왕이 되지 못함을 매우 아쉽게 여깁니다. 하지만 새로운 게이트가 열렸을 때, 그 산왕들 마저도 패퇴합니다. 그 때 특이한 스킬이 작동하여 각성직전으로 돌아옵니다. 대신, 그간 쌓아 놓은 HP는 그대로 남았습니다. 남성 등장인물의 수가 훨씬 많고, 여자는 상대적으로 적습니다. 그래도 이정도면 나쁘지 않으나...... 중간에 건너뛰고 최근 몇 편을 확인했더니 반동인물이 예상했던 대로 등장하여, 일단 완결날 때까지 미뤄둘 생각입니다. 이야기가 심각하게(?) 확장되기 전까지의 레벨업은, 매우 즐겁게 보았지만 그 뒤는 미묘하군요. 아니, 그보다는 『드래곤볼』에서처럼 점점 더 강한 존재가 등장하니까요.

 


『신경외과의사 박재현』(미완)은 초중반은 굉장히 재미있게 보았습니다. 주인공은 상대방의 성격이나 성향을 어떤 특정한 아이콘으로 볼 수 있는 능력을 얻고 이를 활용합니다. 상대방의 성향을 알고 그에 대비해 반격하는 과정이 쏠쏠하게 재미있는데, 후반부에 가면 주인공의 재능과 노력이 빛나더니 무쌍난무가 이어집니다. 어.... 대체적으로 이쪽 판타지소설이 그렇지요. 남주판타지의 상당수는 주인공이 재능을 각성하고 노력하여 전국무쌍(...)을 이루는 내용. 지금까지 적은 프리미엄 판타지도 대체적으로 그렇습니다?

 

 

『폭풍의 기사』는 차원이동판타지입니다. 주인공은 마지막 황제를 지키고자 노력했지만 결국에 실패하고는 동귀어진합니다. 그랬다고 생각했는데, 마지막에 나타난 황실 비전의 검과 함께 차원이동을 했네요. 화전민들이 모여사는 마을 촌장이 주워서 양자가 되는데, 그러다가 이웃 영지의 영주님을 구하고는 기사서임을 받습니다. 그리고 그 뒤는 같은 내용. 지난 번에는 주인님(..)을 지키지 못했지만 이번 생은 다르다! 는 내용이라 재미있게 보았습니다. 몇 편 씩 결제해서 보다가 감질난다며 전편 결제를 하고는 .. 후회했습니다. 남주판타지는 여성의 등장이 적거나, 등장하는 여성은 '두드러진 여성'이게 마련입니다. 이 소설은 여성의 등장이 적은 쪽이었으나, 설정상 여성이 덤이 되거나 혹은 트로피가 되는 상황이 됩니다. 게다가 심지어는 황제가 동시에 두 여성이랑 결혼하는군요. 후궁이 아니라 결혼.(먼산)

아니 뭐, 판타지 소설의 황제는 일부다처인 경우가 많지만, 앞서부터 본 바로는 일부일처로 갈 것 같더니, 막판에 그렇게 갑니다. 초반은 초한지 느낌이 가더니, 그 부분은 삼국지가 되는 풍경. 하하하하하하. 결말 부분이 취향에 안 맞았습니다. 괜히 다 결제했다고 후회했지요.

 

 

 

『백작가 서자의 가정교사』는 특출난 여성만 등장하는 편이고, 아직까지 그런 부분은 없습니다. 소설을 보다가 결말에 화를 내고 있었더니 갑자기 소설 속에 빨려 들어왔다는 것은 다른 차원이동판타지와 비슷하지만, 구조에서 약간의 차이가 있습니다. 소설 자체가 회귀에 회귀를 반복하여 8회차의 이야기를 보였다는 점, 매번 다른 전개였지만 결말부에서 이상한 형태가 나타났다는 점. 갑자기 소설 속에 끌려 들어와서는 8회 반복되는 동안 읽은 내용을 복기하여 차근차근 처리합니다. 그 와중에, 헌터인 자신의 게임시스템이 함께 따라온 것은 덤이고요. 소설 본편의 주인공이 백작가 서자이고, 소설의 주인공은 그 가정교사가 됩니다. 매우 끈끈한 이 사제관계를 보면 참 잘컸다며 흐뭇한 미소를 짓게되지만, 현재까지의 연재 분량과 진행 속도를 보면 완결까지 한참 멀었습니다. 지금의 탄탄한 이야기를 잘 이어줬으면 좋겠네요.

 

 

『망한 재벌4세 돌아오다』는 부잣집 도련님으로 환생/빙의/회귀했다는 점은 비슷합니다. 재벌가 4세이지만, 조부의 사망과 함께 그룹 전체가 무너지면서 연쇄 부도가 나서, 아버지는 아직도 외국을 떠돌며 돈을 벌고, 자신은 그래도 공부 잘한 덕에 교수생활은 하고 있습니다. 매번 그 때 그 사건만 막았다면-이라며 후회하다가 회귀한 것도 비슷하고요.

한국현대사의 여러 중요 부분을 함께 볼 수 있는 건 재미있습니다. 세계 전체를 대상으로 돈 놀이하는 느낌이지만요. 본격적인 투기세력.-ㅁ-

 

 

 

...자. 이제 글 마무리하고 후다닥 출장 나갑니다. 어흑.;ㅂ;

깅기. 『네가 네모인 세상 외전2』

BL, 현대.

외전편만 나온 것을 서둘러 구입한 뒤 읽는 걸 잊었습니다. 핫핫핫. 요즘 조아라 프리미엄을 열심히 파고 있어 그럴거예요.

 

 


현이수. 『에고소드 1-5』

판타지.

일전의 논란 때문에 읽어보겠다고 벼르다가 뒤늦게 구입했습니다. 다만, 예상했던 것과는 달리 정통 판타지입니다. 1권 읽고 바로 5권의 결말만 확인했지만, 이 두 가지 만으로는 닮은 부분 찾기가 쉽지 않네요. 초반 내용만 보고는 결말로 넘어갔음에도 사이에 상당히 많은 일들이 일어났는지, 결말의 내용 이해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차근차근 읽으려고 잠시 미뤄뒀습니다.

 

 

이미누. 『포에버 스트랜디드 1-2』

BL, SF, 가이드버스.

오메가버스도 그렇지만 가이드버스도 설정이 제각각입니다. 파수꾼인 센트릴이 여러 능력을 갖고 있으며 가이드는 센트릴의 초능력 에너지를 제어하는 형태고요. 중요한 건 센트릴의 능력 중 재생계의 존재입니다. 다른 가이드버스에서는 본 기억이 없지만, 앞서의 『우리의 평온한 인생을 위하여』(이하 우평인)과 같이, 재생계 센트릴이 있습니다. 비행기 추락사고로 가이드와 센트릴이 무인도에 고립됩니다. 예상할 수 있지만 이들 두 사람은 그 세계에서 마음을 나눕니다만, 이 둘의 관계는 그리 평범하지 않습니다. 결말을 확인하고 나서는 허탈 ... 을 넘어서서.(먼산) 취향이 매우 갈릴 수 있는 구조이니 읽기 전에 자신의 취향을 확인하세요.

 

 

야야. 『오지랖입니다 1-3』

BL, 현대, 빙의.

소설 속 빙의입니다. 소설 등장인물에 빙의하여 여러 상황을 바꿔 놓는 것은 자주 등장하는 이야기지요. 평가가 갈리기에 조금 고민하다 구입했지만, 제 취향에는 덜 맞았습니다. 초반은 나쁘지 않았지만 미묘..? =ㅁ=

 


두나래. 『카운트다운 1-4』

BL, SF, 배틀호모.

근미래 SF입니다. 가이드 없는 가이드버스 느낌? 에스퍼만 있는 세계라고 해도 이상하진 않고요. 사회생활하다보면 정말 안 맞고 이상하게 싫은 사람이 있게 마련입니다. 이 소설의 주인공들이 딱 그렇네요. 첫 인상은 나쁘지 않았지만 그 뒤에 흘린 말이 서로에게 나쁜 감정을 심어 결국 완벽하게 틀어집니다. 하지만 BL은 그렇잖아요. 초반에 사이가 나쁘면 둘이 사귀기 시작한 뒤에는 그런 반전이 없다 싶을 정도란 것. 민지헌과 차혁우도 그렇습니다. 앙숙이 애인되는 건 잠깐입.... 그래서 배틀호모라 적었고요. 둘 다 에스퍼고 군인에 가까운 공무원이다보니 몸이 매우 좋습니다. 베드신 묘사에서도 자주 등장하는 이야기니 감안하시고요.

 

 

재겸. 『구해주세요, 공주님! 1-5』

판타지, 로맨스.

판타지이고 로맨스지만, 또한 성장담이며 모험기입니다. 아버지인 국왕이 쓰러진 뒤, 왕국의 모든 일은 왕자에게 집중됩니다. 그리고 공주 클로디아는 오직, 아름답고 행복하게 자랍니다. 그랬는데, 어느 날 왕국이 공격받고, 하나뿐인 오라버니는 공격을 받아 냉동인간 상태가 됩니다. 그 직전에 모든 권한을 클로디아에게 넘기지만, 신부교육 외에는 제대로 된 교육을 못 받은 공주에게는 너무 많은 짐이 올라갑니다. 하지만 수호정령에게까지 지목 되었으니, 오빠를 구하고 왕국을 구하려면 방법이 없습니다. 클로디아가 움직일 수밖에요. 그리고 클로디아의 전 약혼자가 호위기사로 따라 나섭니다.

초반의 1권 보고는 공주의 성격을 못 견디고, 완결권으로 도망쳤습니다. 마침 절정 부분이라 갈등들이 해결되는 상황이로군요. 삐~를 제물 삼아 미로에서 탈출하고, 모험하면서 살핀 여러 세계를 구하기 위해 클로디아는 온 힘을 다합니다. 그리고 그 발버둥은 물장구로 끝나지 않고 전진합니다. 여자가 무슨 일을 하냐 하는 이들에게 클로디아의 행적을 보여주면 되겠지요. 짧지만 또 짧지 않은 그 여행은 클로디아에게 매우 큰 계기가 됩니다. 그리고 소수들, 마이너리티들에게도 새로운 기회가 되지요. 로맨스보다는 판타지가 더 강한 소설입니다.

다른 것보다 클로디아가 1권에 나온 그 허수아비를 강력하게 처벌하는 장면, 그리고 외전에 레이디 퍼스트가 불편한 이유에 대한 이야기가 인상 깊었습니다. 그래요, 일본의 서브컬처에서 나오듯 레이디 퍼스트를 외치는 젠틀맨이 반드시 페미니스트일 수 없는 이유가 그 외전에 담겼습니다.

 

 

류희온. 『사실, 그들은 오직 그녀만을 기억하고 있었습니다 1-3』

판타지, 로맨스.

1권 초반 보다가 고이 무르고 4권 결말까지 간 다음 접었습니다. 디앤씨북스 책은 최근에 매번 실패하면서도 왜 매번 홀릴까요.

 

 

 

 

 

 

Lee. 『원 모어 퍼킹 타임! 2부 1-3』(미완). 시크노블. 2019, 각 4500원, 4천원, 3천원.

BL, 현대.

2부는 1부의 이야기가 끝난 뒤로, 레이븐과 니키 사이에 생기는 트러블을 다룹니다. 다만, 작가님이 건강 문제상 완결은 못내서 말입니다. 미완 상태에서 1-3권만 나왔습니다.ㅠ_ㅠ 완결 나올 때까지 일단은 봉인!

 

 


동전반지. 『푸른 괴물의 껍질 1-5』

BL, 판타지, 역키잡.

인외존재가 등장하는 BL은 상당히 많습니다. 다만, 이 『푸괴껍』은... 으으음. 연재 당시에는 보지 못했고, 결말을 앞둔 상태에서 중간 난입하여 보았습니다. 하지만 피폐 소설에서 종종 그렇듯, 이 소설도 앞부분을 읽을 용기가 안납니다. 다른 것보다 이자르에게 지나치게 감정 이입하다보니 중간 난입해서 보았음에도 눈물 쏟을 뻔한 적이 여러 번이었습니다. 주의하세요. 손수건 한 장 쯤 품고 보셔야 합니다.

이자르는 자신이 숲에서 주워 돌봤던 꼬마, 페르닌을 잊지 못하고 숲 밖으로 나갑니다. 하지만 어릴 적의 꼬마는 이미 성인이 되었고, 이자르와 관련된 기억을 모두 잃은 상태입니다. 괴물 혹은 괴수를 매우 싫어하고요. 그렇다보니 이자르는 인간의 모습으로 페르닌을 만난 뒤, 자신의 괴물 모습을 감추기 위해 노력합니다. 페르닌의 기억은 차츰 돌아오고, 나중에는 아예 이자르의 시점으로 페르닌을 키울 때의 이야기가 나옵니다. 이전 작인 『마물의 환생기록』과도 세계관을 공유한다 하던데, 보지 않아도 문제는 없습니다. 설정을 공유하는 느낌에 가까우니까요.

소설의 감상은 한 줄로 요약됩니다. 아오....ㅠㅠㅠㅠㅠ 이자르으으으으으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리카한. 『마법 특수 수사팀입니다 1-4』

BL, 판타지, 차원이동.

아주 간략하게 내용을 요약하면, 차원이동하여 판타지세계로 건너갔더니, 매드사이언티스트가 아닌 매드매지션과 마족들이 손잡고 사고 쳐서 그런 것이더라-는 내용입니다. 차원 이동 한 뒤에 다른 사고에 휘말리면서 특이 능력이 있음을 확인한 덕에 마법 특수 수사팀에서 일하게 됩니다. 밥 벌이 하는 것은 좋은데 이것도 나름 공무원에 가까운지라 업무가 매우 많군요. 게다가 왕위 계승 문제와 마족들의 훼방까지 더하면 매우 힘듭니다.

조아라 연재 당시 재미있게 보았고, 시간이 꽤 걸려 출간되었습니다. 조아라 판만 보고 아직 책은 보지 못했으니, 조금 더 기다렸다 볼 생각입니다.

 

 

아스티르. 『딥 골드 × 핫 밀크 외전』. 피플앤스토리, 3천원.

BL, 현대, 할리킹.

외전권이 추가로 나와서 구입했습니다. 핫, 외전 귀여워요! 본편 다 보고 읽을까 하다가 못참고 외전 먼저 펼쳐 들었지만, 진짜 귀엽습니다. 본편도 천천히 다시 읽고 있으니, 핫밀크와 카스테라가 매우 땡깁니다. 대만 카스테라가 먹고 싶은데 어디로 가야할까요. 엊그제 을지로에서 확인했으니, 거기로 가야하나?

 

 

2RE. 『이달의 정원 1-2』

BL, 현대.

서로 다른 성장 배경을 가진 사람들이 만나서 사랑하고, 그 배경 때문에 헤어지는 이야기는 드라마에서도 자주 등장합니다. 거기서 둘이 재결합하면 픽션이고, 헤어지는 걸로 끝나면 논픽션-현실인거죠. 이 소설은 전자입니다.

정원을 안 만들면 아버지가 그림 안 준다는 말에, 화상을 운영하는 윤원경은 하상현을 고용합니다. 친척들과도 그리 교류는 없지만, 그나마 친한 사촌 동생이 소개한 인물이고요. 이력은 거의 없다시피 하지만 면접에서의 모습이 마음에 들어 입주 정원사로 계약합니다. 어차피 집은 2층 집이고, 정원은 넓고, 할 일은 많으니까요. 부탁하는 것은 단 하나, 아버지가 요구한 대로 옛날 어머니의 정원처럼 정원을 가꾸는 겁니다.

상현은 이력으로 쓸만한 것이 별로 없는 상황이었지만, 이렇게 정원 하나를 통째로 관리해서 마음대로 꾸미는 것이 로망이었습니다. 그리하여 덜컥 들어왔고.... 자아. 당연한 이야기지만 이 소설은 BL이니까요. 둘은 서로 마음을 주고 받다가 본격적으로 사귑니다. 사귀는 것이 소설의 결말인 쪽도 있지만 굳이 따지자면 『이달의 정원』은 전개쯤 됩니다. 좋아하니 사귀었지만 이들 둘은 매우 다른 성장배경을 가집니다. 게다가 각자에게 말하지 않고 입 다물고 있던, 일종의 치부도 있었고요. 말하지 않으면 몰라요. 이 둘은 커뮤니케이션의 부재와 일방적인 배려의 문제로 결국 한 번 헤어집니다. 걱정은 하지 마세요. 그 뒤에 외전에서 원경이 하는 모습을 보면 괜히 걱정했다 싶으니까요.

소설 감상은 따로 올리겠지만, 이미 원경이 상현에게 준 시계 때문에 문페이즈 시계를 들었다 놓은 전적이 있다고 밝힙니다. 이 소설이었어요, 시계 찾게 만든 그 소설.

 

 

2RE. 『도마뱀의 관 1-3』

BL, 판타지, SF.

근미래지만 지구 배경이 아닌, 판타지 세계 배경의 소설입니다. 감상은 따로 올렸으니 패스! 지만 아포칼립스 싫어하시면 또 못볼 겁니다. 좀비 싫어요.

 


까또로뇽. 『요정 대모의 봄날은 오는가』

BL, 현대.

호구 노릇 많이 하던 남청인은 모르는 별명, 요정 대모. 머리부터 발끝까지 때빼고 광내서 환골탈태 시켜주는 남청인을 두고, 이전 애인들뿐만 아니라 많은 사람들이 신데렐라의 요정 대모를 떠올렸나봅니다. 이번에도 장렬하게 차이고 나서 단골 바에서 울분을 토하고 있는데, 아주 괴이한 차림새의 남자가 등장합니다. 그 모습을 못 견딘 남청인은 곧 코디네이터를 자청하고요.

짧은 이야기지만 앞부분에서 이미 내용 짐작이 어렵지는 않습니다. 봄날은 옵니다. 다만 어떤 형태인지는 남청인이 생각했던 것과는 매우 다르고요. 하하하하....

 

 

 

마린코드. 『내 약혼자의 섹스 파트너에게』

BL, SF.

살짝 SF입니다. 근미래SF쯤 될까요.

갑자기 정략결혼 제의가 들어와서 해리어는 약혼할 예정인 다니엘을 확인하러 갑니다. 다니엘은 정계 진출을 앞둔 포석으로 정략결혼하게 된 상황이 매우 싫다면서 파티에 들어가 있었고, 거기서 우연히 다니엘과 조우한 해리어는 제의를 받습니다. 섹스파트너 제의를요. 다시 말해 내 약혼자의 섹스 파트너는 해리어 본인입니다.(먼산)

내용 자체는 쉽게 상상할 수 있습니다. 그러니 해리어와 다니엘의 삽질이 어디까지 계속되는가가 관건이지요. 그 삽질은 매우 ... 뒤에까지 진행됩니다. 어디까지 가는지는 직접 확인하시길. 폭소하며 보았습니다. 뭐, 결론이 좋으니 다 좋은 걸까요.

 

 

이미누. 『누구를 연민한다 하더라도』. 비터애플, 2019, 3100원.

BL, 판타지.

