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련글: 출판통계: 도서 정가제 이후 책 값은 올랐나? https://esendial.tistory.com/8235

 

앞서 살핀 통계 자료는 2015년부터 2018년까지의 데이터였습니다. 4년의 데이터 가지고는 책값이 오른 것인지 어떤지 정확하게 파악하기는 어려워 앞서의 자료도 살펴보자고 했지요.

...

그랬는데.

대한출판문화협회의 자료실에는 2004년부터 2014년까지의 데이터가 없습니다. 엑셀파일이건, 홈페이지의 표건 간에 데이터가 없습니다. 2004년부터 2014년까지 자료실의 글이 전혀 없네요. 왜 그랬을까.

데이터를 구하자면 못 구할 것도 없습니다. 하지만 구하려면 국립중앙도서관의 데이터를 퍼오거나, 아니면 대한민국 국가서지의 데이터를 뽑아야 합니다. 전자는 그럭저럭 할 수 있지만 후자는 대략 난감. 이전에 데이터 확인하겠다고 덤볐다가 좌절한 적 있거든요. CD 데이터입니다. 2012년 자료가 그랬어요. 다시 찾아보면 국중도 홈페이지에 올라와 있는 걸 또 찾을 수 있을지 모르지만, 일단 차근차근 해봅시다. 오늘 잡을 데이터는 데이터가 끊기기 전, 1994년부터 2003년까지 10년간의 자료를 분석한 내용입니다.

데이터의 출처는 대한출판문화협회 자료실입니다. 스프레드시트에 붙여서 분석했고, 데이터 내용만 보면 이거 뭔가 싶어서, 이번에는 그래프로만 추려 확인합니다.

 

 

 

<그림 1> 1980∼2003년 만화 도서 발행 종수   <그림 2> 1980∼2003년 만화 도서 발행 부수

왼쪽 <그림 1>의 계열 1이 전체 도서의 발행 종수, 계열 2가 만화의 발행 종수입니다. 퍼센티지로 보면 확연히 다가오는데, 2003년 즈음에는 전체 출간 도서의 25.6%가 만화입니다. 흑백만화 말고 과학만화나 한자만화 같은 학습만화, 그리고 그리스로마신화 시리즈까지 포함해서 그럴 겁니다.

오른쪽 <그림 2>는 발행 부수입니다. 부수로 따지면 점유 퍼센티지가 더 올라갑니다. 2003년 기준으로 29.9%. 출판시장의 상당수를 만화가 잡은 셈이었지요.

 

그리고 10년의 데이터를 건너뛰고, 2015년의 데이터를 보면? 총 출판 시장에서 만화의 점유율은 13.69%입니다. 종이 아니라 부수로 따지면 8.93%. 확 줄었지요. 짐작가는 부분이 있지만 확실한 것은 아닙니다. 아마도 대여점의 존재 유무가 저 데이터에 상당한 영향을 주었을 거라 보거든요. 만화 시장의 성장은 그 당시 대여점과 함께 했으니까요.

 

궁금한 것은 전체 출판시장 그래프가 확 꺾이는 저 시점입니다. 만화는 크게 변동이 없는데 말이죠. 저 때가 언제냐 하면 1990년과 1991년입니다. 1990년에 전체 45,842종 248,673,018부였던 시장은 1991년에 26,919종 140,436,655부로 확 줄어듭니다. IMF 때는 97년이죠. 97년은 212,313,339부에서 98년은 190,535,987부, 그리고 99년은 112,506,184부로 줍니다. 종수 자체는 아주 크게 차이나진 않습니다. 97년 3만 3천부, 98년 3만 6천부, 99년 3만 5천부 정도니까요.

 

 

출판 시장 규모를 보면 IMF의 영향이 두드러집니다. 만화 통계는 80년부터 잡았지만 제가 보고 있는 출판시장 통계는 94년부터 03년까지니까요. 시장이 IMF 때 확 줄어듭니다.

