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서 『러시아 유령군함 사건』 감상(http://esendial.tistory.com/6594)에도 적었지만 강간이 소재나 주제로 나오면 웬만해서는 피합니다. 하지만 이 책에 대한 소개에는 전혀 그런 이야기가 없어서 몰랐습니다. 책 뒷면에도, 그리고 앞부분에도 그런 이야기가 없거든요. 그런데 ... ... (먼산)



책은 크게 두 시점의 이야기가 나옵니다. 하나는 담배가게 주인 살인사건이고, 다른 하나는 누군지 알 수 없는 사람의 이야기입니다. 즉, 한쪽은 3인칭, 한쪽은 1인칭 시점으로 이야기가 전개되는 셈입니다. 문제가 되는 건 1인칭쪽 시점인데 초반에 설마설마했음에도 그런 장면이 등장하는데다, 이 사람이 결국 트라우마를 제대로 치료하지 못하고 또다른 사고를 칩니다. 나중에는 정신적으로도 굉장히 불안해지는 상황이 되는데 그게 담배가게 주인 살인사건의 후폭풍하고 연결되어 둘의 이야기가 만납니다. 다만 끝의 끝까지 '나'가 그 뒤에 어떻게 되었는지에 대한 이야기는 안나옵니다. 다만 둘의 이야기가 연결되면서 아마도 그 뒤에는 그나마 평온하게 살았을 것이라고 생각할 따름입니다. 하여간 이쪽 코드 질색인 분들은 피하세요.



책의 중심 주제는 사실 저런 이야기도 아니고 살인사건도 아닙니다. 주제, 메인 테마는 1인칭 시점에서 나오는 그의 직업과 관련이 있습니다. 3인칭 이야기에서도 스쳐 지나가는 이야기로 등장하지만 원자력 발전 말입니다. 시마다 소지는 '나'의 입을 빌려서 원자력 발전의 문제, 그리고 일본에서 개발 중인 핵연료 리사이클 방식의 문제, 주먹 구구식인 재처리 과정, 그리고 원자력 발전에서 나오는 독성물질과 그 피해에 대한 이야기를 합니다. 하기야 일본은 한국보다는 지진에 많이 노출되어 더 위험하고, 그게 극단적으로 나타난 것이 후쿠시마 사태였지요. 이 소설이 출간된 것은 그 뒤의 일입니다. 2011년 10월에 발매되었으니, 2011년 3월 11일의 도호쿠 대지진 이후, 그리고 후쿠시마 원자력 발전소 사고 이후에 쓰기 시작한 것으로 보입니다. 뭐, 그 전에는 몬쥬의 사고 사례도 있었으니까요. 여기서 말하는 핵연료 리사이클은 아마 몬쥬 쪽을 염두에 둔 것일 겁니다.


하지만 사건의 트릭과 결말은 사실 전혀 관계가 없었고, 원자력 발전 연료 제작에 대한 것은 슬며시 지나가는 이야기였다는게...; 어쩌면 그것이 반전일지도 모르지요. 실제 범행 동기는 의외로 평범(?)하고 또 다른 의미로 열 받는 내용입니다. 그러니 감안하고 보시길.


어찌되었건 퇴근길에 손대고 읽기 시작해, 저 큰 고비를 넘기고도 단번에 읽어 내릴 정도로 상당히 흡입력 있습니다. 게다가 악의 원흉은 무사히 퇴치되었고요. 아니, 무사히는 아니로군요.-_-;



시마다 소지. 『고글 쓴 남자, 안개 속의 살인』, 이윤 옮김. 호미하우스, 2014, 13800원.


2014년 출간작인데도 벌써 품절...=ㅁ=; 의외로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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