어.. 이쪽도 매우 호불호가 갈릴 이야기입니다. 그도 그런게 이 『누연하』는 초반부터 결말이 그렇게 날 수밖에 없는 이야기라서요. 어떤 의미에서는 매우 행복하며, 어떤 의미에서는 매우 불행합니다. 저는 해피엔딩에 가깝다고 보지만, 제 절대적 기준으로 따지면 불행한 결말입니다. 모두가 행복하게 잘 살았습니다는 아니니까요.

『누연하』는 세계급 민폐를 끼친 연애가 어떻게 마무리되는가를 다루기도 합니다. 앞서도 잠깐 언급했지만, 서로 다른 성장배경을 가진 이들이 연애를 하고, 서로에 대한 의사소통이 충분하지 않으며 배려™가 자기중심적인 배려가 되었을 때 어떤 파국이 발생하는가를 말합니다. 그래서 초반부터 이 소설은 소설의 모든 인물이 행복한 결말을 낼 수는 없습니다. 아니.. 대부분의 소설이 그렇긴 하지요. 관점에 따라서 이 소설은 모든 인물이 행복할 수도, 또 불행할 수도 있습니다. 소설에 애증 키워드가 붙은 것도 그런 맥락일 겁니다.

이 소설에는 여러 키워드가 있습니다. 주인공인 리코리스의 이름 자체도 처음부터 힌트를 줬다고 생각할 수 있고요. 하여간 리코리스가 죽은 애인의 혼과 신체를 수습하기 위해 7개의 험지를 다니면서 겪는 여러 고통들은, 그 자체로 고행이고 또 판타지의 수행입니다. 게임 같기도 하고요. 그리고 그 결말은 ... 직접 확인하세요.

조아라 연재작이며 내용상 외전이 나오기는 어렵더라고요.

 

 

마포 김 사장. 『미야베 미유키 내 멋대로 가이드』. 북스피어, 2019, (무료).

서평.

서평...이라고 써두렵니다. 받아는 놨지만 아직 아끼고 아끼느라 못 봤습니다. 이거 보고 나면 도로 북스피어 컬렉션을 갖추고 싶을 테니 조금 더 미루고 싶네요. 흑흑흑.

 

 

깅기. 『네가 네모인 세상 외전2』. 시크노블, 2019, 1천원.
현이수. 『에고소드 1-5』. 동아, 2011, 각 3500원.
이미누. 『포에버 스트랜디드 1-2』. 모드, 2019, 각 3천원.
야야. 『오지랖입니다 1-3』. 파란달, 2019, 각 2600원.
두나래. 『카운트다운 1-4』. 고렘팩토리, 2019, 1-3권 각 3천원, 4권 2800원.
재겸. 『구해주세요, 공주님! 1-5』. 비사이드, 2019, 각 3천원.
류희온. 『사실, 그들은 오직 그녀만을 기억하고 있었습니다 1-3』. 디앤씨북스, 2019, 각 4900원.
Lee. 『원 모어 퍼킹 타임! 2부 1-3』(미완). 시크노블. 2019, 각 4500원, 4천원, 3천원.
동전반지. 『푸른 괴물의 껍질 1-5』. 열매, 2019, 1권 3천원, 2-3권3200원, 4권 3800원, 5권(외전) 2800원.
리카한. 『마법 특수 수사팀입니다 1-4』. 블리뉴, 2019, 각 3300원.
아스티르. 『딥 골드 × 핫 밀크 외전』. 피플앤스토리, 3천원.
2RE. 『이달의 정원 1-2』. 시크노블, 2019, 각 3800원.
2RE. 『도마뱀의 관 1-3』. 피아체, 2018, 1권 3800원, 2권 3400원, 3권(외전) 2800원.
까또로뇽. 『요정 대모의 봄날은 오는가』. 너굴스토리, 2019, 1500원.
마린코드. 『내 약혼자의 섹스 파트너에게』. 하프문, 4천원.
이미누. 『누구를 연민한다 하더라도』. 비터애플, 2019, 3100원.
마포 김 사장. 『미야베 미유키 내 멋대로 가이드』. 북스피어, 2019, (무료).

 

 

사실 조아라 프리미엄 소설들도 상당히 봤습니다. 그것도 따로 목록 잡아 적을지 어떨지 고민되네요.=ㅁ= 기록할 필요는 있지만 도중에 읽다가 포기한 소설도 많아서요. 그래도 정리는 해야겠지...?

조아라에서 연재될 당시는 손을 대지 않았습니다. 아포칼립스 소재, 그것도 좀비라면 매우 피하고 싶은 소재거든요. 공포소재 중에서 제일 마음에 안드는 것이 좀비입니다. 『퇴마록』에서 등장한 좀비는 공포의 대상이라기보다는 억지로 끌려와 약물로 이지를 잃은 존재였지요. 지금 좀비라면 먼저 떠오르는 사람 잡아 먹는 괴물하고는 거리가 멉니다. 그러고 보니 『전갈의 아이』에서도 이짓이라 불리는, 그와 비슷한 존재가 등장하네요. 약물 중독을 통해 만들어낸 노예라는 점에서좀비와도 매우 비슷합니다. 하기야 지역도 그 언저리였지요.

 

그래서 『도마뱀의 관』도 연재 당시에는 손을 못댔습니다. 책으로 출간된 뒤에는 구입했지만, 지난 달에 구입하고는 읽을 용기가 나지 않아서 내려 놓고 있었지요. 그랬는데, 상황이 바뀌었습니다. 이번에 소장본 제작이 진행되거든요. 소장본을 신청할지 말지 고민중이라 내용을 봐야 결정하겠다 싶더랍니다. 그리하여 어제부터 시작해 내리 읽어내렸습니다. 아... 이러면 안되는데.... (먼산)

 

 

『도마뱀의 관』은 좀비 아포칼립스 소설들이 그러하듯 SF입니다.

 

리온 메이는 어느 날 아침 눈에서 깼을 때, 상황이 이상하다는 것을 깨닫습니다. 시장통에 있어 시끄러워야 하는 곳이, 이상하게 조용합니다. 아무런 소리가 나지 않아요. 핸드폰도 지난 밤 12시 이후에는 갱신되는 정보가 없어 먹통입니다. 그리하여 10년 전 모델인 구형 노트북을 켜서 접속하니, 재해 대책 프로그램이라는 이비가 가동됩니다. 이비는 인공지능형 프로그램으로, 핸드폰까지도 옮겨서 재해 관련한 이런 저런 정보들을 제공합니다. 그리고 그 이비가 제공한 정보는 이렇습니다. 연구소에서 바이러스가 퍼지면서 사람들이 죽었다가 괴물로 다시 태어났다고요. 얼마 지나지 않아 괴물과 생존자의 모습은 곧 확인할 수 있습니다. 일단은 수도로 가야한다는 안내에 따라, 리온은 이비와 함께 수도로 향합니다.

 

이 소설은 리온이 괴물들을 뚫고 수도까지 향하는 로드무비와도 같습니다. 그 사이에 여러 생존자들을 만나고 괴물들을 만나고, 또 갈가마귀-레이븐이라는 이름의 남자도 만납니다. 레이븐은 종종 리온과 같이 행동하여 수도로 향하지만 자주 볼 수 있는 인물은 아닙니다. 이런 저런 문제들과 함께, 리온은 험난한 상황을 헤쳐갑니다. 평범한 대학생이 헤쳐나가기에는 무척 어려운 상황입니다. 특히 괴물들이 진화하면서 난관이 닥칩니다.

 

 

본편 자체는 2권에서 끝납니다. 2권 중반부터 3권까지는 전체가 다 외전입니다. 아니, 외전도 매우 중요한 소설이라니까요. 위화감은 초반부터 매우 열심히 일하지만, 그게 아니더라도 수도로 향하는 리온을 응원하게 됩니다. 그리고 모든 상황이 낱낱이 드러난 다음엔? 더더욱 응원하게 됩니다. 수도에 가는 건 매우 중요합니다. 사정을 알고 나면 더더욱 중요합니다. 그리고 사건이 해결된 뒤에도 리온은 PTSD에서 쉽게 빠져나오지 못합니다.

 

 

이하는 내용 폭로라 접어두고요.

...더보기

뭔가 앞 뒤가 안 맞다는 건 계속 나옵니다. 자신이 어떤 존재인지에 대한 기억이 적고, 그마저도 안 맞는 일이 많습니다. 리온이 뭔가에 계속 휩쓸린다는 점, 그리고 귀가 얇은 존재라는 점 또한 힌트 중 하나입니다. 그래요. 꿈 속에서는 앞 뒤 안 맞는 이야기도 많고, 현실의 나와 다른 이야기가 흘러도 그러려니 생각하고 넘어가게 되지요. 그게 귀가 얇은 모습으로 나옵니다.

네. 꿈입니다. 이 모든 것은 꿈입니다. 하지만 왜 리온이 이렇게 쫓기고 있는 꿈을 꾸는가는 꿈 속에서 등장한 여러 힌트를 통해 나옵니다. 이비의 존재와 레이븐의 존재는 조력자 그 이상입니다. 특히 레이븐이 등장할 때의 위화감은 상당합니다. 힘없는 대학생 청년을 경험 많은 군인이 지켜준다는 건, 할리킹이나 가이드버스에서도 자주 등장하는 이야기입니다. 그리고 그 자체도 반전으로 작용합니다. 꿈 속의 리온 메이가 아니라, 원래의 리온이 전면으로 부상하는 순간, 꿈은 깨지고 상황은 반전됩니다.

 

왜 그런 꿈을 꾸었는지-"므서운 쿠믈 쿠얻쿤하"-는 레이븐이 설명합니다. 레이븐만 있나요, 악당도 등장하지요.

이 소설 속의 악당은 매우 이상적인 악당입니다. 나름의 불운한 사정이 있는 인물이 아니라, 그 불운한 사정마저도 본인이 스스로 만들어낸 Born To Evil 스타일입니다. 악마의 자식, 오멘이냐고요? 그것과는 좀 다릅니다. 안 좋은 성격과 안 좋은 능력과 과대포장과 과대망상을 한몸에 지닌 멋진 악당입니다. 미워할 수 있어서 더더욱 좋고요. BL소설에서 이런 악당들은 종종 주인공에게 집착하거나 성적으로 학대하고 괴롭히는 모습도 보이는데, 전혀 그런 건 없습니다. 리온을 그쪽으로 괴롭히는 인물은 약혼자뿐입니다. 아니, 정말로요.

 

 

앞서 아포칼립스는 SF라는 이야기를 꺼냈지만, 이 소설은 여러 모로 SF의 모습을 많이 보입니다. 특히 판타지와 근미래를 섞은 모양이 그러합니다. 그건 기술의 발전뿐만 아니라 사회의 발전상 또한 그렇습니다. 직업, 직종, 신분에 있어 성차별은 없고, 신분차별도 거의 없습니다. 귀족이 있기는 하나, 그보다는 법이 앞섭니다. 귀족들은 혈통 중심이 아니라 능력 중심, 능력개발중심입니다. 남성도 임신이 가능하며, 이는 오메가버스 세계관이 아니라 과학기술과 의학기술의 발전을 통한 또 하나의 선택입니다. 그러한 설정들이 자연스레 녹아 있는 것이 또 매력적입니다.

 

최근에 로맨스소설 읽으면서 분노 폭발의 상태가 되었더랬지요. 왜 여성들이 능력을 펼치지 못하는 세계관이 디폴트 세계관처럼 퍼져 있는가 싶어서요. 오히려 BL의 세계관이 더 미래지향적입니다. .. 하기야 로맨스도 판타지로맨스를 찾아봐서 그런가요. 근미래쪽은 안봐서 그런가.=ㅁ= 하여간 BL을 더 붙잡고 있는 것도 그 때문입니다.

 

2RE. 『도마뱀의 관 1-3』. 피아체, 2018, 1권 3800원, 2권 3400원, 3권 2800원.

 

그리고 사양확인한 뒤, 고이 구입을 결정합니다. 최근에 소장본 덜 사서 통장이 행복했는데, 다시 손대면....T-T

『트와일라잇 살인자들』은 시사IN에 연재되었던 칼럼을 보강해 엮은 책입니다. 광고 보았을 때부터 관심이 있었고, 그래서 점 찍어 놓았다가 읽기 시작했는데, 어제 저녁 베갯머리 책으로 읽고 나서는 기분이 확 가라앉더랍니다. 따라서 이 책을 읽을 때는 주의가 필요합니다. 노약자에게는 권하지 않으며, 피해자들에 대한 감정이입이 심하다면 더더욱 권하지 않습니다. 가능하면 반짝반짝한 정신상태에서 보실 것을 추천하며, 우울하거나 기분이 가라앉을 때는 추천하지 않습니다. 제게 독서 후 충격이 컸던 큰 이유는 아마도 화성 연쇄살인사건의 범인 관련 기사를 최근 자주 접했기 때문이 아닐까 추측합니다. 화성 사건이 하도 오래전 일이라, 땔감위키에서 관련 글을 읽고는 정신에 살짝 금이 가 있던 상태에, 그처럼 이상한 사람들이 저지른 이상한 사건들을 보았더니 무리했나봅니다. 하하하하하하. 읽고 나서 탈력감이 드는 책은 오랜만이었습니다.

 

 

이 책에서 소개하는 여러 사건들은 영국에서 일어난 사건들입니다. 판결에 문제가 있었던 사건, 사회의 변화를 가져온 사건, 연쇄살인사건 같이 사회적 파장을 불러 일으킨 사건, 사회적 약자를 겨냥한 혐오살인사건까지 종류도 매우 다양합니다. 표제인 트와일라잇 살인자들은 영국에서 실제 일어난 살인사건의 가해자를 가리킵니다. 피해자들을 잔혹하게 살해하고 그 뒤에 그 집에서 영화 트와일라잇 시리즈를 보고 있었다는 범죄자들이요. 이 내용이야 책 뒷면에도 소개되었고 온라인서점의 책 소개에도 나와 있어서 익숙했지만, 실제 내용을 읽으니 원. 하하하하하하하. 멘탈이 가루가 된 이유는 그 범죄 사건 역할이 제일 컸을 겁니다. 하하하하하하하.

 

 

그러고 보니 여기 등장했던 혐오살인사건 중에는 모 소설에서 차용한 것이 아닌가 싶은 것도 있었고요? 물론 제가 읽었던 소설은 빅토리아시대를 배경으로 하는 것이라 책에 소개된 사건보다는 훠얼씬 뒤이지만, 왠지 닮았습니다. 가만있자, 그 소설을 어디서 읽었더나. 엘리스 피터스 헌정 소설집에서 본 것 같은데 말입니다.

 

 

아무래도 시사IN에 연재하면서, 그 때 그 때의 여러 사회적 상황에 맞는 이야기를 소개했던 모양이라 읽으면서 한국에서의 여러 사건들이 겹쳐집니다. 그래서 더 이 책의 피해자들과 희생자들에게 감정을 이입했을 것이고요. 안타깝게 죽어간 아이들이나, 경찰의 외면에서 사망한 사회적 약자들의 모습이 영국에서만 보이는 건 아닙니다. 그래서 더더욱, 한국은 그렇지 않은가 돌아보게 되더군요. 여성이라서, 소수자라서, 피부색이 달라서, 혹은 남성이라서. 읽으면서 저도 가해자와 피해자의 자리에 편견을 갖고 사람을 집어 넣게 되더군요. 특정 에피소드를 읽으면서는 특히 성역할과 피부색에 대한 고정관념이 있음을 반성했습니다.

 

 

읽는데 심력을 소모하지만 재미있습니다. 남의 나라 일이지만 남의 나라 일만은 아닙니다. 꼭 읽어보세요.

 

김세정. 『트와일라잇 살인자들』. 시사인북, 2019, 14000원.

 

... 어, 스포일러일까요. 하지만 제목부터가 『죽음을 선택한 남자』이고, 그 뒤의 설명은 감상보다는 슬쩍 사감을 집어 넣었으니까요. 제가 적은 저 감상 제목을 100% 신뢰하면 수수께끼는 안 풀립니다.

 

 

말은 그렇게 해도, 이 소설도 읽다가 결말부분부터 확인하고 도로 앞으로 돌아가 내용을 확인했습니다. 시리즈 2편의 감상 적으면서 맨 마지막의 결말을 좋아한다 했지만 이번 편은 읽으면서, 시리즈 2권을 읽으면서 느꼈던 희미한 위화감을 밝혔다고 답하겠습니다. 그래요, 이 소설은 추리소설이지만 그 구조적 특징은 서부개척시대배경소설과 닮아 있습니다.

 

그러니까 아예 웨스턴소설이라 적어보지요. 미국의 서부개척시대를 배경으로 한 웨스턴소설은 여러모로 하드보일드와 닮았습니다. 백인남성이 주인공인 웨스턴소설은 어떤 면에서는 무협과도 닮았습니다. 웨스턴소설과 또 닮은 소설을 들라면 이언 플레밍의 007시리즈가 있네요. 007시리즈는 국가정보원에 해당하는 영국모기관에 소속된, 살인면허를 가진 에이전트가 지령을 받고 잠입해서 사건을 해결하는 내용입니다. 그 속에는 본드걸이라 불리는 여성이 등장하며, 이 여성은 보조적 역할을 맡고 007의 업무 수행을 돕습니다. 그리고 그 상황에서 러브라인이 싹트지요.

웨스턴소설은 러브라인이 있건 없건, 일단 떠돌이 보안관 혹은 그 유사한 총잡이가 고인물마을™에 들어가 깨끗하게 청소하고 떠나는 형태를 취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하드보일드와도 닮았지만, 대체적으로 추리소설의 하드보일드는 밑바닥계층의 가진 것 없는 이가 약자를 도우면서 또 외로운 늑대처럼 홀로 살아가는 이야기를 담습니다. 그러니 007시리즈와 웨스턴소설과 하드보일드는 약간씩 차이가 있습니다.

 

『죽음을 선택한 남자』는 이 셋 중 어디에 들어갈까요. 굳이 따지자면 무협? 앞에서는 언급하지 않았지만 문득 그런 생각도 들더랍니다. 아무래도 여러 사람들과 묘한 분위기(썸)를 풍기면서도 예전에 떠나보낸 가족을 떠올리며 홀로 울부짖는 늑대라 그럴 겁니다. 사건에 휘말리고 해결한다는 점에서는 하드보일드에 가깝지만, 기관에 소속되었다는 점에서는 007이며, 사건이 해결되면 또 거기서 떠난다는 점은 웨스턴소설과 닮았습니다. 아. 완전히 떠나지는 않습니다. 첫 번째 이야기에서는 소속되고, 두 번째 이야기에서는 능력을 증명하고 친구를 만들며, 세 번째 이야기에서는 정규직이 되니까요. 예. 드디어 정규직이 됩니다.