 

<표 1> 10년간 출판 시장 규모 추정액(단위: 부, 원)

표가 아니라 그림이지만 일단 표라 설명은 넣습니다. 하여간 97년과 98년의 통계를 보면 출판시장의 허리가 접혔다는 생각마저도 듭니다. 97년. 98년, 99년을 비교해보세요. 그리고 2003년도. 최근 통계에는 시장 규모 추정액이 나오지 않지만, 계산법에 따라 2018년 통계를 집어 넣으면 2018년 시장 규모 추정액은 3조 2741억입니다. 어디까지나 추정액이고, 무엇보다 협회에 가입하지 않은 여러 출판사들이 있음을 감안하면 수치는 더욱 큽니다. 무엇보다 전자책 시장이 포함되지 않거든요. 대한출판문화협회가 국회도서관과 국립중앙도서관에 납본하기 위해 받은 도서를 기준으로 만든 통계라 그렇습니다. 전자책 납본제도도 시행중이지만, 잘 되고 있는지는 저도 모릅니다. 아마 대형 출판사야 하겠지만, 장르문학의 소소한 출판사들도 하고 있는지는? 확신이 없네요. 이것도 찾아 봐야 하나.

 

 

본론으로 돌아옵니다. 중요한 건 부수나 종수가 아니라 가격이었지요. 원래 이 통계 들여다본 것이 도서정가제 이후 도서 가격이 오른 것이 맞나 아닌가를 확인하기 위해서였고요. 그래서 예술분야의 도서 가격 확인도 해보자 했던 것인데 잠시 잊고 있었습니다.

 

마침 1994년부터 2003년까지의 분야별 평균 정가도 통계가 있습니다.

 

<표 2> 연도별 평균 정가 현황 (단위 : 원)

만화는 94년 자료가 빠졌고, 95년부터 나옵니다. 넵. 그 때는 만화 한 권 평균 가격이 2,555원이었군요. 통계를 보면 대체적으로 사회과학, 기술과학 도서가 비쌉니다. 예술이 비싸지 않을까 했는데 아니로군요. 전공서적의 영향이 아닐까 생각해봅니다.

이 10년 통계에는 재미있는 시도가 있습니다. 1995년을 100으로 놓고 나머지 수치를 상대 수치로 바꾼 '지수' 통계를 만들었더라고요. 연도별 평균 정가를 지수로 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표 3> 연도별 평균 정가 지수 현황 (1995년을 100으로 잡음)

통계를 보면 대체적으로 상승 곡선을 그립니다. 철학, 종교, 학습참고가 매우 높은데...  2002년에 학습참고서가 미친듯한 가격을 보이는 건 왜죠. 368.2라니. 뭔가 아주 비싼 책이 스치고 지나간 모양입니다. 하기야 생각의나무에서 『고대 그리스』, 『고대 로마』 등의 매우 비싼 시리즈를 낸 것이 이 즈음 아닌가 싶은데, 그걸 설마 학습참고서에 넣었나? 아니면 매우 비싼 백과사전류나 세트가 나왔을지도 모릅니다.

 

지수 통계를 그래프로 봅시다.

 

<그림 3> 연도별 평균 정가 지수 그래프(1995년을 100으로 잡음)

총계의 지수 금액 그래프로 봅니다. 대체적으로 완만하게 상승중이지요. 98년에서 99년 사이에는 살짝 꺾이는 듯하지만 2002년에 갑자기 확 오릅니다. .. 아니 왜? 이 때 월드컵말고 또 뭔가가 있었던 걸까요?

 

 

평균 가격과 평균 면 수는 밀접한 관련이 있으니 이쪽도 봅니다. 하지만 생각보다 크게 차이가 없습니다.

 

<표 4> 연도별 평균 면수 현황(단위: 면)

평균 면 수만 비교하면 94년에 비해 03년이 적습니다. 그래프로 한 번 볼까요.

 

 

<그림 4> 연도별 평균 면 수(단위: 면)

95년에 급감했다가 다시 서서히 올라갔다, 01년에 다시 확 떨어집니다. 95년의 급감은 짐작가는 부분이 없는 건 아닙니다. 만화 통계가 95년부터 들어갔거든요. 하하하하하. 94년의 평 균 면수를 제외하고 본다면 01년에 왜 급감했나 싶기도 합니다. 이 때 얇은 책자들이 발행되었거나, 그럴 가능성도 있군요.

