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장황한가요. 하지만 내용을 되짚어 보면 정말로 그렇습니다. 미스터리에 스릴러, 그리고 로맨스와 활극이 함께 합니다. 이 모든 것의 시작은 작지만 작지 않은 화재와 사망사고였습니다.

 

 

지난 번에 ㅇ님이 추천해주셔서 까맣게 잊고 있다 장바구니에 담고, 다시 한동안 묵혔다가 바닥에 가라앉은 기분을 끌어 올릴겸 꺼내들었습니다. 하지만 이 책도 단번에 읽어 내렸습니다. 한 번 붙잡으면 아껴가며 읽는 것은 불가능하군요. 칼을 뽑았으면 무라도 썬다-가 아니라, 읽기 시작했으면 끝을 보아야 하는 겁니다. 그런 겁니다.

 

출간은 2015년인 현대배경 로맨스판타지이지만 지금 읽어도 위화감 없습니다. 위화감을 느낄 정도로 오래 전의 이야기도 아니고, 소설의 소재 자체가 옛것이기 때문이기도 할 겁니다. 그리고 소설의 배경보다는 소재가 눈에 띄다보니 현대의 이야기는 상대적으로 묻힙니다.

 

일본에는 부상신(付喪神, つくもがみ)라는 것이 있습니다. 리뷰 적는 걸 잊은 『요괴를 빌려 드립니다』나 한참 전에 재미있게 읽었던 『샤바케』에서 등장하는 요괴 혹은 잡신입니다. 아니, 일본은 800만의 신이 있다고 하니 잡신쪽이 더 맞을지도 모릅니다. 물건이 100년을 묵으면 거기에 영靈이 깃든다는 겁니다. 그걸 붙은신이란 의미로 쓰쿠모가미라 부르는 모양이네요.

이 소설은 조금 다릅니다. 기운이 강한 이들이 만든 작품에는 그런 힘이 깃든답니다. 오래되어 생기기도 하지만 어떤 건 힘을 가진 채 오래 묵은 작품이기도 합니다. 주인공인 윤보들의 작품도 그렇습니다. 의도적으로 조절이 가능한 건 아니지만 힘을 들인 작품들은 그게 그림이건 자기이건 뭐건 특별한 힘을 가집니다. 부계혈통이기도 해서 주변의 많은 친척들은 이런 힘을 가집니다. 다만 시대가 시대이다보니 지금은 그렇게 강한 힘을 가진 이는 없고, 보는 눈은 있어도 만드는 힘은 없는 이도 있습니다.

 

윤보들이 가진 힘은 꿈과 관련되었습니다. 초반부터 등장하는 이야기지요. 보들이 그린 그림을 보고 특별한 꿈을 꾼 한세준은, 그 힘을 이용하면 자신의 잃어버린 기억을 찾을 수 있을 거란 생각에 보들에게 그림을 의뢰합니다. 그리고 여기서부터 미스터리가 시작됩니다.

이야기가 스릴러로 변모하는 것은 한세준의 잃어버린 기억이 방화와 관련 있기 때문입니다. 방화로 화재가 일었고, 그 화재에서 한세준은 살아 남았으나 조부는 사망합니다. 조부의 사망에 얽힌 수수께끼를 풀기 위해 세준은 기억을 찾고자 합니다. 그리고 범인 역시 세준이 그 기억을 찾는 걸 압니다. 그렇다보니 기억 찾는 걸 돕는 보들 역시 같이 휘말리고, 이야기는 스릴러로 흘러갑니다.

 

왜 이 이야기가 활극이 되는지는 해결편을 보시면 압니다. 아..... 진짜 이거 『드라마틱』이 떠오르더랍니다. 아니, 드라마의 한 장면 같았어요. 결말은 해피엔딩일 것이지만 거기까지 가는데 우여곡절이 좀 많습니다. 하여간 활극을 해결하고 나면 로맨스도 막을 내립니다. 그러니까 로맨스는, 한세준이 걸출한 미남인데서부터 이미 시작했으니 로맨스가 어디에 있는지는 묻지마세요. 그냥 이 미스터리를 해결하는 모든 과정이 로맨스인 겁니다.

 

 

미스터리 로맨스인만큼 중요한 이야기는 다 빼놓고 소개했습니다. 무엇보다 솔개의 일화에서 시작했을 것 같은 이 이야기는 쓰쿠모가미에 비견할 만한 좋은 소재가 될거라 봅니다. 이렇게 적다보니 이제 미대도 실력있으면 먹고 살 수 있어! 라는 망발이 떠오릅니다만... 아니, 소설 주인공으로 말입니다. 이런 능력을 가진 예술가라면 소설주인공으로 채용될 수 있을 것이니, 새로운 장이 열렸다고 부풀려 말해도 좋겠지요. 예술적능력과 동양판타지, 그리고 한국문화재 이야기를 잘 섞어 재미있게 풀어냈습니다. 덕분에 우울해의 바다에서 탈출할 수 있었기에 더 감사한 소설이기도 하네요. :)

 

 

양효진. 『내 꿈에 놀러와요 1-3』(세트). 그래출판, 2015, 5천원. (1권 무료, 2-3권 각 2천원.)

 

다른 건 몰라도 호순이는 매우 절실합니다. 호순이........ 집에 한 분 모시고 싶습니다. 외전까지 보시면 이 심정 이해하실 겁니다.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