 

이번 이야기는 에이머스 데커가 목격자입니다. 데커는 회의를 위해 FBI 건물로 걸어가다가 우연히 사살 및 자살 사건을 목격합니다. 그리고 그 특유의 능력을 이용해 이번 사건을 조사하기 시작합니다. 다만, 가해자와 피해자가 매우 명백한 이 사건에서 중요한 것은 whydonit이었습니다. 왜 이걸 했지? 왜 그랬지? 가해자는 왜 피해자를 죽였지? 왜 그렇게 죽였지?라는. 그 부분은 많은 부분에서 007의 이야기를 따랐으며, 또 CSI에도 빚을 졌습니다. 대체적으로 남성의 비중이 높고, 여성 주요인물이 적은 이 소설 속에서 매우 중요한 인물이 하나 등장하기도 합니다. 그리고 그 사람이 등장한 부분은 .... (하략)

 

재미있냐고 물으신다면 네라고 대답할 겁니다. 아마 젊은 사람보다는 조금 나이 있는 사람들에게 다가오는 설정들이 아닐까 싶네요. 007을 언급하는 것도 같은 맥락입니다.

그리고 또 하나. 이번 책을 읽으면서 느꼈던 위화감은 에이머스 데커의 존재 자체에서 기인합니다. 그러니까, 주인공에게 능력을 몰아줍니다. 몰빵. 주인공이라지만 너무 과하게, 에이머스를 중심으로 모든 이야기가 전개됩니다. NCIS보다도 더하군요. 각각의 역할이 있기는 하나, 에이머스를 중심으로 과도하게 맴돌다보니, 능력이나 지위가 부족한 에이머스가, 다른 이들까지 멱살잡고 끌고 나가는 듯한 느낌도 받습니다. 편하게 말하면 작위적입니다. 에이머스가 아니면 사건 해결의 진행이 안될 것 같습니다. 에이머스는 사건의 중추신경이고 뇌입니다. 다른 이들은 손과 발이며, 아니면 심장쯤? 물론 심장도 중요하긴 하지만 모든 해결책은 에이머스에서 시작된다는 느낌마저 받습니다.

 

위화감이 그래서 느껴질지언정, 나름 재미있는 이야기입니다. NCIS나 CSI를 좋아하신다면, 추천합니다. 과연 다음편에서 에이머스의 복장 규정은 어떻게 될 것인가! =ㅁ=

 

 

 

 

데이비드 발다치. 『죽음을 선택한 남자』, 이한이 옮김. 북로드, 2018, 14800원.

 

 

 

발단은 저 댓글이었습니다. 댓글이 달린 『당신의 눈동자에 건배를』 독서기는 2018년에 올린 것이니, 예전 글에 달린 댓글이었지요.

 

https://esendial.tistory.com/7748#comment13216458

 

당신의 눈동자에 건배를: 읽고나니 불편하더라

읽고 나니 불편하더라. 어디가? 속이. 로맨스판타지로 조아라에서 연재되었다가 연재처를 옮겼습니다. 구매를 꺼리는 출판사에서 나온 터라 한참 고민하다가 구입했는데, 박스세트의 완성도 문제가 걸리더군요. 권..

esendial.tistory.com

 

뭐, 사람마다 감상은 다르지만 댓글을 받고 나니 곰곰히 생각하게 되더랍니다.

 

1. 주변사람들이 불편하겠다-

그건 그렇습니다. 종종 다른 곳에서 입을 열면 성평등이니 성인지감수성이니 이야기를 꺼내는 통에, 분위기를 가라앉게 만드는 일도 종종 있고요. 올 초에는 좀 심했는데, 요즘은 괜찮습니다. 어느 정도 글로 토로하고 나니 지금은 그러려니 하고 넘어갑니다. 물론 넘어간 다음에, 뒤에서는 불을 뿜지요. 사회생활이란 게 다 그렇습니다. 그러니까 언제였더라, 모처의 모임에서 전 충남지사의 고소 건이 이야기 나왔을 때의 일입니다. 아직 1심 들어가기도 전의 일이었지요. 그 때 사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물었다가 돌아온 반응을 듣고는 찬물을 뒤집어 쓴 것 같더랬습니다. 정말로....

자세한 이야기는 할 수 없지만 하여간 그랬습니다. 아마도 성별보다는 나이의 문제가 아닐까 싶네요. 그런 일을 겪고 나면 대나무숲을 찾거나 블로그나 일기장에 토로합니다. 이 더러운 세상! 이라면서요.

 

 

2.이해할 수 없다

이해할 수 없는 부분이 한남과 성인지 감수성인지, 아니면 BL을 즐겨보는 것인지 모르겠네요. 양쪽 모두 해당될 수도 있고요.

 

 

3.페미니즘에 과몰입한 사람들은 동성애물 즐겨본다. 레즈보다는 BL로.

일단 백합이 아니라 레즈로 표현하신 걸 보면 서브컬쳐를 향유하는 분은 아닌가 합니다.

제 주변의 상황이니 일반화는 무리입니다. 다만, 제 주변에도 대체적으로 책을 많이 읽는 사람들이 페미니즘에 과몰입™합니다. 래디컬까지는 아닐지 몰라도 일단 페미니즘에 동조하고 페미니스트라고 자칭하는 사람들은 대체적으로 그렇습니다. 이는 복합적인 이유로 보입니다.

 

-사람보다 책이 좋다, 사교성이 낮다, 그래서 책에 더 몰입한다 : 흔히 말하는 오타쿠나 특정 매니아층의 문제

-책을 많이 읽고 다양한 지식을 접하다보니 페미니즘에도 관심을 갖고 있다 : 문학소녀로서의 이미지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의 문제일지도 모릅니다. 하여간 독서 혹은 지식, 교양과 페미니즘은 밀접한 관련이 있습니다. 몇 번 이야기한 적 있지만 페미니즘의 근간은 약자에 대한 보호, 소수자의 보호, 소수자 인권의 존중 등 인권문제의 인식과 함께 합니다. 인간 취급을 받지 못했던 여성들에게 권리를 부여하자는 운동이 페미니즘, 여성운동의 시작이었지요. 그게 다른 소수자들과 함께 한다고 해도 이상하지는 않습니다. 물론 사람마다 다르지만, 페미니즘의 근간은 인권존중이고, 차별철폐이며 소수자와 약자의 보호입니다. 과격하게 움직일 때는 다른 소수자보다 여성이 우선이다라고 주장하기도 하는 경우도 생깁니다. 저야 안 과격하고 보수적인 쪽에 속합니다만.

(잠시 다른 이야기 하자면, 저는 굉장히 보수적인 인간입니다. 혁명이나 개혁보다는 끊임없이 수정하는 쪽을 선호합니다. 급격한 변화보다는 천천히 나아가는 쪽이 좋습니다. ... 만 차별금지법의 제정, 동성결혼 찬성이라 또 미묘.)

 

하여간 페미니즘에 동의하는 사람들은 대체적으로 소수자의 인권도 생각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호모포비아처럼 동성애자를 부정하지 않고, 그냥 인간이 그럴 수도 있지 뭐~라고 이해하고 받아 들입니다. 아니, 받아 들인다는 것도 어폐가 있네요. 그냥 그 또한 인간의 또 다른 모습이라 생각하는 것일지도요. 그 때문에 BL이든 GL이든 뭐든, 거부감을 갖지 않습니다.

 

애초에, 책을 많이 읽다보면 결국에 BL까지 갈 수밖에 없습니다. 그 바닥이 그 바닥이라, 대체적으로 연결되어 있으니까요.

 

다만 GL보다는 BL을 즐겨본다는 지적은 조금 더 생각해볼 부분이 있습니다. 여성들은 GL보다 BL을 더 많이 볼겁니다. 아마도. 그래서 관련 연구들도 여럿 있지요. BL과 여성 포르노를 연결짓는 이야기라든지 말입니다. GL보다는 BL이 더 여성들에게 향유되는 것은 GL보다는 BL에 더 거리감을 둘 수 있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로맨스도 대체적으로 거리를 두고 봅니다. 저는 그 때문에 현대 배경의 로맨스보다는 판타지 로맨스를 더 즐겨봅니다. 역사는 상대적으로 덜 보는게, 역사는 어떻게 흘러갈지 알고 있기 때문에 그 커플의 관계가 어떻게 흘러갈지도 대체적으로 짐작합니다. 행복하다면 상관없지만, 역사에 휘말려 같이 휩쓸려갈 인물들이라면 마음 편히 보기는 어렵지요. 판타지는 말 그대로 환상이고 또 상상이기 때문에 행복한 결말이 될 것을 상정하고 봅니다. 고생해도 볕들날이 있을 것이라고요. GL은 조금 다릅니다. 동성이기 때문에 저도 모르게 어느 한 쪽에 감정을 이입하게 되는 겁니다. GL이 아니라 브로맨스 대신 걸로맨스를 풍기는 조금더 끈적한 여성 연대라면 문제 없이 봅니다. 끈끈한 여성 연대를 보여주는 작품이 싫을리 있나요. 거꾸로 감정이입하여 신나게 볼 겁니다. 뭐, 박찬욱의 『아가씨』도 그랬지요. 여성 연대에서 더 끈끈하게 넘어가는 GL.

BL은 상대적으로 남의 일이라 편하게 볼 수 있습니다. 그래서 BL소설에서 등장하는 학대나 피폐한 정황 등은 여성이 아닌 남성이기에 겪게 되는 것이 아닐까 생각할 때도 있습니다. 여성이 들어가면 비난받을 내용임에도, 남성이 들어가면 조금 달라지니까요. 그리고 비슷해 보여도 여성과 남성이 완전히 등치되지 않는 BL소설이 많습니다. 그러니까 수에 해당하는 인물의 성별을 여성으로 바꿔도 성립하는가의 문제 말입니다. 지금 한창 읽고 있는 『딥 골드 × 핫 밀크』도 그렇습니다. 벤 노버는 슬램에 이웃한 도시 변두리에 삽니다. 치안도 별로 좋지 않은 곳이지요. 하지만 만약 벤이 여성이었다면 절대로 그런 곳에 집을 잡지는 않을 겁니다. 저축을 거의 못하는 상황이 되더라도 조금 더 치안이 괜찮은 곳으로 갈 겁니다. 그리고, 대체적으로 로맨스가 그러하듯, 수는 약간 수동적인 모습을 보이지만, 성별을 여성으로 바꿀 때는 거기에 당찬 모습을 보이는, 속성이 조금 더 들어갑니다. 가난한 여성에게는 좀 억척스러운 모습도 들어가더군요. 그렇지 않으면 살아남기 어렵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전문적인 연구자가 아니기 때문에 로맨스와 BL, GL 등 성별에 따른 캐릭터 분석은 아직 어렵습니다. 다만, 페미니즘을 공유하는 이들은 많은 이들이 여성이고, 그렇기 때문에 남성주인공보다는 여성주인공에 강하게 이입한다고 봅니다. GL보다 BL을 더 많이 보는 것은 그 때문이고, 또한 남성들이 고생하는 서사를 보면서 카타르시스를 느끼는 것도 그런 맥락이라 생각하고요. 이러한 연구가 더 많이 이뤄졌으면 하는 생각이 드네요.'ㅅ'

 

 

『요리의 신』 덕분에 조아라 프리미엄 소설도 하나씩 격파(?)하게 된 것은 좋은데, 댓글과 분위기 다른 소설도 있더군요. 끈적끈적 질척질척한 것 없이 좋다고 하여 읽었다가 이 소설 뭐냐는 소리만 반복했습니다. 아마도 무료 분량까지는 읽겠지만 그 이상은 안 보겠네요.

 

판타지든 아니든 이 소설도 남성향이다 싶은 것이, 대체적으로 이런 소설은 무협처럼 여러 장애물을 각개격파하며 나아갑니다. 주인공은 여러 기연을 얻어 힘 혹은 능력을 펼치고, 그 와중에 젊고 어린 여성이나 나이 좀 있지만 육감적인 여성이 주인공에게 홀랑 빠지는 건 당연합니다. 그리고 이런 소설들은 대부분 주인공이 남성입니다. 주요 조연이 여성인 경우는 있지만, 이런 종류의 배우/연기계 소설들은 그 주요 조연도 매니저 남자와 메이크업/코디 여자로 나뉩니다. 직업에 따른 고정 성별이 등장하더군요. 이걸 깨부수는 일은 드뭅니다.

덧붙이자면 오늘 읽은 소설은 악역도, 그 다음 악역도 여성이며, 그 다음에 등장한 악역은 겉멋든 아이돌 남성입니다. 미묘하게 걸리네요. 마치 '너희들이 좋아하는 아이돌은 이런 성격 괴발개발 같은 인물이란다'라고 말하는 걸까, 하고 말입니다.

 

적당히 읽고, 원래 읽던 소설로 돌아가야겠습니다. 전자책 사놓은 건 마저 봐야죠.

 

 

마지막한자. 『1000만 전생배우』

http://www.joara.com/premium_new/book_view.html?book_code=1394410&sortno=14&book_dcode=13410096

삶은 달걀™은 좋아하지 않습니다. 더 정확히 표현하자면, 삶은 달걀은 좋아하지만 추리소설 장르인 하드보일드, 삶은 달걀™은 좋아하지 않습니다. 하드보일드는 강퍅한 남성이 도시의 외로운 한 마리 늑대가 되어 그 밑바닥을 훑고 다니는 이야기라 그렇습니다. 많은 경우 하드보일드에는 여성이 등장하지 않으며, 등장하더라도 밑바닥 인생으로 나올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리고 이 외늑대 혹은 차도남은 나쁜 남자입니다. 그러니까 제가 매우 싫어하는 K모국의 K모 감독의 영화에 나오는 그런 남자일 가능성이 높다는 이야기입니다.

 

 

생태학 책을 보다보면, 그리고 늑대의 생태를 공부하다보면, 늑대도 사자들처럼 암컷 중심의 무리 사회임을 알 수 있습니다. 그러니 도시의 외로운 한 마리 (수컷) 늑대는 하드보일드에서 추구하는 남성의 이미지와는 다를지도 모릅니다. 도시의 주류 사회에서 떨어져 나와 무리에 속하지 못하고 혼자서 거닐다보면 쉽게 도태되고 죽기 마련이니까요. 뭐, 인간은 야생 늑대와는 다르니 어느 정도 살아남기는 하는 모양입니다.

 

 

음주 포스팅도 아닌데 잠시 헛소리를 주절거렸군요. 오랜만에 하드보일드 느낌의 미국추리소설을 읽어 그럴 겁니다. 이런 소설은 아주 오랜만에 읽습니다. 최근의 독서는 거의 전자책이고, 종이책을 읽더라도 대부분 일본소설이었습니다. 그렇다보니 미국소설은 굉장히 오랜만입니다. 그것도 읽고 나서 하드보일드 느낌이다 싶은 것은 더더욱 그렇습니다.

굳이 따지자면 하드보일드일 수도 있고, 아니면 패트리샤 시리즈나 니암 링컨 시리즈와도 닮았습니다. 이 소설을 아마도 하드보일드라고 모호하게 언급한 것은, 동료가 있지만 그래도 고독하며 아직도 혼자인 것처럼 보이는 주인공 때문입니다.

 

『괴물이라 불린 남자』는 시리즈의 두 번째입니다. 첫 번째는 『모든 것을 기억하는 남자』이고, 세 번째는 『죽음을 택한 남자』입니다. 『모든 것을 기억하는 남자』는 결말부분의 약 10%를 확인했고, 『괴물이라 불린 남자』는 전체를 다 보았습니다. 『모든 것을 기억하는 남자』는 에이머스 데커가 자신의 문제를 딛고 일어서는 이야기를 담았고, 두 번째 편인 『괴물이라 불린 남자』는 에이머스 데커가 본격적으로 사건에 뛰어드는 이야기를 담았습니다. 세 번째 이야기는 아직 못 읽었지만 이것도 꽤 기대중입니다.

책 뒷면의 줄거리만 보면 그리 취향은 아닐 것 같은데, 왜 손이 갔는지는 저도 모릅니다. 『괴물이라 불린 남자』의 결말 부분을 확인하고는 조금 흥미가 생긴 상태에서, 『모든 것을 기억하는 남자』의 결말 부를 읽고, 그게 굉장히 마음에 들어서 본격적으로 읽기 시작했거든요. 아니, 개인적인 취향 문제이기도 했지만 정말로, 『괴물이라 불린 남자』의 결말부는 제 취향의 스트라이크존에 들어갑니다. 정확히 맞았어요.

 

결말을 알고 봄에도 이야기를 읽는데는 전혀 지장이 없습니다. 읽은 결말 부분은 데커 말고, 이 소설의 또 다른 주인공인 멜빈 마스가 정상적인 삶을 찾기 위해 새로운 출발을 하며 데커와의 끈끈한 우정을 남기고 떠나는 장면입니다. 혹시 모르니 이 부분은 슬쩍 가려 놓지만, 알고 보더라도 큰 문제는 없습니다. 책 뒷면의 줄거리를 보아도, 에이머스 데커와 비슷한 상황이 멜빈 마스가 어찌 될 것인지는 대강 짐작할 수 있으니까요. 그리고 이 소설 역시 그러한 기대를 크게 배신하지 않습니다.

물론 배신 당하지 않은 건 아닙니다. 소설 내에서 뒤통수는 세 번쯤 맞았나봅니다. 반전의 반전이라기보다는 사건을 풀어나가는 과정에서 일어난 여러 일들이지만, 그게 전개를 심각하게 해치지는 않습니다. 오히려 전개를 해치는 부분은 주인공인 에이머스 데커 자신입니다. 이번 소설을 읽으며 생각했지만, 대체적으로 데커는 만능입니다. 소설의 전개와 실마리는 모두 데커가 끌고 나가며, 데커는 구글신을 포함한 각종 자료들을 읽고 파악하고 분석하여 진상에 접근합니다. 고전부 시리즈의 사토시가 자신은 데이터베이스에 지나지 않는다고 말한 적 있지만, 데커는 데이터베이스이며 그걸 분석하는 오레키 호타로적 능력도 지녔습니다. 아니, 고전부 시리즈의 팬이라서 읽겠다는 사람이 있다면 일단 말리겠습니다. 이건 일상 추리가 아니라 미국식 범죄수사물입니다. 그것도 FBI 계통의 스릴러, 경찰소설, 탐정소설이요. 첫 번째 이야기인 『모든 것을 기억하는 남자』는 여는 장면 때문에 더 읽는 것을 포기했지만, 그리고 결말의 모습을 보고서 다음 권은 읽겠다고 생각했지만, 일본의 잔잔한 추리소설하고는 매우 거리가 있습니다. CSI나 NCIS보다는 덜 잔혹하지만 그래도 미국적인 추리 요소가 많습니다. 읽다보면 그렇게 생각하게 되더군요. 거기에 동료들과는 아직 적당한 거리를 유지하고, 어떻게든 살아 나가기 위해 애쓰는 데커가 안쓰럽기도 합니다. 완벽한 인물이 아니라 애초에 바닥까지 떨어졌던 사람이고, 어떻게든 일어서서 걸어 나오다가, 자기와 비슷한 상황에 처한 이의 사연을 듣고 움직입니다. 시리즈의 두 번째 이야기, 그리고 전개에 해당하는 이야기로는 매우 적절했네요.

 

결말부가 취향 직격이라는 건 그래서이기도 합니다. 마지막까지 약자와 뒤에 남은 자에게 손을 내미는 듯한 그 모습이 좋았거든요. 그리고 끈끈한 우정이란.... 그래요. 읽고 나면 판도라 상자 맨 바닥에 남은 희망을 엿본 것 같은 그런 기분이 듭니다.

