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했던 것과는 사뭇 다른 책이었지만 나름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앞의 문장에 부사가 여럿 붙었는데, 원래 이 책을 빌리면서 기대했던 것은 도시 농업이었기 때문이니다. 도시 한 복판에서 이뤄지는 자투리땅 농사나, 옥상 정원을 이용한 농사 같은 도시 농업 말입니다.

제가 책 제목을 잘못 읽었더군요. 도시농업에 대한 책이 아니라 도시청년이 농업에 뛰어 들어 좌충우돌하다가 결국은 살아남은 이야기입니다. 그러니까 이 책은 귀농해서 성공한 극소수의 케이스가 쓴 책인 겁니다. 대부분의 경우에는 실패하고 도시로 돌아가거나 합니다. 성공한 사람은 많지 않아요.


저자인 히사마쓰 다쓰오는 누차 '만약 농사를 시작한 시절의 내가 지금의 나에게 찾아와 농사일을 배우고 싶다고 하면 쫓아낼 것이다'라고 말합니다. 아무것도 모르고 무작정 농사를 하겠다, 키우는 걸 하고 싶다는 것만으로는 아무것도 안된다는 겁니다. 농사일에 뛰어들던 당시의 저자는 요령도 없고, 사고도 많이 치고, 농사일에 필요한 기술들을 갖춘 것도 아니고. 그저 열정만 가진 새내기 농부였던 거죠. 솔직히 농사를 짓기 전에 거품경제 막차를 타고 대기업에 입사했을 때의 설명을 읽어도 '이 사람, 사회생활하기 힘들겠다' 싶은 부분이 있었습니다. 군대에서 말하는 고문관 스타일에 가깝습니다. 새내기에, 풋콩에, 초짜인 주제에 이것이 옳다는 가치관은 확실하게 가지고 있어서 왜 이렇게 하는 거죠? 라고 하는 스타일. 물론 관료제적인 사회 생활에 매몰되는 것도 좋지 않지만 이렇게 튀어 나온 사람도 주변 사람 힘들게 하는 것은 마찬가지입니다. 허허허. 그럼에도 뭔가 독특한 것이 있었으니 회사 다닐 때의 사람들 중 몇몇에게는 관심을 받았던 거겠지요.


아마도 농사 시작한 초기에 가정경제를 이끌어 나갔던 것은 부인이었을 겁니다. 회사를 그만둘 당시 부인이 있었고, 말리지 않고 하도록 내두었다고 하니까요. 막무가내인 이런 남편을 만나서-라는 생각은 역시 나이 들어 떠오르는 것이고.;



농사일을 하면서 좌충우돌하고, 누군가를 스승삼아 배워나갈 수 있는 상황도 아니었던 히사마쓰가 그럭저럭 농사일에 성공할 수 있었던 것은 끈기가 아닐까 합니다. 연수로 들어갔던 농장에서도 좋지 않게 그만두고 나온 모양인데, 그 뒤에 밭을 얻어 경작한 이야기를 보면 끈기 있고 꾸준하게 노력했다는 것과, 그런 경험을 손 사이로 흘려 보내지 않고 계속 기록으로 남겼다는 것이 나옵니다. 특히 컴퓨터 도입 초기에 농사월령가(...)와도 같이 농사일 기록을 남깁니다. 그리고 그 다음해에도 그 기록을 바탕으로 경작 준비를 하고, 활동 준비를 합니다. 지금은 그 기록 자체를 클라우드로 공유하여 농장이건 집이건 확인하고는 그날의 업무를 알아서들 결정합니다. 즉, 현재 히사마쓰 농원에서는 집에서 그날 그날의 업무를 확인하고 업무 목표치를 확인한뒤 일정을 조정하고 달성합니다. 그런 시스템이 갖춰졌으니 다들 적응해서 그럭저럭 일하는 것이겠지요. 아니, 그럭저럭 일한다는 말은 옳지 않습니다. 다들 알아서 잘하니까요.



농사일을 시작하려는 사람들이라면, 귀농을 생각하는 사람들이라면 한 번쯤 읽어볼만합니다. 다만 제목의 작고 강한 농업은......; 몇 년 전에 유행했던 강소농과 최근에도 유행하는 작지만 강한 기업이라는 단어가 생각나서 그리 유쾌하진 않습니다. 작고 강하려면 그만큼 경쟁력을 가져야 하는데, 과연...?




히사마쓰 다쓰오. 『작고 강한 농업: 도시 청년, 밭을 경영하다』, 고재운 옮김. 눌와, 2016, 13000원.


쓰는 내내 농삿일과 농사일 중 어느 쪽이 맞는가 고민했는데 사전 진작에 찾아볼 걸 그랬네요. 사이시옷 안 들어가는 농사일이 맞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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