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리소설은 대개 반전이 있게 마련입니다. 일상 생활의 추리를 소재로 한 소설은 그렇기 때문에 반전이 있는 경우가 더 많기도 합니다. 일상을 다루다보면 잔잔한데, 그걸 막판에 뒤집어서 독자에게 충격을 주면 꽤 강렬하게 남을 수 있잖아요. 개인적으로 그런 반전이 매력 있는 소설로 『빙과』를 꼽습니다. 소설보다는 애니메이션 쪽의 반전이 더 강렬했다고 기억하지만, 하여간 세키타니 준을 둘러싼 잔잔한 이야기는 그를 둘러싼 어른들의 사정과 그 속의 울분을 폭발시키면서 마무리 됩니다.
갑자기 왜 다른 소설 리뷰를 쓰면서 『빙과』를 건드리냐 하면, 조금 닮았기 때문입니다. 어쩌면 학교를 배경으로 한 일상 추리소설의 클리셰일지도 모르지만 평범하고 그리 눈에 안 띄는 학생이 학교 내의 작은 소동에 휘말려서 조사하다가 얼결에 진상을 밝혀내는 구조가 같거든요. 조금 다른 것이 있다면 고전부 시리즈의 오레키 호타로는 저에너지 행동주의자지만 이 책의 주인공인 하야마는 평범한 미술부원입니다. 아니, 여러 예술부에서 러브콜을 받고 있으니 그리 평범하지 않을지도 모릅니다. 1인칭 주인공시점이라 이 소설 내의 내용만 봐서는 특별할 것이 없어보이거든요. 진상을 밝히는 것도, 사건이 왜 그렇게 흘렀는지 밝히는 것도, 범인도 다 다른 인물들이지만 맨 마지막의 반전은 하야마의 손에서 이뤄집니다.
다른 곳에서 소설 평을 읽었을 때 마지막의 반전이, 소설의 발랄하고 밝은 이야기들을 순식간에 반전시킨다고 했는데 반전을 읽고 과연 그렇구나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에필로그를 보고 나서는 좌절했습니다. 어억. 갑자기 이야기의 장르가 일상 추리에서 다른 것으로 확 바뀝니다. 이런 게 어디있어! 라고 절규하지만 이미 때는 늦었습니다. 다 읽고 나니 잠자기 글렀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안 그래도 낮에 수입 믹스커피 마신 참이라 카페인 과다증상을 보였는데 이 책의 결말까지 보고 났더니만 잠이 안와서 평소보다 고생했습니다.
하야마가 다니는 시립고등학교는 꽤 오래된 곳인 모양입니다. 그 중에서도 오래된 건물은 예술부가 주로 서식하는 낡은 별관입니다. 미술부와 연극부,취주악부를 비롯해 여러 부서들이 모여 있는데 예술부이다 보니 물건이나 소품은 많고 제대로 정리되지 않아 어수선한 분위기입니다. 건물이 낡아 음침한 분위기도 들고요.
그런 별관에 이상한 소문이 돕니다. 목이 잘린 귀신이 벽에서 튀어나온다는 일명 벽남 귀신이야 그렇다 치고, 거기에 덧붙여 최근 행적이 묘연한 어느 취주악부 학생의 유령이 플루트를 분다는 소문도 생겼습니다. 소문은 소문이지만 그 때문에 취주악부 연습이 제대로 되지 않아서 그 진상을 조사하는데 주인공인 하야마가 덩달아 휘말립니다. 그리고 그 사건의 진상은 굉장히 어이 없는 쪽으로 끝납니다.
여기서 이야기가 끝나면 다행인데, 그 과정에서 벽남 사건을 함께 겪습니다. 벽남 사건을 해결하기 위해 동분 서주하고 결국에는 프롤로그의 묘한 이야기와 자연스럽게 연결됩니다. 그리고 그 뒤는 ........;
그러니까 학교는 참 무서운 공간이라니까요. 왜 괜히 여고괴담이 나오고, 왜 괜히 공포물의 상당수가 학교를 배경으로 하겠어요. 그만큼 무서운 공간이라 그렇지. 무엇보다 인적이 드문 곳에 위치하거나, 번화가에 있더라도 안쪽에 숨기듯 들어 앉았다거나. 거기에 일과가 끝나면 사람들이 없고 불이 거의 다 꺼진다는 점도 공포 심리를 자극하는 것이겠지요.
하여간 학교는 참 무섭습니다.
니타도리 게이. 『이유가 있어 겨울에 나온다』, 이연승 옮김. 한스미디어, 2015, 12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