 

오랜만에 집어든 미국추리소설이 입맛에 맞아 다행입니다. 이제 다른 책들도 더 읽을 수 있겠어요.

 

 

 

 

 

 

 

 

데이비드 발다치. 『괴물이라 불린 남자』, 김지선 옮김. 북로드, 2017.

 

서점 목록 확인하고는 깨달았습니다. 이거 네 번째 이야기가 올 7월에 나왔습니다. 내용을 보고 궁금한 김에 앞 시리즈 검색하면서 알게되었나보네요.'ㅂ'

웹소설 관련 논문이 급 궁금해졌던 터라, 관련 논문을 찾아서 출력해 놓고는 까맣게 잊었습니다. 엊그제 책상 정리하다가 발견해서는 그 중 손에 잡히는대로, 재미있는 것을 골라 몇 읽어보았습니다.

 

 

안상원(2017). 웹소설 유료화에 따른 플랫폼과 서사의 변화 양상 연구. 『한국문예창작』, 16(3). p.9-33.
이용준, 최연(2017). 외국 웹소설의 현황과 특성을 통해 본 국내 웹소설 발전의 시사점. 『한국출판학연구』, 43(3). p.113-143.
한혜원, 정은혜(2015). 한국 웹 기반 여성소설에 나타난 서사적 특성 연구. 『한국문예창작』, 14(2). p.81-105.
김경애(2015). 로맨스 웹소설의 구조와 이념 연구. 『현대문학이론연구』, (62). p.63-94.

 

이렇게 네 편입니다. 아마도 로맨스소설이나 웹소설, 검색하다가 걸린 자료인가봅니다. 예전에 찾아놓고는 까맣게 잊고 있었거든요.

 

하여간 이 중 제일 폭소하면서 보았던 것이 세 번째 논문입니다. 한혜원, 정은혜의 2015년 연구요. 처음에는 한국 웹 기반 여성소설이라는 말에 여성소설에 중점을 두고 보았지만, 아닙니다. 이 연구는 마유동과 야밤동, 이레동을 아울러서 여초 커뮤니티라는 '여성 중심의 가상 공동체'에서 생산된 '여성소설'의 서사를 분석한 이야기입니다. 논문에 마유동과 템프동의 게시판 자료까지 소개되어 있거든요. 분석 대상에 피모뿐만 아니라 단요한도 있습니다. 나머지 작가들은, 제가 잘 모르는 작가라 패스. 어쨌건 설화, 그러니까 동양판타지계통의 소설 서사를 중심으로 분석했습니다.

 

안상원(2017)의 논문도 읽다가 폭소했습니다. BL소설과 GL소설의 유입을 언급하면서, 주석으로

성인동을 중심으로 활동하였던 작가들(피모, 텐시엘, 장량, 진양, 달군, 비원, 새벽바람, 이젠, 비담 등)이 이전에 출판했던 작품과 신작을 출판 혹은 재연재하고 있으며, 스마트폰 기반 유료연재 플랫폼이 일상화되면서 새로운 작가군도 등장하였다(해위, 봄봄치, 르교, 장바누, 밤바담 등)

이라는 내용이 붙었습니다.(먼산) 주석 확인하고는 눈을 의심했습니다. 그리고 아예 이 논문에서 언급하는 것이 조아라의 파탄난 프로젝트인 '개과천선 프로젝트'와 레진의 웹소설 서비스 일방 종료입니다. 전자의 주석으로는 마술사D의 『크리스탈 로드』 와 관련된 표절건도 소개됩니다. 그러니까 수잔 그리핀 作 『매혹의 여인들』 내용을 그대로 갖다 적었다는 표절 이야기를 간략하게 설명하는군요. 레진 건은 아무래도 기사로 제대로 나온 내용이 없긴 하지만 그래도 대체적으로 작가 착취의 관점에서 내용을 설명합니다. 오오오오. 대단해!

 

그 뒤의 왕딸 표절 건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이야기가 없으니, 그건 이후에 등장했나보다 싶긴 하군요. 읽다보면 로맨스소설이나 판타지소설의 계보를 적어가며, 각각의 클리셰가 언제쯤 등장하는지 연구가 필요하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렇지 않으면 최근의 표절 의혹 등에서도 나타나듯, 얼개를 빌려와 놓고는 표절이 아니라 클리셰라고 주장하는 일도 나올 수 있으니까요. 그걸 명확히 밝히기 위해서는 더더욱 필요하겠지요.

 

전자책 구입권 수는 많지 않았지만 그나마도 다 읽은 것이 몇 종 안됩니다. 왜 인가 곰곰히 생각해봤는데, 『요리의 신』 재독에 들어간데다 최근에 조아라 프리미엄에 손대서 전자책을 상대적으로 덜 봤습니다. 『요리의 신』은 7월 30일에 봤으니, 사실상 8월 중 독서기에 포함되어도 틀리진 않습니다. 재독 후에 감상 올릴 예정이었지만 이것도 조아라 프리미엄 때문에 .. 하하하하. 『헌터 세계의 정원사』 좀 읽다가, 지금은 『배우, 회귀하다』를 본편 다 결제해서 보고 있습니다.

 

 

양효진, 정연주. 『꽃사슴인 줄 알았더니』. 가하디엘, 2019, 1500원.

판타지, 로맨스, 동양판타지.

동양판타지에 가까운 이야기고, 공저 작품이라 가릴 것 없이 일단 장바구니에 넣었습니다. 계략남주가 주인공인 모양입니다. 아껴 본다며 아직 손 못댔습니다.

 


러브트릭. 『로웰의 결혼식 외전』. 문라이트북스, 2019, 700원.

BL, 판타지, 오메가버스.

본편만 먼저 나왔고, 외전은 별도로 나왔습니다. 역시나 달달한 이야기가 가득합니다. 첫 아이들이 쌍둥이였던 만큼 육아도 만만치 않지요. ...라고 적고 보니. 여성 모체에서 태어난 남자쌍둥이가 오메가였는데, 그렇게 되면 이 쌍둥이들의 유전정보도 모계의 X염색체를 통해 발현하니 쌍둥이 낳을 확률이 높아지는 건가, 잠시 망상해봅니다. 애초에 형질도 유전을 따르니 성염색체와는 다른 곳에 형질 유전자가 있는 걸까요? =ㅁ=

그런 의미에서 오메가버스도 SF라는 모님 이야기에 동의합니다. 센티넬/가이드버스는 두말할 필요도 없고, 오메가버스도 SF지요.

 

 

별스러운. 『하이, 허니 1-3』. 비터애플, 2019, 각 3천원.

BL, 현대.

마약과 강간이 등장하기 때문에 해당 키워드를 질색하신다면 피하시는 것이 좋습니다. 다만 저는 괜찮게 보았습니다. 워낙 청리가 정신적으로나 육체적으로나 튼튼해서 괜찮다고 느낀 모양입니다.

고등학교 때 풋풋하지만 달콤한 사랑을 나눴던 청리와 리몬 두 사람은, 미국 국회의원인 리몬의 아버지가 개입하면서 불행하게 끝을 맺습니다. 한국인이었던 청리는 한국으로 돌아가고, 자신의 사랑뿐만 아니라 꿈 역시 완전히 짓밟힌 리몬은 꿈도 희망도 없는 나날을 이어가지요. 폭력과 마약과 알콜로 점철된 십 년을 보낸 뒤, 리몬의 아버지는 비서를 통해 청리에게 리몬의 상태를 알리도록 하고, 청리는 그 아버지가 바랐던 대로 리몬을 찾아옵니다.

이 이야기의 주인공은 청리보다는 리몬입니다. 물론 주 화자나 중심 인물은 청리가 맞지만, 주제에 가장 잘 어울리는 인물은 리몬이라고 봅니다. 청리는 자신이 다루는 나무들 같이 바르고 곧으며, 어린 그 시절에 연인의 손을 놓았던 일을 매우 후회합니다. 그리고 다시 손을 잡을 기회가 왔을 때는 진짜, 한 그루 나무처럼 옆에서 지켜봅니다. 약물중독에서 헤어나오는 것이 매우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리몬은 청리를 붙잡고 끝까지 버티고 살아 남습니다. ... 어쩌면 약물중독에서 청리중독으로 중독 대상이 바뀐 것 같다는 의심은 잠시 접어둡니다. 여러 곳에서 그런 징후가 보이지만, 훨씬 건강하니 그걸로 좋습니다.

 

전작은 하와이에 홀딱 반하게 만들지만, 이번은 핀란드입니다. 장소는 다르지만 『노르웨이의 나무』를 읽고 읽으면 훨씬 더 재미있게 볼 겁니다. 아, 무라카미 하루키 作 『노르웨이의 숲』(혹은 상실의 시대)이 아니라, 『노르웨이의 나무』라는 장작냄새나는 책이 있습니다. 무려 열린책들 책. 꼭 읽고 보세요. 둘다 재미있습니다.

 

하여간 더 구체적인 감상은 여력이 되면 쓰겠습니다.

 

 

 

두나래. 『XX 파트너 외전』. 고렘팩토리, 2019, 700원.

BL, 현대.

아껴본다고 하고는 아직 못 읽었습니다. 어흑. 밀렸다!

 

 

재겸. 『여왕 쎄시아의 반바지 1-5』. 비사이드, 2019, 각 3400원.

판타지, 로맨스, 의복.

『황후님의 바늘』과 비슷하게 의복 혁명을 다룹니다. 어디까지나 의복혁명이라는 소재만 닮은 것이고, 세부 내용은 전혀 다릅니다. 이 소설의 주인공은 평민출신 재봉사거든요.

망나니 왕이 죽고, 제국이 성립되어 여왕님이 왕위에 올랐습니다. 그렇지만 아직 여성들의 사회진출은 많지 않던 그 시대. 유리는 개선식을 보려다가 나무에서 떨어져 전생을 자각합니다. 패턴사로 일하다가 과로로 사망했다는 사실을요. 그리고 그 사실을 깨닫는 순간부터 매우 옷이 불편합니다. 패턴따위는 존재하지 않고 그냥 천을 잘라 얼기설기 이은 옷들은 불편하기도 하고 또 비싸기도 합니다. 아직 섬유들도 제대로 나오지 않았으니까요. 실력만 되면 직접 옷을 만들어 보겠는데, 불행하지만 이번 생에도 손재주가 망했습니다. 바느질이 영 안됩니다. 그러니 패턴을 아무리 잘 뽑는다 해도 제대로 옷을 만들기는 어렵지요. 그리하여 이웃도시 양장점에 취직하러 간다고 하고는 수도로 상경합니다.

길고 길었지만 하여간, 이 이야기는 평민출신이었던 유리가 패턴을 통해 서서히 의복 혁명을 일으키고, 급기야 의복을 통해 사회변혁까지 일으키는 이야기를 다룹니다. 편한 옷을 만드는 유리는 그걸로 떼돈을 벌고, 그리고 여왕 쎄시아의 명으로 편한 옷을 찾으러 온 에넌의 눈에 듭니다. 그리고 제국에 진출하고, 또 제국에 자리잡으며 의복 혁명을 일으키지요. 쎄시아가 황제가 되기까지는 여러 사건이 있었고, 이 또한 급진적이고 군사적인 상황이었기 때문에 귀족들의 세를 완전히 꺾지는 못합니다. 유리는 옷을 통해 쎄시아가 사회를 개혁하는 것을 돕습니다. 물론 다섯 권이나 되느니 만큼 그리 쉽게 되는 일은 아닙니다. 게다가 몇 가지 중요한 문제들도 있거든요. 로맨스소설이니 연애도 하고, 서브남주도 있고, 심지어는 서브여주도 있습니다. 솔직히 전 서브여주 참 밀었어요.... 정말로요.

 

판타지 세계의 성역할을 깨부수며 나가는 소설로 상당히 추천합니다. 다만 모두가 행복해지는 결말, 모든 것이 명쾌하게 해결되는 결말을 원한다면 조금 미진한 부분도 있을 겁니다. 그러니까 모처의 공주님 같이.OTL

 

 

안경크리너. 『시간이 멈추는 순간 1-3, 외전』. 1-3권 각 3500원, 외전 700원.

BL, 오메가버스.

굳이 따지자면 배틀호모....? 전작도 그랬지만 이번 소설도 둘이 맞붙습니다. 가장 큰 이유는 역시 결혼 압박이었고요.

결혼압박에 시달리는 왕자님은 오메가입니다. 그래서 온갖 알파들을 다 차버립니다. 눈에 들어오는 알파가 없긴 하군요. 유일한 왕손이자 유일한 계승자다보니 내내 결혼 압박을 받았고, 급기야 왕은 왕자님을 저 멀리 외유 보냅니다. 그리고 예상하신대로, 외유 갔던 저 멀리 백작령에는 마찬가지로 내내 결혼압박에 시달린 퉁명스런 알파가 있었습니다.

첫 만남부터 유쾌하지 않았고, 그래서 더 싸웁니다. 하지만 싸우다가 정이 드는 건 금방이고, 영지를 사랑하는 백작영식과 나라를 생각하는 왕자님은 의외로 궁합이 맞습니다. 그렇게 결혼하는 이야기지요.

재미있게 보았습니다.:)

 

아스티르. 『딥 골드 x 핫 밀크(Deep Gold x Hot Milk) 1-9, 외전』. 각 3500원, 외전 3000원.

BL, 현대.

아껴본다고 하고는 아직 못 읽었습니다. 어흑. 밀렸다! (2)

 

 

냥먕이. 『용사의 단골 잡화점 1-6』. 누보로망, 각 3천원.

판타지, 로맨스.

어....... 키워드도 제대로 못 적을 정도로, 1권 초반 읽고는 고이 접어 6권으로 점프했다가 내려 놓았습니다. 리디북스 평범이 제 취향과 매번 일치하는 것은 아니니까요.

 

 

 

양효진, 정연주. 『꽃사슴인 줄 알았더니』. 가하디엘, 2019, 1500원.
러브트릭. 『로웰의 결혼식 외전』. 문라이트북스, 2019, 700원.
별스러운. 『하이, 허니 1-3』. 비터애플, 2019, 각 3천원.
두나래. 『XX 파트너 외전』. 고렘팩토리, 2019, 700원.
재겸. 『여왕 쎄시아의 반바지 1-5』. 비사이드, 2019, 각 3400원.
안경크리너. 『시간이 멈추는 순간 1-3, 외전』. 1-3권 각 3500원, 외전 700원.
아스티르. 『딥 골드 x 핫 밀크(Deep Gold x Hot Milk) 1-9, 외전』. 각 3500원, 외전 3000원.
냥먕이. 『용사의 단골 잡화점 1-6』. 누보로망, 각 3천원.

 

종이책도 조금은 읽었습니다. 엊그제 읽은 종이책 포함해서 한 번 정리를 ... 해봐야 하지만 안 읽은 종이책이 너무 많네요. 추석 때는 좀 털어야지.=ㅁ=

전자책 다섯 권 사서 신나게 돌려봤는데, 뒤늦게 종이책이 나옵니다. 덩달아 신나게 구입하고는 지난 주부터 조금씩 읽고, 오늘 완결까지 다 본 뒤에 감상 올려봅니다.

 

전자책이나 종이책이나 내용은 같기 때문에 감상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습니다. 다만 종이책에도 오타나 편집실수가 몇 군데 눈에 들어옵니다. 그정도야 그냥 눈감고 넘어갈 수 있습니다. 주인공들이 굉장히 매력적이기 때문이고요.

 

 

 

이 소설은 주동인물과 반동인물의 대립이 매우 눈에 띕니다. 전자책 감상기에서도 이야기 했지만 간략히 내용 요약을 하며 인물을 짚어보지요.

 

 

주인공은 고요입니다. 결혼 전에는 고요 루비엣으로 루비엣 공작가의 장녀입니다. 알테 공작가의 테리오 알테와 결혼하는 인물이지요. 고요에게는 두 명의 동생이 있으며, 각각 의붓어머니가 데려온 메리시 루비엣과 낳은 이복동생 발터 루비엣입니다. 테리오와는 소꿉친구 사이였지만, 테리오의 고백으로 연인이 되었다가 약혼기간을 거쳐 결혼합니다. 그리고 결혼 얼마 뒤, 루비엣은 멸문합니다. 그 주동자는 메리시 루비엣과 결혼한 안시 베텔기우스 후작이고요. 메리시는 루비엣 멸문 즈음 사망했고, 루비엣 공작가는 반역죄로 몰락했으며, 유일하게 살아남은 것이 테리오입니다. 그리고 그 테리오는, 고요를 내내 고요 루비엣이라 부릅니다.

고요는 사망 후 회귀하여 결혼하기 전으로 돌아옵니다. 그리고는 모든 고리를 끊어내기 위해 테리오와의 약혼을 파기하고 안시 베텔기우스에게 청혼하여 결혼합니다. 자아. 이것이 그리고 그 모든 이야기의 시작입니다.

 

 

주인공이 고요 루비엣, 아니 고요 베텔기우스이니 반동인물은 그 반대편에 서 있는 테리오 알테입니다. 테리오는 고요의 회귀 전 죽음에도 관련이 있으며, 회귀 후에 약혼을 파기하는데도 책임이 있고 고요의 삶을 바꾸는데 매우 지대한 공을 세웁니다. 흔히 로맨스에서 표현하는 그 똥차입니다. 폐차 직전의 막나가는 차라고 해도 틀리진 않네요. 다시 읽다보니 이 반동인물의 가스라이팅과 정서적 학대 등이 매우 두드러집니다. 답정너, 그러니까 답은 자신이 정하고 그에 맞춰 상대의 답을 해석하는 인물이면서도 '남자로서의' 능력은 매우 뛰어나며, 그렇기 때문에 권위와 힘에 굴복하고 그런 것을 수치스럽게 여깁니다. 안시와의 대립에서 매우 두드러집니다. 고요와의 대립에서는 자기 중심적, 자기 본위적인 해석이 폭발합니다. 아주. 읽으면서 '이 자식, 어떻게 좀 하지 않으면…'이라는 대사가 절로 튀어나옵니다. 대화가 안되어요. 분명 고요와도 꽤 오랫동안 사귀었으면서 왜 요즘 말하는 그 인셀적인 특성을 보이는 걸까요. 아니, 무력이 뛰어나다고는 하지만 이런 사람이 공작이 되면 매우 문제가 커질 것임에 틀림없습니다. 회귀 전에도 그렇고 회귀 후에도 그렇고요.

 

 

알라딘의 평가를 보니 여주인공이 하는 일 없이 남주인공이 다 해치웠다고 하더군요. 저는 조금 다르게 생각했습니다. 처음에는 수동적이고, 테리오에게 맞추기만 하던 고요가 점차 성장한다고요. 안시에게 감화되어 자신의 성격을 드러내고, 자신의 능력을 드러내어 후반부에는 베텔기우스 후작가를 지탱합니다. 물론 고요의 움직임은 안시 때문에 크게 드러나지는 않지만, 테리오와의 마지막 대결 장면에서는 이전과는 사뭇 다른 모습을 보이지요. 회귀 전과 비교하면 상전벽해입니다. 그렇게 크기까지는 안시의 역할이 지대했지만, 그것이 전부는 아닙니다. 적어도, 이전과는 달리 살려고 노력했고 또 달라진 그 모습이 여러 파장을 낳았던 겁니다.