 

 

<표 5> 연도별 평균 면 수 현황 지수(1995년을 100으로 잡음)

지수로 봅시다. 지수로 보면 00년까지 늘어났다가 01년에 다시 줄어든 것이 보입니다. 그럼 이번에는 잃어버린 10년(...)은 빼고 생각해볼까요.

2015년 이후의 통계는 만화를 포함한 것과 아닌 것이 있지만, 이전의 통계가 만화 포함이니 끼워 넣고 봅니다. 2015년 출판통계에 2014년 자료도 같이 있으니 그것까지 포함해서 총 5년 간의 데이터를 넣고 봅시다.

 

 

<그림 5> 2004~2013을 제외한 평균 면 수(단위: 면)

면수가 확 늘었지요. 2003년에 평균 251면이더니 2014년은 272면부터 시작합니다. 그 사이에 책들이 두꺼워졌네요.

 

 

<그림 6> 2004~2013을 제외한 평균 정가(단위: 원)

1994년부터 2003년까지, 그리고 2004년부터 2013년까지를 제외하고 2014년부터 2018년까지의 통계를 넣고 보면 확연히 드러납니다. 책값은 꾸준히 올라갑니다. 빨강선으로 친 그 다섯 개의 수치가 2014, 2015, 2016, 2017, 2018년까지 임을 놓고 보면, 그리고 그 사이가 휙 올라간 걸 감안하면 아마도, 점진적으로 책값은 올라왔겠지요. 물가상승률을 감안해도 오르는 것은 당연합니다. 10년의 데이터가 들어가면 더 완만하게 오르는 모습을 보이지 않을까 생각하고요. 다만 도서정가제가 책값을 끌어내렸다고 하기에는 조금 부족해 보이지요? 물론 2015년의 책값이 내린 건 사실이지만 그래프 상으로는 단기적인, 아니면 일시적인 움직임으로 보이니까요.

뭐, 더 두고봐야 알 이야기입니다.

 

 

 

예술 책 가격 비교도 할까 했지만 앞서 통계에서 사회과학과 기술과학 등 전공서적의 가격이 더 높은 것을 보고 고이 마음을 접습니다. 2018년의 데이터만 봐도 총 평균 16,347원에서 평균 이하의 책값을 담당하는 1등 공신은 만화(5,573) 2등 공신은 아동서(10,876), 그 다음이 문학(12,419)입니다. 문학서 가격은 2014년 통계(13,229)와 비교하면 아직 낮긴 하나, 이게 가격이 떨어졌다가 아님을 대강 짐작하긴 합니다. 교과과정에서 한 학기 한 책 읽기 운동이 시작되며, 창비나 미메시스 등에서 1만원의 얇은 책을 여럿 냈고요. 민음사 등에서도 한국문학은 얇은 책으로 내는 것이 대다수라. 라이트노벨도 생각은 해야겠지요. 하기야 2014년과 2018년의 라이트노벨 출간 통계는 비교하기 쉽지 않겠지만.

하여간 문학서의 평균 가격은 내려갔지만, 전체 도서의 가격이 내려가지는 않았습니다. 평균가를 보면 그렇군요.

 

 

더 장기적으로 보아야 하지 않나 생각은 합니다. 하지만 독자가 책을 더 비싸게 사더라도, 그로 인한 수익이 저작자에게 돌아간다면 저는 찬성합니다. 안 돌아간다면? 시스템을 수정하고 고치고 개편해야지요. 뭐, 셋 다 같은 의미지만, 애초에 도서정가제의 시행 의미는 '창작자에게 적절한 보상을'이란데서 찬성했던 겁니다.

 

 

블로그에서 여러 번 이야기했지만 공공대출권과 관련한 보상금 제도는 동의하지 않습니다. 그 이야기까지 길게 이어질 필요는 없는 것이고, 예술인기금이나 예술인연금 등으로 문화적 토양을 키워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보상보다는 복지쪽일까요. 하여간 통계 잡는 건 이쯤에서 접고, 다음에 기회되면 국중도의 통계 자료를 더 찾아보겠습니다. 아마 있을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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