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담이라는 단어는 한국에서 드물게 보이는 단어일 겁니다. 확신은 안서는게 요즘에는 이런 종류의 이야기를 잘 안 찾아 읽거든요. 거의 일본의 책만 찾아 보니까요. 『어우야담』처럼 기담보다는 야담을 더 많이 사용할 겁니다.


하여간 이 책은 집을 소재로 하여 나온 책이라 더 끌려서 찾아 보았습니다. 책 제목만 보고 찍었는데 알고 보니 오노 후유미더군요. 거기서 불안감이 엄습했지만 예상외로 무난합니다. 결말이 따뜻하고 잔잔한 쪽으로 나오고 있으니 『잔예』 같은 건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총 6편의 이야기가 실려 있고 거기에는 거의 공통적으로 등장하는 인물이 있습니다. 영선(營繕) 가루카야의 오바나. 영선이라는 단어를 처음 들어보아서 사전 검색을 해보니, 한국어 사전에도 등장합니다. 건축물을 짓거나 수리하는 것을 영선이라고 한다는군요. 유의어로 수영(修營)도 있는데 이쪽은 확실하지는 않고..? 하여간 집을 짓는 것이 아니라 수리하는 것을 업으로 하는 인물인가봅니다. 뭔가 집에 이상한 일이 생겼을 때, 그런 기운들을 잘 풀어주고 해결하는 것이 오바나의 주 업무로 보입니다. 그도 그런 것이 처음부터 오바나가 등장하는 일은 없습니다. 집에 살고 있던 사람들이 뭔가 이상한 일을 겪고, 그리고서 집을 수리하거나 수선하기 위해 사람을 부릅니다. 그리고 그 사람들이 오바나를 부르는 겁니다. 아마 수리할 일이 없을 때는 알음알음 다른 사람들의 집짓는 일을 도와주는 것으로 보이고요.


아마도 오바나는 일반 건축관련일을 하는 사람이 아니라 대목일을 배운 사람일 것으로 추정합니다. 그도 그런 것이 첫 번째 편에도 대목수가 와서 집을 살피고, 그 사람이 오바나를 소개하거든요. 몇 번 같이 일을 했다고 하며 소개하는데 그 대목 외에 다른 사람들도 오바나와 같이 일을 하거나 하여 집에 이상이 생겼을 때 소개합니다.

오바나의 특징은 집에서 일어나는 이상한 일들을 어떻게든 해결하려는 것이 아니라 가능한 적은 비용으로 문제 없이 지낼 수 있도록 배려한다는 겁니다. 그러니까 퇴마 쪽은 전혀 아닙니다. 첫 번째 이야기에서 등장하듯, 쫓아내질 않고 가능하면 공존하되 해를 끼치거나 신경쓰이지 않도록 작은 장치를 하는 쪽에 가깝습니다. 비용이 적다는 것도 매 편마다 등장하더군요.


오노 후유미의 이야기 치고 굉장히 잔잔한 편이라 마음에 들었습니다. 거기에 표지 그림을 우루시바라 유키가 그렸습니다. 『충사』의 작가 말이지요. 소설을 다 읽고 표지를 보니 책에 들어 있던 이야기가 표지 한 장에 어우러져 있습니다. 다 읽고 나서 표지를 들여보는 것도 재미있을 겁니다.



오노 후유미. 『영선 가루카야 기담집』, 정경진 옮김. 한스미디어, 2016, 12000원.



번역은 대체적으로 무난하지만 시타마치를 성 아래 마을로 적은 것이 조금 걸리네요. 틀린 번역은 아닌데 시타마치를 딱 맞게 번역할 무슨 단어가 없던가요. 끄응..

하지만 그 뒤에 나오는 공무소가 더 걸리더랍니다. 소설 내에서 공무소가 여러 번 등장하는데 한국에서는 공무라고 하면 公務를 먼저 떠올립니다. 工務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공무소라는 단어 자체가 상당히 낯섭니다. 거기에 소설의 문맥에서 공무소는 주로 목조건축이나 일본 전통 건축-즉 한국의 한옥에 가까운 집을 다루는 건축일이므로 건축사사무실이나 기타 유사 단어, 아니면 대목수, 대목수사무실 등으로 번역하는 것이 나았다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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