 

 

안시의 캐릭터가 매우 매력적이라 고요가 묻히는 감이 없지 않지만, 그래도 반동인물인 테리오 덕분에 안시나 고요의 매력이 돋보입니다. 안시와 고요 참 귀여워요.///

 

 

과앤. 『메리지B 1-2』. 루나미엘, 2019, 각 13500원.

 

앞서 올렸던 십이국기 관련 상품 : 핸드폰 고리 장식물(https://esendial.tistory.com/8237)에 이은 이야기입니다.

 

 

이제나 저제나하고 기다렸던 표지가 드디어 올라왔습니다. 라고 적고 보니, 아예 십이국기 이야기는 블로그에 올리지도 않았더군요. 트위터에만 적었던 모양입니다.

 

십이국기 공식 계정이 따로 있어, 그쪽에 올라온 십이국기 신작 발간 소식을 보고 쓴 트윗이 있습니다.

https://twitter.com/esendial/status/1157057363351703552

 

Kirnan on Twitter

“십이국기 신작 제목은 『은빛의 허, 검은 달 白銀の墟 玄の月』(しろがねのおか くろのつき). 대국의 이야기라고. 10, 11월 연속 발매 예정. 다 읽고 나면 제목의 울림이 달라질 거라는데, 제목 자체가 여러 의미를 담고 있어 그럴 듯. 墟는 언덕일 것인가, 터일 것인가. https://t.co/ol6eelNpbr”

twitter.com

 

https://twitter.com/12koku_shincho/status/1156761693994676224

 

小野不由美「十二国記」/新潮社公式 on Twitter

“「十二国記」新作長編のタイトルを発表します。『白銀の墟 玄の月』(しろがねのおか くろのつき)と決まりました。戴国を舞台とした物語であることに焦点が絞られ、決定しました。大長編を読み終えたとき、その意味が一層深く心に響きます。10月、11月の2ヶ月連続刊行を、楽しみにお待ちください!”

twitter.com

제 트윗은 아래의 오노 후유미 십이국기 신쵸샤 공식 트위터의 트윗 내용을 일부 번역한 것입니다.

「十二国記」新作長編のタイトルを発表します。『白銀の墟 玄の月』(しろがねのおか くろのつき)と決まりました。戴国を舞台とした物語であることに焦点が絞られ、決定しました。大長編を読み終えたとき、その意味が一層深く心に響きます。10月、11月の2ヶ月連続刊行を、楽しみにお待ちください!

 

위의 내용을 번역하면,

 

『십이국기』 신작 장편의 제목을 발표합니다. 『백은의 언덕 검은 달』( 『白銀の墟 玄の月』(しろがねのおか くろのつき))로 결정되었습니다. 대국을 무대로 한 이야기로 초점이 맞춰져 결정되었습니다. 대 장편 읽기를 마쳤을 때, 그 의미가 한 층 깊게 울립니다. 10월, 11월의 두 달 연속 간행을 즐겁게 기다려주세요!

쯤.

 

墟는 언덕과 터라는 두 가지 의미가 있어서 어느 쪽으로 번역될까 싶네요. 백은의 터일까, 백은의 언덕일까. 어느 쪽이건 마지막 장면이 손에 잡힐 듯 그려집니다. 아니, 나쁜 의미는 아닐 거라 생각하고 싶습니다. 적어도 긍정적인 결말이 아닐까 하고요.

 

저런 트윗이 올라온게 8월이고, 지난 주말 즈음해서 일본쪽 트위터 계정에 표지 포스터를 찍은 사진이 올라왔습니다.

 

 

 

이 사진 원 출처를 놓친 바람에..-_-a 하여간 저 사진의 주인공이 누구인지는 불보듯 뻔합니다. 그리고 저 포스터의 원본을 찾기 위해 동분서주했는데, 오늘에야 공식 트위터에 올라옵니다. 아직 아마존을 비롯한 여러 서점에는 표지가 안 올라왔습니다.

 

 

https://twitter.com/12koku_shincho/status/1168358524323123200

 

小野不由美「十二国記」/新潮社公式 on Twitter

“お待たせしました。新作『白銀の墟 玄の月』第一巻、第二巻 書影を公開いたします。18年ぶりの新作は、イラストもまた待ちに待っていました! 第一巻は、泰麒です。『風の海 迷宮の岸』で、王を選ぶ決断に苦悩した、稚い10歳の姿が記憶に残っているので、凜々しさと美しさに驚きます。”

twitter.com

 

 

이게 1권 표지이고, 2권 표지도 연이어 올라옵니다. 대 장편이라는 말에 어울리게, 이번에 출간되는 『백은의 언덕 검은 달』은 총 4권입니다. 엘릭시르판은 상하권 합본으로 나오나 이번에는 어떨지 모르지요. 하여간 평소 나오던 책의 두 배 분량이라 생각하면 됩니다.(먼산)

 

그리고 저 트윗에서 퍼온 1-2권의 표지입니다.

 

 

타이키는 기억하는데 폐하의 성함은 잊음. 어.... 뭐였더라. 하여간 1권이 대국 기린, 2권이 대국 왕입니다. 공식 트위터에서 밝혔고요. 어릴 적 폐하에게 안겨 있던 꼬꼬마 기린이 저렇게 장성하다니, 잠시 눈물 좀 닦고요......

두 번째 시리즈에서 인간의 틀을 벗지 못해 고생하던 기린님은 마성의 아이가 되었다가 다시 돌아옵니다. 꿈도 희망도 없는 상태라고 생각했지만, 그래서 그 다음권을 간절히 원했지만 과연. 그래도 희망이 있는 결말이 아닐까 생각해봅니다.

 

 

 

어쨌건 저 표지를 포스터로 내주신다면 감읍하고 구입합니다. 정 안되면.... 신쵸샤 홈페이지에 복제 원화로 올라오길 기다렸다가 덥석 물어버릴지도 모릅니다. 하여간 지금부터 엘릭시르 번역본을 기다립니다.

 

 

 

자아아. 이게 어제 저녁까지의 상황입니다. 그리고 어젯밤. 탐라에 사진 한 장이 올라옵니다. 정확히는 십이국기 이번 신작 1권 표지와 랑야방 정왕 사진이요.

 

https://twitter.com/cocolatte21/status/1168579464873164800

 

Anne on Twitter

“기존 트윗 삭제하고 새로 추가ㅇㅇ ㅈㄷㅅ 2차 창작 표절 건과 별개로 십이국기 일러에서도 랑야방 따라했다는 의혹 제기되고 있는 상황. 둘 다 최애 장르인데, 심지어 3년만의 덕후 대통합과 18년만의 신작으로 화제되고 있는 둘이... #랑야방 #왕카이 #십이국기”

twitter.com

 

 

 

 

트위터 상에서는 이 두 사진이 나란히 보이니 확연합니다. 진짜... 음. 매우 많이 닮았지요.(먼산)

관련글: 출판통계: 도서 정가제 이후 책 값은 올랐나? https://esendial.tistory.com/8235

 

앞서 살핀 통계 자료는 2015년부터 2018년까지의 데이터였습니다. 4년의 데이터 가지고는 책값이 오른 것인지 어떤지 정확하게 파악하기는 어려워 앞서의 자료도 살펴보자고 했지요.

...

그랬는데.

대한출판문화협회의 자료실에는 2004년부터 2014년까지의 데이터가 없습니다. 엑셀파일이건, 홈페이지의 표건 간에 데이터가 없습니다. 2004년부터 2014년까지 자료실의 글이 전혀 없네요. 왜 그랬을까.

데이터를 구하자면 못 구할 것도 없습니다. 하지만 구하려면 국립중앙도서관의 데이터를 퍼오거나, 아니면 대한민국 국가서지의 데이터를 뽑아야 합니다. 전자는 그럭저럭 할 수 있지만 후자는 대략 난감. 이전에 데이터 확인하겠다고 덤볐다가 좌절한 적 있거든요. CD 데이터입니다. 2012년 자료가 그랬어요. 다시 찾아보면 국중도 홈페이지에 올라와 있는 걸 또 찾을 수 있을지 모르지만, 일단 차근차근 해봅시다. 오늘 잡을 데이터는 데이터가 끊기기 전, 1994년부터 2003년까지 10년간의 자료를 분석한 내용입니다.

데이터의 출처는 대한출판문화협회 자료실입니다. 스프레드시트에 붙여서 분석했고, 데이터 내용만 보면 이거 뭔가 싶어서, 이번에는 그래프로만 추려 확인합니다.

 

 

 

<그림 1> 1980∼2003년 만화 도서 발행 종수   <그림 2> 1980∼2003년 만화 도서 발행 부수

왼쪽 <그림 1>의 계열 1이 전체 도서의 발행 종수, 계열 2가 만화의 발행 종수입니다. 퍼센티지로 보면 확연히 다가오는데, 2003년 즈음에는 전체 출간 도서의 25.6%가 만화입니다. 흑백만화 말고 과학만화나 한자만화 같은 학습만화, 그리고 그리스로마신화 시리즈까지 포함해서 그럴 겁니다.

오른쪽 <그림 2>는 발행 부수입니다. 부수로 따지면 점유 퍼센티지가 더 올라갑니다. 2003년 기준으로 29.9%. 출판시장의 상당수를 만화가 잡은 셈이었지요.

 

그리고 10년의 데이터를 건너뛰고, 2015년의 데이터를 보면? 총 출판 시장에서 만화의 점유율은 13.69%입니다. 종이 아니라 부수로 따지면 8.93%. 확 줄었지요. 짐작가는 부분이 있지만 확실한 것은 아닙니다. 아마도 대여점의 존재 유무가 저 데이터에 상당한 영향을 주었을 거라 보거든요. 만화 시장의 성장은 그 당시 대여점과 함께 했으니까요.

 

궁금한 것은 전체 출판시장 그래프가 확 꺾이는 저 시점입니다. 만화는 크게 변동이 없는데 말이죠. 저 때가 언제냐 하면 1990년과 1991년입니다. 1990년에 전체 45,842종 248,673,018부였던 시장은 1991년에 26,919종 140,436,655부로 확 줄어듭니다. IMF 때는 97년이죠. 97년은 212,313,339부에서 98년은 190,535,987부, 그리고 99년은 112,506,184부로 줍니다. 종수 자체는 아주 크게 차이나진 않습니다. 97년 3만 3천부, 98년 3만 6천부, 99년 3만 5천부 정도니까요.

 

 

출판 시장 규모를 보면 IMF의 영향이 두드러집니다. 만화 통계는 80년부터 잡았지만 제가 보고 있는 출판시장 통계는 94년부터 03년까지니까요. 시장이 IMF 때 확 줄어듭니다.

 

<표 1> 10년간 출판 시장 규모 추정액(단위: 부, 원)

표가 아니라 그림이지만 일단 표라 설명은 넣습니다. 하여간 97년과 98년의 통계를 보면 출판시장의 허리가 접혔다는 생각마저도 듭니다. 97년. 98년, 99년을 비교해보세요. 그리고 2003년도. 최근 통계에는 시장 규모 추정액이 나오지 않지만, 계산법에 따라 2018년 통계를 집어 넣으면 2018년 시장 규모 추정액은 3조 2741억입니다. 어디까지나 추정액이고, 무엇보다 협회에 가입하지 않은 여러 출판사들이 있음을 감안하면 수치는 더욱 큽니다. 무엇보다 전자책 시장이 포함되지 않거든요. 대한출판문화협회가 국회도서관과 국립중앙도서관에 납본하기 위해 받은 도서를 기준으로 만든 통계라 그렇습니다. 전자책 납본제도도 시행중이지만, 잘 되고 있는지는 저도 모릅니다. 아마 대형 출판사야 하겠지만, 장르문학의 소소한 출판사들도 하고 있는지는? 확신이 없네요. 이것도 찾아 봐야 하나.

 

 

본론으로 돌아옵니다. 중요한 건 부수나 종수가 아니라 가격이었지요. 원래 이 통계 들여다본 것이 도서정가제 이후 도서 가격이 오른 것이 맞나 아닌가를 확인하기 위해서였고요. 그래서 예술분야의 도서 가격 확인도 해보자 했던 것인데 잠시 잊고 있었습니다.

 

마침 1994년부터 2003년까지의 분야별 평균 정가도 통계가 있습니다.

 

<표 2> 연도별 평균 정가 현황 (단위 : 원)

만화는 94년 자료가 빠졌고, 95년부터 나옵니다. 넵. 그 때는 만화 한 권 평균 가격이 2,555원이었군요. 통계를 보면 대체적으로 사회과학, 기술과학 도서가 비쌉니다. 예술이 비싸지 않을까 했는데 아니로군요. 전공서적의 영향이 아닐까 생각해봅니다.

이 10년 통계에는 재미있는 시도가 있습니다. 1995년을 100으로 놓고 나머지 수치를 상대 수치로 바꾼 '지수' 통계를 만들었더라고요. 연도별 평균 정가를 지수로 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표 3> 연도별 평균 정가 지수 현황 (1995년을 100으로 잡음)

통계를 보면 대체적으로 상승 곡선을 그립니다. 철학, 종교, 학습참고가 매우 높은데...  2002년에 학습참고서가 미친듯한 가격을 보이는 건 왜죠. 368.2라니. 뭔가 아주 비싼 책이 스치고 지나간 모양입니다. 하기야 생각의나무에서 『고대 그리스』, 『고대 로마』 등의 매우 비싼 시리즈를 낸 것이 이 즈음 아닌가 싶은데, 그걸 설마 학습참고서에 넣었나? 아니면 매우 비싼 백과사전류나 세트가 나왔을지도 모릅니다.

 

지수 통계를 그래프로 봅시다.

 

<그림 3> 연도별 평균 정가 지수 그래프(1995년을 100으로 잡음)

총계의 지수 금액 그래프로 봅니다. 대체적으로 완만하게 상승중이지요. 98년에서 99년 사이에는 살짝 꺾이는 듯하지만 2002년에 갑자기 확 오릅니다. .. 아니 왜? 이 때 월드컵말고 또 뭔가가 있었던 걸까요?

 

 

평균 가격과 평균 면 수는 밀접한 관련이 있으니 이쪽도 봅니다. 하지만 생각보다 크게 차이가 없습니다.

 

<표 4> 연도별 평균 면수 현황(단위: 면)

평균 면 수만 비교하면 94년에 비해 03년이 적습니다. 그래프로 한 번 볼까요.

 

 

<그림 4> 연도별 평균 면 수(단위: 면)

95년에 급감했다가 다시 서서히 올라갔다, 01년에 다시 확 떨어집니다. 95년의 급감은 짐작가는 부분이 없는 건 아닙니다. 만화 통계가 95년부터 들어갔거든요. 하하하하하. 94년의 평 균 면수를 제외하고 본다면 01년에 왜 급감했나 싶기도 합니다. 이 때 얇은 책자들이 발행되었거나, 그럴 가능성도 있군요.

 

 

<표 5> 연도별 평균 면 수 현황 지수(1995년을 100으로 잡음)

지수로 봅시다. 지수로 보면 00년까지 늘어났다가 01년에 다시 줄어든 것이 보입니다. 그럼 이번에는 잃어버린 10년(...)은 빼고 생각해볼까요.

2015년 이후의 통계는 만화를 포함한 것과 아닌 것이 있지만, 이전의 통계가 만화 포함이니 끼워 넣고 봅니다. 2015년 출판통계에 2014년 자료도 같이 있으니 그것까지 포함해서 총 5년 간의 데이터를 넣고 봅시다.

 

 

<그림 5> 2004~2013을 제외한 평균 면 수(단위: 면)

면수가 확 늘었지요. 2003년에 평균 251면이더니 2014년은 272면부터 시작합니다. 그 사이에 책들이 두꺼워졌네요.

 

 

<그림 6> 2004~2013을 제외한 평균 정가(단위: 원)

1994년부터 2003년까지, 그리고 2004년부터 2013년까지를 제외하고 2014년부터 2018년까지의 통계를 넣고 보면 확연히 드러납니다. 책값은 꾸준히 올라갑니다. 빨강선으로 친 그 다섯 개의 수치가 2014, 2015, 2016, 2017, 2018년까지 임을 놓고 보면, 그리고 그 사이가 휙 올라간 걸 감안하면 아마도, 점진적으로 책값은 올라왔겠지요. 물가상승률을 감안해도 오르는 것은 당연합니다. 10년의 데이터가 들어가면 더 완만하게 오르는 모습을 보이지 않을까 생각하고요. 다만 도서정가제가 책값을 끌어내렸다고 하기에는 조금 부족해 보이지요? 물론 2015년의 책값이 내린 건 사실이지만 그래프 상으로는 단기적인, 아니면 일시적인 움직임으로 보이니까요.

뭐, 더 두고봐야 알 이야기입니다.

 

 

 

예술 책 가격 비교도 할까 했지만 앞서 통계에서 사회과학과 기술과학 등 전공서적의 가격이 더 높은 것을 보고 고이 마음을 접습니다. 2018년의 데이터만 봐도 총 평균 16,347원에서 평균 이하의 책값을 담당하는 1등 공신은 만화(5,573) 2등 공신은 아동서(10,876), 그 다음이 문학(12,419)입니다. 문학서 가격은 2014년 통계(13,229)와 비교하면 아직 낮긴 하나, 이게 가격이 떨어졌다가 아님을 대강 짐작하긴 합니다. 교과과정에서 한 학기 한 책 읽기 운동이 시작되며, 창비나 미메시스 등에서 1만원의 얇은 책을 여럿 냈고요. 민음사 등에서도 한국문학은 얇은 책으로 내는 것이 대다수라. 라이트노벨도 생각은 해야겠지요. 하기야 2014년과 2018년의 라이트노벨 출간 통계는 비교하기 쉽지 않겠지만.

하여간 문학서의 평균 가격은 내려갔지만, 전체 도서의 가격이 내려가지는 않았습니다. 평균가를 보면 그렇군요.

 

 

더 장기적으로 보아야 하지 않나 생각은 합니다. 하지만 독자가 책을 더 비싸게 사더라도, 그로 인한 수익이 저작자에게 돌아간다면 저는 찬성합니다. 안 돌아간다면? 시스템을 수정하고 고치고 개편해야지요. 뭐, 셋 다 같은 의미지만, 애초에 도서정가제의 시행 의미는 '창작자에게 적절한 보상을'이란데서 찬성했던 겁니다.

 

 

블로그에서 여러 번 이야기했지만 공공대출권과 관련한 보상금 제도는 동의하지 않습니다. 그 이야기까지 길게 이어질 필요는 없는 것이고, 예술인기금이나 예술인연금 등으로 문화적 토양을 키워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보상보다는 복지쪽일까요. 하여간 통계 잡는 건 이쯤에서 접고, 다음에 기회되면 국중도의 통계 자료를 더 찾아보겠습니다. 아마 있을 거예요.

