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책 다섯 권 사서 신나게 돌려봤는데, 뒤늦게 종이책이 나옵니다. 덩달아 신나게 구입하고는 지난 주부터 조금씩 읽고, 오늘 완결까지 다 본 뒤에 감상 올려봅니다.

 

전자책이나 종이책이나 내용은 같기 때문에 감상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습니다. 다만 종이책에도 오타나 편집실수가 몇 군데 눈에 들어옵니다. 그정도야 그냥 눈감고 넘어갈 수 있습니다. 주인공들이 굉장히 매력적이기 때문이고요.

 

 

 

이 소설은 주동인물과 반동인물의 대립이 매우 눈에 띕니다. 전자책 감상기에서도 이야기 했지만 간략히 내용 요약을 하며 인물을 짚어보지요.

 

 

주인공은 고요입니다. 결혼 전에는 고요 루비엣으로 루비엣 공작가의 장녀입니다. 알테 공작가의 테리오 알테와 결혼하는 인물이지요. 고요에게는 두 명의 동생이 있으며, 각각 의붓어머니가 데려온 메리시 루비엣과 낳은 이복동생 발터 루비엣입니다. 테리오와는 소꿉친구 사이였지만, 테리오의 고백으로 연인이 되었다가 약혼기간을 거쳐 결혼합니다. 그리고 결혼 얼마 뒤, 루비엣은 멸문합니다. 그 주동자는 메리시 루비엣과 결혼한 안시 베텔기우스 후작이고요. 메리시는 루비엣 멸문 즈음 사망했고, 루비엣 공작가는 반역죄로 몰락했으며, 유일하게 살아남은 것이 테리오입니다. 그리고 그 테리오는, 고요를 내내 고요 루비엣이라 부릅니다.

고요는 사망 후 회귀하여 결혼하기 전으로 돌아옵니다. 그리고는 모든 고리를 끊어내기 위해 테리오와의 약혼을 파기하고 안시 베텔기우스에게 청혼하여 결혼합니다. 자아. 이것이 그리고 그 모든 이야기의 시작입니다.

 

 

주인공이 고요 루비엣, 아니 고요 베텔기우스이니 반동인물은 그 반대편에 서 있는 테리오 알테입니다. 테리오는 고요의 회귀 전 죽음에도 관련이 있으며, 회귀 후에 약혼을 파기하는데도 책임이 있고 고요의 삶을 바꾸는데 매우 지대한 공을 세웁니다. 흔히 로맨스에서 표현하는 그 똥차입니다. 폐차 직전의 막나가는 차라고 해도 틀리진 않네요. 다시 읽다보니 이 반동인물의 가스라이팅과 정서적 학대 등이 매우 두드러집니다. 답정너, 그러니까 답은 자신이 정하고 그에 맞춰 상대의 답을 해석하는 인물이면서도 '남자로서의' 능력은 매우 뛰어나며, 그렇기 때문에 권위와 힘에 굴복하고 그런 것을 수치스럽게 여깁니다. 안시와의 대립에서 매우 두드러집니다. 고요와의 대립에서는 자기 중심적, 자기 본위적인 해석이 폭발합니다. 아주. 읽으면서 '이 자식, 어떻게 좀 하지 않으면…'이라는 대사가 절로 튀어나옵니다. 대화가 안되어요. 분명 고요와도 꽤 오랫동안 사귀었으면서 왜 요즘 말하는 그 인셀적인 특성을 보이는 걸까요. 아니, 무력이 뛰어나다고는 하지만 이런 사람이 공작이 되면 매우 문제가 커질 것임에 틀림없습니다. 회귀 전에도 그렇고 회귀 후에도 그렇고요.

 

 

알라딘의 평가를 보니 여주인공이 하는 일 없이 남주인공이 다 해치웠다고 하더군요. 저는 조금 다르게 생각했습니다. 처음에는 수동적이고, 테리오에게 맞추기만 하던 고요가 점차 성장한다고요. 안시에게 감화되어 자신의 성격을 드러내고, 자신의 능력을 드러내어 후반부에는 베텔기우스 후작가를 지탱합니다. 물론 고요의 움직임은 안시 때문에 크게 드러나지는 않지만, 테리오와의 마지막 대결 장면에서는 이전과는 사뭇 다른 모습을 보이지요. 회귀 전과 비교하면 상전벽해입니다. 그렇게 크기까지는 안시의 역할이 지대했지만, 그것이 전부는 아닙니다. 적어도, 이전과는 달리 살려고 노력했고 또 달라진 그 모습이 여러 파장을 낳았던 겁니다.

 

 

안시의 캐릭터가 매우 매력적이라 고요가 묻히는 감이 없지 않지만, 그래도 반동인물인 테리오 덕분에 안시나 고요의 매력이 돋보입니다. 안시와 고요 참 귀여워요.///

 

 

과앤. 『메리지B 1-2』. 루나미엘, 2019, 각 135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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