 

GPS는 Geo로 시작하는 축약어가 아닙니다. 이 소설의 고유 설정으로, 고스트 사이킥 섹션이랍니다. Ghost Psychic Section이겠네요. 심령상담과를 이렇게 쓴다는데, 최근에 나온 오키나와 현청편을 보고 호기심이 생겨 1권부터 구입했습니다. 1권이 교토, 2권이 나라, 3권이 오키나와랍니다. 3권을 먼저 발견한 건 오키나와 여행 책을 찾기 위해 검색어를 그렇게 넣었다가 잡혔습니다.

 

오키나와 편도 궁금했지만 기왕 읽는 것, 1권부터 차근차근 읽는 것이 낫다 싶었습니다. 그리하여 1권을 집어 들었는데. 소설 진도가 매우 안나갑니다. 인물은 많고 교토 묘사도 그럭저럭 있는데 이상하게 진도가 안나갑니다. 일단 재미가 없어요. 여성공무원이 제대로 된 부서가 아니라 한직에 근무하며 다른 사람들에게 얕잡아 보이는 것이 마음에 안 들었는지, 아니면 전형적인 등장인물이 나와 그랬는지. 대략 1장에 해당하는 부분까지 보고는 훌쩍 건너 뛰어서 결말을 확인했습니다. 앞부분에 등장하지 않은 인물이 여럿 나왔지만 그래도 그럭저럭 이해는 됩니다. 추리소설은 맞는지 죽은 사람도 있고 시체도 있고 범인도 있습니다. 읽다보니 앞서 감상 올렸던 『무서운 방』이 오버랩 되기도 합니다. 뭐, 유령 때문이기는 할거예요.

 

라이트노벨류, 그러니까 가볍게 읽을 거리로 나온 소설들은 최근 거의 다 실패했습니다. 예외적인 책은 『로드 엘멜로이 2세』 시리즈 정도인가요. 이것도 지금 2권까지 보았던 걸로 기억합니다. 3권도 구입은 했으나, 앞권을 다시 읽어야 할 참이네요.

그렇지만 다른 책들은 문제 없이 봅니다. ... 아마도. 종이책 중에서 최근에 독파한 책들도 꽤 있거든요. 전부 기억하는 것은 아니지만, 정리 좀 해야할 건데, 『커피집』도 최근에 보았고 『매거진B』는 최근 세 권을 와작와작 씹어 먹었습니다. 블루보틀, 호시노야, 교토편이었지요. 지난 주말부터 시작해 『녹음의 관』도 세 권 모두 다 내리 읽어 내렸습니다. 그랬는데 『GPS 1 교토시청 : 마성의 신부』는 아니었단 말입니다. 아마도 등장인물의 행동 등이 취향에 안 맞아서 그랬던 것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아무래도 경쾌하고 빠른 박자로 흘러가는 소설이 좋다보니, 답답한 사회시스템이나 그러한 행동은 피하는 것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 내일은 『녹음의 관』도 잊지말고 리뷰 올려야겠네요. 이것도 어제 다 읽은 참이니, 작성하는 데는 문제 없겠지.

 

 

추리소설은 최근 상대적으로 덜 보았습니다. 가장 최근에 본 것이 북스피어의 『요괴를 빌려 드립니다』일겁니다. 아니면 『미스테리아』 최근 호들이요. 25호는 받아 놓고 이제야 포장을 뜯었으니 아직 덜 보았습니다. 조아라에, 브릿G까지 여기저기서 책을 동시다발적으로 보고 있다보니 종이책 소화 속도가 느리네요. 앞으로는 아마 조아라쪽의 소화 속도를 확 내리지 않을까 합니다. 브릿G는 하루에 한 편 정도 읽는 걸로 제한 중이지만 조아라는 고삐 조이지 않으면 폭주 가능성이 높으니까요. 카카오페이지는 최근에 아예 탈퇴를 했으니 건들 일도 없습니다. 연재되더라도 천천히 책 나오길 기다리면 되니까요.

 

 

최근에는 책읽기도 능력이라는 걸 실감합니다. 갈고 닦지 않으면 녹습니다. 꾸준하게 어려운 책을 읽고 이해하여 소화하고, 그걸 글로 남겨둬야 정리가 됩니다. 그냥 읽고 넘어가면 까맣게 잊습니다. 읽어도 별 소용이 없고요. 그러니 블로그에 온갖 잡담들을 적어두는 것도, 책 읽은 뒤 간략 감상을 남기는 것도, 어떻게든 여러 단어를 써서 표현하려는 것도 그런 발버둥의 일환입니다. 그러니 헛소리들이 간혹 튀어나오더라도 이해하시길.

 

 

키노시타 한타. 『GPS 1 교토시청 - 마성의 신부』, 이건해 옮김. 율, 2019. 9800원.

 

라이트노벨 읽다가 실패한 것도 이번이 처음은 아닙니다. 현재 유통되는 대부분의 라이트노벨은 안 맞을 걸 알아서 피했고, 모 소설 하나는 시도했다가 섹드립에 두 손 들고 포기했습니다. ... 그러고 보니 예전에 재미있게 읽었던 다른 소설들은 지금 읽으면 어떨까요. 카야타 스나코의 키리하라 시리즈부터 다시 시작해볼까.

조아라 연재작 중 각괄호-[]-로 작가명이 묶인 소설은 출판사에서 계약 후 홍보용으로 연재하는 소설들입니다. 리디북스나 문피아에서 넘어오기도 하더군요. 처음에는 모르고 넘어갔다가 그렇게 작가명이 묶인 소설들은 나중에 프리미엄 전환되는 것을 보고 깨달았습니다. 어디에서 연재되던 소설인지는 잘 모르지만.. 하여간. 오늘 아침에 꺼내 든 『헌터 세상의 정원사』는 리디북스 쪽에서 연재되었던 모양입니다. 리디북스에서는 181화중 25화까지 무료지만 조아라는 현재 기준 45화까지 올라와 있습니다. 아직 조아라 프리미엄 전환은 안되었습니다.

 

 

소설 읽는 입장에서는 노블레스보다는 프리미엄이 낫더랍니다. 시즌권에 가까운 노블레스와는 달리, 프리미엄은 원하는 화만 선택적으로 결제해 읽을 수 있습니다. 완결부근을 확인하여 결말에 별 문제 없는 걸 확신하면 다시 보기도 하고요. 아직 리뷰는 못 올린 『요리의 신』도 100화까지 프리미엄 무료가 풀린 것을 확인하고, 결말부분만 확인한 다음에 아예 전자책으로 구입했습니다. 전권 구입하길 잘했다고 지금도 생각하지요.

 

 

『요리의 신』 감상글에서 따로 적겠지만, 이 소설은 읽으면서 걸리는 부분이 없이 편안히 보았습니다. 성차별적 발언도 드물고, 애초에 주인공이 굉장히 신사적입니다. 아니, 등장하는 거의 모든 남자들이 다 그렇습니다. 예외적인 인물도 있으나 그 인물들이 어떻게 되는지는 읽어보시면 압니다.

어쨌건 읽으면서도 '판타지치고 성인지감수성이 높은 편이고 그런 문제 없이 본 몇 안되는 소설'이라 감탄했습니다. 아니, 뭐, 편견일지도 모르지만 판타지소설은 저 감수성이 낮은 경우가 많단 말입니다. 그건 여성이 쓴 소설이라고 감수성이 높지도 않으며, 남성이 쓴 소설이라고 낮지만도 않습니다. BL을 많이 읽는 입장에서도 성인지감수성을 넘어서, 인권감수성이 현격히 떨어지는 작품들이 많습니다. 흔히 피폐코드를 달고 나오는 소설이 그렇습니다. 감정이입도가 높은 편이라 피폐는 안봅니다. 초반에 주인공이 고생한다면, 그 고생하는 부분은 뛰어 넘고 후반부터 보기 시작하기도 합니다. 그럼에도 정서적 학대나 인권유린이 등장하면 고이 뒤로 무릅니다.

 

성인지감수성도 같은 맥락입니다. 『헌터 세상의 정원사』는 최하급 헌터인 주인공에게 어느 날 특별한 능력이 주어지고, 주인공은 군자(君子)와도 같은 모습으로 속세에 초연하며 약한 것을 보듬고 아끼면서 능력을 활용합니다. 이 능력이 꿈 속의 정원을 가꾸는 것이고, 그 정원은 테라리움과도 같아 보이지만 헌터 세상 속의 던전과 연결되어 있습니다. 45화 즈음에는 이 정원 속에 갇힌 다른 헌터와의 이야기도 등장하고요.

 

정원을 가꾸는 모습이나 다른 동물의 모습이 매우 귀엽습니다. 그건 좋습니다. 하지만 이 소설의 성인지감수성은 낮은 편입니다. 굳이 따지자면 소설 속의 등장인물은, 80-90년대의 무협지에 등장하는 여성의 모습과 닮아 있습니다. 고고하고 능력도 뛰어나지만, 독자적이라기 보다는 남성의 부속 혹은 액세서리 같아 보입니다. 이 소설에서도 많은 여성 등장인물은 속세에 초연한 주인공에게 관심을 갖는다거나, 그 관심이 '여성성으로 남성을 유혹하는' 모습으로 그려집니다. 그런 묘사가 꼭 나올 필요가 없음에도, 여성의 외모가 뛰어남을 강조하거나, 성적 유혹을 하고 있다는 모습을 강조하거나, 친구로 생각하고 있다면서 우정이 아니라 애정을 표현하는 듯한 모습이 자주 나옵니다. "저 여성은 (고고해서) (성격이 나빠서) 그럴 사람이 아닌데." 주인공과 함께 있는 장면이 많습니다. 거기에 여성에 대한 외모 비하, 성적 희롱이 일상화된 인물의 등장 등이 매우 걸리더군요.

 

저련 묘사나 장면이 없어도 됩니다. 빼도 소설 진행은 문제가 없습니다. 강하기를 원하는 여성을 그려내도, 가장 강했던 이에게 경쟁의식을 품었고 그가 실종된 뒤에도 더욱 노력하여 강한 인물이 되었다고 해도, 그런 이들의 외모를 굳이 묘사하지 않아도 전개가 가능합니다. 그래서 이야기를 읽는 내내 더 아쉬웠습니다. 정원도 좋고 주인공의 성격도 좋고 테라드론도, 댕이도, 범이도 좋은데 묘사가 걸립니다.

 

리디북스의 리뷰를 보니 그 뒤에도 여성들이 주인공에게 호감을 갖고 몰리는 전개가 계속되나 보군요. 그냥 45화까지 재미있게 보았지만 거기서 접는 것이 다행일지도 모릅니다.

 

 

앞서 보았던 『회귀한 톱스타의 힐링라이프』도 이와 비슷하게 게임 시스템이 현실의 생활에 반영되었다는 이야기였습니다. 이 소설도 게임 물품을 현실 세계에 들고 오면서는 거기에 의문 품는 사람이 없다는데서 개연성 부족으로 조용히 내려놓았습니다만. 『요리의 신』말고 또 괜찮은 소설 없을지 열심히 찾아보렵니다.

(오늘은 오랜만에 아름다운 그 분. 파일명이 11_WBR_1870_richmond_ionides인걸 보면 이오니데스 마님의 초상입니다. 도쿄의 The Beauriful 전시회에서 보고 홀랑 반한 그 분.)

 

 

 

대결구도로 만들 필요 없습니다. 그저 판타지소설이건 로맨스판타지소설이건 관계없이, 잘 쓴 소설이 있고 그렇지 않은 소설이 있을뿐입니다. 세상은 넓고 읽은 소설은 많지만 그 모든 소설이 잘 쓴 것도 아니고, 잘 쓴 소설이 독자의 입맛 혹은 취향에 맞는 것도 아닙니다.

 

 

여름 동안 이런 저런 책들을 많이 샀습니다. 알라딘 전자책과 종이책 구매만 보아도 아시겠지만 보기만 해도 배가 부릅니다. 이러면 안되는데, 읽어야 되는데... 하면서도 전자책에 먼저 손이 갑니다. 종이책의 독서속도는 매우 느립니다. 그래도 종이책 중 라이트노벨 쪽과 미스테리아, 로맨스는 씹어 먹는 심정으로 읽습니다. 로맨스나 판타지소설은 읽고 싶어 구입했으니까요. 그래, 『메리블루』와 다른 로맨스소설도 그렇게 구입했습니다. 아차. 『매리지B』도 장바구니 담아야지요. 전자책은 재미있게 읽었으니 종이책의 감상도 그러할지 볼 생각입니다.

 

소설 하나는 읽다가 던졌습니다. 로맨스판타지였지요. 그리고 최근 전자책으로 구입했던 로맨스판타지도 상당수가 읽다가 도중에 포기했습니다. 조아라에도 브릿G에도 읽을 소설 많습니다. 사놓고 마음에 안 들면 내려놓아도 된다는 핑계이기도 하고, 내 돈만 버리면 되었지 시간까지 버릴 필요는 없다는 판단이기도 합니다.

 

 

최근에 읽은 소설 A는 로맨스판타지였습니다. 읽다가 '이 소설의 작가는 고등학생일 거야. 그런데 그런 냄새 폴폴 풍기는 소설을 다듬지도 않고, 도대체 출판사는 뭐한거지?'라고 화내면서 포기했습니다. 소설의 완성도를 넘어서, 초반부에서 귀족가에서 환생했다는 애의 말투나 그런 애랑 어울리는 다른 인물들의 말투가 모두 현대, 그것도 현대중고등학교어입니다. 존잘님과 시발을 달고 다니는 그런 말투요. 그런 말투를 쓰는 이가 그 소설의 주인공이며 등장인물들이고 제국의 귀족자제들입니다.

 

 

최근에 읽은 소설 B도 로맨스판타지입니다. 이 소설은 초반에 여주인공에의 감정이입에 실패했습니다. 아름다운 것을 좋아한다면 감상만으로 충분합니다. 아무리 모나리자가 멋있어도, 이오니데스 부인께서 아름다우셔도 손을 대서는 안됩니다. 주인은 따로 있으니까요. 사람도 마찬가지입니다. 사람도 주인이 있지요. 자기자신. 아무리 괜찮다는 허락을 받았어도, 얼굴을 주물럭 거린다거나 엉덩이를 만진다거나 손을 만지작 거리며 황홀한 표정을 짓는다거나 하면 성적 수치심을 느끼게 마련입니다. 아니라고요? 주인공이 너무도 아름답고 씩씩하고 멋지기 때문에 당하는 인물들도 좋아한다고요? 읽고 있는 저는 제가 희롱당한다고 느꼈습니다. 성별을 넘어서 저건 용인되어서는 안됩니다.

게다가 주인공이 매우 강한데, 정치적 상황에 휘둘리고, 집안 사람들과는 의사소통이 안되어 사건이 꼬이는 등등의 이야기가 많습니다. 어디서 많이 본듯한 설정에 인물을 집어 넣고, 원하는 사건을 넣는다고 하여 소설이 완성되는 것은 아닙니다. 읽으면서 참 미묘했습니다.

 

 

최근에 읽은 소설 C도 로맨스판타지입니다. 회귀는 이제 클리셰도 아니라 키워드인가요. 아니, 차원이동빙의라고 부르는 이세계빙의도 이제는 자주 나오는 소재입니다. 최초의 뭐시기를 뽑아 내려면 소설 목록 뒤지는 일부터 해야할 겁니다. 이 소설은 그 중에서도 소설 속 빙의입니다. 요즘에 조아라에서도 많이 나오지요. 악녀로 빙의했기 때문에 여기서 탈출하기 위한 몸부림을 친다는 전개 말입니다. 그걸 어떻게 풀어내느냐가 완성도를 가르지만, 이 소설은 등장인물이 밋밋하더랍니다. 1권 앞부분을 보다가 안되겠다는 생각에 뒤로 넘어갔습니다만, 거기서도 포기하고 내려놨습니다. 앞 전개가 재미 없어서 뒤로 넘어갔다가 뒤도 마찬가지라 놓았습니다. 이런 소재의 이야기는 취향이 아니라 그럴 겁니다.

 

 

 

다른 소설 D도 로맨스판타지입니다. 이 책은 1권 열심히 보다가, 이건 아니다 싶어서 2권 끝부분으로 갔다가 접었습니다. 가스라이팅하는 인물이 나오고, 전체 분위기가 스릴러나 첩보소설 같은 느낌을 주지만 지나치게 주인공들에게 그 역할을 강하게 부여합니다. 주인공들에게 강한 시련을 부여하고 싶었던 김에 능력자를 만든 것은 좋으나, 합이 안 맞습니다. 그러니까, 왜 꼭 이들이 가야했는가 의문이 들었습니다. 아니어도 되는데? 다른 인물이어도 되는데? 왜?

 

등장인물을 많이 만들면 각자에게 개성을 부여하는 것도 쉽지 않고, 그리고 주인공에게 스포트라이트를 주기 쉽지 않습니다. 인물간의 균형을 만들고, 꼭 주인공이 아니더라도 개성적인 인물을 만들어 내며, 각자의 위치에서 빛을 내도록 하면서 줄거리에는 위화감이 없이 잘 짜인 소설은 많지 않지요.

 

 

소설 E는 판타지입니다. 로맨스냐 아니냐 물으면 아리송하지만, 이쪽은 무협 느낌이 폴폴 풍긴다고 할 정도로 주인공 1인극입니다. 다른 인물들이 없는 건 아닙니다. 매력적인 인물도 있어요. 하지만 다 읽고 나면 이 사람만 남습니다. 그래도 전체 구조가 좋고, 조연들이 각각 살아 있습니다. 설정 몇몇은 홀딱 반할 정도로 빛납니다.

 

 

소설 F는 판타지입니다. 이쪽은 로맨스가 손톱만큼도 없습니다. 물론 읽다가 도중에 던져서 뒤에는 나올지 어떨지 모르지만. 초반은 좋았지만 주인공이 성장하며 재미를 주던 것이, 주인공이 스스로가 아니라 주변의 말을 건드려 사건을 진행시키면서는 맛이 떨어집니다. 이 소설의 맛은 주인공이 점차 성장하면서 자신을 극복하고 이전에 가지 않은 길을 보여주는데 있었습니다. 그러나 중반부를 넘어서면서는 자신의 성장보다는 주변의 사건, 정치적 상황을 꼬아냅니다. 게다가 심각한 폭탄이 내부에 있다는 걸 소설 중반에 본 이후로는 도저히 진도가 안나가 내려 뒀습니다. 결말 확인할 생각도 안듭니다.

 

 

소설 H는 제목을 공개하지요. 『요리의 신』입니다. 아직 한창 읽고 있어 정확한 평을 내리기는 어렵습니다. 그럼에도, 올해의 책으로 꼽아도 될만큼 멋집니다. 주인공을 포함한 인물들이 탄탄하고, 이들이 각자의 길을 걷고 성장하는 모습이 매력적입니다. 판타지이지만 그건 게임시스템이 도입되었다는 몇몇 판타지적 설정 때문이고, 이를 제외하면 요리를 소재로한 소설입니다. 아니, 요리가 소재가 아니라 주제이기도 합니다. 요리와 음식, 조리, 그리고 레스토랑과 식문화. 이 전반을 아우르면서 함께 끌고 나갑니다. 조리방식을 세밀하게 소개하면서도 지루하지 않고, 각자가 성장하는 방향이 같으면서도 또 다릅니다. 1회성으로 인물을 소비하지도 않으며 영원한 악당은 등장하지 않습니다. 악역 같다가도 이들 역시 감화하고 성장하며 또 다르게 변합니다. 사람의 성향은 불변이지만 다른 것은 바뀐다는 말이 떠오릅니다.

하도 재미있게 읽다보니 상대적으로, 조아라에 연재되었던 여러 로맨스판타지들에 대한 불만이 구체적으로 나옵니다. 평면적이고 어디서 많이 보았던 이야기, 세밀하지 못하며 주제가 없고 복수극이나 단순한 성장담에만 치중한 이야기. 성장하지만 무엇이 어떻게 성장하는지 짜임새가 엉성한 전개, 개연성이 없고 주인공을 띄우기 위해서만 존재하는 사건들. 투데이베스트의 소재에 휩쓸려 비슷한 이야기만 나오는 복제품들.

 

 

아니, 꼭 이게 판타지와 로맨스판타지를 가르는 건 아닙니다. 단권이지만 『구원자의 레시피』 같은 소설도 있으니까요. 『패스파인더』도 전자책으로 나온다면 즐거이 맞이할 겁니다. 하지만 한동안은 로맨스판타지보다, 최근 몇 년 간 손 안대고 있던 판타지소설들을 꺼내볼겁니다. ... 장담은 못하지만, 아마도요.

어제 문득 떠올렸습니다.

 

"나 뭔가 잊고 있는 것 같은데. 8월에 하려고 한 일이 뭐였지?"

 

그리고 기억을 더듬다가 깨달았습니다. 종이책 감상기는 올렸던 기억이 있지만 전자책은 없습니다. 진짜 안 올렸나 확인하니 그렇네요. 잊고 있었습니다. 그리하여 그나마 정신 차린 오늘에야 뒤늦은 7월 전자책 감상기를 올립니다.

 

얼핏, 7월의 주문분은 적어보이지만 권 수로 따지면 적지 않습니다.  『팁시 레이디』가 6권,  『요리의 신』은 서른 두 권이고, 지금 반쯤 읽었습니다. 『칼의 목소리가 보여』는 먼저 구입하고 먼저 읽었고요. 원래 8월 알라딘 사은품 보며 주문하자고 했다가 못참고 왕창 구입했습니다. 대신 8월 사은품은 종이책으로 마련했지요. 그 자세한 내역은 다음에 따로 올리겠습니다. .. 과연? 6월 전자책 중에도 따로 감상 올리겠다고 했던 책이 있었는데, 없습니다. 감상이 없어요.

 

 

세련. 『그대를 안고, 폭풍 속으로 1-2』

판타지, 동양판타지, 로맨스.

읽다가 포기. 앞부분 읽다가 이야기가 꼬이는 듯하여 건너 뛰고 결말을 보았으나, 더 보지 않아도 괜찮을 거란 생각이 고이 접었습니다.

 

 

미유미유. 『Can you heal me 1-2』

BL, 오메가버스, 임신수.

오메가버스 세계관은 대부분에 임신키워드가 있습니다. 오메가버스가 아니더라도 임신키워드가 등장하는 일이 가끔 있지만, 오메가버스에서 외전 포함해 임신이 등장하지 않는 것은 많지 않습니다. 이것도 따로 통계 내보면 알겠지요. 보통 오메가버스는 발정기와 임신 두 가지가 주요 이유입니다.

이 소설도 임신이 주 소재입니다. 다만 앞부분의 이야기는 매우....를 넘어서 상당히 피폐하게 수가 고생합니다. 공이든 수든 등장인물이 고생하는 이야기는 질색하다보니 갈등이 풀리는 후반부를 중심으로 보았습니다. 후회한 주인공이 넙죽 엎드려서 모시고 살더군요.(먼산) 구입하고 나서야 외전도 있는 걸 알았습니다.'ㅁ'

 

 

남유현. 『팁시 레이디 1-6』

판타지, 로맨스판타지, 영지경영, 차원이동, 환생.

전직, 아니 전생직 주류회사 연구원이었습니다. 과일소주로 대박을 내고 그 회식자리에서 집에 돌아가다가 사망. 그리고 정신차려보니 환생했더랍니다. 빙의가 아니라 환생. 그것도 굉장히 대단한 집안의 아가씨입니다. 전생의 기억이 남아 있으니 현재도 매우 술꾼이지만, 슬프게도 황제의 명으로 제국 전체에 금주령이 내려졌습니다. 핑계는 먹을 곡식도 부족하다는 타당한 내용이지만 아는 사람은 다 압니다. 그게 북부의 대영주들을 견제하기 위한 목적이라고요.

적다가 이거 왠지 기시감이 든다며 찾아보니 이미 감상을 단독으로 올렸습니다. 하하하하하.(링크)

 

 

끼밍. 『프리실라의 고민 1』

판타지, 로맨스판타지, 빙의.

어... 읽다가 1권 뒷부분에 가서 내용 확인하고, 1권만 산 저를 칭찬했습니다. 입에 안 맞더라고요. 입에 안 맞는 책이 한 두 권 아니지만. 제 입에 맞는 책 찾아 행복하기 읽기에도 제 시간이 부족합니다.

 


꽃니랑. 『은의 공녀, 까마귀 공녀 1-3』

판타지, 로맨스판타지.

1권 다 읽고, 소개글에 나온 그 이야기는 언제쯤 나올까 기다리면서 2권까지 갔다가, 고이 접었습니다. 설정은 좋으나 조형에 실패했다고 봅니다.

 

양치기자리. 『칼의 목소리가 보여 1-8』

판타지.

로맨스를 넣어도 될 법 합니다? 기본 흐름은 어떻게 보면 무협과도 닮았습니다. 무협의 클리셰를 어떻게 보느냐에 따라 다르지만, 저는 무협의 특성 중 하나를 '기연'으로 봅니다. 구파일방을 그 기준으로 보기도 하지만, 저는 주인공의 성장방식이 어떻게 흐르냐에 따라 무협의 요소가 있다 아니다를 가릅니다. 옛날 옛적에 농담 삼아서 말했지만,

 

남자주인공이 있어, 천재 혹은 수재급의 능력을 갖고 있는 거지. 그리고 알고 보니 자기 집안이 유명한 집안이었다가 쫄딱 망했대. 능력이 있는 것도 그래서인가봐. 그래서 스승 만나서 재능의 꽃을 피우고 돌아다니다가, 아니면 스승대신 첫 번째 기연을 만나 힘을 키우며 신진기수로 이름을 널리 털치는 거지. 그러다가 잘난 놈 하나 만나서 열심히 대결하다가 꺾임. 그리고 데굴데굴 덱데굴 벼랑으로 굴러가다가 두 번째 기연을 만나. 그리고 이 기연은 능력을 개화시킨 첫 번째 기연보다 더하게 영약과 세트로 들어 있는거야. 첫 번째 기연이 연단이면 두 번째는 천년설삼이나 만년설삼 같은 걸로. 그리고는 거기서 깨달음을 얻고 다시 잘난 놈과 대결 구도를 이루다가 두 번째 기연에서 만난 비급의 마지막 구절 같은 걸 마지막 순간 깨달으며 모든 것을 이뤄내는 ... (하략)

 

헛소리가 길어졌습니다. 『칼의 목소리가 들려』를 집어 든 건 여러 사정 덕분이었습니다. 조아라를 기웃거리다가 『요리의 신』이라는 소설이 공개된 걸 봅니다. 조아라 프리미엄이 방학을 맞아 무료 편수가 확장되어, 꽤 많은 편을 읽습니다. 완결편까지 한 번에 죽 올라와 있는데 그 편 수가 엄청나더라고요. 일단 읽어보자고 손을 댔다가 순식간에 무료 편수를 다 읽고는 앓았습니다. 이거 뒷 편을 결제 해? 말아? 라면서요. 그래서 알라딘 검색을 했더니 이게 이미 출간된 책이더라고요? 만세를 부르며 장바구니에 주워 담았습니다. 조아라 전체 편별로 구입하는 것보다는 전자책이 비쌉니다. 그래도 전자책이 오프라인에서 보기도 좋으니 전자책으로 사고 싶은데, 그 전달에 구입했던 모 판타지소설을 읽다가 도중에 던진 기억이 나서 고민했습니다. 32권 모두 결제해도 괜찮은 것인가 하고요. 그렇게 검색하다가 이 작가의 다른 작품으로, 2019년 출간작이 있는 걸 봅니다. 소개글도 은근 취향에 맞아서 장바구니에 담아, 도합 40권을 결제했습니다. 그래요... 스트레스가 심하면 이렇게 폭주하는 겁니다. 그런 겁니다.

 

『요리의 신』을 먼저 보았던 터라 여기서도 같은 시스템을 쓰나 싶었습니다. 칼을 손에 잡는 순간, 칼을 오래 써온 주인의 기술을 읽을 수 있었고, 그리하여 원래 하던 약초학을 때려치우고, 몸 쓰는 것으로 유명한 초 가문에 갔다가 아카데미에 진학합니다. 다른 사람들에게 추천하기 좋은 무난한(?) 소재는 『요리의 신』이지만 『칼의 목소리가 들려』도 나쁘지 않습니다. 무난한 소설입니다. 로맨스판타지는 요즘 지뢰를 너무 밟아서 매우 감사한 마음으로 보았습니다. 8권 끝날 때까지 손에서 놓지 못하고 계속 보았더랍니다.

 

 

양치기자리. 『요리의 신 1-32』

현대, 판타지, 회귀.

현대지만 판타지입니다. 배경은 현대이나, 회귀한 뒤에 특이한 능력이 생긴 조민준을 주인공으로 한 식문화 소재의 소설입니다. 아니, 대놓고 요리 소설입니다.

조민준은 꽤 괜찮은 4년제 대학을 나와 영어교사를 하다가, 이 길이 내 길이 아니라며 그만두고는 요리사의 길을 걷습니다. 하지만 스물아홉이 되도록 제대로 자리를 잡지 못합니다. 나이 들어 요리를 하다보니 어린 선배들에게 치이기도 하고, 제대로 배우지도 못하고요. 그런 자신에 대한 자괴감을 느끼고 귀가했는데, 깨보니 대학생입니다. 회귀했다네요. 게다가 대학생으로 도로 돌아온 조민준의 눈 앞에는 시스템 창이 보입니다. 자신의 요리 레벨과 조리 레벨 등을 포함해, 다른 사람들의 요리 레벨과 각 음식들의 레벨까지, 다.

미친건가 생각했지만 집에서는 만들기 쉽지 않은 짬뽕을 매우 수월하게 해내는 자신을 보며 이게 꿈이 아님을 다시 한 번 깨닫습니다. 단순한 꿈이라면 회귀 전에 쌓아 놓은 여러 조리 실력이 남아 있을리 없잖아요. 다시 한 번 기회가 생겼으니 이번에는 제대로 꿈-장래 희망을 따라가기로 합니다. 그리고 요리사가 되기 위해, 회귀 전에 알았던 여러 정보를 조합해 먼저 미국의 그랜드 셰프 대회에 출전하러 갑니다. 집에는 미국 여행 한다고 말하고는 슬쩍 말입니다.

소설은 조민준을 중심으로 여러 인물들을 함께 엮어 냅니다. 민준이 회귀 전에 가장 이상적으로 생각하던, 그리고 롤모델로 삼았던 카야 로터스는 회귀 후엔 단짝이 됩니다. 민준이 끼어 있는 만큼 그랜드 셰프의 결과도 매우 달라집니다. 무엇보다 시스템을 적극적으로 활용한 덕에 절대미각을 갖고 있는 걸로 소문이 납니다. 사실은 음식 위에 뜨는 시스템창이 알려줬지요.

구체적인 내용은 직접 확인하세요. 서른 두 권 중 지금 20권을 읽고 있으니 아직도 멀었지만 그게 또 행복하면서도 슬픕니다. 이제 13권 밖에 안남았습니다. 흑흑흑.

 

 

세련. 『그대를 안고, 폭풍 속으로 1-2』. Renee, 2019, 합본 7400원.
미유미유. 『Can you heal me 1-2, 외전』. WET노블, 2019, 1-2 각 4200원, 외전 600원.
남유현. 『팁시 레이디 1-6』. 로즈엔, 2019, 1-5 각 3600원, 6권 2천원.
끼밍. 『프리실라의 고민 1』. 크라운노블, 2019, 4500원.
꽃니랑. 『은의 공녀, 까마귀 공녀 1-3』. 비사이드, 2019, 각 3700원.
양치기자리. 『요리의 신 1-32』. 문피아, 2017, 각 3200원.
양치기자리. 『칼의 목소리가 보여 1-8』. 문피아, 2019, 각 3200원.

 

종이책 로맨스와 라이트노벨 선택 실패담과 판타지소설 이야기를 조금 더 해볼 생각입니다. 그건 오늘 말고 다음 기회에. 알라딘 지름목록 이야기도 해야하니 조금 더 뒤에 올리겠습니다.

어제였나, 그제였나. 조아라 투데이 베스트 목록에 올라온 연재본을 보고 흥미가 돌았습니다. 연재 분량은 아직 30편 남짓이더군요. 다만 내용을 보니, 요즘 조아라에 올라오는 몇몇 소설들처럼, 이미 계약되어 전자책 발행될 예정인 소설을 조아라에 연재하는 겁니다. 검색해보니 아직 전자책 발행은 안되었고, 리디북스에서 연재된 소설입니다. 『회귀한 톱스타의 힐링라이프』. 지금 읽고 있는 소설-『요리의 신』이 그러하듯 이 소설도 게임시스템을 도입했습니다. BL이나 로맨스에서 농장 계통 힐링 게임 시스템을 판타지소설 요소에 결합하는 일은 꽤 많습니다. 광기에 침식당해 제정신이 아닌 대공의 아내로 팔려갔으나, 게임 시스템과 아이템을 현실에 가져오는 내용의 소설도 있었지요. 제목이 뭐더라...

 

하여간 농장의 레벨이 오르면 새로운 아이템을 상점에서 구입할 수 있고, 그러면 새로운 작물이나 희귀 아이템을 구할 수 있으며, 이를 활용할 수 있다는 설정은 『회귀한 톱스타~』도 비슷합니다. 읽다보니 재미있어서 결국 리디북스 들어가 무료 공개된 분량까지 다 보았습니다. 전자책 나오면 구입해서 볼 생각은 있지만, 음, 딱 거기까지 입니다. 재미는 있으나 강렬하지는 않습니다. 판타지 요소를 너무 섞어 놓아, 치트키를 너무 깔아버렸다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판타지 요소를 섞어 쓴 배우 혹은 연기 관련 소설은 『별이 되다』를 제일 먼저 떠올립니다. 종이책으로만 나왔고 전자책은 아닙니다. 조아라 연재되었다가 다른 곳으로 연재처를 옮겼던 걸로 기억하고요. 지금도 가끔 생각날 때마다 꺼내봅니다. 총 5권이라 적지 않은 분량임에도 재미있고요.

어느 날 갑자기, 머리에 벼락 맞은 듯 전생의 기억이 떠오른 청년의 행보가 주요 내용입니다. 처음부터 끝까지 로맨스 요소는 없고, 질척이는 옛 연애의 기억과 전생의 기억과 주변 친구의 연애담이 있을뿐입니다. 그 뒤로도 연애는 하지 않았거나 하더라도 멋지게 했을 거라는 상상만 해봅니다. 채우진이 매우 귀엽기도 하고 주변 인물들도 대체적으로 마음에 들어서 좋아합니다. 채우진이 등장한 여러 영화들 중에서는 맨 마지막 영화가 기억에 남습니다. 에피소드로는 복면가왕의 패러디 프로그램 출연담이 좋았고요.

 

하지만 이 소설이 배우/연기 소재 소설 중 맨 처음으로 본 건 아닙니다. 뭐, 할리우드를 배경으로 한 여러 할리퀸이나 로맨스소설이 많으니 최근의 웹소설계통으로 한정하면 BL이 압도적으로 많습니다. 『드라마틱』이 예외적일 정도군요. 그 외에는 대개 BL입니다. 기억나는 작품만 대략 주워도, 『최고의 악역』, 『원테이크』, 『칸타타』, 『십이월기담』이 있습니다. 이 네 소설은 한국의 영화와 드라마 제작을 소재로 합니다. 『최고의 악역』은 아마도 연기 관련 BL 중 거의 처음으로 보았을 겁니다. B&M 소설 번호로 봐도 출간된지 오래되었고요. 악역 전문배우인 김우연을 매우 좋아하는 이연은 어느 날 좋아하고 존경하는 선배와 함께 영화를 찍게되어 매우 기뻐합니다. 차갑고 무뚝뚝하다는 그 선배가 사실은 남모를 비밀이 있다는 걸 알게 된 뒤에는 그 비밀을 지키기 위해 노력하고요. 별 것 아닌 비밀입니다. 차멀미.-ㅁ-a

 

『십이월 기담』은 스캔들로 바닥까지 떨어졌던 주성빈은 영화감독인 친구의 성화로 '일제강점기를 배경으로 한 퀴어 영화'를 찍습니다. 그리고 거기서 만난 상대역인 한제빈과 함께, 2년 전의 스캔들 관련 일들에 함께 휘말립니다. 소설은 『십이월 기담』의 제작 과정에서 벌어지는 주성빈의 이야기, 한제빈의 이야기를 첨가하며 이들 둘이 연애 시작하는데까지 일직선으로 달립니다. 물론 방해자는 있지만 모두 분리수거(!)됩니다.

 

『칸타타』는 조아라 연재 중 잠시 휴재했고, 다시 연재되었던 걸로 기억합니다. 다른 소설보다 먼저 봤다는 기억이 있지만 전자책으로는 훨씬 더 늦게 구입했거든요. 이쪽은 외전이 따로 나올 거라 그쪽도 기다립니다. 어릴 적 부당노동계약을 맺었던 소속사에서 탈출하면서, 그 때문에 연기를 포기해야 했던 도예호에게 새로운 기회가 찾아옵니다. BL 특성상 새로운 기회를 준 사람이 공입니다. 도예호의 광팬인 이도. 이름에서 짐작하시겠지만 광화문 모 광장 한 가운데 계시는 그 분 맞습니다. 이름만. 물론 이름뿐만 아니라 다른 것도 좀...? 하여간 도예호도 그렇고 이도도 참 귀엽습니다. 그러니 외전 주세요..

 

 

『원테이크』는 드라마 촬영이 소재입니다. 적으려다보니 이거 앞서도 언젠가 적었던 것 같은데..? 확신은 없군요..?

등장인물들이 매우 유쾌합니다. 1인칭 주인공 시점이기 때문에 주인공의 감춰진 사정이 중반 이후에나 나온다는 것이 재미있고요. 본인이 고백하기 전까지는 그 상황 자체를 파악하기 어렵습니다. 장승민이 성폭력 가해자라고 소문이 났다지만 주인공인 이 인물의 상태를 봐서는 절대 그럴 것 같지 않고요. 뭔가 악당이 따로 있고 사정이 있어 보이지만 장승민 본인은 그 이야기를 꺼내지 않습니다. 꺼내지 않은지 이미 몇 년이고요. 애초에 오프닝 자체도 다른 이에게 별 관심 없이 꾸준히 영화판 활동만 하던 장승민이, 국민 배우라는 하현제에게 홀딱 반하는 사건이거든요. 장승민의 과거 이력은 얼핏 얼핏 지나는 정도고 하현제가 본격적으로 끼어들기 전까지는 제대로 나오지도 않습니다. 하현제는 또 연기도 잘하지만 외모 파괴력도 메테오스트라이크급이라 더욱 그렇습니다. 게다가 하현제 본인이 자신의 파괴력을 잘 알고 있어요. 연기 대결도 그런 의미에서 재미있게 흘러갑니다.

 

 

『드라마틱』도 예전에 리뷰 올린 적 있지요. 조연 전문배우와 국민 남배우의 연애담입니다. 드라마 제작 과정이 궁금하다면 아예 이 소설을 탐독하면 될 정도로, 상당히 구체적으로 나옵니다. 게다가 드라마 제작과정에 얽힌 여러 사건들도 함께 나오고요. 연기도 그렇지만 제작 자체, 그것도 일일드라마는 아닌 미니시리즈가 어떻게 제작되고, 어떤 사람들이 얽히는지 자연스럽게 녹여냅니다. 게다가 주인공인 조윤리 어머니가 부동산 투자한 이야기는 실감이 넘치다 못해... 본받고 싶습니다. 흠흠흠.

 

조아라 연재 소설로, 곧 리디북스 오픈 예정이라는 『블라우어 로즌』(맞나?;)은 영화 배경 BL이고 주인공의 연기 장면이 인상깊었습니다. 이쪽도 재독하고 싶지만 습작되었지요. 아니 내용 삭제였나. 지금 한창 연재되고 있는 다른 소설은 슬그머니 감춰둡니다. 오메가버스 세계관의 연기 소설이고, 본격적으로 판이 벌어질 모양새입니다.

 

 

『원 모어 퍼킹 타임』 , 『데드라인 할리우드』는 아예 할리우드의 제작 시스템을 기반으로 한 영화 제작 소설입니다. 영화 촬영 자체도 좋지만, 『원 모어 퍼킹 타임』에서 니키가 회귀 후 처음으로 보였던 그 장면은 정말 멋졌어요. 라이언이 대본을 팍파팍 짓밟으며 절규했던 그 모습이 눈 앞에 선합니다. 그 외에 아이돌 소재의 BL 중 『세컨드 런』도 드라마 촬영 장면이 나옵니다. 아이돌이 여러 일을 같이 하는 건 드물지 않으니까요. 아이돌 소재의 BL 소설들은 아예 따로 적어 놓은 글이 있으니 그쪽을 보셔도....(https://esendial.tistory.com/7407)

 

 

 

라고 하며 정리하는 건, 나중에 찾아보기 쉬우라고 끄적이는 겁니다. 그나저나 이금귤 作 『갑의 전설』은 언제쯤 풀릴까요. 크흑. 재주행하고 싶어도 습작된지 오래라 못봅니다.ㅠㅠ

6월의 종이책 독서기는 슬그머니 건너 뛰었습니다. 다른 이유는 아니고, 6월도 신나게 스트레스 받으며 신나게 조아라 소설 읽다가 종이책 독서는 거의 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읽기 싫다, 자료는 쳐다보기도 싫다는 느낌은 오랜만입니다. 재미있게 해야 그래도 쉽게 넘어가는데, 그러지 못한 것이 문제네요. 하기야 지금이라고 사정이 다른 것은 아닙니다만.

 

전자책과 조아라소설은 너무 읽어서 탈이라, 슬쩍 종이책 먼저 끄적입니다. 그렇게 많지는 않을 거예요. ... 아마도.

 

 

하타케나카 메구미. 『요괴를 빌려드립니다』

추리, 일본소설.

정확히는 에도시대 배경 추리적 판타지소설입니다. 이전에 읽은 기억이 있는게, 아마도 원서로 본 것 같군요. 이야기만 들었다면 제가 그 세부 설정을 기억할리가 없습니다. 읽다보니 기시감이 들어서 아마도 B님에게 빌리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시타마치에서 물건 대여점을 하는 남매가 있습니다. 이들이 빌려주는 물건 중에는 부상신이 여럿 섞여 있습니다. 쓰쿠모가미라 불리는, 한국식으로는 귀신들린 물건 말입니다. 나이 백 살 쯤 먹으면 물건에도 혼이 깃들어 재잘대는 겁니다. 대여점 운영하다보니 그런 물건들이 모인다는군요. 그 때문에 사건에 휘말리기도 하고, 또 옛 사건을 해결하기도 합니다. 일상추리에 가깝지만 이 두 남매의 미묘한 관계와 과거사가 함께 뒤섞이면서 다음 권을 기다리게 합니다.

 

 

베로니크 드 뷔르. 『체리토마토파이』

프랑스소설.

모님이 추천해주셔서 그렇지 않아도 고민하다 덥석 집어 들었습니다. 체리토마토, 방울토마토로는 파이 안 만듭니다. 그런데 왜 체리토마토파이가 제목인가. 읽어보시면 알겁니다.

남프랑스 쪽의 시골에서 홀로 사는 할머니의 일기장입니다. 뒤늦은 나이에 일기를 쓰기 시작한 할머니는 약 1년 동안의 이야기를 씁니다. 1년이면 그리 길지 않은 시간이지만 할머니에게는 또 다릅니다. 남편을 먼저 보내고, 아이 없는 이웃집 부부와 사이좋게 잘 지내며 자신처럼 혼자 있는 친구들과 친척들과 교류도 합니다. 나이가 나이인지라 '일흔에도 운동하는 할머니'의 기사를 읽으며 아직 젊군!이라고 하는 부분에서는 폭소했지요.

소설이지만, 그 1년 간의 일기를 읽고 있노라니 저도 준비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정말로 나이 먹는 것도 쉽지 않네요.

 

 

『Casa BRUTUS(カ-サ ブル-タス) 2019.6: ロ-カルフ-ドを巡る「食」の旅』.매거진하우스, 2019, 12970원(알라딘기준).

원서, 여행.

로컬푸드 관련 여행서입니다. 로컬푸드 특성상 시골 이야기가 많군요. 여행자는 찾아가기 어려운 곳이라서요. 아마도 방출 예정.

 

 

마쓰우라 다쓰야. 『맛있는 계란 요리』, 조수연 옮김. 진선북스, 2019, 9900원.

음식.

달걀은 옳습니다. 달걀. 가격도 그렇고, 구입하길 잘했습니다. 다만 번역어 몇몇은 조금 걸리네요. 달걀초밥에 올리는 달걀구이를 달걀지단이라 적었습니다. 음식 번역서는 전공 번역하는 분야들처럼 아는 사람이 하는 것이 좋은데... ... 하기야 아는 사람이 번역한다고 잘하는 것도 아닙니다. 역서 읽고 분노 폭발했던 옛 기억이 새록새록 떠오르네요. 하하하하하.

 

 

조민해. 『남자의 완벽한 슈트핏』. 아이콘북스, 2019, 13500원.

운동, 자기관리.

앞서 감상문 올렸지요. 나이 마흔을 앞둔 사람뿐만 아니라 운동을 생각하는 사람이라면 읽어볼만 합니다. 멋진 슈트핏을 위해 멋진 몸을 만들자는 내용. 꽤 마음에 들었더랍니다.

 

 

『Casa BRUTUS特別編集 アジアのリゾ-ト、日本の宿 (マガジンハウスムック CASA BRUTUS)』

여행.

2017년 발행서로 리조트가 소개되었다는 말에 혹해서 구입했습니다. 하지만 역시. 리조트는 제 취향이 아닙니다. 저는 도심의 숙소가 좋아요. 리조트에서 노는 것보다는 무지 호텔에서 뒹굴거리는 것이 더 휴가답습니다. 진짜, 다음 도쿄 여행 때는 콘 데리고 여행 가서 같이 사진 찍고 싶은데 안되겠지요. 기내 반입 안되는 크기라 부쳐야 하고, 그럴려면 미리 완충재도 잘 챙겨가야 하지 않습니까.

 

 

시야. 『녹음의 관 1-3』. 피오렛, 2019, 각 22000원.

판타지, 로맨스.

정신차려보니 소설 속 악녀에게 빙의했다는 이야기는 많지요. 이쪽도 비슷합니다. 정신 차려보니 남자주인공에게 트라우마를 안겨주는 악녀입니다. 후처가 데리고 온 딸이지만, 부모님이 사고로 같이 사망하면서 아직 나이어린 후계자 대신 섭정으로 오릅니다. 그래서 남자주인공인 후계자와 대립하게 되는데, 이야기를 틀어 살아남기 위해서 소설 설정을 치트키로 이용합니다. 그리고 남주를 아주 잘, 그리고 영지를 아주 잘 이끌어 가지요. 더불어 여주인공을 비롯한 여러 인물들까지도 잘 포섭합니다.

만.

전작도 그렇지만 1권 정도까지는 재미있습니다. 2권부터는 이야기가 늘어지는 것 같아 건너 뛰고, 3권 중반을 뛰어 들어 확인하니 중간 안보기를 잘했습니다. 이야기 스케일이 커지면서 취향과는 거리가 멀더라고요. 『나는 이집 아이』도 그랬지만 이번 책도 조용히 방출 예정입니다.

 

하타케나카 메구미. 『요괴를 빌려드립니다』, 이규원 옮김. 북스피어, 2019, 12800원.
베로니크 드 뷔르. 『체리토마토파이』, 이세진 옮김. 청미, 2019, 15000원..
『Casa BRUTUS(カ-サ ブル-タス) 2019.6: ロ-カルフ-ドを巡る「食」の旅』.매거진하우스, 2019, 12970원(알라딘기준).
마쓰우라 다쓰야. 『맛있는 계란 요리』, 조수연 옮김. 진선북스, 2019, 9900원.
조민해. 『남자의 완벽한 슈트핏』. 아이콘북스, 2019, 13500원.
『Casa BRUTUS特別編集 アジアのリゾ-ト、日本の宿 (マガジンハウスムック CASA BRUTUS)』. 매거진하우스, 2017, 19710원(알라딘기준).
시야. 『녹음의 관 1-3』. 피오렛, 2019, 각 22000원.

 

그러니 이제 전자책만 쓰면 됩니다. 이번 전자책은 구입 권 수가 많은 만큼 정리도 힘들거예요.ㅠ

아주 간략히 책 내용을 요약하면, 마흔을 맞이하는 사람들을 위한 운동 안내서입니다. 읽으면서 매우 공감이 되더군요. 마흔이 되면 얼굴에 자신이 드러난다는데, 얼굴뿐만 아니라 몸 역시 그렇습니다. 20대와 30대에 관리한 모습이 40대의 나에게 그대로 거울처럼 보입니다. 주변의 마흔 언저리를 보면 그렇습니다. 관리한 사람과 아닌 사람의 차이가 커요.

 

이 책은 남자를 대상으로 합니다. 제목도 도발적인데, 남자의 완벽한 슈트핏은 관리의 표본이자 멋의 상징입니다. 슈트 잘 입는 사람처럼 멋있는 이는 많지 않지요. 물론 슈트가 아니라 청바지에 검은 목티만 입는다거나, 청바지에 흰 라운드티만 입어도 멋있는 사람들이 있지만 그 역시 슈트를 입어도 잘 어울립니다. 시오노 할망이 「남자들에게」에서 열변을 토했듯, 몸매가 좋으면 뭐든 잘 어울립니다. 물론 슈트는 정장이고, 제복이고, 그렇기 때문에 몸매 이상의 것이 필요하기도 하지만 일단 몸매는 기본 조건이니까요. 자세한 이야기는 해당 책을 읽어보세요. 벨에포크까지는 아니지만 하여간 모 로망시대에 꽤 풍요로운 환경에서 자란 사람이 이탈리아 유학을 가서 고대인문학 연구를 하면 어떤 눈을 가지게 되는지 직설적으로 보여줍니다. 시오노 할망 책 중 「남자들에게」와 「사일런트 마이노리티」를 집에 두고 있는 것도 그 때문입니다. 그 외에 세네 권 정도 더 있던가요.

 

잠시 이야기가 샜지만 이 책은 그런 몸을 만들기 위한 책입니다. 멋진 슈트핏, 정장이 잘 어울리는 몸을 위해서는 마르거나 뚱뚱하면 안되고 적절히 근육이 붙어야 합니다. 그리고 자세가 발라야 하고요. 이런 몸을 위해서는 평소부터 자세교정을 하고 좋은 자세를 위해 몸 여기저기에 근육을 길러야 하며, 그래서 런지와 크런치, 버핏 외에 다양한 근육 운동이 필요합니다.

다른 것보다 식이조절 방법이 재미있습니다. 끼니마다 자신의 손을 중심으로 딱 이만큼의 음식을 챙겨먹으라고 안내합니다. 고기는 손가락을 뺀 손바닥 만큼, 채소는 주먹 두 개 분량, 탄수화물은 주먹 반 개 분량, 지방은 엄지손가락만큼. 더 구체적인 이야기를 책을 보세요. 운동 방식은 유튜브 영상으로도 많지만 이렇게 몸 관리를 위해 체계적으로 짠 책은 오랜만에 보니 재미있습니다. 책의 구성이 슈트가 잘 어울리는 멋진 몸으로 목표 설정을 하고, 목표 달성을 위해서는 자세와 몸매가 필요함을 안내하고, 그러고 나서 바른 자세와 좋은 몸매와 건강을 위해 필요한 운동법과 식이요법을 함께 소개합니다. 맨 마지막에는 구체적인 계획표도 있고요.

따라할 수 있을지는 모르지만, 그래도 시도는 해보렵니다.

 

 

 

조민해. 『마흔을 완성하는 남자의 완벽한 슈트핏』. 아이콘북스, 2019, 13500원.

 

너무 장황한가요. 하지만 내용을 되짚어 보면 정말로 그렇습니다. 미스터리에 스릴러, 그리고 로맨스와 활극이 함께 합니다. 이 모든 것의 시작은 작지만 작지 않은 화재와 사망사고였습니다.

 

 

지난 번에 ㅇ님이 추천해주셔서 까맣게 잊고 있다 장바구니에 담고, 다시 한동안 묵혔다가 바닥에 가라앉은 기분을 끌어 올릴겸 꺼내들었습니다. 하지만 이 책도 단번에 읽어 내렸습니다. 한 번 붙잡으면 아껴가며 읽는 것은 불가능하군요. 칼을 뽑았으면 무라도 썬다-가 아니라, 읽기 시작했으면 끝을 보아야 하는 겁니다. 그런 겁니다.

 

출간은 2015년인 현대배경 로맨스판타지이지만 지금 읽어도 위화감 없습니다. 위화감을 느낄 정도로 오래 전의 이야기도 아니고, 소설의 소재 자체가 옛것이기 때문이기도 할 겁니다. 그리고 소설의 배경보다는 소재가 눈에 띄다보니 현대의 이야기는 상대적으로 묻힙니다.

 

일본에는 부상신(付喪神, つくもがみ)라는 것이 있습니다. 리뷰 적는 걸 잊은 『요괴를 빌려 드립니다』나 한참 전에 재미있게 읽었던 『샤바케』에서 등장하는 요괴 혹은 잡신입니다. 아니, 일본은 800만의 신이 있다고 하니 잡신쪽이 더 맞을지도 모릅니다. 물건이 100년을 묵으면 거기에 영靈이 깃든다는 겁니다. 그걸 붙은신이란 의미로 쓰쿠모가미라 부르는 모양이네요.

이 소설은 조금 다릅니다. 기운이 강한 이들이 만든 작품에는 그런 힘이 깃든답니다. 오래되어 생기기도 하지만 어떤 건 힘을 가진 채 오래 묵은 작품이기도 합니다. 주인공인 윤보들의 작품도 그렇습니다. 의도적으로 조절이 가능한 건 아니지만 힘을 들인 작품들은 그게 그림이건 자기이건 뭐건 특별한 힘을 가집니다. 부계혈통이기도 해서 주변의 많은 친척들은 이런 힘을 가집니다. 다만 시대가 시대이다보니 지금은 그렇게 강한 힘을 가진 이는 없고, 보는 눈은 있어도 만드는 힘은 없는 이도 있습니다.

 

윤보들이 가진 힘은 꿈과 관련되었습니다. 초반부터 등장하는 이야기지요. 보들이 그린 그림을 보고 특별한 꿈을 꾼 한세준은, 그 힘을 이용하면 자신의 잃어버린 기억을 찾을 수 있을 거란 생각에 보들에게 그림을 의뢰합니다. 그리고 여기서부터 미스터리가 시작됩니다.

이야기가 스릴러로 변모하는 것은 한세준의 잃어버린 기억이 방화와 관련 있기 때문입니다. 방화로 화재가 일었고, 그 화재에서 한세준은 살아 남았으나 조부는 사망합니다. 조부의 사망에 얽힌 수수께끼를 풀기 위해 세준은 기억을 찾고자 합니다. 그리고 범인 역시 세준이 그 기억을 찾는 걸 압니다. 그렇다보니 기억 찾는 걸 돕는 보들 역시 같이 휘말리고, 이야기는 스릴러로 흘러갑니다.

 

왜 이 이야기가 활극이 되는지는 해결편을 보시면 압니다. 아..... 진짜 이거 『드라마틱』이 떠오르더랍니다. 아니, 드라마의 한 장면 같았어요. 결말은 해피엔딩일 것이지만 거기까지 가는데 우여곡절이 좀 많습니다. 하여간 활극을 해결하고 나면 로맨스도 막을 내립니다. 그러니까 로맨스는, 한세준이 걸출한 미남인데서부터 이미 시작했으니 로맨스가 어디에 있는지는 묻지마세요. 그냥 이 미스터리를 해결하는 모든 과정이 로맨스인 겁니다.

 

 

미스터리 로맨스인만큼 중요한 이야기는 다 빼놓고 소개했습니다. 무엇보다 솔개의 일화에서 시작했을 것 같은 이 이야기는 쓰쿠모가미에 비견할 만한 좋은 소재가 될거라 봅니다. 이렇게 적다보니 이제 미대도 실력있으면 먹고 살 수 있어! 라는 망발이 떠오릅니다만... 아니, 소설 주인공으로 말입니다. 이런 능력을 가진 예술가라면 소설주인공으로 채용될 수 있을 것이니, 새로운 장이 열렸다고 부풀려 말해도 좋겠지요. 예술적능력과 동양판타지, 그리고 한국문화재 이야기를 잘 섞어 재미있게 풀어냈습니다. 덕분에 우울해의 바다에서 탈출할 수 있었기에 더 감사한 소설이기도 하네요. :)

 

 

양효진. 『내 꿈에 놀러와요 1-3』(세트). 그래출판, 2015, 5천원. (1권 무료, 2-3권 각 2천원.)

 

다른 건 몰라도 호순이는 매우 절실합니다. 호순이........ 집에 한 분 모시고 싶습니다. 외전까지 보시면 이 심정 이해하실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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